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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11. 24. 자 2020스616 전원합의체 결정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변경
1. 사실관계 및 대법원 결정 가. 사실관계 및 1, 2심 결정 남성으로 출생한 신청인은 혼인하여 현재 미성년인 자녀 2명을 두었으나, 이혼한 후 성형외과에서 고환과 음경을 제거하고 여성의 외부 성기 모양을 갖추는 등의 수술을 받아 여성의 옷차림, 머리 모양을 하고 사회적으로 여성으로서 생활하여 왔다.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허가 신청을 하였다. 원심은 신청인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어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허가신청을 기각하였다. 이는 종전의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따른 것이다. 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 그러나 대상결정은 위 2011년 판례를 변경하면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성전환자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므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성전환자의 이러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2) 성별정정은 성전환을 마친 성전환자의 실제 상황을 수용하여 공부에 반영하는 것일 뿐 성전환자인 부 또는 모와 그 미성년 자녀 사이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새롭게 초래하거나 권리의무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설령 미성년 자녀가 부 또는 모의 성전환으로 인하여 정신적 혼란과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혼란과 충격은 부 또는 모가 이미 성전환의 과정을 거쳐 그것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3) 국가는 개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과 관련된 내용을 불법적으로 외부에 노출하는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하고, 성전환자라거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하는 쪽의 편견과 몰이해를 바로 잡기 위해 법률적·제도적으로 노력해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오히려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성전환자와 그의 미성년 자녀 등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하여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여 가족생활의 안정을 보장하여야 하는 국가의 기본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4)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함과 동시에 미성년 자녀가 갖는 보호와 배려를 받을 권리 등 자녀의 복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이때에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필요한 일반적인 허가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외에도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성별정정을 허가할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2011년 판례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이동원 대법관의 반대의견과, 다수의견에 대한 2개의 보충의견이 있었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성전환자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성별정정 허가를 고려함에 있어서 하나의 고려사유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설시한 점은 찬성하기 어렵다. [ 평 석 ] 1. 종전의 판례 대법원 2006. 6. 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한 사람에 대하여는 호적의 성별란 기재의 성을 전환된 성에 부합하도록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고 하였다. 위 결정이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고 한 이유는,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데,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정정으로 인하여 미성년 자녀에게 정신적 혼란과 충격을 줄 수 있고 가족관계증명서의 공개로 미성년 자녀가 사회적인 차별과 편견에 노출되거나 생활상의 곤란이 생긴다는 점 등이었다. 2. 2011년 판례에 대한 비판 그러나 이러한 2011년 판례에 대하여는 비판이 있었다. 필자도 이 사건에 관하여 판례 변경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였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였다(윤진수,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서울대학교 법학 제61권 3호, 2020).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녀들이 충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별정정 허가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 전의 부 또는 모의 변화에 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성별정정 허가 자체가 자녀에게 심리적인 충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기본권 제한에 관한 비례의 원칙 가운데 방법의 적정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2011년 판례는 성별정정을 허용하게 되면 가족관계증명서에 동성혼의 외관이 현출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동성혼이 허용되고 있지 않음은 명백하므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로 인한 ‘동성혼의 외관’은 애초 성립할 여지가 없다. 셋째, 2011년 판례의 진의는 가족관계증명서의 기재에 의하여 부나 모가 성전환을 하였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짐으로써 자녀가 고통을 받을 것임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는 성전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기정사실로 하여, 미성년 자녀가 이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서, 문제가 있는 논증이다. 넷째, 설령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로 인하여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하여 성별정정을 허가하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양자를 비교하여 본다면,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이 성전환자에게 주는 불이익이 성별정정 허가에 의하여 미성년 자녀가 입는 불이익보다 훨씬 크므로,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것만으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안 된다. 다섯째,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은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 자녀가 정신적 충격을 받는 것은 성별정정 허가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 전 단계의 부모의 성적 변화 때문이므로, 이러한 자녀의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성별정정 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3. 대상결정에 대하여 대상결정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면서 2011년 판례를 변경하였다. 이는 대체로 필자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에 대한 박정화, 노정희, 이흥구 대법관의 보충의견은, 사법은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입법이나 행정과 달리 다수의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소수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할 때 그 존재 의의가 있다고 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판시에 적극 동감한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성전환자 자신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고려함에 있어서 하나의 고려사유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설시한 점은 수긍하기 어렵다. 다수의견의 설시에 따르더라도,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성별정정을 불허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지 알기 어렵다. 필자로서는 대법원이 이처럼 판시하였더라도 앞으로 실무에서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4. 입법의 필요성 기본적으로 성전환자에 대하여 성별정정을 허용할 것인지, 허용한다면 어떤 요건을 갖춘 경우에 허용할 것인지 하는 점은 법률로 규정하여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입법자가 입법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법원이 이 문제에 관하여 사법적극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윤진수 (김수인 역), “성전환자의 인권 보호에 있어서 법원의 역할”, 민법논고 제7권, 박영사, 2015 참조}, 이를 가리켜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를 벗어나서 사법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김중권,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가 과연 판례법적 사항인가? 법률신문 제5040호, 2002. 12. 8. 12면)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관하여는 가령 생식능력이 없을 것을 요구하여야 하는가 하는 점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쟁점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하여는 빠른 시일 내에 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성별정정
자녀
성전환자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2-12-14
가사·상속
민사일반
- 대법원 2022.11.24.자 2020스616 전원합의체 결정 -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가 과연 판례법적 사항인가?
Ⅰ. 사실관계과 경과 甲은 남성으로 출생하였으나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의 귀속감을 가지고 사춘기가 되어 얼굴 형태와 체격, 목소리가 남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 甲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생활하다 혼인하였으나 성정체성 문제로 혼인한 지 약 5년 10개월 만에 이혼하였고,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성의 옷차림, 머리 모양을 하고 사회적으로 여성으로서 생활하고 있다. 甲은 미성년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상태에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허가 신청(이하 '이 사건 허가 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 하급심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를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의 독자적인 소극요건으로 본 대법원 2011. 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인용하여 甲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이유로 이 사건 성별정정허가 신청을 불허하였다. Ⅱ. 대상판결(다수의견)의 요지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도 부모로서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며(민법 제913조), 친권을 행사할 때에도 자녀의 복리를 우선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민법 제912조),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단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아니 된다.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함과 동시에 미성년 자녀가 갖는 보호와 배려를 받을 권리 등 자녀의 복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이때에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필요한 일반적인 허가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외에도 미성년 자녀의 연령 및 신체적·정신적 상태, 부 또는 모의 성별정정에 대한 미성년 자녀의 동의나 이해의 정도,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보호와 양육의 형태 등 성전환자가 부 또는 모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 성전환자가 미성년 자녀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과 형성·유지하고 있는 관계 및 유대감, 기타 가정환경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성별정정을 허가할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Ⅲ. 대법원 2011.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다수의견)의 요지 성전환수술에 의하여 출생 시의 성과 다른 반대의 성으로 성전환이 이미 이루어졌고, 정신과 등 의학적 측면에서도 이미 전환된 성으로 인식되고 있다면 전환된 성으로 개인적 행동과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에까지 법이 관여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성전환자가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성별을 정정하여 배우자나 미성년자인 자녀의 법적 지위와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곤란을 초래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는 없으므로, 현재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은 허용되지 않는다. Ⅳ. 문제의 제기-판례 변경의 허용성 문제 대상판결에서 1인의 대법관(이동원)만이 대법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에 입각하여 반대하고 나머지 대법관들은 다수의견 및 다수의견 보충의견을 제시하였다. 결과적으로 대법원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에서의 반대의견 특히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성별정정의 독자적인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할 것은 아니고 고려할 요소로 접근해야 한다는 양창수, 이인복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10여 년이 지나서 다수의견이 된 것이다. 판례는 과거사를 다루지만 과거분석과 과거평가로부터 현재는 물론, 미래를 결정한다. 여기서 개별 구체적 타당성을 목표로 하는 이상, 판례가 시대상황에 맞춰 부단히 기왕의 입장을 바꾸는 것은 자연스럽고 나아가 요구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유의할 점이 있다. 과연 그런 변경이 전체 법질서에서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의 물음인데, 이는 해당 사법적 활동이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검토하면서 얻어질 수 있다. 성별정정의 문제는 단지 등록기록의 정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가족 및 혼인의 개념과 의의와 관련해서 법적, 법외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제는 허용된 법관의 법형성을 넘어선 것이다. 의회가 입법보다 앞서는 사회의 변화에 둔감하여 자신의 임무를 심각하게 방기하고 있는 점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를 벗어나서 사법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Ⅴ.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의 법적 정당성 문제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구 호적법 제120조) 제1항이 등록기록의 정정의 사유를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다고 인정한 때'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2006. 6. 22. 선고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이래로 판례는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의 근거를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에 두고 있다. 그리고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대법원 호적예규 제716호 2006. 9. 6.)'이 제정되었다. 문헌상으로도 시인되고 입법자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지속적 판례'가 성립하면, 판례의 사실적 구속성은 규범적 구속성으로 응축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판례법적 원칙은 추정적으로뿐만 아니라 법 그 자체로부터 구속성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제는 일종의 판례법에 해당한다. 국가의 공권력행사는 민주적 정당성을 필요로 하는데 그 기제가 법률이다. 즉 국가의 공권력행사는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를 이렇게 판례법적으로 접근하는 것 즉,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의 허용성은 법률유보의 원칙의 차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법관은 '법의 입(bouche de la loi)'으로서만 기능하며, 법의 해석·구체화·적용은 현행 법질서를 넘어 새로운 법질서를 제시하는 양상인 법정립(입법)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역시 법의 후속적 형성(Rechtsfortbildung)이란 법원의 임무와 권능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들 기본법 제20조 제3항의 법관의 법·법률의 구속에 의해 도출된 한계 역시 강조하였다(Vgl. BVerfGE 34, 269(286ff.)). 성(性)의 변경은 특정인의 개인사에 그치지 않고, 공동사회의 지배적 법 에토스(Ethos)는 물론, 기왕의 법질서에 대해서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판례법이 법률유보를 대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성별정정의 문제는 단지 등록기록의 정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가족 및 혼인의 개념과 의의와 관련해서 법적, 법외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여기서 단순히 신청인의 행복추구권만을 극대화시켜서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는 허용된 법관의 법형성을 넘어선 것이다. Ⅵ. 미성년 자녀의 존재와 관련해서 성별정정허가의 재량적 접근의 문제 대상판결은 미성년 자녀의 존재와 관련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성별정정허가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는데, 이런 논증은 미성년 자녀가 존재함에 따른 개별구체적인 사정을 최대한 반영하여 개별적 정의의 차원에서 성별정정허가의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런 논증은 기본적으로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 개별사건에 알맞고 합사실적인(실체에 맞는) 최적의 해결책을 발견하고자 하는 재량 메커니즘에서 행해진다. 결국 대상판결은 법관의 성별정정허가를재량인양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재량적 접근은 정형성과 형식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 신분관계의 설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성별정정허가의 기준이 입법을 통해 명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은 법관의 판단 자체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고조시킬 뿐이다. 미성년 자녀가 존재한 상황에서 행해진 성별정정불허가 자체가 오히려 사법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 Ⅶ. 맺으면서 - 대법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의 바람직하지 않은 나비효과 혼돈에서의 나비효과는 초기조건의 아주 작은 차이가 최종 현상에서 아주 커다란 차이를 낳는다고 주장한 프랑스 수학자 푸앵카레의 '초기조건의 민감성(sensitivity on initial conditions)'에서 비롯되었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과 관련하여 지금의 입법부재의 상황을 초래한 초기조건이 바로 대법원 2004스42전원합의체결정이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과 관련하여 일찍이 1972년에 스웨덴에서 입법이 마련된 이래 대부분 국가는 관련 입법을 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성전환에 따른 호적변경이 2001년에 법원에 의해 허용되지 않은 후 2003년에 관련 법률(性同一性障害者の性別の取扱いの特例に関する法律)이 제정되었다. 특히 독일에서는 1980년 성전환법(TSG)을 대체하는, 신고에 의해 성별전환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성자기결정법(Selbstbestimmungsgesetz)의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필자가 일찍이 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지만('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493호, 2006. 9. 25.), 아쉽게도 그 이후 해당 지침이 참조조문에서 사라지는 데 그쳤다. 의회가 입법보다 앞서는 사회의 변화에 둔감하여 자신의 임무를 심각하게 방기하고 있는 점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를 벗어나서 사법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성별정정
자녀
성전환자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2-12-08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 등 판결
신탁자와의 임대차계약과 수탁자로부터의 양수인에 대한 대항력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대법원판결(이하 단지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사건 경과를 간략하게 보기로 한다. 1. A 회사는 2007년 6월 이 사건 주택(이하 단지 '본건 주택')에 관하여 B 토지신탁회사를 수탁자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하 단지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신탁계약상의 B의 사전 승낙 아래 A는 그 명의로 목적물을 임대하기로 정하여졌고, 이는 본건 주택에 관한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다. 2. 피고는 2007년 7월 A로부터 본건 주택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지급한 다음 그에 거주하면서 주민등록을 본건 주택의 주소로 이전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피고는 2017년 9월에 본건 주택에서 퇴거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6년 8월 B로부터 본건 주택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이하 단지 '등기')를 경료받았다. 3. 이 사건 제1심에서 원고는 본건 주택의 인도 및 소유권 취득시부터의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들 청구는 제1심법원에서 기각되었다. 항소심에서 원고는 건물인도청구 부분을 취하하여 부당이득금 부분만이 남았는데, 피고는 임대차보증금(이하 단지 '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4. 원심법원은 원고의 남은 본소청구 및 피고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피고의 상고에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결취지]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사전 승낙 아래 위탁자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임대하도록 약정하였으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는 위탁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약정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었으므로 임차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 따라서 본건 주택에 관한 부동산담보신탁 이후에 위탁자인 A로부터 이를 임차한 피고는 임대인인 A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 뿐 수탁자인 B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나아가 B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의 지위에 있지 아니한 이상 그로부터 본건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여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평석] 1. 이 판결은,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사전 동의 아래 신탁자가 자기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임대하기로 약정하고 그 취지가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신탁자로부터 임차인은 수탁자 및 그로부터의 목적물 양수인에 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단지 '주임법')에서 정하는 임차권의 대항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일반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이는 특히 아파트와 같은 주택 등에 관하여 신탁계약이 흔히 행하여지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법리로서, 부동산의 임대차 및 신탁의 거래에도 현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위 판례법리 중 임차권의 대항력에 관한 부분에 찬성할 수 없다. 위와 같이 신탁자가 수탁자와의 합의 아래 자기 명의로 임대한 경우에는 임차인은 수탁자로부터의 양수인에 대하여 임차권의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고, 따라서 임차인은 그 양수인에 대하여 보증금반환청구권을 가진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즉, 이 사건에서와 같이 수탁자(즉 소유자)로부터의 임대권한 부여에 기하여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으면, 수탁자로부터의 소유권양수인에 대하여 임차권의 대항력이 주장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수탁자가 임대인계약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임대차계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따라서 애초 보증금반환채무를 지지 않는다고 해도 다를 바 없다. 2. 대법원은 일찍부터 정당하게도 주임법상의 대항력은 임대인이 주택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적법하게 그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진 경우에도 인정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 이는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2283 판결(공보 3733)로 소급될 수 있다. 그 사실관계는, 명의신탁된 주택을 원고가 신탁자인 피고로부터 임차하였는데 그 후에 그 수탁자가 소유권을 갑에게 양도하였다(모두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일이다). 원고가 이 사건에서 피고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갑이 주택의 양수인으로서 당시의 주임법 제3조 제2항(현재의 동조 제4항)에 기하여 임대인의 지위도 당연히 그에게 이전하였고, 자신은 더 이상 임대인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보증금반환채무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주임법에 의하여 대항력을 가지는 것은 등기부상 소유자와의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취득한 임차권에 한한다"고 전제하고, "대외적 소유권을 가지는 등기명의자가 아니고 명의신탁자에 불과한 피고와의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에 기한 임차권은 대항력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위 주장을 물리쳤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택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주택에 관하여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진 임대인과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도 주임법이 적용되므로, "임대인인 피고가 비록 주택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주택의 명의신탁자로서 사실상 이를 제3자에게 임대할 권한을 가지는 이상, 임차인인 원고는 등기부상 주택의 소유자인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적법한 임대차임을 주장할 수 있다"고 설시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던 것이다. 대상판결과의 관계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 사건에서도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는 명의신탁자이므로 그가 보증금반환채무를 지고 수탁자는 그 채무를 지지 않음에도 수탁자로부터의 양수인에 대하여 임차인이 대항력을 가진다고 판시하였다는 점이다. 3.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38908 판결(공보 하, 1107)에서도 이어진다. 이 사건은 주택을 매수하고 인도를 받았으나 아직 등기를 이전받지 아니한 참가인으로부터 피고가 그 일부분을 임차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위 판결은 위 1995년 대법원판결의 판시를 인용하고 나서, 피고가 주임법상의 대항력요건을 갖춘 후에 원래의 주택매매계약이 해제되었음(그리하여 원래의 주택매도인이 피고를 상대로 건물의 명도를 청구하였다)에도 임차권의 대항력을 긍정하여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계약 해제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의 '제3자'에 관한 판시도 있다). 참조판결로 대법원 1971. 3. 31. 선고 71다309 판결(집 19-1, 300)이 인용되고 있다. 그 판결은 "매수인이 아직 등기를 받지 아니하였어도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인도받은 매매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이러한 지위의 매수인은 그 물건을 타인에게 적법히 임대할 수 있고 단지 목적물의 사용·수익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만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는 흥미로운 설시를 하고 있다. 4. 최근의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 판결(공보 상, 965) 역시 '적법한 임대권한'에 관한 1995년 대법원판결의 설시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임차인의 대항력 주장을 긍정한다. 이 사건에서도 주택에 관하여 신탁계약(신탁자는 수탁자의 개별 승낙 아래서만 임대할 수 있다는 약정을 포함한다)에 기하여 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경료된 후 신탁자가 수탁자의 승낙 없이 원고에게 임대하여 주택을 인도하였다(원고는 바로 주민등록을 하였다). 그 후에 신탁자가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수탁자로부터 등기를 경료받았는데, 다시 위 주택은 임의경매에 기하여 피고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 결국 원고의 보증금반환청구는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인용되었는데, 여기서 대법원은 "주택에 관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한 경우 임대권한은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수탁자에게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위탁자가 수탁자의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을 회복한 때에는 위 임대차계약에 대하여 위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 사건에서는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수탁자로부터 제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것이 아니라 신탁자가 소유권을 이전받은 상태에게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다. 그러나 신탁자가 소유권이 없던 상태에서 적법한 임대권한이 없이 임대한 경우조차도 그가 그 후에 소유권을 취득하여 그 권한을 갖추었다면 그 임차인은 주택의 새로운 양수인에 대하여 임차권을 대항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5. 요컨대 대법원 재판례들은, 임대인이 목적물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임차권을 소유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는 경우, 그리하여 예를 들면 민법 제213조 단서의 '점유할 권리'를 가져서 소유자의 물건인도청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은 민법상 또는 주임법상의 대항력요건을 갖추어서 대항력을 취득하고, 소유자로부터의 양수인에 대하여도 임차권을 관철할 수 있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부동산임차권의 대항력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정당함에는 별다른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을까? 특히 이 사건에서는 위와 같은 신탁자의 임대 권한이 신탁원부로 공시되어 있어서, 목적물을 양도받으려는 이는 현 점유자의 대항권원을 추적하여 볼 수 있는 여지가 컸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돌연 종전과는 다른 태도를 취한 것으로서, 찬성할 수 없다. 양창수 석좌교수 (한양대·전 대법관)
신탁등기
오피스텔
임대차보증금
양창수 석좌교수 (한양대·전 대법관)
2022-04-11
민사일반
-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0다265808 판결 -
상속재산분할협의와 사해행위 취소 소송 제척기간
I. 사실관계 소외 망인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자로 2011년 8월 9일 사망하였고, 망인의 배우자인 피고가 11분의3 지분의 비율로, 망인의 자녀 A, B, C, D가 각 11분의2 지분의 비율로 망인의 재산을 상속하였다. C와 피고, 그 밖의 망인의 상속인은 2011년 8월 9일 피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단독으로 상속하는 내용의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였고, 위 각 부동산에 관하여 전주지방법원 전주등기소 2013년 6월 14일 접수 제40737호로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원고는 C에 대한 채권자이며, 이 사건 상속재산 분할협의 당시 이 사건 각 부동산은 C의 유일한 재산이었다. 원고는 2018년 3월 28일경 이 사건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소를 제기하였다. Ⅱ. 판결의 내용 1. 원심의 판단(전주지방법원 2019. 4. 5. 선고 2018가단7544 사해행위취소 등) 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본안 전 항변으로 "소외 주식회사 E와 원고가 서로 채무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이고, 소외 회사는 피고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며, 2014년 9월 30일 소 취하 간주로 사건이 종결되었으므로, 원고는 2014년 9월 30일 사해행위취소의 소의 취소원인을 알았다고 보아야 하고, 그로부터 1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1심은 제척기간 도과에 관한 증명책임이 사해행위취소 소송의 상대방에 있다는 종전의 대법원 판례의 태도(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6다272311 판결 등)를 확인하면서, 제출된 증거만으로 원고가 소외 주식회사 E와 채무자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여 본안 전 항변을 배척하였다. 나.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심은 "C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을 피고로 하여금 상속하게 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였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채무자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증여한 것과 다르지 아니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고, 채무자인 C, 피고의 사해행위도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망인 사망 이후 채무자인 C를 비롯한 자녀들이 홀로 남은 피고를 위해 상속재산분할협의 형식으로 지분을 이전받아 선의의 수익자라고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 결론 1심은 피고와 C 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11분의2 지분에 관하여 2011년 8월 9일 체결한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여 취소되어야 하고, 원상회복으로 피고는 C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11분의2 지분에 관하여 전주지방법원 전주등기소 2013년 6월 14일 접수 제40737호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으로 원고 청구를 인용하였고, 2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민법 제406조 제2항 '사해행위취소의 소는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 내에 제기해야 한다(민법 제406조 제2항)'는 규정을 직권으로 살폈다. 이는 제소기간이므로 법원은 그 기간 준수 여부에 관하여 조사하여 기간 경과 이후에 제기된 소는 부적법한 것으로 각하해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행위가 언제 있었는가는 실제로 사해행위가 이뤄진 날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 등기부상 등기원인일자를 중심으로 사해행위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판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등기부에 기재된 등기원인일자와 다른 날에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취소 대상 법률행위인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있은 날을 등기부상 등기원인일자인 2011년 8월 9일(사망일)로 보았다. 그 결과 대법원은 이 사건 소가 법률행위가 있은 날(2011년 8월 9일)부터 5년이 지난 2018년 3월 28일경 제기된 것이란 이유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Ⅲ. 검토 이 사건은 사해행위취소의 소송 제척기간 기산점 판단이 원심과 대법원 간에 달랐다. 원심은 제척기간의 기산점을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이 도과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취소원인이 있는 날'로부터 5년이 도과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 소제기는 2018년 3월 28일경인데, 원심은 사해행위취소의 소에서의 법률행위가 있은 날을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한 후 구체적인 행위로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접수 시인 2013년 6월 14일로 보았으나, 대법원은 소외 망인의 사망일이자 상속재산분할협의 등기원인일자인 2011년 8월 9일로 보았다. 심급별로 제척기간 기산점 판단이 달라진 사안으로 원고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하였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하게 되었다. 이미 이 사건 이외의 하급심에서도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을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작성된 시점으로 보기도 하였고, 혹은 협의분할에 의해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뤄진 시점으로 인정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혼란에 더하여 '상속등기와 그 경정등기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등기예규 제1675호)'상 상속재산분할협의의 경우 '상속등기를 신청할 때에는 등기원인을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으로, 그 연월일을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이를 근거하여 상속재산분할협의 시점을 사망 시로 판단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상속인들 사이에 실제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이루어진 시점이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라고 하더라도 부동산등기부등본에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이 등기원인일로 기재되므로, 실제 상속재산분할협의일과 등기원인일자는 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실무상 혼선이 있었던 부분에 관하여 대법원의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의 태도는 사해행위 시점에 관하여 실질적 시점이 확인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명확한 등기부상 등기원인일자를 기준으로 판단함으로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상속세 처리를 비롯하여 변화하는 법률관계를 조속히 안정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척기간 기산점 판단에 관하여 ① 원심과 다르게 본 이유, ② 등기원인일자를 기초하는 처분문서가 있었는지 여부, ③ 상속재산분할협의의 경우 분할협의가 사해행위인지, 분할협의에 따른 등기신청이 사해행위인지, ④ 채권자 입장에서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원인으로 한 상속등기를 한 다음에야 사해행위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닌지, ⑤ 상속재산협의분할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 등기원인일자를 피상속인의 사망일로 기재하는 것은 단순한 등기기재 형식에 불과한 것이고, 악용의 소지는 없는 것인지, 나아가 ⑥ 등기예규상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등기 시 '협의분할시'로 개정될 필요는 없는지 등에 관하여 좀 더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 않은 이유로 이 사건의 경우 상속재산분할협의 등기원인일자는 소외 망인의 사망일인데 반하여, 등기접수가 약 2년 남짓의 기간 이후에 이뤄졌음에도 제척기간 미준수를 이유로 부적법 각하판결 선고함으로써 채권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 결국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향후 상속개시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이후에 상속재산협의분할 상속등기를 하는 경우 사실상 사해행위를 이유로 취소를 구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구체적 사건에서 실질적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었던 경우라면, 등기원인일자인 망인의 사망 시가 아닌 채권자를 해할 의도를 가지고 행위를 하는 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상속재산협의분할을 원인으로 상속등기를 한 다음에야 사해행위여부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일본 민법에 비해 짧은 제척기간을 규정한 입법자의 의도는 법률관계의 조속한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도리어 채무 면탈하고자 하는 악용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대상 판결의 견해에 더하여 민법상 제척기간의 적정성 여부까지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박성태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대부업
상속포기
사해행위
채무자
상속
박성태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2021-11-22
가사·상속
민사일반
친족관계 사실만으로 친생자존부확인소송 낼 수 없다<br> 특별한정승인 인정은 법정대리인 기준으로 판단해야
[202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7. 가족법
1.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성(姓)의 등기기록 정정 기준[대법원 2020. 1. 9.자 2018스40 결정] 가. 대상결정의 요지 가족관계등록제도는 국민의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여 공시·공증하는 제도이다(제1조, 제9조). 따라서 가족관계등록부는 그 기재가 적법하게 되었고 기재사항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추정을 받는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반하는 증거가 있거나 그 기재가 진실이 아니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신분에 관한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었더라도 기재된 사항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을 수정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부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나. 검토 신청인은 어린 시절부터 '금**'라는 이름으로 생활해 왔고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 외에 신분증명을 위하여 사용되는 다른 주민등록표, 여권 등에는 '금'이라는 한글 성이 기재되어 있으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신청인의 성명이 '김**(金**)'로 표기되어 있어 성명에 관하여 공적 장부들의 기재가 불일치하고 이로 인하여 상속등기 등 권리실현에 장애가 발생하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의 표기를 '금'으로 정정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원심은 이와 같은 사유가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거나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는 경우이거나 제105조 제1항의 창설적 신고가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신청인의 정정신청을 기각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성명을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여 이기하도록 한 구 호적법 시행규칙의 개정 경과,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작성경위, 신청인이 출생 시 또는 유년시절부터 한자 성 '金'을 한글 성 '금'으로 사용하여 오랜 기간 자신의 공·사적 생활영역을 형성하여 온 사정, 신청인이 등록부정정을 신청하게 된 이유,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하여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한글 성을 '금'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였다. 대상결정은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의 추정력과 함께 이를 번복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2. 재판상 이혼 시 자녀의 양육에 관하여 공동양육을 명할 수 있는 기준[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므15534 판결] 가. 대상판결의 요지 자녀의 양육은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미성년인 자녀의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에 미성년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할 때에는 미성년인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와 모가 제공하려는 양육방식의 내용과 합리성·적합성 및 상호 간의 조화 가능성, 부 또는 모와 미성년인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인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민법 제837조, 제909조 제4항 및 제5항,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3) 및 5) 등에 따르면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법원이 친권자를 정하거나 양육자를 정할 때 반드시 단독의 친권자나 양육자를 정하도록 한 것은 아니므로 이혼하는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상 이혼의 경우 부모 모두를 자녀의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은 부모가 공동양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양육에 대한 가치관에서 현저한 차이가 없는지, 부모가 서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양육환경이 비슷하여 자녀에게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적고 환경 적응에 문제가 없는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양육을 위한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검토 대상판결은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미성년자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하는 기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함과 동시에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에서 부모가 가까운 장래에 공동양육과 방법에 대하여 서로 원만하게 협력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향후 자녀를 공동양육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협의할 수 있게 되더라도 공동양육을 통하여 부모 각자의 거주지를 오갈 자녀의 경제적·시간적 손실과 정서적 불안정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오히려 일방에 대한 양육자 지정과 상대방에 대한 면접교섭을 통해서도 공동양육자 지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대부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부모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고 공동양육의 방법을 정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현재의 유책주의 이혼법제에서는 당사자가 부정행위, 유기, 부당한 대우 등 첨예한 갈등이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로 이혼하게 되는 사정을 주장 입증하여야 하고 부모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기 어려워 실제로 공동양육이 허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3.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대법원 2020. 6. 7.자 2020스575 결정] 가. 사실관계 대한민국 국민인 신청인은 2013년 8월경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던 중국 국적 여성 Y와 사이에서 딸인 사건본인이 출생하자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를 첨부하여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였다.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에는 Y의 성명,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Y는 이미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 갱신이 불허되어 Y의 혼인관계증명서나 Y가 자녀의 출생 당시 유부녀가 아님을 공증하는 서면, 2명 이상의 인우보증서 등 서류 등 혼인 외 자녀의 父가 출생신고할 때 첨부해야 할 서류를 제출할 수 없었다. 이에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에 규정된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이 사건 신청을 하였으나 제1심법원과 항고심법원은 모두 기각하였다. 나. 대상결정의 요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하여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헌법 제10조).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과 같은 사회적 신분을 갖추어야 하고 사회적 신분의 취득은 개인에 대한 출생신고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취지, 입법연혁, 관련 법령의 체계 및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의 중요성을 함께 살펴보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은 같은 법 제57조 제1항에서 생부가 단독으로 출생자신고를 할 수 있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4조 제2항에 규정된 신고서의 기재내용인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문언에 기재된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예시적인 것이므로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또는 모의 소재불명이나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등과 같이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다.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친부의 출생신고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의무는 모에게 있지만(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부(父)도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고 이때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비혼모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부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 있지만 부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모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가 있는 경우에 그 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어 있는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등록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부는 모에게 배우자가 없음을 증명하는 공증서면 또는 2명 이상의 인우인의 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하므로[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침(2015. 1. 8. 제정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12호) 제8조] 모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는 없다. 이는 민법상 친생추정 제도와 관련이 있는데 모가 부(夫)가 아닌 생부를 자녀의 부(父)로 기재하는 출생신고를 수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생부가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나 모의 인적사항을 모를 때에는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먼저 자녀의 미성년후견인 또는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된 후 관할 가정법원으로부터 자녀의 가족관계등록창설 및 성본 창설 심판을 받고 가족관계등록창설신고 및 인지신고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생부가 자녀의 부로 기재될 수 있었다. 이처럼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어도 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면 비록 유전자검사를 통하여 친자관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더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고 여러 절차를 거쳐야 부자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런 어려움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2015년에 가족관계등록법이 일부 개정되었다(법률 제13285호, 일명 '사랑이법'). 이 법은 친부가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모가 혼인 중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한 후 생부를 아버지로 출생신고 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을 악용하는 것을 막고자 일선 법원에서는 모의 인적 사항을 전부 알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생부의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해주었다. 그리하여 개정법률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출생신고에 있어 비혼부의 어려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라. 검토 대상결정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천명한 최초의 판례이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사랑이법의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민법상 친생추정제도와의 관계에서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와 위 법률 조항의 입법 취지 등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비혼부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자녀의 출생신고를 간소한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4.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쟁점 A(1909년 8월 10일 사망)는 2010년 8월 15일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A는 1남 2녀를 두었고 장녀 망 B의 자녀인 b가 행정소송을 통해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년 2월 17일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인정되자 A의 장남 망 C의 손자인 원고(A의 증손자)가 검사를 상대로 A와 B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가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A에게 다른 손자녀(차녀의 자녀들)가 있어 독립유공자예우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고 달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할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적격을 부정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독립유공자 A와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은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가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지 나아가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기권자(원고적격)의 구체적 기준이 문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구 인사소송법 등의 폐지와 가사소송법의 제정·시행, 호주제 폐지 등 가족제도의 변화, 신분관계 소송의 특수성, 가족관계 구성의 다양화와 그에 대한 당사자 의사의 존중,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이해관계인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이다. 민법 제777조의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이러한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민법 제865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다른 조항의 제소권자로 명기되어 있거나 별도의 이해관계가 인정되어야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 적격이 인정된다. 이에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한편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판례 변경에는 찬성하지만 원고가 제소권자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대법관 2인의 별개의견이 있다. 다. 검토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민법 제865조에 따라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부, 모, 자녀는 물론 자녀의 직계비속과 그 법정대리인은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제865조에 열거된 각 규정(제848조, 제850조, 제851조)이 정하는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제865조 및 제862조에 따른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존부가 판결로 확정됨에 따라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자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구체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이는 원고의 주장내용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별개의견은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위와 같은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정하는 1차적 기준은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진실한 혈연과 다른 친생자관계가 등록됨으로 인해 자신의 신분관계를 기초로 한 법적 지위에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가 되어야 하며 친생자관계존부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다수의견이 제시한 기준인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지 여부'는 신분관계에는 영향이 없으면서 재산적 이해관계만을 갖는 경우(가령 보험금 수익자나 상속인의 채권자 등)까지 확장될 우려가 있다면서 그로 인한 실무적 부작용 등을 우려하였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모두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과 관련하여 약 40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함과 동시에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였다. 친생자관계는 인간의 혈연적·정서적 뿌리와 연결된 기초적 신분관계이다. 따라서 친자관계의 법적 안정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친자가 문제삼지 않는 친생자관계에 대해 제3자가 확인의 소를 제기하도록 허용하려면 그럴만한 정당성이 충실하게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민법 제856조에 의해 준용되는 민법 제851조의 보충적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이해관계인의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은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5.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과 법정대리인[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쟁점 피고는 채무자인 A의 상속인들(배우자 B, 자녀 C와 원고)을 상대로 약속어음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1993년 12월 20일 승소판결을 받았고 이후 2003년 11월경 시효 연장을 위하여 소를 제기하여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었는데 B는 위 두 번의 소송에서 당시 미성년자인 원고를 대리하였다. 피고는 2013년 11월경 재차 시효 연장을 위하여 B, C, 원고(성년)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피고는 2017년 8월 31일 위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원고의 은행 예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2017년 9월 25일 상속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고 곧바로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한정승인 신고 및 그 수리가 유효한지 여부이다. 이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에 따른 특별한정승인에서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을 미성년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와 관련된다. 나아가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뒤에 본인이 직접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의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민법 제1019조 제1항, 제3항의 각 기간은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기에 안정시켜 법적 불안 상태를 막기 위한 제척기간인 점,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정대리인 제도와 민법 제1020조의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민법 제1019조 제3항이나 그 소급 적용에 관한 민법 부칙 제3항, 제4항에서 정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였는지'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다440 판결,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2다15268 판결 참조). 따라서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1998년 5월 27일 전에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모두 알았다면 위 민법 부칙 규정에 따라 그 상속인에게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상속인은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 또한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1998년 5월 27일 이후여서 상속인에게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더라도 법정대리인이 위와 같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에 관한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게 되면 그 상속인에 대해서는 기존의 단순승인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확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에 관하여 상속인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적용되고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되어야 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는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그의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고도 3월 동안 상속인을 대리하여 특별한정승인을 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러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 내에 스스로 특별한정승인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다. 검토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가부를 가려야 하는가 하는 쟁점에 관해서는 기존 판례에 따라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그런데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수의견은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미성년 상속인을 상속채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모두 일치하였다. 다만 다수의견은 입법으로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입법이 아닌 해석을 통해 미성년자를 구제하는 것을 도모하였다.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법률해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면서 미성년 상속인을 보호할 제도적 방안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6. 그 밖에 부모에게 양육비를 분담하고 공동명의계좌를 개설하도록 명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므15302 판결도 중요하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1-03-04
민사일반
-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
부동산명의신탁과 불법원인급여
1. 사안의 개요 농지 X의 소유자 C는 2000년 4월께 농지법상 '농지처분의무 통지'를 받자, 2001년 4월께 D와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2001년 4월 12일 D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후 2009년 1월 28일 C의 사망으로 처인 원고가 X를 상속받았다. 2012년 3월 23일 D도 사망하여 처인 피고가 상속을 원인으로 X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피고에게 X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했다, 원고는 부동산실명법(이하 '부실법'이라 함)상 명의신탁약정 및 D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이며, D의 상속인인 피고는 C의 상속인인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 이행의무가 있음을 주장했다. 이에 피고는 명의신탁약정이 농지법상 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과 농지법에서 정한 농지의 소유·이용에 관한 규정을 잠탈하는 반사회질서 행위이고, 명의수탁자인 D 앞으로 마쳐진 X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명의신탁자 C의 상속인인 원고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 1심과 2심의 판단 1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명의신탁 약정은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까지 금지하지는 않는다는 점, 탈세목적, 강제집행 면탈의 목적이 있는 명의신탁약정에 해당되어 부실법을 위반하여 수탁자 명의로 등기되어도 이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설시했다. 2심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농지법 위반의 효과로 농지의 소유권 자체를 박탈할 수는 없다는 점을 추가로 설시했다. 3.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피고의 상고는 기각되어 원고 승소의 원심이 확정되었다. 부실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사안의 핵심쟁점이었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는 다수의견의 논거로 i) 부실법은 소유권이 실권리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임을 규율하고 있으며, ii)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하며, iii)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하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고 판례의 태도나 부실법 규정에도 합치되지 않으며, iv) 헌법상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며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없는데,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박탈은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게 된다는 점, v) 농지법상 제한을 회피하는 명의신탁이라고 해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반면, 소수의견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명의신탁등기는 불법원인급여라는 입장을 취한다. 그 논거로 i) 부동산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한 사법적 결단이 필요하며, ii)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고, iii)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 반환 등의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는 점, iv) 이러한 해석이 사법부가 부동산거래질서를 바로잡는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연 구] 대상판결은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이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하여 제746조의 불법원인에 해당되는지, 명의수탁자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인지를 다루었다. 그동안 판례는 일관되게 불법원인급여를 부정했다. 그러나 부실법이 시행된 지 20여년이 지났으므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는지 재검토할 시점이 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대상사건은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었다. 대상판결은 부실법을 위반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지 않음을 전원합의체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1.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 부실법의 입법취지는 명의신탁관계를 조속히 해소하고 실체적 권리관계와 등기부상의 권리표상이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의 등기'를 유도함에 있다(제1조). 실권리자란 명의신탁자를 말한다(제2조 2호). 또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한 제재는 과징금(제5조 1항 제1호) 및 이행강제금의 부과(제6조 2항), 형사제재(제7조 1,2항) 등의 방법을 채택했을 뿐이다. 입법과정에서 명의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귀속시키자는 제안도 있었으나 부실법은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명의신탁관계가 있기 전의 권리상태로 되돌아가 신탁자에게 소유권이 인정됨을 원칙으로 한다. 결국 이 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불법원인급여를 인정하여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할 방법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해석론은 입법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2. 명의신탁약정은 민법 제746조의 불법한 원인이 아니다 명의신탁약정이 불법원인에 해당되면 소유권이전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어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데(민법 제746조 본문), 이 때 부당이득반환청구 뿐만 아니라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다면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제756조 단서). 그렇다면 수익자도 불법원인을 제공하거나, 심지어 수익자의 불법성이 더 큰 경우에도 문리해석상 제746조의 단서의 단서가 적용될 수 없어 급부자는 소유권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이런 불합리한 결론은 불법원인급여의 반사적 효과로 불가피하다는 설명만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결국 불법원인급여일 때 반환청구금지규정(제746조 본문)의 적용범위는 제한되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첫째 불법성을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이 있으면 인정하는 주류 판례의 견해와는 달리, 선량한 풍속 위반만이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둘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를 넓게 인정하여 제746조 단서의 적용영역을 확대하는 견해가 있다. 판례는 이러한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전원합의체 판결). 셋째 제746조의 불법성 판단기준을 제103조에서 찾지 않고 급부이익을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남기는 것이 더 정당한지라는 결과의 관점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생각건대 제103조는 '불법의 실현'에 법적 조력을 거부하는 것인 반면, 제746조는 '불법적 급부결과의 회복'에 법적 조력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의 판단기준을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세 번째의 견해가 타당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점을 고려한 판결례가 나오고 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 제746조의 불법성은 제103조의 공서양속위반이 있고, 추가적으로 i) 원인행위의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거나, ii) 강행법규의 위반에 따른 급부의 반환이 규범목적에 반할 때에 비로소 인정된다. 이를 부동산명의신탁에 적용해 보면 명의신탁약정이 현저한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부실법의 입법취지상 급부의 반환을 긍정하는 것이 규범의 목적에 더 부합한다. 특히 공익적 목적(탈법·투기·탈세의 방지)를 위해 소유권을 박탈하는 해석은 헌법합치적이지도 않다. 불법원인급여를 인정하여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아무런 대가 없이 박탈하는 소수의견이 탈법·투기·탈세의 방지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 법의 목적달성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권보장이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해석론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명의신탁자의 대가없는 소유권 박탈이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방법이라는 확실한 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판례도 명의신탁자가 궁극적으로 소유권을 이전받는 것을 전제로 부실법상 여러 제재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두4554 판결). 3.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결과는 정의관념에도 배치된다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신탁자로부터 박탈한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되는 결론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논증하지 못한다. 소유권이전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어 반환이 부정되는지에 대해서 긍정·부정의 상반된 두가지 주장이 가능할 때에는 반환을 부정하는 견해에서 '법률상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는 것'보다 '급부의 회복을 거절함으로써 현상태를 고착시키는 것'이 정의관념에 더욱 부합하는 적극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양쪽의 근거가 모두 합리적이지 못하다면 권리가 원래 있어야 할 곳, 즉 종래의 권리자(대상판결에서는 명의신탁자)에게 회복됨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신탁자로부터 박탈한 소유권 수탁자에게 이전되는 결과가 신탁자를 제재하기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점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4. 결론 결국 현재의 부실법 내용을 전제로 한다면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과 그에 기한 소유권이전은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고 본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타당하다. 그러나 다수의견 중 부실법을 개정하여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면 헌법상 재산권보장이라는 헌법의 기본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대가 없이 박탈하는 규정을 두더라도 충분한 입법예고와 실명전환의 유예기간을 다시 부여하고, 동시에 다른 제재규정을 삭제하거나 완화한다면 그러한 개정이 재산권보장이라는 헌법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토지의 공공재적 성격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동진 교수 (연세대 로스쿨)
부동산
민법
부동산실명법
불법원인급여
명의신탁
박동진 교수 (연세대 로스쿨)
2019-11-28
가사·상속
민사일반
공동상속인 중 1인의 상속재산처분과 민법 제1014조
-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8다1049 판결 - 1. 사실관계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사안을 다루고 있다. 소외 1(母)은 소외 2와 혼인하여 피고 1을 출산한 다음, 소외 2와 이혼하고 소외 3과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며 원고 등을 출산하였다. 소외 1이 2015년 1월 27일 사망하자, 피고 1은 가족관계등록부에 자신만 자녀로 등록되어 있음을 기화로 단독 상속등기를 마치고 2015년 6월 25일 소외 1의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피고 2에게 매도하고 피고 2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이후 원고 등이 2016년 2월 12일 친생자관계존재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6년 7월 1일 인용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 등은 피고 1 명의의 상속등기 및 피고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중 원고 등 법정상속분 상당의 말소등기를 구하였다. 2. 소송의 경과 (1) 이에 대하여 원심(창원지방법원 2017. 2. 17. 선고 2017나2155 판결)은 ① 상속개시 후 친자관계존재확인판결에 의하여 상속인으로 판명된 자가 발생한 경우 민법 제860조 단서를 적용하여야 하는바 위 처분이 이에 해당하므로 ② 원고 등은 민법 제1014조의 ‘상속개시 후의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 해당한다면서, 피고 1을 상대로 매매대금 상당의 가액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피고 2에게 소유권이 확정적으로 귀속된 부동산의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는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 등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대법원은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나 출생신고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자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생긴다”면서, “인지를 요하지 아니하는 모자관계에는 인지의 소급효 제한에 관한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지 아니하며, 상속개시 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의 가액지급청구권을 규정한 민법 제1014조를 근거로 자가 모의 다른 공동상속인이 한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 또는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에 환송하였다. 3. 검토 (1) 공유자 중 일부만이 한 공유물분할은 무효이고, 일부만이 한 공유물처분도 처분자의 지분을 넘는 범위에서 무효이다. 이는 공동상속으로 인한 공유에서도 타당하고, 원심과 대법원도 전제하는 바이다. 원심과 대법원이 갈린 것은 사안에 민법 제860조 단서와 제1014조가 적용 내지 유추되고, 그 결과 결론이 달라지는지 여부였다.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내지 유추되었을 때 결론이 달라짐은 분명하다. 이 규정은 인지의 소급효로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게 하고 있으므로, 누락된 공동상속인의 존재(로 인한 무효)를 다른 공동상속인의 분할·처분으로 권리를 취득한 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자관계는 출산사실만으로 당연히 성립하고, 모(母)의 자(子) 인지에는 확인적 의미밖에 없다. 민법 제860조 단서는 인지에 소급효가 있음을 전제로 그로 인한 법적 불안을 피하기 위하여 일정 범위의 제3자에 대하여 소급효를 제한하는 규정이고, 때문에 제3자의 선·악의도 묻지 아니한다. 모자관계에서 인지에는 소급적 형성력이 없으므로 이 규정을 모자관계에 유추할 수는 없다. 이 점에서는 대법원이 옳다. 그런데 원심과 대법원은 모두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내지 유추되어야 제1014조가 적용될 수 있음을 전제한 것처럼 보인다. 민법 제1014조를 제860조의 소급효 제한과 관련시켜 이해하는 것은 종래 대법원의 접근이기도 하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다83796 판결 등, 이에 대한 비판으로는 윤진수, 친족상속법강의 제2판, 181~182). 그러나 민법 제1014조에는 분할·처분 후 피인지자 외에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도 포함되어 있는데, 위 설명은 적어도 뒤의 경우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사안에서 문제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에 의하여 모자관계가 ‘확정’된 경우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인지, 만일 그렇다면 아직 그 지위가 ‘확정’되지 아니한 공동상속인을 제외한 협의분할도 유효한 것인지에 있다. (2) 민법 제1014조는 1947년 개정 일본민법 제910조를 따랐다. 그런데 일본민법이 분할·처분 후 피인지자에 한하여 가액지급청구권을 인정하는 것과 달리 민법 제1014조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된 자’에 대하여도 가액지급청구권을 인정한다. 이에 대하여 민법안심의록(1957, 603-604)은 일본민법 제910조와 같은 취지라고 할 뿐이다. 공동상속에서는 일반 공유와 달리, 공동상속인이 분명하지 아니한 예가 많다. 이때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따라 공동상속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한 분할·처분이 사후 다른 공동상속인이 있었음이 드러나 무효가 된다면 거래안전에 해가 된다. 부자관계에서 인지는 - 인지 전에는 상속권이 없다가 인지의 소급효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 그 특수한 예에 해당한다. 일본민법 제910조는 이 경우 나머지 공동상속인이 한 분할·처분을 유효로 하고{위 규정은 ‘가액만(のみ)에 의한 지급의 청구권을 가진다’고 하여 이를 명확히 한다}, 그 대신 누락된 공동상속인에게 가액지급청구권을 준다. 문제는 이러한 필요가 인지에 한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본에서는 1950년대 초부터 공동상속인 여부가 불분명한 다른 경우에 제910조를 유추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설이 되었다{新版注釋民法(27), 407-409(川井健)}. 최고재판소는 명문 규정이 없음을 들어 모자관계에 대한 위 규정의 유추를 거부하였으나, 대신 제94조 제2항(대체로 민법 제108조 제2항에 해당한다)의 유추에 의한 구제를 시사하고 있다(日最判 1979. 3. 23, 判時923, 70). 명문 규정이 없는 프랑스에서는 표현상속인론(theorie de l’heritier apparent)이, 독일에서는 선의취득과 등기부의 공신력(MunchKommBGB/Ann, § 2042 Rn. 41)이 활용될 수 있다. 이와 달리 우리 민법에는 특히 부동산에 관하여 일반적인 거래안전보호가 없는 대신 민법 제1014조에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된 자’가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母)의 혼인 외의 자가 ‘재판의 확정으로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 해당하는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지 아니하였으나 공동상속인의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경우로는 부(父)의 자녀 인지 이외에 친생추정(혼인한 여자가 자녀를 출산하고 그 자녀를 등록부에 남의 자녀로 등록한 경우), 모의 출산, 협의상이혼무효·취소, 협의상파양무효·취소 정도를 생각할 수 있다. 위 상황에서 상속관계를 등록부에 반영시키려면 등록부의 부 또는 모란이 공란이어서 부 또는 모가 인지신고를 할 수 있는 경우 이외에는 대체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이혼무효·취소, 파양무효·취소판결을 받아야 한다. 그중 친생추정, 출산, 이혼무효 및 파양무효에서 판결은 확인적이므로 엄밀히는 ‘재판의 확정으로’ 공동상속인이 되었다고 할 수 없지만, 이혼취소, 파양취소처럼 현실적으로 잘 문제되지 아니하는 소수의 형성판결만을 포섭하기 위하여 이처럼 포괄적인 문언을 채택하였다고 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입법자의 의사는 위 모든 경우에 분할·처분은 유효로 하고 가액지급청구권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반대로 이때 판결에 형성판결만 포섭하거나 나아가 인지만 포섭한다면 ‘재판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는 매우 좁은, 현실적인 의미가 거의 없는, 적용영역만 남게 되는데, 이는 입법의도를 한정할 단서나 입법적 과오라고 볼만한 근거가 없는 한 취할 바라 할 수 없다. 부동산의 경우 등록부상 상속관계가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인지 이외에는 재판을 거치지 아니하고 상속등기를 할 방법이 없어 분할 기타 처분을 하거나 그에 관여할 방법도 없으므로, 사실상 형성/확인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아니하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종래 통설도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임이 ‘분명해진’ 사람을 제외한 채 한 분할도 유효라고 보았다(윤진수, 앞의 책, 428, 442). 민법 제1014조는 분할과 처분을 같이 취급한다. 모의 혼외자를 제외하고 한 상속재산 처분도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그의 상속권은 가액지급청구로 보호된다고 봄이 옳다. 누락된 공동상속인의 이의 여부나 처분 당사자의 선·악의 등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무효로 할 수 있는지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3) 그럼에도 대법원은 이와 반대되는 결론을 채택하였다. 민법 제1014조를 대법원처럼 이해할 때 우리 입법자가 의식적으로 끼워 넣은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 부분에 어떤 의미가 부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 문제에 대하여 대법원이 어떠한 검토를 행하였고 어떠한 논리로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는지가 판결에 전혀 나타나있지 아니하다는 점이다. 이동진 교수(서울대 로스쿨)
부동산
상속
친생자관계
민법제860조
혼외자인지
이부형제
이동진 교수(서울대 로스쿨)
2018-07-25
조세·부담금
리스차량의 취득세 납세지가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재된 사용본거지인지 여부
-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6두40139 판결 - 1. 사실관계 수입차량 리스회사인 원고는 법인등기부상 본점은 서울이고, 부산, 인천 등에 각 지점을 두고 있는데, 2011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리스차량에 관하여 각 지점을 사용본거지로 하여 자동차등록을 마치고, 그 관할 도지사 등으로부터 징수권을 위임받은 피고들에게 취득세를 신고·납부하였다. 서울시 강남구청장은 2012년 9월 10일 원고에게 위 각 지점은 인적·물적설비가 없는 허위사업장으로 구 지방세법(2014. 1. 1. 법률 제12153호로 개정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2호(이하 ‘이 사건 조항’)의 사용본거지에 해당하지 않고, 리스차량의 사용본거지는 구 자동차등록규칙(2013. 3. 23. 국토교통부령 제1호로 개정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취득 당시 주사무소 소재지이므로, 원고의 본점 소재지를 관할하는 서울시장으로부터 징수권을 위임받은 자신이 정당한 과세권자라는 이유로 취득세 745억원을 부과하였다. 원고는 2012년 12월경 피고들에게 서울시 강남구청장의 부과처분으로 인한 취득세 이중납부의 위험제거를 위해 기 납부한 취득세를 환급하여 달라고 경정청구하였으나, 피고들은 적법한 납세지에 납부한 것이라는 이유로 거부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관련 규정의 문언과 체계에 이 사건 조항의 입법취지와 개정 경위, 자동차등록의 법적성격과 취득세 납세지의 의의 등 사정들을 종합할 때, 법인이 자동차등록을 하면서 등록관청으로부터 주사무소 소재지 외의 다른 장소를 사용본거지로 인정받아 그 장소가 자동차등록원부에 사용본거지로 기재되었다면, 그 등록이 당연 무효이거나 취소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량의 취득세 납세지가 되는 이 사건 조항의 ‘사용본거지’는 법인의 주사무소 소재지가 아니라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재된 사용본거지’를 의미한다. 3. 평석 가. 관련 규정 이 사건 조항은 차량의 취득세 납세지를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등록지로 하되, 다만 등록지가 사용본거지와 다른 경우에는 사용본거지를 납세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의 위임을 받은 구 자동차등록령(2013. 3. 23. 대통령령 제24443호로 개정 전의 것) 제2조 제2호는 ‘사용본거지’를 ‘자동차의 소유자가 자동차를 주로 보관·관리 또는 이용하는 곳으로서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장소’로 정의하는데, 구 자동차등록규칙 제3조 제1항은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장소’란 자동차 소유자가 개인인 경우에는 그 소유자의 주민등록지(제1호), 법인인 경우에는 그 법인의 주사무소 소재지(제2호)를 말한다고, 제2항은 법인의 주사무소 소재지 외의 다른 장소를 사용본거지로 인정받으려는 자동차 소유자는 그 사유를 증명하는 서류를 등록관청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나. 사건의 경과 리스회사가 리스차량 취득 시 서울에서는 도시철도채권을 많게는 차량 금액의 20%를 매입해야 하나, 지방에서는 지방채 매입비율이 5% 정도인 곳이 많아 취득 관련비용이 경감되고 소비자도 차량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 각 구청장은 2012년 9월경 리스회사들에게 각 지점이 허위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미납 취득세 2000억원대의 부과처분을 하였고, 인천시장의 지방세 과세권 귀속결정 청구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은 2012년 11월 19일 사업장등록이 당연 무효가 아닌 점 등 인천시장이 원고로부터 취득세를 신고·납부받은 행위는 적법하고, 취득세 과세권은 당연히 인천시장에 귀속된다고 통지하였다. 서울시가 위 결정이 헌법상 부여된 지방세 과세권 침해로서 무효라며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하자 헌법재판소는 2014년 3월 27일 행정안전부장관의 과세권 귀속결정은 행정적 관여로서 법적 구속력이 없어 서울시의 자치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적법 각하하였다. 서울시 각 구청장은 조세심판원의 2014년 6월경 결정에 따라 지방세법상 취득세 납세지 규정이 개정된 2011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2010년 12월 31일까지 취득한 차량에 대하여는 532억 원을 환급하였고, 2011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차량에 대하여 부과된 1427억원은 과세로 결정하였다. 다. 차량의 취득세 납세지인 사용본거지의 의미 (1) 취득세는 유통세의 일종이므로, 그 납세지는 원칙적으로 취득일을 기준으로 취득물건의 소재지로 보아야 하고, 2010년 3월 31일 법률 제10221호로 개정 전의 지방세법도 제105조 제1항에서 그와 같이 규정하고 있었다. 취득세와 같은 지방세는 납세지에 따라 과세권이 귀속되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결정되므로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납세지를 정할 필요가 있고, 특히 차량 같은 이동성 높은 과세물건은 소재지 파악에 현실적인 어려움과 과다한 행정비용 발생으로 차량의 소재지가 아닌 다른 합리적인 기준이 요구된다. 이에 2010년 3월 31일 개정된 지방세법 제8조 제1항은 과세실무를 반영하여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등록지’(제2호)로 명시하였다. 지방세법은 차량의 취득세 납세지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하고자 자동차관리를 제도적으로 규율하는 자동차관리법상의 자동차등록 개념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2) 이 사건 조항은 2010년 12월 27일 법률 제10416호로 지방세법 개정 시 단서 부분이 신설되었는데, 이는 2010년 6월 1일부터 자동차등록 사무를 해당 자동차의 사용본거지를 관할하지 않는 등록관청에서도 처리할 수 있게 되어 ‘등록행위가 실제 이루어진 등록지’와 ‘사용본거지’가 달라져 발생하는 납세지와 관련한 혼란 방지를 위해 신설된 것에 불과하다. 이 사건 조항에서의 단서 부분 신설로 지방세법상 차량의 취득세 납세지 판정기준이 실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3) 구 자동차등록규칙 제3조 제1항은 이 사건 조항의 차용개념인 자동차관리법상 ‘사용본거지’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제3조 제2항, 제27조 제2항은 자동차 소유자가 법인인 경우 주사무소 소재지 외의 다른 장소를 사용본거지로 인정받기 위한 사유증명 제출서류로 사업자등록증 또는 법인등기부 등본을 들고 있을 뿐이고, 등록관청은 제출서류에 기재된 지점을 확인하여 사용본거지로 인정하여 자동차등록원부에 등재하고 있다. 자동차등록 관계 법령에서도 사용본거지를 주민등록지 등으로 사실상 추단하고 있고, 법인의 지점 등 주사무소 소재지 외의 다른 장소를 사용본거지로 신청하는 경우에도 인적·물적 설비에 관한 자료제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4) 차량 취득 당시는 실제로 차량을 보관·관리 또는 이용하는 곳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서 납세지 결정기준이 될 수 없어 주민등록지나 사용본거지인 주사무소 소재지 역시 차량을 주로 보관·관리·이용할 개연성이 높은 곳에 불과하다. 구 자동차등록령 제2조 제2호의 사용본거지 정의규정도 자동차등록 당시 자동차 소유자가 이를 예정한 곳으로서 등록관청에 의하여 사용본거지로 인정받은 곳이라고 보아야 한다. 취득세 납세지는 늦어도 취득세를 신고·납부할 무렵에는 확정되어야 하므로, 차량의 취득세를 신고·납부한 이후 실제 어디에서 주로 보관·관리·이용하였는지는 원칙적으로 납세지 결정기준이 될 수 없고, ‘주민등록지’나 ‘주사무소 소재지’에 대하여는 차량을 주로 보관ㆍ관리·이용하는 곳이 어딘지 실질적으로 심사하지 않는데, 법인의 주사무소 소재지 외의 사용본거지를 달리 취급할 근거도 없다. (5) 등록관청이 사용본거지 등록신청을 수리하여 차량등록이 되었다면 행정처분으로서의 공정력이 있고, 그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재된 사용본거지는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되었거나 등록신청이 잘못 수리되는 등으로 직권 또는 이의신청이나 쟁송에 의하여 수리처분이 취소되거나 당연무효로 인정되어 등록말소되기 전까지는 기재된 대로 효력을 가진다(대법원 1973. 1. 30. 선고 72누109 판결 참조). 4. 결론 대상판결은 이동성 높은 차량의 특성상 객관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취득세 납세지가 결정되어야 하므로 지방세법상 차량의 취득세 납세지인 사용본거지는 주사무소 소재지가 아니라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재된 사용본거지라고 명확히 해석하였고, 자동차등록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등록된 사용본거지를 다른 지자체가 임의로 부인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서울시와 지자체들 사이의 리스차량 취득세 납세지와 관련된 오랜 과세권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취득세
조세
사용본거지
납세지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2018-01-22
기업법무
실질주주, 형식주주 및 회사 사이의 법률관계
- 대법원 2017. 3. 23.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판결 - [판결요지] 식을 실제로 양수한 양수인이 주주명부에 타인의 명의를 빌려 그를 양수인으로 등재한 경우에, 회사와의 사이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주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부상 주주이다. [판결이유] -- (전략) --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명부에 적법하게 주주로 기재되어 있는 자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그 주식에 관한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회사 역시 주주명부상 주주 외에 실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하고자 하였던 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없으며,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아니한 자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 수도 없다. -- (중략) -- 이와 달리 -- (중략) -- ③ 회사가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실질상의 주주를 주주로 인정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한 대법원 1980. 4. 22. 선고 79다2087 판결 등, ④ 회사가 주주명부상 주주가 형식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또한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경우에 그 의결권행사가 위법하게 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98.9.8. 선고 96다45818 판결 등을 비롯하여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에 배치되는 범위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 (후략) -- [평석] 1. 사건의 개요 甲이 신일산업(주)의 주식을 매수한 후 주주명부에 乙의 명의를 빌려 乙을 양수인으로 명의개서를 마치었다. 이 주식은 상장주식이라서 甲이 乙명의로 개설된 증권회사를 통하여 매수하였고, 위의 명의개서란 실질주주명부에 개서한 것을 말한다. 이 명부에 개서한 것이 주주명부에 명의개서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자본시장법 제316조 제2항). 이 사건은 乙이 원고로서 신일산업(주)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결의취소청구사건이다. 피고회사는 원고의 주주권을 부인하였다. 원고는 명부상 주주(형식주주)일 뿐이라는 이유이다. 1심(수원지법 2014가합 62782판결)이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주주권을 부인하고 이 소를 각하하였다. 2심(원판결, 서울고법 2014나2051549 판결) 역시 1심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1, 2심은 이제까지의 대법원판례를 따른 것이다. 원판결에 원고가 불복 상고하자 대법원이 대상판결인 전원합의체판결로 원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주식 양수의 요건과 회사에 대한 대항력 주식의 양도양수도 다른 재산의 양도양수와 마찬가지로 당사자 사이의 합의만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회사가 주권을 발행한 이후에는 합의에 더하여 주권의 교부를 요한다(상법 제336조 제1항).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그로써 족하지만, 그 사이에서 나아가 양수인이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명의개서청구를 하여 주주명부에 주주로 등재하여야 한다(동 제337조 제1항). 그 등재로써 양수인은 회사에 대하여 대항력과 자격수여적 효력을 가지게 된다(주식회사법대계, 한국상사법학회. 2013.2. 694-605면). 주주명부는 주주와 회사 사이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주주를 형식적으로 정하기 위해서 마련된 명부이다. 그처럼 절차적 필요로 마련된 것이므로 거기에의 등재는 위에ㅔ서 말한 대항력 등 형식적 효력을 부여받는데 그친다. 형식적 효력에 나아가 주주의 지위를 취득하는 설권적 효력까지는 부여받지는 못한다(정찬형 “주주명부의 기재와 주식명의개서의 효력”, 서강대법학연구소, 서강법률논총 제6권 제2호 145-215면, 송종준 “명의주주의 법적지위” 법조 2017. 6, vol 723, 876-907면). 3. 주주명부의 효력에 관한 실질설과 형식설 이 대상판결 이전까지 대법원은 실질주주가 타인의 명의를 빌려 주주명부에 타인의 명의로 명의개서를 한 경우에도 실질주주가 여전히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에게 명의를 빌여준 형식주주는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견해를 취하였다(대법원 1975.9.23. 74다804 판결, 동 1998.9.8. 96다45818 판결 등). 이를 실질설이라고 부른다. 대상판결이 나오기까지 실질설이 판례이자 통설이었다. 형식설은 위의 경우에 형식주주만을 주주권을 행사할 주주라고 보는 견해이다. 회사법상의 행위는 획일적으로 처리하여야 한다는 것이 형식설의 주된 논거이다(이철송 “회사분쟁의 단체법적 해결 원칙의 제시” 선진상사법률연구“ 통권 78호, 법무부 2017.4. 229-251면, 남윤경 “형식주주의 법적지위” 충북대, 법학연구 28권1호 385-412면). 실질주주와 형식주주 사이에서 권리의 귀속 문제에 대하여는 법률상 당연히 실질주주에게 귀속되어 있다는 점에 이론이 없다. 형식설을 취한 대상판결도 주주명부에의 기재는 회사에 대한 대항요건일 뿐, 그 기재로 주주로 되는 설권적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설시하고 있다. 두 설 사이의 차이는 권리의 귀속 문제 다음으로 회사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주주를 누구로 정하느냐 하는 점이다. 4. 대법원의 판례변경 대법원이 이번에 전원합의체판결로 실질설에서 형식설로 일대 전환을 하였다. 실질설 아래서는 회사가 혹시 실질주주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면 그에게 주주권을 행사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형식주주에게는 주주권을 행사하게 할 수 없다. 이번 전환으로 이제는 회사가 혹시 실질주주가 누구인지 알고 있더라도 그에게 주주권을 행사하게 할 수 없다. 그리고 형식주주에게만 주주권을 행사하게 하여야 한다. 형식설 아래서는 실질주주의 회사에 대한 주주권행사가 원천봉쇄된다. 이 대상판결에 대법관 4명이 별개의견을 내놓았다. 대상판결이 대법관 전원일치로 원판결을 파기환송하였지만 대법관 전원이 형식설에 동조한 것은 아니다. 4명은 乙을 형식주주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원판결을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원판결을 파기환송하는데 동조한 것이다. 4명 중 2명이 보충의견까지 내놓았다. 그 요지를 요약하여 옮긴다. 권리 귀속의 문제를 제쳐두고 권리행사의 효력을 논할 수 없다. 단체법적 성격의 법률관계라 하더라도 형식적 자격만 있으면 언제나 그 권리행사가 유효하다고 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주주명부에 주주로 기재되어 있기만 하면 설령 실체적 권리 보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유효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무릇 권리 없는 자의 권리행사가 유효할 수는 없다. 실질상의 권리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회사가 알고 있는데도 회사가 형식주주에게 주주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효력이 없다. 갑자기 주주명부상 명의자에게 권리행사 적격자의 절대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법률해석의 한계를 넘는다. 5.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대상판결은 형식주주에게 획일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게 한 것으로서 단체법적 해결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이철송 전게).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획일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대상판결은 첫째로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재산권 보장 조항(헌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된다. 타인의 명의를 빌려 주식을 양수한 행위가 행정법규에 어긋나면 행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실질주주의 회사에 대한 주주권행사를 원천봉쇄하여서는 안 된다. 판결로서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법률로서도 그렇게 할 수 없다(정경영 “주식회사의 형식주주, 실질주주의 관계” 비교사법 제24권 2호, 한국비교사법학회, 2017.5. 876-907면). 그런 법률은 위헌이다. 대상판결은 둘째로 사법(私法)의 기본원칙인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반된다. 실질주주의 회사에 대한 주주권행사와 회사의 이에 대응을 왜 국가가 간섭하는가. 주주와 회사 사이의 법적 분쟁에서 형식설을 취하면 법원이 수고를 덜게 되겠지만, 수고를 감내하더라도 법원이 형식주주인 여부를 가려주고 분쟁을 종식시켜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법원의 임무이다. 대상판결은 셋째로 아무런 법적근거가 없는 판결이다. 아무런 근거 없이 형식주주에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였다. 대상판결의 보충의견이 이 점을 적절하게 지적하였다. 상법은 주주명부의 효력으로 대항력, 자격수여적 효력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다. 실질주주가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과 회사가 그 행사에 응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형식주주의 주주권행사에 회사가 거부하는 것 역시 제한하고 있지 않다. 6. 결어 단체법상의 특성, 회사의 주식업무처리 운운하며 획일적으로 실질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원천봉쇄하고, 형식주주에게 전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은 주객전도(主客顚倒)이다(정찬형 전게, 송종준 전게), 대상판결 중 보충의견의 표현을 빌리면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대법원이 대상판결을 다시 변경하기 바란다(정경영 전게). 김교창 변호사 (법무법인 정률)
주주권
주주명부
주주총회결의
주주양수
김교창 변호사 (법무법인 정률)
2017-12-08
권형필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 의미
1. 들어가며 현 우리나라 등기법제는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물권(이하, '소유권'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해당 등기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등기로 인하여 소유권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소유권이 있다고 추정될 뿐이다. 이는 불완전한 공시 방법인 등기를 사용함에 따른 부득이한 선택 및 하나의 정책적인 의미로 보여진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의 개념과 관련하여, 실질적 소유권 여부와 무관하게 등기된 소유자만을 '소유자'라고 판단함으로써 전통적인 소유권 개념에 다소 비껴간 해석을 하였다. 2. 사실관계(간략히 정리하였다) 가. 피고는 소외1, 2에게서 A부동산을 매수하되 소유권이전등기는 소외3 명의로 경료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외3과는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였다. 나. 위 계약에 따라 소외3은 자신의 명의로 A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피고 명의로 채권최고액 2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다. 이후 소외3은 원고들과 A부동산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들에게 각 지분이전등기를 마쳤으나, 원고들은 위 매매계약이 기망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취소하고 매매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고 확정되었다. 라. 미처 원고들 명의의 지분이전등기가 말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는 위 근저당권을 기초로 원고들을 소유자로 하여 A부동산에 관하여 경매절차 신청을 하였고 법원으로부터 경매개시결정을 받았다. 마. 집행법원은 A부동산의 매각대금 1억3815만8813원 중 1억2700만원을 근저당권자로 되어 있는 피고에게, 잉여금 1055만283원을 소유자로 되어 있는 원고들에게 각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에 대한 배당액 전액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후 이 사건 배당이의 소를 제기하였다. 바. 이에 피고는 원고들이 A부동산의 소유자가 아니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3. 대법원 판단(2015. 4. 23. 선고 2014다53790 판결) 대법원은 원심(서울고등법원 2014. 7. 11. 선고 2013나54644 판결)과 같은 구체적인 근거(?배당이의의 소의 본질, ?절차의 안정성 및 채권자 보호라는 민사집행법의 취지, ?신의칙 등)를 제시하지 않고 그저 당연한 귀결인 것처럼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의 개념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자만 포함되고 오히려 실질적 소유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가. 배당이의 소의 원고적격이 있는 사람은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한 채권자 또는 채무자에 한하고, 다만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에서 경매목적물의 소유자는 여기의 채무자에 포함된다. 그런데 진정한 소유자이더라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지 아니하였다면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가 아니고, 그 후 등기를 갖추고 집행법원에 권리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같은 조 제4호의 부동산 위의 권리자로서 그 권리를 증명한 사람도 아니므로,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에게는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할 권한이 없고, 그 이의를 진술하였더라도 이는 부적법한 것에 불과하여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이 없다. 나. 반면에,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사람은 설령 진정한 소유자가 따로 있는 경우일지라도 그 명의의 등기가 말소되거나 이전되지 아니한 이상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므로,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할 권한이 있고, 나아가 그 후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도 있다. 4. 판례평석 우리나라 현행 등기제도 하에서는 원칙적으로 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등기기재에 부합하는 실체상의 권리관계가 존재함을 전제로 그 등기의 유효성이 인정될 뿐이며, 다만 예외적으로 관련법에서 제3자 보호규정이 있는 경우 공신력을 인정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등기부 자체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즉 우리 법제는 기본적으로 성립요건주의(형식주의)를 취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등기부 자체에 공신력을 인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채권행위가 무효로 된 경우에는 이에 기한 물권행위 역시 무효로 되는바 소유권이 원상회복 되는 경우 '실질적 소유자'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가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 '채무자 및 소유자'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소유자'의 개념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법리와 동일하게 '등기 무효여부와 무관한 실질적인 소유자'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등기의 원인이 무효임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어찌되었든 경매기입등기 당시 등기를 가지고 있는 자'를 의미하는 것인지 여부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위 조항에 규정된 '소유자'가 실질적인 소유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행위가 무효임으로 인하여 등기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경매기입등기 당시 등기부상 소유자로 기재되어 있기만 하면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함으로써 등기부의 효력과 관련하여 이제까지와는 다른 법리를 적용하였는바, 흡사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듯 한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즉, 대법원은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규정된 '소유자'란 단호하게 '진정한 소유자이더라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지 아니하였다면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가 아니다'라고 확정 짓고 오히려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사람은 설령 진정한 소유자가 따로 있는 경우일지라도 그 명의의 등기가 말소되거나 이전되지 아니한 이상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할 권한이 있고, 나아가 그 후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도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원심에서는 실질적 소유자 이외 형식상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배당이의를 할 수 있고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마치 실질적 소유자 및 형식상 소유자 모두가 배당이의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설시하였으나 대법원은 명확히 실질적 소유자가 아닌 경매개시 결정 당시 등기된 소유자만이 경매절차의 당사자라고 판시하고 있다). 사견으로는 법원이 위와 같이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를 경매개시결정 당시 등기된 소유자로 한정한 이유를 민사집행법의 대원칙인 '채권자 보호' 그리고 '집행 절차의 안정성'에서 찾고 싶다. 대법원에서는 아무런 논거 없이 곧바로 위 조항의 소유자 개념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등기된 자로 한정하였으나, 그 이면에는 집행 절차의 안정성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원심에서도 설시된 것과 같이, 국가 특히 법원이 진행하는 경매절차에는 첨예한 이해당사자간의 대립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매절차의 안정성이라는 민사집행법의 대원칙이 엄격하게 이어져 왔다. 이와 같은 태도를 근거로 대법원은 배당요구를 할 수 있는 가압류를 한 채권자의 범위에 "가압류 결정을 받았으나 배당요구 종기까지 등기가 되지 않은 가압류권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하거나(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27696 판결),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더라도 배당요구 종기까지 지급명령정본을 제출하여야만 배당요구가 적법하다"고 선고하여(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2다96045 판결) 그 절차와 형식을 엄격하게 해석하였던 것이다. 이는 압류 이후의 발생한 유치권에 관하여 이를 채권자의 처분행위로 보아 인정하지 않았지만, 체납처분 이후 발생한 유치권은 인정하였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4. 3. 20. 선고 2009다60336)의 다수 의견(일명 절차 안정성설)과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것이다(필자의 법률신문 2014. 7. 10.자 체납처분 이후 발생한 유치권의 효력 참조). 대상판결의 원심도 위 판결들과 같은 맥락에서 '절차의 안정성 및 채권자 보호'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하였다. "집행법원은 등기명의인 등 '경매대상 부동산의 소유자로 취급되었던 자'의 채권자에게 배당받을 기회를 준 다음 배당을 실시하게 된다. 그런데 배당단계에서 경매대상 부동산의 소유자를 변경할 수 있다고 한다면,'소유권 없는 등기명의인'의 채권자가 한 배당요구 등은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된다. 또한 '새롭게 소유자로 취급되는 진정한 소유자'의 채권자는 본래 부여받았을 배당요구 등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배당절차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절차의 안정성'과 '채권자 보호'라는 민사집행법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다."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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