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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
의료과오소송에서 증명책임의 경감
1. 사실관계 원고는 2013년 7월경 피고로부터 추간판 절제술과 인공디스크 삽입술 등을 시행 받았다. 피고가 시행한 전방 경유 요천추 추간판 수술(이하 '전방 경유술'이라고 한다)의 대표적인 합병증은 비뇨기관과 성기관 등에 분포하는 상하복교감신경총의 손상이고 위 신경총에 손상이 가해지는 경우 남성에게는 역행성 사정이 발생하는바 원고는 위 수술 후 사정장애 및 역행성 사정 등의 증상(이하 '이 사건 장해'라고 한다)을 보이고 있다. 2. 소송의 경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인천지방법원은 2014가합3052 판결로 원고가 이 사건 수술 직후 그 장해 진단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 부위의 밀접한 연관성 등으로 미루어 이 사건 수술과 장해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되었을 가능성이 희박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장해는 피고가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의 과실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라고 추정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2016. 12. 8. 선고된 2016나2021634 판결(이하에서는 '원심판결'이라고 한다)에서 제1심 판시와 비슷한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은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이라고 한다)로 원심이 의료소송에서의 증명책임, 과실과 인과관계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피고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가.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이 완화된다. 나.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과실, 그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문제된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 의료행위로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는 때에도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 후유장해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 다. 피고가 전방 경유술을 택한 것이 의사에게 인정되는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거기에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고 수술 중에 위 신경총이 손상되어 이 사건 장해가 발생하였다고 보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의 과실을 추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장해는 전방 경유술에 따른 일반적 합병증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신경손상을 예방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 신경손상과 그로 인한 역행성 사정 등의 결과가 수술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나 피고의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4. 검토 의료행위의 전문성과 진료과정의 밀실성, 그에 따른 증거의 편재성 등으로 일반인이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 발생 사실을 명확히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송을 통한 손해의 공평 분담을 위해서는 환자 측의 증명책임을 경감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대법원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실상 추정론'에 근거하여 간접사실에 경험칙을 적용하여 과실과 인과관계를 동시에 추정하는 방식으로 과실 등에 대한 증명책임을 경감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일반인의 상식'에 기초하여 과실을 증명한 후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방식에 따른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이 선고되었고 영미법상의 일반상식론(Common knowledge theory) 또는 사실추정칙(Res Ipsa Loquitur Doctrine)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위 판결은 그 의미 등에 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료소송에서의 증명책임 경감에 관한 획기적인 판례로서 수많은 관련 사건에서 인용되고 있다. 한편 위 93다52402 판결 이후에도 간접사실에 의하여 과실과 인과관계를 동시에 추정하는 방식을 보충적 또는 병존적으로 사용하는 판결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간접사실들이 의사의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정도로 개연성이 담보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거나 발생된 악결과가 통상의 합병증인 경우에는 과실 추정이 불가하다고 하는 등으로 증명도를 더 높임으로써 증명책임 경감에 역행하는 듯한 재판례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 대상판결 역시 그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바 그 판결에는 아래와 같은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 대상판결은 판시내용 등으로 미루어 간접사실에 의한 동시추정 방식에 따른 것으로 보임에도 그와 관계없는 93다52402 판결을 원용함으로써 증명책임 경감의 방식에 혼란을 야기한다. 위 판결과 Common knowledge theory나 Res Ipsa Loquitur Doctrine의 연관성으로 미루어 그 법리는 극히 예외적인 의료과오사건에 적용될 수 있을 뿐임에도 그와 무관한 사안에까지 무분별하게 그 판지를 원용함으로써 과실 증명을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93다52402 판결이 의사의 과실이 명백한 일부 사안에서라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일반인의 상식에 반하는 과실'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의료행위 준칙을 제시하는 노력을 하든가 증명책임 감경에 관하여 종전의 동시추정의 방식으로 일원화하는 결단을 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동시추정의 방식에 과도한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은 동시추정의 방식을 채용하면서도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였고 그 입장은 그대로 대상판결에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나 동시추정의 방식에 한계가 있음을 밝힌 재판례 사안들 대부분은 '다른 원인 개입가능성의 배제 불가'라는 사정과 관련되어 있는바 인과관계만 인정되면 무제한 확장이 가능한 '다른 원인'의 인정 여부에 관하여 법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 진료 정보와 의학지식 측면에서 현저하게 열세인 환자 측에게 그 개입가능성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위험영역설이나 증거거리설에 비추어 너무 부당하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2002다45185 판결 입장은 부당하고 이와 궤를 같이하는 대상판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셋째, 환자 측에게 의사의 과실 등과 관련하여 너무 높은 증명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은 피고가 신경손상 위험이 없는 후방 경유술이 가능함에도 그 위험이 따르는 전방 경유술을 시행한 것은 의사의 재량으로 과실 인정과는 무관하고 후유장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한 그 발생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재량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부과되거나 그 수위가 더 높아져야 하는 점, 후유장해가 발생한 영역이 의사가 지배하는 범위 안에 있는 점, 정보나 증거 측면에서 후유장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 범위 내라는 의사의 증명이 환자가 그 반대사실을 증명하는 것보다 훨씬 용이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장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 범위 내라는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을 의사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옳다고 보여지므로 위 장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대상판결의 견해에는 역시 동의할 수 없다. 나아가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와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조물책임법 제3조와 제3조의2,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등에서 무과실책임이나 인과관계의 추정 등을 규정하고 있는 점, 의료소송의 경우 진료계약이 체결된 사람들 사이의 분쟁일뿐더러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이나 치과 보철치료 등과 같이 결과채무로 파악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적지 않는 등 의료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이 환경침해소송 등보다 더 높아야 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과실 등에 관한 증명책임 전환에 관한 법해석론 또는 입법론적 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김태봉 교수(전남대 로스쿨)
의료소송
입증책임
의료과실
김태봉 교수(전남대 로스쿨)
2020-10-15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원장)
국가배상책임상의 주관적 책임요소와 법치국가원리적 문제점
대법원 2014.10.27. 선고 2013다217962판결 Ⅰ. 대법원 2014.10.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의 요지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구 대한민국헌법(1980.10.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4.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결정 참조). 그러나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하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피고인이나 그 상속인은 일정한 요건 아래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그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Ⅱ. 문제의 제기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의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인정에 있어서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할 것을 요구한다. 국가배상책임의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는 국가배상법이 대위책임적 구조임을 분명히 한다. 일반적으로 과실의 객관화의 관점에서 가해 공무원의 주관적 책임요소의 비중을 나름대로 저하시켜 왔지만, 판례는 전체적으로 과실책임주의를 강조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런 태도는 어떠한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새로이 고의·과실의 유무를 엄격히 검토하여 국가배상책임을 부인한 데서도 극명히 확인할 수 있다(대법원 2007.5.10. 선고 2005다31828 판결 등). 엄혹한 지난 시절의 긴급조치 그 자체에 대해서는- 비록 심사관할의 다툼은 있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지속적으로 위헌, 무효로 판시함으로써, 사법적 판단은 이미 내려졌다. 하지만 국가배상책임과 같은 후속적 물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가배상책임의 인정에서 종종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곤 하는 국가배상법상의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를 법치국가원리의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Ⅲ. 현행 국가배상법 및 헌법상의 배상책임의 성질 주관적 책임요소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현행 국가배상법상의 배상책임시스템은 분명 대위책임적 구조이다. 국가배상법의 구체적 법상황이 어떤 시스템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착안점이긴 해도, 그것이 헌법상의 본질을 전적으로 좌우할 순 없다. 여기서 헌법상의 배상책임시스템이 국가배상법상의 그것과 동일한지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는 1948.7.17.에 시행된 -지금의 제29조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제헌헌법 제27조가 마련된 다음, 국가배상법이 1951.9.8.에 제정·시행되었다. 국가배상법이 마련되기 전에는 민법의 불법행위론이 주효하였다. 국가배상법제의 형성에서 민법의 불법행위책임에서 출발한 독일과 왕정의 전통에서 국가배상법이 구축된 일본과 다른 역사를 가졌다는 것은 중요한 착안점을 제공하다. 우리의 경우 헌법상의 배상책임구조를 국가배상법상의 대위책임으로 전개할 필연적 이유가 없다. 헌법상의 배상책임의 성질을 독일과는 달리 국가배상법상의 그것과 분리시켜 검토할 수 있다. 따라서 헌법 제29조 제1항상의 불법행위를 고의나 과실이 전제된 위법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는 명문에 반한다. 헌법학의 문헌에선 헌법상의 국가배상책임시스템이 자기책임이라는 입장이 다수이다. 국가배상에서 헌법이 자기책임적 기조를 지향할 경우, 하위법인 국가배상법의 대위책임적 구조는 조화되지 않는다. 이런 괴리는 당연히 국가배상법에 대해 위헌시비를 야기할 수 있다 Ⅳ. 법치국가원리적 차원에서의 문제점 법치국가원리는 국가에 대해, 그의 위법한 행위의 결과를 가능한 광범하게 제거할 것과 위법하게 행사된 공권력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국민에게 효과적인 상당한 손해보전을 행할 것을 명한다(BVerfGE 94, 100(103)). 국가배상책임제도는 법치국가원리와 (재판청구권을 통한) 권리보호보장을 보충하고 구체화한다. 위법한 행위로부터 비롯된 손해는, 행정소송(특히 취소소송)을 통해선 전혀 메워질 수 없거나 단지 국소적으로만 메워질 수 있다. 이런 법체계상의 흠결을 헌법 제29조의 국가배상책임제도가 메운다. 즉, 2차적 권리보호수단으로서의 국가배상책임제도는 1차적 권리보호를 필수적으로 보충한다. 그런데 국가배상법상의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는 행정소송상의 위법성판단과 국가배상법상의 (직무행위의) 위법성판단이 다르게 만들거니와(최근의 예로 대법원 2011.1.27. 선고 2008다30703 판결), 가해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의 존부가 국가책임인정의 궁극적인 기준이 되게 한다(최근의 예로 대법원 2011.2.24. 선고 2010다83298 판결). 이에 주관적 책임요소의 존재를 법치국가원리적 차원에서 심각하게 문제 삼아야 한다. Ⅴ. 맺으면서-근본적인 해결책의 모색: 주관적 책임요소의 삭제 국가배상법에 주관적 책임요소가 건재한 이상, 합헌적 법률해석마저도 한계를 지닌다. 현행의 행정구제의 문제점과 미비점은 법치국가원리의 관점에서 늘 성찰하여야 한다. 제도적인 국가책임의 보장인 헌법 제29조 제1항은 입법자가 넘을 수 없는 책임요건과 책임의 최소한의 보장을 포함한다. 판례가 때때로 이해하기 힘든 과실관(過失觀)을 드러내거니와(대법원 1995.7.14. 선고 93다16819판결), 이제는 국가배상법제에서 주관적 책임요소와 절연하는 문제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지금도 일부 구동독지역에 통용되고 있으며, 과거 서독국가책임법의 모델이 되었던 구동독의 국가책임법(제1조 제1항)은 물론, 스위스 국가배상법(제3조 제1항)은 공무원의 유책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아가 유럽연합법의 배상책임 역시 그러하다(유럽연합운영방식조약(AEUV) 제340조 제2항). 엄혹한 지난 시절의 결과로써 법학적 형식주의와 정치적 실질주의는 종종 충돌하곤 하는데, 지나간 역사와 현재의 문제 상황에 대해 반복된 물음을 제기하여 법치국가원리적 대응을 마련하여야 한다. 긴급조치와 관련한 사법적 판단과 역사적 판단의 간격은 어떤 식이든 법치국가원리의 차원에서 메워야한다. 그러나 군 정보기관이 법령상의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에 관한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관리한 사건을 민사상의 불법행위 문제로 다룬 대법원 1998.07.24. 선고 96다42789 판결이 보여주듯이, 국가배상책임제도는 공법제도로 확고히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바삐 공법제도로서의 본연에 맞춰 국가배상책임제도에서 기왕의 민사불법행위적 기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상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 Ⅱ(2009), 151면 이하).
2015-10-12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불허되는가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및 전개과정 원고(남편) 피고(아내)는 1976. 결혼하여 3명의 성년 자녀를 두고 있다. 한편 갑은 1998.경부터 소외 갑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오다가 갑과의 사이에 딸 을을 낳았다. 을은 현재 미성년 상태이고 원고는 2000. 1.경 피고와 살던 집에서 나와 갑과 15년 동안 동거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법원과 원심(2심) 법원은 원고가 혼인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2015. 6. 26. 공개변론 등을 거치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한 후 2015. 9. 14.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의 주된 이유와 반대의견 우리 이혼법제는 유책배우자도 협의이혼이 가능하고,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며, 중혼에 대한 형사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위험이 있고, 우리 사회가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여 종래의 대법원 판례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다만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된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실질적인 이혼상태에 있는 부부공동생활관계에 대해 이혼을 인정함으로써 법률관계를 확인?정리하여주는 것이 합리적이고, 혼인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탄상태에 이르러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이상, 귀책사유는 혼인해소를 결정짓는 판단기준이 되지 못하며, 귀책사유에 대해서는 이혼에 따른 배상책임 및 재산분할 등에 충분히 반영함으로써 상응한 책임을 물어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음을 이유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1) 우선 우리 민법 제840조에서는 재판상 이혼사유로 6가지를 규정하면서 1호부터 5호까지는 유책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6호의 경우에는'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고만 규정한다. 따라서 법률의 규정 태도로 봐서 1호부터 5호는 부부일방에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더라도 유책성이 있는 경우에는 재판을 통해서 이혼을 허용하려는 것이다. 반면에 6호의 경우에는 유책성이 없더라도 혼인의 계속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혼을 허용하려는 취지로 봐야 한다. 혼인은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남녀의 결합으로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 정조의무를 부담하는 관계이다. 그러나 부부가 오랫동안 별거 등으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객관적으로 파탄된 경우에는 혼인의 기본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에까지 강제적으로 혼인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려는 것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제36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취지에도 반하게 된다. (2) 대상판결은 스스로 혼인의 파탄을 야기한 사람이 이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한다는 이유를 든다. 아마도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의성실이나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은 재산법에서 주로 문제되는 것이고 고도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가족법 분야에 있어서도 제한 없이 허용될 수는 없다.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을 이유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까지 박탈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실질적으로는 혼인이 파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만 혼인상태를 유지토록 하는 것이 과연 신의성실의 원칙에 맞는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3)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 현실인 만큼 유책인 남성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불허함으로써 여성 배우자를 보호하고자 한다는 대법원의 취지도 유책은 대부분 남자에게 있다는 과거의 도식을 그대로 전제하는 것은 물론, 상대배우자를 강제적으로 혼인관계에 묶어두어 형식만 혼인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여성보호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위자료 청구 등에 있어서 금액을 현실화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4) 우리 법제가 협의이혼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유책배우자에게도 이혼을 허용하는 길이 열려 있다는 판결이유는 경제력이 충분한 유책배우자의 경우에는 상대배우자의 모든 요구조건을 들어주어 이혼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경제력 유무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이혼여부가 달라지는 불평등을 가져오게 된다. 또한 유책배우자는 상대배우자의 어떤 요구라도 들어줘야 한다는 가혹한 희생을 전제로 한다. (5)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는 가혹조항을 두어 파탄주의의 한계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규정하며, 이혼 후 부양제도라든지 보상급부제도 등으로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임에 비하여 우리는 그러한 제도를 두지 않아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이나 자녀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우리 법제의 경우에도 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재산분할, 자녀에 대한 양육비 청구 등을 현실화함으로써 상대배우자 및 자녀의 장래에 대한 보장이 어느 정도 가능하고, 파탄주의를 취하더라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미성년 자녀의 이익을 위하거나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꼭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적으로 이혼청구를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행법의 해석으로도 얼마든지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6) 대법원은 파탄주의를 허용할 수 없는 이유로 중혼에 대한 형사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중혼상태에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계속적으로 중혼상태를 사실상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혼상태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혼상태를 제거함으로써 중혼을 금지하고 있는 법률의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와 유책배우자에 대한 이혼 허용여부는 사실상 관련성이 없다. (7) 우리 사회가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기 때문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유책배우자는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 배우자는 상대방으로 보호받아야 할 지위에 있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주장이다. 우리 사회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하여 여성의 사회진출이 뚜렷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거꾸로 유책배우자가 여성인 경우도 증가추세임은 분명하다. 더욱이 여성이 유책배우자이고 경제적인 능력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에는 상대배우자로부터 이혼을 거부당하면서 형식상 혼인상태를 강요당하는 인격 파탄의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 4. 결 론 혼인관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를 바탕으로 한다. 개인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 기해서 누구와 혼인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미 혼인관계가 사실상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에 의해서 혼인관계를 강제할 수는 없다. 또한 해소된 혼인관계가 이혼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정상화되는 것도 아니다.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허용하지 않아서 지나치게 가혹하다. 또 유책배우자는 대부분 남성이라는 전제에서 여성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여성이 유책배우자인 경우를 상정하지 못한 잘못이 있으며, 현행법의 해석으로도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비 등의 현실화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을 도외시했다. 사회·경제적으로 여성은 약자, 남성은 상대방이라는 구조적 틀 안에서 법률을 해석하는 것은 양성평등의 원칙에도 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사실상의 이혼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된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에게도 이혼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다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더라도 상대배우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까지 이혼청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법이 가혹조항을 두고 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015-10-05
김남진 전 고려대 교수(학술원 회원)
국가배상사건인가 일반민사사건인가
Ⅰ. 사건의 개요 (1) 원고는 1975.3.5. 지방토목기원보시보로 공직을 시작하였으며, ○○시청 허가민원과에서 근무하던 중 2002.11.1.자로 시행된 ○○시 소속 공무원에 대한 인사조치에 따라 ○○시 △△동사무소 주무로 전보되었다. (2) 피고는 1995.7.1.부터 1998.6.30.까지 민선1기 ○○시장으로, 2002.7.1.부터 현재까지 민선3기 ○○시장으로 근무하는 자로서 원고에 대한 인사권자이다. (3) ○○시는 1994.10. 경 ○○시 종합운동장건립계획을 세워 1995.6.22. 그 설계공모를 하였고, 피고가 민선1기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소외 1이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의 공모작을 선정하여 1996.11.19. □□건축사무소와 사이에 위 종합운동장에 대한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으로 위 건립계획을 추진하였다. (4) 원고는 2002.4.9.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부방위에 ○○시가 위 종합운동장 설계용역비를 지급한 것과 관련하여 피고, 전 ○○시 부시장, 건설교통국장, 시설공사과장 등 4명이 업체와 결탁한 비리의혹이 있다며 부패혐의대상자로 신고하였고, 이러한 신고 사실이 피고에게 통보되고, 언론에 공개되었다. (5) ○○시는 본청의 기구 중 2국 6과를 축소하고 2개 구청 12과를 신설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하기로 하고, 그 소속 공무원 중 약 75%에 해당하는 인원을 2002.11.1.자로 승진·전보시키거나 신규임용하는 인사안을 마련하여 시장인 피고의 결재를 받은 다음, 2002.10.22. 인사위원회의 심사의결을 거쳐 확정하였으며, 원고는 위 인사안에 따라 ○○시 △△동사무소 주무로 전보되었다(이하 '이 사건 전보조치'라 한다). (6) 원고는 2002.10.24. 이 사건 전보조치가 부패방지법(2008.2.29. 법률 제8878호로 폐지) 제32조 제1항의 신분상 불이익에 해당한다면서 부방위(부패방지위원회)에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하였고, 부방위는 2003.3.5. 피고에게 이 사건 전보조치가 위 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처분이라며 피고에게 원상회복에 상응한 인사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였다. (7) ○○시는 2004.9.1.자로 승진 및 전보인사를 하면서 원고를 △△동사무소에서 본청 건설교통국 건설과로 전보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원고를 △△동사무소 주무로 전보한 이 사건 전보조치는 원고가 피고를 부방위에 부패혐의자로 신고하였음을 이유로 한 보복적 동기에서 행하여진 조치로 위법하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전보조치는 인사권자인 피고의 권한에 기한 것으로서 피고의 업무불성실, 직원과의 불화 등을 감안한 정당한 인사조치였다고 다툰다. Ⅲ. 대법원의 판단(요지) (1) 공무원에 대한 전보인사는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공무원 관련 법령에 근거한 것으로서, 인사대상 공무원의 직급과 직종을 고려하여 그 직급에 상응하는 지위를 부여하고 인사대상 공무원의 전공분야·훈련·근무경력·전문성 및 적성 등을 고려하는 등 위 법령이 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보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인사권자는 위와 같은 법령의 제한 내에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는 바, 인사권자가 행한 전보인사는 법령이 정한 기준과 원칙에 위반하여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 (2) 공무원에 대한 전보인사가 법령이 정한 기준과 원칙에 위배되거나 인사권을 다소 부적절하게 행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그 전보인사가 당연히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고, 인사권자가 당해 공무원에 대한 보복감정 등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음이 명백한 전보인사를 한 경우 등 전보인사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그 전보인사는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당해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7.12.28. 선고 2006다3399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구 부패방지법(2001.7.24. 법률 제6494호, 이하 같다)에 따라 다른 공직자의 부패행위를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한 공무원에 대하여 위 신고행위를 이유로 불이익한 전보인사가 행하여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Ⅳ. 평 석 1. 국가배상법 우선적 적용의 필요성 이 사건에서 지방공무원인 원고는 인사권자인 ○○시의 시장인 피고를 상대로, "동사무소로의 전보조치가 보복적 동기에서 행하여진 조치로 위법하므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법원은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이 이유있는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 민법 제750조를 참조하고 있다. 필자는 이 점에 대하여 첫째로 의문을 가진다. 이 사건에서의 피고는 "○○시라고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며, 피고의 전보조치는 "공무원의 직무행위"이므로, 법원은 민법 750조가 아니라, 국가배상법을 우선 적용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동법은 제2조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제1항),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관련판례로서 "대법원 2007.12.28. 선고 2006다33999 판결"을 참조하고 있는 점에 대하여도 의문을 가진다. "2006다33999" 사건에서의 피고는 "사립의 학교법인"으로서, 국가배상법의 적용대상인 "국가" 또는 이 사건(2006다16215 판결)에서의 ○○시장이 속해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2. 가해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자는 그 가해공무원이 속해있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여야 하며, 만일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 경우에는, 가해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는 것이 국가배상법(제2조2항)이 정하고 있는 취지이다. 각국에 국가배상법(명칭은 여러 가지이다)이 제정되기 전에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자는 "가해공무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길 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되는 경우, 공무원의 소신있는 직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고, 충분한 배상을 받아내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그러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하여 "국가배상제도"가 탄생된 것이다(국가배상제도의 연혁, 기능 등의 상세는 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제14판, 2010, 529면 이하 참조). 위와 같은 관점에 입각할 때, 이 사건에서의 법원의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10-11-25
서혜숙 변호사(서울.kcl)
미국의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과 관련 판례들
I. 槪觀 정부는 지난 2001. 12. 증권관련집단소송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증권관련집단소송제도의 근본 취지는 증권시장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분식회계, 허위공시,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등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입게된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에게 효율적 구제 수단을 제공하고 이와 동시에 증권시장 및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하는데 있다. 그러나,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기업 비용의 증가, 경쟁력의 약화, 주가하락시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의 대외신인도 추락, 합의금 및 패소 비용으로 인한 기업의 집단도산 초래 우려 등의 이유로 이 제도의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여 왔다. 그런데, 증권집단소송제도를 이미 수십년 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미국의 경우, 증권집단소송이 전문적 원고(이른바’Professional Plaintiff’)들이 합의금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이들에 의한 남소가 만연됨으로 인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자 집단소송제도의 남용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입법과 사법 분야에서의 여러 시도들이 나타나게 되었는바,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1995년 제정된 증권민사소송개혁법(Private Securities Litigation Reform Act of 1995)이라고 할 수 있다. II.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과 관련 판례들 1.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의 제정前 미국 증권집단소송제도의 展開 우선 절차법적인 측면을 살펴보자면, 미국의 집단소송제도(‘class action’)는 미국연방민사소송규칙에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바, 동 민사소송규칙 제23조(a)는 집단소송이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제23조(b)는 당해 소송의 충분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집단소송의 성립을 위하여 동 규칙이 제시하고 있는 필요조건으로서는 다수성 요건(Numerosity), 공통성 요건(Commonality), 전형성의 요건(Typicality) 및 공정한 보호의 요건(Adequacy of representative)이 있고, 그외 판례법상 인정되고 있는 필요요건으로서는 구성원의 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는 요건과 대표당사자가 집단의 구성원이어야 한다는 요건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집단소송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들 요건 전부가 구비되어야 한다. 미국 증권집단소송의 실체법적인 근거는 1933년 제정된 증권법(Securities Act of 1933)과 1934년 제정된 증권거래법(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증권거래법은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고 있고, 그 내용은 증권거래위원회 규칙(‘SEC Rule’)에 자세히 규정되어 있다. 이들 법과 규칙 중 증권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것은 허위공시와 기망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증권거래법 제10(b)와 SEC Rule 제10(b)-5인데, 이들 규정은 단독으로 혹은 다른 규정들과 중첩적으로 주장 및 적용된다. SEC Rule 제10(b)-5은 명시적인 배상책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1946년 법원은 판례법상 사기를 이유로 한 제소를 허용하였고 이와 같이 법원이 ‘시장에서의 사기이론’을 수용한 뒤 증권집단소송의 활용이 증대되었다. 2.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의 制定 증권집단소송제도는 그 근본 취지와는 달리 주로 전문적인 원고들이 치부를 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으며, 변호사와 대표당사자들은 의뢰인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제소와 화해 여부를 결정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전문적 원고들의 남소는 수많은 기업들이 화해 비용으로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게하는 등 기업들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되게 되었고 그 비용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부작용을 제어하기 위해 연방의회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을 통과시키고 지체없이 시행되도록 하였다. 동법은 대표당사자로 하여금 서약서(Certification by Plaintiff)를 제출하도록 하였는데, 동 서약에서 대표당사자는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또는 소송전문가의 권고에 의해 당해 주식을 매입한 것이 아님을 포함하여 6가지 주요 항목에 관하여 서약하여야 한다. 또한 동법은 대표당사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였는데, 최근 3년간 5개 이상의 증권집단소송에서 대표당사자나 대리인이었던 자는 법원이 특별히 허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대표당사자가 될 수 없도록 하였다. 특히, 동법은 원고로 하여금 소장에 피고의 어떠한 행위가 원고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인지(‘misleading’)를 기재(‘Particulized Pleading’)하게 함으로써 피고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도록 하였다. 또한 피고가 그러한 허위공시 등의 행위를 함에 있어 악의가 있었음을 추론케 하는 사실을 소장에 기재하도록 하였는데(‘State of Mind Requirement’), 이는 원고들이 아무런 증거 없이 일단 소송을 제기하고 이후 증거개시 절차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보완하고 입증 자료를 얻는 이른바 투기적 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동법이 소각하 신청이 제기된 경우 증거개시 절차를 중단하도록 한 것(‘Stay of Discovery’)과 맥을 같이 한다. 또한 동법은 남소를 방지하기 위하여 패소한 당사자로 하여금 변호사 보수를 포함한 소송관련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였으며, 연대책임을 배제하여 각자의 책임에 비례하여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였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유도하기 위하여 전망공시에 대하여 책임을 면제하는 이른바 ‘Safe harbor’ 규정을 두었다. 3.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이 적용된 판례들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이 시행된 이후 판례의 변화에 관하여는 스탠포드 법대의 Joseph A. Grundfest 교수 등이 발표한 ‘Security Litigation Reform;The First Years’ Experience’라는 보고서에 잘 정리되어 있는바, 이하에서는 동 보고서에 나타난 판례들 중 특히 ‘사기의 강한 추정’(‘Strong Inference of Fraud’) 요건에 관한 의미 있는 몇 개의 판례들, 즉, 증권사기를 주장하는 원고에 대하여 피고가 악의였음을 강하게 추론할 수 있는 사실을 소장에 기재하도록 한 증권민사소송개혁법 제21D(b)(2) 규정과 관련한 판례를 살펴보도록 한다. (1) Marksman Partners, L.P. v. Chantal Pharmaceutical Corp. 927.F. Supp.1297(C.D. Cal., May 21, 1996) 이 사건은 증권민사소송개혁법에 의한 소송요건 강화가 최초로 언급된 사건으로, 중부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국회가 연방항소법원에서 제시한 기존의 기준에 비하여 보다 엄격한 기준을 채택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동법원은 이 사건에서 대표이사와 CEO들이 소송기간 이전 3년간은 주식을 매각한 바 없으면서도 소송기간 중에 2630만 달러에 회사 지분 20%를 매각한 사실을 들어 이는 사기의 강한 추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소송을 유지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2) Zeid v. Kimberley. 930 F. Supp. 431 (N.D. Cal., June 6, 1996) 원고들은 Firefox Communicati -ons, Inc.와 그 임직원들을 피고로 하여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피고들이 회사의 제품에 대한 수요와 매출실적 및 마케팅 프로그램에 대하여 허위공시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회사가 수익의 인식 및 준비금 적립 등과 관련하여 GAAP와 SEC Rules에 어긋나는 회계처리를 하였음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남부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원고들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소장에서 충분히 주장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즉, (i) 언제 어떻게 잘못된 보고서가 시장에 전달되었는지 (ii) 회사가 어떤 분석전문가의 보고서를 채택한 것인지, 그리고, (iii) 왜 당해 보고서가 잘못된 것인지가 소장에 충분히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동 법원의 판단이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들은 피고의 행동이 의도되었거나 중과실에 의한 것이라는 강한 추정을 불러일으킬 사실을 주장하는데 실패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였다. (3) In re Silicon Graphics, Inc. Securities Litigation. 1996 U. S. LEXIS 16989, Fed. Sec. L. Rep. (CCH) 99, 325(N.D. Cal., Sept 25, 1996) 이 사건에서 법원은 위 판례들과는 달리,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은 기존 연방항소법원에 의해 유지되어 온 악의의 추정 요건을 단순히 성문화한 것이 아니며 원고들로 하여금 ‘피고의 의식적 행동(‘Conscious Behavior’)을 입증할 정황적 증거를 구성하는 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주장하도록’ 요구하는 보다 높은 수준의 소송 장벽(‘a higher pleading barrier’)을 입법화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들이 잘못된 보고서에 대하여 이미 내부보고서를 통해 알고 있었다는 주장은 사기의 강한 추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이에 대해 재소답(‘Repleading’)하도록 결정하였다. (4) Steckman v. Hart Brewing, Inc. No. 96-1077-K (RBB) (S.D. Cal., Dec.24, 1996) 이 사건은 증권민사소송개혁법 시행 이후 원고에게 재소답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고 바로 소송을 각하한 첫 번째 사례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이 특정 증권집단소송을 각하하는 경향을 강화하였다고 언급하고, 법원으로서는 ‘원고가 근거 없는 주장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고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통해 화해를 시도하는 기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1933년 증권법상 청구권에 근거한 원고의 소송을 각하함에 있어서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의 합리성을 반영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4.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 시행 이후- 1998년 증권소송통일기준법의 제정 그러나, 스탠포드 법대의 Joseph A. Grundfest 교수가 증권민사소송개혁법 제정 이후 2년간 증권집단소송의 추이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은 그 기대만큼의 성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 같다. 증권집단소송의 제기율은 예상과 달리 크게 감소되지 아니하였고, 연방법원에의 제소비율은 떨어진 반면 주법원에의 제소율은 상대적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이와 같은 증권집단소송이 연방법원으로부터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을 따르지 않는 주법원으로 이동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1998년 11월에 주법에 의한 집단소송을 제한하기 위하여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을 일부 수정하는 ‘1998년 증권소송통일기준법’(‘Securities Litigation Uniform Standards Act of 1998’)이 제정되게 되었다. III. 맺음말 수십년전부터 집단소송제도를 운영해온 미국에서조차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과 1998년 증권소송통일기준법을 제정해가며 濫訴의 폐해를 최소화하고자 애쓰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아무리 증권집단소송제도가 일응 순기능을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발생할 남소의 폐해를 마음 편히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입증책임의 문제와 관련하여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컨대, 집단소송법안이 적용되는 증권거래법 제14조(유가증권신고서와 사업설명서 허위기재)등의 규정을 살펴보면 사업설명서등에 허위의 기재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누락되어 있다는 점이 인정되면 원고의 충분한 입증이 없더라도 원칙적으로 피고가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다만 피고가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그 책임이 면제되도록 되어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은 원고에 대하여 소장에 피고의 詐欺 내지 惡意를 강하게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기재하도록 하고 그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원고에게 재소답 명령을 내리거나 소송을 각하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나라 정부안은 미국의 증권집단소송제도에 비하여 피고에게 상대적으로 무거운 입증의 부담을 안겨줌으로써 보다 높은 濫訴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증권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련된 증권거래법 제14조 등에서의 입증책임에 관한 태도를 집단소송에서도 그대로 유지하여야 하는지 다시 한번 신중히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증권거래법 제14조등을 그대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며, 집단소송제도를 통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는 원고에게 보다 엄격한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등 별도의 조문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03-05-01
최기원
보험자대위와 제삼자의 범위
法律新聞 1887호 법률신문사 保險者代位와 第3者의 範圍 일자:1989.4.25 번호:87다카1669 崔基元 서울大法大 敎授·法學博士 ============ 11면 ============ 1. 判決要旨 타인을 위한 損害保險契約에서 保險契約者는 비록 保險者와의 사이에서는 契約當事者이고 約定된 보험료를 지급할 의무자이지만 그가 被保險利益의 주체가 아니라는 그 지위의 성격에 비추어보면 保險者代位에 있어서 보험계약자와 보험계약자가 아닌 제3자와를 구별하여 취급하여야 할 法律上의 理由는 없는 것이고 따라서 타인을 위한 損害保險契約者가 당연히 제3자의 범주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事實關係 被告 運送人 甲(大韓通運(株))은 소외 乙(韓電)과 변압기 3대의 운송을 위하여 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또 甲은 原告 丙(現代海上火災(株))과의 사이에 被保險者를 乙로 하고 3개의 변압기를 保險目的物로 하여 運送保險契約을 체결하고 甲은 原告 丙에게 소정의 保險料를 지급하였다. 그런데 운송도중인 02시 15분경에 트랙터의 사고로 변압기가 지상으로 떨어져 事故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乙은 수리비, 운송비, 보험료등 7천5백97만5천7백42원의 損害를 보게 되자 原告 丙은 위의 損害에 해당하는 保險金을 乙에게 지급하였다. 原告 丙은 乙의 손해는 甲의 被傭者에 의한 不法行爲로 생긴 것이라 하여 原告 丙은 商法 제682조의 규정에 따라 乙의 甲에 대한 損害賠償請求權을 代位 취득한다고 판단하여 甲에게 그 지급을 청구하는 訴를 제기하였다. 제1심(서울民地判 1986년 12월 17일, 86가합2108)과 제2심(서울高判 1987년 6월 4일, 87나347)에서는 原告 丙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大法院은 原審判決을 破棄還送하였다. 3. 1審과 2審의 判決理由 1심과 2심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保險者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첫째 商法 제682조의 제3자란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 이외의 者를 의미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서는 보험계약자가 보험료의 지급의무를 진다는 점과, 셋째는 동일한 보험료를 내고 責任保險에 들었더라면 보험자에 대하여 求償責任을 면할 터인데 운송보험에 들었기 때문에 求償責任을 져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넷째로 2심에서는 위의 理由이외에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에 보험계약자의 經過失은 보험자의 면책사유가 아니므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에도 보험계약자에게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는 보험계약자에 대한 損害賠償請求權이 보험자에게 이전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보험계약의 목적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하였다. 4. 大法院의 破棄還送理由 大法院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原審을 파기환송하였다. 첫째로 商法 제682조의 立法趣旨에 비추어 볼 때 동조문언의 내용이 반드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자를 제3자의 범위에서 排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둘째로는 運送保險이나 責任保險의 보험료가 동일하므로 運送人이 責任保險에 들었더라면 責任을 免할 수 있었다는 사정은 보험료의 책정이나 보험의 선택에 관한 문제에 불과하고, 셋째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계약자의 경과실은 보험자의 면책사유가 되지 않는 것과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계약자가 保險者代位에 있어서 제3자에 포함되느냐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고, 넷째는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계약자가 책임을 면하려면 타인을 피보험자로 하면서 보험자와의 사이에 代位求償權 不行使의 特約을 하던가 배상책임 부담의 特別約款을 붙여 보험계약이 체결되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5. 評 釋 타인을 위한 손해보험계약의 경우에는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와 달리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분리된다. 이 경우에 보험계약자는 피보험이익의 주체가 아니므로 보험계약자가 동시에 피보험자인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에 보험계약자와는 본질적으로 그 지위가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타인을 위한 保險契約者는 準保險契約者(Quasi-Versicherungsnehmer) 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운송을 위탁함에 있어서 荷主가 직접 자기를 위한 保險契約을 체결하지 않고 運送業者로 하여금 타인을 위한 保險契約을 체결토록 하는 것은 수많은 荷主를 위하여 전문적 지식을 갖고, 고객의 편의를 위하여 保險關係業務를 맡아주는 운송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去來關係에서는 운송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운송업자가 運賃외에 또는 運賃에 포함시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을 위한 保險料를 받고 있다. 本 判例의 경우도 韓電의 損害額중에는 保險料가 포함된 것으로 보아 보험료는 荷主가 부담한 것이 명백하다. 그러므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계약자가 보험료 지급의무를 진다는 것은 더욱이 一回의 보험료지급이 있을 뿐인 운송보험의 경우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을 獨逸을 비롯한 기타 諸國에서는 타인의 計算에 의한 保險契約(Versicherungfur fremde Rechnung)이라고 한다. 그러면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계약자는 고객의 편의를 도모하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익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保險契約者에게도 유리한 지위를 확보해준다. 保險契約者가 保險證券을 소지하는 한 보험계약상의 權利에 대한 처분권이 있으므로 被保險者에 대한 報酬請求權이나 損害賠償請求權을 갖는 경우 이의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보험계약자는 民·商法上의 留置權을 행사할 수 있기는 하나 이것만으로는 保險事故로 인하여 留置物이 滅失·毁損된 경우에는 조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에 保險契約者는 保險者의 契約相對方이고 保險證券을 소지하고 있으므로 각종의 義務와 形式的인 處分權(formelles Verfugungsrecht)을 갖지만 이는 모두 保險契約上의 權利는 타인인 被保險者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자기를 위한 保險契約의 경우에 被保險者이기도 한 保險契約者의 地位와는 그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에 피보험자인 保險契約者의 경과실이 있어도 保險者의 免責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타인을 위한 保險契約의 단순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보험계약자가 면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타당성을 결여한다. 또한 1심과 2심의 判決理由중에는 동일한 保險料를 내고 責任保險에 들었더라면 保險者에 대하여 求償責任을 면할터인데 運送保險에 들었기 때문에 求償責任을 져야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과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을 다만 保險料가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비유하는 것으로 전혀 설득력을 결여한다고 본다. 이는 마치 정확한 비유가 된다고 할 수는 없으나, 예컨대 동일한 金額을 株式會社에 출자하였더라면 會社債務에 대한 辨濟責任을 면할터인데 合名會社에 출자하였기 때문에 無限責任을 져야 한다는 것은 不當하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保險者代位에 있어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계약자가 商法 제682조의 제3자에 포함되는가 하는 점을 검토한다. 이에 대한 우리 나라의 學說은 包含說이 多數說이고(拙著, 商法學新論「下」, 514면: 李院錫, 保險法·海商法, 350면) 除外說은 少數說(梁承圭, 保險法, 209면)에 속한다고 할 수 있고 大法院은 본 判決을 통하여 包含說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獨逸에서는 1960년까지만 하여도 除外說이 學說과 判例의 입장이었으나(Bischoff, VersR.61.195) 1960년 獨逸聯邦大法院의 判決이후 包含說이 學說과 判例의 입장이다(Prolss-Martin, VVG.24 Aufl.(1988) S.452: Bischof, VersR.61. 193: Bruck-Moller, VVG, 8. Aufl, S.765: BGH VersR 60,724: BGH MDR 72.218). 日本의 경우에도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 예컨대 운송인이 送荷人을 피보험자로 하여 보험계약이 체결된 때에 이후 保險事故가 발생하여 保險者가 피보험자에게 損害를 塡補한 경우는 特約이 없는 한 그가 지급한 金額의 한도내에서 被保險者가 保險契約者에 대하여 갖는 權利를 취득한다는 것이 學說과 判例의 입장이다(石田滿, 保險者代位 損益相殺 「保險法學의 諸問題」 14項: 日最高判 1968년 7월 11일, 民集 22, 7, 1489). 保險者代位制度의 立法趣旨는 우리나라와 日本에서는 일반적으로 被保險者의 二重利得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만 설명하고 있으나 獨逸保險契約法上의 保險者代位규정(제67조)의 公的인 입법동기와 취지를 보면 同制度는 保險事故로 인하여 二重利得을 보는 者나, 保險事故에 대한 責任을 면하는 者가 없도록 하는데 있다고 하였다(Die Leistung des Versicherers soll weder den Ersatzpflichtigen von seiner Verbindlichkeit befreien noch zu einer Bereicherung des Geschadigten fuhren(Amtl. Begrundung zu 67 WG, Zeudruck 1963, S.139)). 獨逸에서는 다툼이 없는 이러한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 保險契約者는 당연히 損害發生에 대한 責任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그 事實關係는 명확하지 않으나 독일에서는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과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 혼합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保險者는 保險金을 被保險者가 아니라 보험계약자에게만 支給義務를 진다는 내용의 合意를 하였다면,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被保險者도 제3자에 포함된다는 것이 判例의 입장이다(Prolss-Martin, S.452: LG Karlsruhe 62,248: LG Koln VersR 60,786: LG Stuttgart VersR 56,792: OOGH VersR 68,1051). 만약에 운송업자가 荷主를 위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동시에 자기의 保險利益도 被保險利益으로 하여 보험계약이 성립되었다면 保險契約者는 당연히 商法 제682조의 「第三者」에서 제외된다. 또한 荷主를 위한 保險契約을 체결함에 있어서 荷主와 운송업자 사이에 特約에 의하여 荷主는 운송업자에 대한 損害賠償請求權을 不行使한다는 合意를 하고 이를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보험자에게 분명히 하였거나 大法院判決理由에서 보듯 代位權不行使의 特約을 한 경우에만 보험계약자는 保險者의 代位求償權行使를 거절할 수 있는 것이다. 原審에서는 保險者代位에 있어서 보험계약자는 제3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商法 제682조 本文에서는 「損害가 제3자의 行爲로 因하여 생긴 경우에 保險金額을 지급한 保險者는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그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被保險者의 權利를 취득한다」라고 규정함으로 「제3자」에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제외된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하였다. 同條에서 「제3자에 대한 保險契約者 또는 被保險者의 權利를 취득한다」라고 하여 保險者는 보험계약자가 갖는 權利도 代位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예컨대 운송업자가 荷主, 즉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제3자가 運送物을 滅失케 한 때에 보험계약자인 운송업자가 제3자인 加害者에 대하여 갖는 權利를 保險者가 취득한다는 것을 예정한 규정으로서 이 규정을 들어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보험계약자인 운송업자의 과실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의 當事者라는 이유만으로 제3자가 아니라고 하여 운송업자가 責任을 면한다는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본다. 또한 原審은 「우리商法 제682조에 해당하는 독일 보험계약법 제67조는 (보험계약자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權利가 이전된다) 라고 규정하여 보험계약자와 제3자를 대칭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보험계약자는 제3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이 규정은 원칙적으로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를 예정한 것에 불과하다. 保險의 原理나 保險者代位制度의 입법취지로 보아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 단순한 보험계약자는 제3자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 이외의 제3자에 의한 損害의 발생뿐만 아니라 보험계약자에 의한 損害의 발생으로부터도 被保險者의 利益을 保護하기 위하여 체결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 단순한 보험계약자가 제3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면 運送業者들이 주의를 소홀히 함으로써 손해의 발생이 증가하게 되어 國民經濟的으로 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利益이 될 수 없다고 본다. 
198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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