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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경고'의 법적 근거와 처분성 여부
1. 서론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8다46587 판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행위를 이유로 내린 경고조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것으로서 이를 제24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이래, 서울고등법원 등 다수의 하급심 또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 또는 독점규제법 등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 '경고'의 처분성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표시광고법상의 '경고'가 표시광고법 제7조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아래에서는 대상 판결이 대법원의 과거 판결과 다소 모순되는 듯한 판결을 한 이유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참고로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는 독점규제법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으로 규제되다가, 1999년 표시광고법이 제정되면서(시행 1999. 7. 1.) 독점규제법상의 불공정거래행위로부터 분리·독립되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표시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결은 당해 표시·광고의 위법을 확인하되 구체적인 조치까지는 명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사업자가 장래 다시 표시광고법 위반행위를 할 경우 과징금 부과 여부나 그 정도에 영향을 주는 고려사항이 되어 사업자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표시광고법 제7조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란 '당해 위반행위의 중지 명령' 등 제1호에서 제3호까지 규정한 시정조치 외에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제반조치를 말하는 것이고,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 여부나 그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고처분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3. 평석 가. 사실 관계 원고들은 고양시 식사동에 분양하는 아파트 주변에 경전철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는 내용의 허위·과장광고를 하였음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의결'을 통지받았다. 원고들은 이 사건 '경고의결'이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정처분임에도 법률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 등을 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공정거래위원회 '경고'의 법적 근거 및 처분성 여부에 관한 여러 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 법적 근거 및 처분성에 관하여는, 여러 견해가 종래 법원 판결 및 당사자의 주장을 통하여 다양하게 제시되었는데, 이를 이해의 편의를 위해 단순화 하여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표시광고법 제7조 등에 다른 '시정조치'로 보지 않고, 처분성도 부정하는 견해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8다46587 판결은 "경고조치는 독점규제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것으로서 이를 독점규제법 제24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1999년 표시광고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하급심 법원에서 계속 확인되었는데, 서울고등법원 2002. 12. 3. 선고 2002누433 판결은 "이 사건 경고는 표시광고법 및 위 법이 준용하고 있는 독점규제법에 정하여진 피고의 처분의 종류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표시광고법 제16조 제1항이 준용하고 있는 독점규제법 제55조의 2를 근거로 법 규정에 위반하는 사건의 처리절차 등에 대하여 피고가 정하여 고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이하 '사건절차규칙') 제50조에 의한 의결의 일종에 불과하며, 그로 인하여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며, 서울고등법원 2001. 8. 23. 선고 2001누3732 판결과 서울고등법원 2006. 10. 12. 선고 2005누27668 판결도 같은 취지의 입장이었다. (2) 시정조치로 보지 않으면서도, 처분성을 긍정하는 견해 대상 판결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11. 1. 12. 선고 2010누17344 판결은, 이 사건 경고를 표시광고법 제16조 제1항이 준용하고 있는 독점규제법 제55조의 2를 근거로 법 규정에 위반하는 사건의 처리절차 등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사건절차규칙 제50조에 의한 의결이라고 보면서도, 경고를 받은 전력이 과징금 부과에 있어서 참작사유가 되는 법률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았다. (3) 시정조치로 보지 않고, 처분성을 긍정하면서, 법률유보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는 견해 원고들이 상고이유서 등에서 주장한 내용으로, 이 사건 경고는 사업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인데, 경고의결의 근거가 되는 사건절차규칙 제50조는 위임의 법률상 근거가 없으므로 법률유보 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4) 시정조치로 보면서, 처분성을 긍정하는 견해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두4930 판결, 즉 대상 판결의 입장이다. 다. 대상 판결의 타당성 검토 (1) '경고의결'의 행정처분성 여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이하 '과징금 고시') Ⅱ. 13.은 과징금 부과여부 및 과징금 가중기준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벌점' 산정에서 사건절차규칙 제50조에 의한 '경고'를 0.5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징금 고시는 2008. 11. 10. 이전까지는 경고의 경우 벌점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았으나, 2008. 11. 10.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8-18호로 개정된 과징금 고시에서 현재와 같이 벌점 규정이 신설되었다. 대법원은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 판결 등 다수). 따라서 2008. 11. 10. 과징금 고시가 개정되어 현재와 같이 경고에 벌점 규정이 신설된 이상, 경고를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대상 판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결'을 행정처분으로 본 것은 합당하다. 참고로 표시광고법 시행령 제15조 제3항은 "이 영에 규정된 사항 외에 과징금의 부과에 관하여 필요한 세부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한다"고 하여 과징금 고시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고,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61조 제3항도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2) '경고의결'의 법적 근거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결'을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으로 보는 이상, 당해 표시·광고의 위법성을 확인하되 구체적인 조치까지는 명하지 아니하는 '경고의결'을 표시광고법 제7조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 또는 독점규제법 제24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 해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이유는 없다고 판단된다. 원고는 상고이유서에서 표시광고법 제7조 제2항은 제1항 제2호 및 제3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음에도, 제4호에 대하여는 이러한 위임 규정이 없고,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에 '경고'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예측가능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개별사건의 특수성에 따라 위반행위의 시정 또는 그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이고 적절한 시정조치의 내용을 결정할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란 '당해 위반행위의 중지 명령' 등 제1호에서 제3호까지 규정한 시정조치 외에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제반조치를 말하는 것이고,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 여부나 그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고처분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상 판결 내용은 타당하다. 참고로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두1983 판결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남용행위에 관한 구체적 판단기준을 정한 시행령 등이 제정되지 않은 사안에서, 위 규정이 헌법상 법치주의원리에서 파생되는 명확성 원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4. 결론 대상 판결은 논란이 되어 왔던 공정거래위원회가 행하는 '경고'의 법적 근거와 행정처분성 여부에 관한 판단을 명백히 한 것으로, '경고'를 받은 경우 과징금 부과여부 및 과징금 가중기준 등의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벌점이 부여되도록 개정된 과징금 고시 내용을 반영한 타당한 판단으로 보인다.
2014-05-19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 판단기준
1. 들어가는 말 얼마 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 중 하나인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판결은 현저한 규모에 의한 지원행위인 소위 '물량 몰아주기'의 부당성을 최초로 인정한 고등법원판결로서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기대되었으나, 그 선고 이틀 전에 원고들이 상고를 취하함으로써 대법원은 피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상고이유에 대하여만 판단하고 달리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이하에서는 원심판결의 내용을 통해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 판단기준을 검토하고, 원심판결 및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사건의 경위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피고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피고 공정위는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한 A, B, C, D, E(이하 "원고들")에 대하여, ① A가 재료비 인상을 이유로 C 회사의 부품 가격을 인상하여 지급한 행위 등 및 ② A, B가 E의 경쟁사 甲, 乙이 판매하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E의 자동차용 강판을 구매한 행위, ③ 사업능력이 검증되기 이전인 D의 설립 초기부터 A, B, C, E가 D에 자신들의 운송 물량을 대부분 몰아준 행위가 각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에 대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부과하였다. 특히, 피고 공정위는 위 ③번 행위에 의한 거래가 (i) D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에 비추어 "현저한 규모의 거래"이고, (ii) 해당 거래에 따른 D의 매출총이익률 등에 비추어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의한 거래"이며, (iii) 비경쟁적 방식에 의한 현저한 규모의 물량수주 등에 비추어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행위"라고 판단하여 이를 공정거래법상의 지원행위라고 판단하였고, (iv) 이로 인하여 D가 화물운송주선업 시장에서 유력한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획득·유지한 반면, 지원주체의 경쟁력 저하, 화물운송주선업 시장의 신규진입 저해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해당 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09. 8. 19. 선고 2007누30903 판결)의 요지 원심은 위 각 행위 중 ②번 행위에 대하여, 일관제철소로서 자동차용 강판의 생산원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 甲 및 甲으로부터 자동차용 강판의 원자재인 열연코일 등을 50% 이상 조달하여 생산하는 乙의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볼 수 없으므로 E가 생산한 자동차용 강판 가격이 정상가격의 범주를 벗어난 것인지 판단할 수 없고, 따라서 A, B가 甲, 乙이 판매하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E의 자동차용 강판을 구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E에 대한 지원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심판결은 위 ②번 행위에 대하여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였고, 그 외의 행위들에 대하여는 대부분 공정위의 처분 내용을 수용하여 공정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다.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09두15494 판결)의 선고 경위 및 요지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해 원고들 및 피고 공정위는 각각 상고하였는데, 특히 원고들은 상고이유서에 이어 8차에 걸친 상고이유보충서까지 제출하며 원심판결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다투었다. 그러나 판결 선고 이틀 전에 원고들이 돌연 상고를 취하하여 대법원은 원고들 주장에 대한 판단을 모두 배제한 채 피고 공정위의 주장에 대하여만 판단하였고, 피고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하며 위 ②번 행위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3. 원심판결 및 대법원 판결에 대한 소고 가. 원심판결을 통해 살펴본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 판단기준 (1) 물량 몰아주기는 지원주체인 사업자가 현저한 규모로 사업물량을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지원객체인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 1의2] 10.항).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하여 거래비용을 내부화하고, 수급상황의 안정성을 제고함으로써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회사를 신설하거나 인적 자원을 재분배하는 등으로 각 계열회사에 산재되어 있던 공통 업무를 집중할 유인이 존재한다. 반면에, 이러한 거래물량의 집중은 기업집단 내의 부실기업을 지원하거나, 지원객체 기업의 지분을 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소유한 뒤 해당 기업의 가치를 증가시킴으로써 편법적으로 재산상속 내지 경영승계를 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도 있다. (2) 그런데 기업집단의 거래물량이 집중되더라도 그 거래조건이 합리적으로 설정되어 있어 지원주체 기업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거나 지원객체 기업이 속한 시장의 경쟁상황을 왜곡하지 않는 경우, 이로 인한 경쟁법적 관점 외의 효과에 대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유로 도덕적 비난을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를 일률적으로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중 하나인 부당지원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존에 대법원은 H투자신탁이 특정 펀드를 운용하면서 계열회사인 H투자신탁증권에 상당 규모의 대출을 해 준 사안에서 "현저한 규모의 거래라 하여 바로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현저한 규모의 거래로 인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 여부는 지원성 거래규모 및 급부와 반대급부의 차이,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지원기간, 지원횟수, 지원시기, 지원행위 당시 지원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 대출 규모가 현저한 규모의 거래로서 H투자신탁증권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준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는 아니하나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이를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부당지원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4두7610 판결), 동일한 취지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공정위는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③번 행위에 대한 지원행위 성립요건을 현저한 규모, 상당히 유리한 조건, 과다한 이익 제공으로 나누어 판단하였는데, 원심판결은 "현저한 규모의 거래를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행위"를 공정거래법상의 지원행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은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의한 거래'를 위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하고 있는 '과다한 경제상 이익의 제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서, 물량 몰아주기의 경우 해당 거래에 '현저한 규모 +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 인정되면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지원행위의 성립요건인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로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물량 몰아주기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불균형을 반드시 전제하는 것이 아니고, 거래비용의 내부화를 통한 부의 창출은 이익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의 생리상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거래규모 이외에 거래조건 등을 고려하여 ③번 행위가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행위"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3) 한편, 원심에서 A, B, C, E는 위 ③번 행위의 부당성이 없다는 그 근거 중 하나로 '해당 거래로 인한 기업집단의 경제적 이익'을 주장하였는데, 원심판결은 "지원행위에 단순한 사업경영상의 필요 또는 거래상의 합리성 내지 필요성이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부당지원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부당성 및 공정거래저해성이 부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1두2935 판결 등)의 법리를 제시하며 원고들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런데 물량 몰아주기가 공정거래법상의 지원행위인지 판단하기 위하여는 거래규모 이외에 거래조건 등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사업경영상의 필요나 거래상의 합리성 내지 필요성만을 이유로 해당 행위의 부당성 및 공정거래저해성을 부정하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량 몰아주기가 지원행위로 판단된다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의 제공으로 인해 지원객체가 속한 시장의 경쟁질서를 왜곡하는 결과가 발생하고, 이는 다른 일반적인 부당지원행위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원심판결은 새로운 법리를 통해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 내에서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인 것이다. 나. 대법원 판결의 의의 원고들의 상고 취하로 인하여 대법원은 피고 공정위의 상고에 대하여만 판단하였는바, 해당 판결은 ②번 행위와 관련하여 부당지원행위의 판단 기준 및 급부와 반대급부가 현저히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정상가격'의 의미에 대한 기존 판례의 법리를 확인하고, 행위 당시의 특수한 시장상황에 비추어 지원객체의 경쟁사업자가 판매하는 제품 가격이 지원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정상가격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있음을 제시한 사례로의 의미만을 가지게 되었다. 다만, 원고들의 상고 취하로 인하여 ③번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고, 이로 인하여 원심판결은 향후 공정위가 물량 몰아주기를 부당지원행위로 규제함에 있어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4. 맺음말 최근 공정위는 물량 몰아주기에 의한 부당지원행위에 대하여 법 집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그 규제에 대하여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나, 물량 몰아주기의 위법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이에 원심판결은 당분간 물량 몰아주기의 지원행위 여부 및 그 위법성을 판단하는 일단의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바, 그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확인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2013-01-10
인터넷 쇼핑몰사업자의 배타 조건부 거래행위에 대한 경쟁법적 평가
I. 서론: 사건의 개요 및 문제의 제기 경쟁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경쟁적 시장'이란, 기업이 가격, 품질, 혁신성 면에서 우월한 상품이나 용역을 생산하면 이에 따라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살아 있는 시장이다. 그런데, 현실의 시장에서 무엇이 경쟁적 시장의 모습이고, 무엇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인가에 대한 해답은 반드시 간단하게 도출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개별 사안마다 시장의 구체적 모습을 살펴 추상적인 '경쟁'의 원리가 해당 상황에서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별도의 고려를 요한다. 대법원 2011.6.10 선고 2008두16322 판결(이하 '본 건 판결')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시장도 그 독특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를 요하는 시장의 하나이다. 이 사건 원고인 'G마켓'은 인터넷 쇼핑몰의 일종인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사업자로서, 자신의 경쟁사업자인 '엠플온라인'과 거래하고 있던 7개 판매자들(이하 '7개 사업자들')에게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였고, 이에 불응하면 원고의 메인 화면에 노출된 상품을 모두 빼버리겠다고 위협하였다(이하 '본 건 행위'). 이에 대해 피고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원고의 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는 행위로서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금지 조항에 위반한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부과하였다. 이 처분을 다툰 원심에서, 법원은 시정명령의 적법성은 긍정하고 과징금 산정에 대해서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관련시장에서 원고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지위는 인정되지만, 본 건 행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 일종인 '배타조건부 거래'로서의 '부당성'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남용행위 해당성을 전제로 한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필자는 대법원이 원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함에 있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독특한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부당성 판단 부분에 있어서는 대법원이 일관되게 적용해 온 기준인,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인가의 판단에 있어, 경쟁자의 '퇴출'을 실제로 야기하였는지에 주목하여 판단함으로써 법리 적용에 혼선을 야기하였다고 생각한다. II. 쟁점별 논의 1.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 (1) 본 건 시장의 구조 및 특성 본 건 행위는, G마켓과 7개 사업자간에 일어났다. 이들 7개 사업자는 온라인상에서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려는 업체들로서 G마켓으로부터 그의 쇼핑몰에 상품을 노출시켜 주는 서비스를 공급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G마켓에게 일정 수수료를 지급한다. 즉, 이들 간에는 '입점서비스'의 공급자 및 수요자로서 하나의 시장이 형성된다(이하 '시장 A'). 그런데, 오픈마켓을 포함한 인터넷 쇼핑몰의 특징은, 위와 같은 입점업체와 쇼핑몰 운영자간에 형성되는 시장과 별도로, 쇼핑몰 운영자와 일반소비자(인터넷 쇼핑몰을 방문하여 상품의 구매를 하는 자)간에 별도의 시장이 형성되며(이하 '시장 B'), 시장 B에서의 거래양상이 시장 A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시장 B에서 일반소비자는 G마켓으로부터 다양한 상품 및 그 판매원에 대한 정보를 얻는 서비스를 공급받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G마켓에게 지급한다(수수료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 가격에 전가될 경우가 많을 것이다). 즉, 시장 B에서 일반소비자는 '정보서비스'의 수요자이고 G마켓은 이의 공급자이다. G마켓을 중심으로 양면에서 수요자의 위치에 있는 입점업체와 일반소비자들은 G마켓과 각각 별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G마켓이 제공하는 가격(수수료) 및 서비스의 질 이외에도 서로 상대방 집단의 크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은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가 얼마나 많이 G마켓에 모여드는지에 따라,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들은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이 얼마나 많이 G마켓에 모여드는지에 따라, G마켓을 자신의 공급자로서 선호하거나, 혹은 다른 공급자로 전환할 것을 고려하게 된다. 이러한 시장의 양면적 구조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이 2008.12.11 선고 2007두25183 판결에서 다룬 바가 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플랫폼사업자'라 칭하면서, 이 사업자를 중심으로 두 개의 시장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하나는 종합유선사업자와 TV 홈쇼핑 사업자간에 형성되는 프로그램 송출서비스시장(이하 '시장 C')이고, 다른 하나는 종합유선사업자와 유선방송 유료시청자 간에 형성되는 프로그램 송출시장(이하 '시장 D')이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종합유선사업자의 채널변경행위가 이루어진 시장(시장 C)을 관련시장으로 보았고, 이 관련시장은 시장 D와는 별개의 시장이며, 시장 D에서의 시장지배력이 바로 시장 C에서의 지배력으로 전이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위 판결에서 적용된 시장획정의 원리를 G마켓 사건에 적용하여 볼 때, 관련시장은 본 건 행위가 발생한 시장 A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시장 A는 시장 B와 별개이며 시장 B에서의 지배력이 바로 시장 A에서의 지배력으로 전이되는 것은 아니나, 시장 B에서 수요자 집단의 행위는 시장 A의 수요자 집단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2) 관련시장의 획정 그렇다면, 인터넷 쇼핑몰에의 입점서비스 공급시장인 시장 A는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 본 건 판결은, 거래형태, 입점조건, 구매자 인식 등을 기준으로 관련시장을 오픈마켓만으로 한정하였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에서는 오프라인에 비해 수요 및 공급대체성이 매우 커서 관련시장은 이보다 더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수요대체성에 대해 살펴보면,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 중 상당수는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구별하지 않고 가격이 낮은 곳이면 구매결정을 내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의 행태에 영향을 미쳐, 입점업체들은 오픈마켓이든 종합쇼핑몰이든 일반소비자가 방문하는 사이트를 구별하지 않고 입점서비스를 수요하게 된다. 실제로, 본 건 7개 사업자들 중 6개 업자가 오픈마켓 뿐 아니라 종합쇼핑몰에도 동시에 입점하여 있었다. 그리고, 시장 A의 공급대체성 측면을 보아도, 종합쇼핑몰을 운영하는 자가 오픈마켓으로 전업하는 것은 제도적으로나 초기 투자비용면에서 매우 용이하며,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겸영하는 업체들이 다수 있어 이들은 시장상황에 따라 오픈마켓 쪽 영업비중을 쉽게 늘릴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온라인 거래의 특성상 일반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가격을 비교하며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 등을 이동할 수 있고, 입점업체들도 입점장소를 이동하거나 복수 입점하는 것이 오프라인에 비해 매우 용이한 데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관련시장을 합리적으로 획정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설문조사 등을 통하여 수요 및 공급대체성에 대한 정확한 사실 판단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건 판결은, 제도적 여건의 차이를 근거로 다소 직관적으로 시장을 한정한 측면이 있다. 피고는 구매자 인식이 오픈마켓 이외의 시장에 대해 다르다고 주장하였으나, 일상생활에서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차별하지 않는 소비자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피고의 위 주장사실은 주장에 그칠 뿐 입증된 바 없다. (3) 시장지배적 지위의 인정 여부 설사 관련시장을 오픈마켓으로 한정하여 획정한다 하더라도, 원고가 이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장지배적 지위란 경쟁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고도 수요자를 잃지 않을 만한 능력(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지위를 말한다. 이러한 지위의 존부를 가리기 위하여서는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먼저 보고, 진입장벽 등 기타 시장상황을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본 건 시장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특정 오픈마켓 운영자의 현재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바로 시장지배력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즉, 시장 B의 일반소비자들은, 다양한 오픈마켓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 매우 흔하다. 같은 구매 기회에도 상품 종류별로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저렴한 가격을 찾아 서로 다른 오픈마켓을 초 단위로 이동하며 구매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러한 시장 B의 수요자들의 행태에 반응하여,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 역시 다수의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 건에서도 7개 사업자들은 모두 세 개 내지 다섯 개의 오픈마켓에 동시입점하였으며, 6개 사업자는 특히 제1위인 옥션에 동시에 입점하였었다. 이렇듯 수요자가 다수의 플랫폼사업자와 동시에 거래하는 상황에서는, 하나의 플랫폼사업자가 현재 시장점유율이 다소 높다 하더라도 이 사업자는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만일 시장지배력을 행사하여, 예컨대 가격을 높인다면 수요자들은 다른 플랫폼사업자에게로 거래처를 전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건 판결은 G마켓의 시장점유율이 2위인 점을 기초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 후 시장지배적 지위 존부의 판단에 이와 같은 시장의 사정을 반영하지 아니하였다. 적어도 다수 플랫폼사업자와의 동시거래성에 대한 심리를 하게 하였어야 한다고 본다. 그 외에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옥션의 견제 가능성도 고려되었어야 했다. 2. 부당성 판단 필자는 상술한 바와 같이 원고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인정 자체에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판시와 같이 이러한 지위가 인정된다고 전제하고, 이하에서 '부당성' 판단에 대해 논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거래의 부당성'에 대하여,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때, 그리고,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행위했을 때'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09.7.9. 선고 2007두22078). 여기서 '경쟁제한'의 의미는 같은 판결이 설시하는 바에 따르면,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강화하는 것,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는 것'이고, 공정거래법 제2조 제8의2호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의 정의에 따르면, '일정한 거래분야의 경쟁이 감소하여 특정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판단하건대, 본 건 행위는 만일 시장지배적 지위가 있는 자에 의해 행하여졌다면,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로서의 부당성 요건을 충족하기에 족하다고 생각한다. 원고의 본 건 행위로 인하여, 7개 사업자들은 원고의 경쟁사업자인 엠플온라인이 원고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각각 14일에서 7개월 보름에 걸 쳐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원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7개 업체들로서는 인지도가 높은 원고를 통하여 일반소비자에게 상품을 노출시킬 기회를 잃어 판매량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여 원고의 요구에 강한 불만을 가지면서도 원고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7개 사업자들은 본 건 관련시장에서 입점서비스의 '소비자'인데, 원고는 이들이 보다 유리한 가격을 포기하도록 요구하고(배타적 거래관계의 반대급부로 다른 이익을 제공한 정황도 없었음) 이를 관철시킨 것이다. 이는 명백히 소비자후생을 저해한 행위로서 판례가 정립한 기준인 경쟁제한의 '우려'를 넘어 경쟁제한의 효과 발생을 '완성'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본 건 판결은 행위 대상이 된 업체 수가 7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당성 부인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소수의 소비자에게 발생한 후생의 저하도 경쟁법의 보호대상이다. 더 나아가 본 건 행위가 관련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효과는 결코 7개 사업자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7개라는 수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면, 원고가 왜 경쟁법 위반의 시비가 일어날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에게 배타적 조건을 요구하였겠는가. 원고로서는 무수히 많은 입점업체에게 배타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거래비용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 원고가 (일반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소수의 우량 입점업체들로 하여금 경쟁자인 엠플온라인의 오픈마켓에 나타나지 않게 한다면, 엠플온라인은 일반소비자에게 인기 없는 사이트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무수한 비우량 입점업체들도 자연스럽게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감소 내지 중단해 가게 될 것이다. 즉, 7개 업체에 대한 배타적 거래의 결과가 시장 B와 시장 A의 수요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시장의 경쟁에 결정적 타격을 주게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엠플온라인은 원고의 본 건 행위가 있기 수 개월 전에 오픈마켓 운영시장에 진출하여, 저렴한 수수료(가격) 및 새로운 마케팅 전략(혁신) 등을 제시하며 단기간에 점유율 6위에 올랐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시장진입 초기에 일정한 크기의 수요자 집단을 거래처로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인 점(그래야 플랫폼사업자 반대 편의 다른 수요자 집단이 모여듦)을 고려한다면, 엠플온라인에게 있어 우량업체인 7개 사업자의 이탈은, 오픈마켓 운영자로서 시장에 확실히 발을 붙일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요소가 될 것이다. 판시는 또한 7개 사업자들이 실제 거래를 중단한 기간이 단기임을 부당성 부인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단기간이라 하더라도 소비자후생이 저해되고 시장질서가 인위적으로 교란되었다는 행위의 결과는 이미 '완성'된 것이다. 더구나 공정거래법 위반의 행위를 하던 사업자가 공정위의 조사 등의 상황을 맞아 법 위반 행위를 중단하는 경우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이 때 그로인해 법 위반 기간이 짧아졌다 하더라도 기존의 법 위반 사실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본 건 판결은, 부당성 인정을 위해서는 원심이, 본 건 행위가 엠플온라인의 퇴출 요인이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명백히 경쟁 보호의 의미를 오인한 것이다. 경쟁법이 경쟁자의 배제행위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경쟁자 자체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배제됨으로써 소비자의 후생이 저해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즉, 행위의 대상이 소비자에게 직접 가해진 것이든, 혹은 경쟁자에게 가해진 것이든 궁극적 관심사는 소비자의 후생이 감소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건과 같이 가격, 혁신, 다양성 면에서 소비자후생 저해의 결과가 뚜렷이 나타난 경우에는 경쟁제한성을 인정하기에 족하다. 그리고, '경쟁자 배제'의 의미도, 구체적 거래에서 경쟁자와의 거래가 봉쇄되어 소비자가 더 나은 거래의 기회를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경쟁자가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백 번 양보하여 그것이 퇴출을 의미한다 하더라도 판례가 정립해 온 기준은 퇴출을 발생시킨 현실적 인과관계의 존재가 아니라 그런 위험의 야기, 즉 발생의 '우려'이다. 부당성의 주관적 측면에 대해서는, 행위가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를 발생시킨 점과 원고에게 배타적 조건에 대한 반대급부의 지급이나 기타 효율성 증대를 꾀한 의도도 없었던 점으로 보아 경쟁제한의 목적이 있었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첫 번째 쟁점에 대한 본 고의 결론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에 대해 사실심리를 한 결과 만일 그 지위의 인정이 부인되는 경우라면, 본 건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 일종인 거래상지위의 남용으로서 의율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III. 결론 본 건 판결은 온라인 거래라는 독특한 시장환경 및 하나의 플랫폼사업자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두 개의 시장 수요의 상호의존성 등, 문제된 행위가 일어난 시장의 특성을 관련시장의 획정 및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 행위의 부당성 판단에 있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판결이다. 무엇보다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로서 배타조건부 거래의 부당성 판단에 있어 경쟁자 배제의 의미를 경쟁자 퇴출과 혼돈한 잘못이 있다. 이는 그간 판례가 정립해 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부당성에 관한 객관적인 요건인 '경쟁제한의 우려'의 의미에 대하여 혼란을 야기하고, 그 요건의 입증책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울 수 있는 것으로서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2-05-21
최저 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합리성의 원칙
1. 사실관계 제약회사인 원고는 도매상들과 도매거래약정을 하면서, 약정서에 원고가 생산하는 보험의약품을 보험약가로 출하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과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에 원고가 약정을 해지하고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두었으며, 실제 도매상들의 보험약가 준수 감시와 위반 시 거래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의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자 원고는 자신의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 경재제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아래 판결요지와 같은 이유를 밝히면서도,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2. 판결요지 공정거래법 제2조 제6호, 제29조 제1항 등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당해 상표 내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 할지라도, 시장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그 행위가 관련 상품시장에서의 상표 간 경쟁을 촉진하여 결과적으로 소비자후생을 증대하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관련시장에서 상표 간 경쟁이 활성화되어 있는지 여부, 그 행위로 인하여 유통업자들의 소비자에 대한 가격 이외의 서비스 경쟁이 촉진되는지 여부, 소비자의 상품 선택이 다양화되는지 여부, 신규사업자로 하여금 유통망을 원활히 확보함으로써 관련 상품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에 관한 증명책임은 관련 규정의 취지상 사업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평석 가.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한 외국의 규제 입장 (1) 미국의 경우 미국에서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한 규제는 수직적 합의에 따른 가격제한의 일종이므로 수평적 가격담합과 마찬가지로 셔먼법 제1조가 적용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11년 Dr. Miles Medical Co. v. John D. Park & Sons Co. 판결에서 당연위법의 원칙을 적용한 후 이를 유지하여 오다가, 2007년 6월 29일 Leegin 판결(Leegin Creative Leather Products, Inc. v. PSKS, Inc.)을 통하여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있었다고 하여 당연위법(per se illegal)의 법리에 따라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경쟁제한적 측면과 경쟁촉진적 측면의 비교형량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여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의 Leegin 판결이 선고된 직후 미국 내 여러 주에서는 위 판결을 비판하며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당연위법으로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하였고(멜린랜드주, 뉴욕주, 뉴저지주 등), 상원의회는 2007년 10월경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당연위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하였으며, 하원의회는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당연위법으로 규정하여 위 판결을 사실상 폐기하는 H. R. 3190 Discount Pricing Consumer Protection Act 2009 법안을 발의 하여 심사 중이다. 따라서 Leegin 판결 이후에도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 규제 방향은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2) EU의 경우 EU 경쟁위원회는 최저가격유지행위를 경성 제한행위로 분류하여 매우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Leegin 판결이 선고된 이후 2010년 4월에 제정되고 2010년 6월부터 적용하고 있는 'EU 위원회 규정 330/2010호(2010)' 및 '수직적 제한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2010)'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손금주·한상욱, 최저가격유지행위에 대한 합리성과 원칙 적용 가능성, 경쟁저널 2010년 7월호, 한국공정경쟁연합회, 35~37면). 나. 국내 학설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태도 현행법 해석상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도 합리성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본문이 '부당하게'나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위법성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어 미국 판례법상의 당연위법과 동일하게 취급될 수 있는 유일한 조항이라는 견해(임영철, 공정거래법, 법문사, 2007, 417면), ㈁법 제29조 제1항의 문리해석상 불공정거래행위와 같이 '부당성' 또는 경쟁제한성' 등을 별도의 성립요건으로 인정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견해(이호영, 독점규제법, 개정판, 홍문사, 2010, 417면), ㈂합리성 원칙에 따라 위법성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되,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부당하지 않다는 것 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당해 행위를 한 사업자의 몫이라는 견해(정호열, 경제법, 제2판, 박영사, 2008, 437, 438면) 등이 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 8. 12. 개정된 공정거래위원회 예규 제68호인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심사지침'에서 "최저가격유지행위에 해당되면 유통단계에서의 가격 경쟁을 제한하고 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므로 경쟁 제한성이나 불공정성에 대한 분석 없이 당연위법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 위 판결 선고 전의 하급심 판례 하급심 판례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0. 4. 21. 선고 2009누5482 한국캘러웨이골프 유한회사의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 사건에서,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본문은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있으면 경쟁제한성을 별도로 판단하지 않고 위법한 것으로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별도로 당해 행위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함이 없이 위법한 행위로 보아야 하고, 이에 대하여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부당하지 않다는 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주장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으며, 2010. 9. 16. 선고 2010누5433 코카콜라음료 주식회사의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 사건에서, "미 연방대법원의 '07년 Leegin 판결의 취지를 곧바로 받아들여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있어서 경쟁촉진효과 내지 소비자후생증대효과를 분석하고 이를 경쟁제한효과와 비교형량하여 그 위법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공정거래법 제29조 본문은 '부당하게'나 '정당한 이유 없이' 또는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등과 같은 위법성 요건을 따로 요구하지 있지 않은 점, 공정거래법 제29조 단서에서 최고가격유지행위의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를 입증하여 금지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다."라고 판시하여,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할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라. 판결에 대한 검토 공정거래법은 2001. 1. 16. 제6371호 공정거래법 법률개정을 통하여 최저가격유지행위를 최고가격유지행위와 명백하게 구별하여 규정하였다(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 공정거래법 제29조의 2001. 1. 16. 개정 전후 비교 개 정 전(이하 '개정법') 제29조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제한) ①상품을 생산 또는 판매하는 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현 행(이하 '현행법') 제29조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제한) ①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상품이나 용역을 일정한 가격 이상으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가격유지행위로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1.1.16.> 위 개정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경쟁촉진적 효과를 인정하여 이를 당연위법으로 다루었던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여 합리성의 법리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State Oil Co. v. Khan 판결 및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경쟁촉진적 개연성을 강조한 국내외 많은 이론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다(이호영, 같은 책, 411면 참조). 2001. 1. 16. 공정거래법 법률개정 당시 입법자는 그 당시까지 논의되던 최신의 학설과 외국 판례를 참조하여, '부당하게'나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어 미국 판례법상의 당연위법과 동일하게 해석될 여지가 많았던 공정거래법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구별하고,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여전히 이를 허용할 예외를 인정하지 않되,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하여는 사업자가 그 정당성을 입증하여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과 같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허용되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을 사업자가 지게 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입법자가 공정거래법 제29조를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써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달리 규율하였음에도, 법률 해석을 통하여 이러한 입법자의 의사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규율 차이가 법률 해석을 통하여 없어지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 이후 선고된 2010. 12. 23. 선고 2008두22815 판결에서도,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은 경쟁을 촉진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데에도 있고, 제29조 제1항이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도 사업자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거래가격을 미리 정하여 거래함으로써 유통단계에서의 가격경쟁을 제한하여 소비자후생을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데에 있다."는 내용을 추가로 밝히며,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비추어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도 허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이와 같은 해석이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있음을 더욱 명확하게 밝혔다. 공정거래법의 추상적인 입법목적 등을 통하여 경쟁제한성이 부정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점은, 기존에 계속적으로 이어지던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두11841 제주도 관광협회사건 판결 등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위 판결에 관한 자세한 비판에 대하여는 이봉의, 공정거래관련 주요 판례연구, 2006년 연구용역보고서, 공정거래위원회, 5~9면 참조). 그러나 이와 같이 추상적인 공정거래법의 목적조항 및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근거하여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규정 체제와 내용이 다른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도 합리성의 원칙을 적용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이끌어낸 것은, 입법론으로는 몰라도 공정거래법 제29조와 같은 규율형태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는 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미국에서도 Leegin 판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2011-04-04
회사분할시 과징금부과처분의 상대방과 원고적격
1. 사실관계 공정거래위원회는 A 주식회사(이하 'A')에 대하여 주식회사 B(이하 'B')에 대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위반을 이유로 2008.2.19.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C 주식회사(이하 '원고')는 A의 여수조선사업부를 분할하여 2008.1.11. 설립되었고, 2008.3.24. 이 사건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및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피고')는 정부법무공단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위 사건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하였고, 위 사건의 상고심인 대법원은 위 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였다(대법원 2009.3.12. 선고 2008두23092 판결). 2. 판결요지 [1] 회사가 분할된 경우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승계하는 것은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라 할 것인바,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사실행위만 존재할 뿐 그 과징금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에게 승계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원고가 A로부터 분할된 것은 아직 이 사건 처분이 내려지기 전이므로, 원고가 A로부터 승계할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고는, A와의 관계에서 이 사건 처분을 이행할 의무를 원고가 부담하고 있고, B가 A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원고가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등의 사정을 들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의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에게는 이 사건 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3.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자신이 A의 여수조선사업부의 사업에 관한 일체의 권리의무를 승계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의 실질적인 상대방으로서, A의 여수조선사업부의 사업과 관련하여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와 직접적인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주장함. 4. 평석 가. 회사분할 시 과징금부과처분의 상대방에 관한 판례의 입장 회사가 분할하는 경우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은 "회사가 분할하는 경우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승계하는 것은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라 할 것인바,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사실행위만 존재할 뿐 그 과징금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에게 승계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대법원 2007.11.29. 선고 2006두18928 판결), '과징금부과처분의 상대방은 분할계획서 또는 분할합병 계약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취지의 서울고등법원 2006.10.26. 선고 2006누3454 판결을 파기하였다. 이후에도 대법원 2009.6.25. 선고 2008두17035 판결을 통하여 같은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참고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회사인 사업자가 분할 또는 분할합병되는 경우 그 과징금은 ① 분할되는 회사, ②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 ③ 분할되는 회사의 일부가 다른 회사와 합병하여 그 다른 회사가 존속하는 경우의 그 다른 회사가 연대하여 납부할 책임을 지며(제55조의5 제1항), 과징금을 부과받은 회사인 사업자가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해산되는 경우 그 과징금은 ①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 ② 분할되는 회사의 일부가 다른 회사와 합병하여 그 다른 회사가 존속하는 경우의 그 다른 회사가 연대하여 납부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제55조의5 제2항), 회사가 분할 후에 과징금부과처분이 있는 경우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하도급법과 마찬가지로 이에 관한 판단은 판례 등의 입장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 나. 신설회사가 과징금납부의무를 승계하는지 여부 상법은 회사 분할 시에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는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의무를 분할계획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서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제530조의10), 회사분할로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승계하는 권리·의무는 회사분할 당시 성립해 있는 권리·의무에 한정된다. 원고가 2008.1.11. 회사분할로 설립될 당시에는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이므로 하도급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행위만 존재할 뿐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인 A에 승계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도 성립하기 전이다. 따라서 신설회사인 원고에게도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승계하여 책임질 어떠한 의무도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신설회사에게 존속회사에 대한 과징금부과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되는지 여부 행정처분의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도 당해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으나, 이 경우 법률상의 이익이란 근거 법률에 의하여 직접 보호되는 구체적인 이익을 말하므로, 제3자가 단지 간접적이 사실상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없다(대법원 2002.8. 23. 선고 2002추61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자신이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인 소외 A의 여수 조선사업부에 관한 일체의 권리·의무를 분할하여 2008.1.11. 설립된 회사로서, 상법 제530조의10에 따라 위 A의 여수 조선사업부의 사업에 관한 모든 권리·의무를 승계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앞서 검토한 것과 같이 원고가 A로부터 분할된 것은 아직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이므로, 원고가 A로부터 승계할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설령 원고가 A와의 관계에서 이 사건 처분을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B가 A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원고가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하여도 이는 사실상의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며,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 즉 분할 전 회사인 A에 대하여 승계하여 책임질 어떠한 의무도 없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으므로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라. 결론 대상판결에 적극 찬성한다. 대상판결은 회사가 분할하는 경우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7.11.29. 선고 2006두18928 판결 이후에, 이러한 이유에서 과징금부과처분이 회사분할 후의 존속회사에 대하여 이루어졌다면 신설회사는 존속회사에 대한 과징금부과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되는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본다.
2010-11-15
영업권 양도와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문제
1. 서론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간에 영업권을 양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영업권의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당사자 간에 합의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그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 조사 결과 그 가격이 과세관청이 계산한 것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으면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매입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한 경우”(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은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법인세를 추징한다. 한편 영업권 양도거래는 시가로 인정할 만한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자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법인세법시행령 제89조 제1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과세관청과 사이에 마찰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이다. 대상판결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거래 당시에도 순손실이 나는 기업의 영업권 평가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서 선례적 가치가 있다. 2.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언론사가 계열사로부터 잡지사의 영업권을 9억원에 양수한 계약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잡지는 10여년 전에 창간된 이래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고 유효 독자비율이 80%에 이르러 다른 주간지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② 원고가 영업권을 인수한 이후 계속하여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③ 영업권 평가를 내부손익자료에 기초한 관리회계방식에 따랐다고 하여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④ 만일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만을 기준으로 청산대금을 산정했더라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계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⑤ 법원이 시행한 감정결과상 감정가액도 이 사건 거래가액을 상회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상표권이 포함된 이 사건 영업권의 가치를 9억원으로 산정하여 인수한 것은 고가매입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영업권 평가액이 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거래대상이 경제주간지로서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는 경쟁력 있는 영업권이라는 특수성, 거래시 회사내부손익자료를 바탕으로 영업권 가액을 산정한 경위, 영업권 인수 이후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실제 영업실적, 재판과정에서 의뢰한 영업권에 대한 감정결과가 거래가액보다 높게 평가되는 점을 종합하여 영업권을 9억원으로 한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영업권의 의미와 평가방법 영업권은 “그 기업의 전통, 사회적 신용, 그 입지조건, 특수한 제조기술 또는 특수거래관계의 존재 등을 비롯하여 제조판매의 독점성 등으로 동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말한다”(대법원 1985. 4.23. 선고 84누281 판결 등). 따라서 영업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 거래도 빈번하다. 통상 영업권의 평가는 회계법인이 한다. 이 사건에서도 1심 법원의 감정촉탁에 따라 회계법인이 잡지사에 대한 영업권을 평가하였고, 그 결과 영업권 가액은 12억원이었다. 영업권 평가방법은 일반적으로 초과이익환원법과 현금흐름할인법이 많이 이용된다. 초과이익환원법은 장래의 초과이익을 자본화한 현재가치로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고,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의 장래 영업활동에 의한 추정현금흐름을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현재가치로 전체 기업가치를 산정한 다음 여기에서 당해 기업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차감하여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 사건에서는 초과이익환원법이 적용되었다. 즉 영업권의 가치=[예상평균순이익-(순자산×정상이익률)]÷초과이익환원율의 공식이다. 판례도 초과이익환원법 적용이 적법하다는 전제하에,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합병하여 그 영업상 기능 내지 특성을 흡수함으로써 합병 전의 통상수익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갖게 된다면 합병 후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는 피흡수회사의 무형적 가치는 영업권이라 보아 무방하다”(대법원 1986. 2.11. 선고 85누592 판결)고 함으로써 영업권 평가시점 이후에 발생할 수익을 초과수익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법리와 실무 부당행위계산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 있어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인세법시행령에서 정한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과세권자가 이를 부인하고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거래형식을 취함으로 인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될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인데, 판례는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비특수관계자 간의 거래가격, 거래 당시의 특별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12.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고, 실제 소송에서는 구체적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해명과 그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이 교차된다. 다.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의 처리 특수관계자 간에 거래가 발생하였으나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법인세법령상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한 가액에 의하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에는 상증세법에 의한 평가가액에 의한다. 과세관청은 거래가액을 감정가액이나 평가가액과 비교하여 차이가 발생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령에서 시가를 산정하는 방법을 규정한다고 하여 이를 부당행위계산부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바, 이에 대한 판단 없이 평가가액과 거래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둔 취지와 맞지 않고 확립된 판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이러한 논리는 시가는 어떤 특정한 절대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과세처분 당시에는 감정가액이 존재하지 않았고 상증세법으로 영업권을 평가하면 0원으로 평가되는데 당사자들이 영업권을 9억원으로 평가하여 거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과세관청은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당기 순손실이 수년간 발생하고 있었고,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으나 이러한 판단은 영업권의 특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즉 과세관청으로서는 이 사건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영업권 인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인 검토를 했어야 했음에도 평가시점을 기준으로 한 검토에 그친 잘못이 있다. 라. 당기순손실 발생과 영업권 가치 영업권의 본질이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면 점을 고려하면 수년간 당기순손실을 본다고 하여 곧바로 영업권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회사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특정기간에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장래 그 회사의 전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나타난 결과만으로 영업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영업권의 특성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영업권을 평가해야 할 것이고 거래 이후 실제로 발생한 영업실적도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외부 감정기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지 상증법상의 평가가액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바로 과세할 것은 아니다. 마. 다른 법령에 대한 종합적 고려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조세법적인 측면 이외에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의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특정한 거래를 하면 그 거래효과는 특정한 법률이나 특정한 정부기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이 고가매입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기관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국가기관간에 특정 기관의 평가가액을 다른 기관이 존중해 준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이상 거래가액 산정에 대한 위험을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대상판결도 과세관청 주장대로 거래하였더라면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특수관계자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잡지사를 영업권 0원으로 양수하는 경우에 거래의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당해 거래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지 못하고 과세처분이라는 일면에서 본 잘못이 있다. 바. 소송시 유의점 처분 당시에는 시가로 볼 만한 거래가액이나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라도 소송과정에서 이러한 가격을 찾을 수 있다. 판례는 소송 중에 소급 감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감정신청을 통하여 새로운 가액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감정신청을 할 경우에는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주장하여 이를 감정결과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최근 판례를 소개한다.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 과세관청이 시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평가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시가가 입증된 때에는, 그 시가에 의한 정당한 세액을 산출한 다음 과세처분의 세액이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여기에서 시가라 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도 시가로 볼 수 있고, 그 가액이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08. 2.1. 선고 2004두1834 판결). 4. 결론 대상판결은 영업권이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는 성질을 고려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이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는 거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이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판결의 이유와 결론에 모두 찬성한다. 법치주의 확립 및 납세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판결이라 생각한다.
2009-11-02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에 있어서 관련시장 획정과 부당성
Ⅰ. 서론 대법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주)티000 강서방송(‘원고’)의 홈쇼핑사업자에 대한 불이익 제공 사건에 대하여 원고가 관련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고, 이 사건 불이익제공 행위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 부당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 취지의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본건 판결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2007. 11.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포스코 판결’) 이후 두 번째로 대법원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부당성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였다. 다음으로, 관련시장의 획정 및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 판단에서 대법원이 처분청인 공정거래위원회(‘피고’)나 원심과 다른 판단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본건 판결에서 ‘시장지배력의 전이’문제를 간단하게나마 다루고 있는데, 그동안 실무나 학계의 입장에서 궁금히 여겨오던 부분에 대한 최초의 법원 판시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Ⅱ.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정통부장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고, A 홈쇼핑은 종합유선방송의 특정채널을 통해 시청가구에게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화로 주문을 받아 제품을 판매하는 TV 홈쇼핑 사업자이다. 원고는 A 홈쇼핑과 특정 채널에 대하여 송출수수료를 지급받고 프로그램을 송출해주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하던 중 동일구역 사업자간 헤드엔드 통합으로 채널을 조정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그러자 원고는 A 홈쇼핑과 채널변경을 위한 협상을 전개하면서 송출수수료 인상을 요구하였으나 A 홈쇼핑이 응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는 기존의 8번 또는 15번 채널을 18번 채널로 변경하여 배정하였다. 2. 피고 처분의 요지 피고는 관련 상품시장을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프로그램 송출시장으로, 관련 지리적 시장은 개별 방송구역으로 획정한 다음원고의 시장점유율이 법 제4조 소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을 충족하고 위 채널변경행위는 법 제3조의 2 제1항 제3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명령, 통지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였다. 여기에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피고는 관련 상품시장을 ‘프로그램 송출 시장’이라고 하면서 ‘프로그램 공급시장은 프로그램 제작 및 공급, 사용료 수입 등이, 프로그램 송출 시장은 채널편성 및 프로그램 송출, 송출수수료 및 수신료 수입 등이 주요 거래내용으로서 양자가 별도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획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관련시장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적인 프로그램 공급자(‘PP’)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하고 프로그램을 공급받는 시장(‘프로그램 공급시장’), 홈쇼핑사업자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부터 프로그램 송출이라는 서비스를 구입하는 시장(‘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가입가구 간에 시청료를 지급하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장{‘(좁은 의미의) 프로그램 송출 시장’}으로 세분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의결서에 표시한 ‘프로그램 송출시장’이라는 개념은 과연 위와 같이 세분한 3개 유형의 시장 중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3. 원심 및 대법원의 판단 요지 원심은 피고의 위와 같은 관련시장 획정 및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의 인정이 일응 적법하다고 보았다. 다만 유료방송시장의 거래구조에 있어서 홈쇼핑 사업자와 원고 사이에는 프로그램 송출시장과 별개의 시장(전국을 지역적 범위로 함)이 형성되는데, 송출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에서도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이 경우 현행법의 해석상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이 지배하는 시장뿐만 아니라 그 이전 또는 다음 단계의 인접시장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전이하여 그 시장에서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경우도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본건의 경우 원고가 인접시장인 송출서비스 시장에서 지배력을 전이하여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였다면 그 지위의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게 된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강서구 지역 내 프로그램 송출에 관한 용역의 거래조건 등 협상에 있어서 그 인접시장에서 독점적 공급자로서의 지배력 때문에 홈쇼핑 사업자들에 비하여 훨씬 우월적 지위에 서 있는데,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기존의 계약내용을 무시한 채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한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설정하여 이를 수용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수용하지 아니하는 A 홈쇼핑에 대하여 채널을 무조건 불이익하게 배정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원심이 결론적으로 이 사건 관련 상품시장은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이고, 이 사건 관련 지역 시장의 범위는 전국이라고 본 것은 옳다고 하면서도,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곧바로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위 양시장의 거래내용, 특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규제목적, 내용 및 범위 등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원고의 시장지배력이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전이된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아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채널변경행위가 이루어진 이 사건 관련 시장에서 원고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한편,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행위로서 불이익 강제행위의 부당성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개별 거래의 상대방인 특정 사업자에 대한 부당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불이익 강제행위를 한 모든 경우 또는 특정 사업자가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부당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나 목적,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도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불이익강제행위를 하였을 때 그 부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데,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모두 원고의 이 사건 채널변경행위에 의하여 A 홈쇼핑이 입게 된 구체적인 불이익에 불과한 것들로서 현실적으로 경쟁제한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인정할만한 사정에 이르지 못한다고 판시하였다. Ⅲ. 관련시장의 획정 및 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 1. 대법원의 관련시장 획정의 적정성 본건 관련 상품시장을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보는 것은 일단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관련 지역시장을 전국 범위로 획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본건 거래관계는 홈쇼핑 사업자가 특정 지역에 독점방송권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그 지역 내 송출채널을 공급받는 관계인데, 원심이나 대법원은 마치 전국의 플랫폼사업자들과 전국의 TV 홈쇼핑 사업자들 간의 관계인 것처럼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지역시장은 개별 방송구역인 강서구로 한정하는 것이 본건 거래관계의 실체에 더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2. 시장지배적 지위 인정여부 판단의 적정성 본건과 같은 독과점사업자의 다른 사업자에 대한 불이익제공행위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시장점유율 등 전통적인 기준으로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원심이나 대법원은 관련 지역시장을 전국 시장으로 잘못 획정함으로써 지배력 전이와 같은 복잡한 논리를 이용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판단한 오류를 범한 것 같다. 관련시장을 ‘원고와 A 홈쇼핑 간의 개별방송구역 내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정확하게 획정한다면, 그 시장 자체의 특성(해당 방송권역에서 방송을 할 수 있는 독과점적인 지역영업권을 가졌으며, 다른 사업자가 이 시장에 참여하는 데 법상 진입장벽이 있음) 및 가입가구에 대한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의 독점력(77.5% 이상) 등을 바탕으로 충분히 시장지배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3. 지배력의 전이에 대하여 본건 사안에서 원고의 시장지배력 보유 여부를 시장지배력의 전이 이론에 의해 해결할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기술하였다. 물론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가 이 사건 관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원고의 시장지배력 보유 여부를 결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지 ‘시장지배력의 전이’로 해결할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한편, 대법원은 ‘양시장의 거래내용, 특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규제목적, 내용 및 범위 등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원고의 시장지배력이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전이된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아볼 수도 없다’고 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지배력 전이의 구체적 요건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다. 대법원은 시장지배력의 전이에 있어서 전이되는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획득도 그 요건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향후 이에 대한 자세한 설시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Ⅳ. 부당성 1. 피고의 부당성 인정 사유 피고가 위 채널변경행위의 부당성을 인정한 근거로는 일방적인 채널 변경에 의해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하고 장래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우려가 있는 점, 우수 협력업체의 이탈가능성 및 신규 협력업체의 유치에 어려움이 있는 점, 타 TV 홈쇼핑 사업자에 비해 경쟁 조건을 악화시킴으로써 TV 홈쇼핑 시장에서의 사업자 간 경쟁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이었다. 2. 사안의 검토 포스코 판결 이후 일련의 하급심 및 본건에서의 법원의 태도를 살펴보면, ‘주관적으로는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는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남용행위’에 대하여 부당성을 인정하겠다는 판단기준을 다소 형식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경쟁제한성을 형식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본건과 같이 독과점 사업자가 자기의 사업구역 내에서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부당성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이제는 보다 실질적인 검토를 통하여 다양한 시지남용행위에 대한 부당성 판단 기준을 수립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특히 본건과 같이 순수한 의미의 경쟁사업자간 배제행위가 아니라, 불이익제공 등을 통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형식적인 경쟁제한성’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거의 대부분의 사안을 일반 불공정행위로 다루게 될 위험이 존재하는 바, 이는 우리나라 법체계와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시지남용행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다. Ⅴ. 결론 향후 방송·통신 등 첨단산업 분야의 발달과 더불어 대두될 새로운 유형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하여 법원이 보다 더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부당성 판단 기준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2009-03-23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거절행위의 부당성 판단기준
I. 논의의 범위 이 사건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관련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해석과 관련하여 (i) 시장획정의 문제, (ii) 제23조와의 관계의 문제, (iii) 경쟁제한성의 판단요부에 대한 문제와 입증책임의 문제, (iv) 경영상 정당화 사유의 고려 문제 등 다양한 쟁점을 가지고 있는 사건이다. 이글은 위의 각 쟁점 중에서 (ii)와 (iii)의 쟁점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보도록 한다. 참고로 본고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회에서 2008. 4.30.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II. 사실관계와 사건의 경과 1. 요약된 사실관계 이 사건 원고 주식회사 포스코(이하 ‘원고회사’)는 제철 및 제강 사업을 하는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사업자이고, 보조참가인 현대 하이스코 주식회사(이하 ‘피고 보조참가인’)는 현대자동차 계열 회사로서 냉연강판을 제조하는 회사이다. 2000년 심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냉연강판을 제조하기 위하여 필요한 열연코일은 국내에서는 원고회사만이 생산 공급하고 있었으며, 냉연강판 시장은 원고회사가 58.4%, 피고 보조참가인은 11.1%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피고 보조참가인은 1997.8. 이후 이 사건 냉연강판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였고, 시장 진입을 위한 생산라인의 시험가동 및 제품 생산 등을 위하여 원고회사에 열연코일의 공급을 요청하였으나, 원고회사는 이러한 피고 보조참가인의 공급요청을 거절하였다. 결국 피고 보조참가인은 일본회사로부터 열연코일을 수입하여 냉연강판의 생산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2. 요약된 사건의 경과 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1-068호)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회사의 피고 보조참가인에 대한 열연코일 공급거절행위는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3항 제3호 및 위원회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심사기준’ IV. 3. 다. (1)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당하게 특정사업자에 대하여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의결하였다. 원고 회사는 피심인으로 (i) 자동차 냉연강판용 열연코일은 자동차용 냉연강판 생산을 위한 중간재로서 제품이 아니라는 주장, (ii) 열연코일 공급능력의 부족으로 인하여 추가로 냉연용 열연코일을 공급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주장, (iii) 피고 보조참가인은 현대자동차 그룹의 계열사로서 원고 회사가 피고 보조참가인의 요청에 따라 자동차용 냉연강판용 열연코일에 대한 물량을 공급하는 경우 현대자동차 그룹 내부가 수직계열화되어 수요 독점적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 등을 하였다. 이 중 (i)의 점에 대하여는 제품으로 원고회사가 소외 동부제강(주)이나 연합철강공업(주)에 판매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일본의 고로업체들이 피고 보조참가인에 열연코일을 공급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제품이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ii)의 점에 대하여는 공급능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생산설비가동률의 여력, IMF 이후의 수요감소, 피고 보조참가인이 요구하였던 물량이 소량에 그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역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실제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는 (iii)의 점에 대하여 수직계열화로 인한 수요 독점적 폐해에 대한 우려가 원고회사의 공급거절을 정당화시켜주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여 역시 원고회사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서울고등법원(서울고등법원 2002.8.27. 선고 2001누5370 판결) 원고회사는 위 (i) 내지 (iii)의 주장 외에 새로운 주장을 하였던 바, 이 사건의 경우 원고회사의 행위는 기존의 공급관계에서 거절을 한 것이 아니라, 거래를 개시한 일이 없고, 이와 같이 계속 중인 거래의 거절이 아닌 경우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도 ‘특정사업자에 대하여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에 포섭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예비적으로 만일 특정사업자에 대한 거래거절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거래거절 행위는 자유경쟁의 원칙상 용인되어야 할 범위 내의 행위로서 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원고회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원고회사의 행위는 열연코일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하여 냉연강판시장에서 경쟁사업자인 피고보조참가인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고, 자신의 시장지배적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하에 행한 행위라고 보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피고 보조참가인에 대한 열연코일 공급거절행위는 소위 레버리지 효과에 기초한 부당한 거래거절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한편, 원고회사의 정당한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거래 거절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러한 원고회사의 행위로 인한 피고보조참가인이 겪은 피해는 단순한 불편이나 경제적 손실의 정도를 넘어 경쟁자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없을 정도의 장애를 초래하여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보았다. III. 공정거래법 제3조의2와 제23조의 관계 1. 문제의 소재 거래거절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은 제3조의2와 제23조에서 모두 규율하고 있으며, 거래거절이 성립되기 위한 요건도 거의 동일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따라서 양자가 왜 별도로 규율되어야 하는 것이며, 어떤 점에서 구별되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2. 견해의 대립 가. 특수관계로 이해하는 견해 학계 다수설의 태도이며, 이 사건 대법원 소수의견이다. 이 견해에 의하면 제3조의2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사업자가 가지는 일종의 특수 신분으로 이해하여, 불공정거래행위와의 관계에서 제3조의2와 중복적으로 적용되는 경우에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로 보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제3조의2가 적용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제23조가 적용된다고 본다. 단독의 거래거절의 관점에서도 양자의 관계는 같은 의미로 이해가 되어야 하며, 독점규제의 관점에서 경쟁제한성의 판단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지위남용을 한 사실이 인정되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나. 서로 별개의 요건으로 이해하는 견해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규정을 적용하여 거래거절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업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 입법목적에 맞는 해석이 이루어져야 하며, 따라서 제23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해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로 이 사건 대법원의 다수의견의 태도라고 할 것이다. 3. 검토 공정거래법 제3조의2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그 경쟁의 양상이 이미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업자의 존재로 인하여 잔여경쟁의 유지가 쟁점이 되는 시장으로서 이러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경쟁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하는 조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므로 특수관계로 이해하는 견해가 타당하고, 이러한 견해에 의하더라도 입법목적의 차이 내지 각 조문의 존재의의는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IV.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적용과 경쟁제한성의 판단과 입증책임 1. 문제의 소재 공정거래법 제3조의2를 위와 같이 이해한다면 이 사건 대법원의 다수의견에서 제3조의2를 적용하기 위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제한성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소수의견과 같이 제3조의2에 있어서는 경쟁제한성의 입증이 불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경쟁제한성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입증책임의 분배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세 가지의 대안에 대하여 아래에서 각 검토하여 보기로 한다. 2. 견해의 대립 가. 경쟁제한성 요건이 필요하다는 견해 현행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는 그 행위의 성질상 우월한 지위 남용과 같이 경쟁배제적 효과를 발생하기 어려운 경우뿐만 아니라 단순히 한 두 개의 사업자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서로 법적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시장지배력 남용규제의 적용범위를 그 본질에 반하여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채택되고 있지 않은 강력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아울러 채택하고 있는 현행 공정거래법 체계하에서는 법정책적인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나. 경쟁제한성 요건이 불필요하다는 견해 법문의 문언상의 내용이나 체계적인 점에서 제3조의2를 제23조와의 관계에서 별도로 구별하기 위한 징표로 경쟁제한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부당성의 판단에 있어 제23조와 달라질 것은 없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가 규정상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3조의2의 적용이 있게 되는 것이라고 이해되므로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대법원의 박시환 대법관의 소수의견과 같다고 할 것이다. 3. 검토 결론적으로 위 양자의 관계는 전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 같이 특수관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다. 간단히 말하자면, 행위의 속성으로서의 거래의 거절이 그 본질에서 상이하지 않다. 양자가 규범화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은 양자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 내지 속하고 있는 관련시장의 모습이다. 하지만, 별도의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법성 조각사유 및 항변을 인정하는 것은 가능하므로 경쟁제한성 내지 위험의 부존재를 항변으로 허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하여 제3조의2가 규정하는 것은 통계적인 귀무가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일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귀무가설이 참이 아닌데 귀무가설을 받아들일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므로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법은 설계하여 행위자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위법성 조각사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대하여 상대방인 피심인 내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등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가 이를 경쟁제한성의 없음을 포함한 정당화사유를 항변으로 주장하여 입증한다면, 위법성을 인정하는 귀무가설을 기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법적으로 말하면, 경쟁제한성에 국한하여 보자면 이홍훈·안대희 대법관의 소수의견과 같이 다른 구성요건을 충족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우에는 일단 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이러한 추정을 당해 사업자로 하여금 복멸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2008-10-23
대법원의 시장경제에 대한 철학적 고뇌
2007년 11월22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로 포스코의 냉연강판용 열연코일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사건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공정거래법위반사건에 있어서 과거 의사회사건 판결이래로 두번째의 전원합의체판결이다. 이 사건판결은 단순한 공정거래법에 대한 구체적인 사건의 해결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우리나라 대법원의 시장경제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의 단면을 보여주는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과 유럽은 British Airways사건과 Microsoft사건 등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에 대한 집행에 있어서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어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에 대한 규제의 기준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데 위 대법원판결은 이러한 논쟁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 판결의 중요성에 비추어 구체적인 의미 및 영향에 대해서는 향후 다양한 각도에서 관련 학자들과 실무가들의 조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지면관계상 이 사건판결의 기술적인 해석보다는 국제경쟁법적 관점에서 위 대법원판결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필자의 단상을 적기로 한다. I.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포스코가 열연코일시장에서 약 9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도 참여하고 있는 열연코일시장의 하방시장(downstream)인 냉연강판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려는 하이스코에게 열연코일의 공급을 거절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포스코의 하이스코에 대한 공급거절은 공정거래법 제 3조의 2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중 제1항 제3호에 규정하고 있는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의결하였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포스코의 거래거절행위가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3항 제3호상의 “제1호 및 제2호 외의 부당한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행위로서 공정위가 고시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 IV. 3. 다. (1)은 공정거래법시행령 제5조 제3항 제3호의 한 경우로서 “부당하게 특정 사업자에 대하여 거래를 거절한 경우”라고 판단하였다. II. 판결요지 가.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규제에 대한 철학적 차이 다수의견은 사유재산권 보장규정인 헌법 제23조 제1항 전문과 경제활동에 있어서 사적 자치에 관한 규정인 헌법 제119조 제1항 및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가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제119조 제2항을 원용하면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시민법 원리가 수정될 수 있으나 시민법 원리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면서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시민법원리가 중시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다수의견은 공정거래법 제3조의2와 관련, 경쟁제한적인 의도나 목적이 전혀 없거나 불분명한 전략적 사업활동에 관하여도 다른 사업자를 다소 불리하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위법성을 인정한다면 공정거래법을 경쟁의 보호가 아닌 경쟁자의 보호를 위한 규제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반하여 소수의견(대법관 이홍훈, 안대희)은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있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여 ‘경제의 민주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조항을 강조하였다. 소수의견은 위 헌법조항은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자유시장경제에 수반되는 모순을 제거하고 정의사회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헌법이념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제질서에 대한 소수의견의 이러한 인식은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해석에 있어서 다수의견과 상당한 편차를 보여주었다. 소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를 규제하는 이유는 시장에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사회적 시장경제질서 하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소수의견은 시장에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이미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에 비하여 사적 자치를 상당히 제한받는다고 판시하였다. 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규제에 있어서 ‘부당성’의 의미 다수의견은 기본적으로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거절행위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1호의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거래거절행위는 그 규제목적 및 범위를 달리하고 있으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거절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거래거절행위의 부당성의 의미는 별도로 독자적으로평가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다수의견은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거래거절행위에 대한 부당성 판단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데 반하여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로서의 거래거절의 부당성은 “독과점적 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이라는 입법목적에 맞추어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개별 거래의 상대방인 특정 사업자에 대한 부당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거래거절을 한 모든 경우 또는 그 거래거절로 인하여 특정 사업자가 사업활동에 곤란을 겪게 되었다거나 곤란을 겪게 될 우려가 발생하였다는 것과 같이 특정 사업자가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부당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 강화할 의도나 목적,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도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거래거절행위를 했을 때에 그 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소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절행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위험이 내포되어 있고 이는 바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의도 내지 목적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소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 대하여 거래를 거절함으로써 외형상 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그 행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여 시장에서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하였다. 또 다른 소수의견인 박시환 대법관의 소수의견은 상당히 독자적인 이론전개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박시환 대법관의 소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로서의 거래거절행위의 ‘부당성’을 다수의견이 말하는 ‘경쟁제한의 우려’의 의미로 해석할 수 없으며 불공정거래행위의 ‘부당성’과 달리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이 다. 예컨대 기업결합이나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규정과는 달리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규정의 문언에 경쟁제한으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표현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용훈, 안대희 대법관의 소수의견도 공정거래법 제3조의2는 시장에서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시환 대법관의 소수의견은 다수의견뿐만 아니라 이용훈, 안대희 대법관의 견해와도 차이가 있다. III. 평 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차이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을 규제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해석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인식의 편차를 보여주고 있다. 즉 다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공정위가 주관적, 객관적으로 남용행위로 인한 경쟁제한 내지는 그 우려에 대한 입증을 요구함으로써 최근 유럽경쟁법의 현대화 작업에서 논의되는 ‘효과주의적 접근방법(effects-based approach)’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견은 시장에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이미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의 사적 자치를 제한받고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다소 ‘형식적인 접근방법(form-based approach)’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이 제시하고 있는 ‘효과주의적 접근방법’은 미국과 EU등 주요 경쟁법 선진국의 현대적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종래 유럽의 경쟁법은 소위 전후 독일의 ‘질서자유주의(ordo-liberalism)’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경쟁법을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관념하여 왔다. 그 결과 위법성 판단에 있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다는 개인의 자유 내지 선택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에 중점을 둔 까닭에 행위의 실질 내지 효과 보다는 형식에 중점을 두었었다. 미국도 1950년대와 1960년대 진보주의적인 소위 워렌(Warren)대법원장 시절 구조주의(structuralism)적 경제학의 영향을 받아 행위의 구체적인 성과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없이 위법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 이래 보수주의적인 소위 시카고학파의 ‘New Learning’의 바람이 불면서 미시경제학의 가격이론을 공정거래사건에 대한 분석에서 자주 원용하게 되면서 기존에 ‘당연위법(per se illegal)’의 원칙이 적용되는 행위유형이 대폭 축소되고 원칙적으로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에 따라 관련시장에서 구체적으로 경쟁제한적 효과를 평가한 후 위법성을 결정하는 관행을 발전시켜 왔다. 소수의견은 유럽경쟁법상 흔히 논의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소위 ‘특별책임(spe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유럽경쟁법상으로도 특별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기타 요건에 대한 원고의 입증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다수의견에 따라 본건에서 원고가 경쟁제한성에 대한 입증의 책임을 지는 것은 정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Microsoft사건의 예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남용사건에서 피심인의 구체적인 경쟁제한성의 입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다수의견의 태도가 공정위의 현재의 관행과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에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미국 및 EU를 비롯한 경쟁법 선진국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경쟁제한성의 입증의 범위 및 정도이며 이는 향후 공정위와 법원의 실무관행에 따라 발전되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 공정거래법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공정거래법의 집행의 강도는 변천을 거듭하여 왔다. 위 구조주의적인 시대사조에서는 소수의견과 같이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국가의 후견적인 경제관이 득세를 하였고 정치철학적으로 보수주의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학파적인 경제관이 지배하는 경우에는 다수의견과 같은 공정거래법의 집행에 대하여 다소 신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본건판결에서 우리나라의 대법원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에서 시장경제와 가격메커니즘에 대한 자동적 자정기능에 대하여 상반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집행은 이와 같은 추상적인 시장경제철학에 대한 이념적 대립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보다는 구체적인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동일한 법리와 경제학이론을 적용하더라도 정반대의 결과가 날 수 있는 것이므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도식적으로 이해할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느 정도 ‘과대집행(false positive)’와 ‘과소집행(false negative)’를 줄이냐는 것인데 이는 아직은 공정거래법의 집행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공정거래법 및 정책에 종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의 몫이라고 하겠다.
2007-12-13
다단계판매의 개념에 대한 평가
1. 사건의 요지 피고인들은 행정당국에 다단계판매업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2004. 1. 중순경부터 같은 해 7. 14.까지 피고인들이 운영하는 H회사 사무실에서 H회사가 판매하는 ‘황삼’류 상품을 소비자들이 35만원에 구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H회사의 판매원으로 가입시키고, 그 판매원이 각자 2명의 하위판매원을 모집하여 그들로 하여금 같은 금액 상당의 위 제품을 구입하면 다시 그들을 하위판매원으로 가입시키는 등 순차적ㆍ단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각 단계별로 하위판매원을 모집하기 위하여 물품판매에 따른 수당지급체계를 갖추는 등의 다단계물품판매조직을 개설ㆍ운영하였다는 것이다. 2. 대법원 판례의 요지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위 행위에 대하여 하급심이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이하 ‘방문판매법’이라 함) 제2조 제5호 소정의 다단계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을 파기하고, 아래와 같이 다단계판매의 개념을 판시하였다. 법 제2조 제5호가 상정하고 있는 다단계의 개념적 구성요소는 ①판매원의 가입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 가입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에 이른다는 점 및 ②위와 같이 판매원을 단계적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는데 있어서 판매 및 가입유치 활동에 대한 경제적 이익(소매이익과 후원수당)의 부여가 유인으로 활용된다는 점의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뿐, 후원수당의 지급이 당해 판매원의 직근 하위판매원의 판매실적 뿐만 아니라, 그 하위판매원의 판매실적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보았다. 3.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가. 판결의 영향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의 구별은 다단계판매업자, 방문판매업자 및 이들을 감독하는 감독관청인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서 과거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위 대법원 판결은 방문판매법과 그 하위법령의 구조적인 해석을 통하여 다단계판매에 대한 개념을 비교적 자세하게 정립하였으나, 그 동안 업계 및 감독관청이 일관되게 유지하였던 해석기준과는 다르거나 방문판매법의 해석에 있어 오해를 불러 일으킬 판단을 내림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는 면도 있다. 나. 판결의 평가 방문판매법 제2조 제5호는 다단계판매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다. ‘다단계판매’는 판매업자가 공급한 재화 등을 특정인으로 하여금 소비자에게 판매토록 하고, 그 소비자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위판매원으로 가입시켜 당해 특정인의 활동과 같은 활동을 하면 일정이익(다단계판매에 있어서 다단계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재화 등을 판매하여 얻는 소매이익과 다단계판매업자가 그 다단계판매원에게 지급하는 후원수당을 말한다)을 얻을 수 있다고 권유하여 판매원의 가입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으로 이루어지는 판매조직을 통하여 재화 등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다단계판매의 개념과 관련하여 쟁점이 되는 것들은 아래와 같다. (1) 판매업자, 판매원과 소비자의 관계 상위판매원과 그 하위판매원은 재화 등의 판매자와 구매자 관계에 있어야 함은 방문판매법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판매원이 판매업자로부터 공급받은 재화를 자신의 이름과 계산으로 판매하면 그에 따른 소매이익을 남길 수 있고 아울러 그로부터 재화를 구매한 하위판매원이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한 것에 대하여는 판매업자로부터 후원수당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판매원이 판매업자를 대행하여 판매계약을 알선하거나 중개하는 역할에 그치는 위탁판매의 경우이다. 판매원이 판매에 직접 관여(알선 내지 중개)하였다 하더라도 판매계약의 당사자는 판매업자와 소비자이기 때문에 소매이익은 존재할 수 없고, 단지 판매업자로부터 후원수당만을 지급받을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자신이 모집한 하위 판매원이 다른 소비자에게로의 판매에 관여한 부분에 대하여도 후원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소매이익 없이 오로지 후원수당으로만 이어진 위탁판매조직은 방문판매법이 소매이익을 요구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다단계판매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본다(2006. 2. 24. 선고 2003도4966판결 및 방문판매법 제17조 참조). 소매이익의 문제는 다단계판매를 이해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부가가치세법에서도 다단계판매원을 도소매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정하고 있다. 소매이익이 남는다는 것은 자신의 이름과 계산으로 상위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재화를 판매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단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구매한 소비자를 하위판매원으로 삼게 된다. 따라서 다단계판매원으로 활동하려는 자는 상위 판매원으로부터 재화를 구매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례는 판매업자, 판매원, 소비자의 관계를 명확하게 명시하지 아니하여 후원수당만으로 연결된 여러 단계의 위탁판매조직이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H회사의 경우에는 35만원 상당의 재화의 구입이 판매원의 가입조건으로 되어 있어 소비자의 재화 구매요건을 충족시키고 있으나, 그것이 판매업자로부터 구매한 것인지 아니면 상위 판매원으로부터 구매한 것인지에 대한 명시적인 설명이 없어 다단계판매를 둘러싼 논쟁을 해결하지 못하였다(만일 소비자들이 H회사로부터 위탁판매되는 재화를 구매한 것이라면 소매이익이 없기 때문에 다단계판매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2) 후원수당의 지급에 대하여 다단계판매에 있어 경제적인 이익은 소매이익과 후원수당으로 볼 수 있는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소매이익은 다단계판매의 본질적인 요소이다. 방문판매법은 후원수당을 하위판매원들에 대한 조직관리 및 교육훈련실적, 다단계판매원의 자신의 판매실적 또는 하위 다단계판매원의 판매실적이라고 규정하고, 이 역시 다단계판매의 본질적 요소로 보았다(방문판매법 제2조 제7호 참조). 소매이익만 존재하고 후원수당이 없다면 이는 일반 유통체계와 다를 바 없고, 하위판매원의 판매활동 등에 의한 인센티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단계판매조직이 유지될 수도 없어 이를 다단계판매라 보기도 어렵다. (3) 판매원의 단계와 다단계판매조직에 대하여 다단계판매에 있어서의 단계는 판매원들간의 유기적 상하 계층구조라 볼 수 있다. 상하 계층구조가 형성되려면 하위판매원은 상위판매원에 대한 종속성이 있어야 하고, 하위판매원의 활동에 대한 보상이 상위판매원에게 영향을 주어야 한다. 방문판매법이 정한 바와 같이 판매원의 단계가 명확한 경우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재화 등의 구매를 수반하지 않고 단지 하위판매원만을 유치하거나 하위판매원의 활동이 다단계판매와 무관하게(즉, 재판매방식이 아닌 위탁판매의 경우) 실적이 발생한 경우 그것에 대한 대가로서 판매업자로부터 후원수당을 받을 때, 이러한 하위판매원을 유치한 자와 유치 당한 자가 판매원의 단계에 해당할 수 있냐는 문제점이 있다. 다단계판매에 해당하려면 상위판매원과 그에 종속되는 하위판매원의 활동은 동일하여야 하므로, 재화 등의 판매와 구매로 서로 연결되어야 하고, 이러한 연결과정 없이 하위판매원만을 유치한 대가를 받거나 유치된 판매원의 실적에 상응하여 대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이들 사이의 관계를 판매원의 단계로 볼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 사이에는 다단계판매의 본질적인 요소인 소매이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2년 방문판매법의 개정으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인 경우(이하 ‘전형적인 다단계판매조직’이라 함)뿐만 아니라 시행령 제2조 제1호 및 시행규칙 제5조 제1항에서의 판매원의 단계가 2단계 이하이지만 사실상 3단계 이상인 경우(이하 ‘유사다단계판매조직’이라 함)까지도 포함하여 다단계판매조직으로 보고 있다. 전형적인 다단계판매조직은 판매원의 가입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 확장되어야 하는데, 방문판매법상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어 해석상 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방문판매법이 다단계판매를 확대한 것은 무한히 확대될 수 있는 하위 판매조직으로 인하여 상위판매원은 후원수당이라는 이득을 얻는 반면 소비자였던 하위판매원은 그 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따라서 단계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시행령상의 유사다단계판매조직의 판단기준(후원수당의 지급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맞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결은 단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아니하면서도 직직근 하위판매원의 실적 등이 상위 판매원이 받게 되는 후원수당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단지 가입만이 순차적으로 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이라고 판단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대법원은 하위 판매원들의 단순한 가입구조나 단계적 가입구조에 대한 가능성을 가지고 판매원의 단계로 고착시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방문판매법과 그 시행령의 관계를 하위 법령에 의한 상위 법령의 해석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지적할 것이 아니라 상위 법령에서 정한 전형적인 다단계판매의 개념적 요건을 하위 법령에서 확장해 놓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법논리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H회사의 경우 후원수당이 직직근 하위 판매원의 실적이 당해 판매원의 후원수당에 영향을 주지 않는데도 순차적 가입의 가능성을 가지고 판매원의 단계로 인식하여 다단계판매로 판단한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고,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우려가 있다 4. 결 론 다단계판매조직의 개념과 관련한 대법원의 위 판결은 기왕 및 그 이후의 대법원의 입장, 헌법재판소의 입장과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전원합의체에 의하지 않고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는 비판이 있었다. 위 대법원 판결이 H회사를 다단계판매조직으로 본 주된 이유는 판매활동에 따른 피해가 존재하고 있었던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는 현행 방문판매법에서 다단계판매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지 하지 않은 탓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최근 다행히도 방문판매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개정될 방문판매법은 판매원의 단계는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판단되는지의 여부 등 해석에 맡겼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정의하여 다단계판매의 개념 및 그 범위를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2007-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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