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05.9.15. 선고 2004다44971 전원합의체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
[판결요지]
비법인사단의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은 사단이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 그 명의로 하거나 구성원 전원이 필수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제기해야 한다. 총유재산의 보존행위로서 訴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1. 사건의 개요
Y종중의 소유이던 토지에 관하여 국가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유되었다. 그 후 Y종중 총회가 열리어 ① 위 등기는 종중 총회의 결의없이 전 대표자가 허위의 결의서를 작성하여 국가 앞으로 경유하여 준 것이므로 이의 말소등기를 청구하자, ② 甲을 종중의 새 대표자로 선임한다는 결의가 이루어졌다. 이에 의거 甲이 Y종중의 법적 성격을 비법인사단이라고 전제하고, 총유재산의 보존행위로서 그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써 개인 명의로 국가를 상대로 위 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법원에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대상판결 이전까지 비법인사단의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 중 보존행위로서 소를 제기하는 경우만은 구성원 일부가 이를 제기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94.4.26. 선고 93다51591 판결 등). 원판결(전주지법 2004.7.22. 선고 2003나7527 판결)은 그 태도를 따라 甲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국가가 상고하자 대법원이 대상판결로 위의 태도를 변경하면서 원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환송받은 원심은 이 소를 각하하였다.
2. 집단의 유형과 재산의 귀속관계
우리 사회에는 1) 法人法상의 집단, 2) 財産法상의 집단, 3) 가족법상의 집단 등 여러 가지 집단이 있다. 이 중 1), 2)만을 살펴본다.
법인법상의 집단이란 권리주체로 대우받는 집단, 즉 사단법인을 말한다. 법인은 등기 또는 등록(이하 등기만을 말함)을 요하는 재산에 관하여는 당연히 자체의 명의로 등기해야 한다. 법인과 회원 간의 법률관계는 법인법적인 법률관계이다.
사단법인 중에는 정규의 사단법인(이하 正사단법인이라 칭함)과 準사단법인이 있다. 법인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이에 더하여 관청의 설립허가를 얻고 설립등기를 마친 법인이 정법인이고, 법인으로서의 실체만 갖추고 허가와 등기를 갖추지 아니한 법인이 준법인이다. 학설겿퓐苛?준사단법인을 비법인사단이라 칭하면서도, 이에 정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정사단법인이나 다름없이 권리주체로 대우받고 있는 집단을 비법인사단이라고 칭하여서는 안 된다(김교창 ‘준사단법인인 교회의 분할’ 저스티스 통권 제98호(2007.6) 248면 이하). 그래서 필자는 이 집단을 준사단법인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재산법상의 집단으로는 비법인사단, 조합, 공유자 등이 있다. 비법인사단이란 단체성의 강도가 법인과 조합 중간 정도인 집단이다. 小종중, 연구회, 동호회, 번영회 등 중에 실제로 그런 집단이 존재하는데, 학설겿퓐歌?준사단법인을 비법인사단으로 칭하여 그 베일에 가려 버렸다. 비법인사단은 권리주체로 대우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체로서 재산을 소유하지 못하고, 구성원들이 총유의 형태로 소유한다(민법 제275조). 그렇지만 등기를 요하는 재산에 관하여 사단의 명의로 등기를 할 수는 있다(부동산등기법 제30조, 특허법 제4조 등). 이 사단은 소송법상 당사자능력도 가진다(민사소송법 제48조). 조합과 공유자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재산법상의 집단과 구성원 간의 법률관계는 재산법적인 법률관계이다.
3. 재산의 관리, 그 중 보존행위
재산의 관리란 재산의 유지, 보수, 이용을 말한다. 재산의 명의신탁과 이의 해지, 사용과 수익의 구체적 방법 결정(재산의 임대와 이의 해지, 총유재산의 경우 이를 구성원들만이 사용할 것인가, 구성원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어떤 요건을 정하여 사용하도록 할 것인가 등), 관리에 관한 사무의 담당자(대표자, 자체의 관리기구, 전문관리업자 등 중 어느 하나) 결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보존이란 관리 중 유지와 보수를 말한다. 총유재산의 현상이나 권리관계가 멸실, 훼손되거나, 침해당할 경우, 그런 위험에 처할 경우에 이를 원상으로 회복하고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사실상, 법률상의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총유재산의 등기가 원인없이 타인명의로 이전등기된 경우에 이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의 제기가 보존행위의 대표적인 예이다.
정사단법인의 재산은 대표자가 법인을 대표하여 관리한다. 법인의 중요한 사항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해야 하지만(민법 제57조 내지 60조), 재산의 관리는 중요한 사항에 속하지 아니하므로 그 결의를 요하지 아니한다. 보존행위, 보존행위로서 소를 제기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준사단법인에게는 설립허가와 설립등기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정사단법인에게 적용되는 규정들이 그대로 적용된다. 위 민법의 규정들은 준사단법인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비법인사단의 총유재산은 구성원 전원 또는 사단의 대표자가 관리하는데, 법인의 경우와 달리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민법 제276조 제1항, 참고판결 대법원 1993.1.19. 선고 91다1226 전원합의체판결, 동 1978.5.27. 선고 73다47 판결). 여기에서 한 가지 강조할 것은 사단의 대표자가 관리한다는 말은 대표자가 그 개인의 명의가 아니라 사단의 명의로 관리한다는 점이다. 관리 중 보존행위도 예외가 아니다. 보존행위 역시 구성원 중 1인(그 1인이 대표자라도)이 할 수 없고, 구성원 전원 또는 사단의 대표자가 사단의 명의로 총회의 결의를 거쳐 실행해야 한다. 민법 제276조 제1항에 보존행위만은 달리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지 아니한데, 그것은 비법인사단은 공유자나 조합에 비하여 단체성이 강하고 구성원들의 총유재산에 대한 지분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데서 나온 당연한 귀결이다. 조합과 공유자는 단체성이 약하여 어차피 자체로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으므로 법이 보존행위만은 구성원 중 1인이 실행할 길을 특별히 열어 놓았는데(민법 제265조 단서, 제272조 단서), 이들에 관한 예외적인 규정을 단체성이 강한 비법인사단에 준용할 수 없다(최안식 ‘종중재산의 보존행위에 대한 구성원의 원고당사자 적격’ 법률신문 2007. 5.14.일자 14면 이하.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임. 최 교수는 총유재산에 관하여도 구성원 1인에게 보존행위를 할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법인사단이 보존행위를 할 때에 그러면 그때마다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할까?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풀이한다. 사단의 설립 당시에 이미 사단이 대표자에게 그런 권한을 수여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보존행위마저 그때마다 총회의 결의를 요하도록 하면, 위법한 상태를 적법한 상태로 돌려놓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하게 될 염려가 크다. 혹시 구성원 중 반 넘거나 반에 가까운 구성원이 별도의 단체를 만들어 원인없이 그 앞으로 이전등기를 경유한 경우 말소등기청구를 할 길이 없다. 비법인사단의 경우 구성원 총회를 열기도 쉽지 아니하고, 결의를 이끌어내기는 더욱 쉽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4. Y종중의 법적성격 등
1) Y종중의 법적 성격은 준사단법인이다. 재산의 관리(그 중에 보존행위 포함됨)는 당연히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명의로 해야 한다. 그리고 대표자가 관리행위를 하는 데 총회의 결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 甲은 당초부터 원고를 Y종중, 그 대표자 甲이라 표시하여 제소하였어야 한다. 甲 개인 명의로 제소한 것은 잘못이다.
Y종중의 법적 성격이 실제 비법인사단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보존행위를 구성원 개인이 할 수는 없고, 구성원 전원 또는 사단이 그 명의로 해야 한다. 다만 총회의 결의를 거칠 필요는 없다.
소송 도중 甲이 원고를 종중으로 변경하는 길, 종중이 독립당사자로 참가하고 甲이 소송에서 탈퇴하는 길 등을 소송법이 열어주었더라면 甲과 Y종중이 그런 길을 택하였을 것이다.
2) 참고판결(대법원 1995.9.5. 선고 95다21303 판결)을 하나 소개한다. T老會에 소속된 支교회가 재산을 담임목사이던 乙에게 명의신탁하여 등기를 경유해 놓고 있었다. 그런데 乙이 구성원 일부를 이끌고 원고교회를 떠나 별개의 교회를 설립하자 위 支교회가 乙을 상대로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위 支교회 앞으로의 이전등기를 청구하였다. 대법원은 원고교회의 법적 성격을 비법인사단으로 파악하고 이 소 제기에 총회의 결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소 각하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교회의 법적 성격은 준사단법인이다. 소의 제기에 총회의 결의는 필요없다. 원고교회의 법적성격을 실제 비법인사단으로 파악하더라도 이 사안의 경우에는 총회 결의가 필요없다. 해지사유의 발생으로 이미 해지되었다고 풀이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고교회가 乙에게 명의신탁한 것은 乙이 그 구성원이라는 것이 전제이었는데 乙이 그 지위를 떠난 것이 해지사유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원고교회의 법적 성격을 오해한 잘못과 신탁계약의 해지에 관한 판단에 미진한 면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