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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1므14258 판결 -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예외적 허용 사유의 구체적 판단기준 및 방법
[대상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와 피고는 2010년 3월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이고 그 사이에 2010년 12월 출생한 딸인 사건본인이 있다. 나. 원고는 피고와의 지속된 갈등으로 2011년에는 부부상담을 받고 2013년에는 이혼소송 준비 중 피고의 사과를 받고 철회하였으나 그 후에도 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2016년 5월 집을 나가 피고를 상대로 이혼 등 청구소송(이하 '종전 이혼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2017년 7월 원고에게 혼인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피고는 종전 이혼소송 제기 직후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한 채권가압류를 하였으나 본안소송은 제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종전 이혼소송에서는 이혼에 반대하였다. 다. 원고는 종전 이혼소송 패소 확정 후 여전히 피고와 별거 중이나 양육비는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 계속 지급하고 있고 피고와 사건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취득하여 그 담보대출금을 계속 변제하고 있다. 라. 피고는 원고에게 사건본인을 만나려면 자신에게 연락하고 집으로 들어오라고 요구하였고 아파트의 잠금장치를 변경한 후 열쇠 교부를 거절하면서 원고가 먼저 집에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관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원고는 피고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였다. 마. 원고는 2019년 9월 이 사건 이혼청구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일관하여 이혼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2. 제1,2심의 경과 제1,2심은 원고가 종전 이혼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은 후 가정에 복귀하지 않고 혼인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 없이 판결선고 후 2년 만에 다시 동일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혼을 요구하고 있는 점, 피고가 이혼의사가 절대로 없음을 밝히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였다. 3. 대상 판결의 판단 대상 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원심이 ① 혼인생활의 전 과정 및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드러난 피고의 언행 및 태도, 피고와 사건본인이 처해 있는 구체적 정황, 혼인관계의 회복가능성 등을 모두 고려하여 피고에게 혼인계속의사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지 않은 채 그 혼인계속의사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 기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만 판단하고 ② 과거 원고의 이혼청구가 기각되었어도 그 후 피고 역시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혼인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반면 피고 및 사건본인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짐으로써 유책배우자의 유책성이 희석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피고의 분쟁상황을 고려할 때 혼인관계의 유지가 미성년자인 사건본인의 정서적 상태와 복리를 저해하고 있는지 및 그 정도 등을 심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청구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해석 및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으로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대상 판결은 기존의 유책주의를 재확인하면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의 예외적 허용사유의 판단기준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이를 완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대상 판결을 통하여 앞으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추후 파탄주의가 인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탄주의의 도입은 사회적 변화뿐 아니라 가치관의 변화, 사회적 여건 마련 등 국민적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어 보다 신중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점에서 대상 판결은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유책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준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연구]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지 여부 및 범위에 관한 기존 판례의 변천 가.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와 관련하여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라면 그러한 혼인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 즉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위 조항의 해석론으로 논의되어 왔다. 나. 대법원은 일찍부터 민법 제840조는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제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도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 밝히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불허해왔다(대법원 1965. 9. 21. 선고 65므37 판결, 대법원 1971. 3. 23. 선고 71므41 판결 등). 다. 이후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불허하면서 상대방 배우자도 이혼의 반소를 제기하였거나 오로지 오기나 보복의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만 이혼에 불응하고 실제로는 혼인의 계속과 양립 불가능한 행위를 하는 등 혼인유지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예외사유 ①)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도 인용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하였다(대법원 1987. 4. 14. 선고 86므28 판결 등). 라. 한편 이후 대법원은 원고가 가출 후 장기간 별거 중 사실혼 관계에서 혼외자를 낳은 사안에서 피고의 책임이 경합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세월의 경과에 따라 원고의 유책성도 약화되고, 원고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유책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법적 평가가 달라지게 되는 등으로 혼인제도의 추구 목적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하더라도 원고의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중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를 인정하여(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므2130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므1256 판결) 기존의 유책주의를 조금 더 완화하기도 하였다. 2.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 이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었으나 7인의 다수의견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종래 대법원 입장을 유지하면서 그 예외적 허용 사유를 확장하여 기존의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계속의사가 없는 경우(예외사유 ①) 외에도 그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로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약화되어 쌍방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해진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 파탄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예외사유 ②)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의 예외적 허용 여부는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하였다. 3. 대상 판결의 구체적 내용 및 의의 가. 대상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예외사유 ①과 관련하여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의 판단기준 및 방법을 구체화하여 제시하였다. 즉 대상 판결은 (1)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소송과정 중 그 배우자가 표명한 주관적 의사뿐 아니라 혼인생활의 전 과정 및 소송과정 중 드러난 상대방 배우자의 언행 및 태도를 종합하여 그 배우자가 악화된 혼인관계를 회복하여 원만한 공동생활을 영위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혼인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상대방 배우자가 원만한 혼인관계 복원을 위한 협조 없이 일방 배우자를 비난하고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는 경우 이혼소송 중 가정법원이 권유하는 부부상담 등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조치에 불응하는 경우에는 혼인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어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함에 신중하여야 한다 (2) 다만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의 계속과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언행을 하더라도 그 이혼거절의사가 이혼 후 자신 및 미성년 자녀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에 대한 우려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혼인계속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나. 또한 대상 판결은 일방 배우자가 과거 이혼소송에서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받은 기각판결 확정 후 다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어도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일방 배우자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되어 예외사유 ②에 해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즉 대상 판결은 이 경우 과거 기각판결 확정 이후 상대방 배우자도 일방 배우자의 유책성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일방 배우자의 전면적 양보만 요구하거나 민·형사소송 등 혼인관계 회복과 양립하기 어려운 사정을 정리하지 않은 채 장기간의 별거가 고착화된 경우 이미 혼인관계가 와해되었고 회복될 가능성도 없으며 협의에 의한 이혼도 불가능해진 상태까지 이르렀다면 종전 이혼소송에서 현저하였던 일방 배우자의 유책성이 상당이 희석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현재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다. 나아가 대상 판결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혼인의 유지가 그 자녀의 복리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과 더불어 파탄된 혼인관계의 유지가 미칠 부정적인 영향까지 모두 심리·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4. 결어 대상 판결은 기존의 유책주의를 재확인하면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의 예외적 허용사유의 판단기준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이를 완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대상 판결을 통하여 앞으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추후 파탄주의가 인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탄주의의 도입은 사회적 변화뿐 아니라 가치관의 변화, 사회적 여건 마련 등 국민적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어 보다 신중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점에서 대상 판결은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유책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준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혼인파탄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경미한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아울러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유경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유책
이혼
파탄주의
이유경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22-08-15
정보통신
형사일반
조국(서울대 로스쿨)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 대법원ㅤ2013.11.28.ㅤ선고ㅤ2010도12244ㅤ판결 - I. 사실관계 및 판결 요지 ○○시 △△동장 직무대리의 지위에 있던 피고인은 ○○시장 공소외 1에게 ○○시청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하여 △△ 1통장인 공소외 2 등에게 ○○시장 공소외 1을 도와 달라고 부탁하였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사건 전자우편을 보냈는데, ○○시청 소속 공무원인 제3자가 권한 없이 전자우편에 대한 비밀 보호조치를 해제하는 방법을 통하여 이 사건 전자우편을 수집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시한다. “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기본적인 의무에 속하는 것이고 이는 형사절차에서도 당연히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국민의 사생활 영역에 관계된 모든 증거의 제출이 곧바로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법원으로서는 효과적인 형사소추 및 형사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② 이때 법원이 그 비교형량을 함에 있어서는 증거수집 절차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여부 및 그 정도, 증거수집 과정에서 사생활 기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 경위와 그 침해의 내용 및 정도,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경중 및 성격, 피고인의 증거동의 여부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문장 번호는 필자) 그리고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제3자의 전자우편 수집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전자우편을 발송한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 내지 통신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일응 그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할 측면도 있어 보인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사건 전자우편은 ○○시청의 업무상 필요에 의하여 설치된 전자관리시스템에 의하여 전송·보관되는 것으로서 그 공공적 성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 이 사건 형사소추의 대상이 된 행위는 (구)공직선거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행위로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관권선거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 피고인이 제1심에서 이 사건 전자우편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서, 이 사건 전자우편을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하고, 이로 말미암아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이나 통신의 자유가 일정 정도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수인하여야 할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II.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대사인효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은 원래 수사기관, 즉 국가의 위법활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과의 연계가 없는 사인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한 경우 이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첫째, 사인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기망’(형사소송법 제309조) 등을 행하는 것은 바로 범죄를 구성하며, 이를 통하여 획득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국가가 사인에 의한 시민의 의사결정을 강박·왜곡하는 중대한 인권침해불법행위를 사실상 방조?이용하는 것이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사인의 행위는 동법 제14조의 적용으로 해결된다. 먼저 사인이 타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전기통신을 감청하거나, 사인이 전기통신 중인 일방 당사자의 동의를 얻고 감청하는 경우 등은 불법감청이다. 예컨대, 간통 고소 사건에서 고소인 남편이 자신의 아내와 무속인 간의 대화나 전화통화를 녹음한 것은 증거능력이 없으며(대법원ㅤ2001. 10. 9.ㅤ선고ㅤ2001도3106ㅤ판결), 이용원을 경영하던 피고인이 경쟁 미용실을 공중위생법 위반으로 고발할 목적으로 자신의 이용실에서 지인에게 경쟁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통화하게 하고 그 내용을 녹음한 경우 증거능력이 없다(대법원 2002.10.8. 선고 2002도123 판결). 다음으로 사인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경우도 금지된다. 셋째, 이상의 두 경우 외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대사인적 효력은 2007년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해석문제로 귀결된다. 평석대상 판결은 바로 이러한 이 유형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III. 판례분석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문제를 최초로 검토한 판결은 1997년 등장한다(대법원 1997.9.30. 선고 97도1230 판결). 이 사건에서 남편으로부터 간통죄로 고소를 당한 피고인이 기소되었는데, 간통의 상간자(相姦者)가 피고인과의 간통현장에서 공갈목적을 숨기고 피고인의 동의 하에 피고인의 나체사진을 찍은 것이 수사기관에 압수되어 간통죄의 증거로 제출되었다. 대법원은 나체사진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 상술한 평석대상 판결의 논지 중 ①을 제시하였다. 반면 파기된 원심판결은 이 사건의 사진촬영은 “피고인의 인격의 핵심적인 부분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사인이 부정한 목적에 사용하기 위하여 촬영한 사진을 국가기관이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상대방의 기본권에 대한 새로운 침해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도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지방법원 1997.4.9. 선고 96노5541 판결). 원심판결이 사용하고 있는 ‘피고인의 인격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개념은 1973년의 1월 31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을 원용한 것이다[34 BVerfGE 238 (1973)]. 두 번째 판결로 2010년 대법원 판결이 있다(대법원ㅤ2010.9.9.ㅤ선고ㅤ2008도3990ㅤ판결). 이 사건에서 간통 고소 사건에서 고소인 남편이 별거중인 아내의 주거에 침입하여 혈흔이 묻은 휴지들 및 침대시트를 수집한 후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 원심은 남편이 아내의 주거에 침입한 시점은 아내가 그 주거에서의 실제상 거주를 종료한 이후이고, 위 감정의뢰회보는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소추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증거이고, 이를 증거로 사용하여 아내의 주거의 자유나 사생활의 비밀이 일정 정도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는 아내가 수인하여야 할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감정의뢰회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상술한 1997년 판결의 논지를 유지하면서, 원심을 확정하였다. 동 판결의 판결문을 보면 대법원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를 근거조문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대법원은 2007년 ‘김태환 제주지사 사건’ 판결(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법원이 증거배제의 가능성을 완전 봉쇄하지는 않았고, 독일 연방대법원의 접근법[19 BGHSt. 325 (1964); 34 BGHSt 397ff (1987)]과 유사한 비교형량론을 통하여 증거배제가 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평석대상 2013년 판결도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를 판결의 근거조문으로 삼았는데, 상술한 두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하면서도,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판단하는 종합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판결문 문장 ②). 대법원이 2007년 ‘김태환 제주지사 사건’ 판결을 통하여 수사기관에 의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기준을 밝혔다면, 평석대상 판결을 통해서는 사인에 의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기준을 확립한 것이다. IV. 맺음말 사인이 수집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문제는 이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적용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저자는 대법원이 제시한 비교형량론에 동의한다. 즉, 사인에 의한 위법행위로 획득한 증거의 증거능력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상당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고려한 비례의 원칙에 따라 침해되는 사익과 형벌권 실현이라는 공익을 비교형량하여 공익이 현저히 더 큰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1997년 판결이 증거능력을 인정한 나체사진의 경우는 증거사용으로 인하여 침해된 인격권이나 사생활에 비하여 형사소추의 공익이 현저히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나체사진이 중대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점은 분명한 반면, 나체사진을 사용하여 입증하려는 범죄는 당시 위헌논란이 계속되고 있던 간통죄였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문제는 1973년의 1월 31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처럼 이익형량을 불허하는 ‘핵심영역’을 인정할 것인가이다. 예컨대, 일기장에는 시민의 가장 내밀한 프라이버시가 담겨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는 이유로 형사사법권 실현이라는 공익과의 형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과도하다. 오히려 일기장에 담겨 있는 범죄관련 내용에 따라 증거능력에 대한 개별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자의 전자우편 수집 행위
증거
증거능력
전자우편
비밀보호조치
사생활
조국 서울대 로스쿨
2017-04-20
부광득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중혼적 사실혼 관계 존부확인
-인천지방법원 2016. 8. 26. 선고 2016르10054 판결 - 1. 사실관계 A는 1977년경 혼인신고를 한 법률상 배우자가 있고, A와 법률상 배우자 사이에는 자녀 2명이 있다. A는 인천 남동구에서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2013년경 구청의 노점상 실명제 운영규정에 따라 노점상에 관하여 도로점용허가를 받았다. 노점상 실명제 운영규정에 의하면 노점상에 관하여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본인이 사망한 경우 그 직계가족 1인이 노점상에 관한 권리를 승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A는 2014년 7월경 사망하였는데, B(원고)는 A의 사실혼 배우자임을 주장하며 노점상에 관한 권리 승계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구청은 B와 A 사이의 사실상 혼인관계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노점상에 관한 권리 승계를 유보하였다. 이에 B는 2015년 피고 인천지방검찰청 검사(A의 사망으로 인천지방검찰청 검사가 피고가 됨)를 상대로 A와의 사실혼관계 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인천지방법원 2015드단107434)은 B와 A 사이의 사실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B는 항소를 하였는데, 항소심(인천지방법원 2016르10054)은 2016년 8월 26일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B의 청구를 인용하여 B와 A 사이에 A가 사망할 당시 사실상 혼인관계가 존재하였음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가 상고를 하지 않아 확정됐다. 2. 판결요지 가. 제1심 원고가 망인과 사실혼관계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원고에게 노점상 승계청구를 할 권한이 발생하는 등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망인과 혼인의 의사로 함께 동거하며 노점상을 운영하는 등 객관적으로도 혼인관계의 실체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에 관하여 객관적인 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점, 오히려 망인은 사망 시까지 C와 법률상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사실, 주민등록상 원고와 망인이 동거한 것으로 나타난 기간은 불과 2013년 9월 2일부터 망인의 사망 시인 2014년 7월 29일로 단기간인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원고와 망인 사이의 사실혼관계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 항소심(대상판결) 원고와 망인은 2013년 9월 2일경부터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일치하는 점, 망인은 신장암 등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는데 원고는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병원, 요양원 등에서 망인을 간호하고, 치료비, 요양비 등을 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사망할 때까지 망인의 자녀들과 거의 교류한 적이 없고 원고의 자녀와 교류한 것으로 보이고, 망인은 원고와 동거한 이후로는 망인의 법률상 배우자 C와 함께 생활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노점상에 관하여 노점상 실명제에 따라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명의자는 망인이지만, 원고도 위 노점상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망인은 늦어도 2005년경부터 망인이 사망한 시점인 2014년 7월 29일까지 계속하여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생활하여 사실혼관계가 존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망인이 C와 법률상 부부관계여서 원고와 망인의 사실혼이 중혼적 사실혼관계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망인이 원고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생활한 이후에는 C와 장기간 별거하면서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와 망인 사이의 사실혼관계에 대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아울러 망인이 이미 사망하였지만, 원고는 위 노점상에 관한 망인의 권리를 승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원고가 망인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3. 평석 가. 사실혼관계에 있는 일방이 사망한 경우 사실혼관계존부확인청구가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사실혼관계에 있는 일방이 사망한 이후 제기하는 사실혼관계존부확인청구는 과거의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인데, 과거의 법률관계는 원칙적으로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판례는 일정한 경우 예외적으로 과거의 법률관계라도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혼인, 입양과 같은 신분관계나 회사의 설립, 주주총회의 결의무효, 취소와 같은 사단적 관계, 행정처분과 같은 행정관계와 같이 그것을 전제로 하여 수많은 법률관계가 발생하고 그에 관하여 일일이 개별적으로 확인을 구하는 번잡한 절차를 반복하는 것보다 과거의 법률관계 그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편이 관련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44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망인의 사망 당시 망인과 사실혼관계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노점상에 관한 망인의 권리를 승계할 수 있으므로 사실혼관계존부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며, 제1심 및 항소심 모두 이와 같이 판단하였다. 그러나 사실혼 배우자의 일방이 사망한 이후 생존하는 배우자가 혼인신고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망자와의 과거 사실혼관계의 존재 확인을 구한 청구의 경우에는, 사망자 사이 또는 생존하는 자와 사망한 자 사이에는 혼인이 인정될 수 없고, 혼인신고특례법과 같이 예외적으로 혼인신고의 효력의 소급을 인정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러한 혼인신고가 받아들여질 수도 없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므694 판결). 나. 중혼적 사실혼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 망인은 사망시까지 C와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바, 원고와 망인의 관계는 중혼적 사실혼에 해당한다. 이러한 중혼적 사실혼이 보호받을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종래 판례는 “법률상 배우자 있는 자는 그 법률혼 관계가 사실상 이혼상태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상대방에게 그와의 사실혼 해소를 이유로 재산분할을 청구함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5. 7. 3. 자 94스30 결정)고 판시하여 일반 사실혼과는 달리 중혼적 사실혼은 원칙적으로 법률상 보호받을 수 없다고 보았다. 위와 같이 종래 판례는 법률혼 관계가 사실상 이혼상태라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중혼적 사실혼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보기는 하였으나 실제로는 “법률상 혼인을 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다른 한 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5. 9. 26. 선고 94므1638 판결, 1996. 9. 20. 선고 96므530 판결,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는 등 중혼적 사실혼에 법률적 보호를 인정하는데 매우 제한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4161 판결은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면 일단 성립하는 것이고, 비록 우리 법제가 일부일처주의를 채택하여 중혼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위반한 때를 혼인 무효의 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단지 혼인취소의 사유로만 규정하고 있는 까닭에(민법 제816조) 중혼에 해당하는 혼인이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이고, 이는 중혼적 사실혼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또한 비록 중혼적 사실혼관계일지라도 법률혼인 전 혼인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판시한 다음 “법률상 부부의 일방이 집을 나가 행방불명됨으로써 그들의 혼인은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고 중혼적 사실혼에 법률적 보호를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2009다64161 판결의 취지를 인용한 다음, 이 사건의 경우 망인이 원고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생활한 이후에는 C와 장기간 별거하면서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와 망인 사이의 사실혼관계에 대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중혼적 사실혼에 관한 종래 판례의 경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위 2009다64161 판결과 대상판결은 보호받는 중혼적 사실혼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혼의 경우에도 혼인취소 사유에만 해당하여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호받는 중혼적 사실혼의 범위를 극히 제한하는 것은 중혼의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종래 판례는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게 된 데 있어 일방 배우자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별거기간이 오래되었더라도 중혼적 사실혼을 보호할 수 없다는 태도였던 것으로 보이나, 대상 판결은 별거기간이 장기간 지속되고 상호 교류도 없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 일방 배우자의 귀책사유가 있더라도 중혼적 사실혼을 보호하고자 하는 변화된 판례의 경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혼관계존재확인
권리승계긴청
도로점용허가
노점상실명제
법률상배우자
2017-03-20
이혼·남녀문제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의 보호와 배려
- 서울고등법원 2016르20039 이혼 등 - 1. 사실관계 A(원고)는 B(피고)와 혼인하여 세 자녀를 두었다. A는 C와 수년간 내연관계를 유지해오다가 1998년경 집을 나가 C와 동거하면서 그 후부터 지금까지 별거상태에 있다. B는 혼인생활 중 토지와 건물이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재산을 증식하고 자녀들의 교육 및 뒷바라지를 하였다. A는 별거 후 자녀들의 결혼식에 B와 함께 참석한 것 이외에는 연락을 단절한 채 지냈고, 약 1억원 정도를 자녀들에게 학비 또는 혼인비용으로 주었다. A는 2000년경 B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판결을 받았고, 항소하였으나 항소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다. A는 2006년 하객들을 초대하여 C와 결혼식을 치렀다. 그리고 A는 2014년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A는 2015년 B를 상대로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서울가정법원 2015드합30060)은 2015년 12월 9일 A의 이혼청구는 인용하고, 위자료와 재산분할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A와 B가 모두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6르20039)은 2016년 6월 14일 원심을 파기하고, A의 이혼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2. 판결 요지 (1) 제1심 원고와 피고가 서로 연락을 단절한 채 별거한 기간이 18년에 이르고 있고, 그 기간 동안 원·피고는 일체의 연락을 단절한 채 자녀의 결혼식과 같은 집안 행사에만 일시적, 형식적으로 참석하였던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파탄에 이르렀다. 다만, 원고가 1992년경부터 C와 내연관계를 맺은 후 1998년 집을 나가 동거하는 등 부정행위를 한 잘못이 있으므로, 파탄의 주된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다만, 원고는 고령으로 최근 대장암이 발병하였음을 확인한 후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점, 원고와 피고는 별거를 시작할 무렵 및 그 이후로 18년간 별다른 간섭 없이 각자 생활하여 온 점, 별거 이후 피고는 부동산에서 발생한 임대소득을 취득하여 생계와 자녀들을 양육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점, 피고의 의사는 혼인관계의 회복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의 결과가 C에게 이득이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이혼에 불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은 원고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하여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2) 항소심(대상판결) 혼인관계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피고는 종전 이혼소송에서부터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혼을 원하지 않고 있고, 자녀들도 이혼을 원하고 있지 않은 점, 피고는 원고가 집을 나간 후 자녀 3명을 양육하고 결혼을 시켰는데, 원고가 자녀들의 유학자금과 결혼자금을 일부 부담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아니한 점, 원고는 피고가 부동산의 임대소득으로 자녀들을 양육하고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가 가출한 후 피고를 상대로 위 부동산 중 2분의 1 지분에 대하여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부동산의 임대소득에 기초하여 자녀들을 양육하고 생활한 것을 두고 원고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피고와 자녀들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는 만 73세가 넘는 고령으로 원고와의 혼인관계에 애착을 가지고 혼인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거나 원고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다거나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되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평석 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기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그 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대법원 2015.9.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이혼]이 선고됨으로서 일단 일응의 기준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따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 있으므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없고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허용될 수 있다. 그리하여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때에는 유책배우자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 위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에 따르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상대방 배우자 또한 혼인 계속 의사가 없거나, 이혼을 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제1심 판결은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가 혼인관계의 회복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 점, 별거기간 동안 피고가 부동산의 사용수익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의 이혼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피고의 혼인계속 의사에 진정성이 있고, 원고가 그 이전에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지분이전소송을 제기한 점에 비추어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의 배려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의 보호와 배려 이혼에 있어서 '정의'를 요구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판례의 태도이다. 유책주의는 이러한 정의 관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유책주의가 도전 받는 것은 혼인을 강제할 수 없다고 하는 판결의 실효성의 문제, 그리고 애정의 문제를 정의로만 규율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존의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의 보호와 배려'가 있었다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종전의 태도에 비하면 진일보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축출이혼'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기준이기도 하다. 그러나 파탄주의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기준은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파탄주의 법제에서 채택하고 있는 이혼 배우자에 대한 사후부양제도 같은 것은 상대방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다만, 이혼을 전제로 할 것인가 여부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이혼과 관련해서 배우자, 그리고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의 문제가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으로 부각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이 허용되기 위해서는 이를 상쇄할 정도의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때 보호와 배려의 정도는 유책성의 정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로 상쇄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정이 남아 있지 않은 배우자에 대하여 정신적인 배려가 기대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결국 경제적인 지원과 자녀에 대한 도리와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대상 판결은 이에 대하여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유책성의 상쇄에 대하여는 향후 정의 관념에 부합하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혼
재산분할
유책배우자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2016-10-20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불허되는가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및 전개과정 원고(남편) 피고(아내)는 1976. 결혼하여 3명의 성년 자녀를 두고 있다. 한편 갑은 1998.경부터 소외 갑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오다가 갑과의 사이에 딸 을을 낳았다. 을은 현재 미성년 상태이고 원고는 2000. 1.경 피고와 살던 집에서 나와 갑과 15년 동안 동거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법원과 원심(2심) 법원은 원고가 혼인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2015. 6. 26. 공개변론 등을 거치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한 후 2015. 9. 14.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의 주된 이유와 반대의견 우리 이혼법제는 유책배우자도 협의이혼이 가능하고,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며, 중혼에 대한 형사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위험이 있고, 우리 사회가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여 종래의 대법원 판례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다만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된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실질적인 이혼상태에 있는 부부공동생활관계에 대해 이혼을 인정함으로써 법률관계를 확인?정리하여주는 것이 합리적이고, 혼인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탄상태에 이르러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이상, 귀책사유는 혼인해소를 결정짓는 판단기준이 되지 못하며, 귀책사유에 대해서는 이혼에 따른 배상책임 및 재산분할 등에 충분히 반영함으로써 상응한 책임을 물어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음을 이유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1) 우선 우리 민법 제840조에서는 재판상 이혼사유로 6가지를 규정하면서 1호부터 5호까지는 유책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6호의 경우에는'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고만 규정한다. 따라서 법률의 규정 태도로 봐서 1호부터 5호는 부부일방에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더라도 유책성이 있는 경우에는 재판을 통해서 이혼을 허용하려는 것이다. 반면에 6호의 경우에는 유책성이 없더라도 혼인의 계속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혼을 허용하려는 취지로 봐야 한다. 혼인은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남녀의 결합으로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 정조의무를 부담하는 관계이다. 그러나 부부가 오랫동안 별거 등으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객관적으로 파탄된 경우에는 혼인의 기본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에까지 강제적으로 혼인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려는 것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제36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취지에도 반하게 된다. (2) 대상판결은 스스로 혼인의 파탄을 야기한 사람이 이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한다는 이유를 든다. 아마도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의성실이나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은 재산법에서 주로 문제되는 것이고 고도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가족법 분야에 있어서도 제한 없이 허용될 수는 없다.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을 이유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까지 박탈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실질적으로는 혼인이 파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만 혼인상태를 유지토록 하는 것이 과연 신의성실의 원칙에 맞는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3)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 현실인 만큼 유책인 남성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불허함으로써 여성 배우자를 보호하고자 한다는 대법원의 취지도 유책은 대부분 남자에게 있다는 과거의 도식을 그대로 전제하는 것은 물론, 상대배우자를 강제적으로 혼인관계에 묶어두어 형식만 혼인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여성보호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위자료 청구 등에 있어서 금액을 현실화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4) 우리 법제가 협의이혼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유책배우자에게도 이혼을 허용하는 길이 열려 있다는 판결이유는 경제력이 충분한 유책배우자의 경우에는 상대배우자의 모든 요구조건을 들어주어 이혼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경제력 유무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이혼여부가 달라지는 불평등을 가져오게 된다. 또한 유책배우자는 상대배우자의 어떤 요구라도 들어줘야 한다는 가혹한 희생을 전제로 한다. (5)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는 가혹조항을 두어 파탄주의의 한계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규정하며, 이혼 후 부양제도라든지 보상급부제도 등으로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임에 비하여 우리는 그러한 제도를 두지 않아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이나 자녀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우리 법제의 경우에도 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재산분할, 자녀에 대한 양육비 청구 등을 현실화함으로써 상대배우자 및 자녀의 장래에 대한 보장이 어느 정도 가능하고, 파탄주의를 취하더라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미성년 자녀의 이익을 위하거나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꼭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적으로 이혼청구를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행법의 해석으로도 얼마든지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6) 대법원은 파탄주의를 허용할 수 없는 이유로 중혼에 대한 형사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중혼상태에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계속적으로 중혼상태를 사실상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혼상태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혼상태를 제거함으로써 중혼을 금지하고 있는 법률의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와 유책배우자에 대한 이혼 허용여부는 사실상 관련성이 없다. (7) 우리 사회가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기 때문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유책배우자는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 배우자는 상대방으로 보호받아야 할 지위에 있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주장이다. 우리 사회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하여 여성의 사회진출이 뚜렷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거꾸로 유책배우자가 여성인 경우도 증가추세임은 분명하다. 더욱이 여성이 유책배우자이고 경제적인 능력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에는 상대배우자로부터 이혼을 거부당하면서 형식상 혼인상태를 강요당하는 인격 파탄의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 4. 결 론 혼인관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를 바탕으로 한다. 개인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 기해서 누구와 혼인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미 혼인관계가 사실상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에 의해서 혼인관계를 강제할 수는 없다. 또한 해소된 혼인관계가 이혼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정상화되는 것도 아니다.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허용하지 않아서 지나치게 가혹하다. 또 유책배우자는 대부분 남성이라는 전제에서 여성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여성이 유책배우자인 경우를 상정하지 못한 잘못이 있으며, 현행법의 해석으로도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비 등의 현실화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을 도외시했다. 사회·경제적으로 여성은 약자, 남성은 상대방이라는 구조적 틀 안에서 법률을 해석하는 것은 양성평등의 원칙에도 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사실상의 이혼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된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에게도 이혼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다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더라도 상대배우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까지 이혼청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법이 가혹조항을 두고 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015-10-05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원칙적으로 '불가'… 예외사유는 '확대'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 568 전원합의체 판결- 1. 들어가면서 대법원은 1965년 혼인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엄격한 유책주의를 유지해 왔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가 청구한 이혼사건을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에 회부하여 판례변경 여부를 검토하기 위하여 지난 6월 공개변론까지 열었다. 이번 대법원 선고에 나타난 대법관들의 입장은 팽팽하게 나뉘었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6명의 대법관 등 7명은 유책주의 입장에서 종전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다수의견)이었고, 주심 대법관을 포함한 6명은 파탄주의 입장에서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반대의견)이었다. 2.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실관계 원고와 피고는 1976년 3월 9일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그 사이에 성년인 자녀 3명을 두고 있는데, 원고는 2000년 1월경 집을 나와 원고의 딸을 출산한 여자와 동거하고 있고, 피고는 원고가 집을 나간 후 혼자서 세 자녀를 양육하였다. 피고는 직업이 없고 원고로부터 생활비로 지급받은 월 100만 원 정도로 생계를 유지하였는데 그나마 2012년 1월경부터는 원고로부터 생활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피고는 원심 변론종결 당시 만 63세가 넘는 고령으로서 위암 수술을 받고 갑상선 약을 복용하고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아니하며 원고와의 혼인관계에 애착을 가지고 혼인을 계속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3. 유책주의의 예외 대법원은 "상대배우자도 이혼의 반소를 제기하고 있는 경우 혹은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는 이혼에 불응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에 있어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그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비록 혼인의 파탄에 관하여 전적인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할지라도 이를 인용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1987.4.14. 선고 86므28 판결 등). 4. 이른바 '유책성 풍화론'을 적용한 판결 대법원은 가출한 처(A녀)가 기형인 혼외자를 출산한 후 이혼청구를 한 사례에서 'A녀와 남편의 혼인관계는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 등 A녀로 하여금 현 상황에까지 이르게 한 남편의 책임이 경합하였다고 할 것인 점, A녀와 남편 사이의 부부공동생활 관계의 해소 상태가 장기화 되면서, A녀의 유책성도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당 정도 약화되고, A녀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법적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현 상황에 이르러 A녀와 남편의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파탄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의 법적·사회적 의의는 현저히 감쇄되고, 쌍방의 책임의 경중에 관하여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 역시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이는 점, A녀와의 이혼을 거절하는 남편의 혼인계속의사는 일반적으로 이혼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참작하여야 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A녀와 남편이 처한 현 상황에 비추어 이는 혼인의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관계만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보이고, 남편의 혼인계속의사에 따라 현재와 같은 파탄 상황을 유지하게 되면, 특히 A녀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계속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참작하여 보면, A녀와와 남편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할 것이며,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A녀의 유책성이 반드시 A녀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아니 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A녀와 남편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판결함으로써(대법원 2009.12.24. 선고 2009므2130 판결) 유책주의의 완화하였다. 5.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 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유책배우자라도 재판상 이혼이 불가능할 경우 상대방에게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을 통하여 협의상 이혼(2014년 기준 이혼 중 77.7%가 협의상 이혼)을 할 수 있는 점, 이혼당사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과 면접교섭권이 부여되고 여성의 법적 지위가 개선되었지만 파탄주의 입법례에서 두고 있는 가혹조항이 없고 이혼 후 부양 등 입법적조치가 부족한 점, 간통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중혼에 대한 형사제재가 없는 점, 우리사회에 여전히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가 엄연히 존재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민법 제840조 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아니하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변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①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②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③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 전원합의체의 반대의견도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지만, ㉠ 이혼으로 인하여 파탄에 책임 없는 상대방 배우자가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놓이는 경우, ㉡ 부모의 이혼이 자녀의 양육, 교육, 복지를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 혼인기간 중에 고의로 장기간 부양의무 및 양육의무를 저버린 경우, ㉣ 이혼에 대비하여 책임재산을 은닉하는 등 재산분할, 위자료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 상대방 배우자를 곤궁에 빠뜨리는 경우 등과 같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한다면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정의·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 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객관적인 사정이 부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제6호 이혼사유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혼인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라. 전원합의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차이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다수의견은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되, 예외 사유(위 ① 내지 ③)가 있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의견은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하고, 예외 사유(위 ㉠ 내지 ㉣)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혼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6.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가.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기본적으로 유책주의를 유지함으로써 간통죄 위헌판결 후 혼인과 가족제도에 관한 사회적 수용능력을 고려하면서도 경직된 유책주의의 예외를 사실상 확대함으로써 유책주의적 수요와 파탄주의적 수요를 절충한 제한적 유책주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나. 또한, 파탄주의를 지지한 반대의견도 이른바 가혹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사유(위 ㉠ 내지 ㉣)를 제시함으로써 파탄주의로 전환되더라도 종전 혼인과 가족제도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예외사유에 해석과 적용 단계에서 반대의견도 상당부분 녹아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7. 사견(이혼 후 부양)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현행 민법상 이혼 후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부양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사견으로는 현행 민법 하에서도 민법 제826조 1항과 제977조의 합리적인 해석을 통하여 이혼 후 부양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혼인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부부의 실체를 이루는 신분상 계약'이기 때문에 혼인해소 전에 부부사이의 협의(협정)나 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부부간 부양의 정도와 방법을 정할 때 '이혼 후 부양'에 관하여 정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협의이혼을 하면서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 명목 또는 배우자의 생활비 명목으로 일정한 재산을 이전해 주거나 일정 기간 금전을 지급하거나 두 가지가 병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재판상 이혼절차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로 조정이 성립되는 경우도 많다.
2015-09-21
최진섭 교수(인천대 법대)
동거 장소에 대한 협의의 취소와 이혼원인의 관계
1. 사건의 개요(법률신문 2011년 7월 14일자 보도) 판결의 인정 사실에 의하면, 처는 남편의 고향집으로 귀향하기로 합의하고 귀향 전까지는 한 달에 1번 고향집에 내려오기로 약속하였고, 약속한 기한이 되어 처가 시가로 귀향하여 동거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그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1985년 결혼하여 2006년 원고의 아버지가 사망하자 원고는 고향으로 내려가 거동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부양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함께 내려가길 바랐으나 피고가 거부하여 부부는 별거하게 되었다. 마침내 2008년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가 2010년 2월 이전에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가 살기로 합의하였고 이를 어길 경우 이혼 요구에 응하기로 하여 소송을 취하하였다. 그러나 합의한 대로 피고가 이행하지 않으므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청구에 이른 것이다. 2. 판결이유 원고패소의 판결을 내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민법 제828조 본문에 의하면 부부간의 계약은 혼인 중 언제든지 일방이 취소할 수 있고, 이는 부부사이에서는 약속의 굴레로 상대방을 옥죄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부부의 일방이 다소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여도 그것만으로 그에 대한 신뢰를 전적으로 버리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사이에 동거 장소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일방은 그 협의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렇게 보는 것이 헌법이 정한 양성평등과 거주이전의 자유에 합치되도록 민법상 부부의 동거의무를 해석하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 동거 장소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소 제기 전부터 줄곧 고향으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었고 이로써 동거 장소를 정한 협의는 취소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원고가 정한 장소에서 동거할 의무는 없고 동거 장소에 대하여 새로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고가 피고에게 합의이행만을 요구했을 뿐 피고를 이성적, 감성적으로 설득하려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전소에서의 합의를 취소하는 것이 전적으로 피고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원피고 사이에 신뢰가 상실됨으로써 혼인이 파탄에 이르러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3. 평석 이 판결의 타당성 여부는 피고의 동거의무 불이행을 인정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귀향하기로 한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이혼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혼에 합의한 사실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혼원인이 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거의무불이행이 인정되면 그것은 재판상 이혼원인이 될 수 있고, 악의의 유기 내지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 부부가 동거하는 것은 혼인생활의 본질적 요소이므로 동거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용인될 수 없고, 동거의무를 위반하면 이혼원인이 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동거 장소에 대한 부부간의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부부의 일방이 타방에게 일방적으로 동거 장소를 강요하고 타방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동거의무의 불이행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이혼원인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동거 장소에 대한 갈등으로 혼인이 회복할 수 없는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될 여지가 있다. 이 사건에서는 동거 장소에 대한 부부간의 갈등은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당사자 간의 협의로 동거 장소가 결정되었다. 그런데 피고가 합의를 저버리고 이행을 하지 않으므로 원고는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혼인생활의 본질적 요소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혼소송을 제기한 것은 일단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판결에서는 동거 장소에 대한 합의가 있더라도 부부계약취소권 규정에 의하여 그 협의는 취소되었다고 보고 당사자 간에 새로이 협의해야 한다고 하면서 원고가 정한 장소에서 동거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부부계약취소권 규정(부부계약취소권 규정은 민법 개정에 의하여 내년 7월부터 폐지됨. 2012. 2.10공포, 2013. 7. 1시행)이 동거 장소를 정한 협의에도 미치는 것으로 보는 해석에는 의문이 든다. 민법 상 부부계약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계약의 내용에 대하여 규정하는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동거 장소에 대한 협의는 혼인생활의 기본적 요소를 이루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악의의 유기를 이혼원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동거 장소를 떠나 복귀할 의사가 확정적으로 없는 때에는 혼인의 실체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거 장소를 정한 협의는 부부계약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 설사 그 대상이 된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귀향하여 동거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신의칙 위반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동거의무는 강제이행이 불가능하므로 이혼청구에 의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다. 협의에 의하여 동거 장소가 결정된 이상, 그 협의는 존중되어야 하고, 일방적인 취소는 허용될 수 없고 그 불이행이 계속되고 있다면 이혼원인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동거 장소에 대한 협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을 인정한다면 안정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통상 기대될 수 없기 때문에 이 판결과 같이 일방적 취소를 인정하고 새로이 동거 장소에 대한 협의를 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혼인관계의 파탄을 법적으로 조장할 우려가 있다. 혼인도 계약관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특히 동거 장소에 대한 합의와 같이 혼인에 부수하는 계약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혼인생활관계에서 부부 간의 약속(계약)이 원칙적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법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동거 장소에 대한 당사간의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에 청구하여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조문(제826조 제2항)은 구법에서 부부의 동거 장소는 남편이 정하도록 한 것을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개정하면서 그처럼 개정된 것이다. 다만 부부의 동거 장소를 법원에서 정한다는 것 자체가 사적자치에 대한 지나친 관여로 보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법원이 정해야 하는 경우라도 법원이 구체적으로 동거 장소를 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고, 부부의 일방이 동거 장소를 정할 수 있도록 판결하라는 취지로 그 조문이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부부간의 동거 장소에 대한 합의 후에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다면 법원의 결정은 당사자가 합의한 바를 존중하여 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부부의 일방이 이에 불복하여 동거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강제이행은 불가능하므로 다른 일방이 이혼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관점에서 이 사건 원고의 청구를 판결이유와 같은 논거를 들어 기각한 것은 이론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 사건과는 달리, 합의한 동거 장소에서 동거할 의무를 불이행한 쪽에서 이혼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로 보아 기각하여야 한다는 해석을 할 수도 있겠으나, 동거 장소에 대한 갈등으로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면 유책여부의 문제로 파악하기보다는 혼인의 성립과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인 동거의 결여 상황, 그 자체를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보아서 이혼청구를 인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거 장소에 대한 합의를 한 바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강제할 수 없는 이상, 합의한 동거 장소에서의 동거의무를 불이행한 일방의 이혼청구라 하더라도 그를 유책배우자로 보아 그 청구를 반드시 기각해야 한다고 볼 이유는 없다. 거주이전의 자유는 혼인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제한될 수 없는 것이다. 부부의 일방이 동거 장소에 대한 합의를 지키지 않는 때에는 그 합의의 불이행에 따른 동거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이 문제될 뿐이다. 그 책임이 바로 이혼을 용인해야 하는 것이다. 동거 장소에 대한 부부간의 갈등은 어느 쪽 주장이 정당한가의 문제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유책 여부의 판단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혼인의 가장 본질적 요소인 부부의 동거가 그 장소의 결정에 대한 다툼으로 결여되어 있고,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면 그 혼인은 더 이상 존속을 보호할 사회적 가치를 상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부부의 어느 일방이 동거 장소에 대한 합의를 어겼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혼청구는 인용되어야 한다. 나아가 부부계약취소권 규정이 폐지된 이후에 유사한 사안이 재판상 문제된다면, 이 판결이유에서 설시하는 바와 같은 이론 구성은 할 수 없다. 부부의 동거 장소 결정 및 동거의무위반의 문제와 이혼원인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론 구성이 필요하다.
2012-10-22
김방호 소령(군법무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요건에 대한 고찰
Ⅰ. 서설 우리는 요즘 언론 매체를 통하여 성전환자를 쉽게 접하고 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성문화 내지 성별질서에 대한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성전환에 대하여 아무런 법·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과학문명 이기와 왜곡된 가치관의 결합으로 무분별한 성전환이 이루어져 성별질서의 혼란을 가져오고 성전환증 환자로서 최종적 치료개입 수단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자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하여 심각한 인권침해가 초래되고 있다. 대법원은 근자에 해석론에 의한 법관의 법형성작용을 통하여 일정한 요건하에서 해부학적 성과 다른 반대의 성을 인정하고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별정정을 허가함으로써 성전환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제도권으로 포섭시켜 왔다. 그런데 이번 대상판결은 기존의 입장과 달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함에 있어서 성전환자가 현재 혼인 중에 있는 경우나 미성년인 자를 둔 경우를 각각 성별정정의 독자적 소극적 요소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소수 의견이 주장하는 것처럼 성별정정 허가를 결정함에 있어서 이러한 요소들을 소극적·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것은 성전환자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가족공동체 형성의 자유 측면에서 볼 때, 법적 안정성 또는 자의 복리에 치우친 해석으로 문제가 있다 할 것이다. Ⅱ. 사실관계 학창시절부터 여성복을 즐겨 입고, 여성을 동성처럼 여기는 등 여성적 성향을 보이며 심한 성정체성 장애를 겪으면서 수차례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다가 2006. 8. 8. 태국에서 성전환수술과 유방성형수술을 받아 여성의 외부 성기와 신체 외관을 갖추고 그 때부터 현재까지 여성 호르몬제를 투약해 온 성전환자가 가족관계등록부상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 정정을 신청하였으나, 1심과 원심은 과거의 혼인경력 및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정정 신청을 기각하였고 대법원은 과거의 혼인경력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의 독자적 소극적 요소가 되지 않으나,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다는 점은 이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1. 구체적 요소 사람의 성을 결정함에 있어 과거 생물학적 요소뿐 아니라 성 귀속감, 성 역할 등의 정신적·사회적 요소들 역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성장과정에서 생물학적 성에 대한 불일치감 및 위화감·혐오감을 갖고 반대의 성에 귀속감을 느끼면서 반대의 성 역할을 수행하며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 역시 반대의 성으로 형성된 사람에 대해서는 일정한 경우 법률적인 성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요소들로 ①의학적으로 성전환증 진단을 받고 상당기간 정신과적 치료나 호르몬 치료 등을 받고도 위 증세가 치유되지 않고, ②반대의 성에 대한 정신적·사회적 적응이 이루어졌고, ③일반적 의학적 기준에 의하여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적 성징이 변경되었으며, ④전환된 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만족감을 느끼고 공고한 성정체성의 인식 아래 그 성에 맞춘 의복, 두발 등의 외관을 하고 성관계 등 개인적 영역 및 직업 등 사회적 영역에서 모두 전환된 성 역할을 수행하고, ⑤주위 사람들로부터 그 성으로 인식되는 정도에 이르러 사회통념으로 볼 때 전환된 성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되고, ⑥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지 아니하는 등 사회규범적으로도 허용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2. 독자적 소극적 요소 가. 혼인 중에 있는 경우 헌법 제36조 제1항의 혼인제도는 무릇 남녀 간의 육체적·정신적 결합으로 성립하는 것으로서, 민법은 이성 간의 혼인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현재 혼인 중에 있는 성전환자에 대하여 성별정정을 허용할 경우 법이 허용하지 않는 동성혼의 외관을 현출시켜 결과적으로 동성혼을 인정하는 셈이 되고 이는 상대방 배우자의 신분관계 등 법적·사회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아니한다. 나. 미성년자인 자가 있는 경우 민법 제909조 제1항, 제912조, 제913조에 의하여 부모는 미성년자인 자의 친권자가 되고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으며 친권을 행사함에 있어 자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친권자와 미성년인 자 사이의 특별한 신분관계가 발생하고, 동성혼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현실 적응능력이 성숙되지 아니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미성년자인 자의 복리에 미치는 현저한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미성년자인 자의 복리를 위하여 친권자의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현재의 우리 사회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하여 이성과 혼인하고 자녀를 출생시켜 가족을 이룬 사람에게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요청이다. Ⅳ. 성전환자 법적 지위 1. 개념 정리 성전환증 : 의학적으로 성전환증은 성정체성장애의 가장 심한 형태로 사춘기 이후에도 자신의 선천적 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편감과 부적절함을 느끼며 2년 이상 1차 및 2차적 성징(性徵)을 제거하고 반대 성징을 획득하려는 집착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를 말한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제10차 국제질환분류(ICD-10, 1994년)에서 성전환증을 성정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의 하나로 분류하여 '자신의 해부학적 성에 대한 불편함이나 부적절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과 반대되는 성으로 살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그리고 그가 선호하는 성의 신체에 가능한 일치되도록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고자 하는 욕구'라고 정의하면서, 성전환증으로 진단되려면 반대 성에 대한 귀속감정이 최소한 2년 이상 지속되고 다른 정신장애증상 또는 성 염색체 이상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성전환증(transsexualism)이란 해부학적인 성과 정신적 성에서 성적 주체성의 불일치를 주 증상으로 하는 성정체성장애라고 한다. 성전환자 : 트렌스젠더(transgender) 또는 트렌스섹슈얼(transsexual)이라고 불리는데 수술이나 다른 치료를 통해 자신의 성이 아닌 반대의 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이에는 육체적으로 남성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성의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Male to Female Transsexual(MTF)', 육체적으로는 여성이지만 남성의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Female to Male Transsexual(FTM)' 두 가지가 있다. 2. 외국의 입법례 비교법적으로 독일은 1980년 성전환자에 대하여 '특별한경우에서의이름변경및성확인에대한법률'을 제정하여 당사자가 신청할 경우 성별 재전환이 가능하고 신청인의 동의 없이 변경 이전의 이름을 개시하거나 조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네덜란드는 1985년부터 성전환을 법제화하고 성전환 수술시 의료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 대부분의 주는 2002년부터 성전환자에게 수술 후의 성에 따른 법적 지위를 승인하고 있다. 영국은 2004년 '인지법'을 제정하여 성전환자의 현재의 성에 맞는 새로운 출생증명서 발급을 가능하게 하였다. 유엔인권이사회는 2011. 6. 16. 제17차 회의에서 '성적 지향 및 성정체성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켜 각국의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에 대한 차별적 법률과 관행 등을 조사,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3. 우리의 현실 최근 우리 사회는 젠더(gender)의 문제, 양성 평등,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성전환증의 원인 분석 및 성전환자에 대한 인권보장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성전환에 대한 사회인식 역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2002년 김홍신 의원이 '성전환자 성별변경에 관한 특례법안'을, 2006년 노회찬 의원이 '성전환자의성별변경및개명에관한특례법안'을 대표 발의하였으나 모두 회기만료로 자동폐기된 바 있다. 2005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성적 소수자의 인권 기초현황조사가 이루어졌고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별변경의 비밀보장 및 성전환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권고안'을 마련하는 등 사회 각계 각층에서 법·제도적 정비를 위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성전환에 대한 입법적 불비로 말미암아 성전환자는 여전히 법·제도적 보호영역의 사각지대(死角地帶)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하여 성전환 수술요건에 대하여 의학계마저도 통일적인 기준이 없고 법·제도적 성과 변경된 성 및 성 역할의 불일치는 여전히 사회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법질서 경직성으로 사회적 소수자의 권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300 내지는 400명 정도가 성전환 수술을 받았으며, 2009년 기준으로 4,500명 가량의 성전환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성별정정 허가는 2002년 7월부터 2003년 8월까지 21건이 허가 되었고, 2004년에는 10건, 2005년에는 17건에 불과하여 성전환의 현실과 법·제도적 갭(gap)은 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법원도 담당판사의 성향에 따라 허가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성별정정을 위해 소위 '법정 쇼핑'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2006. 6. 22. 2004스42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에 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Ⅴ. 평석 1. 그동안 우리의 현실은 성 이분법적 사고에 입각하여 법·제도권 밖이라는 이유로 성전환에 관하여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아니한 채 그를 자신의 성에 반대되는 성으로 구속시키고 비정상인으로 취급 하였다. 문화는 그 시대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따라서 과거 문화의 잣대로 현재 문화를 구속하는 것은 항상 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물론 인류애, 사랑, 자유, 진리와 같은 불변의 가치들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가치의 핵'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그 외연(外延)과 관련된 법·질서·제도 등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여야 된다. 변화된 성문화에 속에서 관심과 애정으로 성전환자들을 바라보는 것은 양성 패러다임 문화에서 벗어나 차이(差異)를 가치있게 여기고 존중하는 다문화 사회의 성숙된 모습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수십년 동안 성적 소수자로서 사회의 음지에서 살아 온 그들에게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인간답게 살 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한 '총체적 기획'을 제시하여야 할 때이다. 2. 지속적인 반대성의 귀속감이 형성되고 장기간의 심리적, 정신적 상담 및 호르몬 투여의 치료과정을 거쳐 전환된 성에 부합하는 성기 및 외관을 갖추고 사회적 성 역할을 수행하는 그들을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전환된 성에 따른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기본권 보장의 최고이념으로 삼는 헌법 제10조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 정정에 대한 사법부 변화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고 이번 대상 판결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성전환자가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를 둔 경우를 성별 정정의 독자적 소극적 요소로서 절대적 기준으로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3. 성전환자에게 해부학적 성역할을 강요하기 보다는 그의 선택에 따라 성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가족공동체 형성의 자유를 인정해 줌으로써 가족공동체 생활을 통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 성전환자에게 그 자녀가 성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동안 법·제도적으로 반대의 성 으로 살 것을 강요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할 뿐 아니라 변화된 성문화 속에서 미성년자인 자가 부모의 성전환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고 이미 부모의 전환된 성에 따라 자연스런 가족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성년자인 자를 둔 경우를 성별정정의 독자적 소극적 요소로 포섭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미성년자인 자가 부모의 성전환으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받게 되는 상황이 우려되는 경우 법원이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고려요소로 삼으면 충분하다. 나아가 혼인 중에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별거를 하거나 이혼 소송 중에 있는 등 성별정정을 허용하더라도 배우자의 신분관계에 실질적인 변동을 초래할 우려가 크지 않은 경우를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고 가족관계등록부상 동성혼의 외관이 현출되는 문제점은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해결할 일이지 굳이 혼인 중에 있다는 것을 성별정정의 독자적 소극적 요소로 포섭하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4. 결론적으로 성전환자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별정정의 허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당해 법관의 법형성작용 과정에서 성전환에 대한 법적 승인으로 인한 성전환자의 이익과 배우자·자의 신분변동이나 자의 복리 사이의 구체적 형량의 문제로 파악하면 충분하고 이를 굳이 독자적 소극적 요소로 포섭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2011-12-01
이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윈)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인정여부
Ⅰ. 서 이혼법에서의 대변혁이 온 것일까? 이혼법에서는 이혼원인과 관련하여 도의관념을 강조하는 유책주의와 부부간 자유의사를 강조하는 파탄주의의 대립이 있다. 유책주의란 이혼원인을 한정하고 피고의 유책성이 존재해야만 이혼을 인정하는 것이고, 파탄주의는 파탄이라는 객관적인 사실만 존재하면 유책성을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하는 입법태도이다. 현행 민법은 유책주의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규정(민법 제840조 제1호~제5호)과 함께 파탄주의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규정(동조 제6호)을 가미함으로써 해석상 명확하지 않은 입장이어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가능한지에 대해 그 동안 적극설, 소극설, 제한적 적극설의 대립이 있어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그동안 유책주의에 기초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다만 특별한 경우에만 인정함으로써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종래에 예외적으로 인정하던 경우보다 광범위하게 허용하면서 파탄주의적 경향을 보인 듯한 판결을 연이어 내고 있어 그 의미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이하에서는 그런 판결의 의미와 그 타당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II. 대법원 2010.6.24. 선고 2010므1256 판결 1. 사실관계 원고와 피고는 1959.4.9. 혼인신고를 마치고 동거를 하다가 원고는 1964년 고향인 경북에 있는 원고 집에 처를 남겨 두고 혼자 서울로 올라가 일을 하였는데, 그 무렵부터 피고와 별거하면서 소외인과 동거하기 시작하여 그 사이에 3자녀를 두었다. 피고는 경북에 있는 원고 집에서 시아버지를 부양하였고, 현재까지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원고와 피고는 별거하면서 원고가 소외인과 사실혼관계를 형성하였고, 별거상태가 46년간 지속되어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자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혼청구를 하였던 사안이다. 2. 하급심 판단 (대구지방법원 2010.2.10. 선고 2009르873 판결) "원고는 처인 피고를 두고 다른 여자와 동거해 세 자녀를 출산하는 등 혼인관계 파탄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였고, 경북에 있는 원고 집에 머물면서 홀로 시아버지를 부양한 피고에 대하여 남편으로서 최소한의 부양의무도 이행하지 않았으면서도 피고가 자녀를 출산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은 원고에게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피고가 실제로는 혼인을 계속할 의사 없이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 사건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0.6.24. 선고 2010므1256 판결) "원·피고의 혼인관계는 약46년간 장기간의 별거와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사실혼관계 형성 등으로 인하여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고 원고와 피고 각자 독립적인 생활관계가 고착화되기에 이른 점,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부부공동생활 관계의 해소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원고의 유책성도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당 정도 약화되고 원고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법적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현 상황에 이르러 원고와 피고의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파탄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의 법적·사회적 의의는 현저히 감쇄되었다고 보이는 점, 원고와의 이혼을 거절하는 피고의 혼인계속의사는 이혼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참작하여야 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원고와 피고가 처한 현 상황에 비추어 이는 혼인의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관계만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보이고, 피고의 혼인계속의사에 따라 현재와 같은 파탄 상황을 유지하게 되면, 특히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계속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참작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할 것이며,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아니 될 정도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Ⅲ. 관련 판례 검토 1. 대법원 2009.12.24. 선고 2009므2130 판결 원고와 피고는 약 11년간 서로 떨어져 각자의 주거지에서 별개로 생활을 영위하여 왔는데, 위 기간 동안 피고는 수차례 원고를 찾아왔으며, 사건본인들도 원고를 기다려 왔다. 원고는 소외인을 만나 현재까지 동거하면서 소외인과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하였다. 한편, 피고는 자신의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미성년 자녀를 양육한 사안에서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중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840조6호의 이혼원인이 존재 한다"고 판단했다. 즉 장기간 별거로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가정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여 획기적인 판례로 주목된 바 있다. 2. 최근 하급심 판결 경향 분석 가. 이혼청구를 부정한 경우 하급심에서의 이혼청구를 기각한 사례들을 분석하면 피고는 적극적으로 이혼을 반대하면서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사례가 많았다. 별거기간이 비교적 짧고 원고의 유책성이 입증된 경우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는 경향이 있다. 한편 남편이 이혼을 원하면서 일방적으로 외국으로 건너가 별거를 하면서 이혼청구를 한 사건에서 부인이 한국에서 자녀들을 잘 양육하면서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한 사건에서도 제1심에서는 이혼청구가 인용되었지만 상급심에서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시킨 사례도 있었다. 5년간 부부관계 단절의 원인이 성격차이라면,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 없이 이혼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판결(서울가정법원, 2010.4.23.선고), 부부사이에 7년 이상 성관계 없었더라도 상대방에게 문제해결의지가 있는 경우 이혼청구를 기각한 판결(서울가정법원 2009.4.17. 선고) 등도 그러하다. 나. 이혼청구를 인용한 경우 혼인기간이 짧고 자녀가 없는 경우, 별거기간이 길고 당사자 사이에 혼인을 지속하려는 의지가 약한 경우, 자녀가 성년이 된 경우 등에는 비교적 이혼청구가 인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1) 아내가 7년 이상 식물인간 상태에 있고, 장인, 장모도 이혼에 동의하고 있는 점을 참작하여 이혼청구를 인용한 사례(서울가정법원, 2009드단93582) "피고가 7년이 넘도록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있고 피고 부모도 원고와 피고의 이혼에 동의하고 있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보이는바, 이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혼청구를 인용하였다. (2) 광주고등법원 2009.6.5. 선고 2008르242 "원·피고의 별거기간은 11년 이상으로 장기간인 점, 원고가 새로이 출산한 신생아는 원고의 보살핌이 필수불가결한 점, 이 사건 이혼청구를 기각할 경우 이러한 현재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보다는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를 적절한 방식으로 정리하고 신생아의 치료, 양육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사건본인들을 만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그들과 면접, 교섭을 하면서 경제적 능력이 허용하는 대로 양육비를 부담하는 등 모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사건본인들의 복지와 이익에 도움이 되는 점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제반사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의 이혼으로 인하여 피고나 사건본인들이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 등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 판결은 대법원 2009.12.24. 선고 2009므2130 판결의 원심으로서, 정면으로 파탄주의에 입각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한 것으로 평가한다. Ⅳ. 판례평석 1. 머리말 대법원은 그동안 유책주의에 입각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기각하면서 예외적으로 ①상대 배우자도 혼인계속의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 ②부부쌍방에게 파탄의 책임이 있는 경우 ③혼인 파탄 이후에 원고에게 유책행위가 존재하는 경우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왔다(99므1213, 2004므1033 등). 그러나 혼인파탄의 원인은 사실상 부부 일방의 책임으로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탄에 이른 원인 또한 다양해서 배우자 가운데 과연 누가 이혼원인의 제공자인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어 파탄주의적 사고를 도입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2. 학계 반응 최근의 두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학계는 "대상판결이 명확히 파탄주의를 취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파탄주의적 사고를 강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이경희 한남대 교수), "유책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판결이자 파탄주의로도 볼 수 있는 판단이라며 상대배우자에게 혼인계속의 의사가 있음에도 이를 인용했고, 혼인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점을 판단근거로 든 점 등은 파탄주의로 해석할 수 있다"(이화숙 연세대 교수)며 법원이 사회상의 변화를 받아들여 파탄주의에 근접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법률신문 2010.1.7자 기사 참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서도 '원칙적 부정, 예외적 허용'이라는 기존의 판례에서 "원칙적 인정, 예외적 이혼유보"로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하고 있다(이희배 명예교수, 법률신문, 2010. 3. 8자 참고). 3. 사견 (1) 최근 대법원 판결을 놓고 대법원이 기존의 유책주의를 포기하고 파탄주의를 채택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대법원은 과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제하다가 1980년대 후반부터 그 예외를 조금씩 인정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대법원 판결들은 기본적으로 유책주의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파탄주의 이혼법을 지향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파탄주의적 판례를 낸 것으로 볼 것이지, 전면적으로 파탄주의로 선회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닌 점에서도 그러하다. 독일과 같이 명시적으로 파탄주의에 충실한 이혼규정['부부가 3년 이상 별거한 경우에는 그 원인에 관계없이 혼인이 파탄된 것으로 보아서 이혼을 허용한다'(독일민법 제1565조, 제1566조 참조)]이 없는 현행법 하에서는 파탄주의적 사고의 결론을 도출할 사례들의 필요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파탄주의가 당사자들의 자유에는 부합하지만, 현실적으로 무책배우자의 보호문제, 처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힌 상황에서는 축출이혼 방지 등을 위해 유책주의적 사고도 필요한 만큼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그 필요성에 따른 파탄주의적 사고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이혼과 관련한 당사자의 권리, 의무를 충실히 보호하고자 하는 이상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볼 것이다. 대상 대법원 판결은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중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840조6호의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바, 결국 이 사건을 제 6호의 이혼사유를 넓게 해석하여 이혼청구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Ⅴ. 결어 결론적으로 대상 판결들이 파탄주의를 명시적으로 채택하였다고 보기보다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와 파탄주의를 유연하게 채택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혼청구에 대해서 이혼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법원이 이혼청구를 인정할 것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유책주의에 견지에서 민법 제840조의 이혼사유가 명확히 규정되어 법적안정성을 갖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6호 기타사유 해석에 대해 법원마다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유책주의의 법적 안정성의 장점은 희석되고 있다. 특히 유책주의에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주장하고 입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치열한 감정대립으로 불필요한 소모전이 되어 당사자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세계의 이혼법은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가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의 대부분의 주,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여러 선진국이 파탄주의를 채택하거나 파탄주의 요소를 병행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참고할 만하다. 혼인을 유지할 것인지, 혼인을 해소할 것인지는 결국 각 경우의 당사자와 자녀들의 고통과 피해를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파탄주의를 도입하더라도 무제한적인 파탄주의보다는 유책주의와 병행하거나, '이혼으로 인하여 경제적 파멸이나 정신적 고통이 충격이 될 정도라면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가혹조항을 둔다면 파탄주의 폐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이혼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건마다 개별적인 이혼원인에 파탄주의를 병행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0-09-20
이희배 명예교수(인천대 법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허용이 신의칙·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다는 사례
Ⅰ. 사실관계와 판결요지 1. 사실관계 X(원고, Y의 처)와 Y(피고, X의 남편)는 1990년 12월12일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로서 그 사이에 사건본인 S1(1993년생)갨2(1994년생)를 출산하였는데, X는 Y의 잦은 음주와 외박으로 원만하지 않은 혼인생활을 하던 중 1997년 11월30일 가출하여 따로 생활하다가 2003년 9월30일 Y의 설득으로 다시 집으로 들어 왔으나 한달 만인 2003년 10월30일 다시 가출하였다. X가 잠시 가정에 복귀한 기간을 제외하고, 11년이 넘게 X와 Y는 각자의 주거지에서 별개로 생활해오다가 X는 2007년 초에 소외 M과 현재까지 동거하면서 그들 사이에 2009년 2월12일 다리가 기형인 딸(D)을 출산하였다. S1갨2들은 X갳의 별거기간동안 Y의 어머니(G)의 도움으로 양육하여 왔으며 원심변론 종결일에 S1갨2는 각 고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생으로 성장하였다. 이 사건 조정기일에서 X는 D의 치료·양육을 위해 가족관계등록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Y와의 혼인의 해소를 주장하였고 Y는 X의 가정복귀를 원하여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제1심판결은 X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심(광주고법)은 2009년 6월5일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X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Y가 상고하기에 이르렀다. 2. 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요지(1심판결의 취소·이혼) :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에 이르고 부부간의 어린 자녀가 없는 경우라면, 상대방이나 자녀가 이혼으로 인하여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 등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만으로 당해 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고 해석해서는 아니된다(각판공보, 2009. 8.10.). 대판요지(상고기각) : 원고와 피고사이의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사실혼관계 형성 및 자의 출산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하여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 Ⅱ. 판례평석 1. 머리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란 혼인관계의 파탄에 전적으로 주로 책임있는 배우자로부터 그 파탄을 이유로 하는 이혼청구이다. 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신의칙·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인용함으로써 종래의 소극적 파탄주의에 한정되어 왔던 입장에서 커다란 전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논고는 본 판결의 의의와 금후의 과제에 관하여 고찰한다. 2. 판례연구 (1) 본 판결에서의 논의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 판례입장의 전환 여부와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 법리'로의 전환여부이다. 또한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가 '사실혼'이냐 하는 점이다. (2)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의 판례입장(기각)의 전환 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학설의 동향 판례의 동향 : 대법원의 1965. 9.21. 판결(65므37)은 축첩한 청구인의 이혼청구를 정면으로 배척한 소극적 판결의 효시이었다. 대법원의 1987. 4.14. 판결(86므28)은 상대방이 혼인계속의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상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고 있다(법원공보 801호: 같은 취지; 대판 1996. 6.25. 1994므741). 학설의 동향 :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일반론'의 안이한 적용은 엄격하게 좁혀야 하고 피고에게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에는 배척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김주수, 친상법 p203~ 204)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의 별거기간이 지나면 유·무책사유와 관계 없이 이혼을 허용함이 타당하다는 견해(한봉희, 가족법 p161)가 주류이다. 그밖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자의 이익을 위해 일정기간, 이혼을 유예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이희배, 가족법학논집 p1,046~ 1,049). 외국의 판례 : 일본최고재판소의 1987. 9.2. 판결(소화61오260호)은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 등의 경우에는 이혼청구를 용인함이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유책배우자의 청구란 한 사유만으로 불허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다(川井 健, 강좌 현대가족법, 2권 p216~219) 2) 종래의 판례 입장 전환여부 가) 종래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의 입장 대법원의 종래 판례의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기각하였으며(대판 1989. 10.24. 89므429), 예외로 인용하는 입장이었다. 즉, 피청구인의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대판 1987. 12.8. 87므44), 오기 보복적 반감으로 표면상 이혼에 불응하는 경우(대판 1987. 9.22. 86므87), 청구인의 유책성이 피청구인보다 가벼운 경우(대판 1990. 3.27. 88므375), 유책행위와 파탄과의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대판1988. 4.25. 87므9), 청구인용이 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 경우(서가판 1999. 5.27. 98드32995; 일본최고재판 1987. 9.2. 소화61오260호) 등을 들 수 있겠다. 나) 본건 대판의 입장 전환 원심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히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시를 하고 있다. 본건 대판도 신의칙에 비추어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결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은 대법원 판결로서는 본 판결이 처음인 것 같다.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즉,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를 극복하고 전면적 적극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3)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법리'로 전환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인용의 배경 본 판결은 원고의 유책성을 '신의칙'에 입각하여 그 중대성 여부를 판단하였고 원심판결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사회정의'에 비추어 그 인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본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태도에 '변경'을 가져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는 점에 그 역할의 의의를 인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2) 이 판결을 계기로 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서는 '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의 태도에서 진일보 하여 '원칙적 인용-예외로 이혼유보'의 방향의 발전을 거쳐 종국적으로는 전면적 파탄주의로의 발전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3. 여론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는 혼인신고 가능상태가 아닌 점에서 '사실혼'이 아니고(대판 1987. 2.10. 86므70, 대판 1978. 10.3. 78므37, 대판 1984. 8.21. 84므45 참조), 피청구인과의 이혼합의 없는 일방적 별거 중이므로 '중혼적 사실혼'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이해된다(대판 1996. 9.20. 96므530 참조 : 이희배, 가족법판례연구 p481~482 참조). 4. 맺는말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수 있다. 또한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에서 발전하여 전면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변경'을 가져 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 발전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201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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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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