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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명예전역수당 환수처분의 법적 근거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 A는 해군대령으로 근무 중 2003. 11.30. 명예전역수당 9,800만원을 수령하면서 명예전역을 한 후, 2004. 1.2. 군인공제회 건설산업본부에 채용되었고, 원고 B는 해군대령으로 근무 중 2004. 12.31. 명예전역수당 6,000만원을 수령하면서 명예전역을 한 후, 2005. 2.21. 군인공제회 경영지원본부에 채용되었다. 피고 해군중앙경리단장은 원고 A, B에 대하여 각 2004. 7.1.과 2005. 3. 31.부로 "원고들은 국방부 산하기관인 군인공제회의 채용예정자로서 명예전역수당의 지급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명예전역수당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이 수령한 위 각 명예전역수당을 환수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각 환수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005. 9.6. 피고 서대문세무서장과 반포세무서장은 피고 해군경리단장으로부터 환수금의 징수의뢰를 받아 원고 A, B의 재산에 대해 각 압류처분을 하였다. 원고들은 명예전역을 할 당시 시행되던 군인사법 제53조의2에는 명예전역수당의 지급에 관한 규정만 있었을 뿐이고, 명예전역수당의 환수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해군경리단장의 이 사건 각 환수처분은 법률에 근거 없이 행해진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2. 판결요지 1) 1심 판결요지는 첫째로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이 이 사건 각 환수처분의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군인사법은 군인의 책임 및 직무의 중요성과 신분 및 근무조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임용·복무·교육훈련·사기·복지 및 신분보장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서 군인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보다 우선하여 적용되나, 군인사법이 제정되었다고 하여 군인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이 전면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군인사법이 미처 규율하고 있지 못한 부분에 관해서는 여전히 국가공무원법이 군인사법을 보완하여 군인에 대하여 적용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국방부장관의 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처리지침에 대해서는 "이 사건 처리지침은 비록 국방부장관의 훈령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이 사건 지급규정의 위임에 따라 그 규정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면서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 효력을 발생하게 되므로, 지급대상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률상의 근거가 된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8. 8.22. 선고 2008구합12054 판결). 2) 2심 판결요지는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명예전역 당시 이미 군인공제회에 채용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환수처분은 위법하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원고들이 명예전역 후 한 달 내지 50일 남짓 만에 각 군인공제회에 채용된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이 명예전역 당시 실제 군인공제회에 채용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 사건 환수처분 당시에는 원고들이 명예전역 당시 채용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존재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하면서 이 사건 환수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법 2009. 2.12. 선고 2008누26543 판결). 3)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대법원 2009. 5.28. 선고 2009두5077 판결). Ⅱ. 명예전역수당 환수제도 1. 의의 및 제도의 취지 공무원의 명예퇴직수당제도는 정년 이전에 퇴직하는 공무원에게 정년 이전의 퇴직으로 받게 되는 불이익, 즉 계속 근로로 받을 수 있는 수입의 상실이나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한 비용지출 등에 대한 보상으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정년 이전의 퇴직을 유도하여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01. 11.9. 선고 2000두2389 판결, 대법원 2006. 7.28. 선고 2006두5021 판결 등 참조). 명예퇴직 환수제도는 명예퇴직수당을 초과하거나 지급대상이 아닌 자가 지급받은 경우에 기지급된 명예퇴직수당을 환수하는 것을 말한다. 즉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고 명예퇴직 하였던 공무원이 다시 경력직 공무원으로 재임용된다면,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였던 본래의 취지가 몰각되므로 기지급된 명예퇴직수당을 환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2007. 11.15. 선고 2005다24646 판결). 2. 관련 법규 국가공무원의 명예퇴직수당의 환수 제도는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규정(대통령령 제21082호 2008. 10.14.) 등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군인의 명예전역수당지급제도는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의 명예퇴직수당제도와 같은 취지로 1989. 3.22. 군인사법에 도입되었다(임천영, 군인사법(제3판), 법률문화원, 2007. 831면). 군인의 명예전역수당 환수 관련 조항은 군인사법 제53조의2, 군인 명예전역수당지급 규정(대통령령 제21884호, 2009. 12.15.) 및 기타 국방부 지침 및 지시에 의거 시행되고 있다. 2009. 12.15. 군인 명예전역수당지급 규정 중 환수 관련 조항이 개정되었다. 즉 환수대상 공무원의 확대(제9조), 환수금 산정기준 변경 및 정산금 신설(제10조), 환수금 연체이자율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을 적용(제11조)하는 내용이었다. 3. 환수 대상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4항 제2호에서는 환수대상자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무원으로 재임용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며, 군인 명예전역수당지급 규정 제9조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무원에는 '지방공무원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경력직공무원과 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3항 또는 지방공무원법 제2조 제3항에 따른 특수경력직공무원'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군인공제회, 한국국방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방부 산하기관에 취업한 자는 환수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Ⅲ. 판결의 쟁점 1. 문제의 제기 원고 A, B가 전역할 당시는 군인사법에 환수제도가 없었다. 다만 국방부 지침인 구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 처리지침」(2005. 4.7. 인사관리과-29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말함)에서는 "국방부 산하기관 채용예정자를 명예전역수당 지급심사 대상자에서 제외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2005. 3.31. 법률 제7429호로 개정된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4항에 명예전역수당 환수대상 및 절차에 관한 규정이 신설된 후 구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 처리지침(이하 '처리지침'으로 한다) 상의 위 규정은 삭제되었다. 위 처리지침에 따라 명예전역수당 지급심사 당시에 국방부 산하기관에 채용될 예정인 명예전역수당 지급 제외자에게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한 경우에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처리지침의 법적 성격을 규명하고 또한 군인사법에 환수조항이 흠결된 경우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에 근거하여 이미 지급된 명예전역수당의 환수를 명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2. 구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 처리지침」의 법적 성격 위 지침이 이 사안에 있어서 명예전역수당의 환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위 지침 규정은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심사기준에 관한 사항으로 이 사안에서와 같이 명예전역수당 지급심사 당시에는 국방부 산하기관의 채용이 예정되어 있지 않아 명예전역수당을 지급받았던 자가 사후에 국방부 산하기관에 채용된 경우에 적용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미 지급된 명예전역수당에 대하여 공권력 행사로서 환수를 명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침익적인 행정처분으로서 이러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수에 관하여 별도로 법령에 명시적인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인 바, 구 「군인사법」에는 지급된 명예전역수당에 관하여 환수를 명할 수 있는 근거가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며 달리 그러한 권한이 하위법령 등에 위임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명예전역수당 지급심사의 대상 제한에 관한 구 처리지침을 근거로 이미 지급된 명예전역수당에 대하여 공권력 행사로서 환수를 명할 수는 없다"라고 하여 부정하는 견해가 있으나(법제처 유권해석 2008. 7.8.). 판례는 이를 긍정하였다. 즉 「이 사건 처리지침은 비록 국방부 장관의 훈령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이에 의한 명예전역수당의 지급대상범위 제한은 이 사건 지급규정의 위임에 따라 그 규정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면서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 효력을 발생하게 되므로, 그 보충규정의 내용이 위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났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예전역수당의 지급대상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령상의 근거가 된다」(대상판결의 1심 판결). 3.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의 적용여부 위 조문이 이 사안에 있어서 명예전역수당의 환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도 이를 부정하는 견해와 긍정하는 견해가 있다. 법제처는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의 환수규정은 2002. 1.19. 법률 제6622호로 「국가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되었는 바, 위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이 이 사안 명예전역수당의 환수를 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군인'은 「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2항 제2호의 특정직공무원의 하나로 「국가공무원법」 상의 공무원에는 포함되나,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4항 및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 제3조에 따른 「국가공무원법」 상의 명예퇴직수당 지급 대상범위에는 '군인'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바,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의 명예퇴직수당의 환수에 관한 규정은 명예퇴직수당의 지급을 전제로 한 규정이므로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의 명예퇴직수당의 환수규정도 군인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며, 이미 지급된 명예퇴직수당을 국가가 강제로 환수하는 침익적인 공권력 행사에 관한 규정을 법에 명시된 적용대상이 아닌 자에게 무리하게 유추해석하거나 확장해석하여 적용할 수는 없다」라고 하여 부정하였다(법제처 유권해석 2008. 7.8.). 그러나 판례는 「군인사법은 군인의 책임 및 직무의 중요성과 신분 및 근무조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임용·복무·교육훈련·사기·복지 및 신분보장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서 군인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보다 우선하여 적용되나, 군인사법이 제정되었다고 하여 군인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이 전면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군인사법이 미쳐 규율하고 있지 못한 부분에 관해서는 여전히 국가공무원법이 군인사법을 보완하여 군인에 대하여 적용된다」라고 판시하여 이를 긍정하였다(대상판결의 1심 판결). Ⅳ. 평석 대상판결은 "이 사건 처리지침은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다"라는 1심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판결에서는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4항은 명예전역수당의 지급대상범위, 지급액, 지급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에 근거한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은 지급대상, 지급신청절차, 지급대상자 심사결정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한편, 제9조에서 명예로운 전역의 기준, 수당지급대상자의 선정과 심사방법, 지급절차, 명예전역심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기타 이 영의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세부사항은 국방부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장관은 이에 터잡아 처리지침을 마련하였는 바, … 위 처리지침은 그 규정형식과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 내부에서 명예전역수당지급 대상자 선정, 절차 등에 관한 법령해석 내지 사무처리 기준을 규정한 행정규칙으로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법규적 효력은 없다고 보인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04. 12.23. 선고 2004구합12100 판결). 대상판결에서는 위 처리지침의 법적성격을 '대외적 효력이 없는 법령해석 내지 사무처리 기준을 규정한 행정규칙'으로 보고 있는 다른 하급심 판례와는 다르게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판결문에서는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으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시가 되어 있지 않다. 위 처리지침의 법적성격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을 기대해 본다.
2010-02-18
강간죄 객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
Ⅰ. 들어가며 2000년 동성애자인 홍석천씨의 커밍아웃(Coming out), 2001년 트랜스젠더(transgender)인 하리수씨의 등장으로 우리사회는, 성전환 현상이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생물학적 현상보다는 사회적으로 학습되어진 결과로서 나타나는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파악하였다. 나아가 종교적이고 법률적 차원의 성 담론을 극복하고 정신장애와 결부된 의료적 처치를 요하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성전환수술은 성정체성장애라는 질병의 치유 수단이라는 점을 공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사법부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된 자를 간음한 경우 강간죄를 구성할 수 있는지가 강간죄의 보호법익인 ‘부녀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관련하여 논의되어 오고 있었고 대법원은 민(가)사법적 영역의 성전환자에 대한 개명 및 호적정정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이를 인정한 바 있고, 나아가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법적으로 성전환자에 대하여 강간죄의 객체를 인정함으로써 성전환자에 대한 민·형사법적 지위를 분명하게 자리매김해 줌으로써 법·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우리 사회에서 그늘지게 살아 왔던 성적 소수자인 성전환자에 대하여 법·제도적 보호망 안에 들어오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기화로 형법 개정안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바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본다.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사건의 개요 비록 남자로 태어났지만 성전환증을 앓고 정신적, 호르몬 치료를 거쳐 결국 성전환수술을 하고 30여년 가까이 여성 무용수로서 사회생활을 해 오고 있었지만 공부상 ‘2’가 아닌 ‘1’로 가족관계등록부가 정정되지 아니한 여성(성전환자)의 집에 들어가 강제로 그를 간음한 사건에 대하여 검찰은 처음 이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에 정한 주거침입강제추행죄로 기소하였으나 부산지방법원은 이를 주거침입강간죄로 공소장을 변경하였고 이에 대하여 부산지방법원 1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주위적 공소사실인 주거침입강간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고 결국 항소심을 거쳐 검사가 상고하게 된 사안이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강간죄의 객체는 부녀로서 여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강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법률상 여자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사람의 성을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생식기, 성기 등 생물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성 귀속감 및 사회적으로 승인된 행동·태도·성격적 특징 등의 성역할을 수행하는 측면, 즉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해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6. 6.22. 2004스42전원합의체 판결, 1996. 6.11. 선고 96도791 판결 참조). 이 사건의 피해자는 성전환증을 확진 받고 호르몬 요법 등의 치료과정을 거쳐 성전환수술을 시행한 점, 과거 10여 년간 피해자의 사정을 아는 남성과 동거하며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영위함에 아무 문제가 없었고 성적 만족도 또한 이상이 없었던 사실, 여성 무용수로서 30년간 국내외적 활동을 해 온 사실, 현재 여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하고 남성으로 재전환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개인 및 사회생활에서 여성으로 인식되어 결국 사회통념상 여성으로 평가되는 성전환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Ⅲ. 성전환자에 대한 법적 지위 1.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정정된 경우 우리 사회에 성전환이 성적 특이 기호 내지 성향이라는 인식을 넘어 성귀속에 관한 성정체성장애라는 질병으로 받아들여진 것도 최근의 움직임이었고 이 과정에서 성전환자에 대한 개명 및 호적정정허가에 관한 상반된 하급심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사람의 성은 결정함에 있어 생물학적 성(sex)뿐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성(gender)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결국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을 허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대법원 2006. 6.22. 2004스42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에 따라 호적정정이 이루어진 성전환자는 강간죄의 객체의 성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2. 공부상 정정이 되지 않은 경우 문제는 성정체성장애자가 일정한 요건을 거쳐 성전환수술을 하고 사회적으로 전환된 성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공부상의 정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를 형법상 부녀인 ‘여자’로 포섭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법률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nullum crimen, nulla poena sine lege)’라는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긴장관계에 있었고 성전환자를 법률상 여자인 부녀로 포섭할 수 없다는 입장과 법학은 단순한 생물학이 아니라 사회규범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에 법학에서 성은 단순히 염색체 구성에 따라 기계적으로 판단되어서는 아니되고 사회적, 규범적 평가에 따라야 하므로 성전환자의 경우도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포섭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성전환자를 강간죄의 객체로 포섭하지 않게 되면 결국 강제추행죄로 의율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성전환자를 간음한 것을 강제로 가슴을 만지거나, 엉덩이를 만지는 것으로 평가하여 형벌권을 발동한다는 것은 우리의 법감정과 부합하지 않고 나아가 형법은 규범학으로 남녀 성을 판단함에 있어 생물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볼 때, 비록 공부상 정정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넉넉히 성전환자를 형법상 부녀로 포섭할 수 있다고 본다. 공부상 성별을 정정하는 것은 남녀 양성체로 편성된 사회에서 하나의 확정된 성을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조치에 불과할 뿐 공부상 정정됨으로써 비로소 여성으로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Ⅳ. 형법의 개정 1. 국가공권력인 형벌권이 보호해야 하는 강간죄의 보호법익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형법은 성 편향적 태도로 그 객체를 ‘부녀’로 명문화하였다. 법원도 사법권을 행사함에 있어 죄형법정주의원칙에 따라 소극적인 입장일 수 밖에 없었다. 2. 그러나 미국의 경우 주형법에서 강간죄의 객체를 ‘중성화’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고, 영국의 경우 1976년 개정 성범죄법을 거쳐 1994년 형사 정의 및 공공질서법으로 대체하였고 프랑스는 1980년 형법 제222-22조 개정으로 ‘남성’을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시켰다. 독일은 1997년 제33차 형법 개정으로 형법 제177조 제3항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Faru)에서 ‘타인(eine andere Person)’으로 변경하였다. 3. 우리 개정 형법안의 움직임 형법 개정안은 강간죄의 범죄구성요건에서 ‘부녀’를 삭제하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대부분 강간이 남성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여성에 의한 강간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양성자 또는 동성간의 강간, 성전환자에 대한 강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경우 침해된 남성, 양성자 또는 성전환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보호정도와 보호영역을 달리해야 할 본질적이고 중대한 정당한 근거가 없었던 것으로 지극히 바람직한 입법 방향이라고 본다. Ⅴ. 결어 1. 사회규범은 사회현실과 상호작용 관계에 있다. 사회규범은 대중이 보편타당한 정의 관념이라는 궤도를 벗어나는 경우 이를 정상적인 궤도로 안내하는 등대 역할을 수행하지만 반대로 변화된 사회현실 대중의 관념을 무시하는 사회규범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하고 존재의의를 잃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성전환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성전환자의 영역에 있어 법·제도적으로 정상적인 규범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사회적 괴리현상에 대하여 정상적인 사회적·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성적 소수자를 강간죄의 객체로 인정함으로써 한층 더 인권의 사각지대를 축소하였으며 나아가 법·제도적 정비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2. 성전환자 역시 헌법상 기본권 향유주체로서 권리의무의 귀속주체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성의 이분법적 사고에 입각하여 법·제도권 밖이라는 이유로 성전환자에 대하여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아니한채 비정상인으로 취급하여 왔다. 나아가 성전환증 내지 성정체성장애는 특이한 ‘성적 지향’이 아닌 엄연한 성전환증이라는 ‘병리현상’으로 성전환수술은 치료행위이자 성별질서의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사회·국가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비책이 없다. 이번 성전환자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형법적 문제뿐만 아니라 성전환에 대하여 좀 더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논의를 토대로 성전환자의 성 변경 및 개명, 그리고 치료과정에서의 국가적 개입, 의료 복지, 가족의 정신·심리 상담지원 등에 관한 법·제도적 정비를 통한 사회적 성숙의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2009-09-24
테러범과 정치범 불인도 원칙
I. 시작하면서 2006.7.27. 서울고등법원 제10형사부는 서울고등검찰청이 청구한 베트남인 우엔 우 창(Nguyen Huu Chanh)에 대한 범죄인인도심사청구 사건에서 범죄인의 인도를 허가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범죄인인도심사 및 그 청구와 관련된 사건은 서울고등검찰청 및 서울고등법원 전속관할이고 대법원에 상소할 수 없는 결정이므로 우엔 우 창은 곧바로 석방되었다. 위 결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범 인도 청구 사건에 관한 결정이어서 선례적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자 인도와 관련한 정치범죄를 심도 있게 설명하고, 국제분쟁 적용법령의 해석 원리, 국제법원(國際法源)으로서의 UN-Resolution에 대한 평가를 충실히 내리고 있는 점 등 우리나라 국제법 실무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좋은 결정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몇 남지 않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와의 외교적, 국제형사법적 공조와 관련될 뿐만 아니라 향후, 유사범죄를 저지른 대한민국 국적인 혹은 북한 국적인의 처벌을{혹은 베트남으로 도망한(?) 동원호 선원을 억류한 소말리아 해적의 처벌을}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대한 베트남의 대응 등은 물론,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소위 ‘정치범 불인도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는 필자와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이하에서는 사건 개요와 결정이유를 간략히 소개한 후 이에 대하여 논점 위주로 개인적 견해를 적어본다. II. 사건의 개요 1. 범죄인의 범죄사실 범죄인 우엔 우 창은 1950년 베트남에서 출생하여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가 미국영주권을 취득하고, 1992년 Vinamoto Company의 임원 신분으로 베트남에 입국한 후 1995.4. 자유베트남 혁명정부를 조직하여 자신을 내각총리로 지칭한 후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 전복을 목적으로 13개항에 이르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고, 범죄사실은 그 내용상 아래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1) 1999년부터 자유베트남 혁명정부의 조직원을 훈련시키고 테러를 위해 각종 폭발물을 운반하고 반베트남 선전을 유포하고 호치민 방송국 등의 공공시설에 폭탄을 장치하였으나 발각되어 미수에 그치고 대중이 운집하는 광장에 폭탄을 투척할 것을 모의하였으나 테러계획이 공안당국에 알려져 미수에 그친 점 등의 다수의 테러를 기도하고 2) 2001.6.19. 태국 주재 베트남 대사관에 폭탄을 넣은 핸드백 2개를 던져 넣고 휴대폰을 이용하여 원격 조정하여 대사관을 폭발시키려고 하였으나 뇌관 조립과정상의 문제로 폭탄이 터지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2. 불인도 결정 이유 가. 위의 범죄사실이 인도대상범죄에 해당하나, 자유베트남 혁명정부의 성립 배경 및 활동 내용을 고려하여 피청구인에 대한 범죄는 정치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후, 대한민국과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2005.4.19. 발효, 이하 ‘이 사건 인도조약’이라고 한다)과 범죄인 인도법(2005.12.14. 일부 개정)의 정치범 불인도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정이 없는 한 범죄인을 청구국에 인도할 수 없다. 나. 대한민국은 2004.2.9. 폭탄테러범죄를 범죄인 불인도 대상인 정치범죄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에 가입하였고, 범죄인 인도법 제8조 제1항 제2호 “다자간 조약에 의하여 대한민국이 범죄인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하거나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범죄”는 정치범 불인도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어 폭탄테러행위를 저지른 범죄인을 예외사유에 해당되는 듯 하나 신법우선의 원칙, 특별법 우선의 원칙 등 법률해석 원칙은 물론 범죄인 인도법 제3조의2 “범죄인 인도에 관하여 인도조약에 이 법과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른다”는 규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인도 조약 제3조 제2항 나목 ‘양 당사국이 모두 당사자인 다자간 국제협정에 의하여 당사국이 관할권을 행사하거나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 범죄’만을 정치범 불인도 예외사유로 하고 있고 다자간 국제협정인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에 베트남은 가입하지 않아 위 조약은 양 당사국이 모두 당사자인 다자간 국제협정이 아니므로 이를 근거로 범죄인을 인도 할 수는 없다. 다. 테러범죄자에 난민의 지위가 악용되거나 테러행위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이유로 범죄인 인도요청이 거부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 등을 규정한 미국 9·11 테러 직후에 채택된 ‘UN 안보리의 2001.9.29.자 결의’에 대한민국과 청구국은 모두 서명하여 위 결의의 당사자가 되었으나, 위 결의는 당사국에게 구체적인 범죄인 인도의무를 부과하는 국제협정이 아니다. 라. 범죄인 인도법 제8조 제1항 제3호의 ‘다수인의 생명·신체를 침해·위협하거나 이에 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죄’를 정치범불인도 예외사유로 열거하고 있으나 이 사건 인도조약은 이를 예외사유 중의 하나로 열거하지 않고 있으므로 범죄인 인도법 제8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여 인도를 허가할 수는 없다. III. 평석을 위한 몇 가지 논점 정리 1. 정치범죄와 테러행위 ‘정치범죄’는 그 동기와 목적, 해당국가의 정치 상황, 행위양상, 성질 등을 기준으로 정의하여야 하나 현재까지 국제사회가 합의한 일의적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범죄인 인도와 관련하여 정치범죄 여부에 대한 판단은 피청구국의 사법당국에 맡겨진다고 하지만 청구국이 행하는 구체적인 사법조치를 전제로 하여 판단하므로 실체적, 절차적으로도 엄격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한편 ‘테러’는 1983년 Axel P. Schmid가 펴낸 ‘Political Terrorism’에 당시까지의 테러 개념이 109개로 정리되어 있고, 1988년 같은 저자가 펴낸 증보판에 수십개의 정의가 추가된 상황이고 보면 테러의 정의는 테러 연구자 수만큼 많아져 개념정의에 어려움이 있다. 국제법 발전역사상 정치범죄자는 난민대우 혹은 범죄인 불인도 등으로 국제적으로 보호해야 하고, 테러범죄는 국제적 범죄로서 보편적 사법권의 형식으로라도 처벌해야 할 범죄이지만 테러범죄 또한 많은 경우 정치적 성향을 띠고 있어 소위 ‘정치범죄’에서 ‘테러’를 분리해 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2. 테러행위와 정치범불인도 원칙 정치범불인도는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일부국가들이 도망정치범을 비호할 권리의 근거로서 주장한 것으로 자코뱅당의 테러적 지배(테러의 어원은 자코뱅당의 억압적 지배방식에서 유래한다)를 피하여 이웃 나라로 도망친 많은 국가테러 피해자들이 정치범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이러한 정치범은 19세기 이래 많은 범죄인 인도조약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으나, 개념적으로 정치범불인도가 국제관습법상 정치범죄인을 인도하여서는 안 된다는 국가의 의무인지 그렇지 않으면 범죄인도조약에 의거하여 조약상 발생한 인도의무를 거부할 권능을 인정함에 불과한 것인가에 관하여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3. 반테러협약과 보편적 테러행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정치범 인정 여부는 피청구국이 판단하므로 자국의 이해에 따라 정치범불인도 원칙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러한 해석에 따른 범죄인 불인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없지 않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소위 반테러협약을 통하여 국제사회가 합의하는 일정한 범죄양상에 대하여는 정치적 성향을 띠는 정치범죄라 하더라도 aut dedere aut punire(인도 혹은 처벌)에 따라 처리하는 국제적 컨센서스를 이루어, 반테러협약상의 범죄행위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국제테러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예컨대, 항공기테러억제협약(1970), 외교관등에대한테러방지협약(1973), 인질방지협약(1979) 등 반테러협약에 관해서는 http://untreaty.un.org 참조} 4. 국제분쟁의 적용 법리 범죄인 인도 등 국제성을 보유한 사건에 대하여는 국내 법원도 국내법은 물론이고 국제법 원리에도 부합하는 판단을 하여야 한다. 특히, 국제테러는 해당 국가에 대한 범죄로 인식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범죄로 인식되는 중요한 국제법적 사건이므로 헌법과 해당 법률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 성문 국제법은 물론이고 관습법 그리고, 국제법의 일반원칙, ILC 등이 확인하고 있는 강제규범으로서의 ius cogens 혹은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의무로서의 erga omnes 와의 조화적 해석 등까지 면밀히 검토하여야 한다. IV. 결정의 평석 1. 국제테러행위 재판부는 청구인의 폭탄테러행위가 정치범 불인도 예외범죄인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상 범죄이나, 청구국이 위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으므로 위 범죄인을 인도하게 되면 이 사건 인도 조약을 위반하게 된다고 하고 있는 바, (재판부의 견해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위 범죄인의 폭탄테러행위가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의 테러행위임은 인정하고 있다. 위 테러행위는 미수에 그쳤고 베트남 정부 전복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만 (실제 기수에 달하였다면) 위 폭탄테러는 자국민 타국민을 가리지 않는 피해를 야기할 국제테러행위이다. 이러한 국제테러범죄는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범죄행위이고, 이를 억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한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사회 전체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이 사건 인도 조약의 해석에 따라 청구국이 폭탄테러억제협약 당사자가 아니므로 테러행위자를 자유롭게 놓아준다면 대한민국은 (결과적으로) 소극적으로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것일 수 있다. 2. 외교관 등에 대한 테러행위 위와 견해를 달리 하더라도, 이 사건 범죄인의 많은 범죄행위 중 태국 주재 베트남 대사관에 폭탄을 투척한 행위는 1973. 12. 14 국제연합 총회에서 채택된 ‘외교관등 국제적 보호 인물에 대한 범죄의 예방 및 처벌에 관한 협약’ 제2조 제1항 (라)목 위반의 국제테러범죄이다. 위 조약은 대한민국이 1983.5.25. 가입하였고, 베트남 또한 2002.5.2. 가입하였다. 따라서, 재판부가 밝힌 것처럼 대사관 폭탄 투척 이외의 폭탄테러는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과 관련하여 정치범죄로서 정치범 불인도 예외 사유인 ‘양당사국이 모두 당사자인 다자간 국제협정에 의하여 당사국이 관할권을 행사하거나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 범죄’가 아니지만, 외국 주재 자국 대사관에 폭탄을 투척한 행위는 재판부의 견해에 의하더라도 ‘양당사국이 모두 당사자인 다자간 국제협정에 의하여 당사국이 관할권을 행사하거나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 범죄’로서 정치범죄라고 하더라도 정치범 불인도의 예외사유로서 대한민국에 aut dedere aut punire 의무가 있는 범죄이다. 3. 테러행위의 전단계 범죄화 및 형법의 세계주의 도입 폭발물을 사용한 범죄, 공공시설과 다수 인명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범죄에 대하여는 현실적 피해발생(구성요건적 기수)을 범죄의 구성요건 사실로 보고 이를 처벌하게 된다면 형사법의 보호적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없다. 따라서 테러행위는 예비, 음모 등의 구성요건 실행 착수 이전 단계에서 적절한 범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소위 전단계 범죄화(Vorfeldstrafe)가 필요한 분야임에도 결정 이유에서 폭발물 사용의 대상이 사람인지 시설인지조차 특정되지 않아 ‘다수인의 생명·신체를 침해·위협하거나 이에 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죄’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해석은 해당국가와 국민의 법익 침해를 너무 과소평가한 해석으로 볼 수 밖에 없고, 피청구인이 테러행위를 중단하겠다는 의사 또한 어디에도 읽을 수 없다. 지금껏 미수에 그친 그의 테러행위가 후일 어디에선가 기수에 이르게 되는 순간, 대한민국의 부적절한 대응은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끝으로, 정치범 불인도 원칙을 가장 먼저 입법화한 벨기에가 국제적 테러는 delicta juris gentium으로 간주하고 범죄지, 범인이나 피해자의 국적, 범죄지국의 법률 등을 묻지 않고 자국법에 의하여 재판하겠다는 절대적 세계주의(Weltrechtsprinzip)를 규정함은 이번 인도 청구 사건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06-08-21
군인 명예전역수당의 결정권자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1968. 3. 1. 육군 소위로 임관하여 1997. 4. 소장으로 진급하였고, 1999. 11.경부터는 육군본부 ○○참모부장으로 근무하여 왔다. 원고는 2001. 9. 초와 2001. 10. 1. 두차례에 걸쳐 청와대와 국방부의 인터넷사이트에 육군의 편중인사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였는바, 이로 인해 2001. 10. 8. 피고 육군참모총장에 의해 ○○참모부장에서 보직해임되었다. 그 후 원고는 2001. 10. 22.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2001. 10. 29. 피고(육군참모총장)에게 명예전역수당 지급신청서(이하, ‘이 사건 신청서’라 한다)를 제출하였다. 이에 국방부장관은 2001. 11. 6. 원고에 대하여 군인사법 제35조(원에 의한 전역), 제41조(퇴역)의 규정에 의하여 2001. 11. 10.자로 퇴역을 명하는 인사명령을 하였다. 원고는 2001. 10. 29. 육군참모총장에게 명예전역수당지급신청을 하였는데도, 국방부장관 및 육군참모총장이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피고들의 부작위는 위법하다며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1) 1심 판결요지는 첫째로 피고 국방부장관에 대한 청구부분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명예전역수당 지급신청만을 한 원고로서는 이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피고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이를 다툴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 국방부장관이 명예전역신청에 대한 응답을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하여 위 피고를 상대로 부작위위법확인을 구할 원고 적격은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소 중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청구부분은 부적법하다”, 둘째로 피고 육군참모총장의 부작위 여부에 관하여는 “원고가 위 통지를 받은 이후인 2001. 10. 29. 이 사건 명예전역수당지급신청을 하였다면, 피고 육군참모총장으로서는 위 통지와 별도로 위 신청에 대하여 응답을 다시 하여 줄 법률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 육군참모총장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은 법률상 응답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3. 10. 21. 선고 2003구합9879). 2) 2심 판결요지는 첫째로 원고에게 명예전역 수당지급신청권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군인사법 제53조의2의 위임에 따른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 제2조 제1항 제1호, 제5조 등에 의하여 모든 명예전역수당 지급신청자에 대하여 위 수당지급신청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소장으로 전역하는 원고에게도 명예전역수당의 지급을 신청할 법규상의 권리가 있다 할 것이고, … 따라서 위 신청에 대하여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 제6조 및 제7조에 정한 기간과 절차에 따라 신청을 인용하는 적극적 처분 또는 각하하거나 기각하는 등의 소극적 처분을 하고, 이를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할 법률상 응답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둘째로 이 사건 신청이 중복신청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가사 피고의 주장과 같이 2001. 10. 24.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담당자가 ○○참모부 행정과장인 장△△ 대령을 통하여 원고에게 명예전역 부결 결정을 구두로 통지하였다 하더라도 명예전역 부결 결정과 같이 상대방 있는 행정처분에 있어서는, 달리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처분을 하였음을 그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고지하여야만, 그 상대방에 대하여 그와 같은 행정처분이 있었다는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것이므로(대법원 1996. 12. 20. 선고 96누9799 판결 등 참조) 원고에게 위 처분을 구두로 통지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응답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원고의 이 사건 신청을 이미 응답을 받았음에도 중복하여 한 신청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하였다(대상판결). Ⅱ. 명예전역수당지급제도 1. 의의 명예전역수당지급제도란 군인으로서 20년 이상 근속한 자가 정년 전에 자진하여 명예롭게 전역하는 경우에 예산의 범위안에서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군인사법 제53조의2). 이 제도는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하여 장기근속자에게 전역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조기전역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며,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에 규정된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제도를 군인사법에 도입한 것이다(졸저,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780면). 명예전역은 재직기간과 신청기간이 특별히 제한되어 있고 또한 본인의 신청이 있더라도 임용권자의 엄정한 심사행위가 수반된다는 측면에서 원에 의하는 전역과 다르며 또한 일정한 사유나 요건의 성립으로 당연히 효력이 발생하는 정년전역과 달리 요건과 함께 일정한 법적 절차가 중시된다는 점에 특성이 있다. 2. 제도의 취지 군인사법에서는 네가지 경우에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첫째로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1항의 일반적 명예전역수당 지급제도는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하여 장기근속자에게 전역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조기전역을 유도하자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 둘째로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2항의 병과장 명예전역수당지급제도로 병과장이 그 직 및 유사직위의 보직을 마치고 정년 전에 군인사법 제2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당연전역되는 경우에는 지급할 수 있다. 셋째로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2항의 임기제 진급자 명예전역수당지급제도는 인력운용상 필요하거나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위에 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임기를 정하여 1계급을 진급시킬 수 있고 이러한 자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그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전역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것이다. 넷째로 군인사법 제8조 제4항 또는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정년보다 단축된 정년으로 명예전역하는 군인에게도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 절차 군인의 명예전역수당지급절차는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2001.3.27. 대통령령 제17158호), 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처리지침〔국방부인관33145-1378(1995.9.7)〕(이하 “지침”이라 함)에 규정되어 있으며, ①지급신청 ②지급대상자의 심사 · 결정 ③지급대상자의 통지 ④수당지급대상자의 전역원 제출순으로 이루어진다. 수당을 지급받고자 하는 자는 수당지급 신청기간 내에 수당지급신청서를 소속부대의 장을 거쳐 각군 참모총장에게 제출하여야 하며(지침 제4조), 각군 참모총장은 수당지급신청서를 받은 때에는 신청기간 경과 후 30일 이내에 이를 심사하고, 수당지급대상자를 선정하여 국방부장관에게 추천하여야 한다(지침 제3조). 국방부장관은 각군 참모총장으로부터 수당지급대상자의 추천을 받은 때에는 각군 간의 균형을 고려하여 수당지급대상자를 최종적으로 심사 · 결정한다(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 제6조). 국방부장관은 수당지급대상자를 결정한 때에는 결정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그 결과를 각군 참모총장에게 시달하여야 하고, 그 시달을 받은 각군 참모총장은 …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동규정 제7조). 수당지급을 통지 받은 자는 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속부대의 장에게 전역원을 제출하여야 한다(동규정 8조). Ⅲ. 판결의 쟁점 군인의 명예전역수당 지급 여부에 대한 결정권자는 누구인가? 각군 참모총장이 아니라 국방부장관에게 결정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로,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2001. 3. 27. 대통령령 제17158호) 제6조 제1항의 “각군 참모총장은 수당지급신청서를 받은 때에는 30일 이내에 이를 심사하고, 수당지급대상자를 선정하여 국방부장관에게 추천하여야 한다”라는 규정과 동조 제3항의 “국방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각군 참모총장으로부터 수당지급대상자의 추천을 받은 때에는 … 수당지급대상자를 최종적으로 심사 · 결정한다”라는 규정에 의하면 각군 참모총장은 추천권자이고 최종적 심사 · 결정권자는 국방부장관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대법원은 공무원이 아닌 일반 기업체의 명예퇴직에 관하여「명예퇴직이란 근로자가 명예퇴직의 신청(청약)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이를 승인(승낙)함으로써 합의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라고 하여 명예퇴직은 청약과 승낙에 의한 근로관계의 합의해지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0. 7. 7. 선고 98다42172 판결). 그러나 공무원의 경우에는 일반 퇴직과 다른 명예퇴직이라는 별개의 퇴직제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퇴직하는 공무원 중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라 심사를 하여 명예퇴직수당이라는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일 뿐이므로 그 퇴직 자체를 청약과 승낙에 의한 근로관계의 합의해지라고 보기는 어렵다(김영천, “20년 이상 근속한 지방공무원이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확정되기 전에 그 명예퇴직수당 채권에 대하여 압류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판례해설(통권 제38호). 2002. 339면). 그렇다면 군인의 명예전역수당지급에 대한 결정권자는 군인에 대한 전역권자가 누구이냐에 따라서 결정되어져할 문제인 것이다. 군인사법 제43조에는 “장교…의 전역은 임용권자가 행한다”라고 하여 임용권자가 전역권자임을 규정하고 있고, 군인사법 제13조에는 “장교의 임용은 참모총장의 추천에 의하여 국방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행한다. 다만 대령 이하의 장교에 대하여는 임용권자의 위임에 의하여 국방부장관이 행할 수 있으며…”라고 하여 임용권자를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장관급 장교에 대하여는 각군 참모총장은 전역권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한편 장관급장교에 대하여는 임용권자가 대통령이 되며, 또한 전역권자도 임용권자인 대통령이 될 것이나, 위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에 의거하여 명예전역수당지급 결정에 관하여는 국방부장관에게 위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내부위임된 경우 전역권자가 누구인가에 대하여는 서울고법 1992.12.23. 92구12478, 서울고법 1993.1.26. 92구14955 판례참조). Ⅳ. 평석 대상판결의 1심재판에서는 “관계 법령을 검토하여 보더라도 명예전역수당 지급신청절차 및 이에 대한 지급여부 결정에 대한 규정과 별도로 명예전역신청절차 및 이에 대한 결정이 존재한다고 볼 만한 규정은 보이지 아니하고, 원고의 피고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명예전역수당 지급신청으로써 피고 국방부장관에 대한 명예전역신청도 아울러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명예전역수당 지급신청만을 한 원고로서는 이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피고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이를 다툴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 국방부장관이 명예전역신청에 대한 응답을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하여 위 피고를 상대로 부작위위법확인을 구할 원고 적격은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소 중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청구부분은 부적법하다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부작위위법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최근에 서울행정법원 2004. 12. 23. 선고 2004구합12100 명예전역부적합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는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위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재판부는 2004. 11. 4. 피고를 국방부장관에서 육군참모총장으로 피고 경정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 제6조의 규정, 군인명예전역은 원에 의한 전역과는 다른 별개의 전역제도가 아니라 전역하는 군인 중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라 심사를 하여 명예전역수당이라는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일 뿐이므로 명예전역수당의 결정권자는 국방부장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005-02-14
기소휴직자가 공소기각된 경우 봉급 차액 지급 여부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1) 원고 A는 의무부사관으로 임관된 이후 여러 군부대, 병원 등에서 근무하다가 원사로서 1996. 6년경부터 1998. 12.경까지 국군창동병원에서 외래과 담당관으로 일하였고 2000. 11. 21. 뇌물공여혐의(이른바 병역비리)로 구속되어 같은 해 12. 8. 피고산하 국방부보통군사법원 2000고45호 뇌물공여사건(후에 2001고13호 뇌물공여사건이 병합됨, 이하 형사사건이라 한다)으로 기소되었다. 2) 그러나 위 각 기소당시 각 공소장 기재 범죄사실에 부합되는 진술을 하였던 군의관 이○○과 성△△은 2001. 3. 28. 13:00경 열린 위 군사법원 제2차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진술함에 있어, 위 원고로부터 뇌물을 받은 바 없고 이와 다른 내용의 종전 진술은 모두 허위였다는 취지로 각 진술하였다. 당시 공소유지검찰관 소외 이□□는 그 자리에서 원고 A에 대한 위 각 공소를 취소하였고, 위 법원은 같은 날 위 원고에 대하여 검사의 공소취소를 이유로 한 위 형사사건의 공소기각결정을 고지하였으며 이에 따라 위 원고는 당일 석방되고 자동복직되었다가 2001. 6. 30. 군인사법 제41조 제1호에 따라 전역하였다. 3) 원고 A는 구속이후 군인사법 제48조 제2항에 따라 기소휴직되면서 봉급의 1/2를 수령하게 되었고 형사사건 종료 후에 전역이전인 2001. 5.경까지 지급이 유보된 임금 및 수당의 합계 금 6,880,270원을 청구하자 국방부는 원고 A가 무죄선고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 A는 급여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2. 1심, 항소심, 대법원 판결요지 1) 대법원은 “군인사법 제48조 제2항은, ‘장교 · 준사관 및 하사관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를 제외한다)에는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할 수 있다.’, 제4항은 ‘…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휴직기간에는 봉급의 반액을 지급…한다. 다만, 제2항의 규정에 해당되어 휴직된 자가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휴직명령을 받아 봉급의 반액을 지급받은 자는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 그 차액을 소급하여 수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헌법 제28조는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는데, 이에 따른 형사보상법은 단순히 무죄선고 뿐만 아니라 면소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받은 경우에도 그와 같은 재판을 할 만한 이유가 없었더라면 무죄의 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을 때에는 국가에 대하여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형사보상법 제25조 참조)하여 그 보상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점, 헌법상 인정되는 인간의 존엄권 및 기본적 인권 보장, 평등권, 무죄 추정의 법리 등 헌법이념에 비추어 보면, 위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라 함은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판단은 법률의 문의적(文義的) 한계내의 합헌적 법률해석에 따른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라고 판시하였다. 2) 제1심(서울지방법원 2003. 8. 28. 선고 2002가단256464판결)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4. 4. 14. 선고 2003나61452판결)도 대법원과 같이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라 함은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기소휴직제 1. 의의 기소휴직이란 임용권자가 장교·준사관·부사관에 대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일정한 기간 동안 휴직을 명하는 것을 말한다(군인사법 제48조). 공법상 휴직제도는 일정기간 동안 직무에 종사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공무원관계는 계속 유지하되 본인의 신청 또는 행정기관이 직권으로 직무수행의무만을 해제하는 것을 말한다. 직업공무원제도를 표방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신분보장제도의 일종이다(졸저,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710면) 휴직은 공무원의 신분을 계속 갖고 있으면서 직무에는 종사하지 않는 점에서 직위해제 · 정직처분과 같으나 본인의 원에 의하여 휴직할 수도 있고 제재적인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직위해제와 구별되고 징계처분과 휴직은 그 목적 및 성격이 다를 뿐만아니라 징계사유가 휴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에 비추어 휴직과 징계와는 구별된다. 특히 정직처분은 징계처분의 일종으로 징계절차에 따라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하거나 필요한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절차적 권리가 보장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2. 제도의 취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를 휴직사유로 규정한 취지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군인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공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무나 행정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방지하고, 한편 피고인인 군인에게도 공무담당의 의무를 일시적으로 해제하여 소송당사자로서 공판과정에서 변론준비 등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해당 군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2조의2, 지방공무원법 제65조의2에서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를 직위해제 사유로, 일본 국가공무원법 제79조에서는 휴직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판례도「기소휴직제도의 취지·목적은 일반적으로 기소된 직원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는 것에 의해 직무의 수행, 직장규율내지 질서유지에 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그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나아가서 관직 전체의 신용을 추락시킬 우려가 있고, 또한 기소된 직원은 원칙적으로 공판기일에 출두할 의무를 지는 등으로 공무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소되어 장차 실직할지도 모를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자를 계속 직무에 종사시키는 것으로 공무의 능률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해당직원을 그 신분을 보유시키면서 일시적으로 직무에 종사시키지 않는 것으로 하여, 이로 인해 직장규율내지 질서를 유지하고 직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나아가서는 관직 전체의 신용을 보지(保持)하고, 더욱이 공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확보하는 것을 의도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東京高 昭45.4.27.判, 行裁集 21권4호 741면), 3. 요건 및 효과 1) 휴직권자는 임용권자가 되며, 휴직기준은 “장교·준사관·부사관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휴직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기소휴직의 요건으로는「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만으로 족하고, 범죄의 성부나 신체의 구속 유무를 묻지 않는다(東京地 昭32.10.4.判, 行裁集 8권10호 1858면). 다만 약식명령의 경우에는 제외된다. 휴직기간은「당해 사건의 계속기간」동안이다. 2) 휴직중인 군인은 직무에 종사하지는 않으나 군인신분은 계속 유지된다. 따라서 군인의 의무 중 그 신분상 당연히 지게 되는 의무(비밀엄수 · 품위유지등)는 부담하게 되나 직무에는 종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무상 의무(직장이탈금지 등)는 원칙적으로 부담하지 않는다. 휴직기간에는 봉급의 반액을 지급하고, 다만, 휴직된 자가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한다(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Ⅲ. 판결의 쟁점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를 형식상 무죄뿐만아니라 내용상의 무죄까지 확대할 수 있을까? 그 동안 국방부 실무는 공소기각과 면소판결의 경우에는 무죄와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하지 않았다(국법무810-98(1972. 2. 5)). 일반직공무원의 경우 공소기각 판결은 인사관계법령에서 정한 유 · 무죄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보수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하고 있었다. 본 사안에 있어서 원고는 처음부터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었고, 군의관들의 허위 진술, 또한 원고와 군의관들 사이의 금품수수내역을 입증할 만한 다른 정황증거는 없었던 사실 등의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면, 당시 검찰관의 공소취소가 없었더라면 원고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어 무죄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었다. 군인사법은 휴직된 자가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휴직으로 인한 각종 불이익을 회복시켜주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공소기각이나 면소판결을 받은 경우에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호방안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었다(졸고, 군인사법상의 기소휴직제, 저스티스(통권 제79호), 2004/6. 146면). Ⅳ. 대상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를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으로써 군인의 권익보호에 크게 기여한 판결로 보여진다. 이 판결은 개인의 권익에 관계된 조문에 있어서 법률의 문의적(文義的) 합헌적 법률해석 선례를 제시한 판결이다. 행정실무자 입장에서는 명확한 법문의 규정이 없이 내용상 무죄재판까지 확대 해석하여 봉급의 차액을 지급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이해가 가나, 위 판결은 앞으로 행정해석에 있어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2004-11-11
자살한 군인의 국가유공자(순직군경)해당 여부
[판결요지] 망인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유서의 내용과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정신상태 및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자살은 나약한 성격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나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어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연구요지] 어떤 이유로든 자살한 군인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괴리가 있어 국가유공자 인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면은 수긍이 가나, 상급자들의 가혹행위 및 폭행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 국가배상책임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의 아들인 A는 2000.3.13. ○○부대에 전입하여 근무하던 중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상명하복의 엄격한 통제사회인 군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선임병인 최△△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죽여 버린다.”고 협박하며 잠을 재우지 않고, 고참병 서열 등을 암기하도록 강요하고, 흡연 금지구역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뺨을 1회 폭행했다. 또한 A는 위와 같이 육체적·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받아오던 중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선임병들의 강요행위 등으로 인해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말을 하였고, A의 외삼촌은 포대장에게 전화하여 ‘선임병들로부터 암기강요 등을 당하면서 잠을 못 자고 있으니 조치해 달라.’고 하였으나, 특별한 조치는 취해지지 아니하였으며, 전화한 사실이 알려져 선임병들로부터 따돌림까지 당하게 되었다. 2000. 3. 30. 부대 간부와 면담을 하면서 ‘조종수를 못하겠으니 운전병으로 보직 조정을 해 달라.’는 부탁을 하자 ‘군대에서 하기 싫으면 나가라, 임마, 이 새끼야, 개새끼야’ 등의 욕설·폭언을 당하자, ‘선임병의 횡포가 싫다.’는 내용의 유서 5장을 남기고 목을 매어 자살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보훈청에 국가유공자유족등록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보훈청장)는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여 순직군경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을 하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1심,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1) 1심 및 항소심 판결요지 ‘일반사회와는 달리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 사회에서는 그 통제성과 폐쇄성으로 인하여 상급자로부터의 강요 등 가혹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가 일반 사회에서의 그것보다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에 비추어 달리 망인이 자살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망인의 사망은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강요 등 가혹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할 것이고,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위와 같은 경우의 망인의 자살은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함)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망인은 법 제4조 제1항 제5호 가.목 소정의 군인으로서 직무수행중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1심:서울행정법원 2002.5.22. 2002구합110,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3.1.23. 2002누9034) 2) 대법원 판결요지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한다고 할 것인데, 군인이 상급자 등으로부터 당한 가혹행위가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의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자살과 관련된 질병의 유무,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가혹행위는 망인으로 하여금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적접적인 동기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가혹행위와 망인의 자살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망인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망인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의 근접성, 망인이 자살하기 전에 남긴 유서의 내용과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망인의 정신상태 및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자살은 나약한 성격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나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라 할 것이어서 망인의 사망은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Ⅱ. 자살 군인에 대한 보상 제도 1. 관련법규 군인사법 제54조에서는 군인이 전사·전상 또는 공무로 인하여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 또는 사망하였을 때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본인 또는 그 유족은 그에 대한 상당한 보상을 받는다라고 규정하여 군복무중에 발생하는 각종 재해에 대하여 상당한 보상을 받게 함으로써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상규정을 두고 있다(임천영,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791면). 군의 전·공사상자의 구분과 확인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전공사상자처리규정(국방부훈령 제392호 1989. 9. 7) 제3조에서는 사망을 전사, 순직, 사망으로 구분하고 사망을 일반사망, 변사, 자살로 구분하고 있으며, 자살이란 스스로 자기의 생명을 끊거나 그로 인한 결과로 사망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자살자에 대하여는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 제외사유가 되며, 또한 1인당 500만원을 ‘사병 사망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육방침 01-4호 2001. 1. 26. 사병 사망위로금 지급방침). 2. 자살자 보상 처리 군인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군인연금법, 국가배상법,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에 의하여 보상 및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즉 군인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직무집행과 관련한 순직에 해당하고, 그 유족은 법 소정의 연금과 군인연금법 소정의 재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사망이 법 제4조 제5항 제4호의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에 해당하거나, 군인연금법시행령 제75조 제2호 소정의 고의에 의한 것일 경우에는 법 소정의 연금이나 군인연금법 소정의 재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특히 법과 법시행령은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그 공헌과 희생의 정도에 대응하여 실질적인 보상으로서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에게 연금을 비롯한 각종의 보상제도(報償制度)를 두고, 이러한 목적과 기본이념 및 보상제도에 따라 국가유공자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열거하면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 등에 대하여는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 제4조 제5항 제4호{이 조항은 2002. 1. 26. 법률 제6648호로 신설되었는바 구 법시행령(2002.3.30. 대통령령 제175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의2 제4호 규정을 가져옴}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이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 입법취지는 공무상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할 수 없는 경우를 확인적·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에 그치고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주장·입증책임을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3두13595판결). Ⅲ. 최근 판례의 경향 1) 자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로는 대법원 2004.5.14. 선고 2003두13595판결(의무경찰 복무중 내성적인 성격으로 낯선 지역적·문화적 환경 속에서 엄격한 통제와 단체행동이 요구되는 부대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상급자들의 모욕적이고 위압적인 질책과 언어폭력, 구타 등으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발병하였고, 그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여 우울증의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되어 자살한 경우임)과 대법원 1999. 6. 8. 선고 99두3331판결(전투기 조종사의 공무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이 있다. 2) 자해행위에 해당된다는 판례로는 대법원 2003.6.13.선고2003두1325판결(장병학술시험에 대리응시한 행위가 적발되자 그에 대한 상급자들의 질책과 소속대원들에 대한 엄격한 군기훈련을 받게 될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감당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끼고 자살한 사안), 대법원 2003.9.5.선고 2002두11판결(군기교육은 군 조직을 유지, 통솔하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것으로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어느 부대에나 있는 것이며, 군기교육이 엄하다고 하더라도 군인으로서는 마땅히 이를 극복함으로써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면서 자해행위로 인정), 대법원 2003.11.14.선고 2002두4136판결(적응장애 사병이 육체적·심리적 긴장과 중압감 내지는 공포심을 수반할 수 있는 사격훈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긴장을 받은 것이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가 됨), 대법원 2004.3.26.선고 2003두14789판결(상급자인 정비하사관의 가혹행위가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가 됨), 대법원 2004.3.12.선고 2003두10404판결(해병대 근무중 상급자로부터의 폭행 및 가혹행위가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가 됨), 서울고등법원 2004. 6. 25. 선고 2003누12846판결(과중한 업무와 선임병들의 질책 등으로 자살을 결심한 사안) 등에 있어서는 상급자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가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나약한 성격탓에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이라고 하였다. Ⅳ.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군인이 상급자등으로부터 당한 가혹행위가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자살과 관련된 질병의 유무,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면서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를 벗어난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자살한 군인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여 국립묘지에 안장하거나 국가유공자로 지정하여 보상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괴리가 있어 국가유공자 인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면은 수긍이 가나, 상급자들의 가혹행위 및 폭행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국가배상책임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즉 영내에서의 가혹행위는 내무생활이라는 특수성에 비추어 피해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는 점, 상급자에 의한 폭행인 경우 일방적으로 당할뿐이며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어 일반 폭행과는 다른 점, 상급자의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통계 등에 비추어, 군대에서의 구타나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이라는 조건관계가 인정되면 경험칙상 자살이라는 결과의 발생을 통상 예견할 수 있다고 인정하여 국가배상 책임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04-09-16
의무장교(醫務將校)의 의무복무기간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1991. 1.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2. 4. 25. 군의(軍醫) 22기로중위로 임관하여 근무하던 중 장기복무신청을 하여 1992. 12. 14. 장기복무 의무장교로 임용된 후, 1993. 3. 23.부터 1997. 3. 2.까지 국군 수도병원에서 정형외과 전문의학과정수습을 받았다. 임관일 이후 군인사법 제7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장기복무기간 10년이 경과하자, 2002. 5. 23. 전역희망일자를 같은 해 6. 30.로 하여 피고(대한민국)에게 전역지원서를 제출하였는데, 피고는 원고가 법 제7조 제3항(이하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의무장교로서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하여 의무복무기간에 가산되는 ‘3년 11월 9일’을 추가로 복무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8. 22. 원고의 전역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위 전역거부처분을 취소하여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한 제1심과 항소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1심은 서울행정법원 2003. 1. 23. 선고 2002구합31701 판결,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누3460 판결). 원고와 피고가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위 항소심 판결은 확정되었다. - 판 결 요 지 - 군인사법 제7조 제3항의 취지는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 과정중 하나의 기간만이 의무복무기간에 산입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과정 모두 산입대상이 되며 가산되는 의무복무기간을 어느정도로 할 것인지 법무장교와 의무장교의 경우 차이를 둘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에 따른 합리적 재량의 범위내에 있는 차이라 할 수 있다 2. 항소심 판결요지 1) 이 사건 조항 중 의무장교에 관한 부분은 법규 전체의 취지를 살펴보면 이는 기초의학과정이나 전문의학과정 중 어느 하나의 기간만이 의무복무기간 산입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과정 모두 산입 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특히 국가의 예산으로 경제적인 혜택을 부여받아 교육을 받은 이상 반드시 두 과정 모두를 수습한 경우에만 산입 대상이 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 2)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라는 문구에 이미 법무장교 또는 의무장교로서 임용되어 시보 또는 전문의학과정을 수료한 자는 포함되지 않고 군장학생 중 장교로 새로이 임용된 군장학생만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3)가산되는 의무복무기간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한도를 둘 것인지, 법무장교나 의무장교 등 각 경우에 차이를 둘 것인지 등의 여부는, 국가의 재정상태, 군의 수급상황, 부여되는 혜택의 정도, 각 제도에 관한 사회적 인식 등 재정적, 군사적?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재량에 기초한 정책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는 입법정책에 따른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에 있는 차이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그 가산 기간의 차이로 인하여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4)이 사건 조항이 군내 수습을 받은 의무장교에게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Ⅱ. 의무복무기간 및 가산제도 1. 제도의 취지 군인사법 제7조 제1항에서는 장교?준사관?부사관의 의무복무기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의무복무기간은 다른 공무원법과 다른 군인사법의 특징으로 헌법 및 병역법에 의한 병역의무의 일환으로서 규정된 것이다. 따라서 의무복무기간은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그 기간은 반드시 복무하여야 한다(졸저,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3. 214면). 또한 군인사법 제7조 제2항, 제3항에서는 군인으로서 외국에서 유학하거나 군외 교육기관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자는 일정기간 가산하여 복무하도록 하는 의무복무기간 가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누구나 부담하여야 하는 국방의무를 이행하는 중에 특정 개인에 대하여 국가예산을 투자하여 특별한 능력개발기회를 부여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여 복무하게 함으로써 통상의 군대 교육훈련과정을 통하여 확보하기 어려운 우수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그 인력의 조기유출을 막고 군인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에 있다(서울행정법원 2003. 1. 23. 선고 2002구합31701 판결). - 연 구 요 지 - 국가예산으로 교육을 받은 이상 반드시 기초의학과 전문의학 과정 모두 수습한 경우에만 의무복무기간에 산입이 된다고 할 근거는 없고 또 그 대상은 각 과정을 수습한 자 중 장기복무 장교가 아닌 단기복무 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며 법무장교와 의무장교가 제도의 목적이나 선발기준, 자격 등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가산대상 기간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이는 입법적 재량에 따른 합리적 차별이라고 볼 수 있다 2. 가산복무의 유형 및 법적성질 군인사법 제7조 제2항에서는 외국에서 유학하거나 국내에서 군외의 교육기관의 위탁교육이나 군 교육기관의 학위과정의 교육을 받은 자를, 동조 제3항에서는 법무장교, 의무장교, 군인사법 제6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군장학생을, 동조 제5항에서는 특수장비 운용을 위하여 외국에 유학자는 그 이수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여 복무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여 복무하는 기간의 성격은 「의무복무기간의 일종으로 광의의 의무복무기간에 포함된다」고 하였다(국방부, 국방관계법령해석질의응답집 제23집, 1997. 20-21면). Ⅲ. 쟁점 1. 쟁점의 소재 군인사법 제7조 제3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첫째로, 그 문언상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모두 군에서 수습한 의무장교에게만 전용되어야 하는가의 문제와 둘째로, 위 각 과정을 수습한 자 중 ‘장기복무장교’가 아닌 ‘단기복무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는지의 여부 셋째로, 다른 장기복무자와의 형평의 문제 넷째로, 위 조항이 군외 기관에서 수습을 받은 경우에만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2.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모두 군에서 수습한 의무장교에게만 적용되는지 여부 이 사건 조항은 그 문언상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모두 군에서 수습한 의무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 즉 문언상의 표현 중 의무장교에 관한 부분은 “의무장교로서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한 자는 그 수습한 기간에 해당하는 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여 복무한다.”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으므로 문언상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모두 군에서 수습한 의무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 「‘및’이라는 어휘의 용법에 관하여 오해의 여지가 없지는 않으나, 법규 전체의 취지를 살펴보면 이는 기초의학과정이나 전문의학과정 중 어느 하나의 기간만이 의무복무기간 산입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과정 모두 산입 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원고의 주장과 같이 기초의학과 전문의학과정 모두를 수습한 의무장교의 경우에만 산입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보여지며, 특히 국가의 예산으로 경제적인 혜택을 부여받아 교육을 받은 이상 반드시 두 과정 모두를 수습한 경우에만 산입 대상이 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라고 하였다. 3. 이 사건 조항이 단기복무 의무장교에게만 적용되는지 여부 이 조항의 문언해석상 위 각 과정을 수습한 자 중 ‘장기복무장교’가 아닌 ‘단기복무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 즉 이 사건 조항은 의무복무기간 가산 대상자로서 “법무장교로서 군법무관시보로 실무를 수습한 자, 의무장교로서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한 자와 제6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군장학생으로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한 자 중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를 규정하고 있는바, 그 내용 중 “의무장교로서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한 자”가 뒤의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에 연결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 「①우선 문리적 해석에 의하더라도 그러하고, ②또한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라는 문구는 군인사법이 1989. 12. 30. 법률 제4158호로 개정되면서 삽입된 것으로, 그 개정취지는 군장학생 출신 장교 중 장기복무장교에 대하여 장학금 수혜기간 가산복무제도를 폐지하여 다른 장기복무장교와의 형평을 유지하는 한편 군장학생 출신 장교의 장기복무를 유인하기 위한 것일 뿐 법무장교나 의무장교와는 관련이 없다 할 것인바,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명백하며, ③나아가 법 제62조 제1항, 군장학생규정 제2조에 의하면, 군장학생은 대학교에 재학중인 자로서 군에서 시행하는 전형에 합격하여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침으로써 장교로 임관될 수 있는 것이므로,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라는 문구에 이미 법무장교 또는 의무장교로서 임용되어 시보 또는 전문의학과정을 수료한 자는 포함되지 않고 군장학생 중 장교로 새로이 임용된 군장학생만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4. 형평의 문제 군장학생으로서 의과대학 및 전문의학과정 등 10년의 혜택을 받은 후 임관한 단기복무장교의 의무복무기간이 13년이고 사관학교 출신자의 의무복무기간이 10년인데 비하여, 장기복무 지원후 전문의학과정만 수습한 원고의 경우 의무복무기간이 14년이 되므로 형평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①기본적으로 군장학생이나 사관학교 졸업생은 그 제도의 목적, 선발기준과 자격, 혜택, 복무조건 등이 의사시험에 합격하여 단기복무 의무장교로 임용되었다가 장기복무를 신청한 원고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적 자원이라는 점, ②가산되는 의무복무기간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한도를 둘 것인지, 법무장교나 의무장교 등 각 경우에 차이를 둘 것인지 등의 여부는, 국가의 재정상태, 군의 수급상황, 부여되는 혜택의 정도, 각 제도에 관한 사회적 인식 등 재정적, 군사적.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재량에 기초한 정책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입법의 내용이 헌법상 규정된 기본권이나 기본원칙, 기본권제한의 입법 한계, 그리고 당해 법률의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자의적이거나 임의적이 아닌 합리적 범위 내의 것이라면 이를 위헌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는 점등에 비추어 보면, 이들의 의무복무기간에 다소 차이가 있고 가산 대상 기간이 다르다 하더라도, 본건에 있어서 이를 비합리적인 차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형평에 반한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는 입법정책에 따른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에 있는 차이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그 가산 기간의 차이로 인하여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5. 이 사건 조항이 군외 기관에서 수습을 받은 경우에만 적용되는지 여부 이 사건 조항은 전문의학과정을 군외 기관에서 수습을 받은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한다. 즉 군병원에서 수습한 전문의학과정은 의무장교로서의 기본업무와 같으므로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 「①원고가 군 병원에서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하면서 진료, 검사, 수술 등 의무장교로서의 업무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하더라도, 이 역시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갖추기 위한 임상수련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전문의학과정 수습기간을 수혜적인 기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②법 제7조 제2항이 군내의 위탁교육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는 것과 법 제7조 제3항은 그 해석상 아무 관련이 없다 할 것이며, ③또한 이 사건 조항이 법무장교의 경우 군외에서 군법무관시보로 수습한 기간만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는 등 의무복무기간을 달리 정하는 것 역시, 법무장교와 의무장교가 제도의 목적이나 선발기준, 자격 등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가산 대상 기간에 다소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입법재량에 따른 합리적 차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Ⅳ. 결론 이 사건 조항은 그 동안 4차례의 개정이 있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조문의 애매한 표현으로 말미암아 해석상 혼란이 있었는데 위 항소심의 판결로 명확한 해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의무장교들이 법무장교에 비해 복무기간 계산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여 왔는데 위 판결로 인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2004-01-29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서류검사 및 하자통지의무 인정여부
I. 사실의 개요 원고(대한민국)는 1990. 11. 22 국방군수본부를 통하여 프랑스회사(에피코사로 표기함)부터 고폭탄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한국외환은행)는 원고를 위하여 에피코사를 수익자로 하는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다. 원고는 피고은행에 신용장대금의 결제에 사용할 목적으로 대금 상당액 3,617,880불을 예치하였다. 피고는 1992.12.16 통지은행인 피고의 파리지점으로부터 이 사건 신용장에 따른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매입하였다는 통지를 받고 같은 달 21일 선적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 미화 약 18만불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위 에피코사 앞으로 지급하도록 지시하고 원고로부터 예치 받은 금원으로 지체상금을 제외한 금액을 위 파리지점에 상환하여 주었다. 그런데 피고가 같은 달 16일 파리지점으로부터 팩스로 송부 받은 서류에는 선적통지, 도착항, 수하인이 신용장조건과 일치하지 않았고 이행보증서도 특수조건상의 기간이 지난 후 발행되는 등 하자가 있었다. 피고는 같은 달 21일 원고의 담당직원에게 하자의 일부를 통보하면서 지체상금을 제외하고 지급할 것인지 여부를 문의한 바, 지체상금을 제외하고 지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결국 이 사건 무기는 선적된 바가 없었고, 원고는 1992.12.29 경 피고로부터 선적서류를 받은 지 약 8개월이 지난 1993. 8.11 피고를 상대로 예치금의 반환을 구하게 된 것이다. II. 대법원의 판결요지 본 판결의 원심은 대법원의 환송판결인 1998. 6. 26선고 97다31298판결에 따른 서울고법 1999.7.21선고 98나37226판결이다. 이건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하여는 송진훈 대법관의 반대의견과 손지열 대법관의 별개의견이 있었고, 이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개설은행이 수익자나 매입은행 등으로부터 지급을 위하여 제시받은 선적서류에 불일치가 있으면, 그것이 사소한 것이어서 그 서류에 의하더라도 충분히 신용장조건이 의도하는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설의뢰인의 명시적인 지시가 없는 한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지 말아야 하고, 개설은행이 이에 위반하여 신용장대금을 지급한 것이라면 개설은행은 원칙적으로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그 대금의 결제를 청구할 수 없고, 개설의뢰인으로부터 신용장 금액에 해당하는 자금을 이미 예치 받았다면 그 예치금의 반환을 거절할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이러한 경우, 개설은행이 일방적으로 신용장대금을 미리 지급한 다음 개설의뢰인에게 선적서류를 점검·확인하고 상당한 기간 내에 개설은행에게 선적서류가 신용장조건과 불일치 하는 점을 통지하여 이의를 제기하여야 할 의무가 있어 개설의뢰인이 이를 게을리 하였을 때에 개설은행에 대하여 선적서류와 신용장조건의 불일치를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거절하거나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또 그렇게 보아야 할 신용장거래상의 관행이 존재한다거나 혹은 신의칙에 기하여 위와 같은 의무와 그 해태에 따른 효과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2. 반대의견(송진훈 대법관)은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으로부터 선적서류를 인수하였다면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서류들을 조사하여야 하고, 거기에 신용장의 문면이나 조건과 일치하지 않는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하자를 바로 개설은행에 통지하여야 하고, 이러한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설의뢰인으로서는 더 이상 서류의 하자를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거절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신의칙에 합당하다고 하였다. 또한 별개의견(손지열 대법관)은 개설의뢰인에게 의무가 없다고 한 다수의견의 결론에 동의하면서 개설의뢰인이 선적서류를 받고서 상당한 기간 내에 서류의 하자를 통지하지 아니한 과정에 그 자신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사정이 있고 그밖에 개설의뢰인의 행동이나 용태 등을 고려할 때 개설의뢰인이 서류의 하자를 이유로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하였다. III. 평석1. 본 판결의 의의 평석의 대상이 된 본 전원합의체 판결은 몇 가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첫째, 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리 흔치 않은 개설의뢰인의 서류검사·하자통지의무인정여부가 주된 쟁점이었고, 이에 대하여 일국의 최고법원이 엇갈렸던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한 점 둘째, “큰 사건은 나쁜 법을 만든다”는 논리를 무색하게 한 점 셋째, 대법원이 의식하였던가 여부에 관계없이 신용장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었던 몇 가지 부분들에 대하여 대법원의 견해를 피력한 점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개설의뢰인의 서류검사·하자통지의무와 관련한 것만을 다루기로 한다. 2. 쟁점에 대한 논의 1) 문제의 소재 신용장거래의 기본적인 특성이 독립·추상성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신용장이 거래계에서 가장 신속하고 안전한 결제수단으로 호평을 받고, 국제거래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바도 이 독립·추상성이라는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독립성은 신용장거래는 그 원인거래는 물론이고 신용장거래 당사자간의 개별거래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고, 추상성은 신용장거래는 그 원인거래가 물품거래이더라도 서류에 의한 거래라는 것이다. 신용장거래는 서류에 의한 거래이므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이나 상환여부도 오직 서류만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즉 지급이나 상환을 위한 전제조건은 신용장조건과 지급이나 상환을 위하여 제시된 서류의 일치성이다. 그러므로 서류의 검사는 지급이나 상환단계에서 어디에서나 발생하는 문제이나 신용장과 관련한 규범들은 은행의 서류검사의무와 관련한 것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개설은행이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구하는 단계에서 해석상 개설의뢰인에게도 서류검사 및 하자통지의무를 인정하여 이를 해태한 경우에는 개설은행에게 상환의 거절 또는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지가 본 사안과 같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2) 개설은행의 서류검사 및 하자통지의무 개설의뢰인의 의무인정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의무를 긍정하는 견해들의 논거가 주로 개설은행 등이 부담하는 서류검사 및 하자통지의무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하여 종전에 문제가 되었던 것들은 언급하면, 신용장조건과 서류의 일치성의 정도, 서류검사기간, 하자의 통지 및 자동적 배제의 원칙 등을 들 수 있다. 1990년대에 신용장과 관련한 규범들의 제정 및 개정작업에서 위의 문제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진보가 있었고 간략히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일치성의 정도와 관련하여 엄격일치의 원칙에 의할 것이라는 것이 재확인되었지만 아직도 그 일치의 정도에 대하여는 견해의 차이가 있다. 본 사안에서의 불일치점은 어떤 견해에 의하더라도 지급이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불일치이므로 원칙적으로 상환청구의 전제요건이 충족되어 있지 못하다. 서류검사기간에 관한 문제는 본 사건 신용장의 준거법인 UCP 400에서는 상당한 시간(reasonable time)을 갖는다고 되어 있었고, UCC는 제3은행영업일을 갖는다고 되어 있어 ‘상당한 시간’의 의미에 관하여 논란이 있었으나 지금은 양자 모두 ‘상당한 시간’을 갖되 제7은행영업일(UCP 500, Art. 13 (b)) 또는 제7영업일(UCC 5-108(c))을 초과할 수 없는 것으로 통일되었다. ‘은행영업일’(banking days)과 ‘영업일’(business day)의 의미는 같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은행이 서류의 검사 및 하자통지(개설의뢰인에게 하자승인여부를 문의하는 경우에는 그것을 포함)를 함에 있어서 언제나 제 7은행영업일을 갖는 것이 아니고, 실제의 기간은 서류의 복잡성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는 것이고 단지 그 최대한이 7은행영업일임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서류검사기간의 의미는 서류의 검사에 소요되는 ‘상당한 시간’ 내에는 은행이 지급을 하지 않아도 이행지체에 빠지지 않고, 하자통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수익자 등에게 하자를 정정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어느 정도의 하자를 통지하여야 하는 것에 관하여 UCP 500은 ‘모든’ 불일치한 점을 통지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UCP 500 14 (d)). UCC상 하자통지의무를 인정한 규정에 ‘모든’이라는 표현은 없으나 UCP와 마찬가지로 ‘모든’ 하자를 통지하여야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통지하지 아니한 하자에 대하여 후에 그것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자동적 배제의 원칙: UCC 5-108(c));UCP 500 14(e)). 3) 개설의뢰인의 서류검사 및 하자통지의무인정 여부 (1)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으로부터 서류를 받은 경우, 개설은행에게 서류를 검사하여 하자가 있는 경우 이를 통지할 의무가 있는가? 이를 긍정하는 견해들은 주로 ‘상당한 시간’ 내에 서류의 검사 및 하자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개설의뢰인은 개설은행의 상환청구를 거절하거나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일부 견해는 개설의뢰인이 신의칙상 이러한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거나 또는 의무는 부정하면서 신의칙상 예치금의 반환청구를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2) 그러나 신용장의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에게 서류검사 및 하자통지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신용장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간의 권리·의무는 신용장개설약정과 그들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킨 신용장통일규칙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고, 신용장거래의 본질에 의하더라도 그러한 검사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 신용장거래의 핵심은 수익자가 신용장조건과 문면상 일치하는 서류를 제시하면 개설은행 등은 지급을 하는 것이고, 은행의 의무는 그 자신의 1차적인 의무(primary obligation)이지 2차적인 의무(secondary obligation)가 아니다. 즉 개설의뢰인을 대신하여 지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의무로써 지급을 한다는 것이다. 그 이외의 개설은행과 매입은행,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간의 상환관계는 엄밀한 의미에서 신용장거래의 핵심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장통일규칙이 서류의 검사와 관련하여 수익자에게 지급을 담당할 은행뿐만 아니라 은행간의 상환관계도 같은 취급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인거래에 익숙하지 못한 은행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즉 개설은행 등의 은행에게 그러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지급의 신속성에 기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류만을 판단하여 지급 또는 상환(매입은행 등이 개재한 경우)하게 하여 원인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은행들이 원인거래상의 항변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측면도 고려한 것이다. 그러므로 신용장통일규칙은 개설의뢰인에게 그러한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것이다. (3) 개설은행에게 개설의뢰인에 대한 하자승인여부를 문의할 재량권을 부여한 UCP의 규정도 개설의뢰인의 개설은행에 대한 검사·통지의무의 인정근거 될 수 없다. 개설은행이 하자를 발견하면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하자승인여부를 문의하는 것이 종전의 관행이었고, Maulella의 조사(1991)에 의하면 이 경우 개설의뢰인의 99%는 하자를 승인한다고 한다. 이러한 관행이 UCP 500에 명문화 된 것이다. 만일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하자승인여부에 대하여 문의하지 아니하고 개설은행이 지급을 한다면 그 위험은 개설은행이 부담하여야 할 것이지 개설의뢰인이 부담할 것은 아니다. 위에 언급한 관행이 국제적으로 성립되어 있고, 거의 대부분의 개설의뢰인이 하자를 승인하는데 그러한 문의를 하지 않은 개설은행을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추상성에서 비롯되는 엄격일치의 원칙은 개설은행을 포함한 모든 신용장거래의 당사자에게 예측가능성을 부여한다. 즉 적어도 신용장조건과 문면상 엄격히 일치하는 서류라면 지급 또는 상환을 받을 수 있고, 개설의뢰인에게는 수익자의 의무이행이 서류에 의하여나마 담보된다는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본 사안과 같이 신용장 조건과 엄격히 일치하지 아니한 하자가 있음에도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중대한 부분에 대한 하자승인여부를 문의하지도 않고 신용장 대금을 지급한 개설은행은 엄격하게 일치한 서류에 대하여만 지급을 하여야 하는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의무를 행사 또는 이행하지 않은 것이고, 자신이 지급한 대금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전제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4) 개설은행과 같은 서류의 검사·통지의무를 개설의뢰인에게 정면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신의칙상 그러한 의무를 인정하는 견해에도 찬성할 수 없다. 신의칙상의 의무도 법적 의무이므로 결국은 그러한 의무를 정면으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구체적인 경우에 개설의뢰인이 상환을 거절하거나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즉 개설의뢰인이 하자를 승인하였거나 또는 하자를 이유로 한 항변권을 포기(waiver)한 경우가 그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도 ‘하자의 승인’이나 ‘항변권의 포기’이론으로 접근하여야지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하여서는 아니 된다. 더욱이 본 사안과 같이 극히 예외적으로 개설의뢰인이 서류를 받고 7-8개월 후에야 예치금의 반환을 요청한 경우에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과 같은 서류검사·통지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거나 신의칙상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상환청구나 예치금의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구체적인 경우에 개설의뢰인의 용태 등을 고려하여 ‘하자의 승인’이나 ‘항변권의 포기’에 해당하는가를 따져 결정할 문제이다. 만일 개설은행의뢰인에게 신의칙상 그러한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신용장거래의 안전은 오히려 깨어지고 만다. 엄격히 일치하는 서류들에 대한 지급 또는 상환은 독립성의 원칙과 함께 신용장의 상업적 효용에 초석이 되는 것이고 개설은행이 자의적으로 지급을 하고 그 다음 개설의뢰인의 검사·통지의무 이행여부에 따라 상환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은 더더욱 교섭력이 약한 개설의뢰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신용장거래의 기본인 엄격일치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개설은행이 하자를 통지하지 않은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오히려 권리남용주장을 하여 신의칙상의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주장의 남용’이고 ‘신의칙 법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다. IV. 결 언 본 판례는 과거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국방부 무기수입사건과 관련한 몇 개의 대법원 판결에 나타난 의견의 불일치를 해결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개설의뢰인의 서류검사·하자통지의무를 부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찬성한다. 다만, 개설의뢰인의 행위 등을 고려하여 그의 행위가 하자의 승인(본 판결에서도 하자를 승인하였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배척하였음)이나 알고 있는 권리를 의도적으로 포기하는 항변권의 포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상환청구의 거절이나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였다면 더욱 바람직하였을 것이다.
2002-03-25
"협의" 절차의 하자와 국가측의 항고소송
Ⅰ. 事實關係 피보조참가인 △△건설주식회사는 파주시 소재 임야를 비롯한 인근의 여러 필지상에 휴양시설을 건축할 목적으로 피고인 파주시장에게 건축허가 신청을 하였고, 피고인 파주시장은 위 회사가 건축허가 신청을 한 위 필지들이 군사시설보호법 제3조 제2호 소정의 제한보호구역에 해당하여 같은 법 제10조 제3호에 의하여 관할부대인 제000여단장의 동의가 필요함에 따라 위 부대에 작전성 검토를 요구하여 동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파주시장은 1997. 5. 17. 참가인 회사에게 위 임야 29,750㎡에 관하여 지하1층 지상10층의 휴양콘도미니엄의 건축을 허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그 후 위 여단장은 이 사건 군사시설보호구역상의 동의와 관련하여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밝혀지게 되었고, 이에 대한민국은 위 건축허가에 대한 동의결정에 따른 처분으로 인하여 국가안전보장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동 처분은 절차상, 내용상 중대 명백한 하자가 있어 당연무효 임을 확인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爭 點 먼저, 이 사건에서는 대한민국이 원고가 되어 처분청인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자체가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법익이 행정소송법 제8조가 의미하는 원고적격으로서의 법률상 이익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이 사건 소의 본안전 요건의 문제로써 논의되어야 하고, 나아가 만일 이 사건 소의 적법성이 인정된다면 관할부대장의 군사시설보호구역 내의 동의권 행사에 하자가 있는 경우 -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동의의 과정에 범죄행위가 개입한 경우 - 이러한 하자있는 동의에 기한 건축허가 처분의 효력은 어떻게 될 것인가가 본안문제로서 논의될 수 있다. Ⅲ. 서울행정법원 및 고등법원의 판단 원심인 서울행정법원 2000. 6. 2. 선고 99두24030 판결은 원고적격에 관하여 “관할부대장의 동의권 행사에 하자가 있음을 내세워 이 사건 처분의 무효 확인을 소로써 구하는 것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침해받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법익인 국가의 안전보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결국 원고에게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법률상 이익, 즉 원고 적격이 있다. 다만, 일반적인 행정법규상 보호하고자 하는 공공의 이익이 추상적인 법익인데 반하여 이 사건에서와 같이 동의권 등에 의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법익은 앞서 본 법령의 각 규정과 군사시설보호구역의 기능 등을 고려할 때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법익이라는 점에서 양자는 차이가 있다”고 판시하였고, 나아가 본안에 들어가 위 건축허가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중대명백설에 의거 “건축허가의 동의와 관련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동의결정 자체에 중대명백한 위법이 있을 것이 요구되는 바,… 위 동의결정은 그 하자가 외관상 명백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위 판결은 원고인 대한민국이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01. 4. 12. 선고 2000누8044 판결에 의해서도 같은 취지로 그대로 유지되었고, 이에 다시 원고 측이 상고하여 상고심에 2001두4177 사건으로 계류 중에 있다. 따라서 아직 판례의 평석대상으로 삼기에 적절치 않은 면도 있으나, 국가가 항고소송의 원고가 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소제기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많았고, 1심 및 항소심 또한 최초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이익에 원고적격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비록 대법원에 현재 계류 중인 사건(2001두4177)이지만 한번 다루어 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Ⅳ. 평 석 군사시설보호법 제10조는 관계 행정기관의 장이 군사시설보호구역 안에서 건축물을 증·개축하는 등 동조 각 호의 사항에 관한 허가 기타의 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관할부대장의 허락을 반드시 받도록 함으로써, 군사시설을 보호하고 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군부대가 이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 아니하고 관계 행정기관의 허가 등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형식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최근 들어 위와 같은 군사시설보호법상의 협의절차(여기서 협의라 함은 大法院 1995. 3. 10. 宣告 94누12739 判決에 밝히고 있다시피 ‘동의’를 뜻한다 할 것이다)와 관련하여 행정소송법상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크게 두가지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다. 먼저, 개인의 권익구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건축허가신청을 하였던 자가 관할부대장의 부동의로 건축허가신청서가 반려되거나 불허가 되었을 때 이를 다투고자 하는 개인은 무엇을 대상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다툴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그와 반대로 국가의 입장에서 관할 군부대장의 동의가 없었거나 그 과정에 하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행정기관에 의하여 허가 등의 처분이 이루어진 경우, 군사시설보호 내지는 작전의 원활한 수행의 보장을 담보하기 위하여 관계행정기관의 허가처분 등을 다툴 수 있는가 만일 다툴 수 있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다툴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사건 판결은 후자의 문제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 1. 當事者能力의 문제 먼저, 이 사건 소송의 당사자로 현실적으로 가장 이해관계가 밀접한 ‘관할 군부대장’ 혹은 ‘국방부장관’이 원고가 될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소송의 주체, 즉 소송당사자나 참가인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은 權利能力 있는 ‘자연인’과 ‘법인’임이 원칙이지만 법인격 없는 사단이나 재단도 대표자 또는 관리인이 있으면 그 이름으로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은 행정소송이나 민사소송이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소송에 있어서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법인격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법인이나 그 단체의 ‘機關’은 당사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행정소송에 있어서도 피고에 관하여는 행정소송법 제13조에 처분을 행한 행정청이 피고가 된다는 특별규정을 가지고 있으나 원고에 관하여는 행정청이 원고가 될 수 있다는 특별규정이 없으므로, 관할부대장 등은 소송법상의 일반원칙상 행정소송에 있어서 원고가 될 수 없고 ‘大韓民國’만이 행정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2. 原告適格의 문제 대한민국이 원고로서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위 건축허가 등의 효력을 다툴만한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행정소송법 제12조가 요구하는 원고적격자로서의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법률상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어야만 하고, 사실상이며 간접적인 관계를 가지는 데 불과할 때에는 소의 이익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며 다수의 학설 또한 ‘법률상 보호되고 있는 이익구제설’을 취하고 있다. 군사시설보호법은 重要한 軍事施設을 保護하고 軍作戰의 원활한 遂行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가안전보장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군사시설보호법상 관할군부대장의 협의절차를 통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보호법익은 결국 국가안전보장이라고 할 것인데, 과연 ‘國家安全保障’이라는 법익이 행정소송법 제8조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인가. 행정소송법 제3조 제4항의 ‘기관소송’이나,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의 ‘지방자치단체장의 명령·처분의 시정명령 및 취소·정지제도’, 군사시설보호법시행령 제11조 제2항의 ‘관할부대장등의 관계행정기관의 장에 대한 처분의 취소 등의 요구제도’ 및 건축법 제68조의 ‘위법건축물에 대한 시정명령제도’ 등은 국가가 국가법익의 보호를 위한 구제수단으로서는 법적 한계 및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므로 항고소송을 통하여 이 사건 건축허가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필요성은 매우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한 이 사건 판결의 정책적·입법론적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법이론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문제가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항고소송의 기능 내지는 ‘법률상 이익’의 해석에 관한 논의는 지금까지 ‘공권설’,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설’, ‘보호가치있는 이익설’에 집중되어 있는 바, 이는 항고소송을 기본적으로 ‘主觀訴訟’으로 보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原告適格을 擴大해 나간다고 하더라도 극단적인 ‘적법성 보장설’을 취하지 않는 한, 관계법규정의 해석에 의하여 최소한의 사익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판례에서 지적하고 있는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법익이 비록 관계법규정과 군사시설보호구역의 기능을 고려해 볼 때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법익이라고 하더라도, ‘사익’과는 하등의 관련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 위 행정법원 판결은 종래의 행정소송법상의 항고소송의 기능 내지는 보호대상에 대한 학설들은 원고가 국가가 아닌 ‘개인’인 경우만을 상정한 것으로써 국가가 원고가 되어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타당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국가가 원고가 되는 항고소송에서는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기준으로써 당해 법익의 ‘직접성’과 ‘구체성’만을 가지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항고소송을 다른 소송형태와 구별하는 기본적인 잣대는 ‘主觀’소송이라는 것인데 이 사건 판결취지와 같이 국가를 원고로 하는 경우까지 상정한다면 이러한 이례적인 항고소송의 형태에 직면하여 최소한 항고소송의 본질에 대한 행정법원의 기본적 입장이 무엇인지 먼저 명확히 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둘째, 가사 이 사건 판결의 취지가 지금까지 취해온 주관소송의 성격을 포기하지 아니하면서, 단지 위 판결이 보호하고자 하는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법익이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서 ‘私益關聯’성이 조금이나마 있음을 주장하고자 한다면, 과연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 여기서, 국민 개개인 혹은 국민전체의 이익의 총화라는 것은 곧 ‘국가 안전보장’일 것이다. -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이다. 만일, 이러한 소송이 허용된다고 한다면 현행법상 아직 허용되고 있지 아니하고 있는 독일법상의 ‘團體訴訟(Verbandsklage)’을 입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법해석을 통하여 사실상 문호를 개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에 하나, 국가가 국민 개인 즉 타인의 사익관련성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직접적인 사익관련성이 있다는 취지라면 이러한 경우 국가에 관련된 ‘私益’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사인과 대등하게 국가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활동하면서 관계된 이익이라고 하여야 함이 타당한데, 이러한 이익들이 ‘국가안전보장’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고 국민일반에 관련된 ‘공익’과는 또 어떻게 구별이 될 수 있는지 의문시된다. 셋째, 또한 이 사건 판결은 항고소송을 인정하여야 할 현실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위 판결이 적시하고 있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익인 ‘국가의 안전보장’의 유지라는 책임은 국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및 국민 개개인에게도 있다는 점에서 위 사건의 피고 처분청인 파주시장의 이해관계와도 중복되며, 나아가 향후 개인이 안전보장유지를 이유로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허용이 될 것인가가 문제된다. 만일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면 사실상 원고적격은 무한히 확대될 것이고 ‘적법성 보장설’을 채택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할 것이다. 3. 하자있는 협의절차에 의한 건축허가 등의 效力 그렇다면 이 사건 소가 적법함을 전제하고, 협의절차에 하자있는 건축허가의 효력은 어떻게 볼 것인가. 大法院 1995. 3. 10. 선고 94누12739 판결은, 군사시설보호법 규정에 의하면 협의를 거치지 아니하거나 협의를 한 경우에도 협의조건을 이행하지 아니하고 건축허가를 한 경우에 당해 행정청에 대하여 그 허가취소 등을 요구할 수 있고 그 요구를 받은 행정청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으므로 이에 위반한 경우 동 허가는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시하였고, 이에 의할 때 원칙적으로 군 협의절차의 瑕疵는 허가 등의 행정처분에 대한 實體法的인 違法事由가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이러한 위법한 건축허가처분이 당연무효인가 아니면 단지 취소사유가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취소사유와 무효사유를 구별하는 기준에 관하여는 重大·明白說이 통설과 판례라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이 사건에서와 같이 관할부대장의 동의절차에 비리가 개입된 경우, 동 건축허가처분의 하자를 중대·명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생각컨대, 군사시설보호 관계법규정의 취지를 볼 때 협의를 거치지 않거나 협의와 다르게 처분한 것은 물론이고, 협의절차에 이 사건과 같은 하자가 있는 경우 이에 기한 동 건축허가처분은 ‘重大한 하자’가 있는 처분임에는 이론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 하자가 명백한 것인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자의 ‘明白’여부는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고 여기서 객관적이라는 것은 제3자에 해당하는 처분의 상대방인 건축허가를 신청한 자가 그 기준이 될 수 있으나,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 그 하자가 명백한 것인가의 여부는 사안을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민원인의 행위가 개입되지 아니한 협의절차의 하자의 경우 그 하자는 허가 등 처분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할 수도 있지만 주로 관할 군부대의 작전성 검토의견이 행정기관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담당공무원의 착오나 - 주로, 동의를 필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 사실상의 과오로 인한 직무방치로 (주로, 조건의 이행은 사후 철저한 감독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 인하여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에 주로 발생하므로, 이러한 경우 군 협의절차의 정당한 이행여부가 민원인 개인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당해 행정기관과 관계 군부대 내부간의 節次的 協助努力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이므로, 그 瑕疵가 일반 국민 내지는 제3자인 민원인에 대하여 明白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건축허가의 상대방인 민원인의 犯罪行爲 - 예컨대, 뇌물공여행위 - 가 개입된 경우까지, 더구나 이를 이유로 국가가 원고가 되어 항고소송을 제기한 경우에까지 위와 같은 논리로 그 하자가 일견 명백하지 않다고 하여야 할 지는 실로 의문이다. 사실 이 사건 판결의 요지는 관할부대장이 건축허가의 동의와 관련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건축허가 처분대로 건축이 되었을 경우 군 작전에 큰 지장을 주어 國家安全保障에 直接的인 危害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이 명백하여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명백성의 판단을 군 작전에 큰 지장을 주어 국가안전보장에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질 수 있느냐의 여부에 엄격히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판단은 고도의 군사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경우 제3자 특히 민원인인 건축허가신청자에게 항상 일견 명백하지 않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판결이 인정하고 있다시피, 군사시설보호법의 협의절차를 통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면, 이를 보호하기 위한 관할 군부대의 협의절차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민원인의 뇌물공여와 같은 범죄행위가 개입되어 있다면 -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관할부대장이 뇌물수수 후 재심지시 및 강요에 의하여 작전성 검토의견이 번복된 경우라면 - 국가안전보장에 위해를 가해질 만한 위법이 명백히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건축불허가처분을 받은 민원인이 관할 군부대의 ‘부동의’의견의 위법을 주장하면서 동 불허가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에, ‘군사시설보호 및 군사작전의 원활한 수행의 저해여부’ 즉 안전보장에 대한 위해여부의 판단이 실체심리에서 문제되었을 때, 사실 이러한 고도의 군사적 재량판단사항에 대하여 사법부가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점에서 절차적 통제가 매우 중요한데, 이 사건과 같이 협의절차에 범죄행위가 개입되어 있는 경우, 특히 오히려 명백성의 판단기준이 되는 제3자인 민원인의 적극적인 비리행위가 개입되었다는 하자는 매우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가사, 원고적격에 관한 대법원 1995. 7. 11. 선고 94누4615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설에 입각한 이 사건 판결취지와 같이, 이 사건의 경우는 ‘사실관계의 자료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그 하자유무가 밝혀질 수 있는 경우’이어서 외관상 명백하다고 할 수 없어도, ‘행정행위의 무효사유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의 명백성은 행정처분의 법적 안정성 확보를 통하여 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는 한편 그 행정처분을 유효한 것으로 믿은 제3자나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요구되는 것으로서, 그와 같은 필요가 없거나 하자가 워낙 중대하여 그와 같은 필요에 의하여 처분 상대방의 권익을 구제하고 위법한 결과를 시정할 필요가 훨씬 더 큰 경우라면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그와 같이 중대한 하자를 가진 행정처분은 당연무효’라고 反對의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위 대법원 판결의 小數見解가 이 사건의 경우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Ⅴ.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판결은 원고적격론에 관하여 비록 입법론이나 법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찬성하지만 현행 실정법 체계 하에서는 행정소송법 제8조의 법리의 해석에 다소 무리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나아가 행정행위의 적법요건을 판단하여 당해 처분의 무효사유와 취소사유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私見으로는, 이 사건 소송은 원고적격이 없음을 이유로 소익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법이론에 충실한 것으로 판단되고, 만일 위 행정법원의 판결과 같이 이 사건 소의 적법성을 인정하고자 한다면 본안에서는 당해 처분과정에 당연 무효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법사유가 개입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원고인 국가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1-09-03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선적서류확인의무
Ⅰ.사 안 피고 한국주택은행은 원고 국방부가 영국 에피코사로부터 무기를 수입할 수 있도록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고, 원고는 피고에게 신용장대금을 예치하였다. 신용장에는 ① 수익자의 선적통지를 선하증권 발행 30일 전에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에 보내야 하고, ② 신용장 개설의뢰인을 위하여 신용장 개설일부터 50일 이내에 이행보증서가 발행되어 피고를 통하여 통지되지 않은 한 신용장은 효력을 발하지 아니하며, ③ 수익자는 신용장 개설의뢰인이 지정항 운송주선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①에 대하여는 원고와 피고가 수익자로부터 선적통지를 받지 못하였고, ②에 대하여는 이행보증서가 신용장개설일부터 50일이 지나서야 발급되었으며, ③에 대하여는 선하증권의 발행인이 지정된 운송주선인이 아니었고, 신용장과 선하증권, 상업송장, 포장명세서상 도착항의 기재가 일치하지 아니하였다. 피고는 ①은 원고에게 통고하고 ②는 통고하지 아니하였으며, ③에 대하여는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였다. 원고는 통고 받은 ①에 대하여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선적서류의 인수를 지시하였고, 수익자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의 예치금이 지급되었다. 원고는 1992. 12. 말 선적서류를 인수하고 아무런 확인조치없이 방치하던 중, 수익자가 화물을 선적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고 난 1993. 8. 11.에서야 선적서류와 신용장 조건이 불일치함을 이유로 하여 피고에 대하여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Ⅱ. 판결 요지 신용장 개설은행이 수익자나 매입은행 등으로부터 선적서류를 인수하고 신용장 대금을 지급한 경우, 개설은행으로부터 선적 서류를 인수한 개설의뢰인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선적서류를 점검·확인하고, 선적서류가 신용장 조건과 불일치하는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 내에 이를 개설은행에 통지하여야 한다. 개설의뢰인이 불일치사항에 대하여 개설은행에 통지하는 등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때에는, 당해 불일치로 인하여 개설의뢰인의 수익자와의 계약 및 신용장 거래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데도 개설은행이 이를 간과하였거나 신용장 개설약정에서 달리 정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설의뢰인은 개설은행에 대하여 선적서류와 신용장 조건의 불일치를 이유로 신용장 대금의 상환을 거절하거나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Ⅲ. 평 석 1. 신용장 거래의 특징 신용장 거래의 특징은 독립성과 추상성이다. 독립성이란 신용장이 일단 개설된 이후에는 신용장 거래는 발생의 원인이 된 거래와는 독립한 거래로서 독자적 법률관계에 의하여 규율된 의미이다. 또 추상성이란 신용장 거래관계에 관여하는 당사자는 서류에 의하여만 거래의 가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5차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500」)과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400」)도 이를 규정하고 있다. 2. 선적서류 점검 확인의무 (1) 개설은행의 선적서류 점검 및 확인의무 UCP 400 제15조와 UCP 500 제13조는 개설은행이 상당한 주의로써 신용장조건과 모든 서류의 일치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용장이 요구하는 서류는 상업송장, 선하증권, 보험증서, 원산지증명, 포장명세서, 검사증 등이다. 위 신용장통일규칙은 은행이 이러한 서류들이 신용장 제 조건과 일치하는지 여부와 서류간에 상호모순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 은행은 상당한 주의로서 검토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상당한 주의라 함은 상품거래에 관한 특수한 지식경험에 의함이 없이 은행원으로서 일반적인 지식경험에 의하여 기울여야 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주의」라고 하고 있다. 또 「문면상의 일치」에 대하여 「자구에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은행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면 그 차이가 경미한 것으로서 문언의 의미가 같고 또 신용장조건을 전혀 해하는 것이 아님을 문면상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신용장 조건과 합치하는 것으로 보아야」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신용장조건과 서류들간에 문면상의 불일치가 있었고, 개설은행이 상당한 주의로 검토하였다면 충분히 신용장 조건과 합치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피고 은행은 ①에 대하여만 불일치점을 원고에게 통고하고 ②에 대하여는 불일치점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고 ③에 대하여는 내용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원고에게 통고하였으므로, ②, ③에 대해서는 신용장 규칙이 부과하는 은행의 서류검토 및 확인의무를 해태한 과실이 있다. 이 사건에서는 ①의 불일치점에 대하여는 피고가 원고에게 통고하였는데, 원고가 별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신용장대금예치금의 지급을 지시하였으므로 이는 개설의뢰인이 피고에 대하여 신용장대금 및 기타 비용의 상환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였거나 피고의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신용장 개설계약상의 위임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추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①의 불일치 점에 대하여는 개설의뢰인인 원고가 피고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고 이 사건 선적서류를 인수한 것으로 보는 판례의 태도는 타당하며,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는 것이다. (2) 개설의뢰인의 선적서류 점검 및 확인의무 UCP 400 제14조는 은행에 대하여 상당한 주의로써 모든 서류가 신용장조건과 합치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은행이 이러한 검토의무를 해태한 경우에는 개설의뢰인이나 지급, 인수, 매입은행에 대하여 대항하지 못한다. 특히 개설의뢰인과의 관계에서 모든 서류가 신용장조건과 상이한 경우에는 비록 개설은행이 이 서류에 대하여 대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개설의뢰인은 서류인수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UCP 500은 개설은행과는 달리 개설의뢰인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서류들을 점검하고 확인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개설의뢰인은 제시된 서류가 신용장조건과 일치하는 경우에는 서류를 인수하고 개설은행에 대한 신용장개설약정서에 의하여 그 대금을 상환하여야 한다. 개설의뢰인의 인수조건과 의무는 신용장 개설시에 개설은행과 개별약정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신용장거래는 개설의뢰인이 직접 지급, 인수, 매입은행 및 수익자와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은행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진다. 개설은행과 개설의뢰인 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양자간의 약정에 의하여 해결하면 되고, 신용장통일규칙에 의하여 규율할 필요성이 적기 때문에 따로 개설의뢰인의 서류검토에 대한 의무를 두지 아니한 것 같다. 개설은행과 개설의뢰인간의 약정은 특정 지역이나 국가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처음 신용장개설시 당사자간에 체결한 개별약정은 특정국가나 지역에 존재하는 사법원리에 의하여 규율받게 된다. 따라서 사법의 일반원리인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개설의뢰인이 제시된 서류를 점검 및 확인하여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타당하다. 미국 판례도 개설은행의 잘못으로 신용장 조건과 상이한 서류를 고객에게 인도하고, 고객은 부주의로 내용을 상세히 검토하지 않고 인수했다면 사후에 그러한 하자가 발견되어도 고객은 개설은행에 항변하지 못한다고 한다. 개설의뢰인은 선적서류를 인수받은 후 어느 정도의 기간 내에 선적서류를 점검하고 확인하여야 하는가. 이에 대하여 신용장통일규칙에는 어떠한 규정도 없다. 은행에 대하여는 UCP 400제16조 c항에서 「개설은행은 서류를 심사하고 그 인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상당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는 바, 서류의 점검 및 확인에 상당한 기간을 허락하고 있다. 우리 은행 실무상으로는 서류의 접수일로부터 1주일을 검토기간으로 하였으므로 1주일을 상당한 기간으로 보았던 것 같다. 한편 UCP 500에서는 이를 서류접수 다음날로부터 7영업일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상당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조항을 둔 취지는 개설은행이 제출된 서류의 인수를 거부하기로 결정할 경우 개설은행이 오랫동안 서류를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결정을 한데 대하여 지급/인수/매입은행이 항변함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개설의뢰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검토하여야 할 의무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근거를 두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개설의뢰인은 도착한 물품이 처음에 수입을 의도하였을 때와는 달리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이 되면 사소한 신용장상 하자에도 인수를 거절할 것이나, 만일 시장성이 높아진 경우라면 신용장상의 하자가 크더라도 인수를 하려고 할 것이다. 선적서류를 인수한 개설의뢰인에게 서류에 대한 점검 및 검토의무가 없다면, 독립성과 추상성에 의하여야 할 신용장거래가 상품의 시장성이라는 신용장 외의 시장상황에 의하여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은 신용장거래에 대한 은행의 신뢰를 배신하고 개설의뢰인의 권리남용을 허락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따라서 개설은행이 위 ②, ③의 불일치점에 대하여 정당한 조사의무를 해태한 과실이 있는 경우라도, 개설의뢰인이 상당한 기간내에 선적서류와 신용장 조건간의 불일치사항에 대하여 개설은행에 통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설의뢰인은 개설은행에 대하여 불일치 사항을 이유로 하여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거절하거나 신용장 대금의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이에 대한 판례의 태도는 타당하다. 다만 위 판결은 상당한 기간 내에 조사하여야 할 의무를 인정하고 있는 반면, 상당한 기간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으므로 상당한 기간에 대한 해석상 논란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Ⅳ. 결 론 대법원은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으로부터 하자있는 서류를 인수한 경우에도 신의칙에 근거하여 선적서류와 신용장조건간의 불일치에 대하여 점검 및 검토할 의무를 부과하였다. 실무에서는 하자있는 신용장의 거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신용장의 50%정도) 개설의뢰인의 위 의무를 인정하지 아니하면, 신용장거래가 개설의뢰인의 자의와 시장상황에 영향을 받으므로 은행의 개입을 억제하여 국제간 거래의 원활과 거래규모의 확대라는 신용장 제도의 목적이 상실될 것이다. 따라서 신의칙에 근거하여 개설의뢰인에 대한 선적서류의 점검 및 검토의무를 부과한 이 판결은 신용장제도의 취지를 살린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나, 상당한 기간에 대하여 명시적 유권해석을 하지 아니한 아쉬움이 있다.
199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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