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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건축
- 전주지방법원 2022. 4. 21. 선고 2021나6726 판결-
공인중개사의 개입하에 장래 계약서 작성이 예정된 경우 계약서를 작성해야 매매계약이 성립하는지 여부
1. 판결 요지 공인중개사의 전달로 당사자 사이에 매매계약의 주요 사항이 합의된 후 가계약금을 주고받은 사안의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법원은 ① 송금한 돈이 가계약금으로 명시된 점, ② 공인중개사는 매매 중개를 위임받았을 뿐이고, 매매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받은 것은 아닌 점, ③ 공인중개사가 전달받은 매매계약의 매매대금 및 지급기일에 관한 사항을 당사자에게 전달하고 이를 통하여 당사자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주요 사항에 관한 교섭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점, ④ 공인중개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연락하였을 뿐 직접 연락한 사실이 없고, 당사자들이 참석하여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점을 종합하면, 매매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매매계약을 성립시키겠다는 의사였다고 보이고, 이러한 모습이 공인중개사를 통한 부동산 매매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에도 부합하는 점을 들어 매매계약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2.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의 성립을 부정해야 할 것이다 가. 신중한 접근 우리 삶에서 부동산과 그 매수자금은 제1호 재산이거나 유일한 재산인 경우가 많다. 부동산을 사고파는 것은 실로 결혼만큼 인생에서 어마어마한 일이다. 살면서 그렇게 큰돈이 오고가는 일은 흔치 않다. 이 점만으로도 공인중개사의 개입하에 장래 계약서 작성이 예정된 있는 경우 부동산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나. 주관적 측면 : 당사자의 의사 1) 직접 대면을 통한 신원확인절차 동산과 달리 부동산의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 우리나라 민법에서 부동산 매매계약은 거액을 지급하고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비참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계약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사자는 상대방과의 직접 대면을 통해 그 사람이 부동산등기사항증명서상 소유자와 일치한지, 그 사람에게 정당한 대표권이나 대리권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이른바 ‘신원확인절차’가 보장되어야 하고 이런 기회도 없이 가계약금이 송금된 사정(주요 사항의 합의 이후)을 가지고 곧바로 매매계약이 성립했다고 본다면 그 의사를 정면으로 왜곡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결국 당사자는 중개사사무실에서 상대방의 신원확인절차를 염두에 두었다고 할 것이다. 2) 계약서 작성을 통한 계약 성립 실제 부동산 매매 거래에서는 장래 ‘계약서 작성일’을 정해 두고 미리 가계약금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장차 ‘계약서 작성일’을 별도로 설정한 것은 결정적인 대목이고 묵직한 울림을 던지고 있다. 그 함축된 의사를 중개사사무실에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는 각 당사자에게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하는 데 무리가 없다.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사적 자치를 대원칙으로 하는 우리 민법에서 계약체결의 자유 중 계약체결방식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다’라는 묵직한 논거로 논란거리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당사자의 의사를 강력하게 반영함으로써 비록 주요 사항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까지는 낙성계약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의사해석을 해야 할 것이다. 3) 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의 성격 만약 가계약금 송금 당시 구두로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새기면, 장래 계약서 작성은 이미 구두 합의된 것을 단순히 문서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결국 공인중개사의 가교 역할만으로 계약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셈인데, 이는 ‘알선’이라는 사실행위를 하는 공인중개사에게 ‘법률행위의 대리권’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부당하다. 더군다나 공인중개사법은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의무(공인중개사법 제25조)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중개의뢰인은 부동산전문가로부터 매물에 대한 확인·설명을 들은 연후에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의사로 공인중개사를 개입시켰을 것이다. 4) 폭넓은 계약교섭 단계의 인정 : ‘negotiated’가 아닌 ‘negotiating’ 그리고 비록 주요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있었을지라도 낙성계약의 개념을 맹목적으로 순종하기보다는 우리 민법상 계약체결의 자유(소극적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자유)라는 대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당사자 의사를 엄격히 해석해야 할 것이다. 장차 중개사사무실에서 당사자 참석하에 계약서 작성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 이전까지는 매도조건 또는 매수조건 등 계약조건의 교섭 단계에 불과하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주요 사항에 합의가 있었다고 성급히 더 이상의 협상 자체를 원천 봉쇄시키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최종적·확정적 합의로 매듭졌다고 보면 별도로 계약서 작성일을 설계한 당사자 의도 및 관행과 정면 충돌한다. 오히려 중개사사무실에서 만나 계약서에 최종적으로 서명 또는 날인을 마칠 때까지는 당사자가 민사법 질서를 주도적으로 형성하는 것을 용인해야 할 것이다. 사적자치 원칙이 지탱하고 있음에도 부동산 가치가 급등락했을 때, 혹은 소유권이전이나 제한물권의 설정 등으로 이미 권리관계가 변동되었거나 상대방이 아무런 권한이 없는 제3자임을 간파했음에도 중개사사무실에서 그와 계약서 작성을 거부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사적자치라는 민법상 대원칙을 제한할 때는 낙성계약이라는 개념에 함몰되어서는 안 되며 더 엄격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매매계약뿐만 아니라 매매예약이라는 멍에를 덧씌울 때도 마찬가지이다. 계약서가 없다면 매매예약 성립도 부정해야 할 것이다. 다. 객관적 측면 : 거래관행 및 거래안전 1) 거래관행 거래관행에 견주어 보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의 계약서 작성행위를 이미 성립한 구두계약과 일치함을 확인하거나 그 구두계약을 문서화하는 증빙서류 쯤으로 여기는 것은 도리어 본말이 전도되는 파격적인 판단이다. 이러한 법리 구성은 기교적이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처음 만져 보는 총만큼이나 매우 조심스러운 느낌이다. 반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신원확인절차를 거친 후 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비로소 계약이 성립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처분문서의 개념을 살리고 거래 실체를 생동감 있게 묘사할 수 있어서 훨씬 자연스럽고 간단 명쾌한 해석이 된다. 2) 거래안전 우리 민법은 법률행위에 따른 부동산 물권변동은 등기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다(민법 제186조). 부동산등기법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해야 하고, 만약 첨부정보인 「등기원인을 증명하는 정보」(매매계약서)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등기신청이 각하된다(부동산등기법 제29조 제9호). 매매계약서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장차 중개사사무실에 계약서 작성을 예정하고 있음에도 법원이 그 이전 단계에서 낙성계약을 쉽게 긍정한다면 모름지기 판결에 의한 등기(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4항)를 하기 위해 등기소송이 남발될 수 있으며 그 판결 여하에 따라 부동산 거래안전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이러한 거래 안전 측면에서도 계약서 작성 유무가 계약 성립 여부를 판가름 짓는 잣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어쩌면 ‘계약서’라는 개념이 가지는 숙명(거래안전을 위해서 태어난)일지도 모른다. 매매계약서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장차 중개사사무실에 계약서 작성을 예정하고 있음에도법원이 그 이전 단계에서 낙성계약을 쉽게 긍정한다면 모름지기 판결에 의한 등기를 하기 위해 등기소송이 남발될 수 있으며 그 판결 여하에 따라 부동산 거래 안전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이러한 거래 안전 측면에서도 계약서 작성 유무가 계약 성립 여부를 판가름 짓는 잣대가 되어야 한다. 3. 결어 ‘인간의 생명은 그 개개인에 있어서는 하나의 우주이고, 지구보다 무거운 것’이라고 한다(헌법재판소 1996. 11. 28. 선고 95헌바1 사형제도 사건). 지구보다 무거운 생명에 못지않게 서민에게는 부동산 특히 아파트 등 주택과 그 매수자금은 우주보다 무거운 재산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재산을 처분함에 있어서 당사자가 직접 만나거나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직접적인 교섭행위를 한 적이 없고 오로지 공인중개사로부터 간접적으로 계약의 주요 사항을 전달받고 가계약금을 주고받은 후 장차 중개사사무실에서 계약서 작성을 예정하고 있다면,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에 신중하고도 엄격한 판단이 요망된다. 이런 이치에서 '전주지방법원 2021나6726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김상철 변호사(법무법인 규원)
부동산
공인중개사
가계약
계약서
김상철 변호사(법무법인 규원)
2022-10-31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 대법원 2018. 6. 22.자 2018스18 결정 -
재산분할재판 확정 후 추가로 재산이 발견된 경우 재산분할청구의 시적 한계
Ⅰ. 사실관계 1. 청구인과 청구외 A는 1981년 최초 혼인신고를 하였다가 1987년 5월경 협의이혼하였으며, 1987년 12월 다시 혼인신고를 하였으나 A는 2008년 1월 청구인을 상대로 이혼 등을 구하는 본소를, 청구인은 2009년 12월 A를 상대로 이혼 등을 구하는 반소를 각 제기하였고, 제1심은 2011년 5월 이혼과 함께 재산분할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종전 소송), 쌍방이 항소하였으나 모두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아 2012년 9월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2. 청구인은 A가 종전 소송에서 부동산 및 금융자산을 은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4년 8월 A를 상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 A는 이 사건 심판청구가 계속 중이던 2014년 12월 사망하였고, 배우자인 상대방이 A의 재산을 상속하였다. Ⅱ. 재판절차의 경과 1. 청구인은 2014년 8월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는데, 종전 소송에서 A가 분할대상 재산을 은닉하였다면서 누락된 재산을 특정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였다가, 2016년 2월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분할대상 재산을 추가하고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위 변경신청서는 종전 소송의 판결이 확정된 2012년 9월부터 2년이 지난 후 제출되었다. 2. 원심은 청구인은 2014년 8월 A가 종전 소송에서 부동산 및 금융자산을 은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별지 목록 기재 각 재산에 관하여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가, 이후 종전 소송이 확정된 날인 2012년 9월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16년 2월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분할대상 재산을 추가하는 취지로 청구취지를 1,219,300,000원에서 6,516,211,015원으로 확장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위 청구취지 변경신청은 종전 소송이 확정된 때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것으로서 그 부분에 대하여는 이미 제척기간이 경과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 청구 중 별지 목록 기재 각 재산에 관한 부분 이외의 나머지 재산에 관한 부분은 부적법하다고 하면서 제1심을 취소하고 이혼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분할대상 재산으로 추가한 부분에 대한 청구를 각하하였다. Ⅲ. 대상 결정의 요지 1. 재산분할청구권은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2년 제척기간 내에 재산의 일부에 대해서만 재산분할을 청구한 경우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재산분할청구 후 제척기간이 지나면 그때까지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는 청구권이 소멸한다. 2. 재산분할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2000므582 판결 참조). 다만 추가 재산분할청구 역시 이혼한 날부터 2년 이내라는 제척기간을 준수하여야 한다. 3. 종전 소송에서 A가 분할대상 재산을 은닉하였다면서 누락된 재산을 특정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였는데, 이혼의 효력이 발생한 종전 판결이 확정된 후 제척기간 2년이 지난 후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분할대상 재산을 추가한 경우 추가한 재산에 대한 부분은 이미 제척기간이 지났으므로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Ⅳ. 해설 1.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 및 방법 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해야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고, 재산분할은 협의상 이혼을 하거나 재판상 이혼을 한 후 2년 내에 청구해야 한다. 2년은 제척기간으로 그 기간 안에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한다. 제척기간에는 소멸시효와는 달리 중단이라는 것이 없고, 당사자의 주장 여부와 관계없이 법원에서 직권으로 조사해야 한다. 나. 재산분할을 재판상 이혼과 병합하여 청구할 수도 있지만, 협의상 이혼 또는 재판상 이혼 후 재산분할만 별도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혼의 효력 발생 후 2년 내에 심판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2. 재산분할 청구의 대상 가.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이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을 이혼시에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그 재산이 누구 명의로 되어 있는지 또는 그 관리를 누가 하고 있는지를 묻지 않고 분할의 대상이 된다(96므1397 판결 등). 나. 부부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는 일상가사에 관한 것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개인 채무로서 청산 대상이 되지 않으나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인 경우에는 청산 대상이 된다(92므501 판결, 94므598 판결 등). 다. 이와 같이 재산분할 대상은 개별 재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부 공동 재산이라면 포괄적으로 분할 대상이 된다. 3. 재산분할 대상 재산을 개별적으로 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 있는지 가. 재산분할비율은 개별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로서의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 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일컫는 것이므로,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분할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비율을 달리 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2001므718 판결 등). 나. 다만,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은 연금수급권자인 배우자의 여명을 알 수 없어 가액을 특정할 수 없는 등의 특성이 있으므로 공무원 퇴직연금의 분할비율은 전체 재직기간 중 실질적 혼인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당사자의 직업 및 업무내용, 가사 내지 육아 부담의 분배 등 상대방 배우자가 실제로 협력 내지 기여한 정도 기타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과 다른 일반재산을 구분하여 개별적으로 분할비율을 정할 수 있다(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4. 이혼 후 2년 내 특정할 대상 : 재산분할 청구 금액 또는 분할 대상 가. 재판상 이혼과 병합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제척기간이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재산분할 청구 금액을 확장하는 시기나 분할대상 재산을 특정하는 시점이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협의상 이혼이든 재판상 이혼이든 이혼의 효력이 발생한 후 2년 내에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2년의 제척기간 내에 재산분할 청구 금액을 확장해야 한다. 나. 재산분할 대상이 개별 재산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재산이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심판청구서 등을 제척기간 2년 내에 제출하였으면 제척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청구취지를 확장한 금액의 범위 내라면 비록 제척기간 경과 후에 분할대상을 추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배척할 이유가 없다. 5. 재산분할 재판이 확정된 후 다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지 가. 재산분할재판은 비송사건이므로 재판의 형식이 판결이든 심판이든 관계없이 비록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나. 재산분할재판이 확정된 후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재산분할청구의 제척기간을 준수해야 한다. 6. 재산분할 재판 확정 후 추가 청구시 분할대상 특정의 시적 한계 가. 재산분할재판이 확정된 후 그 확정된 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 제척기간 내에 청구금액을 특정했다면, 구체적인 재산분할 대상은 제척기간 도과 후에 특정해도 가능한가? 나. 제척기간은 권리관계를 조기에 확정하기 위하여 둔 것이라는 점, 재판 확정 후 예외적으로 다시 재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점, 앞선 재산분할 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심리되었는지를 확정하는 것이 반드시 명확하지는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재산분할 재판이 확정된 후 새로 발견된 재산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제척기간 내에 청구금액 뿐만 아니라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엄경천 변호사 (법무법인 가족)
이혼
재산분할
재산은닉
엄경천 변호사 (법무법인 가족)
2019-08-22
부동산·건축
계약해제의 요건사실에 관한 증명책임과 변론주의
-대법원 2015다11984 건물명도 등 사건 판결을 중심으로- 1. 사실관계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핵심쟁점을 중심으로 발췌·축약하면 다음과 같다(이하 다른 부분에 관하여도 같다). ⑴ 원고는 2001년 6월 11일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2001년 11월경 모(某) 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 위에 건축 중이던 미등기 상태의 노유자시설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의 처분권을 취득한 후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를 원고 명의로 변경하는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마쳤다. ⑵ 피고는 2010년 11월 5일 원고에 대한 채권자들의 신청으로 개시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를 경락받고 그 대금을 완납하였다. ⑶ 원고는 2011년 3월 10일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요지의 합의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원고의 인감이 날인된 건축관계자변경 동의서와 원고의 인감증명서를 교부하였다. ①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대금으로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90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되, 피고는 위 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준다. ② 원고가 위 기간까지 피고에게 90억원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원고는 시공 중인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피고에게 무상으로 양도하고, 그 건축주명의를 피고가 지정하는 사람으로 변경한다. ③ 피고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2011년 4월 29일 전에 건축주명의변경 등을 하거나 이 사건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에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2011년 5월 31일까지 20억원을 지급한다. ⑷ 원고가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토지대금 9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자 피고는 위 건축관계자변경 동의서 등을 이용하여 같은 날 16시41분경 고양시장에게 건축관계자변경신고서를 제출하여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명의가 원고에서 피고로 변경되었다. 2. 원고의 청구 및 법원의 판단 가. 청구원인 (1) 주위적 청구 원고가 이 사건 토지대금 90억원을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자 피고가 이행의 최고도 없이 곧바로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한 것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소장송달로써 이 사건 약정을 해제하는 바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상회복으로서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하고,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주명의를 원고에게로 회복하며, 약정된 위약금 20억원 중 원고가 구하는 10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⑵ 예비적 청구 원고가 토지대금 90억원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이 사건 건물에 관한 모든 권리를 피고에게 양도해 주기로 약정한 것은 손해배상의 예정이라고 할 것인데, 그 손해배상 예정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 가액 상당의 손해배상 예정액 중 감액되는 부분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서울고법의 판단 ⑴ 원고가 약정된 기한까지 토지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피고가 곧바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약정에 대한 해제 주장은 이유 없다. ⑵ 피고의 약정위반을 이유로 한 원고의 계약해제 주장 중에는 원고가 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았음에도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 한편 원고가 토지대금 90억원을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지급할 의무와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바, 피고가 건축주명의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을 하여 원고를 이행지체에 빠트려야 한다. 그런데 피고가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는 점에 관한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피고의 건축주명의변경은 원인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피고는 건축주명의를 원고에게로 환원할 의무가 있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당사자 사이에는 원고의 이행지체 상태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조건, 즉 피고의 이행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는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고 법원도 피고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관계로 이 점에 관한 소송자료가 현출되지 못하였다. 더욱이 원고는 변론에서 2011년 4월 27일경 피고에게 대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토지대금의 지급기한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고 자인하고 있는바, 이는 원고가 미리 자기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표명하여 피고가 이행의 최고나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 없이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의 이행제공에 관한 주장·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하고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인용한 것은 피고에게 불의타를 가하고 법원의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3. 평석 가. 이 사건 약정의 성격 이 사건 약정은 기본적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으로서 계약해제의 조건과 함께 어느 일방의 채무불이행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그 당사자가 부담하여야 할 책임에 관하여 특별히 규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원고가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매매대금 90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면, 피고는 이와 상환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되, 원고가 위 기한 내에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위 매매계약은 자동해제되고 피고는 미완성?미등기인 이 사건 건물의 처분권을 양수하며 건축주명의도 자신 앞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피고가 위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 ‘건축주명의변경 등을 하거나 이 사건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에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는 경우 위 매매계약은 자동해제되고 피고는 원고에게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매매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한 자동해제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도 원고의 매매대금지급 의무와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가 자동해제의 효과로서 건축주명의변경을 하려면 자신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에 관하여 이행제공을 하여 원고가 이행지체 상태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다505 판결 참조). 또한 원고나 피고가 이 사건 약정상의 채무를 불이행하는 때에는 그것이 매매계약의 자동해제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법정해제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약정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계약해제의 요건인 채무불이행 사실의 증명책임 서울고법은 원고가 약정된 기한까지 이 사건 토지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피고가 곧바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동의하기 어렵다. 피고가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하려면, ① 원고의 기한 내 토지대금 미지급, ② 피고의 이행제공이라는 두 가지 요건사실을 모두 갖추어 원고를 이행지체 상태에 빠지게 해야 한다. 원고가 이행지체 상태에 있지 않음에도 피고가 토지대금 미지급만을 이유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했다면 이는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한 것이다. 문제는 증명책임이다. 이 사건 약정의 법정해제를 주장하는 원고는 그 해제의 요건사실인 ‘피고의 채무불이행’의 점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을 진다. 그런데 이 사건 소송에 관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않고도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했다는 점에 관하여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음에 귀착된다. 다. 변론주의 서울고법은 원고의 주장, 즉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으니 피고는 건축관계자변경신고에 따라 피고에게로 변경된 건축주명의를 원고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 중에는 원고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지 않았음에도 피고가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 전자의 계약해제 주장은 이유 없지만 후자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도 전자와 후자의 포함관계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원심판결의 당부를 논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의 주장에 후자의 내용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전자는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원상회복을 구하는 것이고, 후자는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는 무효라는 것이다. 건축주명의가 원고에게로 환원되는 것이 결과적으로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는 것과 여전히 유효한 것 사이에는 원고의 지위에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 사건 약정이 해제로 실효되었다면 원고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사실상의 소유권을 완전히 회복하지만 이 사건 약정이 유효하다면 피고에게 토지대금 90억원을 지급해야 그 권리를 보유할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증명책임도 달라진다. 이 사건에서 서울고법과 대법원이 판시하였듯이 이번에는 피고의 건축관계자변경신고가 정당한 점, 즉 ① 원고의 기한 내 토지대금 미지급, ② 피고의 이행제공이라는 두 가지 요건사실을 피고가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도 이 사건과 동일한 사안은 아니지만 ‘정지조건부 채권양도에 있어서 정지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은 채권양도의 효력을 주장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고 한다. 4. 맺음말 원고의 이 사건 약정에 대한 해제의 주장 중에 피고의 건축관계자변경신고가 처음부터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서울고법이 포함된다고 보고 이에 대한 판단에 나아가다 보니 변론주의에 위배되고 피고에게 불의타를 가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대법원으로서는 법원의 석명의무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변론주의 위배를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윤남근 교수 (고려대 로스쿨)
석명권
석명의무위반
재판
윤남근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8-01-11
가사·상속
김상훈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유언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의 의미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231511 판결 Ⅰ. 사실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1937년 12월 3일생으로 2011년 12월 12일 삼성창원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후로 병원생활을 계속하던 중 2012년 11월 9일 사망하였다. 망인의 상속인으로 그의 처인 원고 B, 자녀인 원고 C, D, E 및 피고 F가 있다. 망인이 사망하기 전인 2011년 12월 20일 공증인가 S법무법인에서 ‘망인은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을 장남인 F에게 유증한다. 단, F는 상속등기 후 10년 이내에 차남인 C 및 삼남인 D에게 각 3000만원, 딸인 E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한다. 처인 B에게는 B의 사망시까지 매월 말일에 60만 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고 한다)가 작성되었다. 위 공정증서에 의하면, 망인은 자필서명이 어려워 공증인 K와 증인들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공증인이 대신 서명, 날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원고들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없었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 규정된 방식에 위반하였고, 또한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유언이라고 볼 수도 없어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Ⅱ. 판결요지 1심에서는 “이 사건 공정증서의 유언자란에 망인이 직접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하지 않고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는데, 당시 망인은 팔에 링거주사를 맞고 있었을 뿐 침대에 양손이 결박된 상태로 있지 않아 의식이 명료하였다면 굳이 공증인에게 서명과 날인을 대신하도록 할 필요가 없었던 점 등 위 공정증서 작성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취지가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서 요구하는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대법원의 판시요지는 다음과 같다.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 망인은 이 사건 유언 당시 오른 팔에 주사바늘을 꼽고 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관계로 일어나 이 사건 공정증서에 서명을 할 수 없어, 망인의 의사에 따라 공증인이 그 사유를 적고 망인을 대신하여 이름을 쓰고, 망인의 도장을 날인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공정증서는 민법 제1068조에 규정한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Ⅳ. 해설 1.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68조). 그런데 공증인법은, 공증인과 참석자는 각자 증서에 서명날인하여야 하고, 참석자로서 서명할 수 없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유를 증서에 적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이 사건의 1심 법원은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명(署名)이란 자기 고유의 필체로 자기의 이름을 제3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쓰는 것을 말하고, 기명(記名)이란 단순히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적어야 하지만, 기명은 다른 사람이 대리해서 적거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기명의 경우에는 본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날인이 함께 요구된다. 이 사건의 경우 공증인 K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자를 대신하여 유언자의 이름을 기재했더라도 유언자의 날인이 있으므로 비록 ‘서명’에는 해당되지 않을지라도 ‘기명날인’의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법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공증인법은 서명날인을 요구하면서 유언자가 서명을 못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기명날인의 방식을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기명날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민법과 공증인법에 따라 당연히 유효하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공정증서는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위암이 악화된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는 경우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대신 서명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최고재판소 1962. 6. 8, 집 16-7, 1293면). 학설 역시 기명날인은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고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을 때에는 공증인이 부기하고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대신’하는 것은 서명이 아니라 기명날인이다.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이며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는 성명의 자서와 날인을 요구한다(제1066조). 성명의 자서란 스스로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로서 서명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 유언자가 날인은 하지 않고 서명만 한 경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작성하면서 만약 유언자가 서명만 하고 날인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공증인 앞에서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유언자가 도장을 가지고 오지 않았고 공증인도 민법에 따르면 유언자의 서명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해서 이를 간과하는 일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민법에 따라 유효한 유언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증인법에 따라 무효라고 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는 민법과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의 모태가 되었던 일본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에도 유언자가 ‘서명날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서명날인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에 갈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969조 제5호). 그리고 일본 공증인법은 일본 민법과 같이 공증인과 열석자의 서명날인을 요구하고 열석자 중에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이 날인하도록 하고 있다(제39조 제3항 및 제4항). 즉 일본에서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이 민법이나 공증인법이나 모두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문제가 없다.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부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구했다(제1068조). 그런데 그 후에 제정된 공증인법에서는 서명날인을 요구했고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도록 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 관한 민법의 규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의 공증인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 발생한 입법상의 오류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민법처럼 우리 민법을 공증인법과 일치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러한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해석론으로는 공증인법이 민법보다 나중에 제정되었다는 점(신법 우선의 원칙), 민법이 일반법이라면 공증인법은 공증에 한정된 법이라는 점(특별법 우선의 원칙)에서 공증인법상의 보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3. 비교 판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 요건과 관련하여 이 사건과 비교해볼만할 판례가 있다. “다른 사람이 사지가 마비된 유언자의 손을 잡고 공정증서 말미용지에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한 행위만으로는 유언자의 서명날인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21802 판결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 유언자의 이름을 적고 날인한 것은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하는 것은 무효라고 보는 것은 다소 모순된 느낌이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유언자를 대신해서 이름을 적는 것은 분명히 기명에 해당하지만,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을 하게 하는 것은 기명이나 서명 어느 것으로 보기에도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명’과 ‘기명’에 관한 개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그러한 행위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유언자의 의사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설사 다른 사람이 기명날인을 하던, 유언자가 서명, 날인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도와주던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 비교 판례에서 대법원이 유언장을 무효라고 본 것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여 그러한 유언이 유언자의 진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공정증서
유언
서명날인
2017-05-30
민사일반
김일연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사기죄와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판결 - Ⅰ. 개요 1. 사실관계(쟁점 검토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대한 단순화하였다) 피고인은 토지거래허가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서 토지 소유자로 하여금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날인하게 하고, 이를 이용하여 위 토지에 관하여 피고인을 채무자로 하여 대부업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근저당권자로부터 금전을 차용하였다. 2. 쟁점 피고인의 행위는 기망행위에 의해 유발된 착오로 인하여 피기망자가 내심의 의사(토지거래허가 신청)와 다른 처분문서(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서명?날인함으로써 재산상 손해를 초래한 이른바 ‘서명사취’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종래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고(대법원 87도1042 판결, 대법원 99도1326 판결, 대법원 선고 2011도769 판결 등), 서명?날인을 한 피기망자가 처분결과를 인식하지 못한 서명사취 사안에서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87도1042 판결). 대상판결의 제1심 및 원심은 종전 판례에 따라 사기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에서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는지, 서명사취 사안에서도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고,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다수의견(7명) 1) 사기죄의 본질과 그 구조, 처분행위와 그 의사적 요소로서 처분의사의 기능과 역할, 기망행위와 착오의 의미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기망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고, 이러한 작위 또는 부작위를 피기망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처분행위에 상응하는 처분의사는 인정된다. 다시 말하면 피기망자가 자신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따른 결과까지 인식하여야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피기망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그와 같은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한 피기망자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결과, 즉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그 법적 효과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그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역시 인정된다. 2. 반대의견(6명) 1) 절도죄와 구별되는 사기죄의 본질, 처분행위와 그 의사적 요소로서 처분의사의 의미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처분결과에 대한 피기망자의 주관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2) 서명사취 사안의 경우 피기망자에게는 자신이 서명 또는 날인하는 처분문서의 내용과 그 법적 효과에 대하여 아무런 인식이 없으므로 처분의사와 그에 기한 처분행위를 부정함이 옳다. Ⅲ. 대상판결의 검토 1.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 유무와 사기죄의 성립 여부 1)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47조). 판례와 학설은 이를 풀어 사기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① 행위자의 기망행위, ② 피기망자의 착오 및 ③ 그에 따른 처분행위, ④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 ⑤ 그 사이에 순차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2)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는 기망, 착오,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이어지는 사기죄의 구조에서 위 구성요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사기죄의 ‘기술된 구성요건’이냐 ‘기술되지 않은 구성이냐’에 대한 논의가 있으나, 범죄 구조상 처분행위가 사기죄의 성립에 필요한 구성요건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또한 사기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처분행위는 사기죄와 절도죄를 구별하는 역할을 한다. 본질적으로 사기죄는 피기망자(주로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이고, 절도죄는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행위자의 행위에 의하여 재물을 탈취하는 범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기죄를 자기손상범죄, 절도죄를 타인손상범죄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3) 처분행위와 관련하여, 피기망자에게 처분행위에 관한 주관적 인식, 즉 처분의사가 있어야 하는지, 그렇다면 처분의사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견해의 대립이 있다. 이 견해 대립은 사기죄의 처벌 범위를 달리 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4)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이에 관한 처분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입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처분의사의 구체적 의미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어떤 행위를 한다는 인식’으로 충분하다고 해석하는 반면, 반대의견은 ‘그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 즉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만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다수의견은 처분‘행위’에 관한 인식에, 반대의견은 ‘처분’행위에 관한 인식에 강조점을 둔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처벌 여부를 달리 보는 행위로는 ① 본건과 같은 서명사취 사안, ② 변종 보이스피싱 행위(예: 세금환급을 해 준다고 속이고 피해자를 현금인출기로 유인해 피해자 계좌에서 보이스피싱 계좌로 돈을 이체하도록 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위 사안에서 피해자(피기망자)는 어떠한 처분문서에 관한 서명?날인 행위 또는 현금인출기 작동 행위를 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있었으므로, 처분의사가 인정되고, 사기죄가 성립한다. 반면 반대의견에 의하면, 피해자(피기망자)는 처분문서의 내용과 같은 재산의 이전 또는 보이스피싱 계좌로의 자금 이체라는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었으므로, 처분의사가 인정되지 않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반대의견에 의하면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해 피해자를 더 심한 착오에 빠뜨리는 행위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비판한다. 반면 반대의견은, 처벌의 공백은 특별 입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데도(예: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등) 다수의견이 형법의 보장적 기능을 훼손하면서까지 범죄 구성요건을 무리하게 확대해석한다고 비판한다. 2. 서명사취 관련 법률관계 1) 대상판결에 따라 이제 서명사취의 방법으로 재산을 취득하는 행위도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그런데 판례는 명의인을 기망하여 문서를 작성케 하는 행위는 서명?날인이 정당하게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명의인을 이용하여 서명?날인자의 의사에 반하는 문서를 작성케 한 것이므로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본다(대법원 2000도778 판결 등). 그렇다면 서명사취의 방법으로 처분문서를 작성케 하고 이를 이용하여 타인의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 사문서위조죄, 동 행사죄와 사기죄가 함께 성립할 수 있다. 2) ‘서명사취’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인장사취’가 있다. 이는 용도 등을 속여 타인으로부터 도장을 받은 후 임의로 타인 명의의 문서를 작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인장사취 행위가 문서위조죄에 해당함은 물론이나, 사기죄 성립에 관하여는 판례가 이를 부정하였다(대법원 81도1732 판결). 반면 이제 서명사취의 경우는 피해자의 서명?날인행위가 처분행위로 인정됨으로써 사기죄가 성립하게 되었다. 사기죄 성립 여부에 있어서 서명사취와 인장사취는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셈이다. 3) 다만 서명사취의 방법으로 작성하든, 인장사취의 방법으로 작성하든 그 문서는 모두 명의자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된 위조문서라는 점은 같다. 따라서 설령 피해자 명의의 처분문서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서명사취 또는 인장사취에 의한 위조문서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그 처분문서 내용과 같은 법률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처분문서의 내용과 같은 법률효과가 발생할 수도 없다. 실제로 대상판결 사안에서 피해자 소유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민사소송을 통하여 근저당권 설정에 관한 의사 합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말소된 것으로 보인다. Ⅳ. 사견 처분행위는 범죄행위자의 행위가 아니라 피해자의 행위로서 책임주의 원칙과 관련이 없어, 피해자의 주관적 인식을 범죄행위자의 고의와 같은 정도로 엄격하게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기망행위가 어느 수준 이상 지능적이 되면 처벌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사기죄의 근본 취지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다수의견에 공감한다. 다만 반대의견이 민사법 분야와도 밀접하게 연결된 기본 범죄의 해석론을 너무 쉽게 변경한다고 우려한 뜻은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예컨대 이제 서명사취로 인한 피해자의 처분문서 작성행위는 민사법적으로는 법률효과를 발생케 하는 법률행위가 아니면서, 형사법적으로는 사기죄에서의 처분행위에 해당하게 되었다. 이 간극을 매끄럽게 해석하는 것도 향후의 과제라고 본다.
토지거래허가
토지소유자
대부업자
근저당권
사기죄
김일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2017-04-03
백형구 변호사(서울회)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1. 사실관계 피고인의 모친이 피고인의 부친을 살해하는 행위를 피고인이 방조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공소제기된 사건에서 검사는 수사기관이 수사단계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영상녹화물을 법원에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였으며 그 영상녹화물에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 참고인의 진술이 녹화되어 있다. 수사기관이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하면서 진술조서는 작성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은 검사가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영상녹화물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하였다. 제1심법원은 참고인의 진술이 영상녹화 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달리 피고인의 살인방조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하자 검사는 무죄판결에 대해서 항소를 제기한 후 항소이유서에서 참고인의 진술이 수록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령의 해석·적용을 잘못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검사가 항소기각판결에 대해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2. 판결요지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경우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의 진술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요지이다. 대법원 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할 필요를 느낀다.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형사소송법에는 없던 수사기관에 의한 참고인 진술의 영상녹화를 새로 정하면서 그 용도를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거나 참고인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규정내용을 영상물에 수록된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서 독립적인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의 규정과 대비하여 보면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에 따라 작성한 영상녹화물은 다른 법률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는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즉, 대법원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 진술을 영상녹화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이유로서 ①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영상녹화물의 용도를 참고인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實質的 成立의 眞正)을 증명하거나 참고인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하여 재생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과 ②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은 "……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 또는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술과 녹음이 일치한 사실이 인정되면 영상녹화물의 성립의 진정이 인정된 경우에 해당한다. 3. 판례평석 (1) 대법원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영상녹화물의 용도를 수사기관이 작성한 참고인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영상녹화물을 수사기관이 작성한 참고인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진술과 녹음의 일치)을 증명하는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그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해석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해석이다. 참고인의 진술이 녹화된 영상녹화물을 참고인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증명하는 증거(자료)로 사용한다는 것과 그 영상녹화물이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면서 진술조서를 작성하지 아니하고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 한 경우에 그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한다는 것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명백한 유죄의 증거를 배척하고 무죄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것은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한다. (2)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제2항을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실정법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즉,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경우 기억의 환기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그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할 수 있으므로 그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경우 필요한 때에는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할 수 있다고 하여 그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기억 환기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하게 한다는 것과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의 진술이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기억 환기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과 무관한 문제이다. (3) 대법원 판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제6항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영상녹화물(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에서는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의 진술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에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규정이 있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본문이 그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본문은 "전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자필이거나 그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4. 결 론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 한 경우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본문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참고인의 진술이 수록된 영상녹화물에 대해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 한 경우에는 원진술자인 참고인이나 영상녹화한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영상녹화물의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어야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의 진술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에 있어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진술과 녹음의 일치를 의미한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본문은 진술서 등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요건으로 자필 또는 서명·날인을 요구하고 있는데, 참고인의 진술이 수록(녹음)된 영상녹화물에는 진술자인 참고인의 서명·날인이 없고 참고인의 자필도 아니므로 증거능력의 인정 여부가 문제된다. 참고인의 진술이 영상녹화된 영상녹화물의 경우 그 진술과 녹음이 일치한 사실이 증명되면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야 하므로 참고인의 진술이 수록(녹음)된 영상녹화물의 경우에는 자필 또는 서명·날인은 증거능력의 요건이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는 범행현장을 촬영한 사진(현장사진)의 경우에는 서명·날인이 증거능력의 요건이 아닌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과의 관계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2014-10-23
박재혁 변호사(서울회)
실명법 이전의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와 소멸시효 중단사유
1.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은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23313 판결의 후속판결로써, 위 판결에서 다루어진 쟁점이 동일하게 다투어진 것이다. 쟁점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즉 과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체결된 명의신탁 약정의 경우에 명의수탁자는 어떠한 내용의 반환의무를 부담 하는가 또한 그러한 반환의무는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인가이다. 이러한 논의는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의 성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대법원은 위 2009다23313 판결에서 이 경우 명의수탁자가 부담하는 반환의무는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민법 제162조의 10년의 소멸시효기간에 걸린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근간은 본건 대상판결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위 사안에서의 원고 피고는 소멸시효의 중단을 둘러싸고 항변과 재항변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대상판결은 원고 피고 사이에 명의신탁관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어느 유형의 명의신탁인지 밝히고 있지 않았고,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2009다23313 판결을 참조판례로 적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본고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에 대해 유형론을 적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따라서 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의 내용은 언제나 부동산 자체(=등기명의의 회복)이 되어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으나(박재혁, '부동산명의신탁의 3대 과제', 진원사(2012. 11.) 참조), 이하에서는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를 소멸시효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대법원의 시각에서 본건 대상판결을 위 2009다23313 판결에 비추어 재음미해 보기로 한다. 2. 사실관계 1) 원고는 피고의 처삼촌이고, 피고는 1977년경 원고가 경영하는 회사에 입사하여 상무이사의 직에 오르기까지 승진하였고 1997. 5.경 퇴사하였다. 2)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는 매매계약서상 1989. 4. 24. 매도인 ○○○로부터 위 부동산을 매수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는 1989. 6. 12.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원고는 위 토지에 대한 등기필증을 보관해 오고 있다(이 사건 부동산 일부에 관하여 원고의 신청으로 2004. 7. 1.경 토지가 분할되고, 분할된 토지의 등기필증은 피고가 보관함). 3) 피고는 2004년까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재산세(토지분) 납부고지서를 송달받으면 이를 원고 회사 직원에게 건네주어 원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재산세를 납부해 왔고, 피고가 대외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보유함으로 인하여(=소유자별 토지분 과세표준 합산과 누진세율 적용으로) 종합토지세를 추가로 납부하게 되자 그 증가분 상당액에 관하여 원고로부터 정산을 받아 왔으며(같은 사유로 증액된 의료보험료에 관하여도 정산을 받음), 반면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 일부에 관하여 원고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토지분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소 제기 후인 2009. 9. 28. 처음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재산세를 납부하였다. 3. 원심판결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원심판결의 요지 이 사건 부동산은 원고가 피고에게 명의신탁한 부동산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의 경우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원고는 언제든지 위 약정을 해지하고 위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피고는 위 법 시행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소는 유예기간이 경과한 날인 1996. 7. 1.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된 사실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원고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으므로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소멸시효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고, 명의신탁계약 및 그에 기한 등기를 무효로 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점유 사용하여 온 경우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이는 위 법률을 위반한 경우임에도 그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결과로 되어 위 법률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종합토지세 등 정산금을 지급받아 왔으므로 이는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언은 믿기 어렵고,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대법원의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2004년까지 이 사건 부동산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원고의 소유임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취하였을 행태로서 정산금의 요청에 나아갔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반환요구를 거부하기 시작한 2004년경까지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하였다고 볼 것이다(파기환송). 4. 검토의견 1) 위 판결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소유권 이론이라 할 명의신탁 이론이 때아닌 소멸시효 논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유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권리일 뿐 아니라, 목적물에 대한 사용 수익권능을 그 핵심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 사용 수익이 뒷받침되는 한 소유권이 소멸시효에 걸려 소멸할 수 없고, 이러한 의미에서 소유권의 귀속 여부를 소멸시효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2)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동산 자체에 대한 반환청구권의 법적성질이 법률의 규정에 의한 청구권이라고 보아 그 소멸시효기간이 10년이라고 판시하고 있고, 이러한 의미에서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권을 물권적 청구권이 아닌 채권적 청구권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명법 이전의 명의신탁에서 대법원은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신탁해지를 하고 신탁관계의 종료 그것만을 이유로 하여 소유 명의의 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 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하고 소유권에 기해서도 그와 같은 청구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양 청구는 청구원인을 달리하는 별개의 소송이라 할 것이다."라고 해석하여 왔다(대법원 1980. 12. 9. 선고 79다634 전원합의체판결 ; 동지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5171 판결 등). 3) 그렇다면 부동산실명법의 금지가 종전의 명의신탁자에 의한 소유권 보유 내지 회복 그 자체에까지 미친다고 보지 않는 이상, 물권자로서의 회복권능은 여전히 명의신탁자에게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은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현저하다(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5157 판결 참조). 뿐만 아니라, 부동산실명법이 정한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는 불이익은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을 부과받는 것에 지나지 않고(법 제12조), 유예기간이 지남으로써 명의신탁자의 물권자체가 소멸하거나, 그 유예기간 경과 후에는 명의신탁자의 회복권능에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며,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 명의신탁자 아닌 제3자에게 귀속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 할 것이다. 4) 앞서 대법원은 2009다23313 판결에서, 명의신탁자의 소멸시효 중단 주장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법 위반자에게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판시하면서,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사용 수익한 사정만으로는 소멸시효 중단을 인정할 수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명의수탁자가 종합토지세와 의료보험료에 관하여 명의신탁자에게 정산을 요구하면서 정산금 상당액을 받아왔다면, 이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명의신탁자의 소유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취하였을 행태(이하 자인행태)"로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5) 그러나 이러한 자인행태는 모든 명의신탁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고, 특히 사용 수익관계는 소유권자가 누구인지를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대외적 소유자로 취급됨에 따른 불이익의 금전적 보상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점유 사용에 대한 차임 상당액을 요구하는 경우란 존재할 수 없다. 소유권과 용익권능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가사 신탁부동산을 명의수탁자가 점유 사용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의 사용을 허여해 준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 6) 대상판결의 문제점은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하면서도 그 중단 내지 승인의 사유로써 명의신탁에 특유한 사정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상판결의 이론에 의하면, 명의수탁자는 소멸시효 항변을 할 수는 있으나 그 항변은 언제나 배척될 수밖에 없고, 결국 표면적으로는 소멸시효 문제로 접근하나 실제에 있어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과 사실상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5. 결론 2009다23313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실명법 이전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그 부동산 자체의 회복은 법률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본건 대상판결로써 위와 같은 입장은 급선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재산세를 누가 냈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누가 용익권을 행사했느냐 하는 문제가 더욱 소유권의 본질에 가까운 문제이고, 이러한 의미에서 대상판결은 그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 할 것이나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소유권을 소멸시효의 중단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점은 추후 재검토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2013-11-25
최승재 교수·변호사(경북대 로스쿨)
장외파생상품 투자 펀드 사건에 대한 소고
I. 사건의 개요 우리금융지주그룹 산하의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이하, '판매회사들'이라고 한다.)은 2005년 11월과 12월에 걸쳐 "우리 Power Income 파생상품투자신탁"(이하 '우리파워인컴펀드') 제1호 및 제2호를 판매하였다. 그런데, 판매 당시 안정성이 강조되던 이 펀드는 펀드 설정일 이후부터 점차 기준가가 하락하더니 2008년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을 전후하여 기준가가 급락하면서 손실액이 확대되어 현재 1호 펀드는 -75%, 2호펀드는 -95%의 손실을 기록하였다. 이 사건 펀드는 복수의 해외 특정 주권의 가격에 연계된 CEDO(Collateralized Equity and Debt Obligations)Ⅱ라는 장외파생상품 중 "Tranche K : 원금비보호형 자산담보 고정금리 2011년 만기채권(Non-Principlal Protected Asset-Backed Fixed Rate Notes due 2011, 이하 '이 사건 장외파생상품'이라 한다)"을 주된 투자대상으로 하고 '5년 만기의 국고채 금리 + 연 1.2%'를 예상수익률로 하며 6년 2주(2011. 11. 22.)를 만기로 하는 단위형·공모형 파생상품투자신탁으로서, 아래에서 살펴 볼 이 사건 장외파생상품의 수익구조와 연계되어 '펀드 이벤트'의 발생횟수가 58 미만일 경우에는 원금 전액을 지급하고, 위 이벤트 발생횟수가 58 이상일 경우에는 원금 × {1 -(펀드이벤트 수-원금보존 이벤트 수) / (최대손실이벤트 수-원금보존 이벤트 수)}를 지급하도록 설정되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사건의 경우 원고는 무학문맹으로서 이 사건 펀드 가입 전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한 경험이 없었던 자였다. 원고는 이 사건 펀드에 가입하면서 투자신탁상품 신규가입·청약신청서를 작성하고, 투자설명서 교부 및 주요내용 설명확인서, 고객상담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하여 이를 피고 은행에 교부하였는데, 고객상담서에는 부동문자로 "이 상품은 실적배당형 상품임을 설명 들었음", "이 상품의 수익구조에 대해 충분히 설명 들었음"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원고는 각 확인란에 "0" 표시를 하였으며, 피고 은행 대송지점 PB 담당 차장은 상품요약서, 상품제안서를 펼쳐 놓고 원고에게 "이 사건 펀드는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으로 6년간 매 분기마다 고정적인 수익을 지급한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A3 등급을 부여해 원금상환가능성이 국채 수준 정도로 평가된다"는 내용의 설명을 하고 위 상품요약서 및 상품제안서를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그러나 담당직원은 원고에게 이 사건 펀드에 관한 투자설명서나 약관을 실제로 제시하거나 교부하지는 않았다. II. 사건의 경과 1. 서울남부지방법원 2009. 8. 14. 선고 2008가합20578판결의 요지 손해배상책임의 점에 대해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피고 우리자산운용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 자산운용회사는 적합성의 원칙,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판매은행으로 하여금 투자자에게 펀드상품의 거래에 수반하는 위험성이나 투자내용에 관하여 정확한 인식을 형성하는 데 장애를 초래할 정도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였음이 인정되므로, 판매은행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보았다. 또 피고 판매은행도 은행원이 펀드가입을 권유하면서 펀드의 고수익성과 안전성만 강조하면서 운용방법이나 만기시 원금손실 가능성 등을 설명하지 않고 투자설명서의 제시·교부도 하지 않은 채 장외파생상품과 연관된 투자상품에 관하여 문외한인 고객들을 상대로 펀드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는, 고객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고객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로서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은행이 그 담당직원의 사용자로서 고객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2. 서울고등법원 2010. 8. 12. 선고 2009나87852 판결의 요지 서울고등법원은 자산운용회사와 판매은행의 불법행위책임을 1심법원과 같이 인정하였다. 증권투자신탁에 대한 투자는 원칙적으로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투자자가 투자에 대한 결과책임을 부담하게 되나, 증권회사와 투자자 사이의 정보의 현저한 비대칭성을 감안하면, 자기책임의 원칙은 위험부담의 중요한 사항인 투자신탁의 구성, 투자대상, 투자비중 등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이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결정이 적정하게 이루어질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보았다. 자산관리회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신탁재산을 관리할 책임을 지고 간접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므로, 투자자에게 투자종목이나 대상 등에 관하여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배려하고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므로(대법원 2007. 9. 6. 선고 2004다53197 판결 등), 자산운용회사로서는 판매회사에 신탁재산에 관한 유리성(안정성·수익성 등)에 과도하게 치우친 설명·정보제공을 하거나 위험성에 관하여 과소하게 설명·정보제공을 할 것이 아니라, 제공된 정보의 균형성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한편 판매은행은 담당직원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는 바, 판매은행은 고객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자로서, 장외파생상품과 연관된 투자상품에 관하여 문외한인 원고에 대한 피고 은행의 담당직원의 이러한 펀드 가입권유행위는 원고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원고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로서 고객인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III. 검토 1.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76382판결의 요지 이 사건 대법원의 판시에서 유의할 점은 판매회사는 수익증권 판매에 있어 단순히 자산운용사의 투자설명서나 판매보조자료를 신뢰하여 이를 설명한다고 해서 투자자보호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며, 나아가 투자설명서 등의 의문이 있는 점에 대해서 확인하여 이를 보완하여 판매하는 상품의 위험과 수익에 대하여 균형성을 갖춘 설명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였다. 한편 판매회사의 지위에 대하여도 자산운용회사의 대리인이 아니라 판매의 주체로서 투자자의 거래상대방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는 지위에 있음도 확인하였다. 또한 자산운용회사는 수익증권의 판매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수익증권의 판매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투자신탁의 설정자 및 운용자로서 투자신탁에 대하여 제1차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시켜야 할 지위에 있으므로, 이러한 자산운용회사로서는 판매회사나 투자자에게 투자신탁의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와 이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하였다. 그러므로 자산운용회사가 판매회사에 제공한 투자설명서에 충실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는 점만으로 자산운용회사가 투자자보호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며, 제공되는 투자설명서 등에 담긴 정보가 균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투자자를 오도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아서는 안된다고 보았다. 2.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고객보호의무의 법리에 기초하여 직접 판매를 하는 판매회사와 자산운용회사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 판결은 증권투자신탁에서 위탁회사가 판매회사와 수익증권 판매위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수익증권의 판매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투자신탁의 설정자 및 운용자인 위탁회사는 수익증권의 판매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로서 투자신탁약관을 제정하여 미리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후 그 약관에 따라 수탁회사와 함께 증권투자신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수탁회사와 공동으로 증권투자신탁을 설정하고, 투자신탁설명서를 작성하여 수익증권을 취득하고자 하는 자에게 제공하여야 하며, 선량한 관리자로서 신탁재산을 관리할 책임을 지며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므로, 투자자에게 투자종목이나 대상 등에 관하여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배려하고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판매회사의 경우에도 단순히 투자설명서 등의 내용을 설명함에 그치면 면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투자설명서 및 설명보조자료를 분석하고, 분명히 숙지하여 균형성 있는 설명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판매은행의 주의의무내용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다만 1심은 중과실을 인정하여 착오취소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투자상품 계약체결과정에서 계약체결 동기와 관련하여 그간 대법원이 취한 유발된 동기의 착오와 관련된 중과실 판단기준(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6210 판결 등)을 적용할 여지는 없었는지에 대하여 논의의 실익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1-11-07
백형구 변호사(서울)
부적법한 정식재판청구와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
1. 사실관계 (1) 약식명령에 대하여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는데 그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인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되었다. (2)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한 법원공무원은 청구인(피고인)에게 기명날인의 보정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그 정식재판청구서를 그대로 접수했다. (3) 그 정식재판청구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서부지방법원 단독판사는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된 경우는 정식재판의 청구가 법령상의 방식에 위반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455조 제1항에 의하여 결정으로 정식재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4) 그 기각결정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고(즉시항고)를 제기하자 항고법원은 제1심과 동일한 이유로 피고인의 항고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하였으며, 위 항고기각결정에 대하여 피고인이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하자 대법원은 제1심법원과 동일한 이유로 피고인의 재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면서, 방론(傍論)으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는 부적법하나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는 허용된다는 견해를 표시하고 있다. 2. 대법원결정의 요지 독자들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대법원의 기각결정을 원문 그대로 인용하고자 한다.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의 청구는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453조 제2항), 공무원 아닌 자가 작성하는 서류에는 연월일을 기재하고 기명날인(인장이 없으면 지장을 사용)하여야 하는 것이므로(형사소송법 제59조),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의 기명날인이 없는 경우에는 정식재판의 청구가 법령상의 방식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 청구를 결정으로 기각하여야 하고, 이는 정식재판의 청구를 접수하는 법원공무원이 청구인의 기명날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보정을 구하지 아니하고 적법한 청구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여 청구서를 접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법원공무원의 위와 같은 잘못으로 인하여 적법한 정식재판청구가 제기된 것으로 신뢰한 채 정식재판청구기간을 넘긴 피고인은 자기의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의하여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때에 해당하여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을 구할 수 있을 뿐이다.」 즉, 약식명령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인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된 경우는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의 청구가 법령상의 방식에 위반된 경우(형사소송법 제455조 제1항)에 해당되므로 그 정식재판청구를 결정으로 기각하여야 하나, 한편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하는 법원공무원이 청구인인 피고인에게 기명날인의 보정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그 정식재판청구서를 그대로 접수한 경우는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정식재판의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은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결정의 내용이다. 이 대법원의 견해에 의하면 약식명령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를 기각한 결정이 확정된 후에도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가 허용된다. 3. 판례평석 (1) 재항고기각결정의 이유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가 법령상의 방식에 위반하거나 청구권의 소멸 후인 것이 명백한 때에는 결정으로 그 청구를 기각하여야 하며(형사소송법 제455조 제1항), 약식명령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인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된 경우는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가 법령상의 방식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고, 항고법원의 항고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이유는 그 항고기각결정이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에 위반되고 그 위법이 재판에 영향을 끼친 때로 제한되고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415조), 피고인의 재항고를 기각하는 대법원의 결정이유는 타당하다. (2)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 대법원은 약식명령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인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하는 법원공무원(이른바 창구직원)이 청구인에게 기명날인의 보정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그 정식재판청구서를 그대로 접수한 경우는,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피고인이 정식재판의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이 견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가능하다. ①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는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을 하지 못하여 정식재판청구권이 소멸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므로, 피고인이 정식재판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한 경우는 그 정식재판청구가 부적법한 경우에도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은 문제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경우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으나 그 청구가 부적법한 경우를 혼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②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에 관한 대법원결정에 의하면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에 대한 법원의 기각결정이 확정된 후에도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가 허용되는데,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는 법원의 결정(기각결정)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을 인정한다는 것은 심히 불합리하다. 이는 상소제기의 부적법을 이유로 한 상소기각결정이 확정된 후에 상소권의 회복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과 동일한 논리이다. ③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기간 내에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것이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때에 한하여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가 허용되는데(형사소송법 제458조, 제345조), 피고인이 약식명령에 대해서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정식재판청구서에 기명날인을 하지 아니한 것은 피고인이 책임져야 할 사유에 해당하므로 정식재판청구서에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된 경우를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해당시키는 대법원의 결정은 이론적 합리성이 없다고 본다. ④ 대법원결정은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하는 법원공무원이 청구인에게 정식재판청구서에 대한 기명날인의 보정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정식재판청구서를 그대로 접수한 잘못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정식재판청구기간을 넘겼으며, 이는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정식재판의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때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하는 법원공무원에게는 기명날인의 보정을 요구할 법률상 의무가 없으며, 정식재판청구서에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된 책임은 법원공무원에게 있지 아니하고 정식재판청구서의 작성자인 피고인에게 있으므로, 법원공무원의 잘못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정식재판청구기간을 넘겼다는 대법원결정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⑤ 따라서 약식명령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인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하는 법원공무원이 청구인(피고인)에게 기명날인의 보정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그 정식재판청구서를 그대로 접수한 경우는,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피고인이 정식재판의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따라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이 확정된 후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약식명령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는 부적법한데 부적법한 정식재판청구에 대한 기각결정이 확정된 후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는 허용된다는 대법원결정에 대해서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하는 법원공무원의 권한·책임·의무에 관해서는 다른 각도에서 깊이 있는 고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2008-10-13
도두형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회사 경영권 분쟁과 업무방해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1998년 9월경 피해자로부터 2,000만원을 투자받아 피해자 및 공소외 7 등과 동업해 공소외 5 회사를 운영하면서 1999년 1월1일부터 2001년 12월31일까지 철원군의 폐기물 수집, 운반사업을 대행해 왔는데, 철원군과의 위 사업대행기간이 만료되어 자동으로 재계약이 되면 피해자를 공소외 5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시켜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후 위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 몰래 자신이 설립한 공소외 1 회사 명의로 철원군의 입찰에 참여해서 낙찰을 받는 등 배신적 행위를 했고, 약속 위반이 드러날 때마다 권리양도 계약서, 포기각서 등을 작성해 주었으나 새로운 약속도 전혀 이행하지 않자 피해자는 2004년 3일경 피고인을 사기죄로 고소했고 그 무렵 공소외 1 회사의 명목상 대표이사인 공소외 6, 이사인 공소외 10 및 피고인이 피해자를 만나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모든 권한을 피해자에게 양도하기로 구두로 합의한 다음, 이에 따라 2004년 4월8일 위와 같은 내용의 이행합의서를 작성해서 공소외 6, 공소외 10이 이에 날인했고 이에 비로소 피해자가 위 고소를 취소했다. 피고인은 2004년 7월15일경 여전히 피고인을 공소외 1 회사의 사실상 대표이사로 알고 있는 회계책임자 공소외 3에게 요구하여 공소외 1 회사 법인통장 5개와 법인인감을 받은 후 같은 달 19일 및 23일 그 중 3개의 통장에서 합계 3,347만원을 인출해 피고인 혼자만 알고 있는 공소외 1 회사의 다른 법인계좌에 입금했고, 같은 해 8. 2. 위 회사 사무실 출입문을 오토바이 자물쇠로 잠가 공소외 2 등 직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검사는 피고인에 의한 위 자금 이체 행위를 위계에 의한 업무집행방해죄로, 직원들의 회사 출입을 방해한 행위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행위로 각 기소했다. 검사의 기소에 대해 1심 법원인 의정부지방법원은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했고, 항소심인 동 법원 항소부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해 피고인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2. 대법원의 판단의 요지 대법원은 먼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일정기간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는 것을 말하며,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한 후, “따라서 어떠한 업무의 양도양수 여부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양수인의 업무에 대한 양도인의 업무방해죄가 인정되려면, 당해 업무에 관한 양도·양수합의가 존재해야 함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그 합의에 따라 당해 업무가 실제로 양수인에게 양도된 후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양수인의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됨으로써 타인, 특히 양도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회사 운영권의 양도·양수 합의의 존부 및 효력에 관한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양수인이 비정상적으로 회사의 임원변경등기를 마친 것만으로는 회사 대표이사로서 정상적인 업무에 종사하기 시작했다거나 그 업무가 양도인에 대한 관계에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워, 양도인의 침해행위가 양수인의 ‘업무’에 대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이와 결론을 달리한 원심 판결을 업무방해죄의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을 이유로 파기, 환송했다. 3. 쟁 점 이 사건 판결은 회사 운영권 양도가 중도에서 좌절되고 양수인이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양도인을 형사고소한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회사 운영권 양도시 보호되는 양수인의 업무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판시하고 있다. 이하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보호되는 업무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그 요소별로 검토한 후 이 사건 판례의 타당성 유무를 살펴보기로 한다. 4. 검 토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업무’는 행위의 객체인 동시에 보호의 대상이 된다. 여기서 업무라 함은, 사람이 사회적 지위에 기해 계속 행하는 사무의 일체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 대법원은 종래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면 되고,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어떤 사무나 활동 자체가 위법의 정도가 중해서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도2214 판결, 2001. 11. 30. 선고 2001도2015 판결, 2002. 8. 23. 선고 2001도5592 판결 등 참조). 업무방해죄의 ‘업무’는 어느 정도 계속성을 갖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1회성의 업무는 여기의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1회 한정 업무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어느 정도 계속 행해질 것이라면 업무로서 보호된다. 같은 취지에서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해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의 일체를 의미하고, 그 업무가 주된 것이든 부수적인 것이든 가리지 아니하며, 일회적인 사무라 하더라도 그 자체가 어느 정도 계속하여 행해지는 것이거나 혹은 그것이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행해 온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도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8701 판결). 업무방해죄의 ‘업무’는 직업 등과 같이 사회적 활동의 기반으로서의 업무일 것이 요구되므로 개인생활상의 행위는 설사 그것이 계속 반복적으로 행해진다고 하더라도 여기의 업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법인이나 단체는 원래 특정한 사회활동을 할 것을 목적으로 조직된 것이고 그 목적 수행을 위한 활동은 대체로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초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개인의 경우에는 사회생활과 개인생활의 구분이 그다지 명확하지 않고 그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가정에서의 일상생활 활동, 취미오락으로서의 활동은 반복적으로 행해지더라도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업무방해죄는 사실상 평온하게 행해지는 타인의 사회적 활동의 자유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그 업무의 적법성에 관해서는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의 공무의 적법성만큼의 엄격함이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업무개시의 원인이 된 계약의 민법상의 유·무효, 업무에 관해 필요한 행정상의 허가의 유무 등은 반드시 업무의 보호 가치성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6도382 판결). 따라서 현재의 권리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이 없다 하여도 업무방해죄의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당한 업무가 될 수 있다. 5. 이 사건 판례의 검토 이 사건에 있어서 대법원은 회사 운영권 양도·양수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한 상황에서 양수인의 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 업무가 되기 위하여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될 것이 필요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첫째, 양도·양수 합의의 존재가 인정돼야 할 것, 둘째, 양도·양수 합의에 따라 당해 업무가 실제로 양수인에게 양도된 후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양수인의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됨으로써 타인, 특히 양도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를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 간에 공소외 1 회사의 운영권 양도·양수에 관한 합의가 존재함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달리 판단한 점을 지적하면서, 설사 양도·양수에 관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이 2004. 6.경부터 이미 공소외 1 회사 사무실 출입문에 ‘소송관계로 인하여 본 사무실을 무단침입하는 자는 형사고발됨’이라는 경고문을 붙이고 이중잠금장치를 한 바 있으며, 피고인으로부터 법인인감 등을 건네받지 못한 피해자는 공소외 1 회사의 명목상 대표이사였던 공소외 6의 협조를 얻어 인감분실신고를 한 후 새로 만든 법인인감을 이용해 법무사 사무실에서 주주명부, 임시주주총회 의사록 및 이사회 회의록 등 각종 서류를 작성한 다음 주식양도신고 및 임원변경등기신청 등을 했고, 이와 같은 사실을 2004. 7. 말경에게 피고인에게 통보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사정이 그러하다면, 공소외 1 회사의 운영권 양도 양수 합의의 존부 및 그 효력을 둘러싸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적법한 양수인이라고 주장하는 피해자에 의하여 비정상적으로 임원변경등기가 이루어진 것만으로는 피해자가 공소외 1 회사 대표이사로서의 정상적인 업무에 종사하기 시작했다거나 그 업무가 공소외 1 회사의 기존 운영자인 피고인과의 관계에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우며, 또 그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등의 공소외 1 회사 사무실 출입을 막은 것이 공소외 1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6. 결 론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종래 판례, 학설상 인정되어 온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인 업무의 개념을 기초로 회사 운영권 분쟁의 상황에 있어서 업무의 사회적 활동 기반성, 보호 가치성 유무를 판단하고 있는바, 그 결론에 있어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회사의 운영권이 이전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고 이를 둘러싼 분쟁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분쟁이 발생한 경우 회사 운영권 양도를 실현하려고 하는 측과 이를 저지하려고 하는 측은 충돌할 수 밖에 없고 이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형사상 가능한 법적 조치를 취하기 마련이다. 특히 경영진의 진퇴와 관련하여 전, 현 경영진이 상대방을 업무방해죄로 형사고소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 사건 판결은 종래 통설, 판례에 의해 인정되어온 업무방해죄의 업무의 개념을 회사 운영권 관련 분쟁에 적용한 것으로서 향후 회사 운영권의 양도나 M&A와 관련된 분쟁에 있어서 참고가 될 사례라고 생각된다.
2008-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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