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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회생
-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55143 판결의 비판적 검토 -
쌍무계약, 신용거래, 그리고 채권자평등주의
[사안의 개요] 원고는 건축자재 도·소매업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건축자재 수·출입업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와 피고는 2014년 6월 17일 피고가 원고에게 건축자재를 공급하는 계약('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약기간은 2014년 7월 1일부터 2년으로 하되 상호 협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에게 제품대금 정산을 위한 보증금으로 1억 원을 지급한다. 위 보증금은 계약 해지 시 10일 이내에 반환받을 수 있다. 원고는 보증금 범위에서 제품을 주문할 수 있고, 주문한 제품의 대금이 보증금을 초과하면 초과 금액을 먼저 입금한 후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원고가 대금을 사전에 서면 양해 없이 임의로 30일 이상 연체할 경우 피고는 미수금 총액을 보증금에서 우선 변제한다. 본 계약서 조항을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보증금 이상의 피해를 주었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2014년 6월 30일 피고에게 보증금 1억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2014년 9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 위 법원은 2014년 11월 3일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였고, 2015년 4월 22일 회생계획인가결정을 하였으며, 2016년 6월 29일 회생절차종결결정을 하였다. 피고의 대표이사이자 관리인인 소외인은 2014년 12월 5일 원고와 물품을 계속 공급하기로 협의하였다. 원고는 2016년 5월경 최종적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대금을 결제한 다음 2016년 6월 24일 피고에게 2016년 6월 30일 계약기간이 만료한 후 재계약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2016년 7월 10일까지 보증금 1억 원을 반환할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자 원고는 피고에게 보증금 1억 원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의 경과]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공익채권이라고 보았다(원고 승소). 1심과 원심의 입장도 같다.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보증금은 이 사건 계약 제4조에서 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원·피고의 별도 의사표시 없이 물품대금 지급에 충당되므로, 보증금은 물품대금에 대한 선급금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채권과 이행·존속상 견련성을 갖고 있어 서로 담보로서 기능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공익채권에 해당한다." [평석] 필자는 대상판결에 반대한다.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채권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견련성 개념의 혼동 대상판결은 견련성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관련 도산법 법리는 쌍무계약상 두 채무의 이행·존속상 견련성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보증금반환의무와 매매대금지급의무 사이에는 이행·존속상 견련성이 없다. 미지급 매매대금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견련성이 존재할 뿐이다. 두 견련성 개념은 구분해야 한다. 쌍무계약에서 이행·존속상 견련성의 경우 계약당사자 모두가 담보적 기능을 누린다(쌍방향의 담보적 기능). 이에 반해 공제법리에서 견련성의 경우 일방당사자(이 사건의 경우 피고, 임대차계약의 경우 보증금을 수령한 임대인)만 담보적 기능을 누린다(일방향의 담보적 기능). 이 사건 계약조항에 따르면 -계약해석 상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피고 측의 이행선택에 따라 피고가 계속 물품을 공급하는 경우, 원고는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선납한 보증금에서 공제하라고 주장할 수 있다. 원고는 1억 원의 보증금 한도에서 추가 출연없이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의 관리인은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을 선택하는데 매우 신중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는 대금지금 없는 '물품공급'을 보장받은 것이지, '보증금반환'을 보장받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보증금반환채권을 공익채권으로 구성할 수는 없다(참고로 이 사건에서 원고는 선납한 보증금에서 물품대금을 공제하라고 주장하지 않고, 개별 물품대금을 지급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였다). 2. 관리인의 이행선택이 갖는 법적 의미 관리인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이행을 선택하면 도산채무자의 채권과 이행·존속상 견련성이 있는 계약상대방의 채권이 공익채권이 된다(회생파산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회생파산법은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을 도산절차 내부에서 실현함으로써 도산재단을 극대화하기 위해 계약상대방의 채권을 공익채권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이 사건 계약 종료 후 비로소 발생(또는 변제기가 도래)하는 권리이다. 관리인은 계약내용 실현을 위해 이행을 선택한 것이지, 계약종료 후 원상회복 법률관계의 실현을 위해 이행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근거로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이 공익채권으로 격상될 수 없다. 공익채권으로 격상되는 것은 원고의 물품공급청구권이다. 3. 관리인이 새롭게 체결한 계약처럼 취급?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계약은 마치 관리인이 새롭게 체결한 계약처럼 취급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근거로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상대방이 선이행을 하였다면, 해당 급부의 원상회복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봄이 타당하다. 도산재단은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해당 급부를 수령하였다. 계약이 해제된다면 상대방의 부당이득청구권은 도산절차개시 후 발생한 것이다. 이 경우 상대방은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믿고 선이행을 하였으므로, 즉 채무자가 도산절차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계약내용대로 관리인이 채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정당하고 보호가치 있는 기대 하에 선이행을 한 것이므로, 나중에 어떠한 이유로든 해당 계약의 실현이 좌절되어 원상회복청구권이 발생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해당 급부의 원상회복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봄이 공평하다. 그러나 도산절차개시 전 상대방의 선이행은 사정이 다르다. 관리인이 이행선택을 함으로써 계약상대방에게 신뢰를 부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채무자의 자력을 믿고 선이행을 하였다. 그런데 채무자는 상대방의 기대와 달리 도산절차에 들어가게 되었다. 상대방이 지급한 대금은 채무자의 일반재산에 혼입되어 채무자에 대한 모든 채권자들이 공취할 수 있는 책임재산이 되었고, 이러한 책임재산이 도산재단을 구성하게 되었다. 이 경우 선이행을 한 상대방은 채무자와 계약관계를 맺은 다른 일반채권자들과 마찬가지로 신용거래에 따른 위험을 부담함이 공평하다. 일반채권자들은 채권자평등주의에 따라 도산절차 내에서 도산채권자가 되어야 한다. 설령 관리인이 이행선택을 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선이행 급부의 반환이 문제되는 상황이라면, 선이행을 한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신용거래의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비록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계약이 해제(해지)되어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발생하였더라도, 도산절차개시 전에 채무자가 급부를 수령하였으므로 채권발생의 법적 원인은 도산절차개시 당시 이미 존재하였다고 구성할 수 있다. 4. 관리인이 해지권을 행사한 경우와의 균형? 대상판결 사안에서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지 않고 해지를 선택하였다면, 상대방의 원상회복채권은 공익채권이므로(회생파산법 제121조 제2항) 원고는 보증금반환채권을 공익채권으로 행사할 수 있는가? 공익채권으로 행사할 수 있다면,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후 계약이 기간만료 또는 해지로 종료된 경우 상대방의 원상회복채권도 공익채권으로 봄이 균형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타당하지 않다.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하여 관리인에게 해제권을 부여하고 관리인의 해제에 따른 상대방의 원상회복청구권을 환취권 또는 공익채권으로 보는 현행법(해제권 구성)은 입법론의 관점에서 부당하다(구체적 이유의 제시는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따라서 해제권 구성에 따른 법률효과를 준거점(reference point)으로 삼아 다른 문제상황에서도 그와 유사한 법률관계를 도출하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다. 법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결론과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면, 일시적·표면적으로는 정합성이 달성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문제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雪上加霜). 또한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 도산 시 임대인의 관리인이 계약해지를 선택한 경우(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을 전제)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파산)채권이라는 것이 대체적 견해이다. 그렇다면 대상판결 사안에서 관리인이 해지를 선택하였다고 해서 상대방의 원상회복 채권이 공익채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5. 임대인의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경우와 비교 임대차계약 상 임대인에 대하여 도산절차가 개시되었고 임대인의 관리인이 임대차계약의 이행을 선택하였으며 그 후 기간만료 등으로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경우,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채권이라는 것이 다수설 및 실무의 입장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실무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최준규 교수(서울대 로스쿨)
신용거래
보증금반환채권
회생채권
도산
최준규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11-29
함영주 교수(중앙대 로스쿨)
조정의 본질과 효력
1. 대상판결의 개요 (법률신문 10월 9일자 보도) (1) 사실관계 K씨는 J금속에게 2억여 원의 물품대금 채무가 있어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의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그 후 K는 J금속을 상대로 J금속의 자신에 대한 물품대금채권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며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등기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에서 J금속이 K가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주장하자 K는 S를 증인으로 채택하여 자신이 시효이익을 포기한 사실이 없다는 증언을 하도록 하여 J금속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 판결에 기하여 K는 C신용조합에게 지상권설정등기를, D에게는 근저당설정등기를 해 주었다. 그러나 K와 S는 이후 위 사건에서의 위증으로 유죄판결을 받게 되었다. 다시 J금속은 K를 상대로 확정된 위 판결에 대한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고, 소송계속 중에 J와 K는 재심대상판결을 취소하고 K는 말소등기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임의조정이 성립되었다. J금속은 C신용조합과 D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회복등기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1심은 확정판결을 취소하는 조정조항은 효력이 없고 확정판결의 효력은 재심의 소에 의해서만 배제(취소)될 수 있다고 하여 J금속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나, 2심은 재심청구가 인용될 것으로 판단하여 이루어진 조정의 경위를 감안할 때 조정조서가 준재심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는 이상 조정조서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하여 J금속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 2010다97846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조정의 대상인 권리관계는 사적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므로, 성질상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사항을 대상으로 한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는 허용될 수 없고, 설령 그에 관하여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였더라도 효력이 없어 당연무효라고 판시하였다. 2. 본 사안의 쟁점 (1) 조정의 본질 1) 이른바 조정재판설 조정을 재판의 일종 또는 판단작용의 일종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는 조정을 당사자가 아니라 조정인(조정기관)이 절차를 주재하고 조정인이 옳다고 판단하는 조정안을 당사자들에게 제시하여 설득해 나가는 절차로 인식한다. 조정의 중점은 당사자 간의 합의보다 조정기관의 공권적 판단에 있으며 조정은 당사자 간의 합의를 조정조서에 기재하는 재판이라고 생각하며 신속한 분쟁종결이 강조된다. 우리 민사조정법 제30조에서 조정담당판사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설의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conciliation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보기도 하나, 조정조서에 재판상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우리 특유의 제도로 볼 수 있다. 2) 조정합의설 당사자 간 합의가 조정의 본질이라는 입장이다. 절차는 조정당사자가 주도해 나가며, 조정인은 철저히 조정을 촉진하는 사람(facilitator) 또는 중개하는 중립인(neutrals)이 된다. 법원 연계조정의 경우에도 조정인의 조정은 법원의 재판과 철저히 분리되고, 조정당사자의 비밀은 철저히 보호된다. 이 입장에서는 조정인의 이해관계조절능력과 협상능력을 강조하며, 조정인의 조정인 자질에 대한 평가를 엄격히 하는 특징이 있다. 조정실적을 높이기 위한 당사자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박(coercion)이나 합의에 기초하지 않은 절차진행이나 결정은 허용하지 않는다. 외국의 mediation이 여기에 속한다. (2) 조정의 본질에 대한 대법원의 관점 대법원은 조정의 대상인 권리관계는 사적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며, 기판력이 있는 확정판결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조정은,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없는 확정판결의 효력을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부정한 것으로, 조정의 효력 또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보았다. 대법원의 입장은 일견 조정재판설과 조정합의설 중 그 어느 것과도 어울릴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조정합의설만이 아니라 조정재판설에 의하더라도 조정의 대상이 되는 권리관계가 당사자가 조정에 임할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처분권이 인정되는 범위 내)여야 한다고 보는 점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판례의 논지만으로 대법원이 조정의 본질을 재판으로 본 것인지 합의로 본 것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법원이 철저한 조정재판설을 취하는 경우라면 전소의 확정판결 이후 행해진 당사자들의 임의조정은 전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받게 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을 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기판력은 법적 평화와 법적 안정이라고 하는 소송법상, 공법상의 필요에서 인정되는 규준성으로 직권조사사항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신청에 의해 또는 직권으로 조사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거나(한정설) 또는 직권탐지주의와 변론주의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 것(중간설)으로 법원이 일정한 조치를 하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확정판결과 상반되는 내용의 조정자체는 성립될 수 있다고 보면서, 그 확정판결과 조정 간에 기판력 저촉의 문제가 생긴다는 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조정합의설을 소극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입장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해석해 보면 조정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처분권을 가지는 권리관계를 조정합의에 의하여 정하는 것이고 확정판결의 취소를 합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조정의 본질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의 입장이 조정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 역시 가능하다. 대법원은 확정판결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조정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을 뿐, 확정판결과 상반되는 내용의 후속조정이 성립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판단대상으로 삼지 않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조정의 본질을 무엇으로 보든 조정이 재심절차의 대용으로 기능할 수는 없다는 주장만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주장은 기판력의 저촉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를 숙제로 남긴다. 필자는 대법원이 확정판결의 취소는 재심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확정판결의 취소를 당사자들의 순수한 합의에 기초한 조정합의로 취소하는 것은 조정의 본질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취소하는 내용의 조정이 있었고 그 조정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기판력의 저촉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하여 적당한 조치를 취하여야 했음에도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3. 결어 우리 민사소송법은 화해·청구의 포기·인낙조서(조정조서 포함)에 흠이 있는 경우 무효·취소의 주장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하여, 1961년 민사소송법 개정 이래 소송행위설을 취하여 준재심에 의해서만 이를 다툴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판례는 화해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경우나 반사회적인 경우에도 그 화해가 무효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점차 확대되어 민사조정에도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었고, 심지어 법원을 완전히 벗어나 행해지는 각종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에도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 조정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하여 생각하게 해주는 본 건 판결은 앞으로 우리의 조정제도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냐의 문제와 맞물려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조정을 재판의 일종이나 재판의 변형된 형태(판결문을 쓰지 않는)로 보는 입장(조정재판설)은 조정제도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조정의 실제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수없이 반복되는 소모적인 분쟁을 당사자 간의 합의로 또는 적극적 불합의는 아닌 선에서 못이기는 척 마무리하도록 하는 것도 사회와 당사자들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데 조정을 당사자 간의 합의에 기초하여야 한다는 입장(조정합의설)은 조정의 원래의 효용증대와 함께 조정이 교섭력이 약한 당사자들을 억압(coercion)하는 제도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한다. 이는 기존의 분쟁해결절차가 지나치게 대결위주로 분쟁을 신속히 종결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소송의 반복(상소심 등)이 만연하게 되었고 결국 분쟁의 신속한 해결조차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분쟁은 신속히 해결하기 위하여 압박을 하면 할수록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발되는 특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즉, 현재의 우리의 소송현실은 법원의 신속한 사건처리에 대한 부담과중과 그로 인한 불충분한 심리로 오히려 분쟁이 확대되어 한 심급만 보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되었지만 전 심급을 통산하면 분쟁해결의 총시간은 더욱 길어졌다는 것이다. 필자는 후자의 입장에 서고자 한다. 왜냐하면 엄격한 처벌만으로 범죄의 수가 줄지 않듯, 흠이 있는 상태로 종결된 민사절차를 기판력을 인정하는 제도로 막는다고 하여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소송사건이 줄어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분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해·포기·인낙·조정조서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인정한 것이 오히려 소송심리를 더욱 충실히 하거나 조정에 노력을 기울여 분쟁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동기를 약화시킨 면은 없는지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손쉽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무기를 옆에 두고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자제를 계속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우리의 조정절차가 mediation절차의 장점을 좀 더 수용하고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절차로 발전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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