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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
부동산명의신탁과 불법원인급여
1. 사안의 개요 농지 X의 소유자 C는 2000년 4월께 농지법상 '농지처분의무 통지'를 받자, 2001년 4월께 D와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2001년 4월 12일 D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후 2009년 1월 28일 C의 사망으로 처인 원고가 X를 상속받았다. 2012년 3월 23일 D도 사망하여 처인 피고가 상속을 원인으로 X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피고에게 X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했다, 원고는 부동산실명법(이하 '부실법'이라 함)상 명의신탁약정 및 D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이며, D의 상속인인 피고는 C의 상속인인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 이행의무가 있음을 주장했다. 이에 피고는 명의신탁약정이 농지법상 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과 농지법에서 정한 농지의 소유·이용에 관한 규정을 잠탈하는 반사회질서 행위이고, 명의수탁자인 D 앞으로 마쳐진 X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명의신탁자 C의 상속인인 원고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 1심과 2심의 판단 1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명의신탁 약정은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까지 금지하지는 않는다는 점, 탈세목적, 강제집행 면탈의 목적이 있는 명의신탁약정에 해당되어 부실법을 위반하여 수탁자 명의로 등기되어도 이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설시했다. 2심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농지법 위반의 효과로 농지의 소유권 자체를 박탈할 수는 없다는 점을 추가로 설시했다. 3.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피고의 상고는 기각되어 원고 승소의 원심이 확정되었다. 부실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사안의 핵심쟁점이었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는 다수의견의 논거로 i) 부실법은 소유권이 실권리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임을 규율하고 있으며, ii)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하며, iii)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하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고 판례의 태도나 부실법 규정에도 합치되지 않으며, iv) 헌법상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며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없는데,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박탈은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게 된다는 점, v) 농지법상 제한을 회피하는 명의신탁이라고 해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반면, 소수의견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명의신탁등기는 불법원인급여라는 입장을 취한다. 그 논거로 i) 부동산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한 사법적 결단이 필요하며, ii)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고, iii)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 반환 등의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는 점, iv) 이러한 해석이 사법부가 부동산거래질서를 바로잡는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연 구] 대상판결은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이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하여 제746조의 불법원인에 해당되는지, 명의수탁자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인지를 다루었다. 그동안 판례는 일관되게 불법원인급여를 부정했다. 그러나 부실법이 시행된 지 20여년이 지났으므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는지 재검토할 시점이 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대상사건은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었다. 대상판결은 부실법을 위반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지 않음을 전원합의체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1.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 부실법의 입법취지는 명의신탁관계를 조속히 해소하고 실체적 권리관계와 등기부상의 권리표상이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의 등기'를 유도함에 있다(제1조). 실권리자란 명의신탁자를 말한다(제2조 2호). 또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한 제재는 과징금(제5조 1항 제1호) 및 이행강제금의 부과(제6조 2항), 형사제재(제7조 1,2항) 등의 방법을 채택했을 뿐이다. 입법과정에서 명의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귀속시키자는 제안도 있었으나 부실법은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명의신탁관계가 있기 전의 권리상태로 되돌아가 신탁자에게 소유권이 인정됨을 원칙으로 한다. 결국 이 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불법원인급여를 인정하여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할 방법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해석론은 입법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2. 명의신탁약정은 민법 제746조의 불법한 원인이 아니다 명의신탁약정이 불법원인에 해당되면 소유권이전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어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데(민법 제746조 본문), 이 때 부당이득반환청구 뿐만 아니라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다면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제756조 단서). 그렇다면 수익자도 불법원인을 제공하거나, 심지어 수익자의 불법성이 더 큰 경우에도 문리해석상 제746조의 단서의 단서가 적용될 수 없어 급부자는 소유권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이런 불합리한 결론은 불법원인급여의 반사적 효과로 불가피하다는 설명만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결국 불법원인급여일 때 반환청구금지규정(제746조 본문)의 적용범위는 제한되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첫째 불법성을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이 있으면 인정하는 주류 판례의 견해와는 달리, 선량한 풍속 위반만이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둘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를 넓게 인정하여 제746조 단서의 적용영역을 확대하는 견해가 있다. 판례는 이러한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전원합의체 판결). 셋째 제746조의 불법성 판단기준을 제103조에서 찾지 않고 급부이익을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남기는 것이 더 정당한지라는 결과의 관점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생각건대 제103조는 '불법의 실현'에 법적 조력을 거부하는 것인 반면, 제746조는 '불법적 급부결과의 회복'에 법적 조력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의 판단기준을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세 번째의 견해가 타당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점을 고려한 판결례가 나오고 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 제746조의 불법성은 제103조의 공서양속위반이 있고, 추가적으로 i) 원인행위의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거나, ii) 강행법규의 위반에 따른 급부의 반환이 규범목적에 반할 때에 비로소 인정된다. 이를 부동산명의신탁에 적용해 보면 명의신탁약정이 현저한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부실법의 입법취지상 급부의 반환을 긍정하는 것이 규범의 목적에 더 부합한다. 특히 공익적 목적(탈법·투기·탈세의 방지)를 위해 소유권을 박탈하는 해석은 헌법합치적이지도 않다. 불법원인급여를 인정하여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아무런 대가 없이 박탈하는 소수의견이 탈법·투기·탈세의 방지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 법의 목적달성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권보장이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해석론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명의신탁자의 대가없는 소유권 박탈이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방법이라는 확실한 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판례도 명의신탁자가 궁극적으로 소유권을 이전받는 것을 전제로 부실법상 여러 제재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두4554 판결). 3.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결과는 정의관념에도 배치된다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신탁자로부터 박탈한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되는 결론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논증하지 못한다. 소유권이전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어 반환이 부정되는지에 대해서 긍정·부정의 상반된 두가지 주장이 가능할 때에는 반환을 부정하는 견해에서 '법률상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는 것'보다 '급부의 회복을 거절함으로써 현상태를 고착시키는 것'이 정의관념에 더욱 부합하는 적극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양쪽의 근거가 모두 합리적이지 못하다면 권리가 원래 있어야 할 곳, 즉 종래의 권리자(대상판결에서는 명의신탁자)에게 회복됨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신탁자로부터 박탈한 소유권 수탁자에게 이전되는 결과가 신탁자를 제재하기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점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4. 결론 결국 현재의 부실법 내용을 전제로 한다면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과 그에 기한 소유권이전은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고 본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타당하다. 그러나 다수의견 중 부실법을 개정하여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면 헌법상 재산권보장이라는 헌법의 기본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대가 없이 박탈하는 규정을 두더라도 충분한 입법예고와 실명전환의 유예기간을 다시 부여하고, 동시에 다른 제재규정을 삭제하거나 완화한다면 그러한 개정이 재산권보장이라는 헌법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토지의 공공재적 성격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동진 교수 (연세대 로스쿨)
부동산
민법
부동산실명법
불법원인급여
명의신탁
박동진 교수 (연세대 로스쿨)
2019-11-28
박재혁 변호사(서울회)
실명법 이전의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와 소멸시효 중단사유
1.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은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23313 판결의 후속판결로써, 위 판결에서 다루어진 쟁점이 동일하게 다투어진 것이다. 쟁점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즉 과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체결된 명의신탁 약정의 경우에 명의수탁자는 어떠한 내용의 반환의무를 부담 하는가 또한 그러한 반환의무는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인가이다. 이러한 논의는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의 성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대법원은 위 2009다23313 판결에서 이 경우 명의수탁자가 부담하는 반환의무는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민법 제162조의 10년의 소멸시효기간에 걸린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근간은 본건 대상판결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위 사안에서의 원고 피고는 소멸시효의 중단을 둘러싸고 항변과 재항변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대상판결은 원고 피고 사이에 명의신탁관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어느 유형의 명의신탁인지 밝히고 있지 않았고,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2009다23313 판결을 참조판례로 적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본고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에 대해 유형론을 적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따라서 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의 내용은 언제나 부동산 자체(=등기명의의 회복)이 되어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으나(박재혁, '부동산명의신탁의 3대 과제', 진원사(2012. 11.) 참조), 이하에서는 명의수탁자의 반환의무를 소멸시효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대법원의 시각에서 본건 대상판결을 위 2009다23313 판결에 비추어 재음미해 보기로 한다. 2. 사실관계 1) 원고는 피고의 처삼촌이고, 피고는 1977년경 원고가 경영하는 회사에 입사하여 상무이사의 직에 오르기까지 승진하였고 1997. 5.경 퇴사하였다. 2)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는 매매계약서상 1989. 4. 24. 매도인 ○○○로부터 위 부동산을 매수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는 1989. 6. 12.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원고는 위 토지에 대한 등기필증을 보관해 오고 있다(이 사건 부동산 일부에 관하여 원고의 신청으로 2004. 7. 1.경 토지가 분할되고, 분할된 토지의 등기필증은 피고가 보관함). 3) 피고는 2004년까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재산세(토지분) 납부고지서를 송달받으면 이를 원고 회사 직원에게 건네주어 원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재산세를 납부해 왔고, 피고가 대외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보유함으로 인하여(=소유자별 토지분 과세표준 합산과 누진세율 적용으로) 종합토지세를 추가로 납부하게 되자 그 증가분 상당액에 관하여 원고로부터 정산을 받아 왔으며(같은 사유로 증액된 의료보험료에 관하여도 정산을 받음), 반면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 일부에 관하여 원고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토지분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소 제기 후인 2009. 9. 28. 처음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재산세를 납부하였다. 3. 원심판결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원심판결의 요지 이 사건 부동산은 원고가 피고에게 명의신탁한 부동산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의 경우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원고는 언제든지 위 약정을 해지하고 위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피고는 위 법 시행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소는 유예기간이 경과한 날인 1996. 7. 1.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된 사실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원고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으므로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소멸시효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고, 명의신탁계약 및 그에 기한 등기를 무효로 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점유 사용하여 온 경우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이는 위 법률을 위반한 경우임에도 그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결과로 되어 위 법률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종합토지세 등 정산금을 지급받아 왔으므로 이는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언은 믿기 어렵고,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대법원의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2004년까지 이 사건 부동산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원고의 소유임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취하였을 행태로서 정산금의 요청에 나아갔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반환요구를 거부하기 시작한 2004년경까지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하였다고 볼 것이다(파기환송). 4. 검토의견 1) 위 판결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소유권 이론이라 할 명의신탁 이론이 때아닌 소멸시효 논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유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권리일 뿐 아니라, 목적물에 대한 사용 수익권능을 그 핵심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 사용 수익이 뒷받침되는 한 소유권이 소멸시효에 걸려 소멸할 수 없고, 이러한 의미에서 소유권의 귀속 여부를 소멸시효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2)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동산 자체에 대한 반환청구권의 법적성질이 법률의 규정에 의한 청구권이라고 보아 그 소멸시효기간이 10년이라고 판시하고 있고, 이러한 의미에서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권을 물권적 청구권이 아닌 채권적 청구권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명법 이전의 명의신탁에서 대법원은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신탁해지를 하고 신탁관계의 종료 그것만을 이유로 하여 소유 명의의 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 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하고 소유권에 기해서도 그와 같은 청구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양 청구는 청구원인을 달리하는 별개의 소송이라 할 것이다."라고 해석하여 왔다(대법원 1980. 12. 9. 선고 79다634 전원합의체판결 ; 동지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5171 판결 등). 3) 그렇다면 부동산실명법의 금지가 종전의 명의신탁자에 의한 소유권 보유 내지 회복 그 자체에까지 미친다고 보지 않는 이상, 물권자로서의 회복권능은 여전히 명의신탁자에게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은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현저하다(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5157 판결 참조). 뿐만 아니라, 부동산실명법이 정한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는 불이익은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을 부과받는 것에 지나지 않고(법 제12조), 유예기간이 지남으로써 명의신탁자의 물권자체가 소멸하거나, 그 유예기간 경과 후에는 명의신탁자의 회복권능에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며,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 명의신탁자 아닌 제3자에게 귀속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 할 것이다. 4) 앞서 대법원은 2009다23313 판결에서, 명의신탁자의 소멸시효 중단 주장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법 위반자에게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판시하면서,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사용 수익한 사정만으로는 소멸시효 중단을 인정할 수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명의수탁자가 종합토지세와 의료보험료에 관하여 명의신탁자에게 정산을 요구하면서 정산금 상당액을 받아왔다면, 이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명의신탁자의 소유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취하였을 행태(이하 자인행태)"로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5) 그러나 이러한 자인행태는 모든 명의신탁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고, 특히 사용 수익관계는 소유권자가 누구인지를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대외적 소유자로 취급됨에 따른 불이익의 금전적 보상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점유 사용에 대한 차임 상당액을 요구하는 경우란 존재할 수 없다. 소유권과 용익권능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가사 신탁부동산을 명의수탁자가 점유 사용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의 사용을 허여해 준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 6) 대상판결의 문제점은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하면서도 그 중단 내지 승인의 사유로써 명의신탁에 특유한 사정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상판결의 이론에 의하면, 명의수탁자는 소멸시효 항변을 할 수는 있으나 그 항변은 언제나 배척될 수밖에 없고, 결국 표면적으로는 소멸시효 문제로 접근하나 실제에 있어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과 사실상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5. 결론 2009다23313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실명법 이전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그 부동산 자체의 회복은 법률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본건 대상판결로써 위와 같은 입장은 급선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재산세를 누가 냈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누가 용익권을 행사했느냐 하는 문제가 더욱 소유권의 본질에 가까운 문제이고, 이러한 의미에서 대상판결은 그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 할 것이나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소유권을 소멸시효의 중단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점은 추후 재검토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2013-11-25
최관식 경운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명의신탁자동차에 대한 사기죄
1. 들어가는 말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문제는 주로 등기라는 공시방법을 그 소유권변동방법으로 사용하는 부동산물권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물권변동의 공시방법이 등기와 유사한 등록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자동차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등기, 등록제도를 이용한 명의신탁의 문제는 자동차의 경우에도 이용될 수 있다. 이중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실소유자인 신탁자가 명의상의 소유자인 수탁자와의 명의신탁계약으로 수탁자명의로 등록된 것을 이용하여 수탁자가 제3자에게 수탁자동차에 대한 처분승락을 하고 이에 제3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인감증명 등을 교부받아 위 자동차를 명의신탁자 몰래 가져가 처분행위의 상대방에게 처분한 경우, 제3자와 명의수탁자에 대해 어떠한 형사법적 문제가 발생하는가이다. 이러한 사례에 놓여있는 본질은 자동차명의신탁의 경우 그 소유권이 신탁자와 수탁자사이에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점이다. 그 소유권의 여하에 따라 수탁자가 행한 수탁자동차에 대한 처분의 승낙의 의사표시가 유효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에 대해 2006도4498(대법원 2007. 1.11. 선고) 판결에서 다루며, 이 판결은 절도죄와 사기죄의 부분에 대해 각각 판단하고 있으나 사기죄의 부분에 대해 고찰하기로 한다. 2. 사실관계 매그너스 승용차를 공소외 1이 구입해 이의 실질적인 소유이지만, 다만 장애인에 대한 면세혜택의 적용을 받기 위해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외 2의 명의를 빌려 등록한 것에 불과한 것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공소외 2로부터 위 승용차를 가져가 매도할 것을 허락받고 그녀의 인감증명등을 교부받은 사실이 인정되며, 이 사건 승용차의 구입 및 등록 경위에 비추어 보아 공소외 2는 이 사건 승용차를 등록할 당시부터 위 승용차에 대한 처분권한을 딸인 피고인에게 일임했던 것으로 보이며, 그의 승낙에 기하여 피고인은 2004년 6월16일 16:00경 ○○시 ○○동에 있는 ○○회사 사무실 앞길에서, 열쇠공을 통해 주차해 둔 위 승용차의 문을 연 후 그대로 위 승용차를 운전해 가져가, 피고인이 같은 해 6월23일경 ○○시 ○○동에 있는 피해자 합자회사 ○○자동차매매상사의 사무실에서 위와 같이 절취한 위 승용차를 마치 피고인이 적법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세해서 이에 속은 위 회사의 직원에게 위 승용차를 매도하고 즉석에서 그 대금으로 700만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했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원심판결은 유죄를 인정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의 소유자로서 이를 적법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공소외 2의 허락을 받아 위 승용차를 매도하게 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위 매도 당시 공소외 2의 인감증명 등 차량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구비해서 합자회사 ○○자동차매매상사의 직원에게 교부했고, 그 후 위 합자회사 ○○자동차매매상사는 위 서류를 이용해 이 사건 승용차의 등록명의를 위 회사의 명의로 이전해서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매도할 당시 기망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고, 또 위 매매 당시 피고인이 위 승용차를 공소외 1 몰래 가져온 사실을 숨겼다고 할지라도 위 회사가 이 사건 승용차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데에 아무런 법적인 장애가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거래관계에서 요구되는 신의칙에 반하는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우선, 원심 판단과 달리 피고인과 공소외 2 모두에게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될 여지가 있지만 그러나 예컨대 부동산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 준 경우, 명의신탁의 법리상 대외적으로 수탁자에게 그 부동산의 처분권한이 있는 것임이 분명하고, 제3자로서도 자기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상 실질적인 재산상의 손해가 있을 리 없으므로 그 명의신탁 사실과 관련해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다거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서 그 제3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될 여지가 없고, 나아가 그 처분시 매도인(명의수탁자)의 소유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역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이는 자동차의 명의수탁자가 처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하며, 피고인이 설령 명의수탁자인 공소외 2와 공모하여 절취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명의신탁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고, 따로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종료될 것이며, 명의신탁을 해지하더라도 그 등록이 말소, 이전되기 전까지는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가 유효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승용차를 가져와, 피고인이 그와 같이 위 승용차를 처분하면서 위 승용차가 명의신탁된 것임을 고지하지 않고, 위 공소외 2의 소유라는 말을 하는 등으로 피고인이 대외적으로 적법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여 매도했다고 하더라도 그 매수인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 3. 평 석 이 사례는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실소유자가 자기의 명의로 자동차등록을 하지 않고 타인의 명의로 등록을 한 후 명의상의 소유권자가 자신의 승낙하에 제3자에게 이를 매도하도록 승낙하여 명의수탁자로부터 승낙을 받은 제3자가 이를 다른 사람에 매매한 경우 그 형사책임이 어떠한가에 관하여 논제를 주고 있다. 이 사안은 이미 동일한 판례에 대한 판례평석 중 절도죄부분에 대해 언급한 바와 같이 제2자형 명의신탁이다. 신탁자와 수탁자라는 2자형 명의신탁에서 신탁자와 수탁자와의 관계는 당자사사이의 대내관계만이 존재하므로 명의신탁계약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은 실소유자인 신탁자에 있으며 명의상의 소유자인 수탁자에게 있지 않으며 피고인과 공소외 2의 행위는 절도죄가 아닌 횡령죄의 공동정범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의 명의상의 소유자로서 이를 적법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수탁자인 공소외 2의 허락을 받아 승용차를 매도하는 행위 즉, 피고인이 매도 당시 공소외 2의 인감증명 등 차량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구비하여 합자회사 ○○자동차매매상사의 직원에게 교부했고, 그 후 위 합자회사 ○○자동차매매상사는 위 서류를 이용해 이 사건 승용차의 등록명의를 위 회사의 명의로 이전해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점에서 수탁자인 공소외 2로부터 적법한 처분권한을 받은 피고인이 한 처분행위는 명의신탁법리상 적법하므로 피고인이 행한 위 회사에 대한 승용차매도행위가 어떠한 형법적 평가를 받는 가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 명의신탁의 수탁자가 보관하는 명의신탁 대상물을 처분하는 행위가 과연 처분행위의 상대방에 대해 기망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명의신탁법리를 살펴보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은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하며’ 동조 제2항에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그 일방당사자가 되고 그 타방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의 규정에 의해 원칙적으로 명의신탁은 유효가 아니라 무효이며 단지 수탁자가 일방당사자가 되고 타방당사자가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알지 못한 경우, 즉 선의인 때 명의신탁이 유효로 되어 타방당사자가 소유권등을 취득한다. 또한 동법 제8조 제2호의 배우자에 대한 특례규정에서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등기한 경우에 대하여 동법 제4조 등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배우자 명의로 행한 명의신탁은 유효하며 따라서, 수탁자가 행한 상대방에 대한 수탁물의 처분행위는 유효하며 상대방이 비록 수탁자가 행한 행위가 명의신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즉, 악의라 해도 적법하게 소유권등을 취득한다. 이러한 명의신탁법리에 따른다면 수탁자가 행한 수탁대상물의 처분행위는 명의신탁이 무효이지만 수탁자와 계약을 한 상대방이 명의신탁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선의인 경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8조 제2호에 의하여 동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경우 적법하게 되며, 상대방은 적법하게 소유권등을 취득한다. 이러한 경우 상대방은 수탁자와 거래에서 어떠한 손해도 있지 아니하며 수탁자가 사실상 명의신탁에 대해 숨기는 등 기망적 행위가 있다고 해도 이를 사기죄에서 요하는 기망행위로 보기 어렵게 된다. 이는 그 처분시 매도인(명의수탁자)의 소유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역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탁자가 행한 수탁물의 처분행위는 명의신탁이 무효이지만 이러한 수탁자와 계약을 한 상대방이 명의신탁을 알게 되거나(악의의 경우) 또는 이러한 배우자 등 특례규정의 적용이 없게 되는 경우 수탁자는 수탁물에 대한 적법한 처분권한이 없으며 상대방은 적법하게 소유권등을 취득하지 못한다. 이때 수탁자와 거래행위를 한 상대방은 수탁물에 대한 실질적인 손해가 있게 되며 수탁자가 이러한 무효인 명의신탁사실을 제3자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 기망행위가 있게 된다. 이에 사기죄의 성립가능성은 존재한다. 명의신탁을 규율하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비추어 보면 명의신탁이 유효인 경우와 무효인 경우로 나누어지며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상대방에 대해 행한 수탁물처분행위로 인해 상대방이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으며 따라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 견해는 모든 경우에 타당하지 않다. 이 사안은 부부간의 명의신탁이며 그 목적인 단지 장애인에 대한 면세 혜택의 적용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동법 제4조 제2호에 해당해 이러한 명의신탁은 유효하다. 이에 기하여 수탁자가 상대방인 ○○자동차매매상사에 행한 자동차처분행위는 적법하며, 상대방은 당해자동차소유권을 취득하므로 실질적으로 손해가 없다. 그러나 대법원판례가 자동차명의신탁에 대한 전체적인 법리를 언급하지 않고 단지 문제된 이 사례에서 판결이유로서 적시하는 것으로, 수탁자인 공소외 2로부터 상대방에로의 적법한 처분권한을 받은 피고인이 한 처분행위는 상대방에 대한 기망행위가 아니라는 점, 상대방이 손해가 없다는 점을 일응 수긍해서 대법원판례의 결론을 지지해도 명의신탁의 효력면에서 무효가 돼 상대방이 소유권 등을 취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명의신탁의 법리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를 논리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대법원판례의 하급심판례에 대한 지도적 입장에 비추어 볼 때 아쉬움이 있다.
2008-04-28
최관식 경운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명의신탁 자동차에 대한 절도죄
1. 들어가는 말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문제는 주로 등기라는 공시방법을 그 소유권변동방법으로 사용하는 부동산물권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물권변동의 공시방법이 등기와 유사한 등록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자동차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등기·등록제도를 이용한 명의신탁의 문제는 자동차의 경우에도 이용될 수 있으며 자동차명의신탁에 대한 민·형사법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문제의 하나로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실소유자인 신탁자가 명의상의 소유자인 수탁자와의 명의신탁계약으로 수탁자명의로 등록된 것을 이용하여 수탁자가 제3자에게 수탁자동차에 대한 처분승락을 하고 이에 제3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인감증명 등을 교부받아 위 승용차를 명의신탁자 몰래 가져간 경우, 제3자와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어떠한 형사법적 문제가 발생하는가 문제가 된다. 이러한 사례에 놓여있는 본질은 자동차명의신탁의 경우 그 소유권이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점이다. 그 소유권의 여하에 따라 수탁자자가 행한 수탁자동차에 대한 처분의 승낙의 의사표시가 유효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에 대하여 대법원 2007년 1월11일 선고 2006도4498 판결에서 다루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 동 판결은 절도죄와 사기죄의 부분에 대하여 각각 판단하고 있으나 아래에서는 절도죄의 부분에 대하여 고찰하기로 한다. 2. 사실관계 먼저 피고인은 경기 (차량번호 생략) 매그너스 승용차가 피해자 공소 외 1이 구입한 것으로 위 피해자의 실질적인 소유이고, 다만 장애인에 대한 면세 혜택의 적용을 받기 위해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 외 2의 명의를 빌려 등록한 것에 불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2004년 6월16일 16시경 A회사 사무실 앞길에서, 열쇠공을 통해 위 피해자가 주차해 둔 위 승용차의 문을 연 후 그대로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 위 피해자의 소유인 위 승용차 시가 930만원 상당을 절취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법원은 2006. 6. 15. 선고 2006노670 판결에서 자동차관리법 제6조에 의하면, 자동차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해야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그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1970. 9. 29. 선고 70다1508 판결, 2005. 11. 10. 선고 2005도6604 판결 각 참조),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져갈 당시인 2004. 6. 16.경 위 승용차는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 외 2의 명의로 등록된 상태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승용차는 위 일시 경 위 공소 외 2의 소유이며, 한편 그 증거나 피고인과 공소 외 2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공소 외 2로부터 위 승용차를 가져가 매도할 것을 허락받고 그녀의 인감증명 등을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더욱이 그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승용차의 구입 및 등록 경위에 비추어 보면 공소 외 2는 이 사건 승용차를 등록할 당시부터 위 승용차에 대한 처분권한을 딸인 피고인에게 일임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가져간 행위는 그 소유자의 승낙에 기한 것으로서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자동차나 중기(또는 건설기계)의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고 그와 같은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대법원 1968. 11. 5. 선고 68다1658 판결, 1970. 9. 29. 선고 70다1508 판결 등 참조), 당사자 사이에 그 소유권을 그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보유하기로 약정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그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소유권을 보유하며(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0도576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승용차는 피해자 공소 외 1이 구입한 것으로 위 피해자의 실질적인 소유이고, 다만 장애인에 대한 면세 혜택 등의 적용을 받기 위해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 외 2의 명의를 빌려 등록한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공소 외 2로부터 위 승용차를 가져가 매도할 것을 허락받고 그녀의 인감증명 등을 교부받은 뒤에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위 피해자 몰래 가져갔다면, 피고인과 공소 외 2의 공모·가공에 의한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우선 이 사건 승용차가 피해자 공소 외 1이 구입한 것으로 위 피해자의 실질적인 소유이고, 다만 장애인에 대한 면세 혜택 등의 적용을 받기 위해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 외 2의 명의를 빌려 등록한 것으로서 양자가 명의신탁관계에 있을 뿐인지, 아니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위 피해자로부터 단독으로 증여를 받거나 또는 그 밖에 위 피해자의 아들로서 피고인의 사실상의 전 남편이던 공소 외 3과 공동으로 증여를 받은 것인지 등부터 심리한 뒤 위와 같은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3. 평 석 이 사례는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실소유자가 자기의 명의로 자동차등록을 하지 않고 타인의 명의로 등록을 한 후 명의상의 소유권자가 자신의 승낙 하에 제3자에게 이를 매도하도록 승낙하여 명의수탁자로부터 승낙을 받은 제3자가 이를 다른 사람에 매매한 경우 그 형사책임이 어떠한가에 관하여 논제를 주고 있다. 자동차가 그 소유권에 대한 공시방법으로 등록을 요구하고 있으며 부동산의 등기와 유사하게 그러한 명의를 자동차원부에 등록한 때 소유권이 인정된다. 부동산등기에서 명의신탁이 인정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동자등록명의를 이용하여 실소유자가 명의상의 등록자에게 그 자동차에 관한 명의신탁에 허용되며 이는 유효하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실소유자가 자기의 명의로 자동차등록을 하지 않고 타인의 명의로 등록을 한 후 명의상의 소유자가 자기의 의사로 명의수탁자로부터 승낙을 받은 제3자가 이를 처분하도록 승낙한 후 이를 다른 사람에 매매한 경우 명의상의 소유자로부터 처분의 승낙을 받은 자는 형사법상 어떠한 지위에 있는가가 문제된다. 이는 명의수탁자로부터 처분의 승낙을 받은 자가 승낙이라는 의사표시를 받았지만 명의수탁자가 이러한 자동차명의신탁에 있어서 당해 자동차에 대한 진정한 처분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처분권인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만일 명의수탁자가 진정한 소유권자라면 이에 대한 처분의 의사표시는 유효한 의사표시로 되고 따라서 이에 기하여 행한 처분행위는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로 되어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명의수탁자가 단지 진정한 실소유자인 신탁자에 대하여 자신의 명의만 빌려주는 관계로서 인정되는 경우 신탁자가 진정한 소유자로 되고 명의수탁자는 신탁자에 대하여 보관 내지 점유의 의무를 지게 된다. 이에 명의수탁자가 행한 당해 자동차에 대한 처분의 승낙의 의사표시는 처분권한이 없는 자의 의사표시로서 유효한 의사표시가 아니며 진정한 승낙이 되지 않는다. 결국 명의수탁자와 신탁자사이의 명의신탁관계는 소유권자가 누구에게 귀속하는가라는 문제에 귀착된다. 이 사례는 본질적으로 명의신탁관계에서 2자형 명의신탁관계에 해당하며 신탁자(공소 외 1)와 외형상 수탁자(공소 외 2)로부터 처분의 승낙을 받은 자(피고인)가 존재하므로 3자형 명의신탁의 형태로 보여 질 수도 있으나 수탁자로부터 당해 자동차처분에 대한 승낙을 받은 자는 실질적으로 명의수탁자와 이해관계가 별개인 제3자가 아니라 수탁자와 동일한 이해관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수탁자와 동일한 범주에 속하며 따라서 이는 제2자형 명의신탁이다. 신탁자와 수탁자라는 2자형 명의신탁에서 신탁자와 수탁자와의 관계는 당자사사이의 대내관계만이 존재하므로 명의신탁계약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은 실소유자인 신탁자에 있으며 명의상의 소유자인 수탁자에게 있지 않다. 이러한 논리는 동 대법원판결에서 판시한바 내용 즉, 자동차나 중기(또는 건설기계)의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고 그와 같은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사자 사이에 그 소유권을 그 등록명의자 아닌 자가 보유하기로 약정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그 등록명의자 아닌 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게 된다는 취지와 같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행한 신탁대상인 자동차에 대한 처분승낙의 의사표시는 실소유자가 아니므로 진정한 승낙이 되지 않는다. 당해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은 실소유자인 신탁자의 소유로 되며 수탁자가 행한 이에 대한 처분의 승낙은 자기의 소유물이 아닌 타인의 소유물에 대한 처분의 승낙이 된다. 따라서 유효한 승낙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어떠한 형사법적 평가가 주어지는가. 만일 수탁자가 스스로 신탁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 처분했다면 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처분하는 경우이므로 횡령죄가 된다. 그러나 자기가 처분하지 않고 이를 처분하도록 타인에게 승낙하여 승낙을 받은 자가 처분한 경우 이는 별도의 고찰이 필요하다. 수탁자로부터 처분의 승낙을 받은 자가 이를 신탁자 몰래 가져간 경우 타인의 동의 없이 타인의 재물을 가져간 경우에 해당하여 절도죄로 이해하기 쉬우나 이 경우 수탁자가 자기가 보관 중인 신탁자의 자동차를 처분하도록 승낙을 하고 이에 기하여 승낙받은 자가 이를 가져 간 사례로서 수탁자의 주도적 행위에 기해 수탁자로부터 승낙 받은 자가 이에 가공한 경우이다. 이러한 점에서 판단한다면 이 사례는 횡령죄가 성립함이 타당하고 수탁자와 승낙 받은 자는 횡령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그 주요한 근거로 들 수 있는 것은 자동차명의이전에 필요한 수탁자명의의 인감증명을 수탁자가 자신의 인감증명 등을 주면서 처분의 승낙을 한 점에 비추어 어디까지나 수탁자의 행위에 수탁자로부터 승낙을 받은 자가 가공한 행위로 보는 것이 보다 행위의 본질상 타당하다. 자동차절도의 경우 명의이전에 필요한 수탁자의 인감증명은 본질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단순히 자동차의 점유를 침해한 경우도 절도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절도죄가 성립하는 것은 현재 자동차에 대한 실소유자인 신탁자와 점유자인 수탁자의 승낙 없이 임의로 가져가는 경우이므로 이는 우리형법상 재산 죄의 논리구조로 보아 절도죄가 성립할 수 없으며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형법논리에 타당하다. 따라서 명의신탁대상인 자동차의 소유권이 수탁자에 있으며 수탁자의 처분의 승낙이 유효하다는 점에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견해와 동 소유권이 실소유자인 신탁자에 있으며 이에 대하여 행한 수탁자의 처분의 승낙은 유효하지 않으며 수탁자와 수탁자로부터 처분의 승낙을 받은 자의 처분행위는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라는 대법원의 견해도 모두 타당하지 않다. 물론 이 경우 실소유자인 신탁자에게서 수탁자로부터 처분의 승낙을 받은 자가 증여를 받은 경우 이는 타인의 재물이 아닌 자기소유의 재물에 해당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실소유자인 신탁자의 처분의 승낙을 받은 경우 이는 유효한 승낙이므로 결론은 같다. 이러한 취지에서 살펴본다면 수탁자의 승낙에 의하여 행한 피고인의 신탁자소유의 자동차처분행위는 공동가공에 의한 횡령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함이 보다 타당하다.
2008-01-21
박상기 연대 법대 교수 · 법학박사
부동산명의신탁과 횡령죄
Ⅰ. 對象判決:大判 1996. 11. 29. 선고 96도1755 판결(判例公報 1997, 264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명의수탁받아 보관 중이던 토지에 관하여 피해자의 승낙없이 1991. 5. 8.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공소외 甲, 乙에게 각 경료하여 준 다음, 피고인이 기존의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을 모두 말소하여 피해자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를 회복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다시 1992. 12. 29.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공소외 丙에게 경료해 준 사건. 大法院은 피고인이 甲, 乙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줌으로써 객관적으로 위 토지 전체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외부에 발현시키는 행위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때에 피고인의 위 토지 전체에 대한 횡령죄는 완성되었다고 보았다(그 후 이루어진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별개의 횡령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Ⅱ. 不動産名義信託과 橫領罪1. 서 론 1995. 7. 1.부터 시행중인 不動産實權利者 登記名義에 관한 法律(이하 「不動産 實名法」이라 한다)은 민법상 원칙과 내용상 모순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이유로 비판 받고 있는 법률이다. 그러나 동법은 부동산 명의신탁이 부동산 투기의 목적으로 악용되는 현실을 차단하기 위하여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특별법이다. 동법은 부동산 명의신탁을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제1조), 동법의 제 규정이 민법상의 원칙과 모순될 경우 동법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맞는다고 본다. 이하에서는 부동산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횡령죄로 판시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 동법의 시행이후에도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2. 大法院 判例의 입장 (1)橫領罪 성립여부 대법원은 부동산 명의신탁약정시 부동산의 對外的인 소유자는 명의수탁자이지만 신탁자와 수탁자의 대내적 관계에서는 신탁자가 신탁재산의 소유권을 보유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등기없이도 그 부동산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大判 1982. 11. 23, 81다372). 반면 수탁자는 명의신탁자의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명의수탁자의 부동산처분행위는 橫領罪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논리구성을 통하여 對內的인 실권리자, 즉 명의신탁자의 권리를 보호하였던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등기명의인의 등기가 원인무효이거나(大判 1989. 2. 28, 88도1368), 위탁자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을 때(大判 1982. 2. 9, 81도2936)에는 등기명의인의 보관자 지위를 부인하여 횡령죄 성립을 부인하였다. 본 대상판례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판시한 것이다. 즉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명의수탁받아 보관 중이던 토지에 관하여 피해자의 승낙없이 1991. 5. 8.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공소외 甲, 乙에게 각 경료하여 줌으로써 객관적으로 위 토지 전체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외부에 발현시키는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이 때에 피고인의 위 토지 전체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大判 1971. 6. 22, 71도740(전원합의체. 이에 대하여 少數意見은 「명의신탁된 부동산이라고 할지라도 그 등기가 경료되어 있는 이상 현행 민법상 그 토지는 대외적 관계에 있어서는 물론 대외적 관계에 있어서도 수탁자의 소유였다고 할 것이므로…등기명의자인 피고인 갑이 피고인 을과 공모하여 그 토지를 공소외 병의 대리인 정에게 매도하였다 한들 그것은…횡령죄를 구성하는 행위였다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이후 계속되고 있다(大判 1994. 11. 25, 93도2404). (2)不動産實名法과 대상판례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부동산등기 금지규정은 이 법 시행후 등기하는 분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부칙 제2조 제1항). 위 판례에서 피고인의 근저당권설정등기는 1991. 5. 8. 이므로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부동산등기는 이 날 이전에 이루어진 것을 의미하므로 동법의 적용대상은 아니다. 또한 위 판례에서 피고인은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實名轉換(동법 제11조 참조)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소유권은 여전히 명의신탁자에게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의 횡령죄 성립을 인정한 것은 기존의 대법원 판례입장과 일치한다. 3. 學說의 입장 학설은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이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즉 부동산의 명의수탁자는 그 부동산의 보관자에 해당하고, 신탁물에 대한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게 있다고 본다. 만일 신탁목적이 설정된 경우에는 신탁목적의 범위내에서는 수탁자에게 이전되나 그 목적범위 밖에서는 신탁자에게 있게 된다. 그러므로 수탁자가 신탁목적범위(예:선량한 관리자로서의 보관의무)를 벗어나 신탁목적물을 처분하면 횡령죄가 된다고 보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김일수, 형법각론, 245면; 배종대, 형법각론, 336면; 진계호, 형법각론(제3판), 352면). Ⅲ. 不動産實名法과 不動産名義信託의 法的 性質1. 不動産 名義信託約定의 개념 부동산의 명의신탁약정이란 부동산에 관한 所有權 기타 物權을 보유한 자 또는 사실상 취득하거나 취득하려고 하는 자(實權利者, 곧 名義信託者)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 혹은 가등기는 그 타인(名義受託者)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委任·委託賣買의 형식에 의하거나 追認에 이한 경우를 포함한다)을 말한다(不動産實名法 제2조 제1호). 명의신탁은 크게 명의신탁자 소유부동산을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의 2者間 名義信託과 신탁자가 제3자로부터 매입한 부동산을 직접 수탁자에게 이전등기를 하는 中間省略 名義信託의 방법이 있다(이외에도 共有不動産을 공유자 1인의 명의로 등기한 경우의 名義信託이 있다). 2. 不動産實名法의 內容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행위를 反社會的 行爲로 규정하고 있으며(동법 제1조), 이에 따라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의하여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3조 제1항). 이러한 名義信託約定은 물론 이에 따라 행하여진 不動産物權變動에 관한 登記를 無效로 하고 있다(동법 제4조 제1항·제2항). (이에 반해 일정한 탈법목적의 名義信託을 금지한 不動産登記特別措置法(1990. 8. 1, 제7조. 현재는 삭제)의 규정은 效力規定이 아닌 團束規定이라고 하여 명의신탁의 私法上의 效力은 인정하였다(大判 1993. 8. 13, 92다42651)). 동법 제4조 제3항은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기한 부동산물권변동의 무효는 善意와 惡意를 불문하고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탁자명의의 등기는 무효이지만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有效한 것으로 취급되고, 이에 따라 수탁자가 자기명의의 등기에 기하여 한 처분행위 역시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규정은 不動産登記에 公信力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민법의 원칙과는 상치된다. 그러나 이는 부동산실명법이 안고 있는 내용적·논리적 문제점에 해당한다. 동법은 명의신탁 금지규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으며(동법 제7조 제1항), 명의수탁자 - 명의수탁자를 敎唆하여 당해 규정을 위반하도록 한 자 포함 - 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동조 제2항). 명의신탁약정에 의하여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도록 幇助한 자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동조 제3항). Ⅳ. 不動産實名法下에서의 不動産實名信託과 橫領罪 1. 不動産實名信託의 法的 效力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수탁자명의의 등기가 무효인 경우 名義信託約定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명의신탁자와 수탁자간의 법률관계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는 명의신탁의 類型에 따라 다시 법률관계를 달리한다. (1)不當利得說 부당이득설에 의하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수탁자명의의 등기가 무효인 이상 명의신탁자는 여전히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고, 따라서 수탁자에게 소유권에 기한 妨害排除請求權을 행사하여 수탁자명의의 등기를 말소하거나 眞正名義回復을 원인으로 하는 所有權移轉登記를 구할 수 있다. 또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게 不當利得返還請求權을 행사하여 등기의 말소나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 견해를 따르면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은 고도의 公益的 性格을 지닌 특별법이다. 만일 명의수탁자의 재산처분행위를 횡령죄라고 보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명의신탁의 무효성을 인정하는 이 법의 입법취지나 실효성은 상실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2)不法原因給與說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에의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 입장은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가 부동산명의신탁에 따른 부동산투기등 경제질서 혼란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동법의 명의신탁 금지규정은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의 특별규정이라고 본다. 그리고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무효인 명의신탁은 동법의 목적(제1조)과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민법 제103조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명의신탁에 대한 비판으로는 郭潤植, 物權法, 395면 이하 참조). 이에따라 명의신탁자와 수탁자간의 명의신탁약정은 不法原因에 해당하고, 이는 민법 제746조에 따라 반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견해가 타당하며, 이는 불법원인급여의 경우 횡령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의 입장(大判 1988. 9. 20. 86도628)과도 조화된다(1979. 11. 13, 79마483: 민법 제746조는…私法의 基本理念으로서 결국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은 스스로 불법한 행위를 주장하여 復舊를 그 형식 여하에 불구하고 소구할 수 없다는 이상을 표현한 것이므로…). 2. 2者間 名義信託의 경우 이 경우에는 신탁자의 수탁자에 대한 반환경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는 불법원인급여설에 입각하여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명의수탁자는 더 이상 명의신탁부동산의 보관자가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횡령죄의 행위주체가 될 수 없다. 그 결과 명의신탁자의 부동산을 처분한 명의수탁자는 형법상 횡령죄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명법에 따른 처벌만을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朴相基, 刑法各論, 382면참조). 이러한 해석이 실명전환 기간내에 실명전환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탁자에게 所有權을 인정하는 부동산실명법의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3. 中間省略 名義信託의 경우 중간생략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신탁자와 수탁자간의 名義信託約定이 무효이며, 매도인과 신탁자간의 매매계약은 有效하다. 그러므로 목적부동산을 처분한 수탁자에 대해서는 신탁자가 매도인을 代位하여 무효인 수탁자명의의 등기말소를 청구할 수 있으며, 수탁자의 처분행위는 매도인(전소유자)에 대한 橫領罪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유효한 매매계약을 근거로 목적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신탁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동법 제7조 제1항 1호). 4. 實名轉換期間中 實名登記를 하지 않은 경우 부동산실명법은 이 법의 시행전에 이루어진 명의신탁약정에 의하여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거나 하도록 한 명의신탁자(「기존 名義信託者」)는 이 법 시행일부터 1년의 유예기간이내에 실명등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11조 제1항). 이 경우에 실명전환을 위한 유예기간규정은 效力規定이 아니라 團束規定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이 유예기간내에 명의수탁자가 실명등기를 하는 대신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한다. 즉 부동산실명법 시행이전에 이루어진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비록 동법이 규정하고 있는 실명전환기간인 1년이 경과한 이후라 할지라도 신탁자의 所有權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大判 1971. 6. 22, 71도740)에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이후에 이루어진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횡령죄 성립이 부인된다.
199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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