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2024년 3월 29일(금)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선거권
검색한 결과
4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선거·정치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7도13984 판결 -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범위 및 선거 관련 정치자금의 허용 여부
1. 사건 개요 및 쟁점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① 2018년 1∼4월경 기초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 A 등 5명은 공모하여, ○○사무실에서 A의 SNS 작업, 유권자 DB 작업, 문자메시지 문안 작성, 선거운동 관련 회의 등을 하여 ○○사무실을 선거운동을 위한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시설로 이용하고, ② SNS 홍보팀장인 B는 후보자 A에게 월 임료 198만원의 ○○사무실을 무상제공하여 588만원 상당의 재산상이익을 기부하고 A는 이를 제공받아 정치자금을 부정수수하였다는 것이다. 하급심에서는 이 사건 압수수색에서의 적법절차를 비롯하여 여러 쟁점이 다루어졌으나, 실체와 관련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피고인들이 ○○사무실을 사용한 행위가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기관을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공직선거법위반 여부), 둘째, B가 A에게 ○○사무실을 무상 제공하였고 이는 A가 선거준비, 정책개발을 하는데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A의 '정치활동'을 위한 것인지(정치자금법위반 여부) 등이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1심과 원심의 판단은 동일하였는데, 공직선거법위반에 대하여는 ○○사무실을 이용하여 한 행위가 '선거운동'의 목적이 아닌 순수한 '선거 준비행위' 차원에서 선거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부적 행위이거나 '경선운동'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사무실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이용된 것으로서 선거사무소·선거연락소와 유사한 활동이나 기능을 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정치자금법위반에 대하여는 B가 A에게 ○○사무실을 사용하도록 하였고 그 목적은 A를 위한 선거준비 및 정치인으로서 인지도, 지지도 향상 등 정치활동을 지원하는데 있었다며 A, B 모두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90만원씩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피고인 A, B가 모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에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피고인들의 상고를 전부 기각함으로써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이 사건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후보자가 선거를 준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행위유형이 포함되어 있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이 모두 적용된 사건이다. 2016년 대법원 2015도11812호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선거운동'을 전제로 성립하는 사전선거운동죄·유사기관이용죄에 대하여는 이 사건 행위가 후보자의 긍정적 이미지 및 인지도 제고를 넘어서 '선거운동'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A가 B로부터 사무실을 무상 대여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임대료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받았으므로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보아 유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규제 대상인 '선거운동'의 의미와 범위를 축소해석함으로써 선거의 자유를 확대하면서도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정치활동'에 대하여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여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 선거의 자유와 공정성 선거운동의 자유는 국민주권 원리, 의회민주주의 원리 및 참정권에 관한 규정에 근거를 둔 자유선거 원칙으로부터 도출되고, 헌법상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규정에 의해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의 한 모습으로 선거권 행사의 전제 내지 선거권의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 선거의 공정성이란 선거의 자유와 선거운동 등에 있어서의 기회 균등이 담보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선거의 공정성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선거 자유도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선거의 공정성은 선거의 자유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선거의 자유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공직선거법에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선거운동의 주체·기간·방법 등에 대하여 상세한 금지·제한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선거운동의 '원칙적 제한, 예외적 보장'으로 체감된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법원은 규제되는 선거운동의 범위를 점차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판례를 지속적으로 형성해왔다. 즉, 문제된 행위가 '선거운동'이 아니라 그 전 단계인 '경선운동' 또는 '선거준비행위'에 불과하므로 선거운동을 전제로 한 금지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해오다가 2016년에 이르러서는 선거운동의 개념과 범위 자체를 축소해석하며 판례를 변경하였다. 다.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의미와 범위 2016년 변경된 판례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로서, 목적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하려면 단순히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거나 선거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선거인'의 관점에서 특정 선거에서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 경우에 인정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하는 정치활동은 종래의 선거운동 범위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후보자들의 주된 목적이 선거인을 상대로 인지도를 높이고 긍정적 이미지를 향상시키려는데 있음에도 이를 제재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결과적으로 선거 자유의 보장 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관계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정치활동이란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둘러싼 투쟁이나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으로서 선거운동은 대표적인 정치활동에 해당한다.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구분 실익은 선거사건에서 금전과 관련하여 문제된 행위가 비록 선거운동 범위에는 포섭되지 않더라도 정치활동에는 해당할 경우 정치자금법의 적용을 받는데 있다. 이 사건에서도 문제된 행위가 판례상 '선거운동'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정치활동'에는 해당하고 이와 관련하여 재산상 이익을 제공·수수하였다면 정치자금법위반죄가 성립함을 명확히 하였다. 라. 이론 및 실무상 문제점 판례상 '선거운동'의 의미와 범위에 대하여는 법이론상 몇몇 문제점이 제기된다. 헌법적 관점에서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 위헌법률심판이나 법률개정을 통해 선거운동의 기간·방법 등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야 함에도 법률에 규정된 선거운동의 개념 자체를 제한해석하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통상적인 법률해석의 범위를 넘어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를 법원이 우회적으로 판단한 셈이 되었다. 형사법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대법원이 선거운동의 목적성 여부를 '선거인'의 관점에서 외부 행위를 대상으로 판단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은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범의 목적성 존부에 대한 종래 판단기준과도 어긋난다. 즉 목적범의 목적은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 아닌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족하고 이는 주관적 의사가 객관적 직접 증거나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확인될 수 있으면 충족된다는 일반적 기준을 특별한 이유 없이 일탈함으로써 법체계정합성을 갖추지 못한 해석이 되었다. 실무상으로도 여러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선거운동의 목적성 판단을 피고인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인의 관점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오히려 선거운동 개념이 불명확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규제 대상 선거운동 범위가 더 확대될 수 있는 의도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되었다. 선거인마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나 정치적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법에서 사전선거운동이나 유사기관설치·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정치자금이 소요되는 소위 '조직선거'를 차단하기 위한 취지이나, 본 판결 사례와 같이 인적·물적 조직을 이용한 인지도 제고 등 정치활동을 허용하면서도 외부 자금 유입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원천적으로 막을 경우, 재력을 갖춘 정치인만 선거운동 개시일보다 훨씬 이전부터 정치적 기반 조성을 위한 정치활동이 가능하게 되고 사전에 조직을 구성·운영할 만한 경제력이 없는 정치신인에게는 오히려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4. 결론 선거의 핵심가치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조화시키기 위해 법원은 선거운동의 개념과 범위를 축소해석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한편, 선거 관련 금전적 유입에 관해서는 정치자금법을 철저하게 적용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최근 판례의 경향은 규제 일변도의 선거법체계 하에서 '입은 풀고, 돈은 묶는다'는 선거관리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선해할 수 있다. 그러나 후보자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활동은 규제대상인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이를 위한 인적·물적 조직까지 허용하면서 정치자금의 외부 유입은 차단할 경우, 법이론상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조직을 꾸릴 여력이 없는 정치신인에게는 오히려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이렇듯 해석을 통해 선거법과 선거현장과의 현격한 괴리를 메우려는 시도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의 혼란을 줄이고 '깜깜이 선거'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의식의 성숙도와 새로운 선거홍보방식의 발달 등 사회변화를 반영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위한 투명한 정치자금의 유입은 허용하되, 수입·지출에 대한 사후적 감독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치관계법률을 개정하는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 송강 제2차장검사 (대구지검)
정치활동
정치자금
선거운동
송강 제2차장검사 (대구지검)
2020-04-20
선거·정치
헌법사건
이명웅 변호사(서울회)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각하결정에 대하여
-헌재 2016. 5. 26. 선고 2015헌라1 결정- 1. '국회선진화법'의 입법취지 및 내용 국회법(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개정된 것) 제85조 제1항은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및 직권상정 권한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 및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엄격히 한정하였다. 개정 직전의 제85조는 "① 의장은 위원회에 회부하는 안건 또는 회부된 안건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의장은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경우 위원회가 이유 없이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의장은 중간보고를 들은 후 다른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하여, 의장의 직권상정 여지가 매우 넓었다. 따라서 국회법 개정의 취지는 과거 국회의장이 위원회에서 법안의 심사기간을 정한 뒤, 그 기간이 경과하면 중간보고만 듣고 본회의에 직권상정을 행하여, 이로 인해 여야 간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교착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을 예방하고자 한 것이다. 한편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축소에 대한 대안으로서 국회의원들이 직접 직권상정을 도모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마련되었다. 국회법 제85조의2는 국회의원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하면 위원회 회부 안건을 의장에게(위원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한 경우에는 위원장에게)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을 요구하고, 의장(또는 위원장)은 이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입법(소위 '국회선진화법')은 결국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의원의 가중다수결로서 직권상정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2. 권한쟁의심판의 청구 및 결정요지 2015년 1월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장과 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권한쟁의를 청구하였다. 그 주된 논지는 위원회에서 야당의원들의 반대로 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회의원의 과반수가 찬성의견을 지니고 있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 의하여 60% 이상 찬성이 없으면 본회의 직권상정이 불가능한 것은 의회주의의 다수결원칙에 위배되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① 국회법 제85조 제1항 및 제85조의2 제1항을 개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국회'를 상대로 하지 않고 '국회의장 및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하였으므로, 피청구인 적격 흠결로 각하, ② 국회의장이 북한인권법안 등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요청을 거부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없어 각하, ③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에 대한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요청에 대하여 표결실시를 거부한 행위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서명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표결권이 침해될 위험성이 없어 각하, ④ 국회의장이 2012년 5월 2일 국회법 제85조의2를 가결 선포한 행위는 180일 청구기간이 도과하여 각하하였다. 3. 평가 위 ①③④ 부분은 결정의 타당성이 인정되고 이견이 있기 어렵다. 위 ② 부분은 자세한 다수의견과 재판관 이진성, 김창종의 기각의견, 재판관 서기석, 조용호의 인용의견이 있으며, 국회선진화법도 부분적으로 다루어졌으므로 이를 검토해본다. 가.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의 침해가능성 다수의견은 국회의장이나 위원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의원의 심의·표결권이 행사될 여지가 없고, 심지어 제85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더라도 심사기간의 지정 여부는 국회의장의 권한이므로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주관적 권리뿐만 아니라 제도적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이 권한은 대의민주주의의 기능에 필수적이고, 국회는 합의체로서 국회의 의사는 결국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로 나타나는 의사가 결집된 것이므로, 주어진 상황이 심의·표결권의 행사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닌지 헌법재판소는 고려하여야 한다. 이공현 재판관이 말했듯이 국회의원 개개인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는 일이 없이 최대한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심의·표결권한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며,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 요소이다(헌재 2007. 10. 25. 2006헌라5,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의견). 헌법재판소는 국회 외부관계에서 심의·표결권 주장을 배척하였는데(헌재 2015. 11. 26. 2013헌라3), 국회 내부관계에서도 그 침해가능성을 좁게 보았다. 심의·표결권의 제도적 기능과 국회의원의 입장에서 대의민주주의에 반하는 상황을 시정하는 권한쟁의에서 심의·표결권 외에 침해될 권한을 상정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권한쟁의의 제도적 기능과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연관시켜서 판단해야 한다. 그 점에서 소수의견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제도적 측면에서 보고, 직권상정 제한으로 인해서도 침해될 위험성이 있다고 본 것이 타당하다. 나. 국회선진화법의 위헌 여부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판단하지 않았는데, 심의·표결권의 침해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다수의견은 청구인들이 '재적의원 과반수가 의안에 대하여 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하는 경우 국회의장에게 이를 의무화하지 않은 것'(이하 '과반수 직권상정'이라 함)을 다툰 것을 '진정 입법부작위'로 보고 그 위헌 여부를 작위의무의 관점에서 판단하였다. 그런데 과반수 직권상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진정 입법부작위'로 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법 제85조 및 제85조의2에서 입법자의 의도는 명백하다. 다수의견은 과반수 직권상정이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제도와는 전혀 별개의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라 하나, 제85조 제1항은 명백히 과반수 직권상정과 같은 입법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국회가 과반수 직권상정 입법을 못한다면, 그 이유는 바로 제85조 제1항 및 제85조의2가 직권상정을 명시적으로 (과거와 달리)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주장은 위 조항들을 다투는 '부진정 입법부작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그렇게 보는 순간, 다수의견은 심의·표결권 자체를 좁게 보아 설사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위헌이라 해도 국회의장의 거부행위는 심의·표결권 침해가능성과 무관하다고 단정하였으므로, 이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다수의견이 청구인들의 주장을 '진정 입법부작위'로 보아 판시를 해 준 것은 고무적인 측면이 있지만, 판례가 그동안 '진정 입법부작위'와 '부진정 입법부작위'를 구분해 온 일관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더구나 위헌의견이 아닌데도(어차피 이 사건에서 헌법규정이나 해석상 직권상정에 대한 과반정족수 입법의무가 도출되기는 불가능함)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러한 판단은 마치 국회선진화법이 전혀 헌법적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오해를 줄 수 있다. 오히려 다수의견은 이를 부진정 입법부작위로 보아 제85조 제1항의 위헌성에 흡수시키고, 그 위헌성 여부가 심의·표결권의 침해가능성에 '연관된다'고 적극적으로 보아, 국회선진화법의 위헌성 여부를 본격적으로 따졌어야 했다. 필자의 소견으로 국회선진화법은 '직권상정'에 관한 것이고, 통상적인 입법안의 의결문제가 아니므로, 직권상정에 가중다수결을 요하도록 한 것은 국회의 자율적 영역이고, 특별히 그 재량이 남용되어 헌법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 만일 가중다수결이 통상 입법안이나 의안에 대한 의결정족수였다면, 이는 다수결원칙 위반으로서 헌법위반이 될 것이다. 특히 이는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선거권 행사의 결과를 왜곡시키는 제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직권상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보다 비중이 떨어지며, 이에 대해서까지 헌법재판소가 개입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할 헌법적 근거가 약하다. 한편 소수의견(인용의견)은 '본회의 결정주의'를 강조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이 위헌이라고 보았다. 현실적으로 '본회의 결정주의'가 '위원회 중심주의'와 대치될 때 전자가 후자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 직권상정이 어렵지만 열려 있으므로 '본회의 결정주의'가 무력화된 것은 아니다. 결국 '본회의 결정주의'를 (위원회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직권상정의 요건 문제에까지 직접 대입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 또 과반수로 위원회 교착상태를 타개하지 못하는데, 과반수로 비상조치(직권상정)를 허용하여야 한다는 논지는 정합성이 약하다. 3. 결론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이 심의·표결권 침해가능성을 좁게 본 것은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지니는 제도적, 법적 위상과 권한쟁의의 제도적 기능에 부합되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청구인들의 주장을 '진정 입법부작위'로 선해하여 판단하기 보다는, 사안이 심의·표결권의 침해가능성을 넓게 보기에 적합한 것이었으므로, 국회선진화법 자체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헌법재판을 통하여 중요한 정치적 쟁점에 대한 사법적 논의가 정리되고, 본래의 '정치성'이 타협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국회
권한쟁의
2016-06-13
방승주 교수(한양대 로스쿨)
재외국민의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 배제조항의 위헌여부
I. 서론 및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2014년 7월 24일 재외국민인 청구인들이 공직선거법 제218조의4 제1항,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 등이 자신들의 국회의원선거권 및 국민투표권 등을 박탈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선거권 및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청구한 헌법소원사건에 대하여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에 대해서만 늦어도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정을 명하고 동시에 잠정적인 계속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고, 나머지 청구에 대하여는 모두 기각하여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재외국민들의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을 배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여전히 합헌으로 선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2007년 6월 28일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재외국민선거권과 국민투표권을 제한하고 있던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조항들에 대하여 내린 종전 헌법불합치결정(2004헌마644, 2005헌마360 병합)의 입장으로부터 상당히 뒷걸음을 쳤을 뿐만 아니라 재외국민선거권을 확대해 온 선진국들의 헌법재판소 판례의 경향과도 부합하지 않는 퇴보적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지면관계상 결정의 주요 내용은 위에서 제시한 결정내용의 요지로 갈음하기로 하고, 이하에서는 주로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의 위헌여부와 이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의 문제점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 보기로 한다. II. 평석 1.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의 위헌여부 (1) 관련되는 기본권과 원칙: 보통선거원칙이 아니라 평등선거원칙, 선거권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쟁점에 대하여 정리하면서 선거권 내지 국민투표권 침해 여부 및 보통선거원칙 위배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보통선거원칙이 아니라, 평등선거원칙의 위반여부와 헌법 제24조의 선거권의 침해여부이다. (방승주, 재외국민 선거권 행사의 공정성 확보방안 연구(대검찰청 2010년도 정책연구용역 보고서), 대검찰청, 2011, 17, 43면 이하 참조) (2) 평등선거원칙의 위반 여부 평등선거원칙은 모든 선거권자가 동등한 수의 표를 던질 수 있어야 하고(계산가치의 평등), 그러한 투표가 의석배분에 있어서 동일한 가치와 영향력을 가질 것(결과가치의 평등)을 요구하는 원칙으로 여기에서의 평등은 엄격한 형식적이고도 도식적인 평등을 요구한다. 이러한 기준에 의할 경우 국내거주 국민은 1인 2표,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재외국민들의 경우는 1인 1표 밖에 행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명백하게 헌법 제41조 제1항의 평등선거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며, 엄격한 평등원칙심사기준을 동원할 때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는 없다. (3) 헌법 제24조 선거권의 침해 여부 먼저 선거권침해여부와 관련해서 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선거원칙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헌법적 법익이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나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안된다. (판례집 19-1, 859, 874;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로는 BVerfGE 132, 39)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자신의 종전의 입장과는 달리 별다른 근거제시도 없이 과잉금지원칙에 입각한 엄격한 심사를 포기하고 있는데, 이는 종전 2004헌마644 등 결정과 모순되는 태도라고 생각된다. 이하에서는 엄격한 심사기준에 입각하여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이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심사해 보기로 한다. 가. 목적의 정당성 헌법재판소는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의 정당화의 근거로 유권자의 지역적 관련성을 들고 있다. 헌법적으로 볼 때 지역구국회의원은 지역에서 선출되었지만 지역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이다. 국가의 이익과 지역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국회의원은 헌법 제46조 제2항에 따라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역구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지 단순히 지역주민의 대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과의 관련성을 강조하면서 "'특정 지역구의 국회의원'이라면 '지역에 이해를 가지는 자'가 지역의 이익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여야 한다"고 하는 헌법재판소의 판시는 헌법 제46조 제2항의 의의를 간과하거나 오해한 흠이 있다고 볼 것이다. 한편 백보 양보하여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재외국민들이 지역적 관련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막연한 지역적 관련성의 유지가 재적국회의원 300명 중 246명에 해당하는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을 완전히 박탈할 만큼 중대하고도 불가피한 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목적의 정당성이 결여되었다면 더 이상 살필 필요도 없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과잉하게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나 체계상 나머지의 관점에 대해서도 보충적으로 검토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나. 방법의 적정성 백보 양보하여 헌법재판소가 강조하는 지역과의 관련성이 어느 정도 필요하며 그 유지가 정당화될 수 있는 입법목적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재외국민들에게 자신들이 몸 담았던 고향과의 지역적 관련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지구촌화 시대에는 발달된 인터넷과 통신수단을 통하여 거주지와 상관없이 고국의 국민들과 교류하면서 여러 가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생활을 펼쳐 나가는 국민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재외국민들은 여전히 고국에 대한 지역적 관련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입법목적 실현에 도움이 안되므로 방법의 적정성 역시 없거나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다. 침해의 최소성 최종주소지나 등록기준지를 기준으로 소속지역구를 정하게 되면 지역적 관련성도 유지하면서 재외국민들의 선거권을 덜 침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등록기준지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 대량 위장전입에 의한 불공정선거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은 가령 지역구국회의원후보자가 결정되기 훨씬 앞선 시점에 최종주소지나 등록기준지를 기준으로 하여 소속지역구가 확정되도록 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지역관련성을 담보하면서도 소위 위장전입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라. 법익의 균형성 지역과의 관련성 유지라고 하는 목적은 막연하고도 추상적인데 반하여, 제한되고 있는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은 국민주권과 의회민주주의의 실현에 있어서 매우 중대한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마. 소결 따라서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그리고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 배제부분에 대하여 곧바로 효력을 상실시켜도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할 우려는 없으므로 단순 위헌결정을 내려도 좋다고 생각된다. 2. 국민투표권과 재·보궐선거권 배제조항의 위헌여부 이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필자의 견해(방승주, 앞의 보고서, 44, 46면 등 참조)와 같으므로 이에 대한 평석은 생략한다. III. 결론 비교법적으로 고찰해 보면 일본 최고재판소(2005년 9월 14일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정 판결, 2001년 제82호 등 재외일본인선거권박탈위법확인등청구사건)의 경우도 이미 2005년 9월 14일 재외일본인들에 대하여 지역구중의원선거권을 배제하고 있던 당시의 공직선거법조항에 대하여 위헌·무효결정을 내렸으며, 또한 최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BVerfGE 132, 39) 역시 2012년 7월 4일 그때까지 재외독일인의 선거권행사의 전제조건으로서 줄곧 유지되어 왔던 독일에서의 최소 3개월 정주(定住)조항에 대하여 보통선거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무효선언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이와 같은 선진국들의 재외국민선거권 확대인정 추세에 비추어 보거나, 또는 헌재의 2007년 6월 28일 2004헌마644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재외선거제도의 발전에 있어서 상당히 역행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선거권의 제한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그간 정립해 왔던 엄격한 심사기준의 법리를 포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과연 어떠한 선거원칙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없이 만연히 청구인이 주장하는 대로 보통선거원칙을 기준으로 그 위반을 부인한 것은 전체적으로 논증의 진지성이나 설득력 면에서 매우 부실하다고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하고 있다. 앞으로 머지 않아 다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여부를 심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헌법재판소는 반대의견을 낸 이진성, 서기석 재판관의 의견과 같이 재외국민들에게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까지 모두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2014-09-25
신봉기 동아대 법대 교수 · 법학박사
주민투표법 미제정의 위헌여부
Ⅰ. 사건의 개요 등 1. 事件의 槪要 (1) 정부는 1998. 12. 울산 울주군 등지에 핵발전소 8기의 건설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였고 울주군수는 세수증대 등을 이유로 이를 적극 지지하였는데, 정작 그곳에 사는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격렬하게 핵발전소의 유치를 반대하여 왔다. (2) 정부는 2000. 9. 산업자원부 고시제2000-88호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신리 일대를 4기의 가압경수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하는 한편, 위 서생면 비학리에 신고리원전 1호기를 건설하기로 최종 확정하였다고 발표하였는데, 이에 따라 울산광역시 주민 13만여명은 국회에 그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3) 위 서생면 주민들인 청구인들은 이 사건 원전유치 문제가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 보고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소정의 주민투표에 붙이고자 하였으나,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하여 아무런 입법조치가 없어 그 실시가 불가능하자 2000. 11. 이와 같은 입법부작위가 청구인들의 주민투표권(참정권), 주민자치권, 환경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審判의 對象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 따라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한 법률을 따로 제정하지 아니하는 입법부작위가 위헌인지의 여부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주민투표)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분합 또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하여 주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②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 3. 決定의 要旨 (1)<입법자가 주민투표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하는 것이 「헌법상 의무」인지 여부(소극)> 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가 보장하고 있는 본질적인 내용은 자치단체의 존재의 보장, 자치기능의 보장 및 자치사무의 보장으로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이다. 따라서 「헌법」은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를 통하여 자치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대의제 또는 대표제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을 뿐이지 주민투표에 대하여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대표제 지방자치제도를 보완하기 위하여 현행 「지방자치법」은 주민에게 주민투표권, 조례의 제정·개폐청구권, 주민감사청구권을 부여함으로써 주민이 지방자치사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지만 이러한 제도는 어디까지나 입법에 의하여 채택된 것일 뿐 헌법이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제13조의2가 주민투표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주민투표에 관련된 구체적 절차와 사항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주민투표에 관련된 구체적인 절차와 사항에 대하여 입법하여야 할 헌법상 의무가 국회에 발생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2)<주민투표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우리 헌법상 참정권은 국민이 국가의 의사형성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적인 참정권(국민투표권)과 국민이 국가기관의 형성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국가기관의 구성원으로 선임될 수 있는 권리인 간접적인 참정권(공무원선거권, 공무담임권)으로 나눌 수 있는바,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에서 규정한 주민투표권은 그 성질상 이를 ‘법률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Ⅱ. 평 석 1. 住民投票權이 憲法上 參政權이 아닌지 與否 헌법재판소는 주민투표권을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는바, 그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헌법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성문규정에서 참정권의 근거를 찾는 형식논리에 의존하고 있을 뿐 그 실질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결정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이유로 주민투표권을 국민투표권과 달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참정권)로 보지 않는지 및 헌법상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 기본권적 수준의 권리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먼저 헌법에서 인정된 참정권으로서의 선거권, 공무담임권 및 국민투표권은 ‘국민’으로서 갖는 정치적 기본권이고, 이들 각 기본권은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국민인 지방자치단체 ‘주민’으로서도 당연히 갖는 정치적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투표는 국민주권주의를 천명한 헌법 제1조 제2항과 조화로운 해석하에서 헌법 제118조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인정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한 주민투표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인 ‘참정권’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 주민투표권은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정치)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므로 정치적 기본권(참정권)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주민참정권의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투표권은 참정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로서 그 자체로서 이미 기본권에 해당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정한 지방자치단체 구역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국민인 주민’으로서 지역 차원의 투표권 즉, 주민투표권을 갖는 것은 헌법상의 정치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과 성질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당연히 헌법 제37조 제1항의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주민투표권의 구체적 내용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는 개별 법률에 의하여 정하여질 것이지만, 그 개별법률 역시 기본권(참정권) 내지 헌법상의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의 주민투표권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2. 眞正立法不作爲에 대한 憲法訴願의 許容與否 (1) 眞正立法不作爲訴願의 許容要件 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에는 진정입법부작위와 부진정입법부작위가 있는바, 청구인들이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 따라 제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은 아직까지 전혀 입법이 없는 상태이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가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는 의문이 없다. 그런데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①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②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판례태도이다. (2) 眞正立法不作爲訴願 許容要件의 充足 그렇다면 ‘따로 법률로 정’하지 않고 있는 이 건 입법자의 부작위가 이같은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허용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인가? 먼저 주민투표법의 제정을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입법위임한 것이 아니므로 위 ①의 요건은 당연히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는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과 같은 형식의 입법인 경우에 있어서는 ‘헌법상의 명시적 입법위임’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은 다소 유연하여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주민투표에 관한 권리는 헌법상의 지방정치에의 참정권의 하나 내지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서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은 그에 관한 헌법위임규정인 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의 근거규정에 따라 제정된 것인 점에서, ‘헌법상의 명시적인 입법위임’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아래의 여러 논거에 따르면 ②의 요건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 제118조 및 제1조 제2항의 해석상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하여 (범위를 획정할 수 있는) 이해관계 있는 주민에게 기본권인 참정권에 포함되는 권리로서 지방의회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미치는 구체적인 주민투표권이 발생하여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헌법에 의하여 발생하였음이 명백하다고 할 것임에도, 입법자가 주민투표법의 제정이라는 입법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입법 당시의 논의과정을 살펴볼 때, 구체적인 근거법률인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에서 ‘다른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이 1994년 3월 16일이고 보면 이미 그 입법조치의 불이행상태가 7년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정도 이상의 지체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즉, 동 조항의 신설 당시는 총선거와 맞물려 공직선거법,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의 제정 또는 개정을 목전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법률과 함께 진행되던 지방정치 영역에서의 개정안의 핵심내용 중 하나였던 주민투표 조항의 형성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시급한 정치일정에 쫓겨 추후 계속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이를 따로 정하기로 하고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의 형식으로 규정하는데 그쳤던 것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은 지방자치법상의 주민투표 조항의 신설논의가 위 정치관계법과 달리 지방선거 등에 있어서는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같은 합의가 가능하였던 것임을 고려한다면 7년이상의 입법의 지체는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허용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입법실제를 볼 때,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은 이미 입법과정에서 시급히 제정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따로 법률로 정’하는 입법형식은 단일 법률로 제정하기는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의 규율을 별개 법률로 독립시키고자 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라 할 것이므로 당해 ‘다른 법률’은 입법상태의 공백이 없도록 가능한 한 동시에 또는 신속하게 제정함이 타당한 것이다. 따라서 동 조항의 제정으로부터 7년이상 입법이 지체되었다는 것은 합리적 기간을 넘어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예컨대, 최근 2000년 7월 1일 도시계획법이 전면 개정 시행되었는바, 동법 제34조 및 제56조에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행위제한 등에 관하여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함과 동시에, 같은 날에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을 공포 시행하고 있는바, 이러한 ‘다른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입법의 형식이 곧 이를 합리적 기간을 넘어설 정도로 장기간 방치함을 허용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제까지 입법부작위가 위헌임을 인정하는 「위헌확인」결정을 2건 판시한 바 있다(1994. 12. 29, 89헌마2; 1998. 7. 16, 96헌마246). 특히 헌법재판소는 전문의자격시험불실시 위헌확인등 사건(96헌마246)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법과 대통령령의 위임에 따라 치과전문의자격시험제도를 실시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하거나 필요한 조항을 신설하는 등 제도적 조치를 마련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소원대상인 진정입법부작위로서 위헌”이라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시한 바 있다. 『① 삼권분립의 원칙, 법치행정의 원칙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는 우리 헌법하에서 행정권의 행정입법 등 법집행의무는 헌법적 의무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행정입법이나 처분의 개입 없이도 법률이 집행될 수 있거나 법률의 시행여부나 시행시기까지 행정권에 위임된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과 같이 “치과전문의제도의 실시를 법률 및 대통령령이 규정하고 있고 그 실시를 위하여 시행규칙의 개정 등이 행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정권이 법률의 시행에 필요한 행정입법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행정권에 의하여 입법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헌법에서 유래하는 행정입법의 작위의무”가 있다. ② 상위법령을 시행하기 위하여 하위법령을 제정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함에 있어서는 상당한 기간을 필요로 하며 “합리적인 기간내의 지체”를 위헌적인 부작위로 볼 수 없으나, 이 사건의 경우 현행 규정이 제정된 때(1976. 4. 15)로부터 이미 20년이상이 경과되었음에도 아직 치과전문의제도의 실시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합리적 기간내의 지체”라고 볼 수 없고, 법률의 시행에 반대하는 여론의 압력이나 이익단체의 반대와 같은 사유는 지체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이 사건은 시행규칙의 문제인 점을 제외하고는 본 사안과 관련하여 그 입법실제, 입법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볼 때 논리적 및 법리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달리 결론에 이른 본 사안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3. 結 論 이 사건 결정은 유사한 선판례가 있음에도 그에 대한 어떠한 입장표명도 없이 선판례를 뒤엎는 듯한 결론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결정문을 보면 비록 각하 결정이기는 하나 그 논리적 정치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논의의 순서상 진정입법부작위 소원의 허용요건과 관련하여 법령에의 명시적 입법위임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전혀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 스스로 제시한 허용요건에의 해당 여부에 대한 검토조차 엄밀히 하지 아니하고 있으며 또한 주민투표권의 기본권성에 대하여도 형식논리에만 입각하여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부작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함이 옳았으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적어도 진정입법부작위소원의 허용요건을 인정한 후 본안판단에 이르러 -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과 같이 - 주민투표입법의 곤란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위헌적인 입법부작위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2001-07-23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현대제철 사내하청 근로자 일부 ‘파견 근로’ 인정
판결기사
2024-03-12 18: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등록사항정정의 대위신청과 관련된 법적 문제
서보형 한국국토정보공사 변호사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Voice Of Law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