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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준강간죄의 미수는 언제, 어떻게 성립하는가?
1. 사실관계와 소송경과 상근예비역인 피고인은 2017년 4월 17일 오후 10시 30분경 자신의 집에서 피고인의 처, 그리고 피해자(여·22세)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고 피고인의 처가 먼저 잠든 후인 오전 2시경 피해자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실제로 만취상태가 아니어서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었음에도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피해자의 옆에서 그의 가슴을 만지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다가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군검사는 피고인을 강간혐의로 기소하였다가 이후 공소장을 변경하여 준강간혐의를 추가하였으며, 제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준강간혐의만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피해자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항소심과정에서 군검사는 다시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준강간 미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였다. 고등군사법원이 준강간 미수를 유죄로 인정하자 피고인은 실제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상고하였다. 2. 대법원판결: 준강간의 불능미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은 있었으므로 사안을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구성요건충족 문제와 형법 제27조 결과발생불가능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고 하면서, 간음행위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있다면 미수범으로 볼 수 없는 것이고, 만약 그와 같은 침해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론하였다. 3. 준강간 미수의 성부 (1) 문제제기 사안의 유형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고의를 지니고 실행하였으나 외부 상황에 대한 행위자의 착오가 있어 실제로는 법익침해가 없었던 경우'로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강간의 고의를 갖고 피해자를 겁박하여 성관계를 맺었지만 실제로는 피해자도 내심으로 관계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적 자결권침해가 없었던 경우, 떨어져 있는 지갑을 훔칠 의도로 식당에서 가지고 나왔으나 실제 그것이 행위자 자신의 지갑이었던 때, 주거침입을 할 의도로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그 곳이 다른 보행로에 불과했던 상황 등이다. 대법원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이러한 모든 경우가 불능미수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며 단지 위험성요건으로만 가벌성을 제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대의견은 이를 불합리하게 여겨, 다수의견이 '결과의 불발생'과 '결과발생의 불가능'을 혼동한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2) 준강간 미수의 성립 여기서는 형법학방법론의 근원적인 시각차이가 드러난다. 행위자의 행위속성을 중심으로 가벌성을 결정하는 시각(ex ante)과, 발생한 결과에 주목하여 그로부터 죄책을 추론하는 방식(ex post)의 차이이다. 양자 모두 의미가 있으며 적지 않은 예외도 있지만, 적어도 근대 이후 형사사법은 가시화된 결과 자체의 의의보다는 행위자에게 그 결과를 귀속시킬 수 있는지를 가리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범죄체계론도 고의나 과실을 통해 발현된 불법행위를 확인하고, 구성요건적 결과가 그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작업에 해당한다. 여기서 '미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거나, 결과와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행위불법과 결과불법 간의 부합이 불완전하지만 가벌성을 인정해야 하는 유형이다. 미수의 성립여부 및 그 종류를 평가하는 데에서 행위속성을 우선 감안하는 것이 불가피한 이유이다. 단지 결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가벌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미수개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내용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상태인 것으로 생각하여 간음한 것이다. 이로부터 그가 갖고 있던 준강간 고의가 확인되며 그에 이어 간음을 완료하였기 때문에 준강간의 실행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피해자가 위 행위당시 실제로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준강간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게 만든 미수의 조건이 될 뿐이다. 따라서 사안은 준강간 자체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준강간 미수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의 결론은 이 점에서 타당하다. 4. 미수의 유형 (1) 문제제기 어떠한 종류의 미수로 볼 것인가 하는 물음은 남아 있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이를 실행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인해 처음부터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지만 위험성이 있으므로 불능미수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행위가 종료된 사후적 시점에서 가능성을 판단하게 되면, 형법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미수범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사태라고 볼 수 있기에, '결과불발생'과 '결과발생불가능'을 가려내지 못해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구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2) 사실적 가능성과 규범적 가능성 형법 제27조 불능미수규정의 '결과발생의 불가능성' 의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견해대립이 있다. 사실적 가능성설은 (불)가능성을 자연과학적·사실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전통적인 견해이다. 결과발생이 가능한지를 과학적으로 따져 그것이 가능한 경우를 장애미수, 그렇지 않은 경우를 불능미수로 나눈다. 예컨대 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소매치기를 시도한 경우에, 그로부터 절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위험성이 있는 행위이므로 가벌적인 불능미수가 된다. 규범적 가능성설은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가리는 기준인 (불)가능성을 규범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근래의 견해이다. 가능성 판단의 준거점을 결과가 불발생한 시점이 아니라 실행행위 당시로 앞당겨서, 행위 자체의 객관적인 속성에 비추어 구성요건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편적인 통찰력에 따라 판단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금품을 훔치는 행위는 규범적인 시각에서 결과발생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이나, 마침 주머니가 비어 있는 것은 결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 장애이므로 이는 장애미수이다. (3) 규범적 검토의 필요성 사실적 가능성설은 중요한 평가지표를 행위 자체의 반가치성으로부터 찾는 근대적 형법원칙에서 벗어나, 사후적 시각에서 가능성평가를 함으로써 실행 외부의 변수에 따라 미수유형을 좌우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사람에게 총을 발사한 순간 가능성판단은 유보되며, 행위자가 잘못 겨누어 피해자를 명중시키지 못했다면 장애미수가 되지만, 총알이 피해자에게 정확히 맞았으나 그가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면 불법성이 더 낮은 불능미수로 판단하는 불합리에 이른다. 이 견해에 따르면 모든 미수사안이 불능미수로 포섭될 수도 있다. 미수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의 법리이므로, 사후적 시각에서 결과가 없게 된 인과적인 이유를 소급하여 따진다면 언제나 결과발생을 불가능하게끔 하는 사실적인 조건과 만나기 때문이다. 짧은 과도로 복부를 찔러 사람을 죽이지 못한 경우도 살인을 하기에 사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였으며, 경찰에게 저지당해 절도를 못하게 된 것도 결과발생이 사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불합리를 배제하려면 가능성표지를 평가하는 시점이 행위당시의 실행행위 자체를 바라보도록 해야 한다. 즉 불능미수가 되기 위해서는 행위 속성 그 자체에 결과에 이를 수 없게끔 하는 유인이 이미 내재되어 있어야만 한다. 판시된 사안에서 만약 피해자가 실제로 명정상태에 빠져 있었다면 고의에 의한 행위자의 행위는 준강간 결과를 가능하게 할 불법성을 표출한 것이다. 즉 규범적으로 보아 결과발생이 가능한 행위였다. 마침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던 사실은 이와 같은 행위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게 한 장애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안은 준강간죄의 장애미수로 보아야 한다. 5. 요약과 결론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실행을 마쳤지만 피해자가 실제로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던 경우, 행위자가 드러낸 행위속성으로부터 범죄의 유무와 종류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리에서 볼 때 이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준강간의 미수인 것이며 이 점에서 대법원 판단은 타당하다. 그러나 바로 같은 이유에서, 실행 당시 행위 자체의 규범적인 속성을 판단한다면 사례는 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 두 가지 논점은 범죄체계에서 가벌성 여부와 종류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은 '드러난 결과 현상으로부터 역추론하는 방식'이 아니라, '행위자가 수행한 행위 자체로부터 평가받아야 함'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홍영기 교수 (고려대 로스쿨)
준강간죄
취업제한
준강간미수
불능미수
장애미수
간음
홍영기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9-09-19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4도2754 판결 -
보험사기의 실행의 착수, 기수시기와 죄수
1. 사실관계 A는 B의 딸이며 @@생명보험의 보험모집인으로 근무한 일이 있다. B는 1997년경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병한 상태였는데, A와 B는 이를 숨기고 1999년 ##생명보험의 보험 2건에 A가 보험계약자, B가 피보험자로 가입하였다. 면책기간을 도과한 이후인 2002년 12월 6일부터 2012년 1월 6일까지 A는 B의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생명으로부터 보험금 총 1억1805만원을 수령하였다. 2. 사건의 경과 가. 1심법원의 판단(유죄) 1심법원은 A, B가 사기죄의 공동정범이며 보험금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행위가 각각의 사기죄로 실체적 경합범 관계라고 보았다. 나. 2심법원의 판단(면소) 2심법원은 공소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A, B에게 면소를 선고하였다. 근거는,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보험계약이 성립하고 최초의 보험료를 지급하였다면 법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보험계약에 따른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기죄는 기수이며, 해지기간이 경과하였거나 민법상 법정추인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시기도 사기죄의 기수시기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 대법원의 판단(파기환송) 대법원은 2015년 1월 15일 사망한 B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하였으며, A에 대해서는 다음의 판결요지를 들어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여야만 지급되는 것이다.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더 나아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그 행위가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위와 같은 고의의 기망행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 3. 평석 가. 보험과 사기죄 2016년에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행위를 정의하고(제2조) 보험사기죄에 대한 처벌규정(제8조) 및 상습범(제9조), 미수범(제10조) 및 이득액에 따른 가중처벌규정도 있다(제11조). 그런데 이 법률의 적용대상이라도 이득액가중을 제외하면 형법의 사기죄와 법정형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법률의 문언상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보험사기미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 그리고 대상판결이 다루고 있는 사건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형법의 사기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나. 사기죄에 관한 쟁점 (1) 고지의무 불이행이 바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대상판결이 적시하고 있는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은 보험계약에서의 고지의무와 사기죄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면서 상법상 고지의무 위반과 형법상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를 구별하였다. 어떠한 행위를 사기죄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착오에 빠진 상대방의 상태를 교정할 보증인지위가 있어야 하는데, 상법 제651조의 고지의무는 그 근거가 될 수 있으며, 대상판결에서는 A, B에게 사기죄의 기망행위 및 그에 대한 인식을 인정할 수 있다. (2) 사기죄의 실행의 착수와 기수시기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한 일반적 설명인 절충설에 따르면 사기죄에서의 실행의 착수시기는 편취의 의사로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며 단순히 기망을 위한 수단을 준비하는 정도로는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사기죄의 보호의 정도를 대법원처럼 위험범으로 보면, 기망에 의해 재산상의 손해와는 구별되는 재산감소적인 처분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만 얻기만 하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재산과 함께 재산처분의 자유도 사기죄의 보호법익이라고 해석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사기죄는 손해가 발생해야 기수이며, 이때의 손해는 부분적으로 발생해도 기수 인정에 문제가 없다. 다음으로 보험사기에서의 실행의 착수와 기수시기의 문제이다. 보험사기에서의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한 통설은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때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한다.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해도 청약 당시에는 정상적인 보험가입이며 그 후에 고의로 유발하거나 위장한 보험사고는 해당행위에 대한 방화죄나 살인죄, 상해죄 등의 구성요건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행위자가 자신에게 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없음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다면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로 볼 수 있으며, 보험금을 과다청구한 경우에도 과다청구를 통해 상대방을 기망하였으므로 청구시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에서는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가 이미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이므로 중요한 사항을 묵비한 계약체결시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험금편취사례와 보험계약기망사례 모두 보험금 수령시에 기수가 된다는 설명이 다수설이나 보험사기에서는 보험증권을 교부받을 때에 기수가 되지만 보험증권 취득 후 보험사기의사가 생겨 방화·살인 등을 한 경우에는 보험금 수령시에 기수가 된다고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보험증권을 교부받을 때 기수라는 설명은 보험증권을 사기죄의 재물로 보거나 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의 지위를 재산상의 이익으로 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고 보인다. 그러나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를 유발해야 하며, 보험증권의 교부만으로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직접적으로 공여되는 재산상 이익이 없다. 그리고 보험계약도 계약이며, 계약체결과 계약이행 사이에 시간의 간극이 있을 수는 있으나 사기죄에서의 손해산정에서는 일괄적인 행위로 보아야 하며 적어도 피기망자의 채무이행의 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재산상의 위험에 의한 손해의 발생이 가능하다고 해석해야 한다.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회사의 책임이 개시되는 시기가 사기죄의 기수로 보험가입자가 최초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제1회 보험료 영수증을 교부받았을 때라는 견해를 대상판결의 2심판결이 따르고 있다고 보이나 사기죄를 침해범으로 보면 기수시기도 보험금을 취득할 때로 해석해야 한다. (3) 죄수론의 문제 14개의 경합범을 인정한 대상판결의 1심판결은 보험금의 청구시가 실행의 착수이고 수령시가 기수라는 다수설의 설명을 따랐다고 보인다. 그러나 경합범이 되려면 여러 개의 범죄가 여러 개의 행위에 의해 성립해야 하는데, 이 사안에서 보험금청구는 여러 번 있었으나 보험금청구의 기반이 되는 보험계약 체결은 보험 1, 보험 2에 관하여 각 1회가 있었을 뿐이다. 보험계약 체결시의 고지의무가 보험금 수령시 새롭게 다시 발생할 수 없으며, 보험금청구를 기망행위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미 보험계약을 통해 착오에 빠진 상대방의 상태를 청구시마다 교정해 주어야 하는 의무 및 그에 기반한 보증인지위가 새롭게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른 한편으로, A, B의 행위 전체가 포괄일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보험계약 당시의 고지의무 위반이 단일한 기망행위라고 보면 연금사기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행위의 효과가 계속 발현되어 피해자의 손해와 행위자의 이익이 누적된다는 평가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여 바로 사기죄의 기수가 되는 사안과 달리, 단일한 기망행위에 기반하여 계속적, 반복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때에는 개별적 손해의 총합이 전체 손해가 된다. 4. 맺으며 대상판결의 입장에 찬동하면서 기망행위의 의미에 관하여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 고지의무 위반이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의 지급은 보험금의 청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는 행위자가 사기죄의 실행행위로서 피기망자를 착오에 빠뜨려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는 행위라고 한다면 이 행위는 하나일 수도 있으나 여러 단계로 나누어져 있을 수도 있다. 대상판결에서의 보험금 청구도 보험계약의 체결 과정에 존재했던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와 연결되며, 계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행위이므로 고지의무 불이행과 함께 기망행위로 묶을 수 있는데 ‘일련의 기망행위’란 이러한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최준혁 교수 (인하대 로스쿨)
사기
보험
고지의무
기수
보험사기
면책기간
최준혁 교수 (인하대 로스쿨)
2019-08-29
헌법사건
위치정보 추적자료 관련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수사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2012헌마 191등 - 위치정보 추적자료 관련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수사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Ⅰ. 헌법재판소 2012헌마 191등 내용 1.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의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한 판단 (1) 과잉금지원칙위반 중 침해 최소의 원칙 및 법익의 균형성 위반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하여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요청조항은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만을 요건으로 하면서 수사기관이 범인의 발견이나 범죄사실의 입증에 기여할 개연성만 있다면, 모든 범죄에 대하여, 수사의 필요성만 있고 보충성이 없는 경우에도, 피의자·피내사자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도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2) 입법목적 달성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면서도 정보주체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이에 헌법재판소는 ①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실시간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는 경우 또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는 경우에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을 때, 즉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발견·확보 또는 증거의 수집·보전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방법, ②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한 범죄 이외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제안하였다. 2.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통지’에 대한 판단 (1) 적법절차 위반 여부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과 관련하여, 사전에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에게 이를 통지하는 것은 수사의 밀행성 확보를 위하여 허용될 수 없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은 다음에는 수사에 지장이 되지 아니하는 한 그 제공사실 등을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와 같이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에게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을 통지함으로써, 피의자 등은 위치정보 추적자료의 제공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위치정보 추적자료가 제공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었는지 또는 제공된 위치정보 추적 자료가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규정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기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은 이를 통하여 수사기관의 불법 또는 부당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그 시정을 요구하는 등으로 실효성 있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본 법 제13조의2의 통지조항은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제공받은 사실에 대해, 그 제공과 관련된 사건에 대하여 수사가 계속 진행되거나 기소중지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에게 통지할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정보주체의 절차적 권리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기에 미흡하다고 판시하였다. (2)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면서도 적법절차에 부합하는 방안 ①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제공받은 사건에 관하여 기소중지결정이 있거나 수사·내사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에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제공 이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수사·내사의 대상인 정보주체에 대해 이를 통지하도록 하되,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에는 사법부 등 객관적·중립적 기관의 허가를 얻어 그 통지를 유예하는 방법, ② 일정한 예외를 전제로 정보주체가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 사유의 통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③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에 대한 통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개선입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의 남용을 방지하고 정보주체를 위한 적법절차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Ⅱ. 헌법재판소 판결 평석 1. 헌법불합치 판결 의의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2005. 5. 26. 법률 제7503호로 개정된 것) 제13조 제1항 중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부분과 제13조의3 제1항 중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함과 동시에 위 법률조항들은 2020. 3.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고 판시하여 현재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현행법률 규정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여야 한다. 다만 수사기관으로서는 헌법재판소의 “범죄예방과 사건의 조기해결을 위해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요건을 현재의 ‘수사의 필요성’보다 더 강화하고, 적법절차원칙 준수를 위한 사후통지 절차를 보완함으로써, 범죄수사라는 공익과 정보주체의 기본권 보호라는 사익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판결의 취지에 맞게 수사를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2.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요청 수사의 개선 방안 (1) 비교법적 검토 1) 미국의 경우 미국 전기통신비밀법 (Electronic Communications Privacy Act of 1986, ECPA:18 U.S.C. §2510이하 규정) 제3장(Title III: 18 U.S.C. §§3121∼3127)에서는 통신 이용 상황 기록 장치(pen register:18 U.S.C. §3127(3)) 또는 발신 신호 추적장치(trap and track device:18 U.S.C. §3127(4))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화통화의 개시를 위해 전화기에 입력하는 전화번호, 발신된 메시지가 수신지까지 가는 경로를 설정해주는 과정인 라우팅(routing), 단말통신에서 교신상대와 접속 또는 선택하는 어드레싱(addressing), 위치추적, 접속지 추적 등의 통신 이용 상황 기록 등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나라 통신보호비밀법 상의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해당한다. 미국의 경우 앞서 말한 통신 이용 상황 기록 장치 또는 발신 신호 추적장치를 이용하여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취득하는데 “취득될 정보가 현행 수사에 관련이 있을 것(the information likely to be obtained by such installation and use is relevant to an ongoing criminal investigation)”이라는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면 60일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당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허가명령서를 발부한다(18 U.S.C. § 3123). 2) 독일의 경우 독일의 경우 전기통신법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통신사실확인자료와 유사한 개념으로 통신데이터(Verkehrsdaten)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휴대폰의 위치정보(Standortsdaten) 또한 통신데이터의 하나로 수집을 허용하고 있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100g조 제1항은 제한적인 요건 하에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통신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은 제100g조 제1항 제3문에 의하여 구체적인 사례에 비추어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범죄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특히 제100a조 제2항에 규정된 범죄를 행하였거나 미수의 가벌성이 있는 행위의 착수 또는 별도의 범죄를 예비한 때에만 위치정보의 실시간 수집이 허용된다. 위치정보 수집의 명령과 이행에 관하여서는 통신검열에 관한 동법 제100a조 및 제100b조가 준용되는데 통신감청은 오로지 검사의 신청에 기하여 법원만이 행할 수 있으며,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검사가 처분을 명할 수 있으나, 3일 이내에 법원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효력이 상실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3) 일본의 경우 일본의 경우 개별 범죄에 있어서 영장에 의하여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개인의 위치정보를 요청하는 경우 있으나, 미국, 독일과 같이 단일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즉 전기통신사업법 제4조 제1항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취급 중인 통신의 비밀은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개별 통화에 관계된 위치정보의 경우는 통신구성요소이므로 통신비밀로 보호해야 되지만 통화이외 휴대폰 소지자가 지역을 이동할 때 기지국에 전송되는 위치등록정보는 정보는 통신비밀이 아니라 사생활의 일환으로서 보호되어야 하는 사항으로 구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건데, 어떤 사람이 어디에 소재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사생활 자유 중에서 보호의 필요성이 매우 높고, 통신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이므로, 통신비밀에 준하여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일본 총무성에서는 고시로 ‘전기통신사업에 있어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하고 동 가이드라인 제26조에 전지통신사업자가 위치정보에 대하여 준수해야 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동 조항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으로부터의 요청에 의하여 위치정보의 취득을 요구받은 경우에, 당해 위치정보가 취득되고 있음을 이용자가 알 수 있을 때로서, 재판관이 발부한 영장(검증영장)에 따르는 때에 한하여 당해 위치정보를 취득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사실 위 헌법재판소 2012헌마 191등에서 설시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통비법 제2조 제11호 바목의 ‘발신기지국 위치추적자료’(과거자료 및 실시간)와 사목의 ‘인터넷 접속지 추적자료’(과거자료 및 실시간)’를 모두 포함) 판결 선고날짜에 2012헌마538사건에 대하여도 동일한 이유로 헌법불합치판결이 선고되었고 동일한 내용의 방안을 제시하였다. 2012헌마538사건은 ‘기지국 수사’와 관련이 있는데 기지국 수사란 특정 시간대 특정 기지국에서 발신된 모든 전화번호 등을 통신사실 확인자료로 제공받는 수사방식으로서 주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연쇄범죄가 발생하거나 동일 사건 단서가 여러 지역에서 시차를 두고 발견된 경우 사건발생지역 기지국에서 발신된 전화번호를 추적하여 용의자를 좁혀나가는 수사기법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본 논고에서는 포괄적 기지국 수사와 위치정보 추적 자료 제공 요청 수사의 개선방안을 모두 모색하여 보기로 하겠다. 1) 수사의 개선의 일반적 방향 독일의 입법례와 포괄적 기지국의 수사는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의 정당성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포괄적 기지국 정보는 필요하다는 점, 살인, 유괴, 납치, 성폭력범죄 등 강력범죄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의 경우에는 수사의 신속성과 긴급성 및 중대성이라는 공익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헌법재판소의 개선 방안 중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한 범죄 이외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본다. 2) ‘수사를 위하여’ 포괄적 기지국 수사(통비법 제2호 제11호 가목 내지 라목 관련 수사) 개선 방안 통신제한조치 대상 범죄의 경우에는 필요성을 기준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통신제한조치 대상 이외의 범죄의 경우에는 보충성의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즉 탐문수사, CCTV 수사, 주위 차량 블랙박스 수사, 범죄현장 유류물에 대한 포렌식 수사 등을 통하여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포괄적 기지국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타당하다. 3)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요청 수사(통비법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 관련) 개선 방안 가. 과거 위치정보 추적 자료 과거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실시간 위치정보 추적자료에 비하여 기본권 침해정도가 낮다는 점에서 보충성의 요건 없이 정보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나. 피의자 검거를 위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요청 해당 사건의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검거하기 위하여 실시간 위치정보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해당 범죄가 통신제한조치 대상 범죄인 경우에는 필요성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그 외 범죄의 경우에는 보충성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다. 피의자의 증거 수집 및 사건 관련자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요청 피의자에 대한 신병확보 이외 피의자 혹은 피내사자의 증거 수집을 위한 소재 혹은 동선 확인을 위한 위치정보가 필요한 경우나, 피의자 이외의 가족 혹은 지인 등 제3자에 대한 위치정보는 보충성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3. ‘통지’ 관련 수사 개선 방안 수사의 개선 방안 (1) 비교법적 고찰 1) 독일의 경우 독일 형사소송법 제101조 제4항에 의하면 위치정보의 수집을 명한 때에는 해당 통신의 당사자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통지를 한 때에는 사후적인 권리보호의 가능성과 그 기한을 적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7항에서는 통지를 받은 자는 2주 이내에 처분 및 그 집행방식의 적법성에 관하여 관할법원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의 결정에 대하여서는 즉시항고가 허용된다. 2) 일본의 경우 일본 전기통신사업에 있어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26조에 제4항에 의하면 위치정보가 취득되고 있음을 이용자가 알 수 있을 때, 재판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위치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1) 통지조항의 개선의 일반적 방향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수사활동 보장에 목적이 있으므로 성질상 기밀성을 요한다. 그런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사실을 수사 진행 중에 정보주체에게 알려준다면, 피의자 및 그와 관계있는 자들이 이동전화·인터넷의 이용을 중단하거나 도주·증거 인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로 인하여 범죄수사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추가 범행에 대처하기 어려워지게 될 수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에서도 명문으로 위법수사배제법칙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청조항 및 허가조항을 위반하여 취득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대해서는 형사절차에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통해 증거능력을 부정된다. 또한해당 수사관 및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사후적인 권리구제수단도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제공받은 사건에 관하여 기소중지결정이 있거나 수사·내사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에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제공 이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수사·내사의 대상인 정보주체에 대해 이를 통지하도록 하되,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에는 사법부 등 객관적·중립적 기관의 허가를 얻어 그 통지를 유예하는 방법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 입법 전까지 통지관련 수사기관의 수사 개선 방안 가.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심의기구 설치 입법이 되기 전까지 현재 수사기관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존중하여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에 통지가 누락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통지를 유예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통지유예가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특히 외부 전문가 집단의 심의를 통하여 통지를 하는 경우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통신유예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 제2항 및 제9조의2에 규정되어 있는데 국가의 안전보장·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태롭게 할 현저한 우려가 있거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염려가 현저한 때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미리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승인을 얻는 경우 가능하며, 통지유예의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그 사유가 해소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통지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검사장의 승인사항과 관련하여 내부 위임전결규정에 따라 그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지 살펴, 실질적으로 검사장의 검토와 판단이 될 수 있도록 관계 규정을 개선함과 동시에 검사장 독단의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외부 합의체 기구를 설치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유가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지하지 않는 사례가 있는지도 살펴, 통지유예 해소시 30일 이내 통지가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조치하여야 할 것이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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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08-28
헌법사건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명령의 위헌성 고찰
- 헌법재판소 2015. 12. 23.자 2013헌가9 결정에 대한 평석 - Ⅰ. 대상 사건(헌법재판소 2015. 12. 23.자 2013헌가9 결정) 1. 쟁점 성충동약물치료법 제4조 제1항은 치료명령에 치료대상자(성범죄자) 본인 동의 요건이 없고, 피해자 연령제한을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하고, 약물치료 기간을 최장 15년 이내에 법원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동 법 시행으로 아동 대상 상습적인 성폭행범은 장기 징역형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 신상정보 공개 명령은 물론 약물치료라는 삼중의 (보안)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초범이라 할지라도 성도착증이 있다고 판단되면 본인 동의가 없더라도 약물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대책보다 강한 제재에 해당한다. 이에 성충동약물치료의 법적 성격과 위헌성과 관련하여 최근 내려진 헌재 결정을 중심으로 간단히 살핀다. 2. 헌법재판소 판단 다수견해는 성충동 약물치료는 본질적으로 '보안처분'에 해당하고, 약물치료의 근거가 되는 심판대상조항들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의 동종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성충동 약물치료는 성도착증 환자의 성적 환상이 충동 또는 실행으로 옮겨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근간이 남성호르몬에 있다고 보고, 남성호로몬의 생성 및 작용을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정을 거쳐 성도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청구되며, 장래에 다시 성폭력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을 요구하여 치료대상자가 좁게 설정되고, 한정된 기간 동안,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부작용 검사 및 치료가 함께 이루어지며,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해제가 가능하고, 치료 중단시 남성호르몬의 생성과 작용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침해 최소성을 충족하는 한편, 성폭력범죄자의 재범 방지 및 사회방위의 공익은 매우 중요하여 법익균형성도 충족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소수견해는, 현재로서는 약물치료의 효과를 정확히 파악 할 수 없고, 또한 명령조항은 치료명령의 선고 시점과 집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존재하는 경우에 집행 시점에서 만약 치료 필요성이 제거된 경우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수 있는 별도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성폭력범죄의 동기나 행위태양의 다양성에 비추어 성기능 무력화가 성폭력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고 보기 어려워 수단의 적절성도 부정된다. 또한 자발적 치료 의지가 없는 치료대상자에 대한 약물치료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 성폭력범죄의 원인이 된 성도착증의 치료와 재범방지는 현행법상 치료감호제도 및 보호관찰, 전자발찌 부착 등 대책을 결합하여 대처할 수 있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에도 반하며, 심판대상조항들에 의한 재범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거나 한시적이고 그 달성 여부가 불확실하나, 피치료자가 받는 불이익은 심대하여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Ⅱ. 비교법적 검토 1. 미국 먼저, 캘리포니아주는 화학적 거세를 최초로 시행한 선두주자다. 주 형법 645조(California Penal Code Section 645)는, 13세 미만 어린이 대상 성범죄의 초범자들이 가석방되기 전에 메드록시프로게스트론 아세테이트(medroxyprogesterone acetate: MPA) 치료나 이에 상당하는 약물치료를 받도록 법원이 명령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고 있고, 재범자들의 경우 가석방 전 반드시 약물치료명령을 내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경우, 범죄자들은 화학적 치료 대신 물리적 거세를 선택할 수도 있다. 화학적 거세 약물치료는 주 교정부(the Department of Corrections, DOC)가 관장하는데, 가석방대상자들은 구금으로부터 풀려나기 일주일 전 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DOC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할 때까지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다음으로, 텍사스주는 화학적 거세를 인정하지 않고, 물리적/시술적 거세만을 인정하고 있다. 주형법(Texas Penal Code) 501.061에 따르면 텍사스 사법부(Texas Department Of Criminal Justice)에 의해 고용되거나 의뢰받은 외과의사는 14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가중 성폭행, 17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성폭행, 또는 17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외설죄로 유죄선고를 받은 재범자들 중 21세 이상으로 서면으로 고환절제술을 요청 및 동의하고, 정신과의사, 심리학자의 진단과 상담을 받고 정신건강 모니터요원과의 상담을 거친 수형자에게 고환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단, 그 결정을 시술 실시 전 언제든 철회할 수 있으며, 고환절제술이 가석방이나 보호관찰 석방의 조건이 될 수는 없고, 법 집행자는 범죄자가 가석방이나 보호관찰로 석방되어야할 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시술을 받겠다는 그 범죄자의 결정을 하나의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 2. 독일 독일은 '자의적 거세 및 기타 치료방법에 관한 법률(Gesetzuberdie freiwillige Kastration und die andere Behandlungsmethoden)'이 1969년(BGB1. I. S. 1143) 제정된 이후, 2008년 12월(BGB1. I. S.2586) 개정되었다. 주요 내용은 비정상적인 성충동을 가진 중범죄자를 대상으로 물리·화학적 거세를 시행한다는 내용으로, 성폭력 범죄자 뿐 아니라 살인, 상해 등 중범죄자 중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동의를 받아 의사의 진단과 법원의 승인을 거쳐 외과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다. 이 경우 본인의 동의와 의사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 또한, 25세 이상 성인에 대해서만 거세 시술을 허용한다. 그러나 거세법은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성폭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형사제재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독일의 범죄자에 대한 심리치료는 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에 대해 그 인지의 변화를 꾀함으로써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지행동 이론이 대세이다. Ⅲ. 평석 1. 화학적 거세의 법적 성질 형벌과 보안처분은 형사제재에 해당하지만, 형벌은 과거 불법에 대한 응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재이고,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 위험성을 전제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비형벌적 제재에 해당한다는 것이 학계 주류 입장인바, 성충동 약물치료는 본질적으로 '보안처분'에 해당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이다. 그러나 성충동 약물치료는 신체에 직접 가해지거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정도가 형벌에 준하므로 형벌적 성격이 강한 보안처분에 해당한다. 성충동 약물치료의 목적이 단순히 '재범의 위험성 있는 범죄자의 재범 방지'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 형벌 외에 성충동 약물치료라는 추가 제재를 부가함으로써 그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강한 책임을 묻는 한편, 일반 국민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함으로써 범죄를 억제하도록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2. 비동의 조항(약물치료 강제성)의 문제 동법에 의한 약물치료는 대상자 본인의 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인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신체의 처분과 관련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 치료행위가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당사자의 동의가 필수적인 것인데, 제8조에 의한 약물치료는 이를 위반하는 것이다. 둘째, 성행위 및 아이를 가질 자유와 관련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 자발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 일시적인 제한은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지 몰라도,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은 제한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3. 이중처벌 문제 과거 헌법재판소는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전자장치부착 병과 등 형벌에 보호감호나 보안관찰처분을 병과하거나 형벌 이외에 신상공개를 병과하는 경우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헌재 태도에서 볼 때, 이 사건 약물치료조치는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중처벌에서 말하는 처벌은 형벌뿐만 아니라 형벌과 유사한 당사자 비동의 하의 약물치료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4. 소급입법 문제 동법 부칙 제1조 제3항에서 "제22조 및 제25조에 따른 치료명령은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이 법 시행 당시 형의 집행 또는 치료감호ㆍ보호감호의 집행 중에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 대하여도 적용한다"고 하여 이른바 '형집행시법주의'를 취하여 소급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성충동 약물치료가 형벌적 성격을 갖는 이상, 약물치료를 명하기 위해서는 그 범행 당시에 이미 근거 법률이 제정·시행되고 있어야만 하는데, 이 사건 부칙조항은 동법이 제정·시행되기 전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소급하여 약물치료를 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 제13조 제1항에 위배된다. Ⅳ. 결론 피치료자의 기본권의 침해 소지를 줄이고 약물치료명령의 본래적 취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음에 외국의 입법례와 같이 치료대상자 본인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헌재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모두 지적하듯 판결 선고 후 일정 기간 이상 경과하여 약물치료명령을 집행할 때에는 집행 전에 다시 성도착 증상의 유무, 정도, 재범의 위험성 등에 대한 판단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성충동약물치료
성폭행범
화학적거세
2016-07-18
강해룡 변호사(서울회)
절도죄의 상습범과 주거침입죄의 흡수관계
- 대법원 2015.10.15.선고 2015도8169판결 - 1. 사실관계 가. 범죄사실 (절도) ① 피고인은 2014. 5. 20. 14:00경 서울 은평구 불광동 롯데캐슬아파트 105동 1502호에서 그 곳 옷장방 액세서리 함에 놓여 있던 피해자 ○○○ 소유의 시가 20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 1개를 꺼내 가지고 가 이를 절취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4. 6. 1. 18:00경에서 19:40경 사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 201호(연희동, ○○○○○빌)에 피해자 심○○이 부재중 베란다 창문으로 침입하여 그 집 작은방까지 들어가 화장대에 들어있던 시가 780만원 상당의 까르띠에 시계 1개, 시가 340만원 상당의 쇼메 반지 1개, 70만원 상당의 팔찌 1개, 현금 10만원 등을 가지고 나와 합계 1200만원 상당의 재물을 절취하였다. 나. 범죄사실(주거침입) ① 피고인은 2014. 6. 3. 13:00~13:30경 서대문구 연희로25길 ○-○○, 301호(연희동)에 있는 피해자 길○○의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 화장실 창문을 통해 들어갔으나 마침 베이비시터인 정○○가 집안으로 들어와 발각되자 베란다를 통해 도망갔다.②피고인은 2014. 6. 7. 13:25경 서대문구 연희로27길 ○○, 402호(연희동,○○○○빌)에 있는 피해자 허○○의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 현관으로 침입했으나 마침 집안에 있던 허○○에게 발각되자 현관문을 통해 도망갔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주거에 침입하였다. 2. 1심의 판단 (주거침입 무죄) 검사는 범죄사실(주거침입) 1.) 2014. 6. 3. 범행과 2.) 2014. 6. 7. 범행에 관해 이를 주거침입죄로 기소했는데 1심 역시 절도죄의 미수로 보지 않고 주거침입으로 인정하고 '다른 상습절도 등 죄에 흡수되어 위 법조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 죄의 1죄만을 구성하고 상습절도 등 죄와는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3. 원심의 판단 (주거침입 유죄) 원심은 1심과 달리 기소된 ②범죄사실(주거침입)인 주거침입범행에 대해 유죄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야간이 아닌 이 사건과 같이 주간에 주거에 침입할 경우 형법 제332조, 제329조는, 형법 제330조, 제331조 제1항과 달리 주거에 침입하는 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규정도 되어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상습절도죄와 주거침입죄는 별도로 성립하여 경합범관계에 있다고 볼 것이다." 또한 그 이유를 "결국 상습으로 단순절도를 범한 범인이 상습적인 절도범행의 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거침입의 위법성에 대한 평가는 형법 제332조, 제329조의 구성요건적 평가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별개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했다. 4. 대법원의 판단 (상고 기각)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법 제330조에 규정된 야간주거침입절도죄 및 형법 제331조 제1항에 규정된 특수절도(야간손괴침입절도)죄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주거침입은 절도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므로 절도 범인이 그 범행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거침입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되지 아니하고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여 절도죄와는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서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도157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 형법 제332조는 상습으로 단순절도(형법 제329조), 야간주거침입절도(형법 제330조)와 특수절도(형법 제331조) 및 자동차 등 불법사용(형법 제331조의2)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정한 각 형의 2분의 1을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은 주거침입을 구성요건으로 하지 않는 상습단순절도와 주거침입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상습야간주거침입절도 또는 상습특수절도(야간손괴침입절도)에 대한 취급을 달리하여, 주거침입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상습야간주거침입절도 또는 상습특수절도(야간손괴침입절도)를 더 무거운 법정형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상습으로 단순절도를 범한 범인이 상습적인 절도범행의 수단으로 주간(낮)에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간 주거침입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평가가 형법 제332조, 제329조의 구성요건적 평가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2.) 대상판결에서 참조한 84도1573 전원합의체판결의【판결요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4 제1항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 죄를 범한 범인이 그 범행의 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주거침입행위는 상습절도 등 죄에 흡수되어 위 법조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 죄의 1죄만이 성립하고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으며, 또 위 상습절도 등 죄를 범한 범인이 그 범행 외에 상습적인 절도의 목적으로 주거침입을 하였다가 절도에 이르지 아니하고 주거침입에 그친 경우에도 그것이 절도 상습성의 발현이라고 보여 지는 이상 주거침입행위는 다른 상습절도 등 죄에 흡수되어 위 법조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의 1죄만을 구성하고 이 상습절도 등 죄와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5. 대상 판결에 대한 문제점 1.) 먼저 문제되는 것은 피고인이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침입했으나-발각되자 현관문을 통해 도망갔다' 라는 행위는 으레 절도죄의 미수범(형법 제342조)으로 처벌해야 할 것인데 어떻게 그 범행을 절도죄의 미수로 의율하지 아니하고 이에 관해 절도죄에 흡수되는 주거침입죄만 문제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도망가는 범인을 추격하면서 "도둑놈 잡아라!"라고는 하지만 "주거침입한 놈 잡아라!"라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2.)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은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 침입하는 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되는 이른바 '흡수관계'로 절도죄 하나로만 처벌하고 주거침입은 별도의 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흡수관계'란 어떤 범죄구성요건을 적용하면, 그것이 다른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당연히 수반한다고 생각되는 까닭에 후자의 적용은 하지 않는 관계인 법조경합의 한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살인의 경우 상해와 의류손상 등이 있더라도 살인죄에 의하여 상해죄나 재물손괴죄는 흡수되는 관계와 같다. 형법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법정형이 형법 제329조(절도)의 법정형 보다 높은 것은 주거침입을 그 죄의 구성요건으로 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야간의 주거는 사람이 현존하는 곳이라고 보는 것이므로 물건을 훔치기 위해 야간에 그 곳에 침입하는 것은(이른바 밤손님) 위험성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주거침입절도죄의 경우 야간의 주거침입은 가중처벌 하게 되는데 주간의 주거침입인 경우는 흡수된다며 처벌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할 것이 아니다. 3.) 또 문제되는 것은 '상습범'의 이해에 관한 문제이다. 상습범이란 일정한 행위를 상습적으로 행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상습이란 반복된 행위에 의하여 얻어진 행위자의 습벽(習癖-버릇)으로 인하여 죄를 범하는 것을 말한다. 예건대 도벽(盜癖). 형법상의 누범은 전에 받은 형의 체험이 무시되어 책임이 커진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나, 상습범은 동종의 범죄를 반복·실행하는 행위의 위험성에 착안한 개념이다. 즉 누범은 범죄 수를 바탕으로 하는 개념이고, 상습범은 범죄의 수보다도 행위의 상습적 버릇을 바탕으로 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형법에서 '상습으로 절도죄를 범한 자'라고는 해도 '상습절도죄를 범한 자'라고는 하지는 않는다. 형법에 절도죄(형법 제329조) 외에 '상습절도죄'라는 죄목이나 따로 규정한 법정형은 없다. 따라서 주거침입절도에 있어서 주거침입은 절도죄에 흡수된다고 할 때 그 범행이 상습범인지의 여부에 따라 다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6. 맺는 말 일반의 절도죄 보다 구성요건이 다른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그 법정형이 높은 것은 수긍되는 바이고, 일반의 절도죄 이거나 야간주거침입절도죄 이거나 간에 그것이 상습범인 경우 행위의 위험성 때문에 가중처벌 한다는 것도 이해되는 바이다. 그리고 주거침입절도죄는 흡수관계로 절도죄 하나로 처별 하는 것이므로, 그 주거침입이 야간이거나 주간이거나 간에, 그 범행이 상습범이거나 아니거나 간에, 또는 절도가 기수이거나 미주에 그치거나 간에, 절도범의 주거침입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된다는 것이 죄수론(罪數論)에서의 '흡수관계의 법리'라고 본다.
2015-11-12
백형구 변호사(서울회)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1. 사실관계 피고인의 모친이 피고인의 부친을 살해하는 행위를 피고인이 방조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공소제기된 사건에서 검사는 수사기관이 수사단계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영상녹화물을 법원에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였으며 그 영상녹화물에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 참고인의 진술이 녹화되어 있다. 수사기관이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하면서 진술조서는 작성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은 검사가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영상녹화물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하였다. 제1심법원은 참고인의 진술이 영상녹화 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달리 피고인의 살인방조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하자 검사는 무죄판결에 대해서 항소를 제기한 후 항소이유서에서 참고인의 진술이 수록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령의 해석·적용을 잘못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검사가 항소기각판결에 대해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2. 판결요지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경우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의 진술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요지이다. 대법원 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할 필요를 느낀다.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형사소송법에는 없던 수사기관에 의한 참고인 진술의 영상녹화를 새로 정하면서 그 용도를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거나 참고인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규정내용을 영상물에 수록된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서 독립적인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의 규정과 대비하여 보면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에 따라 작성한 영상녹화물은 다른 법률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는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즉, 대법원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 진술을 영상녹화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이유로서 ①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영상녹화물의 용도를 참고인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實質的 成立의 眞正)을 증명하거나 참고인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하여 재생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과 ②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은 "……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 또는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술과 녹음이 일치한 사실이 인정되면 영상녹화물의 성립의 진정이 인정된 경우에 해당한다. 3. 판례평석 (1) 대법원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영상녹화물의 용도를 수사기관이 작성한 참고인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영상녹화물을 수사기관이 작성한 참고인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진술과 녹음의 일치)을 증명하는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그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해석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해석이다. 참고인의 진술이 녹화된 영상녹화물을 참고인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증명하는 증거(자료)로 사용한다는 것과 그 영상녹화물이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면서 진술조서를 작성하지 아니하고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 한 경우에 그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한다는 것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명백한 유죄의 증거를 배척하고 무죄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것은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한다. (2)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제2항을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실정법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즉,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경우 기억의 환기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그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할 수 있으므로 그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경우 필요한 때에는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할 수 있다고 하여 그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기억 환기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하게 한다는 것과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의 진술이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기억 환기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과 무관한 문제이다. (3) 대법원 판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제6항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영상녹화물(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에서는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의 진술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에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규정이 있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본문이 그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본문은 "전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자필이거나 그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4. 결 론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 한 경우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본문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참고인의 진술이 수록된 영상녹화물에 대해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 한 경우에는 원진술자인 참고인이나 영상녹화한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영상녹화물의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어야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의 진술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에 있어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진술과 녹음의 일치를 의미한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본문은 진술서 등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요건으로 자필 또는 서명·날인을 요구하고 있는데, 참고인의 진술이 수록(녹음)된 영상녹화물에는 진술자인 참고인의 서명·날인이 없고 참고인의 자필도 아니므로 증거능력의 인정 여부가 문제된다. 참고인의 진술이 영상녹화된 영상녹화물의 경우 그 진술과 녹음이 일치한 사실이 증명되면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야 하므로 참고인의 진술이 수록(녹음)된 영상녹화물의 경우에는 자필 또는 서명·날인은 증거능력의 요건이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는 범행현장을 촬영한 사진(현장사진)의 경우에는 서명·날인이 증거능력의 요건이 아닌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과의 관계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2014-10-23
권창국 교수(전주대 경찰행정학과)
형사재판의 구속력(기판력)
I. 사실관계 피고인은 여러 건의 운전자보험을 가입한 뒤,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교통사고를 야기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망 또는 심각한 교통사고 부상을 입게되었다. 피고인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들이 사망 또는 부상을 입게되었다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고, 이후 보험금을 청구하여 일부 수령하였다. 피고인은 살인미수, 사기 및 사기미수혐의로 기소되어 제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피고인은 공소사실 가운데 2건의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이미 확정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과 공소사실이 동일함을 이유로 고의로 유발된 사고를 전제로 기소된 사기 및 사기미수사건이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배됨을 이유로 상고하였다. II. 판결요지(상고기각)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헌법 제13조 제1항),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인바(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피고인에 대한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에 미치는 것인지의 여부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인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의 여부는 규범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순수하게 사회적, 전법률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고, 그 자연적, 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의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살피건대, 위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행위 태양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점인데 반하여,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청구하여 수령하거나 미수에 그쳤다는 것으로서 서로 행위 태양이 전혀 다르고,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피해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이나,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의 피해자는 피고인과 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들로서 역시 서로 다르다. 따라서 위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와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전자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후자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 III. 검토 1. 구속력과 일사부재리효 재판이 통상의 불복방식을 통해서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때를 형식적 확정이라 하고 이에 의하여 재판의 효력(확정력)이 발생한다. 확정력 가운데 판단내용에 근거한 내용적 효력(내용적 확정력)에는 집행력과 재판을 한 법원은 물론 여타 법원도 확정된 재판내용과 모순하는 판단을 할 수 없는 구속력(기판력)이 포함된다. 구속력은 형식, 실체재판을 불문하고 발생하는데, 그 본질(발생근거)에 대하여 실체법률관계를 형성하거나 변경하는 효력(실체법설), 추상적 규범인 실체법이 구체적 법률관계로 형성된 것(구체적 규범설)이라는 견해 등이 있었지만, 실체법률관계와 무관하게 법적 안정성에 기초한 확정재판의 후소에 대한 영향력에 불과하다는 소송법설이 현재의 주류적 견해다. 한편, 일사부재리효(non bis in idem, ne bis in idem)는 재판을 통해 일단 결론이 도출된 사안을 재차 반복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근거한 효력으로, 모순판단의 방지를 위한 구속력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일사부재리효의 발생근거를 실체재판의 구속력 즉, 기판력에서 찾는 견해(일치설, 실체적 확정력설)에 의하면, 실체재판에서 일사부재리효 외에 별도로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이 높지 않아, 구속력은 주로 형식재판에서 문제되어 왔다. 대상판례는 외형 상, 피고인이 유죄확정 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과실에 의한 교통사고)과 이후 기소된 살인미수 및 보험사기사실의 동일성을 근거로 일사부재리원칙 위반함을 주장하여 상고한 사안이지만, 일사부재리원칙 보다는 실체재판의 구속력이 더욱 문제되는 사안이다. 2. 구속력의 범위 일사부재리효의 (객관적) 범위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의하여 비교적 용이하게 결정될 수 있지만, 구속력은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다. 구속력에 의하여 재판내용에 오류가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후소 법원은 전소 법원이 판단한 내용에 구속되어 이에 모순된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형식재판의 경우, 피고인의 사망을 이유로 공소기각결정이 확정된 후, 피고인의 생존이 확인되어 재차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실제 생존한 점을 증명하는 신증거가 제출되더라도 이를 사정변경으로 볼 수 없어, 피고인을 허위진단서작성죄의 공범으로 기소하는 등과 별개로 공소기각 된 전소를 번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상판례와 같이 실체재판의 경우, 과실을 가장하여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보험금편취목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행위는 각기 시간, 장소적 배경이나 구체적 행위내용 등이 상이하여 기본적 사실관계를 다르기 때문에 일사부재리효는 문제되지 않지만, 후소의 사실관계는 고의로 야기된 교통사고를 전제하는 점에서 확정된 전소와 모순하고 전, 후소 간에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어서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이 있다. 그러나 보험금편취목적으로 고의의 교통사고에 의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음에도, 확정된 전소에 구속되어 피고인의 처벌이 배제되는 것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만일 전소가 오판인 경우, 그 효과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 사건에까지 미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에서, 실체재판의 구속력을 동일사건에 한정하는 견해도 있다(종래 일본의 통설, 田宮裕, 刑事訴訟法新版(東京: 有斐閣, 2001) 442頁). 반면, 피고인이 허위증거 제출하여 법원의 판단을 오도하는 등의 경우, 구속력을 주장할 자격을 상실하여 예외적으로 구속력이 배제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구속력의 근거를 재판의 법적 안정성 보다 당사자 특히 소추 측의 모순행위 금지원칙(禁反言) 원칙에서 찾는 시각으로, 확정재판의 확정력을 당해 소송을 넘어서 후행 별소까지 미치는 것이 적당한지, 일종의 정책적 고려 하에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가 결정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고려는 후소에서 실체적 진실주의와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 보장 간의 비교형량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 보장이 더욱 중요하다면 구속력이 인정되고, 검사에게 모순행위의 금지가 요구된다. 대상판례와 같이 피고인이 허위증거를 제출하는 등으로 법원의 판단을 오도하였다면, 피고인은 금반언의 원칙(구속력)을 주장할 자격을 상실되어 구속력이 배제되어 재기소가 가능하다(田口守一, 刑事訴訟法 第4版補正版(東京 : 弘文堂, 2006), 445-450頁; 光藤景皎, 口述刑事訴訟法 中 補正版(東京 : 成文堂, 2005), 293-296頁). 그러나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을 동일사건에 한정하는 견해는 그 논거가 불분명하고, 소위 구속력의 범위를 소추 측의 모순행위 금지원칙에서 이해하는 견해는 재판의 효력을 당사자주의적 시각에서 이해하여 일응 메리트가 있어 보이나, 오히려 실체적 진실주의에 치우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고, 마치 불이익 재심을 허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지지하기 어렵다(白取祐司, 刑事訴訟法 第5版(東京 : 日本評論社, 2008), 423-427頁). 3. 관련 비교판례 대법원은 상습절도의 유죄판결 확정 후, 보호감호사건에서 절도범행이나 그 상습성을 다툴 수 없는 것으로 판시하였지만(대법원 1986.9.23. 선고 86감도152 판결), 이는 동일사건으로 일사부재리효로도 설명할 수 있다. 한편, 일본판례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치상사건에서 진범으로 가장하여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이후 범인은닉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전소인 업무상과실치상사건의 유죄확정판결이 후행 범인은닉죄 기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의 범위를 동일사건에 한정한 바 있다(東京高判昭和40·7·8高刑集18卷5491頁). 4. 의의 대상판례를 통해 대법원은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의 범위를 동일사건에 한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동일사건이라면 일사부재리원칙이 적용되어 사실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은 없다. 사안에서 먼저 확정된 전소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을 재심을 통해 무죄로 하고 피고인을 살인미수 및 보험사기사실로 재기소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2014-10-02
박준영 변호사(법무법인 경기)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새로운 증거로 봐야
1. 사실관계의 요약(서울고등법원 2011. 6. 30 자 2010재노75 결정) A와 B는 역전에서 노숙을 하던 지적장애인이다. 2007. 5. 14. 역전에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학교에서 노숙인으로 보이는 변사체가 발견되었고, A와 B는 역전에서 살인혐의로 긴급체포되었다. 이들은 체포당시 혐의를 부인하다가, 자백을 하였는데, 자백의 취지는 'A와 B는 꼬맹이들과 함께 변사자를 데리고 고등학교까지 갔는데, 그곳에서 B는 변사자의 뺨을 2대 때린 후 꼬맹이들과 함께 역전으로 돌아왔고, A는 이들이 돌아간 뒤 현장에 남아 변사자를 수십 분 동안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었다. A와 B는 1심법정에서 자백을 하였고, 1심은 A에게 징역 7년(상해치사혐의), B에게 벌금 200만 원(폭행혐의)을 선고하며, 'A와 B의 법정진술, 사체검안서 등'을 증거로 설시하였다. A는 허위자백을 하였던 것이라며 1심판결에 불복하며 항소를 하였고, B는 항소를 하지 않았다. A에 대한 항소심재판과정에서 B가 증인으로 출석하였고, B는 이전 자백내용과 동일한 증언을 하였다. 물적 증거가 전혀 없는 사안임에도 항소심은 B의 진술을 신뢰하였고, A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증거는 '1심판결의 기재'를 원용하였다. A는 상고를 포기하였고, 판결은 확정되었다. 그런데, 6개월 후 위 꼬맹이들이 잡혔고, 꼬맹이들은 'A, B와 공동으로 범행을 하였다'는 상해치사혐의로 기소되었다. 꼬맹이들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B가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과 A, 꼬맹이들 모두 사건현장에 간 적 없다. 무서워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재판부는 'B의 번복 진술의 태도나 내용에 정신지체나 장애로 인한 문제가 있다고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표현을 쓰며, 번복진술을 신뢰한 후 꼬맹이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 무죄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대법원이 'B의 번복진술을 신뢰한 원심의 증거취사선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최종판단을 하였는데도, 여전히 A는 4년 반가량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한 여타의 문제점은 차치하고,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과 재심사유'라는 쟁점만을 놓고 이 사건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의 재심사유는 주장하기 힘든 상황 위에서 B는 A에 대한 항소심법정에서 증인의 지위로 증언을 하였으므로, '원판결의 증거 된 증언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상의 '원판결의 증거 된 증언'이라 함은, 원판결의 증거로 채택되어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데 사용된 증언('증거의 요지'란에 설시된 증거)을 뜻하는 것이고, 단순히 증거조사의 대상이 되었을 뿐,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되지 않은 증언은 위 '증거 된 증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2003도1080 판결, 95모38 결정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재심대상판결인 항소심판결은, 'B의 항소심에서의 증언'을 증거로 설시한 것이 아니라, '1심판결의 해당란 기재'를 원용하였는데, 1심판결에서는, '피고인들(A, B)의 각 법정진술'이 증거로 채택·인용되었다. 그렇다면,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때, B를 위증혐의로 고소하고 유죄확정판결을 받아낸다 한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의 재심사유상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할 것이다. 3.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새로운 증거로 보아야 가. 대법원의 입장으로 원용되고 있는 판례(93모33결정)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자주 원용되고 있는 대법원의 결정은 18년 전의 결정인 93모33결정으로 그 요지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말하는 '무죄로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때'란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발견되었어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로서 증거가치에 있어 다른 증거에 비하여 객관적으로 우위성이 인정되는 증거를 말하는 것이므로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증거로 조사채택된 공동피고인이 확정판결 후 앞서의 진술내용을 번복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학계의 동향 학계는, 피고인이나 공동피고인은 좁은 의미의 증거방법이 아니므로 증인의 경우와는 달리 진술을 번복함으로써 증거자료의 내용이 달라진다면 새로운 증거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는 입장도 있으나, 재심대상판결에서 실질적 판단을 거친 증거와 동질의 증거는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진술번복은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재심사유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집중되어 있긴 하나, 세부적인 쟁점인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과 신규성'의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나 논의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다. 소결 진술번복의 신규성을 부인하는 견해는, 동일인의 상반된 진술에 대한 평가는,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의 문제라는 점, 실질적인 판단을 거친 증거와 동질의 증거는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점, 허위임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판명되지 아니한 번복·변경된 진술에 대하여 단지 법원에 새롭다고 하여 그 신규성을 인정하여 재심을 허용하는 것은 증거의 신규성 요건을 형식적으로만 파악하여 형해화함으로써 형사소송법의 취지와는 달리 재심사유를 부당하게 확대한다는 점 등을 논거로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위 논거들은, 확정판결 전후로 달라진 증인의 진술이나 이를 내용으로 하는 진술서 등을 새로이 증거로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형식적인 면에서 새로 발견된 증거라고 보아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이는 확정판결에 의하여 종전 증거들이 허위임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재심을 허용하려고 한 형사소송법 제420조 및 그 제1, 2호의 취지의 기본 정신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1(서류 또는 증거물), 2호(증인, 감정인, 통역인, 번역인)의 적용을 받을 수 없으므로, 진술번복의 신규성을 부인하는 견해에 따르면, 이 사건 사안에서 공동피고인 B의 번복진술을 재심사유로 주장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다. 공동피고인 B는 '자신도 A처럼 사람을 죽였다는 혐의를 뒤집어쓸까봐 무서워서 거짓진술을 하였다'고 실토하였다. B의 거짓진술의 경위와 관련하여, A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할 것이고, A가 자신의 재판 확정 후에 있었던 B의 번복진술을 근거로 재심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일본 형사소송법도 우리나라와 같은 재심사유를 두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공동피고인이 유죄판결확정 후 진술을 번복한 경우나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던 증인이 새롭게 진술한 경우, 이를 새로운 증거로 보는 견해'가 유력한 학설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신규성 인정을 제한하는 사례도 보임, 일본형사소송법 주석서 참고). 필자의 사견도 위와 같이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되 명백성 문제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재심사유를 제한하면 된다고 본다. 한편,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대법원 2009. 7. 16.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위 쟁점과 관련하여 대법관들의 의미 있는 입장표명을 확인할 수 있는바, 번복진술 또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하에 이루어진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는 판례변경을 기대하게끔 한다. 대법원은 위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하여,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종합평가설)면서, 이전의 '새로 발견된 증거의 증거가치만을 기준으로 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단독평가설)는 판례를 변경하였다. 위와 같이 '명백성의 판단 기준'과 관련한 판례를 변경하면서, 9인의 대법관이 '새로운 증거'의 판단 기준에 대한 의견도 아울러 밝혔는바, 당시 6인의 대법관(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은, '새로 발견된' 증거인지 여부는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법원이 유죄의 사실인정을 하면서 그 기초로 삼은 증거자료에 의하여 인식하였던 내용과 다른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의견은, 종전 소송절차에서 인식한 진술(번복 전 진술)과 다른 진술(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되, 명백성 인정 여부에 대한 심사도 별도로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리고 3인의 대법관(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안대희)은 '진술서 등이 이전과 비교하여 실질적인 차이 없이 단지 증거의 형식만을 달리하여 반대되는 내용이나 태도로 바뀐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확정판결 당시 이미 발견되어 실질적인 판단을 거친 기존의 진술 등과 동질의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새로운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는 의견을 밝혔으나, 위 3인의 대법관의 의견을 반대해석하면, '실질적인 차이 있는 진술변경의 경우'에는, 신규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할 것이다(위 3인의 대법관이 언급한 '실질적인 차이'가 개개 사안에서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 궁금한바, 필자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 하에 이루어진 진술'로 이해하고 싶다). 이 사건에서 B는 공범사건의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재심대상 소송절차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고, 번복진술을 신뢰한 판결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새로운 증거의 판단기준'과 관련하여 의견을 개진한 대법관 9인은 이 사건에서 B의 진술번복을 새로운 증거로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4. 맺음말 형사소송법상의 재심은 피고인에게 한줄기 빛을 제공하는 창의 역할을 하도록 운영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헤르만 헤쎄의 데미안에는 '껍질을 깨고 나오는 새'라는 구절이 있다. 껍질을 깨는 과정을 겪지 않고서는 새로운 탄생이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확정판결에 기초한 법적 안정성이라는 껍질을 깨트리는 고통 없이는 실체적 진실에 바탕을 둔 실질적 정의를 확보하는 것은 하나의 신기루에 불과하다(권오걸 교수의 논문 인용).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만으로는 재심사유로 볼 수 없다'는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논의를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18년 전의 93모33결정은 이 사건을 계기로 변경되어야 하고, 진술번복과 관련한 재심사유에 대한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되었으면 한다.
2011-10-24
백형구 변호사(서울)
공소사실 동일성의 판단기준
1. 사실관계 검사는 피고인을 "피고인이 2004. 3.22. 22:00경 포천시 일동면(이하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발로 피해자의 배와 가슴 부위를 수회 차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흉부좌상을 가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원심(항소심)의 공판기일에 위 공소사실을 "피고인이 2004. 3.22. 22:00경 포천시 일동면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발로 피해자의 배와 가슴 부위를 수회 차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흉부좌상을 가하고, 계속하여 부엌 뒤에 있는 창고에서 위험한 물건인 전지가위를 가지고 와 거실바닥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에게 들이대며 '너 오늘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여 피해자를 협박하였다"는 것으로 범죄사실을 추가하고, 죄명 및 적용법조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집단·흉기 등 협박)"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283조 제1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원심법원(항소법원)은 공판기일에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다음 2004. 3.22.자 상해의 접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2004. 3.22.자 흉기 휴대 협박의 점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각 선고하였다. 검사와 피고인의 상고에 의하여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중 상고법원(대법원)은 직권으로 원심의 유죄판결(2004. 3.22.자 흉기 휴대 협박의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면서 판결이유에서 '…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된 당초의 범죄사실과 검사가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여 추가한 범죄사실은 범행장소와 피해자가 동일하고 시간적으로 밀접되어 있기는 하나 그 수단, 방법 등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태양이 다를 뿐만 아니라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그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다음 변경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심판한 것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공소장변경신청에 대하여 기각결정을 하거나 허가결정을 취소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원래 공소가 제기된 당초의 범죄사실을 대상으로 심리하여 판결을 했어야 함에도 당초의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은 추가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심리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 내지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설시하고 있다. 2. 판례요지 대법원판례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나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여 기본적사실동일설을 취하고 있다. 즉, 당초에 공소제기된 범죄사실(2004. 3.22.자 상해의 범죄사실)과 그 범죄사실과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2004. 3.22.자 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하여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공소장변경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이론구성이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한 기본적사실동일설은 대법원판례의 확립된 견해이며 일본 최고재판소판례도 기본적사실동일설을 취하고 있다. 3. 기본적사실동일설에 대한 비판 기본적사실동일설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공소사실)과 그 절도죄의 장물을 보관한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백형구). 절도죄와 장물보관죄는 범죄의 일시·장소·방법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사실동일설에 의하면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점에 대한 합리적 이론구성이 불가능하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적 사실동일설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기본적사실동일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이 있다(이재상, 신동운, 송광섭, 진계호, 임동규, 신양균, 정웅석). 4. 범죄행위동일설의 지지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범죄행위동일설을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백형구). 범죄행위동일설은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의 동일 여부를 기준으로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이다(백형구). 범죄행위동일설에서의 범죄는 헌법 제13조 제1항의 범죄와 동일한 의미이다. 헌법 제13조 제1항의 '동일한 범죄'에서의 범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유책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역사적·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를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의 이론구성이다. 예컨대 B가 A의 행위에 의해서 사망한 경우에 A의 행위에 대한 구성요건적 평가가 수사 또는 심리의 결과에 따라 살인·강도살인·강도치사·강간살인·강간치사·상해치사·폭행치사·업무상과실치사·중과실치사·과실치사 등과 같이 다른 경우에도 그 각 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것은 B가 A의 행위에 의해서 사망하였다는 역사적·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사실이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의 이론구성이다. 범죄행위동일설은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의 동일 여부를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사실동일설과 기본적 입장을 같이 하고 있으나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를 그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본적사실동일설과 다르다. 두 범죄사실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는 것과 두 범죄사실의 범죄행위가 동일하다는 것은 그 의미가 다르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기본적사실동일설의 이론적 약점이 해소된다.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장물보관죄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범죄의 일시·장소·방법·행위태양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지만 동일인이 동일인 소유의 재물을 절취하여 그 재물(장물)을 운반·보관하는 일련의 행위는 사회적 의미에서 1개의 범죄행위이고 그 재물의 절취행위와 그 재물의 보관행위는 1개 범죄행위의 부분적 행위이므로(절도죄가 성립하는 경우 장물보관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재물의 절취행위와 그 재물(장물)의 보관행위 사이에는 범죄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그 장물을 취득하였다는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점에 관한 합리적 이론구성이 가능하나 기본적사실동일설에 의하면 그 합리적 이론구성이 불가능하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것은 두 범죄사실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두 범죄사실이 별개의 범죄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는 이론구성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개의 범죄사실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해서는 범죄행위동일설이 이론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5. 판례평석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공소사실)과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을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이 있는 경우 수소법원은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는 대법원판례와 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을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후 흉기 휴대 협박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항소심판결)은 위법하다는 대법원판례는 타당하다. 그러나 상해의 범죄사실과 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판례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상해의 범죄사실)과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별개의 범죄사실이기 때문에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론구성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해서는 범죄행위동일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2009-12-21
오동운 판사(서울고법)
자동차종합보험상 플러스보험 관련 보험사기
I. 대상판결 서울서부지법 2009. 9.30. 선고 2009고합128 가.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2007. 10.2.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2008. 12.4. 같은 죄 등으로 금고 4월을 선고받은 자인데,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차량의 운전자에게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다음 노인들을 상대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후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해 보험금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1) 살인미수 피고인은 2008. 3.4. 충남 서천군 소재 도로에서 액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피해자 최모(여, 69세)씨를 들이받아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에게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가하고 미수에 그쳤다. (2) 사기, 사기미수 피고인은 2007. 5.14. 충남 보령시 소재 도로에서, 티코승용차를 운전하여 김모(여, 74세)씨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억2,800여만원(그 중 7,370만원이 피고인에게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됨)을, 2008. 3.4. 충남 서천군 소재 도로에서 위와 같이 액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최모씨를 들이받아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740여만원을, 2008. 9.5. 충남 서천군 소재 해안도로에서 싼타페 승용차를 운전하여 박모(여, 66세)씨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억700여만원(그 중 4,000만원이 피고인에게 형사합의지원금으로 지급)을 각 편취하였고, 2008. 9.12.경 다른 보험회사에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였으나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미수에 그쳤다. 나. 법원의 판단 피고인의 김모씨, 박모씨에 대한 각 살인의 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이미 처벌받아 다시 처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살인미수, 사기, 사기미수의 죄질이 불량한 점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징역 합계 15년을 선고하였다. II. 자동차종합보험상의 플러스보험의 문제점과 관련 보험사기 억제 1. 서설 이 글은 최근의 위 대상판결에 대한 판례 평석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위 판결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이목을 끄는 위 판결을 소개하는 정도를 넘지는 아니하였다. 필자는 서울남부지법에서 1년 동안 교통사고 관련 형사사건을 전담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느낀 소회와 위 대상판결을 접하면서 느낀 당혹감과 충격이 어우러져 위 대상판결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모방범죄를 규제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생각하여 이에 관한 입법적 대안까지 포함하여 대책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만약 피고인이 단 한 건의 교통사고를 저지르는 데 그쳤다면 가해자의 고의를 밝히는 것이 극히 어려운 교통사고의 특성상 완전범죄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에 이르면, 이 사건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모방범죄의 위협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급박한 양상을 띤다고 본다. 2. 일반적인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 범죄와 이 사건 보험사기 범죄의 구별 일반적인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는 보험회사의 재산적인 피해, 더 나아가서는 보험가입자 일반에의 피해 전가, 음주운전, 중앙선침범 등의 약점을 가진 피해자의 형사처벌 등의 사회적 해악이 발생하나 범죄자 자신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다치는 것을 예상하고 저지르는 범죄인 경우가 많아 교통사고 자체로 인한 피해자의 인명피해는 그다지 중하지 않은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 사건 보험사기는 피해자의 생명이 침해되어 형사합의금이 많이 책정되는 상황일수록 범죄자의 범죄로 인한 이득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르다. 3.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처벌받은 경우 다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일사부재리원칙과의 관계 위 대상판결이 적절하게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보험사기, 살인 또는 살인미수 피의자가 이미 같은 교통사고에 관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확정판결의 효력에 의하여 동일한 교통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의 과실이 아니라 보험사기를 노린 계획적 살인임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사기죄로 추가 의율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재차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정책적인 면에서 이러한 처벌의 흠결은 더더욱 이 사건 보험사기 유사범죄에 대한 대처가 더욱 절박한 문제가 되게 하며 이에 대한 대처가 즉각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강구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할 것이다. 4. 자동차보험상 플러스보험의 의의와 그 실태 가. 플러스보험의 의의 자동차보험상 플러스보험(이하에서는 ‘플러스보험’이라고만 한다)은 피보험자가 피해자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액을 초과하여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에게 지급하는 형사합의금을 지원하는 형사합의지원금, 자동차보험료 할증지원금, 방어비용(민사소송상의 방어비용 제외, 상법 제720조 제1항), 면허정지위로금 등을 추가로 지급하는 보험을 통칭하며 법률적 용어가 아니라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보험상품군을 통칭하는 것이며 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험료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인 손해보험계약의 일종이다. 손해보험으로서의 특성을 가지므로 실제 발생한 손해를 조사하여 그 손해만을 보상하며 보험가액이나 실제손해 이상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이득금지원칙이 적용된다. 나. 플러스보험의 실태 보험금 지급의 실태와 관련하여 주된 항목인 형사합의지원금의 경우를 보면 그 특성상 피해자 측과의 합의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어서 피보험자로서는 피해자 측과의 합의를 통하여 보험계약상 인정되는 최고금액까지 금액을 늘릴 수 있게 되어 보험자로서는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하여 실제 지급한 형사합의금을 따지지 아니하고 보험계약상 인정되는 최고한도의 금액을 지급하게 된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플러스보험의 실태를 보면 형사합의지원금, 자동차보험료 할증지원금, 방어비용, 면허정지위로금 명목으로 피보험자에게 추가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형사합의지원금으로 피해자 사망시 최대 2,000만원 내외, 방어비용으로 대개 500만원 정도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5. 형사합의금의 의의와 관련 실무 가. 형사합의금의 의의 형사합의금이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형사사건에서의 선처를 위하여 가해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하는 금원을 말한다. 형사실무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선처를 호소하면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얼마의 금원을 지급하며, 이 금원은 피해자 측이 민사상 지급받는 손해배상액 또는 보험회사에 대한 보험금지급청구권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형사위로금으로 지급되는 것이다’라는 등의 문구로 표시되며, 이러한 형사합의금은 법적으로 강제되는 돈이 아니라 오로지 가해자가 형사사건에서 선처를 받기 위하여 지급되는 것이다. 나. 형사합의금 관련 실무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을 위하여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경우 이를 보험회사에 구상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 측은 형사합의금이 손해배상금의 일부가 아니라 오로지 형사위로금임을 표시하여 피해자 측이 보험회사로부터 지급받을 보험금에서 가해자로부터 직접 지급받은 금원을 공제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가해자가 피해자 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법원에 금원을 공탁한 때에는 가해자가 보험회사에 공탁금액 상당의 금원을 구상할 채권을 피해자 측에 양도하고 위 금원이 오로지 형사위로금임으로 표시하며, 제3채무자인 보험회사에 이를 통지함으로써 공탁된 금원이 사실상 형사위로금으로 기능하게 하여 형사재판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법원 실무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액 중 보험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할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받은 형사합의금 액수를 고려하는 예가 보이는데, 이는 피보험자의 재산 출연을 통하여 부당하게 보험자가 면책되는 결과가 되고, 형사합의금의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 되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6. 이 사건 보험사기 유사범행의 억제방안 가. 피보험이익과 초과보험의 무효 규정 초과보험이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체결된 경우 그 보험계약은 전부 무효가 된다(상법 제669조 제4항). 그런데 플러스보험은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하는 형사합의금 등을 부보하는 것이므로 형사합의금은 당사자의 합의, 협상력에 의하여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 것이 되어 형사합의금 항목에 관하여는 초과보험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논할 실익이 별로 없다. 중복보험에 있어 보험금액의 합계가 보험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초과보험이 되고, 중복초과보험이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체결된 때에는 그 보험계약 전부가 무효로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상법 제672조 제3항, 제669조 제4항), 형사합의금 항목의 위와 같은 특성상 중복보험의 경우에도 초과보험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으므로, 피보험이익을 따져 중복보험을 규제하려는 노력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한편, 중복보험의 경우 보험계약자는 각 보험자에 대하여 각 보험계약의 내용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는데(상법 제672조 제2항), 이를 어긴 경우 어떠한 효과가 발생하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 효과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는 터에 그것만으로 보험계약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 나. 약관규제당국에 의한 규제 가능 여부 이 사건 플러스보험에 따른 보험가입자의 두터운 보호와 플러스보험의 중복가입으로 인한 폐해가 위 판결의 사안과 같이 일반인을 상대로 한 무자비한 보험사기 및 살인 범행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으므로 약관규제당국이 형사합의지원금 액수에 제한을 가하고, 중복보험의 경우 미통지시 플러스보험 부분에 한하여 무효화하는 규정 등을 두도록 행정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 법원실무상의 주의사항 앞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면책 여부나 양형상의 고려를 위하여 ‘종합보험가입사실원’을 제출받음에 있어, 특히 교통사고의 발생 원인이 비전형적이고 중과실로 판단되는 경우 가해자가 플러스보험에 추가로 가입되어 있는지와 플러스보험상의 형사합의지원금 상당액이 피해자에게 실제로 지급되었는지를 살피고, 플러스보험이 중복가입된 경우에는 과실 여부의 판정에 있어 특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라. 신속한 양형기준 설정 대상판결의 사안에서와 같은 신종 보험사기 범행이 가능하게 한 자양분 역할을 한 요인 중의 하나로 교통사고사범에 대한 온정적인 양형을 들 수 있겠다. 피해자가 노인인 경우에는 그 합의금이라는 것도 1,00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피해자 측과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의 중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범행에 대하여도 온정적인 양형을 한다면 극단적으로는 이 사건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행위가 가능하게 된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살인죄, 뇌물범죄, 성범죄, 강도범죄, 횡령겧窩達滑? 위증범죄, 무고범죄에 관하여 양형기준을 설정하였고, 순차적으로 다른 범죄에 대하여 양형기준을 준비하고 있는데, 교통사고범에 관한 양형기준도 시급하게 필요하다. 마. 입법론적 해결방안-피해자의 직접청구권 인정의 필요성 책임보험에 있어서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하여 제3자가 그 배상을 받기 전에는 보험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에게 지급하지 못하며(상법 제724조 제1항), 제3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액의 한도 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724조 제2항).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도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법 제9조). 한편,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제731조 제1항). 이 사건 플러스보험은 보험계약자가 지출하는 형사합의금 등을 부보하는 것이고, 형사합의금이라는 것이 민사 손해배상금과는 구별되어 지급이 강제되는 것도 아니어서 별도의 근거규정 없이 보험계약자가 보험자로부터 받게 되는 형사합의지원금 등에 대하여 피해자가 바로 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타인의 사망 등으로 인하여 교통사고 가해자가 받게 되는 형사합의지원금은 마치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이득을 취득하는 것이 되고, 그 금액도 상당한 액수에 이르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교통사고 가해자가 플러스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 측이 보험자에 대하여 직접 형사합의지원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형사실무에서는 피해자 측이 그러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측과 합의한 것으로 보아 양형을 하는 방안이 적절해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책임보험의 절이라 체계상 부적절한 면이 있으나 상법 제724조에 별도의 항을 두어, ‘자동차종합보험에 부가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형사합의금, 형사위로금, 형사보상금 등 민사상 손해배상금 외에 형사재판 등에서의 유리한 처분을 받기 위하여 지급되는 명목의 금원의 지급을 부보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은 약정 보험금 한도 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입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7. 결어 위 판결이 위 신종 보험사기와 그 수단으로서의 살인범행에 대하여 엄정한 양형을 한 것과 일사부재리원칙에 근거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처벌받은 부분에 대하여 재차 살인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본 것은 타당하다. 실정법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법원의 주된 임무여서 범죄의 진압과 관련하여 입법론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아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나, 실정법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목적이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고 본다면, 이 또한 법원의 임무라고 본다. 불특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생명권 침해라는 중대한 법익침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이 사건 신종 보험사기 범죄를 접한 마음의 충격을 전하면서 부족한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200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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