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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
행정사건
-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17두63993 판결 -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의 부당성 요건
[사건의 경과]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집단 H에 속하는 회사들이다. 원고2와 원고3은 모두 기업집단 H의 특수관계인이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8조 제2항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다. 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1월 10일 원고들에 대하여 ①원고1이 국제선 기내면세품 인터넷 사전예약 주문접수 및 결제 사이트인 '싸이버스카이숍'의 인터넷 광고수입 전액을 원고2에게 귀속시킨 행위, ②원고1이 원고2에 대하여 제동목장상품, 제주워터에 대한 통신판매수수료를 면제해준 행위, ③원고1이 원고2로부터 판촉물을 구매하여 오면서 두 차례에 걸쳐 판촉물 구입가격을 인상해줌으로써 원고2의 마진율을 기존 4.3% 수준에서 2013년 5월 9.7%, 2013년 9월 12.3% 수준으로 높여 준 행위, ④원고1이 원고3과 체결한 대한항공 국내선 콜센터 등 업무대행 도급계약에 따라 콜센터 관련 시스템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지급하면서 SK브로드밴드가 무상으로 제공한 시스템 장비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급한 행위가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된 법 제47조, 이하 전부 개정 전 조문에 따라 표기한다) 제1항 제1호 및 제3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2. 원심의 판단과 피고의 상고이유 원심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①행위 요건(‘정상적인 거래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과 ② 부당성 요건(‘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킬 것’)이 각각 별도로 충족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각 행위는 위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들 전부 승소로 판단하였다. 이에 피고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에 별도의 ‘부당성’요건에 관한 규범적 평가가 필요 없고, ‘행위주체’, ‘행위객체’, ‘행위요건’이 모두 충족되면 일응 ‘부당한 이익의 귀속’에 해당하며, 다만, 같은 조 제2항, 시행령 제38조 제3항 [별표 1의3]에 규정된 정당화 사유를 원고가 입증하면 부당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규정 내용, 입법 경위 및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려면, 제1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부당성'이란, 이익제공행위를 통하여 그 행위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이익이 '부당'하다는 점은 시정명령 등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가 증명하여야 한다. [판결요지]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해당하려면, 각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여 부당성이 별도의 요건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해당조항의 문언체계나 입법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판단이다. [평석요지] 여기에서 말하는 ‘부당성’이란, 행위 주체와 행위 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 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 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평석] 1. 부당성 요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총액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면서, '1.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2.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3. 특수관계인과 현금, 그 밖의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4.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즉,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서 정한 행위의 결과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이 귀속되어야 하고, 그것이 부당하여야 한다.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귀속되는 이익의 부당성인데, ‘부당성’이 독자적 요건으로서의 지위를 가지는지, 가진다면 그 의미와 판단기준은 무엇인지 문제된다. 2.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신설 경위 종래 부당지원행위를 금지하는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는, 사업자가 아닌 특수관계인 개인을 지원하는 경우 공정거래저해성을 입증하기 곤란하여, 총수 일가의 부당한 사익편취행위까지 규제하기는 곤란한 한계가 있었다. 대법원은 2001두6364 판결에서 "제3장에서 대규모기업집단의 일반집중을 규제하면서도 부당지원행위는 제5장의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의 한 유형으로서 따로 다루고 있으며, 변칙적인 부의 세대간 이전 등을 통한 소유집중의 직접적인 규제는 법의 목적이 아니"고, "원고의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부의 세대간 이전이 가능해지고 특수관계인들을 중심으로 경제력이 집중될 기반이나 여건이 조성될 여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8월 13일 법률 제12095호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를 신설하였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지 여부가 아닌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3. 별도의 요건으로서 부당성 당초 개정법률안 발의시에는 해당 조항을 '정당한 이유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로 규정했었다. 그런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위 조항이 내부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총수일가에게 부당하게 귀속된 이익만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며, 그러한 사항에 대한 증명책임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는 점 등을 나타내기 위해서, '부당한 이익'이라는 표현으로 수정되었다. 또한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 해당하면 부당성이 당연히 인정된다는 견해에 의하면 각호의 행위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제23조 제1항 제7호와 제23조의2에 모두 해당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이를 구별하여 신설한 입법취지에 반하는바, 입법취지를 살리려면, 제23조 제1항 제7호는 ‘공정거래저해성’을 기준으로, 제23조의2는 ‘경제력 집중’을 기준으로 각각 위법성 판단을 하도록 함이 합리적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입법경위, 입법취지, 규정내용 등을 고려하여 부당성을 별도의 요건으로 판단하였다. 4.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부당성의 의미 및 판단기준 부당성을 별개의 요건으로 보는 경우에 그 의미는, 공정거래법의 목적이 경제력집중 억제에 있는 점,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입법경위 및 입법취지가 변칙적인 부의 세대간 이전 등을 통하여 소유집중의 우려가 있더라도 사실상 공정거래저해성을 입증하는 것이 곤란하여 규제가 어려웠던 점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신설된 점 등을 참고하여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부당성이란, 이익제공행위를 통하여 그 행위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해당하려면, 각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여 부당성이 별도의 요건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해당조항의 문언체계나 입법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판단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당성의 의미와 중요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제시한 개개의 판단 기준들이 실제 사안에 어떻게 포섭, 적용 될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에서 관련 사례가 축적되면서 구체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인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공정거래법제23조의2
특수관계인
부당한이익
이인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2-07-14
공정거래
행정사건
-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8두37700 판결 -
이윤압착(Margin Squeeze)에 대한 공정거래법의 규율
Ⅰ. 사실관계와 원심판결 1. 원고는 자체 무선통신망을 보유하고 기업메세징서비스의 필수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업자와 기업메세징 사업자 간 기업메세지 전송서비스(이하 '전송서비스')를 다른 기업메세징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동시에, 자신도 고객에게 직접 기업메세징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직적으로 통합된 이동통신사업자이다. 원고는 기업메세징서비스의 가격을 전송서비스 건당 평균 최저 이용요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판매하였다(이하 '이 사건 행위'). 기업메세징서비스란 은행 등이 이동통신사업자의 무선통신망을 이용하여 이용자의 휴대폰으로 입출금 내역 등을 문자메세지로 전송해주는 것이다. 2.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경쟁사업자 배제)가 규정하는 '통상거래가격 미만의 공급'으로서 '이윤압착'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명령 등을 부과하였다. 3. 원심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통상거래가격 산정방식이 정당하지 않으므로 통상거래가격 미만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와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나 목적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의 요지 1.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는 약탈적 가격설정뿐만 아니라 이윤압착도 규율할 수 있다고 하면서, 원고의 이 사건 행위는 '상품 또는 용역을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 즉 부당성도 인정된다고 판결하였다. 2. 대상판결은 우선 이윤압착의 규제 필요성과 개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공급망의 연쇄에 따라 두 개의 다른 생산단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수직 통합된 사업자로서 상류시장에서 하류시장 사업자의 생산 활동에 필수적인 원재료 등을 공급함과 동시에 하류시장에서 원재료 등을 기초로 완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이윤압착이 문제될 수 있다. 이윤압착이란 위와 같이 수직 통합된 상류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류시장 원재료 등의 도매가격과 하류시장의 완제품 소매가격의 차이를 줄임으로써 하류시장의 경쟁사업자가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어려워 경쟁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3. 그리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과 관련된 배제남용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 개념이라고 하면서, "통상거래가격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의 경우 일반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가격, 좀 더 구체적으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함으로써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되었을 가격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4. 나아가 대상판결은 부당성에 관하여 대법원 2007. 11. 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소위 '포스코 판결')을 따르면서도 개별 남용행위의 유형과 특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① 원고의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무선통신망을 보유하지 않은 경쟁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 점, ② 원고는 전송서비스 시장과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 모두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점, ③ 이 사건 행위 자체에 경쟁을 제한하려는 의도나 목적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점, ④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에서 원고의 경쟁사업들이 직면하게 되는 비용상의 열위는 무선통신망을 보유한 원고와 같이 수직 통합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관련시장의 구조와 특징에 기인한 것일 뿐이며, 무선통신망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메세징 사업자가 '비효율적 경쟁자'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행위를 규율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경쟁자에 대한 가격보호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는 점, ⑤ 중·장기적으로 경쟁사업자가 배제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가격인상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 다양성이 감소되어 혁신이 저해될 우려와 이로 인하여 거래상대방의 선택의 기회가 제한될 우려를 비교하면, 이 사건 행위로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후생 증대효과가 이 사건 행위의 경쟁제한적 효과를 상쇄할 정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Ⅲ. 평석 1. 이윤압착의 유형적 독자성과 적용 법조 가. 종래 이윤압착의 개념과 위법성 판단기준에 관하여는 미국과 EU 등에서 논의가 이루어져왔고, 우리의 경우에는 위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계기로 하여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각 호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유형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명시적으로 이윤압착을 염두에 둔 남용행위의 유형은 규정되어 있지 않아 현행 공정거래법 해석상 다른 남용행위 유형과의 관계와 적용 법조가 무엇인지가 주로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이윤압착의 유형적 독자성을 인정하면서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으로 규율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EU와 미국은 이윤압착 인정 여부에 관하여 대체로 입장이 다르다. 유럽 법원은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kom) 사건에서 일반전화가입자에게 부과하는 소매요금보다 신규로 진입한 경쟁사업자의 가입자회선에 대한 접속요금(도매요금)을 높게 부과한 행위가 이윤압착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 사건에서 유럽 법원은 하류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보유와 손실회복 가능성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링크라인(LinkLine) 사건에서 상류시장에서 경쟁사업자와 거래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하류시장에서 약탈적 가격책정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하였다. 다. 이윤압착은 다른 남용행위 유형들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어서 그 차이점이 문제된다. 우선 거래거절은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뿐만 아니라 상류시장에서만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도 행해질 수 있는 데 반하여 이윤압착은 반드시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의 경우에만 문제로 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약탈적 가격책정은 낮은 가격책정으로 인한 이윤의 희생단계와 경쟁자를 배제한 이후 이윤의 회수 단계가 존재하지만, 이윤압착은 반드시 하류시장에서 비용 이하의 낮은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하류시장에서 낮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손실을 보더라도 그와 동시에 상류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이를 회수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2. '통상거래가격'의 의미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가 규정하는 '통상거래가격'의 구체적인 의미가 문제된다. 원심은 "통상거래가격을 '효율적인 경쟁자가 거래 당시의 경제·경영상황, 해당 시장의 구조, 장래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선택하였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통상거래가격의 의미는 법률 조항의 의미와 내용, 그리고 입법목적에 합치되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되었을 가격'을 뜻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부당지원 위법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정상가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원심은 '통상거래가격'을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으로 파악한 반면, 대상판결은 사실적 관점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외국에서 논의되어온 이윤압착을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에 따라 규율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통상거래가격의 의미를 합목적적으로 유연하게 해석하여 규범적 관점에서 유효경쟁이 있는 시장의 가격으로 파악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지며 실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행위가 전형적인 이윤압착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윤압착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는 상류시장에 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원고가 하류시장인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원고가 하류시장에서 책정한 가격 수준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보다 중요한 것은 원고가 상류시장에서 책정한 도매가격과 하류시장에서 책정한 소매가격 간 격차에 비추어 볼 때 하류시장의 동등하게 효율적인 경쟁사업자가 생존하는 데 충분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손계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공정거래
시장지배
독점
기업메시징서비스
손계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1-08-09
공정거래
행정사건
-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9두59639 판결 -
공정거래법위반행위 종료 전에 조사가 개시된 경우 처분시효 기산점
1. 사안의 개요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년 7월부터 2014년 1월까지 기간 중 9개 일본 콘덴서 제조·판매사들이 한국과 다른 나라에 공급하는 알루미늄·탄탈 콘덴서의 공급가격을 공동으로 인상·유지하기로 합의한 행위를 적발하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이 회사들 중 A사는 공정위의 위 각 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와 관련해서 담합회사 중 B사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하기 전인 2013년 10월 4일 자진신고를 하였고 공정위는 자진신고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18월 11일 30일에 위 처분을 하였다. 한편 위 처분은 공동행위 종료일(2014년 1월경)로부터 5년이 경과하기 전에 이루어졌다. 2. 원심판결의 요지 2012년 3월 21일 법률 제11406호 개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은 처분시한에 관해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개시한 경우에는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 조사를 개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으로 규정하였다{참고로 2020. 5. 19. 법률 제17290호(2021. 5. 20. 시행)로 일부개정된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해당 위반행위의 종료일부터 7년이 지난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5항은 "제4항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난 경우 이 법에 따른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 1.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개시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사개시일부터 5년, 2.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개시하지 아니한 경우 해당 위반행위의 종료일부터 7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B사가 자진신고를 한 2013년 10월 4일 이 사건에 관한 조사가 개시되었다고 보고 공정위의 위 처분은 이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처분시한)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종료하지도 않았는데도 처분시한이 진행하여 경과한다는 것은 처분시한 제도의 본질에 반한다", "처분시한 규정의 입법연혁과 개정취지, 처분시한 제도의 본질 등을 종합하면 처분시한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종료한 때에 진행하기 시작하고 이는 위반행위 종료 전에 피고의 조사개시가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시한은 조사개시일이 아닌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이므로 공정위의 위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상고이유의 요지 원고는 "원심판결은 공정거래법 제49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의 각 문언과 달리 위반행위 종료 전에 조사개시가 있는 경우의 처분시한을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5년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서 적법한 근거 없이 새로운 법률을 창안한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부당하다"는 이유로 상고를 제기하였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에서 정한 처분시효 기간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척기간을 의미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두68103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처분시효 제도의 도입 취지 및 법적 성격에 비추어 보면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에서 정한 처분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종료되어야 비로소 진행하기 시작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한 경우의 처분시효를 정한 제49조 제4항 제1호가 적용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 조사를 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조사 개시일을 기준으로 종료되지 아니하고 그 후에도 계속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조사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조사개시 시점 이후에 행해진 법 위반행위 부분은 아직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조사의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한 시점에 조사개시 시점 이후 종료된 부당한 공동행위 전체에 대해서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등 제재처분의 권한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처분시효의 취지 및 성질에 비추어 보아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한 시점을 처분시효의 기산점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와 같이 조사개시 이전부터 계속되어 오다가 조사개시 시점 이후에 종료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그 위반행위가 종료된 이후에야 공정거래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처분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을 확정지을 수 있는 사실관계가 갖추어져 비로소 객관적인 조사의 대상에 포함되고 제재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개시하여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가 적용되는 경우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시점 전후에 걸쳐 계속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조사개시 시점 이후에 종료된 경우에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종료일'을 처분시효의 기산점인 '조사 개시일'로 보아야 하고 그 처분시효의 기간은 위 조항에서 정한 5년이 된다. 5. 판결에 대한 검토 본 판결은 '처분시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와 제2호의 관계가 문제된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조사개시 이전부터 계속되어 오다가 조사개시 시점 이후에 종료된 부당한 공동행위'의 처분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 볼 수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특히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하기 전이라도 조사를 개시할 수 있는데 조사가 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반행위가 중단되지 아니한 채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부당한 공동행위자 중 1인의 자진신고가 있는 경우에 그러하다. 그런데 이 경우 공정거래법 제49조 제5항 제1호의 문언대로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으로 처분시한을 계산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이라는 문언만 강조하여 공정위의 조사개시 이후 위반행위가 종료되지 않았더라도 처분시한 기산점을 조사개시일로 본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① 처분시효는 위반행위가 종료한 때에 비로소 진행하기 시작하고 그 위반행위 종료 전에 공정위의 조사개시가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위반행위의 종료 전에 조사가 개시된 경우에도 문언 그대로 '조사개시일'을 처분시효 기산점으로 보아야 한다면 조사개시 이후의 위반행위는 아직 조사가 개시되지 아니한 것이므로 조사개시 이후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사실상 처분시효가 단축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예컨대, 2020년 10월 1일 조사가 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반행위가 2020년 11월 30일까지 계속 유지된 경우 2020년 11월 1일 시점의 위반행위는 2020 년 10월 1일에 조사가 개시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 만약 2020년 10월 1일부터 처분시한이 진행된다고 하면 2020년 11월 1일 시점의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시효는 사실상 단축되는 결과에 이르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대법원 판결도 이러한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는 적어도 2020년 11월 30일 위반행위가 종료되어서야 비로소 조사가 개시되었다고 보는 것이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② 부당 공동행위자 중 1인의 자진신고가 공동행위 종료 전에 있는 경우 처분시효 기산점을 자진신고일로 보아야 한다면 자진신고를 하지 아니한 다른 공동행위자들에 대한 처분시효는 부당하게 단축되는 불합리가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 판결도 "(공동행위자 중 1인인) B사가 자진신고 이후 자료를 제출한 2013년 10월 21일을 피고의 조사개시일로 보더라도 그 당시에는 원고의 공동행위가 계속 중이었으므로 그 처분시효가 진행될 여지가 없었다"는 원심판결을 지지하였다. 원고는 '원심판결의 해석이 적법한 근거 없이 새로운 법률을 창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였는데 대법원 판결은 새로운 법률을 창안한 것이 아니라 조사가 먼저 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반행위가 종료되지 아니한 우연한 사정 때문에 조사개시일을 '위반행위 종료일'로 해석한 것뿐이므로 이는 입법취지를 고려한 논리적 법률해석일 뿐이다. 즉 '조사개시일부터 5년'이라는 규정을 판결에 의해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5년'으로 입법 없이 개정한 것이 아니라 조사가 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반행위가 종료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조리상 또는 논리상 '위반행위가 종료된 때에 조사가 개시된 것'으로 해석한 것 뿐이다. 이러한 제반사정을 종합해 볼 때 본 판례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특히 부당한 공동행위 종료 전에 조사가 개시된 경우 '조사개시일 이후의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시효'에 관하여 중요한 판단기준을 정립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전부개정된 공정거래법에 의할 경우에도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위 판례가 계속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공정거래
담합
처분시효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21-03-29
공정거래
손계준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사법상 분쟁과 공정거래법 : 거래질서와의 관련성
-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두18325 판결 - Ⅰ.사실관계와 원심판결 1. 원고는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에 따라 등록하고 회원제골프장을 운영하는 체육시설업자이다. 원고는 2003년 경 주주회원제에서 예탁금회원제로 변경하고 정회원과 평일회원으로 구분ㆍ모집하여 골프장을 운영해 왔다. 이후 2008년 경 회칙을 개정하여 시행(이하 '이 사건 행위')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평일회원 자격기간을 종전 5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고, ② 평일회원 자격 연장요건을 종전 탈회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지 아니하는 한 자동으로 연장되는 방식에서 연장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면 심사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며, ③ 종전과 달리 평일회원에 대해 소멸성 연회비를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2.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의 이 사건 행위가 계약기간 중에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행위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불이익제공)에 해당된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부과하였다. 3. 원심은 원고의 평일회원에 대한 거래상 지위를 인정하였으며, 원고가 종전 회칙상 보장되던 평일회원 자격을 일방적으로 제한하고 소멸성 연회비를 신설한 것은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나 불이익을 가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의 요지 1.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원고의 이 사건 행위가 평일회원들에게 다소 불이익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2. 대상판결은 우선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요건으로서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상대방이 경쟁자 또는 사업자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인 경우에는 단순히 거래관계에서 문제될 수 있는 행태 그 자체가 아니라, 널리 거래질서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라는 측면에서 거래상 지위를 가지는 사업자의 불이익 제공행위 등으로 인하여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거나, 유사한 위반행위 유형이 계속적ㆍ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등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3. 그리고 이 사건에서 "평일회원들이 불특정다수의 소비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 뿐 아니라 다른 골프장 경영 회사와 소속 회원들 사이에 이 사건 행위와 유사한 형태의 행위가 계속적ㆍ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등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또한 평일회원들은 체육시설법에 따라 약정이 변경되었음을 이유로 자유롭게 탈퇴하고 입회금을 반환받을 수 있으므로 평일회원들의 사법적 보호도 불충분하지 않고, 원고의 이 사건 행위는 외형상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Ⅲ. 평석 대상판결의 의의 가. 민사 분쟁 중에서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 금지)가 적용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는 어려운 문제이다. 미국의 Sherman Act나 Clayton Act 및 EU의 TFEU 조약은 주로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독점력의 남용 및 카르텔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미국의 FTC Act 제5조를 계수한 일본의 '私的?占の禁止及び公正取引の確保に關する法律'(이하 '사적독점금지법') 제19조의 영향을 받아 공정거래법 제23조에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을 두게 되었고, 민사 분쟁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한계가 문제되어 왔다. 특히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관한 대부분의 판례들은 계약 내지 거래조건의 설정 및 변경과 그 이행과정에 관한 것인데, 법원은 사안에 따라 민사상 계약 위반의 문제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판결하거나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넘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판결해왔으며, 공정거래법 제23조가 적용되는 범위에 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나. 대상판결은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서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공정거래저해성)가 인정된다는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거래상대방이 소비자인 경우에는 사업자의 불이익 제공행위 등으로 ①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거나, ② 유사한 위반행위 유형이 계속적ㆍ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에만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민사 분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과의 구별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상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 종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불이익제공)에 해당하려면, ① 사업자의 거래상 지위 즉,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 또는 적어도 상대방과의 거래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②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③ 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성정 또는 변경하거나 그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서, ④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이때 '거래'란 개별적인 계약보다 넓은 의미로서 사업활동을 위한 수단 일반 또는 거래질서를 뜻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8두14739 판결),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은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상판결은 '거래'라는 문언이 거래질서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에서 나아가 거래질서와의 관련성까지 인정되어야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당사자 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널리 거래'질서'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경우에만 공정거래저해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제까지 공정거래저해성에 관한 다수의 판례들이 선고되었는데, 대상판결은 거래상대방이 소비자인 경우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라. 대상판결은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중 불이익제공행위의 상대방에 사업자나 경쟁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포함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과거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누4984 판결은 사업자간의 거래에 적용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한편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3두15225 판결은 사업자간 거래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하였고,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두20812 판결 등은 개인과의 거래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였으나 소비자도 포함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었다. 한편 일본의 사적독점금지법은 문언해석상 거래상대방에서 소비자가 제외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문제된 사례들은 사업자간의 거래라고 한다(村上政博 編集代表, ?解 ?占禁止法, 弘文堂, 2014, 171면). 2. 대상판결의 한계 '사법적 보호의 불충분성'을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위법성 판단 과정에서 고려하는 것이 정당한지는 보다 검토가 필요하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서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서 평일회원들이 체육시설법에 따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다른 방법에 의한 사법적 보호 가능 여부가 거래질서와 구체적으로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대상판결이 과연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규정은 다른 수단에 의하여 권리구제가 가능하지 않을 경우에 보충적으로 적용된다는 추상적 법률론을 제시한 것인지 분명하지는 않으나, 적어도 그 논증과정에서 이론적인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실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가 문제되는 사례들에서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수단이 존재하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에, 다른 구제수단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고 위법성 판단 과정에서의 체계상 위치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3. 결어 향후 공정거래법 제23조의 적용범위는 대상판결에 의해 상당한 정도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법원은 이후 구체적인 사안에서 판결례를 축적함으로써 위법성 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비자와의 거래가 아닌 사업자 간의 거래에서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을 개정하여 대상판결이 판시한 위법성 판단기준을 반영하였다.
공정거래
골프장
불이익제공
거래상지위남용
2016-01-11
이선희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손해전가 항변
Ⅰ. 서설 대상판결은 군납유류 입찰담합사건의 판결(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18850 판결)에 비하면 담합의 내용이나 손해액 산정방식이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쟁점을 망라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손해전가항변에 한정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Ⅱ.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판결의 요지 1. 사건의 내용 원고는 피고 A와 피고 B로부터 밀가루를 매입하여 제빵·제과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인바,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을 포함한 8개 국내 제분회사들이 밀가루의 국내 생산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인상하며 밀가루의 실수요업체에 대한 장려금을 공동으로 폐지 또는 축소하기로 하는 거래조건을 합의하는 등 부당한 공동행위(이하 '담합'이라 약칭한다)를 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내린 바 있다. 원고는, 피고들의 생산량제한 및 가격의 담합으로 인하여 원고를 비롯한 밀가루 수요업체들이 부당하게 높게 형성된 공급가격에 밀가루를 매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이유로, 피고들에 대한 각 기간별·항목별 밀가루가격 중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인하여 인상된 금액 부분에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매입한 각 기간별·항목별 밀가루수량을 곱한 금액을 피고들에게 각 손해액으로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은 감정인의 감정결과를 채용하여, 담합에 의한 밀가루 가격상승으로 인하여 담합기간 동안 원고가 피고들에게 경쟁가격을 초과한 가격을 지급함으로써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액을 산정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하여 인상된 가격으로 밀가루를 구매한 원고가 밀가루를 원료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제품에 관한 가격 인상을 통하여 인상된 밀가루 가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하였다는 이유로 피고들이 배상할 손해액에서 위와 같이 전가된 손해액 부분을 공제할 것을 주장한 피고들의 이른바 '손해전가의 항변'을 배척하면서도, 제품 가격 인상에 의한 손해 전가에 관한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먼저, "담합에 의하여 가격이 인상된 재화 등을 매수한 매수인이 다시 이를 제3자인 수요자에게 판매하거나 그 재화 등을 원료 등으로 사용·가공하여 생산된 제품을 수요자에게 판매한 경우에, 재화 등의 가격 인상 후 수요자에게 판매하는 재화 등 또는 위 제품(이하 이를 모두 포함하여 '제품 등'이라 한다)의 가격이 인상되었다고 하더라도, 재화 등의 가격 인상을 자동적으로 제품 등의 가격에 반영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는 경우 등과 같이 재화 등의 가격 인상이 제품 등의 판매 가격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품 등의 가격은 매수인이 당시의 제품 등에 관한 시장 상황, 다른 원료나 인건비 등의 변화, 가격 인상으로 인한 판매 감소 가능성, 매수인의 영업상황 및 고객 보호 관련 영업상의 신인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것이므로, 재화 등의 가격 인상과 제품 등의 가격 인상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제품 등의 인상된 가격 폭이 재화 등의 가격 인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제품 등의 가격 인상은 제품 등의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여 전체적으로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의 감소가 초래될 수 있고, 이 역시 위법한 담합으로 인한 매수인의 손해라 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아니하고 제품 등의 가격 인상에 의하여 매수인의 손해가 바로 감소되거나 회복되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쉽게 추정하거나 단정하기도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와 같이 제품 등의 가격 인상을 통하여 부분적으로 손해가 감소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직접적인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을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에 참작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할 것"이라고 하고 같은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Ⅲ. 평석 1. 손해전가항변의 의미 손해전가의 항변(passing on defense)이란, 직접구매자가 담합으로 인하여 초과가격(overcharge)을 지불함으로써 자신이 입게 된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신의 하위단계 구매자인 간접구매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구매자의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항변을 말한다. 손해전가의 항변이 받아들여지면 원고로서는 초과가격지불로 인한 손해를 주장함에 제한을 받게 되고 결국 피고는 원고가 간접구매자에게 전가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원고로부터 손해를 전가 받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간접구매자가 다시 법 위반행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의 Hanover Shoe, Inc. v. United Shoe Machinery Corp., 392 U.S. 481(1968) 판결로 위와 같은 손해전가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리고 간접구매자가 제기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하여는 Illinois Brick v. State of Illinois, 431 U.S. 720(1977) 판결 이래 원고적격을 결한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Hanover Shoe 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예를 들어 초과가격을 지불한 구매자가 이미 cost plus 계약을 가지고 있는 경우와 같이 그가 손해를 입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 쉬워서 전가항변을 허용하여야 할 경우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Illinois Brick 판결에서도 위 원칙에 대한 예외가 존재할 수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손해전가의 항변 및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간접구매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하급심 판결이 있으나 대법원이 판시를 낸 것은 이 사건이 최초이다. 미국과 같은 특수한 원고적격이론을 가지지 않은 우리나라나 독일의 경우에 위와 같은 손해전가의 항변을 소송법적으로 분석하면 1)손해발생에 대한 부인과 2)손해액 산정에 있어서 공제 또는 책임제한의 항변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2. 손해의 전가와 손해발생의 부인 독일에서는 제품이나 용역에 대하여 전매가 이루어져 손해가 전가된 경우에 손해발생자체가 부인되는지 여부가 논의된 바 있다. 구 경쟁제한금지법이 적용된 비타민 국제카르텔 사건에서 만하임 지방법원은 이 경우에 직접구매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결과가 된다는 견해를 취하였다. 이에 반하여, 직접 구매자의 손해는 손해를 근거지우는 행위(인상된 카르텔 가격으로 판매한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카르텔 판매가격과 가정적 경쟁판매가격의 차이를 말하고, 사후적으로 직접 구매자가 전매한 사정은 위 손해발생과 무관하다는 견해(Kohler 교수의 견해)가 유력하게 제기되었다. 결국 2005년에 개정된 경쟁제한금지법은 직접구매자가 손해를 전가한 경우에도 직접 구매자의 손해가 배제되지 않는다고 규정함으로써 후자의 견해를 취하여 이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였다. 이 사건 대상 판결에서 우리 대법원은 이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하지는 않았지만 아래 손익상계에 대한 판단은 위 개정된 경쟁제한금지법과 같은 태도를 전제로 한 것으로 평가되고,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 손해의 전가와 책임제한 독일에서는 이 논점에 대하여 i) 이론적으로 손해와 공제될 이익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손익상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견해와 ii) 이론적으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나, 법정책적 고려로서 손익상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로 나뉘지만, 어느 견해에 의하든 손익상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에는, 손해전가항변을 민법상 손익상계의 항변과 같은 것으로 파악하여 전가한 금액을 공제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으나, 필자는 이를 손익상계항변과 같은 것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손해의 공평부담의 견지에서 손해액 산정의 참작사유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이선희,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 -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중심으로-', 민사판례연구 31권, 박영사, 2009, 936-937면 등). 손익상계는 불법행위에 의하여 채권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과 동시에 이익이 생긴 경우에 그 이익을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하는 원칙을 말하며, 공제대상이 되는 이익은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이득이라고 하는 통설 및 판례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직접구매자가 판매가격의 인상을 통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전가한 것이 손익상계에서 말하는 당해 행위로 인한 '이익'이라고 볼 수 없고, 위 손해의 전가는 위반행위와 동시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와는 별도로 직접구매자가 제3자와 체결한 매매계약에 의하여 취득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발생과 동시에 채권자에게 발생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하기도 어려우므로 이를 민법상 손익상계의 항변과 같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와 같은 점에서 손해전가항변을 손익상계와 같은 것으로 보지 않고 책임제한의 참작사유로 파악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태도는 타당하다. Ⅳ. 결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손해전가항변에 대하여 최초로 판시하면서, 이를 손해의 발생이나 손익상계에 대한 문제로 보지 않고 책임제한사유로서 참작함을 밝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2013-01-31
신사도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 판단기준
1. 들어가는 말 얼마 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 중 하나인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판결은 현저한 규모에 의한 지원행위인 소위 '물량 몰아주기'의 부당성을 최초로 인정한 고등법원판결로서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기대되었으나, 그 선고 이틀 전에 원고들이 상고를 취하함으로써 대법원은 피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상고이유에 대하여만 판단하고 달리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이하에서는 원심판결의 내용을 통해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 판단기준을 검토하고, 원심판결 및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사건의 경위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피고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피고 공정위는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한 A, B, C, D, E(이하 "원고들")에 대하여, ① A가 재료비 인상을 이유로 C 회사의 부품 가격을 인상하여 지급한 행위 등 및 ② A, B가 E의 경쟁사 甲, 乙이 판매하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E의 자동차용 강판을 구매한 행위, ③ 사업능력이 검증되기 이전인 D의 설립 초기부터 A, B, C, E가 D에 자신들의 운송 물량을 대부분 몰아준 행위가 각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에 대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부과하였다. 특히, 피고 공정위는 위 ③번 행위에 의한 거래가 (i) D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에 비추어 "현저한 규모의 거래"이고, (ii) 해당 거래에 따른 D의 매출총이익률 등에 비추어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의한 거래"이며, (iii) 비경쟁적 방식에 의한 현저한 규모의 물량수주 등에 비추어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행위"라고 판단하여 이를 공정거래법상의 지원행위라고 판단하였고, (iv) 이로 인하여 D가 화물운송주선업 시장에서 유력한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획득·유지한 반면, 지원주체의 경쟁력 저하, 화물운송주선업 시장의 신규진입 저해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해당 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09. 8. 19. 선고 2007누30903 판결)의 요지 원심은 위 각 행위 중 ②번 행위에 대하여, 일관제철소로서 자동차용 강판의 생산원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 甲 및 甲으로부터 자동차용 강판의 원자재인 열연코일 등을 50% 이상 조달하여 생산하는 乙의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볼 수 없으므로 E가 생산한 자동차용 강판 가격이 정상가격의 범주를 벗어난 것인지 판단할 수 없고, 따라서 A, B가 甲, 乙이 판매하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E의 자동차용 강판을 구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E에 대한 지원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심판결은 위 ②번 행위에 대하여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였고, 그 외의 행위들에 대하여는 대부분 공정위의 처분 내용을 수용하여 공정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다.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09두15494 판결)의 선고 경위 및 요지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해 원고들 및 피고 공정위는 각각 상고하였는데, 특히 원고들은 상고이유서에 이어 8차에 걸친 상고이유보충서까지 제출하며 원심판결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다투었다. 그러나 판결 선고 이틀 전에 원고들이 돌연 상고를 취하하여 대법원은 원고들 주장에 대한 판단을 모두 배제한 채 피고 공정위의 주장에 대하여만 판단하였고, 피고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하며 위 ②번 행위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3. 원심판결 및 대법원 판결에 대한 소고 가. 원심판결을 통해 살펴본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 판단기준 (1) 물량 몰아주기는 지원주체인 사업자가 현저한 규모로 사업물량을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지원객체인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 1의2] 10.항).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하여 거래비용을 내부화하고, 수급상황의 안정성을 제고함으로써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회사를 신설하거나 인적 자원을 재분배하는 등으로 각 계열회사에 산재되어 있던 공통 업무를 집중할 유인이 존재한다. 반면에, 이러한 거래물량의 집중은 기업집단 내의 부실기업을 지원하거나, 지원객체 기업의 지분을 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소유한 뒤 해당 기업의 가치를 증가시킴으로써 편법적으로 재산상속 내지 경영승계를 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도 있다. (2) 그런데 기업집단의 거래물량이 집중되더라도 그 거래조건이 합리적으로 설정되어 있어 지원주체 기업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거나 지원객체 기업이 속한 시장의 경쟁상황을 왜곡하지 않는 경우, 이로 인한 경쟁법적 관점 외의 효과에 대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유로 도덕적 비난을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를 일률적으로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중 하나인 부당지원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존에 대법원은 H투자신탁이 특정 펀드를 운용하면서 계열회사인 H투자신탁증권에 상당 규모의 대출을 해 준 사안에서 "현저한 규모의 거래라 하여 바로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현저한 규모의 거래로 인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 여부는 지원성 거래규모 및 급부와 반대급부의 차이,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지원기간, 지원횟수, 지원시기, 지원행위 당시 지원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 대출 규모가 현저한 규모의 거래로서 H투자신탁증권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준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는 아니하나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이를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부당지원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4두7610 판결), 동일한 취지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공정위는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③번 행위에 대한 지원행위 성립요건을 현저한 규모, 상당히 유리한 조건, 과다한 이익 제공으로 나누어 판단하였는데, 원심판결은 "현저한 규모의 거래를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행위"를 공정거래법상의 지원행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은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의한 거래'를 위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하고 있는 '과다한 경제상 이익의 제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서, 물량 몰아주기의 경우 해당 거래에 '현저한 규모 +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 인정되면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지원행위의 성립요건인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로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물량 몰아주기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불균형을 반드시 전제하는 것이 아니고, 거래비용의 내부화를 통한 부의 창출은 이익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의 생리상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거래규모 이외에 거래조건 등을 고려하여 ③번 행위가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행위"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3) 한편, 원심에서 A, B, C, E는 위 ③번 행위의 부당성이 없다는 그 근거 중 하나로 '해당 거래로 인한 기업집단의 경제적 이익'을 주장하였는데, 원심판결은 "지원행위에 단순한 사업경영상의 필요 또는 거래상의 합리성 내지 필요성이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부당지원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부당성 및 공정거래저해성이 부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1두2935 판결 등)의 법리를 제시하며 원고들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런데 물량 몰아주기가 공정거래법상의 지원행위인지 판단하기 위하여는 거래규모 이외에 거래조건 등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사업경영상의 필요나 거래상의 합리성 내지 필요성만을 이유로 해당 행위의 부당성 및 공정거래저해성을 부정하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량 몰아주기가 지원행위로 판단된다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의 제공으로 인해 지원객체가 속한 시장의 경쟁질서를 왜곡하는 결과가 발생하고, 이는 다른 일반적인 부당지원행위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원심판결은 새로운 법리를 통해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 내에서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인 것이다. 나. 대법원 판결의 의의 원고들의 상고 취하로 인하여 대법원은 피고 공정위의 상고에 대하여만 판단하였는바, 해당 판결은 ②번 행위와 관련하여 부당지원행위의 판단 기준 및 급부와 반대급부가 현저히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정상가격'의 의미에 대한 기존 판례의 법리를 확인하고, 행위 당시의 특수한 시장상황에 비추어 지원객체의 경쟁사업자가 판매하는 제품 가격이 지원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정상가격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있음을 제시한 사례로의 의미만을 가지게 되었다. 다만, 원고들의 상고 취하로 인하여 ③번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고, 이로 인하여 원심판결은 향후 공정위가 물량 몰아주기를 부당지원행위로 규제함에 있어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4. 맺음말 최근 공정위는 물량 몰아주기에 의한 부당지원행위에 대하여 법 집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그 규제에 대하여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나,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이에 원심판결은 당분간 물량 몰아주기의 지원행위 여부 및 그 위법성을 판단하는 일단의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바, 그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확인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2013-01-10
나영숙 법학박사·미국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인터넷 쇼핑몰사업자의 배타 조건부 거래행위에 대한 경쟁법적 평가
I. 서론: 사건의 개요 및 문제의 제기 경쟁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경쟁적 시장'이란, 기업이 가격, 품질, 혁신성 면에서 우월한 상품이나 용역을 생산하면 이에 따라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살아 있는 시장이다. 그런데, 현실의 시장에서 무엇이 경쟁적 시장의 모습이고, 무엇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인가에 대한 해답은 반드시 간단하게 도출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개별 사안마다 시장의 구체적 모습을 살펴 추상적인 '경쟁'의 원리가 해당 상황에서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별도의 고려를 요한다. 대법원 2011.6.10 선고 2008두16322 판결(이하 '본 건 판결')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시장도 그 독특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를 요하는 시장의 하나이다. 이 사건 원고인 'G마켓'은 인터넷 쇼핑몰의 일종인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사업자로서, 자신의 경쟁사업자인 '엠플온라인'과 거래하고 있던 7개 판매자들(이하 '7개 사업자들')에게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였고, 이에 불응하면 원고의 메인 화면에 노출된 상품을 모두 빼버리겠다고 위협하였다(이하 '본 건 행위'). 이에 대해 피고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원고의 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는 행위로서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금지 조항에 위반한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부과하였다. 이 처분을 다툰 원심에서, 법원은 시정명령의 적법성은 긍정하고 과징금 산정에 대해서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관련시장에서 원고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지위는 인정되지만, 본 건 행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 일종인 '배타조건부 거래'로서의 '부당성'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남용행위 해당성을 전제로 한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필자는 대법원이 원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함에 있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독특한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부당성 판단 부분에 있어서는 대법원이 일관되게 적용해 온 기준인,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인가의 판단에 있어, 경쟁자의 '퇴출'을 실제로 야기하였는지에 주목하여 판단함으로써 법리 적용에 혼선을 야기하였다고 생각한다. II. 쟁점별 논의 1.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 (1) 본 건 시장의 구조 및 특성 본 건 행위는, G마켓과 7개 사업자간에 일어났다. 이들 7개 사업자는 온라인상에서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려는 업체들로서 G마켓으로부터 그의 쇼핑몰에 상품을 노출시켜 주는 서비스를 공급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G마켓에게 일정 수수료를 지급한다. 즉, 이들 간에는 '입점서비스'의 공급자 및 수요자로서 하나의 시장이 형성된다(이하 '시장 A'). 그런데, 오픈마켓을 포함한 인터넷 쇼핑몰의 특징은, 위와 같은 입점업체와 쇼핑몰 운영자간에 형성되는 시장과 별도로, 쇼핑몰 운영자와 일반소비자(인터넷 쇼핑몰을 방문하여 상품의 구매를 하는 자)간에 별도의 시장이 형성되며(이하 '시장 B'), 시장 B에서의 거래양상이 시장 A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시장 B에서 일반소비자는 G마켓으로부터 다양한 상품 및 그 판매원에 대한 정보를 얻는 서비스를 공급받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G마켓에게 지급한다(수수료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 가격에 전가될 경우가 많을 것이다). 즉, 시장 B에서 일반소비자는 '정보서비스'의 수요자이고 G마켓은 이의 공급자이다. G마켓을 중심으로 양면에서 수요자의 위치에 있는 입점업체와 일반소비자들은 G마켓과 각각 별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G마켓이 제공하는 가격(수수료) 및 서비스의 질 이외에도 서로 상대방 집단의 크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은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가 얼마나 많이 G마켓에 모여드는지에 따라,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들은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이 얼마나 많이 G마켓에 모여드는지에 따라, G마켓을 자신의 공급자로서 선호하거나, 혹은 다른 공급자로 전환할 것을 고려하게 된다. 이러한 시장의 양면적 구조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이 2008.12.11 선고 2007두25183 판결에서 다룬 바가 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플랫폼사업자'라 칭하면서, 이 사업자를 중심으로 두 개의 시장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하나는 종합유선사업자와 TV 홈쇼핑 사업자간에 형성되는 프로그램 송출서비스시장(이하 '시장 C')이고, 다른 하나는 종합유선사업자와 유선방송 유료시청자 간에 형성되는 프로그램 송출시장(이하 '시장 D')이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종합유선사업자의 채널변경행위가 이루어진 시장(시장 C)을 관련시장으로 보았고, 이 관련시장은 시장 D와는 별개의 시장이며, 시장 D에서의 시장지배력이 바로 시장 C에서의 지배력으로 전이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위 판결에서 적용된 시장획정의 원리를 G마켓 사건에 적용하여 볼 때, 관련시장은 본 건 행위가 발생한 시장 A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시장 A는 시장 B와 별개이며 시장 B에서의 지배력이 바로 시장 A에서의 지배력으로 전이되는 것은 아니나, 시장 B에서 수요자 집단의 행위는 시장 A의 수요자 집단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2) 관련시장의 획정 그렇다면, 인터넷 쇼핑몰에의 입점서비스 공급시장인 시장 A는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 본 건 판결은, 거래형태, 입점조건, 구매자 인식 등을 기준으로 관련시장을 오픈마켓만으로 한정하였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에서는 오프라인에 비해 수요 및 공급대체성이 매우 커서 관련시장은 이보다 더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수요대체성에 대해 살펴보면,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 중 상당수는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구별하지 않고 가격이 낮은 곳이면 구매결정을 내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의 행태에 영향을 미쳐, 입점업체들은 오픈마켓이든 종합쇼핑몰이든 일반소비자가 방문하는 사이트를 구별하지 않고 입점서비스를 수요하게 된다. 실제로, 본 건 7개 사업자들 중 6개 업자가 오픈마켓 뿐 아니라 종합쇼핑몰에도 동시에 입점하여 있었다. 그리고, 시장 A의 공급대체성 측면을 보아도, 종합쇼핑몰을 운영하는 자가 오픈마켓으로 전업하는 것은 제도적으로나 초기 투자비용면에서 매우 용이하며,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겸영하는 업체들이 다수 있어 이들은 시장상황에 따라 오픈마켓 쪽 영업비중을 쉽게 늘릴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온라인 거래의 특성상 일반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가격을 비교하며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 등을 이동할 수 있고, 입점업체들도 입점장소를 이동하거나 복수 입점하는 것이 오프라인에 비해 매우 용이한 데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관련시장을 합리적으로 획정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설문조사 등을 통하여 수요 및 공급대체성에 대한 정확한 사실 판단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건 판결은, 제도적 여건의 차이를 근거로 다소 직관적으로 시장을 한정한 측면이 있다. 피고는 구매자 인식이 오픈마켓 이외의 시장에 대해 다르다고 주장하였으나, 일상생활에서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차별하지 않는 소비자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피고의 위 주장사실은 주장에 그칠 뿐 입증된 바 없다. (3) 시장지배적 지위의 인정 여부 설사 관련시장을 오픈마켓으로 한정하여 획정한다 하더라도, 원고가 이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장지배적 지위란 경쟁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고도 수요자를 잃지 않을 만한 능력(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지위를 말한다. 이러한 지위의 존부를 가리기 위하여서는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먼저 보고, 진입장벽 등 기타 시장상황을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본 건 시장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특정 오픈마켓 운영자의 현재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바로 시장지배력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즉, 시장 B의 일반소비자들은, 다양한 오픈마켓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 매우 흔하다. 같은 구매 기회에도 상품 종류별로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저렴한 가격을 찾아 서로 다른 오픈마켓을 초 단위로 이동하며 구매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러한 시장 B의 수요자들의 행태에 반응하여,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 역시 다수의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 건에서도 7개 사업자들은 모두 세 개 내지 다섯 개의 오픈마켓에 동시입점하였으며, 6개 사업자는 특히 제1위인 옥션에 동시에 입점하였었다. 이렇듯 수요자가 다수의 플랫폼사업자와 동시에 거래하는 상황에서는, 하나의 플랫폼사업자가 현재 시장점유율이 다소 높다 하더라도 이 사업자는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만일 시장지배력을 행사하여, 예컨대 가격을 높인다면 수요자들은 다른 플랫폼사업자에게로 거래처를 전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건 판결은 G마켓의 시장점유율이 2위인 점을 기초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 후 시장지배적 지위 존부의 판단에 이와 같은 시장의 사정을 반영하지 아니하였다. 적어도 다수 플랫폼사업자와의 동시거래성에 대한 심리를 하게 하였어야 한다고 본다. 그 외에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옥션의 견제 가능성도 고려되었어야 했다. 2. 부당성 판단 필자는 상술한 바와 같이 원고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인정 자체에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판시와 같이 이러한 지위가 인정된다고 전제하고, 이하에서 '부당성' 판단에 대해 논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거래의 부당성'에 대하여,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때, 그리고,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행위했을 때'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09.7.9. 선고 2007두22078). 여기서 '경쟁제한'의 의미는 같은 판결이 설시하는 바에 따르면,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강화하는 것,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는 것'이고, 공정거래법 제2조 제8의2호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의 정의에 따르면, '일정한 거래분야의 경쟁이 감소하여 특정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판단하건대, 본 건 행위는 만일 시장지배적 지위가 있는 자에 의해 행하여졌다면,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로서의 부당성 요건을 충족하기에 족하다고 생각한다. 원고의 본 건 행위로 인하여, 7개 사업자들은 원고의 경쟁사업자인 엠플온라인이 원고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각각 14일에서 7개월 보름에 걸 쳐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원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7개 업체들로서는 인지도가 높은 원고를 통하여 일반소비자에게 상품을 노출시킬 기회를 잃어 판매량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여 원고의 요구에 강한 불만을 가지면서도 원고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7개 사업자들은 본 건 관련시장에서 입점서비스의 '소비자'인데, 원고는 이들이 보다 유리한 가격을 포기하도록 요구하고(배타적 거래관계의 반대급부로 다른 이익을 제공한 정황도 없었음) 이를 관철시킨 것이다. 이는 명백히 소비자후생을 저해한 행위로서 판례가 정립한 기준인 경쟁제한의 '우려'를 넘어 경쟁제한의 효과 발생을 '완성'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본 건 판결은 행위 대상이 된 업체 수가 7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당성 부인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소수의 소비자에게 발생한 후생의 저하도 경쟁법의 보호대상이다. 더 나아가 본 건 행위가 관련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효과는 결코 7개 사업자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7개라는 수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면, 원고가 왜 경쟁법 위반의 시비가 일어날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에게 배타적 조건을 요구하였겠는가. 원고로서는 무수히 많은 입점업체에게 배타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거래비용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 원고가 (일반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소수의 우량 입점업체들로 하여금 경쟁자인 엠플온라인의 오픈마켓에 나타나지 않게 한다면, 엠플온라인은 일반소비자에게 인기 없는 사이트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무수한 비우량 입점업체들도 자연스럽게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감소 내지 중단해 가게 될 것이다. 즉, 7개 업체에 대한 배타적 거래의 결과가 시장 B와 시장 A의 수요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시장의 경쟁에 결정적 타격을 주게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엠플온라인은 원고의 본 건 행위가 있기 수 개월 전에 오픈마켓 운영시장에 진출하여, 저렴한 수수료(가격) 및 새로운 마케팅 전략(혁신) 등을 제시하며 단기간에 점유율 6위에 올랐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시장진입 초기에 일정한 크기의 수요자 집단을 거래처로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인 점(그래야 플랫폼사업자 반대 편의 다른 수요자 집단이 모여듦)을 고려한다면, 엠플온라인에게 있어 우량업체인 7개 사업자의 이탈은, 오픈마켓 운영자로서 시장에 확실히 발을 붙일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요소가 될 것이다. 판시는 또한 7개 사업자들이 실제 거래를 중단한 기간이 단기임을 부당성 부인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단기간이라 하더라도 소비자후생이 저해되고 시장질서가 인위적으로 교란되었다는 행위의 결과는 이미 '완성'된 것이다. 더구나 공정거래법 위반의 행위를 하던 사업자가 공정위의 조사 등의 상황을 맞아 법 위반 행위를 중단하는 경우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이 때 그로인해 법 위반 기간이 짧아졌다 하더라도 기존의 법 위반 사실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본 건 판결은, 부당성 인정을 위해서는 원심이, 본 건 행위가 엠플온라인의 퇴출 요인이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명백히 경쟁 보호의 의미를 오인한 것이다. 경쟁법이 경쟁자의 배제행위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경쟁자 자체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배제됨으로써 소비자의 후생이 저해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즉, 행위의 대상이 소비자에게 직접 가해진 것이든, 혹은 경쟁자에게 가해진 것이든 궁극적 관심사는 소비자의 후생이 감소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건과 같이 가격, 혁신, 다양성 면에서 소비자후생 저해의 결과가 뚜렷이 나타난 경우에는 경쟁제한성을 인정하기에 족하다. 그리고, '경쟁자 배제'의 의미도, 구체적 거래에서 경쟁자와의 거래가 봉쇄되어 소비자가 더 나은 거래의 기회를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경쟁자가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백 번 양보하여 그것이 퇴출을 의미한다 하더라도 판례가 정립해 온 기준은 퇴출을 발생시킨 현실적 인과관계의 존재가 아니라 그런 위험의 야기, 즉 발생의 '우려'이다. 부당성의 주관적 측면에 대해서는, 행위가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를 발생시킨 점과 원고에게 배타적 조건에 대한 반대급부의 지급이나 기타 효율성 증대를 꾀한 의도도 없었던 점으로 보아 경쟁제한의 목적이 있었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첫 번째 쟁점에 대한 본 고의 결론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에 대해 사실심리를 한 결과 만일 그 지위의 인정이 부인되는 경우라면, 본 건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 일종인 거래상지위의 남용으로서 의율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III. 결론 본 건 판결은 온라인 거래라는 독특한 시장환경 및 하나의 플랫폼사업자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두 개의 시장 수요의 상호의존성 등, 문제된 행위가 일어난 시장의 특성을 관련시장의 획정 및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 행위의 부당성 판단에 있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판결이다. 무엇보다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로서 배타조건부 거래의 부당성 판단에 있어 경쟁자 배제의 의미를 경쟁자 퇴출과 혼돈한 잘못이 있다. 이는 그간 판례가 정립해 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부당성에 관한 객관적인 요건인 '경쟁제한의 우려'의 의미에 대하여 혼란을 야기하고, 그 요건의 입증책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울 수 있는 것으로서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2-05-21
박시준 변호사(정부법무공단)
최저 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합리성의 원칙
1. 사실관계 제약회사인 원고는 도매상들과 도매거래약정을 하면서, 약정서에 원고가 생산하는 보험의약품을 보험약가로 출하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과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에 원고가 약정을 해지하고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두었으며, 실제 도매상들의 보험약가 준수 감시와 위반 시 거래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의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자 원고는 자신의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 경재제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아래 판결요지와 같은 이유를 밝히면서도,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2. 판결요지 공정거래법 제2조 제6호, 제29조 제1항 등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당해 상표 내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 할지라도, 시장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그 행위가 관련 상품시장에서의 상표 간 경쟁을 촉진하여 결과적으로 소비자후생을 증대하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관련시장에서 상표 간 경쟁이 활성화되어 있는지 여부, 그 행위로 인하여 유통업자들의 소비자에 대한 가격 이외의 서비스 경쟁이 촉진되는지 여부, 소비자의 상품 선택이 다양화되는지 여부, 신규사업자로 하여금 유통망을 원활히 확보함으로써 관련 상품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에 관한 증명책임은 관련 규정의 취지상 사업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평석 가.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한 외국의 규제 입장 (1) 미국의 경우 미국에서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한 규제는 수직적 합의에 따른 가격제한의 일종이므로 수평적 가격담합과 마찬가지로 셔먼법 제1조가 적용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11년 Dr. Miles Medical Co. v. John D. Park & Sons Co. 판결에서 당연위법의 원칙을 적용한 후 이를 유지하여 오다가, 2007년 6월 29일 Leegin 판결(Leegin Creative Leather Products, Inc. v. PSKS, Inc.)을 통하여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있었다고 하여 당연위법(per se illegal)의 법리에 따라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경쟁제한적 측면과 경쟁촉진적 측면의 비교형량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여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의 Leegin 판결이 선고된 직후 미국 내 여러 주에서는 위 판결을 비판하며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당연위법으로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하였고(멜린랜드주, 뉴욕주, 뉴저지주 등), 상원의회는 2007년 10월경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당연위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하였으며, 하원의회는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당연위법으로 규정하여 위 판결을 사실상 폐기하는 H. R. 3190 Discount Pricing Consumer Protection Act 2009 법안을 발의 하여 심사 중이다. 따라서 Leegin 판결 이후에도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 규제 방향은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2) EU의 경우 EU 경쟁위원회는 최저가격유지행위를 경성 제한행위로 분류하여 매우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Leegin 판결이 선고된 이후 2010년 4월에 제정되고 2010년 6월부터 적용하고 있는 'EU 위원회 규정 330/2010호(2010)' 및 '수직적 제한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2010)'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손금주·한상욱, 최저가격유지행위에 대한 합리성과 원칙 적용 가능성, 경쟁저널 2010년 7월호, 한국공정경쟁연합회, 35~37면). 나. 국내 학설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태도 현행법 해석상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도 합리성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본문이 '부당하게'나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위법성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어 미국 판례법상의 당연위법과 동일하게 취급될 수 있는 유일한 조항이라는 견해(임영철, 공정거래법, 법문사, 2007, 417면), ㈁법 제29조 제1항의 문리해석상 불공정거래행위와 같이 '부당성' 또는 경쟁제한성' 등을 별도의 성립요건으로 인정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견해(이호영, 독점규제법, 개정판, 홍문사, 2010, 417면), ㈂합리성 원칙에 따라 위법성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되,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부당하지 않다는 것 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당해 행위를 한 사업자의 몫이라는 견해(정호열, 경제법, 제2판, 박영사, 2008, 437, 438면) 등이 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 8. 12. 개정된 공정거래위원회 예규 제68호인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심사지침'에서 "최저가격유지행위에 해당되면 유통단계에서의 가격 경쟁을 제한하고 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므로 경쟁 제한성이나 불공정성에 대한 분석 없이 당연위법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 위 판결 선고 전의 하급심 판례 하급심 판례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0. 4. 21. 선고 2009누5482 한국캘러웨이골프 유한회사의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 사건에서,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본문은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있으면 경쟁제한성을 별도로 판단하지 않고 위법한 것으로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별도로 당해 행위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함이 없이 위법한 행위로 보아야 하고, 이에 대하여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부당하지 않다는 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주장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으며, 2010. 9. 16. 선고 2010누5433 코카콜라음료 주식회사의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 사건에서, "미 연방대법원의 '07년 Leegin 판결의 취지를 곧바로 받아들여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있어서 경쟁촉진효과 내지 소비자후생증대효과를 분석하고 이를 경쟁제한효과와 비교형량하여 그 위법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공정거래법 제29조 본문은 '부당하게'나 '정당한 이유 없이' 또는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등과 같은 위법성 요건을 따로 요구하지 있지 않은 점, 공정거래법 제29조 단서에서 최고가격유지행위의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를 입증하여 금지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다."라고 판시하여,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할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라. 판결에 대한 검토 공정거래법은 2001. 1. 16. 제6371호 공정거래법 법률개정을 통하여 최저가격유지행위를 최고가격유지행위와 명백하게 구별하여 규정하였다(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 공정거래법 제29조의 2001. 1. 16. 개정 전후 비교 개 정 전(이하 '개정법') 제29조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제한) ①상품을 생산 또는 판매하는 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현 행(이하 '현행법') 제29조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제한) ①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상품이나 용역을 일정한 가격 이상으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가격유지행위로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1.1.16.> 위 개정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경쟁촉진적 효과를 인정하여 이를 당연위법으로 다루었던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여 합리성의 법리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State Oil Co. v. Khan 판결 및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경쟁촉진적 개연성을 강조한 국내외 많은 이론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다(이호영, 같은 책, 411면 참조). 2001. 1. 16. 공정거래법 법률개정 당시 입법자는 그 당시까지 논의되던 최신의 학설과 외국 판례를 참조하여, '부당하게'나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어 미국 판례법상의 당연위법과 동일하게 해석될 여지가 많았던 공정거래법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구별하고,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여전히 이를 허용할 예외를 인정하지 않되,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하여는 사업자가 그 정당성을 입증하여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과 같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허용되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을 사업자가 지게 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입법자가 공정거래법 제29조를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써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달리 규율하였음에도, 법률 해석을 통하여 이러한 입법자의 의사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규율 차이가 법률 해석을 통하여 없어지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 이후 선고된 2010. 12. 23. 선고 2008두22815 판결에서도,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은 경쟁을 촉진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데에도 있고, 제29조 제1항이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도 사업자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거래가격을 미리 정하여 거래함으로써 유통단계에서의 가격경쟁을 제한하여 소비자후생을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데에 있다."는 내용을 추가로 밝히며,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비추어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도 허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이와 같은 해석이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있음을 더욱 명확하게 밝혔다. 공정거래법의 추상적인 입법목적 등을 통하여 경쟁제한성이 부정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점은, 기존에 계속적으로 이어지던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두11841 제주도 관광협회사건 판결 등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위 판결에 관한 자세한 비판에 대하여는 이봉의, 공정거래관련 주요 판례연구, 2006년 연구용역보고서, 공정거래위원회, 5~9면 참조). 그러나 이와 같이 추상적인 공정거래법의 목적조항 및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근거하여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규정 체제와 내용이 다른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도 합리성의 원칙을 적용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이끌어낸 것은, 입법론으로는 몰라도 공정거래법 제29조와 같은 규율형태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는 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미국에서도 Leegin 판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2011-04-04
박시준 변호사(정부법무공단)
회사분할시 과징금부과처분의 상대방과 원고적격
1. 사실관계 공정거래위원회는 A 주식회사(이하 'A')에 대하여 주식회사 B(이하 'B')에 대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위반을 이유로 2008.2.19.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C 주식회사(이하 '원고')는 A의 여수조선사업부를 분할하여 2008.1.11. 설립되었고, 2008.3.24. 이 사건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및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피고')는 정부법무공단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위 사건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하였고, 위 사건의 상고심인 대법원은 위 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였다(대법원 2009.3.12. 선고 2008두23092 판결). 2. 판결요지 [1] 회사가 분할된 경우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승계하는 것은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라 할 것인바,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사실행위만 존재할 뿐 그 과징금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에게 승계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원고가 A로부터 분할된 것은 아직 이 사건 처분이 내려지기 전이므로, 원고가 A로부터 승계할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고는, A와의 관계에서 이 사건 처분을 이행할 의무를 원고가 부담하고 있고, B가 A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원고가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등의 사정을 들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의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에게는 이 사건 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3.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자신이 A의 여수조선사업부의 사업에 관한 일체의 권리의무를 승계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의 실질적인 상대방으로서, A의 여수조선사업부의 사업과 관련하여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와 직접적인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주장함. 4. 평석 가. 회사분할 시 과징금부과처분의 상대방에 관한 판례의 입장 회사가 분할하는 경우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은 "회사가 분할하는 경우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승계하는 것은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라 할 것인바,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사실행위만 존재할 뿐 그 과징금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에게 승계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대법원 2007.11.29. 선고 2006두18928 판결), '과징금부과처분의 상대방은 분할계획서 또는 분할합병 계약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취지의 서울고등법원 2006.10.26. 선고 2006누3454 판결을 파기하였다. 이후에도 대법원 2009.6.25. 선고 2008두17035 판결을 통하여 같은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참고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회사인 사업자가 분할 또는 분할합병되는 경우 그 과징금은 ① 분할되는 회사, ②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 ③ 분할되는 회사의 일부가 다른 회사와 합병하여 그 다른 회사가 존속하는 경우의 그 다른 회사가 연대하여 납부할 책임을 지며(제55조의5 제1항), 과징금을 부과받은 회사인 사업자가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해산되는 경우 그 과징금은 ①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 ② 분할되는 회사의 일부가 다른 회사와 합병하여 그 다른 회사가 존속하는 경우의 그 다른 회사가 연대하여 납부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제55조의5 제2항), 회사가 분할 후에 과징금부과처분이 있는 경우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하도급법과 마찬가지로 이에 관한 판단은 판례 등의 입장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 나. 신설회사가 과징금납부의무를 승계하는지 여부 상법은 회사 분할 시에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는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의무를 분할계획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서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제530조의10), 회사분할로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승계하는 권리·의무는 회사분할 당시 성립해 있는 권리·의무에 한정된다. 원고가 2008.1.11. 회사분할로 설립될 당시에는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이므로 하도급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행위만 존재할 뿐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인 A에 승계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도 성립하기 전이다. 따라서 신설회사인 원고에게도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승계하여 책임질 어떠한 의무도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신설회사에게 존속회사에 대한 과징금부과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되는지 여부 행정처분의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도 당해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으나, 이 경우 법률상의 이익이란 근거 법률에 의하여 직접 보호되는 구체적인 이익을 말하므로, 제3자가 단지 간접적이 사실상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없다(대법원 2002.8. 23. 선고 2002추61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자신이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인 소외 A의 여수 조선사업부에 관한 일체의 권리·의무를 분할하여 2008.1.11. 설립된 회사로서, 상법 제530조의10에 따라 위 A의 여수 조선사업부의 사업에 관한 모든 권리·의무를 승계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앞서 검토한 것과 같이 원고가 A로부터 분할된 것은 아직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이므로, 원고가 A로부터 승계할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설령 원고가 A와의 관계에서 이 사건 처분을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B가 A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원고가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하여도 이는 사실상의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며,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 즉 분할 전 회사인 A에 대하여 승계하여 책임질 어떠한 의무도 없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으므로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라. 결론 대상판결에 적극 찬성한다. 대상판결은 회사가 분할하는 경우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7.11.29. 선고 2006두18928 판결 이후에, 이러한 이유에서 과징금부과처분이 회사분할 후의 존속회사에 대하여 이루어졌다면 신설회사는 존속회사에 대한 과징금부과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되는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본다.
2010-11-15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영업권 양도와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문제
1. 서론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간에 영업권을 양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영업권의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당사자 간에 합의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그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 조사 결과 그 가격이 과세관청이 계산한 것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으면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매입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한 경우”(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은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법인세를 추징한다. 한편 영업권 양도거래는 시가로 인정할 만한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자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법인세법시행령 제89조 제1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과세관청과 사이에 마찰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이다. 대상판결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거래 당시에도 순손실이 나는 기업의 영업권 평가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서 선례적 가치가 있다. 2.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언론사가 계열사로부터 잡지사의 영업권을 9억원에 양수한 계약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잡지는 10여년 전에 창간된 이래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고 유효 독자비율이 80%에 이르러 다른 주간지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② 원고가 영업권을 인수한 이후 계속하여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③ 영업권 평가를 내부손익자료에 기초한 관리회계방식에 따랐다고 하여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④ 만일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만을 기준으로 청산대금을 산정했더라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계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⑤ 법원이 시행한 감정결과상 감정가액도 이 사건 거래가액을 상회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상표권이 포함된 이 사건 영업권의 가치를 9억원으로 산정하여 인수한 것은 고가매입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영업권 평가액이 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거래대상이 경제주간지로서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는 경쟁력 있는 영업권이라는 특수성, 거래시 회사내부손익자료를 바탕으로 영업권 가액을 산정한 경위, 영업권 인수 이후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실제 영업실적, 재판과정에서 의뢰한 영업권에 대한 감정결과가 거래가액보다 높게 평가되는 점을 종합하여 영업권을 9억원으로 한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영업권의 의미와 평가방법 영업권은 “그 기업의 전통, 사회적 신용, 그 입지조건, 특수한 제조기술 또는 특수거래관계의 존재 등을 비롯하여 제조판매의 독점성 등으로 동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말한다”(대법원 1985. 4.23. 선고 84누281 판결 등). 따라서 영업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 거래도 빈번하다. 통상 영업권의 평가는 회계법인이 한다. 이 사건에서도 1심 법원의 감정촉탁에 따라 회계법인이 잡지사에 대한 영업권을 평가하였고, 그 결과 영업권 가액은 12억원이었다. 영업권 평가방법은 일반적으로 초과이익환원법과 현금흐름할인법이 많이 이용된다. 초과이익환원법은 장래의 초과이익을 자본화한 현재가치로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고,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의 장래 영업활동에 의한 추정현금흐름을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현재가치로 전체 기업가치를 산정한 다음 여기에서 당해 기업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차감하여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 사건에서는 초과이익환원법이 적용되었다. 즉 영업권의 가치=[예상평균순이익-(순자산×정상이익률)]÷초과이익환원율의 공식이다. 판례도 초과이익환원법 적용이 적법하다는 전제하에,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합병하여 그 영업상 기능 내지 특성을 흡수함으로써 합병 전의 통상수익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갖게 된다면 합병 후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는 피흡수회사의 무형적 가치는 영업권이라 보아 무방하다”(대법원 1986. 2.11. 선고 85누592 판결)고 함으로써 영업권 평가시점 이후에 발생할 수익을 초과수익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법리와 실무 부당행위계산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 있어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인세법시행령에서 정한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과세권자가 이를 부인하고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거래형식을 취함으로 인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될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인데, 판례는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비특수관계자 간의 거래가격, 거래 당시의 특별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12.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고, 실제 소송에서는 구체적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해명과 그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이 교차된다. 다.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의 처리 특수관계자 간에 거래가 발생하였으나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법인세법령상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한 가액에 의하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에는 상증세법에 의한 평가가액에 의한다. 과세관청은 거래가액을 감정가액이나 평가가액과 비교하여 차이가 발생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령에서 시가를 산정하는 방법을 규정한다고 하여 이를 부당행위계산부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바, 이에 대한 판단 없이 평가가액과 거래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둔 취지와 맞지 않고 확립된 판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이러한 논리는 시가는 어떤 특정한 절대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과세처분 당시에는 감정가액이 존재하지 않았고 상증세법으로 영업권을 평가하면 0원으로 평가되는데 당사자들이 영업권을 9억원으로 평가하여 거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과세관청은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당기 순손실이 수년간 발생하고 있었고,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으나 이러한 판단은 영업권의 특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즉 과세관청으로서는 이 사건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영업권 인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인 검토를 했어야 했음에도 평가시점을 기준으로 한 검토에 그친 잘못이 있다. 라. 당기순손실 발생과 영업권 가치 영업권의 본질이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면 점을 고려하면 수년간 당기순손실을 본다고 하여 곧바로 영업권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회사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특정기간에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장래 그 회사의 전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나타난 결과만으로 영업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영업권의 특성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영업권을 평가해야 할 것이고 거래 이후 실제로 발생한 영업실적도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외부 감정기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지 상증법상의 평가가액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바로 과세할 것은 아니다. 마. 다른 법령에 대한 종합적 고려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조세법적인 측면 이외에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의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특정한 거래를 하면 그 거래효과는 특정한 법률이나 특정한 정부기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이 고가매입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기관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국가기관간에 특정 기관의 평가가액을 다른 기관이 존중해 준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이상 거래가액 산정에 대한 위험을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대상판결도 과세관청 주장대로 거래하였더라면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특수관계자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잡지사를 영업권 0원으로 양수하는 경우에 거래의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당해 거래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지 못하고 과세처분이라는 일면에서 본 잘못이 있다. 바. 소송시 유의점 처분 당시에는 시가로 볼 만한 거래가액이나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라도 소송과정에서 이러한 가격을 찾을 수 있다. 판례는 소송 중에 소급 감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감정신청을 통하여 새로운 가액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감정신청을 할 경우에는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주장하여 이를 감정결과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최근 판례를 소개한다.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 과세관청이 시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평가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시가가 입증된 때에는, 그 시가에 의한 정당한 세액을 산출한 다음 과세처분의 세액이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여기에서 시가라 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도 시가로 볼 수 있고, 그 가액이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08. 2.1. 선고 2004두1834 판결). 4. 결론 대상판결은 영업권이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는 성질을 고려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이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는 거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이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판결의 이유와 결론에 모두 찬성한다. 법치주의 확립 및 납세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판결이라 생각한다.
200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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