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事實關係
원고는 경상남도 마산시 내서읍 삼계리에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일반게임장을 운영하였다. 원고가 2005. 12. 29. 그 게임장 내에 ‘해피쇼크’라는 게임기 35대를 설치하여 영업을 하면서 경품용 상품권으로 지정되지 않은 모 주식회사 발행의 문화상품권(‘해피스핀’ 상품권)을 게임 결과에 대한 경품으로 제공하였다. 이를 이유로, 피고(마산시장)가 2006. 1. 27. 동법률 제39조 제1항 제5호, 제32조 제3호 (가)목에 따라, 원고에게 2006. 2. 15.부터 2006. 3. 16.까지 1개월간 일반게임장 영업을 정지하도록 하는 처분을 하였다.
Ⅱ. 判決要旨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은 문화관광부장관에게 경품의 종류를 정하여 고시할 권한을 부여하였을 뿐 문화관광부장관에게 민간단체에 대한 사무위탁 권한을 부여하지는 않았고, 경품의 종류를 정하여 고시할 권한 속에 그 권한을 민간단체에 위탁하는 권한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며, 문화관광부장관이 그 고시로 경품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정하면 그와 같이 정하여진 경품의 종류에 대하여는 상위법인 법률의 내용을 보충하고 법률과 결합하여 법령으로서의 효력은 있을지언정 문화관광부 고시인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기준’ 제2항 제4호 자체가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10조, 제11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법령’이라고 할 수는 없고, 일반게임장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상품권의 종류를 지정하는 사무는 지정되지 않은 상품권을 제공하는 경우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수반되는 점에 비추어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계되는 매우 중요한 사무이므로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10조, 제11조 제1항을 근거로 하여서는 문화관광부장관이 그 사무를 민간단체에 위탁할 수 없다고 할 것인데도, 이와 다른 견지에서 일반게임장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상품권의 종류를 지정할 권한을 민간단체에 위탁한 위 문화관광부 고시 제2조 제4호와 그 고시에 따라 민간단체가 한 상품권 지정은 무효이다. 또 원고가 (재)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지정하지 않은 상품권을 제공하였다는 이유로 피고가 한 이 사건 (영업정지)처분도 위법ㆍ무효이다.
Ⅲ. 問題의 提起
사안에서 문제가 된 것은, 상품권지정제도이다. 2001.5.24.에 개정된 舊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호는, 게임제공업자의 준수사항으로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음 각목에 해당하는 경품제공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 가.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종류외의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 나.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라고 규정하였다. 이에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경품의 종류·지급기준·제공방법 등을 위한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기준’이 마련되었다. 최초의 것(문화관광부 고시 제2002-2호, 2002.2.9.)이 도서상품권과 문화상품권을 제공가능경품으로 규정한 이래로, 국민관광상품권이 추가되고(고시 제2002-18호, 2002.12.30.) 상품권인증제가 도입되었다(고시 제2004-14호, 2004.12.31.). 사안에서 문제가 된 고시(고시 제2005-9호, 2005.7.6.) 제2조는, 제공가능한 경품의 종류로 ⅰ) 완구류, 문구류, 캐릭터, 상품류, 문화상품류, 관광기념품류, 액세서리류, ⅱ) 의류, 생활필수품 등 일상생활에서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물품. 단 청소년유해 매체물 및 유해 약물, 물건은 제외, ⅲ) 경품교환용티켓(전체이용가 게임물에 한함), ⅳ) (재)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서 지정하는 상품권(18세이용가 게임물에 한함)을 규정하였다. 모법률이 문화관광부장관에게 부여한, 제공가능한 경품의 지정권을 상품권의 경우엔 유관 민간단체에 넘겨버린 것이다.
요컨대 동 경품취급기준은 법령보충적 고시(행정규칙)에 해당하는데, 대상판결은 동 규정(제2조 제4호)을 무효로 판시함은 물론 동 규정에 의거한 지정 자체를 무효화시켰다. 그리하여 동규정의 지정제에 따른 상품권유통에 관한 통제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하에선 경품대상상품권의 지정권을 행사하는 (재)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法的 地位를 착안점으로 삼아 관련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Ⅳ. 對象判決의 바람직스런 부분
대상판결은 당해 고시를 법령보충적 고시로 보아, ‘법률과 결합하여 법령으로서의 효력’은 인정하면서도, 동 고시 제2항 제4호 자체가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 등에서 규정하는 ‘법령’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법규적 효력의 인정≠법규명령의 존재). 법령보충적 기능을 갖는 행정규칙이 법규적 효력을 지님으로써, 법규명령으로 탈바꿈하느냐의 물음은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법령보충적 규칙의 문제를 많은 문헌들이 ‘행정규칙형식의 법규명령의 문제’로 표현하는 것이 상징하듯이, 자칫 법규적 효력의 인정이 행정규칙의 법규명령화를 의미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이 같은 용어의 사용이 과연 문제의 본질이나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의 근본이해에 부합하는지 새삼 숙고되어야 한다. 사실 법규적 효력이 있는 행정규칙을 바로 법규명령이라 불러, 정연한 사고를 방해한다(요컨대 이를 ‘규칙유사적 명령’이나 ‘명령유사적 규칙’으로 명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판례는 대개 ‘법규명령으로서의(과 같은) 효력(성질)’이란 표현을 함으로써,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하곤 하였다. 특히 대법원 1990.2.9. 선고 89누3731판결은 ‘재산제세조사사무처리규정(국세청훈령 제980호)이 과세의 법령상 근거가 됨은 물론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행정규칙이고 그 자체 법령은 아니므로 이를 공포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기본태도를 분명히 하였다. 대상판결은 이런 기본태도를 정당하게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Ⅴ. 對象判決의 瑕疵論證上의 問題點
대상판결은,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10조, 제11조 제1항에 의해서, 행정청의 소관사무를 민간에게 위탁하기 위해선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의한 근거가 요구되는데, 법령보충적 고시는 상품권지정(권)의 위탁을 위한 직접적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고 정당하게 본다. 그런데 여기선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민간이 행정과정에 개입하여 엄격한 행정적 통제를 대신하면, 개인의 자유영역을 위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민간단체의 개입이 기본권적 보호본질의 상대화를 초래할 땐, 그 평가가 부정적일 수 있다. 후자의 경우와 관련하여 개개 국민이 사회단체에 의존하거나 그의 先在的 활동영역이 이들 조직에 의해 지배를 받을 때는, 개개 국민을 위한 기본권보호의 상대화가 발생할 수 있다. 국가권력을 조직화된 사회단체에로 넘기는 것은, 다름 아닌 개인의 자유행사를 집단의 권력(Macht von Kollektiven)에로 넘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Udo Di Fabio, VVDStRL 56, 1997, S.235(252f.)). 따라서 민간위탁 그 자체를 위한 직접적 근거로서 법규명령은 충분치 않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사안을 기본적으로 상품권지정의 민간위탁의 측면에서 접근을 하면서도 민간상품권지정자의 법적 지위에 관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의아스럽다. 민간이 행정결정과정에 주체차원에서 개입하는 양상은 크게 (組織私的化에 해당하는) 公務受託私人과 (機能的 私的化에 해당하는) 行政補助人으로 나뉜다. 여기서 관건은 수탁받은 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법령 및 수탁의 범위안에서 자유로이 판단하고 결정내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정의 효과가 공법적인지 여부이다. 공무수탁사인이 되기 위한 결정적인 기준은, 그가 -국가의 도구적 차원을 넘어- 법상 전적으로 국가에게 유보된 公法的 手段을 동원할 권능을 갖는지 여부이다. 그런데 이미 1999년에 상품권법이 폐지되어, 상품권에 관한 국가적 통제는 전무하고, 단지 소비자보호의 차원에서 개개의 경우가 문제될 뿐이다. 상품권의 문제가 전적으로 사인간의 것으로 바뀐 지 오래된 이상, 민간위탁의 관점에서 바라볼 땐 세심한 고찰이 요구된다. 경품제공가능한 상품권의 지정이 국가임무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명제만으론 민간에 의한 지정으로부터 공법적 이슈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상품권자체가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에 들어간 이상, 지정을 둘러싼 법상황은 기본적으로 私的 狀況이다. 그리하여 任務私的化에서 비롯된, 사회적 自己規律(Selbstregulierung)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런데 모법률(제32조 제3호)이 경품의 종류 등에 관한 결정권을 문화관광부장관에게 부여한 것이 결정적인 단초가 된다. 따라서 상품권지정은 본래 행정의 소관사무에 해당한다. 만약 모법률이 행정의 결정권에 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채 바로 민간단체에 의한 상품권지정제를 규율할 경우엔, 여기선 전적으로 규율된 (사회의) 자기규율의 차원에서 국가의 보증책임이 문제될 따름이다.
요컨대 행정법도그마틱상 여기서의 민간상품권지정자인 (재)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公務受託私人에 해당한다. 공무수탁사인의 행정주체성여부가 논란이 되나, 공무수탁사인으로서의 그의 공무집행행위가 공법적 성질을 지녀 행정쟁송의 대상이 된다는 데는 異論이 없다. 따라서 경품제공가능한 상품권의 지정은 行政處分이다. 이처럼 처분성이 논증되면, 대상판결의 문제점이 노정된다. 하자있는(위법한) 법규범의 무효도그마원칙에 의해 해당 고시 제2조 제4항은 무효가 되긴 하나, 그 고시에 의거한 행정행위의 하자효과가 당연히 무효로 되진 않는다. 판례는, 위법하여 무효인 조례에 근거한 행정처분이라 하더라도, 重大明白說에서 요구되는 하자의 중대성과 명백성이 확인되지 않는 한, 단순 위법에 그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대법원 2001.7.10. 선고 2000다24986 등). 대상판결은 이런 확인을 하지 않은 채 바로 지정행위를 무효로 판시하였다. 이처럼 대상판결이 고시의 무효성에서 바로 상품권지정행위의 무효를 도출한 것은, 그나마 통제장치로 기능한 셈인 상품권지정제도 자체를 무효화시켜, 비지정상품권의 유통에 대한 통제메커니즘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상품권지정의 민간위탁을 위한 수권형식의 문제가 결과적으로 소위 ‘딱지상품권’의 유통을 국가적 통제의 死角地帶에 놓이게 만들었다.
Ⅵ. 맺으면서
이번 ‘바다이야기 사건’은 상품권법폐지의 법적 함의를 고려치 않은 채 상품권의 경품제공을 허용한 것이 그 근본원인이지만, 指定制와 관련해선 行政法的으론 크게 두 가지의 숙제를 남겼다. 법령보충적 고시를 비롯 행정규칙을 여하히 법치국가원리적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의회와 행정의 分業的 法定立의 관점이 착안점을 제공한다. 오늘날 法律執行의 새로운 제휴(협동)형식에서 국가와 사회세력은 공히 형성적으로 협력을 함으로써, 公(국가)·私 混合行政(Mischverwaltung)이란 일종의 통일된 法律執行의 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공·사 협력관계에 터 잡은 법률집행상의 이런 변화는, 다름 아닌 책임분배의 실현모드로서의 제휴(협력)이다. 바다이야기 사건은, 공동체적 가치를 도외시한 邪的 민간(단체)과, 脫規制化를 기화로 자신의 소임을 방기한 행정이 어우러져 빚은 소산이다. 法治國家原理를 具體化하는 行政法으로선, 자기규율적 (법률)집행형식을 영역상의 자유이념과 국가이념의 궤도안에서 유지하는 것이 그 임무이다(Udo Di Fabio, a.a.O., S.235(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