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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기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부정사용취소심판에 있어 상표의 동일성 판단기준
1. 사안의 개요 및 대상판결의 요지 피고는 등록상표(상표등록 제0834637호, 지정상품 캐디백, 보스톤백 등; 이하 '이 사건 등록상표')의 상표권자로서 이 사건 등록상표를 <그림1>과 같은 형태로 변형한 상표(이하 '실사용상표')를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인 캐디백 등에 사용하였다. 이에 <그림2>와 같은 형태의 상표(이하 '대상상표')를 역시 캐디백 등에 사용하고 있던 원고는 피고의 행위가 상표권자가 고의로 지정상품에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자로 하여금 상품의 품질의 오인 또는 타인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과의 혼동을 생기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2호에 근거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한 취소심판을 제기하였다. 특허심판원은 실사용상표들은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동일성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는 이유로 심판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특허법원은 실사용상표들은 변용의 정도가 지나쳐 이 사건 등록상표의 통상의 사용범위 내에서 변경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심결을 취소하였다. 이에 피고는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2호의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 상표권자가 등록상표를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그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한 것인지는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의 불사용취소심판에서의 상표 동일성 판단기준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실사용상표가 등록상표를 타인의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하게 보이도록 변형한 것이어서 그 사용으로 인하여 대상상표와의 관계에서 등록상표를 그대로 사용한 경우보다 수요자가 상품출처를 오인·혼동할 우려가 더 커지게 되었다면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는 그 실사용상표의 사용을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의 사용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평석 가.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2호에서의 상표의 동일성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2호는 상표권자가 고의로 지정상품에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거나 지정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등록상표 또는 이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자로 하여금 상품의 품질의 오인 또는 타인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과의 혼동을 생기게 한 경우를 상표등록의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상표권자가 자신의 등록상표를 그 사용권 범위를 넘어 부정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타인의 상표의 신용이나 명성에 편승하려는 행위를 방지하여 거래자와 수요자의 이익보호는 물론 다른 상표를 사용하는 사람의 영업상 신용과 권익도 아울러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위 조항의 요건 중 상표권자가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한 것인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된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상표권자인 피고가 사용한 실사용상표가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동일성의 범위 내에 있는지, 아니면 그 변형의 정도가 지나쳐 동일성의 범위를 벗어난 유사상표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 것이다. 나.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와의 관계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는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심판청구일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경우를 상표등록의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상표권자가 등록상표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등록된 형상과 동일하게 사용하는 경우뿐 아니라 이를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상당히 존재하는바, 대법원은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사용하는 경우라 함은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한 경우를 말하고, 동일한 상표라고 함은 등록상표 그 자체뿐만 아니라 거래 사회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를 포함하나, 유사상표를 사용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후665 판결 등). 여기서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2호와 제3호의 상표 동일성 판단기준을 동일하게 보아야 하는지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양자의 기준을 동일하게 본다면 불사용취소심판에서 사회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로 인정된 상표의 사용은 부정사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반면, 양자의 기준을 다르게 본다면 불사용취소를 면하는 경우에도 부정사용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이는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 실사용상표가 등록상표와 동일성의 범위 내에 있는지를 판단할 때, 대상상표(즉, 타인의 상표)와의 유사성 여부를 고려할 것인지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즉, 대상상표를 전제로 하지 않는 불사용취소심판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도 대상상표는 상표 동일성 판단의 고려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인 반면, 양자의 기준을 다르게 본다면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는 실사용상표와 대상상표의 유사성을 고려할 여지가 있게 되는 것이다. 다. 상표의 '동일성' 개념의 통일적 해석 여부에 대한 논의 위 문제에 관하여 종래의 판결 중에는 명시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 없었으나, 불사용취소심판과 관련하여 동일성 범위 내의 사용으로 인정된 상표의 사용을 부정사용으로 본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판례는 양자의 기준을 동일하게 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되고 있었다(원유석, 등록상표의 불사용취소와 부정사용취소의 실무적 재검토, 사법논집 제49집, 43면). 학설은, 불사용취소심판에서 상표등록취소를 일단 면하였던 자가 다시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는 취소를 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양자의 기준을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는 견해(박준석, 판례상 상표의 동일·유사성 판단기준, 사법논집 제39집, 505면)도 있으나,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의 상표 동일성은 불사용취소심판에서의 동일성의 범위보다 좁은 개념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다수의 견해이다(문삼섭, 상표법, 제2판, 951면). 라.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 실사용상표가 등록상표와 동일한 것인지 여부는 불사용취소심판에서의 동일성 판단기준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 실사용상표와 등록상표의 동일성 여부 판단에 대상상표와의 관계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다음과 같은 점에서 대상판결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부정사용취소심판의 목적이 등록상표를 보유하고 있음을 기화로 이를 변형하여 사용함으로써 수요자의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킨 상표권자를 제재하기 위하여 오인·혼동 야기 수단이 된 등록상표를 취소하고자 하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표의 동일성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도 대상상표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부정사용 취소사유의 요건을 기계적으로 분리하여 상표의 동일성 판단에 있어서는 대상상표를 고려함이 없이 등록상표와 실사용상표만을 비교하고, 그 결과 동일성을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되는 상표에 대해서만 오인·혼동 가능성을 판단하는 경우, 대상상표를 염두에 두고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등록상표를 변형하여 오인·혼동의 우려가 현존하는 사안임에도 부정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당한 결론이 도출될 우려가 있다. 또한, 불사용취소심판에 있어 상표의 동일성의 범위를 넓게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등록상표를 어느 정도 변형하여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아 이러한 경우까지 상표를 취소하는 것은 상표권자에게 가혹하다는 고려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러한 상표 동일성의 판단기준을 부정사용취소심판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수요자들의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대상상표와 유사하게 등록상표를 변형하여 사용한 상표권자까지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당초 불사용취소심판에서 상표 동일성의 범위를 확대하여 인정하는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이 경우 불사용취소심판에서는 실사용상표가 등록상표와 동일성의 범위에 있는 것으로 인정받아 취소를 면한 상표권자가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는 상표가 취소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나, 대상판결이 판시하였듯이 양 제도는 그 취지가 서로 다른 것이므로 이러한 결과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간 부정사용취소심판에 있어 실사용상표와 등록상표의 동일성 판단기준에 대하여 실무상 혼란이 있었으나, 대상판결로써 이러한 혼란이 해소되고, 나아가 대상판결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개별 사안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부정사용취소심판에서 상표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 실사용상표와 대상상표와의 유사성을 어느 정도나 고려해야 하는지, 대상상표가 수요자들에게 알려진 정도에 따라 동일성 여부에 대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등 세부적인 문제는 향후의 과제로 남겨져 있다고 할 것인바, 앞으로 판결의 축적을 통하여 구체적인 기준이 확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4-01-27
김지현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영문자와 한글음역이 결합된 등록상표의 경우, 영문 또는 한글 음역 부분만의 사용이 동일상표에 해당 하는지
1. 사건의 개요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원고의 등록상표 '' (상표등록번호 제287071호, 지정상품 상품류 구분 제7류의 고무브이벨트, 이하 '이 사건 등록상표')이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상표등록의 취소심판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등록상표 중 상단 영문자 부분 'CONTINENTAL'로만 구성된 표장(이하 '실사용 상표')을 사용하였는데,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은 이 사건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에서는 상단 영문자 부분과 하단 한글 음역 부분은 '대륙(풍)의'라는 의미로 관념 될 뿐 그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관념이 생겨나지는 아니하고, 영문자 부분은 한글의 병기 없이도 '콘티넨탈'로 호칭될 것이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 중 상단의 영문자 부분만으로 된 실사용 상표는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이 사건 등록상표 그 자체와 동일한 호칭과 관념을 일으킨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의 판단에는 상표의 동일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2.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석 가.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 규정의 내용 및 취지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는, "상표권자,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 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를 상표등록의 취소심판 사유로서 규정하고 있다. 불사용 취소심판 청구는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하지 않은 상표에 대하여는 상표 사용으로 인한 업무상의 신용을 보호할 필요가 없어 등록주의 하에서의 상표권자의 권리를 보호할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착안된 제도로서, 등록상표와 실제 사용 표장의 유형들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동일한 상표 사용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불사용취소 심판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합목적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나. 영문자와 그 한글음역의 결합상표에 있어서의 '동일한 상표 사용'의 판단 기준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에서는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사용한 경우'란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한 경우를 말하고 유사상표를 사용한 경우는 포함하지 아니하나, '동일한 상표'에는 등록상표 그 자체뿐만 아니라 거래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도 포함된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3후1824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수 판결)고 하여 종전 대법원 판결의 판시 취지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한편,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영문자와 그 한글 음역의 결합상표에 대한 동일한 상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제반 사정들로, 1) 상품의 특성, 상품의 판매 시장, 시대의 변화 등에 따라 등록상표를 다소 변형하여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 거래의 현실이어서 영문자와 그 한글 음역의 결합상표를 등록한 후 영문자나 그 한글 음역 중 어느 한 부분을 생략한 채 사용하는 것이 매우 흔하다는 점, 2) 이 사건 등록상표의 한글 부분은 영문자의 발음을 그대로 표시한 것임을 일반 수요자가 거래자가 쉽게 알 수 있고, 호칭 내지 발음이 표시하는 영문 그 단어 자체의 의미로부터 인식되는 관념 외에 한글 음영의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관념이 생겨나지 않는 경우에는 영문자나 그 한글음역 중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형태의 상표를 사용하더라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는 위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호칭, 관념 되는 같은 상표가 사용된다고 인식되어 그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것이므로, 그 상표들 사이의 동일성을 부정한다면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의 신뢰를 깨뜨리는 결과가 된다는 점 등을 제시하면서 등록상표의 사용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탄력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상표권자의 상표 사용의 자유 내지는 그 상표의 동일성 인식에 대한 일반 수요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언급하고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영문자와 이를 단순히 음역한 한글이 결합된 등록상표'에 있어서 영문자 부분 또는 한글 음역 부분만을 구성된 상표를 사용하는 것이 등록상표를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으로 1) 영문자와 이를 단순히 음역한 한글이 결합된 등록상표에서 그 영문 단어 자체의 의미로부터 인식되는 관념 외에 그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관념이 생겨나지 않았다는 점, 2) 영문자 부분과 한글 음역 부분 중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채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통상적으로 등록상표 그 자체와 동일하게 호칭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제시하고, 이 경우에는 그 거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의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의 의미에 대하여 '거래사회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를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종전 대법원 판결들의 기본 취지를 따르면서도 '영문자와 그 한글음역이 결합된 등록상표'라는 특정한 유형의 상표에 대하여 거래 통념상 동일하게 볼 수 있는 상표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있어서는 종전 대법원 판결들의 취지와 다른 구체적 해석 기준을 제시하였는바,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결론과 그 논거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첫째,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등록상표의 불사용 취소심판 제도 본연의 취지와 목적에 충실하게 '동일한 상표'의 의미를 해석하였다. 불사용 취소심판 제도는 사용하지 않는 등록상표에 대하여 상표 사용으로 인한 업무상의 신용 역시 형성되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사후적으로 취소할 수 있는 절차이다. 이 사건의 경우 문제되고 있는 영문자와 그 한글음역이 결합된 등록 상표는 영문자 부분만이 실제 사용된 경우로 이러한 유형의 결합상표에 있어서는 실제로도 매우 빈번하게 생기고 있다. 결합상표 중 일부만이 실제 사용되고 있는 경우에는 일반 수요자나 거래계에서도 영문자 부분 또는 한글음역 부분만으로 호칭, 관념되고 있고,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는 실사용 표장에 대한 업무상의 신용 역시 보호되어야 함이 당연한 것인바, 이러한 유형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불사용 취소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그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둘째,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영문자와 그 한글음역이 결합된 등록상표의 동일한 상표 사용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종전의 형식적, 획일적 기준에서 벗어나서 실질적인 사용태양과 거래 실정 등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석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건마다 등록상표와 실사용 상표의 비교에 의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등록상표의 일부 구성을 변경 또는 삭제하는 형태로 사용되는 유형은 등록상표의 한 구성 부분을 변경하는 것이어서 그 변경이나 삭제가 등록상표의 전체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아닌 이상 동일성이 부정되어 왔고, 특히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이전의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유형인 영문자와 그 한글음역이 결합된 등록상표의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채 사용되는 경우 거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 사용이 아니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시되어 왔는데(대법원 2004. 8. 20.선고 2003후1437 판결,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후698 판결 등), 이는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영문자와 그 한글 음역이 결합된 등록상표에 있어서 영문자 부분 또는 한글 음역 부분만으로 구성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를 등록상표의 한 구성 부분만을 사용한 것으로서 등록상표와 동일한 표장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형식적,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문자와 그 한글음역으로 된 결합상표의 경우에는 실제 영문자나 그 한글음역 중 한 부분을 생략한 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거래의 현실인바, 획일적으로 등록상표의 일부 구성 부분만을 사용한 것으로 평가하고 이를 등록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상표의 실제 사용태양이나 거래 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구체적인 타당성도 결여한 해석이 된다. 이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거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사용에 해당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새로운 해석기준을 제시하였다. 즉, (1) 영문자와 이를 단순히 음역한 한글이 결합된 등록상표에서 그 영문 단어 자체의 의미로부터 인식되는 관념 외에 그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관념이 생겨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2) 영문자 부분과 한글 음역 부분 중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채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통상적으로 등록상표 그 자체와 동일하게 호칭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그 기준에 의하면, 영문자와 이를 음역한 한글이 결합된 등록상표에 있어서 결합으로 새로운 관념이 생긴다면 동일한 상표 사용 여부에 대하여 결합상표 전체가 비교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고, 영문자와 그 한글 음역 각각의 호칭이 등록상표와 호칭과 다르다면 이 역시 등록상표 중 일부분의 사용이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 사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으로 상표의 동일, 유사 여부 판단에 있어서 그 주요 평가 요소인 관념 및 호칭 등에 의하여 동일한 상표 사용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합리적인 해석 기준의 제시로 평가된다. 3. 대법원 판결의 의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영문자과 그 한글 음역의 결합으로 구성된 등록상표에 있어서 결합상표의 일부분인 영문자 또는 그 한글음역만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거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 사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과 그 요건에 대하여 구체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한편,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매우 한정된 유형에 대한 것으로 상표 사용의 실거래에서는 매우 다양한 사용의 태양이 존재하고 있고, 거래의 현실은 변화되어 오고 있는바, 향후 상표의 실 사용태양의 고려와 상표 사용으로 인한 신용 보호라는 목적 하에 구체적이고 다양한 해석 기준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제시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2013-11-18
최성우 변리사(특허법인 우인)
상표권 침해소송에서 등록무효사유에 대한 심리 판단
Ⅰ. 사실의 개요(법률신문 2012년 10월 25일 5면 보도) 1) 원고와 피고는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는 서로 다른 법인이다. `원고는 2006.10.부터 2008.5. 사이에 건축용 비금속제 문틀/창틀/천정판 등과 그 상품들의 판매대행/알선업 등에 대하여 , , 와 같은 상표/서비스표를 등록받았다. 2) 소외 김○○는 1994.4.에 Hi-Wood가 작게 표시되어 포함된 상표를 창문틀, 천정판 등에 대하여 등록받았다. 피고는 2004.3.에 김○○으로부터 영업권과 상표권을 양수하였고(상표권은 그 직후에 관리소홀로 소멸함), , 등의 상표를 원고의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상고 기각. 상표법의 목적과 재산권의 행사에 관한 정의와 공평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그 상표등록이 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상표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며, 상표권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으로서도 상표권자의 그러한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그 당부를 살피기 위한 전제로서 상표등록의 무효 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다. Ⅲ. 해설 1. 학설 및 판례 가. 우리나라 특허법의 경우 행정행위의 공정력 이론이나 특허청과 법원의 권한분배론 등에 입각하여 대법원은 특허권 또는 상표권 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이 그 전제로서 당해 특허 또는 상표등록의 무효에 대하여 심리 판단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 원칙을 그대로 따르면 침해소송에서 침해 여부가 다투어지고 있는 당해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음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침해행위의 금지와 손해배상 등을 명하여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되어 소송경제와 구체적 타당성에 반하게 되고, 판결 후에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면 그 판결은 재심사유로 된다. 따라서 대법원은 기존의 판례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 타당성을 꾀하기 위하여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서 공지기술을 제외하거나 확인대상발명이 자유실시기술이라는 이유로 침해를 부정하는 방법을 취해 왔고, 최근에는 침해사건 담당 법원이 권리남용의 항변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까지 심리·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나. 일본 특허법과 상표법의 경우 상기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소위 킬비 사건의 판결(최고재판소 2000. 4. 11. 제3소법정 판결)을 따른 것이다. 일본은 킬비 판결 이후에 특허법 제104조의3을 신설하여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의 침해에 관한 소송에서 당해 특허가 특허무효심판에 의해 무효로 될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는 상대방에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고, 이 규정을 일본 상표법 제39조가 준용하고 있다. 상표법의 영역에서 권리남용을 들어 상표권의 행사를 부정한 것은 대부분 타인이 선취득한 권리 또는 선사용한 상표에 대하여 상표권을 행사하였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불사용 상표를 양수하여 상표권을 행사한 경우, 금반언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 등에 그치고, 등록상표가 식별력 흠결을 이유로 등록무효로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표권의 행사를 권리남용이라고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 우리나라 상표법의 경우 대법원이 상표법의 영역에서 처음으로 권리남용이론을 적용한 것은 1993. 1. 19. 선고 92도2054 판결(소위 사임당가구 사건)에서 이다. 그 후로 대법원은 K2 사건(2008. 9. 11.자 2007마1569결정), 헬로키티 사건(2001. 4. 10. 선고 2000다4487 판결), 캠브리지멤버스 사건(2007. 6. 14. 선고 2006도8958 판결), 비제바노 사건(2000. 5. 12. 선고 98다49142 판결) 등에서, 타인의 선사용 유명상표가 미등록임을 기화로 모방상표를 등록한 자가 자기의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것은 상표법을 악용하거나 남용한 것이 되어 적법한 권리의 행사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진한커피 사건(2007. 1. 25. 선고 2005다67223 판결), 에이씨엠파이워터 사건(2007. 2. 22. 선고 2005다39099 판결), 스타스위트 사건(2008. 7. 24. 선고 2006다40461, 40478 판결) 등에서, 타인의 미등록 유명상표를 모방한 상표를 등록받은 자가 그 타인이나 그 타인으로부터 허락을 받아 상표를 사용하는 자에게 상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대법원은 주로 모방상표등록에 한하여 상표권의 효력을 부정하여 왔으며, 최근에는 후등록 상표권에 대하여 선등록 상표권자가 무효심판을 청구한 경우에 있어서 그 무효심결 확정 전이라도 후등록 상표권자에 의한 상표의 사용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거나(2009. 6. 11. 선고 2007다65139 판결), 형사상 상표권 침해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2012.4.12. 선고 2011도4037 판결). 2. 이 사건 판결의 타당성 여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어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상판결은 상표등록이 무효로 될 것임이 '인정'될 것을 넘어 '명백'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것은 행정행위의 공정력 및 특허법원과 일반법원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실무상 명백성의 판단이 쉽지 않고,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로 되는 것과의 구별도 쉽지 않으므로 이 요건이 불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박정희, '특허침해소송 등에서의 당해 특허의 무효사유에 대한 심리판단', 특허판례연구(개정판), 523면), 현 상황에서 명백성의 요건을 폐기하기 보다는 어떤 경우가 명백한 것인지 구체적인 판단요소(factor)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명백성의 요건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이 이 사건 등록상표/서비스표가 무효사유가 있음이 명백하다고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이우드'는 상품의 특성을 직감하게 하기 보다는 암시하는 정도의 상표라고 볼 여지가 있고, 상품류구분 제19류에는 건축용 재료/자재에 대하여 '하이샤시', '하이도어', '하이멘트', '하이패널시스템', '하이텍스' 등의 상표가 다수 등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이 사건 등록상표/서비스표가 '고급 목재, 좋은 목재' 등의 의미로 직감되어 그 등록이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한 것은 명백성 요건에 비추어 의문이다. 오히려 피고의 상표가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2호의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여 원고의 상표권의 행사를 부정하는 것이 간명하지 않았을까? 셋째, 대상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였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아니하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킬비 판결에서 정정심판이 청구되어 있는 경우를 예로 들었지만, 상표 분야에서는 그 의미를 상정하기가 쉽지 않다. 넷째, 선사용 유명상표의 모방상표에 대해서는 권리남용의 항변을 인정할 여지가 있지만 모방상표와 관련이 없는 선원의 존재, 조약위반, 공익적 부등록사유 등의 무효사유가 있는 상표등록에 대해서는 그러한 무효사유 해당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표권의 행사를 권리남용이라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Ⅳ. 결론 대상판결은 특허법에서의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서, 등록무효사유가 명백한 상표권의 행사에 대해서 권리남용의 법리를 확대하고 그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그러나 ⅰ)상표등록 무효사유는 해당성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 ⅱ)대부분은 상표법 제51조 제1항(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을 적용하거나 또는 상표적 사용의 법리, 불사용 등록상표의 권리행사 제한의 법리 등을 적용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 ⅲ)권리남용이론은 일반조항에 기초한 법리로 성문법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 ⅳ)우리나라는 심판전치주의를 취하고 있고, 심결취소소송과 침해소송의 관할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 ⅴ)특허와 달리 상표는 선택의 문제이므로 타인은 계쟁상표와 다른 상표를 선택할 수 있어 상표권의 행사를 부정할 논리필연성이 특허만큼 크지 않다는 점, ⅵ) 2010다95390 판결과 달리 대상판결은 무효사유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 ⅶ)권리남용은 추상적이고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므로 당사자가 쉽게 수긍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상표법의 영역에서 권리남용이론의 확대 적용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유명상표의 모방상표등록과 같은 경우에 한하여 권리남용을 인정하는 것으로 하되, 굳이 대상판결과 같이 상표등록에 무효사유가 있음이 명백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고자 한다면 권리남용이론에 의할 것이 아니라 일본 특허법 제104조의3과 같이 '무효의 항변'을 입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그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소송의 항소심 관할을 특허법원으로 집중하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일반법원의 심리능력이 강화되고, 상표권 침해소송의 항소심 관할이 집중되면 명백성의 요건을 폐기하는 것도 검토할 여지가 있다.)
2012-11-12
이규홍 서울고법 판사
등록무효심결 확정된 선등록상표도 비교대상 상표로 될 수 있다는 상표법 조항의 위헌성
1. 사안의 개요 청구인은 전기침대 등을 제작하는 회사로서, 1987.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는데, 청구외 박○○이 1998.경 '장수'와 유사한 상표를 출원·등록하였으며, 그 후 청구인은 다시 2001.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다. 청구인은 위 박○○의 상표에 대하여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2004. 7.23. 무효심결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한편 이해관계인 이○○은 2006.경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가 소멸등록된 박○○의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여 역시 무효심결이 내려졌다. 이에 청구인은 특허법원에 위 무효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상표법 제7조 제3항 본문 중 괄호부분{"제1항 제7호 및 제8호의 규정은 상표등록출원시에 이에 해당하는 것(타인의 등록상표가 제7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에 대하여 이를 적용한다"에서 괄호부분 중 제7호에 관한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헌재는 2009. 4.30. 위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하였다. 2. 결정의 요지 우선, 상표등록출원의 경우 특허청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과 관계없이 후출원상표의 출원시에 이와 동일 또는 유사한 타인의 선등록상표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되어 소멸한 뒤 곧바로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허용한다면 소비자에게 상표에 대한 오인·혼동을 줄 우려가 있으나, 이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8호 등에 의하여 해소되고 있으므로 상표등록출원시에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하여 상표등록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다음, 등록무효심판의 경우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 확정시 이미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가 공존하고 있었으므로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한다는 입법목적에 기여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무효의 소급효'에 배치되어 전체 상표법 체계에 혼란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후출원자는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된 이후에도 이미 상표등록을 마친 후등록상표가 무효로 됨으로써, 정당한 이유 없이 재산권인 상표권과 당해 상표를 이용하여 직업을 수행할 자유를 침해받게 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는 반면, 정당한 후출원상표권자의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이에 대해서는 재판관 이공현의 합헌취지의 반대의견이 있다). 3. 평석 가. 문제의 제기 어느 상표의 출원시에는 동일·유사한 선등록상표(비교대상상표, 인용상표)가 존재하고 있었으나 출원 후에 그 비교대상상표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었을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할 것인가 여부는 거의 20여년 전부터 대법원과 특허청의 입장이 대립되던 문제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 대법원은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시(대법원 1991. 3.22. 선고 90후281 판결)한 이래 판례로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으나, 특허청은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경우 심사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 불합리하다는 이유 등으로 계속 등록거절심결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특허청은 1997. 8.22.자 상표법개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괄호부분을 추가함으로써 입법적으로 그 입장을 관철하였고, 대법원은 개정된 법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다만, 그 제한적 해석은 특허법원 2005. 8.18. 선고 2004허8787 판결 참조). 그런데 대상결정에 따라 위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었고, 대상결정에서 헌재는 결과적으로는 대법원의 기존입장을 지지한 셈이 되었지만, 표면적인 초점은 다소 상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 이 사건의 쟁점 (1) 제한되는 기본권 우선 이 사건 결정에서는 상표권이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 보고 이를 제한되는 기본권으로 제시하고 있는 바 이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상표권의 헌법적 보호근거에 대하여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만 할 뿐 헌법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은 일견 헌재가 특허권 등에 관해서는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명시하고 있는 점(헌재 2002. 4.25. 2001헌마200 결정 등)과 비교할 때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타당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헌법 특유의 제22조 제2항의 체계적 지위에서 볼 때, 제22조 제2항은 저작권 등 창작법에 속하는 권리보호에 관하여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상표권 등 표지법의 영역에 속하는 권리들은 제23조에 의하여만 보장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러하다. 다음 제한되는 기본권으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선택된 직업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현실적인 활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본다면 제품조달 그리고 영업라인 조직, 마케팅 등이 이러한 범위에 속한다 할 것이고 여기에 상표법상 상표의 정의를 대조하여 보면, 청구인과 같은 상품의 생산·판매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원하는 상표로 등록하여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 역시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위헌심사기준 우선 재산권으로서의 상표권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면, 어떤 요건을 갖춘 경우에 어떤 절차를 거쳐야 상표권으로 보호하여 줄 것인지에 관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여지가 인정되므로 상표권의 발생에 관하여 등록주의와 사용주의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부등록 사유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록요건 구비 여부의 판단시점에 관하여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입법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건대, 헌재는 직업의 자유의 제한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경우 인격발현에 대한 침해의 효과가 일반적으로 직업선택 그 자체에 대한 제한에 비하여 작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한은 보다 폭넓게 허용된다고 보아 다소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왔다(헌재 2009. 9.24. 2006헌마1264 결정). 그러므로 대상결정에서는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모두에 대해서는 일단 완화된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상결정 이유를 보면 그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후술하는 바와 같이 재산권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직업수행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거나 과도하게 무거운 제재를 하는 등의 제한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는 점에서 위헌성의 구체적 논증이 필요하다고 보임에도 이를 생략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3) 재산권 침해 여부 (가) 우선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의 입법목적에 관해서는 비교법적으로 선등록상표권자의 권리를 보호(사익보호) 규정이라는 입장(영미, 독일, 프랑스)이 강하지만, 우리나라 및 일본의 경우 종래의 출처혼동으로 인한 부정경쟁 방지(공익보호) 규정으로 취급하여 왔다. 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입법목적을 보면 사익보호라는 측면은 아예 제외될 것이고, 그 목적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은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입법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소급효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면서까지 후출원상표를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한 합헌설의 근본적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고 보인다. (나) 상표등록출원의 경우에는 대상결정 이유에서 밝힌 바와 같이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등록무효심판의 경우는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즉,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이 확정되면 그 상표등록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므로, 무효심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등록상표가 존재하고 있었던 객관적인 사실과 그로 인하여 일반소비자들의 상품출처의 오인·혼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함에 이론이 없을 것이나,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역할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법정의견은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이미 발생한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할 수는 없다는 점을,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소급효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선등록상표의 무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또다시 출원하는 일이 빈발할 것이므로 장래 소비자의 오인·혼동이 유발될 상황이 보다 많이 예측된다는 점을 각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정의견은 선등록상표권자의 보호라는 목적은 물론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목적에조차 전혀 기여가 없으면서 후출원자의 상표권만 제한한다는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강조하고 있는 바,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 도입 전의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서는 상표등록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소급효에만 집착한 나머지, 상표등록무효의 소급효가 타인의 상표사용가능성에만 적용되지 상표등록가능성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님에도 이러한 차이점을 간과한, 상표법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달로, '상표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상표의 사용가능성과 등록가능성', 판례월보 329, 330호)이 있었음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 견해는 상표등록무효는 일반 법률행위의 무효와는 다른 특징을 갖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제7호를 굳이 예외적으로 '출원시'로 규정한 취지(참고로 일본은 '등록시'이다)는 어떤 상표의 출원시 인용상표가 존재하면, 사후적으로 인용상표가 소멸되는 등 권리변동이 생겨도 이와 무관하게 최종적으로 심결함으로써 심사의 법적안정성과 심사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바 그런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포함한 제7조 제3항 자체의 입법목적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견해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관한 과거 대법원 판례도 결국은 소급효 자체만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소급효를 통하여 후출원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뒤집을 상표법의 기본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논증이 없으며, 종국적으로 등록무효심판의 기준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는 상표법에 관한 입법정책일 뿐인 점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대상결정은 그 입법목적에 관련하여 후출원상표보호를 재산권적 측면에서 검토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제한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한 점에서 논의의 시각이 보다 근본적이라고 할 것이다. (다) 또한, 법정의견은 '상표등록 심사업무의 효율성과 편의성이 제고'만으로는 상표권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소비자의 오인·혼동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달성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문이고, 나아가 특허청의 입장 뿐 아니라 후출원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표등록관계의 안정성이 제고되는 점 역시 가볍게 배척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인정하다고 하더라도, 향후 남게 될 상표심사업무 내지 상표등록관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상표법 제85조 등이 정한 재심관련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선등록상표를 무효화시킨 후 1년이 경과하면 다시 당해상표를 등록할 수 있다는 조항과의 관련성은 어떤지 등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4. 대상결정의 의의 헌재가 설립된 이래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결정례는 매우 소수인데, 특히 위헌으로 결정된 것은 본건이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대상결정은 과거부터 이론적·실무적으로 논란이 컸던 부분을 입법적으로 해결한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으로써 과거 대법원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의미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결정은 향후 지적재산권법 관련 입법시에 고려하여야 할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단순히 상표법의 세부적인 특징이나 상표심사실무상의 편의성(반대의견을 통하여 특허청 실무의 입장도 상당부분 현출된바 있다) 등에만 촛점을 둘 것이 아니라 헌법상의 적정한 정보질서, 재산권보장 등의 시각에 서 사전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자, 그러한 논의의 필요성이 실무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례라고 볼 것이다.
2010-01-25
도두형 변호사(서울)
도메인이름의 사용과 부정경쟁행위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 화이자 프로덕츠 인크는 발기기능장애 치료용 약제를 지정상품으로 하는 ‘Viagra’ 및 ‘비아그라’ 문자상표와 항생물질제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PFIZER’ 문자상표의 상표권자인데, 발기기능장애 치료제인 비아그라(Viagra)는 원고 화이자 프로덕츠 인크에 의해 1997년말경 개발되어 판매가 개시되자마자 미국,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어 위 ‘Viagra’ 및 ‘비아그라’ 상표는 위 원고가 개발, 판매하는 발기기능장애 치료제를 지칭하는 상품표지로, 위 원고의 등록상표 및 상호인 ‘PFIZER’는 위 원고가 생산하는 의약품을 지칭하는 상품표지 및 영업표지로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원고 한국화이자제약 주식회사는 원고 화이자 프로덕츠 인크의 한국내 독점판매수입권자이다. 나. 피고들은 이 사건 도메인이름 ‘viagra.co.kr’의 홈페이지에서 원고 화이자 프로덕츠 인크의 ‘viagra.com’의 홈페이지 화면을 일부 무단으로 사용하였고 위 홈페이지에서 Viagra에 대한 관련자료, 신문기사, 정보 등을 취합, 정리하여 제공하면서 ‘제작사인 화이저(PFIZER)사에 따르면 비아그라(Viagra)는… ’이라는 표현 등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원고들의 등록상표인 ‘PFIZER’, ‘Viagra’, ‘비아그라’와 동일한 문자를 사용하는 한편 위 홈페이지로부터 링크된 다른 페이지에서 ‘건강식품에 관한 것’이라는 제목하에 구체적인 건상식품을 소개하면서 인터넷 통신상으로 주문자들에게 판매하였다. 한편 생칡즙 유형을 소개하는 페이지의 상단에는 ‘Viagra’ 표장이 함께 사용되었다. 그 후 피고들은 원고들로부터 경고서한을 받고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홈페이지와 비아그라 페이지를 연결하는 링크를 삭제하고 남아 있는 페이지에서 ‘Viagra’, ‘비아그라’ 및 ‘PFIZER’ 등의 표현 전부와 위 건강보조식품들의 소개내용 일부를 삭제하고 서버에 남아 있던 비아그라 페이지 파일(file) 전부를 삭제하였으나, 여전히 이 사건 도메인이름은 말소하지 않은 채 그 홈페이지에서 건강식품으로 생칡즙을 판매하였다. 2.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이 사건 저명상표인 ‘viagra’와 유사한 ‘viagra.co.kr’이라는 도메인이름의 사용이 상품주체(영업주체) 혼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사용이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함) 제2조 제1호 (다)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3. 도메인이름의 상품출처표시 적격 가. 원심은, 피고들이 이 사건 도메인네임하에 개설한 홈페이지에서 원고들의 위 각 등록상표 및 상호인 ‘Viagra’, ‘비아그라’ 및 ‘PFIZER’와 동일한 표지를 사용하면서 건강식품판매를 한 피고들의 위 영업행위는 원고들의 상품 및 영업과 사이에 상품주체 및 영업주체의 혼동을 일으킨다고 판시하였으나, 대법원은, ‘피고들이 이 사건 도메인 이름으로 개설한 웹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에는 별도의 상품표지가 부착되어 있고, 그 제품을 판매하는 웹페이지의 내용에서는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이 별도의 상품표지로서 사용되고 있지 않으며, 달리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이 피고들이 판매하는 상품의 출처표시로 인식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이 피고들이 취급하는 상품의 출처표시로서 기능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다. 나. 도메인이름의 상표적 사용 여부가 쟁점이 된 하급심판결이 다수 존재하는데, 법원은 등록 상표나 서비스표와 동일, 유사한 도메인이름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등록 상표나 서비스표의 지정상품이나 지정서비스업과 동일, 유사한 상품이나 서비스업을 판매하거나 취급하는 경우 대체로 당해 도메인이름의 사용을 상표적 사용으로 보아 등록 상표권이나 서비스표권의 침해로 보고 있지만, 서울지방법원 2000. 11. 17. 선고 99가합88101 판결(하이마트 사건, 항소취하간주로 확정) 과 서울지방법원 2000. 11. 10. 선고 2000가합31286 판결(레고 사건, 확정) 등의 사례들에 있어서는 피고가 정상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가 부착된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고 도메인이름은 단지 홈페이지에서 피고의 판매영업을 표시, 광고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한 경우에는 상표권이나 서비스표권의 침해로 보지 않았다. 다. 부정경쟁방지법상의 표지의 ‘사용’의 개념은 상표법의 그것과는 달리 보다 탄력적이고 넓게 해석되고, 여기서 말하는 ‘혼동’은 광의의 혼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통설, 판례의 입장이다. 그리고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실질적인 혼동의 초래 여부가 중요하므로 표지의 유사 여부는 혼동 초래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보조적, 자료적 사실로서의 의미만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종래의 하급심판결들을 보면, 도메인이름의 웹사이트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국내에서 주지된 타인의 상표, 서비스표 등의 지정상품이나 지정서비스업과 동일, 유사한지 여부가 혼동을 초래하는지 여부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어 왔다{서울고등법원 2000. 11. 15. 선고 99나61196 판결(샤넬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0. 12. 8. 선고 2000가합38185 판결(훼더럴 익스프레스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1. 3. 9. 선고 2000가합 57452 판결(다우 사건) 등}. 앞서 본 하이마트 사건, 레고 사건에서 법원은 상표권침해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피고이 행위가 영업주체혼동행위로서 부정경쟁행위에는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라. 부정경쟁방지법상 ‘혼동’의 개념이 동태적이므로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의 사용의 개념도 넓게 탄력적으로 해석되므로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를 매개로 하여 상품 및 영업의 출처에 대하여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가 있다고 판단되기만 하면 그 방법, 태양 등을 묻지 않고 표지 사용행위의 요건은 충족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은 앞서 본 하이마트 사건에서 서울지방법원이 상표권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적용한 기준과 유사한 기준을 이 사건에 적용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이 상품출처표시로서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이는 대법원이 상표의 사용의 개념과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의 사용의 개념 간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간과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 한편 혼동의 개념을 광의로 이해하는 통설, 판례의 입장에서 본다면, 피고들이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자신의 웹사이트의 주소로 사용하면서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영업활동을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원고의 ‘비아그라’ 제품에 관한 설명 등을 하고 있다면 비록 피고들 자신의 제품에는 이 사건 원고들 등록상표와는 다른 상표가 사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마치 원고와 일정한 거래상, 경제상, 조직상, 계약상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혼동, 즉 원고들의 영업상의 시설이나 활동과 혼동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특히 원고들이 줄곧 피고들의 행위가 상품표지 및 영업표지 혼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영업표지로서의 사용이 원고들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을 초래하고 있는지 여부도 판단했어야 할 것이라고 보이는데 대법원이 이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4. 저명표지 손상행위 가.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은 2001. 7. 10. 시행된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 신설된 규정으로서’… ‘위 규정의 입법 취지와 그 입법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이라는 용어는 ‘주지의 정도를 넘어 저명 정도에 이른 것’을, ‘식별력의 손상’은 ‘특정한 표지가 상품표지나 영업표지로서의 출처표시 기능이 손상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며, 이러한 식별력의 손상은 저명한 상품표지가 다른 사람에 의하여 영업표지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생긴다.’고 판시하고, 더 나아가 ‘피고들이 이 사건 도메인 이름으로 개설한 웹사이트에서 생칡즙, 재첩국, 건강보조식품 등을 인터넷상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한 것은, 원고들의 저명상표와 유사한 표지를 영업표지로 사용한 것에 해당하고, 이처럼 피고들이 위 상표들을 영업표지로 사용함에 의하여 위 상표들의 상품표지로서의 출처표시기능을 손상하였다고 할 것이며, 원심 또한 피고들이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여 생칡즙 판매 등의 영업을 한 것을 식별력 손상행위 중의 하나로 들고 있으므로, 피고들의 행위가 위 법률 제2조 제1호 (다)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은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다. 부정경쟁방지법에 제2조 제1호 (다)목은 진정한 상표권자의 보호를 통한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불필요한 통상마찰을 방지하기 위하여 미국 등 선진국이 체택하고 있는 저명상표의 희석화 방지규정을 도입한 것이다. 원래 저명상표의 희석화란 저명상표의 출처의 혼동이나 경쟁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희석화하는 것을 말하는데, 기존의 혼동이론(confusion theory)이 소비자 혼동에 주안점이 있는데 비하여 희석화이론(dilution theory)은 상표의 관련된 식별력 또는 goodwill을 약화시키는 희석화행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라. 문리적으로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의 보호 대상이 되는 상품표지나 영업표지는 같은 항 (가)목 및 (나)목의 상품주체 또는 영업주체 혼동행위의 그것과 동일하다. 그런데 상표의 희석이란 저명한 상표의 소유자와 이를 사용하는 자 간에 경쟁 유무, 혼동가능성이나 착오 또는 기망 등의 유무에 관계 없이 저명한 상표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표시하고 식별하는 능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희석화이론(dilution theory)은 당사자간에 경쟁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동일하거나 상당히 유사한 상표를 승낙받지 아니하고 사용하는 경우에 혼동의 야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표권의 침해를 인정함으로써 상표권자를 보호하려는 이론으로서 상표가 갖는 상업적인 흡인력(commercial magnetism)이나 판매력(selling power)를 보호하는 법이론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상표의 희석은 보통 상표의 약화에 의한 희석(dilution by blurring)과 손상에 의한 희석(dilution by tarnishment)의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전자는 상표권자의 상표와 동일, 유사한 상표를 계속적으로 사용하여 상표가 식별력을 대부분 잃어버리게 되는 유형의 희석인데 비하여, 후자는 상표권자의 것보다 열등하거나 저속한 품질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허락을 받지 않고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거나 상표권자의 상표를 불건전하거나 불유쾌한 방법으로 사용함으로써 상표가 무형의 재산적 가치(goodwill)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은 ‘타인의 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게 하는 행위’라고 규정함으로써 ‘희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위 규정상의 ‘식별력 및 명성의 손상’ 행위는 강학상 약화에 의한 희석과 손상에 의한 희석 양자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마.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비록 법문 자체는 주지 표지가 보호 대상인 것처럼 되어 있지만, 그 입법취지에 비추어 저명 표지만이 그 보호 대상임을 판시하였는데, 이러한 해석은 위 규정의 연혁이나 희석화행위 금지의 도입배경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대법원은 위 규정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가 손상에 의한 희석에 한정되는지, 약화에 의한 희석도 포함되는지 명백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이 사건 사안이 대상으로 하는 행위 태양이 약화에 의한 희석 행위 유형이라고 보이고 대법원이 이러한 행위가 금지된다고 판시한 점에 비추어 우리 대법원도 약화에 의한 희석도 금지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5. 결론 이상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피고들에 의한 이 사건 도메인이름 ‘viagra.co.kr’의 사용이 상품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점 및 영업주체혼동행위 해당 여부의 판단을 누락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지만,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 소정의 저명표지 손상행위의 보호대상을 명확히 하여 위 규정 문언의 미비점을 해석에 의하여 보완한 점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200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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