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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원칙적으로 '불가'… 예외사유는 '확대'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 568 전원합의체 판결- 1. 들어가면서 대법원은 1965년 혼인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엄격한 유책주의를 유지해 왔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가 청구한 이혼사건을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에 회부하여 판례변경 여부를 검토하기 위하여 지난 6월 공개변론까지 열었다. 이번 대법원 선고에 나타난 대법관들의 입장은 팽팽하게 나뉘었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6명의 대법관 등 7명은 유책주의 입장에서 종전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다수의견)이었고, 주심 대법관을 포함한 6명은 파탄주의 입장에서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반대의견)이었다. 2.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실관계 원고와 피고는 1976년 3월 9일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그 사이에 성년인 자녀 3명을 두고 있는데, 원고는 2000년 1월경 집을 나와 원고의 딸을 출산한 여자와 동거하고 있고, 피고는 원고가 집을 나간 후 혼자서 세 자녀를 양육하였다. 피고는 직업이 없고 원고로부터 생활비로 지급받은 월 100만 원 정도로 생계를 유지하였는데 그나마 2012년 1월경부터는 원고로부터 생활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피고는 원심 변론종결 당시 만 63세가 넘는 고령으로서 위암 수술을 받고 갑상선 약을 복용하고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아니하며 원고와의 혼인관계에 애착을 가지고 혼인을 계속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3. 유책주의의 예외 대법원은 "상대배우자도 이혼의 반소를 제기하고 있는 경우 혹은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는 이혼에 불응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에 있어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그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비록 혼인의 파탄에 관하여 전적인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할지라도 이를 인용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1987.4.14. 선고 86므28 판결 등). 4. 이른바 '유책성 풍화론'을 적용한 판결 대법원은 가출한 처(A녀)가 기형인 혼외자를 출산한 후 이혼청구를 한 사례에서 'A녀와 남편의 혼인관계는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 등 A녀로 하여금 현 상황에까지 이르게 한 남편의 책임이 경합하였다고 할 것인 점, A녀와 남편 사이의 부부공동생활 관계의 해소 상태가 장기화 되면서, A녀의 유책성도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당 정도 약화되고, A녀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법적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현 상황에 이르러 A녀와 남편의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파탄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의 법적·사회적 의의는 현저히 감쇄되고, 쌍방의 책임의 경중에 관하여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 역시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이는 점, A녀와의 이혼을 거절하는 남편의 혼인계속의사는 일반적으로 이혼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참작하여야 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A녀와 남편이 처한 현 상황에 비추어 이는 혼인의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관계만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보이고, 남편의 혼인계속의사에 따라 현재와 같은 파탄 상황을 유지하게 되면, 특히 A녀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계속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참작하여 보면, A녀와와 남편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할 것이며,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A녀의 유책성이 반드시 A녀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아니 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A녀와 남편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판결함으로써(대법원 2009.12.24. 선고 2009므2130 판결) 유책주의의 완화하였다. 5.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 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유책배우자라도 재판상 이혼이 불가능할 경우 상대방에게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을 통하여 협의상 이혼(2014년 기준 이혼 중 77.7%가 협의상 이혼)을 할 수 있는 점, 이혼당사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과 면접교섭권이 부여되고 여성의 법적 지위가 개선되었지만 파탄주의 입법례에서 두고 있는 가혹조항이 없고 이혼 후 부양 등 입법적조치가 부족한 점, 간통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중혼에 대한 형사제재가 없는 점, 우리사회에 여전히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가 엄연히 존재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민법 제840조 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아니하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변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①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②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③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 전원합의체의 반대의견도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지만, ㉠ 이혼으로 인하여 파탄에 책임 없는 상대방 배우자가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놓이는 경우, ㉡ 부모의 이혼이 자녀의 양육, 교육, 복지를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 혼인기간 중에 고의로 장기간 부양의무 및 양육의무를 저버린 경우, ㉣ 이혼에 대비하여 책임재산을 은닉하는 등 재산분할, 위자료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 상대방 배우자를 곤궁에 빠뜨리는 경우 등과 같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한다면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정의·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 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객관적인 사정이 부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제6호 이혼사유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혼인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라. 전원합의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차이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다수의견은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되, 예외 사유(위 ① 내지 ③)가 있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의견은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하고, 예외 사유(위 ㉠ 내지 ㉣)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혼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6.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가.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기본적으로 유책주의를 유지함으로써 간통죄 위헌판결 후 혼인과 가족제도에 관한 사회적 수용능력을 고려하면서도 경직된 유책주의의 예외를 사실상 확대함으로써 유책주의적 수요와 파탄주의적 수요를 절충한 제한적 유책주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나. 또한, 파탄주의를 지지한 반대의견도 이른바 가혹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사유(위 ㉠ 내지 ㉣)를 제시함으로써 파탄주의로 전환되더라도 종전 혼인과 가족제도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예외사유에 해석과 적용 단계에서 반대의견도 상당부분 녹아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7. 사견(이혼 후 부양)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현행 민법상 이혼 후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부양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사견으로는 현행 민법 하에서도 민법 제826조 1항과 제977조의 합리적인 해석을 통하여 이혼 후 부양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혼인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부부의 실체를 이루는 신분상 계약'이기 때문에 혼인해소 전에 부부사이의 협의(협정)나 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부부간 부양의 정도와 방법을 정할 때 '이혼 후 부양'에 관하여 정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협의이혼을 하면서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 명목 또는 배우자의 생활비 명목으로 일정한 재산을 이전해 주거나 일정 기간 금전을 지급하거나 두 가지가 병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재판상 이혼절차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로 조정이 성립되는 경우도 많다.
2015-09-21
이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윈)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인정여부
Ⅰ. 서 이혼법에서의 대변혁이 온 것일까? 이혼법에서는 이혼원인과 관련하여 도의관념을 강조하는 유책주의와 부부간 자유의사를 강조하는 파탄주의의 대립이 있다. 유책주의란 이혼원인을 한정하고 피고의 유책성이 존재해야만 이혼을 인정하는 것이고, 파탄주의는 파탄이라는 객관적인 사실만 존재하면 유책성을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하는 입법태도이다. 현행 민법은 유책주의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규정(민법 제840조 제1호~제5호)과 함께 파탄주의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규정(동조 제6호)을 가미함으로써 해석상 명확하지 않은 입장이어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가능한지에 대해 그 동안 적극설, 소극설, 제한적 적극설의 대립이 있어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그동안 유책주의에 기초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다만 특별한 경우에만 인정함으로써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종래에 예외적으로 인정하던 경우보다 광범위하게 허용하면서 파탄주의적 경향을 보인 듯한 판결을 연이어 내고 있어 그 의미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이하에서는 그런 판결의 의미와 그 타당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II. 대법원 2010.6.24. 선고 2010므1256 판결 1. 사실관계 원고와 피고는 1959.4.9. 혼인신고를 마치고 동거를 하다가 원고는 1964년 고향인 경북에 있는 원고 집에 처를 남겨 두고 혼자 서울로 올라가 일을 하였는데, 그 무렵부터 피고와 별거하면서 소외인과 동거하기 시작하여 그 사이에 3자녀를 두었다. 피고는 경북에 있는 원고 집에서 시아버지를 부양하였고, 현재까지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원고와 피고는 별거하면서 원고가 소외인과 사실혼관계를 형성하였고, 별거상태가 46년간 지속되어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자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혼청구를 하였던 사안이다. 2. 하급심 판단 (대구지방법원 2010.2.10. 선고 2009르873 판결) "원고는 처인 피고를 두고 다른 여자와 동거해 세 자녀를 출산하는 등 혼인관계 파탄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였고, 경북에 있는 원고 집에 머물면서 홀로 시아버지를 부양한 피고에 대하여 남편으로서 최소한의 부양의무도 이행하지 않았으면서도 피고가 자녀를 출산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은 원고에게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피고가 실제로는 혼인을 계속할 의사 없이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 사건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0.6.24. 선고 2010므1256 판결) "원·피고의 혼인관계는 약46년간 장기간의 별거와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사실혼관계 형성 등으로 인하여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고 원고와 피고 각자 독립적인 생활관계가 고착화되기에 이른 점,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부부공동생활 관계의 해소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원고의 유책성도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당 정도 약화되고 원고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법적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현 상황에 이르러 원고와 피고의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파탄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의 법적·사회적 의의는 현저히 감쇄되었다고 보이는 점, 원고와의 이혼을 거절하는 피고의 혼인계속의사는 이혼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참작하여야 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원고와 피고가 처한 현 상황에 비추어 이는 혼인의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관계만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보이고, 피고의 혼인계속의사에 따라 현재와 같은 파탄 상황을 유지하게 되면, 특히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계속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참작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할 것이며,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아니 될 정도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Ⅲ. 관련 판례 검토 1. 대법원 2009.12.24. 선고 2009므2130 판결 원고와 피고는 약 11년간 서로 떨어져 각자의 주거지에서 별개로 생활을 영위하여 왔는데, 위 기간 동안 피고는 수차례 원고를 찾아왔으며, 사건본인들도 원고를 기다려 왔다. 원고는 소외인을 만나 현재까지 동거하면서 소외인과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하였다. 한편, 피고는 자신의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미성년 자녀를 양육한 사안에서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중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840조6호의 이혼원인이 존재 한다"고 판단했다. 즉 장기간 별거로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가정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여 획기적인 판례로 주목된 바 있다. 2. 최근 하급심 판결 경향 분석 가. 이혼청구를 부정한 경우 하급심에서의 이혼청구를 기각한 사례들을 분석하면 피고는 적극적으로 이혼을 반대하면서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사례가 많았다. 별거기간이 비교적 짧고 원고의 유책성이 입증된 경우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는 경향이 있다. 한편 남편이 이혼을 원하면서 일방적으로 외국으로 건너가 별거를 하면서 이혼청구를 한 사건에서 부인이 한국에서 자녀들을 잘 양육하면서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한 사건에서도 제1심에서는 이혼청구가 인용되었지만 상급심에서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시킨 사례도 있었다. 5년간 부부관계 단절의 원인이 성격차이라면,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 없이 이혼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판결(서울가정법원, 2010.4.23.선고), 부부사이에 7년 이상 성관계 없었더라도 상대방에게 문제해결의지가 있는 경우 이혼청구를 기각한 판결(서울가정법원 2009.4.17. 선고) 등도 그러하다. 나. 이혼청구를 인용한 경우 혼인기간이 짧고 자녀가 없는 경우, 별거기간이 길고 당사자 사이에 혼인을 지속하려는 의지가 약한 경우, 자녀가 성년이 된 경우 등에는 비교적 이혼청구가 인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1) 아내가 7년 이상 식물인간 상태에 있고, 장인, 장모도 이혼에 동의하고 있는 점을 참작하여 이혼청구를 인용한 사례(서울가정법원, 2009드단93582) "피고가 7년이 넘도록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있고 피고 부모도 원고와 피고의 이혼에 동의하고 있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보이는바, 이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혼청구를 인용하였다. (2) 광주고등법원 2009.6.5. 선고 2008르242 "원·피고의 별거기간은 11년 이상으로 장기간인 점, 원고가 새로이 출산한 신생아는 원고의 보살핌이 필수불가결한 점, 이 사건 이혼청구를 기각할 경우 이러한 현재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보다는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를 적절한 방식으로 정리하고 신생아의 치료, 양육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사건본인들을 만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그들과 면접, 교섭을 하면서 경제적 능력이 허용하는 대로 양육비를 부담하는 등 모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사건본인들의 복지와 이익에 도움이 되는 점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제반사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의 이혼으로 인하여 피고나 사건본인들이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 등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 판결은 대법원 2009.12.24. 선고 2009므2130 판결의 원심으로서, 정면으로 파탄주의에 입각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한 것으로 평가한다. Ⅳ. 판례평석 1. 머리말 대법원은 그동안 유책주의에 입각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기각하면서 예외적으로 ①상대 배우자도 혼인계속의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 ②부부쌍방에게 파탄의 책임이 있는 경우 ③혼인 파탄 이후에 원고에게 유책행위가 존재하는 경우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왔다(99므1213, 2004므1033 등). 그러나 혼인파탄의 원인은 사실상 부부 일방의 책임으로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탄에 이른 원인 또한 다양해서 배우자 가운데 과연 누가 이혼원인의 제공자인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어 파탄주의적 사고를 도입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2. 학계 반응 최근의 두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학계는 "대상판결이 명확히 파탄주의를 취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파탄주의적 사고를 강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이경희 한남대 교수), "유책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판결이자 파탄주의로도 볼 수 있는 판단이라며 상대배우자에게 혼인계속의 의사가 있음에도 이를 인용했고, 혼인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점을 판단근거로 든 점 등은 파탄주의로 해석할 수 있다"(이화숙 연세대 교수)며 법원이 사회상의 변화를 받아들여 파탄주의에 근접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법률신문 2010.1.7자 기사 참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서도 '원칙적 부정, 예외적 허용'이라는 기존의 판례에서 "원칙적 인정, 예외적 이혼유보"로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하고 있다(이희배 명예교수, 법률신문, 2010. 3. 8자 참고). 3. 사견 (1) 최근 대법원 판결을 놓고 대법원이 기존의 유책주의를 포기하고 파탄주의를 채택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대법원은 과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제하다가 1980년대 후반부터 그 예외를 조금씩 인정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대법원 판결들은 기본적으로 유책주의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파탄주의 이혼법을 지향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파탄주의적 판례를 낸 것으로 볼 것이지, 전면적으로 파탄주의로 선회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닌 점에서도 그러하다. 독일과 같이 명시적으로 파탄주의에 충실한 이혼규정['부부가 3년 이상 별거한 경우에는 그 원인에 관계없이 혼인이 파탄된 것으로 보아서 이혼을 허용한다'(독일민법 제1565조, 제1566조 참조)]이 없는 현행법 하에서는 파탄주의적 사고의 결론을 도출할 사례들의 필요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파탄주의가 당사자들의 자유에는 부합하지만, 현실적으로 무책배우자의 보호문제, 처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힌 상황에서는 축출이혼 방지 등을 위해 유책주의적 사고도 필요한 만큼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그 필요성에 따른 파탄주의적 사고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이혼과 관련한 당사자의 권리, 의무를 충실히 보호하고자 하는 이상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볼 것이다. 대상 대법원 판결은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중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840조6호의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바, 결국 이 사건을 제 6호의 이혼사유를 넓게 해석하여 이혼청구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Ⅴ. 결어 결론적으로 대상 판결들이 파탄주의를 명시적으로 채택하였다고 보기보다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와 파탄주의를 유연하게 채택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혼청구에 대해서 이혼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법원이 이혼청구를 인정할 것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유책주의에 견지에서 민법 제840조의 이혼사유가 명확히 규정되어 법적안정성을 갖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6호 기타사유 해석에 대해 법원마다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유책주의의 법적 안정성의 장점은 희석되고 있다. 특히 유책주의에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주장하고 입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치열한 감정대립으로 불필요한 소모전이 되어 당사자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세계의 이혼법은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가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의 대부분의 주,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여러 선진국이 파탄주의를 채택하거나 파탄주의 요소를 병행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참고할 만하다. 혼인을 유지할 것인지, 혼인을 해소할 것인지는 결국 각 경우의 당사자와 자녀들의 고통과 피해를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파탄주의를 도입하더라도 무제한적인 파탄주의보다는 유책주의와 병행하거나, '이혼으로 인하여 경제적 파멸이나 정신적 고통이 충격이 될 정도라면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가혹조항을 둔다면 파탄주의 폐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이혼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건마다 개별적인 이혼원인에 파탄주의를 병행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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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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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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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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