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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8도13696 판결 -
친작 여부에 관한 기망과 사법자제 원칙
1. 서론 필자는 일전의 기고(본지 2020.10.19.자 판례평석)에서 이 사건의 두 가지 큰 주제 - (a) 이 사건 그림들이 피고인의 창작인지, (b) 친작이 아닌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기망행위인지 - 중 첫째에 대해 논하였다. 본고에서는 두 번째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친작’이다. 법률적 평가인 ‘창작’과 달리 ‘친작’은 순수히 사실의 문제다. 이와 관련하여 ‘작품제작에서 조수의 사용은 관행’이라는 주장이 있다. 평론가 반이정 등이 펼친 이 주장에 의하면 다빈치, 렘브란트 등을 비롯해 우리가 흔히 아는 거장들도 조수를 사용해 작품을 제작했으며 미술계에 그러한 관행이 존재해 온 이상 작품이 친작인지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미술론’과 함께 ‘조수 사용 관행론’은 이 사건 기소를 공격하는 주요 논리이다. 그러나, 조수 사용이 관행이라 하더라도 이로부터 친작의 중요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이 글은 먼저 고지의무를 논하기 위해 작품이 친작인지가 거래상 의미있는 사실인가부터 시작한다. 궁극적으로 이 글은 대법원의 사법자제 원칙이 추구하는 결론의 과도함을 지적한다. 2. 친작 여부의 중요성 몇백년간 사라졌다가 최근에 발견된 다빈치의 <구세주(Salvator Mundi)>라는 그림이 2017년 경매에서 미술사상 최고가로 판매된 경위는 미술작품의 제작관행과 시장의 상관관계라는 점에서 연구자들이 주목하였다. 르네상스 시대 거장의 스튜디오는 공동작업을 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거장이 중심이 되어 조수, 도제 등 보조자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비싼 가격을 제시하는 일부 고객은 거장의 손길이 더 들어갈 것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싼 그림을 찾는 고객들은 누가 실제로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따질 입장은 아니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구세주>를 감정한 전문가들은 이 그림의 얼마만큼이 다빈치의 손으로 그려진 것인가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없었다. 이 작품을 경매한 크리스티가 말할 수 있는 최대한은 이 작품이 다빈치의 것이라는 “넓은 공감대”가 있다는 정도였다. 이 작품의 제작을 둘러싼 의문은 매수자의 구매의사와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정이었지만, <구세주>는 중동의 한 부호에게 미술사상 최고가에 낙찰되었다. 이 매수자의 구매동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종합하자면, (ㄱ) 작품 제작에 조수를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 (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친작인지 여부는 거래상 유의미하다는 것, 그리고 (ㄷ) 모든 매수자들이 친작 여부를 동일한 비중으로 고려하는 것은 아니며 구매동기는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은 모두 참인 명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 전제 사실들로부터 친작 여부의 고지의무에 관하여 어떤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까. 3. 고지의무의 인정 여부 고지의무는 미술품을 구매하는 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문제이다. 잘 알려진 문예비평가인 메이어 아브람스에 따르면 예술을 감상하는 태도에는 네 가지가 있다. (1) 형식주의: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 감상해야 하고 다른 외부적 요소를 고려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2) 표현주의: 작품은 작가의 특별하고 심오한 감정의 표현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3) 모방주의: 작품은 실제의 모방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가진다는 입장이다. (4) 실리주의: 작품의 가치는 감상자가 얻는 교훈과 정서를 통해 평가된다는 입장이다. (1) 내지 (4)의 어느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친작의 중요성은 달라진다. 20세기 미국의 가장 영향력있던 미술비평가인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형식주의였다. 이 논리를 관철하면 대작이란 사실은 작품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술가의 고뇌와 승화를 생각지 않고 그림을 감상할 수 없다는 입장(2)에서는 그림이 대작이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다. 예술이 실제의 모방(3)이라고 보면 작가보다는 작품의 사실성에 더 큰 관심을 둘 것이다. 실리주의(4)에서 보면 친작의 중요성에 대해 작품의 내용과 의도에 따라 다양한 관점이 있을 것이다. 고지의무의 인정근거에 관하여는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는 원칙이 있다. 앞에서 살펴 본 사정을 종합하면, 친작 여부는 “경험칙상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대법원은 ‘미술품을 구매하는 동기나 목적, 용도 등이 다양하고 이 요소들이 제각기 다른 중요도를 가질 수 있으므로, 친작 여부는 일반적으로 작품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는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즉, 친작 여부에 대해 침묵한 것만으로는 기망이 되지 않는다. 4. 사법자제 원칙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 결국,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있어서 친작 여부는 고지의무로 격상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사법자제 원칙이다. 대법원은 고지의무에 대하여 판단하는 도입부에서 “위작 여부나 저작권 다툼 등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라고 하였다(법관이 법률의 기준이 아닌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필자는 그 사법관에 심각한 의문을 가지고 있으나, 지면상 이 점은 다음 기회에 논한다). 친작 여부에 관한 고지의무의 문제에 한정해서 보면 사법자제 원칙은 훈시적인 언급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고지의무의 유무는 굳이 사법자제 원칙을 동원하지 않아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법자제 원칙은 그보다 훨씬 심각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법자제 원칙의 내용은 실제로는 원심의 다음의 언급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원심은 “구매 당시 피해자들이 내심으로 작품이 피고인의 친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더라도, 작품이 위작 시비 또는 저작권 시비에 휘말린 것이 아닌 이상, 그 제작과정이 피해자들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이 착오에 빠져 있었다거나 피고인에 의하여 기망당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던 것이다. 여기서 원심은 단순히 고지의무를 부정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착오 자체를 부정하였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피고인이 그림의 전부를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가격에 매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런데 원심은 그 진술만으로는 친작임을 전제로 매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이어서 위 인용된 설시를 하였다. 그 핵심은 ‘위작 또는 저작권 문제가 아닌 이상’ 실제 사실과 피해자의 인식 간의 괴리가 있었다 해도 착오나 기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위작이나 저작권 문제가 아닌 이상 작품의 가치에 대한 착오나 기망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인데, 일회성에 불과한 이 설시를 굳이 하나의 도그마로 완성한 것이 사법자제 원칙이다. 대법원은 ‘위작 여부나 저작권 다툼 등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에 대해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라고 했던 것이다. 5. 적극적 기망 이 사건에는 소극적 기망 외에 적극적 기망의 요소가 있다. 피고인은 각종 언론, 전시, 판매과정에서 자신이 친작하는 것처럼 행세했다. 공소사실은 소극적 기망과 적극적 기망의 요소들이 섞여 있었는데, 1심과 원심은 공소사실의 요체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라고 보았다. 그것은 공소사실의 많은 부분이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는 형식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고심에 이르러 검찰은 피고인이 작품의 저자인 것처럼 행세했다는 ‘묵시적 기망’의 부분에 대해 원심이 판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묵시적 기망은 작위에 의한 기망의 일종이다. 그것은, 피고인이 그 행위를 통해 친작이라는 외관을 창출했고 피해자들은 그 때문에 원래는 사지 않았을 가격에 작품을 샀다는 것이다. 검찰 주장은, 원심은 공소사실을 부작위에 의한 기망의 측면에서만 바라보았을 뿐, 기망행위에 의해 적극적으로 착오가 야기된 측면은 고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대답은 그 점은 원심이 이미 판단했다는 것이다.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어떻게 작위에 의한 기망을 이미 판단했다는 것인가? 관건은 착오의 부정에 있다. 원심은 위작이나 저작권 문제가 아닌 친작 여부만 가지고는 착오가 될 수 없다고 했고, 대법원은 사법자제 원칙으로 이를 ‘원칙’의 수준으로 격상했다. 그 결과, 피고인이 친작 행세를 했다 해도 피해자는 착오상태에 있지 않고 기망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위작 문제도 아니고 저작권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친작 여부의 소극적 기망에 있어 고지의무를 부정한 대법원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적극적 기망에 대한 일률적 면책까지 시사하는 사법자제 원칙은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관계에 따라서는 친작 여부가 기망·착오·처분과정의 중요한 고리였고 가해자는 의도적으로 이를 이용하였을 수 있다. 사법자제라 하여 이를 모두 불문에 붙인다는 것은 사법의 기능을 지나친 것이다. 안태용 변호사 (서울회)
조영남
대작
사기
안태용 변호사 (서울회)
2020-10-27
지식재산권
최승재 변호사(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상품형태 모방행위에 대한 소프트리 판결의 의미
-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40454판결- 1. 사실관계 이 사건에서 상품형태 모방행위가 문제 된 것은 벌꿀 아이스크림의 형태이다(법률신문 2015. 10. 1. 자 기사 및 이미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둘의 형상은 유사하다. '소프트리(SOFTLEE)'는 강남구 신사동 등에서 2013년 6월부터 벌집 모양의 꿀이 들어간 아이스크림 등의 디저트를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엠코스타가 이듬해부터 '밀크카우(MILKCOW)' 상호로 유사한 방식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자 독창적인 상품을 판매할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2015년 4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 하급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우유의 풍미를 강조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벌집 그대로의 상태인 벌집채꿀과 함께 제공하는 것은 기존에 없던 상품이고, 이런 아이스크림 형상의 인테리어와 제품 진열 방식 등에서 보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경법’) (차)목의 성과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1. 27. 선고 2014가합524716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가 상당한 노력 및 투자에 의하여 구축된 성과물을 모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와 같은 상품형태의 모방행위에 대해서 부경법 (차)목을 적용하는 선례를 제시하였다.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소프트리와 밀크카우의 상품 유사성이 인정되지만,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부경법 (차)목 주장을 배척하였다. 부경법 (자)목 부분에 대해서도 서울고등법원은 매장 직원이 주문을 받아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특성상 아이스크림의 높이·모양, 벌집채꿀의 크기·모양·위치 등이 개별 제품별로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벌집채꿀 모양이 불규칙적인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상품 형태를 항상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부경법 (자)목의 성립도 인정하지 않았다(서울고등법원 2015. 9. 10. 선고 2015나2052436판결). 서울고등법원의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패소판결을 하자 원고는 상고하였다. 다만 상고이유에는 결국 부경법 (차)목은 포함되지 않고 (자)목의 성립여부만이 문제되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여 원심을 확정하였다. 대법원은 부경법 (자)목에 의한 상품형태의 모방행위의 대상으로서의 상품형태는 일반적으로 상품 자체의 형상·모양·색채·광택 또는 이들이 결합한 전체적 외관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부경법 (자)목에 의한 보호대상인 상품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하려면 수요자가 그 상품의 외관 자체로 특정 상품임을 인식할 수 있는 형태적 특이성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정형화된 것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즉 사회통념으로 볼 때 그 상품들 사이에 일관된 정형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관된 정형성이 없다면 비록 상품 형태를 구성하는 아이디어나 착상 또는 특징적 모양이나 기능 등의 동일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상품형태를 모방한 부정경쟁행위의 보호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사건 아이스크림은 직육면체라고 보기 어려운 불규칙적인 형태인 입체형상인데다 벌집제품이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놓이는 위치도 다양하여 일정한 형태로 정형화된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것도 아니며 원고가 벌집채꿀의 크기나 모양을 균일하게 하기 위하여 별도의 조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품형태 모방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1)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입법경과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판단의 대상이 된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은 2004년 입법되었다. 이는 일종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보호를 위한 규율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부경법 (자)목은 보호기간을 상품의 형태가 갖추어진 날부터 3년이라는 단기간으로 하고, 타인이 제작한 상품과 동종의 상품이 통상 가지는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행위는 예외로 함으로써, 부정경쟁행위의 의지는 꺾되 자유경쟁이라는 대원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하고 있다. 이로써 주지성 및 오인혼동 요건을 주장 입증하지 못하여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신설로 디자인 보호에 대한 전체 법체계의 원칙이 변경되었다는 평가도 있다(한국지식재산연구원, '형태모방(Dead Copy)으로부터 미등록디자인의 보호강화방안 연구' 특허청(2008. 7), 21면). (2)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 침해의 판단요건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은 선행자가 자금, 노력을 투하하고 상품화하여 시장에 제공한 성과를, 모방자가 아무런 자금, 노력을 들이지 않은 채 모방하여 불공정한 이익을 얻는 것을 금지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 상품의 형태는 특허법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고도성은 물론, 진보성, 신규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창작성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상품 형태의 모방 그 자체를 보호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보호법이나 저작권법 등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상품의 형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 실무상 부경법 (자)목 신설 이후 디자인권 침해 주장과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주위적·예비적 청구원인으로, 또는 선택적 청구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최승재, '상품형태모방행위에 대한 독일 고등법원의 판결-OLG Koln, Urteil vom 14. 11. 2014-' 지식재산정책 vol 28 2016. 9. 139면). 대법원은 형태에 변경이 있는 경우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상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변경의 내용·정도, 그 착상의 난이도, 변경에 의한 형태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8. 10. 17. 자 2006마342 결정). (3)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보호대상으로서의 형태의 일관된 정형성 서울고등법원은 부경법 (자)목 주장을 배척하면서 소프트리 제품 이전에도 젤라토형 아이스크림 위에 토핑으로 벌집채꿀을 올린 제품이 판매되는 등 이 역시 기존에 아이스크림 업계에서 사용해오던 방식에 불과해 별다른 특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소프트리의 주장대로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벌집채꿀을 조합하는 방식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토핑으로서의 벌집채꿀을 조합하는 결합방식이나 판매방식에 관한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여러 부분이 조합돼 이뤄진 상품의 경우, 이를 구성하는 개개의 상품과 조합된 상품자체가 흔한 형태인데도 그러한 조합방식을 기존에 볼 수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상품형태의 모방으로 본다면 이는 상품을 조합하는 방법이라는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돼 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점에 대한 설시는 실제로 구현되지 못하고 고정화되지 못한 아이디어를 보호할 수 없다고 보는 점에서는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그것이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부경법 (자)목은 실제로 정형적으로 구현된 형태의 모방이라면 그것을 기존에 존재하는 것의 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부경법 (자)목 침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부경법 (자)목이 보호하는 상품형태는 형태적 특이성이 있으면 족하지 특허요건으로서의 진보성, 신규성이나 저작물이 되기 위한 창작성이 요구되는 것이 아닌 상품 형태의 모방 그 자체를 보호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옳다. 대법원이 적절히 설시한 것과 같이 원고가 이를 다투는 것은 원심의 부가적 판단을 다투는 것으로 원고의 아이스크림의 형태가 일관된 정형성을 갖추지 못해서 결론적으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결국 법리적으로는 아이디어와 관련된 설시는 마치 상품형태의 창작성이나 신규성이 요구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으므로 굳이 하지 않았더라도 형태의 일관된 정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하여 부경법 (자)목 주장은 배척할 수 있었다고 본다. (4)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부경법 (자)목의 인정기준으로 형태의 일관된 정형성을 요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이스크림과 그 토핑이라는 사건의 특이성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유체물인 상품은 형태의 일관된 정형성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어 적용범위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다만 원고가 부경법 (차)목에 대해서도 상고를 하여, 부경법 (차)목에 의한 보호에 대해서 대법원이 판단하였다면 학술적으로는 더 의미 있는 판결이 되었을 것인데 이 점에 대한 상고가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성과모용
부정경쟁행위
소프트리
상품모방
2016-12-12
최성우 변리사(특허법인 우인)
상표권 침해소송에서 등록무효사유에 대한 심리 판단
Ⅰ. 사실의 개요(법률신문 2012년 10월 25일 5면 보도) 1) 원고와 피고는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는 서로 다른 법인이다. `원고는 2006.10.부터 2008.5. 사이에 건축용 비금속제 문틀/창틀/천정판 등과 그 상품들의 판매대행/알선업 등에 대하여 , , 와 같은 상표/서비스표를 등록받았다. 2) 소외 김○○는 1994.4.에 Hi-Wood가 작게 표시되어 포함된 상표를 창문틀, 천정판 등에 대하여 등록받았다. 피고는 2004.3.에 김○○으로부터 영업권과 상표권을 양수하였고(상표권은 그 직후에 관리소홀로 소멸함), , 등의 상표를 원고의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상고 기각. 상표법의 목적과 재산권의 행사에 관한 정의와 공평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그 상표등록이 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상표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며, 상표권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으로서도 상표권자의 그러한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그 당부를 살피기 위한 전제로서 상표등록의 무효 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다. Ⅲ. 해설 1. 학설 및 판례 가. 우리나라 특허법의 경우 행정행위의 공정력 이론이나 특허청과 법원의 권한분배론 등에 입각하여 대법원은 특허권 또는 상표권 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이 그 전제로서 당해 특허 또는 상표등록의 무효에 대하여 심리 판단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 원칙을 그대로 따르면 침해소송에서 침해 여부가 다투어지고 있는 당해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음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침해행위의 금지와 손해배상 등을 명하여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되어 소송경제와 구체적 타당성에 반하게 되고, 판결 후에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면 그 판결은 재심사유로 된다. 따라서 대법원은 기존의 판례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 타당성을 꾀하기 위하여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서 공지기술을 제외하거나 확인대상발명이 자유실시기술이라는 이유로 침해를 부정하는 방법을 취해 왔고, 최근에는 침해사건 담당 법원이 권리남용의 항변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까지 심리·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나. 일본 특허법과 상표법의 경우 상기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소위 킬비 사건의 판결(최고재판소 2000. 4. 11. 제3소법정 판결)을 따른 것이다. 일본은 킬비 판결 이후에 특허법 제104조의3을 신설하여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의 침해에 관한 소송에서 당해 특허가 특허무효심판에 의해 무효로 될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는 상대방에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고, 이 규정을 일본 상표법 제39조가 준용하고 있다. 상표법의 영역에서 권리남용을 들어 상표권의 행사를 부정한 것은 대부분 타인이 선취득한 권리 또는 선사용한 상표에 대하여 상표권을 행사하였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불사용 상표를 양수하여 상표권을 행사한 경우, 금반언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 등에 그치고, 등록상표가 식별력 흠결을 이유로 등록무효로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표권의 행사를 권리남용이라고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 우리나라 상표법의 경우 대법원이 상표법의 영역에서 처음으로 권리남용이론을 적용한 것은 1993. 1. 19. 선고 92도2054 판결(소위 사임당가구 사건)에서 이다. 그 후로 대법원은 K2 사건(2008. 9. 11.자 2007마1569결정), 헬로키티 사건(2001. 4. 10. 선고 2000다4487 판결), 캠브리지멤버스 사건(2007. 6. 14. 선고 2006도8958 판결), 비제바노 사건(2000. 5. 12. 선고 98다49142 판결) 등에서, 타인의 선사용 유명상표가 미등록임을 기화로 모방상표를 등록한 자가 자기의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것은 상표법을 악용하거나 남용한 것이 되어 적법한 권리의 행사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진한커피 사건(2007. 1. 25. 선고 2005다67223 판결), 에이씨엠파이워터 사건(2007. 2. 22. 선고 2005다39099 판결), 스타스위트 사건(2008. 7. 24. 선고 2006다40461, 40478 판결) 등에서, 타인의 미등록 유명상표를 모방한 상표를 등록받은 자가 그 타인이나 그 타인으로부터 허락을 받아 상표를 사용하는 자에게 상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대법원은 주로 모방상표등록에 한하여 상표권의 효력을 부정하여 왔으며, 최근에는 후등록 상표권에 대하여 선등록 상표권자가 무효심판을 청구한 경우에 있어서 그 무효심결 확정 전이라도 후등록 상표권자에 의한 상표의 사용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거나(2009. 6. 11. 선고 2007다65139 판결), 형사상 상표권 침해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2012.4.12. 선고 2011도4037 판결). 2. 이 사건 판결의 타당성 여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어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상판결은 상표등록이 무효로 될 것임이 '인정'될 것을 넘어 '명백'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것은 행정행위의 공정력 및 특허법원과 일반법원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실무상 명백성의 판단이 쉽지 않고,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로 되는 것과의 구별도 쉽지 않으므로 이 요건이 불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박정희, '특허침해소송 등에서의 당해 특허의 무효사유에 대한 심리판단', 특허판례연구(개정판), 523면), 현 상황에서 명백성의 요건을 폐기하기 보다는 어떤 경우가 명백한 것인지 구체적인 판단요소(factor)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명백성의 요건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이 이 사건 등록상표/서비스표가 무효사유가 있음이 명백하다고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이우드'는 상품의 특성을 직감하게 하기 보다는 암시하는 정도의 상표라고 볼 여지가 있고, 상품류구분 제19류에는 건축용 재료/자재에 대하여 '하이샤시', '하이도어', '하이멘트', '하이패널시스템', '하이텍스' 등의 상표가 다수 등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이 사건 등록상표/서비스표가 '고급 목재, 좋은 목재' 등의 의미로 직감되어 그 등록이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한 것은 명백성 요건에 비추어 의문이다. 오히려 피고의 상표가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2호의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여 원고의 상표권의 행사를 부정하는 것이 간명하지 않았을까? 셋째, 대상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였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아니하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킬비 판결에서 정정심판이 청구되어 있는 경우를 예로 들었지만, 상표 분야에서는 그 의미를 상정하기가 쉽지 않다. 넷째, 선사용 유명상표의 모방상표에 대해서는 권리남용의 항변을 인정할 여지가 있지만 모방상표와 관련이 없는 선원의 존재, 조약위반, 공익적 부등록사유 등의 무효사유가 있는 상표등록에 대해서는 그러한 무효사유 해당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표권의 행사를 권리남용이라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Ⅳ. 결론 대상판결은 특허법에서의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서, 등록무효사유가 명백한 상표권의 행사에 대해서 권리남용의 법리를 확대하고 그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그러나 ⅰ)상표등록 무효사유는 해당성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 ⅱ)대부분은 상표법 제51조 제1항(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을 적용하거나 또는 상표적 사용의 법리, 불사용 등록상표의 권리행사 제한의 법리 등을 적용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 ⅲ)권리남용이론은 일반조항에 기초한 법리로 성문법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 ⅳ)우리나라는 심판전치주의를 취하고 있고, 심결취소소송과 침해소송의 관할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 ⅴ)특허와 달리 상표는 선택의 문제이므로 타인은 계쟁상표와 다른 상표를 선택할 수 있어 상표권의 행사를 부정할 논리필연성이 특허만큼 크지 않다는 점, ⅵ) 2010다95390 판결과 달리 대상판결은 무효사유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 ⅶ)권리남용은 추상적이고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므로 당사자가 쉽게 수긍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상표법의 영역에서 권리남용이론의 확대 적용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유명상표의 모방상표등록과 같은 경우에 한하여 권리남용을 인정하는 것으로 하되, 굳이 대상판결과 같이 상표등록에 무효사유가 있음이 명백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고자 한다면 권리남용이론에 의할 것이 아니라 일본 특허법 제104조의3과 같이 '무효의 항변'을 입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그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소송의 항소심 관할을 특허법원으로 집중하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일반법원의 심리능력이 강화되고, 상표권 침해소송의 항소심 관할이 집중되면 명백성의 요건을 폐기하는 것도 검토할 여지가 있다.)
2012-11-12
최승재 교수(경북대 로스쿨)
경업금지약정의 효력과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I. 인정된 사실관계 이 사건은 근로자 갑(甲)(=피고)이 을(乙) 회사(=원고)를 퇴사한 후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개무역회사를 설립·운영하자 을(乙) 회사 측이 경업금지약정 위반을 이유로 하여 갑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이 사안의 을(乙) 회사는 한국에서 A 제품의 생산과 관련하여 매우 높은 시장 점유율을 점하고 있던 기업으로서 이 회사는 국내 생산 원가가 높아짐에 따라 일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여 중국 하청업체와 주문생산자와의 계약에 의해서 생산을 하고 이를 다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미국의 배셋사 등의 수요처에 판매를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갑(甲)은 을(乙) 회사에 근무하면서, 위와 같은 해외 생산거점에 대한 정보 및 수요처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퇴직 후 경업금지약정에도 불구하고, 위 정보들을 이용하여 자신이 직접 위 생산거점과 수요처를 연결하여 판매하는 방식의 중개무역업을 함으로써 을(乙)의 시장점유율은 저가공세에 밀려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었다. 을(乙)은 갑(甲)의 행위가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로서 그 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하여 배상을 구하게 된 것이다. II.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가 납품한 제품이 원고의 제품과 동일하거나 이를 모방한 제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원고가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피고가 2004.3.15. 미국의 배셋사로부터 손톱깎이 등의 샘플 검사결과 통지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피고가 원고에서 퇴직하기 전에 미국 배셋사에 샘플검사를 의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가 퇴직 전에 미국 배셋사 관계자와 접촉하여 그와 같은 샘플검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당시는 이미 피고가 퇴직의사를 밝힌 뒤 퇴사가 임박한 시기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실에 비추어보면, 을(乙)에게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민법 제103조에 위반된 약정으로 무효라고 보았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상고기각) III. 평석 1. 경업금지약정의 효력 (1) 퇴사한 직원의 경업금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을(乙)의 행위는 퇴사한 직원의 행위로서 재직 중인 직원의 행위와 동치하여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재직중인 직원의 경우에는 재직시의 경업금지를 법령이나 계약에 의해서 요구받음과 동시에 이에 대한 보상을 급여 등의 방법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재직중인 경우의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의 판단에는 이러한 사정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퇴사한 직원의 경우에는 경업금지를 요구하는 것이 바로 전직의 자유를 한 내용으로 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당해 근로자의 생존권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경업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회사근무중에 지득한 정보로서 당해 근로자의 노하우로 체화되어 해당 근로자와 분리할 수 없게 된 것이 아닌 그 이외의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대법원이 피고가 원고를 퇴직한 후 자신의 중개 무역업을 영위함에 있어 원고의 이익을 위하여 위와 같은 정보나 거래처와의 신뢰관계 등을 이용하지 아니할 임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점도 이와 같이 재직중인 근로자와 퇴사한 근로자의 차이를 인식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대법원이 반출한 자료에 중점을 두어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하여 그 반출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퇴사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도 같은 취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8.4.24. 선고 2006도9089 판결). (2) 약정의 효력 여부의 판단요소 경업금지에 관한 명확한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경업금지에 대한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의 존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때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의 존부의 판단을 위해서 경업금지의무가 부과되는 근로자의 지위와 직무 내용, 경업금지기간 및 대상이나 지역 등이 합리적인지, 경업을 제한하기 위해서 일정한 반대급부를 제공하였는지 등의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 경업금지약정이 퇴사한 근로자의 이러한 사용자의 보호가치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까지 보호하여야 한다고 해석된다면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경업금지 약정이 무효라면, 이를 위반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될 수 없으므로 약정 위반을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청구 역시도 기각될 수밖에 없다. (3) 기간의 제한 이러한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 보호는 일정한 기간을 정해서 인정되어야 한다.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은 침해행위자가 그러한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headstart)' 내지 '시간절약(lead time)'이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영업비밀 보유자로 하여금 그러한 침해가 없었더라면 원래 있었을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시간적 범위 내에서 기술의 급속한 발달상황 및 변론에 나타난 침해행위자의 인적·물적 시설 등을 고려하여 침해행위자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하여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상당한 기간 동안으로 제한하여야 하고, 영구적인 금지는 제재적인 성격을 가지게 될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을 조장하고 종업원들이 그들의 지식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는 공공의 이익과 상치되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6.12.23. 선고 96다16605 판결, 대법원 1998.2.13. 선고 97다24528 판결). 다만 경업금지기간은 해당 정보의 특성을 감안하여, 장기간 상업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정보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누어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만일 지나치게 장기인 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무효이나, 만일 상업적 가치가 유지되는 기간만으로 한정하여 인정할 수도 있다. 2.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의 판단 (1) 영업비밀 여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이란, 비공지성, 경제성, 비밀유지성이 구비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하고, 여기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고 함은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9.3.16. 자 2008마1087 결정, 대법원 2004.9.23. 선고 2002다60610 판결 등). 따라서 영업비밀침해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침해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거래처에 대한 정보는 갑(甲)이 고용기간 중에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는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설령 일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수하는 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을(乙) 회사가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고 거래를 독점할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그러한 거래처와의 신뢰관계는 무역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측면이 강하므로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 할 것이다. (2)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업무상배임죄의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08.4.24. 선고 2006도9089 판결 등). 따라서 대법원이 이미 공지되었거나 다른 경쟁업체가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로 보이는 이 사건에서의 거래처 정보는 을(乙) 회사의 영업비밀이라 할 수 없고, 을(乙) 회사만이 가지고 있는 보호할 가치 있는 정보 내지 영업상 중요한 자산인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다만 거래처 정보도 주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거래처{소위 벤더(vendor)}, 상품의 수요처, 핵심적인 용역을 제공하는 거래처 등이 해당 업계에서 쉽게 알 수 있거나 알려져 있는 것이 아니며(=공지성의 결여),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비용이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영업비밀로 보아 기존에 대법원이 인정하였던 선발자의 이익(first mover advantage)과 시간절약(lead time)을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3.16. 자 2008마1087 결정) 따라서 거래처 정보라는 것만으로 일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산업내에 종사하는 관련 업계의 관점에서 문제가 되는 정보를 취득하는 것과 관련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의 존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2010-12-09
오동운 판사(서울고법)
자동차종합보험상 플러스보험 관련 보험사기
I. 대상판결 서울서부지법 2009. 9.30. 선고 2009고합128 가.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2007. 10.2.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2008. 12.4. 같은 죄 등으로 금고 4월을 선고받은 자인데,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차량의 운전자에게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다음 노인들을 상대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후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해 보험금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1) 살인미수 피고인은 2008. 3.4. 충남 서천군 소재 도로에서 액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피해자 최모(여, 69세)씨를 들이받아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에게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가하고 미수에 그쳤다. (2) 사기, 사기미수 피고인은 2007. 5.14. 충남 보령시 소재 도로에서, 티코승용차를 운전하여 김모(여, 74세)씨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억2,800여만원(그 중 7,370만원이 피고인에게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됨)을, 2008. 3.4. 충남 서천군 소재 도로에서 위와 같이 액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최모씨를 들이받아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740여만원을, 2008. 9.5. 충남 서천군 소재 해안도로에서 싼타페 승용차를 운전하여 박모(여, 66세)씨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억700여만원(그 중 4,000만원이 피고인에게 형사합의지원금으로 지급)을 각 편취하였고, 2008. 9.12.경 다른 보험회사에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였으나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미수에 그쳤다. 나. 법원의 판단 피고인의 김모씨, 박모씨에 대한 각 살인의 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이미 처벌받아 다시 처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살인미수, 사기, 사기미수의 죄질이 불량한 점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징역 합계 15년을 선고하였다. II. 자동차종합보험상의 플러스보험의 문제점과 관련 보험사기 억제 1. 서설 이 글은 최근의 위 대상판결에 대한 판례 평석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위 판결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이목을 끄는 위 판결을 소개하는 정도를 넘지는 아니하였다. 필자는 서울남부지법에서 1년 동안 교통사고 관련 형사사건을 전담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느낀 소회와 위 대상판결을 접하면서 느낀 당혹감과 충격이 어우러져 위 대상판결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모방범죄를 규제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생각하여 이에 관한 입법적 대안까지 포함하여 대책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만약 피고인이 단 한 건의 교통사고를 저지르는 데 그쳤다면 가해자의 고의를 밝히는 것이 극히 어려운 교통사고의 특성상 완전범죄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에 이르면, 이 사건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모방범죄의 위협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급박한 양상을 띤다고 본다. 2. 일반적인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 범죄와 이 사건 보험사기 범죄의 구별 일반적인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는 보험회사의 재산적인 피해, 더 나아가서는 보험가입자 일반에의 피해 전가, 음주운전, 중앙선침범 등의 약점을 가진 피해자의 형사처벌 등의 사회적 해악이 발생하나 범죄자 자신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다치는 것을 예상하고 저지르는 범죄인 경우가 많아 교통사고 자체로 인한 피해자의 인명피해는 그다지 중하지 않은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 사건 보험사기는 피해자의 생명이 침해되어 형사합의금이 많이 책정되는 상황일수록 범죄자의 범죄로 인한 이득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르다. 3.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처벌받은 경우 다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일사부재리원칙과의 관계 위 대상판결이 적절하게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보험사기, 살인 또는 살인미수 피의자가 이미 같은 교통사고에 관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확정판결의 효력에 의하여 동일한 교통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의 과실이 아니라 보험사기를 노린 계획적 살인임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사기죄로 추가 의율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재차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정책적인 면에서 이러한 처벌의 흠결은 더더욱 이 사건 보험사기 유사범죄에 대한 대처가 더욱 절박한 문제가 되게 하며 이에 대한 대처가 즉각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강구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할 것이다. 4. 자동차보험상 플러스보험의 의의와 그 실태 가. 플러스보험의 의의 자동차보험상 플러스보험(이하에서는 ‘플러스보험’이라고만 한다)은 피보험자가 피해자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액을 초과하여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에게 지급하는 형사합의금을 지원하는 형사합의지원금, 자동차보험료 할증지원금, 방어비용(민사소송상의 방어비용 제외, 상법 제720조 제1항), 면허정지위로금 등을 추가로 지급하는 보험을 통칭하며 법률적 용어가 아니라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보험상품군을 통칭하는 것이며 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험료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인 손해보험계약의 일종이다. 손해보험으로서의 특성을 가지므로 실제 발생한 손해를 조사하여 그 손해만을 보상하며 보험가액이나 실제손해 이상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이득금지원칙이 적용된다. 나. 플러스보험의 실태 보험금 지급의 실태와 관련하여 주된 항목인 형사합의지원금의 경우를 보면 그 특성상 피해자 측과의 합의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어서 피보험자로서는 피해자 측과의 합의를 통하여 보험계약상 인정되는 최고금액까지 금액을 늘릴 수 있게 되어 보험자로서는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하여 실제 지급한 형사합의금을 따지지 아니하고 보험계약상 인정되는 최고한도의 금액을 지급하게 된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플러스보험의 실태를 보면 형사합의지원금, 자동차보험료 할증지원금, 방어비용, 면허정지위로금 명목으로 피보험자에게 추가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형사합의지원금으로 피해자 사망시 최대 2,000만원 내외, 방어비용으로 대개 500만원 정도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5. 형사합의금의 의의와 관련 실무 가. 형사합의금의 의의 형사합의금이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형사사건에서의 선처를 위하여 가해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하는 금원을 말한다. 형사실무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선처를 호소하면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얼마의 금원을 지급하며, 이 금원은 피해자 측이 민사상 지급받는 손해배상액 또는 보험회사에 대한 보험금지급청구권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형사위로금으로 지급되는 것이다’라는 등의 문구로 표시되며, 이러한 형사합의금은 법적으로 강제되는 돈이 아니라 오로지 가해자가 형사사건에서 선처를 받기 위하여 지급되는 것이다. 나. 형사합의금 관련 실무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을 위하여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경우 이를 보험회사에 구상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 측은 형사합의금이 손해배상금의 일부가 아니라 오로지 형사위로금임을 표시하여 피해자 측이 보험회사로부터 지급받을 보험금에서 가해자로부터 직접 지급받은 금원을 공제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가해자가 피해자 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법원에 금원을 공탁한 때에는 가해자가 보험회사에 공탁금액 상당의 금원을 구상할 채권을 피해자 측에 양도하고 위 금원이 오로지 형사위로금임으로 표시하며, 제3채무자인 보험회사에 이를 통지함으로써 공탁된 금원이 사실상 형사위로금으로 기능하게 하여 형사재판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법원 실무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액 중 보험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할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받은 형사합의금 액수를 고려하는 예가 보이는데, 이는 피보험자의 재산 출연을 통하여 부당하게 보험자가 면책되는 결과가 되고, 형사합의금의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 되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6. 이 사건 보험사기 유사범행의 억제방안 가. 피보험이익과 초과보험의 무효 규정 초과보험이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체결된 경우 그 보험계약은 전부 무효가 된다(상법 제669조 제4항). 그런데 플러스보험은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하는 형사합의금 등을 부보하는 것이므로 형사합의금은 당사자의 합의, 협상력에 의하여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 것이 되어 형사합의금 항목에 관하여는 초과보험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논할 실익이 별로 없다. 중복보험에 있어 보험금액의 합계가 보험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초과보험이 되고, 중복초과보험이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체결된 때에는 그 보험계약 전부가 무효로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상법 제672조 제3항, 제669조 제4항), 형사합의금 항목의 위와 같은 특성상 중복보험의 경우에도 초과보험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으므로, 피보험이익을 따져 중복보험을 규제하려는 노력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한편, 중복보험의 경우 보험계약자는 각 보험자에 대하여 각 보험계약의 내용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는데(상법 제672조 제2항), 이를 어긴 경우 어떠한 효과가 발생하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 효과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는 터에 그것만으로 보험계약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 나. 약관규제당국에 의한 규제 가능 여부 이 사건 플러스보험에 따른 보험가입자의 두터운 보호와 플러스보험의 중복가입으로 인한 폐해가 위 판결의 사안과 같이 일반인을 상대로 한 무자비한 보험사기 및 살인 범행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으므로 약관규제당국이 형사합의지원금 액수에 제한을 가하고, 중복보험의 경우 미통지시 플러스보험 부분에 한하여 무효화하는 규정 등을 두도록 행정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 법원실무상의 주의사항 앞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면책 여부나 양형상의 고려를 위하여 ‘종합보험가입사실원’을 제출받음에 있어, 특히 교통사고의 발생 원인이 비전형적이고 중과실로 판단되는 경우 가해자가 플러스보험에 추가로 가입되어 있는지와 플러스보험상의 형사합의지원금 상당액이 피해자에게 실제로 지급되었는지를 살피고, 플러스보험이 중복가입된 경우에는 과실 여부의 판정에 있어 특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라. 신속한 양형기준 설정 대상판결의 사안에서와 같은 신종 보험사기 범행이 가능하게 한 자양분 역할을 한 요인 중의 하나로 교통사고사범에 대한 온정적인 양형을 들 수 있겠다. 피해자가 노인인 경우에는 그 합의금이라는 것도 1,00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피해자 측과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의 중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범행에 대하여도 온정적인 양형을 한다면 극단적으로는 이 사건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행위가 가능하게 된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살인죄, 뇌물범죄, 성범죄, 강도범죄, 횡령겧窩達滑? 위증범죄, 무고범죄에 관하여 양형기준을 설정하였고, 순차적으로 다른 범죄에 대하여 양형기준을 준비하고 있는데, 교통사고범에 관한 양형기준도 시급하게 필요하다. 마. 입법론적 해결방안-피해자의 직접청구권 인정의 필요성 책임보험에 있어서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하여 제3자가 그 배상을 받기 전에는 보험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에게 지급하지 못하며(상법 제724조 제1항), 제3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액의 한도 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724조 제2항).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도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법 제9조). 한편,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제731조 제1항). 이 사건 플러스보험은 보험계약자가 지출하는 형사합의금 등을 부보하는 것이고, 형사합의금이라는 것이 민사 손해배상금과는 구별되어 지급이 강제되는 것도 아니어서 별도의 근거규정 없이 보험계약자가 보험자로부터 받게 되는 형사합의지원금 등에 대하여 피해자가 바로 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타인의 사망 등으로 인하여 교통사고 가해자가 받게 되는 형사합의지원금은 마치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이득을 취득하는 것이 되고, 그 금액도 상당한 액수에 이르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교통사고 가해자가 플러스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 측이 보험자에 대하여 직접 형사합의지원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형사실무에서는 피해자 측이 그러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측과 합의한 것으로 보아 양형을 하는 방안이 적절해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책임보험의 절이라 체계상 부적절한 면이 있으나 상법 제724조에 별도의 항을 두어, ‘자동차종합보험에 부가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형사합의금, 형사위로금, 형사보상금 등 민사상 손해배상금 외에 형사재판 등에서의 유리한 처분을 받기 위하여 지급되는 명목의 금원의 지급을 부보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은 약정 보험금 한도 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입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7. 결어 위 판결이 위 신종 보험사기와 그 수단으로서의 살인범행에 대하여 엄정한 양형을 한 것과 일사부재리원칙에 근거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처벌받은 부분에 대하여 재차 살인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본 것은 타당하다. 실정법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법원의 주된 임무여서 범죄의 진압과 관련하여 입법론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아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나, 실정법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목적이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고 본다면, 이 또한 법원의 임무라고 본다. 불특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생명권 침해라는 중대한 법익침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이 사건 신종 보험사기 범죄를 접한 마음의 충격을 전하면서 부족한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2009-11-30
정준모 변호사 (HIH법률사무소, 사단법인 게임분쟁연구소장)
게임저작물의 저작권침해판단방법과 판단기준
1. 사건의 개요(사실관계) 위 사건은, 원고인 일본굴지의 게임개발사인 코나미사가 1994년도에 플레이스테이션2 용 게임으로 실황파워풀프로야구(이하 ‘실황야구’라 함)를 개발을 하였고, 코나미사가 위 야구게임소프트웨어의 저작권자인데, 위 실황야구게임은 야구를 소재로 하여 사람의 모습을 귀엽고 친근감있게 단순화하여 개발을 한 게임이다. 한편 피고인 네오플은 2005년 5월경 신야구라는 게임을 개발하여 이를 게임개발 및 퍼블리싱회사인 한빛소프트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게임을 제공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회사의 위 신야구게임이 원고회사의 게임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원고게임의 저작권 및 원고게임의 게임캐릭터의 저작권 및 2차적 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게임의 이용중지 및 게임배포중지 및 관련 프로그램의 삭제를 주장하며 피고에게 저작권침해금지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위 사건의 제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가합76758 사건에서 원고는 패소를 하였고 원고가 항소를 하여 원심판결에 불복하고 다투었으나 위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6나72392판결)에서도 역시 원고 코나미사는 패소를 하였다. 위 판결은 다소 생소한 온라인게임이나 게임관련 저작권침해판단에 대한 일응의 선례 및 기준을 제시하여 주는 판결이므로 그 판결의 의미와 내용을 설명하고 분석해 보았다. 2. 연구대상판결의 요지 가. 캐릭터 및 게임캐릭터의 개념 캐릭터란 만화, 텔레비전, 영화, 신문, 잡지, 소설, 연극 등 대중이 접하는 매체를 통하여 등장하는 인물, 동물, 물건의 특징, 성격, 생김새, 명칭, 도안, 특이한 동작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작가나 배우가 부여한 특수한 성격을 묘사한 인물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상품이나 서비스, 영업에 수반하여 고객흡인력 또는 광고효과라는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을 말하고, 캐릭터가 상품 등에 이용되는 목적은 대중매체를 통하여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진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광고 선전력, 주의환기력, 고객흡인력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여부와 인정요건 이 사건 원고의 실황야구 캐릭터는 이 사건 실황야구라는 저작물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이와 별도로 실황야구 캐릭터의 상품화과정을 거쳐 독자적인 저작물성을 인정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독자적인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캐릭터로 볼 수 없다. 또한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규정을 하고 있는데, 이 창작물이란 표현 그 자체를 가리킨다는 것이 일반적인데, 캐릭터라는 것은 일정한 이름, 용모, 역할 등의 특징을 가진 등장인물이 반복적으로 묘사됨으로써, 각각의 표현을 떠나서 일반의 머릿속에 형성된 일종의 이미지로서 표현과는 대비된다. 즉 캐릭터란 그 개개장면의 구체적 표현으로부터 승화된 등장인물의 특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지 구체적인 표현은 아니며, 결국 그 자체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실황야구자체가 등장하는 실황야구 자체를 영상저작물로 보호하는 것으로 족하고, 별도로 실황야구 캐릭터자체를 독립적인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다. 2차적 저작물 인정원칙 제3자가 이 사건 실황야구 캐릭터를 표절을 하였다면 그것이 사회통념상 실질적인 개변을 가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개변을 한 것에 불과하면 복제권의 침해에 해당할 것이고, 사소한 개변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개변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유사성의 범위내에 있다면, 이는 허락없이 원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을 만들어 낸 것으로 원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규율을 할 수 있으나, 만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다면 2차적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라. 게임 및 게임캐릭터의 유사성판단의 원칙(게임저작물에서의 실질적유사성판단) 저작물의 무단 복제에 의한 저작권침해를 인정을 할 수 있으려면 침해자가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을 하였을 것과 실질적 유사성을 요하는 바,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의 여부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실질적인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저작권은 아이디어 등을 말, 문자, 음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보호대상으로 할 뿐, 표현의 내용이 된 아이디어나 그 기초 이론등은 그것이 아무리 독창적이라 하더라도 보호대상으로 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도 창작성이 인정이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 역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인 바,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그 저작자 나름대로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 특성이 부여되어 있으며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를 의미한다 할 것이다. 게임 및 캐릭터의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정은 창작성이나 캐릭터의 개발정도 및 다양한 표현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가 달라진다. 즉 캐릭터의 창작성이나 개발정도가 클수록, 다양한 표현가능성이 클수록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는 넓어지게 된다. 이러한 일반적인 판단기준하에 전체적인 대비를 통하여 전체적인 관념과 느낌이 유사한 지, 그렇다면 어떠한 요소로 인하여 유사성이 발생하였는지를 확정하고, 다음단계로 그 유사성 요소중 표현요소가 무엇인지를 확정하여 대비하는 작업이 필요한 바, 이는 사건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3. 연구대상판결의 의미와 검토 가. 캐릭터 및 게임캐릭터의 개념 이 사건 판결에서는 캐릭터를 일종의 관념적 이미지 및 추상적 개념이라고만 표현하고 규정을 하였지만 게임 및 만화의 캐릭터는 추상적이미지로의 기능도 있지만 구체적인 표현으로서의 기능 및 역할도 있는 부분을 간과한 것이 아닌지 사료된다. 또한 캐릭터의 개념에 대하여 “만화, 텔레비전, 영화, 신문, 잡지 등 대중이 접하는 매체를 통하여 등장하는 가공적인 또는 실재하는 인물, 동물 등의 형상과 명칭을 뜻하는 이른바 캐릭터(character)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고객흡인력(顧客吸引力) 때문에 이를 상품에 이용하는 상품화(이른바 캐릭터 머천다이징, character merchandising)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라는 이전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6. 9. 6. 선고 96도139 판결)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위 대법원 판례와 같은 맥락에서 캐릭터의 특징과 개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쉬운 것은 캐릭터라는 개념도 만화, 티비, 영화, 오락프로, 연극, 애니메이션, 게임등에서 사용되는 매체나 저작물에 따라서 그 특징 및 개념에 달라질 수 있고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이번 사건에서는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수성이나 게임캐릭터의 특징이나 특수성에 대하여는 심도깊게 다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나.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 여부와 인정요건 이 사건 판례는 캐릭터는 그 캐릭터가 상품화라는 과정을 거쳐서 독자적인 저작물성을 인정받지 아니한 이상 독자적인 저작물성을 인정을 하여 줄 수는 없다고 판시를 하였다. 위 판시 부분 역시 “캐릭터가 상품화되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에 규정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가 되기 위하여는 캐릭터 자체가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캐릭터에 대한 상품화 사업이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선전, 광고 및 품질관리 등으로 그 캐릭터가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의 상품표지이거나 위 상품화권자와 그로부터 상품화 계약에 따라 캐릭터사용허락을 받은 사용권자 및 재사용권자 등 그 캐릭터에 관한 상품화 사업을 영위하는 집단(group)의 상품표지로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을 것을 요한다” 다는 이전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6. 9. 6. 선고 96도139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드시 상품화가 되지는 않았더라도 게임캐릭터가 게임저작물과 독립하여 그 캐릭터만으로도 고객이나 일반인들 또는 해당 게임을 하지 아니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대중적으로 인식이 되었다면 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을 인정을 하여 줄 필요성도 있지 않을까. 다. 게임 및 게임캐릭터의 유사성판단의 원칙(게임저작물에서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 이번 판결에서는 게임저작물의 유사성판단 및 저작권침해시에도 실질적 유사성이라는 일반 저작물의 침해여부 판단기준을 그대로 사용을 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게임의 경우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기준에 대하여 “게임 및 캐릭터의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정은 창작성이나 캐릭터의 개발정도 및 다양한 표현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가 달라진다. 즉 캐릭터의 창작성이나 개발정도가 클수록, 다양한 표현가능성이 클수록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는 넓어지게 된다”고 판시를 하였는 바, 이는 게임저작물의 특성을 합리적으로 잘 판단하고 일응 합당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즉 이번 사건과 같이 야구나 축구, 골프, 농구 등 스포츠를 표현한 게임들은 그 표현가능성의 다양성이 적은 바, 아무래도 저작권침해를 인정받고 입증하기가 곤란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스포츠나 특정한 현실의 생활상을 그대로 표현한 게임이 아닌 경우에는 아무래도 표현의 창의성이나 기타 표현가능성이 다양하고 많으므로 게임의 유사성을 인정받기가 용이할 것이다. 마. 게임저작물의 침해판단시 고려요소 현재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게임간의 저작권침해를 판단한 판결이나 경우가 적다. 이전에 건바운드와 포트리스라는 게임의 유사성여부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처분사건에 있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게임저작물에 대한 사건이나 분쟁은 매우 적어서 게임저작물의 저작권침해에 대한 판단기준을 판시한 판례는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게임저작물은 크게 게임프로그램적인 부분과 게임화면으로 구성이 되는데 이는 각각 원칙적으로 분리하여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한편 게임화면(진행화면)부분도 게임영상, 게임캐릭터, 게임배경, 게임조작법, 게임의 전체구성, 진행방식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저작권침해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며 이에 더하여 게임의 종류 및 표현의 다양성여부, 게임플랫폼(아케이드, 온라인, 모바일, 콘솔, 휴대용게임)의 특성도 고려하여 종합적, 구체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4. 결 론 이번 판례는 게임저작물 및 게임캐릭터의 저작권침해여부와 관련하여 단초를 열어주고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게임저작물관련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이 되는 바 게임저작물의 특성을 인식하고 그 저작권 침해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좀 더 구체적, 합리적이고 게임저작물의 특성을 반영한 세부적인 판단기준을 제시, 연구하고 확립하여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2007-10-11
정진세 前 홍익대 법학과 교수
이사의 분식회계로 인한 회사채권자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의 소멸시효
Ⅰ 사 실 A회사는 1971년 설립 이래 구조적 부실의 징후가 나타났고 특히 1997년도에 이르러 경영상태 및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A회사 집단의 회장 B는 “위와 같은 실상이 알려질 경우 대외신인도 추락과 이에 따른 금융기관 상대 신용자금 차입조건 악화 또는 자금차입 중단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경영진에게 당기순이익을 가공 계상하여 마치 흑자가 난 것처럼 조작하여 A회사를 경영상태 및 재무구조가 양호한 우량기업으로 위장할 것을 지시”함에 따라, 대표이사 피고Y1과 당시 재무담당 전무이사이던 Y2는 1997년도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여 1998년3월1일 일간지에 공시하였다. 원고 X은행은 A회사에게 1998.4.9.(제1대출)과 1998.5.6.(제2대출)에 각각 200억 원씩 만기를 2년으로 대출하였는데, A회사가 1999.7. 소위 워크아웃 결정에 의하여 기업개선작업 대상이 됨에 따라 제대로 변제되지 못하고 막대한 손실(제1대출에서 170억여 원, 제2대출에서 188억원)을 입었다. X은행은 2002.12.13. Y1과 Y2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들은 “상법 제401조가 정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은 성질상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특칙이어서 그로 인한 제3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소멸시효기간 3년이 적용된다 할 것인바, …원고는 늦어도 1999.11.22.에는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할 것이어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02.11.23.에 시효로 소멸되었다”고 주장하였다. Ⅱ 판결요지 “상법 제401조는 …위 이사의 악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임무 해태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제3자의 손해에 대하여 그 이사가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 위 법조의 취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1985. 11. 12. 선고 84다카2490 판결 등 참조). 이처럼 상법 제401조에 기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상법이 인정하는 특수한 책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반 불법행위책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한 민법 제766조 제1항은 적용될 여지가 없고, 달리 별도로 시효를 정한 규정이 없는 이상 일반 채권으로서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그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원심(서울고판 2004. 10. 22. 2003나80743 손해배상(기))의 “피고1, 피고2는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 손해액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00,000,0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을 지지하고 상고를 기각하였다. Ⅲ 평 석 1. 서 론 본 판결은 이사의 분식회계 관여행위와 기업어음회전매입의 방식으로 융자한 금융기관인 회사채권자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도 판시했는데, 여기서는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소멸시효에 관한 판시 부분만을 검토하기로 한다. 이 소멸시효는 상법 제401조가 규정하는 책임의 법적성질 및 이 규정의 적용범위와 관련된 뿌리 깊은 문제이다. 2. 제401조 책임의 법적성질 1) 판례의 법정 책임설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도 상법 제401조가 규정하는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은 불법행위 책임이 아니라 상법이 규정한 특수한 책임이라는 법정책임설을 바탕으로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 제766조의 단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척하고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민법 제162조 제1항을 적용하였다. 제401조 책임의 법적성질을 논하는 것은 이 책임에 관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법이 규정하지 아니한 사항을 판단하는 기준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이 해결에 있어서 법정책임설은 법이 정한 것 이외에 아무런 기준을 제시할 수 없으므로 무력하다. 이사의 경제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에 제3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규정되었다는 본 판결의 설명도 제3자를 어느 정도 보호할 것인지의 법적 기준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법정책임설은 이 책임의 법적 성질 규명을 거부하는 법실증주의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2) 불법행위 책임설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반대하여 제401조의 책임을 불법행위법에 기초를 두고 설명하는 견해가 있는데, 명칭도 불법행위 특칙설, 특수불법 행위설 등 다양하고 같은 명칭이더라도 그 내용은 동일하지 않다. 민사책임을 이미 채권·채무관계에 있는 당사자간에 한쪽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책임을 지는 채무불이행책임과 이러한 관계가 없는 자가 타인에게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입혀서 책임을 지는 불법행위책임으로 분류한다면, 회사의 이사와 회사채권자간에는 채권·채무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불법행위책임에 속한다고 풀이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면 제401조는 민법의 불법행위책임의 특별법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하여 법정책임설의 입장인 본 판결의 원심(서울고판 2004.10.22, 2003나80743)은 “그 요건도 회사의 임무에 관하여 이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요구하여, 피해자인 제3자의 손해에 관하여 고의·과실을 요구하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과는 달리 정하고 있으므로 제401조의 책임에 불법행위책임의 소멸시효에 관한 민법 제766조를 적용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① 이런 주장은 법의 문언에만 얽매이고 실질적이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제401조가 이사의 임무해태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제3자의 손해에 대한 책임을 규정한다면서 제401조 책임의 성립에 제3자의 손해에 대하여 이사의 고의나 과실이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라 함은 행위시에 행위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손해를 뜻하므로 사실관계의 인정이 아니라 책임논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사는 임무해태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제3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함은 이사가 행위시에 예상했거나 예상할 수 있었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뜻이고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하게 한 손해를 배상한다는 뜻이다.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정 昭和44[1969].11.26. 판결(民集23권11호 2150면)도 법정책임설의 입장에서 이와 유사한 표현을 하였다. 다만 이 판결은 피해자에게 이사의 손해발생에 대한 고의나 과실을 주장·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② 본 건 원심처럼 제401조와 불법행위 일반원칙과의 요건 상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같은 불법행위법에 속하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를 부인하는 논거가 될 수 없다. 특별법의 요건이 일반법의 요건과 다를 수 있음은 당연하고, 오히려 특별법은 일반법과 달리 규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제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③ 일본 최고재판소 昭和49[1974].12.17. 판결(民集28권10호 2059면)은 위의 대법정 판결에 따라 법정책임설의 입장에서 일본상법 舊 제266조의 제1항(2005년에 제정된 회사법 제429조 제1항 - 우리나라 상법 제401조)의 책임은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일본민법 제724조(우리나라 민법 제766조)를 유추적용 할 실질적 이유가 없는지 검토하였다(落合誠一의 평석, 회사판례백선 제4판, 유비각 1983, 117면은 이를 높이 평가한다). 3) 채권자대위권설 우리나라의 제401조 제1항이나 일본상법 구 제266조의3 제1항이 모방했다고 생각되는 독일 주식법 제93조 5항도 (그 2항에서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규정한 후) “회사의 배상청구권은 회사의 채권자가 회사로부터 만족을 얻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회사의 채권자에 의해서도 행사될 수 있다. 단 이것은 제3항 이외의 경우에는 이사가 통상 그리고 양심적인 영업지휘자의 주의를 심히 위반한 때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하여 채권자대위권에 가까운 성질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일본상법 구 제266조의3 1항은 “이사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하여도 또한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였었다(졸저 판례연습 회사법 전정증보판, 삼우사 2003, 479면 참조). 일본의 2005년에 제정된 회사법 제429조 제1항과 우리나라 상법 제401조에는 이런 표현이 없다. 이와 같은 연혁적 바탕에서 제401조를 이해하면 제3자의 이사에 대한 청구권은 회사의 제399조에 기한 위임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하는 것이고, 이 제3자의 회사에 대한 채권 또는 회사의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면 행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프랑스 회사법 제247조도 이사의 책임은 범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이 경우에는 10년) 손해발생원인을 안 때부터 3년의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한데 이어, 파산법 제180조 2항도 이사의 회사채권자들에 대한 책임은 파산선고일 또는 정리계획 확정일로부터 3년의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독일 주식법 제93조 4항은 5년의 소멸시효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3. 상법 제401조의 적용범위 본 사안에서 X은행은 Y1과 Y2의 허위 재무제표 작성과 공시에 의하여 A회사의 재무상태를 잘못 판단하고 A회사에게 융자한 채권을 변제받지 못하여 손해를 입었다. 그러므로 X의 손해는 A회사의 손해를 거치지 않고 입은 직접손해이다. 제401조가 직접손해에도 적용되는지에 관하여는 학설이 대립되어 있는데, 위에 인용한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정 판결은 방논으로 직접손해 포함설을 취하고 우리나라 통설과 판례(대판2003.4.11, 2002다70044)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 昭和47年(1972)9月22日 판결도 “원심은 피고(E회사의 대표이사)가 E회사에게는 대금을 지불할 자력이 없는 사정을 알면서도 F로 하여금 원고로부터 본건 패널을 매입하도록 하여 원고에게 그 대금상당액의 손해를 주었다는 취지를 인정하고 있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민법의 규정에 기한다)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하였다. 본 판결이 인용한 우리나라 대법원 1985.11.12선고, 84다카2490판결도 원고가 광업권 등을 G회사에 매도하기로 하여 이전등록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교부하고 여러 차례 피고(G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이전등록을 촉구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해태하고 있던 도중, 광해가 발생하여 원고가 이로 인한 손해를 부담하게 되자 상법 제401조에 기해 피고에게 그 배상을 청구한 사건인데, “통상의 거래행위로 인하여 부담하는 회사의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단순히 그 이행을 지체하고 있는 사실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실만으로는 이를 임무을 해태한 위법한 경우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우리나라 상법 제401조에 해당하는 일본 상법 구 제266조의3 제1항을 昭和25년(1950) 개정하기 전의 대심원 판례도 간접손해한정설을 취했었다(대판 大正15[1926].1.20, 대판 昭和8[1933].2.14. ; 대판 昭和15[1940].12.18). 이사의 회사에 대한 임무해태를 요건으로 하는 제401조는 회사는 손해를 입지 않았는데 제3자에게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대하여 규정한 것이 아니다. 이 경우에는 실제상으로도 상법 제401조를 적용하여 Y의 경과실에 의한 책임을 배제할 이유도 없다. 4. 결 어 본 사안에서도 X은행에 대한 Y1과 Y2의 책임에는 상법 제401조가 아니라 민법의 불법행위 일반원칙이 적용되며, 따라서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2007-09-13
김기섭 변호사(서울)
부당한 공동행위에서 합의의 추정과 그 복멸
Ⅰ.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가. 진로쿠어스맥주 및 소외 오비맥주, 소외 하이트맥주는 맥주의 제조 및 판매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 소정의 사업자들이고, 맥주 3사의 1997년말 맥주 거래분야에서의 시장점유율은 99.9%(하이트맥주 47.5%, 오비맥주 35.4%, 진로쿠어스 17.1%)에 이르고, 맥주 3사의 맥주판매금액은 출고가격 기준으로 주류시장 전체의 약 51%에 이른다. 나. 하이트맥주는 1998. 2. 21. 오비맥주는 같은 달 23., 진로쿠어스는 같은 달 24. 병맥주, 캔맥주, 생맥주의 규격별 출고가격을 동일한 인상률로 순차 인상하였다. 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맥주 3사가 동일 인상률로 인상한 행위가 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1999. 5. 26. 전원회의 의결 제99-76호로 맥주 3사에 대하여 시정명령, 법위반사실 공표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가. 맥주 3사는 맥주의 종류별, 규격별 가격을 동일한 인상률을 적용하여 일제히 인상한 후 이 사건 처분이 있을 때까지 그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여 왔던 점이 인정되고, 이러한 동일한 인상률에 의한 공장도 가격 인상행위는 그 가격결정에 관한 공동행위로 추정된다 할 것이다. (부당한 공동행위의 추정) 나. 맥주 3사의 가격 공동행위는 독점시장에서와 같이 절대적이라고 보이므로 그들의 위 행위는 국내 맥주 공급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행위인 점도 인정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맥주 3사의 가격 인상의 공동행위는 법 제19조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같은 조 제1항 제1호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것으로 일응 추정된다 할 것이다. (실질적 경쟁 제한성) 다. ① 재정경제원과 국세청과의 사전협의 내지 사전승인이 법령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행정지도 등을 통하여 가격 인상률을 사실상 통제하여 온 점, ② 재정경제원과 국세청은 맥주 3사의 가격 인상 요구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인상률만을 허용함으로써 맥주 3사는 허용된 인상률 전부를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게 되어 맥주 3사의 맥주가격 인상률이 동일해질 수밖에 없는 점, ④ 국세청은 가격선도업체와 협의된 종류별, 용량별 구체적인 가격 인상내역을 다른 맥주 제조업체에게 제공하고, 다른 업체가 이를 모방한 인상안을 제시하면 그대로 승인하여 왔고, 그 인상시점 또한 국세청의 지도에 따라 결정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가격선도업체인 오비맥주가 재정경제원으로부터 인상한도율을 허용 받고 국세청과의 협의 및 승인을 거쳐 종류별, 용량별 가격 인상률을 확정하였고, 하이트맥주와 진로쿠어스도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률을 일방적으로 모방한 가격 인상안을 제시하고, 국세청의 승인까지 받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맥주 3사의 인상률이 동일하게 되었던 것일 뿐, 맥주 3사간의 의사의 연락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 가격 인상에 관한 합의 추정은 복멸되었다. (추정의 복멸) Ⅱ. 대법원 판결이유 가.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1999. 2. 5. 법률 제5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5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2 이상의 사업자가 법 제19조 제1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입증하면, 이에 추가하여 사업자들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합의 또는 양해를 추정하게 할 정황사실을 입증할 필요 없이, 그 사업자들이 그러한 공동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러한 추정을 받는 사업자들로서는 공동행위의 합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거나 위 일치된 행위가 합의에 따른 공동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수긍할 수 있는 정황을 입증하여 그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다. 나. 맥주 3사의 동일한 가격인상률에 의한 맥주가격인상이 맥주 3사 간의 의사 연락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가 있었다는 추정이 복멸되었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다. Ⅲ. 판례연구 1.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 가. 부당한 공동행위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약칭한다) 제19조 제1항은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이하 ‘부당한 공동행위’라 한다)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법 제19조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으면 바로 부당한 공동행위가 되어 규제가 되며 실제로 행위가 나갔는지 여부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에 지장이 없다. 따라서, 합의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 부당한 공동행위를 규제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데,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업자간의 합의는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경향이 있음에 따라 경쟁당국이 사업자간 합의의 존재를 직접증거에 의해 입증하기는 더욱 곤란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나. 입증곤란 해소를 위한 합의의 추정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합의의 입증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하여 법 제19조 제5항에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합의를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입법론적으로 법률상 추정이 필요한가에 대해 비판이 있으며 현재 추정 조항의 해석과 관련해서도 그 요건 및 효과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위 제5항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2002. 3. 15. 선고 99두6514,6521 판결(이하 ‘커피사 판결’이라 한다)에서 최초로 견해를 밝힌 이래 2002. 5. 28. 선고 2000두 1386 판결(이하 ‘화장지사 판결’이라 한다)에서는 화장지 제조사간의 단순한 가격모방행위에 대해 공동행위 합의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 대상판결은 이에 이어 행정지도가 합의의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는 요소임을 밝혔다는데 의미가 있다. 2. 합의의 추정 가. 합의 추정의 의의와 취지 위 제5항은 “2이상의 사업자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 동사업자간에 그러한 행위를 할 것을 약정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는 경우에도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환시키는 법률상의 추정으로서, 사업자는 추정의 전제요건인 간접사실의 부존재를 입증하거나 합의에 따른 것이 아닌 독자적인 경영판단의 결과임을 입증함으로써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다. 위 5항의 취지에 대하여, 대법원은 커피사 판결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합의를 입증하는 것에 갈음하여 “2 이상의 사업자가 법 제19조 제1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하 ‘행위의 외형상 일치’라 한다)과 그것이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라는 사실(이하 ‘경쟁제한성’ 이라 한다)의 두 가지 간접사실만을 입증하도록 함으로써,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함에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나. 추정의 요건 (1) 행위의 외형상 일치 우선 2이상의 사업자가 법 제19조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행위가 외형상 일치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므로 의식적 병행행위나 동조적 행위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 할 것이다. 사안의 경우 맥주3사가 1998. 2. 21.부터 같은 달 24.까지 사이에 맥주의 종류별, 규격별 가격을 동일한 인상률을 적용하여 일제히 인상한 후 이 사건 처분이 있을 때까지 그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여 왔던 점을 근거로 행위의 외형상 일치를 인정하였는데, 인상시기가 매우 근접해 있고 인상폭이 동일했던 점에 비추어 보아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2) 실질적 경쟁제한성 대법원은 합의 추정의 요건으로 행위의 외형상 일치 외에 그것이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라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위 5항에서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 해석상 추정의 요건으로 보는 것은 타당한 것이다. 대법원이 ‘실질적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 판단기준 요소에 있어 시장구조 즉 시장점유율을 평가한 시장지배력의 형성에 더 큰 비중을 두어 판단하고 있는 점만은 명백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판례의 태도 변화는 타당한 것이다. 3. 추정의 복멸 가. 대상판결이 의의를 갖는 점은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기준의 하나로서 행정지도에 따른 행위를 인정하였다는 점이다. 행정지도는 일정한 행정목적 또는 행정질서를 실현시킬 목적하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비권력적인 사실행위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행정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행정운영의 탄력성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 실질적으로 규제작용을 하고 그 내용이나 책임소재가 명확치 않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으나, 현실적 편의성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 행정절차법 제48조 제1항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부당하게 강요되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주무부서의 행정지도는 관계 기업에게 사실상 규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행정지도로 인해 행위의 외형상 일치를 이루었다하여 이를 사업자의 부담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도 대법원은 재정경제원과 국세청이 맥주가격결정에 협의를 하거나 승인을 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행정지도를 하여왔고 맥주3사간에 인상시기나 인상률이 동일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사업자 간의 합의가 아니라 그 규제작용의 결과로 본 것이다. 4. 맺는말 추정 조항이 적용되는 경우 사업자들로서는 추정을 번복시키기가 매우 어렵고 과연 어떠한 사정들이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는 사유가 되는지 명확치가 않았는데, 대상판결은 대법원이 가격인상의 경우 비록 행위의 외형상 일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관계당국의 행정지도에 의한 결과라면 합의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대법원은 화장지사 판결에 이어 제5항 추정의 다른 요건인 ‘실질적 경쟁제한성’과 관련하여 앞선 커피사 판결과는 다르게 판단기준을 완화하고 있는데, 향후 대법원이 이러한 기준을 이어 나갈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2005-12-12
김영호 동아대 법대 교수
부당공동행위에 있어 합의의 존재 추정방법
Ⅰ. 원심(서울고법 1999.4.28, 선고 98누10686, 98누11214(병합))의 내용 원고 동서식품 주식회사(이하 원고 ‘동서식품’이라 한다)와 원고 한국네슬레 주식회사(이하 원고 ‘한국네슬레’라 한다)는 국내 커피 제조·판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소정의 사업자들로서 1997. 7. 1.부터 1998. 1. 12.까지 사이에, 원고 한국네슬레가 커피제품 판매가격을 인상하면 뒤따라 원고 동서식품이 그와 경쟁하는 자사제품의 판매가격을 원고 한국네슬레의 그것과 동일하게 책정하여 인상하는 방식으로 각 커피제품 판매가격을 인상한 사실과 이와 같은 원고들의 가격인상행위는 원고들 사이의 합의 내지는 적어도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케 하는 정황사실을 인정하여 피고가, 법 제19조 제5항에 의하여, 원고들이 국내 커피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하여, 원고들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시정명령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법원의 원심판결에 대한 판단 법제19조(5)항의 법구조와 관련하여 원심이 법제19조(5)항의 적용을 위해 공동행위참가자들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케하는 정황사실을 추정요건인 간접사실로 전제한 것은 법제19조(5)항의 적용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방법과 관련하여 원심이 사실상 추정방법에 의한 입증방법으로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사실상 추정) 방법을 채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예를 들고 있는 그 정황증거들로서는 합의의 입증에 충분하지 않다. 증거가 지니는 의미 내지 가치를 잘못 해석·평가한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도 있다고 할 것이다. 원고들의 이 사건 가격인상은 경쟁사보다 값이 다소 싸면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았던 당시 국내 커피시장의 특이한 상황 하에서 이루어진 원고들간의 경쟁이 시장에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보여질 뿐, 그로 인하여 당시 국내 커피시장이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경쟁제한성’을 결여하였음이 분명한 원고들의 이 사건 가격인상에 대하여 법 제19조 제5항에 기하여 원고들간의 합의를 추정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Ⅲ. 대법원의 판단에 대한 분석 및 평가 (1) 당연위법의 원칙의 채용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부당공동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여 왔다(물론 부분적으로는 합리의원칙을 보충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 참가자가 비진의의사표시를 한 경우, 참가자가 시장참여자중 일부분인 경우 등). 그러나 이는 너무 이른 선택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의 예를 보면 경쟁법의 시행초기인 1900년대 초부터 상당한 기간동안에는 합리의원칙을 사용하다가 법원이 장기간의 칼텔사건의 심리를 통해 경험이 축적되면서 칼텔사건에 있어 일정 유형의 경우에 사업자가 공동행위에 관하여 합의를 하면 이를 실행하고 그 결과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어김없이 발생한다는 점을 알게되었고 따라서 법원은 재판과정에서 구태여 경쟁제한성을 찾아내기 위해 인력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어느 시점에서부터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였던 것이다. 미국의 법원은 또한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는 경우에도 개별사건마다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법원은 그러한 경험도 없이 곧바로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였으며 또한 개별사건에서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한 이유를 밝히고 있지 않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관되게 합리의원칙을 채용하고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실무에서도 원칙적으로 합리의원칙을 채용하고 있다. (2) 법제19조(5)항의 합의추정의 법구조와 관련하여 원심(서울고법)은 법제19조(5)항의 적용을 위해 정황사실들로서 합의를 추정하고자 하였고 이는 법제19조(5)항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는 대법원의 지적은 타당하다. (3)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추정방법(사실상 추정)의 법리적용과 관련하여 1)원심(서울고법)은 공동행위 참가사업자인 양사(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의 수입원두 가격 및 적용환율에 차이가 있고 기타 제조경비 등 원가구성내력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판매가격이 상호 동일하게 책정된 사실을 정황증거로 들어 원고들의 가격인상행위는 원고들 사이의 합의 내지는 적어도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케 한다고 하였으나 대법원은 과점시장에서 사업자는 경쟁사업자가 책정한 가격에 적절히 대처하기 마련이고, 이 때 어느 사업자가 경쟁사업자의 가격을 모방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할 것으로 판단되면 상호간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 없이도 독자적으로 실행에 나갈 수 있을 것이므로, 과점시장에서 경쟁상품의 가격이 동일·유사하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 사업자들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과점시장에서의 가격의 상호의존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안에서 공동참가사업자인 두 회사는 번갈아가며 동율로 가격을 인상하였다. 물론 이와같은 가격의 동조인상 그 자체는 과점시장하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상폭이나 인상율이 동일한 경우에는 동업자간에 암묵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양자는 당해 가격인상이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고가품으로 보이기 위한 가격인상이 가격인상의 합리적인 사유가 되는가. 원고 동서식품은 맥심커피 200g들이 가격을 종전 4,350원에서 4,750원으로 인상하여 경쟁제품인 원고 한국네슬레의 ‘테이스터스 초이스 175g들이 가격인 4,450원 보다 300원 높게 책정한 사실, 이후 양사는 상호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하는 식으로 경쟁적으로 이 사건 가격인상이 이어진 사실을 알 수 있는 바, 사정이 그러하다면, 원고 한국네슬레의 가격을 그대로 쫓아 가격을 인상하기로 한 원고 동서식품으로서는 인상폭을 정하기 위한 별도의 내부검토자료나 시장분석자료 등을 작성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 동서식품이 그러한 자료 등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로써 원고들간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대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단위가격 4,350원 짜리 상품에서 400원을 인상(약 10% 인상)하여 4,750원을 받음으로써 고급품질로 소비자에 인식되어 판매량이 증가하였다는 원고측의 주장과 10%의 가격인상으로 1년만에 5.1% 증가한 사실이 고가품으로의 소비자의 인식도의 변화에 의한 판매량의 증가라고 주장하는 원고측의 주장이 과연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미 수십년간 소비자에 인식되어온 동일 상품에 대하여 단순한 가격의 변동에서 소비자가 저가품을 고가품으로 인식전환이 가능할 것인가, 가격변동에 의해 저가품에서 고가품으로의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10%의 가격변동이 소비자의 인식을 저가품에서 고가품으로 바꿀 수 있는가. 또한 1년이라는 장기간이 경과한 후에 판매량이 5.1% 증가한 사실을 가지고 특정 사유(가격인상에 의한 고가품으로의 인식전환)에 의한 결과로 판매량이 증가하였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대법원은 이에 대한 합리적인 추론도 없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단순한 사실의 적시만의 주장으로 가격인상의 합리성을 인정하고 있다. 3)사후의 정보교환은 합의의 추정을 위한 정황증거가 되지 못하는가. 원고들의 지점 영업직 직원 사이에서 이 사건 가격 인상내용 중 일부에 관한 정보가 팩스로 세차례 정도 오고간 사실은 그 목적이 가격담합을 위한 사전 정보교환에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 점, 지점 직원들이 위 팩스를 주고받은 시점은 모두 가격인상일 내지 인상결정일 이후로서 그 내용이 이미 지점이나 거래처에 공개된 때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지점 영업직 사원간의 위와 같은 팩스 교신사실을 가지고 원고들간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동업자간에 가격인상에 대한 의견개진, 가격인상의 시기, 인상율, 예정가격 등 장래의 가격에 관한 사항에 대해 상호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는 행위는 위법하며(암묵적 합의에 해당할 수 있으며) 정보교환을 통하여 가격을 제한하는 암묵의 합의가 있거나 공통의 의사가 형성된 경우에는 위법성이 인정된다. 본건 사안에서는 여러차레 동율의 가격인상이 있었다는 점에서 가격인상 이후의 통지라도 장래를 위한 것일 수 있으며 사후통지는 또한 담합의 확인작업일 수도 있다. 4)대법원이 원심(서울고법)에서 긍정한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을 부인한 것은 결과적으로 Posner의 과점시장하에서의 상호의존성이론을 받아들여 사안에서 원고의 가격인상이 암묵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과점시장하에서의 상호의존성의 결과에 의한 가격인상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판결문에서는 과점시장의 상호의존성이론을 전제로 사안을 판단하고 있을 뿐 과점시장의 상호의존성이론을 채용한 이론적 근거나 설명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4) 법제19조(5)항상의 ‘경쟁제한성’에 의한 합의추정방법(법률상 추정)의 법리적용과 관련하여 1)경쟁제한성의 여부판단의 시기 문제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법 제19조 제5항에 기하여 사업자들의 합의를 추정하기 위하여 입증되어야 하는 당해 행위의 ‘경쟁제한성’은 합의가 추정되기 이전의 상태에서의 ‘경쟁제한성’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그 ‘경쟁제한성’ 유무는 사업자들의 합의가 없는 상태를 상정하여 판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법원이 법제19조(5)항을 단순히 문리적 및 기계적으로 해석한 결과로서 타당치 않다. 법제19조(5)항에서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에서 경쟁제한성이란 공동행위 참가자가 합의를 하고 실행을 하여 그 결과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합의의 실행을 전제한다. 부당한 공동행위성립의 요건은 공동행위의 성립과 경쟁제한성이다. 공동행위의 성립에서 입증이 어려운 것은 합의의 존재이고 법제19조(5)항은 바로 이의 입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보충적으로 인정한 제도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경쟁제한성의 판단시기를 합의가 없는 합의 이전의 상태를 상정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제19조(5)항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2)경쟁제한성의 판단기준 문제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당해행위가 그 자체로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특정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법 제2조 제8의 2호 참조)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제한성의 판단기준과 관련한 위와같은 대법원의 견해는 시장참여자의 행태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구성한 것인 바 경쟁제한성의 판단에서 보다 더 중시해야 할 것은 시장참여자의 구조적 측면이다. 공동참가자의 합의된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결국 참가자집단의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야하므로 공동행위참가자의 시장에서의 지배력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요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구조적 측면을 고려하여야 함에도 불구하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 판례가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하나씩 하나씩 확립해나가야 할 것이다. 3)대법원은 사안에서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하면서 원고들의 이 사건 가격인상은 경쟁사보다 값이 다소 싸면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았던 당시 국내 커피시장의 특이한 상황 하에서 이루어진 원고들간의 경쟁이 시장에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보여질 뿐, 그로 인하여 당시 국내 커피시장이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와같은 경쟁제한성 여부의 판단방법은 위에서 지적한 바와같이 시장참여자의 행태적 측면을 중심으로 판단한 것이다. 부당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에서 경쟁은 有效競爭으로 이해하며 따라서 유효경쟁의 침해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즉 다양한 유효경쟁의 기준에 의한 시장에서의 구체적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공동참가자의 합의된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결국 참가자집단의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야 하는데 이 점이 바로 위법성 판단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제한적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서 먼저 공동참가자집단의 市場에의 影響力의 크기를 판단하고 이를 기준으로 違法性을 판단해야 한다. 공동참가자집단에 시장지배력이 없다면 위법성(경쟁제한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사안에서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는 우리나라 커피시장에서 複占을 하고 있다. 양사는 완전한 시장지배자이다. 이 경우에는 공동행위참가자가 복점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 시장구조기준에서의 유효경쟁을 침해한 행위가 되는 것이고 또한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경쟁제한 가능성이 있는 법정의 합의된 행위유형을 실행한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시장효과를 평가하지 않아도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적 효과를 야기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공동참가자측에서 공동행위가 경쟁촉진적이었음을 입증하여야 위법성을 부인할 수 있다. 그런데 사안에서 공동참가자인 양사는 시장에서 가격만 인상하였을 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어떤 시장에서의 행동도 없다. 복점을 하고 있는 사업자가 시장에서 가격을 일정간격으로 인상하는 것이야 말로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경쟁이 촉진된다고 하는 것은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진입이 자유롭고 시장에의 제품의 공급이 원활하여 제품의 품질이 제고되고 가격이 인하되어 소비자복지가 향상되는 것(소비자잉여의 증대)을 의미한다. 그리고 경쟁의 감소는 그 반대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양사의 커피시장에서의 복점과 가격인상은 부당공동행위의 성립요건인 경쟁제한성을 침해한 것이므로 양사를 부당공동행위자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Ⅳ. 결 론 대법원은 본건 사안에서도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였으며 다만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을 부인하여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또한 사안에 법제19조(5)항의 경쟁제한성에 의한 합의의 추정방법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사안에서의 양사(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의 커피시장에서의 커피가격인상은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하여 역시 이를 부인하였다. 그러나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방법에 있어서는 대법원이 과점시장에서의 상호의존이론을 채용함으로써 그 자체는 경제이론의 선택의 문제이므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나 법제19조(5)항의 적용문제에 있어서는 경쟁제한성의 판단에 있어 일부의 요소만 검토하였고 고려해야만 하는 중요부분이 고려되지 않음으로써 결국 충분한 검토없이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2002-04-18
정진세
주주의 간접손해와 이사의 제삼자에 대한 책임
法律新聞 2525호 법률신문사 株主의 間接損害와 理事의 第三者에 대한 責任 일자:1993.1.26 번호:91다36093 鄭鎭世 弘益大法大 副敎授·法學博士 ============ 14면 ============ 【事 實】 원고 X(한라창업투자 株式會社)는 1989년4월20일 피고 A(株式會社 대일정공)의 新株1만5천주(額面總額1억5천만원-發行株式總數의 30%)와 아울러 1억5천만원 상당의 轉換社債를 引受하였다. A會社의 41.2% 株主이자 代表理事인 피고 Y(사공국)와 19.2%의 株主인 B(사공철호)는 會社의 社債關聯債務를 連帶保證하였다. X會社는 이러한 投資를 행함에 있어서 A會社와 Y 등을 당사자로 하는 合作投資契約을 체결하였다. 合作投資契約에 의하면 A회사와 Y등은 X會社가 출자한 資金의 目的外 사용을 위해서는 事前承認을 받아야 하는 등 각종의 義務를 부담하고, 그러한 義務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損害賠償義務를 부담하도록 되어있었다. 피고 Y는 피고會社A의 業務를 수행함에 있어서 1989년6월까지 假支給金형식으로 피고 會社 A의 공금 8억6천3백만원을 인출하여 橫領하는 不法行爲를 하여 이로 인하여 결국 피고 會社는 當座手票를 不渡에 이르게 함으로써 마침내 A會社는 倒産하기에 이르렀다. X會社는 A會社와 Y·B를 상대로 轉換社債金의 지급을 청구하여 第1審勝訴判決이 확정되었는데, 다시 X會社의 株式引受額1억5천만원 상당의 損害에 대하여 상법 제389조3항과 제210조를 근거로 A會社에 대해서 뿐아니라, 상법 제401조, 민법 제750조, 合作投資契約書를 근거로 Y에 대하여 連帶하여 賠償할 것을 청구하였다. 【判 旨】 大法院은 Y에 대한 請求에 관하여 1·2審을 支持하여 다음과 같이 判示하였다. 즉 「A회사의 대표이사였던 Y가 A회사의 금원을 횡령하여 회사재산을 감소시켰다면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것이고, 따라서 A회사가 Y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을 것이나 위 손해는 어디까지나 법률상 A회사가 입은 손해이므로 주주인 X가 그 손해가 경제적으로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사유만으로 직접 A회사와 Y에 대하여 자기 주식인 수액 상당액을 손해라고 하여 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說示하고, 「Y의 위 금원횡령이 바로 A회사의 주주인 X에 대하여 일반불법행위로 된다거나 A회사의 불법행위로 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라고 判示하였다. 그리고 「X와 A회사 및 Y등 개인주주 사이에 체결된 합작투자계약의 내용중에서 이 사건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A등이 X에게 손해를 배상하기로 특약하였다는 근거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解 說】 一. 緖 論 本 事案에서 提起된 가장 중요한 問題는 商法 제401조1항에 株主의 間接損害도 포함되는지이다. 商法제401조1항은 「理事가 惡意 또는 重大한 過失로 인하여 그 任務를 懈怠한 때에는 그 理事는 第三者에 대하여 連帶하여 損害를 賠償할 責任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發起人에 대한 제322조 2항, 監事에 대한 제414조2항, 檢査人에 대한 제325조와 유사한 내용이며, 株式會社와 有限會社의 淸算人에 대하여는 제524조2항과 613조2항이, 그리고 有限會社의 理事에 대하여는 제567조가 각각 제401조를 준용한다. 우리나라 商法 제401조1항은 日本商法제266조의3과 대단히 유사하다. 우리나라와 日本의 이 규정들은 獨逸株式法제93조5항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래에서 본 判決의 立場과 이에 대한 反對說을 차례로 검토한 다음, 제401조1항의 立法趣旨에 대한 필자의 私見을 제시해 보기로 한다. 끝으로 본 判決의 結論에 대한 의문을 附記한다. 二. 大法院의 입장 본 判決은 이 문제에 대한 최근의 우리나라 大法院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大法院은 Y의 橫領으로 인한 損害는 法的으로 會社에 귀속하며, 株主 X가 이로 인하여 經濟的으로 損害를 입었더라도 X가 제401조를 근거로 그 賠償을 請求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損害가 經濟的으로 X에게 귀속된다면 X는 그 賠償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현행 不法行爲法의 태도이다. 舊民法의 규정에 나타난 바와 같이 「權利의 侵害」가 不法行爲의 成立要件이었다. 이 처럼, 損害를 입었더라도 이 損害가 權利로 인정된 利益의 侵害가 아닌 限 不法行爲의 成立을 否認하여 自由스러운 活動의 範圍를 넓게 확보해 주려는 것이 近代法의 입장이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이 權利가 法的으로 누구에게 귀속하느냐가 문제되어 이 權利歸屬者만이 그 侵害에 대하여 損害賠償請求權을 가진다는 論理가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不法行爲를 보다 널리 인정하여 經濟활동에 대한 法的規制를 활성화하는 경향에 따른 權利의 侵害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損害에 대하여 賠償의 請求를 허용하는 우리나라 現行民法에서는, 이 損害가 經濟的으로 X에게 귀속된다면 X는 그 賠償을 請求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順理에 맞을 것이다. 會社가 입은 損害는 實質的으로는 이 會社의 實體인 總株主가 입은 損害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會社가 입은 損害에 대하여 株主가 賠償을 請求함에 있어서는 會社의 規則을 따라야 한다. 會社의 運營過程에서 會社가 입은 損害는 總株主의 損害로서 會社機構를 통하여 加害者와 협상하고 賠償請求의 여부나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會社機構의 작용이 미흡할 때를 대비하여 少數株主의 留止請求權(제402조)이나 代表訴訟(제403조)이 규정되어 있다. 본건 第1審도 위 損害는 어디까지나 法律上 피고 會社가 입은 損害임을 이유로 請求를 棄却하면서도 「그렇게 해석하여야만 상법이 그 제402조, 제403조에서 소수주주에게 소정의 유지청구권과 대표소송권 등을 인정하고 있는 규정취지와 합치된다」고 附言하였다. 이리하여 會社의 損失이 報償되면 株主로서도 不滿을 호소할 근거가 해소될 것이다. 그리고 會社가 가지는 損害賠償請求權을 株主들이 행사하여 個別的으로 자신들의 損害의 塡補를 받는다면 會社의 財産이 流出되는 결과가 되어 會社債權者들에게 不利하게 될 것이다. 團體關係에서 발생한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그 構成員들은 團體的 制約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三. 反對의 입장(包含說) 이에 反하여, 우리나라의 通說은 본건과 같은 株主의 間接損害에 대하여 제401조에는 「第三者」의 範圍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代表訴訟은 少數株主만이 提起할 수 있고 擔保提供의 制約등이 있으므로」株主의 보호에 미흡하다고 하여, 상법 제401조의 적용을 주장한다(鄭東潤, 會社法〔三訂增補版〕, 1992년, 4백30면; 李泰魯·李哲松, 會社法講義 第五版 6백72면 등). 이러한 우리나라의 通說은 法定責任說에서 緣由하며 日本의 通說·判例와 같은 입장이다. 法定責任說은 제401조의 責任이 不法行爲責任과는 性質이 다른 法定責任이라는 견해이다. 日本의 最高裁判所 大法廷 1969년11월26일 判決의 입장이며 日本과 우리나라의 通說이다. 이 學說은 이 責任의 性質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法實證主義 입장으로서 實際問題들의 해결에 있어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결점이 있다(예를들면 過失相計). 日本最高裁判所 大法廷은 전술한 判決에서「株式會社가 經濟社會에 있어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株式會社의 활동은 그의 機關인 理事의 職務執行에 의존하는 것임을 고려하여 第三者保護의 입장에서 理事에게 惡意 또는 重大한 過失에 의한 〔會社에 대한 善管注意義務 및 忠實義務〕에 違反함으로써 第三者에게 損害를 입힌 때에는…당해 理事는 直接으로 第三者에 대하여 損害賠償의 責任을 져야 하는 것을 규정한 것이다」라고 說示하였다. 여기에는 第三者保護가 强調되어 있으나, 不法行爲法과 無關한 어떤 法源則이 提示되어 있지는 않다. 損害賠償責任은 當事者間에 이미 債權·債務의 法律關係가 있었는지의 與否에 따라 契約法上의 債務不履行責任과 不法行爲責任으로 分類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제401조가 규정하는 理事의 責任도 이 두 責任의 어느것과도 無關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法定責任이라고 해도 이들과 無關하게 法定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401조가 理事의 任務懈怠로 損害를 입은 第三者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해도 위의 債務不履行責任이나 不法行爲責任도 被害者에게 損害賠償請求權을 인정하는 것으로 被害者를 보호하는 面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法定責任說은 이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무력하다. 다음에 不法行爲法의 一般原則을 土臺로 商法 제401조의 立法趣旨의 규명을 試圖해 보기로 한다. 四. 商法 제401조1항의 立法趣旨 理事가 제401조에 의하여 第三者에게 責任을 지는 것은 그가 「惡意 또는 重大한 過失로 인하여 그 任務를 懈怠한 때이다. 그런데 그의 任務는 會社에 대한 任務이다. 그러므로 제401조가 규정하는 理事의 第三者에 대한 責任은 理事의 行爲로 會社에 損害가 발생하여 第三者도 이 때문에 損害를 입은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間接損害를 가리킨다. 理事는 본래 會社에 대하여 善管注意義務를 부담한다. 그는 주로 會社의 構成員인 株主들을 위하여 이들로부터 委任을 받아 會社業務를 執行한다. 그래서 상법 제399조는 理事의 會社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會社에 대하여는 株主들 以外에도 여러 層의 利害關係人들이 存在한다. 이들은 會社가 損害를 입으면 間接的으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會社의 社會經濟的 地位를 생각하면 理事는 副次的으로 이들의 利害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理事의 會社에 대한 任務懈怠가 惡意나 重過失로 인한 때에는 이러한 영향을 받은 第三者들에게도 直接的인 責任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拙稿, 理事의 第三者에 대한 責任에 관한 素描, 經濟法·商事法論集(孫珠瓚敎授停年記念論文集), 1989년 참조〕. 우리나라의 제401조1항이나 日本商法 제266조의3제1항이 모방했다고 생각되는 獨逸株式法 제93조5항도(그 2항에서 理事의 會社에 대한 責任을 규정한 후)「會社의 배상청구권은 會社의 債權者가 會社로부터 만족을 얻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會社의 債權者에 의해서도 行使될 수 있다. 但 이것은 제3항 이외에 경우에는 理事가 通常 그리고 良心的인 營業指揮者의 注意를 심히 違反한 때에 限하여 적용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商法제401조에 해당하는 日本의 商法제266조의 3제1항은 昭和25년(1950년) 改正前에는 「理事가 法令 또는 定款에 違反하는 行爲를 한 때에는 株主總會決議에 의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理事는 第三者에 대하여 連帶하여 損害賠償의 責任을 진다」고 규정하였었는데, 이를 解釋하여 大審院은 「理事가 會社의 機關으로서 職務를 執行함에 當하여 法令또는 定款에 反하는 행위가 있기 때문에 會社에 損害를 미치고 間接으로 第三者를 害한 경우… 第三者의 權利保護에 遺憾없도록 하려는 趣旨下에 設置된 規定이다」(大判 昭和15년(1940년)12월18일)라고 判示하여 間接損害限定說을 취했었다(大判 大正15년(1926년)1월20일, 大判 昭和8년(1933년)2월14일도 同旨). 日本의 現行商法 제266조의 3제1항은 「理事가 그 職務를 행함에 있어서 惡意 또는 重大한 過失이 있는 때에는 그 理事는 第三者에 대하여도 또한 連帶하여 損害賠償責任을 진다」(밑줄은 筆者가 친 것이다)고 규정한다. 理事의 行爲로 會社가 損害를 입지 않은 경우에도 第三者에게 損害(直接損害)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理事의 會社에 대한 任意懈怠를 요건으로 하는 제401조는 이 경우에 대하여 규정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경우에는 實際上으로도 商法제401조를 적용하여 Y의 輕過失에 의한 責任을 排除할 理由도 없다. 五. 본건 判決은 結論에 있어서도 疑問이 남는다. 合作投資契約에서 Y는 X에 대하여 個人的으로 義務를 부담하였다. Y의 위 橫領行爲는 이 義務違反으로 볼 수 없는지, 본 事案과 같이 2·3人의 同業을 實體로 하는 企業에 있어서는 이 문제를 重視해야 할 것이다. 
199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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