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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법리
Ⅰ. 들어가며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사전수뢰죄로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1999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기각하였다. 필자가 검토한 결과 사전수뢰죄에 대한 판례는 그 사례가 매우 적을 뿐더러, 현실에서 주로 나타나는 '묵시적 청탁'과 관련된 사례는 더더욱 찾기 어려웠던 바, 그러한 이유로 시일이 많이 경과하였음에도 위 판결이 법원 결정의 근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판결을 확인한 결과 법이론의 측면 뿐만 아니라 실무상 형평의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있어 이하에서는 이를 검토해 보도록 한다. Ⅱ. 사안 피고인은 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국회의원직을 사임하였고, 자치단체장 선거일 며칠 전 B회사의 A사장으로 부터 민원과 관련한 현안에 대하여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조로 2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받았다. 그 후 당선이 되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취임하였다. 이와 같은 사안을 형법 제129조 제2항에 규정된 사전수뢰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었다. 당시 B그룹의 A가 조성한 비자금은 수십억원에 이르렀는데, 검찰은 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여 비자금이 사용된 내역 중 정치인들 30여명의 명단을 확보한 다음 그 중 일부 정치인들을 수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하였고, 8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 나머지 25명에 대해서는 그들이 받은 돈이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 선거자금 내지 후원금인 것으로 보아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검찰은 피고인을 자치단체장에 취임하기 직전 2억원을 받은 사실로 인한 사전수뢰죄 혐의로 불구속기소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1심 재판부인 서울지방법원 제30형사부는 1997. 12. 29. 사전수뢰죄는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청탁과 승낙이 있어야만 성립한다'고 하면서, 피고인이 받은 2억원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의 대가로 전달된 청탁금 또는 정치자금에 불과'하다고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찰은 항소, 상고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에서 모두 항소기각, 상고기각되었다. Ⅲ. 판결요지 및 쟁점 사전수뢰죄에서 구성요건으로 규정하는 '청탁'의 구체성과 특정성의 요부 및 그 정도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그 법리에 대하여 명확한 구체적 설시를 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원심이 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구체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하여 원심(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98노193호 판결도 구체적인 사전수뢰죄의 청탁의 구체성에 대한 법리 설시 없이 1심인 서울지방법원 97고합436호 판결의 취지를 인용하였다)과 1심의 사전수뢰죄에 대한 법리를 그대로 수긍하였는바, 아래에서는 사전수뢰죄에서의 '청탁'의 해석론을 구체적으로 밝힌 1심 판결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Ⅳ. 평석 1. 1심 판결의 요지 이 사안에서 1심 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청탁을 받고'라는 구성요건을 강조하면서 범죄성립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부탁과 그에 대한 승낙"이 있을 것을 요하고, 청탁과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나,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사전수뢰죄의 '청탁'에 대한 해석 일반 1) 학설의 일반적인 설명 이에 대하여 학설은 『청탁이라 함은 공무원에 대하여 일정한 직무행위를 할 것을 의뢰하는 것을 말하며, 「청탁을 받고」란 그러한 의뢰에 응할 것을 수락하는 일체의 행위사정을 말한다. 부정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정당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묻지 않으며, 청탁과 약속이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또 이 경우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김일수, 서보학, 박상기, 정성근, 박광민). 원래 형법전에 「청탁을 받고」라는 용어가 나타난 것은 구 형법이 「전항의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라 하여 그 죄책을 무겁게 규정한 데서 비롯되었으나 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의 유무는 죄책의 경중에 대한 표준이 되지 못하고 오직 그 직무와 그에 대한 대가관계의 유무를 결정하는 하나의 표준이 되는데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하여 왔는데, 현행법이 일본 형법 가안의 영향을 받아 단순수뢰죄의 경우는 이를 삭제하고 본죄에 있어서는 행위의 주체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이므로 뇌물과 직무와의 관계가 명확하지 아니하다고 보아 청탁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한 것이다』고 하여 직무행위가 특정될 필요는 없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으로 족하다고 설명한다. 2) 일본 학설 및 판례의 태도 일본 형법은 제197조 제1항 전단에서 '단순수뢰죄'를, 같은 항 후단에서 "이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하여 '단순수뢰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인 이른바 '수탁수뢰죄'를, 같은 조 제2항에서 "공무원 또는 중재인으로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 공무원이 된 경우"라고 하여 '사전수뢰죄'를 각각 규정하고, 그 '청탁'의 의미를 '수탁수뢰죄'와 '사전수뢰죄'에서 동일하게 해석하고 있는바, 우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위 규정에 대하여 일본의 학설 및 판례는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뇌물의 공여 자체에 따라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가 보여지면 족하다"고 하고, "청탁은 반드시 뇌물공여 사전에 명시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뇌물공여하는 것 자체에 의하여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를 표시하는 것도 청탁에 다름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다만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행위가 어느 정도 구체성을 갖는 것을 필요로 한다고 하면서, 이는 '수탁수뢰' 가중처벌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결국 일본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이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다는 것 그리고 직무행위는 어느 정도만 구체성을 띠면 충분하다는 것은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논리라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판결에 대한 검토 그러나 위 1심 판결은 "청탁과 승낙은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공무원의 직에 취임한 후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은 여기에서의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서 일반적인 학설, 일본의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는 해석을 근거 없이 배척하고, '청탁'의 해석을 위하여 '부정한 청탁'에 대한 배임수재죄의 해석을 끌어들였는데, 국가적 법익죄의 해석에 개인적 법익죄의 해석론을 차용하는 것은 전체 형사법체계에 비추어 맞지 않고,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뇌물죄의 청탁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마땅한 기준이 없다면 같은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해석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 뇌물죄에서의 다른 대법원 판례와의 비교 오히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요하는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의 '부정한 청탁'에 대하여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도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묵시적인 의사표시라도 무방하며, 실제로 부정한 처사를 하였을 것을 요하지도 않는다"(대판 2004도1632호)고 판시하고 있다. 위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인 서울지방법원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면서 ① 공여자와 C가 처음 만나게 된 것이 관광지구 신청이 이루어질 무렵인 점(1995. 6.경 선거 무렵), ② C는 도지사로서 관광지구 지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③ 불과 1년전에 관광지구에서 제외된 부동산이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④ 인근 부동산에 관광지구로 신청된 것 중 공여자의 토지만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등을 비추어 C에게 대가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함이 합리적이라고 하여 "관광지구 지정"이라는 직무행위에 대한 '명시적'이고, '구체적' 청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유죄로 인정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이 부분에 상고하였지만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었다. 위와 같이 국가적 법익죄인 제3자뇌물수수죄에서의 '부정한 청탁'에 대해서도 '묵시적'이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을 갖는 직무행위라면 그 청탁을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인데, 사전수뢰죄에서만 이를 달리 볼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인 1심 판결의 사전수뢰죄의 법리해석은 이렇듯 그 이후에 다수 축적된 '청탁'의 법리와 모순을 보이고 있다. 2) 지방자치단체 長인 시장의 직무행위의 포괄성 :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의 필요성 또한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경우에는 그 직무권한이 포괄적이어서 달리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 '직무'와 '뇌물' 사이의 대가관계는 반드시 개개 직무행위에 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성립할 필요는 없으며, 관련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것인 한 일반적·포괄적인 것이라도 상관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김일수, 정성근, 진계호 등)이다. 이러한 해석에 입각하여 대법원은 소위 '포괄적 직무관련성'(내지 포괄적 대가관계)에 대한 법리를 확립하였는데, 이는 대법원이 소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대법원 96도3376호 판결)에서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가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판시한 사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이는 대통령의 업무가 국정 전반에 걸쳐 포괄적이고 막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통령의 지위를 정확하게 반영한 취지라고 할 것이고 대법원은 국회의원에게도 위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대법원 97도2609호 판결)하고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포괄적, 광범위한 직무권한에 기초한 '포괄적 직무관련성'의 법리는 행정권에 대한 견제기능이 주권한이 되는 국회의원보다는 관할구역 내에서 대통령 못지 아니한 포괄적이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이 학설의 태도이고, 위 견해 역시 평석 대상 사건의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 취지는 ① 사전수뢰죄와 일반수뢰죄가 다를 것이 없는 점, ② 관할구역에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직무권한을 가진 단체장에게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을 포기하고, '갑자기' 구체적 직무관련성을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점, ③ 부산제강소의 현안문제를 잘 처리해달라는 것이 어찌 구체적 청탁이 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는 점 등인데, 마지막에서 제시한 것은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특히 두 번째 지적사항은 관할구역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및 그동안의 대법원이 일관되게 판시한 포괄적 뇌물죄 법리에 비추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3) 형평성의 문제 또한 이 사건과 같이 당선개연성이 매우 높은 차기 시장에게 직무행위에 대한 엄밀한 구체성, 특정성을 요구하면, 퇴임을 앞두고 있어 실질적 권한 없는 현직 시장이 금원을 수수한 경우보다 처벌가치가 훨씬 큼에도, 현직 시장은 직무관련성만 인정되어도 처벌가능한 반면 차기 시장은 처벌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Ⅴ. 결론 : 사전수뢰죄에 대한 최초의 판단인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선례로서의 가치가 극히 낮아 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대상 판결은 앞서 인용한 것처럼 서보학 교수가 지적하듯 사실관계 인정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법리적인 '청탁'의 해석에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학설의 견해, 같은 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 형법과의 비교,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직무권한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뇌물죄에서 다른 대법원 판례가 견지하는 '청탁'에 대한 해석 등 어떤 것과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법원공보에 실리지 않았을 뿐더러, 법원의 내부전산망에서조차 키워드 검색이 불가능한 관계로 그 동안 학계나 실무계에서 충분히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사전수뢰죄 법리의 정립을 위해서도 위 판례는 조만간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2-02-16
적법한 임의동행의 요건
I. 사실관계와 경과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절도혐의로 긴급체포할 의사로 피고인의 집 부근에서 약 10시간 동안 잠복근무를 한 끝에 새벽에 집으로 귀가하는 피고인을 발견하고 4명이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다가가 피고인을 둘러싼 형태로 경찰관들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이에 피고인이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공소외 타인의 진술 외의 보강증거가 없었기에 경찰관들은 피고인에게 임의동행을 요청하여 경찰서로 데리고 갔는데, 경찰관들은 피고인에게 동행 요구에 대해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사전 고지하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피고인을 경찰서에 동행한 후 대질신문을 진행하였고 임의동행이 이루어진 6시간 상당이 경과한 후 피고인에게 범죄사실의 요지, 긴급체포의 이유,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고 긴급체포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관리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경찰서를 빠져나가 도주하였다. 원심인 춘천지방법원은 (1) 피고인에 대한 임의동행은 경찰관들의 심리적 압박 하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임의성을 결여하였으므로 그 실질은 체포에 해당하며, 당시 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은 채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는 등 긴급체포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도 준수하지 않은 이상 위 강제연행은 불법체포에 해당한다, (2) 임의동행 이후 경찰서에서 이루어진 긴급체포도 형사소송법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에 불법이다, (3) 따라서 피고인은 불법체포된 자로서 형법 제145조 제1항 소정의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아니므로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라고 판시하였다(춘천지방법원 2005.8.26. 선고 2005노429 판결). 그리고 대법원은 평석대상판결에서 이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과정에 아무 잘못이 없음을 확인하면서, 임의동행의 적법성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II. 형사소송법과 경찰관집무집행법상 임의동행의 요건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임의수사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바,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할 수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1항에 의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 대하여 임의적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 한편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관은 ‘거동불심자’에 대하여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으며(제3조 제1항), 이 ‘거동불심자’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당해인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질문하기 위하여” 부근의 경찰관서로 동행을 요청할 수 있다(제3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1항의 피의자신문의 경우 피의자는 출석의무가 없고 진술거부권이 있다는 점에서 임의수사이며,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임의동행의 경우도 질문상대방이 그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으며 동행요구를 언제든지 거절할 수 있으므로 임의수사임은 틀림없다(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7항).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에 의거한 임의동행도 강제수사라는 학계의 소수설이 있지만[신동운, 『형사소송법』 (제3판, 2006), 114면], 학계의 다수설은 이를 임의수사로 파악하고 그 과정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III. 사안분석 1. 임의동행과 체포의 구별기준와 적법한 임의동행의 요건 제시 대법원은 임의동행에서의 임의성은 동행의 시간과 장소, 동행의 방법과 동행거부의사의 유무, 동행이후의 조사방법과 퇴거의사의 유무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3.11.23. 선고 93다35155 판결). 대상판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즉, 동행을 요구받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는가 여부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경찰관 4명이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다가가 피의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을 동행한 점, 경찰관들이 동행을 요구할 당시 피고인에게 그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음을 말해주지 않은 점, 피고인이 경찰서에서 화장실에 갈 때도 경찰관 1명이 따라와 감시했다는 점 등을 주목하면서, “비록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동행할 당시에 물리력을 행사한 바가 없고,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 위에서 본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사법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합리적 인간이 생각하여 자신이 그 자리를 떠날 수 없겠구나 라고 믿는 상황이라면 이는 ‘정지’의 정도를 넘어서는 ‘체포’이며[U.S. v. Mendenhall, 446 U.S. 544 (1980)], ‘임의동행’된 시민의 행동의 자유가 “공식적인 체포의 정도로까지 제약되는 순간”[Berkemer v. McCarty, 468 U.S. 420 (1984)] 당해인은 체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동일하다. 그리고 대법원은 임의동행이 적법할 수 있는 요건을 제시한다. 즉, “아직 정식의 체포ㆍ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임의동행시 동행거부의 자유를 고지할 의무의 부활 그런데 여기서 대법원이 임의동행시 경찰관이 대상자에게 동행거부의 자유를 고지할 것을 임의동행의 임의성 판단에 있어 핵심적 기준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태우 정부 아래에서 1990년 10월 13일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이후 1991년 3월8일 경찰관직무집행법이 개정되면서, 임의동행시 동행거부의 자유와 동행 후 퇴거의 자유를 경찰관이 사전에 고지해야 하는 의무규정(제3조 4항 후단)이 삭제되고, 임의동행시의 시간적 제한을 3시간에서 6시간으로 연장된 바 있다(제3조 6항). 그러나 노상에서의 ‘정지’와는 달리 경찰관서로의 ‘동행’은 그것이 형식적으로는 피동행인의 동의에 기초하여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시민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의 가능성이 매우 높고 또한 동행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체포에 못지 않다. 피의자신문 전에 진술거부권이 의무적으로 고지되어야 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임의동행이 진정 임의적이 되려면 피동행자가 자신에게 동행을 거부할 자유가 있음을 알고서도 동행을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1979년 ‘Dunaway v. New York 판결’[442 U.S. 200 (1979)]은 노상에서의 정지와는 달리 경찰관서로의 동행의 경우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가 더욱 심각해지며, 설사 공식적으로 ‘체포’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수정 헌법 제4조의 통제 하에 들어간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하여 임의동행시 동행거부의 자유를 고지할 의무를 부활시켰던 바, 헌법적 권리 보호를 위한 ‘사법적극주의’의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3. 임의동행 이후의 긴급체포의 불법성 한편 대상판결은 사법경찰관이 임의동행 후 6시간 상당이 경과한 이후에 행해진 긴급체포의 경우 동행의 형식 아래 행해진 불법 체포에 기하여 사후적으로 취해진 것에 불과하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원심판결이 지적하였듯이, 피고인에 대한 불법한 임의동행 이후 6시간 상당이 경과하여서 비로소 범죄사실의 요지와 긴급체포의 이유 및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면서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은 것은 체포 당시에 준수하였어야 할 절차를 뒤늦게 밟는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며, 그 임의동행의 위법의 정도는 사소한 절차상의 흠을 넘어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와 같은 위법성은 사후적으로 취해진 긴급체포에도 그대로 승계된다. 임의동행 자체가 불법할 경우 사법경찰관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6항의 요구를 고려하여 6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채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았다고 하여 그 긴급체포가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긴급체포는 ①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② 통상체포 보다 엄격한 사유,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구속사유가 있어야 하며, ③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것 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제200조의 3 제1항). 그런데 이 사안에서 피고인은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체포된 후 범행을 부인하고 있었는데 만약 당시의 사정만으로 긴급체포의 요건이 갖추어졌다면 사법경찰관은 바로 적법한 절차를 밟아 검사 또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않았다. 이후 검사는 절도혐의에 대한 보강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지휘를 했고, 피고인은 수사기관의 조사에 순순히 응해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자면 임의동행 이후 이루어진 긴급체포가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적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IV. 맺음말 민주화 이후에도 임의동행의 형식을 빌려 신병확보 기간을 늘리고 수사를 진행하는 실무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임의동행은 피의자의 동의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주장되지만, 수사기관의 동의 요청은 피의자를 사실상 강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대상판결은 임의동행의 적법성은 피의자의 형식적 동의 여부에 위해서가 아니라,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었는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정식의 체포ㆍ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권리가 약화되지 않도록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함을 명백히 밝힌 획기적 판결이다.
2007-01-11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Ⅰ. 사실관계 피고 A는 삼성전자로부터 75억원을 받아 이를 당시 대통령인 노태우에게 공여하였고, 또한 삼성전자는 중전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각각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이천전기의 인수, 그 발행신주의 인수, 지급보증 또 그 발행신주의 인수를 하였으나 마침내 이천전기가 퇴출되었으며, 그리고 삼성전자는 주당 액면가인 1만원에 취득한 삼성종합화학 주식 2,000만주를 주당 2,600원에 매각하였다. 이에 甲 외의 21명의 원고들은 A 외 10명의 피고들에 대하여 삼성전자에 손해를 배상할 것을 청구하였다. Ⅱ. 판결요지 및 평석 1. 서 설 이 건에서는 ①피고 A의 뇌물공여, ②이천전기의 인수 및 그 발행의 신주인수, ③삼성종합화학 주식의 저가매각의 세 가지가 문제된다. 위의 ①에서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상399조)의 요건과 그 해제(상450조) 특히 책임의 요건인 이사의 임무해태 즉 대표이사·업무담당이사·비상근이사의 임무해태가 문제되고, ②와 ③에 있어서도 이사의 임무해태를 비롯하여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이른바 경영판단의 법칙의 도입, 책임을 부담하는 이사의 범위, 감사의 책임 등이 문제된다. 그러나 이 건의 판결에 있어서 책임부담이사의 범위와 이사의 책임의 해제는 문제가 없다고 여겨지므로 논외로 하고, 여기에서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의 요건으로서의 이사의 임무해태, 경영판단의 법칙, 감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에 관하여서만 고찰하기로 한다. 2. 이사의 책임의 요건 (1) 법령 또는 정관의 위반행위 이사가 개별적·구체적인 법령 또는 정관의 규정에 위반하여야 한다. 이 건의 뇌물공여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A가 삼성전자로부터 75억원을 받아 이를 위 노태우에게 뇌물로 공여한 행위는 형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상법 제399조 소정의 법령에 위반한 행위이고 …」라고 판시하여, 형법규정의 위반도 본조의 법령위반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본조의 이사의 책임은 이사의 강대한 직무권한의 남용을 방지하고 직무집행의 공정을 확보함으로써 회사의 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므로, 본조의 법령은 주식회사법상 회사의 재산의 보전을 위하여 이사의 임무를 정한 규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A가 노태우에게 뇌물을 공여한 것은 본조 소정의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이는 회사의 정관 소정의 목적범위 외의 행위로서 회사의 정관규정의 위반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2) 임무해태 가) 서 설 본조에 있어서 이사의 임무해태는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상382조 2항, 민681조) 내지 충실의무(상382조의 3)에 위반하여 업무집행을 하는 것이다. 이사의 임무는 이사가 대표이사인가, 업무담당이사인가 또는 비상근이사인가에 따라 다르고, 따라서 그 임무해태도 대표이사인가, 업무담당이사인가 또는 비상근이사인가에 따라 다르다. 나) 대표이사의 임무해태 ①선관주의로 업무집행할 의무의 위반 대표이사는 회사의 대표로서(상389조 1항)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상389조 3항, 209조 1항), 또 그 반면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이러한 모든 업무를 집행하여야 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뇌물공여의 건에 있어서 피고 A가 위 노태우에게 금전을 뇌물로 공여하고 이를 교제비 등의 명목으로 회계처리한 것은 당시 대표이사인 피고 B가 선관주의의무에 위반하여 정관 소정의 목적범위 외의 행위를 하고 이를 부당회계처리한 것이므로, 이 건의 뇌물공여는 피고 B가 그 업무를 집행함에 있어 중대한 임무해태를 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건 판결이 뇌물공여에 관하여 피고 A에 대하여서만 책임을 추급하고 피고 B에 대하여 아무 책임을 추급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이천전기인수의 건에 있어서 삼성전자로서는 중전사업이 필요한 사업인데도 국내에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게다가 신규로 중전사업을 시행하려면 시장개척·기술도입·제품개발을 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당시로서는 중전사업의 기존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판단할 수 있고 또한 이천전기의 인수 직후 IMF가 들이 닥쳐 그 경영여건이 악화되어 손실을 입었으나 이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였던 불가항력적 상황으로서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은 당시의 상황하에서 이천전기를 인수한 것은 피고 B가 대표이사로서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결하여 업무집행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피고 B가 불과 8월 전에 주당 액면가인 1만원에 매입하였고 또 당시 주당 5,733원으로 평가되는 삼성종합화학의 주식 2,000만주를 주당 2,600원에 저가로 매각한 것은 비록 삼성전자의 첨단 설비의 투자자금을 조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대표이사로서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업무집행을 한 것이라 할 수 없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②선관주의로 감시할 의무의 위반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이 적정하게 행하여졌는지 감시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대표이사는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에 대하여 감시권을 가지며, 특히 대표이사는 직제상 하위의 업무집행자인 다른 업무집행자에 대하여 지휘감독권을 가진다. 뇌물공여의 건에 있어서 피고 A가 뇌물을 공여하는 것을 피고 B가 저지하지 못한 것은 대표이사로서 그 감시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인데도, 이 건의 판결에서 피고 B에 대하여 책임을 추급하지 않는 것도 부당하다. 다) 비상근이사의 임무해태 이 건의 이천전기 인수에 관한 판결에서는 “이천전기의 재무상황으로 보아 그 차임규모가 더 증대될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고 또 이천전기의 인수에 따른 위험이 통상 감수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었는데도 이러한 상황을 검토하지 않고 또 자료의 제시도 받지 않고 1시간의 토의로 이천전기의 인수를 결의한 것은 이사들이 합리적인 통찰력을 다하여 적절한 판단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삼성전자 이사회의 1997. 4. 2 과 같은 해 4. 3. 이천전 발행의 신주인수결의도 위의 제반사정에 대하여 검토하지 않았으므로, 이 결의에 참석한 이사도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이천전기의 인수결의와 그 발행신주의 결의는 이사가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천전기의 인수를 결의한 1997.3.14. 삼성전자의 이사회에는 중전사업의 인수의 필요성과 추진방법을 설명한 ‘중전사업참여방안’이라는 자료만 제출되어 있고 다른 자료가 없어, 비상근이사와 다른 업무담당이사는 이천전기의 불량한 재무상황, 장차의 투자예상금액, 퇴출대상기업으로 선정 등을 예상할 수 없었고, 특히 상법상 이사회 결석이사는 책임을 지지않는데도(상399조 3항) 출석이사는 제출된 자료만으로 심의·결의하였다고 하여 책임을 지우는 것은 심히 형평에 반한다. 그러므로 이 건의 판결에서 이천전기 인수의 결의에 참석한 비상근이사가 그 임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것은 부당하다. 그리고 이 건의 삼성종합화학 주식매각에 관한 판결에서 “삼성종합화학의 주식가치는 삼성종합화학의 순자산의 가치의 점에서 보아도 2,600원을 상회하고, 이사회의 결의의 자료가 된 안진회계법인의 삼성종합화학의 주식의 평가는 상속세법시행령에 의한 것이고, 그 주식가치가 1994.4에서 매각시점인 같은 해 12.까지의 기간에 4분의 1의 수준으로 하락할 만한 다른 사정이 없고, 1993.6.에 삼성종합화학의 주식이 삼성전관에 6,600원에 거래된 바 있고, 이사회가 불과 1시간의 토론 끝에 2,000만주를 주당 2,600원에 처분하는 결의를 한 것은 피고 이사들이 이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매각결의는 이사로서의 임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무엇보다 주당 액면가인 1만원에 매입한 주식의 가치가 그 8월 후에 무려 그 4분의 1에 가까운 2,600원으로 폭락하였다면 마땅히 그 폭락의 원인, 최근의 매각사례, 그 주식의 현재의 거래가액 등을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도, 위 이사회가 단지 안진회계법인이 상속세법시행령에 의하여 평가한 자료에 따라 주식매각을 결의한 것은 비상근이사와 업무담당이사로서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감시의무를 다한 것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이 건의 삼성종합화학 주식매각에 관한 판결에서 비상근이사와 업무담당이사의 책임을 물은 것은 정당하다. 4. 경영판단의 법칙 (1) 의의 ‘경영판단의 법칙’은 이사가 합리적인 정보에 기하여 성실하게 판단하여 한 행위는 비록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인정되더라도 사기, 위법 또는 이익충돌이 없는 한, 법원은 그 이사의 경영판단과 행위에 대하여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영판단의 법칙은 미국의 판례에서 발전된 법리이다. (2)적용상의 문제점 이 건의 이천전기의 인수에 관한 판결에서는 “삼성전자의 이사회가 이천전기의 인수를 결의한 것은 이사들의 충분한 정보에 기하여 합리적인 통찰력을 다하여 적절한 판단을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의 인수결의는 경영판단으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또 이건의 삼성종합화학 주식매각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이사들은 합리적인 자료를 토대로 충분히 검토한 후 매각결의에 찬성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경영판단으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우리 회사법에 경영판단의 법칙의 도입을 인정하면서 다만 피고 이사들의 충분한 정보의 흠결, 합리적인 통찰력의 흠결, 자료검토의 흠결 등의 적용요건의 흠결을 이유로 그 적용을 부정하였다. 물론 경영판단의 법칙을 도입하여 적용하면 이사는 크게 보호될 것이나, 그렇게 되면 이사의 임무해태에도 불구하고 이사가 그 책임을 면하는 경우가 있어 본조의 이사의 임무해태시의 책임의 과실책임성에 반한다. 또한 경영판단의 법칙의 도입론자는 그 논거로서 이사가 경영전문가로서 전문지식을 가지고 내린 판단에 대하여 반드시 그러한 전문지식을 가졌다고 할 수 없는 법관이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다른 모든 전문적 직업인의 행위에도 이와 같은 법칙의 적용을 확대 인정하여야 하여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경영판단의 법칙은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전문경영인체제가 확립되어 있는 미국에서 발전한 법리인데, 기업경영의 형태와 소유구조가 판이한 우리 나라에서 이 법칙을 그대로 도입하는데는 문제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에서는 물론 재벌계열의 대기업에서도 대부분 지배주주 중심의 가족경영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경영판단의 법칙을 도입하여 이들에게 경영실패의 책임을 면하게 하면, 경영에서 소외된 소수주주와 채권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경영판단의 법칙을 도입하려면, 그에 앞서 그 적용의 근거, 적용요건, 적용범위 등에 관하여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5. 감사의 책임 감사가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414조 1항). 감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대표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사하여야 하고(상412조 1항, 415조, 382조 2항), 이 의무에 위반한 때에는 그 임무해태로 된다. 이 건의 판결에서는 감사인 피고 K의 책임을 묻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 건의 뇌물공여와 주식저가매각은 명백히 대표이사의 부적정한 업무집행인데도 문맥상으로 보아 피고 K가 감사보고서나 감사록에 위의 뇌물공여와 주식저가매각이 부적정하다는 기재를 한 것 같지 않고 또 주주총회에 제출할 재무제표·영업보고서를 피고 K가 조사하여 위의 업무집행이 부적정하다는 의견진술을 한 것 같지 않은데 이는 피고 K가 감사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결산감사 내지 상시감사를 하여야 할 감사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고, 또한 피고 K가 이사회에 출석하여 위의 업무집행이 부적정하다는 의견을 진술하지 않고 또 위의 부적정한 업무집행으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데도 이사회에 보고 또는 이사위법행위유지청구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는데 이것도 감사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감사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 K는 회사에 대하여 책임이 있고 또는 이사인 피고들과 외부감사인도 책임이 있으므로, 이들 이사·외부감사인과 연대하여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6. 결 론 이 건의 뇌물공여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A에게, 또 이천전기 인수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B, C, D, E, F, G, H, I에게 그리고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매각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J, C, G, H, I에게, 각각 연대하여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것을 판결하였다. 그러나 뇌물공여에 관한 판결에 있어서는 피고 A에 대하여서만 책임을 추급하고 대표이사인 피고 B에 대하여 아무 책임을 추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고, 이천전기의 인수에 관한 판결에 있어서는 대표이사인 피고 B와 결의에 출석한 여타의 피고 이사들이 임무해태를 해태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그 책임을 추급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나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매각에 관한 판결에 있어서는 대표이사와 결의에 출석한 여타의 피고 이사들에게 책임을 추급한 것은 정당하다.
200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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