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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8두37700, 37980 판결 -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약탈적 가격인하와 이윤압착 문제
[사건경위] 1. 사실관계 2000년대 초 인포뱅크가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처음 출시하였고, 이후 수요가 폭증하자, 다른 중소기업들 뿐 아니라 삼성에스디에스,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원고 엘지유플러스(LGU+), 원고 케이티(KT) 등 대기업들도 기업메시징서비스 생산공급자 또는 재판매업자로서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 신규 진입하였다. 다음카카오는 자사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2014년부터 출시하였다. 기업메시징서비스 대량 수요처는 입찰 방식 등을 통하여 가격인하 경쟁을 유도하였고, 원고 엘지유플러스와 원고 케이티는 각자 대형 고객 유치를 위해 개별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부가통신사업자들보다 낮게 설정하였고(이하 '이 사건 가격설정'), 이로 인해 원고들과 경쟁관계에 있었던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영업 부진을 겪었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2015년 2월 공정위는 이 사건 관련상품시장을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로만 정하고, 원고들 각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된다는 전제에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 사건 가격설정은 이동통신 3사의 전송서비스 가중평균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의한 부당한 경쟁자 배제(즉, 부가통신사업자 배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에게 과징금납부명령과 시정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3. 원심판결 2018년 1월 서울고등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효율적인 경쟁자가 당해 거래 당시의 경제 및 경영상황과 해당 시장의 구조, 장래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선택하였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현실적인 가격'이라고 하고, 공정위가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주장한 가격이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고, 예비적으로 보더라도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4. 대상판결 2021년 6월 대법원은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판결요지 ] 대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 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평석요지 ]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평석] 1. 문제의 소재 이 사건에는 시장지배력 존부 및 경쟁제한성 존부를 판단하기 위한 관련시장 획정 단계에서부터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되었다는 문제가 있다. 설령 관련시장에서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엘지유플러스에게는 케이티가 유력 경쟁자이고, 케이티에게는 엘지유플러스가 유력 경쟁자이고, 원고들 모두에게 카카오가 유력 경쟁자이고 에스케이텔레콤이 잠재적 경쟁자인 상황에서, 원고들이 각자 단독으로 어떻게 시장지배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인지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하나의 관련시장에서 복수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 각자 단독으로 시장지배력을 형성하여 각자 남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 유럽연합,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비교법적 사례는 물론이고 경제학 이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독창적인 내용이다. 한편 경쟁법상 약탈적 가격인하(predatory pricing) 문제와 가격·이윤압착(price/margin squeeze) 문제는 서로 구별된다.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가격압착은 1940년대 미국에서 처음 문제되었고, 유럽에서는 2000년대부터 이윤압착이라는 용어로 문제되었다. 약탈적 가격인하는 미국에서 1911년 Standard Oil 판결, 이윤압착은 1945년 Aloca 판결에서 최초로 인정된 이래 오늘날까지 양자의 경쟁법상 쟁점이 다르기 때문에 판례와 학설 모두 양자를 구별해왔다. 원래 의미의 이윤압착은 상방시장의 높은 가격설정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고, 하방시장의 낮은 가격만 문제되는 경우는 이윤압착이 아니라 약탈적 가격인하가 문제된다. 이 사건 가격설정은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설정이 아니므로(엘지유플러스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상시킨 적이 없고, 케이티는 오히려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하시켰다), 이윤압착으로 볼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을 이윤압착으로 잘못 전제하였고, 대상판결이 제시한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경쟁법 기본 원리에 비추어볼 때 극히 이해하기 어렵다. 2.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해석론 시장지배력 남용의 하위 유형인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은 약탈적 가격인하로서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는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 없으므로 이윤압착으로 해석될 수 없다. 첫째, 가격(이윤)압착이란 '상방시장에서 독점력을 가진 수직통합사업자가 (i) 상방시장에서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거나 또는 (ⅱ) 상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고 하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낮게 설정함으로써 경쟁자가 하방시장에서 존속하는데 필요한 이윤을 없애거나 감소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격(이윤)압착 문제에서 '너무 높은 가격 또는 너무 낮은 가격'이란 관념은 미국과 유럽에서 소송 목적에서 주장된 것일 뿐, 높은 또는 낮은 가격의 기준에 관한 엄밀한 경제이론이나 객관적 판단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윤압착 문제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처럼 상방시장에서 거래의무 존부와 하방시장에서 약탈적 가격인하 문제로 나누어 접근해야 가격경쟁이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오판되는 위험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연방법무부도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link Line 사건 정부 의견서에서 종전 Aloca 판결이 이윤압착의 근거로 제시했던 공정가격과 생존이윤 개념은 너무 모호하고 측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장경쟁과 소비자후생과 관련성이 없다고 비판하였다. EU법원은 미국과 달리 이윤압착을 독자적인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경쟁제한 오판 위험성을 지적하는 유럽 학자들도 있다. 둘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가격으로 계속 판매하고 있다면, 외견상 가격인하 경쟁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경쟁자를 퇴출시키고 신규진입을 봉쇄하여 관련시장을 독점한 뒤 경쟁이 제한된 상태에서 추후에 가격을 대폭 인상시켜 독점이익을 얻기 위한 약탈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를 약탈적 가격인하 시나리오라고 하는데, '손실을 초래하는 가격'을 일반적으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하므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독점규제법에는 배타조건부거래처럼 동일한 행위 유형이 제23조의 불공정거래행위와 제3조의2 제1항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모두 규정된 경우도 있으므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 불공정거래행위의 하위 유형인 부당염매 조항(독점규제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관련 [별표 1의2] 제3호 (가) 목에 규정되어 있다고 해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3. 부당성(경쟁제한성) 판단기준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인한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경쟁제한성 증명 책임을 부담하는 공정위는 애당초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증명한 바 없다. 이 사건 처분 의결서에서 공정위는 "단기적으로는 피심인의 저가 판매행위로 인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가격인상, 서비스 품질 저하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거나 "피심인은 이 사건 행위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사업자가 배제된 이후에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이 사건 행위 과정에서 직면했던 손실을 보전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제한성을 막연히 주장했을 뿐이다.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중장기적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먼저 원고들이 약탈적 가격인하 담합으로 부가통신사업자를 모두를 퇴출시키고, 카카오는 물론이고 에스케이텔레콤 등과 같은 잠재적 경쟁자의 신규진입을 완전히 봉쇄한 다음에, 가격인상 담합까지 성공해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성공 가능성은 공동행위에서도 극히 희박하고 단독행위에서는 아예 불가능하다. 4. 결론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여하튼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공정거래
시장지배
독점
기업메시징서비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2022-06-20
가사·상속
김상훈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유언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의 의미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231511 판결 Ⅰ. 사실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1937년 12월 3일생으로 2011년 12월 12일 삼성창원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후로 병원생활을 계속하던 중 2012년 11월 9일 사망하였다. 망인의 상속인으로 그의 처인 원고 B, 자녀인 원고 C, D, E 및 피고 F가 있다. 망인이 사망하기 전인 2011년 12월 20일 공증인가 S법무법인에서 ‘망인은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을 장남인 F에게 유증한다. 단, F는 상속등기 후 10년 이내에 차남인 C 및 삼남인 D에게 각 3000만원, 딸인 E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한다. 처인 B에게는 B의 사망시까지 매월 말일에 60만 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고 한다)가 작성되었다. 위 공정증서에 의하면, 망인은 자필서명이 어려워 공증인 K와 증인들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공증인이 대신 서명, 날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원고들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없었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 규정된 방식에 위반하였고, 또한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유언이라고 볼 수도 없어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Ⅱ. 판결요지 1심에서는 “이 사건 공정증서의 유언자란에 망인이 직접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하지 않고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는데, 당시 망인은 팔에 링거주사를 맞고 있었을 뿐 침대에 양손이 결박된 상태로 있지 않아 의식이 명료하였다면 굳이 공증인에게 서명과 날인을 대신하도록 할 필요가 없었던 점 등 위 공정증서 작성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취지가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서 요구하는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대법원의 판시요지는 다음과 같다.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 망인은 이 사건 유언 당시 오른 팔에 주사바늘을 꼽고 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관계로 일어나 이 사건 공정증서에 서명을 할 수 없어, 망인의 의사에 따라 공증인이 그 사유를 적고 망인을 대신하여 이름을 쓰고, 망인의 도장을 날인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공정증서는 민법 제1068조에 규정한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Ⅳ. 해설 1.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68조). 그런데 공증인법은, 공증인과 참석자는 각자 증서에 서명날인하여야 하고, 참석자로서 서명할 수 없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유를 증서에 적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이 사건의 1심 법원은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명(署名)이란 자기 고유의 필체로 자기의 이름을 제3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쓰는 것을 말하고, 기명(記名)이란 단순히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적어야 하지만, 기명은 다른 사람이 대리해서 적거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기명의 경우에는 본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날인이 함께 요구된다. 이 사건의 경우 공증인 K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자를 대신하여 유언자의 이름을 기재했더라도 유언자의 날인이 있으므로 비록 ‘서명’에는 해당되지 않을지라도 ‘기명날인’의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법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공증인법은 서명날인을 요구하면서 유언자가 서명을 못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기명날인의 방식을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기명날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민법과 공증인법에 따라 당연히 유효하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공정증서는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위암이 악화된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는 경우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대신 서명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최고재판소 1962. 6. 8, 집 16-7, 1293면). 학설 역시 기명날인은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고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을 때에는 공증인이 부기하고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대신’하는 것은 서명이 아니라 기명날인이다.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이며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는 성명의 자서와 날인을 요구한다(제1066조). 성명의 자서란 스스로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로서 서명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 유언자가 날인은 하지 않고 서명만 한 경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작성하면서 만약 유언자가 서명만 하고 날인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공증인 앞에서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유언자가 도장을 가지고 오지 않았고 공증인도 민법에 따르면 유언자의 서명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해서 이를 간과하는 일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민법에 따라 유효한 유언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증인법에 따라 무효라고 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는 민법과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의 모태가 되었던 일본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에도 유언자가 ‘서명날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서명날인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에 갈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969조 제5호). 그리고 일본 공증인법은 일본 민법과 같이 공증인과 열석자의 서명날인을 요구하고 열석자 중에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이 날인하도록 하고 있다(제39조 제3항 및 제4항). 즉 일본에서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이 민법이나 공증인법이나 모두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문제가 없다.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부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구했다(제1068조). 그런데 그 후에 제정된 공증인법에서는 서명날인을 요구했고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도록 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 관한 민법의 규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의 공증인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 발생한 입법상의 오류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민법처럼 우리 민법을 공증인법과 일치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러한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해석론으로는 공증인법이 민법보다 나중에 제정되었다는 점(신법 우선의 원칙), 민법이 일반법이라면 공증인법은 공증에 한정된 법이라는 점(특별법 우선의 원칙)에서 공증인법상의 보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3. 비교 판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 요건과 관련하여 이 사건과 비교해볼만할 판례가 있다. “다른 사람이 사지가 마비된 유언자의 손을 잡고 공정증서 말미용지에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한 행위만으로는 유언자의 서명날인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21802 판결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 유언자의 이름을 적고 날인한 것은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하는 것은 무효라고 보는 것은 다소 모순된 느낌이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유언자를 대신해서 이름을 적는 것은 분명히 기명에 해당하지만,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을 하게 하는 것은 기명이나 서명 어느 것으로 보기에도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명’과 ‘기명’에 관한 개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그러한 행위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유언자의 의사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설사 다른 사람이 기명날인을 하던, 유언자가 서명, 날인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도와주던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 비교 판례에서 대법원이 유언장을 무효라고 본 것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여 그러한 유언이 유언자의 진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공정증서
유언
서명날인
2017-05-30
조국 교수(서울대 로스쿨)
MBC 이상호 기자의 '삼성 X파일'의 보도 사건
I. 들어가는 말 2005년 보도된 '삼성 X파일'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 그룹 회장 비서실장, 중앙일보 회장이 특정 후보에게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검찰 고위간부에게 '떡값'을 제공하자고 공모하는 대화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의 비밀조직이 불법적으로 도청한 파일이다. 이러한 불법을 범한 관련자들은 공소시효가 경료하여 처벌될 수 없었다. 그러나 '삼성 X파일'을 입수하여 보도한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제1심 무죄판결 및 제2심 징역 1년과 형 선고유예 판결 이후 대법원은 유죄판결을 확정하였다. 2010년 12월 16일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 피고인측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진술한 바 있다. 이 사건의 헌법적 쟁점은 '통신비밀의 보호와 언론의 자유라는 두 가지 헌법적 기본권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며, 형법적 쟁점은 '불법 감청·녹음에 관여하지 않은 언론이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가'이다. 대법원의 8 대 5 다수의견은 위법성조각을 인정하지 않았다. 필자는 소수의견에 동의하고 있는 바, 이하에서는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평석을 전개한다. II. 통신의 비밀보호와 언론의 자유의 균형? 다수의견은 불법도청에 관여하지 않은 언론의 도청결과물 보도의 위법성조각의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설정하였다. 다수의견이 설정한 첫 번째 요건이 특히 문제이다. 이 요건은 (i)그 보도의 목적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 자체를 고발하기 위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경우, (ii)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면 공중의 생명겱택펯재산 기타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등과 같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 등 두 가지로 구성된다. 도청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점을 보도할 경우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부수적으로 공개될 수밖에 없는 바, (i)의 경우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ii)의 경우이다. 다수의견이 상정하고 있는 허용상황은 임박한 범죄모의 통신 또는 대화로 사실상 한정된다. "기타 공익"이라는 포괄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문언해석상 이 경우도 그 앞에서 예시적으로 제시된 "공중의 생명·신체·재산"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한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와 같은 수준의 긴급한 상황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다수의견의 기준에 따르면 특정 대권후보에게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검찰 고위간부에게 '떡값'을 제공하자고 공모하는 '삼성 X파일'의 대화내용은 공개가 허용되는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삼성 X파일'의 내용처럼―소수의견이 제시한 요건인―"통신비밀의 내용이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과 여론의 형성을 요구할 만한 중요성"을 갖고 있더라도 그 내용의 보도는 위법성조각을 검토할 여지가 애초부터 봉쇄되는 바, 언론의 자유의 범위는 대폭 축소된다. III. 중대범죄를 모의한 공적 인물의 인격권에 대한 과잉보호 1. 인색한 사회상규성 판단 대법원이 여러 판결을 통하여 정립한 사회상규성 인정요건은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 다섯 가지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긴급성 인정의 요건을 매우 좁게 설정하고 있다. 필자는 정당행위의 긴급성은 정당방위가 요구하는 엄격한 '현재성'이 아니라 긴급피난이 요구하는 느슨한 '현재성'과 유사하게 이해되어야 하고 주장한 바 있다. 긴급피난에서는 '지속적 위험'(Dauergefahr), 즉 과거부터 계속된 침해가 앞으로도 반복된 우려가 있는 상황이 인정되면 위난의 현재성이 충족된다. '삼성 X파일' 사건의 경우를 보면, 1997년 대선 이후 8년이 지났지만 권·언·검의 유착문제는 보도시점까지 계속 문제가 되고 있었고, '삼성 X파일' 속의 등장인물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해지면서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될 가능성이 존재하였던 반면, 권·언·검의 유착을 해결할 법적·제도적 장치는 취약 또는 부재하였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볼 때 긴급성 요건을 충족된다. 한편, 다수의견은 이상호 기자가 '삼성 X파일' 소지인에게 사례비를 지급했다는 점을 주목하는 데, 이는 이 기자가 '삼성 X파일' 관련 범죄를 고발하는 공익이 아니라 특종이라는 사익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러나 취재사례비는 언론계의 관행이며 불법도 아니다. 이 기자는 1,000달러를 문화방송의 자금으로 지급하고 영수증까지 발부하였던 바, 사례비 지급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보도행위의 동기와 목적이 완전히 공익을 위한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종을 내겠다는 사적 동기와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보도행위 전체를 파악하여 공익적 동기와 목적이 지배적이라면 그 정당성은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이상호 기자의 보도가 녹음테이프 원음의 직접 방송, 녹음테이프에 나타난 대화 내용의 인용 및 실명의 거론을 금지하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가처분결정을 위배하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 가처분결정은 도청자료의 존재나 그 내용에 대한 보도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문화방송은 녹음테이프의 원음을 공개하는 대신 안기부 작성의 녹취보고서를 중심으로 도청자료의 존재 및 그 내용을 보도하였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실명공개의 상당성과 보충성이다. 이번 사건에서 이상호 기자의 보도로 통신의 비밀이 침해된 사람들은 모두 공적 인물이었고, 그들이 나눈 대화내용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모의였으며, 그들의 실명은 다른 언론의 보도 및 법원의 가처분결정 과정에서 이미 공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기자의 실명공개가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했고 보충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파악하는 것은 중대범죄를 모의한 공적 인물의 인격권에 대한 과잉보호이다. 물론 이상호 기자의 보도가 실명을 공개하지 말라는 가처분결정의 일부를 위배한 것은 사실이나, 언론의 자유의 의미를 고려할 때 가처분이라는 잠정적 사법판단 위배를 형사불법으로 바로 연결시키는 논리는 동의할 수 없다. 게다가 '삼성 X파일' 보도 당시 시점에는 가처분결정이 확정된 것도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더욱 그러하다. 2. 형법 제310조의 유추적용 형법 제310조에 따라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경우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 처벌되지 않는다. 특히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공적 인물이고 언론·표현 행위가 공적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완화된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김일성 조문편지' 결정에서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1999. 6. 24. 97헌마265 결정). 그리고 대법원도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히면서, 명예훼손죄를 사용한 언론의 자유 제약을 경계한 바 있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4889 판결). 물론 통비법 위반죄와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보호법익과 구조가 다르다. 전자는 통신의 비밀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후자는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전자는 불법하게 획득한 통신비밀을 공개·보도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적시된 사실을 어떻게 획득했는지를 묻지 않는다. 그러나 양 죄의 보호법익은 모두 인격권에 속하며, 이 법익침해의 주체가 언론일 경우 침해되는 법익과 언론의 자유 사이의 형량이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볼 때 불법 감청·녹음에 관여하지 않은 언론이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형법 제310조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위법성조각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Ⅳ. 다수의견의 우려에 대한 답변 다수의견은 통신의 비밀 보호 쪽으로 강하게 치우친 정당화요건을 설정하고 '삼성 X파일'의 보도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이러한 보도행위가 허용될 경우 발생할 가상 상황을 염려하고 있다. 즉,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공적 인물의 통신과 대화를 불법도청한 후 그 내용을 도청과 관계없는 언론 등 제3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하여 공개하는 것도 정당화되어 결국은 통신의 비밀 침해가 예방·방지될 수 없다는 우려이다. 먼저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는 불법도청을 행한 국가기관 종사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다. '삼성 X파일'과 같이 공소시효가 경료할 때까지 범죄인을 방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다수의견이 우려하는 가상 상황은 '삼성 X파일' 보도사건과 달리 국가기관이 통신 또는 대화의 공개를 위하여 의도적으로 언론을 이용한 경우이다. 이 때 언론의 보도행위는 국가기관의 불법도청의 연장으로 보아야 하며, 보도행위의 상당성 평가는 '삼성 X파일' 보도의 경우와 달라져야 한다. 요컨대, 다수의견이 상정하는 가상 상황의 경우는 사회상규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이는 소수의견의 상당성 판단요건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다.
2012-02-23
강위두 부산대 법대 명예교수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Ⅰ. 사실관계 피고 A는 삼성전자로부터 75억원을 받아 이를 당시 대통령인 노태우에게 공여하였고, 또한 삼성전자는 중전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각각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이천전기의 인수, 그 발행신주의 인수, 지급보증 또 그 발행신주의 인수를 하였으나 마침내 이천전기가 퇴출되었으며, 그리고 삼성전자는 주당 액면가인 1만원에 취득한 삼성종합화학 주식 2,000만주를 주당 2,600원에 매각하였다. 이에 甲 외의 21명의 원고들은 A 외 10명의 피고들에 대하여 삼성전자에 손해를 배상할 것을 청구하였다. Ⅱ. 판결요지 및 평석 1. 서 설 이 건에서는 ①피고 A의 뇌물공여, ②이천전기의 인수 및 그 발행의 신주인수, ③삼성종합화학 주식의 저가매각의 세 가지가 문제된다. 위의 ①에서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상399조)의 요건과 그 해제(상450조) 특히 책임의 요건인 이사의 임무해태 즉 대표이사·업무담당이사·비상근이사의 임무해태가 문제되고, ②와 ③에 있어서도 이사의 임무해태를 비롯하여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이른바 경영판단의 법칙의 도입, 책임을 부담하는 이사의 범위, 감사의 책임 등이 문제된다. 그러나 이 건의 판결에 있어서 책임부담이사의 범위와 이사의 책임의 해제는 문제가 없다고 여겨지므로 논외로 하고, 여기에서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의 요건으로서의 이사의 임무해태, 경영판단의 법칙, 감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에 관하여서만 고찰하기로 한다. 2. 이사의 책임의 요건 (1) 법령 또는 정관의 위반행위 이사가 개별적·구체적인 법령 또는 정관의 규정에 위반하여야 한다. 이 건의 뇌물공여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A가 삼성전자로부터 75억원을 받아 이를 위 노태우에게 뇌물로 공여한 행위는 형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상법 제399조 소정의 법령에 위반한 행위이고 …」라고 판시하여, 형법규정의 위반도 본조의 법령위반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본조의 이사의 책임은 이사의 강대한 직무권한의 남용을 방지하고 직무집행의 공정을 확보함으로써 회사의 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므로, 본조의 법령은 주식회사법상 회사의 재산의 보전을 위하여 이사의 임무를 정한 규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A가 노태우에게 뇌물을 공여한 것은 본조 소정의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이는 회사의 정관 소정의 목적범위 외의 행위로서 회사의 정관규정의 위반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2) 임무해태 가) 서 설 본조에 있어서 이사의 임무해태는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상382조 2항, 민681조) 내지 충실의무(상382조의 3)에 위반하여 업무집행을 하는 것이다. 이사의 임무는 이사가 대표이사인가, 업무담당이사인가 또는 비상근이사인가에 따라 다르고, 따라서 그 임무해태도 대표이사인가, 업무담당이사인가 또는 비상근이사인가에 따라 다르다. 나) 대표이사의 임무해태 ①선관주의로 업무집행할 의무의 위반 대표이사는 회사의 대표로서(상389조 1항)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상389조 3항, 209조 1항), 또 그 반면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이러한 모든 업무를 집행하여야 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뇌물공여의 건에 있어서 피고 A가 위 노태우에게 금전을 뇌물로 공여하고 이를 교제비 등의 명목으로 회계처리한 것은 당시 대표이사인 피고 B가 선관주의의무에 위반하여 정관 소정의 목적범위 외의 행위를 하고 이를 부당회계처리한 것이므로, 이 건의 뇌물공여는 피고 B가 그 업무를 집행함에 있어 중대한 임무해태를 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건 판결이 뇌물공여에 관하여 피고 A에 대하여서만 책임을 추급하고 피고 B에 대하여 아무 책임을 추급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이천전기인수의 건에 있어서 삼성전자로서는 중전사업이 필요한 사업인데도 국내에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게다가 신규로 중전사업을 시행하려면 시장개척·기술도입·제품개발을 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당시로서는 중전사업의 기존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판단할 수 있고 또한 이천전기의 인수 직후 IMF가 들이 닥쳐 그 경영여건이 악화되어 손실을 입었으나 이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였던 불가항력적 상황으로서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은 당시의 상황하에서 이천전기를 인수한 것은 피고 B가 대표이사로서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결하여 업무집행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피고 B가 불과 8월 전에 주당 액면가인 1만원에 매입하였고 또 당시 주당 5,733원으로 평가되는 삼성종합화학의 주식 2,000만주를 주당 2,600원에 저가로 매각한 것은 비록 삼성전자의 첨단 설비의 투자자금을 조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대표이사로서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업무집행을 한 것이라 할 수 없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②선관주의로 감시할 의무의 위반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이 적정하게 행하여졌는지 감시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대표이사는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에 대하여 감시권을 가지며, 특히 대표이사는 직제상 하위의 업무집행자인 다른 업무집행자에 대하여 지휘감독권을 가진다. 뇌물공여의 건에 있어서 피고 A가 뇌물을 공여하는 것을 피고 B가 저지하지 못한 것은 대표이사로서 그 감시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인데도, 이 건의 판결에서 피고 B에 대하여 책임을 추급하지 않는 것도 부당하다. 다) 비상근이사의 임무해태 이 건의 이천전기 인수에 관한 판결에서는 “이천전기의 재무상황으로 보아 그 차임규모가 더 증대될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고 또 이천전기의 인수에 따른 위험이 통상 감수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었는데도 이러한 상황을 검토하지 않고 또 자료의 제시도 받지 않고 1시간의 토의로 이천전기의 인수를 결의한 것은 이사들이 합리적인 통찰력을 다하여 적절한 판단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삼성전자 이사회의 1997. 4. 2 과 같은 해 4. 3. 이천전 발행의 신주인수결의도 위의 제반사정에 대하여 검토하지 않았으므로, 이 결의에 참석한 이사도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이천전기의 인수결의와 그 발행신주의 결의는 이사가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천전기의 인수를 결의한 1997.3.14. 삼성전자의 이사회에는 중전사업의 인수의 필요성과 추진방법을 설명한 ‘중전사업참여방안’이라는 자료만 제출되어 있고 다른 자료가 없어, 비상근이사와 다른 업무담당이사는 이천전기의 불량한 재무상황, 장차의 투자예상금액, 퇴출대상기업으로 선정 등을 예상할 수 없었고, 특히 상법상 이사회 결석이사는 책임을 지지않는데도(상399조 3항) 출석이사는 제출된 자료만으로 심의·결의하였다고 하여 책임을 지우는 것은 심히 형평에 반한다. 그러므로 이 건의 판결에서 이천전기 인수의 결의에 참석한 비상근이사가 그 임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것은 부당하다. 그리고 이 건의 삼성종합화학 주식매각에 관한 판결에서 “삼성종합화학의 주식가치는 삼성종합화학의 순자산의 가치의 점에서 보아도 2,600원을 상회하고, 이사회의 결의의 자료가 된 안진회계법인의 삼성종합화학의 주식의 평가는 상속세법시행령에 의한 것이고, 그 주식가치가 1994.4에서 매각시점인 같은 해 12.까지의 기간에 4분의 1의 수준으로 하락할 만한 다른 사정이 없고, 1993.6.에 삼성종합화학의 주식이 삼성전관에 6,600원에 거래된 바 있고, 이사회가 불과 1시간의 토론 끝에 2,000만주를 주당 2,600원에 처분하는 결의를 한 것은 피고 이사들이 이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매각결의는 이사로서의 임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무엇보다 주당 액면가인 1만원에 매입한 주식의 가치가 그 8월 후에 무려 그 4분의 1에 가까운 2,600원으로 폭락하였다면 마땅히 그 폭락의 원인, 최근의 매각사례, 그 주식의 현재의 거래가액 등을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도, 위 이사회가 단지 안진회계법인이 상속세법시행령에 의하여 평가한 자료에 따라 주식매각을 결의한 것은 비상근이사와 업무담당이사로서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감시의무를 다한 것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이 건의 삼성종합화학 주식매각에 관한 판결에서 비상근이사와 업무담당이사의 책임을 물은 것은 정당하다. 4. 경영판단의 법칙 (1) 의의 ‘경영판단의 법칙’은 이사가 합리적인 정보에 기하여 성실하게 판단하여 한 행위는 비록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인정되더라도 사기, 위법 또는 이익충돌이 없는 한, 법원은 그 이사의 경영판단과 행위에 대하여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영판단의 법칙은 미국의 판례에서 발전된 법리이다. (2)적용상의 문제점 이 건의 이천전기의 인수에 관한 판결에서는 “삼성전자의 이사회가 이천전기의 인수를 결의한 것은 이사들의 충분한 정보에 기하여 합리적인 통찰력을 다하여 적절한 판단을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의 인수결의는 경영판단으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또 이건의 삼성종합화학 주식매각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이사들은 합리적인 자료를 토대로 충분히 검토한 후 매각결의에 찬성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경영판단으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우리 회사법에 경영판단의 법칙의 도입을 인정하면서 다만 피고 이사들의 충분한 정보의 흠결, 합리적인 통찰력의 흠결, 자료검토의 흠결 등의 적용요건의 흠결을 이유로 그 적용을 부정하였다. 물론 경영판단의 법칙을 도입하여 적용하면 이사는 크게 보호될 것이나, 그렇게 되면 이사의 임무해태에도 불구하고 이사가 그 책임을 면하는 경우가 있어 본조의 이사의 임무해태시의 책임의 과실책임성에 반한다. 또한 경영판단의 법칙의 도입론자는 그 논거로서 이사가 경영전문가로서 전문지식을 가지고 내린 판단에 대하여 반드시 그러한 전문지식을 가졌다고 할 수 없는 법관이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다른 모든 전문적 직업인의 행위에도 이와 같은 법칙의 적용을 확대 인정하여야 하여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경영판단의 법칙은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전문경영인체제가 확립되어 있는 미국에서 발전한 법리인데, 기업경영의 형태와 소유구조가 판이한 우리 나라에서 이 법칙을 그대로 도입하는데는 문제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에서는 물론 재벌계열의 대기업에서도 대부분 지배주주 중심의 가족경영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경영판단의 법칙을 도입하여 이들에게 경영실패의 책임을 면하게 하면, 경영에서 소외된 소수주주와 채권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경영판단의 법칙을 도입하려면, 그에 앞서 그 적용의 근거, 적용요건, 적용범위 등에 관하여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5. 감사의 책임 감사가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414조 1항). 감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대표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사하여야 하고(상412조 1항, 415조, 382조 2항), 이 의무에 위반한 때에는 그 임무해태로 된다. 이 건의 판결에서는 감사인 피고 K의 책임을 묻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 건의 뇌물공여와 주식저가매각은 명백히 대표이사의 부적정한 업무집행인데도 문맥상으로 보아 피고 K가 감사보고서나 감사록에 위의 뇌물공여와 주식저가매각이 부적정하다는 기재를 한 것 같지 않고 또 주주총회에 제출할 재무제표·영업보고서를 피고 K가 조사하여 위의 업무집행이 부적정하다는 의견진술을 한 것 같지 않은데 이는 피고 K가 감사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결산감사 내지 상시감사를 하여야 할 감사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고, 또한 피고 K가 이사회에 출석하여 위의 업무집행이 부적정하다는 의견을 진술하지 않고 또 위의 부적정한 업무집행으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데도 이사회에 보고 또는 이사위법행위유지청구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는데 이것도 감사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감사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 K는 회사에 대하여 책임이 있고 또는 이사인 피고들과 외부감사인도 책임이 있으므로, 이들 이사·외부감사인과 연대하여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6. 결 론 이 건의 뇌물공여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A에게, 또 이천전기 인수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B, C, D, E, F, G, H, I에게 그리고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매각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J, C, G, H, I에게, 각각 연대하여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것을 판결하였다. 그러나 뇌물공여에 관한 판결에 있어서는 피고 A에 대하여서만 책임을 추급하고 대표이사인 피고 B에 대하여 아무 책임을 추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고, 이천전기의 인수에 관한 판결에 있어서는 대표이사인 피고 B와 결의에 출석한 여타의 피고 이사들이 임무해태를 해태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그 책임을 추급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나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매각에 관한 판결에 있어서는 대표이사와 결의에 출석한 여타의 피고 이사들에게 책임을 추급한 것은 정당하다.
2002-03-18
강위두 부산대 법대교수
주주총회 결의취소의 소와 법원의 재량기각
Ⅰ. 사실관계 1. 피고은행의 경영개선조치 피고 (주)제일은행(이하 피고은행이라 함)은 거래기업체이던 한보, 삼미, 기아 그룹 등의 부도로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대내외의 신인도가 하락하자, 피고은행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그 보유부동산을 매각하고 점포를 통폐합하고 인원을 감축하고 한국은행으로부터 특별융자를 받는 등의 경영정상화계획을 시행하였다. 그래도 피고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2.74%까지 하락하자, 금융감독위원회는 피고은행에 대하여 경영개선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피고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판정하고 피고은행에 자본감소를 명하고 또 정부에 대하여 피고은행에 출자할 것을 요구하였다. 피고은행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자본감소를 하고(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12조 4항)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에 신주를 발행하였으며 또 성업공사에 부실채권을 매각하여 자본비율이 8.1%로 향상되었다. 2. 주주총회의 결의의 하자 피고은행의 발행주식총수는 1억 6,400만주이고, 그 중 의결권 있는 주식은 1억 4,927만주이다. 의결권 있는 주식 중 40.19%인 6,000만주는 증권예탁원의 명의로 명의개서되어 있고, 증권시장안정기금과 소외 대한생명보험(주)가 그 4.39%인 656만주를, 소외 삼성생명(주)가 그 4.29%인 640만 6,957주를, 또 교보생명(주)가 그 2.64%인 393만 8,614주를 각각 소유하고 있었다. 피고은행의 정기총회에 출석한 주식수는 참석장이 작성된 주식이 4,021만 6,648주이고 위임장에 의한 대리출석 주식이 7,427만 8,082주로서, 합계 1억 1,449만 4,730주였다. 이 중 소외 CMB-CAP REAM등 5개 회사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약 2.7%인 415만 2,160주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그 의결권의 행사를 소외 홍콩은행에 위임하고 모든 의안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피고은행의 행장 직무대리인 소외 이세선이 총회의 의장으로서 이사·감사선임의 건을 상정하고 주주들에게 그 선임방법에 관한 의견을 묻자, 주주인 소외 이정해가 의장이 제청하는 복안대로 통과시키자고 동의하고 이에 위 의장이 소외 이기호 등의 이름을 들어 그 후보자를 제청하였다. 일부 주주가 위 통과에 반대하여 발언권을 요구하는데도, 위 의장은 이를 묵살하고 찬반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위 후보자들이 이사·감사로 선임되었다고 선포하였다. 이에 원고는 주위적 청구로서 결의무효의 확인을 구하고 예비적 청구로서 결의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피고은행은 상법 제379조에 의하여 원고의 결의취소의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판결은 주위적 청구는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으며, 서울고등법원판결은 원심의 주위적 청구의 기각을 인용하고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서는 원고의 결의취소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결의취소의 하자에 관하여서는 원심판결과 서울고법판결이 다같이 인정하고 있고, 법원의 재량기각에 관하여서는 판시를 달리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법원의 재량기각에 관하여서만 고찰하기로 한다. Ⅱ. 판결요지 1. 원심판결 원심판결은「상법 제379조에 의한 재량기각은 총회결의에 사소한 하자가 있고 그것이 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이 명백하며, 그 결의를 취소하여도 회사나 주주의 이익이 되지 않는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아 결의의 취소가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허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건 결의의 하자가 다수의 주주에 의한 결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불명확한 정도의 하자라면 이는 경미한 하자로서 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은행의 주장은 부당하다.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에 소수주주를 비롯한 주주들로 하여금 총회에서 실질적인 경영감독을 할 수 있게 하고 적정한 총회의 운영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피고은행등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능가하므로 이 건 결의를 취소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피고은행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법판결은『이 건 이사·감사 선임결의가 절차상의 하자로 인하여 취소될 경우, 그 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행한 정상화계획의 마련, 한국은행으로부터의 특별융자, 자본감소의 조치,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의 출자, 성업공사에 부실채권의 매각 등이 모두 무효로 되어 피고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경영개선조치가 있기 이전인 -2.74%의 상태로 될 것이다. 피고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위 개선조치 이전의 상태로 하락하면 24조원에 달하는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지고 그에 따라 지급불능상태로 되고 금융감독원이 업무정지나 폐쇄조치를 명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피고은행은 도산하고 주주·일반예금자들이 불이익을 입게 됨은 물론 피고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의 신인도까지 떨어져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건 결의를 취소하더라도 피고은행·주주 나아가 일반국민에게 아무 이익이 되지 않고, 오히려 피고은행·주주에게 손해가 되거나 일반거래의 안전을 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건 결의에 하자가 있으나, 이를 취소하는 것은 부적당하므로 상법 제379조에 의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하였다. Ⅲ. 평 석 1. 서설 결의취소의 소가 제기된 경우에 결의의 내용, 회사의 현황과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그 결의의 취소가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법원은 그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상379조). 이러한 법원의 재량기각은 실제상 해가 없는 경미한 하자를 이유로 주주가 결의취소의 소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여 주주·회사의 이익과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정동윤, 회사법, 396면). 2. 요건 (1)결의취소의 소의 제기 법원의 재량기각은 결의취소의 소가 제기된 경우에만 인정되고(상 379조), 결의무효확인의 소나 부존재확인의 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다. (2) 하자의 경미 상법은 법원의 재량기각을 인정하면서 그 기준을 명시하지 아니하여 기준제한설과 기준무제한설이 대립해 있다. 가) 학설 기준제한설은 본조의 입법취지가 「결의취소의 소는 사실상 해가 없는 사소한 결점을 이유로 제기될 수 있고 그 취소의 결과가 불필요하게 회사에 손해를 주고 일반거래의 안전을 해할 염려가 있으므로, 결의의 취소가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법원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하고, 따라서 결의취소의 원인이 있더라도 그 정도가 경미하고 결의취소가 회사나 주주의 이익으로 되지 않으며 또 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분명한 때에는 그 취소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이윤영, 논점상법, 277면). 그러나 기준무제한설은 본조가 구체적인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그 하자가 경미하지 않고 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더라도 결의의 결과 형성된 기성사실이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여 결의를 취소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그 취소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박삼봉, 최기원 교수 화갑기념 상사판례연구(Ⅰ), 472면). 나) 검토 기준제한설은 본조의 입법취지에 따라 하자가 경미한 경우에만 법원의 재량기각권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하고, 기준무제한설은 본조의 법문을 문리해석하여 법원에 광범위한 강제조정적 성질의 재량기각권을 인정한 것이라고 한다. 생각컨대 본조 법문의 문리해석에 의하면 법원에 광범위한 강제조정적 성질의 재량기각권을 부여한 것처럼 보이나, 하자가 중대한 경우에도 법원의 재량기각을 인정하여 결의취소의 소의 청구를 기각하고 그 결의를 유효로 하게 되면, 상법이 총회의 운영을 엄격하게 규제하여 총회의 적정한 운영을 기함으로써 주주와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 반한다. 그리고 법원의 재량기각은 주주가 실질적으로 피해가 없는 사소한 하자를 내세워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소권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원의 재량기각은 그 하자가 경미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기준제한설). 법원의 재량기각의 기준에 관하여 원심판결은「결의가 있었는지 불명확한 정도의 하자라면 이를 경미한 하자로서 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은행이 원고청구의 기각을 주장하는 것은 부적당하다」고 판시하여 기준제한설을 취하였고, 또 서울고법판결은「이 건 결의의 하자는 그 결의의 과정에서 결의에 찬성하는 주주들의 주식수를 정확히 계산하지 아니하여 결의정족수를 충족하였는지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으로서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고 판시하여 역시 기준제한설을 취하였다. 원심판결과 서울고법판결은 다같이 기준제한설을 취하면서다만 출석주주의 주식수를 계산하지 않은 하자에 관하여 원심판결은 경미한 하자가 아니라고 하고 서울고법판결은 경미한 하자라고 하였다. 다) 경미한 하자의 의미 결의의 하자가 경미하다고 하는 것은 법령 또는 정관에 의하여 주주에게 보장된 실질적 이익을 해하지 않는 정도의 작은 하자로서, 주주가 이러한 작은 하자를 이유로 소를 제기하는 것이 소의 이익이 없거나 권리남용으로 되는 경우에 가까운 것을 말한다. 이 건 총회에서 위 의장이 반대주주들의 발언권의 요구를 묵살하여 질의토론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토의과정을 거치지 아니하여 주주들의 찬부의 태도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고, 결의정족수의 기초인 출석주주의 주식수를 계산하지 않았고, 또 위 의안에 대한 주주들의 찬반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위 의안이 통과되었다고 선포한 것은 주주의 회사에 대한 실질적 경영감독권과 총회의 적정한 운영의 확보를 위하여 상법에서 보장한 주주·회사의 이익을 해하는 것으로서, 결의방법에 있어서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고법판결에서 이 건 결의의 하자가 경미하다고 하여 원고의 취소청구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 (3) 결의취소의 부적당 기준제한설의 입장에서는 하자가 경미하여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 기각할 수 있다고 보고, 기준무제한설의 입장에서는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 기각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관하여 원심판결은 「주주들이 총회에서 실질적인 경영감독을 하고 적정한 총회의 운영을 확보하는 것이 피고은행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능가할 수 있으므로 이 건 결의를 취소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청구기각을 하지 않았으나, 서울고법판결은「이 건 결의가 취소될 경우 이사회에서 행한 일련의 경영개선조치들이 모두 무효로 되어 피고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이렇게 되면 피고은행에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져 지급불능의 상태로 되어 결국 피고은행은 업무정지나 폐쇄조치를 받게 되고, 또 그렇게 되면 피고은행이 도산되고 나아가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건 결의를 취소하는 것은 피고은행이나 주주에게 손해가 될 뿐만 아니라 일반거래의 안전을 해하여 부적당하므로 원고의 취소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하여, 청구기각을 하였다. 물론 이 건 결의의 취소로 인하여 생기는 피고은행의 지급불능, 업무정지 또는 폐쇄, 도산, 나아가 금융위기 등의 불이익도 크지만, 상법에서 보장된 총회의 적정한 운영과 총회에 있어서 주주들의 실질적 경영감독권의 상실로 인하여 생기는 불이익은 결코 그에 못지않게 큰 것이므로, 서울고법판결에서 원고의 취소청구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3. 결론 서울고법판결에서 이 건 결의의 하자가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고 판시하였으나, 의장이 반대주주들의 발언권의 요구를 묵살하여 질의토론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출석주주의 주식수를 계산하지 않았고, 또 주주들의 찬반의 태도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그 찬반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위 의안이 통과되었다고 선포한 것은 상법이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여 보장한 이익을 해하는 것으로서 경미한 하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서울고법판결에서 이 건 결의가 취소될 경우 지급불능, 업무정지 또는 폐쇄, 도산, 나아가 금융위기 등으로 될 수 있어 결의를 취소하는 것이 부적당하므로 원고의 취소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하였으나, 이러한 불이익 못지 않게 총회의 운영과 주주의 경영감독권의 상실로 인하여 생기는 불이익도 큰 것이므로, 서울고법판결에서 원고의 취소청구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 그리고 서울고법판결에서 원고의 취소청구를 기각한 것은 한편으로는 법률상 결의취소의 사유를 인정한 것인데도, 그 소송비용의 모두를 원고에게 부담하도록 한 것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2000-08-28
최준선
무면허운전중의 사고와 상해보험
法律新聞 2515호 법률신문사 無免許運轉중의 事故와 傷害保險 일자:1996.4.26 번호:96다4909 崔埈璿 成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5면 ============ I. 事實槪要 피보험자인 김동호는 삼성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와 보험금을 1억원으로 정한 「새시대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보험약관에 의하면 이 보험은「교통상해」 및 「특정여가활동」중에 상해를 입은 경우에 그 상해로 생긴 손해를 보상하기로 하는 일종의 상해보험이다(동약관 제1조 참조). 또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고 그 직접결과로써 피해일로부터 1백80일안에 사망한 경우에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동약관 제5조). 그러나 동약관 제3조 제1항 본문은 「회사의 그 원인의 직접·간접을 묻지 아니하고 아래의 사유로 생긴 손해는 보상하여 드리지 아니합니다」(면책약관)라고 정하고, 그 제3호에 「범죄행위」를, 그 제4호에 「피보험자의 무면허운전 또는 음주운전」을 열거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피보험자는 1백7일간 면허 정지처분을 받고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상태에서 그 소유 승용차의 운전과실로 도로 아래로 추락, 사망하였다. 피보험자의 상속인인 원고 김갑수와 이정자가 보험자에 보험금 지급을 구하자, 보험자는 위 면책약관을 들어 보험금지급을 거절하므로 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II. 判決要旨 대법원은 원심을 인용하였는데, 판결요지는, 무면허운전이 고의적인 범죄행위이기는 하나, 그 고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면허운전 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망이나 상해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그 정도가 결코 그로 인한 손해보상을 가지고 보험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신의성, 윤리성에 반한다고 할 수 없을 것(대법원 1990년9월25일 선고, 89다카17591판결)이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 중 피보험자의 무면허운전이라는 사유로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이 사건 면책약관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라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이므로, (중 략)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위 무면허면책약관을 내세워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원고승소. III. 硏 究 이 사건에서 문제된 「새시대종합보험」은 일반 상해보험이 아니라, 교통상해 및 특정여가(레저)활동 특약부 상해보험이다. 따라서 명칭은 상해보험이나, 실제로는 자동차보험과 같은 성질을 가진 보험인데, 대법원 판결은 상해보험이라는 형식을 중시한 판결이다. 1. 商法의 關係規定 상법에 의하면 상해보험에 관하여는 일반적으로 생명보험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상법 제739조), 그런데 1991년 개정보험법 제732조의2에 의하면,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의하면 생명보험의 경우와, 그 규정의 준용에 의하여 상해보험의 경우, 피보험자가 사망한 때에는 피보험자측에 고의가 있는 경우에만 보험자는 면책되고, 과실 또는 중과실만 있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 지급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된다. 2. 보험사고의 유발과 보험자의 면책 본래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상법 제659조). 이것은 보험법의 대원칙이고, 따라서 보험편 통칙에 규정되어 있는 바이다. 보험사고를 유발한 자가 보험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고 공익에도 반하는 반사회적인 것이므로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보험에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과실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 이유는 피보험자가 사망하였을 때 그 유족등의 보험수익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인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최기원, 보험법 1993년, 4백59면). 또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의 보호에는 일반재화의 경우보다도 더욱 신중을 기하여야 하므로, 중대한 과실로 피보험자가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고의로 사망(예컨대 자살)한 것이 아닌 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자살의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입법례도 있다(예컨대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2년 정도 경과한 후에는 자살사고에 대하여도 보험금을 지급한다: 미국 Annual Life Policy, 일본의 간이생명보험법, 프랑스보험법 L137-7등 참조). 3. 상법 제732조의2의 정당성 여부 그러나 상법 제732조의2의 입법적 정당성에는 의문이 있다. 왜냐하면 보험계약상 도덕적 위험이 큰 것이 사망보험인데, 피보험자의 사망이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 고의를 입증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과실로 인한 사망도 역시 비도덕적이며 당사자간의 신의칙에 어긋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司法은 행위의 결과에 따른 손해배상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행위자의 처벌이 문제되지는 아니하므로 고의와 중과실을 구별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이기도 하다. 따라서 피보험자의 중과실로 인하여 그가 사망한 경우에는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하고, 고의로 사망한 경우에는 보험자가 면책된다는 결과가 되는 위 상법 제732조의2는 분명 문제가 있다. 교묘하게 중과실로 위장한 자살의 경우에는 보험금이 지급되고, 명백한 자살이면 지급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어떻든 우리의 입법자가 1991년 개정보험법에서 상법 제732조의2를 신설하였으니, 신설된 조문의 취지를 살려 충실하게 이를 적용할 수 밖에 없다. 4. 이 사건 피보험자의 고의 이 사건에서는 망 김동호의 고의는 어디까지나 무면허운전 자체에 대한 고의였지, 고의로 사망하고자 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따라서 김동호의 고의는 사망에 대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은 정당하다. 고의로 사망하지 아니한 이상, 중과실로 사망한 경우라도 위 상법 제732조의2의규정에 따라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5. 무면허운전의 범죄성과 면책약관의 효력 현재 판례는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을 범죄행위로 보고 있지만, 이것은 사회적 인식이 점차 그러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고,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이러한 행위는 중과실에 의한 위법행위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무엇이 범죄행위이고, 무엇이 단순한 위법행위인가는 장소와 시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을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할 수도 있다. 어떻든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 그 자체가 사망의 고의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 보험자가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약관의 규정(면책약관)은 적어도 상해보험에서는 상법 제732조의2의 규정보다 보험계약자·피보험자등에게 불리하게 규정한 것으로서 상법 제663조(보험계약자등의 불이익변경금지)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다만 상법 제732조의2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기 때문에, 「단순 상해」의 경우에는 위 면책약관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7. 자동차종합보험과의 관계 한편 새시대종합보험은 교통상해 및 특별여가활동담보 특약부 상해보험이므로 보통의 상해보험과는 달리 취급하여야 하지 않는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무면허운전의 경우 보험자는 면책된다는 판례는 그간 다수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책임보험이고 따라서 손해보험의 일종인 자동차종합보험의 경우였다. 자동차종합보험의 경우에는 운전자가 면허가 없다는 것은 보험계약이 체결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사유이므로, 무면허운전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정당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사건의 보험계약도 자동차보험이 주요대상이고, 단지 여기에다 고객을 위하여 레저보험을 덧붙인 다음, 명칭만은 상해보험으로 된 것이므로, 실질을 숭상하여 자동차보험의 일종으로 처리하여야 옳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실질보다 상해보험이라는 형식을 존중하였는데, 그것이 사망자의 유족보호라는 입법의도에 비추어 수긍이 되고, 크게 부당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IV. 결 언 최근에 무면허운전을 포함하여 교통법규 위반을 지나치게 죄악시하여 형평성을 잃는 것처럼 보인다. 교통법규위반이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의 교통위반단속 실태를 보면 사고와 전혀 무관할 수 있는 교통법규위반이 더 많다. 그럼에도 교통법규 위반에 대하여 벌점을 가하여 보험료를 인상하고, 나아가 어떤 회사에서는 교통법 규위반을 인사고과에까지 반영한다고 하니 아연할 따름이다. 교통법규위반은 법집행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의 사람들은 물론 누구든지 쉽게 범할 수 있는 죄목이고, 따라서 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과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도로교통법도 개정한 것이 아닌가? 사회적으로 준법정신을 높이고 교통법규를 준수하도록 촉구하는 것은 백번 옳지만, 이에 편승하는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 어떻든 이번 판결은 입법의도에 합치하며, 상해보험의 성질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책임보험이고 따라서 손해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 무면허운전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생명보험에 관한 상법의 규정이 준용되는 상해보험의 경우에는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사망이라 하더라도 특별히 피보험자에게 사망의 고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것은 정당하다. 문제가 된다면 상법 제732조의2 자체가 문제이다.
1996-07-01
김성태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상해에 대한 보험자의 책임
法律新聞 第2504號 法律新聞社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상해에 대한 보험자의 책임 金星泰 〈延世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4면 ============ 大法院判決1996年4月26日宣告,96다4909判決 【사실개요】 피보험자(망 김동호)는 삼성화재와 보험기간중 교통승용구에 탑승하고 있을때 급격,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상해를 입고 사고일로부터 1백80일 이내에 사망하면 보험금1억원을 보험수익자(법정상속인:본건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새시대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보험기간중 피보험자는 자신이 소유한 엑셀승용차를 운전하던 중공사로 인해 도로에 방치된 돌을 피하려다가 도로 아래18미터 높이의 언덕에 굴러떨어져 대동맥파열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중 다음 날인 1994년11월17일사망하였다. 그런데 피보험자는 1989년10월27일 1종보통자동차면허를 취득하였다가 1994년10월1백7일간면허정지처분을 받고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상태에서 본건보험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런데 위 보험약관은 제3조1항 및 제4호에서 「그 원인의 직접, 간접을 묻지않고 피보험자의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손해는 보험자가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약관(이하「면책약관」이라 함)을 두고 있다. 【판결요지】 무면허운전이 고의적인 범죄행위이기는 하나 그 고의는 특별한 사정이없는 한 무면허운전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망이나 상해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그 정도가 결코 그로 인한 손해보상을 가지고 보험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신의성, 윤리성에 반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당원1990년9월25일선고, 89다카17591판결)이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중 피보험자의 무면허운전이라는 사유로생긴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이 사건 면책약관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 뿐만 아니라 과실(중과실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라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이다〔원심(서울고법95년12월21일선고, 95나32978판결)의 결론을 지지〕. 가,무면허운전 면책제도의 근본취지 무면허운전을 면책대상으로 한 까닭은,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행위로서 그 위험의 정도가 현저히 높은 행위에 의한 손해를 보험에 의하여 구제하는 것은 공익에 반하고, 나아가 위법행위를 조장하는 결과가 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고려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위법여부의 판단기준이 되는 법령에는 자동차 운행의 단속에 관한 도로교통관계법령이 당연히 포함된다. 다만 이 조항을 너무 엄격히 해석하여 운전자가 모든 법령에 조금이라도 저촉되면 무조건 면책되는 것으로 한다면, 원래 다수의 자동차사고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자동차보험의 사회적 효용을 감소시키는 문제가 있으므로, 당해 법령의 목적 및 위반행위의 반사회성과 보험기능을 비교·교량하여 다소의 조화를 기할필요는 있다. 무면허운전면책약관의 효력을 수정해 석하는 우리대법원도 근본적으로 이러한 관점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요컨대 무면허운전 사실에 대하여 보험자가 책임을 부인하도록 한 제도의 근본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는 피보험자등의「사고발생자체」에 대한 고의·중과실유무와는 일응 별개로 그 타당성이 인정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즉 상법 제739조가 상해보험에서도 제732조의 2을 준용하는 취지는 어디까지나 상해로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에 그 자신에게 상당한 허물이 있어도, 그 유가족의 생계보호라는 인도적견지에서 일정한 범위에서 보험급여를 인정하는 소극적 의미이지, 그것이 적극적 법규위반행위까지를 보호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본건과같이피보험자가 도로교통법상면허정지라는 중대한 제재를 받고 있는 중에, 그 법규를 적극적으로 위반하여 이루어진사고로 인한 상해사망시까지 피보험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새기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나, 판례태도의 문제점 일반적으로 상해보험의 면책사유 가운데 중과실면책에 관하여 살펴보면, 상해 보험에서는 「사망」이 아닌 단순상해인 경우에는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중과실로 인한 보험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한다(제732조의 2,제739조참조), 이러한 논리에 근거하여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을 둔 상해 보험약관의 효력을 부인하고, 보험자의 커뮤니케이션을 인정한 예도 있다. 그러나 이 판결에 대하여는, 법원이 무면허운전사고로 부상한 피보험자를 동정하여 보험자의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서 고의적 범죄행위의 결과로 생긴 사고에 대하여 보험자가 상해 사고에 대한 고의를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당해 보험약관이 상법제739조와제732조의 2에 어긋난다고 판시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또한 이러한 판례태도는 우리사회의 준법정신을 흐리게 하고, 법위반행위를 더욱 부추기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경청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견에 의하면 무면허운전면책제도는 이른바 고의·중과실면책원칙과 동일평면에서 논할 수 없는 별개 차원의 논리임에도 이를 혼동한 허물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 그밖의 판단기준 1)미필적 고의 상법의 보험통칙상의 면책사유에 피보험자등의 고의·중과실면책원칙이 인정되는데 (상법제659조),이는 保險契約者등이 고의나 중과실로 保驗事故를 야기한 경우에는 保險事故로서의 우연성을 결할 뿐만 아니라, 신의칙·공서양속에도 반하므로 保險者를 면책시키고자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사회보험에 있어서도 이를 명정하는 예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고의에는 미필적 고의도 포함되며, 고의는 원인행위에 관하여 인정되면 족하고, 결과에 대하여까지 존재할 필요는 없다고 봄이 통설·판례이다(서울고법88년12월6일선고, 88나25721판결;「피보험자가 순간적으로 구타당한데대한 앙갚음을 할 생각으로 자동차를 급히 전진시켜 우측범퍼와 후사경으로 피해자의 다리부위를 충격하여 넘어지게 함으로써 피해자가 그 충격으로 인한 두개골 골절상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이를 미필적 고의로 생긴 사고로서 보험약관에 정하여진 고의에 포함된다고 할것이고, 원인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었던 이상 사망이라는 결과가 초래된 경우에도 고의로 일으킨 사고라고 해석하여 보험자는 그로 인한 보험금지급의무를 면한다…」). 그렇다면, 1백7일동안 운전면허정지처분을 받고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피보험자가, 면허정지상태임을 모를리 없고 ,이 기간동안에 다시 운전을 하는 경우에는 사고가능성이 현저히 높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 사고야 나겠느냐 」는 심리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이 분명하다.이러한 심리상태는 당해 상해 사고에 관하여 「인식있는 과실」의 수준을 넘어, 바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본건 보험약관 제3조 1항1호(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위반으로 면책을 주장할 여지도 없지 않다고 본다. 2)보호의 우선순위 또한 보호의 필요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법규에 정면으로 위반하여 스스로에게 상해의 결과를 야기한 자보다는, 오히려 책임보험의 피해자가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무면허운전으로 피보험자 자신이 상해를 입고 설사 사망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에까지 보험자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함은 보호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결 론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음주운전면책에 관한 대법원의 최근 태도 변화에 주목하고자 한다.종래상해보험면책사유의 하나인 음주운전은, 피보험자의 음주운전이 교통사고의 주된원인이 되어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만 면책되었고, 단순한 음주운전을 면책으로 한 상해보험약관은 상법위반으로 무효시되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그 태도를 바꾸었다.즉「상해보험약관에 규정된 음주운전면책조항은 사고발생의 원인이 음주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발생시에 음주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사항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상대상자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정한 것이므로, 이같은 경우에는 상법제732조의 2〔피보험자등의 중과실로 인한 보험사고에도 책임〕가적용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상법제663조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이러한 판례태도 변화는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은 판례로서 그 타당성이 인정되며, 무면허운전에 있어서도 그 논리는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이상의 사실을 종합해 볼 때, 무면허운전 면책조항(동 약관 제3조1항4호)을 무효로 볼 수 없으며, 본건 무면허운전으로 피보험자 자신이 사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자의 보상책임을 부인함이 마땅하다할 것이다. 따라서 위 部判決은 다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1996-05-20
피정현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의 승인과 그 집행 -외국에서 하는 송달을 중심으로
法律新聞 2246호 법률신문사 外國法院의 確定判決의 承認과 그 執行 -外國에서 하는 送達을 中心으로 일자:1992.7.14 번호:92다2585 皮貞鉉 圓光大法大副敎授·法學博士 ============ 15면 ============ 〔事實關係〕 (1) 原告는 우리나라 삼성물산주식회사의 뉴욕 현지법인으로서 홍콩 所在 訴外 아난다 리미티드(Ananda Limited)로 부터 알루미늄괴를 구입하여 訴外會社(동원실업주식회사)에 전매하면서, 위 아난다 리미티드는 위 알루미늄괴를 목적지인 부산항까지 운송할 것을 訴外 키엔홍쉽핑 컴퍼니 리미티드(Kienhung Shipping Co Lt)에 위탁·의뢰하였다. 그런데 키엔홍의 한국대리인인 被告는 船荷證券과 償還함이 없이 僞造된 수입화물 선취보증서(LG)를 제출하고 위 物品의 引渡를 요구하는 訴外會社에 위 物品을 引渡하였다. 그리하여 原告는 위 운송물에 대한 船荷證券의 정당한 所持人인 自身의 權利를 침해하였음을 理由로 臺北 地方法院에 그 금액상당의 損害賠償請求를 하였고, 위 臺北 地方法院에서 原告勝訴判決을 내린 事實에 대하여는 다툼이 없다. (2) 原告는 臺北 地方法院에 위 訴를 제기하기에 앞서 서울地方法院에 동일한 내용의 訴를 제기하였으나, 위 船荷證券의 約款上의 管轄에 관한 記載를 고려하여 1989년10월5일 管轄權없음을 이유로 訴却下判決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原告는 우리나라 法院에 抗訴함과 더불어 위 臺北地方法院에 訴를 제기하였다. (3) 위 臺北 地方法院은 駐韓 自由中國 大使를 통하여 우편으로 被告에게 英文의 訴狀과 中國語로 된 期日召喚狀을 送達하였는데, 被告는 1990년2월1일에 이를 수령하고도 應訴하지 아니하였으며, 이에 대한 臺北 地方法院의 1990년2월28일자 闕席裁判에 의한 原告勝訴判決文을 1990년3월28일에 受領하고 抗訴하지 아니하여 대북지방법원의 判決은 自由中國 民事訴訟節次에 의하여 確定되었다. 以上의 事實에 기하여 原告는 위 대북지방법원의 判決이 우리 民訴法 第203條에 규정된 요건을 모두 구비하고 있으므로 위 判決의 執行을 구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被告는 위 判決은 우리 民訴法 제203조 2호,3호,4호의 요건을 결여하여 그 효력을 承認할 수 없다고 다투었다. 〔判決理由 要旨〕 大法院은 第1審(서울地方法院 1991년5월14일 90가합46586)및 原審(서울高等法院)의 判決理由와 동일한 根據에서 上告를 棄却하고, 原審判決을 유지하였다. (1) 民訴法 第203條 2號에서 말하는 送達이란 通常의 送達方法에 의한 送達을 의미하며, 그 送達은 적법한 것이라야 한다. 그러나 직권송달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送達은 司法權에 기한 裁判權行使인데, 위 대북지방법원의 期日召喚狀의 送達은 우리 司法當局을 거치지 아니하고 자유중국의 駐韓大使에게 촉탁하고 촉탁받은 大使가 직접 우편에 의하여 피고에게 送達한 이른바「領事送達」로서 우리나라의 主權侵害가 될 것이므로, 비록 公示送達에 의한 送達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效力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2) 領土關係에관한비엔나協約 第5條J항에서 인정하는 領事送達은 自國民에 대해서만 가능한 것이고, 우리나라와 領事關係가 있더라도 送達을 받을 者가 自國民이 아닌 경우에는 領事에 의한 직접실시방법을 취하지 않는 것이 國際禮讓이며, 위 協約에 가입하고있는 國家라 할지라도 明示的으로 위 方式에 대한 異議를 표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에 의할 수 없다고 하였다. (3) 그 외에도 우리 법원이 外國에서 하는 送達을 民訴法 第176條에 의하여 外國駐在 우리나라 領事등에게 촉탁하여 이들이 직접 郵便으로 送達하는 方式을 사용하므로, 이와 동일한 이 사건 送達도 적법한 것이라는 原告의 主張에 대하여, 國際民事司法共助法(1991년5월8일 법률 제4342號)에서「外國으로 부터의 送達囑託은 外交上의 經路를 거칠 것을 要件으로 하고, 送達場所를 관할하는 第1審 法院이 이를 관할한다]는 규정이 領事派遣國의 國民이 아닌 경우에는 위 비엔나 協約에 규정된 領事에 의한 直接送達實施에 대한 異議로 이해하여 대북지방법원의 領事送達은 우리나라 裁判事務權을 侵害한 것으로, 위 判決은 民訴法 第203條 2號의 送達要件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본다고 하였다. 이상을 고려하여 大法院은 原審의 民訴法 第203條 2號의 소정의「送達」에 관한 法理에 대한 이해는 위법한 것이 아니라 하여 上告를 棄却하였다. 〔平 釋〕 I. 序 본래 判決은 主權의 作用으로서 裁判權의 行使이므로, 法院의 判決은 그 判決을 한 나라의 法院에 속하는 영역내에서만 效力을 갖는다. 그러나 民事裁判은 私人의 生活關係上의 紛爭을 해결하는 것이므로 外國判決의 效力을 인정하더라도 반드시 主權에 侵害된다고 一律的으로 단언할 수는 없고, 오히려 국내에서 外國法院의 判決의 效力에 반하는 裁判을 할수 없게 함으로서 國際的인 民事紛爭의 신속하고 統一的인 解決을 도모하여 國際的인 私法生活의 安全을 保障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各國은 일정한 要件下에서 外國法院의 判決을 承認하고 執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民訴法 第203條 및 第476條, 第477條에 의하여 일정한 要件下에서 外國判決의 承認 및 執行을 허용한다. 앞에서 살펴본 臺北地方法院의 判決의 承認을 거부한 大法院의 判決은 第203條 2號를 적용한 것으로 여기에서는 外國判決의 承認要件 中에서 특히 第203條 2號 및 第176條와 관련하는 外國送達制度에 대하여 살펴본다. II. 外國判決의 承認要件으로서의 適法한 送達 1. 第203條 2號의 認定理由 우리 民訴法 第203條 2號에서 適法한 送達을 外國判決의 承認要件으로 하고 있다. 본래 外國判決의 承認에 있어서는 外國法院에서 행하여진 訴訟節次를 審査하지 않는 것이 原則이지만, 이처럼 外國判決에 適法한 送達이 행하여졌는지에 대한 審査를 하도록 例外的 規定을 둔것은 外國法院에서 진행된 소송에서 防禦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敗訴한 韓國人 被告의 利益을 保護하기 위하여 특별히 마련한 것이다. 즉 本 規定에 의하여 韓國人 被告가 公示送達로 소환되어 내려진 敗訴判決은 判決國에서는 適法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效力을 갖지 못하게 된다. 2. 第203條 2號의 내용(一般解釋論) (1) 公示送達의 경우 본 규정은 訴訟開始에 필요한 소환 또는 명령의 送達에 관한 것이므로, 소송개시후의 절차는 公示送達에 의하더라도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敗訴한 韓國人 被告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소송개시 당시에 韓國人이면 족하고 그후 國籍을 喪失한 경우 및 韓國人이 原告인 경우에는 문제되지 않는다. (2) 補充送達과 郵便送達의 경우 第203條 2號에서 요청하는 적법한 送達에는 通商의 送達方法만이 해당하고, 補充送達이나 郵便送達은 公示送達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이 본 규정의 立法趣旨에 맞는다고 보는 것이 앞의 判例와 學說의 일반적 입장이다. 그러나 補充送達도 적법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3) 應訴한 경우 適法한 送達이 없었더라도 韓國人 被告가 應訴한 경우에는 本規定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때 被告가 應訴한 경우를 本案에 대한 辯論으로 限定한 것인지와 管轄違反을 抗辯하기 위하여 本人 또는 代理人이 出席한 경우에까지 擴大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III. 外國送達의 方式 1. 序 (1) 外國送達의 方法으로는 첫째 受託國의 司法當局에 촉탁하여 送達을 실시하는 間接實施方法이 있다. 이때 囑託國의 司法當局이 送達을 실시할 受託國의 司法當局(주로 法院)에 送達要請書와 送達文書를 도달시키는 節次(이를 傳達이라함)로는① 外交上의 경로 ② 領事의 경로 ③ 中央當局의 경로 및 ④ 司法當局간의 경로등이 있다. 둘째 受託國에 囑託하지 않고 送達하는 直接實施方法이 있다. 여기에는 ① 自國의 法院이 外國에 있는 被告 등에게 自國의 法律에 ㅉ아 우편집배원을 통하여 우편에 의한 送達을 하는 方法 ② 自國의 이해관계인이 직접 外局의 法院附屬公務員이나 權限있는 公務員에게 送達하는 방법 및 ③ 自國의 外交官인 領事가 直接送達하는 방법이 있다. (2) 위 2가지 送達方法중 일반적으로 受託國과의 外交紛爭의 소지를 없애기 위하여 절차가 번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間接實施方式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주로 外國에 있는 外國人에 대한 送達에서 관철된다. 그리고 例外的인 直接送達方式은 主로「領事關係에 관한 비엔나 協約」에 가입한 外國에 거주하고 있는 自國民에 대하여 행하여진다. 그러나 위 비엔나 協約에 가입한 나라중에서도 日本처럼 明示的으로 自國에서의 直接實施方式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반면에 美國처럼 美國과 條約의 체결이 없는 外國에 대해서도 强制力이 따르지 않는 訴訟書類의 送達 및 證據調査를 위한 司法共助를 부여할 의사를 명백히 하는 경우도 있다. 2. 우리의 外國送達方式 (1) 우리나라는 外國에서 하는 送達의 方法에 관한 民訴法 第176條에 의하여 첫째, 외교경로를 經由하는 間接實施方式과 둘째, 外國에 駐在하는 대한민국의 大使·公使·領事에게 촉탁하는 直接實施方式중에서 擇一하여 外國送達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民事司法共助業務의 處理에 있어서의 유의사항(송임 93-5, 송무심의 제35호 1993년5월3일)에서는「送達을 받을 사람이 外國人인 경우에는 美國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해당국가의 管轄法院을 通하는 間接實施方式에 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해당국가 駐在 대한민국 大使등에게 촉탁하는 直接送達方式으로 촉탁서를 작성·송부하지 않도록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지시하였다. (2) 外國에 소송서류를 送達하려는 경우에는 그 外國의 諒解와 協助를 얻을 것이 前提된다. 그런데 오늘날 國際主義精神에 기초하여 兩國間의 友好關係 또는 互惠主義에 기한 送達協助慣行에 따라 送達囑託에 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1976년2월3일에 司法共助에 관한 비조약국에 대하여도 司法共助를 부여할 의사를 명백히 하였으므로, 미국내에 있는 한국인 뿐만아니라 미국인 기타 外國人에 대하여도 送達이 가능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1977年에 위「비엔나 協約」에 가입하였기 때문에, 이 協約에 비준·가입한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는 다른 國際協定이나 外國의 協力이 없다라도 領事送達이 가능하다. 다만 日本의 경우는 日本에 거주하는 外國人에 대하여도 日本國의 裁判所에 촉탁을 받아 시행할 것을 明示的으로 要求하기 때문에, 領事의 直接送達은 不可能하다. 따라서 재일동포에 대한 우리나라의 領事送達도 원칙적으로 不可能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널리 행하여지고 있다. 그러나 상대국의 好意에 의한 協助가 아니라 拘束力있는 協助를 얻기 위하여는 外國과의 司法共助에 관한 協定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外國과 訴訟書類의 送達을 위한 司法共助條約을 체결하거나 다변적 國際條約에 전혀 가입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행하는 外國送達은 상대국이 協約을 거부하는 경우 및 外國人에 대한 우리의 領事送達을 묵인하지 않는 경우에는 불가능하다. 예컨대 1977년의 일본 요미우리 신문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본의 協力을 얻지 못하여 送達을 實現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3) 外國에 訴訟書類의 囑託送達이 不可能한 경우에는 公示送達의 方法에 의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우리 民訴法 第179條 1項의 규정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위 公示送達의 경우에 실시하는 등기우편에 의한 通知는 送達의 效力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따라서 外國의 司法共助를 얻어 送達하지 못하고 公示送達의 方式에 의하여 訴訟節次가 開始된 경우에는 外國居住의 外國人에 대하여 勝訴判決을 받더라도 그 判決은 外國에서 承認받을수 없게 될 것이다. IV. 대법원 判例의 問題點 위에서 살펴본 대법원 判例는 現行法의 解釋에 充實하고, 일견 외국법정에서 敗訴한 韓國人 被告의 利益保護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에는 다음의 問題點이 있다. (1)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우리법원이 우리 民訴法에 따른 送達(특히 영사에 의한 直接送達)에 의하여 判決을 내리더라도 자유중국(혹은 相互主義를 표방하는 모든 나라)에서 承認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民訴法 第203條, 476條, 477條를 통하여 外國判決의 承認 및 執行을 허용하여 涉外事件을 궁극적으로 解決하려는 立法趣旨에 반하게 될 것이다. (2) 이러한 대법원 판례는 法解釋에 있어서 形式論理에 얽매인 것이라 하겠다. 즉 우리 대법원은 送達을 裁判權行使의 一作用으로 理解하고, 이를 우리나라의 同意없이 行使한 경우에 主權侵害를 이유로 送達의 效力을 否認하였다. 그러나 第203條 2號에서 적법한 送達을 요구하는 것은 外國訴訟에서 被告의 地位에 서게되는 韓國人의 節次保障 특히 防禦權을 保障하는 것을 主目的으로 하는 것이므로, 실지적으로 韓國人被告에게 訴訟上防禦機會가 주어진 경우에는 第203條 2號의 立法趣旨는 충족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個人과 個人間의 法律關係는 主權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一律的으로 말할 수는 없고, 오히려 국제적인 私法生活의 安全保障이라는 合目的的 觀點에서 구체적으로 判斷하는 것이 정당할 것이다. (3)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최근의 국제적 경향에도 반한다. 즉 부분적 실질심사주의를 채택하는 프랑스를 제외한 선진각국은 外國判決의 承認要件중에서 管轄要件을 가장 보편적으로 요구하고, 訴訟節次에 관한 制限的 再審査(즉 送達), 公序 및 相互保證에 대한 要求는 점차 완화되는 경향에 있다. 특히 美國에 있어서는 他州判決의 承認뿐만 아니라 國際的인 外國判決의 承認에 있어서도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1979年에 制定되어 各州에서 채택하고 있는 統一外國金錢判決承認法은 간이한 등록만으로 外國判決의 執行을 인정하고 있다. V. 解決方案 1. 現行法下의 解決方案 위에서 언급한 기본적 관점에서 볼때, 外國送達에 대한 大法院의 문제점은 現行 民訴法 第203條 2號의 適法한 送達의 범위를 Global하게 해석함으로서 解決할 수 있을 것이다. 즉 補充送達 및 留置送達도 適法한 送達의 범주속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應訴의 범위 역시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管轄違反의 抗辯등을 제출한 경우에는 適法한 送達이 없더라도 民訴法 第203條 2號를 적용시켜서는 아니될 것이다. 2. 司法共助協約에의 加入/批淮 우리나라는 外國送達에 대하여 間接送達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현재 아무런 司法共助協約을 맺고 있지 않다. 따라서 상대방 국가가 好意的 立場에서 協力하지 않는 경우에는 외국송달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司法共助 不在로 인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한 궁극적 해결방안은 司法共助에 관한 다변조약 및 그의 附加的 合意로서 當國간의 直接送達을 가능하게 하는 政府間의 協定을 체결하여 外國에 대하여 拘束力있는 司法共助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 하겠다.
1993-09-06
최준선
법인격부인이론의 적용요건 상
法律新聞 1849호 법률신문사 法人格否認理論의 適用要件(上) 일자:1989.11.22 번호:87다카1671 崔俊璿 全北大法大助敎授 法學博士 ============ 11면 ============ 1. 事件槪要와 各當事者의 主張 이 事件의 被告 株式會社 현대미포조선소는 홍콩의 會社法人인 訴外 丙(칩스테드 리미티드: Chipstead Ltd)에 대한 船舶修理費債權(약9천만원)의 執行保全을 위하여, 그리고 같은 被告 삼성항업주식회사는 丙에 대한 債權(약3천만원)의 執行保全을 위하여 이 事件의 原告인 甲(그랜드 하모니 인코퍼레이티드: Grand Harmony Inc)의 所有船舶인 1만5천8백55톤급 나타샤호에 대하여 釜山地方法院 蔚山支院에 假押留를 신청하였고, 同支院은 1985년5월4일 假押留를 決定 1985년5월22일 假押留를 執行하였다. 原告 甲은 리베리아의 몬로비아 브로드 스티리트 80에 主事務所를 둔 리베리아 會社이고, 假押留된 船舶은 리베리아法에 따라 原告 甲의 名義로 등록된 리베리아 國籍船으로서 原告의 所有로 推定되고 다른 反證은 없었다. 이해의 편의를 돕기 위하여 被告의 主張을 먼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즉, 이 船舶의 실제 所有者는 丙이고, 法律上의 所有者인 甲은 丙이 이른바 便宜置籍을 위하여 設立한 會社에 불과하므로 被告는 丙에대한 債權을 甲에 대하여도 行使할 수 있다는 것이다. 被告들이 위와같이 주장하는 理由는 다음과 같다.①原告 甲과 訴外 乙(토우체스트 쉽핑 리미티드)은 주소가 같고, 兩者간에는 이件 船舶의 管理契約을 체결하였으며, 乙은 홍콩에 主事務所를 둔 丙과 船舶管理復代理契約을 체결하였는데, 乙의 事實上의 주소는 丙의 주소와 같고 전화번호, 텔렉스번호도 같다. ②乙의 會長 데니스 푸핑 리는 동시에 丙의 理事이고 甲의 社長이며, 乙의 社長인 다니엘 푸치에 리도 동시에 丙의 理事이면서 甲의 總務理事일 뿐만아니라, 데니스 푸핑 리와 다니엘 푸치에 리는 형제간인데, 이 件 船舶管理契約과 船舶管理復代理契約은 兩人사이에서 署名·締結되었다.③위 나타샤호의 울산항 入港申告書 및 船舶修理費代金決濟契約書에도 船舶所有者를 丙으로 기재하였으며, 船舶修理時에도 被告는 丙이 그 船舶의 所有者인줄 알고 修理해 주었다.④따라서 甲·乙·丙은 外形上 別個의 船舶會社로 되어있지만, 甲과 乙은 船舶의 실제소유자인 丙會社가 자신이 소속된 국가와는 별도의 국가에 海運企業上의 便宜를 위하여 形式的으로 설립한 會社들로서 그 名義로 船舶의 籍을 두고있는것에 불과하다(이른바 便宜置籍)⑤이와같은 경우에 甲會社가 丙會社는 甲會社와는 별개의 法人格을 가지는 會社라고 주장하는 것은 法律의 적용을 회피하기위한 法人格의 濫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하여 原告(上告人)는 위의 각 債權의 債務者는 丙인데, 위의 假押留執行은 丙의 所有가 아닌 原告甲의 所有船舶에 대한 것으로서 不當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原告의 主張을 上告理由書를 토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즉, ①『法人格否認論은 1人支配下에 會社의 人格과 自然人인 株主의 人格이 겹쳐진채 두 人格의 財産이 混融되는 상태에 이르른 때... 自然人에게 責任을 씌우는 理論』으로서, 이 事案에서와 같이 別個의 法人格이 문제된 경우에는 法人格의 獨立性이 인정되어야만 하고, 따라서 이 事件은 法人格否認理論의 適用要件을 缺한다. ②原審判決에 따르면 현재國內에서도 많은 『그룹企業들이 同一한 事務所와 同一한 職員을 써서 運用되는 例가 허다한데, 이들 法人들도 모두 하나의 人格으로 치부될 것이니』이것은 會社法의 法理를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될것이다. ③이 事件의 『原審判決은 證據없는, 理由없는(아니면 이유모순인)結論』에 이르렀다. 왜냐하면 (i)入港申告書의 船舶의 所有者欄에는 船舶의 所有者가 아닌 管理會社의 이름을 적고 管理會社의 指示를 받은 船長이 그에 形式的으로 署名하는 일은 늘 있는 일이고 (ii)被告나 그 使用人은 船舶을 修理할 때 登記船主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다고 證言하고 있고, 船舶修理費代金決濟契約은 이미 修理가 終了된 후에 체결된 것으로서 被告가 丙이 所有者인줄 알고 船舶을 修理하였다는 證據는 없으며(iii)原審은 便宜置籍의 폐단만을 과장되게 이해한 나머지 便宜置籍이 國際海運業界의 一般的인 慣行으로 정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고 (iv)原告 甲은 1973년1월에 設立된 會社이나 丙은 1982년12월에 設立되었으며 (v)리베리아에서는 모든 會社들이 同一한 주소를 가지고있고 (iv)이件 船舶은 訴外 체이스맨해턴 뱅크의 原告에 대한 債權의 擔保로 제공되어있고, 同銀行은 原告會社의 株式중 상당량을 質入받아 두었으므로 위 銀行은 언제든지 質權設定契約에 따라 株主權을 代理行使하여 甲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으니, 이 船舶에 대한 事實上의 支配權者는 銀行이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2. 法院의 判決要旨 위의 事案에 대하여 釜山地方法院 蔚山支院 1986년6월27일선고 85가합371判決과 大邱高等法院 第2民事部 1987년6월4일선고, 86나1100判決은 被告의 假押留請求를 받아들이고 그 執行을 허용하였다. 大邱高法은 이와같은 判決을 함에 있어 이른바 「信義則」을 根據로 한 法人格否認理論을 受容하였는데, 몇줄 引用하면 다음과 같다.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인 甲 및 乙과 丙은 외형상 별개의 회사로 되어있으나 실제로는 사무소와 경영진이 동일한 1개의 회사이고, 또 이건 선박도 편의치적선으로서 그 실제 소유자는 홍콩에 주소를 둔 丙이라고 하겠으므로, 편의치적을 위하여 설립된 회사에 불과한 甲이 위 선박의 소유자라고 주장하여 이 건 가압류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것은 편의치적이라는 일종의 편법행위가 용인되는 한계를 넘어서 채무면탈이라는 불법목적을 달성하려함에 지나지 아니하여 신의측상 허용할 수 없다고 하겠고...」. 또한 大法院은, 「...사실관계가 원심이 확정한 바와같다면 甲과 乙 및 丙은 외형상 별개의 회사로 되어있으나 甲 및 乙은 이건 선박의 실제상의 소유자인 丙이 편의치적을 위하여 설립한 회사들로서 실제로는 사무실과 경영진등이 동일하므로 이러한 지위에 있는 甲이 법률의 적용을 회피하기위하여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회사라는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 할것이다」고 判示하여 原審을 支持하였다.」 3. 硏 究 이번 大法院 判例는 과거 수십년간 우리商法學界에서 논의되어온 이른바 法人格否認理論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理論의 근거까지도 명확히 제시한 최초의 判決이라는 점에서 이 判例가 갖는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法人格否認理論을 인정한 判例로는 서울高法 1974년5월8일선고, 72나2582判決과 同法院의 1976년5월27일선고, 75나616·617判決이 있으나, 前者는 大法院이 이를 破棄還送한바 있다. (大判 1977년9월13일선고74다954) 大法院이 그동안 이 理論의 채택을 미루어 온 것은, 이 理論은 法典에 基하지 아니한 하나의 一般論이기 때문에 그 실제적 적용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을 기하고자 하였던 때문일 것이다. 이 判決의 論點은 여러 가지이지만 필자는 세가지 論點만을 선택하여 이곳에서 考察하고자 한다. 첫째로 法人格否認理論의 根據는 무엇인가. 둘째로, 法人格否認理論은 이 事件의 上告理由書가 지적하는 것과 같이 法人의 人格과 自然人의 人格이 겹쳐진 경우에만 적용되는 理論이고 別個의 두 法人格이 문제된 경우에는 法人格의 獨立性이 인정되어 法人格否認理論의 適用要件을 缺하는가. 셋째로, 이른바 便宜置籍의 경우에도 法人格否認理論이 적용될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위에서 세가지 論點이라고 하였으나 後二者는 法人格否認理論의 適用要件 내지 適用範圍에 관한 문제라고 할수있으므로 실은 두가지 論點이라 하겠다. (1)法人格否認理論의 意義와 根據 法人格否認理論은 19세기 후반부터 美國의 判例에서 성립되고 發達을 본 理論인데, 이것은 會社의 法人格이 法이 본래 의도한 自的과는 달리 濫用되는 경우에 會社의 特定한 法律關係에 한하여 그 法人格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그 法人의 背後에 있는 實體를 기준으로 하여 法律的인 취급을 하려는 理論이다. 원래 會社의 法人格이 濫用되는 경우에는 會社設立要件을 强化한다든지 設立無效·取消등의 立法措置와 會社의 解散命令·解散判決 등 行政的 또는 司法的措置로서 그 豫防과 是正이 가능한 것이지만, 이와같은 극단적인 方法은 건전한 企業發展을 저해할 소지가 많아 거의 이용되지 아니하였다. 이에 비하여 法人格否認理論은 法人格의 維持를 전제로 하면서 특정한 法律關係에 한하여 理論的으로 그 法人格을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발견하려는 제도이다. 獨逸에서는 이러한 理論은 透視理論(Durchgriffslehre)으로, 프랑스에서는 外裝理論(theorie de la simulation)으로, 그리고 英美에서는 法人格否認의 法理(the doctrine of the disregard of the corporate entity「fiction」:piercing the corporateveil)로 발달하였다. 日本에서는 法人格이 전혀 형해에 불과하거나 濫用되는 때에는 그 法人格은 否認되어야 한다는 最高裁判所 判例가 나온 것을 계기로 (1969년2월27일民集2卷2號211面)이 理論이 채택되고 있다. 이와같이 法人格否認理論은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으나 그 理論的 根據에 관하여는 아직 定說이 없는 형편이다. 美國에서는 法人格이 否認되는 根據를 문제된 會社가 ①支配株主(또는 支配會社:이하 같다)의 代理人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代理理論(agencytheory)②株主의 道具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도구理論(instrumentality theory)③會社와 株主가 실질적으로 同一體이기 때문이라는 同一體 또는 分身理論(identity theory or alter ego doctrine)등으로 說明한다. 獨逸에서는 制度의 濫用, 權利의 濫用, 公共의 秩序, 規範의 解釋, 善良한 風俗의 違反, 責任排除의 默示的 抛棄, 決定的 行爲를 통한 責任招來, 宣言責任 등으로 설명되고 있으나, 어떤 統一된 公式은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와 日本에서는 法人制度의 內在的 限界 또는 權利濫用禁止와 信義誠實의 原則(民法제2조)에서 根據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 前述한 1974년의 서울高等法院判決과 이번의 大邱高法判決은 다같이 「信義則」을 근거로 法人格否認理論을 導入하였으며, 이번 大法院判決도 이러한 根據를 修正없이 認容하여 종래 우리나라의 通說的 見解를 뒷받침하였다.
198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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