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판결요지
한의사 면허는 경찰금지를 해제하는 명령적 행위(강학상 허가)에 해당하고, 한약조제시험을 통하여 약사에게 한약조제권을 인정함으로써 한의사들의 영업상 이익이 감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이익은 사실상의 이익에 불과하고 약사법이나 의료법 등의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한의사들이 한약조제시험을 통하여 한약조제권을 인정받은 약사들에 대한 합격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당해 소는 원고 적격이 없는 자들이 제기한 소로서 부적법하다.
II. 사건개요
1996.6.11 이영희 외 23,355인에 대한 국립보건원장의 한약조제시험 합격처분에 대하여 원고들은 시험과목이 본초학 등 3과목에 한정되어 적정성이 상실되었고 약대재학생에게 본초학과 한방개론 또는 위 두 과목 중 한 과목만 이수하면 응시자격을 부여하도록 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제8조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무효의 규정이고 시험위원의 선정과 출제과정도 불합리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여 원심에서 원고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어 상고하였다.
III. 평 석(1) 한의사 면허는 경찰허가인가?
판결문에 의하면 「한의사 면허는 경찰금지를 해제하는 명령적 행위(강항상 허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사 면허는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작용인가? 공공의 안녕질서의 구체적 요소는 평온, 안전, 위생, 도덕, 미관을 들 수 있는데 경찰권의 발동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의 방지와 제거를 위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한의사 면허는 열거한 공공의 안녕·질서의 요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위해를 가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오히려 전통적으로 면허없이 해오던 의료행위를 국민들에게 보다 안전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한 복리행정 작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원심판결에서는 「의료행위의 자유는…법률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한다는 공공의 복리를 보호하는 결과」라고 하면서도 경찰금지를 해제하는 명령적 행위로 보는 모순을 누출하고 있는데, 이 사건 판결에서 참조판례로 들고 있는 대법원 1990.11.13 제2부 판결 89누756(양곡가공업허가처분취소) 판결을 보더라도 「…법률이 국민식량의 확보와 국민경제의 안정이라는 공공의 복리를 목적으로 영업의 자유를 일반적으로 제한하여…」라고 하여 양곡가공업허가는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의 복리」를 목적으로 함을 명시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판결 역시 양곡가공업허가를 명령적 행위로 보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법」이란 권리(이익)와 제한을 동시에 의미하는 것으로, 한의사 면허를 권리(이익)로는 보지않고 제한(이에 대한 해제 포함)으로만 보는 것은 법치국가의 이념과는 거리가 멀다. 또 한의사 면허를 경찰허가로 보는 것은 무제한한 권력에 바탕하여 모든 국가행정을 경찰작용과 재정작용으로만 보았던 절대주의적 경찰국가의 유습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실제로 행정행위를 내용의 관점에서 명령적 행위와 형성적 행위로 나누는 것은 일본에서는 경찰국가였던 명치헌법시대에 세워진 것으로(美濃部達吉) 사람의 자연적 자유에 대한 규율을 명령적 행위로 보고, 공기업의 특허라고 하여 국가가 자연적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가스·전기·철도 등의 공공서비스의 특허를 국민에게 새로운 권리·능력을 부여하는 형성적 행위로 보았었다. 독일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전 1928년에 간행된 F.Fleiner의 「독일행정법」제8판에서는 철도의 특허를 권리를 부여하는 행위로, 경찰허가를 개인에 대한 허가행위로 설명하고 있으며「산업경찰허가」라는 표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66년에 간행된 Ernst Forsthoff의 「독일행정법」 제9판에서는 허가를 형성적 행위로 분류하고 있음을 볼 때 현대 민주국가에서 경찰작용으로 볼 수 없는 분야에 있어서의 허가를 경찰허가로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비민주적 법률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영업허가나 한의사의 면허도 국민의 법적영역을 확장시키는 행위로, 형성적 행위이다. 오늘날 독일에서는 허가가 형성적 행위로 정착되어 있고(ex. Maurer) 일본에서도 형성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2) 공권과 반사적 이익의 구별의 비민주성
F.Fleiner에 의하면 국가가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 입법자들은 1. 시민에게 직접 그의 이익실현을 위한 구체적 청구권을 부여할 수도 있고, 2. 법률의 집행을 전적으로 행정청의 수중에 넣고서 개개의 시민에게는 구체적 청구권을 부여하지 않는 방법이 있는바 첫 번째의 방법이 공권을 인정하는 것이며 두 번째의 방법은 반사적 권리(Reflexrechte)(보다 정확하게는 법의 반사(Rechtsreflexe)가 옳음)}라고 한다. 따라서 반사적 이익이란 법규가 개인에게 권리를 부여함이 없이 이익을 가져다 주는 효과, 즉 법규적용의 반사적 효과를 말한다. 이와 같은 청구권 없는 법집행작용에 의한 국민에 대한 이익부여는 법치국가가 아닌 경찰국가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경찰국가행정의 반사적 이익에 대비한 법치국가적 공권의 대비는 아무리 공권의 법치국가적 의의를 강조한다 하더라도 반사적 이익에 대비한다는 그 자체가 부분적 법치국가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반사적 이익이란 지극히 비민주적인 개념으로 이성을 상실한 경찰 국가였던 나치독일시절에는 주관적 공권을 부정하고 객관적 법규범에 의한 반사적 보호만이 강조되기도 하였고(Kottgen. Deutsche Verwaltung. 1937), 구쏘비에트 국가조직법에 있어서도 주관적 공권에 대비한 「객관적 합법성」이 강조되었다. 따라서 주관적 공권론을 긍정한다고 하여도 반사적 이익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경찰국가적 유산이기 때문에 진정한 법치국가는 반사적 이익 없는 공권만에 의한 이익부여만 존재할 때 가능하므로, 이렇게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법집행의 결과로 행정객체에게 발생하는 이익을 권리 개념을 매개로 하여 주관적 공권과 반사적 이익으로 구분하는 논리를 극복할 수밖에 없다.
(3) 「법률상의 이익」은 「법규준수의 이익」
본사건에서 제기한 무효확인 소송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등에 대한 효력 유무를 확인하는 소송이므로 법이 제대로 집행되었는지의 여부, 즉 객관적 법규범에 대한 처분등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 하여야 하는바, 이러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얻는 이익이란 법규준수의 결과로 발생할 이익을 의미한다. 한약 조제는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였거나 한약조제시험을 통하여 한약조제권을 획득한 자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위법하게 한약 조제권을 획득한 자가 신규로 한약조제 시장에 참가 함으로써 기존의 업자들이 침해 받을 이익은 법규를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받게 되는 손해로 법규의 준수에 의하여 보호받는 이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관적 공권과 반사적 이익을 고전적으로 구분하게 되면 위법한 한약조제권자에 의하여 침해받을 이익은 공권이 아닌 반사적 이익이므로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행정청은 법규를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법적 제재를 받지 아니하는 모순을 야기하여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그밖에 공권력의 행사·불행사 등으로 인한 국민의 이익의 침해도 구제하지 못하고, 공법상의 법적용에 관한 다툼을 적정하게 해결하지도 못함으로써 행정소송법 제1조의 행정소송의 목적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모순적인 결과는 오로지 「법률상의 이익」을 주관적 공권으로 해석하면서 주관적 공권이 아닌 이익은 오직 반사적 이익일 뿐으로 반사적 이익의 침해를 이유로 하여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하는 경찰국가적 법논리의 결과로, 한약조제시험을 통하여 약사에게 한약조제권을 인정함으로써 한의사인 원고들이 받게될 영업상의 이익의 감소는 한약조제시험 합격처분이 위법한 경우에는 약사법이나 의료법등의 법률 준수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의 감소임이 분명함에도 판결에서는 「이러한 이익은 사실상의 이익에 불과하고 약사법이나 의료법 등의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하여 경찰국가적 법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또한, 원심판결을 보면 「법률상의 이익이라 함은 당해 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말하고 단지 간접적이거나 사실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는데 불과한 경우에는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고 하여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과 나머지 사실적 이익을 대비시키면서 「법률상의 이익」을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으로 해석하는 한편,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들의 한의사로서의 이익이 사실상 감소된다고 하더라도 이 불이익은 이 사건 처분의 단순한 사실상의 반사적 결과에 지나지 아니하고 이로 말미암아 법률상 원고들의 권리가 침해당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라고 하여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을 권리로, 나머지 「사실적 이익」을 반사적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대로 라면 권리란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이고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은 법률상의 이익이 되는데, 그렇다면 신규의 한약조제권자의 시장참가에 따른 기존 한의사들의 감소되는 이익은 객관적 법규준수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과 법규준수에 의하여도 보호되지 않는 적법한 처분의 결과후에 감소하는 사실상의 이익 모두를 포함하므로 처분의 적법성 여부에 따라 법규준수에 따른 이익은 법률상의 이익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은 감소하는 이익 전부를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법률상의 이익이 아니라고 한다. 이러한 오해는 「의사의 자치」(l'autonomie de la volonte)에 기초한 권리개념을 매개로 한 주관적 공권과 반사적 이익의 구별에 따른 사실상의 이익의 구별에 따른 사실상의 이익과 권리개념의 매개가 필요없는 객관적 법규준수의 이익과 나머지 사실상의 이익을 혼동하였기 때문인데, 이들 개념들의 구별 기준들은 완전히 서로 다른 기초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을 중첩적으로 적용시키지 말아야 한다. 「법률의 집행」은 「의사(volonte)의 실현」이 아니라 「권한(competences)의 행사일 뿐이다. 따라서 법집행에 의한 이익에 대한 「의사의 자치」에 기초한 주관적 공권과 반사적 이익의 구별은 포기되어야 한다. 또 그러한 구별은 지극히 비민주적인 경찰국가의 유산이다. 이제는 사실상의 이익의 침해에 대한 원고적격의 전반적인 확대까지는 어렵다 하더라도 「법률상의 이익」을 권리 개념의 매개없이 객관적 「법규준수의 이익」으로 해석함으로서 최소한 경찰국가적 법논리의 카오스(chaos)한 멍에로부터 해방되어야 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