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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정보 추적자료 관련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수사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2012헌마 191등 - 위치정보 추적자료 관련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수사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Ⅰ. 헌법재판소 2012헌마 191등 내용 1.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의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한 판단 (1) 과잉금지원칙위반 중 침해 최소의 원칙 및 법익의 균형성 위반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하여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요청조항은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만을 요건으로 하면서 수사기관이 범인의 발견이나 범죄사실의 입증에 기여할 개연성만 있다면, 모든 범죄에 대하여, 수사의 필요성만 있고 보충성이 없는 경우에도, 피의자·피내사자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도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2) 입법목적 달성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면서도 정보주체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이에 헌법재판소는 ①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실시간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는 경우 또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는 경우에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을 때, 즉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발견·확보 또는 증거의 수집·보전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방법, ②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한 범죄 이외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제안하였다. 2.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통지’에 대한 판단 (1) 적법절차 위반 여부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과 관련하여, 사전에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에게 이를 통지하는 것은 수사의 밀행성 확보를 위하여 허용될 수 없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은 다음에는 수사에 지장이 되지 아니하는 한 그 제공사실 등을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와 같이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에게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을 통지함으로써, 피의자 등은 위치정보 추적자료의 제공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위치정보 추적자료가 제공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었는지 또는 제공된 위치정보 추적 자료가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규정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기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은 이를 통하여 수사기관의 불법 또는 부당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그 시정을 요구하는 등으로 실효성 있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본 법 제13조의2의 통지조항은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제공받은 사실에 대해, 그 제공과 관련된 사건에 대하여 수사가 계속 진행되거나 기소중지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에게 통지할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정보주체의 절차적 권리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기에 미흡하다고 판시하였다. (2)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면서도 적법절차에 부합하는 방안 ①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제공받은 사건에 관하여 기소중지결정이 있거나 수사·내사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에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제공 이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수사·내사의 대상인 정보주체에 대해 이를 통지하도록 하되,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에는 사법부 등 객관적·중립적 기관의 허가를 얻어 그 통지를 유예하는 방법, ② 일정한 예외를 전제로 정보주체가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 사유의 통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③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에 대한 통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개선입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의 남용을 방지하고 정보주체를 위한 적법절차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Ⅱ. 헌법재판소 판결 평석 1. 헌법불합치 판결 의의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2005. 5. 26. 법률 제7503호로 개정된 것) 제13조 제1항 중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부분과 제13조의3 제1항 중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함과 동시에 위 법률조항들은 2020. 3.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고 판시하여 현재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현행법률 규정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여야 한다. 다만 수사기관으로서는 헌법재판소의 “범죄예방과 사건의 조기해결을 위해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요건을 현재의 ‘수사의 필요성’보다 더 강화하고, 적법절차원칙 준수를 위한 사후통지 절차를 보완함으로써, 범죄수사라는 공익과 정보주체의 기본권 보호라는 사익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판결의 취지에 맞게 수사를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2.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요청 수사의 개선 방안 (1) 비교법적 검토 1) 미국의 경우 미국 전기통신비밀법 (Electronic Communications Privacy Act of 1986, ECPA:18 U.S.C. §2510이하 규정) 제3장(Title III: 18 U.S.C. §§3121∼3127)에서는 통신 이용 상황 기록 장치(pen register:18 U.S.C. §3127(3)) 또는 발신 신호 추적장치(trap and track device:18 U.S.C. §3127(4))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화통화의 개시를 위해 전화기에 입력하는 전화번호, 발신된 메시지가 수신지까지 가는 경로를 설정해주는 과정인 라우팅(routing), 단말통신에서 교신상대와 접속 또는 선택하는 어드레싱(addressing), 위치추적, 접속지 추적 등의 통신 이용 상황 기록 등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나라 통신보호비밀법 상의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해당한다. 미국의 경우 앞서 말한 통신 이용 상황 기록 장치 또는 발신 신호 추적장치를 이용하여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취득하는데 “취득될 정보가 현행 수사에 관련이 있을 것(the information likely to be obtained by such installation and use is relevant to an ongoing criminal investigation)”이라는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면 60일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당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허가명령서를 발부한다(18 U.S.C. § 3123). 2) 독일의 경우 독일의 경우 전기통신법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통신사실확인자료와 유사한 개념으로 통신데이터(Verkehrsdaten)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휴대폰의 위치정보(Standortsdaten) 또한 통신데이터의 하나로 수집을 허용하고 있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100g조 제1항은 제한적인 요건 하에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통신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은 제100g조 제1항 제3문에 의하여 구체적인 사례에 비추어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범죄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특히 제100a조 제2항에 규정된 범죄를 행하였거나 미수의 가벌성이 있는 행위의 착수 또는 별도의 범죄를 예비한 때에만 위치정보의 실시간 수집이 허용된다. 위치정보 수집의 명령과 이행에 관하여서는 통신검열에 관한 동법 제100a조 및 제100b조가 준용되는데 통신감청은 오로지 검사의 신청에 기하여 법원만이 행할 수 있으며,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검사가 처분을 명할 수 있으나, 3일 이내에 법원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효력이 상실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3) 일본의 경우 일본의 경우 개별 범죄에 있어서 영장에 의하여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개인의 위치정보를 요청하는 경우 있으나, 미국, 독일과 같이 단일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즉 전기통신사업법 제4조 제1항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취급 중인 통신의 비밀은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개별 통화에 관계된 위치정보의 경우는 통신구성요소이므로 통신비밀로 보호해야 되지만 통화이외 휴대폰 소지자가 지역을 이동할 때 기지국에 전송되는 위치등록정보는 정보는 통신비밀이 아니라 사생활의 일환으로서 보호되어야 하는 사항으로 구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건데, 어떤 사람이 어디에 소재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사생활 자유 중에서 보호의 필요성이 매우 높고, 통신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이므로, 통신비밀에 준하여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일본 총무성에서는 고시로 ‘전기통신사업에 있어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하고 동 가이드라인 제26조에 전지통신사업자가 위치정보에 대하여 준수해야 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동 조항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으로부터의 요청에 의하여 위치정보의 취득을 요구받은 경우에, 당해 위치정보가 취득되고 있음을 이용자가 알 수 있을 때로서, 재판관이 발부한 영장(검증영장)에 따르는 때에 한하여 당해 위치정보를 취득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사실 위 헌법재판소 2012헌마 191등에서 설시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통비법 제2조 제11호 바목의 ‘발신기지국 위치추적자료’(과거자료 및 실시간)와 사목의 ‘인터넷 접속지 추적자료’(과거자료 및 실시간)’를 모두 포함) 판결 선고날짜에 2012헌마538사건에 대하여도 동일한 이유로 헌법불합치판결이 선고되었고 동일한 내용의 방안을 제시하였다. 2012헌마538사건은 ‘기지국 수사’와 관련이 있는데 기지국 수사란 특정 시간대 특정 기지국에서 발신된 모든 전화번호 등을 통신사실 확인자료로 제공받는 수사방식으로서 주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연쇄범죄가 발생하거나 동일 사건 단서가 여러 지역에서 시차를 두고 발견된 경우 사건발생지역 기지국에서 발신된 전화번호를 추적하여 용의자를 좁혀나가는 수사기법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본 논고에서는 포괄적 기지국 수사와 위치정보 추적 자료 제공 요청 수사의 개선방안을 모두 모색하여 보기로 하겠다. 1) 수사의 개선의 일반적 방향 독일의 입법례와 포괄적 기지국의 수사는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의 정당성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포괄적 기지국 정보는 필요하다는 점, 살인, 유괴, 납치, 성폭력범죄 등 강력범죄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의 경우에는 수사의 신속성과 긴급성 및 중대성이라는 공익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헌법재판소의 개선 방안 중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한 범죄 이외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본다. 2) ‘수사를 위하여’ 포괄적 기지국 수사(통비법 제2호 제11호 가목 내지 라목 관련 수사) 개선 방안 통신제한조치 대상 범죄의 경우에는 필요성을 기준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통신제한조치 대상 이외의 범죄의 경우에는 보충성의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즉 탐문수사, CCTV 수사, 주위 차량 블랙박스 수사, 범죄현장 유류물에 대한 포렌식 수사 등을 통하여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포괄적 기지국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타당하다. 3)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요청 수사(통비법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 관련) 개선 방안 가. 과거 위치정보 추적 자료 과거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실시간 위치정보 추적자료에 비하여 기본권 침해정도가 낮다는 점에서 보충성의 요건 없이 정보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나. 피의자 검거를 위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요청 해당 사건의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검거하기 위하여 실시간 위치정보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해당 범죄가 통신제한조치 대상 범죄인 경우에는 필요성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그 외 범죄의 경우에는 보충성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다. 피의자의 증거 수집 및 사건 관련자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요청 피의자에 대한 신병확보 이외 피의자 혹은 피내사자의 증거 수집을 위한 소재 혹은 동선 확인을 위한 위치정보가 필요한 경우나, 피의자 이외의 가족 혹은 지인 등 제3자에 대한 위치정보는 보충성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3. ‘통지’ 관련 수사 개선 방안 수사의 개선 방안 (1) 비교법적 고찰 1) 독일의 경우 독일 형사소송법 제101조 제4항에 의하면 위치정보의 수집을 명한 때에는 해당 통신의 당사자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통지를 한 때에는 사후적인 권리보호의 가능성과 그 기한을 적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7항에서는 통지를 받은 자는 2주 이내에 처분 및 그 집행방식의 적법성에 관하여 관할법원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의 결정에 대하여서는 즉시항고가 허용된다. 2) 일본의 경우 일본 전기통신사업에 있어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26조에 제4항에 의하면 위치정보가 취득되고 있음을 이용자가 알 수 있을 때, 재판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위치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1) 통지조항의 개선의 일반적 방향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수사활동 보장에 목적이 있으므로 성질상 기밀성을 요한다. 그런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사실을 수사 진행 중에 정보주체에게 알려준다면, 피의자 및 그와 관계있는 자들이 이동전화·인터넷의 이용을 중단하거나 도주·증거 인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로 인하여 범죄수사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추가 범행에 대처하기 어려워지게 될 수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에서도 명문으로 위법수사배제법칙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청조항 및 허가조항을 위반하여 취득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대해서는 형사절차에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통해 증거능력을 부정된다. 또한해당 수사관 및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사후적인 권리구제수단도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제공받은 사건에 관하여 기소중지결정이 있거나 수사·내사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에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제공 이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수사·내사의 대상인 정보주체에 대해 이를 통지하도록 하되,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에는 사법부 등 객관적·중립적 기관의 허가를 얻어 그 통지를 유예하는 방법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 입법 전까지 통지관련 수사기관의 수사 개선 방안 가.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심의기구 설치 입법이 되기 전까지 현재 수사기관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존중하여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에 통지가 누락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통지를 유예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통지유예가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특히 외부 전문가 집단의 심의를 통하여 통지를 하는 경우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통신유예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 제2항 및 제9조의2에 규정되어 있는데 국가의 안전보장·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태롭게 할 현저한 우려가 있거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염려가 현저한 때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미리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승인을 얻는 경우 가능하며, 통지유예의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그 사유가 해소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통지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검사장의 승인사항과 관련하여 내부 위임전결규정에 따라 그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지 살펴, 실질적으로 검사장의 검토와 판단이 될 수 있도록 관계 규정을 개선함과 동시에 검사장 독단의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외부 합의체 기구를 설치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유가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지하지 않는 사례가 있는지도 살펴, 통지유예 해소시 30일 이내 통지가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조치하여야 할 것이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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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08-28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와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
사실관계 경찰관 갑은 순찰 중, 자전거를 이용한 날치기사건발생에 관한 무전지령을 받고, 부근 예상도주로에서 검문을 실시 중, 용의자와 유사한 인상착의로, 자전거를 타고 있던 피고인을 발견, 검문을 실시하기 위해 정지 및 신분증제시를 요구하였다. 피고인이 경찰관 갑의 정지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려 하자, 갑은 경찰봉으로 피고인을 제지, 재차 검문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였다. 평소 검문이 없던 장소로, 자신을 범인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난 피고인은 경찰관 갑과 다투게 되고, 실랑이 과정에서 함께 넘어지고, 이후 갑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가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을 제지하던 경찰관 을, 병에게도 욕설을 가하였다. 피고인은 공무집행방해, 모욕혐의로 기소되었고, 원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다투어 항소하고, 항소심은 원심파기, 무죄판결을 하였다. 판결요지 불심검문 제도의 취지상, 정지 여부를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한 자에 대하여 경찰관이 일정한 거리를 따라가면서 말로써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것은 그 신체이동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지의 목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상대방의 임의에 맡겨져 있는 이상, 경찰관이 질문을 거부할 의사를 밝힌 상대방에 대하여 수갑을 채우거나, 신체를 잡거나,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 등이 진행할 수 없도록 강제력을 사용하여 막거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이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중략)…피고인이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음에도, 경찰관 갑이 그 앞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하여 피고인이 가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언어적 설득을 넘어선 유형력의 행사로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1. 들어가는 말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상, 불심검문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피검문자를 정지시켜 질문함으로써, 불심점을 해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통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이해되는데, 검문을 위한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피검문자가 응하지 않는 경우,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하여, 경찰관이 유형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기존 견해의 검토 불심검문의 목적을 위해서, 피검문자의 정지는 필수적이다. 만일 피검문자가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불응한다면 경찰관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까? 관련한 견해를 살펴보면(佐木史朗, 田宮裕, 河上和雄, 加藤晶 編, 警察關係基本判例解說100, 別冊 判例タイムズ No.9, 1985, 23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어떤 형태로든 유형력 행사는 사실상 인신구금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엄격임의설). 그러나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할 때, 체포, 구속의 강제처분에 이르지 않는 한계 내에서 유형력이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제한적 허용설, 제약설) 지배적이다(신동운, 형사소송법 제3판(서울 : 법문사, 2005), 76면; 실력행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중범죄에 국한, 긴급체포도 가능한 상황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로(예외적 허용설), 이재상, 신형사소송법(서울 : 박영사, 2010), 196면). 제한적 허용설도 여러 변형이 있는데, 임의, 강제처분 외에'실력'의 중단단계를 설정하고, 정지요구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려는 피검문자를 추적, 제한된 시간 내에 어깨, 팔 등을 잡는 예처럼, 본질적으로 설득적 범위를 넘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실력설), 실력설은 임의, 강제처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형사소송법의 사법적 통제를 무력화시킬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불심검문을 순수한 임의처분으로 본다면, 경직법에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도 없음에서, 피검문자의 용의정도와 구체적 사실관계 하의 급박성을 고려, 상응하는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와 단순히 임의의사에 따라 정지를 구할 수 있는 경우를 동시에 규정한 것이라는 견해(光藤景皎, 口述 刑事訴訟法 上(第2版)(東京 : 成文堂, 2000), 6頁), 불심검문과 본격적 범죄수사활동의 단계적 구분의 모호성과 가변적 성격에서, 범죄수사와 동일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일정한 한계 내의 강제력 사용은 불가피하여,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법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는 견해(강제설, 田宮裕, 刑事訴訟法 新版(東京 : 有斐閣, 2001), 58-59頁) 등 있다. 한편, 임의설 입장에서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대방에게 재고,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설득은 허용된다는 견해(규범적 임의설, 설득설), 임의처분으로, 피검문자에게 거부의 자유가 유보되어 있으나, 실효성을 고려, 신체구속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는 충분히 긍정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변형이 있다. 3. 일본, 미국의 관례사례 검토 (1) 일본 경직법 제2조와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 일본 경직법 제2조는 불심검문에 해당하는'직무질문'을 규정하고, 동조 3항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규정에 의하지 않는 한, 신병구속이나 경찰관서에의 연행, 답변의 강요를 금지하여, 임의처분성을 명시한다. 반면, 판례는 제한적 허용설에 가깝다. 최고재판소는(最判平成6·9·16刑集48卷6420頁) 각성제사용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정지요구에 불응, 차량을 운전, 검문현장을 이탈하려하자, 경찰관이 차창을 통해 손을 넣어, 자동차키를 제거, 이후 약물검사를 위한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까지 약 6시간 반을 검문현장에 유치시킨 예에서, 설득행위의 한도를 넘어, 이동의 자유를 장시간에 걸쳐 박탈한 점에서, 임의수사로서 허용범위를 일탈한 위법이 있지만, 경찰관에게 피검문자의 유치의도가 없고, 제지행위의 강도가 높지 않은 반면, 제지행위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높고, 불가피한 면을 지적, 영장주의정신을 몰각시킬 정도의 중대한 위법은 없다하여,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를 적법하다 판시하였다. 이외에, 불심검문을 위한 임의동행 중, 도주한 피검문자를 경찰관이 약 300미터 정도 추적, 손으로 어깨를 잡아 제지한 경우(最決昭和29·7·15刑集8卷71137頁), 소지품 내용제시를 요구받은 피검문자가 도주하자, 정지요구를 위한 추적행위(最決昭和29·12·27刑集8卷132425頁; 最決昭和30·7·19刑集9卷91908頁)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유사한 사례를 하급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정지요구에 불응한 피검문자의 진로를 방해한 상태에서 질문한 경우를 적법하다고 하거나(東京地決昭和47·12·8刑裁月報4卷122035頁; 島高判昭和51·4·1高刑集29卷2240頁), 차량검문 중, 정지신호에 응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해, 운전석 손잡이를 경찰관이 양손으로 잡아 저지한 경우(東京高判昭和34·6·29高刑集12卷6653頁), 무면허운전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검문에 불응하자, 창문으로 팔을 넣어, 핸들을 잡아 정지시키거나(東京高判昭和45·11·12判タ261352頁), 검문에 불응하는 운전자를 제지 하기 위하여, 제시한 면허증을 반환하지 않고, 진행을 저지한 예(東京高判昭和57·4·21刑裁月報14卷3·4245頁) 등이 있다. (2) 미연방대법원의 Terry stop 및 free to leave test 불심검문(police stop)에 관한 대표사례로 Terry v. Ohio, 392 U.S. 1(1968)사건을 들 수 있다. 상점 밖에서 내부를 주시하며 서성대는 피검문자들에 대하여 강도혐의를 의심한 경찰관이 이들을 정지시켜, 신원확인 등 질문을 하고, 답변을 주저하는 사이에, 의복을 외부에서 가볍게 접촉, 총기휴대를 확인하여 체포하고, 불법무기소지혐의로 기소한 사안이다. 미연방헌법 수정 제4조가 금지한 불법한 구금, 압수수색임을 주장하는 피고인들에 대해, 미연방대법원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구금(arrest)과 압수수색(search & seizure)에 이르지 않는 제한된 범위에서 피검문자를 정지시키고(short stop or briefly detain), 흉기소지여부 조사(frisk)하는 것은 수정 제4조에 위배되지 않아 허용될 수 있다 하여, 주 법률 등 근거한 경찰의 기존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아울러, 경찰관의 질문에 피검문자의 답변의무가 없다고 하였다. 다만 체포와 정지의 구별에 대하여, 경찰관이 물리력을 사용하거나 경찰관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피검문자의 자유를 제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불심검문을 위한 정지가 아닌 체포로 볼 수 있는데, 사안의 경우, 흉기조사(frisk) 전 단계까지는 아직 체포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판시, '정지'개념 및 경찰관의 유형력와 관련해서는 다소 불분명한 태도를 취하였다. 불심검문 과정의'정지'개념과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문제는 이후 United States v. Mendenhall, 446 U.S. 544(1980)에서 구체화된다. 공항광장을 보행 중인 여성 피검문자에게 사복차림의 연방 마약수사관이 접근, 수사관 신분을 밝히며, 신원확인 및 탑승권 제시를 요구한 경우로, 미연방대법원은 다수 경찰관이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거나(threatening presence of several officers), 휴대한 무기를 보여주는 경우(display of weapon by officer), 피검문자의 신체에 대하여 물리적 접촉이 이루어거나(some physical touching of the person), 강요적 언어 또는 억양이 사용된 때(use of language or tone of voice indicating that compliance with the officer's request)와 같이, 합리적 일반인의 시각에서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현장을 이탈할 수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때에는(in view of all of the circumstances surrounding the incident, a reasonable person would have believed that he was not free to leave), 사실상 체포에 해당하고, 사안에서 검문장소가 대중인 운집한 광장이고 수사관들이 제복을 입거나 무기를 보여주지 않았으며, 단순히 보행 중인 피검문자에게 접근하여, 연방수사관의 신분을 밝힌 상태에서 질문한 것에 불과하고, 신원확인과 탑승권 제시를 요구(request)하지 않고, 요청(demand)한 경우로, 수정 제4조의 체포에 해당한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free to leave test; 동일한 취지의 판례로, Florida v. Royer, 460 U.S. 491, 103 S.Ct. 1319, 75 L.Ed.2d 229(1983); 반면, 피검문자가 탑승 중인 버스 내에서 검문이 이루어져,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장소를 이탈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으로, free to leave test의 적용이 적절치 않음에 착안, 검문장소에서의 자유로운 이탈이 아니라, 경찰관의 요청을 자유롭게 거부하거나 검문상황을 종결할 수 있는지에 의해 판단하여야 한다는 예로, Florida v. Bostik, 501 U.S. 429 111 S.Ct. 2382, 115 L.Ed.2d 389(1991)). Terry stop에서 말하는 '정지'개념에 의하면, 경미한 신체적 접촉 또는 무형력이라도, 합리적 일반인으로서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상황에서 이탈할 수 없었다고 느낄 수 있는 경우는 강제적 구금에 해당하여, 엄격임의설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한다. 4. 대상판례의 검토 기존에 임의동행 관련 판례에서 불심검문의 임의적 성격을 명시한 예도 있지만(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40 판결 등), 대상판례는 불심검문의 정지요구와 관련, 임의처분성을 확인하고, 피검문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 언어적 설득을 넘어, 유형력 행사가 있는 때는 강제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 엄격임의설 내지 설득설에 근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문의 실효성, 범죄예방적 효과를 고려 못한 경직된 판단기준임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심검문이 과거 악용된 사례(불심검문의 역사적 기원은 2차대전 이전, 일본 행정경찰규칙에서 찾을 수 있다. 동 규칙은 경찰관이'의심스러운 자를 발견한 때는 취규(取りし)하고, 상황에 따라 지구내 출장소로 연행(連行)할 수 있다'고 규정, 강제적 색채가 강하였다)가 있고, 이후 반성적 태도에서 경직법 제정 시부터 지금까지 임의처분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통계 상 수사단서 가운데, 불심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 등을(2008년 통계에 의하면 총 2,020,209건의 범죄사건 중, 175,555건(8.7%)에서 불심검문이 수사단서가 되었다. 2009년 경찰통계연보, 156-157면)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제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유형력 행사 보다는, 피검문자가 느끼는 불쾌감을 최소화하고, 임의적 협력을 유도하는 세련된 검문기법을 모색함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으로 생각된다. 상고 중인 대상판례는 다소 제한적 의미를 갖지만, 경직법 문언에 충실한 해석으로, 한국판 Terry stop의 기준을 제시한 리딩케이스로 평가된다. 상고심 판단을 흥미롭게 기다본다.
2011-12-19
대표자의 횡령과 자세
Ⅰ.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코스닥상장법인인 F 주식회사(이하 ‘대상회사’)의 대주주였던 A는 2001년 7월13일 소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5,450,320주(발행주식의 54.8%)를 B에게 금 270억원에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양수인 B는 약정기일까지 위 주식 양수대금 중 일부를 마련하지 못하게 되자 2001년 8월21일 우선 H 주식회사로부터 액면금 84억원의 당좌수표 1매를 빌려 양도인 A에게 교부하였고, 다음날 대상회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대표이사를 B의 하수인으로 교체한 후 그로 하여금 대상회사의 예금계좌에서 84억원을 인출하여 H 주식회사의 당좌예금계좌에 입금하게 함으로써 위 당좌수표가 결제되게 하는 방법으로 주식 양수대금을 지급하였다. B는 2002년 3월경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 혐의로 구속되자 같은 달 22일 보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2,794,930주를 C에게 양도하였고, C는 같은 날 대상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2003년 4월3일 해임되기까지 사이에 대상회사의 융통어음을 남발하는 방법으로 약 214억원을 횡령하였다. 이에 과세관청은 B와 C의 횡령액을 익금산입하고 상여처분하여 2005년 7월6일 대상회사에 대하여 2003 사업연도 2억3,500만원의 부과처분 및 2001년 귀속소득 84억원, 2002년 귀속소득 214억원의 각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년 12월24일 선고 98두7350 판결, 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그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1. 소득처분 및 원천징수의 개요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그 귀속자가 결정되는바, 이익의 일부는 배당금 등으로 사외로 유출되어 주주 등에게 귀속되며, 일부는 이익준비금이나 임의적립금 등으로 사내에 유보된다. 이와 같이 당기순이익에 대하여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는 것처럼 세무상 소득(각 사업연도소득)에 대하여도 그 귀속자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였으므로, 당기순이익과 세무상 소득의 차이인 세무조정사항에 대해서만 귀속자를 결정하면 소득 전체에 대한 귀속자의 결정이 완료된다. 이와 같이 세무조정사항의 귀속자를 결정하는 절차를 소득처분(所得處分)이라고 한다. 한편 법인세법에 따른 소득처분도 상법의 이익처분과 유사하게 사외유출(社外流出)과 유보(留保)로 크게 나누어지고, 사외유출은 다시 배당·상여·기타사외유출·기타소득으로 나누어지는데, 특히 세무상 소득이 사외유출된 경우 중에서 그 소득의 귀속자가 법인의 임원 또는 사용인인 경우에는 ‘상여’로 처분한다(실무상으로 이를 「인정상여」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상여로 소득처분하면, 소득처분한 법인은 그 귀속자인 임직원에게 인정상여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 해야 하고, 동 상여처분 금액은 소득세법상 갑종 근로소득에 해당하므로 그 임직원은 인정상여를 종합소득에 포함하여 신고해야 한다. 2. 사용인의 횡령의 경우 사용인(대표이사가 아닌 기타 임원 포함)의 횡령의 경우, 회사가 당해 사용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제기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횡령금액을 회수하려고 하였음에도 횡령인의 무자력 등으로 이를 회수하지 못한 때에는 동 횡령액은 대손처리 등의 방법을 통하여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고, 이때 동 횡령액을 동 사용인의 근로소득으로 보지 아니하므로 이를 상여로 처분하지 아니한다. 이는 법인세법 기본통칙 및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통해 과세관청의 일관된 실무 및 관행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의 경우 가.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이하 ‘기존 판례’)는 횡령의 주체가 법인의 대표이사 또는 실질적 경영자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라는 신분 때문에 일반 임직원이 횡령한 경우와는 달리 “횡령액의 회수를 위하여 법에 의한 제반 절차를 취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단지 “법인의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설시하면서 동 횡령금액을 대표이사 등에 대한 상여 내지 임시적 급여로 보아 해당 법인에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는 과세처분을 용인해 왔다(대법원 1999. 12.24. 선고 98두7350 판결 등). 한편,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법인을 지배경영하는 자의 횡령에 관하여도 대표자 횡령에 관한 상기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하였고(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반대로 형식상 대표이사의 직위에 있는 자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피용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사용인의 횡령에 관한 법리(횡령금액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사외유출 여부를 판단)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 등에 관하여 판단해 왔다(대법원 2004. 4.9. 선고 2002두9254 판결 등). 그러나 대표자 횡령에 관한 위와 같은 기존 판례의 일률적인 해석에 관하여는 ‘횡령의 피해자가 그 의사의 여하에 불구하고 횡령자에게 자발적으로 대가 없이 재산을 제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현행 조세법상 실정법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 및 그 논리구성이 과연 과세이론상 타당한지 여부에 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고,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해석으로 말미암아 횡령행위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인 법인에게 횡령 당한금액에 대한 원천징수의무까지 부과시키는 가혹한 결과를 초래함은 물론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과세로 인하여 횡령과 전혀 무관한 대다수의 선량한 소액주주들에게 횡령으로 인한 피해나 부담이 부당하게 전이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비판 등이 있어 왔다. 나.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일반적으로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둔 회사라면 대표이사의 횡령사실이 노출될 경우 대주주들이 주도하여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여 전 대표이사를 고발하고 그의 재산을 가압류 하는 등 일실재산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을 취하는 것이 전형적인 해결방법일 것이다. 대주주가 대표이사인 회사에서도 소액주주들의 대표소송 등을 통해 대표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거나, 회사가 파산절차 등에 들어간 이후 관리인이 대표이사의 횡령책임을 추급하는 예도 흔하다. 그런데 기존 판례의 이론에 따를 경우 대표이사의 횡령에 관한 한 이러한 법인의 자구적인 노력은 적어도 과세에 있어서는 무의미한 행위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특히 실무상 자주 접하게 되는 사례는 전문적으로 상장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대상회사의 자산을 오로지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세력(이른바 ‘기업사냥꾼’)에 의하여 발생한다. 즉, 일반적으로 기업사냥꾼들은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주권상장법인 또는 코스닥상장법인의 대주주로부터 주식 및 경영권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위와 같이 사채업자로부터 융통한 주식양수대금을 상환하기 위하여 회사의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을 임의로 인출하여 사용하거나, 법인 명의의 융통어음을 남발하여 이를 유용하기도 하고, 심지어 회사 중요자산(부동산, 투자유가증권, 무형자산 등)을 제3자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담보로 제공하거나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회사를 껍데기로 만든 다음 무책임하게 해외로 도주해 버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물론 기업사냥꾼 일당은 회사의 고소 등을 통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을 것이나, 이들은 이미 해외로 도피하거나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많고, 가사 이들에게 실제로 형벌이 가해진다 하더라도 이미 망해 버린 회사를 되살리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회사가 이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기업사냥꾼들은 이미 재산을 전부 소비하였거나 제3자의 명의로 은닉한 상태일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법인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온전히 회복하기는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기존 판례의 형식 논리에 따라 이미 껍데기만 남아 망하기 일보 직전인 회사에 대하여 횡령금액에 관한 원천징수세액의 과세가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라는 기존 판례의 견해를 유지하면서도 이에 부가하여 새롭게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대표자 횡령의 경우 무조건 당해 법인에 대하여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해 온 기존의 과세관행에 의미 있는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위 법리의 포섭과정을 분석해 보면, 주식이 고도로 분산되어 있어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법인의 경우 일반적으로비상장회사의 경우는 사실상 대표이사 등의 의사가 법인의 의사와 동일한 것으로 인정되기 쉬울 것이나 비상장회사라 하더라도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판시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사실을 인지한 직후 지체없이 횡령금액의 회수를 위하여 해당 대표이사 등을 형사고소 하면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적극적인 회수조치를 취한다면 동 횡령금액 상당의 자산이 사외유출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 즉 해당 법인은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이 경우에는 “사용인에 대한 횡령” 사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횡령금원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가 결정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고로 최근 서울고법에서도 대상판결의 판시사항을 전제로 대표자의 횡령과 관련된 조세쟁점에 대하여 의미 있는 판단을 한 바 있다(서울고법 2009. 1.14. 선고2006누16504 판결). Ⅳ. 결어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현행 세법 규정의 문언적 해석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기존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일률적인 해석 및 과세관행에 합리적인 제한을 가함으로써 형식 논리에 따라 파생된 부당한 결과를 적절히 시정할 수 있는 설득력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바, 바람직한 입장의 정립인 것으로 판단된다.
2009-10-05
행정행위의 공정력과 취소판결의 소급효간 충돌에 관한 소고
Ⅰ. 대상판결 요지 피고인은 1997년 8월23일 전라남도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피고인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이하 ‘이 사건 운전면허취소처분’이라 한다)을 받은 사실, 그 후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은 1997년 11월28일 피고인의 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범행에 대하여 무혐의처분을 한 사실, 전라남도지방경찰청장은 2007년 6월8일 피고인이 위와 같이 무혐의처분을 받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운전면허취소처분을 철회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 바, 이와 같이 피고인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없음을 이유로 전라남도지방경찰청장이 이 사건 운전면허취소처분을 철회했다면, 이 사건 운전면허취소처분은 행정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처분시 소급해 효력을 잃게 되고, 피고인은 그 처분에 복종할 의무가 당초부터 없었음이 후에 확정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2. 11. 8. 2002도4597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2007년 4월9일에 한 자동차운전행위는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고 오인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으니, 원심판결에는 운전면허취소처분의 철회의 효력 및 무면허운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Ⅱ. 문제 제기 행정행위의 공정력이 문제되는 상황은 사안처럼 중간에 일정한 법사실이 생긴 경우이다. 일찍이 대법원 1993년 6월25일 선고 93도277판결과 대법원 1999년 2월5일 선고 98도4239판결은 행정행위의 공정력에 취소판결의 소급효를 곧바로 대입해 행정행위의 공정력을 공동화했다. 대상판결 및 직접적인 참조판례인 대법원 2002년 11월8일 2002도4597판결은 이런 기조를 그대로 수용해 취소판결의 소급효적 관점을 부담적 처분의 철회에 연계시켜 철회의 소급효를 논증했다. 양자 공히 취소판결의 소급효를 행정행위의 공정력에 관한 논의에 그대로 대입한 결과이다. 그리하여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법도그마틱인 행정행위의 공정력이 전적으로 절차적 의미만을 지닌다고 확인된다. 판례의 이런 기조가 이미 행정법도그마틱상으로 확고히 굳어졌다고 할 것 같으면, 행정법문헌상의 행정행위의 공정력에 관한 일반적 논의는 지극히 공허할 수밖에 없고, 획기적인 방향전환이나 자기부정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판례의 이런 기조는 핵심적인 행정법도그마틱을 전도(顚倒)시킨다. 즉 행정행위론의 근간인 공정력의 본질 및 행정행위의 존재이유를 훼손하는 것이거니와, 자칫 취소소송의 성질까지도 통설에서 벗어나 확인소송으로 봄직한 전조가 된다. 무엇보다도 공권력행사에 대한 개인의 대응양상에 따른 법질서의 왜곡이 빚어질 수 있다. 가령 부담적 처분을 무시하고 범법행위를 저지르며 그것의 위법성을 다툰 자가, 부담적 처분을 따르면서 그것의 위법성을 다툰 자에 비하면 결과적으로 이익을 누리는 셈이 된다. 이 같은 결과를 전자가 후자에 비해 확고한 권리의식을 지녔다는 식으로 치부할 순 없다. 준법으로 인한 불이익의 초래는 자칫 법적 아노미와 법적 안정성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Ⅲ. 대상판결의 문제점 1. 철회논증상의 문제점 원심(광주지방법원 2007. 10. 18. 선고 2007노1453판결)은 행정행위의 철회가 있더라도, 철회이전에 범한 법위반에 대한 평가를 달리 할 순 없다고 본다. 행정행위의 철회의 효과가 통상 미래(장래)효(ex nunc)인 점에서, 원심은 행정행위철회론에 충실하며, 그 자체로선 수긍이 가는 논증이다. 반면 대상판결은 분명 행정행위의 철회의 차원에서 논증을 하면서도, 여기에 취소판결의 소급효를 대입시킨다. 그리하여 철회의 미래(장래)효가 수정됐다. 물론 철회의 효과를 일률적으로 미래효로 단정할 순 없고, 철회의 의미가 무의미할 수 있는 경우엔 그것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가령 기왕에 보조금과 같은 급부가 행해졌는데 그에 요구되는 부담을 불이행한 경우엔, 철회효과를 소급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2007, 309면; 김동희, 행정법Ⅰ, 2007, 358면). 따라서 철회의 미래효적 도그마틱의 수정이 설득력이 있게 논증되어야 한다. 오늘날 직권취소가 쟁송취소와는 엄연히 구별되고, 도리어 철회와의 공통점을 많이 드러내는 점에서, 철회에 쟁송취소의 법리를 대입시키는 것은 행정행위철회론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대법원 2002년 11월8일 선고 2002도4597판결이 이런 하이브리드적 논증을 했고, 그것이 참조판례의 형식으로 그대로 대상판결에 이식됐다. 쟁송취소의 소급효를 그대로 대입한 것이 문제의 근원인 점과는 별도로, 여기선 관련 판례들이 왜 (부담적) 행정행위의 취소의 견지에서 바라보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철회사유가 되는 새로운 사정의 발생은 원처분당시엔 고려되지 않은 것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사안에서 문제되는 것은 원처분당시에 이루어진 사실관계의 포섭이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했더라면, 운전면허취소처분이 내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사실관계를 출발점으로 삼았기에, 성립당시에 이미 그것은 위법했다(Vgl. Kopp/Ramsauer, VwVfG Kommentar, 8.Aufl., 2003, 쪮48 Rn.29). 요컨대 사안은 행정행위취소의 철회의 차원이 아닌 행정행위취소의 취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행정행위취소의 취소에서 문제는 후행 취소만으로 즉, 동종의 행정행위가 새로이 발해지지 않더라도 원처분의 효과가 원처분당시에 소급하여 소생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독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취소나 철회의 취소는 문제되지 않고 철회의 철회가 다투어지는 반면, 우리의 경우 판례는 취소의 취소에 대해서 소극적이다(대법원 1979. 5.8. 선고 77누61판결; 대법원 1995. 3.10. 선고 94누7027판결. 이에 대한 심도있는 비판으로 특히 류지태, 행정법의 이해, 2006, 94면 이하 참조. 그리고 대법원 1979년 5월8일 선고 77누61판결에 대한 평석으로 김동희, 행정청에 의한 행정행위의 취소의 취소, 판례회고 제8호, 1980.12., 7면 이하, 대법원 2002.5.28. 선고 2001두9653판결에 대한 평석으로 박해식, 대법원판례해설 제41호, 2002.12., 130면 이하 참조). 만약 여기서 법원이 다른 입장을 가졌다면, -설령 공정력의 약화라는 결과에선 동일하다 하더라도- 구태여 쟁송취소의 소급효를 동원하기보다는 부담적 행정행위의 직권취소에서의 소급효인정을 통해 접근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2. 公定力과 관련한 問題點 철회적 접근에 취소판결의 소급효를 연계시킨 논증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대법원 1993.6.25. 선고 93도277판결과 대법원 1999년 2월5일 선고 98도4239판결이다. 이들은 부담적 처분(허가취소처분과 운전면허취소처분)에 위배하여 범한 법위반행위의 가벌성이 문제된 사안이다. 여기서 판례는 행정심판(93도277판결)과 행정소송(98도4239판결)에서 그 부담적 처분이 취소된 이상, 그 행정처분은 처분시에 소급해 효력을 잃게 되고 따라서 “처분에 복종할 의무가 원래부터 없었음이 확정됐다”고 해서 그 법위반행위를 무죄로 선고했다. 우리는 실체적 공정력을 규정한 셈인 독일 행정절차법 제43조 제2항(“행정행위는 직권취소·철회 또는 다른 방법으로 폐지되지 않거나, 시간의 경과나 다른 방법으로 실효되지 않는 한, 유효함에 변함이 없다”)과 같은 조항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판례와 문헌은 강행규정에서 법률행위의 적법성과 유효성을 연계시키는 민법(제103조, 제104조)과는 달리, 행정행위의 공정력의 존재를 통해서 행정행위의 적법성과 유효성(법효과발생)의 불합치를 인정하고 있다. 여기선 공정력의 인정근거 및 그에 따른 내용이 문제된다. 왜냐하면 적법성과 무관한 법효과발생은 그 자체가 법치국가적 원리에 대한 도발이기 때문이다(Ruffert, Erichsen/Ehlers(Hrsg.), Allg. VerwR, 2005, 쪮21 Rn.1). 중대한 위법의 경우 무효가 인정되며, 불가쟁력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위법한 행정행위를 다툴 수 있으며, 행정 역시 폐지할 수 있는 수단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것의 용인에서 가장 걸림돌은 실정법적 근거의 부재이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행정절차법에 (실체적) 공정력의 근거규정이 마련되기 전에는 그들 행정법원법상으로 행정행위에 대한 구분된 구제가능성(즉, 취소소송과 무효확인소송)에 의거한 쟁송법적 논거가 주효했다. 특히 J. Ipsen은 행정절차법이전에 공정력을 아무런 의문 없이 긍정한 판례와 문헌의 일반적 태도를 두고서, 과거 O. Mayer가 주장한 자기확인설(자기증명설)을 기저에 두고 있다는 점과 그런 상황이 심지어 불문법적으로 인정돼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Ders., Allgemeines Verwaltungsrecht, 2005, Rn. 666ff.). 우리의 경우 독일과 비견한 실체법적 규정이 없기에 과거 Wolff/Bachof가 주창했듯이(Wolff/Bachof, VerwRⅠ, 9. Auf., 1974, S.414) 법치국가원리의 발현인 법적 안정성에 공정력의 법적 근거를 둘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근거를 의미하진 않는다. 따라서 당연히 공정력은 그 자체가 실체적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만약 행정쟁송취소의 반사적 효과라는 점이 강조되어 그것이 순전히 절차적인 데에 그친다면, 행정행위폐지이전 그 중간에 발생한 법사실은 자칫 법외적 사건으로 치부될 우려가 있다. 나아가 취소소송과 무효확인소송간의 제도적 구별이유가 거의 없어진다. Ⅳ. 맺으면서-발본적인 해결책 여기서 쟁송취소의 소급효에 관해서도 생각할 점이 있다. 비록 공정력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취소판결의 효력을 독일처럼 원칙·예외의 관계에서 접근했으면(Hufen, VerwProzR, 2003, 쪮38 Rn.31; Schoch/Schmidt-AΒmann/Pietzner, VwGO, 1999, 쪮113 Rn.34), 사안처럼 중간에 법사실이 생겼더라도 이상에서 지적한 법적 평가의 불합리한 불평등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아가 근원적으로 공정력의 인정에 대한 대응기저로 집행정지의 원칙이 채용되었으면, 사안의 전개가 전혀 달랐을 것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집행정지효의 원칙을 공법쟁송의 근본원칙으로 보아 집행정지와 집행부정지가 원칙과 예외의 관계에 놓이며, 만약 이런 관계를 역전시키는 행정실무는 위헌이라고 판시했다(BVerfG NJW1974, 227; NJW 1980, 35(36)). 법치국가원리적 의문점과는 별개로 집행부정지의 원칙은, 사안에서처럼 법치국가원리에 입각한 행정법도그마틱의 전개를 방해하기도 한다. 금번 행정소송법개정움직임에서 집행정지요건의 완화가 강구된 점은 호평할 만하나, 법치국가원리에 기하여 발본적 해결책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안에선 공정력, 취소판결의 효력 그리고 집행정지와 관련한 문제점이 종합적으로 표출된 셈이다. 요컨대 입법정책적 고려가 법치국가원리를 좌절시킬 순 없으며, 우리의 특유한 법제도라고 해서 귤화위지(橘化爲枳)가 되어선 안 된다.
2008-03-17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에 의한 피고인 구속 가능성
I. 들어가는 말 현행 형사소송법 제105조는 원심법원의 판결선고 확정 전, 피고인의 신병처리와 관련하여 구속, 보석취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으로 인하여, 아직 소송기록을 갖고 있는 원심법원이 피고인을 구속 또는 보석취소를 할 수 있는지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반면, 형사소송규칙 제57조는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 보석취소를 허용함으로써, ‘동 규칙이 법률에 위배된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문제는 ① 법 제70조에서 말하는 피고인 구속권한을 갖는 법원의 개념, ② 이심효과 발생시점, ③ 법 제105조의 성격(판결확정 후, 원심과 상소심 간에 피고인의 신병처리에 관한 기술적 절차를 규정한 것인가. 아니면 실체적 요건을 규정한 것인가), ④ 무죄판결선고 등으로 구속의 효력이 상실된 피고인도 원심법원이 재차 구속할 수 있는지 등 세부논점을 놓고 논의됐다. 이 가운데, 대법원 2007.7.10. 자 2007모460 결정은 규칙 제57조 1항이 법 제105조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며, 판결선고 후, 상소제기 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 도달 전이면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이 가능하다 판시하였으나, 논거가 명확하지 않다. 이하에서는 앞서 본지의 판례평석을 통해 소개된 차정인 교수와 이균용 부장판사의 견해 및 일본에서의 논의형태를 참고로, 위 결정례의 의미를 보다 정확히 추론하고자 한다. II.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에 의한 피고인 구속의 가능성 1. 일본에서의 논의와 판례 : 일본형사소송법 제97조 및 제92조의 해석론 한국의 법 제105조 및 규칙 제57조에 대비되는 일본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은 제97조 및 제92조로, 일본 법 제97조는 상소제기 전의, 구류기간 갱신, 구류취소, 보석 내지는 구류의 집행정지를 하거나, 이를 취소하는 결정은 원재판소가 하도록 하고, 상소제기 중,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 않은 때는 위 결정을 할 재판소를 재판소규칙으로 정하게 한다. 한편, 일본 규칙 제92조 2항은 상소제기 중,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 않은 때는 위 결정을 원재판소가 하도록 한다. 한국에 비교하여, 법률과 규칙 간의 내용이 일치하고, 보석취소도 규정한 차이가 있을 뿐으로, 불구속재판 중의 피고인을 판결언도(선고) 후, 원재판소가 구속이 가능한지는 일본 형사실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의 제 견해는 4가지 형태로 정리된다(佐 木史朗 外 17人, 增補 令狀基本問題 上, 東京 : 一粒社, 1997, 430-432頁). (1) 상소제기 전후를 불문,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없다는 견해. 이는 ① 피고인의 구류는 본안사건이 계속하고 있는 수소재판소의 고유권한으로 이해하고(피고인 구류요건을 규정한 일본 법 제60조-한국 법 제70조-의 법원은 수소재판소로 한정), ② 상소제기 시에 이심효과가 발생됨을 주된 전제로 한다. 이에, ③ 상소제기 후 원재판소가 구류기간 갱신결정 등을 하도록 한 법 제97조 및 규칙 제92조 2항은 수소재판소 외에 피고인 신병에 관한 처분을 허용한 특별규정(구류 등의 실체적 요건규정)으로 이해함으로써, 구류가 제외됨은 이를 불허하는 의미로 파악한다. 다만, 이에 따르면 상소제기 전에는 본안이 원재판소에 계속된 점에서 원재판소가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고도 하겠으나, ④ 구류 중인 피고인에 대하여는 원재판소가 모든 유형의 신병처리결정을 할 수 있음에도 유독 구류되지 않은 피고인의 신병처리에 관하여 가장 기본적 처분인 구류를 제외함은 의문으로, 판결 전까지 지장없이 구류되지 않고 재판을 받은 피고인을, 판결언도 후 갑자기 구류할 수 있다는 것은 극히 희박한 사례로, 만일 구류 필요성이 인정되면, 판결언도 전, 원재판소가 구류할 수 있음이 실무상 통례임을 고려할 때, 상소제기 전에도 역시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없다 봄이 자연스럽다는 논거를 든다. 과거 일본 형사실무의 보편적 견해다. 다음으로, (2) 상소제기 후,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없다는 견해(大阪高決昭和·39·2·15高刑集17卷1·152頁). 논거는 (1)과 유사한데, 大阪高等裁判所는 「상소제기전은 별론으로」하여, 명확한 견해를 유보하고 있다. (3) 상소제기 전,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는 견해(福岡高決昭和39·6·13下刑集6卷5, 6·621頁). 다만 상소제기 후, 원재판소의 구류가능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논거는 (1)과 같은데, 상소제기 전, 수소재판소는 원심으로 법 제60조에 의하여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4) 상소제기 전 후를 불문, 원재판소에 의한 피고인 구류가 가능하다는 견해(廣島高決昭和40·10·13判タ181·214頁). 세부적으로 2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먼저 ①은, 피고인 구류는 본 안이 계속되는 원재판소의 고유권한인데, 이심효과발생은 상소제기시가 아닌 상소재판소에 소송기록도달 시로, 따라서 상소제기 전은 물론, 상소제기 후라도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원재판소는 법 제60조에 따라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 ②는 구류권한은 소송계속 중, 수소재판소의 본래적 권한문제는 아니어서, 반드시 소송계속 중 수소재판소가 갖아야 할 필연성은 없다. 법 제97조 및 규칙 제92조는 구류요건을 판단함에, 가장 합리적인 법원으로 하여금 결정하게 하기 위한 정책적 성격의 조문으로, 이심효과가 상소제기 시 발생한더라도, 피고인 구류는 법 제60조에 따라, 원재판소가 할 수 있는 것이다(법 제60조의 재판소는 ‘수소재판소’에 한정하지 않고 ‘피고인에 대한 구류권한을 갖는 재판소’로 파악). 2. 最三小決昭和41·10·19를 통해 제시된 일본 최고재판소의 견해 일본 최고재판소는 昭和41년 이 문제에 대하여, 판단을 제시해 주목받는다. 최고재판소는 먼저 피고인의 구류이유, 필요성 등 실체적 요건 판단문제와 구류권한을 어떤 재판소에서 갖는지 절차적 권한배분문제는 별개임을 지적하면서, 피고인의 구류이유 등 실체적 요건의 판단 시, 법 제60조에는 시간적 제약이 없고, 판결언도 후, 상소제기 전 후를 불문, 피고인의 구류는 가능하다고 한다. 나아가 원·상소재판소 간 피고인 구류권한배분에 대하여,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 않는 한, 구류 이유, 필요성 등은 상소재판소가 판단할 수 없어, 또 구류이유 등이 있어도 이를 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여, 법 제92조 및 규칙 제97조가 구류처분을 제외하여도, 원재판소에 구류권한이 없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最三小決昭和41·10·19刑集20卷9·864頁). 위 최고재판소결정례는 상기 (4) 견해 중 ②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동일한 취지로 大阪高決昭和49·6·19判タ311·274頁; 大阪高決昭和55·10·3判時986·132頁). 물론 문제제기가 없지 않다. 먼저 위 논리라면, 무죄판결언도 등에 따라 구류효력이 상실된 피고인도, 판결언도 후 원재판소가 재차 구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를 지지하는 견해는 전무이다. 또 유죄판결언도 후, 피고인의 도주우려 등에 따른 구류를 허용함은 판결확정 전에 사실상 형을 집행하는 효과가 있다. 유죄판결의 언도와 도주우려 등이 예상되면, 판결언도에 앞서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음에도, 굳이 선고시까지 문제없이 재판을 진행에 해온 피고인을 언도 후 구류하는 것은 아무리 구류이유, 필요성 판단이 유동적이라도 넌센스다. 구류기간의 초과 등으로 피고인구류가 제한되는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형사소송법에는 구류이유, 필요성 외에 다양한 제약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법 제60조는 실체적 요건규정으로, 법 제92조는 절차적, 기술적 규정으로 단정함도 적절치 않다. 오히려 법 제92조는 구류권한의 배분이라는 절차적 요건과 실체적 요건을 동시에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일본 형사소송법 입법과정을 보면, 제정 당시는 ‘구류기간의 갱신’도 누락되었으나, 昭和24년 5월 28일 법률제118호 개정으로, 추가되었다. 따라서, 당초 ‘구류’와 ‘구류기간의 갱신’을 조문에서 누락된 것은 입법과정의 착오보다는 일정한 의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인데, 위 최고재판소 결정례는 이러한 입법자의 의도를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III. 대법원 2007.7.10. 자 2007모460 결정의 배경에 대한 추론 사례는 1심에서 소재불명 등을 이유로 궐석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징역1년 6월의 형 선고를 받은 후, 항소를 하자, 1심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하였다. 이후 변호인이 원심인 항소심에 구속취소신청하고, 원심은 판결선고 후 1심 법원에는 피고인 구속권한이 없음으로 이를 인용, 피고인의 구속을 취소하였다. 검사가 재항고한 사안으로, 대법원은 “상소제기 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기록이 없는 상소법원에서 구속의 요건이나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여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의 사건에 관한 피고인의 구속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기까지는 원심법원이 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의 규정이 형사소송법 제105조의 규정에 저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 원심 구속취소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결국, 사안은 상소제기 후의 문제로, 구속이유나 필요성이 부정되어 불구속재판을 받은 예가 아닌, 소재불명 등으로 궐석재판이 진행된 점에 특징이 있다. 원심 논리를 추론하면, 판결선고 후, 법원은 피고인 구속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법 제70조의 법원은 수소법원에 한정되고, 이심효과 발생시점과 무관하게, 판결선고 후 법원은 수소법원의 지위를 상실함을 전제로, 법 제105조는 피고인의 신병처리권한이 없는 원심법원에 예외적 권한부여 규정으로 파악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차정인 교수는 ‘이심효과의 발생시점을 논거로 하지 않고, 판결이 선고되면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원심법원으로서 권한이 종료함이 원칙’이라 하는데, 원심과 동일 맥락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는 의문이다. 만일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이 (수소법원으로서)지위를 상실하면, 이심효과가 발생 전까지 수소법원 내지 소송계속은 없게 된다. 이것이 타당할까?가령 이 견해에 의하면 구속 중인 피고인에 대하여 원심과 상소심간 구속기간환산 등 몇 가지 난감한 문제가 발생한다. 한편, 원심의 논리를, 원심법원이 수소법원인지의 여부, 이심효과 발생시점과는 별개로, 법 제105조는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과 상소법원 간, 피고인 신병처리 권한설정규정으로 보고, 구속 및 보석취소규정이 누락된 것은 양 법원 모두 할 수 없는 취지로 이해할 수도 있다. 유죄판결이 예상될 정도로 재판이 진행된 상태라면, 이미 판결선고 전 원심이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고, 따라서 법 제105조에서 구속 등을 누락시킨 것은 절차적 측면에서 법원의 구속을 제한하고자 하는 의미로 충분히 긍정할 수 있다. 반면 대법원은 상소제기에 따라 이심의 효과가 발생하여 상소법원이 수소법원으로서 지위를 획득하여도(대법원 1985. 7. 23. 자 85모12호 결정 참조, 「항소법원은 항소피고사건의 심리 중 또는 판결선고 후 상고제기 또는 판결확정에 이르기까지 수소법원으로서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각호의 사유있는 불구속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이것은 이미 구속되어 있던 피고인에 대하여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중의 사건에 관한 소송기록이 있는 원심법원이 상소법원의 권한을 대행하여 구속기간의 갱신 등을 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105조, 형사소송규칙 제57조의 각 규정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소송기록이 도달 않은 상태에서 구속요건을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사안과 같이 판결선고 후 비로소 피고인의 구속이유와 필요성이 긍정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법 제70조의 법원은 수소법원으로, 상소법원은 상소제기 후, 수소법원으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으나, 소송기록이 도달 안된 경우, 현실적으로 구속요건판단이 불가능하여 법 제105조는 예외적으로 그 권한을 원심법원이 대행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명문에 구속 등이 누락되어도, 이를 할 수 없다는 해석은 곤란하다는 점을 논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균용 부장판사는 이심효과발생시점과 굳이 연계시키지 않더라도, 법 제70조에서 피고인 구속이 가능한 시간적 제약을 설정하지 않은 점에서, 법 제105조는 단지 소송기록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점을 기준으로 피고인 구속권한을 갖는 법원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이렇게 본다면, 법 제105조는 피고인 구속에 관한 단순한 절차적 규정으로, 구속 등이 누락되어도 대법원 결정례와 같은 해석도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구속이나 보석취소의 규정을 누락한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사실 명쾌하지 못하다. 이에 대한 설명은 원심인 항소심결정에서 찾는 편이 수월한 면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IV. 맺음말 법 제105조 및 이에 근거한 규칙 제57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대법원 결정례의 입장은 이미 상당기간에 걸쳐 정착된 실무적 태도로 평가된다(법원실무제요-형사-, 법원행정처, 1998, 368면 등). 법 제105조에서 피고인에 대한 구속 등의 규정이 누락된 원인을 검토하고 문제제기한 차정인 교수의 견해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소재불명 등으로 불구속재판을 받은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된 구체적 사안을 놓고 볼 때, 형사법규의 논리적이고 명확한 해석과 동시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실무적 고민도 필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2007-11-22
부가가치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I.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1999. 4.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외화획득용 원료구매승인서를 발급받고 이를 기화로 영세율로 금지금(순도가 1000분의 995이상 금괴)을 매입하고 이를 가공?수출하지 아니한 채 매입 즉시 전량 구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 업체에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라 함)를 부과, 판매하여 부가세 63억원을 징수하자마자 그 즉시 법인계좌에서 전액 인출하여 사용한 후 이중 15억원에 대하여는 부가세 신고조차 하지 않고, 나머지 48억원에 대하여는 신고만 한 채 제1기분 63억원 상당을 납부하지 아니하고, 이어 1999. 7. 동일한 수법으로 징수한 부가세 5억원 역시 임의 소비하고서도 신고는 하고 곧바로 폐업신고를 하는 등으로 제2기분 부가세 5억원을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2. 사건경과 가. 공소 제기(신고?미신고 불문 미납부 전액 조세포탈로 의율, 기소) 검찰은 2004. 9. 7.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미납부한 부가세 68억원 전액에 대하여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1항의 조세포탈행위로 의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나. 1심 판단(신고부분 무죄, 무죄이유는 조세포탈이 아닌 조세체납 문제라는 취지) 1심 법원은 2004. 11. 18. 미신고분인 제1기분 15억원에 대하여는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나머지 신고분 53억원에 대하여는 부가세의 조세채권 확정에 관하여 신고납부방식을 취하고 있는 현행 조세법체계하에서 부가세는 납세의무자의 신고로 일응 그 조세채권이 확정되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부가세액을 신고한 이상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신고한 이상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조세체납의 문제일 뿐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다. 원심 판단(원심파기, 신고부분도 조세포탈에 해당한다고 전부 유죄 선고) 검찰은 2004. 11. 20. 무죄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원심(서울고등법원)은 2005. 11. 23. 정상적으로 신고한 부분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영업활동을 통하여 이득을 얻을 목적이 없고 부가세를 납부할 의사 없이 사위적인 방법으로 영세율의 적용을 받아 금괴를 구입한 다음 이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여 부가세액이 포함된 판매대금에서 구입가격(부가세가 포함되지 않는 가격)을 제한 나머지 금액을 이득으로 취하려 한 것이므로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조세범처벌법규가 예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고, 비록 피고인들이 신고절차를 마쳤다 하더라도 조세포탈행위 성립에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1심 일부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신고한 53억원을 포함, 68억원 전액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II. 법적 쟁점 이건의 주요 쟁점은 위와 같이 수출계약서를 위조, 영세율인양 가장하여 영세율로 금지금을 매입하고, 부가세의 거래징수 제도를 악용, 구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업체에 부가세를 부과, 판매하여 마치 징수한 부가세액을 납부할 것처럼 가장,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 징수한 부가세액 전액을 그 즉시 임의사용한 다음 세무관서를 기망, 신고한 경우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임 즉 이건처럼 기망징수하여 기망신고한 경우 설령 신고는 하였더라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임 Ⅲ. 대법원 판결요지(전원합의체 판결) 1. 다수의견 (8인의 대법관, 원심판단 정당) 대법원은 2007. 2. 15. 전원합의체 판결로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의 확정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뿐만 아니라 비록 과세표준을 제대로 신고하는 등으로 조세의 확정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지만 조세범처벌법 제9조의3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의 기수시기에 그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고 그것이 조세의 징수를 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인하여 생긴 결과인 경우에도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시하면서, 다만,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조세의 징수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그 재산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은닉 또는 탈루시킨 채 과세표준만을 신고하여 조세의 정상적인 확정은 가능하게 하면서도 그 전부나 거의 대부분을 징수불가능하게 하는 등으로 과세표준의 신고가 조세를 납부할 의사는 전혀 없이 오로지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의도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실질에 있어서는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위와 같은 거래방식은 처음부터 정당한 세액의 납부를 전제로 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거래징수하는 한편 과세관청에 대하여는 책임재산의 의도적인 산일과 그에 이은 폐업신고에 의하여 그 지급을 면하는 부가세 상당액이 위 거래의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자 거래의 동기이었음을 알 수 있는바, 본 사안은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부가세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의도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징수한 부가세액 상당 전부를 유보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만 부가세를 신고한 것에 불과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 부가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것이어서 조세포탈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신고한 부분까지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2. 소수의견 (5인의 대법관) 이에 대하여 5인의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제시하였는데, 별개의견은 부가세와 같은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는 납세의무자의 신고에 의하여 조세채무가 확정되므로 과세표준 및 세액을 실제 그대로 신고하여 조세채권 확정에 어떤 방해나 지장도 초래하지 않았다면 설사 납세의무자가 조세체납의 의도로 과세표준 신고 이전에 재산을 은닉?처분하였다 하더라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하여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수의견과 같이 본다면 조세징수만을 불가능 또는 곤란하게 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조세포탈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이럴 경우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에 책임재산 은닉행위와 무납부 또는 과소납부행위를 포함시키고 징수권의 침해 여부에 따라 구성요건해당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되어 신고납세방식 조세의 본질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둘째, 대법원은 그동안 사전소득은닉행위를 과세표준 자체를 은닉하는 행위로 보아왔는데 다수의견에 의하면 책임재산 일반을 감소시키는 부정행위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게 되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 셋째, 다수의견과 같이 납세의무자의 책임재산을 은닉?탈루시키는 행위가 있으면 신고여부와 상관없이 조세포탈죄가 성립하는 것이라면 조세범처벌법 제9조의3에서 신고?납부기한이라는 기수시기를 따로 두고 있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넷째, 다수 의견에 따를 때 과연 어떠한 경우가 납세의무자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신고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여 실질적으로는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인지 알기 어렵다. 다섯째, 다수의견에 의하면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도 확정과는 상관없이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는 적극적인 부정행위와 징수불능이 있으면 조세포탈범이 성립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바, 종래에는 납세의무자가 기망행위를 하였으나 과세관청이 이에 속지 않고 정당한 상속세액을 부과한 경우 조세포탈범이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으나 앞으로는 납세의무자가 부과된 세액을 납부하지 아니한 경우 조세포탈범이 성립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종전보다 확장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여섯째, 우리 세법은 조세채무의 확정과 징수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일단 조세채권이 확정되면 그 조세채권에 대하여는 일반채권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바, 조세포탈죄는 정당한 조세채권의 확정을 방해하거나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이해하여야 하고, 다수의견과 같이 정당한 조세채권의 확정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더라도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Ⅳ. 판례 평석(이건은 기망징수에 기한 기망신고이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전형임에도 다수의견 이유란에 이에 대한 판시가 누락된 점) 1. 다수의견 의의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1항의 조세포탈범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함으로써 성립한다. 대법원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대하여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왔다. 또한 적극적 행위가 수반되지 아니한 단순한 미신고 또는 과소신고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왔다. 그리하여 이번 판례는 기한 내에 신고하되 납부만 하지 아니하면 포탈이 아니고 체납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고, 또한 단순 무신고나 허위 신고만으로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종전 판례(대법원 1998. 6. 23. 선고 98도869, 2000. 4. 21. 선고 99도5355 판결)가 있음에도 부가세 포탈에 관한 한 비록 확정 신고를 하였다 하더라도 거래 실질에 있어 징수불능 의도로 거래징수한 부가세를 유보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 신고하여 조세채권이 정당하게 확정되는 경우 이는 실질에 있어 부가세를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판시로 부가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 신고납세방식에서 신고는 조세채권을 확정시키는 준법률행위이고, 부과과세방식에서 신고는 단순한 세액결정자료 제출에 불과하므로 신고납세방식 세목(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등)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가 부과과세방식 세목(상속세, 증여세 등)보다 넓고, 일본 역시 우리의 부가세법에 해당하는 소비세법 제64조에서 조세포탈행위를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로 규정하고 판례도 부정행위를 “포탈의 의도로써 세금의 부과?징수를 불능 혹은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것 같은 어떤 위계 그 밖의 공작을 행한 것”(최고재판소 1968. 11. 8. 선고)이라고 우리 대법원과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는바, 이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례는 향후 자기부과조세제도의 확립 등과 괘를 같이하여 신고납세방식 세목의 경우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에 대해 종전보다 넓게 해석하겠다는 경향을 밝힌 획기적인 판례다. 여하튼 위 다수의견에 의해 2003. 7. 1. 이전에는 영세율제도, 그 이후에는 면세금제도를 악용하여 금지금 변칙거래를 통해 2조원 이상의 부가세를 포탈하여 국고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조직적, 지능적 조세포탈사범에 대한 법리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이들을 하나같이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구축되었다. 2. 다수의견 평석 다만 다수의견 유죄이유 판시내용과 관련, 아쉬운 점은 크게 네 가지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다수의견 판시 미흡에 기인하여 소수의견이 있었기에 이하 내용을 다수의견에 추가하여 판단하였으면 소수의견도 불식하고 세법엄격해석 원칙에 맞는 판시였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법해석 판시와 관련하여 일부 간과한 부분이 있다. 대법원 판례는 하나같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판시하는데 그치고 있는 바, 사기는 부정한 행위의 주요 태양으로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고, 여기서 기망이라 함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행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해석함에 있어 이건처럼 세무행정당국이나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하여 납세의 의무(헌법 제38조)를 감면받거나 공제받고, 징수한 부가세액마저 위 거래의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기에 징수불능케 하여 납세의무 이행을 면탈하여 세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단계에 이르는 행위 즉 기망신고, 기망징수 행위는 당연히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포함하여 판시해야 함에도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조차 이러한 기망신고, 기망징수 행위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대표사례로 포함시켜 판시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종전 판시에만 그친 아쉬움이 있다. 참고로 헌법상 납세의무를 침해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유사한 병역법 제86조에 정한 ’사해행위‘의 의미 및 그 실행의 착수시기와 관련되어 대법원 판례(2005. 9. 28. 선고 2005도3065판결)는 ’사위행위‘라 함은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조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러한 신체적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무행정당국을 기망하여 병역의무를 감면받으려고 시도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다른 행위 태양과 상응할 정도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면탈하고 병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에 비로소 사위행위의 실행을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점에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과 관련하여 기망신고, 기망징수 부분까지 포함하여 판시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둘은 이건에서 피고인들은 조세부과측면에서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인양 기망신고하여 조세부과를 불가능하게 하였기에 전형적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사전소득은닉행위)임에도 이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는 점이다. 기망신고인 이유는 첫째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로 지금을 양수한 사실이다. 둘째 영세율제도를 악용하여 영세율로 양수받은 지금을 하나같이 국내에 과세판매하여 거래를 위장한 사실이다. 셋째 그럼에도 마치 적법하게 영세율로 지금을 양수받은 양 매입세액을 영세율로 기망신고하여 공제받은 사실이다. 넷째 일부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고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다. 그리하여 위 네 가지 측면에서 피고인들은 영세율 적용대상이 아님에도 영세율로 매입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 영세율인양 기망신고하여 매입세액을 부당하게 공제받아 조세 부과를 불가능하게 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건 신고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태양인 기망신고에 해당함에도 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판시가 누락되었다. 사단법인 한국세무학회의 원심법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수출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출할 것처럼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로 부가세 신고를 함으로써 납부세액을 축소시키거나 환급받았다면 그와 같은 행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조세포탈범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참고로 일본의 통설이나 판례(최고재판소 1973. 3. 20. 선고)에 의하면 기망신고 일종인 허위신고 자체만으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셋은 피고인들은 조세징수측면에서 마치 부가세를 지급할 것처럼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 징수하고 이를 전액 임의사용하여 조세징수를 불가능하게 하였기에 전형적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징수불능)임에도 이에 대한 판시내용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기망징수하여 징수불능인 이유는 첫째 현금과 같고, 당일 매입하여 바로 매출하므로 시세변동이 없는 영세율 지금을 하나같이 매입가보다 저가로 과세매출하여 마치 징수한 부가세를 납부할 듯한 태도로 기망징수하는 등 구조적으로 부가세를 납부할 수 없는 거래를 한 사실이다. 둘째 징수한 부가세 전액을 사적으로 임의로 사용, 횡령하여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사실이다. 셋째 궁극적으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수출업체의 부정한 환급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 위해 수입가격보다 저가수출을 하여야 하고 저가수출을 위해 반드시 저가 과세매출할 수밖에 없는 거래를 통해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사실이다. 넷째 납부능력이 없는 자를 대표이사로 내세우고, 주범은 해외로 도주하고 사무실을 폐업하여 영업을 중단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설령 견해를 달리하여 신고를 하였기에 조세부과측면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없다 하더라도 종전 대법원 판례 즉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는 판시에 의하더라도 이건에서 피고인들은 거래징수제도를 악용하여 처음부터 조세징수가 불가능한 거래를 하였기에 그 행위 자체만으로 신고여부와 무관하게 조세징수 측면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즉 기망징수에 해당함에도 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이유 설시가 분명하지 않은 점이다. 넷은 기망신고, 기망징수인 경우 부가세 신고가 본건 조세포탈범 성립을 배제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누락된 점이다. ‘사기 기타 부정행위’는 단순한 하나의 행위일 수도 있지만 일련의 행위가 복합적으로 해당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행위만으로는 적극적인 침해의사를 인정할 수 없더라도 여러 개의 행위를 종합하여 조세포탈의사에 의한 적극적인 행위인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1심 판결과 같이 부가세 신고를 한 부분과 신고를 하지 않은 부분을 나누어 피고인들이 부가세 신고를 한 부분은 조세채무가 확정되었으므로 단지 조세 확정 이후의 체납의 문제라고 보는 것은 범행의 전체적 기망과정을 도외시한 것이다. 본건에서 피고인들의 신고는 조세의 확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당국의 즉각적인 세무조사를 피하여 제1기분 부가세 포탈에 그치지 아니하고 제2기분까지 이어가기 위해 시간을 확보하거나 조세포탈 의도를 은폐하기 위한 기망신고로 대표적인 위계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살핀대로 기망신고, 기망징수 의도하에서 행해진 신고는 본건 부가세 포탈 성립을 방해하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음에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 그리하여 이건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세체납 문제로 판단한 1심은 어떠한 적극적 부정행위, 즉 기망신고, 기망징수가 없는 단순 체납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3. 소수의견 비판 소수의견은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 다수의견을 비판하고 있는데, 결국 그 핵심은 다수의견과 같이 볼 경우에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에 책임재산은닉 후 무납부 또는 과소납부한 행위까지 포함시키게 되는데 이는 구성요건이 확장되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고, 신고납세방식 조세의 본질에도 어긋나며, 조세가 확정된 이상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고 조세채권 징수의 문제만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의견은 정상적인 영업활동 후 체납을 위해 책임재산을 은닉하고 무납부한 경우를 상정하여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정상적으로 신고까지 마친 후 단지 세금을 면하기 위하여 책임재산을 은닉하고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까지 조세포탈범으로 보겠다는 것은 아니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있었던 경우와는 다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영업활동이 아닌 조세포탈 일련의 과정이었을 뿐이다. 다수의견은 애초부터 세금을 낼 의도없는 형식적인 부가세 신고는 비록 금액에 있어서 허위, 과소신고가 아니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보아 허위, 과소신고와 마찬가지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책임재산은닉행위를 구성요건의 하나로 추가한 것이 아니라 이 역시 형식적 신고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단서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일 뿐이다. 부가세 신고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실상 신고가 없는 경우나 다를 바 없는 경우에 신고가 있었음을 이유로 조세포탈범의 성립을 부정한다면 무신고를 통해 1회성 거래를 통하여 단기간에 걸쳐 조세를 포탈하려고 기도하는 자보다 이건처럼 계획적?지능적 범의 하에 신고를 하면서 마치 징수한 부가세를 납부할 듯한 태도로 세무관서를 기망, 현실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지 아니한 채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여 더 많은 조세를 포탈하려고 하는 자가 더 유리하게 되는 결과가 되는바 이를 막기 위하여 실질적으로 신고가 없는 경우와 같이 보겠다는 것이고 소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조세포탈범의 행위 정형성이 무너질 만큼 구성요건을 확장한 것은 아니다. 이는 추상적인 법률을 해석하여 구체화된 기준을 제시하는 법관의 법률 해석의 권한 내에 있는 것이지 명문의 규정을 넘어서 가벌성을 확장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다수의견 평석에서 밝힌 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기망신고, 기망징수를 포함하여 해석, 판시하였다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소수의견 없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여 신고납세방식 세목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을 보다 넓고 명확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이에 대한 해석의 엄격성을 유지하는 등 헌법상 원칙인 조세법률주의도 한 차원 더 구현하는 기념비적인 판례가 되었으리라고 확신한다. Ⅴ. 결 론 대상판결은 피고인들과 같이 부가세의 영세율제도, 거래징수제도를 악용하여 징수한 부가세를 횡령하고 저가매출로 구조적으로 조세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고 기망신고한 경우에는 과세표준 신고여부와 무관하게 조세포탈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검찰측 주장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서 부가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를 확대한 획기적인 판례라 할 것이다. 다만 오랜만에 조세포탈행위 해석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인 만큼 이번 다수의견에서 종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기망신고, 기망징수까지 추가하여 포함됨을 명확하게 판시하였다면 세법 엄격해석에도 부합되면서 부가세 포탈에 관한 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와 관련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시금석과 같은 판례가 되었을 것이 확실함에도 이를 포함하여 판시하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건은 검찰에서 종로일대 금시장 부가세포탈 수법을 포착, 서울고검 주재로 특별대책본부를 편성하고 국세청과 공조수사를 착수하고, 공판까지 직관하여 사단법인 한국세무학회 의견조회, 국세청 유권해석(각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취지), 의견서를 통한 적극적인 의견개진 등을 통해, ① 포탈규모 2조원 이상의 사상최대 탈세범죄를 적발하고, 연간 5천억원대 부가세 부정환급, 금지금 수출입 과정에서 수입가보다 저가 수출을 통해 590억원 상당에 이르는 국부해외유출을 차단하게 되었고, ② 이건 수사 이전 금 수입물량이 정상보다 6배나 상회하는 등 금시장이 조세포탈의 온상이었으나 수사착수이후 금 수입물량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등 금시장내 조세포탈사범을 발본색원하여 금 수출입질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③ 단순한 수사에만 그치지 아니하고 공판에 이르기까지 검찰, 국세청 등 유관기관간에 실질적인 공조체제가 이루어낸 대표적인 수사, 공판성공사례로 새로운 판례를 개척하여 탈세사범에 대한 수사를 보다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조세포탈범은 국가의 조세행정을 부정하게 저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건의 경우 국고의 해외유출을 야기하는 등 반사회적인 범죄로 지탄을 받고 있으며 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 국제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더욱이 경제의 발전, 정책 및 세제변화 등에 따라 불확정개념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대한 판례 축적 등을 통해 이러한 범죄의 추세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법률이 제 역할을 못하도록 방치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향후 조세사범 수사실무에 있어서 갖는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2007-08-06
적법한 임의동행의 요건
I. 사실관계와 경과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절도혐의로 긴급체포할 의사로 피고인의 집 부근에서 약 10시간 동안 잠복근무를 한 끝에 새벽에 집으로 귀가하는 피고인을 발견하고 4명이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다가가 피고인을 둘러싼 형태로 경찰관들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이에 피고인이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공소외 타인의 진술 외의 보강증거가 없었기에 경찰관들은 피고인에게 임의동행을 요청하여 경찰서로 데리고 갔는데, 경찰관들은 피고인에게 동행 요구에 대해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사전 고지하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피고인을 경찰서에 동행한 후 대질신문을 진행하였고 임의동행이 이루어진 6시간 상당이 경과한 후 피고인에게 범죄사실의 요지, 긴급체포의 이유,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고 긴급체포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관리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경찰서를 빠져나가 도주하였다. 원심인 춘천지방법원은 (1) 피고인에 대한 임의동행은 경찰관들의 심리적 압박 하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임의성을 결여하였으므로 그 실질은 체포에 해당하며, 당시 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은 채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는 등 긴급체포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도 준수하지 않은 이상 위 강제연행은 불법체포에 해당한다, (2) 임의동행 이후 경찰서에서 이루어진 긴급체포도 형사소송법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에 불법이다, (3) 따라서 피고인은 불법체포된 자로서 형법 제145조 제1항 소정의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아니므로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라고 판시하였다(춘천지방법원 2005.8.26. 선고 2005노429 판결). 그리고 대법원은 평석대상판결에서 이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과정에 아무 잘못이 없음을 확인하면서, 임의동행의 적법성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II. 형사소송법과 경찰관집무집행법상 임의동행의 요건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임의수사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바,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할 수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1항에 의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 대하여 임의적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 한편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관은 ‘거동불심자’에 대하여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으며(제3조 제1항), 이 ‘거동불심자’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당해인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질문하기 위하여” 부근의 경찰관서로 동행을 요청할 수 있다(제3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1항의 피의자신문의 경우 피의자는 출석의무가 없고 진술거부권이 있다는 점에서 임의수사이며,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임의동행의 경우도 질문상대방이 그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으며 동행요구를 언제든지 거절할 수 있으므로 임의수사임은 틀림없다(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7항).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에 의거한 임의동행도 강제수사라는 학계의 소수설이 있지만[신동운, 『형사소송법』 (제3판, 2006), 114면], 학계의 다수설은 이를 임의수사로 파악하고 그 과정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III. 사안분석 1. 임의동행과 체포의 구별기준와 적법한 임의동행의 요건 제시 대법원은 임의동행에서의 임의성은 동행의 시간과 장소, 동행의 방법과 동행거부의사의 유무, 동행이후의 조사방법과 퇴거의사의 유무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3.11.23. 선고 93다35155 판결). 대상판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즉, 동행을 요구받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는가 여부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경찰관 4명이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다가가 피의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을 동행한 점, 경찰관들이 동행을 요구할 당시 피고인에게 그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음을 말해주지 않은 점, 피고인이 경찰서에서 화장실에 갈 때도 경찰관 1명이 따라와 감시했다는 점 등을 주목하면서, “비록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동행할 당시에 물리력을 행사한 바가 없고,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 위에서 본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사법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합리적 인간이 생각하여 자신이 그 자리를 떠날 수 없겠구나 라고 믿는 상황이라면 이는 ‘정지’의 정도를 넘어서는 ‘체포’이며[U.S. v. Mendenhall, 446 U.S. 544 (1980)], ‘임의동행’된 시민의 행동의 자유가 “공식적인 체포의 정도로까지 제약되는 순간”[Berkemer v. McCarty, 468 U.S. 420 (1984)] 당해인은 체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동일하다. 그리고 대법원은 임의동행이 적법할 수 있는 요건을 제시한다. 즉, “아직 정식의 체포ㆍ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임의동행시 동행거부의 자유를 고지할 의무의 부활 그런데 여기서 대법원이 임의동행시 경찰관이 대상자에게 동행거부의 자유를 고지할 것을 임의동행의 임의성 판단에 있어 핵심적 기준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태우 정부 아래에서 1990년 10월 13일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이후 1991년 3월8일 경찰관직무집행법이 개정되면서, 임의동행시 동행거부의 자유와 동행 후 퇴거의 자유를 경찰관이 사전에 고지해야 하는 의무규정(제3조 4항 후단)이 삭제되고, 임의동행시의 시간적 제한을 3시간에서 6시간으로 연장된 바 있다(제3조 6항). 그러나 노상에서의 ‘정지’와는 달리 경찰관서로의 ‘동행’은 그것이 형식적으로는 피동행인의 동의에 기초하여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시민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의 가능성이 매우 높고 또한 동행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체포에 못지 않다. 피의자신문 전에 진술거부권이 의무적으로 고지되어야 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임의동행이 진정 임의적이 되려면 피동행자가 자신에게 동행을 거부할 자유가 있음을 알고서도 동행을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1979년 ‘Dunaway v. New York 판결’[442 U.S. 200 (1979)]은 노상에서의 정지와는 달리 경찰관서로의 동행의 경우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가 더욱 심각해지며, 설사 공식적으로 ‘체포’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수정 헌법 제4조의 통제 하에 들어간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하여 임의동행시 동행거부의 자유를 고지할 의무를 부활시켰던 바, 헌법적 권리 보호를 위한 ‘사법적극주의’의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3. 임의동행 이후의 긴급체포의 불법성 한편 대상판결은 사법경찰관이 임의동행 후 6시간 상당이 경과한 이후에 행해진 긴급체포의 경우 동행의 형식 아래 행해진 불법 체포에 기하여 사후적으로 취해진 것에 불과하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원심판결이 지적하였듯이, 피고인에 대한 불법한 임의동행 이후 6시간 상당이 경과하여서 비로소 범죄사실의 요지와 긴급체포의 이유 및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면서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은 것은 체포 당시에 준수하였어야 할 절차를 뒤늦게 밟는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며, 그 임의동행의 위법의 정도는 사소한 절차상의 흠을 넘어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와 같은 위법성은 사후적으로 취해진 긴급체포에도 그대로 승계된다. 임의동행 자체가 불법할 경우 사법경찰관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6항의 요구를 고려하여 6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채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았다고 하여 그 긴급체포가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긴급체포는 ①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② 통상체포 보다 엄격한 사유,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구속사유가 있어야 하며, ③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것 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제200조의 3 제1항). 그런데 이 사안에서 피고인은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체포된 후 범행을 부인하고 있었는데 만약 당시의 사정만으로 긴급체포의 요건이 갖추어졌다면 사법경찰관은 바로 적법한 절차를 밟아 검사 또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않았다. 이후 검사는 절도혐의에 대한 보강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지휘를 했고, 피고인은 수사기관의 조사에 순순히 응해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자면 임의동행 이후 이루어진 긴급체포가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적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IV. 맺음말 민주화 이후에도 임의동행의 형식을 빌려 신병확보 기간을 늘리고 수사를 진행하는 실무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임의동행은 피의자의 동의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주장되지만, 수사기관의 동의 요청은 피의자를 사실상 강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대상판결은 임의동행의 적법성은 피의자의 형식적 동의 여부에 위해서가 아니라,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었는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정식의 체포ㆍ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권리가 약화되지 않도록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함을 명백히 밝힌 획기적 판결이다.
2007-01-11
자진출석한 참고인에 대한 불법한 긴급체포
I. 사실관계 및 쟁점 위증교사, 위조증거사용죄로 기소된 피고인 변호사 甲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자 당시 공판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한 후 위 무죄가 선고된 공소사실에 대한 보완수사를 한다며 甲의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이던 피고인 乙에게 검사실로 출석하라고 요구하였다. 乙이 자진출석하자 검사는 참고인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기 시작하였고, 이에 乙은 인적사항만을 진술한 후 검사의 승낙 하에 甲에게 전화를 하여 자신을 데리고 나가달라고 요청하였다. 더 이상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사이 甲이 찾아와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乙에게 여기서 나가라고 지시하고 이에 乙이 검사실을 나가려 하자 검사는 乙에게 “지금부터 긴급체포하겠다”고 말하면서 乙의 퇴거를 제지하려 하였고, 甲은 乙에게 계속 나가라고 지시하면서 乙을 검사와 검찰계장을 몸으로 밀어 이를 제지하여 수사업무를 방해함과 동시에 검사에게 좌측팔꿈치 좌상 등을 가하였다. 요컨대 이 사건은 자진출석한 참고인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을 행하려는 수사기관의 기도를 참고인이 거부하고 바로 퇴거하려고 시도하자 수사기관이 이를 실력으로 제지하고, 이에 참고인이 저항한 사건이다. 대상판결은 자진출석한 참고인에 대한 검사의 긴급체포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 불법한 긴급체포이며, 따라서 피고인의 상해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참고인에 대한 긴급체포의 남용을 통제하려는 법원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 선도적 판결인 바, 학계와 실무계 모두에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II. 참고인조사의 의미 및 긴급체포의 요건과 판단기준 형사소송법상 참고인조사는 수사기관이 수사에 필요한 때 가능하다(제221조). 그런데 참고인조사는 피의자가 아니며, 참고인조사를 거부하더라도 과태료 부과나 구인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참고인조사가 ‘임의수사’임은 명백하다. 한편 긴급체포는 ①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② 통상체포보다 엄격한 사유,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구속사유가 있어야 하며, ③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것 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제200조의 3 제1항).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밝혀진 사정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으나,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한 체포이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III. 사안분석 1. 범죄혐의의 상당성 먼저 긴급체포를 하려면 피의자에 대한 범죄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학계 일부에는 체포는 구속과 구별된다는 이유로 긴급체포의 ‘상당한 이유’ 요건을 완화하려는 입장을 제기하기도 하지만[임동규, 형사소송법(제3판, 2004), 172면; 정웅석, 형사소송법 (제2판, 2005), 192면], 형사소송법상 체포와 구속의 요건 모두 ‘상당한 이유’라는 동일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특히 긴급체포의 경우 그 요건에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구속사유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긴급체포에서 요구되는 범죄혐의의 ‘상당성’은 구속의 경우와 같은 수준의 상당성, 즉 무죄의 추정을 깨뜨릴 정도의 충분한 객관적·합리적 혐의, 죄를 범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의미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사무장 乙은 참고인 조사를 받는 줄 알고 검찰청에 자진출석하였는데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피의자로 조사한다고 하므로 임의수사에 의한 협조를 거부하였고, 자신에 대한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에 대하여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귀가를 요구하였다. 이 경우 검사가 변호사 甲이 위증교사를 범하였고 乙은 甲의 사무장으로서 위증교사의 공범일 것이라는 ‘주관적 혐의’를 가지고 있었음은 사실이겠으나, 위증교사로 기소된 甲에 대하여 이미 무죄가 선고되었고, 긴급체포 당시 乙에 대한 조사 자체가 이루어지지도 아니하였으므로 乙의 범죄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2. 체포의 필요성 다음으로 乙은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여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하였고,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라는 안정적 직장에 근무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甲에게 이미 무죄가 선고되었으므로 乙이 자신의 행위가 유죄판결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乙이 조사를 거부하면서 퇴거를 요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乙은 이미 甲의 위증교사 사건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을 당시 위증교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甲은 위증교사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점, 또한 검사가 乙을 긴급체포한 이후에 별다른 조사 없이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의 피의자신문조서만을 받은 채 기소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乙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었다고도 보기 힘들다. 3. 체포의 긴급성 마지막으로 설사 검사가 乙을 소환하기 이전에 위 범죄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에는 애초에 통상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하거나, 乙을 피의자신분으로 소환하고 소환에 불응하면 통상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했어야 하므로 참고인조사의 형식을 빌려 영장주의의 요청을 회피하고 피의자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긴급체포에서 긴급을 요한다고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형소법 200조의3 제1항 후단)를 말하는 바, 당해 사안은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4. 소결 따라서 검사가 피고인 乙의 긴급체포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며 오히려 불법체포·감금죄(형법 제124조)에 해당하며, 임의출석한 乙과 그의 사용인인 甲이 검사에 대하여 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써 폭행을 하였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136조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실력으로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한 자를 체포하는 것에 대하여 자진출석한 자가 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검사나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폭행을 하였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도2283 판결, 2000. 7. 4. 선고 99도4341 판결 등 참조). IV. 유사사례와의 비교―임의출석한 고소인에 대한 임의조사 후 행한 긴급체포 이상과 같은 대상판결의 사정(射程)범위와 관련하여 유사한 판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1998. 7. 6. 선고 98도785 판결이 그 예인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고소한 피의사건에 대하여 고소인 자격으로 피고소인과 대질조사를 받고 나서 조서에 무인하기를 거부하자 수사검사가 무고혐의가 인정된다면서 무고죄로 인지하여 조사를 하겠다고 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가방을 들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검사는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변명할 기회를 준 후에 피고인을 긴급체포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검사의 행위는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춘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참고인이 조사를 받기 전에 퇴거를 요구한 평석대상판결의 사실관계와 달리, 98도785 판결에서 피의자는 임의출석의 형식에 의하여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한 후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피의자가 장기 3년 이상의 범죄를 범하였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드러나고,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할 경우에는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생긴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자진출석한 피의자에 대해서도 긴급체포가 가능함을 밝힌 것이다. 임의출석한 참고인이나 고소인에 대한 긴급체포의 적법성 판단이 긴급체포가 조사 이전에 행해졌는지 또는 이후에 행해졌는지의 차이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루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전자의 경우 긴급체포가 불법하다는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V. 맺음말―임의조사·수사를 긴급체포의 전(前)단계로 활용하려는 수사실무에 대한 통제 강화 현행법상 검사가 행한 긴급체포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후 승인절차가 없고, 사법경찰관이 행한 긴급체포의 경우는 사후 즉시 검사의 승인만 받게 되어 있는바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48시간 동안은 법원의 어떠한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무영장체포가 수사기관에게 보장되어 있다. 즉, 긴급체포가 피의자의 구속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긴급체포 후 ‘48시간+판사의 구속영장발부의 결정기간’ 동안에는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는 수사기관에게 완전히 맡겨져 버리고 만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긴급체포는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사실무에서는 피의자가 출석요구 등 수사절차에 응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긴급체포를 행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행법상 긴급체포에 대해서는 ‘사후체포영장’을 통하여 그 정당성이 추인될 필요가 없는 바, 현재로는 긴급체포의 범죄의 중대성, 신병확보의 필요성 및 긴급성 등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긴급체포의 남용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긴급체포에서 범죄혐의의 상당성, 체포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엄격하고 세밀하게 해석하고 있는 평석대상판결의 입장은 임의수사를 긴급체포의 전(前)단계로 활용하는 수사실무에 제동을 건 중요한 판결로서 향후 수사실무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판결을 계기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는 참고인이나 고소인에게 임의출석을 요청한 후 출석하면 피의자신문을 개시하고 이를 거부하면 바로 긴급체포하는 관행은 사라져갈 것으로 예상한다.
2006-12-04
준강도의 예비
1. 사실관계 피고인이 강도예비, 특가법위반(절도)의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대상판례에서 문제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현행범으로 체포될 당시 칼과 포장용 테이프 등을 휴대하고, 등산용칼과 회칼을 피고인의 차량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절도 범행이 발각되는 경우 그 체포를 면탈하는 등의 목적으로 이를 휴대한 것임을 시인한 점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이 준강도의 예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강도예비죄로 기소하였다. 원심(대구지법 2004. 7. 6. 선고 2004고단3287 판결)은 이에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항소하였다. 항소이유로 강도예비죄를 처벌하는 이유가 강도죄의 흉폭성에 비추어 강도범행의 결의가 객관적·외부적으로 드러난 이상 실행의 착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이고, 준강도의 경우에도 그 흉폭성과 행위의 불법성이 강도와 같다고 보아 강도죄와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는 점, 강도상해, 강도살인, 강도강간죄 등에는 준강도가 포함되는 점을 감안하면 강도예비의 강도에 준강도가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하여, 원심은 강도예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점을 들었다. 2. 판결요지 피고인이 야간에 등산용칼, 후레쉬, 포장용 테이프를 휴대하고 배회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강도할 목적으로 예비하였다고 인정하는데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필자 부기: 가사 절도와 함께 체포면탈 등을 목적으로 위와 같은 물거을 휴대하고 피해대상을 물색하며 배회한 점이 충분히 입증되었더라도,) 원심 판시와 같은 이유로 준강도만을 예비한 행위를 강도예비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인정된다. 3. 판례의 검토 1) 준강도의 예비죄 성립가능성 대상판례의 사실관계가 다소 불명확한데, 피고인이 절도를 위하여 필요한 도구를 준비하고 나아가 범행도중 발각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체포면탈 등의 목적으로 흉기를 휴대한 상태로 피해대상을 물색하던 중,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안이다.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준강도죄가 통상의 강도죄와 폭행, 협박 등이 재물강취 등의 수단이 아니고, 재물의 탈취행위에 후행함으로 그 행위구조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폭행, 협박과 재물탈취 등의 순서만 역전되어있을 뿐, 전체적으로 유사한 행위태양과 불법성을 이유로 강도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어, 준강도를 목적으로 한 일종의 준비행위로 파악, 강도예비(형법 제343조)를 적용, 기소하였다. 원심 및 대상판결(항소심)은 검사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체포면탈 등을 목적으로 흉기를 휴대하였는지의 입증이 명확하지 않고, 설사 입증되었더라도, 준강도를 예비한 행위를 강도예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하는데, 그 논거가 불분명하다. 이하에서는 준강도죄의 구조와 함께 준강도의 예비행위에 대한 강도예비죄 적용가능성을 살펴본다. 2) 준강도죄의 구조와 강도예비죄의 적용가능성 (1) 준강도죄의 성격과 구조 먼저, 준강도죄의 성격에 대하여 ① 강도죄의 특수한 유형, ② 절도죄의 가중유형, ③ 폭행, 협박죄의 가중적 구성요건 또는 ④ 절도나 강도죄의 가중유형이 아니라 독립된 구성요건으로 파악하는 견해 등이 있다. 한국의 지배적 시각은 ① 또는 ④라고 하겠는데, 어떠한 견해에서든지, 준강도죄는 폭행, 협박과 재물탈취행위의 결합형식이 통상 강도죄와 다르지만, 불법내용을 강도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점에서 강도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따라서, 폭행, 협박의 정도도 강도죄와 같이 평가하고, 그 시기도 절도의 기회시 행하여질 것을 요구한다(이재상, 형법각론 제4판, 박영사, 2001, 294면; 임웅, 형법각론, 법문사, 2001, 301면 등. 판례도 유사한 입장이다. 대법원 2004. 11. 18. 선고 2004도5074 전원합의체 판결). 아울러, 준강도죄의 구조에 대하여, ① 절도와 폭행·협박의 결합범으로 보는 입장(결합범설. 임웅, 전게서, 300~301면; 山口厚, 刑法各論 補訂版, 有斐閣, 2005, 227~229頁), ② 절도에 의한 폭행·협박이라는 신분범으로 보는 입장(신분범설. 박상기, 형법각론, 박영사, 1999, 269면; 참고로, 진정신분범설로 前田雅英, 刑法講義各論 第3版, 東京大學出版會, 1999, 203頁; 부진정신분범설로, 大谷實, 新版刑法講義各論, 成文堂, 2000, 238頁)이 있다. 주로 준강도죄의 성격을 위의 ② 내지 ③으로 보는 입장에서 ②설을 취한다. 준강도죄에 대한 견해 차이에 따라 준강도죄의 기수·미수 판단기준 및 폭행, 협박행위만 관여한 후행자의 처리방식 등이 달라진다. 즉, 신분범설에서는 폭행, 협박을 기준으로 기수, 미수를 판단하게 되지만, 결합범설에서는 절도의 기수, 미수여부를 기준으로 하게 된다. 또한 폭행, 협박에만 관여한 후행자에 대하여 신분범설에서는 준강도죄의 공범(진정(구성적)신분범설) 내지 폭행, 협박의 공범(부진정(가감적)신분범설)로 파악하지만, 결합범설에서는 승계적 공범의 문제로 파악하여, 승계적 공범을 부정하는 입장에서는 단지 폭행, 협박죄의 공범만이 성립하게 된다(이재상, 전게서, 295면. 한국에서는 결합범설이 상대적으로 다수적 입장이다). (2) 강도예비죄의 적용가능성 그렇다면, 준강도죄에 있어서도 강도예비죄의 적용이 가능한가?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하여 논의한 사례를 확인하기 어렵다. 대체로 학설의 다수입장에서는 부정적 견해를 취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다수견해는 준강도죄의 절도는 적어도 절도미수단계에 도달할 것을 요구하고 예비행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절도의 예비행위만 하고, 폭행, 협박에 나아가 경우는 단순히 폭행, 협박죄만 구성하게 되는데, 만일 준강도의 예비를 긍정하면 폭행, 협박이 예비행위 만에 그친 때에도 강도예비를 구성하게 된다. 나아가 결합범설에서는 준강도죄의 예비를 인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절도예비나 폭행, 협박의 예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음에도 이를 결합하여 준강도의 예비로 파악하기는 논리적으로 곤란하다(특히, 동일한 결합범설에서도, 준강도죄를 강도죄의 특수한 유형이 아닌 독립된 범죄로 이해하는 경우, 준강도의 예비를 인정하기 더욱 어렵다). 또한 준강도죄는 절도행위 이후, 사후적으로 폭행, 협박에 나아가게 됨으로서 그 구조가 강도죄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강도죄와 동일하게 평가, 처벌하는 범죄인데, 절도가 이루어지기 이전의 단계에서 강도예비로 포착하여 처벌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곤란하고, 현실적으로도 생각하기 어렵다. 아울러, 만일 준강도의 예비죄가 가능하다면, 대부분의 절도예비행위가 강도예비죄로 파악되는 결과가 야기될 것이고, 목점범인 예비죄에 있어서 목적은 기본범죄에 대한 확정적 인식을 그 내용으로 하는데, 준강도의 예비사례는 대부분, 절도가 1차적인 목적이고, 사후의 폭행, 협박은 조건부, 불확정적인 형태에 그치는 점도 문제이다. 신분범설에서도 준강도죄의 예비를 인정하기에는 난점이 있다. 준강도죄는 절도의 신분을 갖춘 행위자만이 주체가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신분을 갖추지 못한 자가 준강도예비죄의 행위주체가 된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西田典之, 刑法各論 第2版, 弘文堂, 2002, 178頁; 참고로, 일본형법의 준강도죄 규정은 강도예비죄 보다 뒤에 위치함으로써, 법문상으로도 준강도의 경우 예비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점도 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한국형법은 준강도죄의 규정 이후에 강도예비죄 규정을 둠으로, 이러한 논란은 문제될 것이 없다). 반대로 준강도의 예비를 긍정하는 견해와 그 논거도 생각할 수 있다. 즉, 첫째, 준강도죄가 강도죄와 같이 처벌되는 것은 준강도죄가 강도죄에 필적하는 불법을 갖춘 점에 있는데, 이를 준강도 예비의 경우에 특별히 다르게 생각할 이유는 없다. 둘째, 현실적으로 절도행위 외에 그 이후의 사태전개에 따라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할 의사로 이를 준비하는 행위는 충분히 가능하고, 단순히 절도만을 준비하는 행위와 구분할 수 있다. 일본 판례사안이지만, 피고인들이 보석점으로부터 보석을 절취하기로 계획하고 범인 중 일부가 쇼윈도를 부수어 보석을 절취, 도주하고 다른 공범이 만일 범인들을 추적하여 오는 점원 등이 있다면, 이에 폭행을 가하여 체포를 면탈하기로 범인들 간 상호 역할분담을 한 사안도 있다(大阪高判平成4·6·30判例集未登載). 셋째, 폭행, 협박의 의사가 조건부라 하더라도 조건부 의사가 반드시 불확정적 의사를 지칭하지 않는다. 절도가 범행 중, 발각되면 폭행, 협박을 가할 확정적 의사를 갖는 예도 가능하다. 넷째, 신분범설에서 분명히 행위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신분이 필요하지만, 신분이 없더라도 예비죄를 구성할 수는 있는 점 등을 논거로 들 수 있다(山口厚, 前揭書, 227頁, 前田雅英, 前揭書 220頁, 大谷實, 前揭書, 250頁. 참고로, 일본의 경우, 다수견해는 준강도의 예비를 긍정한다. 大谷實 編, 判例講義 刑法 II, 悠悠社, 2002, 69頁).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대상판례 외에 준강도의 예비를 언급한 판례는 없다. 참고로, 일본 最高裁判所 판례에서 피고인이 사무실에 침입, 절도를 계획하고 펜치 등 필요한 도구와 함께 만일 범행도중 발각된 경우, 체포면탈에 사용하기 위하여 등산용 나이프 등을 준비하고, 범행대상을 물색 중, 불심검문에 의하여 검거된 사례에서, 준강도죄의 예비를 인정한 예가 있다( 最判昭和54·11·19刑集33卷7·710頁,判時953·131頁). 4. 결 론 현재 대상판례는 상고 중으로, 대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매우 흥미롭다. 사견으로는 준강도의 예비가 긍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준강도의 예비행위도 현실사례에서 충분히 상정할 수 있으며, 통상 강도예비행위와도 그 위험성 등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준강도죄를 결합범으로 파악하는 입장(사견으로는 준강도의 기·미수판단기준, 공범문제등을 고려할 때, 결합범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에서는 준강도에 있어서 강도예비죄를 인정함에 앞서 지적한 난점이 문제이다. 그러나 준강도죄는 강도죄의 특수한 형태로, 결합범으로서의 구조를 절도행위과정에서 발생하는 폭행·협박행위의 결합이 아니고, 절도행위와 폭행, 협박행위가 일정한 관련성을 갖고 혼합된 결합 형식으로 이해한다면, (결합범설에서도) 준강도에 있어서도 강도예비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6-10-30
‘사회심리학적 분석의 법논증에의 응용’과 ‘피의자·피해자 認知的 법해석’
1. 문제의 제기 ‘육교의 계단 사이를 바람이 통하도록 하기 위하여 빈 공간으로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짧은 치마 입은 여성들이 육교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알려지자 당국에서 육교의 계단 사이를 막는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런 조치를 ‘性認知的(gender-sensitive) 조치’라고 한다. 육교를 건설하는 사람이 남성이면 남성의 입장에서 문제를 인식하기 때문에 여성이 이용자일 경우를 염두에 두지 아니하여 위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소비자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생산자가 ‘소비자 인지적’ 태도를 유지하여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종래의 사법제도, 특히 ‘형사사법제도’를 바라보면 ‘피의자·피해자 인지적 태도’(suspect and victim-sensitive)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법집행기관·재판기관 중심적 태도’(law enforcement and court-centered)에 기울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긴급체포와 임의동행, 임의출석을 예로 들어 ‘수사기관 중심적 태도’와 ‘피의자 인지적 태도’를 비교 분석하여 보자. 수사기관(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요건이 구비된 피의자를 긴급체포하여 최장 48시간 동안 영장 없이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4). 이 48시간을 수사기관은 ‘매우 짧다’고 호소하며 그 기간을 늘리는 입법을 추진하거나 편법을 사용하여서라도 그 기간을 늘리려고 애를 쓴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조사의 상대방이 자진하여 조사실에 출석하는 임의동행이나 임의출석을 활용하면 ‘체포’라는 물리력을 사용하지 아니하여 좋고 조사시간도 더 길게 확장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피의자는 그 기간이 너무 길어 기간을 줄이거나 영장주의적 통제를 강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임의동행이나 임의출석 요구에 응하는 피의자나 참고인은 그것이 ‘임의적’인 것이므로 자신이 그런 아량(수사기관의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으므로 요구에 응하는 것은 아량이다)을 베풀면 수사기관도 그에 상응하는 아량을 베풀 것으로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결과적으로 ‘아량을 베푸는 시민에게 오히려 푸대접’이 돌아오는 경우, 예를 들어 수사기관의 임의동행이나 임의출석 요구에 응한 시민에게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것만 못한 대우가 돌아오는 받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아량을 베푸는 시민에게 푸대접’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판례를 내 놓아 주목된다. 하나는 외관상 임의동행처럼 보이지만 사회심리적 관점(실질적 기준)에서 불법체포로 간주한 판례이고 또 하나는 참고인으로 불러 놓고 출석하자마자 피의자로 긴급체포하는 수사기관의 ‘禁反言’적 행태를 불법체포로 간주한 판례이다. 2. 임의동행에 응한 피의자의 긴급체포의 적법성[대법원 2006.7.6. 선고 2005도6810 판결(공2006, 1572)] D는 2004년 9월 현금·수표 절도사건을 수사하던 사법경찰관(이하 ‘P1’으로 약칭함) 등과 함께 임의동행 형식으로 화천경찰서에 출석하였다. 6시간이 지난 후 P1은 D에게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았다. D는 그 후 경찰이 입감서류를 작성하느라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D가 ‘긴급체포된 뒤 경찰의 허락 없이 경찰서를 빠져나간 행위’가 도주죄 혐의로 기소되었다. 제1심과 항소심이 D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하였다. D가 경찰서에 임의동행된 사정은 다음과 같다. P1 등이 D를 동행한 시각은 동틀 무렵인 새벽 06:00경이었고, 그 장소는 D의 집 앞이었으며, 그 동행방법은 4명의 경찰관들이 D의 집 부근에서 약 10시간 동안 잠복근무를 한 끝에 새벽에 집으로 귀가하는 D를 발견하고 4명이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D에게 다가가 피의사실을 부인하는 D가 동행된 것이다. 이 때 P1은 D에게 ‘동행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 D가 경찰서에서 화장실에 갈 때 경찰관 1명이 따라와 감시한 점에 비추어 D가 경찰서에 도착한 이후의 상황은 D가 임의로 퇴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6시간이 지난 후 P1이 D에게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은 것을 적법한 긴급체포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다. 대법원은 임의동행을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으로 정의한 후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 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P1이 D에게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은 것을 불법체포로 간주하였다. 대법원은 그렇게 보아야 하는 논거를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됨에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밖에 강제성을 띤 동행을 억제할 방법도 없어서 제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의 체포ㆍ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찾는다. 3. 임의출석 참고인의 긴급체포의 적법성[대법원 2006. 9.8. 선고 2006도148 판결(법률신문 3490호, 11면)] 변호사 D3은 위증교사, 위조증거사용죄 혐의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공판관여검사 P는 항소한 후 ‘보완수사를 한다’며 D3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던 D4에게 ‘참고인 조사차 검사실로 출석하라’고 요구하여 D4가 검사실에 출석하였다. P는 D3의 위증교사사건과 관련하여 “D4가 W에 대한 증인신문사항을 작성할 때 W가 허위증언 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 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W2(제1심 판결에서 그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되었다)와 D4를 대질조사하려고 W2를 소환한 상태에서 D4를 상대로 참고인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위증 및 위증 교사 혐의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기 시작하였다. D4가 일어서서 검사실을 나가려 하자 P는 D4에게 “지금부터 긴급체포 하겠다”고 말하면서 D4의 퇴거를 제지하려 하였다. D3은 D4에게 ‘나가라’고 지시하면서 D4를 붙잡으려는 P를 몸으로 밀어 이를 제지하였다. 이 과정에서 P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D3과 D4는 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상해)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사안에서도 D4가 일어서서 검사실을 나가려 하자 P가 D4를 긴급체포한 것이 적법한가 하는 점이 중요한 쟁점 중의 하나로 떠오른다. 제1심과 항소심은 D3의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였고 D4에게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D3이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D4는 참고인 조사를 받는 줄 알고 검찰청에 자진출석하였는데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피의자로 조사한다’고 하므로 임의수사에 의한 협조를 거부하면서 그에 대한 위증 및 위증교사의 혐의에 대하여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귀가를 요구한 것이므로 P가 D4를 긴급체포하려고 할 당시 D4가 위증 및 위증교사의 범행을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위 W2의 진술은 이미 하급심의 판결에서 그 신빙성이 배척되었으므로 위 W2의 진술만으로 D4가 위증 및 위증교사의 범행을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D4의 소환경위, 직업 및 혐의사실의 정도, D3의 위증교사죄에 대한 무죄선고, D3의 위증교사사건과 관련한 D4의 종전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D4가 임의수사에 대한 협조를 거부하고 자신의 혐의사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에 퇴거를 요청하면서 검사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였다고 하여 도망할 우려가 있다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검찰청에 자진출석한 D4를 체포하려고 한 행위를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4. 결 어 피의자(D)가 아량을 베풀어 임의동행 요구에 응하였더니 수사기관이 오히려 조사시간을 확장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임의동행을 중단하고 경찰서를 빠져 나오려고 하니 비로소 ‘긴급체포’한다고 통고하며 체포하는 수사기관은 매우 비신사적일 뿐만 아니라 자기중심적이다. 참고인 자격의 출석요구에 응하여 출석(D4)하였더니 출석하자마자 피의자로 조사하는 수사기관의 행위는 ‘禁反言’일 뿐만 아니라 자기중심적이다. 그렇다고 임의출석과 임의동행을 전적으로 불법화시킬 수도 없는 일이다. 종래 대법원은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밝혀진 사정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판시[대법원 2002.6.11. 선고 2000도5701 판결; 대법원 2005.12.9. 선고 2005도7569 판결]하여 다소간 수사기관의 재량적 판단을 존중하는 쪽에 기울어졌었다. 그러나 긴급체포의 오·남용 위험성도 있어 대법원은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 그 체포는 위법한 체포”(대법원 2002.6.11. 선고 2000도5701 판결)라는 단서를 남겨 두었었다. [대법원 2006. 9.8. 선고 2006도148 판결]사안은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위법한 체포’ 사안의 또 하나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대법원 2006.7.6. 선고 2005도6810 판결]과 [대법원 2006. 9.8. 선고 2006도148 판결]에서 주목되는 점은 ‘사회심리학적 분석’을 법논증에 응용한 점이다.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됨”에도 불구하고 임의동행·임의출석이라고 강변하는 수사기관의 태도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다.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이 ‘사회심리학적 분석’이나 ‘피의자 認知的 법해석’을 외면하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견지하면 시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1992년의 ‘한국형 미란다 판결’(대법원 1992.6.23. 선고 92도682 판결)에서도 ‘사회심리학적 분석’(체포된 피의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어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도록 하여야 공정하다)이 잠재되어 있었다. 향후에도 ‘사회심리학적 분석’, ‘피의자·피해자 認知的 법해석’이 법논증에 활발히 응용되기를 기대한다. 그런 논증이 활발히 전개되어야 민중이 사법을 신뢰하게 된다.
200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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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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