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4일(수)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기망행위
검색한 결과
4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형사일반
보험사기의 실행의 착수, 기수시기와 죄수
1. 사실관계 A는 B의 딸이며 @@생명보험의 보험모집인으로 근무한 일이 있다. B는 1997년경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병한 상태였는데, A와 B는 이를 숨기고 1999년 ##생명보험의 보험 2건에 A가 보험계약자, B가 피보험자로 가입하였다. 면책기간을 도과한 이후인 2002년 12월 6일부터 2012년 1월 6일까지 A는 B의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생명으로부터 보험금 총 1억1805만원을 수령하였다. 2. 사건의 경과 가. 1심법원의 판단(유죄) 1심법원은 A, B가 사기죄의 공동정범이며 보험금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행위가 각각의 사기죄로 실체적 경합범 관계라고 보았다. 나. 2심법원의 판단(면소) 2심법원은 공소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A, B에게 면소를 선고하였다. 근거는,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보험계약이 성립하고 최초의 보험료를 지급하였다면 법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보험계약에 따른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기죄는 기수이며, 해지기간이 경과하였거나 민법상 법정추인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시기도 사기죄의 기수시기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 대법원의 판단(파기환송) 대법원은 2015년 1월 15일 사망한 B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하였으며, A에 대해서는 다음의 판결요지를 들어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여야만 지급되는 것이다.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더 나아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그 행위가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위와 같은 고의의 기망행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 3. 평석 가. 보험과 사기죄 2016년에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행위를 정의하고(제2조) 보험사기죄에 대한 처벌규정(제8조) 및 상습범(제9조), 미수범(제10조) 및 이득액에 따른 가중처벌규정도 있다(제11조). 그런데 이 법률의 적용대상이라도 이득액가중을 제외하면 형법의 사기죄와 법정형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법률의 문언상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보험사기미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 그리고 대상판결이 다루고 있는 사건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형법의 사기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나. 사기죄에 관한 쟁점 (1) 고지의무 불이행이 바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대상판결이 적시하고 있는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은 보험계약에서의 고지의무와 사기죄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면서 상법상 고지의무 위반과 형법상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를 구별하였다. 어떠한 행위를 사기죄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착오에 빠진 상대방의 상태를 교정할 보증인지위가 있어야 하는데, 상법 제651조의 고지의무는 그 근거가 될 수 있으며, 대상판결에서는 A, B에게 사기죄의 기망행위 및 그에 대한 인식을 인정할 수 있다. (2) 사기죄의 실행의 착수와 기수시기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한 일반적 설명인 절충설에 따르면 사기죄에서의 실행의 착수시기는 편취의 의사로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며 단순히 기망을 위한 수단을 준비하는 정도로는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사기죄의 보호의 정도를 대법원처럼 위험범으로 보면, 기망에 의해 재산상의 손해와는 구별되는 재산감소적인 처분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만 얻기만 하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재산과 함께 재산처분의 자유도 사기죄의 보호법익이라고 해석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사기죄는 손해가 발생해야 기수이며, 이때의 손해는 부분적으로 발생해도 기수 인정에 문제가 없다. 다음으로 보험사기에서의 실행의 착수와 기수시기의 문제이다. 보험사기에서의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한 통설은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때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한다.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해도 청약 당시에는 정상적인 보험가입이며 그 후에 고의로 유발하거나 위장한 보험사고는 해당행위에 대한 방화죄나 살인죄, 상해죄 등의 구성요건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행위자가 자신에게 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없음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다면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로 볼 수 있으며, 보험금을 과다청구한 경우에도 과다청구를 통해 상대방을 기망하였으므로 청구시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에서는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가 이미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이므로 중요한 사항을 묵비한 계약체결시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험금편취사례와 보험계약기망사례 모두 보험금 수령시에 기수가 된다는 설명이 다수설이나 보험사기에서는 보험증권을 교부받을 때에 기수가 되지만 보험증권 취득 후 보험사기의사가 생겨 방화·살인 등을 한 경우에는 보험금 수령시에 기수가 된다고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보험증권을 교부받을 때 기수라는 설명은 보험증권을 사기죄의 재물로 보거나 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의 지위를 재산상의 이익으로 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고 보인다. 그러나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를 유발해야 하며, 보험증권의 교부만으로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직접적으로 공여되는 재산상 이익이 없다. 그리고 보험계약도 계약이며, 계약체결과 계약이행 사이에 시간의 간극이 있을 수는 있으나 사기죄에서의 손해산정에서는 일괄적인 행위로 보아야 하며 적어도 피기망자의 채무이행의 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재산상의 위험에 의한 손해의 발생이 가능하다고 해석해야 한다.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회사의 책임이 개시되는 시기가 사기죄의 기수로 보험가입자가 최초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제1회 보험료 영수증을 교부받았을 때라는 견해를 대상판결의 2심판결이 따르고 있다고 보이나 사기죄를 침해범으로 보면 기수시기도 보험금을 취득할 때로 해석해야 한다. (3) 죄수론의 문제 14개의 경합범을 인정한 대상판결의 1심판결은 보험금의 청구시가 실행의 착수이고 수령시가 기수라는 다수설의 설명을 따랐다고 보인다. 그러나 경합범이 되려면 여러 개의 범죄가 여러 개의 행위에 의해 성립해야 하는데, 이 사안에서 보험금청구는 여러 번 있었으나 보험금청구의 기반이 되는 보험계약 체결은 보험 1, 보험 2에 관하여 각 1회가 있었을 뿐이다. 보험계약 체결시의 고지의무가 보험금 수령시 새롭게 다시 발생할 수 없으며, 보험금청구를 기망행위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미 보험계약을 통해 착오에 빠진 상대방의 상태를 청구시마다 교정해 주어야 하는 의무 및 그에 기반한 보증인지위가 새롭게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른 한편으로, A, B의 행위 전체가 포괄일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보험계약 당시의 고지의무 위반이 단일한 기망행위라고 보면 연금사기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행위의 효과가 계속 발현되어 피해자의 손해와 행위자의 이익이 누적된다는 평가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여 바로 사기죄의 기수가 되는 사안과 달리, 단일한 기망행위에 기반하여 계속적, 반복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때에는 개별적 손해의 총합이 전체 손해가 된다. 4. 맺으며 대상판결의 입장에 찬동하면서 기망행위의 의미에 관하여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 고지의무 위반이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의 지급은 보험금의 청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는 행위자가 사기죄의 실행행위로서 피기망자를 착오에 빠뜨려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는 행위라고 한다면 이 행위는 하나일 수도 있으나 여러 단계로 나누어져 있을 수도 있다. 대상판결에서의 보험금 청구도 보험계약의 체결 과정에 존재했던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와 연결되며, 계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행위이므로 고지의무 불이행과 함께 기망행위로 묶을 수 있는데 ‘일련의 기망행위’란 이러한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최준혁 교수 (인하대 로스쿨)
사기
보험
고지의무
기수
보험사기
면책기간
최준혁 교수 (인하대 로스쿨)
2019-08-29
민사일반
사기죄와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판결 - Ⅰ. 개요 1. 사실관계(쟁점 검토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대한 단순화하였다) 피고인은 토지거래허가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서 토지 소유자로 하여금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날인하게 하고, 이를 이용하여 위 토지에 관하여 피고인을 채무자로 하여 대부업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근저당권자로부터 금전을 차용하였다. 2. 쟁점 피고인의 행위는 기망행위에 의해 유발된 착오로 인하여 피기망자가 내심의 의사(토지거래허가 신청)와 다른 처분문서(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서명?날인함으로써 재산상 손해를 초래한 이른바 ‘서명사취’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종래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고(대법원 87도1042 판결, 대법원 99도1326 판결, 대법원 선고 2011도769 판결 등), 서명?날인을 한 피기망자가 처분결과를 인식하지 못한 서명사취 사안에서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87도1042 판결). 대상판결의 제1심 및 원심은 종전 판례에 따라 사기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에서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는지, 서명사취 사안에서도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고,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다수의견(7명) 1) 사기죄의 본질과 그 구조, 처분행위와 그 의사적 요소로서 처분의사의 기능과 역할, 기망행위와 착오의 의미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기망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고, 이러한 작위 또는 부작위를 피기망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처분행위에 상응하는 처분의사는 인정된다. 다시 말하면 피기망자가 자신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따른 결과까지 인식하여야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피기망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그와 같은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한 피기망자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결과, 즉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그 법적 효과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그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역시 인정된다. 2. 반대의견(6명) 1) 절도죄와 구별되는 사기죄의 본질, 처분행위와 그 의사적 요소로서 처분의사의 의미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처분결과에 대한 피기망자의 주관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2) 서명사취 사안의 경우 피기망자에게는 자신이 서명 또는 날인하는 처분문서의 내용과 그 법적 효과에 대하여 아무런 인식이 없으므로 처분의사와 그에 기한 처분행위를 부정함이 옳다. Ⅲ. 대상판결의 검토 1.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 유무와 사기죄의 성립 여부 1)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47조). 판례와 학설은 이를 풀어 사기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① 행위자의 기망행위, ② 피기망자의 착오 및 ③ 그에 따른 처분행위, ④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 ⑤ 그 사이에 순차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2)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는 기망, 착오,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이어지는 사기죄의 구조에서 위 구성요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사기죄의 ‘기술된 구성요건’이냐 ‘기술되지 않은 구성이냐’에 대한 논의가 있으나, 범죄 구조상 처분행위가 사기죄의 성립에 필요한 구성요건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또한 사기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처분행위는 사기죄와 절도죄를 구별하는 역할을 한다. 본질적으로 사기죄는 피기망자(주로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이고, 절도죄는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행위자의 행위에 의하여 재물을 탈취하는 범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기죄를 자기손상범죄, 절도죄를 타인손상범죄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3) 처분행위와 관련하여, 피기망자에게 처분행위에 관한 주관적 인식, 즉 처분의사가 있어야 하는지, 그렇다면 처분의사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견해의 대립이 있다. 이 견해 대립은 사기죄의 처벌 범위를 달리 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4)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이에 관한 처분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입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처분의사의 구체적 의미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어떤 행위를 한다는 인식’으로 충분하다고 해석하는 반면, 반대의견은 ‘그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 즉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만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다수의견은 처분‘행위’에 관한 인식에, 반대의견은 ‘처분’행위에 관한 인식에 강조점을 둔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처벌 여부를 달리 보는 행위로는 ① 본건과 같은 서명사취 사안, ② 변종 보이스피싱 행위(예: 세금환급을 해 준다고 속이고 피해자를 현금인출기로 유인해 피해자 계좌에서 보이스피싱 계좌로 돈을 이체하도록 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위 사안에서 피해자(피기망자)는 어떠한 처분문서에 관한 서명?날인 행위 또는 현금인출기 작동 행위를 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있었으므로, 처분의사가 인정되고, 사기죄가 성립한다. 반면 반대의견에 의하면, 피해자(피기망자)는 처분문서의 내용과 같은 재산의 이전 또는 보이스피싱 계좌로의 자금 이체라는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었으므로, 처분의사가 인정되지 않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반대의견에 의하면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해 피해자를 더 심한 착오에 빠뜨리는 행위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비판한다. 반면 반대의견은, 처벌의 공백은 특별 입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데도(예: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등) 다수의견이 형법의 보장적 기능을 훼손하면서까지 범죄 구성요건을 무리하게 확대해석한다고 비판한다. 2. 서명사취 관련 법률관계 1) 대상판결에 따라 이제 서명사취의 방법으로 재산을 취득하는 행위도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그런데 판례는 명의인을 기망하여 문서를 작성케 하는 행위는 서명?날인이 정당하게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명의인을 이용하여 서명?날인자의 의사에 반하는 문서를 작성케 한 것이므로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본다(대법원 2000도778 판결 등). 그렇다면 서명사취의 방법으로 처분문서를 작성케 하고 이를 이용하여 타인의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 사문서위조죄, 동 행사죄와 사기죄가 함께 성립할 수 있다. 2) ‘서명사취’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인장사취’가 있다. 이는 용도 등을 속여 타인으로부터 도장을 받은 후 임의로 타인 명의의 문서를 작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인장사취 행위가 문서위조죄에 해당함은 물론이나, 사기죄 성립에 관하여는 판례가 이를 부정하였다(대법원 81도1732 판결). 반면 이제 서명사취의 경우는 피해자의 서명?날인행위가 처분행위로 인정됨으로써 사기죄가 성립하게 되었다. 사기죄 성립 여부에 있어서 서명사취와 인장사취는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셈이다. 3) 다만 서명사취의 방법으로 작성하든, 인장사취의 방법으로 작성하든 그 문서는 모두 명의자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된 위조문서라는 점은 같다. 따라서 설령 피해자 명의의 처분문서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서명사취 또는 인장사취에 의한 위조문서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그 처분문서 내용과 같은 법률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처분문서의 내용과 같은 법률효과가 발생할 수도 없다. 실제로 대상판결 사안에서 피해자 소유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민사소송을 통하여 근저당권 설정에 관한 의사 합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말소된 것으로 보인다. Ⅳ. 사견 처분행위는 범죄행위자의 행위가 아니라 피해자의 행위로서 책임주의 원칙과 관련이 없어, 피해자의 주관적 인식을 범죄행위자의 고의와 같은 정도로 엄격하게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기망행위가 어느 수준 이상 지능적이 되면 처벌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사기죄의 근본 취지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다수의견에 공감한다. 다만 반대의견이 민사법 분야와도 밀접하게 연결된 기본 범죄의 해석론을 너무 쉽게 변경한다고 우려한 뜻은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예컨대 이제 서명사취로 인한 피해자의 처분문서 작성행위는 민사법적으로는 법률효과를 발생케 하는 법률행위가 아니면서, 형사법적으로는 사기죄에서의 처분행위에 해당하게 되었다. 이 간극을 매끄럽게 해석하는 것도 향후의 과제라고 본다.
토지거래허가
토지소유자
대부업자
근저당권
사기죄
김일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2017-04-03
신용카드의 부정사용과 형법해석정책
Ⅰ. 대상판결 1. 사안 피고인은 S 카드회사로부터 신용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 받아 2년여 동안 사용하여 오다가 변제능력에 문제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화에 의한 무보증카드론 방식으로 7백만 원을 대출받고, 3천여만 원 가량 카드를 사용한 후 대출금과 카드대금을 제대로 납입하지 않았다. 제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사기죄로 유죄판결(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03.6.18. 선고 2003고단276판결)을 하였으나 항소법원은 무죄판결(대전지방법원 2003.8.29. 선고 2003노1492)을 하였다. - 판 결 요 지 - 신용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아 사용해 오다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대금결제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위 신용카드를 이용 하여 카드론 대출 또는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그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항소법원의 판결요지 카드회원이 신용공여의 범위 내에서 자기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기망행위가 아니며, 카드회사에게 카드사용 당시의 재산상태를 고지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불고지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전화자동응답시스템에 의한 카드론의 이용도 공여된 신용의 범위 내에서 대출이 기계적으로 처리될 따름이므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맹점도 그런 신용의 범위 내에서는 카드 소지인과 명의인이 동일한 이상, 지급능력의 유무에 대하여 아무런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망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카드 발급 당시의 약정에 고지의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여 ‘국가의 형벌권이 사경제영역에 속하는 금융질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개인의 자유영역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신용조사 등에 관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초래된다’는 점에서 사회상규에 기초한 고지의무는 인정될 수 없다. - 연 구 요 지 - 항소법원이 사기죄의 해석과 내적으로 연관시킨 형법정책은 해석 론 이상으로 타당성이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무죄판결은 바로 이 성적인 형법정책을 형법해석에 내재화시킴으로써 법원에 의해 형 성되는 구체적 형법규범의 정당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 준다 Ⅱ. 평석 위 사안에 대한 항소법원의 무죄판결은 대금결제의 능력과 의사가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해 온 대법원 판례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두고, 사기죄 해석과 신용카드체계의 기능보호에 대한 형법정책, 두 차원에서 각각 의미있는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1. 사기죄의 해석론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 착오, 재산처분행위, 재산상 손해발생, 재산상 이익취득의 다섯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판례에서 항소법원이 주로 문제 삼은 요건은 기망과 착오 부분이므로 평석도 이에 국한한다. ① 흔히 작위범 성립을 검토하고 부작위범 성립을 검토해야 한다는 이론에 의하면 결제능력의 상실을 고지하지 않고 자기신용카드를 계속 사용한 것이 作爲의 기망행위인지가 문제된다. 항소법원은 카드사용행위를 표시중립적 행위로 보았지만, 그 행위는 독일학계에서 말하는 이른바 ‘설명가치 있는 행동’(schluBiges Verhalten)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다수의 학자들과 (분명하지는 않지만) 대법원 판례는그런 행위를 작위범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항소법원의 판단처럼 일단 결제능력과 의사가 있는 상태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신용공여의 범위 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적어도 카드신청을 할 때처럼 회원이 자신의 재정상태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담은 서류를 제출하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작위의 기망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안에서 피고인의 계속된 카드사용행위는 일단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로 취급되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판결의 정당성에 의문이 강하게 제기될수록 법원은 자신의 결정을 더욱 자세히 근거지워야 하고, 따라서 작위범에 비해 논증부담이 더 무거운 부작위범의 형태로 논증해야 한다는 필자의 견해에서 보면 더욱 그러하다. ② 이 사안에서 카드사용행위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되려면 제18조의 결과방지의무(保證人義務)가 피고인에게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카드회원가입계약에 그런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거나, 보통거래약관으로 정해져 있다고는 하더라도 그런 특약이 불공정거래약관의 하나로 취급될 수 있는 이상, 계약상 유효한 고지의무는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제20조)와 다소 혼동될 여지를 무릅쓰고 항소법원이 사용한 표현인 사회상규, 그러니까 학계에서 말하는 條理나 신의칙에 의한 결과방지의무(保證人義務)로서 고지의무를 인정할 여지는 있다. 항소법원은 이 신의칙에 의한 고지의무를 형법정책과 내적으로 연결짓는 탁월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해석은 단지 인식이 아니라 정책과 착종되는 것임을 통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뒤에서 보듯이 적절한 방향의 형법정책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항소법원의 해석에 대해서는 정책과 해석은 별개라는 전통적인 법인식론이 비판을 가해올 수 있다. 그러나 한 걸음 양보하여 그런 전통적인 법인식론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카드회원에게 그런 고지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해석은 가능하며, 또한 더 타당하다. 즉, 결과방지의무에 대한 機能說의 해석론으로 제18조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에는 국가기관이나 사경제기구와 거래하는 개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론을 들 수 있다. 거대기구는 일반 개인에 비해 우월한 조직적 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과 거래하는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신뢰 속에서 스스로 위험을 방어하는 태세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이론이다. 이런 이론에 의하면 신용카드회사와 거래하는 개인에게도 그 회사에 대한 “위험발생을 방지”할 의무로서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의 변경을 적극적으로 알릴 의무(즉 국가나 사경제기구의 재산손해방지의무)가 신의성실원칙에 의해 인정될 수는 없게 된다. 그러므로 해석과 정책을 분리하더라도 항소법원의 판단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③ 만일 이 사안을 삼각사기로 본다면 회원의 고지의무는 피기망자인 가맹점에 대해서도 인정될 여지가 있다. 가맹점은 카드회사와 같이 거대한 조직력과 지배력을 갖지 못한 작은 상점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신의성실원칙에 의해 고지의무를 인정할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가맹점은 카드사용자의 지급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계약상 카드회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고 있으며, 더 나아가 카드소지인과 명의인의 동일성을 확인할 계약상 의무마저 무관심한 것이 거래현실이다. 이 현실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고지의무를-따라서 항소법원이 판시하듯 기망행위를-인정할 필요도 근거도 없게 된다. 하지만 다시 한 걸음 양보하여 카드회원에게 법적으로 고지의무를 인정하더라도 피기망자인 가맹점은 지급능력에 관해 무관심과 무의식으로 일관하기 때문에 가맹점에게 사기죄의 두번째 요건인 착오가 발생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이럴 경우 (삼각)사기의 미수가 성립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가맹점이 착오를 갖지 않는 현실이라면 고지의무위반이라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는 불능범(제27조)으로 처리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④ 카드회원이 결제능력 없이 전화자동응답시스템으로 대출을 받은 행위도 가맹점에서 물품과 용역을 제공받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고지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한, 기망행위로 파악될 수 없다. 설령 기망행위로 인정한다 해도, 피기망자가 사람이 아니라 정보처리장치이므로 착오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착오요건의 충족은 기계를 의인화하는 수사학적 차원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또한 기망행위 요건의 충족은 인정하더라도 가맹점을 피기망자로 하는 삼각사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카드론이용행위는 사기미수범이 아니라 사기불능범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2. 신용카드체계와 형법정책 이 사안에서 항소법원이 사기죄의 해석과 내적으로 연관시킨 형법정책은 해석론 이상으로 타당성이 있다. 특히 항소법원이 지적한 카드회사의 모럴헤저드는 자기신용카드의 부정사용과 타인신용카드의 부정사용이 불법유형에서 차별적임을 전제로 한다. 후자는 외부로부터 신용카드체계의 기능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서 그 불법유형이 절도나 사기 등과 매우 유사하다. 이에 비해 전자는 신용카드체계에 참여하는 내부자의 일탈행위이며, 그 불법유형은 계약위반의 성격이 더욱 강하다. 그런데 세 당사자 간에 이루어지는 3가지 종류의 신용카드계약에 내재된 도덕원칙(Moralprinzip)은 그런 계약과 거래를 통해 모두가 권리와 의무, 기회와 부담을 형평있게 누리게 된다는 점에 있다. 회원은 포괄적 신용을 얻되 회비와 결제대금이자를 부담하고, 가맹점은 수수료를 부담하되 대금지급을 안정적으로 제공받고 회원의 소비성향증대에 터 잡은 매출의 증가라는 이익도 얻는다. 이에 비해 카드회사는 가맹점에게는 대금지급을 보장하되 수수료를 얻으며, 회원에게는 포괄적으로 신용을 공여하되 회비를 얻는다. 그런데 이때 카드회사가 누리는 이익은 무엇보다도 포괄적인 신용공여를 경제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 기초한다. 바꿔 말해 카드회원자격의 부여는 카드회사가 스스로 자신의 거대조직을 활용하여 합리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위험은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카드회사는 신용공여실패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는 신용공여로부터 어떤 이익도 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항소법원이 펼친 해석정책은 바로 이런 도덕원칙에 지향되어 있다. 카드회사의 신용카드남발은 불량회원과 부실채권을 증가시키고, 결국에는 카드회사가 스스로를 재정위기에 빠뜨림으로써 신용카드체계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만든다. 그러므로 자기신용카드의 부정사용을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은 도덕원칙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체계의 기능보호라는 목적에서 보더라도 역기능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형법해석은 그와 같은 모럴헤저드를 촉진시키는 카드회사의 후견인 역할을 거두어들이고, ‘스스로 분쟁의 원인을 제공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귀속시키는’ 피해자학적 관점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또한 거시적으로 신용카드형법은 카드체계에 참여하는 내부자들이 스스로 일탈행동을 예방하고, 손실위험을 조정하는 자율적 조절메커니즘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구조정책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형법의 보충성원칙은 그런 방향의 형법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형법정책이 그런 요구에 응할 때 형법의 정당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한 항소법원의 무죄판결은 바로 그와 같은 이성적인 형법정책을 형법해석에 내재화시킴으로써 법원에 의해 형성되는 구체적 형법규범의 정당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다.
2003-10-27
소송사기의 불능과 불능미수
●판례요지 소송사기를 하려는 자가 사망한 자를 상대로 제소했다면 그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여 상속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사기죄를 구성할 수 없다. ●평석요지 이 사건 피고인은 死者를 상대로 제소했지만 법원을 기망해 부동산을 편취하려는 전체계획을 직접적으로 개시한 것이므로 사기죄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비록 확정판결에 이르러도 효력이 발생할 수는 없지만 이 제소가 질적으로 법적평온의 파괴에 이를만큼 구체적 법익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은 충분히 있어 사기죄의 불능미수로 봐야 I. 事件槪要 피고인은 1990년3월16일경 고소인 박종철로부터 서울중구신당동203의8 대지 66평방미터중 5분의 2지분을 피고인의 처 전선희 명의로 매수하고 그해 3월1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1991년10월경 피고인은 위 대지위에 건물을 신축하기위한 토지측량을 하면서 그와 이웃하여 있는 같은동 202의 1 밭 7평(이것은 문제가 된 이 사건 부동산이다)이 고소인 김허존의 조부인 亡 김흥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되어 있으나 김흥길의 사망후 상속등기등 공부상정리가 되어 있지않고 그 후손들에 의하여 관리되지 않는 사실을 발견하고 매매계약서를 위조하여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이어서 1992년10월23일경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 원고 전선희, 피고 김흥길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인은 실제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사건 소장에서「이 사건 부동산은 서울 중구신당동200의8 대지와 공부상으로는 두 필지이지만 실제로는 한 필지로서 공소외 박종철의 부친인 박규희가 1942년1월20일경 亡 김흥길로부터 매수한 뒤 위 박규희의 사망으로 위 박종철이 상속하였으며, 피고인이 1990년3월16일경 위 박종철로부터 위 신당동200의8 대지와 함께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였으니 위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한다」는 허위내용을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여기에 위조된 부동산매매계약서까지 제출하여 이에 속은 담당재판부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아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하려 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위 김흥길이 1945년1월7일에 벌써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자 공소외 亡 김윤제가 위 김흥길을 단독상속하였음을 이유로 피고의 표시를 위 김윤제로 정정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위 김윤제도 1969년10월8일에 이미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자 피고인은 1993년2월23일 스스로 소를 취하하였다. Ⅱ. 判決要旨 피고인의 제소가 사망한 자를 상대로 한 것이라면 그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여 상속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사기죄를 구성할 수 없다. Ⅲ. 評 釋1. 詐欺罪實行의 着手 널리 알려진 바대로 사기죄는 일련의 연속된 객관적 구성요건 표지에 의해 실현된다. 즉 ①행위자의 기망행위→②피기망자의 착오유발→③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④피해자의 재산상의 손해→⑤행위자의 재산적 이익취득 등이 그것이다. 대법원은 사기죄 미수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사기죄 실행의 착수시기 등을 짚어 보지 않은채 사기죄불성립으로 단정한 것은 미수범규정과 미수이론으로 볼 때 잘못된 것이다. 예비와 미수를 구별하는 時點이 실행의 착수시기이다. 이것은 구성요건실현의 직접적 개시를 말한다. 더 이상의 중간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성요건의 실현에 곧장 이르게 된 어떤 행태를 취한 것을 뜻한다. 실행의 착수를 중심으로 원칙적으로 불가벌인 예비와 가벌인 미수사이를 시간적으로 구별하는데 종래 客觀說과 主觀說의 대립이 있었으나 오늘날 절충설인 個別的 客觀說이 지배적이다. 이에따르면 행위자의 주관적인 범행의 전체계획에 비추어(주관적 기준), 범죄의사의 분명한 표명이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개개 구성요건의 보호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에 이르렀을 때(객관적 기준) 실행의 착수가 있다. 물론 개별범죄의 구체적인 실행의 착수시기는 원칙적으로 형법각칙상 구성요건의 실행행위에 대한 해석으로써 정해진다. 이것은 판례의 중요한 몫이기도 하다. 개별적 객관설의 구체적인 적용에는 첫째, 直接性(구성요건실현을 위한 직접적인 개시), 둘째 危殆化(공격대상을 향하여 법익을 위태화시키는 관계), 셋째 범인의 전체적 범행계획(계획된 범행의 진행과정에서 이미 행한 범인의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등의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기죄 실행의 착수시기는 이런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연속된 일련의 구성요건실현과정 중 행위자가 실현한 제1단계 행위인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다. 물론 기수시기는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때이다. 따라서 실행의 착수이후 기수에 이르기 전의 모든 단계는 미수에 해당한다. 물론 행위자의 기망행위로부터 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까지가 편취행위의 성립요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편취행위는 ①행위자의 기망행위→②피기망자의 착오유발→③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라는 일련의 과정이 인과관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성립하는 까닭에 편취행위의 직접적인 개시시점도 역시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다. 그렇다면 소송사기의 경우에도 실행의 착수시기는 행위자가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고, 이 시기는 행위자가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때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실행의 착수시기를 판단하는 첫번째 기준인 직접성은 구성요건의 일부를 실현하는 것을 요하지 않으며 단지 범행의 전체계획에 비추어 구성요건의 실현을 위해 다른 중간단계의 행위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어떤 행위만 취하면 충족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 피고인은 비록 死者를 피고로 하여 법원에 제소한 것이지만, 법원을 기망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하려는 전체계획을 직접적으로 개신한 것이므로 사기죄실행에 착수한 것이다. 따라서 설령 판결의 효력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사정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불능미수의 성립여부의 대상일 뿐, 사기죄 불성립의 경우라고 속단할 일이 아니다. 2. 不能未遂냐 不能犯이냐 불능미수란 행위자의 故意에 의해 예견된 전체범행계획이 애당초 실현될 수 없기 때문에 결과발생은 불가능하지만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미수범으로 처벌해야 할 경우를 말한다. 첫째, 결과발생의 불가능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에 기인한 것이다. 행위수단이나 객체가 애당초 불능 또는 흠결이기 때무에 객관적으로 기수에 이를 수 없지만 행위자가 주관적으로는 자신의 행위로 구성요건적 불법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상정한 경우이다. 결과발생의 불가능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은 바로 실행의 착수시기인 실행행위의 직접적 개시점을 기준으로 해야한다. 둘째, 위험성은 비록 구체적인 행위상황에서 직접 일반인의 법적 안정감을 교란시키지는 않았지만 행위자가 장래 비슷한 갈등상황에서 동일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일반인의 法的 安定感이 교란됨을 말한다. 불능미수의 위험성은 이처럼 행위의 구체적인 위험성이 아니라 개별법익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성 내지 행위자의 法敵對性을 反證시켜 주는 행위자의 위험성을 의미한다. 그 판단의 시점을 舊客觀說(절대적 불능·상대적 불능구별설)은 객관적 사후진단의 방법에 따라 재판시를 기준으로 하나, 新客觀說(구체적 위험설)은 객관적 사후예측의 방법에 따라 범행개시시를 기준으로 삼는다. 판단의 자료와 기준에 관하여서도 구객관설은 법관을 판단자로 상정하여 행위객체에 대한 추상적 위험성을 판단자료로 삼고, 신객관설은 통찰력있는 인간 및 행위자의 관점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공격받는 법익에 대한 행위의 구체적인 위험성을 판단자료로 삼는다. 추상적 위험설(법질서에 대한 위험설)은 행위자가 인식한 사실을 기초로 공격된 법익에 대한 추상적 위험성, 즉 법질서에 대한 위험이 있었는가를 일반인의 입장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한 印象說(行爲者의 危險說)은 구성요건실현을 직접개시한 행위자의 위험성, 즉 행위자가 법적대적의사실행을 통해 법익평온상태에 가한 교란을 위험성판단자료로 삼고 통찰력있는 평균인의 입장을 판단기준으로 삼을 것이라 한다. 인상설은 통찰력있는 평균인의 입장에서 잠재적이지만 구체적인 개별법익에 대한 관련성을 판단자료로 삼는 점에서 추상적 위험설보다 불능미수의 성립범위가 좁다. 반면 행위자의 法敵對性에 치중하여 행위자가 실제 인식한 사정만을 판단자료로 삼는 점에서 구체적 위험설보다 불능미수성립 범위가 넓다. 이 사건에서 행위자는 死者를 상대로 법원에 제소하여 부동산을 편취하려 한 것이므로 실행수단의 착오 내지 흠결(실제 소송기술의 미숙에 해당)의 경우이다. 비록 확정판결에 이르렀을지라도 효력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원시적인 불능의 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제소가 질적으로 법적 평온의 파괴에 이를 만큼 구체적인 법익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 내지 행위자의 위험성은 충분히 입증시켜 줄만한 것이므로 사기죄의 불능미수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불능미수의 불법은 가벌적 불법의 최저한에 머물기 때문에 실제 불가벌적 예비와 가벌적 미수의 구별이나 불가벌적 불능범과 가벌적 불능미수의 구별은 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이 사건 범행자가 사기죄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음이 인정된 상황에서 그의 실행수단의 착오가 행위자의 위험성을 배제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3. 處分行爲(交付行爲)의 부존재 여부 대법원은 1986년10월28일 선고 84도2386 판결부터 이 사건판결에 이르기까지 소송사기에서 피기망자인 법원의 재판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死者에 대한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르는 효력이 생길 수 없는 것이어서 착오에 의한 재물교부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기죄성립 자체를 부인하여 왔다. 부동산도 사기죄의 객체중 재물에 해당하며 부동산소유권 이전도 교부로 보는 것이 우리나라 다수설의 입장이나 부동산사기는 결국 소유권이전등기의 경료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이때의 부동산은 재물이 아니라 사기죄의 또 다른 객체인 재산상의 이익으로 보는 것이 좋다. 그런데 사기죄에서 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중 작위에 의한 처분행위는 재산상의 지위 또는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사실상의 행위를 포함한다. 반드시 유효한 법률행위일 필요도 없고 무효인 법률행위는 물론 순전히 사실적인 행위라도 충분히 처분행위가 될 수 있다. 처분행위의 결과 재산의 감소가 일어나야 하지만 이것은 사기죄의 결과로서 일어나야 하는 재산상의 손해발생과는 다르다. 재산처분의 결과는 재산감소의 법률적·사실적 원인의 야기만 있으면 그 자체로서 충분하다. 이렇게 본다면 死者를 상대로 한 사기제소로 법원이 착오에 빠져 소유권이전등기이행을 명하는 확정판결을 내렸을 때 비록 판결자체의 효력은 없을지라도 법적·사실적 처분행위 자체는 존재하는 것이며 또한 재산감소의 법률적·사실적 원인으로도 충분하다. 따라서 死者를 상대로 한 사기소송은 재산적 처분행위의 부존재로 볼 것이 아니라 사기죄의 구성요건결과인 재산상 손해의 부존재로 보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추구에 있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함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大判 1992년9월14일, 91도2994; 1995년3월24일, 95도203) 결과범인 사기죄의 구성요건적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Ⅳ. 結 論 이 사건 범죄사실은 사기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 대법원이 아예 사기죄 성립자체를 부인한 것은 중간에 소를 취하한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그렇지 않은 1986년10월28일 선고 84도2386 및 1987년12월22일 선고 87도852 판결과 동일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그러나 올바른 법률의 적용은 현실적인 범죄사실에 대한 법리적인 분석없이는 불가능하다. 사기죄의 범죄성립요건에 대한 분석 그리고 미수의 각 종류와 그 요건에 대해 대법원이 적어도 기본적인 교과서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검토했더라면 결론은 달라졌을 것이다.
1997-12-15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판결기사
2024-04-07 10:1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