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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의 물적분할시 적격분할 요건인 ‘독립된 사업부문’, ‘포괄적 승계’, ‘직접 사용’,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해석
-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두40986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2008년 5월 1일 A공장의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과 도시개발 사업부문을 물적분할(이하 ‘이 사건 분할’)하여 D회사를 설립하고 2008년 5월 6일 분할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이 사건 분할이 구 법인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47조 제1항의 적격분할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 2008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 시 분할로 인한 자산양도차익 약 7485억원을 손금산입하였고, 폐석회처리 등 공사비용을 통상적인 비용으로 손금처리하였다. 피고는 2013년 8월 22일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분할이 적격분할에 해당하지 않고, 폐석회처리 등 공사비용이 토지의 자본적 지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자산양도차익과 공사비용을 손금불산입하여 2008사업연도 법인세 약 3000억원(가산세 포함)을 경정고지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물적분할은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을 분할하는 것으로서,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되고, 분할신설법인이 분할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하며, 분할법인이 받은 분할대가 전액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인 경우 과세이연 규정이 적용된다.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의 요건{법 시행령(2009. 2. 4. 대통령령 제213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1호}은 기능적 관점에서 분할 이후 기존의 사업활동을 독립하여 영위할 수 있는 사업부문이 분할되어야 함을 뜻한다. 개별 자산만 이전하여 사실상 양도차익을 실현한 경우와 구별하기 위한 것으로, 독립적으로 사업이 가능하면 단일 사업부문의 일부 분할도 가능하다.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및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될 것’의 요건(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2호)은 독립된 사업부문 요건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해당 사업활동에 필요한 자산·부채가 분할신설법인에 한꺼번에 이전되어야 함을 뜻한다. 다른 사업부문에 공동 사용되는 자산·부채 등 분할하기 어려운 것은 승계되지 않더라도 기업의 실질적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다.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할 것’의 요건(법 제46조 제1항 제3호, 시행령 제83조 제4항, 제80조 제3항)은 분할 전후 사업의 실질적 동일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으로서, 처분 또는 직접 사용 여부는 입법 취지와 해당 사업내용을 고려하여 실제의 사용관계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요건(법 제47조 제1항 괄호 안, 제46조 제1항 제2호)은 분할법인이 분할되는 사업부문의 자산·부채를 분할신설법인으로 이전하는 대가로 분할신설법인 주식만을 취득하여야 한다는 것으로서, 지분관계의 계속성을 규정한 것이다. 이 사건 분할은 조직형태의 변화가 있을 뿐 기업의 실질적인 동일성은 계속 유지되어 구 법인세법령에 정한 과세이연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가. 물적분할 시 과세이연 규정의 취지 및 해석원칙 법인의 물적분할 시 분할로 발생한 자산양도차익에 대하여는 법인세가 과세되는 것이 원칙이나 법 제46조 제1항, 제47조,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83조, 법 시행규칙(2010. 6. 30. 기획재정부령 제1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2는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적격분할 요건을 갖춘 경우 주식의 가액 중 물적분할로 발생한 자산의 양도차익 상당의 금액에 대하여 과세이연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과세이연 규정은 1998년 12월 28일 법인세법 개정으로 합병·분할 등 기업조직재편 세제 도입 시 마련된 것으로서, 그 취지는 회사가 기존 사업의 일부를 별도의 완전 자회사로 분리하는 조직형태의 변화가 있었으나 지분관계를 비롯한 기업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변동이 없는 때에는 과세의 계기로 삼지 않음으로써 회사분할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을 분할한 것인지 ‘독립된 사업부문’의 분할은 그 문언상 분할대상이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이기만 하면 되고, 분할 당시 분할신설법인에 무엇이 승계되는지, 분할신설법인이 분할 이후 어떠한 방식 또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지는 위 요건과 무관하다. 시행령 제82조 제3항은 그 사업부문이 분할법인에 존재하던 동종의 사업부문 전체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과 도시개발 사업부문은 기존의 다른 사업무문에서 독립하여 사업활동 영위가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고, 이들 사업부문의 내용과 기능적 특성상 D회사가 고용 일부를 승계하지 않고, 화학제품 제조를 원고에게 위탁하여 생산된 제품의 대부분을 원고에게 판매하더라도 분할 전 사업부문을 해체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다.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및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 것인지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필수적인 자산 또는 영업활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자산이 승계되었다면 ‘자산이 포괄적으로 승계’된 것이고,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전부가 승계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분할계약서상 원고의 폐석회처리 협약에 의한 의무, 폐석회 매립공사 관련 채무, 지하폐석회 처리 관련 채무는 A공장 부지와 관련된 채무로서 모두 D회사에 승계되었다. 현금은 법인 계좌로 입금되는 순간 A사업부문 매출이건, A사업부문 자산을 담보로 차입한 것이건 다른 현금과 혼화되어 A사업부문만의 현금이라 볼 수 없다. 원고가 이 사건 분할을 앞두고 회사채 상환, 법인세 납부 등 일반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A공장 부지를 담보로 차입한 차입금 채무는 원고의 다른 사업부문에도 공통적으로 관련된 것으로서 그 중 회사채 상환 등으로 사용될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만 D회사에 승계시킨 것은 요건 불비로 보기 어렵다. 분할신설법인에 승계시키는 현금이 얼마인지에 따라 자산양도차익은 달라지지 않고, 상법 제530조의9 제2항은 분할시 분할신설법인과 분할법인의 연대책임을 배제할 수 있으므로, 차입금 중 일부만 승계되었다거나 원고의 연대책임을 배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2호는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인력 또는 직원의 포괄적 승계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이 사건 분할 시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의 직원들이 D회사로의 승계를 반대하였는데 당시 선고된 판결들에 따라 직원들에게 승계를 강제할 수 없었다. D회사가 원고의 인력을 대부분 승계하지 않아 적격분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없다. 라. 분할신설법인이 ‘승계한 고정자산가액의 1/2 이상을 승계한 당해 사업에 직접 사용’한 것인지 D회사는 원고로부터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을 분할받은 후 자신의 비용으로 원재료를 구입하여 자신의 사업장에서 설비를 갖추고 자신의 명의로 화학제품을 제조하였고, 원고로부터 도시개발사업 대상토지인 A공장 부지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여 시행자로 지정받음으로써 승계한 고정자산을 실제 사용하였다. D회사가 그 사용방식에 있어 업무위탁을 하였다고 달리 볼 수 없다. D회사가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하면서 금융기관 대출채무의 담보를 위해 신탁등기를 설정하였더라도 승계사업의 폐지로 간주되는 고정자산의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마.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으로부터 받은 ‘분할대가의 전액이 주식’인지 원고는 분할계약에 따라 분할대가로 D회사로부터 주식만을 받았고, 원고가 분할 직전 대출받은 차입금 중 일부가 D회사에 승계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자산·부채의 포괄적 승계요건과 관련된 것일 뿐 분할대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4. 결론 법인세법상 분할제도가 도입된 이래 적격분할 요건에 관한 판단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실무상 논란이 되어 왔는데, 대상판결은 물적분할 시 과세이연 제도의 취지가 기업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의 변동이 없는 때 과세의 계기로 삼지 않음으로써 회사분할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 취지 및 사업부문의 내용과 기능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적격분할의 요건인 ‘독립된 사업부문’, ‘포괄적 승계’, ‘직접 사용’,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의미에 관하여 해석함으로써 그 판단기준을 최초로 정립하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분할법인
지분
법인세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8-10-08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법인의 과점주주에게 부과되는 제2차 납세의무를 1차 과점주주에 대한 과점주주(2차 과점주주)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서울행정법원 2016구합56899, 서울고등법원 2017누64578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사건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2008년경 업무시설신축·분양사업을 시행하는 A사에 금원을 대여하면서 그 담보로 A사 발행주식 전부에 대해 근질권을 설정하였다. A사는 사업부지 내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토지소유자 B사의 주주들과 B사 발행주식 중 약82%를 매수하기로 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다. B사는 금융기관 대출과 관련하여 B사 소유 토지 및 건물(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신탁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원고는 2010년 5월경 A사가 위 대여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위 근질권을 실행하여 A사 발행주식 전부를 취득하고, A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새로 임원을 선임하였다. 한편, 2010년 6월경 대출만기일까지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시공사가 금융기관에 변제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에 피고는 2014년 12월 1일 B사에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시공사에 이전됨에 따라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2010사업연도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다. 그런데 B사가 납부기한인 2015년 1월 14일까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자, 피고는 위 법인세의 납세의무 성립일을 기준으로 A사가 B사의 지분 약 82%를 보유한 과점주주라고 보아 A사를 B사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2015년 2월 2일 위 체납세액 중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세금을 납부하도록 통지하였다. 피고는 A사 마저 납부기한까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자 A사의 지분100%를 보유하고 있던 원고를 A사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2015년 3월 10일 원고에게 법인세 납부통지를 하였다. 2. 이 사건 제1, 2심 판결의 내용 이 사건 제1, 2심 판결은 [①국세기본법(2011. 12. 31. 법률 제11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39조 제1항은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의 발생요건으로 “법인의 재산으로 그 법인에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가산금과 체납처분비에 충당하여도 부족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1차)과점주주가 부담하는 제2차 납세의무는 위 규정에 따른 의무에 해당할 뿐 위 ‘국세 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②이 사건의 경우 과점주주가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 법인의 재산을 은닉·분산·이동하는 등에 해당한다거나 제2차 납세의무의 입법취지상 자력이 있는 과점주주가 체납법인의 인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2차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를 인정하게 되면 과세관청이 어느 시점에 납부기한을 정하여 법인세 경정·고지를 하였는지에 따라 누가 2차 과점주주가 되는지가 달라지고, 주된 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가 성립한 날로부터 2차 과점주주 결정 시점까지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생겨 법률관계가 장기간 불안정하게 된다. ④ 단계적 2차 납세의무를 인정하게 되면 부과제척기간을 단계적으로 늘어나게 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와 조세법률 관계를 신속하게 확정 짖고자 마련된 부과제척기간규정을 몰각시키게 된다]는 점 등을 논거로 법인의 과점주주에게 부과되는 제2차 납세의무는 주된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점주주까지만 적용되고 1차 과점주주에 대한 과점주주에까지 확대하여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원래의 납세의무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제3자에 대하여 원래의 납세의무자로부터 징수할 수 없는 액을 한도로 하여 보충적으로 납세의무를 부담케 하는 것을 제2차 납세의무라고 한다. 법은 청산인 등의 제2차 납세의무(제38조),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제39조), 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제40조),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제41조)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제2차 납세의무자인 법인의 과점주주인가의 여부는 법인의 납세의무 성립일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1985. 12. 10. 선고 85누405 판결), 제2차 납세의무의 성립시기는 적어도 ‘주된 납세의무의 납부기한’이 경과한 이후라고 할 것이며, 부과제척기간은 주된 납세의무와 별도로 진행하게 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2차 납세의무가 성립한 날로부터 5년간이라고 한 바 있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0두13234 판결). 이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 주된 납세의무자인 B사의 2010사업연도 법인세 납세의무 성립일은 2010년 12월 31일이고, 부과제척기간은 신고기한의 다음날인 2011년 4월 1일부터 2016년 3월 31일까지 5년간이 된다. B사의 위 납세의무 성립일인 2010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과점주주는 A사가 된다. 피고는 2014년 12월 1일 B사에 납부기한을 2015년 1월 14일로 정하여 2010사업연도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으므로 과점주주 A사의 제2차 납세의무는 B사의 납부기한 다음날인 2015년 1월 15일 성립하게 되고 그 부과제척기간은 2015년 1월 15일부터 2020년 1월 14일까지 5년간이 된다. 그런데 이 사건 제1, 2심 판결과 같이 이 사건을 단계적 2차 납세의무 문제로 접근하게 되면, A사(1차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 성립일 2015년 1월 15일을 기준으로 원고(2차 과점주주)가 A사의 과점주주가 된다. 또한 원고의 제2차 납세의무는 A사의 2차 납세의무 납부기한이 경과한 날 성립하고 부과제척기간은 그로부터 다시 5년간이 된다. 이 사건 제1, 2심 법원이 위 ①논거에서 (1차)과점주주가 부담하는 제2차 납세의무는 위 규정에 따른 ‘의무’에 해당할 뿐 ‘국세 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법 제39조 제1항 소정의 제2차 납세의무 발생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이 이 사건을 단계적 2차 납세의무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법원은 “법인이 사업양수인으로서 법 제41조에 따라 사업양도인에게 부과된 당해 사업에 관한 국세·가산금에 대하여 제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된 때에는 ‘양도인’에게 부과된 국세·가산금도 법인의 과점주주가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그 법인에게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가산금’에 포함된다(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누10210 판결)”고 판시한 바 있어, 대법원이 이 사건의 경우를 이 사건 제1, 2심 판결과 같이 단계적 제2차 납세의무 문제로 풀어갈지는 의문스럽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제2심 법원은 위 판례는 양도인으로부터 사업을 양수한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에 대해 사업양수인의 과점주주가 과점주주로서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는지 문제된 사안으로 과점주주의 과점주주가 거듭하여 과점주주로서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지 여부가 문제된 이 사건에 그대로 원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위 판례가 ‘사업양수인’이 지게 된 ‘제2차 납세의무’를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규정의 ‘국세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의 문제(단계적 2차 납세의무 문제)로 풀어가지 않고 주된 납세의무자인 ‘양도인’에게 부과된 국세 등을 곧바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규정의 ‘국세 등’으로 보고 있는 점은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규정의 거듭 적용이 문제된 이 사건의 경우에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이와 같이 ‘주된 납세의무자에게 부과된 국세 등’을 법 제39조 제1항의 ‘국세 등’에 포함된다고 본다면 위 규정에서 ‘그 국세의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과점주주가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과점주주인지 여부는 이 사건 주된 납세의무자 B사의 납세의무성립시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또한 ‘주된 납세의무자에게 부과된 국세 등’을 법 제39조 제1항의 ‘국세 등’에 포함된다고 하면 원고의 제2차 납세의무 역시 A사(1차 과점주주)의 경우와 같이 B사의 납부기한 다음날인 2015년 1월 15일 성립하게 되고 부과제척기간은 2015년 1월 15일부터 2020년 1월 14일까지 5년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볼 경우 3, 4차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로 반복된다고 하더라도 기준은 언제나 주된 납세의무자가 되므로 과점주주의 법적불안정이나 부과제척기간 규정의 몰각 우려는 없게 된다. 대법원 판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2차 납세의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편, 제2차 납세의무 규정의 취지상 근질권을 실행하여 과점주주가 된 것에 불과한 원고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우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고는 2010년 5월경 근질권을 실행하여 A사 발행주식 전부를 취득하고 A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새로 임원을 선임하는 등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1 이상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점에서도 이 사건 제1, 2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대법원 2008. 1. 10. 선고 2006두19105 판결 등)할 여지는 높아 보인다.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국세기본법
납세
과점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2018-05-15
최효종 변호사(서울회)
기촉법상 신규공여 결의 직접 이행청구권 인정여부
I. 사실관계의 요지 A기업에 관하여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의 워크아웃절차가 개시되고, 주채권은행 B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협의회')를 소집하여 A기업에 대한 합계 900억원 규모의 집단적 신규 신용공여 안건을 의결하였다. 위 안건에는 보증기관인 C가 A기업에게 100.9억원 상당의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바, 이에 대하여 C는 부동의 하였으나, 전체 채권액 중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가결되었다(제18조). 한편 C는 반대채권자의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협의회 의결사항에 찬성한 것으로 간주되었다(제20조). 이후 A기업은 B은행으로부터 100.9억원의 대출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던 신용보증서 발급을 하여줄 것을 C에 대하여 청구하였으나, C는 발급을 거부하였고, 이에 A기업과 B은행은 공동원고로서 피고 C를 상대로 의결사항에 기해 보증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II. 대법원 판결 요지(재항고 기각) 기촉법에 따른 신규 신용공여 계획의 수립에 관한 협의회의 의결은 협의회와 부실징후기업 사이의 이행약정에 포함될 경영정상화계획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금융기관 사이의 신용공여계획이행에 관한 청구권을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신용공여계획에 관한 협의회의 의결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채권금융기관이 다른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 기촉법 제21조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협의회의 의결 자체로 채권금융기관이 다른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 신용공여 계획의 이행을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III.검토 1. 기촉법상 신규 신용공여 규정 개관 기촉법은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절차')가 개시된 후 협의회 구성원 보유 채권액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집단적 신규 신용공여 의결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제18조). 신규 신용공여는 관행상 각 채권금융기관의 보유채권액에 비례하여 이루어진다. 다른 법정도산절차인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에서는 회생기업에 대하여 신규 자금차입(이른바 DIP Financing)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을 규정하는 등 유도적인 방법을 규정한 데에 비해, 기촉법은 채권금융기관 채권액 4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의결일로부터 7일 내에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반대채권자에 대하여도 신규 신용공여 의무를 강제하는 방법을 규정한 특징이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의 독특한 법률규정이며, 기촉법 위헌논란에서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반대채권자의 신규 신용공여 강제에 대한 위헌론은 개인의 재산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침해를 근거로, 합헌론은 기업구조조정에 있어 반대채권자들의 프리 라이딩(free-riding) 방지를 근거로 한다. 최근 1~2년 사이에 신규 신용공여와 관련한 법적분쟁이 상당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반대채권자의 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이 통상 해당채권의 청산가치로 낮게 정해지게 되는바, 반대채권자들이 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손실을 감수하지 않고 그냥 채권을 보유한 채(즉, 매수청구권을 불행사하여 의결찬성이 간주된 채) 곧바로 법적 분쟁으로 진입하게 된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2. 협의회 의결의 구속적 효력 여부 통상 협의회의 신규 신용공여 결의는 채무자인 부실징후기업의 금융기관 채권자들이 모여 각자 보유채권액에 비례한 신규 신용공여 액수를 정하고, 여신기능이 있는 시중은행권 금융기관은 신규대출의 방법으로, 보증기관은 신규 보증서 발급의 방법으로, 여신기능이 없는 증권사 및 각종 비은행 금융기관, NPL(Non Performing Loan,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취급하는 유동화전문회사 등 제2금융권 기관은 이른바 '손실분담확약'(후술)의 방법으로 각각 신규 신용공여를 할 것을 결의한다. 한편 부실징후기업은 신규 신용공여의 혜택을 받는 당사자이지만 결의당사자는 아니며,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수익자 지위와 유사하다. 그런데, 이 사건 1, 2심에서는 결의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A기업의 결의사항 이행청구권 원고적격을 부정하였지만, 대법원에서는 이에 대한 명시적 판단은 하지 않았다. 대상판결의 판시에 따르면, '대출계약이나 지급보증계약의 체결에 의한 신용공여와 같이 향후 별도의 계약체결을 예정한 의결사항'에 대하여는, 의결사항을 미이행한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결의의 효력에 기한 이행청구를 할 수는 없다. 즉, 대상판결은 협의회의 신규 신용공여 결의를 그 자체로 구속력을 가진 '계약'으로 보지 않고 일종의 '계획'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는바(즉, 대상판결은 이를 일종의 채권단 간의 양해각서나 신사협정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았다), 대출계약이나 지급보증계약의 당사자인 부실징후기업이 의결당사자가 아니고, 위 결의를 구속력을 갖는 계약이나 합동행위로 보게 될 경우 반대채권자의 재산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히 제약한다는 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결사항을 미이행한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는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이 사건 1, 2심에서는 기촉법 제21조에 규정된 위약금을 납부하고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점을 의결사항 직접청구권 이행부정의 한 논거로 설시하였는데, 대상판결에서는 이 점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판시를 하지 않았다. 3. 대상판결의 실무적용방안에 대한 소고 그런데 손해배상청구의 방법에 있어 대상판결과 같이 협의회 신규 신용공여 결의를 '계획'으로 볼 경우 과연 '계약'이 아닌 단순한 '계획'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실무적으로도 손실분담확약의 미이행에 대한 채권금융기관 간의 소송들에서 이미 현출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즉, 현행 워크아웃 실무에서는 손실분담확약(곧바로 신규 신용공여를 하지 않고, 추후 부실징후기업의 워크아웃절차가 중단되고 회생·파산절차가 개시된 시점에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에게 발생한 손실평가액을 보유채권액에 비례하여 전보해주는 것)을 한 채권금융기관에 대해 부실징후기업의 워크아웃 중단 시점을 기준으로 기투입 된 채권금융기관들의 신규 신용공여액을 손해액으로 보아 해당 채권금융기관들의 채권보유비율에 따라 분담시키고, 그 액수만큼의 채권금융기관 보유 회생파산채권을 해당 기관들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실무진행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실무에 대해 채권금융기관의 손해발생 여부 및 손해액의 입증, 의결사항 미이행과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치열한 법리다툼이 진행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서울중앙지법 2012가합75432판결 등 참조). 이러한 손실분담확약에서의 법리다툼은 의결사항 미이행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다. 대상판결의 취지를 반영하고 워크아웃 실무에서의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협의회 의결사항 내용에 미리 의결사항 미이행 기관에 대한 위약금관련내용을 상세히 정해놓는 것이(현재 워크아웃절차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결의사항 양식에서 위약금 관련 내용을 포함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간명한 해결책일 것이다. 협의회 의결사항에서 반대채권자의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민법 제398조)으로 정해놓을 경우, 대법원 판례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의 발생 및 그 액을 증명하지 아니하고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에(대법원 2000다50350판결), 추후 손해발생 부분에 대한 구구한 입증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상판결에서 명백히 설시하고 있지 않으나, 협의회의 경우 그 독자적 법인격 여부가 불분명하고, 신규 신용공여 의결 미이행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손해를 입는 자는 부실징후기업이며, 주채권은행 등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은 기본적으로 간접적 이해관계자에 불과한바, 소송법상 원고적격을 명백히 하기 위하여 협의회의 신규 신용공여 결의에 부실징후기업을 참가시키는 방법도 검토의 필요가 있다. IV. 결론 기촉법은 IMF당시의 '기업구조조정협약'을 모태로 하는 역사 및 법규범 자체의 성질에 비추어 일응 금융기관들 간의 가이드라인(모범규준)이 그 본질이라고 할 것이나, 한국의 현실상 법적 구속력을 가진 실정법으로 격상되어 한시법으로 존재하고 있다. 현행 기촉법은 2014년 1월 1일 부터 2년간을 유효기간으로 하는 한시법으로서, 2001년부터 4차례 그 유효기간이 연장되어 왔다. 국회에서는 2013년 말 기촉법을 통과시키면서 "금융위원회는 2014년 12월 31일까지 기촉법을 상시법화하기 위해 공청회 개최 등을 거쳐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여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고 정부입법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한다"는 취지의 부대의견을 조건으로 하였고, 현재 그에 따른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기촉법 상시화 방안이 최종 확정되게 될 경우, 확정안에는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라 신규 신용공여 결의위반시의 위약금의 산정기준, 법적근거 없이 실무상 이루어지고 있는 손실 분담확약의 세부적 내용, 부실징후기업의 소송당사자성 인정여부 등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2014-11-20
최승재 변호사(경북대 로스쿨 교수)
기업개선작업 절차에서 이루어진 출자전환행위의 의미
I. 사안의 개요 쌍용건설 주식회사(이하 甲)가 1990년대 초부터 자금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1998. 11. 12. 기업개선작업절차에 들어간 후 경영이 정상화되어 2004. 10. 18. 기업개선작업절차가 종료되었다. 이 사건 원고 우리은행(이하 乙)과 쌍용건설은 위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체결된 1999. 3. 29.자 기업개선작업약정에 따라, 원고의 쌍용건설에 대한 150억 원의 기업어음 매입채권 및 13,485,000,000원의 대출금 채권(이하 위 두 채권을 함께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원고가 쌍용건설로부터 1주당 발행가를 5,000원으로 하여 신주를 발행받고 그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상계하기로 합의하여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였다. II. 평석 1. 출자전환의 의의 출자전환(debt-equity swap)이란 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때, 신주발행회사의 채권자가 신주발행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채권을 출자하여 자본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말한다. 출자전환은 채무를 소멸시키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경우 대차대조표상 자산으로 계상할 수 있는 금전 이외의 재산을 출자의 목적으로 하는 현물출자 방식을 취할 수도 있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신주인수대금을 납입할 채무와 기존의 채권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현물출자 방식의 경우, 현물출자자와 신주발행회사간에 현물출자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에서는 현물출자계약서는 현물출자하는 자의 성명, 그 목적인 재산의 종류, 수량, 가액과 이에 대하여 부여할 주식의 종류와 수 등이 기재되어야 한다. 이를 신주발행회사의 관점에서 보면 채무가 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이 되며, 따라서 출자전환은 채무의 자본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기업개선작업(소위 '워크아웃(work-out)')에서 채권자과 채무자 회사간의 합의에 의해서 출자전환을 하면, 회사의 부채비율을 떨어지게 되므로 출자전환을 통해서, 신주발행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이후 이 회사가 흑자전환(turn-around)하는 경우 채권은행단은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이익(upside potential)을 주주로서 향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부수적인 효과이기는 하지만, 부실한 기업경영으로 채무자를 재무적 위기에 이르도록 한 기존 경영진의 지분율을 감소시킴으로써 채권금융기관이 기업개선작업의 의사결정을 채권회수에 유리한 방향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면도 기업개선작업에서 출자전환이 현금상환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의 채무조정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는 이유가 된다. 2. 출자전환의 대상 출자전환의 대상이 되는 채무는 대차대조표상 자산의 부에 기재될 수 있는 채권이다.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차대조표상에 자산으로 계상할 수 있어야 하며, 평가가 가능하여야 하고, 양도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출자전환의 대상으로 대여금 외상매입금, 선급금, 가수금, 보증채무금, 미지급금 등의 채무가 있다. 반드시 채무의 전부를 출자전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채무의 일부만을 출자전환할 수도 있다. 신주발행회사의 장·단기 차입금은 모두 출자전환의 대상이 된다. 신주발행회사의 외상매입금도 출자전환의 대상이 되는바, 모회사에 대한 외상매입금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가 신주를 발행하여 출자전환을 할 수 있다. 상품거래는 수시로 발생하고, 물품대금의 지급도 빈번하므로, 이를 외상매입금 원장 등을 통하여 확인하여 이를 출자전환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 대표이사나 대주주 등의 가수금으로 출자전환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여금의 출자전환과 함께 실무상 흔히 발생하는 경우이다. 그 외 전환청구기간내에 전환청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만기가 지나면 만기 다음날부터 전환사채는 전환권이 소멸한 일반사채가 되며 이 일반사채도 출자전환의 대상이 된다. 3. 출자전환의 효과 (1) 채무의 소멸 현물출자 방식으로 출자전환을 하면, 현물출자의 목적물이 된 채권은 일시적으로 신주발행회사의 대차대조표의 자산의 부에 채권으로 계상된 후, 곧 채무와 혼동이 일어나서 소멸됨이 원칙이다. 한편 출자전환으로 현물출자의 목적물이 된 채무의 보증채무도 소멸한다. 이러한 효과는 상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출자전환시 소멸하는 채권의 범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1설은 채권의 평가에 관하여 채무자이며, 신주발행회사의 재무내용을 반영한 출자목적물인 채권의 평가액인 시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시가평가설)이다. 2설은 채권의 평가에 관하여 현물출자의 목적물인 채권의 액면금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권면액설)이다. 일본에서 시가평가설이 유력하다가 검사인의 검사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실용적이지 못하며, 평가결과를 신빙하기 어렵다는 비판으로 인하여 2000년대 초 동경지방재판소에서 2설(=권면액설)을 취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신주발행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기존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기존채권의 가액에 관한 약정 내지 합의가 없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신주의 가액을 평가하여 그 평가액 상당의 기존채권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여, 1설(시가평가설)을 취하였다.(대법원 2008.7.24. 선고 2008다18376 판결) (2) 이 사건 출자전환의 법적 성격 1) 상계로 보는 견해(=절대적 효력설) 이 사건의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 사건 출자전환을 상계계약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 효과로서 각 채권은 당사자들이 그 계약에서 정한 금액만큼 소멸하며, 이러한 상계계약의 법리는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채무자인 기업과 채권자인 금융기관 사이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주식을 발행하여 주고 채권자의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채무자의 기존 채무를 같은 금액만큼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상계계약 방식에 의하여 이른바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이와 달리 주식의 시가를 평가하여 그 시가 평가액만큼만 기존의 채무가 변제되고 나머지 금액은 면제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취했다. 다수의견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상계 및 상계계약을 한 경우에도 채권은 변제, 대물변제, 또는 공탁이 행하여진 경우와 동일하게 그 상계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은 소멸한 채무 전액에 관하여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보면서,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가 상계 내지 상계계약이 이루어질 당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에 무관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기존의 상대적 효력설을 취하였던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카4994 판결 등에서 정립한 판례를 변경하였다. 상계라고 보면서도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은 이 사건 출자전환을 상계합의로 보면서도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같이 상대적 효력만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아 상계의 절대적 효력을 부인하는 견해를 취하였다. 절대적 효력설이 구상관계의 간략화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그것이 상대적 효력설이 갖는 채권자 및 피해자의 두터운 보호라는 가치보다 우선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소수의견 1) 2) 대물변제로 보는 견해 이 사건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한 신영철 대법관은 채권자 은행을 비롯한 채권 금융기관들과 채무자 乙 사이에 작성된 기업개선작업약정서에는 갑 은행의 을 주식회사에 대한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乙 주식회사가 甲 은행에게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여 '출자전환'한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위 '출자전환'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반드시 명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甲과 乙이 위 출자전환을 함에 있어 당사자들이 달성하고자 한 목적과 의사, 일반적으로 기업개선작업에서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게 되는 동기, 거래의 통념, 형평의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甲과 乙은 위 출자전환에 의하여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그 출자전환이 이루어질 당시 甲이 발행받는 신주의 시가 상당을 대물로 변제받고 그 나머지 금액은 면제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본다.(소수의견 2) 3) 검토 이 판결은 출자전환과 관련된 판결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판례법리였던 부진정연대채무에서의 절대적 효력을 인정한 중요한 판결이다. 이 쟁점에 대해서는 소수의견 1에 대해 다수의견에 대한 양창수, 민일영 대법관은 보충의견으로 수인의 채무자가 존재하는 경우의 채무관계에 관한 민법 규정,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의 목적 등으로부터 도출되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기본적인 성질인 '급부의 1회성' 및 채무자 사이의 공평한 배상책임의 분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소수의견 1은 잘못된 견해라고 반박하였고, 이 보충의견에 대한 재반박이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다투어졌다. 소수의견 2의 견해는 출자전환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해석이라는 점에서 채무면제부분은 상대적 효력만이 인정되어 분식결산에 기하여 대출금을 편취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임원인 피고에 대한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또는 상법상 임원의 임무 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수 있도록 하려는 해석을 시도한 것은 의미 있는 해석으로 향후 추가적인 검토의 실익이 있다고 본다. 한편 향후 실무상 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상계방식으로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 채권단은 이 판결의 취지를 감안하여 상계합의를 하여야 할 것이다.
2011-07-18
고동원 교수(성균관대 법학과)
키코(KIKO) 파생상품 계약 관련 가처분 결정에 관한 검토
I. 서론 2008년 11월경부터 수출 중소기업들이 소위 ‘키코(KIKO)’ 파생상품 계약의 무효, 취소 등을 주장하며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본안 소송 및 가처분을 제기하면서, KIKO 계약이 사회적 관심을 끌게 되었다. 특히 가처분 결정은 해당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은행 등 금융 실무계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데, 본 평석은 KIKO 계약과 관련된 쟁점 중 서울중앙지법 2009. 4.24. 2009카합393 결정에서 제기된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쟁점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검토를 하고자 한다. II. 사안의 개요 KIKO 계약은 통상 넉인·넉아웃(knock-in·knock-out) 조건 및 레버리지(leverage) 조건이 결부된 통화옵션계약(풋옵션(put option) 매수와 콜옵션(call option) 매도의 결합)을 칭하는데, 대개는 일반 선물환 계약과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장래 환율 변동과 상관 없이 행사 환율을 고정하여 외화를 매매하기 위하여 은행과 체결하며, 만기의 시장 환율에 따라 구간별로 수익 구조가 달라진다. 즉, KIKO계약에서는 ① 단위 기간(관찰 기간)동안 만기 환율이 행사 환율보다 낮은 경우에는 기업이 행사 환율에 외화를 은행에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하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방지할 수 있지만 환율이 행사 환율보다 하단에 정해진 넉아웃(knok-out) 환율보다도 더 하락하면 당해 계약은 소멸하게 되어 기업은 환율 하락 위험에 노출되게 되고(넉아웃 조건), ② 관찰 기간 동안 환율이 행사 환율보다 높지만 행사 환율보다 상단에 정해진 넉인(knock-in) 환율보다는 낮은 경우에는 당해 계약은 효력을 발하지 않고 기업은 시장에서 외화를 매도하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보게 되며, ③ 관찰 기간 동안 환율이 넉인 환율보다 상승하는 경우에는 은행은 기업으로부터 행사 환율에 외화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는데, 이 때의 외화 결제 금액은 풋옵션 금액보다 통상 2배로 정해진다(넉인 및 레버리지 조건). 결과적으로 만기 환율이 넉인 환율과 넉아웃 환율 사이에서 형성되는 경우 기업이 이익을 보게 되고, 만기 환율이 넉아웃 환율 이하 혹은 넉인 환율 이상에서 형성되는 경우 손해를 보게 된다. 다만, 만기 환율이 넉인 환율 이상에서 형성되는 경우이더라도 수출로 유입되는 외화의 가치 상승분 만큼은 KIKO 계약에서 입게 되는 손해가 전보되므로, 외화 유입액이 KIKO 계약 금액을 넘는 이상 기업의 실제 손해는 없게 된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KIKO 계약 체결 무렵 환율이 지속적으로 안정적 하락 추세를 보이자 장래 환율도 제한된 범위에서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KIKO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예상과 달리 2008년 하반기부터 환율이 급등하고 경기 침체까지 심화되어 상당한 환차손을 입게 되자 집단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2008. 12.30. 서울중앙지법가처분 재판부는 신청인 기업들의 주장 중 KIKO 계약의 불공정성에 기한 무효 주장, 사기(詐欺) 내지 착오에 기한 취소 주장은 배척하였으나, 환율 및 환율 내재 변동성의 급등으로 인한 사정 변경에 의한 해지권 주장을 인정하여 가처분의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2009. 4.24. 새로운 가처분 재판부가 여러 건의 가처분 결정을 내렸는데(2009카합393 결정, 2009카합207 결정 및 2009카합504호 결정 등), 본 평석의 대상인 2009카합393결정(이하 ‘본 건 결정’)에서 법원은 원고의 계약 무효·취소 주장 및 사정 변경에 의한 해지권 주장은 모두 배척하였으나, 은행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가처분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III. 적합성 원칙 및 설명 의무 관련 판시 사항 1. 적합성 원칙 관련 사항 법원은 “은행은 기업에게 은행이 갖는 콜옵션의 최대 계약 금액이 기업의 평균적인 외화 순유입액(외화수입액-외화지출액) 또는 기업이 감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지 않도록 제안해야 하고, 기업이 자신의 외화 수급 현황을 예측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계약 기간을 제안해야 하며 계약의 구조 자체(특히 A/B파트 구조1)에서 환투기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환위험 회피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제안해야 한다”라고 하며, 이 사건 계약에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의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 상기 기준에 따라 법원은 “이 사건 각 계약의 계약 금액은 계약 당시 신청인의 월 수출액이 100만 달러를 상회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특별히 과다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계약 기간이 모두 2년으로서 장기간인데 그 기간 동안의 수출시장 전망이나 외화수급 현황이 안정적 기조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없다. 또한 위 각 계약은 모두 A/B파트 구조로 되어 있는 바, 신청인은 주로 A파트에서만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을 뿐 B파트에서는 행사 환율과 넉아웃 환율 사이의 간격이 10원 또는 2원에 불과하여 환위험 회피의 효과는 거의 달성할 수 없는 반면, B파트에서의 피신청인들의 콜옵션 계약 금액은 A파트에서의 신청인의 풋옵션 계약 금액의 각 2배이고 제2계약의 경우 계약 기간이 A파트는 8개월인데 B파트는 16개월이나 되어 환율 상승시 신청인의 손실이 크게 확대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위와 같이 이 사건 각 계약은 신청인과 같이 환위험 관리 능력이 부족한 중소 수출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거래 손실의 위험성을 안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위험을 간과할 개연성이 높은 구조적 특징으로 인하여 신청인의 거래 목적에 적합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음에도 피신청인들은 그 위험성을 명확히 고지하였다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인 판촉 활동 등을 통하여 신청인의 계약 체결을 조장하였다는 점에서 적합성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적합성 원칙 위반을 인정하였다. 2. 설명 의무 관련 사항 또한 법원은 이 사건 계약에서의 설명 대상에 대하여 “은행은 이 사건 각 계약과 같은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려면 계약 체결 이전에 기업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충실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의무가 있다. ① 통화옵션계약의 기본 구조… ② 통화옵션계약에 의하여 회피되는 환위험의 범위… ③ 기업이 계약 체결로 인하여 새롭게 부담하게 되는 위험의 발생 가능성 및 정도… ④ 계약 관계에서 탈퇴하는 방법… 및 ⑤ 옵션에 대한 가격 정보…”라고 설시하였으며 특히 위 ③과 관련해서는 “기업이 환위험 회피의 대가로 새로운 위험을 부담하게 되고 그 위험의 정도가 회사 재정에 결정적인 부담을 지울 수도 있다는 사정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향후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기업에게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계약금액이 기업의 평균적 외화 순유입액을 초과할 경우(소위 ‘오버헤지’의 경우)에는 그 손실 범위가 무제한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인식시켜야 한다”고 설시하고 위 ⑤와 관련해서는 “이 사건 각 계약과 같은 통화옵션계약은 본질적으로 옵션의 상호 매매의 성질을 가지므로 그 거래 목적물의 가격 구조, 즉 기업과 은행이 취득하는 개별 옵션의 평가 가격에 관한 구조와 은행이 취득하는 마진이 그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 및 마진의 기본적인 산정 방식(은행이 취득하는 옵션의 계약 금액 총액에 일정 범위의 마진율을 곱하여 산출된다는 점 등)을 알려 주어야 한다”라고 설시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설명 방식에 관해서도 “전화 통화로 계약을 체결한 후 거래 확인서나 위험 고지서를 팩스로 보내는 정도로는 부적절… 관계자를 대면하거나 서면, 전자우편 등 정식의 문서 형태에 의해야 하고, …전화 상담 형식으로 기업측에서 궁금해 하는 사항에 답변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또한 외국어로 되어 있거나 알기 어려운 투자 관련 전문 용어로 되어 있는 문서를 교부하는 것만으로는 설명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시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법원은 “피신청인들은 이 사건 각 계약의 구조와 특성, 신청인이 부담할 위험의 내용과 정도 등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사전에 상대방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신청인은 이 사건 각 계약 체결 이전에 통화옵션 거래의 경험이 많지 않았고…, 이 사건 각 계약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 신청인 대표이사… 도 본 건과 같은 장외 파생상품에 관한 전문성이나 사전 지식이 많지는 않았던 점이 인정되므로,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각 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피신청인들은 전문 금융기관으로서 해야 할 설명 의무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은행의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하였다. IV. 평석 1. 적합성 원칙 2009년 2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상품의 투자권유 시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에 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자본시장법 제46조). 동법 시행 전에는 사법상 책임의 근거로서 명문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금융기관의 고객 보호 의무의 일환으로서 “고객의 투자 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에 한하여 적합성 위반을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08. 9.11. 선고 2006다53856 판결; 대법원 1994. 1.11. 선고 93다26205 판결 등). 즉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투자자는 자기 책임의 원칙에 따라 자신의 투자로 인해 발생할지 모르는 손실을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예외적으로 금융기관이 고객의 투자 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에 한하여 적합성 원칙 위반에 따른 위법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적합성 원칙에 의하여 금융기관이 투자자에게 지도 조언을 해야 할 적극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적합성 원칙(소위 Suitability Principle)은 미국에서 유래하여 일본에서도 도입된 원칙으로서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적합성 원칙은 명백히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서는 아니 될 소극적 의무로 이해되고 있으며 그 위반으로 인한 손해 배상 책임도 투자 권유 행위가 사기(詐欺)에 준하는 정도이거나 투자자의 판단 능력 등에 비추어 당해 상품의 투자를 권유하는 것 자체가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어 적합성 원칙의 일탈이 현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있다(일본 최고재판소 2005. 7.14. 판결; 센다이 고등재판소 1997. 2.28. 판결 등 참조). 본 건 결정은 “이 사건 각 계약의 전체 구조로 볼 때 환헤지 상품으로서는 전혀 부적합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단지 상품 구성에 있어서 본래의 계약 목적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는 거래 조건에 대한 고려를 소홀히 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하면서도, 당해 기업의 외화 순유입액 등에 비추어 볼 때 은행이 수출 중소기업에게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한 것이라고 하여 적합성 원칙의 위반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 내용은 적합성 원칙의 내용으로서 최적의 상품을 지도 조언할 의무까지 금융기관에게 부과하는 것이 되어 기존의 대법원 판례의 태도나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한 결론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즉 KIKO 계약을 포함하여 통화옵션 상품들은 그 구조 및 이용 방법에 따라 다양한 환헤지의 기능을 할 수가 있으므로 환변동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통화옵션 상품을 권유하는 것 자체가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어 적합성 원칙의 일탈이 현저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2. 설명 의무 한편,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상품의 투자 권유 시 설명 의무에 관한 일반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자본시장법 제47조).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에는 금융기관 업종에 따라 각 관련 법령에서 설명 의무에 대한 규정을 달리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명문 규정이 없어도 신의칙(信義則)에 기하여 금융기관의 고객 보호 의무의 일환으로서 설명 의무를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06. 6.29. 선고 2005다49799 판결; 대법원 2003. 7.11. 선고 2001다11802 판결 등). 즉 적합성 원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는 원칙적으로 자기 책임의 원칙에 따라 투자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나, 그 전제로서 투자자가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정보가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금융기관의 설명 의무가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기 책임 원칙과 설명 의무의 관계를 고려하여, 대법원 판례는 설명 의무의 내용으로서 당해 계약의 모든 사항이 아니라 “투자에 따른 위험을 포함하여 특성과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 족하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그 이행 수준에 있어서도 실질을 중시하여 거래 경위와 거래 방법, 고객의 투자 상황(재산 상태, 연령, 사회적 경험 정도 등), 거래의 위험도 및 이에 관한 설명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계약의 중요 사항에 관해 설명이 되었다면 설명 의무의 위반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대법원 2006. 5.11. 선고 2003다51057 판결 등). 본 건 결정에서 법원은 위에서 본 다섯 가지 사항을 설명하였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그 다섯 가지 중 ‘① 통화옵션계약의 기본 구조 ② 통화옵션계약에 의하여 회피되는 환위험의 범위’는 당연히 설명되어야 할 사항이나 나아가 ‘③ 기업이 계약 체결로 인하여 새롭게 부담하게 되는 위험의 발생 가능성 및 정도’를 위 ①, ②와 구별되는 별도의 설명 의무 대상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즉, 법원의 입장은 넉인 환율 이상으로 환율이 상승할 경우 기업이 외화 매도 의무를 부담하므로 외화 현물이 없으면 그 만큼 환차손을 입게 되고 또한 환율 상승은 이론적으로 무제한이므로 기업이 입을 손실도 무제한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설명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내용은 KIKO 계약의 구조상 자명한 내용인 것이다. 환율이 예측 불가능하고 그 변동폭에 제한이 없다는 것은 경제 활동을 하는 자, 특히 수출기업에게는 주지의 사실이라고 할 것이므로 은행이 기업에게 KIKO 계약 구조를 설명하였다면 기업으로서는 환율 상승 시 손실 가능성(환율의 무제한 상승 시 무제한의 손실 가능성)을 당연히 인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의 무제한 상승 가능성’ 및 그로 인한 기업의 ‘무제한 손실 가능성’을 별도의 항목으로 명시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설명 의무의 범위를 넘어서서 투자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다시 한번 ‘경고할 의무’까지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본다. ④의 경우에도 결국은 탈퇴 당시의 손해를 배상하고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계약을 종료할 수 있음을 설명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KIKO 계약의 특징적인 내용이라기 보다 계약 종료의 일반적인 원칙에 불과하여 별도의 설명 의무의 대상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⑤와 관련해서도 상거래에서 고객이 지불해야 하는 ‘가격’과 상인이 취득하는 ‘마진’은 전혀 다른 내용이며 마진에 대한 설명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법적 근거도 없고 상거래 관행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 건 결정에서 ‘옵션에 관한 가격 정보’를 설명 의무의 대상으로 하면서 나아가 ‘마진 정보’에 대하여서 까지 설명 의무를 부과한 것은 가격과 마진을 혼동하여 설명 의무 대상을 너무 확대한 것이라고 본다. 또한 본 건 결정에서는 전화 상담이나 외국어 서류 교부만으로 부족하다고 하며 설명 방식도 제한하고 있으나, 이와 같이 설명 방식을 일괄적으로 제한할 근거는 없다고 보며 각 계약마다 실질적으로 설명 의무가 이행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본 건과 같은 장외 파생상품 거래에서는 실시간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 위하여 전화 상담이 오히려 적절할 수도 있으며 영어로 작성되는 수출계약을 업무상 다수 체결하는 수출기업에게 영어 서류가 부적절하다고 단정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V. 결론 본 건 결정에서 법원이 인정한 수준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 의무는 투자자의 자기 책임의 원칙과의 균형을 깨뜨리고 금융기관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기존의 대법원 판례 및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과도한 의무를 금융기관에 부과하면서 그 위반을 이유로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당장 문제되는 사건에서 수출 중소기업들의 구제 수단은 될 수 있겠으나, 은행 등 금융기관이 향후 법원에서 인정한 수준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거래 비용의 과다한 증가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하여 금융기관들이 해당 거래를 회피하게 됨으로써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 거래를 할 수가 없게 되고, 거시적으로는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보는데, 향후 이에 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2009-06-11
정진세 前홍익대 법학과 교수(법학박사)
신용보증기금의 상업어음할인대출 신용보증
Ⅰ. 사실 원고 신용보증기금(X)은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 의하여 소외 A주식회사가 금융기관인 원고보조참가인(X’)에게 부담하는 채무에 대하여 신용보증을 하였고, 피고 Y1, Y2는 원고가 원고보조참가인에게 신용보증채무를 이행할 경우 소외 A주식회사가 원고에게 지게 되는 구상금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하였는 바, 원고가 발급한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는 신용보증 대상이 되는 ‘대출과목’이 ‘할인어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한편, ‘본 보증서는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은 업체간에 당해 업체의 사업목적에 부합되고 경상적 영업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재화 및 용역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상업어음(세금계산서가 첨부된)의 할인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내용의 특약사항이 기재되어 있었다. A의 채무불이행으로 X가 X’에게 보증채무를 이행하고 Y1과 Y2에게 구상하자, Y1과 Y2는 A가 X’로부터 할인받은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니었으므로 X는 X’에게 보증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없었고 따라서 Y1과 Y2에게 구상할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Ⅱ. 판지 1.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거나 당사자의 일치하는 의사가 없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1993. 8.24. 선고 92다47236 판결, 대법원 2007. 7.12. 선고 2007다1364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 의한 신용보증은… 상업어음할인대출을 그 보증 대상으로 하는 것임은 명백하다. 어음의 발행 경위 자체를 따짐이 없이 금융기관이 소정의 조사·확인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으로 판단하여 실시하는 이른바 ‘상업어음할인대출’이라는 과목의 대출을 가리키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고, 이는 종국적으로 진정한 상업어음이 아닌 어음을 상업어음할인의 절차에 의해 할인받아 대출이 이루어진 경우의 위험을 금융기관 또는 원고 중 어느 쪽에 귀속시킬 것인가의 중대한 문제로서 신용보증서의 위 기재 내용이 이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하여 앞서 설시한 법리에 따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이 사건 신용보증서를 합리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이를 가려야 할 것이다. 2. 원래 원고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채무를 보증함으로써 기업의 자금융통을 원활히 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신용보증기금법 제1조) 그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대해 일정한 심사를 거쳐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여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이 대출을 신청한 경우에도 별도의 담보를 요구함이 없이 신용보증서에만 의존하여 그 기업에게 대출을 시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의 원활한 자금융통을 지원하는 신용보증을 그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같은 법 제23조). 금융기관이 상당한 주의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님을 가려내지 못하는 때가 있을 것이고, 만일 금융기관이 필요한 조사·확인조치를 모두 취하였는데도 나중에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신용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면, 결국 금융기관은 그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신용보증제도를 기피하거나 신용보증서에 부가하여 별도의 담보제공을 요구하게 되어 신용보증제도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자금융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게 될 것이니 이러한 결과는 원고의 설립 취지나 신용보증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그 스스로 신용보증을 하고자 하는 기업의 경영상태·사업전망·신용상태 등을 공정·성실하게 조사할 의무가 있고(같은 법 제27조), 기업의 신용도와 보증종류 등을 감안하여 보증금액에 따라 소정의 보증료를 징수하고 있으므로(같은 법 제33조, 같은 법 시행령 제24조의2), 원고가 이러한 절차를 거쳐 신용보증을 한 이상 당해 기업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에 의해 보증금액의 범위 안에서 위험을 인수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당사자의 의사는 금융기관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정상적인 업무처리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상업어음할인의 방식으로 실시한 대출에 대하여 신용보증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합리적이다. 대법원은 최근, 이 사건 상업어음대출에 대한 신용보증과 취지, 내용 및 형식이 거의 동일한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의 해석에 관한 일련의 사안에서 금융기관이 기업구매자금대출을 한 후 그 대출한 자금이 기업구매자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그 대출과정에서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원고가 보증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판시를 계속함으로써(대법원 2006. 3.9. 선고 2004다67899 판결, 2006. 3.10. 선고 2005다24349 판결, 2006. 4.27. 선고 2006다8597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판단과 궤를 같이 하는 견해를 이미 표명한 바도 있다. Ⅲ. 해설 본 판결 이유에는 논리상의 문제점과 신용보증의 취지에 관한 실질적인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1. 논리상의 문제점 본 판결은 신용보증서의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거나 당사자의 일치하는 의사가 없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 의한 신용보증은… 상업어음할인대출을 그 보증 대상으로 하는 것임은 명백하다”고 하면서도 “어음의 발행 경위 자체를 따짐이 없이 금융기관이 소정의 조사·확인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으로 판단하여 실시하는 이른바 ‘상업어음할인대출’이라는 과목의 대출을 가리키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고,… 신용보증서의 위 기재 내용이 이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해석이 필요하다고 전제하였다. 보증 대상이 “명백”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거나 당사자의 일치하는 의사가 없다고 모순된 전제하에 명백한 보증서 문언과 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출금융기관이 내부적으로 과실 없이 보증서의 명백한 문언과 다른 업무취급을 하였다는 이유로 보증서를 이 업무취급에 따라 해석한다면, 본 사안의 원고나 피고들처럼 다른 관계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김능환·전수안 대법관의 반대의견, 나). 다만, 김능환·전수안 대법관이 위와 같은 법률행위 해석론은 처분문서에는 적용되지 않는 듯이 표현한 것(위의 반대의견, 가)은 의문이다. 이기택 부장판사(서울고법)도 신용보증기금의 특약에 관한 대부분의 판례(대법원 2001. 6.12. 선고 2001다16678 판결 ; 대법원 2001. 5.15. 선고 2000다30035 판결 ; 대법원 2001. 1.19. 선고 99다55489 판결 ; 대법원 1998. 8.21. 선고 97다37821 판결 등)처럼 보증채무 성립 후에 발생하는 대출금융기관의 담보확보의무 위반에서는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본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변경된 그의 해설 대상판결(대법원 2001. 11.9. 선고 2000다23952 판결)처럼 “신용보증기금이 어음할인대출에 관한 신용보증을 함에 있어서 상업어음의 할인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한다는 특약”은 주채무의 성립 시에 보증의 대상이 되는지 논하여지고 “따라서 그 범위 밖의 대출채무는 금융기관이 대출 시에 그 범위 안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는가에 관계없이 보증계약에서 약정한 주채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금의 보증책임이 부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대법원판례해설 제38호 (2002년), 법원도서관, 193~195면). 2. 실질적인 문제점 본 판결이 “금융기관이 상당한 주의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님을 가려내지 못하는 때가 있을 것이고, 만일 금융기관이 필요한 조사·확인조치를 모두 취하였는데도 나중에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신용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면, 결국 금융기관은 그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신용보증제도를 기피하거나 신용보증서에 부가하여 별도의 담보제공을 요구하게 되어 신용보증제도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자금융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게 될 것이니, 이러한 결과는 원고의 설립 취지나 신용보증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 것은 경청할 만하다. 유중원 교수는 본 판결에 대한 찬성평석에서 위 특약은 신용보증기금이 공공기관으로서 우월한 지위에서 대출금융기관에게 합리적 근거 없이 무과실책임을 부담시키는 부당한 특약이라고 한다(법률신문 제3710호, 2009. 1.1.). 그러나 금융기관이 대출에 있어서 부담하는 위험 중에서 상업어음할인에 대해서만 보증을 하는 것도 전혀 무익하지 않다. 원고가 보증하는 주채무자의 영업상 위험에 비하여 상업어음인지 아닌지 판별의 위험은 적으며, 판결이유도 설시한 바와 같이 “이는 종국적으로 진정한 상업어음이 아닌 어음을 상업어음할인의 절차에 의해 할인받아 대출이 이루어진 경우의 위험을 금융기관 또는 원고 중 어느 쪽에 귀속시킬 것인가의 중대한 문제”인데, 이 판별은 신용보증기금보다는 당해 어음을 할인하는 주채무자의 거래은행에게 더 수월할 것이다. 본 판결은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에 관한 판례를 원용하는데 이 경우에도 법이론상은 용도가 기업구매자금인지 아닌지 판별은 주채무자인 구매자의 거래은행이 담당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제도일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이 이러한 판별의 위험에 대해서까지 보증을 한다면 보증사고발생의 증가에 대비하여 기본재산 충실화를 위해서 보증료를 높여야 할 것이다. 이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연쇄도산이 상업어음할인제도에 한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여 중소기업의 금융부담도 완화하기 위하여 한국은행이 2000.4.20.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도입하기로 하고 2000.5.22.부터 시행한 제도이다(한국은행 보도자료 공보2000-4-13호 참조). 정부의 기업구매자금대출 활성화 조치로서 ① 신용보증 지원 이외에도 ② 세제 및 세정상 지원 ③ 정부물품 구매입찰 시 우대 ④ 불공정 하도급행위에 대한 제재 완화 등이 예정된 반면 상업어음할인은 점차 억제하게 되었다(위 보도자료의 참고2). 그러므로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에 있어서는 순수한 법이론에 대하여 정책적 예외를 인정하는 판례는 이해하더라도, 억제의 대상인 상업어음할인에 대한 신용보증에 관하여 전원합의체 판결로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려는 본 판결은 정부정책에도 어긋난다.
2009-02-19
정진세 前 홍익대 법학과 교수
이사의 분식회계로 인한 회사채권자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의 소멸시효
Ⅰ 사 실 A회사는 1971년 설립 이래 구조적 부실의 징후가 나타났고 특히 1997년도에 이르러 경영상태 및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A회사 집단의 회장 B는 “위와 같은 실상이 알려질 경우 대외신인도 추락과 이에 따른 금융기관 상대 신용자금 차입조건 악화 또는 자금차입 중단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경영진에게 당기순이익을 가공 계상하여 마치 흑자가 난 것처럼 조작하여 A회사를 경영상태 및 재무구조가 양호한 우량기업으로 위장할 것을 지시”함에 따라, 대표이사 피고Y1과 당시 재무담당 전무이사이던 Y2는 1997년도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여 1998년3월1일 일간지에 공시하였다. 원고 X은행은 A회사에게 1998.4.9.(제1대출)과 1998.5.6.(제2대출)에 각각 200억 원씩 만기를 2년으로 대출하였는데, A회사가 1999.7. 소위 워크아웃 결정에 의하여 기업개선작업 대상이 됨에 따라 제대로 변제되지 못하고 막대한 손실(제1대출에서 170억여 원, 제2대출에서 188억원)을 입었다. X은행은 2002.12.13. Y1과 Y2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들은 “상법 제401조가 정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은 성질상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특칙이어서 그로 인한 제3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소멸시효기간 3년이 적용된다 할 것인바, …원고는 늦어도 1999.11.22.에는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할 것이어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02.11.23.에 시효로 소멸되었다”고 주장하였다. Ⅱ 판결요지 “상법 제401조는 …위 이사의 악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임무 해태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제3자의 손해에 대하여 그 이사가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 위 법조의 취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1985. 11. 12. 선고 84다카2490 판결 등 참조). 이처럼 상법 제401조에 기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상법이 인정하는 특수한 책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반 불법행위책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한 민법 제766조 제1항은 적용될 여지가 없고, 달리 별도로 시효를 정한 규정이 없는 이상 일반 채권으로서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그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원심(서울고판 2004. 10. 22. 2003나80743 손해배상(기))의 “피고1, 피고2는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 손해액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00,000,0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을 지지하고 상고를 기각하였다. Ⅲ 평 석 1. 서 론 본 판결은 이사의 분식회계 관여행위와 기업어음회전매입의 방식으로 융자한 금융기관인 회사채권자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도 판시했는데, 여기서는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소멸시효에 관한 판시 부분만을 검토하기로 한다. 이 소멸시효는 상법 제401조가 규정하는 책임의 법적성질 및 이 규정의 적용범위와 관련된 뿌리 깊은 문제이다. 2. 제401조 책임의 법적성질 1) 판례의 법정 책임설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도 상법 제401조가 규정하는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은 불법행위 책임이 아니라 상법이 규정한 특수한 책임이라는 법정책임설을 바탕으로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 제766조의 단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척하고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민법 제162조 제1항을 적용하였다. 제401조 책임의 법적성질을 논하는 것은 이 책임에 관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법이 규정하지 아니한 사항을 판단하는 기준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이 해결에 있어서 법정책임설은 법이 정한 것 이외에 아무런 기준을 제시할 수 없으므로 무력하다. 이사의 경제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에 제3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규정되었다는 본 판결의 설명도 제3자를 어느 정도 보호할 것인지의 법적 기준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법정책임설은 이 책임의 법적 성질 규명을 거부하는 법실증주의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2) 불법행위 책임설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반대하여 제401조의 책임을 불법행위법에 기초를 두고 설명하는 견해가 있는데, 명칭도 불법행위 특칙설, 특수불법 행위설 등 다양하고 같은 명칭이더라도 그 내용은 동일하지 않다. 민사책임을 이미 채권·채무관계에 있는 당사자간에 한쪽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책임을 지는 채무불이행책임과 이러한 관계가 없는 자가 타인에게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입혀서 책임을 지는 불법행위책임으로 분류한다면, 회사의 이사와 회사채권자간에는 채권·채무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불법행위책임에 속한다고 풀이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면 제401조는 민법의 불법행위책임의 특별법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하여 법정책임설의 입장인 본 판결의 원심(서울고판 2004.10.22, 2003나80743)은 “그 요건도 회사의 임무에 관하여 이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요구하여, 피해자인 제3자의 손해에 관하여 고의·과실을 요구하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과는 달리 정하고 있으므로 제401조의 책임에 불법행위책임의 소멸시효에 관한 민법 제766조를 적용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① 이런 주장은 법의 문언에만 얽매이고 실질적이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제401조가 이사의 임무해태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제3자의 손해에 대한 책임을 규정한다면서 제401조 책임의 성립에 제3자의 손해에 대하여 이사의 고의나 과실이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라 함은 행위시에 행위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손해를 뜻하므로 사실관계의 인정이 아니라 책임논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사는 임무해태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제3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함은 이사가 행위시에 예상했거나 예상할 수 있었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뜻이고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하게 한 손해를 배상한다는 뜻이다.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정 昭和44[1969].11.26. 판결(民集23권11호 2150면)도 법정책임설의 입장에서 이와 유사한 표현을 하였다. 다만 이 판결은 피해자에게 이사의 손해발생에 대한 고의나 과실을 주장·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② 본 건 원심처럼 제401조와 불법행위 일반원칙과의 요건 상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같은 불법행위법에 속하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를 부인하는 논거가 될 수 없다. 특별법의 요건이 일반법의 요건과 다를 수 있음은 당연하고, 오히려 특별법은 일반법과 달리 규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제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③ 일본 최고재판소 昭和49[1974].12.17. 판결(民集28권10호 2059면)은 위의 대법정 판결에 따라 법정책임설의 입장에서 일본상법 舊 제266조의 제1항(2005년에 제정된 회사법 제429조 제1항 - 우리나라 상법 제401조)의 책임은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일본민법 제724조(우리나라 민법 제766조)를 유추적용 할 실질적 이유가 없는지 검토하였다(落合誠一의 평석, 회사판례백선 제4판, 유비각 1983, 117면은 이를 높이 평가한다). 3) 채권자대위권설 우리나라의 제401조 제1항이나 일본상법 구 제266조의3 제1항이 모방했다고 생각되는 독일 주식법 제93조 5항도 (그 2항에서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규정한 후) “회사의 배상청구권은 회사의 채권자가 회사로부터 만족을 얻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회사의 채권자에 의해서도 행사될 수 있다. 단 이것은 제3항 이외의 경우에는 이사가 통상 그리고 양심적인 영업지휘자의 주의를 심히 위반한 때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하여 채권자대위권에 가까운 성질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일본상법 구 제266조의3 1항은 “이사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하여도 또한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였었다(졸저 판례연습 회사법 전정증보판, 삼우사 2003, 479면 참조). 일본의 2005년에 제정된 회사법 제429조 제1항과 우리나라 상법 제401조에는 이런 표현이 없다. 이와 같은 연혁적 바탕에서 제401조를 이해하면 제3자의 이사에 대한 청구권은 회사의 제399조에 기한 위임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하는 것이고, 이 제3자의 회사에 대한 채권 또는 회사의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면 행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프랑스 회사법 제247조도 이사의 책임은 범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이 경우에는 10년) 손해발생원인을 안 때부터 3년의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한데 이어, 파산법 제180조 2항도 이사의 회사채권자들에 대한 책임은 파산선고일 또는 정리계획 확정일로부터 3년의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독일 주식법 제93조 4항은 5년의 소멸시효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3. 상법 제401조의 적용범위 본 사안에서 X은행은 Y1과 Y2의 허위 재무제표 작성과 공시에 의하여 A회사의 재무상태를 잘못 판단하고 A회사에게 융자한 채권을 변제받지 못하여 손해를 입었다. 그러므로 X의 손해는 A회사의 손해를 거치지 않고 입은 직접손해이다. 제401조가 직접손해에도 적용되는지에 관하여는 학설이 대립되어 있는데, 위에 인용한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정 판결은 방논으로 직접손해 포함설을 취하고 우리나라 통설과 판례(대판2003.4.11, 2002다70044)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 昭和47年(1972)9月22日 판결도 “원심은 피고(E회사의 대표이사)가 E회사에게는 대금을 지불할 자력이 없는 사정을 알면서도 F로 하여금 원고로부터 본건 패널을 매입하도록 하여 원고에게 그 대금상당액의 손해를 주었다는 취지를 인정하고 있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민법의 규정에 기한다)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하였다. 본 판결이 인용한 우리나라 대법원 1985.11.12선고, 84다카2490판결도 원고가 광업권 등을 G회사에 매도하기로 하여 이전등록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교부하고 여러 차례 피고(G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이전등록을 촉구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해태하고 있던 도중, 광해가 발생하여 원고가 이로 인한 손해를 부담하게 되자 상법 제401조에 기해 피고에게 그 배상을 청구한 사건인데, “통상의 거래행위로 인하여 부담하는 회사의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단순히 그 이행을 지체하고 있는 사실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실만으로는 이를 임무을 해태한 위법한 경우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우리나라 상법 제401조에 해당하는 일본 상법 구 제266조의3 제1항을 昭和25년(1950) 개정하기 전의 대심원 판례도 간접손해한정설을 취했었다(대판 大正15[1926].1.20, 대판 昭和8[1933].2.14. ; 대판 昭和15[1940].12.18). 이사의 회사에 대한 임무해태를 요건으로 하는 제401조는 회사는 손해를 입지 않았는데 제3자에게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대하여 규정한 것이 아니다. 이 경우에는 실제상으로도 상법 제401조를 적용하여 Y의 경과실에 의한 책임을 배제할 이유도 없다. 4. 결 어 본 사안에서도 X은행에 대한 Y1과 Y2의 책임에는 상법 제401조가 아니라 민법의 불법행위 일반원칙이 적용되며, 따라서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2007-09-13
김시목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예금자우선변제제도에 대한 위헌결정
I. 서 론 작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자에게 예탁금의 한도 안에서 상호신용금고의 총재산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상호저축은행법 제37조의2)는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다수의견6, 반대의견2). 즉 상호저축은행(구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자에 대하여만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예금자 우선변제제도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금자 우선변제제도는 부실한 상호저축은행이 파산하는 경우 예금보험공사 등이 투입한 공적자금을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는데, 종래의 이러한 방식의 공적자금회수는 본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앞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하에서는 본 결정의 의미와 그로 인한 문제점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II. 헌법재판소 2003 11. 30. 2003헌가 14,15(병합) 1. 사 안 파산자 A상호신용금고는 부실한 운영으로 인하여 1997. 7. 23.부터 금융감독위원회의 경영관리를 받아오다가 1999. 3. 29. 파산선고를 받았다. 한편 B상호신용금고는 부실상호신용금고의 영업·계약을 양수하여 이를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예금자보호법 제36조의3에 의하여 예금보험공사가 전액출자하여 설립된 정리금융기관으로서, A가 파산하기 전인 1998. 11. 30.부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A의 예금채권자들의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하였다. A의 파산절차에서 B는 위와 같이 매입한 예금 및 이자채권 약 49억원을 우선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고, 한편 상호저축은행중앙회(C)는 A에 대한 기존 대여금 등 약 344억을 일반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는데, A의 파산관재인은 B가 신고한 채권의 우선권을 부인하였다. 그러자 B는 A의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하여 서울지방법원에 파산채권확정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B의 일반채권자인 C는 B를 위하여 보조참가를 하였다. 1심법원이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에 따라 B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여 우선채권으로 확정한다고 판결하자, C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다. C는 항소심 재판 계속중, 재판의 전제가 된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위헌제청을 신청하였고 이에 서울고등법원이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2건의 사건이 병합되었는바 사안은 거의 동일하다.). 2. 심판대상 법률조항 구 상호신용금고법(1999. 2. 1. 법률 제57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의2 (예금자등의 우선변제권) 예금 등을 예탁한 자는 예탁금액의 한도안에서 상호신용금고의 총재산(공탁한 재산을 포함한다)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3.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요지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자에게 예탁금의 한도 안에서 상호신용금고의 총재산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는 다른 일반채권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그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일반 금융기관의 예금과 달리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만을 우선변제권으로써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위 법률규정은 헌법 제11조 제1항과 제23조 제1항에 위반된다. III. 예금자우선변제제도 1. 의 의 예금자우선변제제도 즉 예금채권에 대한 우선변제권(Depositor Preference)은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예금자(금융상품계약자)가 다른 일반채권자에 우선하여 파산재단으로부터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예금자보호장치를 말한다. 예금자보호법상 예금보험제도와 함께 예금자를 보호하는 장치로서, 우리나라에서는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상호저축은행법 제37조의2)에서 상호저축은행 예금자의 우선변제권과, 보험업법 제33조에서 보험계약자의 우선변제권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부실한 보험회사의 구조조정과정에서는 기존 보험회사가 부실한 피인수보험회사의 보험계약을 전부 인수해왔기 때문에 보험업법 제33조가 적용된 예가 없었다. 본래 이러한 우선변제권은 예금자의 예금채권을 보호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규정된 것이나, 최근에는 부실금융기관의 정리과정에서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즉 예금보험공사는 부실한 상호저축은행의 예금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예금자보호법상 보험금을 예금자들에게 지급하거나, 또는 예금보험공사가 출자하여 설립한 정리금융기관(예금자보호법 제36조의3)이 같은 방식으로 예금채권을 매입하거나 금융감독위원회의 계약이전결정(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4조의2)을 받아 예금채권을 인수한 후, 예금보험공사 또는 정리금융기관은 부실 상호저축은행의 파산절차에서 예금채권을 파산채권으로 신고하고 배당을 받게 된다. 이때 예금보험공사 또는 정리금융기관이 가진 예금채권은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에 따라 우선변제를 받게 되므로 일반채권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두텁게 보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2. 외국의 경우 예금자보호장치로서 예금자우선변제권과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있는지 여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에는 예금보험제도를 두고 있으나 예금자우선변제권은 인정하지 않고 있고, 독일의 경우에는 양자 모두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호주의 경우에는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예금보험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는 않다(다만 최근에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한편 미국은 종래의 예금보험제도를 보완하고자 1993년 ‘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를 제정하여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예금자우선변제권은 예금자보호에 주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예금보험금의 지급으로 인하여 누적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의 손실, 즉 재정적자의 감소를 주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미국의 예금자우선변제권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J. A. Marino and R. L. Bennett, “The Consequences of National Depositor Preference”, FDIC Banking Review, Vol.12 No.2, 1999). 그밖에도 많은 나라에서 예금보험제도의 시행여부와 무관하게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외국에서는 예금자우선변제권이 대체로 은행(금융기관)전반의 예금채권에서 인정되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상호저축은행과 보험회사에 대해서만 특별히 인정해 왔다는 차이가 있다. IV. 검 토 1. 헌법재판소 결정의 문제점 대상결정에서는 상호신용금고의 건전한 경영과 부실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고 업무 역시 일반 금융기관과 다를 바 없게 된 점과 은행예금과 동일하게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일반 금융기관과 달리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만을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우리나라의 금융현실을 다소 오해한 면이 없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대상결정은 제도적 보완 등으로 상호저축은행(상호신용금고)이 일반 은행과 다를 바 없게 되었다고 보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상호저축은행은 여전히 일반 은행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IMF 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일반 은행이 파산한 경우는 없는 반면, 상호저축은행은 최근까지도 부실경영으로 인해 영업이 정지되고 파산하는 예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본 사건 역시 2개의 부실 상호저축은행 파산절차에서 문제된 것인바, 이것 외에도 현재 수건의 부실 상호저축은행 파산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상호저축은행이 경영의 건전성과 자산내실화에 있어서 일반 은행과 많은 차이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IMF 당시 일반 은행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부실은행의 예금계약이 모두 인수은행으로 이전되는 등 예금채권이 보험업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전부 보호되어온 반면, 상호저축은행의 경우에는 그러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 그 처리과정에 있어서도 현실적인 차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금융현실상 일반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사이에는 여전히 많은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상결정에 의하면 결국, 부실 상호저축은행의 파산과정에서 예금채권자는 다른 일반채권자와 동일한 순위에서 배당을 받게 된다. 통상 상호저축은행의 일반채권자는 대부분 다른 금융기관으로서, 본건 사안에서는 상호신용금고연합회가 일반채권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예금채권자들은 상호신용금고연합회와 동일한 순위에서 안분비례에 따른 배당을 받게 될 것인바, 이는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조직되고 기능하는 상호신용금고연합회의 이익을 위해 거꾸로 예금자의 이익을 해하는 모순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대상결정의 반대의견).” 뿐만 아니라 이는 예금채권과 일반채권의 성격차이에 비추어 타당하지 못한 결론이라고 생각된다.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예금채권과 일반채권은 모두 채권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일반채권자는 채무자인 상호저축은행의 예금자우선변제에 따른 변제능력과 회수가능성, 담보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금전을 대여한 것인 반면, 예금채권자는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가, 감시·감독을 신뢰하고 금전을 (대여한다기보다) 예치한다는 점에서 그 성격과 보호의 필요성이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대상결정에 의하면, 부실 상호저축은행의 파산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정리금융기관)는 다른 일반채권자와 동일한 순위에서 배당을 받게 된다. 예금보험공사나 정리금융기관이 취득한 예금채권은 예금자에게 사실상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로서, 예금보험공사로 하여금 부실 상호저축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된다.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지 않게 되면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회수를 어렵게 만들고, 결국 상호저축은행의 도산이 반복되면 이로 인하여 예금보험공사를 부실화하게 할 수 있다. 결국 그로 인한 재정손실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셈이 된다. 2. 결 론 헌법재판소의 결정(다수의견)은 우리나라의 금융현실을 다소 오해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있다. 여전히 상호저축은행은 그 건전성과 안정성에서 일반 은행과는 많은 차이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예금자보호의 현실적 필요성이 현저히 다르다. 또한 예금채권과 일반채권은 그 성격이 다를 뿐 아니라 보호의 필요정도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예금보험제도의 보완과 예금보험기구의 부실화방지를 위하여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호저축은행뿐 아니라 일반 은행의 예금채권에 대한 예금자우선변제권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2007-06-28
김광석변호사(법무법인KR대표)
금융기관종합보험(BBB)의 성격
Ⅰ. 사안 및 판결의 검토 1. 사안의 요약 원고 보험회사의 영업소 소장으로 근무하던 甲은 보험가입자들에게 실제로는 원고의 보험상품 중 가입 후 1년 만에 해약할 경우 고율의 이자를 붙여 해약환급금을 지급하는 상품이 없음에도 “원고의 보험상품 중 가입일로부터 1년 후에 해약을 하더라도 납입한 보험료에 연 15퍼센트 내지 17퍼센트의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해약환급금으로 지급받게 되는 복지상해보험상품이 있으니 가입하라”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25명의 보험가입자들(이하 피해자들로 약칭함)로부터 보험료 명목으로 합계 16억 원 정도를 받아 원고에게는 전혀 입금하지 아니한 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 위와 같은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원고를 상대로 주위적 청구로는 보험계약 해지환급금을 예비적 청구로는 원고가 甲의 사용자로서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담당재판부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피해자들의 과실을 30퍼센트로 인정한 뒤 원고로 하여금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하는 강제조정결정을 하여 원고는 최종적으로 합계 금14억 7천만 원 정도를 피해자들에게 보상하였다. 한편 원고는 사건 당시 피고가 판매한 금융기관종합보험(Bankers Blanket Bond, 약칭하여 실무상으로는 BBB라고 함)에 가입되어 있었고 위 보험은 금융기관 종업원의 비행행위로 금융기관이 피해를 입은 경우 이를 보상하여 주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위 손해배상금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본 건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 판 결 요 지 - 금융기관종합보험(BBB)은 비행담보보험의 일종으로서 책임보험이 아니고 담보조항 제1조에서 말하는 '피용자의 사기적 행위 등으로부터 전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발생된 피보험자와 그의 재산손해'에 상당인과관계가 되는 손해가 전부 포함되는 것이 아니어서 간접적인 손해는 포함될 수 없다 - 연 구 요 지 - 금융기관종합보험이 종업원의 부정행위로 인한 금융기관의 직접적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비행행위보험이고 금융기관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책임보험이 아니라고 본 판례의 취지에 동의한다. 금융기관이 그 직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 책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배상책임보험가입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2. 제1심 및 항소심의 판단 본 사안에서 쟁점은 원고의 피용자인 甲의 사기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甲의 사용자로서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한 것이 본건 금융기관종합보험의 담보대상이 되는가 여부이었다. 원고는 금융기관종합보험에서 담보하는 보상에는 원고의 물질적 피해 및 유가증권을 포함한 모든 재산상의 피해가 포함되며 재산상 손실에는 본 건과 같이 피용자의 잘못으로 부담하게 되는 손해배상책임도 포함되므로(결국 책임보험적 성격을 갖고 있다) 피고는 원고가 피해자들에게 보상한 금전적 손실에 대하여 당연히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피고는 반대로 위 보험약관상 담보대상은 피용자의 전적이고도 직접적인 범죄행위로 인한 손실만을 보상하는 것으로서 본 건과 같이 피용자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그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지는 것은 간접적ㆍ부차적 손해에 불과하므로 위 보험의 담보대상이 아니어서 면책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 및 항소심은 금융기관종합보험약관 제1조에 의하여 위 보험이 담보하는 대상은 “피보험자의 고용인이 피보험자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기가 재정적 이득을 얻을 명백한 의도로 부정직한 행위 또는 사기적 행위로부터 전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발생된 피보험자의 손해(Loss resulting solely and directly from dishonest or fraudulent acts by Employees of the Assured committed with the manifest intent to make and which results in improper financial gain for themselves...)”를 규정하고 있고 한편 위 보험의 면책약관 제18조는 “피보험자가 법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모든 형태의 손해-징벌적 징계적 성격의 손해배상을 포함한다- 단 이 증권이 담보하는 직접적인 재정적 손실에 대한 배상을 의미하는 손해는 제외한다(Any and all damages of any type(whether punitive, exemplary or other) for which the Assured is legally liable, except damages representing reimbursement for direct financial loss covered by this Policy)"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함께 살펴보면 본 건 원고의 손해는 피용자의 행위로 인하여 피보험자에게 직접적으로 발생한 손해라고 보기에는 곤란하고 또한 위 면책약관 18조상의 본문에는 해당하나 같은 조 단서의 담보조항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먼저 “금융기관종합보험은 비행담보보험(fidelity bond)의 일종으로서 책임보험이 아니고 담보조항 제1조에서 말하는 피용자의 사기적 행위 등으로부터 전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발생된 피보험자와 그의 재산손해에는 간접적인 손해는 포함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피용자가 재3자의 재물을 사기적인 방법으로 가져간 경우 그로인한 직접적 손해를 본 사람은 바로 그 제3자이지 피보험자가 아니며 제3자가 피보험자를 상대로 제기한 사용자 책임을 묻는 소송의 결과 피보험자이자 사용자인 원고가 지출한 손해배상금은 간접적ㆍ결과적 손해에 속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 보험에서 보상하는 직접 손해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보험금청구를 기각하였다. Ⅱ. 금융기관종합보험의 성격 1. 보험탄생과 도입경위 금융기관종합보험은 1887년 영국 로이드(보험자의 조합에 가까움)의 한 보험자에 의해서 범죄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여 주기 위하여 강도보험증권을 만들면서 그 기초를 제공하였고 정식명칭인 Bankers Blanket Bond 의 약관은 1907년 미국은행협회의 주도하에 처음 만들어졌으며 그 후 1933년경 경제대공황을 겪으면서 미국에서 연방예금공사가 동 공사로부터 보험의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해당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금융기관종합보험 가입을 강제한 때부터 위 보험이 본격적으로 보험상품으로 상업적 가치를 가지게 되었고 그 후 약관의 정비를 거쳐 현재 사용되는 보험약관은 1981년 영국 로이드의 보험자인 K.F Alder에 의해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위 보험의 영문약관을 그대로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위 보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게 된 경위는 1995년 2월 233년의 역사를 가진 영국 최고(最古) 베어링 은행의 싱가포르 지점에서 근무하던 주식거래담당직원 닉 리슨이 일본니케이지수 선물거래행위의 실패로 인하여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고 결국 위 은행자체가 파산에 이르게 되자 금융기관이 단 한 사람의 종업원의 부정에 의하여도 파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었고 이에 대비책을 찾던 금융기관들이 위 보험에 적극적으로 가입하였다고 한다. 한편 국내에 위 보험약관의 국문 번역본은 있으나 약관조항의 해석에 있어 영문약관과 차이가 있을 경우 위 영문약관을 해석의 원칙으로 삼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2. 책임보험의 성격유무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금융기관종합보험은 고객이 맡긴 금전 및 유가증권을 다루는 금융기관은 자연스럽게 금전 등을 노린 금융기관 내부 및 외부로부터 각종 범죄행위에 노출되게 되는데 이를 대비하기 위하여 탄생한 보험이다. 따라서 위 보험의 담보대상은 사업장내에서의 절도ㆍ강도행위(이는 강도보험에서 유래한 것이다)로 인하여 금융기관이 피해를 입은 경우와 금융기관 종업원의 횡령 및 사기행위로 금융기관이 직접피해를 입는 경우 이를 담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 보험의 탄생시 금융기관 직원의 잘못으로 회사가 그 손해를 대신해서 배상하는 책임을 지는 경우(직원이 고객을 구타하거나 직원의 사업장내 관리소홀로 고객이 부상을 당한 경우 등)를 보험의 담보대상으로 정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며 이는 후자와 같은 경우까지도 위 보험의 담보대상으로 한다면 그 사고의 발생태양의 다양성과 발생빈도 및 발생 손해액의 예측자체가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Ⅲ. 판결에 대한 입장 1. 보험의 성격 먼저 금융기관종합보험이 종업원의 부정행위로 인한 금융기관의 직접적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비행행위보험(fidelity bond)이고 금융기관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책임보험(liability insurance)이 아니라고 본 판례의 취지에 동의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그 직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배상책임보험가입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2. 사건의 법률구성과 특이점 본건의 경우 원고의 직원인 甲이 보험가입자들로부터 금원을 받은 뒤 이를 사적으로 사용한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그 피해를 전부 보험금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지 여부가 달려 있었다. 즉 원고가 종전소송에서 보험가입자들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인정하고 해약환급금에 일정이자를 합쳐서 지급하였다면 이는 위 甲이 원고에게 정상적으로 입금된 보험료를 횡령한 행위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이는 금융기관종합보험에서 담보하는 “피용자의 전적이고도 직접적인 행위로 인한 손실”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원고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종전소송에서 보험계약의 성립을 부정하였고 결국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지게 되었으며 피해자들의 과실참작으로 30퍼센트 정도의 손해배상액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원고의 이러한 손실감경이 결국 본 건 소송에서는 오히려 불리한 자료가 되어 원고가 받을 수도 있었던 거액의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된 것이 특이하다고 보인다.
2004-03-22
조용식변호사
예탁금 반환청구사건
은행이 통장기계지급 시스템 설치관리의 무과실을 주장하기 위해선 그 방법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취지를 예금규정 등에 정해 두어야 현대사회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동화, 무인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에서는 폰뱅킹, 인터넷뱅킹을 비롯하여 현금자동입출기(이하, ATM이라 한다)를 이용한 자금의 입출금업무가 널리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법에 의한 입출금은 금융기관에서 미리 정해 놓은 확인절차를 기계적으로 확인하여 그것이 진정한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는 금융기관 관계자의 확인 없이 완료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금융기관에서 금융기관 관계자의 확인절차 없이 기계적인 방법으로만 예금을 지급한 경우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일본민법 478조, 우리민법 470조와 동일)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 및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유효한 변제로서 면책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되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는 최근 이와 관련한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사안은 다음과 같다. 원고인 예금자 X는 피고인 Y은행에 저축예금 계좌를 개설하고, 통장과 캐시카드를 교부받아 보관하고 있던 중 자기 소유 차량과 함께 통장을 도난 당하였다. X의 통장비밀번호는 도난차량의 번호와 동일한 숫자였다. Y은행에서는 통장이 있으면 캐시카드를 삽입하지 않아도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ATM을 이용하여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제도를 채용하고 있었다. X가 도난 당한 다음날 오전에 누군가가 Y은행의 수 개 지점에 설치된 ATM에서 통장을 사용하여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합계 801만엔의 지급을 받았다. 한편, 위 출금직후 X가 Y은행에게 통장의 도난사실을 고지하였다. 그리고, Y은행의 저축예금 규정, 카드 규정에는 ATM에서 통장과 비밀번호만으로 예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나 면책규정도 없었고, X는 그러한 인출방법에 대해서는 몰랐다. X는 Y은행을 상대로 예탁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비(非)대면거래인 ATM을 이용한 지급에 대해서도 민법478조의 적용이 있으며, Y은행은 선의, 무과실이어서 유효한 변제를 한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이에 대해 X가 상고하였다. 최고재판소는 무권한자에 대해 행한 기계지급 방법에 의한 예금 지급에 대해서도 민법 478조의 적용이 있다고 인정하였으나, 이 건 지급이 민법 478조에 의하여 변제의 효력을 가지는 지와 관련해서는 “위 조항의 변제가 유효로 되기 위해서는 변제자가 선의이며 무과실인 경우에 한정되는데, 기계지급의 방법에 의한 지급은 창구에서의 지급과 달리 은행직원이 예금 지급청구자의 행동거지, 응답 등을 관찰하여 그 자의 권한 유무를 판단하거나, 필요에 따라 확인 조치를 하지 않고 오로지 사용된 통장 등이 진정한 것이고 입력된 비밀번호가 등록된 비밀번호와 일치하는 것임을 기계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지급청구자가 정당한 권한을 가진다고 판정하는 것으로 진정한 통장 등이 사용되고 옳은 비밀번호가 입력되기만 하면 당해 행위를 하는 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묻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계지급에 있어서는 변제 수령자의 권한 판정이 은행측이 조립한 시스템에 의하여 기계적,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에 비추어 보면, 무권한자에게 지급이 행해진 것에 대하여 은행이 무과실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지급 시점에서 통장 등과 비밀번호의 확인이 기계적으로 옳게 행해졌을 뿐만 아니라 기계지급 시스템 이용자의 과오를 줄이고, 예금자에게 비밀번호 등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을 포함하여 이 시스템이 전체로서 가능한 한도에서 무권한자에 의한 지급을 배제할 수 있도록 구성되고 운영되는 것을 요한다”고 전제한 뒤, “통장기계지급을 채용하는 은행이 시스템의 설치관리에 대하여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당해 방법에 의하여 지급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를 예금규정 등에 규정하여 예금자에게 명시하는 것을 요한다고 할 것인데도 이 건의 사실관계에 의하면 Y은행은 통장기계지급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취지를 카드규정 등에 규정하지 않고 예금자에 대한 명시를 소홀히 하였고, X는 통장기계지급의 방법에 의하여 예금의 지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몰랐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Y은행은 통장기계지급 시스템에 대하여 무권한자에 의한 지급을 배제할 수 있도록 주의의무를 다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상고를 인용하였다. 한편, 최고재판소 1993년 7월 19일 선고 1991년(オ)1473호 판결에서는 기계지급에 의한 캐시카드와 비밀번호를 사용한 지급과 관련해 “진정한 캐시카드가 사용되고 옳은 비밀번호가 입력되어 있었던 경우에는 은행에 의한 비밀번호의 관리가 불충분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은행은 면책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하면서, 면책약관에 의한 은행의 면책을 인정하였다. 위 1473호 판결이유에 따르면 진정한 카드와 비밀번호가 사용된 경우에는 은행이 비밀번호를 누설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은행은 무과실로 되어 유효한 변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반해, 본 판결에 있어서는 비밀번호 등의 중요성 등을 예금자에게 명확하게 제시하는 등의 방책을 채용하지 않으면 은행에 과실이 있게 되므로 사실상 종래의 판결을 일부 변경하여 은행의 무과실 인정을 엄격히 하였다고 할 것이다.
200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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