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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일반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 침해와 금지청구
1. 사안의 개요 피고 회사는 원고 회사와 소외인(피고 회사의 종전 대표이사) 사이 자산양도계약에 따라 원고 회사의 종전 상호(○○○ 주식회사)와 같은 명칭으로 설립되어 원고 회사로부터 도메인이름(*********.co.kr 등) 등 그 영업 자산 일체를 양도받았으나, 원고 회사가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자산을 양도하였다는 이유로 자산양도계약이 무효가 되었다. 피고 회사는 원고로부터 도메인이름의 반환을 요구받자 이를 반환하지 않을 생각으로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아들인 피고 2에게 이를 이전하고는 영업에 사용하였다. 이에 원고 회사가 피고 회사와 피고 2에 대하여 도메인이름 등록이전과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등을 구하는 것이 이 사건 사안이다. 원고 회사는 ⅰ) 피고2에 대한 도메인이름 등록이전 청구는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이하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근거하여, ⅱ) 피고들에 대한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청구는 ①원상회복청구권 또는 방해배제청구권 또는 ②상법 제23조 또는 ③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 근거하여 청구하였다.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청구의 청구취지는 "피고들은 '○○○' 등의 문자를 피고 회사의 인터넷 도메인이름 및 전자우편(e-mail) 주소의 이름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고, 피고 회사의 광고 또는 홍보 일체 수단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이다. 참고로 위 자산양도계약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이유로 피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일부 도메인이름에 관하여 원고 회사에게 등록이전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다5810 판결, 대구지법 2013. 2. 8. 선고 2012나11189 판결). 2. 판결의 검토 가. 이 사건에서의 어려운 선결 쟁점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권리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등록기관에 대한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에 관한 권리)이고, 다른 하나는 상호에 관한 권리이다.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는 채권적 권리라는데 별다른 이설은 보이지 않는데, 도메인이름에 관한 양도계약이 무효이므로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는 양도인인 원고 회사에게 당연 복귀한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상호에 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하여는 견해가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원고 회사의 상호를 변경하고 이를 피고 회사가 사용한다는 계약도 무효이므로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와 마찬가지로 원고 회사가 상호권자라는 견해이다. 다른 하나는 원고 회사는 원고 회사와 소외인 사이의 계약에 따라 2007년 8월 30일경 상호를 변경하였고, 피고 회사는 위 시점부터 위 계약이 무효로 확정된 2013년 6월 27일경까지 약 6년간을 포함하여 현재까지 상호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상호에 화체된 신용 등은 피고 회사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보는 견해이다. 무효로 된 계약의 당사자는 피고 회사가 아니므로 원고가 피고 회사에 상호권을 이전하도록 청구할 권원이 존재하지 않고, 나아가 피고 회사의 상호사용에 의해 장기간 형성되어 온 신용을 하루아침에 원고에게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관점에서 보면 후자의 견해도 일리가 있다. 게다가 피고 회사나 소외인이 원고 회사의 주총 특별결의가 없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고, 피고 회사나 소외인이 원고 회사에게 위 계약의 대가로 지급한 돈의 반환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정도 있다. 하지만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는 원고 회사에게, 상호에 관한 권리는 피고 회사에게 귀속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고, 이에 대법원은 2016년에 접수된 사건을 5년간이나 심리한 끝에 결국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원고 회사의 손을 들어 주는 선택을 하였는데,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 본다. 나. 피고 2에 대한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기한 등록이전청구 가부 인터넷주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도메인이름 등의 등록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제1항을 위반하여 도메인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한 자가 있으면 그 도메인이름 등의 등록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계약이 무효가 되어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가 원고에게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사례에서 인터넷주소법을 적용하여 그 등록이전을 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선례나 이를 명시적으로 논하는 견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상호에 관한 권리가 피고 측에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①사이버스쿼팅행위(도메인이름의 무단점유)를 막고자 제정된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주소법의 적용범위를 이 사건과 같이 계약법의 법리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에까지 굳이 확장하여 적용할 필요가 없다(인터넷주소법을 적용하면 도메인이름 반환의무를 지는 자의 동시이행항변은 가능한지 등의 많은 의문이 발생할 수 있음). ②이 사건 도메인이름이 원고에게 귀속되는 것은 계약법의 법리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실체적으로 보면 피고들이 상당기간 사용하여 그 신용이 화체된 도메인이름을 원고에게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산양도계약이 무효이므로 원고가 상호에 대한 권리자이고, 피고 회사에 대하여 도메인이름을 처분해서는 안 된다는 가처분결정과 원고에게 도메인이름을 반환하라는 법원 판결 이후에도 피고 2에게 도메인이름 등록이전이 계속된 점 등을 들어, 피고 2가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을 자신의 명의로 등록이전을 하였다"고 보았다. 다. 피고 회사에 대한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청구에 대하여 1) 원상회복청구권 또는 방해배제청구권에 기한 청구 대법원은 "도메인이름에 관하여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는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거나 이후 도메인이름을 직접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하여 침해의 우려가 있는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위와 같은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 청구를 할 수 있는지는 침해행위의 양태, 피침해이익의 성질과 그 정도에 비추어 그 위법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함께 그 침해가 이루어진 후에는 손해배상만으로 피해 회복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지 여부와 침해의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 또는 예방함으로써 보호되는 권리자의 이익이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침해자의 손실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원고 회사가 피고 회사를 상대로 도메인이름을 인터넷 웹사이트 주소로 사용하는 행위의 금지청구를 긍정하였으나, 그 밖에 '○○○' 등의 문자를 피고 회사의 전자우편 주소나 광고 또는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근거로는 위 행위에 대한 금지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결이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위 법리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하여 이익형량을 통해 손해배상청구 외에 금지청구를 인정한 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위 종전 대법원 판결이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금지청구권을 이끌어 냈다. 위 판결은 불법행위에 대한 일반적인 금지청구권을 인정할 필요성은 있지만 이에 관한 근거가 부족하여 금지청구권 규정이 있는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를 근거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 판결이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위 판결이 나온 지도 이미 10년이 넘어 실무적으로 정착이 된 이상,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의 침해의 경우로 한정하기 보다는 위법행위 일반으로 확대하였어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2) 상법 제23조의 상호사용금지청구권에 기한 청구와 부정경쟁방지법에 기한 청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판결은 상호에 관한 권리가 원고 회사에 있다고 보고 있으므로 상법 제23조 제1항(누구든지 부정한 목적으로 타인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하지 못한다)의 상호사용금지청구권에 기한 금지 청구를 인정하였고, 주지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 기한 금지 청구는 부정하였다. 3) 피고 2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 한편, 대법원은 피고 2는 도메인이름이나 상호를 사용하는 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 2에 대한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3. 이 판결의 의의 이 사안에서 상호에 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이 판결은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기한 이전등록청구가 불법행위의 영역인 사이버스쿼팅이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이 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밝힌 최초의 사례이다. 또한 비록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의 침해의 경우로 제한되기는 하였지만 위법행위에 대하여 이익형량에 따라 금지청구가 긍정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구민승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도메인이름
등록이전
상호
구민승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2021-09-09
기업법무
상사일반
계속적 계약에서 교부된 계약이행보증금에 관한 소고
[사실관계] 피고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은 원고와 3년간의 시내버스 외부광고 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체사용료는 3개월 단위로 선납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계약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3개월분의 매체사용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행보증금으로 예치하고, 계약 해지시 잔여계약기간에 관계없이 이행보증금은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정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에게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였다. 이후 원고가 매체사용료 선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에 원고는 오히려 자신이 적법하게 해지 통지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의 보증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한편, 예비적으로 이행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감액된 금액에서만 보증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였다. 피고는 이행보증금은 위약벌에 해당하여 감액될 수 없다고 하면서, 추가로 계약해지일 이후 원고가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으로 반환할 것을 청구하였다. [법원의 판단] 이 사안에서는 계약의 해지 사유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와 이행보증금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이 중 특히 후자와 관련하여 법원은 입찰공고의 내용이나 계약 조항 등을 종합하면 "당사자들의 의사는 이행보증금을 통하여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계약에서 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하였다. 나아가 "이행보증금은 낙찰자의 사정이나 귀책사유로 계약이 중도 해지된 이후에 발생할 모든 손해를 담보한다고 볼 수 있다"는 전제에서, 피고의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평석] 1. 계약이행보증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대상판결에서는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 간에 채무자의 계속적인 급부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이행보증금 약정이 부가되었다. 이는 민법에 규정된 개념은 아니지만, 실제 거래계에서는 다양한 명칭과 형태의 보증금이 교부된다. 특히 공사도급계약이나 대규모 인수합병과 같이 계약의 체결과 이행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인 간극이 있거나 이행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 상당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보증금 약정이 빈번하게 활용된다. 이러한 계약이행보증금의 법적인 성격은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초기 상당수 판례들은 계약이행보증금을 위약벌로 보았으나, 현재 판례는 대체로 보증금을 일종의 위약금으로 보아 그 법적인 성격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중 하나로 이해한다. 그 구별 실익은 주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이 적용되는지, 즉 법원에 의한 감액이 가능한지 여부에 있다. 그런데 계약이행보증금을 통상의 위약금과 동일하게 이해하는 것은 적절한가? 당사자들이 단순히 계약 불이행시 손해배상액을 정해둔 것이 아니라 보증금을 사전에 교부하고 이를 몰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면, 그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이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다 진지하게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국면에서 교부되는 보증금을 통일적으로 이해하기보다 개별 사안에서의 보증금 약정을 검토하는 것이 용이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특히 계속적 계약에서 교부된 계약이행보증금이 문제되었다. 이는 장기간 상호 관계를 형성하는 당사자들의 계약 관계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대상판결은 그 외에도 계속적 계약의 해지 사유들을 다루었고 이 또한 흥미로운 주제이나, 이번 글에서는 보증금 약정을 위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다. 2.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의 의미와 기능 계속적 계약에서 당사자들은 장기간 계약을 유지하면서 해당 거래와 관련된 협력을 거듭하고, 이를 통하여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그런데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는 아직까지 이러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장기 계약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시험기간을 두는 등의 노력이 동원될 수 있다. 계약이행에 대한 물적, 인적 보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상판결에서의 보증금 약정도 장기간 채무자의 급부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계약이행보증금은 채무자가 보증금을 채권자에게 미리 지급하고 자신의 귀책사유로 계약기간 내에 자신이 이행하기로 한 의무를 불이행하면 해당 금원이 채권자에게 귀속되는 구조이므로, 일반적인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비해 계약 이행에 대한 심리적 강제가 한층 강화된다. 특히 보증금이 상당한 금액으로 책정되었다면, 계약기간 동안 계약이 파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행되는 것을 담보하고자 하는 강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당사자들은 거래비용이 높은 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래를 위한 추가 투자에 나아갈 수도 있다. 채권자와 거래 경험이 없거나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가 상호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단가를 낮추는 방법으로만 경쟁해야 한다면, 경쟁에서 불리한 구도에 놓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 이때 채무자는 보증금을 교부함으로써 자신이 계약이행에 대하여 진지한 의지와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은 경쟁을 촉진하는 면이 있다. 3. 계약이행보증금의 감액과 추가 청구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이행보증금과 관련하여 감액과 추가 청구 가능성이 문제되었다. 우선 판례는 보증금을 일반적인 위약금과 다름없이 취급하는데,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고 직권감액을 인정하는 추세이다. 보증금 약정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이 계속적 급부를 담보하고 채무자에 대한 신뢰를 보완하여 계약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위약금 법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법원이 당사자가 예정한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것은 그 액수가 과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적 계약에서의 보증금은 일반적인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달리 계약불이행시 예상되는 손해액과 비례성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선 계속적 계약에서는 잔여기간이나 기대수익을 예측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또한 비례성만을 중시하여 보증금을 정하면 채무자에게는 계약을 이행하는 것과 보증금이 몰취되는 것이 경제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므로, 계약이행을 선택할 유인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호 이해관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당사자들이 정한 보증금 액수는 가급적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법원의 개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원이 이를 쉽게 감액하면, 당사자들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져 거래 비용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보증금 금액보다 실손해가 더 큰 경우 추가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여부도 일반적인 위약금과는 달리 보아야 한다. 보증금 약정을 하는 주된 이유가 장기간 계약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면, 언제 어떻게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계약이행보증금만 몰취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거나, 계약이행보증금만 포기하면 언제든지 계약이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인 경우는 드물 것이다. 추가 청구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약정 액수를 넘어서는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인정하는 것이 의사해석에 부합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계약 해지시 이행보증금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를 통해 당사자들의 의사를 "이행보증금을 통하여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계약 공고의 내용이나 계속적 계약의 특성을 고려하면 추가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기보다는 적어도 보증금만큼은 실제 손해액과 무관하게 몰취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예정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피고에게 실제로 보증금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살피어 추가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면 이중배상의 결과가 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였을 것이다. 4. 결어 장기간 계약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이행보증금이 교부되었다면, 일반적인 위약금 법리에 따라 해결하기보다는 해당 계속적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관행, 계약의 존속기간 동안 급부의 이행과 당사자들의 신뢰관계 및 제반사정의 변화, 계약의 종료와 그 이후의 법률관계의 청산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의사를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상판결의 최종 결론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더욱 염두에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계속적 계약과 여러 보증금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그 성과가 거래 실무에도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매체사용료
보증보험금
이행보증금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21-08-19
민사일반
직사살수와 관련한 최근 판례의 문제점
Ⅰ. 살수행위의 법적 성질 살수는 경찰장비의 사용의 일환이다(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제1항, 제2항). 그 법적 성질은 사실행위이다. 경찰장비의 사용에 대해 직접강제와 즉시강제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직접강제란 하명처분에 의해 가해진 일체의 의무를 불이행한 경우에 직접 의무자의 신체나 재산 또는 이 양자에 물리력(실력)을 가하여 의무의 이행이 있었던 것과 같은 상태를 실현하는 것이고, 즉시강제는 일반적으로 목전의 긴급한 장애를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미리 의무를 명하는 것으로는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행정청이 하명처분을 하지 않고서 직접 상대방의 신체·재산에 실력을 가함으로써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독일 주 경찰법과 연방 직접강제법(UZwG)은 포승, 무기나 살수차 등을 직접강제에 해당하는 물리력의 보조수단으로 명문으로 들고 있다((가령 UZwG 제2조 제3항). 독일에서는 직접강제 역시 대집행과 마찬가지로 계고 등의 절차를 거쳐서 행해진다(주제와 관련한 제도 등에 관한 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한다). Ⅱ.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다236196 판결 1. 판결요지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용되어야 하고 특히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현존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하기 위한 목적의 경찰장비이고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는 것은 집회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려면 먼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해산 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해산명령을 시행한 후에 직사살수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경찰청 훈령인 '물포운용지침'에서도 '직사살수'의 사용요건 중 하나로서 '도로 등을 무단점거하여 일반인의 통행 또는 교통소통을 방해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라고 규정하여 사전에 적법한 '해산명령'이 있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2. 검토 (1) 해산명령의 위법성의 살수행위에로의 이전 문제 대상판결은 해산명령 자체가 위법한 이상 실행행위로서의 직사살수 역시 당연하게 위법하게 되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다. 살수행위를 하명처분의 실행행위로 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자를 후자를 위한 강제절차로 보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강제집행절차에서 기본행위(당초의 하명처분)의 적법성은 강제집행의 수단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이 될 수 없다. 기본행위(하명처분)에 따른 행정상의 강제집행에서 기본행위의 하자가 고려되지 않는다(W-R Schenke. Polizei- und Ordnungsrecht, 8.Aufl., 2013, §10 Rn.540). 즉 양자 사이에는 하자가 승계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행정행위의 공정력을 인정하는 이상 해산명령의 위법성이 살수행위에 당연히 이전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독일 연방헌재 역시 살수형식의 직접강제의 적법성은 기본처분의 적법성에 좌우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BVerfG, NVwZ 1999, 290(292)}. (2) 해산명령에 대한 고도의 절차적 요청의 문제 판례는 집시법상의 해산명령에 대해 적법절차의 원칙에 의거하여 높은 절차적 요청을 설정한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도7193판결). 해산명령에 대한 고도의 절차적 요청이 과연 정당한가? 해산명령에서의 사유의 고지는 일종의 처분의 이유제시에 해당한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이유제시의무가 면제된다.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인식 없이 해산명령에 대해 법규정상의 구체적 해산사유의 고지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집시법 시행령 제17조에 의하면 해산명령을 하기 전에 먼저 주최자 등에게 종결 선언을 요청한 후 주최자 등이 그 요청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종결 선언에도 불구하고 집회 또는 시위의 참가자들이 집회 또는 시위를 계속하는 경우에 직접 참가자들에 대하여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도록 하고 그 자진 해산 요청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에 한하여 세 번 이상 자진 해산을 명령한 후 직접 해산에 나설 수 있다. 해산사유가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해산명령을 발하지 않고 일정한 시차를 두고서 해산명령을 발하고 실행되게 함으로써 해산사유가 구체적으로 고지되지 않았다는 문제는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해산명령에 대한 높은 절차적 요청은 절차하자를 쉽게 인정하게 하는 과도한 절차적 철조망이다. 물론 직사살수가 관련 법규정에 위반하여 행해진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적법절차의 요청에 대한 과도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김중권, 행정법, 2019, 553면 이하). Ⅲ. 헌재 2020. 4. 23. 선고 2015헌마1149 결정 1. 결정요지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불법 집회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의 위해와 재산·공공시설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 당시 억제할 필요성이 있는 생명·신체의 위해 또는 재산·공공시설의 위험 자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로 인하여 청구인 백○○는 상해를 입고 약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다가 2016년 9월 25일 사망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를 통하여 청구인 백○○가 홀로 경찰 기동버스에 매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기는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하였던 반면 청구인 백○○는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하였다. 2. 검토 과거 헌재 2011헌마815의 법정의견은 물포발사행위와 관련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은 물론 심판의 이익까지도 부인하였지만 그 반대의견은 물포의 반복사용이 예상되며 헌법재판소도 이에 대하여 헌법적 해명을 한 바 없음을 들어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였는데 이번에는 후자와 같은 논거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다만 이번에는 헌재 2011헌마815의 반대의견과는 달리 살수와 관련한 경찰관직무집행법령상의 규정은 제외하고 직사살수행위만을 심판대상을 보고 과잉금지의 원칙의 차원에서 위헌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먼저 살수가 직접강제이든 즉시강제이든 해산명령의 실효성확보의 일환으로 행해진 점에서 헌재가 과잉금지의 원칙의 차원에서 파생원칙을 개별적으로 대입하여 접근한 것은 문제가 있다. 사안의 직사살수가 살수와 관련한 법규정에 위배하여 행해졌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그리고 헌법소원심판의 보충성으로 인해 살수행위의 법적 성질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처분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두20899 판결). 판례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상의 범죄예방을 위한 경찰관 제지행위를 즉시강제이자 권력적 사실행위로 본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2016도19417 판결). 일부 문헌에서처럼 경찰관집무집행법상의 대인적 강제수단을 즉시강제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경찰장비의 일환의 살수차의 사용에 따른 살수행위 역시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어서 심각한 재판관할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Ⅳ. 맺으면서-행정강제와 행정소송의 시급한 발본적 개혁 독일 대부분 주 경찰법에 직접적으로 규정된 무기사용과는 달리 경찰의 살수행위는 기본적으로 행정규칙에 해당하는 '경찰직무규정 122'에 상세히 규율되어 있다. 살수와 관련해서 무기사용처럼 법률의 차원에서 규율하지 않은 점이 문제되었지만 일찍이 독일 연방헌재는 살수가 무기사용과 비슷한 잠재적 위험상황이 야기된다는 점과 무기사용처럼 법률에서 자세히 규정했어야 하는 점이 분명치 않다는 입장을 취하였다{BVerfG, NVwZ 1999, 290(291)}. 또한 경찰직무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독일의 경우 직접강제의 일환인 살수행위와 관련한 권리구제는 기본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한 다음에 직접강제가 실행된 데 따른 계속적 확인소송의 차원이나 살수행위를 포함한 일련의 경찰조치의 위법성의 확인을 구하는 일반적인 확인소송의 차원에서 검토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배상책임이 강구된다. 살수를 포함한 경찰장비의 사용을 독일처럼 직접강제의 차원에서 시급히 체계화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기 위해선 먼저 직접강제를 포함한 행정강제 전반을 시대에 맞게 확립하여야 한다. 현행 행정소송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원상회복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살수와 관련한 직접적인 권리구제를 강구할 수 없다. 행정강제와 행정소송 전반에 대한 발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살수차
물포
집회
해산명령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0-08-18
행정사건
행정법규위반에 대한 행정제재의 법리
Ⅰ. 사안의 개요 A법인은 주식회사로서 용인시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공중위생영업자(숙박업자)이다. 위 모텔 508호에서 2018. 11. 25.경 여자 청소년 2명과 남자 청소년 1명이 혼숙하였다. 용인동부경찰서장은 이를 적발하여 2018. 12. 20. 용인시장에게 통보하였다. 위 사건 당시 현장근무자이던 종업원 B와 현장에 있지 않았던 A법인의 대표자 C는 2018. 12. 26. 위 청소년 남녀혼숙을 이유로 한 청소년보호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각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용인시장은 2019. 2. 8. A법인에 대하여 「청소년 보호법」 제30조 제8호에서 금지하는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 1항 제8호, 제11조의 2 제1항에 따라 영업정지 1개월에 갈음하여 과징금 189만 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쟁점 이 사건 위반행위를 이유로 A법인에 대하여 위 법조항을 적용하여 제재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숙박업자나 그 종업원이 투숙객이 청소년임을 알면서도 혼숙하게 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처분은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다(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4두877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 제11조의2 제1항에 따라 공중위생영업자에 대하여 ‘청소년 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두1226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숙박업소에서 청소년인 이 사건 투숙객들이 남녀 혼숙한 이상 공중위생영업자인 원고가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에서 금지하는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의 대표자나 그 종업원 등이 이 사건 투숙객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라고 판시하였다. Ⅳ. 대상판결의 법리오해 대상판결이 원용한, 기존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 즉,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조치는 -중략-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원칙적으로 “위반자”의 고의ㆍ과실을 요하지 아니하나」 라고 한 판시에서 “위반자”는 행정처분의 대상자인 법령상 책임자를 말하는 것이지 현장에 있던 종업원 즉, 현실적인 행위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님에도, 대상판결은 “위반자”를 현실적인 행위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오해하였다. 대상판결이, 「이 사건 숙박업소에서 -중략-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A법인의 대표자나 그 종업원 B 등이 이 사건 투숙객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라고 설시한 점에서 이는 명백하다. 기존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는, 현실적인 행위자 즉, 종업원이 청소년 남녀혼숙을 (적어도 미필적 고의로) 시킨 경우에, 현장에는 없어서 그 사실을 몰랐던 사업자 즉, 법령상 책임자에게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행정상 제재 즉 행정처분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대상판결은, 사업자와 종업원이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경우에도 즉,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려면 최소한 인식을 전제로 함),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 자체만 존재하면 사업자에게 행정처분을 가할 수 있다고 크게 오해하였다. 대상판결은, 청소년보호법 제30조 제8호의 범죄행위의 주체는 “누구든지”이고, 청소년 남녀혼숙에 대하여 행정제재를 가할 때의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의 적용 대상은 “공중위생영업자”인 점에 유의하지 않았다. 위 청소년보호법위반의 범죄행위가 성립하려면 법령상 책임자(공중위생영업자)이든 종업원이든 누구든지 고의가 있어야 성립하고(고의, 과실 등 주관적 불법요소가 없는 행위로 형사처벌받지 않는 것은 췌언을 요하지 않음), 위 범죄행위가 성립하면 “공중위생영업자”는 본인의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법 규정의 형식,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누군가의 청소년보호법위반(형사책임)이 있음이 전제되어야 공중위생영업자에 대한 행정제재가 가능함은 명백하다. 이것이 기존의 확립된 대법원판례이다. 실질적으로 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행정제재(영업정지처분, 과징금 부과처분)보다 훨씬 약한 행정질서벌(과태료) 부과에 대하여까지 고의, 과실을 요구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7조). Ⅴ. 기존 대법원판결들의 분석 (1) 대법원 1994. 1. 11. 선고 93누22173 판결 이 사안은 사업자와 현실적인 행위자가 동일인인 사안으로 보인다. 고의 내지는 인식이 있어야 함을 명백하게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의 판시취지대로라면, 이 판결 사안에서, 숙박업자가 공중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되어 행정처분을 받거나, 공중위생영업자의 의무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제재처분을 할 수 없다고 판시했어야 할 것이다. (2)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두2223 판결 식품위생법 제31조 제2항 제4호에 규정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위반으로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사업자에 대하여 고의가 인정되어야 함을 명백하게 설시하고 있다. 이 사안도 사업자와 현실적인 행위자가 동일인인 사안으로 보인다. (3)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4069 판결,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도6032 판결은, 고의(인식)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음식점 운영자가 식품위생법 제31조 제2항 제4호에 규정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의 형사판결이다. (4)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두5005 판결의 사안은, 현실적인 행위자는 근로자들(버스기사들)이나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012. 2. 1. 법률 제112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위반(임의결행)의 주체로 사업자만 규정되어 있으므로 현실적인 행위자들에게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명백하나 행정법규위반은 되지 아니하고, 사업자는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위 법 제10조 위반이 된다는 취지이다. 어쨌든 현실적인 행위자의 고의에 의한 행위가 존재한다. (5)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두6700 판결의 사안도, 현실적인 행위자는 갑 주식회사의 임직원이고 입찰참가시 임직원이 고의로 허위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6조 제1항 위반의 주체를 사업자(부정당업자)로 한정하였고, 현실적인 행위자를 위반의 주체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서 대법원 2013두5005 판결의 사안과 구조가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6) 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4두8773 판결은, 대부업등록을 한 법인인 당해 사건의 원고회사의 직원이 현실적인 행위자로서 고의가 인정되는 사안이다. (7)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두46175 판결은, 현실적인 행위자인 소외인이, 할부거래법이 필수적인 등록취소사유로 규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요건에 관하여 사전에 고의 내지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사안이다. (8)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두63515판결은, 현실적인 행위자인 농심원 영농조합법인의 임직원의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파기환송판결을 하고 있는 사안이다. (9) 대상판결이 원용한 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두12264 판결이 유일하게 대상판결과 유사한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 대법원판결은 대법원이 제공하는 대법원종합법률정보에도 게시하지 아니한 판결이고, 그 이전·이후의 확립된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와 상반된 판결로서 전원합의체판결도 아니므로 판례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할 것이다. Ⅵ. 결어 대상판결이, 논란의 여지가 전무한 기본적인 법리를 오해하여, 제대로 적법하게 판시한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은, 법률신문 2020. 4. 2.자 사설에서 지적한 사례 즉, 군형법 제60조의 6의 '군인등에 대한 폭행죄의 특례'를 간과하여 적법하게 판결한 군사법원의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이 적극적인 오류를 범한 것이다. 불과 석달만에 대법원의 이러한 잘못이 반복되는 것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임호영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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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영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경원)
2020-07-23
집회 및 시위 제한 통보의 적법 여부, 단순 참가자에 대한 처벌 기준
1.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피고인은 건설노동자로서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주최한 희망버스 시위에 참석하여 소속 조합원, 대학생 등 2500여명과 함께 서대문구 경찰청 앞 도로에서부터 독립공원까지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하였다. 당시 금속노조는 차로를 포함한 인도에서 행진을 하겠다고 집회 신고를 하였으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편도 2개 차로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행진하도록 조건을 붙여 금속노조 조직국장에게 전화로 통보하였다. 그러나 통보서는 직접 전달하지 않고 사무실 우편함에 넣어두고 왔다. 피고인은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되었다. (가) 1심 판단 서울중앙지법은 왕복 8차로 가운데 편도 4차로를 점거해 행진한 것은 한쪽 방향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 판단하고 일반 교통방해죄를 인정, 벌금 50만원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2. 8. 14. 선고 2012고정1151). (나) 2심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편도 2개 차로를 넘지 말라는 집회 제한 조건이 주최 측에 적법하게 통보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 집회 참가자에게도 이런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신고된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2. 11. 9. 2012노2902). (다) 대법원 판단 경찰이 주최 측인 금속노조 조직국장에게 전화로 통보서의 내용을 알리고 전달방법을 문의하였는데, 동인이"우편함에 넣고 가라"고 말하여 그곳 노조 사무실 우편함에 통보서를 투입한 사실이 인정된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사회 통념상 통보서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였다고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통보서는 주최자인 금속노조에 적법하게 통보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심이 통보서가 적법하게 전달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 하였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도14625). 2. 대법원 판결 취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집시법'이라 한다) 제8조에 따른 금지 등 통고는 직접 집회나 시위 자체를 금지ㆍ제한하는 효과가 있으나, 집시법 제12조 에 따른 교통조건 통보는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인 것에 불과하여, 상대적으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아니하므로, 시행령 제12조에 따른 교통조건 통보의 경우에 집시법 제8조에 따른 금지 등 통고의 송달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구체적인 통보 방법이나 경위, 수령인과 주최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주최자가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비록 집시법 제8조에 따른 금지 등 통고서의 송달 방법을 갖추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적법한 교통조건 통보로 보아야 한다. 3. 평 석 (1) 집시법 제8조의 금지 등 통고의 송달 방법과 제12조의 교통조건 통보 방법상 차등을 두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집시법은 제 8조에서 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에 관한 규정을, 제 12조에서 교통소통을 위한 금지·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제8조는 집회나 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을 할 경우"그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 서면으로 주최자 또는 연락책임자에게 송달하여야 한다(제4항)"라고 규정하고 동법 시행령 제7조, 제3조는 '주최자가 단체인 경우 대리인이나 단체의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개인이라면 세대주나 가족 중 성년자에게 전달'하도록 구체적인 전달 대상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제12조는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거나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고,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을 할 경우에는 시행령 제12조 제2항에서 "서면으로 그 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혀 주최자에게 알려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12조에 따라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경우' 별도로 시행령에서 금지통고 방법을 규정하지 않은 것은 법 제8조에서 '제12조에 따라 금지할 집회 또는 시위라고 인정될 때'는 제 12조 아닌 제8조에 따라 금지통보를 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제8조 제1항 제3호). (이 부분에서 무슨 숨바꼭질 하듯이 복잡하게 법 규정을 찾아가도록 만들어 놓은 점은 유감이다. 법은 중학생 정도의 수준이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대법원 논지대로라면 교통 소통을 위해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경우'에는 제8조에 따라 엄격한 전달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제한을 할 경우'에는 그보다 완화된 방법으로 통보해도 무방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차등적 법해석 적용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집회, 시위의 제한도 결국은 일부 금지로 볼 수 있으므로, 제한 조건을 통고하는 방법과 금지 조건을 통고하는 방법에 차등을 두는 것은 너무도 작위적인 해석이다. 엄격한 통보절차와 완화된 통보절차의 경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매우 모호하다. (2) 단순히 집회 또는 시위에 참석한 자에 대하여 일반 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집시법은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는 금지된 집회 시위나 해산 명령에 위반한 경우 등 한정된 경우에만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제한 조건에 위배한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런데 실무상 집시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 형법 제185조 '일반 교통 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로 인정하여 처벌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집시법상 처벌 대상인 주최자, 과격 참가자 등에 대한 법정 최고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인데 비하여 형법상 일반 교통방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1500만원으로 훨씬 중하다. 결론적으로 집시법에서는 배려를 해준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 오히려 무거운 형법을 적용하는 결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고 처벌을 위한 법운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형법상 일반 교통방해죄를 적용하려면 적어도 형법이 예시한 행위 즉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는 행위'에 준하는 행위로서 교통을 방해한 경우에 한하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할 것이다. 일본 형법상 우리 일반 교통방해죄에 해당하는 죄는 일본 형법 제124조 '왕래방해죄'인바 '육로, 수로, 교량을 파괴 또는 폐쇄하여 왕래의 방해를 초래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하여, 보호 대상(육로, 수로, 교량)과 행위(손괴 또는 폐쇄)를 한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우리 형법과 같이 '기타 방법으로'라는 모호한 규정을 두어 처벌 범위를 단순 참가자까지 넓히는 것은 헌법상 집회 및 시위의 자유, 죄형법정주의와 관련하여 문제가 남는다. (3) 경찰의 대처 방법에 대한 검토 집시법 제13조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집회 및 시위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최소한의 범위를 정하여 질서 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고(제1항) 질서 유지선을 설정한 때에는 주최자 또는 연락 책임자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시행령 제13조 제2항에서 "질서유지선의 설정 고지는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다만, 집회 또는 시위 장소의 상황에 따라 질서 유지선을 새로 설정하거나 변경하는 경우에는 집회 또는 시위 장소에 있는 국가 경찰 공무원이 구두로 알릴 수 있다"고 규정하여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허용하고 있다. 나아가 법 제 24조 3호는 질서 유지선을 침범한 행위 등에 대한 처벌규정까지 두고 있다. 따라서 관할 경찰관서장이 도로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동 법상 규정에 따라 질서 유지선을 설정하고 현장에서는 필요한 경우 구두로 통보하면 법이 정한 제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집시법이 간단하고 확실한 대처방법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본 건처럼 제한 통고가 적법했는지 여부를 가리기위해 파기 환송심까지 네 번의 재판을 이어가고, 집시법 아닌 형법을 적용하는 번거로움을 초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판례 분석을 하면서도 경찰의 대처방법에 대하여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5. 결 어 대법원이 집시법 제 8조상의 금지 통보와 제 12조 제한 통보의 해석에 차등을 두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제한 조건을 통보하는 데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는 집시법상 처벌 조항이 없음에도 법정형이 훨씬 무거운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집시법상 관할 경찰관서장은 집회 시위 현장에서 질서 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한 참가자에 대하여는 처벌규정까지 마련되어 있다. 그러함에도 집시법 아닌 형법의 논리를 동원해야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바람직한 집회 및 시위 문화의 정착을 위해 경찰의 대처 방법도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2015-09-24
상표권 침해소송에서 등록무효사유에 대한 심리 판단
Ⅰ. 사실의 개요(법률신문 2012년 10월 25일 5면 보도) 1) 원고와 피고는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는 서로 다른 법인이다. `원고는 2006.10.부터 2008.5. 사이에 건축용 비금속제 문틀/창틀/천정판 등과 그 상품들의 판매대행/알선업 등에 대하여 , , 와 같은 상표/서비스표를 등록받았다. 2) 소외 김○○는 1994.4.에 Hi-Wood가 작게 표시되어 포함된 상표를 창문틀, 천정판 등에 대하여 등록받았다. 피고는 2004.3.에 김○○으로부터 영업권과 상표권을 양수하였고(상표권은 그 직후에 관리소홀로 소멸함), , 등의 상표를 원고의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상고 기각. 상표법의 목적과 재산권의 행사에 관한 정의와 공평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그 상표등록이 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상표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며, 상표권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으로서도 상표권자의 그러한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그 당부를 살피기 위한 전제로서 상표등록의 무효 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다. Ⅲ. 해설 1. 학설 및 판례 가. 우리나라 특허법의 경우 행정행위의 공정력 이론이나 특허청과 법원의 권한분배론 등에 입각하여 대법원은 특허권 또는 상표권 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이 그 전제로서 당해 특허 또는 상표등록의 무효에 대하여 심리 판단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 원칙을 그대로 따르면 침해소송에서 침해 여부가 다투어지고 있는 당해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음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침해행위의 금지와 손해배상 등을 명하여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되어 소송경제와 구체적 타당성에 반하게 되고, 판결 후에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면 그 판결은 재심사유로 된다. 따라서 대법원은 기존의 판례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 타당성을 꾀하기 위하여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서 공지기술을 제외하거나 확인대상발명이 자유실시기술이라는 이유로 침해를 부정하는 방법을 취해 왔고, 최근에는 침해사건 담당 법원이 권리남용의 항변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까지 심리·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나. 일본 특허법과 상표법의 경우 상기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소위 킬비 사건의 판결(최고재판소 2000. 4. 11. 제3소법정 판결)을 따른 것이다. 일본은 킬비 판결 이후에 특허법 제104조의3을 신설하여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의 침해에 관한 소송에서 당해 특허가 특허무효심판에 의해 무효로 될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는 상대방에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고, 이 규정을 일본 상표법 제39조가 준용하고 있다. 상표법의 영역에서 권리남용을 들어 상표권의 행사를 부정한 것은 대부분 타인이 선취득한 권리 또는 선사용한 상표에 대하여 상표권을 행사하였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불사용 상표를 양수하여 상표권을 행사한 경우, 금반언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 등에 그치고, 등록상표가 식별력 흠결을 이유로 등록무효로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표권의 행사를 권리남용이라고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 우리나라 상표법의 경우 대법원이 상표법의 영역에서 처음으로 권리남용이론을 적용한 것은 1993. 1. 19. 선고 92도2054 판결(소위 사임당가구 사건)에서 이다. 그 후로 대법원은 K2 사건(2008. 9. 11.자 2007마1569결정), 헬로키티 사건(2001. 4. 10. 선고 2000다4487 판결), 캠브리지멤버스 사건(2007. 6. 14. 선고 2006도8958 판결), 비제바노 사건(2000. 5. 12. 선고 98다49142 판결) 등에서, 타인의 선사용 유명상표가 미등록임을 기화로 모방상표를 등록한 자가 자기의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것은 상표법을 악용하거나 남용한 것이 되어 적법한 권리의 행사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진한커피 사건(2007. 1. 25. 선고 2005다67223 판결), 에이씨엠파이워터 사건(2007. 2. 22. 선고 2005다39099 판결), 스타스위트 사건(2008. 7. 24. 선고 2006다40461, 40478 판결) 등에서, 타인의 미등록 유명상표를 모방한 상표를 등록받은 자가 그 타인이나 그 타인으로부터 허락을 받아 상표를 사용하는 자에게 상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대법원은 주로 모방상표등록에 한하여 상표권의 효력을 부정하여 왔으며, 최근에는 후등록 상표권에 대하여 선등록 상표권자가 무효심판을 청구한 경우에 있어서 그 무효심결 확정 전이라도 후등록 상표권자에 의한 상표의 사용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거나(2009. 6. 11. 선고 2007다65139 판결), 형사상 상표권 침해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2012.4.12. 선고 2011도4037 판결). 2. 이 사건 판결의 타당성 여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어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상판결은 상표등록이 무효로 될 것임이 '인정'될 것을 넘어 '명백'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것은 행정행위의 공정력 및 특허법원과 일반법원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실무상 명백성의 판단이 쉽지 않고,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로 되는 것과의 구별도 쉽지 않으므로 이 요건이 불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박정희, '특허침해소송 등에서의 당해 특허의 무효사유에 대한 심리판단', 특허판례연구(개정판), 523면), 현 상황에서 명백성의 요건을 폐기하기 보다는 어떤 경우가 명백한 것인지 구체적인 판단요소(factor)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명백성의 요건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이 이 사건 등록상표/서비스표가 무효사유가 있음이 명백하다고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이우드'는 상품의 특성을 직감하게 하기 보다는 암시하는 정도의 상표라고 볼 여지가 있고, 상품류구분 제19류에는 건축용 재료/자재에 대하여 '하이샤시', '하이도어', '하이멘트', '하이패널시스템', '하이텍스' 등의 상표가 다수 등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이 사건 등록상표/서비스표가 '고급 목재, 좋은 목재' 등의 의미로 직감되어 그 등록이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한 것은 명백성 요건에 비추어 의문이다. 오히려 피고의 상표가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2호의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여 원고의 상표권의 행사를 부정하는 것이 간명하지 않았을까? 셋째, 대상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였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아니하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킬비 판결에서 정정심판이 청구되어 있는 경우를 예로 들었지만, 상표 분야에서는 그 의미를 상정하기가 쉽지 않다. 넷째, 선사용 유명상표의 모방상표에 대해서는 권리남용의 항변을 인정할 여지가 있지만 모방상표와 관련이 없는 선원의 존재, 조약위반, 공익적 부등록사유 등의 무효사유가 있는 상표등록에 대해서는 그러한 무효사유 해당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표권의 행사를 권리남용이라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Ⅳ. 결론 대상판결은 특허법에서의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서, 등록무효사유가 명백한 상표권의 행사에 대해서 권리남용의 법리를 확대하고 그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그러나 ⅰ)상표등록 무효사유는 해당성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 ⅱ)대부분은 상표법 제51조 제1항(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을 적용하거나 또는 상표적 사용의 법리, 불사용 등록상표의 권리행사 제한의 법리 등을 적용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 ⅲ)권리남용이론은 일반조항에 기초한 법리로 성문법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 ⅳ)우리나라는 심판전치주의를 취하고 있고, 심결취소소송과 침해소송의 관할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 ⅴ)특허와 달리 상표는 선택의 문제이므로 타인은 계쟁상표와 다른 상표를 선택할 수 있어 상표권의 행사를 부정할 논리필연성이 특허만큼 크지 않다는 점, ⅵ) 2010다95390 판결과 달리 대상판결은 무효사유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 ⅶ)권리남용은 추상적이고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므로 당사자가 쉽게 수긍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상표법의 영역에서 권리남용이론의 확대 적용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유명상표의 모방상표등록과 같은 경우에 한하여 권리남용을 인정하는 것으로 하되, 굳이 대상판결과 같이 상표등록에 무효사유가 있음이 명백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고자 한다면 권리남용이론에 의할 것이 아니라 일본 특허법 제104조의3과 같이 '무효의 항변'을 입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그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소송의 항소심 관할을 특허법원으로 집중하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일반법원의 심리능력이 강화되고, 상표권 침해소송의 항소심 관할이 집중되면 명백성의 요건을 폐기하는 것도 검토할 여지가 있다.)
2012-11-12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와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
사실관계 경찰관 갑은 순찰 중, 자전거를 이용한 날치기사건발생에 관한 무전지령을 받고, 부근 예상도주로에서 검문을 실시 중, 용의자와 유사한 인상착의로, 자전거를 타고 있던 피고인을 발견, 검문을 실시하기 위해 정지 및 신분증제시를 요구하였다. 피고인이 경찰관 갑의 정지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려 하자, 갑은 경찰봉으로 피고인을 제지, 재차 검문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였다. 평소 검문이 없던 장소로, 자신을 범인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난 피고인은 경찰관 갑과 다투게 되고, 실랑이 과정에서 함께 넘어지고, 이후 갑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가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을 제지하던 경찰관 을, 병에게도 욕설을 가하였다. 피고인은 공무집행방해, 모욕혐의로 기소되었고, 원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다투어 항소하고, 항소심은 원심파기, 무죄판결을 하였다. 판결요지 불심검문 제도의 취지상, 정지 여부를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한 자에 대하여 경찰관이 일정한 거리를 따라가면서 말로써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것은 그 신체이동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지의 목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상대방의 임의에 맡겨져 있는 이상, 경찰관이 질문을 거부할 의사를 밝힌 상대방에 대하여 수갑을 채우거나, 신체를 잡거나,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 등이 진행할 수 없도록 강제력을 사용하여 막거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이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중략)…피고인이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음에도, 경찰관 갑이 그 앞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하여 피고인이 가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언어적 설득을 넘어선 유형력의 행사로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1. 들어가는 말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상, 불심검문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피검문자를 정지시켜 질문함으로써, 불심점을 해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통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이해되는데, 검문을 위한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피검문자가 응하지 않는 경우,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하여, 경찰관이 유형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기존 견해의 검토 불심검문의 목적을 위해서, 피검문자의 정지는 필수적이다. 만일 피검문자가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불응한다면 경찰관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까? 관련한 견해를 살펴보면(佐木史朗, 田宮裕, 河上和雄, 加藤晶 編, 警察關係基本判例解說100, 別冊 判例タイムズ No.9, 1985, 23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어떤 형태로든 유형력 행사는 사실상 인신구금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엄격임의설). 그러나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할 때, 체포, 구속의 강제처분에 이르지 않는 한계 내에서 유형력이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제한적 허용설, 제약설) 지배적이다(신동운, 형사소송법 제3판(서울 : 법문사, 2005), 76면; 실력행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중범죄에 국한, 긴급체포도 가능한 상황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로(예외적 허용설), 이재상, 신형사소송법(서울 : 박영사, 2010), 196면). 제한적 허용설도 여러 변형이 있는데, 임의, 강제처분 외에'실력'의 중단단계를 설정하고, 정지요구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려는 피검문자를 추적, 제한된 시간 내에 어깨, 팔 등을 잡는 예처럼, 본질적으로 설득적 범위를 넘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실력설), 실력설은 임의, 강제처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형사소송법의 사법적 통제를 무력화시킬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불심검문을 순수한 임의처분으로 본다면, 경직법에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도 없음에서, 피검문자의 용의정도와 구체적 사실관계 하의 급박성을 고려, 상응하는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와 단순히 임의의사에 따라 정지를 구할 수 있는 경우를 동시에 규정한 것이라는 견해(光藤景皎, 口述 刑事訴訟法 上(第2版)(東京 : 成文堂, 2000), 6頁), 불심검문과 본격적 범죄수사활동의 단계적 구분의 모호성과 가변적 성격에서, 범죄수사와 동일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일정한 한계 내의 강제력 사용은 불가피하여,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법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는 견해(강제설, 田宮裕, 刑事訴訟法 新版(東京 : 有斐閣, 2001), 58-59頁) 등 있다. 한편, 임의설 입장에서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대방에게 재고,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설득은 허용된다는 견해(규범적 임의설, 설득설), 임의처분으로, 피검문자에게 거부의 자유가 유보되어 있으나, 실효성을 고려, 신체구속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는 충분히 긍정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변형이 있다. 3. 일본, 미국의 관례사례 검토 (1) 일본 경직법 제2조와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 일본 경직법 제2조는 불심검문에 해당하는'직무질문'을 규정하고, 동조 3항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규정에 의하지 않는 한, 신병구속이나 경찰관서에의 연행, 답변의 강요를 금지하여, 임의처분성을 명시한다. 반면, 판례는 제한적 허용설에 가깝다. 최고재판소는(最判平成6·9·16刑集48卷6420頁) 각성제사용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정지요구에 불응, 차량을 운전, 검문현장을 이탈하려하자, 경찰관이 차창을 통해 손을 넣어, 자동차키를 제거, 이후 약물검사를 위한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까지 약 6시간 반을 검문현장에 유치시킨 예에서, 설득행위의 한도를 넘어, 이동의 자유를 장시간에 걸쳐 박탈한 점에서, 임의수사로서 허용범위를 일탈한 위법이 있지만, 경찰관에게 피검문자의 유치의도가 없고, 제지행위의 강도가 높지 않은 반면, 제지행위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높고, 불가피한 면을 지적, 영장주의정신을 몰각시킬 정도의 중대한 위법은 없다하여,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를 적법하다 판시하였다. 이외에, 불심검문을 위한 임의동행 중, 도주한 피검문자를 경찰관이 약 300미터 정도 추적, 손으로 어깨를 잡아 제지한 경우(最決昭和29·7·15刑集8卷71137頁), 소지품 내용제시를 요구받은 피검문자가 도주하자, 정지요구를 위한 추적행위(最決昭和29·12·27刑集8卷132425頁; 最決昭和30·7·19刑集9卷91908頁)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유사한 사례를 하급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정지요구에 불응한 피검문자의 진로를 방해한 상태에서 질문한 경우를 적법하다고 하거나(東京地決昭和47·12·8刑裁月報4卷122035頁; 島高判昭和51·4·1高刑集29卷2240頁), 차량검문 중, 정지신호에 응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해, 운전석 손잡이를 경찰관이 양손으로 잡아 저지한 경우(東京高判昭和34·6·29高刑集12卷6653頁), 무면허운전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검문에 불응하자, 창문으로 팔을 넣어, 핸들을 잡아 정지시키거나(東京高判昭和45·11·12判タ261352頁), 검문에 불응하는 운전자를 제지 하기 위하여, 제시한 면허증을 반환하지 않고, 진행을 저지한 예(東京高判昭和57·4·21刑裁月報14卷3·4245頁) 등이 있다. (2) 미연방대법원의 Terry stop 및 free to leave test 불심검문(police stop)에 관한 대표사례로 Terry v. Ohio, 392 U.S. 1(1968)사건을 들 수 있다. 상점 밖에서 내부를 주시하며 서성대는 피검문자들에 대하여 강도혐의를 의심한 경찰관이 이들을 정지시켜, 신원확인 등 질문을 하고, 답변을 주저하는 사이에, 의복을 외부에서 가볍게 접촉, 총기휴대를 확인하여 체포하고, 불법무기소지혐의로 기소한 사안이다. 미연방헌법 수정 제4조가 금지한 불법한 구금, 압수수색임을 주장하는 피고인들에 대해, 미연방대법원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구금(arrest)과 압수수색(search & seizure)에 이르지 않는 제한된 범위에서 피검문자를 정지시키고(short stop or briefly detain), 흉기소지여부 조사(frisk)하는 것은 수정 제4조에 위배되지 않아 허용될 수 있다 하여, 주 법률 등 근거한 경찰의 기존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아울러, 경찰관의 질문에 피검문자의 답변의무가 없다고 하였다. 다만 체포와 정지의 구별에 대하여, 경찰관이 물리력을 사용하거나 경찰관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피검문자의 자유를 제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불심검문을 위한 정지가 아닌 체포로 볼 수 있는데, 사안의 경우, 흉기조사(frisk) 전 단계까지는 아직 체포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판시, '정지'개념 및 경찰관의 유형력와 관련해서는 다소 불분명한 태도를 취하였다. 불심검문 과정의'정지'개념과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문제는 이후 United States v. Mendenhall, 446 U.S. 544(1980)에서 구체화된다. 공항광장을 보행 중인 여성 피검문자에게 사복차림의 연방 마약수사관이 접근, 수사관 신분을 밝히며, 신원확인 및 탑승권 제시를 요구한 경우로, 미연방대법원은 다수 경찰관이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거나(threatening presence of several officers), 휴대한 무기를 보여주는 경우(display of weapon by officer), 피검문자의 신체에 대하여 물리적 접촉이 이루어거나(some physical touching of the person), 강요적 언어 또는 억양이 사용된 때(use of language or tone of voice indicating that compliance with the officer's request)와 같이, 합리적 일반인의 시각에서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현장을 이탈할 수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때에는(in view of all of the circumstances surrounding the incident, a reasonable person would have believed that he was not free to leave), 사실상 체포에 해당하고, 사안에서 검문장소가 대중인 운집한 광장이고 수사관들이 제복을 입거나 무기를 보여주지 않았으며, 단순히 보행 중인 피검문자에게 접근하여, 연방수사관의 신분을 밝힌 상태에서 질문한 것에 불과하고, 신원확인과 탑승권 제시를 요구(request)하지 않고, 요청(demand)한 경우로, 수정 제4조의 체포에 해당한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free to leave test; 동일한 취지의 판례로, Florida v. Royer, 460 U.S. 491, 103 S.Ct. 1319, 75 L.Ed.2d 229(1983); 반면, 피검문자가 탑승 중인 버스 내에서 검문이 이루어져,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장소를 이탈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으로, free to leave test의 적용이 적절치 않음에 착안, 검문장소에서의 자유로운 이탈이 아니라, 경찰관의 요청을 자유롭게 거부하거나 검문상황을 종결할 수 있는지에 의해 판단하여야 한다는 예로, Florida v. Bostik, 501 U.S. 429 111 S.Ct. 2382, 115 L.Ed.2d 389(1991)). Terry stop에서 말하는 '정지'개념에 의하면, 경미한 신체적 접촉 또는 무형력이라도, 합리적 일반인으로서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상황에서 이탈할 수 없었다고 느낄 수 있는 경우는 강제적 구금에 해당하여, 엄격임의설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한다. 4. 대상판례의 검토 기존에 임의동행 관련 판례에서 불심검문의 임의적 성격을 명시한 예도 있지만(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40 판결 등), 대상판례는 불심검문의 정지요구와 관련, 임의처분성을 확인하고, 피검문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 언어적 설득을 넘어, 유형력 행사가 있는 때는 강제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 엄격임의설 내지 설득설에 근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문의 실효성, 범죄예방적 효과를 고려 못한 경직된 판단기준임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심검문이 과거 악용된 사례(불심검문의 역사적 기원은 2차대전 이전, 일본 행정경찰규칙에서 찾을 수 있다. 동 규칙은 경찰관이'의심스러운 자를 발견한 때는 취규(取りし)하고, 상황에 따라 지구내 출장소로 연행(連行)할 수 있다'고 규정, 강제적 색채가 강하였다)가 있고, 이후 반성적 태도에서 경직법 제정 시부터 지금까지 임의처분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통계 상 수사단서 가운데, 불심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 등을(2008년 통계에 의하면 총 2,020,209건의 범죄사건 중, 175,555건(8.7%)에서 불심검문이 수사단서가 되었다. 2009년 경찰통계연보, 156-157면)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제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유형력 행사 보다는, 피검문자가 느끼는 불쾌감을 최소화하고, 임의적 협력을 유도하는 세련된 검문기법을 모색함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으로 생각된다. 상고 중인 대상판례는 다소 제한적 의미를 갖지만, 경직법 문언에 충실한 해석으로, 한국판 Terry stop의 기준을 제시한 리딩케이스로 평가된다. 상고심 판단을 흥미롭게 기다본다.
2011-12-19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의 자격
1. 사실관계 피고인 A는 2007년 6월 중순 일자불상 22:00경 대구 소재 고속버스터미널 부근 상호불상 모텔 5층 방실에서 1회용 주사기에 담긴 필로폰 약 0.03그램을 생수로 희석하여 자신의 팔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범죄사실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의 죄명으로 공소제기 되었으며, 피고인은 제1심 공판기일에 공소사실을 자백했다. 검사는 공소사실에 관한 유죄의 증거로 피의자 A의 자백이 기재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피의자 A가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이 기재된 검사작성 B에 대한 진술조서를 제출하였으며, 제1심법원은 피고인 A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1심법정에서의 피고인 A의 자백, 피의자 A의 자백이 기재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 피의자 A가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의 진술이 기재된 B에 대한 검사작성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제1심의 유죄판결에 대해 피고인 A가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항소법원인 인천지방법원은 피고인 A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피고인 A는 위 항소기각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한 후 상고이유서에서 피고인 A가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의 진술이 기재된 검사작성 B에 대한 진술조서는 피고인 A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서의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피고인 A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서의 자격을 인정하여 유죄판결(항소기각판결)을 하였음은 판결내용의 법률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피고인 A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원심의 유죄판결(항소기각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면서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의 자격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2. 판례요지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 될 수 없다. 대법원판결의 판결이유는 다음과 같다. 「또한 이러한 진술조서는 자백자 본인의 진술 자체를 기재한 것은 아니므로 같은 법 제310조의 자백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할 것이지만, 피고인의 자백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와 같은 진술기재내용을 피고인의 자백의 보강증거로 삼는다면, 결국 피고인의 자백을 피고인의 자백으로서 보강하는 결과가 되어 아무런 보강도 하는 바 없는 것이니 보강증거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보강증거를 필요로 하는 피고인의 자백과 동일하게 보아야 할 성질의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자백의 보강증거로 될 수 없다」.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실질적으로 피고인의 자백과 동일하므로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판결의 이유이다. 이 대법원판례는 종전 대법원판례(대판 1981. 7. 7., 81도1314)와 동일한 견해이다. 3. 학설의 대립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자인 또는 고백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이 그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의 자격이 있느냐에 관해서는 보강증거의 자격이 없다는 견해(이재상·신동운·이상돈·송광섭·차용석·진계호·임동규·신양균)와 보강증거의 자격이 있다는 견해(백형구)가 대립되고 있다. 전설(소극설)은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라는 점을 논거에 내세우고 있으며, 후설(적극설)은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과 별개의 독립된 증거라는 점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피고인이 수사단계와 공판단계에서 범죄사실(피의사실·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자백 이외의 증거로 그 피고인이 사석에서 범행을 자백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이 기재된 수사기관 작성 진술조서만이 있는 경우에 전설(소극설)에 의하면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하나, 후설에 의하면 유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적극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소극설의 비합리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극설에 의하면 유죄자불벌(有罪者不罰)의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온다. 피의자가 수사단계에서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공소제기 후 공판정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있으며, 그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피고인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것은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예컨대 범인이 범행 후 가족이나 친구에게 범행사실을 고백하고 그 가족이나 친구의 권유에 의하여 자수한 후 수사단계와 공판단계에서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피고인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히 불합리하다. 이 경우 피고인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것은 유죄자불벌(有罪者不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죄임이 명백한 자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것은 형사사법의 부정의(不正義)에 해당한다. 소극설은 자백에 보강증거를 요구하는 입법이유에 배치된다. 헌법 제12조 제7항과 형사소송법 제310조가 자백에 보강증거가 없으면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은 허위자백으로 인한 오판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피고인이 수사단계와 공판단계에서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사석에서 범죄사실을 자인하는 말을 들은 제3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백에 대해 다른 보강증거를 요구한다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7항과 형사소송법 제310조의 입법이유에 배치된다. 이 경우에는 오판의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소극설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내용에 위배된다.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은 제3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증언)이 피고인의 자백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에도 피고인의 제3자에 대한 진술(범행을 자인하는 내용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다고 인정되면 그 제3자의 진술(증언)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경우뿐 아니라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자백하는 경우에도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증언)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해석해야 하므로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의 자격(증거능력)이 없다는 소극설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내용에 위배된다. 소극설은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의 자격에 관한 대법원판례(전원합의체판결)에 배치된다. 대법원판례는 피고인이 인허가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출한 자금내역을 기록해 놓은 수첩의 기재내용은 피고인의 자백(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범죄사실의 자백)과는 별개의 독립된 증거자료이므로 뇌물공여의 공소사실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는데(대법원판결 1996. 10. 17., 94도2865, 전원합의체판결),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에 대해 보강증거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판례는 수첩의 기재내용은 보강증거의 자격이 있다는 대법원판례와 모순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에 대해 보강증거의 자격이 있다는 견해(적극설)가 타당하다고 본다. 4. 판례평석 (1) 판례요지에 대한 비판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에 대해 보강증거의 자격(증거능력)이 있다고 해석해야 하므로,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에 대해 보강증거의 자격이 없다는 대법원판례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유죄자불벌(有罪者不罰)의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2) 판결이유에 대한 비판 대법원판결은 피고인이 자백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10조의 피고인의 자백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을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 삼는다면 피고인의 자백을 피고인의 자백으로 보강하는 결과로 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앞뒤가 모순되는 이론구성에 해당된다. 「피고인의 자백을 피고인의 자백으로 보강하는 결과로 된다」는 것은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이 피고인의 자백에 포함된다는 이론구성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판결은 판결이유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C로부터 필로폰을 매수하면서 그 대금을 C가 지정하는 은행계좌로 송금한 사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집행보고(수사기록 103면)은 필로폰매수행위에 대한 보강증거로는 될 수 있어도 그와 실체적 경합범관계에 있는 필로폰투약행위에 대한 보강증거는 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필로폰을 매수한 사실에 대한 증거는 필로폰을 매수했다는 자백에 대해서 뿐 아니라 그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자백에 대해서도 보강증거로 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자백에 대해 보강증거가 필요한 정도는 자백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며(진실성담보설), 필로폰을 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는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자백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도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2008-03-10
법규명령·행정규칙 구별에 관한 대법원의 실질적 판례변경
Ⅰ. 사실관계 (1) 원고는 울산역에서 출발하여 덕현(석남사)까지 가는 시내버스노선을 운행하는 울산광역시 시내버스운송사업자이고,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들은 피고(경상남도지사)로부터 각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면허를 받아 시외버스운송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이다. (2) 피고는 1999. 4. 23.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11조 제1항에 따라 ① 참가인 A버스 주식회사 및 주식회사 B(이하 ‘A버스’, ‘세원’이라 한다)에 대하여는 기점은 울산, 종점은 밀양, 거리는 86.1㎞ 또는 86.3㎞, 횟수는 3회로, ② 참가인 C여객자동차 주식회사(이하 ‘C여객’이라 한다)에 대하여는 기점은 밀양, 종점은 울산, 거리는 86.1㎞, 횟수는 3회로, ③ 참가인 D여객 주식회사(이하 ‘D여객’이라 한다)에 대하여는 기점은 밀양, 종점은 울산, 거리는 86.3㎞, 횟수는 3회로, 각 변경하는 내용의 시외버스운송사업계획변경인가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1) 피고는 위와 같은 경위로 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2) 원고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① 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11조 제4항에 의하여 사업계획변경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법시행규칙(1999. 12. 16. 건설교통부령 제2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시외버스운송사업의 노선 및 운행계통을 신설하고자 하는 때에는 운행횟수를 4회 이상으로 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처분으로 인가된 사업계획변경은 실질적으로는 노선을 신설하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기존 4회로 인가받은 운행횟수를 1회 또는 3회로 감축하는 것이다. ② 법시행규칙 제31조 제2항 제2호는 노선 및 운행계통을 연장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연장거리는 기존운행계통의 50% 이하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처분으로 인가된 사업계획변경은 기존운행계통의 거리를 위 기준인 50%를 훨씬 넘게 연장하는 것이다(이하 생략). Ⅲ. 원심판결(부산고법 2003. 4. 11, 2002누5283)의 요지 (1) 법시행규칙 제31조는 건설교통부령의 형식으로 시외버스운송사업의 사업계획변경에 관한 처분을 함에 있어 그 사무처리기준과 처분절차 등을 규정한 것으로서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의 성격을 지닐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없다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5. 10. 17. 선고 94누1414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처분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시행규칙 제31조의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위법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법시행규칙 제31조가 이와 달리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있는 법규명령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함을 전제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 바,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하여 이를 각하한 제1심 판결(창원지방법원 2000. 7. 6 선고 2000구588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나 원고만 항소하였으므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을 적용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판결한다. Ⅳ. 상고심판결(2003두4355)의 요지 (1) 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2000. 1. 28. 법률 제62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항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면허를 받은 자가 사업계획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건설교통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은 사업계획변경의 절차·기준 기타 필요한 사항은 건설교통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며, 법 시행규칙(1999. 12. 16. 건설교통부령 제2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1조 제2항은 “시외버스운송사업의 사업계획변경은 다음 각 호의 기준에 의한다. 1. 노선 및 운행계통을 신설하고자 하는 때에는 운행횟수를 4회 이상으로 할 것 2. 노선 및 운행계통을 연장하고자 하는 때에 그 연장거리는 기존 운행계통의 50퍼센트 이하로 할 것 (중략) 6. 제32조 제1항 제3호 (가)목의 규정에 의한 운행횟수의 증감을 초과하는 경우로서 2 이상의 시·도에 걸치는 운행횟수의 증감은 관련 시외버스운송사업자 또는 관할 관청이 참여하여 당해 운행계통에 대한 수송수요 등을 조사한 후에 변경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법 시행규칙 제31조 제2항 제1호, 제2호, 제6호(이하 ‘이 사건 각 규정’이라 한다)는 법 제11조 제4항의 위임에 따라 시외버스운송사업의 사업계획변경에 관한 절차, 인가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으로서,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누17823 판결, 1997. 5. 16. 선고 97누2313 판결 참조), 그것을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행정규칙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인정하는 바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시외버스운송사업계획변경인가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함에 있어서 이 사건 각 규정에서 정한 절차나 인가기준 등을 위배하였다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함을 면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원심이 들고 있는 대법원 1995. 10. 17. 선고 94누14148 전원합의체 판결은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여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함을 지적해 둔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각 규정이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처분이 위 각 규정에 위배되었다고 하더라도 위법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각 규정의 법규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판결한다. Ⅴ. 평 석 1. 쟁점의 소재 이 사건에서 문제의 법시행규칙(건설교통부령)에 대하여 원심(부산고법)은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의 성격을 지닐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없다, 즉 법규명령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다”고 판시한 데 대하여, 상고심(대법원)은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것이고… 그것을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행정규칙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즉, ‘위임명령으로서의 부령’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 원심과 상고심이 견해를 달리 하고 있는 것이다. 2. 대법원의 실질적 판례변경 대법원은 그동안 수많은 ‘위임명령으로서의 부령’에 대하여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이 아니라,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이 있는 행정규칙(행정명령)에 불과하며, 따라서 행정기관이 그에 위반하더라도 위법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견지해 왔으며, 같은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면 법규명령인데, 부령으로 정하면 행정규칙(행정명령)의 성질을 가진다는 식의 납득하기 어려운 판례(대법원 1997. 12. 26선고 94누14148판결)를 남겨 놓은바 있다. 그리고 그 점이 다수 학설에 의한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상세는 김남진·김연태, 行政法Ⅰ, 제11판, 2007, 162면이하 참조). 이 사건에서 원심이 문제의 부령(건설교통부령)에 대하여 ‘행정규칙’으로 판시한 것은 그동안의 대법원의 주된 판례의 경향에 입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원심이 원용한 대법원 판결(94누14148)에 대해 대법원이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여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함을 지적해 둔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설득력을 결하고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 사건에서 법규명령·행정규칙 구별에 관하여 대법원이 “실질적인 판례변경”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후의 판례에 대하여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아쉬운 것은 대법원이 전원합의부를 통해 “판례변경”을 명시하지 않은 점이다.
2007-07-05
의약품 소송
올해초 Newsweek지는 어린이 정신병에 관한 특집을 실었다. 두 자녀가 심한 정신병에 시달리는 한 가정을 기자가 밀착 취재했는데, 비록 이 아이들이 가끔 심한 발작을해서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지만, 아침식사를 아버지의 기도로써 시작하고 보통 아이들처럼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기사는 이와 같은 정상생활이 가능하게된 것은 정신병의 원인을 제어하는 신약덕분이라고 전하면서, 정신병은 귀신이 들린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질병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이 개발되어 정신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신약의 부작용 알고도 사용자에 경고하지 않은 경우 제조물 책임 인정 다이어트 약으로 인한 심장판막손상 환자들 집단소송 25억불에 화해 이처럼 약은 우리를 질병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너무나 고마운 것이지만, 약도 하나의 제품이기 때문에 제조회사가 부작용에 대해서 충분한 독성시험 및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 이를 판매하거나, 판매후에 신약의 부작용이 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하는 조치나 판매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또는 부작용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위험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강렬한 경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조물책임이 인정되고 있다. 의약품은 우리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동차, 화학품 등과 함께 PL소송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품목이다. 근래 문제되었던 대규모 의약품 PL소송으로는 「Fen-Phen 집단소송」을 꼽을 수 있다. 이 집단소송은 「Pondimin」과 「Redux」라는 다이어트 약으로 인해 심장판막손상 등 부작용에 시달리는 환자들에 의해서 제기된 소송이다. 「Pondimin」의 주성분은 Fenflura-mine 인데, 이는 위액분비를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serotonin의 혈중농도를 조절하여 식욕을 감퇴시킨다. Fenfluramine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중화제가 Phentermine인데, 1992년 Weintraub 박사가 Fenfluramine과 Phentermine을 동시에 복용하는 “Fen-Phen” 요법을 소개하면서 Pondimin의 판매는 급증하여 95년 1월부터 97년 9월까지 4백만명이나 이를 복용했다. 「Redux」는 Fenfluramine의 4촌쯤 되는 Dexfenfluramine이 주성분인데 혈중 serotonin 농도를 조절하는 Pondimin과는 달리 뇌신경에 직접 작용하여 serotonin의 분비를 촉진하고 이의 흡수를 저해함으로써 식욕을 감퇴시키는 약으로서 96년 6월부터 97년 9월까지 2백만명이 이를 복용했다. 1997년 Mayo Clinic이 24명의 여환자에게서 Pondimin, Redux와 특정형태의 심장판막질환 간의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역학분석결과를 공개하면서, FDA가 이들 약품의 리콜을 권고하고 제조사인AHP(American Home Product)사가 이를 받아들여 판매가 중단되었다. 이후 이들 약품을 복용한 수만명이 연방 및 주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과정에서 AHP사에 의한 6백만건의 문서제출 및 100명의 AHP직원들에 대한 변론전 증인신문이 실시되었고, 그 결과 AHP사가 심장판막손상으로 인한 혈액역류 부작용에 대하여 임상결과보고서나 부작용보고서(Adverse Event Report) 등에 의해 알았으면서도 이와 같은 부작용에 대하여 경고를 하지 않고 판매를 계속한 것이 밝혀졌다. 이에 AHP사는 99년 여름 배심원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소송에 패소하게 되면 이미지에 손상을 입어 다른 약품의 판매에 타격을 받는 것을 염려하여 원고들과 25억불에 화해하였다.(Brown et. al v. American Home Products Corp Diet Drugs, No.99-20593, E.D. Pa.) (jasonha@lawdw.com)
200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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