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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다240021 판결 -
친권자가 아닌 부모의 미성년자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의무자 책임
1. 사실관계 A(당시 17세)는 2018년 8월 3일 망인과 성관계를 하던 중 휴대전화 카메라로 망인의 나체 또는 속옷 입은 모습을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A는 같은 달 19일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망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위 사진을 전송하면서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였다. 망인은 같은 달 20일 새벽 1시 A가 보낸 메시지와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여 자신의 SNS에 게시하였고,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 친구를 만나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다음, 12시 25분 투신하여 자살하였다. A는 망인에 대한 사진 촬영 및 협박 행위에 관하여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B는 A의 아버지로 A가 2세 때 A의 어머니 C와 협의이혼을 하였고, A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C가 지정되었다. 망인의 부모와 여동생은 A의 협박으로 망인이 사망하였으므로, A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B와 C는 A의 부모로서 미성년자 A가 위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보호감독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게을리하였으므로 A와 공동하여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다. 2. 하급심의 판단 가. 제1심의 판단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A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A가 미성년자인 점, 사망에 대한 고의까지는 없는 점, 망인이 다른 성추행 사건 등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어 불안장애 및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점 등을 참작 A의 책임을 60%로 제한). B와 C에 대하여는 부모(특히 C는 A와 같이 살았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A가 의존하면서 C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었음)로서 평소 A가 올바른 성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성교육 등을 실시하고 그외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을 하도록 일반적·일상적인 지도·조언 등 감독교육의 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하여 망인의 사망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① C에 대하여는 A의 책임이 60%로 제한된 점, A가 다른 학교생활에서는 큰 문제없이 지내온 점 등을 고려 책임을 40%로 제한, ② B에 대하여는 C와 같은 사정 외에도 B가 A와 함께 살지 않아 A의 일탈을 사전에 감지하기는 쉽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 B의 책임을 10%로 제한). B는 C와 이혼하여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아 A를 감독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자의 보호교양에 관한 권리의무가 친권자의 권리의무로 지정되어 있지만(제913조) 이는 친권자의 권리의무 이전에 부모로서의 권리의무이고,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도 자녀에 대한 양육자와 양육에 필요한 사항은 부모의 협의에 따라 정하고(제837조), 양육권을 가지지 않는 부모 일방은 면접교섭권을 행사하여 자의 보호교양에 일정 정도 관여할 수 있으므로(제837조의2) 이혼을 하면서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할 수는 없어 피고 B는 친권자인 C와 함께 A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주장을 배척했다. 나. 항소심의 판단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들(A, B, C)이 모두 항소하였다. 그러나, 수원고등법원은 망인의 손해액을 일부 줄여 피고들의 항소를 일부 인용하면서도, 피고들의 책임의 성립여부 및 그 범위에 대하여는 제1심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3. 상고심의 판단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B가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 중 B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친권자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며 교양할 법적인 의무가 있고, 부모와 함께 살면서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미성년자는 부모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으므로, 그 부모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학교 및 사회생활을 하도록 일반적·일상적으로 지도와 조언을 할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므로 그러한 부모는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로서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그런데, 이혼으로 인하여 부모 중 한 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에게는 자녀의 보호교양에 관한 제913조 등 친권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비양육친은 자녀와 상호 면접교섭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이는 이혼 후에도 자녀가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원만한 인격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제3자와의 관계에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감독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양육비 분담 의무만으로 비양육친이 일반적·일상적으로 자녀를 지도하고 조언하는 등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비양육친도 부모로서 자녀와 면접교섭을 하거나 양육친과의 협의를 통하여 자녀 양육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① 자녀의 나이와 평소 행실, 불법행위의 성질과 태양, 비양육친과 자녀 사이의 면접교섭의 정도와 빈도, 양육 환경, 비양육친의 양육에 대한 개입 정도 등에 비추어 비양육친이 자녀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지도·조언을 함으로써 공동 양육자에 준하여 자녀를 보호·감독하고 있었거나, ② 그러한 정도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면접교섭 등을 통해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자녀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부모로서 직접 지도·조언을 하거나 양육친에게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이 비양육친의 감독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양육친도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피고 B는 A의 아버지이지만 A가 어릴 때 C와 이혼한 이후로 A의 친권자 및 양육자가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에 대하여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4. 평석 민법 제755조 1항 본문은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책임의 주체를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고,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판결에서도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여 책임의 주체가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는 친권자(제913조 등)와 미성년후견인(제945조, 제946조, 제949조)이다.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자의 친권자로서 갖는 권리와 의무 및 권한과 책임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이다. 민법은 단순히 부모로서 갖는 권리의무(성년후견개시청구권, 생명침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권, 혼인동의권, 미성년자 입양동의권, 친권자지정 청구권, 부양을 받을 권리와 부양의무, 상속권 등)와 친권자로서 갖는 권한(미성년자의 법률행위에 대한 동의권,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자 책임, 보호 및 교양의 권리의무, 법률행위대리권, 미성년후견인 지정권)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혼이나 혼인취소 또는 혼인외의 출생자가 인지되는 경우 등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는 원칙적으로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이혼 등으로 부모 일방이 친권자로 지정된 경우 부모 사이에 친권자 변경에 관하여 합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가정법원의 심판 등 재판이 있어야 변경될 수 있는 점, 부모 사이의 명시적인 합의가 아니더라도 친권자가 아닌 부모가 사실상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친권자가 아닌 부모에게 포괄적인 보호감독권한이 아니더라도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보호감독권한을 인정할 필요할 필요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이혼 후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라도 예외적으로 감독의무자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이념에 비추어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한편, 종래 '친권'과는 별도로 '양육권'이라는 표현이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현행 민법상 기본적으로 친권 외에 양육권이라는 개념을 별도로 쓸 필요는 없다(친권자나 미성년후견인의 권한의 일부). 다만, 친권자가 부모 공동으로 지정되었지만 부모 일방이 미성년자를 직접 보호양육하는 등 신상보호를 하는 경우, 부모가 친권자이지만 조부모 등 제3자가 사실상 미성년자의 신상보호를 하는 경우, 부모가 친권자인데 부모의 친권이 일부 제한되거나 재산관리권 등을 사퇴하여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되고 그 미성년후견인이 제한되거나 사퇴한 권한과 함께 미성년자의 신상보호를 맡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양육자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성년자의 부양의무는 친권자로서 부담하는 의무가 아니라 부모(직계혈족)로서 지는 의무이고, 양육비청구권은 부양료에 대한 구상권이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미성년자녀
감독의무
양육자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2022-07-11
심희기 연세대법대 교수
성폭행피해아동의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
Ⅰ. 사안 D는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치상[‘V1(만 4년 6개월 남짓 된 여아), V2(만 3년 7개월 남짓 된 여아)의 팬티를 내리고 손으로 음부를 만져 V1에게는 처녀막열상흔의 상해를, V2에게는 소아외음부염의 상해를 각 입혔다]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사는 D의 유죄 증거로 ‘아동전문 인터뷰어’(child interviewer, 이하 ‘CI’로 약칭함)가 V1, V2를 인터뷰한 비디오테이프(CI의 질문과 V1, V2의 답변내용이 수록되어 있다)의 사본을 제1심법원에 제출하였다. 제1심법원은 ‘검증을 위한 공판준비기일’을 지정하여 그 기일에 이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을 검증하였다. 검증기일에 비디오테이프를 촬영한 P(비디오테이프의 작성자)는 “피해자 한 사람당 1시간 정도씩 촬영한 분량 중 출연자들(CI, V1, V2)이 상담하는 놀이방을 드나드는 과정과 그 사이 일부를 편집한 것일 뿐 V1, V2와 CI 사이의 대화내용에는 상이점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V1, V2와 상담한 CI는 검증기일에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한 내용이 V1, V2와 상담한 내용과 동일하고 상이점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V1, V2도 비디오테이프를 모두 시청한 뒤 제1심 재판장으로부터 “화면에 나오는 어린이가 맞느냐”, “그 곳에서 ‘상담 선생님’(CI)과 이야기를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각자 “예”라고 답하였다. V1은 상담자인 CI가 “할아버지(V1, V2는 D를 ‘할아버지’로 부른다)가 서서 했어, 앉아서 했어?”라는 유도성 질문을 하였음에도 스스로 “누워서요”라고 하거나 ‘바닥에’라고 하는 등 질문에서 주어지지 않은 제3의 답변을 자발적으로 끄집어내고 있었으며, V2는 반복하여 “원장 할아버지가 (성기 부분을) 때렸다”고 진술하였다. D의 변호인도 제1, 2심의 공판정에서 비디오테이프의 제작과정에 대하여 “이의 없다”고 진술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은 이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인정하여 D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D가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Ⅱ. 재판요지(상고기각) 1.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私人, P)이 ‘D(피고인) 아닌 사람’과의 대화 내용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는 형사소송법 제311조, 제312조의 규정 이외에 D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다를 바 없으므로, D가 그 비디오테이프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이상 그 진술 부분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하여는, ① 첫째 비디오테이프가 원본이거나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일 것, ② 둘째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비디오테이프에 녹음된 각자의 진술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9. 3. 9. 선고 98도3169 판결 참조), ③ 비디오테이프는 촬영대상의 상황과 피촬영자의 동태 및 대화가 녹화된 것으로서, 녹음테이프와는 달리 피촬영자의 동태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에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지지 않은 것이 전제된다면, ‘비디오테이프에 촬영, 녹음된 내용을 재생기에 의해 시청을 마친 원진술자가 비디오테이프의 피촬영자의 모습과 음성을 확인하고 자신과 동일인이라고 진술한 것은 비디오테이프에 녹음된 진술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중략)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의 인위적인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이라는 점은 인정된다. (중략) 공판준비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비디오테이프에 녹음된 각자의 진술내용이 자신들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었으므로 비디오테이프는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Ⅲ. 평석 본 사안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아동성폭행의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이 ‘아동전문 인터뷰어와 성추행피해아동의 인터뷰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이하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로 약칭함)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경우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요건이 정면으로 문제되고 있어 주목을 요한다. 사안의 성질상 복수의 요건들이 구비되어야 한다. 이하에서 그 요건들을 차례로 분석하여 보자. 1. 적용법조 2004년 9월에 선고된 본 판례는 본 사안에서 ‘아동전문 인터뷰어(CI)와 성추행 피해아동(V1, V2)의 인터뷰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를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私人, P)’이 ‘D(피고인) 아닌 사람(CI, V1, V2)’의 대화 내용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로 자리매김하여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을 적용하고 있다. 2. 사본일 경우의 파운데이션의 입증 본 사안에서 검사가 제출한 비디오테이프는 원본이 아니라 사본이었다. 검찰 측은 원본을 보관하고 있어야 하므로 향후에도 원본 보다는 사본이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제출된 것이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일 것(이하 ‘파운데이션, authenticity=foundation’으로 약칭함)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하여 이론은 있을 수 없다.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를 촬영한 P(비디오테이프의 작성자)가 검증기일에 출석하여 ‘피해자 한 사람당 1시간 정도씩 촬영한 분량 중 출연자들(CI, V1, V2)이 상담하는 놀이방을 드나드는 과정과 그 사이 일부를 편집한 것일 뿐 V1, V2와 CI 사이의 대화내용에는 상이점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D의 변호인도 제1, 2심의 공판정에서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의 제작과정에 대하여 ‘이의가 없다’고 진술하였으므로 대법원은 이런 사실들을 토대로 삼아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의 ‘파운데이션(authenticity, foundation)’을 인정하였다. 3. 성립의 진정을 입증하는 방법 비디오테이프를 증거로 제출하는 검사의 의도는 비디오테이프에 담겨있는 ‘진술 내용’을 증거로 채택하여 달라는 취지이므로 ‘진술 내용의 취급’이 궁극적인 관심사이다. 본 판례는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비디오테이프에 녹음된 각자의 진술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비디오테이프를 통상의 ‘참고인진술서’의 일종으로 파악하였음을 보여준다. 비디오테이프를 ‘참고인진술서’의 일종으로 파악하면 원진술자가 공판정에서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비디오테이프의 성립의 진정은 어떻게 인정해야 하는가가 문제된다. V1, V2와 상담한 CI는 검증기일에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한 내용이 V1, V2와 상담한 내용과 동일하고 상이점이 없다’고 진술하고, V1, V2도 비디오테이프를 모두 시청한 뒤 제1심 재판장으로부터 “화면에 나오는 어린이가 맞느냐”, “그 곳에서 상담 선생님(CI)과 이야기를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각자 “예”라고 답하였다. 대법원은 원진술자인 CI, V1, V2의 위와 같은 발언을 토대로 삼아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인정한 것이다. 종래 대법원은 전문서류의 ‘성립의 진정’을 공판정에서 원진술자가 ‘형식적 성립의 진정(간인과 서명날인)’과 ‘실질적 성립의 진정(진술내용과 기재내용의 일치)’을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는데 제출된 증거가 전문서류가 아니라 녹음테이프나 비디오테이프일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문제된다. 본 판례에서는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거론되지 않고 ‘원진술자들(CI, V1, V2)의일치진술’만으로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었다. 녹음테이프나 비디오테이프가 증거로 제출될 때는 굳이 형식적 성립의 진정(간인과 서명날인)을 확인할 필요가 없을 것이므로 이 점에 대하여도 이의는 없다. 4.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인정할 것인가? 본 사안에서 피고인 D는 제1심과 항소심이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본 판례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피고인이 상고로 주장하여 볼 만한 항변은 ‘피고인의 V1, V2에 대한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아니하였다’는 항변일 것이다. ‘아동전문 인터뷰어와 성추행피해아동의 인터뷰 녹화’시에는 피고인이나 그 변호인이 입회하지 못하였을 것이고 제1심의 검증기일에 피고인이나 그 변호인은 입회할 수는 있었겠지만 반대신문의 기회는 부여되지 아니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문제가 가장 해결이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아동보호론자들은 피고인에게 반대신문권을 부여하면 피해아동에게 치명적인 해악을 미치므로 반대신문권 보장을 극력 반대하고 있지만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의 보장’을 논거로 반대신문권 보장을 주장할 것이다. 5. 결어 본 판례는 충돌하는 두 가지 입장을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아동보호론자들의 염려를 수용하여 피고인에게 반대신문을 불허하는 대신 다른 한편으로는 피해아동과 CI를 검증기일에 출석시켜 사실인정자(수소법원) 앞에서 직접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아동보호론자들은 본 판례에 대하여 진술녹화 할 때 아동에게 진술하게 하는 것으로 충분한데 구태여 아동으로 하여금 법정에 한 번 더 출석하게 하여 2차피해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가할 것이다. 다른 한편 피고인들은 본 판례가 자신들의 반대신문권을 무시하여 적법절차를 위반하였다는 비난을 가할 것이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행’ 현상이 심각한데도 한국사회는 아직 적절한 처방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위험한 사람’에 대하여 신상공개, 전자팔찌 채우기, 거세, 등록과 고지, 민사구금, 치료감호 등 가혹한 조치가 논의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에 있다. 형사사법제도를 정비하여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유죄선고율을 높이는 것도 빠트릴 수 없는 과제이다. 아동성폭행 사건은 ‘아동·청소년의 건강’과 ‘피의자·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영역이다. 본 판례는 실로 ‘절묘한 절충’을 시도한 판결이다.
2006-04-03
김기섭 변호사(서울)
인터넷상의 명예훼손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1. 사실관계 가. 피고는 자신의 군(郡)에 대한 홍보와 안내, 주민들의 의견청취를 목적으로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해 운영하여 왔다. 나. 2001. 4. 23. 12:14경 최원탁 명의로 위 홈페이지의 ‘방명록란’에 ‘원고씨에게 묻고 싶다’는 제목으로 원고의 공직생활 중 성추행사건, 의성군 부군수 재직시 금품수수, 감사명목의 금품수수에 관한 내용의 글이 게시되었다. 이에 원고는 2001. 4. 24. 03:24경 위 ‘방명록란’에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위 최원탁이 질문한 성추행의혹 및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해명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다. 다. 2001. 4. 24. 20:56 경 성동춘 명의로 위 홈페이지의 ‘칭찬합시다란’에 ‘원고씨의 성추행에 대한 진실을 말한다’는 제목으로 원고의 성추행 및 금품수수가 사실이라는 취지의 글이 게시되었고, 같은 날 21:25 경 이재용 명의로 위 ‘칭찬합시다란’에 ‘원고씨 성추행관련신문보도’라는 제목으로 원고의 성추행 및 금품수수사실과 관련한 1992. 10. 24.자 경북일보, 1992. 10. 25.자 매일신문, 한겨레신문의 보도내용이 게시되었다. 라. 이에 원고는 2001. 4. 27. 00:58경 위 ‘칭찬합시다란’에 ‘무책임한 명예훼손에 경악’이라는 제목으로 위 성동춘 명의의 글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일방적으로 게재한 이상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의 경고의 글을 올렸다. 마. 피고의 전산관리자는 2001. 4. 23. 오후경 위 홈페이지에 위 최원탁 명의의 글이 게시된 사실을 발견하고 그 날 이러한 사실을 총무과장에게 보고하였다. 바. 2001. 5. 7. 14:30경 답답해 명의로 위 ‘칭찬합시다란’에 ‘청도군의 자질문제’라는 제목으로 개인 사생활에 대한 명예훼손적인 글에 대한 삭제를 요구하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었고, 2001. 5. 8. 11:01 경 대박 명의로 위 ‘칭찬합시다’란에 ‘원고씨성추행관련신문보도’라는 제목으로 위 이재용 명의의 글을 비난하는 글이 게시되었으며, 그 무렵 청사인 명의로 위 ‘방명록란’에 ‘최원탁님 보세요’라는 제목으로 위 최원탁 명의의 글을 비난하는 글이 게시되었다. 사. 원고는 2001. 6. 9.경 피고 앞으로 위 최원탁, 성동춘 명의의 글들을 삭제해 줄 것을 내용증명으로 요구하였고, 피고는 같은 달 12. 이를 수령하고 피고의 전산관리자는 군수의 결재를 받아 같은 달 13. 09:40경 원고가 요구하는 위 최원탁, 성동춘 명의의 글을 비롯하여 그와 관련되어 있는 모든 게시물을 삭제하였다. - 판 결 요 지 -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자가 제공하는 게시판에 다른 사람에 의하여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되고 그 운영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운영자가 그 글을 즉시 삭제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소송의 경과 가. 제1심(대구지방법원 2002. 6. 25. 선고 2001가단62531 판결) - 원고 청구 일부 인용 전자게시판을 설치, 운영하는 자는 그 이용자에 의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전자게시판에 게시된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이를 삭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위 최원탁, 성동춘 명의의 글등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라 할 것이며, 위 최원탁 명의의 글이 게시된 당일 군의 전산관리자가 이러한 사실을 군의 총무과장에게 전달한 점, 위 최원탁, 성동춘 명의의 글들과 관련하여 이를 비난하거나 그 삭제를 요구하는 위 홈페이지 사용자의 글이 게시된 점 등에 비추어 볼때 피고로서는 원고의 내용증명에 의한 명시적인 삭제요구 이전에 이미 원고에 대한 이러한 명예훼손적인 글들이 게시판에 게시된 것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를 즉시 삭제하거나 원고와 위 글들의 처리에 대한 의논을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약 52일 가량 이를 그대로 방치하여 둔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는 이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위와 같은 전자게시판 관리의무 위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 나. 제2심(대구지방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나9163 판결) - 원고 항소 일부인용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에 관하여는 제1심의 판결을 그대로 원용하고, 손해배상의 범위에 있어서만 제1심 판결보다 원고의 청구를 더 많이 인용했다. - 연 구 요 지 -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대법원의 구체적 판단준칙을 최초로 설정해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삭제의무의 근거가 법령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조리에 의한 것인지 밝히지 않은 것은 논리구성에 문제가 있다 하겠다 3. 대상판결 - 원심 파기환송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인 인터넷상의 홈페이지 운영자가 자신이 관리하는 전자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게재된 것을 방치하였을 때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하기 위하여는 그 운영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여야 하고, 그의 삭제의무가 있는지는 게시의 목적, 내용, 게시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당해 사이트의 성격 및 규모·영리 목적의 유무, 개방정도, 운영자가 게시물의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 삭제의 기술적·경제적 난이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단지 홈페이지 운영자가 제공하는 게시판에 다른 사람에 의하여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되고 그 운영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운영자가 그 글을 즉시 삭제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비영리 군정(郡政) 홍보사이트의 게시판에 익명의 이용자가 임의로 게시한 게시물에 관하여 게시된 것을 알게될 때마다 원고가 반론까지 게시하였다가 그 후 원고가 그 게시물의 삭제를 공식 요청하자 즉시 피고측 담당자가 그를 삭제하기에 이르렀던 이 사건에서, 원심으로서는 앞서 본 관련 사항들을 모두 심리한 다음 거기서 밝혀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에게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의무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4. 평석 (1)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은 인터넷상의 전자게시판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명예훼손 사례에서 직접적인 명예훼손 행위자 이외에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에 대하여 정면으로 설시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사례는 폭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법원의 태도를 가늠할 수 있는 판결이 부족한 터에 참으로 반가운 판결이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미국 등 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상의 명예훼손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이론의 소개가 활발하였다. 그러나 외국의 판례이론은 비교적 정립되어 있고 부족한 부분은 입법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데, 우리 법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이론의 정립이나 입법이 아직 본격적이지 못한 상태이다. 이하에서는 인터넷상의 명예훼손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외국의 법제도를 검토하고 우리 법제에서의 수용가능성과 이 문제에 관한 대상판결의 법리의 합리성을 상론하기로 한다. (2) 인터넷의 발달과 명예훼손 법제의 변화 가. 명예훼손 환경의 변화 우리 사회가 점점 성숙해지고 고도화되면서 종래에는 재산권에 관한 분쟁이 우리 법제의 중심과제이었으나, 이제는 인격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격권을 둘러싼 분쟁도 주요한 과제의 하나로 등장하였다. 명예훼손은 언어에 의한 인격권 침해의 대표적인 유형인데, 종래 언론보도로 인한 인격권, 사생활 등의 침해가 분쟁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최근 10년간 이 분야에 관한 법이론이 발달되고 판례가 집적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의 등장은 우리 사회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인터넷 공간 내지 사이버 공간이라는 종전의 법체제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영역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인터넷이 제기한 새로운 문제 중 하나가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명예훼손이다. 예컨대 인터넷의 전자게시판을 통하여 정치인이나 연예인에 대한 악의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물론 결별한 애인과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는 등 공적인물이 아닌 일반 사인에 대한 명예훼손도 무분별하게 자행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은 정보의 접근과 표현이 신속하고 경제적이라는 기술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환은 통신의 수단으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담보하는 언론의 지위로 진화하였다. 인터넷은 정보의 유통과 표현의 자유를 고양시키는 획기적인 사회적 장치로서의 순기능을 수행하지만, 익명성이라는 또 다른 특성으로 인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표현의 자유의 남용에 대한 유혹에 빠지게 만드는 역기능도 파생시켰다. 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 명예훼손이 이루어지는 인터넷 및 PC통신의 컴퓨터 통신망에 대한 개인의 접근이나 이용은 통상 그 통신망으로의 접속을 매개하는 사업자를 통하여 이루어지며 접속을 매개하는 사업자를 통하여 이루어지며 접속 후에 발생하는 명예훼손은 주로 불특정 다수인이 읽고 쓸 수 있는 전자게시판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그런데 통신망상에서 명예훼손이 일어난 경우 직접 명예훼손행위를 행한 자 이외에 그 행위가 일어난 가상공간을 관리, 운영하거나 가상공간에 접속할 수 있도록 매개해준 통신사업자나 전자게시판 운영자에게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 익명성 때문에 가해자를 쉽게 확인할 수 없다. 더욱이 피해자가 가해자를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할 만한 자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인터넷상에서 명예훼손의 공간을 마련해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책임을 추궁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왜냐하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가장 용이하게 온라인 상의 명예훼손사실을 포착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지위에 있으며 다수인이 접속하는 전자게시판의 운용으로 인하여 간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요청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사업자에게 법적인 근거가 없는 무과실책임을 강요할 수는 없으므로 위와 같은 책임을 부담시킬만한 합리적인 법률상의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모든 자료를 모니터링(monitoring)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그 자체는 바로 전자게시판 게시물에 대한 검열, 삭제, 내용규제 등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나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이다. 즉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한 책임의 강화는 그들에 대한 주의의무강화를 의미하여 결국에는 인터넷상에서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과 의사의 자유로운 표현이라는 가치를 퇴색시키는 결과로 이어짐으로써 더 큰 가치를 잃을 위험성이 존재한다. 또한 온라인사업자에 대한 책임추궁을 막기 위한 사업자의 과다한 사전통제 작업은 통신망 이용비용의 증가로 어어져 결국 새롭게 발달하는 인터넷 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따라서 가치의 충돌이 다면적인 상황에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어느 정도의 공동책임을 부여할 것인가는 대단히 어렵고도 중요한 법적 문제로 부각되었다. 5. 대상판결의 의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종전 판결에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그 이용자에 의하여 타인의 명예가 훼손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으나, 대상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단지 홈페이지 운영자가 제공하는 게시판에 다른 사람에 의하여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걸이 게시되고 그 운영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운영자가 그 글을 즉시 삭제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 두 판결의 태도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종전 판결은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삭제의무존재 및 사업자에 대한 책임추궁의 가능성을 개방한 것에 불과하였으나, 대상판결은 그 책임추궁을 위한 구체적 기준을 설정해 준 것으로서 대상판결의 기준에 의하더라도 종전판결의 결론은 동일할 것이라고 추정된다. 대상판결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대법원의 구체적 판단준칙을 최초로 설정해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특히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은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저작권침해, 음란물유통의 규제 등에 있어서도 문제가 되는 것이므로 앞으로 다른 분야의 판결에서도 중요한 선례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또한 불법행위법은「價値의 對立」(conflict of value)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과실’과 ‘위법성’이라는 범주에 의하여 그 가치의 타당범위를 그때그때의 사안에 맞추어 획정할 중대한 임무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논쟁은 이미 언급하였듯이 여러 가지 가치들이 중첩되고 다면적으로 상충되어 해결이 어려웠던 영역이었다. 대상판결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삭제의무의 기준을 설정해 줌으로써 사업자의 위법행위와 적법행위 사이의 경계를 세우고 사업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손해를 분담시키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이것은 판례가 종래 고전적인 불법행위법의 영역을 극복하고 현대적인 분쟁영역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경향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이 대상판결은 그 판례적인 가치 및 결론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논리구성에 있어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대상판결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명예훼손적 투고에 대한 삭제의무의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삭제의무의 근거가 법령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일본 판결처럼 조리에 의한 것인지 명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또한 삭제의무의 존재여부 문제와 삭제의무의 범위 내지 삭제의무위반의 기준 문제를 준별하지 못하고 혼동함으로써 논리의 정교함을 잃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삭제의무의 범위 내지 삭제의무위반 기준의 내용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여 구체적 사례에서 수범자들에게 구체적 행위규범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생각건대 장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명예훼손적 투고에 대한 삭제의무의 근거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 적용되는 한 위 법령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하여 삭제의무는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삭제요구를 한 경우에 발생하고 그 위반여부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투고된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 객관적으로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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