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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연 연세대 법학부 교수
‘동의대사건’ 각하결정
I. 머리말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로 약칭함)가 이른바 ‘동의대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윤창호(무기징역), 오태봉, 김영권(각 징역 15년), 이종현(징역 13년 및 자격정지 2년), 이철우(징역 10년), 하상호, 이준경(각 징역 7년) 외 45인을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2호 소정의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2002년 4월 27일)한 것에 대하여 순직한 경찰관 7명의 유가족들이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각하결정(재판관 5명 각하의견, 4명 위헌의견)을 내렸다. 국가보안법개폐문제, 강정구 교수건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하여 전 사회적으로 심각한 양상으로 격화되고 있는 이념갈등에 또 하나의 불씨가 더해졌다. 서로 보듬어도 덜고 씻어내기 어려운 아픈 상처와 기억들이 오히려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픔만 더해가고 있는 양상이다. 진한 눈물은 어느 정도 보독해질 만큼 세월이 흘렀는데 야만과 폭력의 메마른 역사의 잔재는 화해와 위무의 손길을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 우리 시대의 헌법과 헌법재판이 모순의 역사 속에서 누적되어만 가는 아픔들을 부둥켜안고 위로할 수 있는 헌법해석의 가능성은 없었을까? 헌법에서 역사는 무엇이고, 역사 속에서 헌법은 무엇인가? II. 결정요지 1) 다수-각하의견 청구인적격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본 각하의견의 핵심논거는 청구인들의 자기관련성의 부인이다. 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유가족들의 내심의 동요와 혼란은 부인되지 않으나, 그것은 ‘단순히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명예감정’일 뿐이고, 따라서 ‘객관적이고 외부적인 가치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명예, 즉 헌법상 보호되는 일반적 인격권에 포함되는 명예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또한 민주화운동참여자에 대하여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 보상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화합에 기여하고자 하는 동 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위원회가 동의대사건 관련자들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는 것은 그들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긍정의 역사적 평가와 함께 동 법(제5조의 3-제5조의 5) 소정의 최소한의 명예회복조치(특별사면복권의 건의, 전과기록의 말소, 복직권고, 학사징계기록말소권고)를 행하는 것일 뿐이고, 당시 반대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책임추궁이나 보복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동 결정에는 순직한 경찰관들에 대한 어떠한 부정적인 평가의 의도와 효과도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결론이다. 요컨대, 청구인들은 동 결정에 대하여 주관적인 내면의 명예감정은 간접적이고 사실적인 이해관계로만 관련될 뿐이고, 기본권적 법익의 관점에서는 관계없는 제3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 소수-위헌의견 우선 적법성요건과 관련하여 소수의견은 헌법상 보호되는 명예가 인격에 대한 ‘객관적이고 외부적인 사회적 평가’를 내용으로 한다는 점은 다수의견과는 견해를 같이 하면서도 사태(事態)의 함의에 대해서는 상반된 관점에서 파악한다. 동의대사건 가담자들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여 부여하게 되는 명예와 순직경찰관들의 명예는 논리필연적으로 상충관계에 있는 선택적 평가의 대상이라는 인식이다. 특정한 역사의 현장에서 ‘상반되는 가치관과 입장을 대변하여 격렬한 대치관계에 놓여 있었던 두 당사자’중 어느 일방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다른 일방에 대한 평가와 길항의 관계로 견연되어 있기 때문에 위원회의 결정이 순직경찰관들에 대한 법적, 사회적 평가와 무관하다고 보는 것은 ‘법의 정신과 실질을 도외시한 형식적인 법이해’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요컨대, 이러한 판단은 순직한 경찰관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자신의 인격상을 형성해 온 유가족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자기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의견이다. 기본권침해 여부에 대한 본안판단과 관련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순직경찰관들의 명예와 시위가담자들의 명예를 긍부정의 사회적 평가와 그에 따른 헌법적 판단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충관계로 보는 입장에서 위원회의 일방 당사자에 대한 ‘민주화운동관련자인정’의 결정은 헌법상 보호되는 청구인들의 사회적 명예를 직접 심각하게 침해하였다는 결론이다. ‘민주화운동권련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민주헌정질서의 확립’과 ‘자유와 권리의 신장’(동 법 제2조 제1호)에 기여한 점이 인정되어야만 하는데, 이 사건 행위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서 오히려 민주헌정질서를 후퇴시킨 ‘치명적 폭력을 동원한 범죄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설령 민주적 목적이 인정된다고 하여도 허용될 수 없는 폭력수단을 통한 경우에는 ‘민주화운동’이라고 명명될 수 없다고 본다. 요컨대, 가해자들에 대하여 명예와 보상을 부여하는 위원회의 결정은 유가족들의 명예를 침해하는 법적 수단의 남용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의 정신과 가치에 부합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III. 평석 1) 굳이 헌법의 역사성을 적시하지 않더라도 가치규범인 헌법은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문화사적 기억이 응축되어 있는 실존의 기호들의 집적체이고, 이 실존의 기호들은 개인과 집단의 삶과 의식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동시에 또한 그 안에서 의미가 형성되어 나간다. 헌법해석도 일반해석학의 차원에서 정의되는 ‘이해’, 말하자면 ‘정신적 삶을 드러내는 지각가능한 기호들을 통해 정신적인 어떤 것을 알아가는 과정’(딜타이)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반성철학에서 제시되는 사유방식에 따른 ‘구체적인 반성’을 통해서 헌법과 역사 및 자신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회복해 나가는 자기이해의 의미작용, 즉 일종의 ‘전유’의 해석학적 반성작업이다. P. 리쾨르의 말을 빌리면 “주체가 문화활동으로 생산한 기호들을 거쳐 주체에 이르는 구체적인 반성”의 작업이다. 어떤 의미에서건 말 그대로 ‘역사적 사건’인 이 사건은 역사가 헌법에 대하여, 헌법이 역사에 대하여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또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깊게 성찰하게 만드는 매우 유용한 화두를 제공한다. 이 사건과 관련된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격한 찬반논란이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 헌재의 결정과 이에 대한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상반된 반응들은 근본적으로 동 사건의 의미가 구겨져 들어가 있는 역사 자체의 모순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헌정사와 그에 대한 법적 정리의 현재상태에는 이른바 ‘현상유지’(status quo) 또는 ‘사실의 규범적 효력’의 논거 외에는 일관성도 정합성을 전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 어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준거도 없이 ‘단절’과 ‘연속’이 착종되어 있는 이율배반성이 내재되어 있다. 이 이율배반의 모순을 안고 있는 역사와 또한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아픈 기억과 상처들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 볼 것인가? 역사해석의 전제와 관점이 이 사건에 대한 심판의 핵심이다. 2) 각하의견과 위헌의견은 민주화역사의 흐름과 현시점에서의 헌정상태을 각각 ‘단절’과 ‘연속’의 일방 관점에 치중하여 인식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각하의견은 순직경찰관들의 명예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전혀 폄하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되, 다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동의대사건 가해자들의 행위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는 논리적으로 어떻게 설명을 하건 군부독재의 권위주의체제와 현 체제의 단절적 차별성에 대한 단호한 인식과 법적으로 ‘실패한 쿠데타’로 최종 정리된 군부독재체제의 권위에 대한 포괄적인 부정의 평가와 그에 대한 저항운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관점을 전제로 한다. 반면에 순직경찰관의 명예와 가해자들의 명예를 대립상충의 관계로 보는 반대의견의 주된 논거는 치명적인 폭력의 수단을 동원하였다는 점에서 도저히 ‘민주화운동’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지만, 이러한 판단의 바탕에는 순직 경찰관들의 공권력집행의 정당성의 흠결성에 대한 의문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러한 인식에는 공권력 집행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당시 체제의 정당성과 그에 따른 체제의 연속성에 대한 선판단이 내재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가정을 전제로 구성한 ‘역사이야기’가 일파만파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예컨대 우리 헌정사가 혁명을 통해서 군부독재체제가 극복되는 전면적인 청산과 단절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다면 동정은 나누어 질 수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역사적 평가와 법적 판단은 각하의견의 입장에서 내려질 수 있을 것이다. 반대의견의 표현을 빌리면, 순직경찰관들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케 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의 대행자”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반면에 그렇다고 해서 당시 권위주의체제와 현 체제가 정체성의 완전한 연속성이 유지되고 있는가? 당시 집권세력의 핵심이 헌정질서파괴범으로 단죄된 상황에서 합법률적이기는 했지만 그들의 권위적 통치체제의 유지를 뒷받침해주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공권력행사의 정당성도 적어도 순정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물론 국민투표를 통해 형식적으로 정당성을 추인받은 점이나, 국보위에서 만든 법률은 물론이고 당시 체제 하에서의 모든 국정정행위의 효력이 인정되어 왔던 법상태, 특히 사건 당시의 사정이 극단적인 혁명의 혼란상황이 아니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순직경찰관들의 법집행행위가 ‘참기 어려울 정도로 정의에 어긋나는’ 부정당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3) 이 사건은 결국 이율배반의 모순의 역사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규범을 통해서 사태가 파악되고, 사태를 통해서 규범이 탐색되는, 사태와 규범의 교호관계가 특히 부각되는 헌법재판에서 우리 헌재는 ‘단절’과 ‘연속’이 착종되어 있는 이 혼돈의 역사와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아픔들에 대하여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하였을까? 동의대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를 ‘민주화운동’이라는 명명(命名)조차 허용될 수 없는 범죄행위일 뿐이라고 보는 소수의견은 순직경찰관과 그 유족의 명예와 가해자들의 명예가 논리필연적으로 대립관계에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민주화운동관련자인정’의 결정과 순직경찰관에 대한 평가는 무관하다는 다수의견에 대한 반론의 논거로 동의대 사건 가담자들과 순직경찰관들이 특정한 역사의 현장에서 상반되는 ‘가치관과 입장’을 대변하며 격렬하게 대치하였던 두 당사자였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과연 그 사태가 그들의 가치관과 입장의 차이와 대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는가? 외형상의 물리적인 대치였을 뿐, 적어도 그들은 서로 적이 아니었다. 반면에 순직경찰관들에 대한 사회적, 법적 평가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전제하지만위원회의 결정으로 그들과 유가족들의 명예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고 보는 다수의견도 결과적으로는 그들의 아픔을 외면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제 3자이기 때문에 청구인적격이 부인된다는 간명한 법리로 담아내기에는 단절과 연속이 역사의 모순과 아픔이 너무 복합적이고, 깊고, 크다. 그들도 함께 권위주의체제의 피해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아픔도 보듬어야 될 아픔이다. 이 아픔과 저 아픔 모두 부둥켜안고 서로 위로해야 하는 아픔들이다. IV. 맺는말 ‘단절’과 ‘연속’이 착종되어 있는 역사의 모순을 일정 부분은 그대로 끌어안고, 그 속의 아픔과 아픔들이 서로 위무하면서 화해의 선순환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여전히 우리 헌법과 정치에 주어진 주요과제로 나아 있다. 헌재가 두 손을 내밀지 않은 것이 아쉽다. 지금 우리에게는 역사와 헌법, 아픔과 아픔간의 타협과 화해가 필수적이다. C. R. 썬스타인(Designing Democracy, p. 243)의 말이 새삼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민주헌법은 타협이 필수적인 경우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타협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것을 불필요하게 한다.”
200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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