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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22. 2. 17.선고 2021다238032 판결 -
군(郡)의 체육회장후보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과정수료'를 '경영대학원 수료'로 학력 기재한 것이 후보등록 무효사유인가
1. 사건 개요 피고는 사적 자치단체인 강원도 정선군 체육회이다. 피고 선거관리위원회는 2020년 1월경 초대 민선회장을 선출하기 위해서 선거절차를 개시하였는데 후보자 D는 후보자 등록신청서의 학력 란에 'E중학교 졸업/F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로 기재하고, 이력서에는 'E중학교 졸업'이라고 쓰고 바로 아래 칸에 'F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로 기재하였다. 그런데 D는 F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지 않았고, 정규학력과정으로 인정되지 않는 'F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을 뿐이다. 이 사건 선거관리규정에는 회장 후보자의 학력에 관한 자격 제한은 없고, 다만 선거관리규정 제16조 5항 2호는 '후보자 등록서류를 고의로 조작하거나 중대한 사항을 거짓으로 작성한 것이 발견된 때'에는 그 후보자의 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D는 회장에 당선되었는데, 다른 후보자이었던 A와 B가 D의 허위학력기재를 후보등록 무효사유로 하여 피고를 상대로 선거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 사건 선거관리규정이 규정하고 있는 목적에 반하여 후보자가 등록신청서에 최종학력을 거짓으로 기재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선거권자가 후보자의 자질과 적격성을 과대평가함으로써 투표에 관한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 E중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인 D가 후보자등록신청서의 학력 및 경력에 'F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가 아닌 'F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로 기재한 것은 선거권자로 하여금 D의 자질과 적격성을 과대평가함으로써 D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다는 점, 결국 D의 행위는 '선거권자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기재하는 행위'로서 이 사건 선거관리규정에서 정한 중대한 사항을 거짓으로 작성한 것으로 되어 후보자등록 무효사유에 해당한다. 3. 쟁점 (1) 대법원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등이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등 선거의 절차에서 법령에 위반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그 사정만으로 당해 선거에 의한 당선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이와 같은 법령위배의 선거운동으로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하여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하여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때에만 당선인 결정은 무효이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다11837 판결)"라고 판시하였고,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라 함은 "선거에 관한 규정의 위반이 없었더라면 선거의 결과, 즉 후보자의 등록에 관하여 현실로 있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하는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8수5025 판결)"라고 판시하였다. 앞의 대법원판결들의 판시내용은 이 사건 대상 판결에서도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쟁점은, 당선자 D의 학력 허위기재 자체가 후보자의 자질과 적격성을 과대평가하게 하여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한 결과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하여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였고, 나아가 허위기재가 없었더라면 후보자의 등록에 관하여 현실로 있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된다. (2) 이 사건 대상 판결이 '선거관리 규정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라고 판시한 바가 과연 앞의 대법원 판례들의 기준에 비추어 합당한 판시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1) 먼저 피고가 선거관리규정에서 후보자등록신청을 할 때 체육회장 후보자격으로 일정한 학력, 예컨대 대학 학력 졸업 이상자로 명시해 놓았다거나 또는 정규학력을 기재하도록 명시한 경우라면 이는 선거권자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규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D가 마치 대학 학력 이상의 정규학력자인 것처럼 허위로 학력을 기재한 것은 대상 판결이 지적하는 대로 선거관리규정에 바로 위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체육회장의 후보자격과 관련하여 특별히 학력에 관한 제한 규정을 둔 바 없으므로 D의 행위를 바로 대상 판결의 판시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2) 다음으로, 후보자격으로서 학력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제한 규정이 없는 경우, 이 사건에서와 같이 후보자가 허위의 학력을 기재함으로써 후보자 등록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선거권자들이 그 학력이 허위 기재임을 안 경우와 이를 알지 못한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① 선거권자가 허위기재임을 알고 투표한 경우라면 허위기재와 선거결과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무효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학력을 속이는 것을 알고도 그래도 좋다고 혼인한 배우자는 혼인 후에 학력을 속였다는 것을 이유로 그 혼인을 취소할 수 없는 예와 같다. ② 문제는 선거권자가 허위기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투표하여 그 결과 당선된 경우이다. 이 경우는 '중대한 사유'로서 당선무효가 될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을 보면 투표권을 가진 총 55명의 선거인단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D가 29표(52.7%), 원고 A가 11표(20%), 원고 B가 15표(27.3%)를 각 득표하여 D가 회장으로 당선되었는데, 선거인단 55명 중 49명이 법원에 D의 학력기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하였다. D의 학력기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 확인서를 제출한 49명이라는 선거인단의 수는 낙선자 A와 B의 득표수를 합친 수 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웁고, 당선자 D에게 표를 준 29명보다 20명이나 넘는 숫자이다. 또 총 선거인단이 55명인 것에 비추어 절대 다수인 49명이다. 이들 선거권자 49명의 학력기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의 확인서는 후보 학력요건을 정한 바가 없는 이 사건 체육회장 선거에서, 선거권자들이 D의 허위학력 기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것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일 것이다. 왜냐하면 확인서를 제출한 선거권자들 가운데에는 이 사건 선거에서 A나 B에게 투표하고 D에게 반대한 선거권자들도 다수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D의 학력 허위기재 그 자체가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유가 되어 선거 무효사유가 된다는 대상 판결의 판시 내용은 수긍하기 어렵다. ③ 공직선거법에는 정규학력을 벽보에 게재할 것을 규정(동법 제64조)하고 있는데 후보자 등이 단순한 경력이나 정규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만으로는 처벌하지 아니하고, 그 허위사실을 일정 형식으로 공표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처벌(동법 제250조)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 당선의 무효는 당선인이 당해 선거에서 공직선거법에 위반된 죄를 범하여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 국한한다(동법 제264조). 2019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정선군 체육회를 비롯한 전국 240여개의 지방체육회는 사적 자치단체로 되었으며 그 회장은 공직자가 아니다. 그런데 공직자 아닌 지역체육회장 후보가 단순히 학력을 허위기재한 사실만을 가지고 이를 바로 '중대한 사유의 기준'으로 보아 그 선거를 무효로 판시한 대상 판결은 사적자치단체장의 선거에 공직선거의 경우 보다 더 무거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결국 D의 허위 학력기재를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하는 것과 같은 평가를 하였다고 보여진다. 4. 평석을 마치며 필자는 대학에서 교수, 그리고 총장직 등에 재직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배움에 대한 열망을 절실히 체감하였다. 경제적 어려움과 어떤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정 정규학력에 이르는 교육을 받지 못한 분들이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후 대학의 이른바 특별교육과정을 통해서 그들의 배움의 한을 푸는 경우를 수 없이 보아왔다. 이러한 사정으로 학력 또는 경력사항에 대학원의 정규교육과정이 아닌 특별교육과정을 정규교육과정을 수료한 듯이 표시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 것도 보았다. 이 사건을 보면서 학력 허위기재는 허위사문서 작성행위로서 형법상 처벌의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 많은 대학이 운영하는 특별교육과정도 고등교육기관의 엄연한 교육과정이며 다만 정규교육과정이 아닐 뿐이고, 따라서 학력 란에 정규교육과정을 쓰도록 명시하지 않은 이력서나 경력서 등에는 예를 들어 대학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를 기재하여도 된다는 점도 여론(餘論)으로 적는다. 그들의 뼈저린 열망을 무시하고 차단하는 것 역시 정규학력을 거친 배운 자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한편, 대학마다 특별교육과정 수료생에게 총장, 또는 특수대학원장 명의로 수여하는 교육과정 수료증을 주고 동문회를 구성하고, 대학의 간행물도 보내주며 도서관, 전산실, 각 연구소 및 연구센터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우를 한다. 이런 점에서 특별교육과정 수강생들이 정규학력과정과 특별교육과정을 거의 동일시하는 오해와 혼동이 생길 수 있다면 특별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으로서도 그 책임의 일부를 부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건 대상 판결이 오랜 동안 대학원의 특별교육과정을 지켜본 필자의 눈에 우연히 띄어 판례평석을 쓰게 되었지만, 필자는 냉철하게 이 사건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종래의 대법원 판결들과 기타 법리들을 보다 세심하게 살피며평석에 이르렀음을 밝힌다. 김숙자 명예교수(명지대 법대·전 배화여대 총장)
대학원
학력
최종학력
이력서
선거
김숙자 명예교수(명지대 법대·전 배화여대 총장)
2022-05-05
선거·정치
인터넷
헌법사건
- 헌법재판소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의 의미와 기능
Ⅰ. 사건의 개요 헌법재판소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은 2018헌가16, 2018헌마456, 2020헌마406의 3개 사건을 병합한 것으로서 인터넷신문을 운영하는 법인 또는 유권자 개인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이 선거운동기간 중의 실명인증을 요구한 것, 그리고 그 위반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주장에 따라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 및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들이다. Ⅱ.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인 제82조의6 제1항 등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나, 모든 익명표현을 사전적·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보다 행정편의와 단속편의를 우선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은 정치적 의사표현이 가장 긴요한 선거운동기간 중에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로 하여금 실명확인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모든 익명표현을 규제함으로써 대다수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불이익은 선거의 공정성 유지라는 공익보다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의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법정의견의 판단이다. Ⅲ. 선거운동의 본질과 기능 민주적 선거는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하는 행위이며, 선출된 대표자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의 부여, 선출되지 못한 후보자 및 정당에 대한 통제, 그리고 선거에의 참여를 통해 국민들의 민주의식과 주권의식, 나아가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는 통합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선거의 민주적 기능이 올바르게 발현되기 위한 전제가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이다. 한편으로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통한 정보의 소통, 민의의 수렴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후보자들의 상호 견제를 통해 허위 또는 과장된 학력이나 경력 등을 밝혀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운동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민주주의 실현이 촉진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며, 선거의 승리를 위해 자신에 관한 정보를 부풀리거나 상대 후보자의 정보를 왜곡하는 일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유권자들이 왜곡된 정보에 근거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릴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공정성은 항상 맞물려 있다. 즉, 선거운동의 자유는 결코 자기목적적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공정성을 깨뜨리는 선거운동의 자유는 선거의 민주적 기능을 침해하며, 나아가 민주주의 전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Ⅳ. 인터넷 선거운동의 확대와 그 장단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선거운동의 방식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21세기의 정보통신사회에서는 인터넷 및 SNS 등을 이용한 온라인 선거운동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TV토론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것처럼, 온라인 선거운동의 확대에 대해서도 찬반이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 및 이를 이용한 정보소통의 명(明)과 암(暗)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서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선입견이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인터넷 선거운동이 갖는 장점도 뚜렷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그 장점으로는 대중적인 접근성 및 편의성, 정보전달의 신속성과 효율성, 저비용 고효율 선거운동의 가능성, 활발한 대화와 토론의 가능성 등이 있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가짜뉴스의 전파 위험성과 검증의 어려움, 왜곡된 정보로 확인된 이후에도 통제하기 어려움, 고비용 선거운동이 될 가능성, 활발한 대화·토론의 현실적 한계 등이 지적된다. Ⅴ.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의 의미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헌재 2012. 8. 23. 선고 2010헌마47 등 결정)으로 인하여 포괄적인 인터넷 실명제는 무산되었으나, 제한적·예외적 실명제는 인정되었고, 그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이다. 2004년 3월 12일 개정을 통해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서 제82조의6을 신설함으로써 인터넷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한 취지는 인터넷게시판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과열·불공정한 선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며, 2008년 2월 29일의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해 선거운동기간 중에 한정하여 인터넷게시판 실명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0. 2. 25. 선고 2008헌마324 등 결정, 헌재 2015. 7. 30. 2012헌마734 등 결정에서 이 조항의 합헌성을 인정하였다. 그 주된 논거는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각종 흑색선전이 줄어들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선거의 공정성의 확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실명확인이 필요한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하고, 그 대상을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었다. 헌재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에서는 이러한 과거의 판례를 뒤집고,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2항 등에 따른 본인확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헌성이 인정되고 있다(헌재 2019. 9. 26. 선고 2017헌마1209 결정). 차명휴대전화의 생성을 억제하여 보이스피싱 등 범죄의 범행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방지함으로써 잠재적 범죄 피해 방지 및 통신망 질서 유지 등을 위해서는 실명확인이 가능한데,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에서 강조되고 있는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도 절대적 기본권은 아닐뿐더러, 그 오남용에 대한 합리적 통제는 필요하다. 더욱이 법정의견에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대해 제시한 근거는 과거의 헌법재판소 판례 및 이 결정의 반대의견에 비해 설득력이 약하다. 더욱이 법정의견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말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부분적인 제한이 아닌, 익명표현의 자유 전체를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Ⅵ.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 폐지의 파급효과 포괄적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결정에 의해 폐지된 이후에도 공직선거법에서 제한된 인터넷 실명제를 두고 있었던 것은 선거의 특성, 특히 선거의 민주적 기능 및 그 전제로서 선거의 공정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런데 헌재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은 사실상 익명표현의 무제한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선거운동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이는 불법적 선거운동을 은폐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일 뿐이다. 익명표현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이며, 기본권으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익명표현의 자유는 공익적 필요에 의해 제한될 수 있으며, 선거의 공정성은 그러한 공익적 필요의 하나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익명표현이라는 이름 하에 허위사실의 유포까지도 보호되어야 한다면, 최근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제250조의 허위사실공표죄를 합헌으로 판단한 것(헌재 2021. 2. 25. 선고 2018헌바223 결정)과 모순되지 않는가? 실명표현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되고, 익명표현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괜찮은 것인가? Ⅶ. 결론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성이 의사소통의 자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피해 또한 만만치 않다. 익명의 그늘 하에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는 물론, 각종 신상털기, 스토킹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심지어 인터넷 게시판 및 각종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의 폐해는 그 파급효가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 확인조차 어렵다. 더욱이 인터넷 선거운동에서의 익명성은 당선을 위해 무슨 일도 마다하지 않는 공직선거 후보자들 및 그 지지세력들에 의해 흑색선전의 온상이 될 우려가 매우 크다. 이미 지난 두 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국정원의 댓글조작사건, 민주당의 여론조작사건(이른바 '드루킹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그 위험성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에 대해 위헌이라 판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장영수 교수 (고려대 로스쿨)
익명표현
실명인증
선거운동
장영수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8-26
형사일반
- 대법원 2020.7.16.선고 2019도13328 판결 -
죄형법정주의와 법의 해석
1. 서론 대법원 2020.7.16.선고 2019도13328 판결은 원심의 유죄판결을 무죄취지로 파기한 판결이다. 사건의 내용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이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규정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지의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다. 재판부의 합의결과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7명이고 그 반대의견이 5명이다. 합의 과정은 비밀투표형식이 아니고 대법관 12명이 개별적으로 각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인데 이사건의 경우 대법관 10명까지의 의견은 5대5였다. 그렇게 찬반양론이 팽팽히 대립했던 사건이다. 그런데 대법관 7명이 찬동한 무죄취지인 판결에 관하여 그 다수설의 법리를 “토끼는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는 궤변”과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침대에 맞춰 다리 자르는 격”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이글을 쓴다. 위 두 사람은 법조인은 아니지만 ‘죄형법정주의’가 무엇인지 또는 ‘법의 해석’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알만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2. 죄형법정주의 어떤 행위가 범죄로 되고 그 범죄에 대하여 어떤 처벌을 할 것인가는 미리 成文의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먼저 법률의 규정을 보기로 한다. ▲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 공표 죄) [①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候補者가 되고자 하는 者를 포함한다. 이하 이 條에서 같다)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학력을 게재하는 경우 제6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방법으로 게재하지 아니한 경우를 포함한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법의 해석 입법기술상 추상적·일반적으로 불완전하게 규정되어 있는 법규범의 의미·내용을 명확히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사안에 추상적인 법규범을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법규의 의미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법의 목적에 따라 규범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이론적·기술적 조작이다. 물론 법규가 문자로 표현된 것이어서 법 해석에는 입법자의 의사, 법규의 문법적인 의미관계, 그리고 형식논적 조작을 통한 논리적 해석 등의 전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이는 법의 객관적 의미를 확정하기 위한 자료나 조건이 될 뿐이다. 그러므로 법규의 해석은 객관적·논리적이어야 하며, 입법자의 의사나 법규의 문리적 의미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법에 내재해 있는 법의 이념과 목적, 그리고 사회적인 가치합리성에 기초한 입법의 정신 등을 객관화해야 하며, 단순한 형식논적 방법을 넘어서 목적논적이라야 한다. 무릇 법률용어는 정제(精製)되고 적확(的確)해야 한다. 그런데 어떠한 두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문언은 같아도 그 의미는 서로 다른 경우가 있고 또는 같은 의미를 두 법률에서 서로 다른 용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 사안의 처리를 위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 4. 허위사실 공표와 진정사실 부인 허위인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와 진실한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는 둘 다 그 내용은 거짓말이지만, 전자는 공표 즉 세상에 널리 알리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위이고 후자는 진실한 사실을 부인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행위이다. 전자는 그 거짓말이 무고죄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라고 할 때의 거짓말이지만, 후자는 위증죄에서 말하는 “허위의 진술을 한 때”라고 할 때의 거짓말이다. 둘 다 그 내용은 거짓말이지만 개념이 다르므로 항상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다. 속칭 “이재명 대법 판결”에서 대법관 7명은 위의 허위사실 공표행위는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규정된 구성요건에 해당되지만,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는 그 말이 거짓말이더라도 위 법제250조에 규정된 구성요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즉 법제250조의 범죄구성요건인 거짓말은 ‘무고’개념인 거짓말이다. 이에 반하여 대법관 5명은 진실한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행위이고 ‘위증’개념인 거짓말이라도 허위인 사실을 말한 것이므로 위 법제250조에 규정된 구성요건에 해당된다는 견해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견해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반대의견에 찬동하면서 다수의견인 법리를 ‘토끼는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는 말과 같은 궤변’이라고 한다면, 그 반대로 다수의견에 찬동하는 사람은 반대의견인 법리를 궤변이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5.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여기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관한 이야기가 연상된다. [토끼가 100m 가는 동안에 거북이는 50m 기어간다고 가정한다. 그러한 토끼와 거북이가 400m인 트랙을 일주하는 경주를 한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 거북이의 출발지점을 토끼의 출발지점 보다 100m 앞에 지정하더라도 토끼는 거북이를 쉽게 추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상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위의 경우 토끼가 거북이의 출발지점까지 100m 가는 동안에 거북이는 그 앞으로 50m 기어갈 것이고, 그 다음 토끼가 50m 다가오는 동안에 거북이는 그 앞으로 25m 기어갈 것이고, 그 다음 또 토끼가 25m 다가오는 동안에 거북이는 그 앞으로 12.5m 기어갈 것이다. 그리고 보면 토끼는 앞서 기어가는 거북이에 점점 더 근접할 수는 있어도 끝내 거북이를 추월할 수는 없다는 말이 된다.] 이를 상식에 어긋나는 시간개념을 무시한 궤변이라고 한다. 강해룡 변호사 (서울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사실
이재명
강해룡 변호사 (서울회)
2020-08-05
선거·정치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7도13984 판결 -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범위 및 선거 관련 정치자금의 허용 여부
1. 사건 개요 및 쟁점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① 2018년 1∼4월경 기초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 A 등 5명은 공모하여, ○○사무실에서 A의 SNS 작업, 유권자 DB 작업, 문자메시지 문안 작성, 선거운동 관련 회의 등을 하여 ○○사무실을 선거운동을 위한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시설로 이용하고, ② SNS 홍보팀장인 B는 후보자 A에게 월 임료 198만원의 ○○사무실을 무상제공하여 588만원 상당의 재산상이익을 기부하고 A는 이를 제공받아 정치자금을 부정수수하였다는 것이다. 하급심에서는 이 사건 압수수색에서의 적법절차를 비롯하여 여러 쟁점이 다루어졌으나, 실체와 관련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피고인들이 ○○사무실을 사용한 행위가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기관을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공직선거법위반 여부), 둘째, B가 A에게 ○○사무실을 무상 제공하였고 이는 A가 선거준비, 정책개발을 하는데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A의 '정치활동'을 위한 것인지(정치자금법위반 여부) 등이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1심과 원심의 판단은 동일하였는데, 공직선거법위반에 대하여는 ○○사무실을 이용하여 한 행위가 '선거운동'의 목적이 아닌 순수한 '선거 준비행위' 차원에서 선거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부적 행위이거나 '경선운동'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사무실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이용된 것으로서 선거사무소·선거연락소와 유사한 활동이나 기능을 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정치자금법위반에 대하여는 B가 A에게 ○○사무실을 사용하도록 하였고 그 목적은 A를 위한 선거준비 및 정치인으로서 인지도, 지지도 향상 등 정치활동을 지원하는데 있었다며 A, B 모두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90만원씩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피고인 A, B가 모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에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피고인들의 상고를 전부 기각함으로써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이 사건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후보자가 선거를 준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행위유형이 포함되어 있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이 모두 적용된 사건이다. 2016년 대법원 2015도11812호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선거운동'을 전제로 성립하는 사전선거운동죄·유사기관이용죄에 대하여는 이 사건 행위가 후보자의 긍정적 이미지 및 인지도 제고를 넘어서 '선거운동'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A가 B로부터 사무실을 무상 대여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임대료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받았으므로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보아 유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규제 대상인 '선거운동'의 의미와 범위를 축소해석함으로써 선거의 자유를 확대하면서도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정치활동'에 대하여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여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 선거의 자유와 공정성 선거운동의 자유는 국민주권 원리, 의회민주주의 원리 및 참정권에 관한 규정에 근거를 둔 자유선거 원칙으로부터 도출되고, 헌법상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규정에 의해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의 한 모습으로 선거권 행사의 전제 내지 선거권의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 선거의 공정성이란 선거의 자유와 선거운동 등에 있어서의 기회 균등이 담보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선거의 공정성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선거 자유도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선거의 공정성은 선거의 자유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선거의 자유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공직선거법에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선거운동의 주체·기간·방법 등에 대하여 상세한 금지·제한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선거운동의 '원칙적 제한, 예외적 보장'으로 체감된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법원은 규제되는 선거운동의 범위를 점차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판례를 지속적으로 형성해왔다. 즉, 문제된 행위가 '선거운동'이 아니라 그 전 단계인 '경선운동' 또는 '선거준비행위'에 불과하므로 선거운동을 전제로 한 금지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해오다가 2016년에 이르러서는 선거운동의 개념과 범위 자체를 축소해석하며 판례를 변경하였다. 다.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의미와 범위 2016년 변경된 판례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로서, 목적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하려면 단순히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거나 선거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선거인'의 관점에서 특정 선거에서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 경우에 인정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하는 정치활동은 종래의 선거운동 범위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후보자들의 주된 목적이 선거인을 상대로 인지도를 높이고 긍정적 이미지를 향상시키려는데 있음에도 이를 제재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결과적으로 선거 자유의 보장 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관계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정치활동이란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둘러싼 투쟁이나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으로서 선거운동은 대표적인 정치활동에 해당한다.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구분 실익은 선거사건에서 금전과 관련하여 문제된 행위가 비록 선거운동 범위에는 포섭되지 않더라도 정치활동에는 해당할 경우 정치자금법의 적용을 받는데 있다. 이 사건에서도 문제된 행위가 판례상 '선거운동'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정치활동'에는 해당하고 이와 관련하여 재산상 이익을 제공·수수하였다면 정치자금법위반죄가 성립함을 명확히 하였다. 라. 이론 및 실무상 문제점 판례상 '선거운동'의 의미와 범위에 대하여는 법이론상 몇몇 문제점이 제기된다. 헌법적 관점에서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 위헌법률심판이나 법률개정을 통해 선거운동의 기간·방법 등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야 함에도 법률에 규정된 선거운동의 개념 자체를 제한해석하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통상적인 법률해석의 범위를 넘어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를 법원이 우회적으로 판단한 셈이 되었다. 형사법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대법원이 선거운동의 목적성 여부를 '선거인'의 관점에서 외부 행위를 대상으로 판단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은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범의 목적성 존부에 대한 종래 판단기준과도 어긋난다. 즉 목적범의 목적은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 아닌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족하고 이는 주관적 의사가 객관적 직접 증거나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확인될 수 있으면 충족된다는 일반적 기준을 특별한 이유 없이 일탈함으로써 법체계정합성을 갖추지 못한 해석이 되었다. 실무상으로도 여러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선거운동의 목적성 판단을 피고인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인의 관점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오히려 선거운동 개념이 불명확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규제 대상 선거운동 범위가 더 확대될 수 있는 의도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되었다. 선거인마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나 정치적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법에서 사전선거운동이나 유사기관설치·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정치자금이 소요되는 소위 '조직선거'를 차단하기 위한 취지이나, 본 판결 사례와 같이 인적·물적 조직을 이용한 인지도 제고 등 정치활동을 허용하면서도 외부 자금 유입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원천적으로 막을 경우, 재력을 갖춘 정치인만 선거운동 개시일보다 훨씬 이전부터 정치적 기반 조성을 위한 정치활동이 가능하게 되고 사전에 조직을 구성·운영할 만한 경제력이 없는 정치신인에게는 오히려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4. 결론 선거의 핵심가치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조화시키기 위해 법원은 선거운동의 개념과 범위를 축소해석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한편, 선거 관련 금전적 유입에 관해서는 정치자금법을 철저하게 적용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최근 판례의 경향은 규제 일변도의 선거법체계 하에서 '입은 풀고, 돈은 묶는다'는 선거관리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선해할 수 있다. 그러나 후보자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활동은 규제대상인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이를 위한 인적·물적 조직까지 허용하면서 정치자금의 외부 유입은 차단할 경우, 법이론상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조직을 꾸릴 여력이 없는 정치신인에게는 오히려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이렇듯 해석을 통해 선거법과 선거현장과의 현격한 괴리를 메우려는 시도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의 혼란을 줄이고 '깜깜이 선거'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의식의 성숙도와 새로운 선거홍보방식의 발달 등 사회변화를 반영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위한 투명한 정치자금의 유입은 허용하되, 수입·지출에 대한 사후적 감독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치관계법률을 개정하는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 송강 제2차장검사 (대구지검)
정치활동
정치자금
선거운동
송강 제2차장검사 (대구지검)
2020-04-20
선거·정치
형사일반
-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6314 판결 -
위탁선거법상 금품제공 ‘지시’죄에서 지시의 개념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 제58조는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선거인명부를 작성하기 전에는 그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자를 포함한다)이나 그 가족 또는 선거인이나 그 가족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향응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제1호), 위와 같은 행위에 관하여 지시·권유·알선하거나 요구한 자(제4호) 등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사건은, 축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피고인이 조합원 A에게 다른 특정의 조합원 11명에게 각 10만원씩 합계 110만원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현금 110만원을 교부한 사안에서,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금전 제공을 ‘지시’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이다. 중간전달자 A가 실제로 조합원 11명에게 전달·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수하여 선거인들에게 금전이 제공되지는 않았다. 검사는 위탁선거법 제58조 제1호의 금전 제공죄로 기소하였다가, 공직선거법 제257조 제1항의 기부행위제한위반죄의 공모자 사이의 금전 교부가 기부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2002. 2. 21. 선고 2001도2819 전원합의체판결의 취지에 따라 항소심에서 금전제공지시죄로 공소장을 변경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은 선거인 매수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예비 내지 미수행위에 그친 사건으로서,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금전제공지시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하관계가 분명한 단체나 조직·직장 내에서의 지휘·감독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쟁점은,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 소정의 금품제공‘지시’죄에서 지시란 상하관계나 지휘감독관계를 전제로 하는지 여부이다. 2. 판시사항 금전 등을 ‘제공’하는 행위는 통상적으로 금전 등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비하여 금전 등의 제공을 ‘지시’하는 행위는 상대방에 대하여 금전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하도록 일방적으로 일러서 시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지시를 하는 사람과 그 상대방 사이에 단체나 직장 등에서의 상하관계나 엄격한 지휘·감독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3. 평석 대상판결은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금전제공지시죄에서 ‘지시’의 개념에 대한 법리를 최초로 선언한 판결로서, 공직선거법 제230조 제3항의 해석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판시사항을 담고 있다. 조합장 후보자가 ‘상하관계에 있지 않은 조합원에게 다른 조합원들에게 금전을 제공하라고 금전을 교부한 경우에 해당 후보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위탁선거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는 일종의 정의관념이나 처벌의 필요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입법정책적인 필요에 따라 ‘선거인 매수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예비 내지 미수행위’도 처벌하는 등으로 법률을 개정·보완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것이다. 피고인이 조합원 A에게 무슨 ‘지시’를 할 만한, 상하관계가 분명한 단체나 조직·직장 내에서의 지휘·감독관계에 있지도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처벌의 필요성 등에 경도되어 형사재판에게 금기시해야 할 유추 내지 확장 해석을 통해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금전제공지시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지시’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을 하라고 특정행위를 시키는 것’이다. 지시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시를 하는 사람과 지시를 받는 사람 사이에 상하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4. 3. 27. 선고 2011헌바126 결정도 공직선거법 제230조 제3항이 규정하고 있는 ‘지시’란 매수행위를 하도록 일방적으로 시키는 것이며 이는 지휘·감독관계를 전제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공직선거법벌칙해설'도, "지시하는 자와 지시 받는 자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관계에 있어야 하지만, 그것이 지시받는 자의 의사를 완전히 억압할 정도까지 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 소정의 ‘지시’란 상하관계가 분명한 단체나 직장 내에서의 지휘·감독관계에 터잡아 선거인에게 금전의 제공을 하도록 시키는 것을 말하고, 그와 같은 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선거인에게 금전의 제공을 하도록 부탁·의뢰·위탁하는 것은 여기서 말하는 지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판시에 반대한다.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
위탁선거
금전제공지시
선거인매수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
2019-10-07
정보통신
형사일반
조국(서울대 로스쿨)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 대법원ㅤ2013.11.28.ㅤ선고ㅤ2010도12244ㅤ판결 - I. 사실관계 및 판결 요지 ○○시 △△동장 직무대리의 지위에 있던 피고인은 ○○시장 공소외 1에게 ○○시청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하여 △△ 1통장인 공소외 2 등에게 ○○시장 공소외 1을 도와 달라고 부탁하였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사건 전자우편을 보냈는데, ○○시청 소속 공무원인 제3자가 권한 없이 전자우편에 대한 비밀 보호조치를 해제하는 방법을 통하여 이 사건 전자우편을 수집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시한다. “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기본적인 의무에 속하는 것이고 이는 형사절차에서도 당연히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국민의 사생활 영역에 관계된 모든 증거의 제출이 곧바로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법원으로서는 효과적인 형사소추 및 형사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② 이때 법원이 그 비교형량을 함에 있어서는 증거수집 절차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여부 및 그 정도, 증거수집 과정에서 사생활 기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 경위와 그 침해의 내용 및 정도,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경중 및 성격, 피고인의 증거동의 여부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문장 번호는 필자) 그리고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제3자의 전자우편 수집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전자우편을 발송한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 내지 통신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일응 그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할 측면도 있어 보인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사건 전자우편은 ○○시청의 업무상 필요에 의하여 설치된 전자관리시스템에 의하여 전송·보관되는 것으로서 그 공공적 성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 이 사건 형사소추의 대상이 된 행위는 (구)공직선거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행위로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관권선거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 피고인이 제1심에서 이 사건 전자우편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서, 이 사건 전자우편을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하고, 이로 말미암아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이나 통신의 자유가 일정 정도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수인하여야 할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II.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대사인효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은 원래 수사기관, 즉 국가의 위법활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과의 연계가 없는 사인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한 경우 이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첫째, 사인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기망’(형사소송법 제309조) 등을 행하는 것은 바로 범죄를 구성하며, 이를 통하여 획득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국가가 사인에 의한 시민의 의사결정을 강박·왜곡하는 중대한 인권침해불법행위를 사실상 방조?이용하는 것이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사인의 행위는 동법 제14조의 적용으로 해결된다. 먼저 사인이 타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전기통신을 감청하거나, 사인이 전기통신 중인 일방 당사자의 동의를 얻고 감청하는 경우 등은 불법감청이다. 예컨대, 간통 고소 사건에서 고소인 남편이 자신의 아내와 무속인 간의 대화나 전화통화를 녹음한 것은 증거능력이 없으며(대법원ㅤ2001. 10. 9.ㅤ선고ㅤ2001도3106ㅤ판결), 이용원을 경영하던 피고인이 경쟁 미용실을 공중위생법 위반으로 고발할 목적으로 자신의 이용실에서 지인에게 경쟁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통화하게 하고 그 내용을 녹음한 경우 증거능력이 없다(대법원 2002.10.8. 선고 2002도123 판결). 다음으로 사인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경우도 금지된다. 셋째, 이상의 두 경우 외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대사인적 효력은 2007년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해석문제로 귀결된다. 평석대상 판결은 바로 이러한 이 유형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III. 판례분석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문제를 최초로 검토한 판결은 1997년 등장한다(대법원 1997.9.30. 선고 97도1230 판결). 이 사건에서 남편으로부터 간통죄로 고소를 당한 피고인이 기소되었는데, 간통의 상간자(相姦者)가 피고인과의 간통현장에서 공갈목적을 숨기고 피고인의 동의 하에 피고인의 나체사진을 찍은 것이 수사기관에 압수되어 간통죄의 증거로 제출되었다. 대법원은 나체사진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 상술한 평석대상 판결의 논지 중 ①을 제시하였다. 반면 파기된 원심판결은 이 사건의 사진촬영은 “피고인의 인격의 핵심적인 부분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사인이 부정한 목적에 사용하기 위하여 촬영한 사진을 국가기관이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상대방의 기본권에 대한 새로운 침해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도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지방법원 1997.4.9. 선고 96노5541 판결). 원심판결이 사용하고 있는 ‘피고인의 인격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개념은 1973년의 1월 31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을 원용한 것이다[34 BVerfGE 238 (1973)]. 두 번째 판결로 2010년 대법원 판결이 있다(대법원ㅤ2010.9.9.ㅤ선고ㅤ2008도3990ㅤ판결). 이 사건에서 간통 고소 사건에서 고소인 남편이 별거중인 아내의 주거에 침입하여 혈흔이 묻은 휴지들 및 침대시트를 수집한 후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 원심은 남편이 아내의 주거에 침입한 시점은 아내가 그 주거에서의 실제상 거주를 종료한 이후이고, 위 감정의뢰회보는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소추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증거이고, 이를 증거로 사용하여 아내의 주거의 자유나 사생활의 비밀이 일정 정도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는 아내가 수인하여야 할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감정의뢰회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상술한 1997년 판결의 논지를 유지하면서, 원심을 확정하였다. 동 판결의 판결문을 보면 대법원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를 근거조문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대법원은 2007년 ‘김태환 제주지사 사건’ 판결(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법원이 증거배제의 가능성을 완전 봉쇄하지는 않았고, 독일 연방대법원의 접근법[19 BGHSt. 325 (1964); 34 BGHSt 397ff (1987)]과 유사한 비교형량론을 통하여 증거배제가 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평석대상 2013년 판결도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를 판결의 근거조문으로 삼았는데, 상술한 두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하면서도,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판단하는 종합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판결문 문장 ②). 대법원이 2007년 ‘김태환 제주지사 사건’ 판결을 통하여 수사기관에 의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기준을 밝혔다면, 평석대상 판결을 통해서는 사인에 의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기준을 확립한 것이다. IV. 맺음말 사인이 수집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문제는 이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적용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저자는 대법원이 제시한 비교형량론에 동의한다. 즉, 사인에 의한 위법행위로 획득한 증거의 증거능력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상당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고려한 비례의 원칙에 따라 침해되는 사익과 형벌권 실현이라는 공익을 비교형량하여 공익이 현저히 더 큰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1997년 판결이 증거능력을 인정한 나체사진의 경우는 증거사용으로 인하여 침해된 인격권이나 사생활에 비하여 형사소추의 공익이 현저히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나체사진이 중대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점은 분명한 반면, 나체사진을 사용하여 입증하려는 범죄는 당시 위헌논란이 계속되고 있던 간통죄였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문제는 1973년의 1월 31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처럼 이익형량을 불허하는 ‘핵심영역’을 인정할 것인가이다. 예컨대, 일기장에는 시민의 가장 내밀한 프라이버시가 담겨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는 이유로 형사사법권 실현이라는 공익과의 형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과도하다. 오히려 일기장에 담겨 있는 범죄관련 내용에 따라 증거능력에 대한 개별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자의 전자우편 수집 행위
증거
증거능력
전자우편
비밀보호조치
사생활
조국 서울대 로스쿨
2017-04-20
신동운 교수(서울대 로스쿨)
압수·수색의 관련성 요건과 그 법적 효과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소위 선거기획 전문가이고, 을과 병은 각각 P정당 M, N지역구 공천후보자이다. 을이 갑에게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혐의로 갑의 주거에 대한 압수ㆍ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 수사기관은 갑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였고, 휴대전화에서 갑과 병 사이의 금품제공요구 및 약속에 관한 ㉠녹음파일을 발견하였다. 검사는 갑을 공직선거법위반죄로 기소하였다. 공판절차에서 검사는 ㉠녹음파일을 제시하면서 갑을 신문하였고, 갑은 녹음파일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법원은 갑의 ㉡법정진술을 증거의 하나로 채택하여 유죄를 선고하였고, 갑은 불복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1) (전략) 결국 이 사건 영장에 기재된 '피의자'인 피고인 을이 이 사건 녹음파일에 의하여 의심되는 '갑과 병의 혐의사실'과 무관한 이상, 수사기관이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압수된 이 사건 녹음파일은 형사소송법 제219조에 의하여 수사기관의 압수에 준용되는… 제106조 제1항이 규정하는 '피고사건' 내지 같은 법 제215조 제1항이 규정하는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압수에는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제3항 본문이 규정하는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따라서 이 사건 녹음파일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로서 이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은 절차적 위법은 헌법상 규정된 영장주의 내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에 해당하는 이상 예외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볼 수도 없다. (3)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은…(중략)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4) 위 피고인들의 제1심 법정진술의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할 이 사건 녹음파일을 제시받거나 그 대화 내용을 전제로 한 신문에 답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와 같은 진술과 이 사건 녹음파일 수집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과의 사이에는 여전히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어, 원심이 이 부분 진술까지 그 증거능력이 있다고 단정한 데에는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아니하다. 3. 판례 평석 2011년 7월18일 개정되어 2012년 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압수ㆍ수색의 요건을 강화한 점에 특징이 있다. 즉 2012년 개정 형소법 제106조 제1항은 공판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압수·수색에 대해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압수·수색의 요건을 강화하였는데, 이는 형소법 제219조에 의하여 수사단계에서의 압수·수색에도 준용된다. 개정 형소법은 또한 제215조에서 수사절차에서의 압수·수색 요건을 규정하면서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동일한 내용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와 같이 피고사건 내지 피의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ㆍ수색이 허용된다는 제한을 가리켜서 관련성 요건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압수·수색에 관한 관련성 요건은 우리 입법자가 최근에 새로이 도입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상 논란이 있었다. 본 판례는 대법원이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에 대해 그 판단기준과 법적 효과를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먼저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에 대해 피고인(피의자)라는 주관적 표지와 범죄사실(피의사실)이라는 객관적 표지를 동시에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본 판례에서 수사기관은 을의 갑에 대한 금품제공 혐의사실로 압수ㆍ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갑의 병에 대한 금품제공요구 혐의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공직선거와 관련한 금품제공요구와 이에 따른 금품의 제공은 사실관계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을의 갑에 대한 금품제공 피의사실은 갑의 병에 대한 금품제공요구 피의사실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으로,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압수ㆍ수색의 1차적 결과물을 놓고 그 법적 효과에 대해 판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가)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압수에는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으며, (나)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1차적 결과물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로서 형소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고, (다) 그 위법은 영장주의 내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에 해당하여 예외적으로도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세 가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상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본 판례의 사실관계에 문제된 1차적 증거, 즉 ㉠녹음파일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그러나 ㉠녹음파일을 토대로 이후에 수집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은 별도로 따져보아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본 판례에서 종전의 판단기준을 재확인한다. 그 기준은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은 물론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살펴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본 판례의 사안에서 대법원은 검사가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면서 신문하여 얻어낸 피고인의 ㉡법정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녹음파일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법정진술까지 유죄의 증거에 넣어 판단한 항소심판결은 잘못된 점이 있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법정진술을 제외하고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들만 가지고도 갑의 범죄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갑의 상고를 기각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대법원이 2차적 증거 가운데 법정에서 이루어진 진술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대법원이 2차적 증거와 관련하여 내린 판례들을 보면, 위법수사 시점으로부터 상당 시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법정진술의 경우에 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와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거나 희석되었다는 이유로 법정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2013. 3. 28. 선고 2012도13607). 그러나 본 판례는 법정진술의 형태로 이루어진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 판례와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본 판례는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를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면서 2차적 증거를 획득하려는 검사의 법정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를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게 되면 그 이후의 법정진술이 증거능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형사법정의 변론에서 검사와 피고인ㆍ변호인 모두 유념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2015-01-08
방승주 교수(한양대 로스쿨)
재외국민의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 배제조항의 위헌여부
I. 서론 및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2014년 7월 24일 재외국민인 청구인들이 공직선거법 제218조의4 제1항,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 등이 자신들의 국회의원선거권 및 국민투표권 등을 박탈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선거권 및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청구한 헌법소원사건에 대하여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에 대해서만 늦어도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정을 명하고 동시에 잠정적인 계속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고, 나머지 청구에 대하여는 모두 기각하여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재외국민들의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을 배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여전히 합헌으로 선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2007년 6월 28일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재외국민선거권과 국민투표권을 제한하고 있던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조항들에 대하여 내린 종전 헌법불합치결정(2004헌마644, 2005헌마360 병합)의 입장으로부터 상당히 뒷걸음을 쳤을 뿐만 아니라 재외국민선거권을 확대해 온 선진국들의 헌법재판소 판례의 경향과도 부합하지 않는 퇴보적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지면관계상 결정의 주요 내용은 위에서 제시한 결정내용의 요지로 갈음하기로 하고, 이하에서는 주로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의 위헌여부와 이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의 문제점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 보기로 한다. II. 평석 1.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의 위헌여부 (1) 관련되는 기본권과 원칙: 보통선거원칙이 아니라 평등선거원칙, 선거권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쟁점에 대하여 정리하면서 선거권 내지 국민투표권 침해 여부 및 보통선거원칙 위배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보통선거원칙이 아니라, 평등선거원칙의 위반여부와 헌법 제24조의 선거권의 침해여부이다. (방승주, 재외국민 선거권 행사의 공정성 확보방안 연구(대검찰청 2010년도 정책연구용역 보고서), 대검찰청, 2011, 17, 43면 이하 참조) (2) 평등선거원칙의 위반 여부 평등선거원칙은 모든 선거권자가 동등한 수의 표를 던질 수 있어야 하고(계산가치의 평등), 그러한 투표가 의석배분에 있어서 동일한 가치와 영향력을 가질 것(결과가치의 평등)을 요구하는 원칙으로 여기에서의 평등은 엄격한 형식적이고도 도식적인 평등을 요구한다. 이러한 기준에 의할 경우 국내거주 국민은 1인 2표,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재외국민들의 경우는 1인 1표 밖에 행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명백하게 헌법 제41조 제1항의 평등선거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며, 엄격한 평등원칙심사기준을 동원할 때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는 없다. (3) 헌법 제24조 선거권의 침해 여부 먼저 선거권침해여부와 관련해서 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선거원칙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헌법적 법익이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나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안된다. (판례집 19-1, 859, 874;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로는 BVerfGE 132, 39)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자신의 종전의 입장과는 달리 별다른 근거제시도 없이 과잉금지원칙에 입각한 엄격한 심사를 포기하고 있는데, 이는 종전 2004헌마644 등 결정과 모순되는 태도라고 생각된다. 이하에서는 엄격한 심사기준에 입각하여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이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심사해 보기로 한다. 가. 목적의 정당성 헌법재판소는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의 정당화의 근거로 유권자의 지역적 관련성을 들고 있다. 헌법적으로 볼 때 지역구국회의원은 지역에서 선출되었지만 지역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이다. 국가의 이익과 지역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국회의원은 헌법 제46조 제2항에 따라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역구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지 단순히 지역주민의 대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과의 관련성을 강조하면서 "'특정 지역구의 국회의원'이라면 '지역에 이해를 가지는 자'가 지역의 이익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여야 한다"고 하는 헌법재판소의 판시는 헌법 제46조 제2항의 의의를 간과하거나 오해한 흠이 있다고 볼 것이다. 한편 백보 양보하여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재외국민들이 지역적 관련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막연한 지역적 관련성의 유지가 재적국회의원 300명 중 246명에 해당하는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을 완전히 박탈할 만큼 중대하고도 불가피한 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목적의 정당성이 결여되었다면 더 이상 살필 필요도 없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과잉하게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나 체계상 나머지의 관점에 대해서도 보충적으로 검토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나. 방법의 적정성 백보 양보하여 헌법재판소가 강조하는 지역과의 관련성이 어느 정도 필요하며 그 유지가 정당화될 수 있는 입법목적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재외국민들에게 자신들이 몸 담았던 고향과의 지역적 관련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지구촌화 시대에는 발달된 인터넷과 통신수단을 통하여 거주지와 상관없이 고국의 국민들과 교류하면서 여러 가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생활을 펼쳐 나가는 국민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재외국민들은 여전히 고국에 대한 지역적 관련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입법목적 실현에 도움이 안되므로 방법의 적정성 역시 없거나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다. 침해의 최소성 최종주소지나 등록기준지를 기준으로 소속지역구를 정하게 되면 지역적 관련성도 유지하면서 재외국민들의 선거권을 덜 침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등록기준지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 대량 위장전입에 의한 불공정선거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은 가령 지역구국회의원후보자가 결정되기 훨씬 앞선 시점에 최종주소지나 등록기준지를 기준으로 하여 소속지역구가 확정되도록 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지역관련성을 담보하면서도 소위 위장전입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라. 법익의 균형성 지역과의 관련성 유지라고 하는 목적은 막연하고도 추상적인데 반하여, 제한되고 있는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은 국민주권과 의회민주주의의 실현에 있어서 매우 중대한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마. 소결 따라서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배제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그리고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 배제부분에 대하여 곧바로 효력을 상실시켜도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할 우려는 없으므로 단순 위헌결정을 내려도 좋다고 생각된다. 2. 국민투표권과 재·보궐선거권 배제조항의 위헌여부 이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필자의 견해(방승주, 앞의 보고서, 44, 46면 등 참조)와 같으므로 이에 대한 평석은 생략한다. III. 결론 비교법적으로 고찰해 보면 일본 최고재판소(2005년 9월 14일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정 판결, 2001년 제82호 등 재외일본인선거권박탈위법확인등청구사건)의 경우도 이미 2005년 9월 14일 재외일본인들에 대하여 지역구중의원선거권을 배제하고 있던 당시의 공직선거법조항에 대하여 위헌·무효결정을 내렸으며, 또한 최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BVerfGE 132, 39) 역시 2012년 7월 4일 그때까지 재외독일인의 선거권행사의 전제조건으로서 줄곧 유지되어 왔던 독일에서의 최소 3개월 정주(定住)조항에 대하여 보통선거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무효선언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이와 같은 선진국들의 재외국민선거권 확대인정 추세에 비추어 보거나, 또는 헌재의 2007년 6월 28일 2004헌마644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재외선거제도의 발전에 있어서 상당히 역행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선거권의 제한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그간 정립해 왔던 엄격한 심사기준의 법리를 포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과연 어떠한 선거원칙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없이 만연히 청구인이 주장하는 대로 보통선거원칙을 기준으로 그 위반을 부인한 것은 전체적으로 논증의 진지성이나 설득력 면에서 매우 부실하다고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하고 있다. 앞으로 머지 않아 다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여부를 심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헌법재판소는 반대의견을 낸 이진성, 서기석 재판관의 의견과 같이 재외국민들에게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까지 모두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2014-09-25
홍완식 교수(건국대 로스쿨)
인터넷 실명제 위헌결정에 대한 평석 및 입법평론
I. 서론 기본권의 실현과 보장을 국가의 존재이유로 인식하고, 민주주의의 구현을 국가운영의 기본원리로 제도화하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또한, 자유민주국가에서 익명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인터넷의 확산 및 이용자의 급격한 증가로 인하여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파급력과 영향력이 커진 반면에, 익명성과 불특정 다수에게의 대량전달가능성 등의 인터넷의 특성으로 인하여 명예훼손, 모욕, 사이버스토킹, 불법정보유통 등의 역기능도 증가하였다. 문제는 인터넷에서의 역기능을 차단하면서도,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표현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이다. 이러한 과제는 우선 법령의 입법을 통해서, 그리고 판결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 지난 8월 23일에 내려진 헌재의 결정은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의 유형과 용어가 다양하고, 우리나라의 인터넷실명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용어가 관련 법령과 제도의 본질에 더 가까운 표현이지만, 이글에서는 대중적인 용어인 인터넷실명제를 사용하기로 한다. II. 판례평석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전통적으로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도 그 보호영역에 포함된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 그리고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헌재 2002. 6. 27. 99헌마480)는 점은 이전의 헌재 결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적 기초 하에 헌재는 일일 평균 이용자수가 1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 제1항 2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여부를 주로 검토하였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우선 동 규정의 본인확인제가 인터넷상의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을 방지하고 인터넷게시판을 책임 있는 공론의 장이 되도록 하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합한 수단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형사법 및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제재수단이 마련되어 있고, 불법정보 등 게시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며, 본인확인제 이외의 여러 규제조항들의 엄정한 집행을 통하여 불법정보 등 게시의 단속 및 처벌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본인확인제는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지 아니하고 시행 이후에 입법목적이 달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에, 본인확인제가 초래하는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되지만,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한 게시판운영자에 해당하는 인터넷언론사인 청구인의 언론의 자유도 침해하였다고 보았다. 앞서 헌재는 선거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실명확인을 거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여부를 검토한 바 있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등).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를 검토하면서, 실명확인은 부당한 선거운동이나 소수에 의한 여론 왜곡을 차단하여 선거의 평온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후보자비방죄 등을 통한 사후적 구제수단만으로는 실질적 권리구제가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과 실명확인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한 점 등을 들어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또한 선거의 공정과 평온의 훼손 및 소수인에 의한 여론 왜곡 등의 폐해 방지라는 공익이, 인터넷언론사 이용자가 실명확인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과 주저함 등 사익의 비중보다 더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보았다. 결국 공직선거법에서의 본인확인제는, 정보통신망법에서의 본인확인제와는 달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헌재 결정을 비교하여 보면, 선거라는 공공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가 사적영역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익명표현의 자유보다 더 제한을 받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비판의 자유'나 '반대의 자유'조차도 엄격히 보장되어야 할 공공영역 특히 선거에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형성을 방해하며 유익한 익명표현까지 사전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제하여 오히려 선거의 공정이라는 입법목적달성에 장애"(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 반대의견 중)가 있어서는 안된다. 공공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엄격한 제한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된다. 반대로 사적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은 타인을 괴롭히고 모욕하며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정보통신망법의 입법당시의 상황을 보면 무분별한 악플로 인하여 고통을 받는 사례가 많았고 자살을 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이러한 현실이 인터넷실명제의 입법동기가 되었다. 사적 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타인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 것이다. 익명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공공영역에서는 기본권제한의 법리에 보다 착안해야 하고, 사적 영역에서는 기본권충돌의 법리에 보다 착안해야 한다. III. 입법평론 인터넷실명제를 구체화 하고 있는 법률은 정보통신망법과 공직선거법이다. 하나는 일반적인 인터넷실명제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부문의 인터넷실명제라고 할 수 있다. 후자가 먼저 도입되었는데, 선거분야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된 것은 2004년 3월 12일의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개정을 통해서이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에 따르면, 인터넷언론사에게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서 실명확인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반적인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된 것은 2007년 1월 26일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서이다. 이번에 위헌 결정을 받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5(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에 따르면, 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을 위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의 규제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들을 살펴보면 자율규제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은 본인확인제와 같은 게시판 이용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점을 보면,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를 그대로 방임하자는 의견은 상식적이지 않다. 다만,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의 규제방식이 법령에 의한 타율적 규제냐 인터넷커뮤니티 자율에 의한 자율적 규제냐의 차이 및 사후적 처벌이냐 사전적 억제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율규제가 자유와 권리의 존중 및 민주주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우수하고 바람직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홍완식, 인터넷실명제 관련 법률안의 입법원칙에 따른 검토, 토지공법연구, 제31집, 2006), 우리의 입법자인 국회는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을 통한 사전적·타율적인 규제방식을 택하였다. 방통위에 의해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는 웹사이트는 2007년에 35개, 2008년에 37개, 2009년에 153개, 2010년에 167개, 2011년에 146개, 2012년에 131개나 되었지만,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제한적 본인확인제도는 폐지되었다. 그러나, 이번 헌재의 헌법소원심판에서 문제되지 않은 동 규정 1호의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인터넷게시판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의 제한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대한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는 규정이고, 공직선거법에서의 인터넷실명제도 선거의 공정에 치중한 나머지 선거의 자유를 억제하는 규정(홍완식, 선거법의 지향점으로서의 선거의 공정성과 선거의 자유, 법연, 한국법제연구원, 2012. 4. 20쪽)이기 때문에,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은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문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에 관한 정보통신망법상의 기타 규정 및 공직선거법상의 관련 규정의 비대칭성 내지 비체계성이 시급히 시정되어야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각 진영의 입법의지가 일치할지 및 바람직한 방향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이 결정 직후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실명제 폐지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되었지만, '법안제출권'은 없고 '입법의견제출권'만 있는 선관위의 의지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입법평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조명해 볼 수도 있다. 비교법적 관점, 기본권의 보호라는 관점, 비용과 편익이라는 관점, 인터넷문화라는 관점, 공적·사적 영역별 효과의 관점 등에서 입법의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IV. 결론 인터넷실명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설득력있는 결정이 되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치밀한 법리와 인터넷 현실감각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조소영, 인터넷실명제의 의의와 한계, 언론과 법, 제10권 2호, 2011, 65쪽)이다. 사이버공간이 비대면성과 익명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과 당위를 혼동할 수는 없다. 법률을 통하여 익명성의 폐해를 없애거나 줄이려는 인터넷실명제의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인터넷의 특징이 익명성이라는 점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익명성으로 인한 폐해의 발생을 눈감을 수는 없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향성은 익명성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익명성의 역기능을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일차적인 과제를 지닌 기관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입법자인 국회이다.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익명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규범적 당위에는 보다 가깝게 접근하였으나, 현실에서의 익명표현으로 인한 개인적 고통이나 사회적 문제는 재연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절실하다. 또한 공직선거법이나 정보통신망법상 다른 규정에 있는 인터넷실명제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향후 자율규제방식을 합의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사회적 과제이고, 인터넷실명제 관련 법률의 정비를 포함한 법령개정작업은 입법자의 과제이다.
2012-09-06
황성기 교수(한양대 로스쿨)
인터넷 실명제 위헌결정의 의의 및 전망
1. 들어가는 말 헌법재판소는 2012. 8. 23. 재판관 8명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함) 제44조의5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및 제3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본인확인제란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동안 소위 '인터넷 실명제'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어 왔는데,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이 글에서는 이번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주요 요지 및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결정이유의 요지 본인확인제의 입법목적과 관련하여, 인터넷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불법정보를 게시하는 것을 억제하고 불법정보 게시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본인확인제는 아래와 같이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불법정보 게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 특정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을 통하여, 피해자 구제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당해 정보의 삭제·임시조치(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 제2항),(1)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 2012. 5. 31. 2010헌마88,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2항 위헌확인)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등으로 불법정보의 유통 및 확산을 차단하거나 사후적으로 손해배상 또는 형사처벌 등을 통하여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의 대상인 '게시판 이용자'는 '정보의 게시자'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할 가능성이 없는 '정보의 열람자'도 포함하고,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선정에 있어서 그 정확성과 기준이 불분명한 이용자수 산정 결과에 따라 적용대상의 범위가 정해지는 등 본인확인제는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그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함으로써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본인확인정보를 보관하여야 하는 기간은 정보의 게시가 종료된 후 6개월이 경과하는 날까지이므로, 정보를 삭제하여 그 게시를 종료하지 않는 한 본인확인정보는 무기한으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보관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서 본인확인제는 다음과 같이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하는데,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시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의 등장으로 본인확인제는 그 공익을 인터넷 공간의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실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로 인하여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은 인터넷게시판의 이용이 봉쇄되며, 새롭게 등장한 정보통신망상의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하여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는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당하고, 본인확인정보 보관으로 인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본인확인제를 규율하고 있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3. 해설 이번에 위헌결정이 내려진 본인확인제는 주로 인터넷 실명제라는 명칭으로 많이 불려 왔고,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의 인터넷 규제의 불합리성,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의 상징으로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사회적 레토릭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실 본인확인제는 그 입법목적과 수단간의 논리적 상관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인터넷이라고 하는 매체의 특성과 사물의 본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첫째, 본인확인제가 도입된 배경으로서 인터넷의 특성 중의 하나인 소위 '익명성'과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 간에 논리적 상관성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는 원칙을 감안한다면, ('미국과학발전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가 1997년 11월 회의에서 향후 인터넷에 대한 규제시스템이나 규제정책들을 설계함에 있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기 위해 제시한 4가지 원칙들 중의 하나이다.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라는 원칙은 익명성을 이용하여 야기될 수 있는 양면성, 즉 순기능적 측면과 역기능적 측면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고, 역기능적 측면이 순기능적 측면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은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익명성에 대한 도덕적 가치판단을 전제로 해서 모든 인터넷상의 일탈행위 내지 역기능의 원인이 익명성에 있고, 그 익명성을 제거하면 이러한 역기능이 해소될 것이라는 본인확인제의 기본철학은 굉장히 단순한 발상이자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 것이다. 둘째,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과연 익명성을 제거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본인확인과 익명성 제거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본인인지 여부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익명성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헌법재판소가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셋째, 본인확인제는 애초부터 그 설계시스템상 개인정보 보호정책 및 개인정보 보호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었다. 개인정보를 가장 잘 보호하는 방법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가능한 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용자의 본인 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그 근본구조상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국 본인확인제의 채택으로 인해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촉진되는 상황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그 근거로 내세운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논리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적용되어 왔던 인터넷 실명제로는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 이외에,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제도 존재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등,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확인,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소원) 사실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와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 기본취지라든지 운영메커니즘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의 위헌논리가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면 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렸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필자가 추측컨대 선거의 공정성 내지 평온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과도한 집착이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로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에 대한 위헌결정을 계기로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의 폐지를 국회에 건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한편 심판대상과 관련하여, 이번에 위헌이 결정된 법령조항들 중 법률의 경우에는 심판대상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 제1항 제2호에 한정되고 있어서, 동법 제44조의5 제1항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 등의 본인확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이유의 대부분이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고 있는 본인확인제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운영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와 그 운영메커니즘이 동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본인확인제에 대해서도 이번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201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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