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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지법결정 2013.08.14., 2023비단4, 5의 평석 -
제3자의 채무변제
I. 사건의 소개 대상결정은 공탁관의 불수리처분에 대하여 재단법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신청한 이의를 기각한 결정이다. 신청인의 청구취지는 ‘민법(법률이름을 생략한다) 469 I 단서의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관하여 민법의 다른 규정과의 통일적 해석, 제2항과의 체계적 해석과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로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사실 등을 비추어, 채권자와 채무자가 합의로 금지한 경우에만 제3자변제가 제한된다’로 요약된다. 1. 대상결정의 판단: 대상결정은 ‘① 법정채권의 경우 반대의사의 표시에 의한 제3자변제의 금지에 관하여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 ② 469 I 단서의 ‘의사표시’라는 법문을 이유로 이 조항이 법률행위만을 전제한다고 해석할 법적 근거가 없다. ③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같은 법정채권의 경우 채권자가 반대의사를 표시하면 제3자변제가 금지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469의 취지와 부합한다. ④ 이 사건 판결금은 제3자변제가 가능한 금전채권이나 채권자의 반대의사가 명백하면 이를 금지하는 것이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와 위자료의 제재적, 만족적 기능을 충족한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제3자변제에 관한 이후의 결정례들도 대상결정을 거의 그대로 모사·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2. 대상결정의 쟁점: 469 I 단서의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핵심쟁점이다. 대상결정은 ① 채권자의 우선보호가 민법 채권편의 원칙이고, ② 제3자변제는 채권의 상대효의 예외로서 그것이 대체로 채권자에게 이익이 되고 채권자의 의사에 합치하는 것을 전제로 채무자와 제3자 사이의 이해관계와 경제적 필요 등을 고려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법률이 승인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이로써 순진하고 소박하게(?) 법문을 있는 그대로 읽어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가 제469조 제1항 단서에 포함된다는 결론을 연역한다. 하지만 ①은 생경하다: 민법은 채무자를 약자로 설정하고 그의 보호를 우선한다(특히 607와 608, 652). 그리고 ②는 469의 해석·적용이 아니라 있는 법을 왜곡하고 ‘없는 법’을 만든 것이다. 법관은 법을 제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법률을 준수하여야 하는 전문직업인이다(독일기본법 97 I 참조). II. 채권의 존재와 469의 해석 1. 채권의 존재=변제요건: 대상결정은 이 사건 채권이 채무자를 제재하면서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현저한 불법행위채권임을 들어 피해자(채권자)에게 결정권(처분권)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채권자에게 지배권을 수여하는 대상결정은 법적 판단이 아니라 국민정서법(?)과 부화뇌동하는 것이다. 469가 위치하는 민법 제3편 제1장 제6절 <채권의 소멸>은 ‘유효한 채권의 존재’만을 전제하고, 약정·법정채권관계와 채무자의 고의·과실을 묻지 않는다. 채권은 가치중립적(wertneutral) 재산권이고 변제는 급부실현이므로 변제자는 중요하지 않다. 469 I 본문도 제3자변제를 당연시한다: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 다만 채무가 성질상 또는 제3자변제를 금지하는 의사표시로 당사자의 인격과 결합된 때에는 그렇지 않다(I 단서). 제3자변제가 채권의 상대효의 예외이고 법률적인 평가에서 ‘제3자변제’를 채무자변제와 ‘등가물’로 볼 수 없다는 대상결정은 469 I 본문에 실린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한 것이다. 2. 469의 해석 (1) 469 I 단서의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의미·내용: 당사자의 의사는 채권발생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제3자의 변제를 금지하는 의사이다. 교과서와 주석서는 곽윤직, 채권총론, 1999 [97] (330)을 본받아 “계약으로 발생하는 채권은 계약에 의하여, 그리고 단독행위로 발생하는 채권은 단독행위로 각각 제3자의 변제를 금지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기술한다. 계약과 단독행위가 흔히 채권·채무의 발생원인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유언외에 단독행위로 고유한 의미의 채권관계가 성립하는 경우가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스스로 채무를 지는 단독행위는 가능하지 않다: 어느 누구에게도 그의 의사에 반하여 이익이 강제될 수 없다. 더욱이 표의자가 그의 의사만으로 권리를 취득하고 타인에게 의무를 지우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법학과 실무가 단독행위를 형식상 논함에 그치는 이유이다. 채권·채무는 취소, 해제 또는 해지 등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한 형성권의 행사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것의 창설이 아니라 이전의 법률관계의 청산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형성권자는 단독으로 제3자의 변제금지효를 만들지 못한다. 형성권은 원칙적으로 조건과 친하지 않고 제3자변제금지는 조건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무권대리행위의 추인은 사후에 대리권을 수여하여 유권대리행위로 전환하는 단독행위이다. 그러나 제3자변제금지를 덧씌운 추인은 변경을 가한 승낙(534)으로 해석된다. (2) 469 II=469 I의 연장 : 「이해관계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는 469 II는 I 본문의 이념을 그대로 계승한 조항이다. 이는 심지어 채무자조차 의사표시만으로는 제3자변제를 막을 수 없음을 천명한다. II는 제3자가 변제를 빌미로 약한 지위의 채무자를 압박하는 불행한 사태의 방지를 규범목적으로 한다. 대상결정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은혜를 거부하는 봉건적 관념이 II의 배경이라고 하지만, 이해관계있는 제3자의 변제도 역시 채무자에게 이익을 준다. 제3자는 제한없이 보증채무를 부담할 수 있고 채권양도와 채무인수로 사실상 변제효를 얻을 수 있는 등 민법상 II의 규정취지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다(이진기, 민법에서 채무자 아닌 제3자의 행위에 의한 채무변제제도의 연구, 민사법학 66 [2014] 575-618). 교과서와 주석서도 II의 입법태도에 대한 비판일색이다. III. 대상판결의 분석과 평가 1. 사적자치의 왜곡: 의사표시는 표의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법의 대원칙이다(111 I). 이를 애써 외면하고 함부로 채권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제3자변제금지효를 긍정한 대상결정은 그가 힘차게 외친 사적자치의 실현과 정반대결과를 부른다. 이는 법원이 주도하여 힘과 복수가 판치는 반문명사회로 돌리고 무법천지를 조장하는 반법률적 조치이다. 2. 제3자변제금지의 이익: 금전채권을 비롯한 대체물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에서 제3자변제금지의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 제3자변제금지를 약정하더라도 채무자는 얼마든지 이를 우회할 수 있다. 채무자가 그의 금전으로 직접 변제하는 것과 제3자가 증여한 금전 또는 제3자가 대여한 금전으로 변제하고 제3자가 사후에 금전채무를 면제하여도 외관의 차이가 없고 채권자의 이익상황도 같다. 채권자의 이익은 채권의 실현에 집중되며, 불법행위채권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채권자[피해자]의 감정을 엮어 제3자변제를 금지하는 것은 보복이다. 실무도 ‘할아버지’의 지팡이 또는 ‘할머니’의 은비녀 등 감정적 애착이익(Affektionsinteresse) 배상을 배제한다. 3. 제재와 보복: 민사불법행위는 예방, 손해전보와 제재[처벌]를 목적으로 하며, 법원이 그 담당자이다(MunchKomm/Wagner, Vor §823 Rn.38-44). 제재는 가해자에게 위법한 손해의 결과를 귀속하는 것, 즉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이며, 손해전보는 피해자가 손해배상채권의 만족을 얻어 채권이 소멸하는 때에 완결된다. 제재와 감정이 실린 보복은 다른 것이다. 피해자가 직접 행사하는 제재는 법이 금지하는 복수이다. 법은 적법한 권리행사만을 보호한다. 제재기능은 정신적 손해의 배상책임에서 뚜렷하다. 하지만 차액설이 민법의 기본이므로 재산적 손해배상만을 명하여도 제재효가 없다고 할 것이 아니다. 한편 대상결정은 고의의 불법행위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금지를 담은 496을 인용하지만, 이는 오히려 채권자의 보복행위를 막고 피해자가 현실의 손해배상을 얻도록 배려하는 규정이다. 4. 힘든 일반화: 대상결정은 애당초 일반화와 거리가 멀다. 악의로 이행하지 않는 나쁜 채무자도 곳곳에 차고 넘친다. 게다가 대상결정을 동기화하면, 모든 채권자가 일방적 의사표시로 제3자변제를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는 보험금수령을 거부하고 가해자를, 그리고 손해배상책임을 개별화한 대판 2023.06.15., 2017다46274 등[노란봉투판결]이 선고된 지금, 사용자는 불법파업에 주된 책임이 있는 근로자를 끝까지 괴롭힐 수 있게 된다. 이는 채권자의 전횡을 방조하는 무책임한 처사이다. 법원은 대상결정이 구체적 사건에서 예외를 인정한 것이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런데 예외를 만들려면 이를 합리화·정당화하는 사정이 있어야 하나 그러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예외를 위하여 법률과 법리를 비틀어서도 곤란하다. 법원은 법을 어기는 주체가 아니라 법을 지키는 기관이다. IV. 대상결정의 평가: 창의적 재판 또는 함부로 재판? 469 I 단서의 「당사자의 의사표시」를 ‘채권자와 채무자의 합의’로 읽어야 한다(이진기, 읽기 쉬운 민법, 2022, 16 이하). 법률은 채권관계의 구속(vinculum iuris)에서 당사자의 조속한 해방과 자유의 회복을 추구한다. 그리고 채권자의 만족은 채무이행으로 실현된다. 그럼에도 대상결정은 469 I 단서의 적용범위를 넓히기 위하여 짜맞춘 궁색한 변명으로 가득하다. 법관은 법을 말하고 법으로 설득하는 사람이다. 법률을 떠난 법관은 법관이 아니다. 이것이 재판을 정치라고 한 판사가 지탄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좋은 판결은 개인의 사상과 신념이 아니라 법률과 굳건한 법이론을 바탕으로 합리적 상상력을 전개하여야 하는 법관의 숙제이다. 끝으로 대상결정과 같은 식이라면 등기관, 가족관계등록관, 공탁관 등 형식적 심사권을 가진 공무원은 이제 법관이다. 그 선택은 법원의 몫이다. 이진기 교수(성균관대 로스쿨·법학박사)
채무
제3자변제
이진기 교수(성균관대 로스쿨·법학박사)
2023-09-10
헌법재판소 2021.6.24. 2020헌마651 결정
자기관련성 요건 충족 여부 판단에서의 반사적 이익
Ⅰ. 들어가며 필자는 그동안 세계헌법대회(2018년 서울) 조직위원장 활동, 교과서('신헌법입문', '헌법학', '헌법재판요론'), 학술서적('기본권총론', '국가권력규범론', '헌법재판론') 출간 등으로 평석발표활동이 부득이 미루어지다가 법률신문을 통해 본격 재개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저술활동 등에 쏟은 지난 시간이 소중하고 값진 것이지만 판례평석작업이 법리발달에 기여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법학자로서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평석의 다양한 패러다임을 시도해 보는, 예를 들어 한 결정에서 많은 쟁점들 중 하나의 법리적 쟁점을 두고 집중하여 다루는 평석도 의미있다고 본다. 이는 실무에서 판단논증을 보다 더 정교히 하게 하는 발전을 도모하는 집약적 평석 효과를 거두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하 평석도 그러한 방향성을 띤 것이다. Ⅱ. 평석의 대상과 취지 분석대상의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2021년 6월 24일 선고한 2020헌마651결정인데, 여기서는 이 결정에 대해 본안판단에 대한 평가는 접어두고 청구요건인 자기관련성이 청구인 이용자들에게 없다고 본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살펴본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라고도 함)는 자기관련성 요건 충족 여부 판단에서 반사적 이익이라서 부정된다는 판시를 하곤 하여 의아스럽게 하였는데 바로 이 결정에서도 그러하였다. 그래서 판례가 혼란을 보여주는 반사적 이익의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살펴보고자 한다. Ⅲ. 사건개요와 심판대상 사건은 논란이 많았던 사안으로, 승합자동차의 모빌리티 서비스(운전자의 알선 포함 승합자동차 대여 서비스)사업을 제한(운전자 알선이, 관광목적으로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경우로 대여시간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 또는 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인 경우로 한정하여 인정되고 그 외 경우에는 금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020. 4. 7. 법률 제17234호로 개정된 것) 제34조 제2항 단서 제1호 '바'목 해당 규정에 대하여 그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 그 회사 직원들, 그 서비스 운전자들, 그 서비스 이용자들이 2020년 5월 1일 청구한 헌법소원사건이다. Ⅳ. 결정요지, 해당 각하결정 이유 헌재는 먼저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으로 위 이용자들(이하 '청구인 이용자들')의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부적법하다고 하여 각하하였다. 헌재는 그 이유로 그들이 이전에 위 제한 없이 운전자 알선 포함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 대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영업 방식을 규율하는 법적 여건에 따른 반사적 이익 내지 사실상 혜택에 따른 것이므로 법적 여건의 변화로 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반사적 이익의 축소 내지 사실적인 불편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청구인…이용자들의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라고 판시하였다. 바로 이 부분이 필자가 평석할 주대상이다. 이어 회사의 청구 부분에 대해 본안으로, 1.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2.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였는지 여부, 3.신뢰보호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였는데 모두 그 준수를 인정하여 합헌성인정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결정을 하였다. Ⅴ. 평석 - 청구인 이용자에 대한 판단 부분 1. 반사적 이익과 자기관련성 헌재는 청구인 이용자들의 위 불이익은 '반사적 이익의 축소 내지 사실적인 불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자기관련성을 부정하였다. 따라서 이에 관해서는 다음의 두 법리를 살피는 것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1) 첫째, 반사적 이익의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흔히 반사적 이익이란 개인적 공권이 아닌, 권리성을 가지지 않는 이익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반사적 이익이라고 한다면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이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헌법이 보호하는'이란 말없이 그냥 '기본권'이라고도 함)의 문제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2) 둘째, 자기관련성의 개념이다. 기본권침해(제한)의 자기관련성이란 어떤 특정의 기본권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본인 자신에게 침해되는 것을 말한다. 기본권의 제한을 가져오는 공권력행사나 불행사가 향해지고 영향을 미치는 대상, 객체가(기본권제한의 효과가 귀속되는 주체가) 청구인 본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 모순성 반사적 이익인지 여부는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이 존재하는지 여부의 문제이고 기본권침해(제한)의 자기관련성은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침해(제한)되면 그 침해가 청구인 자신에게 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인지 하는 문제이므로 양자는 별개의 것이다. 따라서 반사적 이익이라고 보면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이 아니라서 기본권침해가능성이 아예 없어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부정되는 이유로 반사적 이익임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결국 반사적 이익이라고 하면서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반사적 이익 문제는 기본권침해의 관련성요건과 별개로 요구되는 청구요건인 '기본권침해의 존재(가능성)' 문제이다. 반면 자기관련성이란 제한이 가해지는 바로 그 사람 자신에게 제한효과가 오고 귀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필자는 그리하여 자기성(자기귀속성)이 자기관련성의 핵심이라고 한다. 필자는 반사적 불이익이라고 헌재가 판단한다면 그것은 기본권의 침해가 아니어서 침해가능성 요건의 결여로 보아야 하고 자기관련성 요건의 결여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정재황, 헌법재판론, 제2판, 박영사, 2021, 925면, 951-952면; 정재황, 헌법재판요론, 박영사, 2021, 244면). 헌재가 반사적 이익이라고 보아 기본권침해가능성이 없다고 제대로 구분한 결정례들(예를 들어 헌재 1999. 11. 25. 99헌마163; 2000. 1. 27. 99헌마660; 2008. 2. 28. 2006헌마582)이 있으나 반사적 이익, 사실적 이해관계라고 본 뒤 자기관련성이 없다고 각하한 모순적인 결정들을 보여주었다(예를 들어, ① 헌재 2017. 12. 28. 2015헌마997. [판시] LPG 연료 사용가능 자동차 범위를 제한하는 시행규칙조항에 대하여 LPG자동차로 개조하는 사업체 직원, LPG충전소 사업자가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서 따라 간접적, 사실적, 경제적 이해관계만을 가질 뿐이므로 자기관련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② 헌재 2006. 10. 26. 2004헌마13. [판시] 국가의 유아에 대한 사립유치원 교육비지원은 사립유치원 경영자가 얻게 되는 반사적이고 간접적인 이익에 불과하므로, 그 상한 이상 지원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3. 검토사항 반사적 이익이라고 본 헌재의 판단을 일단 그대로 두고 논증의 정연성을 보기로 했지만 사실 반사적 이익인지 여부의 판단기준이 문제된다. 전통적 설명에 따르면 반사적 이익인지 여부의 구분기준이 법이 그 이익을 개인의 이익으로서 법적으로 보호해주려는 의도를 가진 것인지 여부에 두고 그런 의도가 없는 이익이 반사적 이익이라는 것이다. 본 사안에서 청구인 이용자들이 입은 불이익을 반사적인 것으로 보는 논증을 청구인 회사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위 서비스 사업을 제한하는 것이 청구인 회사에게도 반사적 이익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이제까지 그러한 규제가 없어서 그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그 이익은 규제가 없다는, 법적 여건에 따른, 반사적 이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경우에도 서비스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한다면 쉽사리 반사적 이익이라고만 할 것인지 의문이다. 앞으로 연구과제이다. 4. 논증의 치밀성의 필요성 사실 위 3.에서 지적한 문제는 별도로 따져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번 평석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어떠한 구분기준에 따를 것인지, 또 반사적 이익으로 볼 것인지 하는 판단 자체에 대한 평가는 일단 접어둔다(위 판시에서 이에 대한 설시도 그리 많지 않다). 그리하여 헌재가 반사적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침해되는 기본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아예 기본권의 제한이라는 문제가 나온다고 볼 수 없고 기본권 제한의 자기관련성이라는 별개의 문제에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논증상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Ⅵ. 결어 본고에서는 평석을 위와 같이 한정하긴 했지만 본 사안은 근본적으로 공권, 기본권이 무엇인가 하는 기초적인 질문을 하게 하고(기본권의 공권성에 대한 근본적 검토 등에 대해서는 정재황, 헌법학, 2021, 428면 이하 참조) 반사적 이익의 개념, 판단기준 등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헌법재판법리가 절차법적인 것이나 기본권보장의 보루이므로 그 법리의 적용에 있어서 논증이 보다 더 정확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짐으로써 국민의 기본권보장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법리의 정교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재황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정재황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2022-03-28
백형구 변호사(서울회)
항소기각결정의 사유
1. 사실관계 피고인은 제1심 유죄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으며 항소법원(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은 피고인이 70세 이상의 자이고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아니하므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였는데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의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하므로 항소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에 의하여 항소기각의 결정을 하였다. 위 항소기각결정에 대하여 피고인이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하면서 재항고이유로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 것은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재항고이유를 받아들여 전원합의체결정에 의해서 원심결정(항소기각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이 대법원판례(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4인의 반대의견이 있다. 반대의견을 주장한 대법관은 전수안, 양창수, 이인복, 이상훈이다. 2. 대법원판례(다수의견)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규정하여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므로 일정한 경우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에는 형사소송절차에서 단순히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업무감독과 절차적 조치를 취할 책무까지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함으로써 새로운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그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의 기간 내에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여야 하며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항소를 기각한 결정을 한 것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에 관한 헌법 및 형사소송법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는 것이 대법원판례(다수의견)의 요지이다. 3. 반대의견(소수의견) (1) 반대의견(소수의견의 요지)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의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 직권조사사유가 없으면 항소법원은 항소이유서의 미제출을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에 의하여 항소기각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 반대의견(소수의견)의 요지이다. (2) 반대의견(소수의견)의 논거 소수의견(반대의견)의 주된 논거는 다수의견이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규정내용에 반한다는 것이다. 즉,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에 대해서 "다수의견은 피고인 등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법원에 부여된 책무의 한계를 도외시하고 그 권리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헌법적 당위에만 집착하여 항소법원에 형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규칙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국선변호인에 대한 후견적 감독의무를 창설하여 요구하고 이를 위해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적용을 제한하고 있으니 이는 법해석의 범위를 넘는 입법행위로서 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4.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해석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은 '항소인이나 변호인이 전조 제1항의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결정으로 항소를 기각하여야 한다. 단, 직권조사사유가 있거나 항소장에 항소이유의 기재가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 입법취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은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전조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항소이유서의 제출기간은 재정신청기간, 항소제기기간, 상고제기기간과 마찬가지로 실권기간(失權期間)인 동시에 효력기간(效力期間)이므로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하면 항소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에 의하여 항소기각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 (2) 변호인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변호인은 사선변호인에 한하지 않고 국선변호인을 포함한다(백형구 조해형사소송법 2002년 909면). 즉, 그 변호인은 사선변호인이냐, 국선변호인이냐를 불문한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학자들이 펴낸 형사소송법문헌(교과서ㆍ주석서 등)에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변호인은 사선변호인이냐 국선변호인이냐를 불문한다고 언급한 구절이 발견되지 아니한다. 이는 동조 제1항의 변호인에 국선변호인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동조 제1항의 변호인에 국선변호인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학자는 없다. (3) 직권조사사유가 있는 경우 직권조사사유라 함은 당사자가 항소이유서에서 항소이유를 주장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법원이 직권(職權)으로 조사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할 사유를 말한다. 예컨대 소송조건의 존부, 제척사유의 유무, 증거능력의 유무, 보강증거의 존부 등은 직권조사사유에 해당한다. 사실오인, 양형부당은 직권조사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백형구 앞 책 910면). 5. 판례평석 (가)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 (1) 다수의견은 헌법 제12조 제4항을 실정법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즉, 다수의견은 헌법이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 헌법이 피고인에게 보장하고 있는 국선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에는 국선변호인의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한다는 것은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는 점 등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12조 제4항이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하여 항소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국선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그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명백히 해석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2조 제4항에는 항소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피고인이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그 국선변호인에게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다시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2)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규정내용에 반한다.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변호인은 사선변호인이냐, 국선변호인이냐를 불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반대설 없는 통설인데 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사선변호인의 경우에는 항소를 기각하고 국선변호인의 경우에는 그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그 국선변호인에게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본문의 내용에 반하는 해석이다. (3) 다수의견에 의하면 소송지연의 결과를 가져온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그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다시 하여야 하며 새로 선정된 국선변호인도 항소이유서를 법정기간 내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항소법원은 그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그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다시 하여야 하므로 소송지연의 결과를 가져온다. (나) 소수의견의 지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변호인은 사선변호인이냐, 국선변호인이냐를 불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 다수의견은 위 조항의 내용에 반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소수의견(반대의견)이 타당하다고 본다.
2012-11-22
윤진수 교수(서울대 로스쿨)
소유물 반환의무 위반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
1. 사실관계 X의 선대가 사정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건 미등기 토지에 관하여 1974년 6월 26일 Y(대한민국)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되었다가 1988년 1월 22일 B, C 앞으로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X는 Y를 상대로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를, B, C를 상대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였는데, 법원은 2009년 4월 2일에 Y에 대한 청구는 인용하고, B, C에 대한 청구는 2008년 1월 22일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다. 그러자 X는 다시 Y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은 Y의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었으므로 그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Y는 X의 B, C에 대한 소송에서 X의 패소판결이 최종 확정된 때인 2009년 4월 30일 당시의 이 사건 토지의 시가 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2. 대법원의 판결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물권적 청구권으로서의 방해배청구권의 성질을 가지는 등기말소 등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다면, 위와 같은 청구권의 실현이 객관적으로 불능이 되었다고 파악하여 등기말소 등 의무자에 대하여 그 권리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민법 제390조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말할 수 없으며, 원고가 불법행위를 이유로 소유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애초 피고의 등기말소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논할 여지는 없다. 대법원 2008년 8월 21일 선고 2007다17161 판결, 대법원 2009년 6월 11일 선고 2008다53638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변경한다. 이 판결에는 종전 판례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별개의견 및 양창수 대법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었다. 3. 검토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이미 지원림 교수가 법률신문에 다수의견을 지지하는 평석을 발표한 바 있다(법률신문 2012년 6월 11일자). 이 글도 기본적으로는 지원림 교수와 의견을 같이하지만, 다소 방향을 달리하여 위 판결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처분권주의 위반이 직접적인 파기사유가 되었지만, 이하에서는 이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가. 종래의 판례 여기서 문제되고 있는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에 관하여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판례가 있었다. 그 하나는 증여계약의 취소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 사건과 같이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계약관계가 없었는데 법률상 무효인 등기가 경료된 경우였다. 앞의 판결들(대법원 2005년 9월 15일 선고 2005다29474 판결 등)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유사하다. 원고가 1980년 무렵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의 강박으로 인하여 국가에 부동산을 증여하였다가 나중에 그 증여계약을 취소하였는데, 증여된 부동산이 이미 제3자에게 이전되었고, 원고의 제3자에 대한 등기말소청구는 제3자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 또는 제3자가 선의의 제3자라는 이유로 기각되자, 원고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것이다. 대법원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말소등기의무가 이행불능 상태에 돌아간 때로부터 진행되고, 그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그 이행불능이 될 당시의 목적물의 시가 상당액이며, 그 이행불능의 시기는 원고의 제3자에 대한 청구의 패소판결 확정시라고 보았다. 뒤의 판결들은 무권리자가 아무런 근거 없이 원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자신 명의로 등기를 마치고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였으며, 원고의 제3자에 대한 등기말소청구는 제3자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기각된 경우였다. 대법원은 앞의 판례들을 인용하면서 같은 취지로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뒤의 판결들은 변경하였으나, 앞의 판결들은 변경하지 않았다. 나. 학설상의 논의 종래 이 문제는 학설상 그다지 많이 논의되지는 않았다. 교과서 가운데에는 물권적 청구권에는 채무불이행 등에 관한 채권법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설명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주심이었던 양창수 대법관은 이행지체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부인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民法注解 Ⅴ, 188~189면). 그리고 金濟完 교수는 2005다29474 판결에 대한 판례평석에서, 소유권에 기한 등기말소청구권이 불능으로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채무불이행으로서의 이행불능과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民事裁判의 諸問題 15, 2006, 102면 이하). 다. 방해제거와 소유물반환 우선 종래의 판례가 인정하고 있는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라는 개념은 문제가 있다. 이 사건에서 X의 손해는 소유권 상실로 인한 것인데, X의 소유권 상실은 제3자가 등기부취득시효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반사적 효과이고, 말소등기의무가 이행불능된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이 X의 소유권 상실 때문이라고 하여야 한다. 즉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하여 X가 소유권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X로서는 제3자뿐만 아니라 Y에 대하여도 말소등기를 청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X의 말소등기청구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인데, 방해배제를 갈음하는 전보배상이라는 것도 이상하다. 방해배제로서의 등기말소가 이루어진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소유자가 바로 소유권 상당의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문제의 핵심은 제3자의 소유권 취득으로 인하여 Y의 소유물 반환의무가 불능으로 된 경우에 이를 법률적으로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별개의견은 소유물반환의무와 방해제거의무에 대하여 다같이 언급하고 있으나, 양자를 명확히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라. 소유물반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질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X가 Y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이유로 소유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겠지만, Y의 등기말소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별개의견은 소유권 상실이라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외에도 물권적 청구권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도 인정될 수 있다고 한다. 독일 민법은 소송계속 후의 점유자나 악의의 점유자는 자신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물건이 손상되거나 멸실하거나 다른 이유로 물권을 반환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에 관하여 책임을 지며, 악의의 점유자의 경우에는 지체로 인한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89조, 제990조). 이러한 점유자의 책임에 관하여 입법자의 의도나 대다수의 학설은 이를 일종의 법정채권관계(gesetzliches Schuldverha˙˙ltnis)로 파악하고 있다. 즉 소송계속 후 또는 악의의 점유자는 소유자에 대하여 보호와 가치유지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경우에는 면책가능성이 없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법정대리인 및 이행보조자의 행위에 대한 책임 규정(제278조)이 적용된다는 것이다(Staudinger/Gursky, 2006, Vorbem zu §§ 987~993 Rdnr. 37). 그러나 우리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역시 이러한 채무불이행 내지 채무불이행에 준하는 관계는 인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특별한 관계가 없는 타인의 소유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타인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아닌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할 필요는 없고, 불법점유로 소유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를 다른 불법행위의 피해자보다 더 우대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 이러한 책임을 인정한다면, 예컨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고 그 반환을 거부하는 자의 차임 상당 지급의무는 불법행위책임이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넘어서 반환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이 될 것이지만, 이와 같이 주장하는 견해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민법 제202조가 규정하는 점유자의 소유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종래 불법행위책임으로 해석되고 있었다(金炯錫, 註釋民法 物權 1, 제4판, 380면 등). 참고로 제202조 제1항은 선의 점유자에 대하여 현존이익의 배상책임만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 Y가 선의라면 손해 전부의 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유력한 학설은 위 규정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점유자는 선의일 뿐만 아니라 과실도 없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梁昌洙, 民法注解 Ⅳ, 404면 등). 마. 소유물반환의무의 이행불능에 따르는 법적 효과 대상판결과 같은 사안에서 손해배상책임의 성질을 불법행위책임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채무불이행 유사의 책임으로 볼 것인가는 결과적으로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별개의견은 소유권의 상실과 소유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을 달리 볼 경우에는 소유권 상실 시점과 그 이행불능 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 소멸시효의 기산점 내지는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이 달라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소유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이라는 개념을 인정한다고 하여도, 그것만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제3자에 대한 패소 확정시로 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다. 이 점에 관하여는 대상판결이 변경하고 있지 않은, 증여계약이 취소된 경우에 관한 일련의 판례를 살펴본다. 보충의견은 위 판례들을 변경하지 않는 이유로서, 계약 등이 강박 등으로 취소된 경우에는 법률상 원인의 소멸로 인하여 그 '반환'을 구하는 채권적 성질의 원상회복청구권도 인정되고, 위 판례가 물권적 등기말소청구권에 관한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고 한다. 별개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러한 경우에는 당사자는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뿐만 아니라 소유물 반환과 같은 원상회복을 위한 급부부당이득의 반환청구권이라는 채권적 청구권을 아울러 가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尹眞秀, 民事裁判의 諸問題 17, 2008, 76~77면 등 참조).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소유물반환의무 위반으로 인한 전보배상이라는 채무불이행책임도 인정될 수 있다. 그렇지만 위 변경되지 않은 판례들도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라는 법적 구성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는 변경된 판례들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증자가 부담하는 소유물반환의무가 채권적인 의무라고 하더라도, 그 이행불능 시점 내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이지 제3자에 대한 패소판결 확정시로 볼 수는 없다. 위 2005다29474 판결은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18196 판결을 인용하고 있고, 위 판결은 타인의 권리매매에 관한 대법원 1973. 3. 13. 선고 72다2207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타인의 권리매매의 경우에는 민법 제570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시점인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를 일의적으로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매도인의 진정한 소유자에 대한 패소판결 확정시를 기산점으로 삼는 것도 합리성이 있다. 그러나 계약 취소와 같은 경우에는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때에 소유물 반환의무가 불능인 것으로 확정되는 것이고,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여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3자의 소유권 취득 후 계약이 취소된 때에는 金濟完 교수의 주장과 같이 계약취소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金濟完, 위 논문, 116 ~117면). 4. 나가면서 대상판결은 종래 판례가 인정하고 있던, 물권적 청구권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으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판시만으로는 그러한 법률구성의 차이가 실제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에서 어떠한 차이를 가져오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대상판결이 계약 취소의 사례들을 포함하여 이 점을 명백히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2012-08-13
백형구 변호사 (서울, 법박)
재소자의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1. 사실관계 수원구치소에 미결수용 중이던 피고인은 2005. 12. 28 대법원의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받고 상고이유서를 2006. 1. 16 수원구치소 교도관에게 제출했으나 우편으로 발송된 위 상고이유서는 상고이유서의 제출기간 20일이 경과한 후인 같은 달 20일에 대법원에 접수됐다. 2. 대법원판례의 요지 (1) 전원합의체판결의 다수의견(대법원판례)은 다음과 같다. 「… 그런데 피고인으로서는 적법한 상소이유서 제출에 의해 비로소 자신이 주장하는 상소이유에 대해 심판받을 수 있으므로 상소이유서는 상소장과 함께 상소심 심판을 받기 위해 반드시 제출이 요구되는 것이고 그 기간의 장단에 차이가 있을 뿐 상소이유서 제출의 방법에 있어서는 상소장과 그 사정이 전혀 다를 바 없다. 한편 제출기간 내에 교도소장 등에게 상소이유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간도과 후에 법원에 전달됐다는 이유만으로 상소가 기각된다면 이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자에게 조차 상소심의 심판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실체적 진실발견을 통해 형벌권을 행사한다는 형사소송의 이념을 훼손하며 인권유린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이 자기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상소의 제기기간 내에 상소를 하지 못한 자에게 상소권회복의 청구를 인정하며 (형사소송법 제345조) 그 상소권회복청구의 제기기간에 대해 재소자에 대한 특칙규정을 준용하는 것도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소권이 박탈돼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의 이념을 표현한 것이라 볼 것이다.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제355조에서 재소자에 대한 특칙규정이 준용되는 경우 중에 상소이유서 제출의 경우를 빠뜨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제344조 제1항의 재소자에 대한 특칙규정의 취지와 그 준용을 규정한 제355조의 법리에 비추어 상소이유서 제출에 관해서도 위 재소자에 대한 특칙규정이 준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재소자의 상소이유서제출기간에 관해서도 형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이 준용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다수의견)의 견해이다. 이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재소자가 상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교도관리에게 제출하면 그 상소이유서가 그 제출기간이 경과된 후에 상소법원에 접수된 경우에도 그 상소이유서가 그 제출기간 내에 상소법원에 제출된 것으로 간주된다. (2) 전원합의체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해서 형사소송법 제344조의 규정이 준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소수의견(반대의견)이 있다. 소수의견(반대의견)의 이론구성은 다음과 같다. 「… 형사소송절차에 있어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는 법원에 도달해야 제출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므로 문서의 제출에 관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각종 법정기간의 준수 여부를 가림에 있어서도 당연히 당해 문서가 법원에 도달한 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이고 다만 형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이 예외적으로 재소자인 피고인이 상소장을 제출하는 경우에 대해 특칙을 두는 한편 이 특칙규정을 같은 법 제355조가 상소권회복의 청구와 상소의 포기, 취하의 경우에, 같은 법 제430조가 재심의 청구와 그 취하의 경우에, 같은 법 제490조 제2항이 소송비용집행면제의 신청과 그 취하 등의 경우에 각 준용하고 있을 뿐이므로 그 준용규정이 없는 상소이유서는 원칙에 따라 상소법원에 도달해야 제출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명문의 해석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소송절차의 명확성이라는 요청에서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기간의 준수 여부는 일률적인 기준에 의해 판단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점, 상소장제출기간은 비교적 단기간인 반면 상소이유서 제출기간은 그보다 훨씬 장기어서 긴급성 등의 측면에서 재소자에 대한 편의를 도모해야 할 필요성이 같지 않은 점, 형사소송법은 같은 법 제344조 제1항의 특칙규정을 같은 법 제355조, 제430조, 제490조 제2항 등 필요한 곳마다 개별적인 규정을 두어 이를 준용하고 있으면서도 상소이유서 제출에 관해서는 아무 준용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입법자는 상소이유서 제출의 경우는 … 의도적으로 이를 위 특칙규정의 준용대상에서 제외한 것이지 다수의견의 견해처럼 이를 ‘빠뜨린’ 것이 아니라고 볼 근거가 충분하다…」. 소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355조가 같은 법 제344조를 재소자의 상소이유서제출기간에 준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 다수의견은 해석론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 등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3. 종전의 대법원판례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준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확립된 견해다. 특히 67모24 사건에 관한 1967. 5. 20자 대법원결정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피고인이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교도소직원에게 제출하였으나 교도소직원이 그 항소이유서를 대법원으로 잘못 발송함으로써 항소이유서가 그 제출기간이 경과된 후에 항소법원에 도달된 경우는 항소이유서의 제출기간이 경과된 후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종전 대법원판례는 이번 전원합의체판결에 의해서 변경됐다. 4. 학 설 (1)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준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백형구 강의 837면 ; 이재상 형소 676면 ; 신동운 형소 1124면 ; 백형구, 차용석 등 주석 4권 213면(백형구) ; 진계호 형소 746면 ; 임동규 형소 715면 ; 신양균 형소 970면 ; 정웅석 형소 1109면 ; 백형구 알기 쉬운 형소 248면 ; 백형구 조해형사소송법 909면). (2) 이러한 통설에 대해서는 반대설이 있다. 백형구 변호사는 1985년 5월 27일자 법률신문 12면에 실린 “재소자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라는 제목의 판례평석(대법원결정 1984.10.11.84모57)에서 재소자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해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유추 적용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장을 했다. 백형구 변호사는 그 논거로 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 또는 유추해석이 허용되지 않으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는 확대해석 또는 유추해석이 허용된다는 점 ② 상소이유서의 제출에 관해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준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유리하다는 점 ③ 교도소에 구속돼 있는 피고인은 신체의 자유가 제한됨으로 인해 항소이유서 또는 상고이유서를 직접 상소 법원에 제출할 수 없다는 점 ④ 교도관리의 실수 내지 직무태만으로 인해 피고인이 상소기각이라는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 ⑤ 상소이유서의 제출은 상소제기에 당연히 수반되는 소송행위라는 점, 따라서 상소장의 제출에는 상소이유서의 제출이 포함된다는 확대해석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점 ⑥ 상소권회복의 청구 또는 상소의 포기, 취하에 관해서도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준용된다는 점 (형소법 제355조) 등을 내세우고 있다. 백형구 변호사는 그 후 교과서와 주석서에서는 재소자의 상소이유서의 제출기간에 관해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준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통설)를 지지했다. 5. 판례평석 (1) 형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은 “재소자에 대한 특칙”이라는 제목 하에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이 상소의 제기기간 내에 상소장을 교도소장 또는 구치소장 또는 그 직무를 대리하는 자에게 제출한 때에는 상소의 제기기간 내에 상소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55조는 “재소자에 대한 특칙”이라는 제목으로 “제344조의 규정은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이 상소권회복의 청구 또는 상소의 포기나 취하를 하는 경우에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과 제355조의 문리해석이라는 관점에서는 재소자의 상소이유서의 제출기간에 형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이 준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형사소송법 제355조가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해서 형사소송법 제344조를 준용하지 않은 것은 항소 또는 상고의 제기기간은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의 단기간이나 항소이유서 또는 상고이유서의 제출기간은 피고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는 날로부터 20일 이내라는 점에 (형소법 361조의 3 제1항 379조 제1항) 그 입법이유가 있다. (2) 그러나 ① 재소자가 상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교도관리에게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교도관리의 실수 내지 직무태만으로 인해 그 상소이유서가 상소이유서의 제출기간 내에 상소법원에 도달(접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상소기각의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심히 불합리하다는 점 ② 공범자의 자백이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유일한 증거인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0조를 유추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해야 하고 범인이 범죄의 예비판례에서 실행의 착수를 자의로 중지한 경우에는 형법 제26조를 유추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해야 하는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피고인에게 이익되는 방향으로는 유추해석이 허용된다는 점 ③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에 관해 형사소송법 제344조를 유추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유리하다는 점 ④ 형사소송법 제355조가 재소자의 상소권회복청구에 관해 형사소송법 제344조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44조를 유추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3) 따라서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에 관해 재소자 특칙에 관한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준용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대법원판례(전원합의체판결)는 타당하다고 본다.
2006-04-17
엄동섭 서강대 법학과 교수 · 법학박사
기한이익상실약관과 소멸시효의 기산점
I. 事件의 槪要 원고는 피고에게 訴外 A가 피고에 대해 부담하고 있거나 장차 부담하게 될 일정범위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 소유의 부동산 위에 根抵當權을 설정해 주었다. 그 뒤 1989.4. 경 A는 피고와의 사이에서, 訴外 C가 피고에 대해 부담하고 있던 物品代金 債務 가운데 일정액을 訴外 B와 連帶하여 辨濟하겠다고 약정하였다. 그리고 이 辨濟約定에서 A는 자신이 부담하게 된 채무를 장차 일정기간 간격으로 分割하여 辨濟하되(最終分割辨濟期日: 1992.4.30.) 위 분할변제기한을 1回라도 遲滯하였을 때는 期限의 利益을 잃는다는 취지의 特約을 피고와의 사이에서 체결하였다. 아울러 A는 자신이 부담하게 된 채무액과 동일한 금액을 최고한도로 하여 어음금액을 백지로 하고 그 지급기일을 위 연대변제약정상의 최종분할변제기일에 맞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그 뒤 A가 분할변제약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자 피고는 위의 근저당권에 기초하여 원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 任意競賣申請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1995.1.27.자 競賣開始決定의 記入登記가 같은 해 2.2. 경료되었다. 한편 원고는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이미 時效消滅하였음을 이유로 하여 이 사건 根抵當權設定登記抹消訴訟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은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물품대금채권으로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 바, 위 연대변제약정시로부터 起算하면 이미 그 기간이 경과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時效消滅하였다고 판단하였다(청구인용). II. 大法院 判決의 要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判示하며 원심판결을 破棄 還送하였다. 1. 期限利益 喪失의 特約은 그 내용에 의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 등을 요함이 없이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것(停止條件附 期限利益 喪失의 特約)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 채권자의 의사행위를 기다려 비로소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것(形成權的 期限利益 喪失의 特約)의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고, 後者의 경우에는 그 특약은 債權者의 利益을 위한 것으로서 기한이익의 상실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나머지 全額을 一時에 請求할 것인가 또는 종래대로 割賦辨濟를 請求할 것인가를 자유로이 選擇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할부채무에 있어서는 1回의 不履行이 있더라도 各 割賦金에 대해 그 各 辨濟期의 도래시마다 그 때부터 順次로 消滅時效가 진행하고, 債權者가 특히 殘存 債務 全額의 辨濟를 구하는 취지의 意思를 表示한 경우에 한하여 全額에 대하여 그때로부터 消滅時效가 진행한다. 2. 債權者가 物上保證人에 대하여 그 피담보채권의 실행으로서 任意競賣를 申請하여 경매법원이 競賣開始決定을 하고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의 債務者에게 그 決定이 送達되거나 또는 競賣期日이 通知된 경우에는 時效의 利益을 받는 債務者는 민법 제176조에 의하여 당해 피담보채권의 消滅時效 中斷의 효과를 받는다. III. 評 釋1. 머리말 (1) 먼저 위의 판결요지 가운데 2. 부분은 종래 대법원이 1987.12.8. 선고 87다카1605판결 이후 일련의 판결(1990.1.12. 선고 89다카4946 판결, 1990.6.26. 선고 89다카32606 판결, 1994.1.11. 선고 93다21477 판결, 1994.11.25. 선고 94다26097 판결 등)을 통해 취해 온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의 타당성은 別論으로 하고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이 사건 판결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이에 관한 종래의 대법원의 입장을 부연하면, 競賣開始決定의 송달이나 競賣期日의 통지가 채무자에게 交付送達의 방법으로 송달된 경우에만 時效中斷의 효력을 인정하고 郵便(發送)送達이나 公示送達의 경우에는 이를 부정함이 우리 대법원의 기본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판결에서는 이 점에 관한 언급은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대법원이 종래의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2) 반면 위 판결요지 가운데 1.부분과 관련하여 이 판결은 이른바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붙어 있는 채무의 消滅時效의 起算點에 관한 最初의 判例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일부 교과서에서 이 문제와 관련을 맺고 있는 판결로 소개되고 있는 대법원 1978.3.28. 선고 77다2463 판결은 繼續的 去來關係로부터 발생한 채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판결로서 이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리고 이 사건 판결의 참조판례로서 소개되고 있는 1987.6.23. 선고 86다카2865 판결 역시 期限利益喪失約款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채무의 소멸시효의 기산점 문제를 다루고 있는 판결은 아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싼 종래 학설상의 논의를 우선 살펴 본 다음, 이 사건 판결을 검토하기로 한다. 2.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붙은 債務의 消滅時效의 起算點 (1) 債權者意思說 이 說은 애당초 期限利益喪失約款이란 債權者에게 그 선택에 따라 期限의 利益을 상실시킬 수 있는 權利(일종의 形成權)를 부여하는 것일 뿐이므로, 債務者가 1回의 割賦債務의 履行을 遲滯함으로써 約款上의 期限利益喪失事由가 발생한 경우에도 즉시 殘存債務 全額에 대한 時效가 進行하지는 않고, 債權者가 約款을 원용하여 殘存債務 全額을 請求한 경우에 비로소 殘存債務 全額에 대한 消滅時效가 進行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입장에 의하면 債權者의 全額請求가 없는 한 各割賦債務는 그 辨濟期가 도래할 때마다 각자 그 때부터 順次로 消滅時效가 진행할 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소수설이라고 할 수 있다. (2) 卽時進行說 이 說에 의하면 約款上의 期限利益喪失事由가 발생함으로 인해 債權者가 債務者의 期限의 利益을 喪失시킬 것인가 아니면 割賦辨濟를 繼續시킬 것인가를 選擇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경우에도 이러한 債權者의 選擇은 債務者의 遲滯責任의 成立과 관계가 있을 뿐이며, 殘存債務 全額의 消滅時效는 債權者의 全額請求가 없더라도 그 事由가 발생한 때부터 즉시 진행한다고 한다. 요컨대 이 說은 期限利益喪失約款에 의해 債權者는 그 사유가 발생한 이후에는 언제든지 殘存債務 全額을 請求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그러한 權利行使가 可能한 時點인 期限利益喪失事由의 發生時부터 殘存債務全額의 消滅時效가 진행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다수의 학자들이 이 견해를 취하고 있다. (3) 二元說 이 입장은 期限利益喪失約款을 그 내용에 따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가 없어도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에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의 의사행위가 있어야 비로서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의 두 가지로 나눈 다음, 前者의 경우에는 위의 卽時進行說과 같은 결론을 취하고, 後者의 경우에는 위의 債權者意思說과 같은 결론을 취한다. 바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 따르고 있는 입장이며, 일본의 경우에도 1940.3.13. 大審院 連合部 판결 이후 판례는 이 입장으로 통일되었다고 한다. (4) 학설에 대한 검토 위의 학설들 가운데 먼저 債權者意思說은 원래 期限利益喪失約款이란 債權者의 利益을 위해 두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約款上의 事由가 발생하더라도 債權者가 반드시 殘存債務 全額을 請求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說이 債權者의 請求가 없는 한 殘額債務 全額에 대한 消滅時效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우선 이와 유사한 다른 경우들과 균형이 맞지 않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예컨대 形成權의 行使를 통해 성립하는 債權의 消滅時效는 그 形成權의 除斥期間과 일치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또 同時履行의 抗辯權이 붙어 있는 債權의 경우처럼 그 權利行使에 法律上의 障碍가 있더라도 그 障碍를 債權者 자신의 意思에 따라 除去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障碍는 消滅時效의 進行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봄이 통설의 입장인 바, 이러한 경우들과 위 債權者意思說의 결론은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이 說은 「消滅時效는 權利를 行使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는 민법 166조1항의 法文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二元說에 대해 살펴보면, 우선 이 說은 期限利益喪失約款을 그 내용에 따라 이른바 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과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의 두 가지로 大別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나, 어떤 기준에 의해 그런 區別이 가능하며 또 區別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期限利益喪失約款은 어느 쪽으로 解釋해야 하는가라는 매우 어려운 問題가 제기되게 된다. 나아가 설사 당사자들의 意思解釋에 의해 그 구별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 說이 이른바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의 경우와 관련하여 債權者意思說과 같은 결론을 취하는 데 대해서는 위에서 행한 債權者意思說에 대한 批判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위의 학설들 가운데서 卽時進行說의 입장이 가장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 說을 따를 경우 債權者의 利益에 중대한 侵害가 발생한다는 反論에 대해서는, 우선 債權者는 債務者의 期限의 利益喪失을 통해 나름대로 利益을 얻고 있으므로 그 대신 즉시 消滅時效가 진행된다고 하여 특히 債權者에게 不當한 결론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나아가 債權者가 遲滯後의 割賦給付를 受領하는 등 期限利益喪失事由가 발생한 후 다시 期限을 猶豫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例外를 인정함으로써 그러한 경우에는 債權者의 利益을 考慮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이 사건 판결에 대한 검토 이 사건 판결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기한이익상실약관이 붙은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最初의 判例로서, 위의 학설들 가운데서 二元說의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판결에 대해서는 우선 위에서 한 二元說에 대한 批判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판결은 설사 二元說이 妥當하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問題點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1) 區別基準의 문제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의 경우에 이른바 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이 아니라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두어져 있다고 보는 근거로서 우선 「당사자 사이의 거래관계 및 위 연대변제약정을 하게 된 경위」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二元說을 따를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두 종류의 約款의 區別基準으로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이 사건 판결은 당사자 사이에서 굳이 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으로 한다는 明示的인 表示가 없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期限利益喪失約款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形成權的인 것으로 해석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 사건 판결은 이 점에 있어서 형식적으로는 二元說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債權者意思說을 따르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2) 二元說과 消滅時效의 起算點 二元說을 따르고 또 이 사건의 경우에는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 特約이 있었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판결이 이 사건의 경우 殘存債務의 消滅時效는 各 割賦金의 辨濟期의 도래시마다 그때로부터 각기 順次的으로 진행하지 않고 最終分割辨濟期日로부터 진행한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판결은 分割辨濟約定과 아울러 最終分割辨濟期日을 支給期日로 하는 어음이 발행 교부된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통해 債權者가 殘存債務 全額에 대한 債權의 行使를 分割辨濟約定上의 最終辨濟期日까지 留保한다는 意思를 表示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分割辨濟約定이 맺어진 이후에 그러한 어음이 발행된 경우라면 몰라도 이 사건의 경우처럼 分割辨濟約定이 체결됨과 同時에 그러한 어음이 발행된 경우까지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지는 매우 의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판단은, 이 사건처럼 旣存債務의 擔保를 위해 어음이 발행된 경우에는 原因債權과 어음債權은 법률상 別個의 債權으로서 竝存하고 그 辨濟期도 각기 다를 수 있다고 보는 통설·판례의 입장(대법원 1990.6.26. 선고 89다카32606 판결참조)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생각한다. 4. 맺음말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 사건 판결은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붙은 債權의 消滅時效에 관한 最初의 判例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이 따르고 있는 二元說의 입장은 타당치 못하다고 여겨지며, 비록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의 特約이 締結된 경우라 할지라도 消滅時效의 起算點조차 債權者의 選擇에 좌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債權者에게 치우친 해석이므로, 이 경우에도 消滅時效는 特約上의 事由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은 消滅時效制度의 存在理由를 權利者의 權利不行使에 대한 義務者의 信賴保護로부터 도출하는 입장을 취할 경우 더욱 강하게 뒷받침될 수 있을 것이다.
1998-05-28
김일수 고대 법대 학장 · 법학박사
소송사기의 불능과 불능미수
●판례요지 소송사기를 하려는 자가 사망한 자를 상대로 제소했다면 그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여 상속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사기죄를 구성할 수 없다. ●평석요지 이 사건 피고인은 死者를 상대로 제소했지만 법원을 기망해 부동산을 편취하려는 전체계획을 직접적으로 개시한 것이므로 사기죄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비록 확정판결에 이르러도 효력이 발생할 수는 없지만 이 제소가 질적으로 법적평온의 파괴에 이를만큼 구체적 법익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은 충분히 있어 사기죄의 불능미수로 봐야 I. 事件槪要 피고인은 1990년3월16일경 고소인 박종철로부터 서울중구신당동203의8 대지 66평방미터중 5분의 2지분을 피고인의 처 전선희 명의로 매수하고 그해 3월1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1991년10월경 피고인은 위 대지위에 건물을 신축하기위한 토지측량을 하면서 그와 이웃하여 있는 같은동 202의 1 밭 7평(이것은 문제가 된 이 사건 부동산이다)이 고소인 김허존의 조부인 亡 김흥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되어 있으나 김흥길의 사망후 상속등기등 공부상정리가 되어 있지않고 그 후손들에 의하여 관리되지 않는 사실을 발견하고 매매계약서를 위조하여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이어서 1992년10월23일경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 원고 전선희, 피고 김흥길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인은 실제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사건 소장에서「이 사건 부동산은 서울 중구신당동200의8 대지와 공부상으로는 두 필지이지만 실제로는 한 필지로서 공소외 박종철의 부친인 박규희가 1942년1월20일경 亡 김흥길로부터 매수한 뒤 위 박규희의 사망으로 위 박종철이 상속하였으며, 피고인이 1990년3월16일경 위 박종철로부터 위 신당동200의8 대지와 함께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였으니 위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한다」는 허위내용을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여기에 위조된 부동산매매계약서까지 제출하여 이에 속은 담당재판부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아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하려 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위 김흥길이 1945년1월7일에 벌써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자 공소외 亡 김윤제가 위 김흥길을 단독상속하였음을 이유로 피고의 표시를 위 김윤제로 정정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위 김윤제도 1969년10월8일에 이미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자 피고인은 1993년2월23일 스스로 소를 취하하였다. Ⅱ. 判決要旨 피고인의 제소가 사망한 자를 상대로 한 것이라면 그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여 상속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사기죄를 구성할 수 없다. Ⅲ. 評 釋1. 詐欺罪實行의 着手 널리 알려진 바대로 사기죄는 일련의 연속된 객관적 구성요건 표지에 의해 실현된다. 즉 ①행위자의 기망행위→②피기망자의 착오유발→③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④피해자의 재산상의 손해→⑤행위자의 재산적 이익취득 등이 그것이다. 대법원은 사기죄 미수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사기죄 실행의 착수시기 등을 짚어 보지 않은채 사기죄불성립으로 단정한 것은 미수범규정과 미수이론으로 볼 때 잘못된 것이다. 예비와 미수를 구별하는 時點이 실행의 착수시기이다. 이것은 구성요건실현의 직접적 개시를 말한다. 더 이상의 중간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성요건의 실현에 곧장 이르게 된 어떤 행태를 취한 것을 뜻한다. 실행의 착수를 중심으로 원칙적으로 불가벌인 예비와 가벌인 미수사이를 시간적으로 구별하는데 종래 客觀說과 主觀說의 대립이 있었으나 오늘날 절충설인 個別的 客觀說이 지배적이다. 이에따르면 행위자의 주관적인 범행의 전체계획에 비추어(주관적 기준), 범죄의사의 분명한 표명이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개개 구성요건의 보호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에 이르렀을 때(객관적 기준) 실행의 착수가 있다. 물론 개별범죄의 구체적인 실행의 착수시기는 원칙적으로 형법각칙상 구성요건의 실행행위에 대한 해석으로써 정해진다. 이것은 판례의 중요한 몫이기도 하다. 개별적 객관설의 구체적인 적용에는 첫째, 直接性(구성요건실현을 위한 직접적인 개시), 둘째 危殆化(공격대상을 향하여 법익을 위태화시키는 관계), 셋째 범인의 전체적 범행계획(계획된 범행의 진행과정에서 이미 행한 범인의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등의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기죄 실행의 착수시기는 이런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연속된 일련의 구성요건실현과정 중 행위자가 실현한 제1단계 행위인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다. 물론 기수시기는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때이다. 따라서 실행의 착수이후 기수에 이르기 전의 모든 단계는 미수에 해당한다. 물론 행위자의 기망행위로부터 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까지가 편취행위의 성립요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편취행위는 ①행위자의 기망행위→②피기망자의 착오유발→③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라는 일련의 과정이 인과관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성립하는 까닭에 편취행위의 직접적인 개시시점도 역시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다. 그렇다면 소송사기의 경우에도 실행의 착수시기는 행위자가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고, 이 시기는 행위자가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때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실행의 착수시기를 판단하는 첫번째 기준인 직접성은 구성요건의 일부를 실현하는 것을 요하지 않으며 단지 범행의 전체계획에 비추어 구성요건의 실현을 위해 다른 중간단계의 행위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어떤 행위만 취하면 충족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 피고인은 비록 死者를 피고로 하여 법원에 제소한 것이지만, 법원을 기망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하려는 전체계획을 직접적으로 개신한 것이므로 사기죄실행에 착수한 것이다. 따라서 설령 판결의 효력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사정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불능미수의 성립여부의 대상일 뿐, 사기죄 불성립의 경우라고 속단할 일이 아니다. 2. 不能未遂냐 不能犯이냐 불능미수란 행위자의 故意에 의해 예견된 전체범행계획이 애당초 실현될 수 없기 때문에 결과발생은 불가능하지만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미수범으로 처벌해야 할 경우를 말한다. 첫째, 결과발생의 불가능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에 기인한 것이다. 행위수단이나 객체가 애당초 불능 또는 흠결이기 때무에 객관적으로 기수에 이를 수 없지만 행위자가 주관적으로는 자신의 행위로 구성요건적 불법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상정한 경우이다. 결과발생의 불가능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은 바로 실행의 착수시기인 실행행위의 직접적 개시점을 기준으로 해야한다. 둘째, 위험성은 비록 구체적인 행위상황에서 직접 일반인의 법적 안정감을 교란시키지는 않았지만 행위자가 장래 비슷한 갈등상황에서 동일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일반인의 法的 安定感이 교란됨을 말한다. 불능미수의 위험성은 이처럼 행위의 구체적인 위험성이 아니라 개별법익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성 내지 행위자의 法敵對性을 反證시켜 주는 행위자의 위험성을 의미한다. 그 판단의 시점을 舊客觀說(절대적 불능·상대적 불능구별설)은 객관적 사후진단의 방법에 따라 재판시를 기준으로 하나, 新客觀說(구체적 위험설)은 객관적 사후예측의 방법에 따라 범행개시시를 기준으로 삼는다. 판단의 자료와 기준에 관하여서도 구객관설은 법관을 판단자로 상정하여 행위객체에 대한 추상적 위험성을 판단자료로 삼고, 신객관설은 통찰력있는 인간 및 행위자의 관점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공격받는 법익에 대한 행위의 구체적인 위험성을 판단자료로 삼는다. 추상적 위험설(법질서에 대한 위험설)은 행위자가 인식한 사실을 기초로 공격된 법익에 대한 추상적 위험성, 즉 법질서에 대한 위험이 있었는가를 일반인의 입장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한 印象說(行爲者의 危險說)은 구성요건실현을 직접개시한 행위자의 위험성, 즉 행위자가 법적대적의사실행을 통해 법익평온상태에 가한 교란을 위험성판단자료로 삼고 통찰력있는 평균인의 입장을 판단기준으로 삼을 것이라 한다. 인상설은 통찰력있는 평균인의 입장에서 잠재적이지만 구체적인 개별법익에 대한 관련성을 판단자료로 삼는 점에서 추상적 위험설보다 불능미수의 성립범위가 좁다. 반면 행위자의 法敵對性에 치중하여 행위자가 실제 인식한 사정만을 판단자료로 삼는 점에서 구체적 위험설보다 불능미수성립 범위가 넓다. 이 사건에서 행위자는 死者를 상대로 법원에 제소하여 부동산을 편취하려 한 것이므로 실행수단의 착오 내지 흠결(실제 소송기술의 미숙에 해당)의 경우이다. 비록 확정판결에 이르렀을지라도 효력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원시적인 불능의 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제소가 질적으로 법적 평온의 파괴에 이를 만큼 구체적인 법익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 내지 행위자의 위험성은 충분히 입증시켜 줄만한 것이므로 사기죄의 불능미수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불능미수의 불법은 가벌적 불법의 최저한에 머물기 때문에 실제 불가벌적 예비와 가벌적 미수의 구별이나 불가벌적 불능범과 가벌적 불능미수의 구별은 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이 사건 범행자가 사기죄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음이 인정된 상황에서 그의 실행수단의 착오가 행위자의 위험성을 배제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3. 處分行爲(交付行爲)의 부존재 여부 대법원은 1986년10월28일 선고 84도2386 판결부터 이 사건판결에 이르기까지 소송사기에서 피기망자인 법원의 재판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死者에 대한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르는 효력이 생길 수 없는 것이어서 착오에 의한 재물교부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기죄성립 자체를 부인하여 왔다. 부동산도 사기죄의 객체중 재물에 해당하며 부동산소유권 이전도 교부로 보는 것이 우리나라 다수설의 입장이나 부동산사기는 결국 소유권이전등기의 경료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이때의 부동산은 재물이 아니라 사기죄의 또 다른 객체인 재산상의 이익으로 보는 것이 좋다. 그런데 사기죄에서 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중 작위에 의한 처분행위는 재산상의 지위 또는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사실상의 행위를 포함한다. 반드시 유효한 법률행위일 필요도 없고 무효인 법률행위는 물론 순전히 사실적인 행위라도 충분히 처분행위가 될 수 있다. 처분행위의 결과 재산의 감소가 일어나야 하지만 이것은 사기죄의 결과로서 일어나야 하는 재산상의 손해발생과는 다르다. 재산처분의 결과는 재산감소의 법률적·사실적 원인의 야기만 있으면 그 자체로서 충분하다. 이렇게 본다면 死者를 상대로 한 사기제소로 법원이 착오에 빠져 소유권이전등기이행을 명하는 확정판결을 내렸을 때 비록 판결자체의 효력은 없을지라도 법적·사실적 처분행위 자체는 존재하는 것이며 또한 재산감소의 법률적·사실적 원인으로도 충분하다. 따라서 死者를 상대로 한 사기소송은 재산적 처분행위의 부존재로 볼 것이 아니라 사기죄의 구성요건결과인 재산상 손해의 부존재로 보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추구에 있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함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大判 1992년9월14일, 91도2994; 1995년3월24일, 95도203) 결과범인 사기죄의 구성요건적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Ⅳ. 結 論 이 사건 범죄사실은 사기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 대법원이 아예 사기죄 성립자체를 부인한 것은 중간에 소를 취하한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그렇지 않은 1986년10월28일 선고 84도2386 및 1987년12월22일 선고 87도852 판결과 동일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그러나 올바른 법률의 적용은 현실적인 범죄사실에 대한 법리적인 분석없이는 불가능하다. 사기죄의 범죄성립요건에 대한 분석 그리고 미수의 각 종류와 그 요건에 대해 대법원이 적어도 기본적인 교과서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검토했더라면 결론은 달라졌을 것이다.
1997-12-15
임 웅
명예훼손과 위법성조각사유 형법310조 의 착오
法律新聞 2284호 법률신문사 名譽毁損과 違法性阻却事由(刑法310조)의 錯誤 일자:1993.6.22 번호:92도30160 任 雄 成均館大敎授 法學博士 ============ 15면 ============ 1. 判決의 要旨 刑法 제310조의 규정은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헌법 제21조에 의한 정당한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상충되는 두 법익의 조화를 꾀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들 두 법익간의 조화와 균형을 고려한다면,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論 點 위 判決理由를 公訴事實과 관련시켜 本判例評釋의 論點으로 간추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某會社의 노동조합장으로 선출된후, 전임 노동조합장의 非理를 밝히는 대자보를 부착한 행위로 刑法 제307조 제1항(名譽毁損罪)의 罪責을 인정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刑法 제310조(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에 해당함을 주장하여 抗訴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판결(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그 理由중의 하나로서, 명예훼손 행위로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자신이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었는지의 여부와 「확실한 자료나 근거에 비추어 피고인이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신중하게 심리·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판결의 주된 論點은, 명예훼손행위의 違法性阻却事由인 刑法 제310조의 두가지 적용요건, 즉 ①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일 것(事實의 眞實性) ② 사실의 적시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것(摘示의 公益性)중에서 前者의 要件이 갖추어지지 못했더라도-적시된 사실의 진실성이 증명되지 못했더라도-행위자가 진실이라고 믿었을 경우에 어떠한 형사책임을 질것인가에 모아진다. 이 문제는 刑法學上 이른 바「違法性 阻却事由의 前提事實에 관한 錯誤」의 전형적인 例로서, 허위의 사실을 진실한 사실이라고 誤信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한 명예훼손행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라는 질문형식으로 제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문제에 대한 學界의 대답은 크게 보아 故意說, 嚴格責任說, 制限責任說이라는 학설로 나누어진다. 이하에서는 위 학설들을 소개한 후, 대법원판결과 연계시켜 보고자 한다. 3. 故意說 고의설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의 認識·認容 이외에 「違法性의 意識」까지도 故意의 內容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위법성의 의식이 결여되면 고의의 성립이 부정되고 과실범의 성립 가능성만이 남게 된다(刑法 제13조의 적용). 그리고 고의설은 위법성의식의 결여가 어디에서 유래하든지 상관치 않으므로, 本事件에서와 같이 眞僞不明인 사실을 진실한 사실로 誤信한 경우인「違法性阻却事由의 前提事實에 관한 錯誤」로 말미암아 행위자가 자신의 명예훼손행위를 위법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면 故意의 성립이 排除된다. 이때 적시된 사실의 진실성을 믿은데 대한 피고인의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의 과실범은 처벌하지 않으므로 결국 무죄가 된다. 결론적으로 고의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이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오신함에 있어서 과실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달리 표현하자면 그 오신에 「상당한 이유」가 있든 없든 不問하고-형법 제310조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가 있는 이상, ② 이로 말미암아 違法性의 意識이 결여되므로 ③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1항)의 故意는 否定되고, ④ 명예훼손죄의 과실범처벌규정도 없으므로 ⑤ 항상무죄가 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으므로 고의설의 결론과는 一致되지 않는다. 4. 嚴格責任說 엄격책임설은 고의를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의 인식·인용으로 파악하고, 違法性의 意識(可能性)은 고의와는 별개의 責任要素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위법성에 관한 착오는 어디에서 유래하든지 간에 결코 고의를 배제하지는 못하고 책임의 단계에서 違法性의 錯誤(禁止의 錯誤)문제로서 대두할 뿐이다. 이렇게 보면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도 위법성의 착오에 속하게 되고 형법 제16조의 적용을 받아 그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을 때」-엄격책임설에서는 그 착오를 「회피할 수 없었을 때」라고 함으로써 回避可能性의 문제로 표현한다-에는 責任이 阻却되지만, 그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면 故意犯이 성립하되 단지 刑을 감경할 수 있게 된다(형법 제53조의 작량감경). 만일 대법원이 형법 제310조의 전제요건에 관한 착오가 형법 제16조의 착오(위법성의 착오)에 귀착한다고 본다면, 적시된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라는 判決中의 文言 대신에 「정당한 이유」라고 쓰는 것이 法文에 따른 정확한 표현이라고 하겠다. 하여튼 간에 本事件에 엄격책임설을 적용해보면, 형법 제310조의 전제요건에 관한 착오는 위법성의 착오에 속하는 것으로서, ①피고인이 적시된 사실을 진실하다고 오신한 것을 회피할 수 없었을 경우에는 ②명예훼손죄의 고의범으로서 위법하지만 책임이 조각되어 무죄가 된다. 한편 대법원판결을 보면, ①피고인이 적시된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②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으므로, ①의 부분에 있어서는 엄격책임설과 부합할 수 있으나 ②의 부분에서 相衝되는 까닭에 엄격책임설에 입각한 판결로 볼 수는 없다고 하겠다. 5. 制限責任說 제한책임설은 違法性의 意識(可能性)을 고의와는 별개의 책임요소로 보는 점에서 엄격책임설과 같지만, 「위법성조각 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違法性錯誤의 문제로 보지 않고, 刑法 제13조의 類推適用對象으로 보아 과실범 성립의 여지를 인정하는 점에서 엄격책임설과 다르다. 제한책임설의 이론 구성으로서는 ①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가 있으면 고의범으로서의 「行爲反價値」가 탈락하기 때문이라거나 ②故意의 二重的地位를 인정하여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가 있으면 행위형식으로서의 구성요건적 고의는 그대로 남지만 「責任形式으로서의 故意」가 탈락하기 때문에 과실범성립의 가능성만이 남는다고 한다. 그런데 행위자의 「輕信」으로 허위의 사실을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명예훼손행위를 한 경우에는 法感情上 처벌의 當爲性이 큼에도 불구하고, 과실범의 처벌규정이 없는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제한책임설은 「처벌의 不當한 空白」을 가져 오는 약점이 있다. 제한책임설의 이러한 단점은, 일정한 유형의 違法性阻却事由(刑法 제310조, 推定的 承諾, 國家强制力의 行使)는 「許容된 危險(erlaubtes Risiko)의 法理를 내포한다고 보고, 事態에 관한 「檢討義務」(Prufungspflicht) 내지「確認·問議義務」를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요건으로 해석하는 독일의 一部學說(Jescheck Lenckner Zipf)에 의하여 보완되고 있다(이 입장에선 독일판결도 있다. RG 72, 305; BGH 14,48 등). 이 학설에 따르면, 행위자가 사전에 사태를 성실히 검토하지 않은 까닭에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요건이 존재하는 것으로 오신하였다면 그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故意責任을 지게 되고, 성실한 검토의무를 다하였다면 그 행위는 위법하지 아니한 것으로 許容(erlaubt)된다. 허용된 위험의 법리를 형법 제310조와 관련해서 보자면, 행위자는 명예훼손행위를 함에 있어서 적시하는 사실의 진실성을 確認·問議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자신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합한 수단인가를 주의깊게 檢討할 의무를 다하여야만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許容된 危險의 法理에 의하여 보완된 제한책임설을 本事件에 적용해 보자면, ① 피고인이 적시된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誤信함에 있어서 사전에 성실한 확인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② 형법 제310조가 적용되어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 한편 대법원판결은 ① 「확실한 자료와 근거에 비추어」피고인의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②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라고 하고 있는데, 확실한 자료나 근거를 기초로 할 것을 요구하는 점에서 성실한 확인의무를 위법성조각사유의 요건으로 파악하고 있는 제한책임설과 잘 符合될 뿐만 아니라, 그 效果에 있어서도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점에서 서로 一致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筆者는 대법원판결을 지지하는 동시에 그 이론적 뒷받침으로서는 허용된 위험의 법리를 적용한 제한책임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대법원판결과 유사한 표현을 사용한 우리나라의 교과서들(서일교, 형법각론, 박영사, 1970년, 1백7면; 황산덕, 형법각론, 방문사, 1978년, 2백30면)도 눈에 뜨이는데, 「증명이 가능한 정도의 자료·근거를 가지고 진실한 사실이라고 誤信한 경우」에는 처벌되지 않는다 라고 하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일본학자(團등重光, 刑法各論, 昭和36年, 2백91面)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1994-01-31
박정근
금지의 착오와 정당한 이유
法律新聞 第1863號 法律新聞社 禁止의 錯誤와 正當한 理由 朴貞根 〈中央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1면 ============ 大法院제3부 1972年3月31日宣告. 72도64判決 [事件槪要] 被告人 정현봉은 경남창원군 진전국민학교교장으로 慶南敎育委員會로부터 6학년 자연교과서에 교과내용으로 되어있는 꽃양귀비를포함한 1백94종의 교과식물을 植栽 또는 標本으로 비치하여 산 敎材로 활용하라는 지시를 받앗다. 그래서 被告人 정현봉은 保健社會部長官의 승인없이 1968년4월18일 부산시중구남포동소재 第一種苗商에서 痲藥의 原料가 되는 앵속(일명 꽃양귀비) 種子 1봉지를 金10원에 買受하여 前述 학교교정화단에 뿌려 앵속 25本을 栽培한 것이다. [判決要旨] 國民學校長이 敎育委員會의 지시로 교과식물로 비치하기 위하여 양귀비 종자를 매수하여 화단에 植栽한 행위는 罪가 되지아니하는 것으로 믿었다 할것이고 이와같은 誤認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며 違法의 認識을 기대할수 없다할 것이다. [判決理由] 原判決은 被告人 정현봉은 경남창원군 진전국민학교 교장으로서 保健社會部長官의 승인없이 1968년4월18일 부산시중구남포동소재 제일종묘상에서 痲藥의 原料가 되는 행속 (일명 꽃양귀비) 종자 1봉지를 金10원에 買受하여 위 학교교정화단에 뿌려 앵속 25本을 재배하였다는 事實은 인정이 되나 이는 證據에 의하여 業務로 인한 行爲내지 社會常規에 違背되지 아니하는 行爲이므로 罪가 되지 아니한다고 判示한 第1審判決을 正當하다고 判斷하였는바 第1審判決이 들고있는 證據에 의하면 被告人 정현봉은 국민학교 교장으로서 6학년 자연교과서에 꽃양귀비가 교과내용으로 되어 있고 慶南敎育委員會에서 꽃양귀비를 포함한 1백94種의 敎科植物을 植栽 또는 標本으로 비치하여 산 敎材로 활용하라는 지시에 의하여 교과식물로 비치하기 위하여 양귀비種子를 사서 교무실앞 화단에 심었음을 인정할수 있으므로 被告人 정현봉의 위 양귀비 種子를 매수하여 학교교무실앞 화단에 植栽한 행위는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믿었다 할것이고, 이와같은 誤認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것이며 이러한 경우에는 누구에게도 違法의 認識을 기대할수 없다 할것이므로 이는 刑法제16조에 이른바 자기의 행위가 法令에 의하여 罪가 되지아니하는 것으로 誤認한 行爲로서 그 誤認에 정당한 理由가 있을때에는 罰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에 해당된다고 볼것이고 따라서 被告人 정현봉에게 위와 다른 취지에서 同 被告人의 行爲는 社會常規에 違背되지 아니한 業務行爲로서 犯罪가 되지 아니한다는 理由로 無罪를 宣告한 原判決의 理由說示에 잘못이 있기는 하나 同 被告人에 대하여 無罪의 宣告를 한 結果에 있어서 正當하여 그 잘못은 判決에 영향이 없다 할것이므로 原審의 措處는 正當하고 論旨는 理由없다. [評 釋] 이것은 被告人정현봉의 痲藥法 제61조제1항제2호 違反事件에 대한 大法院判例 (72년3월31일 宣告 72도64事件. 第3部判決)이다. 이 大法院判例는 被告人 정현봉에 대하여 禁止의 錯誤에 正當한 理由가 있어서 無罪라고 判決한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세가지 면에서 이 判例에 대한 評釋을 하고자 한다. 첫째 大法院이 이 事件을 痲藥法제61조제1항제2호 違反罪의 構成要件에 해당하나 違法性이 阻却되어 無罪로 되는 것이 아니고, 違法의 認識을 기대할수 없다고 해서 無罪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被告人 정현봉은 진전국민학교 교장으로서 慶南敎育委員會의 지시로 교과식물로 비치하기 위하여 앵속(일명 꽃양귀비) 種子를 買入해서 25本을 진전국민학교 화단에 栽培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被告人의 행위는 痲藥法제6조제3호에 위반되는 행위이다. 痲藥法제6조제3호에 의하면 [痲藥의 原料가 되는 植物의 栽培]는 大統領令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保健社會部長官의 승인이 있는때에만 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는 누구든지 할수 없도록 금지된 것이다. 被告人이 비록 道敎育委員會의 지시에 의하여 敎科植物로 국민학교 화단에 재배하였다고 해도 이와같은 행위는 보건사회부장관의 승인이 있다고 해석할수 없으므로 適法行爲로 볼수없다. 따라서 제1, 2심이 社會常規에 違背되지아니한 業務로 인한 行爲로 범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부당한 것이다. 또한 被告人의 행위는 法令에 의한 行爲라고도 할수없다. 그러므로 大法院이 被告人이 앵속의 종자를 買入하여 栽培한 것은 違法行爲이고 適法行爲로 볼수없으나 禁止의 錯誤(즉, 違法性의 錯誤)로 판단하여 刑法제16조를 適用해서 無罪로 判決하였는데 이것은 정당한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 大法院이 被告人의 전술한 行爲를 금지의 착오로 인한 행위로서 정당한 理由가 있는 행위로 해석하여 無罪로 判決한 것은 正當하다. 被告人 정현봉은 국민학교 교장으로서 6학년 자연교과서에 꽃양귀비가 교과내용으로 되어있고 道敎育委員會에서 꽃양귀비를 포함한 1백94種의 교과식물을 植栽 또는 標本으로 비치하여 산 교재로 활용하라는 지시에 의하여 교과식물로 비치하기 위하여 양귀비 種子를 사서 교무실앞 화단에 재배한 것이다. 그러므로 被告人 정현봉은 자기의 그와같은 行爲가 法令에 의하여 罪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誤認한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바꾸어말하면 꽃양귀비를 保健社會部長官의 승인없이 재배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금지되는 것이므로 被告人 정현봉의 전술한 경우의 꽃양귀비 재배도 금지되어 있는 행위라고해야할 것이다. 그런데도 被告人 정현봉은 자기의 행위가 法令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인식했으므로 금지의 착오 또는 違法性의 착오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와같은 금지의 착오에 있어서는 그착오가 [正當한 理由가 있는 때에 한하여]벌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刑法제16조). 그리고 大法院은 여기서 [正當한 理由]가 있다는 것은 금지의 착오에 있어서 [違法의 認識을 기대할수 없는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說示하였다. 또 大法院은 다른 判決에서 禁止의 錯誤에 [正當한 理由]가 있다는 것은 그 착오에 [過失이 없다]는 것이라고 說示한바도 있다. (大判 83년2월22일, 총람18 (B) 16-1 결정). 立法例를 살펴보면 禁止의 錯誤가 [비난할수 없는 때] (오지리刑法제9조). [회피할수 없는 때](서독刑法제17조), [용서할수 있는 때](그리스刑法 제31조제2항), [相當한 理由가 있는때](日本改正刑法草案 제21조제2항)에 罰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표현은 [違法性의 認識可能性이 없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것으로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이 判決에서 被告人 정현봉이 자기의 전술 꽃양귀비의 種子買受 및 栽培行爲가 罪로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믿었다 할것이고 이와같은 誤認에는 정당한 理由가 있다고 說示한 것은 그와같은 경우에 있어서 被告人에게 違法性의 認識可能性이 없으므로 벌하지 아니한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被告人이 자기의 行爲에 대한 違法性의 認識이 불가능한 경우는 非難可能性이 없어서 無罪라고 판결한것으로도 생각된다. 셋째 우리 大法院은 다른 判決에서 禁止의 錯誤에 정당한 理由가 있으면 [犯意를 阻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大判 74년11월12일, 총람18(A)50-22)고 判決한 바가있다. 그러므로 우리 大法院은 故意說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볼수있다. 그리고 이와같은 생각이 정당하다면 이 事件에 있어서 被告人 정현봉의 禁止의 착오는 정당한 이유가 있고, 따라서 違法의 認識을 기대할수 없어서 無罪라고 判決한 것은 被告人에게 違法性의 認識可能性이 없어서 犯意 즉 故意가 阻却되어 無罪라고 判決한 것으로 볼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大法院은 故意說중에서도 制限的故意說을 취하고 있다고 할것이며 違法性의 認識可能性을 故意의 成立要件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故意는 評價의 대상인 事實에 대한 認識이고 違法性의 認識은 그대상인 사실의 평가에 대한 인식을 말하는 것이어서 前者는 構成要件을 實現하려는 意見, 즉 犯罪를 實現하려는 의사이고 後者는 犯罪實現을 억제하는 동기가 되는 것이므로 後者를 前者의 성립요소로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故意는 構成要件의 주관적요소이고 違法性의 認識可能性은 책임요소로 이해하는 責任設에 의하여 刑法제16조를 해석함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大法院도 責任設을 채택하고 그입장에서 判決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그리고 그와같은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이 事件에 있어서는 被告人 정현봉의 앵속 種子買入 및 栽培行爲는 痲藥法제61조제1항제2호 違反罪의 構成要件에 해당하고 違法하나 責任要素인 違法性의 認識可能性이 없어서 無罪라고 하는 判決로 받아들일수 있을것이다.
1989-07-31
양 건
교과용도서의 검정과 국민의 교육권
法律新聞 1840호 법률신문사 敎科用圖書의 檢定과 국민의 敎育權 梁 建 漢陽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1면 ============ 1. 事實의 槪要 원고(김기숙외 2인)은 1984학년도부터 사용할 중학교 1, 2, 3학년용 및 고등학교용 미술교과서를 공동저작하여 피고(문교부장관)에게 검정신청을 하였는데, 1차심사에서 모두 적격판정을 받았다. 그후 교사용 지도서의 심사본을 제출하였는데, 1983년7월11일자로 중학교용 및 고등학교용 지도서 모두에 대해 부적판정의 처분이 내려졌다. 먼저 고등학교용 지도서에 대한 부적판정의 이유를 보면, 『그 총론부분에 있어서 1.과거 미술교육의 실상이 사회적 압력이나 교육제도의 모순으로 그본질이 왜곡되어 왔다는데 강조점을 두고, 부정적인 견해를 크게 부각시켰고…… 각론부분에 있어서는…… 4.…전통문화의 탁월성을 긍정적으로 발전계승시켜 나아가고자하는 국시의 지표에 어긋나고 있다고 판단된다』는 등의 사유를 들었다. 한편, 중학교용 지도서에 대하여는, 『1.미술과 특성 서술이 개정 교육과정의 근본정신과 부합되지 않으며…』등의 사유를 제시하였다. 원고는 부적판정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검정심사가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것이었느냐의 여부에 있었으며 법령상의 검정심사제도 자체의 문제, 즉 검정제도 자체의 위헌 또는 위법 여부는 직접 다투어지지 않았다. 다만, 다음에 보는 것처럼, 고등법원판결은 부분적으로 헌법적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판시하기를(서울고등법원제6특별부, 83구910, 1986년8월12일), 『피고가 정당한 사유없이 원고들의 위 지도서들에 대하여 부적판정을 한 것은 재량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를 면할수 없다』라고 보았다. 판결문 가운데 검정심사제도 자체에 관한 일반론적 주요 판시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다. 『교과용도서를 저작·발행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할것이고, 교과용도서검정은 도서를 교과서 용도로서 발행하는데 대한 사권허가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많은 검정신청도서중 그 합·불합격의 결정에 대하여는 검정신청자의 이해도 크게 걸려있는 것이므로 국가도 대통령령(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으로써 그 시정절차, 검정기준, 심사방법, 검정합격의 유효기간등에 대하여 엄격한 규정을 두어 이에 따르도록 되어있음에 비추어 보면, 이는 기속재량행위에 해당한다 할것이고, 따라서 위 검정행위를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않는 자유재량행위라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를 받아들일수 없다. 나아가 본안에 관하여 보건대, 우리헌법이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는(…)한편, 학문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있으며(…)교육법은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있고(교육법 제5조, 제14조)따라서 학문의 연구자는 교육을 위하여 학문연구의 성과를 교과용도서의 집필, 출판하는 형태로 전달할수 있는 교과용도서 집필, 출판의 자유가 있다할것이고, 교과용도서검정에 있어서 심사는 원칙적으로 오기, 오식 기타 객관적으로 명백한 잘못, 제본 기타 기술적 사항에 그쳐야 하며 저자의 교육적 견해 등의 당부는 국민 및 교육을 담당한 교사들에 의하여 평가되어야 할것이며 행정당국의 판단에 맡겨져서는 안된다 할것이고, 더욱이 이사건 지도서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재 및 교육방법을 판단할수 있는 자격을 갖춘 교사들에게만 주어지는 교육자료인 점에서 학생용 교재인 교과서보다 폭넓은 집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할것이고 이에대한 검정심사는 공적교육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지도조언에 그쳐야할 것이다』 2. 判 決 위 고등법원 판결에 대하여 피고는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학문을 연구하는 자가 그 학문성과를 집필 출판하는 자유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의 검정에 있어서 피고의 심사는 원칙적으로 오기, 오식 기타 객관적으로 명백한 잘못, 제본 기타 기술적 사항에 그쳐야 한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피고가 시행하는 검정은 그 책을 교과용도서로 쓰게 할것인가 아닌가를 정하는 것일뿐, 그책을 출판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며, 현행 교육제도하에서는 피고가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를 검정함에 있어서 그저술한 내용이 교육에 적합한 여부를 심사할수 있다고 하여야 할것이며…, 법원이 그 검정에 관한 처분의 위법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피고와 동일한 입장에 서서 어떠한 처분을 하여야 할것인가를 판단하고 그것과 피고의 처분과를 비교하여 그 당부를 논하는 것은 불가하고 피고가 관계법령과 심사기준에 따라서 처분을 한것이면 그 처분은 유효한 것이고 그 처분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또는 재량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때가 아니면 피고의 처분을 취소할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評 釋 (1) 대법원판결의 요지는 다음의 세가지 점으로 정리될수 있다. 첫째, 교과용도서의 검정이 『그 책을 출판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점은 교과용도서 검정이 헌법상 출판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아님을 밝히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러한 견해는 일본의 이른바 제1차 교과서 소송의 제1심판결(東京地裁, 1974년7월16일)에서 제시된 것과 동일하다. 둘째, 검정심사의 범위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오기, 오식 기타 객관적으로 명백한 잘못, 제본 기타 기술적 사항에 그쳐야 한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저술한 내용이 교육에 적합한 여부를 심사할수 있다』라고 보고 있다. 이 부분은 고등법원 판결을 정면에서 거부한 것이며, 검정의 법적 성격을 자유재량행위로 파악하는 입장이 전제되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셋째, 위와같이 검정심사의 범위를 광범하게 보고, 그 성격을 자유재량행위로 파악하는 결과로, 법원의 심사범위도 재량권 남용여부에 국한된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위의 둘째 부분으로부터 논리적으로 자연스레 귀결되는 것이라 할수 있다. (2) 위와같은 대법원의 判旨에 대하여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할수 있다. 대법원판결의 핵심은 검정심사의 범위에 관한 부분인데, 이에관해 「저술내용의 교육적합성 여부」라는 광범한 심사범위를 인정하고 있다. 우선, 문제는 이러한 견해의 논거가 제시되지 않고있다는 점이다. 판결문을 보면 그 논거와 관련된다고 풀이되는 이유제시는 오직 한가지이다. 즉, 검정이 『책을 교과용도서로 쓰게할것인가 아닌가를 정하는 것일뿐 그 책을 출판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검정심사의 범위에 관한 논거가 될 수없다. 그 까닭은 이러하다. 검정심사의 결과, 부적판정이 내려졌다고 하여 일반도서로서 출판할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곧 교과용도서의 출판이 헌법상의 출판의 자유와 무관한 것이라고는 볼수 없다. 일본의 이른바 제2차 교과서 소송 제1심판결(東京地裁, 1970년7월17일)에서도 지적되어 있는것처럼, 출판의 자유는 일반도서의 출판의 자유뿐만아니라 교과용도서의 출판의 자유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다만 교과용도서의 출판은 일반도서의 출판에 비하여 더 큰 제한을 받는 점이 다를뿐이다. 여기에서 「더큰 제한」이 어느정도인가는 기본적으로 이른바 敎育權의 소재가 어디에 있다고 보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敎育權이라는 용어는 여러 뜻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교육내용과 방법을 결정, 실시하는 권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교육권에 관한 문제의 핵심은 누가 교육권을 가지느냐 하는 그 소재 또는 주체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종래의 國家敎育權論에 대립하여 이른바 國民敎育權論이 제시되고 있다. 후자에 따르면, 국가기관이 교육내용에 개입하는 권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이를 교사, 학부모와 같은 국민에게 인정하려고 한다. 검정심사의 성격과 범위도 敎育權의 주체를 누구라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대법원판결을 보면 이문제에 관한 논급은 전혀 찾아볼수 없다. 이것은 고등법원판결에서 부분적이고 간접적이나마 교육권의 문제가 논급되어 있는 점과 대비된다. 또한 대법원은 검정심사범위와 관련하여, 『현행교육제도하에서는…』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현행교육제도」에 관한 법령의 해석에 있어서 교육에 관한 헌법규정의 올바른 해석을 도입할 필요성은 엄두에도 두지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풀이하건대, 대법원은 아마도 교과서 내용의 결정권이 일방적으로 국가에 있다는 國家敎育權論的 사고를 당연한 것으로 밑에 깔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러나 세계의 이른바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교과서 自由發行制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교과서검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에 있어서도, 그 최고재판소는 일방적인 국가교육론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이른바 학력테스트 北海島사건에서의 最高裁判決「1976년5월21일」참조). (3) 검정심사의 범위에 관해 고등법원 판결이 『오기, 오식 기타 객관적으로 명백한 잘못, 제본 기타 기술적 사항』에 그쳐야 한다고 본것에 대해서는 견해에 따라 심사범위를 너무 좁게 한정시킨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 있을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을 용인한다고 하더라도 대법원판결처럼 아무 제한없이 「교육적합성 여부」를 심사할수 있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국가주의적 발상이라고 보지않을수 없다. 이점에 관해서는 일본의 제2차 교과서 소송 제1심판결에서 제시된 견해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르면, 우리의 고등법원판결에서 제시된 심사범위에 덧붙여, 『교과서내용이 교육과정의 大綱的 基準의 틀 내에 있는가』까지를 심사의 범위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서 「교육과정의 대강적기준에의 적합여부」라는 심사범위는 대법원판결에서 말하는 「교육적합성 여부」보다는 훨씬 축소된 것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일본의 이른바 교과서 소송에 관하여는 拙稿, 「敎科用圖書 檢定에 관한 韓國과 日本의 判例」 劉基天博士古稀記念「法律學의 諸問題」1988년 博英社 참조). 교육민주화의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시점에서 우리의 대법원이 敎育權에 관한 문제의식조차 가지고 있지 못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198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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