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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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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숙 법학박사·미국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인터넷 쇼핑몰사업자의 배타 조건부 거래행위에 대한 경쟁법적 평가
I. 서론: 사건의 개요 및 문제의 제기 경쟁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경쟁적 시장'이란, 기업이 가격, 품질, 혁신성 면에서 우월한 상품이나 용역을 생산하면 이에 따라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살아 있는 시장이다. 그런데, 현실의 시장에서 무엇이 경쟁적 시장의 모습이고, 무엇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인가에 대한 해답은 반드시 간단하게 도출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개별 사안마다 시장의 구체적 모습을 살펴 추상적인 '경쟁'의 원리가 해당 상황에서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별도의 고려를 요한다. 대법원 2011.6.10 선고 2008두16322 판결(이하 '본 건 판결')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시장도 그 독특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를 요하는 시장의 하나이다. 이 사건 원고인 'G마켓'은 인터넷 쇼핑몰의 일종인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사업자로서, 자신의 경쟁사업자인 '엠플온라인'과 거래하고 있던 7개 판매자들(이하 '7개 사업자들')에게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였고, 이에 불응하면 원고의 메인 화면에 노출된 상품을 모두 빼버리겠다고 위협하였다(이하 '본 건 행위'). 이에 대해 피고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원고의 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는 행위로서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금지 조항에 위반한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부과하였다. 이 처분을 다툰 원심에서, 법원은 시정명령의 적법성은 긍정하고 과징금 산정에 대해서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관련시장에서 원고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지위는 인정되지만, 본 건 행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 일종인 '배타조건부 거래'로서의 '부당성'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남용행위 해당성을 전제로 한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필자는 대법원이 원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함에 있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독특한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부당성 판단 부분에 있어서는 대법원이 일관되게 적용해 온 기준인,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인가의 판단에 있어, 경쟁자의 '퇴출'을 실제로 야기하였는지에 주목하여 판단함으로써 법리 적용에 혼선을 야기하였다고 생각한다. II. 쟁점별 논의 1.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 (1) 본 건 시장의 구조 및 특성 본 건 행위는, G마켓과 7개 사업자간에 일어났다. 이들 7개 사업자는 온라인상에서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려는 업체들로서 G마켓으로부터 그의 쇼핑몰에 상품을 노출시켜 주는 서비스를 공급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G마켓에게 일정 수수료를 지급한다. 즉, 이들 간에는 '입점서비스'의 공급자 및 수요자로서 하나의 시장이 형성된다(이하 '시장 A'). 그런데, 오픈마켓을 포함한 인터넷 쇼핑몰의 특징은, 위와 같은 입점업체와 쇼핑몰 운영자간에 형성되는 시장과 별도로, 쇼핑몰 운영자와 일반소비자(인터넷 쇼핑몰을 방문하여 상품의 구매를 하는 자)간에 별도의 시장이 형성되며(이하 '시장 B'), 시장 B에서의 거래양상이 시장 A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시장 B에서 일반소비자는 G마켓으로부터 다양한 상품 및 그 판매원에 대한 정보를 얻는 서비스를 공급받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G마켓에게 지급한다(수수료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 가격에 전가될 경우가 많을 것이다). 즉, 시장 B에서 일반소비자는 '정보서비스'의 수요자이고 G마켓은 이의 공급자이다. G마켓을 중심으로 양면에서 수요자의 위치에 있는 입점업체와 일반소비자들은 G마켓과 각각 별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G마켓이 제공하는 가격(수수료) 및 서비스의 질 이외에도 서로 상대방 집단의 크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은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가 얼마나 많이 G마켓에 모여드는지에 따라,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들은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이 얼마나 많이 G마켓에 모여드는지에 따라, G마켓을 자신의 공급자로서 선호하거나, 혹은 다른 공급자로 전환할 것을 고려하게 된다. 이러한 시장의 양면적 구조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이 2008.12.11 선고 2007두25183 판결에서 다룬 바가 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플랫폼사업자'라 칭하면서, 이 사업자를 중심으로 두 개의 시장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하나는 종합유선사업자와 TV 홈쇼핑 사업자간에 형성되는 프로그램 송출서비스시장(이하 '시장 C')이고, 다른 하나는 종합유선사업자와 유선방송 유료시청자 간에 형성되는 프로그램 송출시장(이하 '시장 D')이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종합유선사업자의 채널변경행위가 이루어진 시장(시장 C)을 관련시장으로 보았고, 이 관련시장은 시장 D와는 별개의 시장이며, 시장 D에서의 시장지배력이 바로 시장 C에서의 지배력으로 전이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위 판결에서 적용된 시장획정의 원리를 G마켓 사건에 적용하여 볼 때, 관련시장은 본 건 행위가 발생한 시장 A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시장 A는 시장 B와 별개이며 시장 B에서의 지배력이 바로 시장 A에서의 지배력으로 전이되는 것은 아니나, 시장 B에서 수요자 집단의 행위는 시장 A의 수요자 집단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2) 관련시장의 획정 그렇다면, 인터넷 쇼핑몰에의 입점서비스 공급시장인 시장 A는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 본 건 판결은, 거래형태, 입점조건, 구매자 인식 등을 기준으로 관련시장을 오픈마켓만으로 한정하였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에서는 오프라인에 비해 수요 및 공급대체성이 매우 커서 관련시장은 이보다 더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수요대체성에 대해 살펴보면,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 중 상당수는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구별하지 않고 가격이 낮은 곳이면 구매결정을 내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의 행태에 영향을 미쳐, 입점업체들은 오픈마켓이든 종합쇼핑몰이든 일반소비자가 방문하는 사이트를 구별하지 않고 입점서비스를 수요하게 된다. 실제로, 본 건 7개 사업자들 중 6개 업자가 오픈마켓 뿐 아니라 종합쇼핑몰에도 동시에 입점하여 있었다. 그리고, 시장 A의 공급대체성 측면을 보아도, 종합쇼핑몰을 운영하는 자가 오픈마켓으로 전업하는 것은 제도적으로나 초기 투자비용면에서 매우 용이하며,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겸영하는 업체들이 다수 있어 이들은 시장상황에 따라 오픈마켓 쪽 영업비중을 쉽게 늘릴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온라인 거래의 특성상 일반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가격을 비교하며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 등을 이동할 수 있고, 입점업체들도 입점장소를 이동하거나 복수 입점하는 것이 오프라인에 비해 매우 용이한 데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관련시장을 합리적으로 획정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설문조사 등을 통하여 수요 및 공급대체성에 대한 정확한 사실 판단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건 판결은, 제도적 여건의 차이를 근거로 다소 직관적으로 시장을 한정한 측면이 있다. 피고는 구매자 인식이 오픈마켓 이외의 시장에 대해 다르다고 주장하였으나, 일상생활에서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차별하지 않는 소비자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피고의 위 주장사실은 주장에 그칠 뿐 입증된 바 없다. (3) 시장지배적 지위의 인정 여부 설사 관련시장을 오픈마켓으로 한정하여 획정한다 하더라도, 원고가 이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장지배적 지위란 경쟁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고도 수요자를 잃지 않을 만한 능력(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지위를 말한다. 이러한 지위의 존부를 가리기 위하여서는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먼저 보고, 진입장벽 등 기타 시장상황을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본 건 시장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특정 오픈마켓 운영자의 현재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바로 시장지배력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즉, 시장 B의 일반소비자들은, 다양한 오픈마켓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 매우 흔하다. 같은 구매 기회에도 상품 종류별로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저렴한 가격을 찾아 서로 다른 오픈마켓을 초 단위로 이동하며 구매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러한 시장 B의 수요자들의 행태에 반응하여,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 역시 다수의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 건에서도 7개 사업자들은 모두 세 개 내지 다섯 개의 오픈마켓에 동시입점하였으며, 6개 사업자는 특히 제1위인 옥션에 동시에 입점하였었다. 이렇듯 수요자가 다수의 플랫폼사업자와 동시에 거래하는 상황에서는, 하나의 플랫폼사업자가 현재 시장점유율이 다소 높다 하더라도 이 사업자는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만일 시장지배력을 행사하여, 예컨대 가격을 높인다면 수요자들은 다른 플랫폼사업자에게로 거래처를 전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건 판결은 G마켓의 시장점유율이 2위인 점을 기초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 후 시장지배적 지위 존부의 판단에 이와 같은 시장의 사정을 반영하지 아니하였다. 적어도 다수 플랫폼사업자와의 동시거래성에 대한 심리를 하게 하였어야 한다고 본다. 그 외에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옥션의 견제 가능성도 고려되었어야 했다. 2. 부당성 판단 필자는 상술한 바와 같이 원고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인정 자체에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판시와 같이 이러한 지위가 인정된다고 전제하고, 이하에서 '부당성' 판단에 대해 논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거래의 부당성'에 대하여,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때, 그리고,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행위했을 때'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09.7.9. 선고 2007두22078). 여기서 '경쟁제한'의 의미는 같은 판결이 설시하는 바에 따르면,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강화하는 것,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는 것'이고, 공정거래법 제2조 제8의2호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의 정의에 따르면, '일정한 거래분야의 경쟁이 감소하여 특정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판단하건대, 본 건 행위는 만일 시장지배적 지위가 있는 자에 의해 행하여졌다면,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로서의 부당성 요건을 충족하기에 족하다고 생각한다. 원고의 본 건 행위로 인하여, 7개 사업자들은 원고의 경쟁사업자인 엠플온라인이 원고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각각 14일에서 7개월 보름에 걸 쳐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원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7개 업체들로서는 인지도가 높은 원고를 통하여 일반소비자에게 상품을 노출시킬 기회를 잃어 판매량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여 원고의 요구에 강한 불만을 가지면서도 원고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7개 사업자들은 본 건 관련시장에서 입점서비스의 '소비자'인데, 원고는 이들이 보다 유리한 가격을 포기하도록 요구하고(배타적 거래관계의 반대급부로 다른 이익을 제공한 정황도 없었음) 이를 관철시킨 것이다. 이는 명백히 소비자후생을 저해한 행위로서 판례가 정립한 기준인 경쟁제한의 '우려'를 넘어 경쟁제한의 효과 발생을 '완성'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본 건 판결은 행위 대상이 된 업체 수가 7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당성 부인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소수의 소비자에게 발생한 후생의 저하도 경쟁법의 보호대상이다. 더 나아가 본 건 행위가 관련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효과는 결코 7개 사업자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7개라는 수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면, 원고가 왜 경쟁법 위반의 시비가 일어날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에게 배타적 조건을 요구하였겠는가. 원고로서는 무수히 많은 입점업체에게 배타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거래비용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 원고가 (일반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소수의 우량 입점업체들로 하여금 경쟁자인 엠플온라인의 오픈마켓에 나타나지 않게 한다면, 엠플온라인은 일반소비자에게 인기 없는 사이트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무수한 비우량 입점업체들도 자연스럽게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감소 내지 중단해 가게 될 것이다. 즉, 7개 업체에 대한 배타적 거래의 결과가 시장 B와 시장 A의 수요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시장의 경쟁에 결정적 타격을 주게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엠플온라인은 원고의 본 건 행위가 있기 수 개월 전에 오픈마켓 운영시장에 진출하여, 저렴한 수수료(가격) 및 새로운 마케팅 전략(혁신) 등을 제시하며 단기간에 점유율 6위에 올랐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시장진입 초기에 일정한 크기의 수요자 집단을 거래처로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인 점(그래야 플랫폼사업자 반대 편의 다른 수요자 집단이 모여듦)을 고려한다면, 엠플온라인에게 있어 우량업체인 7개 사업자의 이탈은, 오픈마켓 운영자로서 시장에 확실히 발을 붙일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요소가 될 것이다. 판시는 또한 7개 사업자들이 실제 거래를 중단한 기간이 단기임을 부당성 부인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단기간이라 하더라도 소비자후생이 저해되고 시장질서가 인위적으로 교란되었다는 행위의 결과는 이미 '완성'된 것이다. 더구나 공정거래법 위반의 행위를 하던 사업자가 공정위의 조사 등의 상황을 맞아 법 위반 행위를 중단하는 경우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이 때 그로인해 법 위반 기간이 짧아졌다 하더라도 기존의 법 위반 사실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본 건 판결은, 부당성 인정을 위해서는 원심이, 본 건 행위가 엠플온라인의 퇴출 요인이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명백히 경쟁 보호의 의미를 오인한 것이다. 경쟁법이 경쟁자의 배제행위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경쟁자 자체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배제됨으로써 소비자의 후생이 저해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즉, 행위의 대상이 소비자에게 직접 가해진 것이든, 혹은 경쟁자에게 가해진 것이든 궁극적 관심사는 소비자의 후생이 감소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건과 같이 가격, 혁신, 다양성 면에서 소비자후생 저해의 결과가 뚜렷이 나타난 경우에는 경쟁제한성을 인정하기에 족하다. 그리고, '경쟁자 배제'의 의미도, 구체적 거래에서 경쟁자와의 거래가 봉쇄되어 소비자가 더 나은 거래의 기회를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경쟁자가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백 번 양보하여 그것이 퇴출을 의미한다 하더라도 판례가 정립해 온 기준은 퇴출을 발생시킨 현실적 인과관계의 존재가 아니라 그런 위험의 야기, 즉 발생의 '우려'이다. 부당성의 주관적 측면에 대해서는, 행위가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를 발생시킨 점과 원고에게 배타적 조건에 대한 반대급부의 지급이나 기타 효율성 증대를 꾀한 의도도 없었던 점으로 보아 경쟁제한의 목적이 있었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첫 번째 쟁점에 대한 본 고의 결론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에 대해 사실심리를 한 결과 만일 그 지위의 인정이 부인되는 경우라면, 본 건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 일종인 거래상지위의 남용으로서 의율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III. 결론 본 건 판결은 온라인 거래라는 독특한 시장환경 및 하나의 플랫폼사업자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두 개의 시장 수요의 상호의존성 등, 문제된 행위가 일어난 시장의 특성을 관련시장의 획정 및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 행위의 부당성 판단에 있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판결이다. 무엇보다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로서 배타조건부 거래의 부당성 판단에 있어 경쟁자 배제의 의미를 경쟁자 퇴출과 혼돈한 잘못이 있다. 이는 그간 판례가 정립해 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부당성에 관한 객관적인 요건인 '경쟁제한의 우려'의 의미에 대하여 혼란을 야기하고, 그 요건의 입증책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울 수 있는 것으로서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2-05-21
강수진 변호사(공정거래위 송무담당관)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에 있어서 관련시장 획정과 부당성
Ⅰ. 서론 대법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주)티000 강서방송(‘원고’)의 홈쇼핑사업자에 대한 불이익 제공 사건에 대하여 원고가 관련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고, 이 사건 불이익제공 행위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 부당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 취지의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본건 판결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2007. 11.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포스코 판결’) 이후 두 번째로 대법원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부당성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였다. 다음으로, 관련시장의 획정 및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 판단에서 대법원이 처분청인 공정거래위원회(‘피고’)나 원심과 다른 판단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본건 판결에서 ‘시장지배력의 전이’문제를 간단하게나마 다루고 있는데, 그동안 실무나 학계의 입장에서 궁금히 여겨오던 부분에 대한 최초의 법원 판시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Ⅱ.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정통부장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고, A 홈쇼핑은 종합유선방송의 특정채널을 통해 시청가구에게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화로 주문을 받아 제품을 판매하는 TV 홈쇼핑 사업자이다. 원고는 A 홈쇼핑과 특정 채널에 대하여 송출수수료를 지급받고 프로그램을 송출해주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하던 중 동일구역 사업자간 헤드엔드 통합으로 채널을 조정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그러자 원고는 A 홈쇼핑과 채널변경을 위한 협상을 전개하면서 송출수수료 인상을 요구하였으나 A 홈쇼핑이 응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는 기존의 8번 또는 15번 채널을 18번 채널로 변경하여 배정하였다. 2. 피고 처분의 요지 피고는 관련 상품시장을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프로그램 송출시장으로, 관련 지리적 시장은 개별 방송구역으로 획정한 다음원고의 시장점유율이 법 제4조 소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을 충족하고 위 채널변경행위는 법 제3조의 2 제1항 제3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명령, 통지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였다. 여기에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피고는 관련 상품시장을 ‘프로그램 송출 시장’이라고 하면서 ‘프로그램 공급시장은 프로그램 제작 및 공급, 사용료 수입 등이, 프로그램 송출 시장은 채널편성 및 프로그램 송출, 송출수수료 및 수신료 수입 등이 주요 거래내용으로서 양자가 별도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획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관련시장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적인 프로그램 공급자(‘PP’)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하고 프로그램을 공급받는 시장(‘프로그램 공급시장’), 홈쇼핑사업자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부터 프로그램 송출이라는 서비스를 구입하는 시장(‘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가입가구 간에 시청료를 지급하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장{‘(좁은 의미의) 프로그램 송출 시장’}으로 세분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의결서에 표시한 ‘프로그램 송출시장’이라는 개념은 과연 위와 같이 세분한 3개 유형의 시장 중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3. 원심 및 대법원의 판단 요지 원심은 피고의 위와 같은 관련시장 획정 및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의 인정이 일응 적법하다고 보았다. 다만 유료방송시장의 거래구조에 있어서 홈쇼핑 사업자와 원고 사이에는 프로그램 송출시장과 별개의 시장(전국을 지역적 범위로 함)이 형성되는데, 송출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에서도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이 경우 현행법의 해석상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이 지배하는 시장뿐만 아니라 그 이전 또는 다음 단계의 인접시장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전이하여 그 시장에서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경우도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본건의 경우 원고가 인접시장인 송출서비스 시장에서 지배력을 전이하여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였다면 그 지위의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게 된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강서구 지역 내 프로그램 송출에 관한 용역의 거래조건 등 협상에 있어서 그 인접시장에서 독점적 공급자로서의 지배력 때문에 홈쇼핑 사업자들에 비하여 훨씬 우월적 지위에 서 있는데,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기존의 계약내용을 무시한 채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한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설정하여 이를 수용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수용하지 아니하는 A 홈쇼핑에 대하여 채널을 무조건 불이익하게 배정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원심이 결론적으로 이 사건 관련 상품시장은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이고, 이 사건 관련 지역 시장의 범위는 전국이라고 본 것은 옳다고 하면서도,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곧바로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위 양시장의 거래내용, 특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규제목적, 내용 및 범위 등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원고의 시장지배력이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전이된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아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채널변경행위가 이루어진 이 사건 관련 시장에서 원고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한편,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행위로서 불이익 강제행위의 부당성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개별 거래의 상대방인 특정 사업자에 대한 부당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불이익 강제행위를 한 모든 경우 또는 특정 사업자가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부당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나 목적,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도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불이익강제행위를 하였을 때 그 부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데,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모두 원고의 이 사건 채널변경행위에 의하여 A 홈쇼핑이 입게 된 구체적인 불이익에 불과한 것들로서 현실적으로 경쟁제한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인정할만한 사정에 이르지 못한다고 판시하였다. Ⅲ. 관련시장의 획정 및 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 1. 대법원의 관련시장 획정의 적정성 본건 관련 상품시장을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보는 것은 일단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관련 지역시장을 전국 범위로 획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본건 거래관계는 홈쇼핑 사업자가 특정 지역에 독점방송권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그 지역 내 송출채널을 공급받는 관계인데, 원심이나 대법원은 마치 전국의 플랫폼사업자들과 전국의 TV 홈쇼핑 사업자들 간의 관계인 것처럼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지역시장은 개별 방송구역인 강서구로 한정하는 것이 본건 거래관계의 실체에 더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2. 시장지배적 지위 인정여부 판단의 적정성 본건과 같은 독과점사업자의 다른 사업자에 대한 불이익제공행위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시장점유율 등 전통적인 기준으로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원심이나 대법원은 관련 지역시장을 전국 시장으로 잘못 획정함으로써 지배력 전이와 같은 복잡한 논리를 이용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판단한 오류를 범한 것 같다. 관련시장을 ‘원고와 A 홈쇼핑 간의 개별방송구역 내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정확하게 획정한다면, 그 시장 자체의 특성(해당 방송권역에서 방송을 할 수 있는 독과점적인 지역영업권을 가졌으며, 다른 사업자가 이 시장에 참여하는 데 법상 진입장벽이 있음) 및 가입가구에 대한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의 독점력(77.5% 이상) 등을 바탕으로 충분히 시장지배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3. 지배력의 전이에 대하여 본건 사안에서 원고의 시장지배력 보유 여부를 시장지배력의 전이 이론에 의해 해결할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기술하였다. 물론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가 이 사건 관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원고의 시장지배력 보유 여부를 결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지 ‘시장지배력의 전이’로 해결할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한편, 대법원은 ‘양시장의 거래내용, 특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규제목적, 내용 및 범위 등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프로그램 송출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원고의 시장지배력이 프로그램 송출서비스 시장으로 전이된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아볼 수도 없다’고 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지배력 전이의 구체적 요건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다. 대법원은 시장지배력의 전이에 있어서 전이되는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획득도 그 요건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향후 이에 대한 자세한 설시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Ⅳ. 부당성 1. 피고의 부당성 인정 사유 피고가 위 채널변경행위의 부당성을 인정한 근거로는 일방적인 채널 변경에 의해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하고 장래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우려가 있는 점, 우수 협력업체의 이탈가능성 및 신규 협력업체의 유치에 어려움이 있는 점, 타 TV 홈쇼핑 사업자에 비해 경쟁 조건을 악화시킴으로써 TV 홈쇼핑 시장에서의 사업자 간 경쟁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이었다. 2. 사안의 검토 포스코 판결 이후 일련의 하급심 및 본건에서의 법원의 태도를 살펴보면, ‘주관적으로는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는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남용행위’에 대하여 부당성을 인정하겠다는 판단기준을 다소 형식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경쟁제한성을 형식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본건과 같이 독과점 사업자가 자기의 사업구역 내에서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부당성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이제는 보다 실질적인 검토를 통하여 다양한 시지남용행위에 대한 부당성 판단 기준을 수립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특히 본건과 같이 순수한 의미의 경쟁사업자간 배제행위가 아니라, 불이익제공 등을 통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형식적인 경쟁제한성’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거의 대부분의 사안을 일반 불공정행위로 다루게 될 위험이 존재하는 바, 이는 우리나라 법체계와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시지남용행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다. Ⅴ. 결론 향후 방송·통신 등 첨단산업 분야의 발달과 더불어 대두될 새로운 유형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하여 법원이 보다 더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부당성 판단 기준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2009-03-23
김진흥 변호사·법학박사
상품·용역거래와 독점규제법상 부당한 지원행위 해당성
1. 서설 이건 사안의 개요는 첫째, J타운 이외의 다른 업체들에게는 당해 월말에 인쇄대금을 청구하여 다음달 초에 현금으로 결제토록 하는 반면 J타운의 생활정보지에 대하여는 다음 달 말에 인쇄대금을 청구하고 6개월 어음으로 인쇄비를 지급받았다는 점 둘째, 1997. 4. 1.에서 2000. 2월까지의 기간 동안 계열회사인 J엠앤비등 4개 사의 광고를 총 210회에 걸쳐 무료로 게재하였다는 점 셋째, 계열회사인 조인스닷컴에게 기업간 전자상거래에 의한 구매를 위탁하고 기존에 구매하여 오던 가격에 수수료(1.81%)를 더한 비싼 금액을 지급하였다는 점이다. 위 사안에 대하여 원심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법’으로 약칭) 제23조 제1항제7호에 정한 부당지원행위는 자금·자산·인력의 거래에만 적용될 뿐 위 사안과 같은 상품·용역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고, 대상판결은 상품·용역의 제공 또는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부당지원행위의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부당지원행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부당지원행위의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그 당부를 검토하여 보기로 한다. 부당지원행위의 개념 법 제23조제2항을 근거로 한 법시행령 제36조제1항은 〈별표1〉로 일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마련하였다. 이 기준 제2항는 법 제23조제1항제1호 후단의 ‘부당하게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에 관하여 가격차별 등 가목에서 라목까지 네개의 차별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 법은 제14조(대규모기업집단의 지정 등)제1항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들이 경쟁제한적인 내부거래를 하거나 우월한 경제력을 남용함으로써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 대하여 법 제23조제2항에 의거 고시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적용하여 이를 시정함에 있어서 객관적이고도 구체적인 처리기준을 제시한다는 목적하에 1992. 7. 1. 대규모기업집단의불공정거래행위에대한심사기준이 제정되었다. 부당지원행위가 신설되기전에는 6가지 유형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종래 상품·용역거래에 대한 규제를 하여왔으나, 상품·용역거래보다 지원효과면에서 훨씬 강력하고 직접적인 자금·자산·인력지원행위가 규제되지 아니하여 계열사간 자금·자산·인력지원을 통한 공정거래저해행위 내지 경제력집중심화현상에 대하여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오던 중 1996년말 법개정시 이를 수용하여 법 제23조제1항의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제하게 되었다. 법 제23조제1항제7호에 부당지원행위가 신설되면서 일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에 제10호가 추가되어 〈부당한 자금·자산·인력의 지원〉이라는 제하에 지원내용과 효과에 초점을 두어 자금지원행위, 자산지원행위, 인력지원행위로 나누어 기준을 설정하였고 1997. 7. 29. 공정위의 지침으로 ‘부당한지원행위의심사지침’(이하 ‘심사지침’으로 약칭)이 제정·고시되었다. 위 심사지침에 따르면 「‘지원행위’라 함은 지원주체가 지원객체에게 직접 또는 간접으로 제공하는 경제적 급부의 정상가격이 그에 대한 대가로 지원객체로부터 제공받는 경제적 반대급부의 정상가격보다 높은 경우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지원주체가 지원객체에게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였다. 먼저 위 정의로부터 지원행위란 급부와 반대급부를 수반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거래’를 전제로 하고, 이러한 거래를 매개로 경제적 급부와 반대급부가 오가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법 제23조제1항제7호는 가지급금, 대여금, 인력, 부동산 등을 예시하고 있고, 법 시행령 [별표1] 제10호는 지원행위를 다시 자금지원, 자산지원 및 인력지원으로 나누고 있으나 자금은 통상 용역으로, 자산은 상품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거래의 전형적인 목적물을 열거하고 있으며, 심사지침은 공통적이고 대표적인 지원행위 행태외에도 부당지원행위가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므로 부당지원행위의 전제인 ‘거래’의 대상 내지 목적물을 반드시 자금, 자산 또는 인력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고 거래의 대상이 ‘상품·용역’인 경우도 매매나 임대차 등의 형태로 지원행위가 이루어 진다고 하겠다. 2. 부당지원행위와 여타 불공정거래행위의 관계 1) 적용범위 및 부당성의 입증 법 제23조제1항제7호의 부당지원행위는 법문상 계열회사간 내부거래에 국한되지 않음을 명시하고, 다양한 수단의 내부거래를 포섭하는 ‘상위개념’으로서 보다 일반적이고도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음에 비하여 여타 불공정거래행위는 주로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 상호간의 경쟁제한적 내부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서, 동일인을 포함한 여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는 적용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내부거래 중에서도 특히 자금대여행위나 출자행위 등의 부당성 판단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으로는 미흡하다. 지원행위의 경우, 공정위가 지원객체가 속하는 시장의 구조, 지원기간, 지원객체의 시장점유율의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것이 부당한 지를 입증하여야 함에 비하여 차별적 취급 등 여타 불공정거래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금지되는 행위 이른 바 당연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2) 특별법적관계 내지 경합관계 법 제24조의2는 부당지원행위에 대하여 매출액의 100분의 5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나머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하여 매출액의 100분의2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수 있도록 하고 있음에 비하여 그 제재수위를 한층 강화하였다. 법 제50조제5항은 부당지원행위의 조사에 한정하여서만 공정위에 계좌추적권을 인정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이고 강력한 조사수단을 허용하고 있고, 부당성의 입증방법이나 정도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음은 전술한 바와 같다.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하여 보면 부당지원행위는 다분히 여타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특칙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하겠다. 부당지원행위의 경우 부당성 판단에 반드시 경제력집중의 심화여부를 아울러 고려하여야할 것이므로 예컨대, 계열회사를 위한 차별취급이라도 그것이 지원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법조경합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여타의 불공정거래행위와 다른 특수한 목적을 가진 제7호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3) 소결론 이상의 검토를 통하여 부당지원행위에는 상품·용역거래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밝혔다. 측면을 달리하여 보면, 여타 불공정거래행위에서 문제 삼은 계열회사를 위한 차별 취급 등 역시 그 해석상 상품·용역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에 국한되지 않고 자금·자산·인력거래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부당한 거래거절이나 차별취급 등은 계열회사를 위하여 비계열회사와의 거래를 거절하거나 비계열회사에만 불리한 조건을 부과하는 경우와 같이 처음부터 지원행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설사 지원행위에 해당하더라도 당해 기업집단의 규모나 계열회사의 수, 지원효과 등에 비추어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킬 우려가 미미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3. 대상판결에 대하여 원심판결이 여러 가지 논거를 들면서 관련법규의 해석상 상품·용역내부거래를 부당한 지원행위금지조항으로 의율할 수 없다고 한데 대하여, 대상판결은, 법이 부당 지원행위의 규제대상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면서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무체재산권’을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있을 뿐 상품·용역이라는 개념을 별도로 상정하여 상품·용역거래와 자금·자산·인력거래를 상호 구별하여 대응시키거나 상품·용역거래를 부당지원행위의 규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판단은 2004. 10. 14.선고 2001두2935판결과 더불어 상품·용역거래도 부당한 지원행위의 금지대상이 될 수 있음을 밝힌 선례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다만, 결론에 이른 정교하고 치밀한 논리가 생략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006-01-02
김기섭 변호사(서울)
부당한 공동행위에서 합의의 추정과 그 복멸
Ⅰ.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가. 진로쿠어스맥주 및 소외 오비맥주, 소외 하이트맥주는 맥주의 제조 및 판매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 소정의 사업자들이고, 맥주 3사의 1997년말 맥주 거래분야에서의 시장점유율은 99.9%(하이트맥주 47.5%, 오비맥주 35.4%, 진로쿠어스 17.1%)에 이르고, 맥주 3사의 맥주판매금액은 출고가격 기준으로 주류시장 전체의 약 51%에 이른다. 나. 하이트맥주는 1998. 2. 21. 오비맥주는 같은 달 23., 진로쿠어스는 같은 달 24. 병맥주, 캔맥주, 생맥주의 규격별 출고가격을 동일한 인상률로 순차 인상하였다. 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맥주 3사가 동일 인상률로 인상한 행위가 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1999. 5. 26. 전원회의 의결 제99-76호로 맥주 3사에 대하여 시정명령, 법위반사실 공표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가. 맥주 3사는 맥주의 종류별, 규격별 가격을 동일한 인상률을 적용하여 일제히 인상한 후 이 사건 처분이 있을 때까지 그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여 왔던 점이 인정되고, 이러한 동일한 인상률에 의한 공장도 가격 인상행위는 그 가격결정에 관한 공동행위로 추정된다 할 것이다. (부당한 공동행위의 추정) 나. 맥주 3사의 가격 공동행위는 독점시장에서와 같이 절대적이라고 보이므로 그들의 위 행위는 국내 맥주 공급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행위인 점도 인정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맥주 3사의 가격 인상의 공동행위는 법 제19조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같은 조 제1항 제1호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것으로 일응 추정된다 할 것이다. (실질적 경쟁 제한성) 다. ① 재정경제원과 국세청과의 사전협의 내지 사전승인이 법령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행정지도 등을 통하여 가격 인상률을 사실상 통제하여 온 점, ② 재정경제원과 국세청은 맥주 3사의 가격 인상 요구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인상률만을 허용함으로써 맥주 3사는 허용된 인상률 전부를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게 되어 맥주 3사의 맥주가격 인상률이 동일해질 수밖에 없는 점, ④ 국세청은 가격선도업체와 협의된 종류별, 용량별 구체적인 가격 인상내역을 다른 맥주 제조업체에게 제공하고, 다른 업체가 이를 모방한 인상안을 제시하면 그대로 승인하여 왔고, 그 인상시점 또한 국세청의 지도에 따라 결정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가격선도업체인 오비맥주가 재정경제원으로부터 인상한도율을 허용 받고 국세청과의 협의 및 승인을 거쳐 종류별, 용량별 가격 인상률을 확정하였고, 하이트맥주와 진로쿠어스도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률을 일방적으로 모방한 가격 인상안을 제시하고, 국세청의 승인까지 받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맥주 3사의 인상률이 동일하게 되었던 것일 뿐, 맥주 3사간의 의사의 연락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 가격 인상에 관한 합의 추정은 복멸되었다. (추정의 복멸) Ⅱ. 대법원 판결이유 가.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1999. 2. 5. 법률 제5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5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2 이상의 사업자가 법 제19조 제1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입증하면, 이에 추가하여 사업자들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합의 또는 양해를 추정하게 할 정황사실을 입증할 필요 없이, 그 사업자들이 그러한 공동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러한 추정을 받는 사업자들로서는 공동행위의 합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거나 위 일치된 행위가 합의에 따른 공동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수긍할 수 있는 정황을 입증하여 그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다. 나. 맥주 3사의 동일한 가격인상률에 의한 맥주가격인상이 맥주 3사 간의 의사 연락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가 있었다는 추정이 복멸되었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다. Ⅲ. 판례연구 1.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 가. 부당한 공동행위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약칭한다) 제19조 제1항은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이하 ‘부당한 공동행위’라 한다)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법 제19조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으면 바로 부당한 공동행위가 되어 규제가 되며 실제로 행위가 나갔는지 여부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에 지장이 없다. 따라서, 합의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 부당한 공동행위를 규제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데,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업자간의 합의는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경향이 있음에 따라 경쟁당국이 사업자간 합의의 존재를 직접증거에 의해 입증하기는 더욱 곤란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나. 입증곤란 해소를 위한 합의의 추정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합의의 입증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하여 법 제19조 제5항에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합의를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입법론적으로 법률상 추정이 필요한가에 대해 비판이 있으며 현재 추정 조항의 해석과 관련해서도 그 요건 및 효과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위 제5항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2002. 3. 15. 선고 99두6514,6521 판결(이하 ‘커피사 판결’이라 한다)에서 최초로 견해를 밝힌 이래 2002. 5. 28. 선고 2000두 1386 판결(이하 ‘화장지사 판결’이라 한다)에서는 화장지 제조사간의 단순한 가격모방행위에 대해 공동행위 합의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 대상판결은 이에 이어 행정지도가 합의의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는 요소임을 밝혔다는데 의미가 있다. 2. 합의의 추정 가. 합의 추정의 의의와 취지 위 제5항은 “2이상의 사업자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 동사업자간에 그러한 행위를 할 것을 약정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는 경우에도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환시키는 법률상의 추정으로서, 사업자는 추정의 전제요건인 간접사실의 부존재를 입증하거나 합의에 따른 것이 아닌 독자적인 경영판단의 결과임을 입증함으로써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다. 위 5항의 취지에 대하여, 대법원은 커피사 판결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합의를 입증하는 것에 갈음하여 “2 이상의 사업자가 법 제19조 제1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하 ‘행위의 외형상 일치’라 한다)과 그것이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라는 사실(이하 ‘경쟁제한성’ 이라 한다)의 두 가지 간접사실만을 입증하도록 함으로써,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함에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나. 추정의 요건 (1) 행위의 외형상 일치 우선 2이상의 사업자가 법 제19조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행위가 외형상 일치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므로 의식적 병행행위나 동조적 행위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 할 것이다. 사안의 경우 맥주3사가 1998. 2. 21.부터 같은 달 24.까지 사이에 맥주의 종류별, 규격별 가격을 동일한 인상률을 적용하여 일제히 인상한 후 이 사건 처분이 있을 때까지 그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여 왔던 점을 근거로 행위의 외형상 일치를 인정하였는데, 인상시기가 매우 근접해 있고 인상폭이 동일했던 점에 비추어 보아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2) 실질적 경쟁제한성 대법원은 합의 추정의 요건으로 행위의 외형상 일치 외에 그것이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라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위 5항에서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 해석상 추정의 요건으로 보는 것은 타당한 것이다. 대법원이 ‘실질적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 판단기준 요소에 있어 시장구조 즉 시장점유율을 평가한 시장지배력의 형성에 더 큰 비중을 두어 판단하고 있는 점만은 명백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판례의 태도 변화는 타당한 것이다. 3. 추정의 복멸 가. 대상판결이 의의를 갖는 점은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기준의 하나로서 행정지도에 따른 행위를 인정하였다는 점이다. 행정지도는 일정한 행정목적 또는 행정질서를 실현시킬 목적하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비권력적인 사실행위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행정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행정운영의 탄력성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 실질적으로 규제작용을 하고 그 내용이나 책임소재가 명확치 않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으나, 현실적 편의성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 행정절차법 제48조 제1항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부당하게 강요되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주무부서의 행정지도는 관계 기업에게 사실상 규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행정지도로 인해 행위의 외형상 일치를 이루었다하여 이를 사업자의 부담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도 대법원은 재정경제원과 국세청이 맥주가격결정에 협의를 하거나 승인을 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행정지도를 하여왔고 맥주3사간에 인상시기나 인상률이 동일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사업자 간의 합의가 아니라 그 규제작용의 결과로 본 것이다. 4. 맺는말 추정 조항이 적용되는 경우 사업자들로서는 추정을 번복시키기가 매우 어렵고 과연 어떠한 사정들이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는 사유가 되는지 명확치가 않았는데, 대상판결은 대법원이 가격인상의 경우 비록 행위의 외형상 일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관계당국의 행정지도에 의한 결과라면 합의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대법원은 화장지사 판결에 이어 제5항 추정의 다른 요건인 ‘실질적 경쟁제한성’과 관련하여 앞선 커피사 판결과는 다르게 판단기준을 완화하고 있는데, 향후 대법원이 이러한 기준을 이어 나갈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2005-12-12
김진흥< 변호사·법학박사 >
독점규제법상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의 실질적 제한」
Ⅰ. 사안의 개요 원고 김희중은 원고 사단법인 대한약사회의 회장직무대리 및 한약조제권수호 비상대책위 실행위원장으로 지명받게 되자 비대위 실행위원회를 주도하여 한의사회와의 잠정합의 무효 및 위 폐문결의 철회 무효를 선언하고 1993. 9. 22. 서초동 소재 제약회관에서 비대위 실행위원회를 긴급소집하여 원고 김희중 등 28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일부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같은 달 24.부터 전국의 약국을 무기한 폐문하기로 결의하고, 이 내용을 같은 달 23. 각 시·도지부장에게 신집행부 명의로 통보함으로써 같은 달 24.부터 전국 11개 지부에서 폐문이 시작되었고, 이에 피고는 1993. 9. 25. 원고들에 대하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1994. 12. 22. 법률 제47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19조 제1항 제3호, 제21조, 제26조 제1항 제1호, 제3호, 제27조, 제66조 제1항 제8호, 제67조 제3호, 제70조, 제71조의 규정에 따라 중지명령과 법위반사실의 공표명령을 내렸다. Ⅱ. 판례의 요지 법 제26조 제1항 제1호에서 “일정한 거래분야”라 함은 거래의 객체별, 단계별 또는 지역별 경쟁관계에 있거나 경쟁관계에 있을 수 있는 분야를 말하고,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시장에서의 유효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를 초래하는 행위, 즉 일정한 거래 분야의 경쟁상태가 감소하여 특정 사업자 또는 사업자 단체가 그 의사로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수량·품질 및 기타 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시장지배력(Market Power)이 형성되었는지 여부는 해당업종의 생산구조, 시장구조, 경쟁상태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일정한 거래 분야에 해당하는 약국업 분야에서 사업자단체인 약사회가 보건사회부의 약사법 개정안에 반대하여 전국의 약국을 무기한 폐업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시·도지부에 통보하여 그 구성사업자인 약국들로 하여금 폐문실행에 들어가도록 함으로써, 내심으로나마 폐문에 반대하는 구성사업자들에게 결과적으로 자기의 의사에 반하여 집단폐문에 따를 수밖에 없도록 하여 구성사업자들에게 집단폐문기간 중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한 이상, 이러한 행위는 구 법(1994. 12. 22. 법률 제47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3호의 소정의 ‘판매를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되고, 한편 위와 같은 집단폐문결의가 당초 정부의 약사법개정안에 반대하여 그 항의의 표시로써 나온 행위라고 하더라도 모든 약사들이 약사회의 구성사업자이어서 위 결의에 반대하는 사업자들에 대하여까지 약국의 폐문을 강제하여 의약품의 판매를 제한한 결과 의약품판매시장인 약국업 분야에서 사업자단체인 약사회가 그 의사대로 시장지배력을 형성한 것으로 보이므로 약사회의 위와 같은 행위는 약국업 분야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Ⅲ. 硏究 1. 일정한 거래분야(관련시장의 획정) 공동행위가 성립하는 “일정한 거래분야”라 함은 거래의 객체별·단계별 또는 지역별로 경쟁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분야를 말한다.(법 제2조 8호) 1) 거래의 대상(상품시장) 우선 거래의 대상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일정한 거래분야는 同種 또는 類似한 상품 또는 용역간에 성립하는 바, 여기에서 類似라 함은 동일 需要에 있어 선택의 대상으로 된다는 것으로, 어떤 상품 또는 용역이 다른 것과 대체관계에 있으면 양자는 유사한 관계에 있다고 본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 약칭)의 <기업결합 심사기준>에 따른, 상품시장 획정시 고려사항에는, ① 상품의 기능 및 효용의 유사성 ② 상품가격의 유사성 ③ 구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구매행태 ④ 판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경영의사 결정형태 ⑤ 한국표준산업분류를 들고 있다. 2) 거래지역(지역시장) 지역별 경쟁관계는 당해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하여 독자적인 경쟁조건하에 수요과 공급이 연결되고 독자적인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정도의 지역에서의 경쟁관계가 성립되는 경우를 말하며, 제조업자 또는 공급업자의 규모·상품의 보급사정·교통사정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경쟁관계는 전국적인 경우도 있고, 지역적인 경우도 있다. 지역시장 획정시 고려사항에는 ① 상품의 특성(상품의 부패성, 변질성, 파손성 등) 및 판매자의 사업능력(생산능력 판매망의 범위) ② 구매자의 구매지역 전환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구매자들의 구매지역 전환행태 ③ 판매자의 구매지역 전환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경영의사 결정 형태 ④ 시간적, 경제적, 법적 측면에서의 구매지역전환 용이성 등이다. 3) 거래의 단계 및 상대방 일정한 거래분야는 제조, 도매, 소매 등의 거래단계별로 획정될 수 있고, 구매자의 특성 또는 상품의 특성에 의하여 상품, 지역 또는 거래단계별로 일정한 거래분야가 획정될 수 있다. 2. 경쟁의 실질적 제한 거래분야를 전제로 하는 경쟁관계에서의 경쟁은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on)이 아니라 有效競爭(Workable competition, Effective competition)을 전제로 한다. 결국 경쟁의 실질적 제한은 유효경쟁의 실질적 제한을 의미하게 된다. 즉, 경쟁 자체가 감소하여 특정 사업자 또는 사업자의 집단이 그들의 의사에 의하여 어느 정도 자유롭게 가격·수량·품질 기타의 조건을 결정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을 뜻한다(법 제2조 8호의 2). 법 제7조 4항 경쟁제한성의 추정조항에 의하면,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추정요건에 해당할 것 ② 당해거래분야에서 제1위일 것 ③ 제2위인 회사와의 시장점유율의 차이가 결합 당사회사의 시장점유율의 합계의 25% 이상일 경우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東京高法은 경쟁의 실질적 제한에 관해서 경쟁자체가 감소되고 특정의 사업자 또는 사업자 집단이 그 의사로서 어느 정도 자유롭게 가격·품질·수량 기타 여러가지 조건을 좌우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형태가 나타나든지 또는 적어도 나타나도록 할 정도에 이르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판시하고 있다(東京高法 1951. 9. 19. 東寶(株)사건 판결). 한편 일본의 공정위는 경쟁의 실질적 제한에 관한 판단기준에 대해서 “어떤 기업이 일정한 거래분야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사업을 지배하면 경쟁의 실질적 제한으로 되는가는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며 특히 몇 %의 지배를 가지고 실질적 제한이라고 볼 것인가 하는 것을 계수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이것은 업종, 시장상황, 경쟁의 태양 등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日本 公正委 八幡製鐵(주)과 富士製鐵(株)에 대한 건 1969. 10. 30.). Ⅳ. 판례에 대하여 1981년 법 시행 이후 2000년 말까지 警告 이상에 해당하는 공동행위 건수는 총 328건이다. 이를 위반행위 유형별로 보면 가격의 공동결정이 229건으로 가장 많고 거래지역이나 거래상대방 제한이 30건, 생산·출고 등의 제한이 23건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정위의 심결례를 보면, 사업자들 간에 가격인상이나 출하중단 등의 합의를 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하여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한 행위라하여 시정명령이나 시정권고조치를 하고 있다. 그러한 행위가 시장지배여부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판단이나 설명(즉, 법령적용의 이유)은 충분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제재조치에 불복하여 소송에까지 이른 경우는 위 제재조치건수에 비하여 매우 적은 편이다. 대상판례의 要旨는, 사업자단체인 藥師會가 全國에 걸친 藥局業者들로 하여금 폐문실행에 들어가도록 함으로써, 내심으로나마 폐문에 반대하는 구성사업자들에게 결과적으로 자기의 의사에 반하여 집단폐문에 따를 수 밖에 없도록 하여 구성사업자들에게 집단폐문기간 중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한 이상, 약사회의 위와 같은 행위는 약국업 분야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고 이는 정당한 판단이라고 하겠다. 대상판례는, 첫째 비록 법이 규정한 用語의 定義 그대로일망정 “일정한 거래분야”와 “경쟁의 실질적 제한”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 점에 의미가 있고, 둘째 시장지배력 형성여부는 당해 업종의 생산구조, 시장구조, 경쟁상태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여 그 기준을 제시한 점(이는 전술한 바와같이 일본 공정위에서 제시했던 기준이다.), 셋째 공동행위의 동기에 있어서 비록 정부의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나온 행위일지라도 사업자단체인 약사회가 그 의사대로 시장지배력을 형성한 것으로 본 점에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Ⅴ. 맺는 말 부당한 공동행위는 가격협정 등의 방법으로 사업자간의 경쟁이 없어짐에 따라 限界企業까지도 소비자부담으로 계속 존속케 함으로써 상호간에 경쟁이 있는 경우보다 가격을 높게 유지시켜 주는 결과가 되어 소비자의 희생 위에 카르텔 구성원의 이윤을 유지·증가 시키는 등의 폐해가 있다. 법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폐해를 방지하여 자유경쟁하의 시장기능을 유지토록 하려는 것이다. 경쟁의 실질적 제한인지 여부의 판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업종, 시장상황, 경쟁의 태양 뿐만아니라 공동행위의 동기, 목적도 검토되어야 하고 가격결정이나 품질 등에 있어서 공동행위의 폐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엄격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원의 판단도 이와같은 점에 보다 구체적으로 초점이 맞추어 져야 할 것으로 생각되고 그와 같은 내용의 판례가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2003-01-13
김영호 동아대 법대 교수
부당공동행위에 있어 합의의 존재 추정방법
Ⅰ. 원심(서울고법 1999.4.28, 선고 98누10686, 98누11214(병합))의 내용 원고 동서식품 주식회사(이하 원고 ‘동서식품’이라 한다)와 원고 한국네슬레 주식회사(이하 원고 ‘한국네슬레’라 한다)는 국내 커피 제조·판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소정의 사업자들로서 1997. 7. 1.부터 1998. 1. 12.까지 사이에, 원고 한국네슬레가 커피제품 판매가격을 인상하면 뒤따라 원고 동서식품이 그와 경쟁하는 자사제품의 판매가격을 원고 한국네슬레의 그것과 동일하게 책정하여 인상하는 방식으로 각 커피제품 판매가격을 인상한 사실과 이와 같은 원고들의 가격인상행위는 원고들 사이의 합의 내지는 적어도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케 하는 정황사실을 인정하여 피고가, 법 제19조 제5항에 의하여, 원고들이 국내 커피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하여, 원고들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시정명령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법원의 원심판결에 대한 판단 법제19조(5)항의 법구조와 관련하여 원심이 법제19조(5)항의 적용을 위해 공동행위참가자들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케하는 정황사실을 추정요건인 간접사실로 전제한 것은 법제19조(5)항의 적용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방법과 관련하여 원심이 사실상 추정방법에 의한 입증방법으로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사실상 추정) 방법을 채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예를 들고 있는 그 정황증거들로서는 합의의 입증에 충분하지 않다. 증거가 지니는 의미 내지 가치를 잘못 해석·평가한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도 있다고 할 것이다. 원고들의 이 사건 가격인상은 경쟁사보다 값이 다소 싸면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았던 당시 국내 커피시장의 특이한 상황 하에서 이루어진 원고들간의 경쟁이 시장에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보여질 뿐, 그로 인하여 당시 국내 커피시장이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경쟁제한성’을 결여하였음이 분명한 원고들의 이 사건 가격인상에 대하여 법 제19조 제5항에 기하여 원고들간의 합의를 추정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Ⅲ. 대법원의 판단에 대한 분석 및 평가 (1) 당연위법의 원칙의 채용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부당공동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여 왔다(물론 부분적으로는 합리의원칙을 보충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 참가자가 비진의의사표시를 한 경우, 참가자가 시장참여자중 일부분인 경우 등). 그러나 이는 너무 이른 선택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의 예를 보면 경쟁법의 시행초기인 1900년대 초부터 상당한 기간동안에는 합리의원칙을 사용하다가 법원이 장기간의 칼텔사건의 심리를 통해 경험이 축적되면서 칼텔사건에 있어 일정 유형의 경우에 사업자가 공동행위에 관하여 합의를 하면 이를 실행하고 그 결과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어김없이 발생한다는 점을 알게되었고 따라서 법원은 재판과정에서 구태여 경쟁제한성을 찾아내기 위해 인력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어느 시점에서부터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였던 것이다. 미국의 법원은 또한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는 경우에도 개별사건마다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법원은 그러한 경험도 없이 곧바로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였으며 또한 개별사건에서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한 이유를 밝히고 있지 않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관되게 합리의원칙을 채용하고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실무에서도 원칙적으로 합리의원칙을 채용하고 있다. (2) 법제19조(5)항의 합의추정의 법구조와 관련하여 원심(서울고법)은 법제19조(5)항의 적용을 위해 정황사실들로서 합의를 추정하고자 하였고 이는 법제19조(5)항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는 대법원의 지적은 타당하다. (3)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추정방법(사실상 추정)의 법리적용과 관련하여 1)원심(서울고법)은 공동행위 참가사업자인 양사(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의 수입원두 가격 및 적용환율에 차이가 있고 기타 제조경비 등 원가구성내력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판매가격이 상호 동일하게 책정된 사실을 정황증거로 들어 원고들의 가격인상행위는 원고들 사이의 합의 내지는 적어도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케 한다고 하였으나 대법원은 과점시장에서 사업자는 경쟁사업자가 책정한 가격에 적절히 대처하기 마련이고, 이 때 어느 사업자가 경쟁사업자의 가격을 모방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할 것으로 판단되면 상호간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 없이도 독자적으로 실행에 나갈 수 있을 것이므로, 과점시장에서 경쟁상품의 가격이 동일·유사하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 사업자들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과점시장에서의 가격의 상호의존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안에서 공동참가사업자인 두 회사는 번갈아가며 동율로 가격을 인상하였다. 물론 이와같은 가격의 동조인상 그 자체는 과점시장하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상폭이나 인상율이 동일한 경우에는 동업자간에 암묵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양자는 당해 가격인상이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고가품으로 보이기 위한 가격인상이 가격인상의 합리적인 사유가 되는가. 원고 동서식품은 맥심커피 200g들이 가격을 종전 4,350원에서 4,750원으로 인상하여 경쟁제품인 원고 한국네슬레의 ‘테이스터스 초이스 175g들이 가격인 4,450원 보다 300원 높게 책정한 사실, 이후 양사는 상호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하는 식으로 경쟁적으로 이 사건 가격인상이 이어진 사실을 알 수 있는 바, 사정이 그러하다면, 원고 한국네슬레의 가격을 그대로 쫓아 가격을 인상하기로 한 원고 동서식품으로서는 인상폭을 정하기 위한 별도의 내부검토자료나 시장분석자료 등을 작성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 동서식품이 그러한 자료 등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로써 원고들간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대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단위가격 4,350원 짜리 상품에서 400원을 인상(약 10% 인상)하여 4,750원을 받음으로써 고급품질로 소비자에 인식되어 판매량이 증가하였다는 원고측의 주장과 10%의 가격인상으로 1년만에 5.1% 증가한 사실이 고가품으로의 소비자의 인식도의 변화에 의한 판매량의 증가라고 주장하는 원고측의 주장이 과연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미 수십년간 소비자에 인식되어온 동일 상품에 대하여 단순한 가격의 변동에서 소비자가 저가품을 고가품으로 인식전환이 가능할 것인가, 가격변동에 의해 저가품에서 고가품으로의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10%의 가격변동이 소비자의 인식을 저가품에서 고가품으로 바꿀 수 있는가. 또한 1년이라는 장기간이 경과한 후에 판매량이 5.1% 증가한 사실을 가지고 특정 사유(가격인상에 의한 고가품으로의 인식전환)에 의한 결과로 판매량이 증가하였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대법원은 이에 대한 합리적인 추론도 없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단순한 사실의 적시만의 주장으로 가격인상의 합리성을 인정하고 있다. 3)사후의 정보교환은 합의의 추정을 위한 정황증거가 되지 못하는가. 원고들의 지점 영업직 직원 사이에서 이 사건 가격 인상내용 중 일부에 관한 정보가 팩스로 세차례 정도 오고간 사실은 그 목적이 가격담합을 위한 사전 정보교환에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 점, 지점 직원들이 위 팩스를 주고받은 시점은 모두 가격인상일 내지 인상결정일 이후로서 그 내용이 이미 지점이나 거래처에 공개된 때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지점 영업직 사원간의 위와 같은 팩스 교신사실을 가지고 원고들간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동업자간에 가격인상에 대한 의견개진, 가격인상의 시기, 인상율, 예정가격 등 장래의 가격에 관한 사항에 대해 상호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는 행위는 위법하며(암묵적 합의에 해당할 수 있으며) 정보교환을 통하여 가격을 제한하는 암묵의 합의가 있거나 공통의 의사가 형성된 경우에는 위법성이 인정된다. 본건 사안에서는 여러차레 동율의 가격인상이 있었다는 점에서 가격인상 이후의 통지라도 장래를 위한 것일 수 있으며 사후통지는 또한 담합의 확인작업일 수도 있다. 4)대법원이 원심(서울고법)에서 긍정한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을 부인한 것은 결과적으로 Posner의 과점시장하에서의 상호의존성이론을 받아들여 사안에서 원고의 가격인상이 암묵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과점시장하에서의 상호의존성의 결과에 의한 가격인상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판결문에서는 과점시장의 상호의존성이론을 전제로 사안을 판단하고 있을 뿐 과점시장의 상호의존성이론을 채용한 이론적 근거나 설명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4) 법제19조(5)항상의 ‘경쟁제한성’에 의한 합의추정방법(법률상 추정)의 법리적용과 관련하여 1)경쟁제한성의 여부판단의 시기 문제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법 제19조 제5항에 기하여 사업자들의 합의를 추정하기 위하여 입증되어야 하는 당해 행위의 ‘경쟁제한성’은 합의가 추정되기 이전의 상태에서의 ‘경쟁제한성’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그 ‘경쟁제한성’ 유무는 사업자들의 합의가 없는 상태를 상정하여 판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법원이 법제19조(5)항을 단순히 문리적 및 기계적으로 해석한 결과로서 타당치 않다. 법제19조(5)항에서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에서 경쟁제한성이란 공동행위 참가자가 합의를 하고 실행을 하여 그 결과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합의의 실행을 전제한다. 부당한 공동행위성립의 요건은 공동행위의 성립과 경쟁제한성이다. 공동행위의 성립에서 입증이 어려운 것은 합의의 존재이고 법제19조(5)항은 바로 이의 입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보충적으로 인정한 제도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경쟁제한성의 판단시기를 합의가 없는 합의 이전의 상태를 상정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제19조(5)항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2)경쟁제한성의 판단기준 문제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당해행위가 그 자체로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특정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법 제2조 제8의 2호 참조)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제한성의 판단기준과 관련한 위와같은 대법원의 견해는 시장참여자의 행태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구성한 것인 바 경쟁제한성의 판단에서 보다 더 중시해야 할 것은 시장참여자의 구조적 측면이다. 공동참가자의 합의된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결국 참가자집단의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야하므로 공동행위참가자의 시장에서의 지배력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요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구조적 측면을 고려하여야 함에도 불구하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 판례가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하나씩 하나씩 확립해나가야 할 것이다. 3)대법원은 사안에서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하면서 원고들의 이 사건 가격인상은 경쟁사보다 값이 다소 싸면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았던 당시 국내 커피시장의 특이한 상황 하에서 이루어진 원고들간의 경쟁이 시장에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보여질 뿐, 그로 인하여 당시 국내 커피시장이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와같은 경쟁제한성 여부의 판단방법은 위에서 지적한 바와같이 시장참여자의 행태적 측면을 중심으로 판단한 것이다. 부당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에서 경쟁은 有效競爭으로 이해하며 따라서 유효경쟁의 침해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즉 다양한 유효경쟁의 기준에 의한 시장에서의 구체적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공동참가자의 합의된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결국 참가자집단의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야 하는데 이 점이 바로 위법성 판단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제한적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서 먼저 공동참가자집단의 市場에의 影響力의 크기를 판단하고 이를 기준으로 違法性을 판단해야 한다. 공동참가자집단에 시장지배력이 없다면 위법성(경쟁제한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사안에서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는 우리나라 커피시장에서 複占을 하고 있다. 양사는 완전한 시장지배자이다. 이 경우에는 공동행위참가자가 복점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 시장구조기준에서의 유효경쟁을 침해한 행위가 되는 것이고 또한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경쟁제한 가능성이 있는 법정의 합의된 행위유형을 실행한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시장효과를 평가하지 않아도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적 효과를 야기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공동참가자측에서 공동행위가 경쟁촉진적이었음을 입증하여야 위법성을 부인할 수 있다. 그런데 사안에서 공동참가자인 양사는 시장에서 가격만 인상하였을 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어떤 시장에서의 행동도 없다. 복점을 하고 있는 사업자가 시장에서 가격을 일정간격으로 인상하는 것이야 말로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경쟁이 촉진된다고 하는 것은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진입이 자유롭고 시장에의 제품의 공급이 원활하여 제품의 품질이 제고되고 가격이 인하되어 소비자복지가 향상되는 것(소비자잉여의 증대)을 의미한다. 그리고 경쟁의 감소는 그 반대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양사의 커피시장에서의 복점과 가격인상은 부당공동행위의 성립요건인 경쟁제한성을 침해한 것이므로 양사를 부당공동행위자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Ⅳ. 결 론 대법원은 본건 사안에서도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였으며 다만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을 부인하여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또한 사안에 법제19조(5)항의 경쟁제한성에 의한 합의의 추정방법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사안에서의 양사(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의 커피시장에서의 커피가격인상은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하여 역시 이를 부인하였다. 그러나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방법에 있어서는 대법원이 과점시장에서의 상호의존이론을 채용함으로써 그 자체는 경제이론의 선택의 문제이므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나 법제19조(5)항의 적용문제에 있어서는 경쟁제한성의 판단에 있어 일부의 요소만 검토하였고 고려해야만 하는 중요부분이 고려되지 않음으로써 결국 충분한 검토없이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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