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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판결과 국가면제이론
Ⅰ. 사건 경과 원고들은, 일본제국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침략전쟁 수행을 위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위안소’를 설치·운영하였고, 의사에 반하여 유괴·납치하여 모집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안소에 감금한 채 상시적 폭력, 고문, 성폭행을 일삼았다면서, 국제법 위반 및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재판부는 일본국이 소장 등 서면 송달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공시송달절차를 통해 2021.1.8. 원고 승소판결(이하 이사건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고,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한편,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2016.12.28. 제소한 사건(2016가합580239)은 1.13. 선고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추가 심리를 이유로 변론을 재개하여 현재 계류중이다. Ⅱ. 이사건 쟁점 재판부는 국가면제론을 배척하는 한편 1965 청구권 협정 및 2015 한일합의로 소멸하지 않았다면서 일본국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다만 본 고에서는 지면 관계상 국가면제이론 적용에 따른 재판권 유무에 대해서만 검토한다. Ⅲ. 국가면제 적용 여부에 따른 재판권 유무 1. 국가면제 이론의 개요 국제법 이론에서 국내 법원은 원칙적으로 외국 국가가 스스로 외교상 특권을 포기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외국 국가에 대한 소송에서 민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절대적 국가면제이론이 대세였고, 대법원 역시 그러한 태도를 보였으나(대법원 1975. 5. 23.자 74마281 결정), 20세기에 들어서 다수 국가가 사법적·상업적 행위와 같은 비주권적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상대적 면제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대법원 역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상대적 면제를 인정하는 태도로 변경하였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2. 이탈리아 페리니 강제노역 사건 진행 경과 가. 대표적인 국가면제관련 사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체포되어 군수공장에서 강제노역 당한 이탈리아인 Ferrini가 1998.9.23. 독일국을 상대로 Arezzo 지방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 {Ferrini v Germany, Appeal decision, no 5044/4; ILDC 19 (IT 2004)} 이다. 나. Arezzo 지방법원은 2000.11.3. 독일의 행위는 국가면제를 원용할수 있는 권력적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소를 각하하였고, 2002.1.14. Firenze 항소심 또한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이탈리아 대법원은 2004.3.11. 독일의 행위는 주권적 행위이고 인권보호는 불가침성이며 강행규범을 위반하는 국제범죄국가의 행위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 파기하였다(Decision of Italian Court of Cassation, Ferrini v. Federal Republic of Germany, Judgment No. 5044, 11 March 2004.). 이에 독일은 2008.12.23. 이탈리아 국내법원의 판결은 국가면제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였다. 다. ICJ는 2012.2.3. 15인 재판관중 12인 다수의견은 이탈리아 법원이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민사소송을 허용한 것은 국가면제권을 존중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각국의 입법례 및 판결을 검토해보더라도 국가 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 내에서 자신의 무장병력과 국가 기관들에 의해 저질러진 군사행위에 대하여도 국가면제를 부여하는 국제관습법은 여전히 유효하고, 국가면제는 절차와 관련된 문제이고, 강행규범 준수는 실체법적인 문제이므로 국가면제 적용을 고려함에 있어 실체법적으로 강행규범을 준수하였는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판시(GERMANY v ITALY:GREECE intervening. JUDGMENT OF3 FEBRUARY 2012)하였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밝힌 3인 중 Cancado Trindade 재판관은 국제범죄, 인권의 중대한 위반, 국제인도법의 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으며, Adbulqawi Ahmed Yusuf 재판관은 다른 구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 면제가 피해자 보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장벽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아울러 Giorgio Gaja 재판관은 불법행위가 이탈리아 영역 내에서 행해진 사건에 관해서는 그와 같은 국제관습법의 존재가 부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라. 결국 이탈리아 국회는 2013.1.1.4 UN헌장 및 ICJ 제59조, 제60조에 따라 ICJ 판결을 국내법으로 수용하기 위해 동종 사건이 계류하는 법원에 직권으로 관할권 배제를 선언할 것을 의무화하고 확정 판결의 재심사유에 관할권 배제를 추가하는 법률(2013. 1. 14. 법률 제5호)을 제정하였는데, 이탈리아 Firenze 지방법원은 2014.1.21.위 법률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마.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014.10.22. 관할권 면제 법률에 대하여 재판관 12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반인륜적 범죄로 인정되는 추방, 노예 노동, 대량 학살과 같은 행위들은 그 범죄의 희생자들의 불가침적 권리에 대한 사법적 보호라는 국내법적 질서의 절대적인 희생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탈리아 법원에 대하여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전쟁범죄와 반인륜적 범죄를 구성하는 외국국가의 행위에 관한 사안에서 재판권을 부인하도록 한 ICJ 판결을 따르도록 의무화하는 범위에서 위헌’이라고 결정(JUDGMENT NO. 238?YEAR 2014. THE CONSTITUTIONAL COURT)하였다. 3. 이사건 재판부 판결 요지 이사건 재판부는 국가면제를 배척하면서 아래와 같이 판결하였다. [이 사건 행위는 일본제국에 의하여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며, 당시 일본제국에 의하여 불법점령 중이었던 한반도 내에서 우리 국민인 원고들에 대하여 자행된 것으로서, 비록 이 사건 행위가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국가면제를 적용 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본다. 국가면제 이론은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가치가 아니고, 국제질서의 변동에 따라서 계속하여 수정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미국 등의 법원에 여러 차례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거나 각하되었다. 청구권협정과 2015년‘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 또한 피해를 입은 개인에 대한 배상을 포괄하지 못하였다.] Ⅳ. 이사건 판결에 대한 평가 1. 외국 사례 가. 그리스 대법원은 2000.5.4. 나찌에 의한 그리스의 디스토모 218명 집단 학살사건 관련 독일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국제법상 강행규범에 위반한 불법행위는 주권적 행위로 볼 수 없고, 독일은 강행규범에 위반함으로써 묵시적으로 국가면제를 포기하였다고 하면서 독일의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약 3,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한바 있다. 나. 한편, 법정지 내에서 발생한 사망, 상해. 훼손에 따른 보상절차시 국가면제를 주장할수 없다는「국가면제에 관한 유럽협약」 제11조나 「유엔국가면제협약」 제12조 또한 상대적 면제이론에 입각하여 법정지국 내 외국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있다. 다. 1996년 개정된 미국 「외국국가면제법」에 따르면 미국정부가 테러지원국가라고 인정한 국가에 대해서는 고문이나 초법규적 살해 등의 행위에 관해서는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있으며, 실제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2018.12 위 법을 근거로 미국인 오토 윔비어의 유족들이 북한을 피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배상판결을 선고하였다. 라. 일본 최고재판소 또한 2006.7.21 판례를 변경하여 명시적으로 상대적 면제이론을 채택하였고, 이에 일본국은 2007년 유엔국가면제협약에 서명한 후 2009. 4. 17. 예외적으로 사람의 사망이나 상해 등에 따른 손해배상에 관하여 국가면제를 배제하는「외국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민사재판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영국, 싱가포르, 파키스탄,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도 상대적 국가면제 법리를 채택하여 입법화하였다. 2. 국가면제론에 대한 의견 중대한 반인권적 범죄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재판 관할권을 인정한 2000년 그리스 및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 판결, 그리고 2014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상대적 국가면제를 확장하고 있는 입법례 등에 비추어, 2012년 ICJ가 인정한‘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면제의 국가관습법’이 현재에도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어느 국가가 타국 국민에 대하여 1921년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금지 조약 및 1926년 노예협약 등 국제협약에 반한 반인권적 범죄를 범하였음에도 이를 제재하고 피해배상을 명할 수 없다면, 결국 피해자들은 국제협약 및 당해국가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자신의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자국 법질서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대한 인권침해를 한 국가가 국가면제 이론 뒤에 숨어 이를 회피하도록 허용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국제협약과 헌법상 권리가 하얀 종이위의 검은 글씨여야 하는가. 3. 이사건 판결에 대한 평가 이사건 판결은 이러한 ICJ판결 등 국가면제의 불가변적인 논의를 배제하고 사법부가 인권보호의 최후 보루임을 자임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찌 침해국가가 아닌 일본국 피해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판결하였다는 점에서, 나아가 향후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시론적 판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물론 국가면제의 배제·예외로 인정할수 있는 실체적 요건으로 국가기관의 관여, 침해기간, 방법, 피해 내용과 정도 등‘국제법 내지 강행법규에 위반한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가 무엇인지, 나아가 절차적 요건으로‘다른 구제수단이 없는 최후수단성’에 대한 보다 정교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법적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도 백척간두 진일보한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여전히 이탈리아 Abdulqawi Yusuf 재판관이 말한“국가면제는 결코 국제법상 불변(immutable)의 가치가 아니다”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조영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화)
일본
위안부
국가배상
조영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화)
2021-03-22
헌법사건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명령의 위헌성 고찰
- 헌법재판소 2015. 12. 23.자 2013헌가9 결정에 대한 평석 - Ⅰ. 대상 사건(헌법재판소 2015. 12. 23.자 2013헌가9 결정) 1. 쟁점 성충동약물치료법 제4조 제1항은 치료명령에 치료대상자(성범죄자) 본인 동의 요건이 없고, 피해자 연령제한을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하고, 약물치료 기간을 최장 15년 이내에 법원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동 법 시행으로 아동 대상 상습적인 성폭행범은 장기 징역형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 신상정보 공개 명령은 물론 약물치료라는 삼중의 (보안)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초범이라 할지라도 성도착증이 있다고 판단되면 본인 동의가 없더라도 약물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대책보다 강한 제재에 해당한다. 이에 성충동약물치료의 법적 성격과 위헌성과 관련하여 최근 내려진 헌재 결정을 중심으로 간단히 살핀다. 2. 헌법재판소 판단 다수견해는 성충동 약물치료는 본질적으로 '보안처분'에 해당하고, 약물치료의 근거가 되는 심판대상조항들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의 동종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성충동 약물치료는 성도착증 환자의 성적 환상이 충동 또는 실행으로 옮겨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근간이 남성호르몬에 있다고 보고, 남성호로몬의 생성 및 작용을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정을 거쳐 성도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청구되며, 장래에 다시 성폭력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을 요구하여 치료대상자가 좁게 설정되고, 한정된 기간 동안,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부작용 검사 및 치료가 함께 이루어지며,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해제가 가능하고, 치료 중단시 남성호르몬의 생성과 작용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침해 최소성을 충족하는 한편, 성폭력범죄자의 재범 방지 및 사회방위의 공익은 매우 중요하여 법익균형성도 충족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소수견해는, 현재로서는 약물치료의 효과를 정확히 파악 할 수 없고, 또한 명령조항은 치료명령의 선고 시점과 집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존재하는 경우에 집행 시점에서 만약 치료 필요성이 제거된 경우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수 있는 별도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성폭력범죄의 동기나 행위태양의 다양성에 비추어 성기능 무력화가 성폭력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고 보기 어려워 수단의 적절성도 부정된다. 또한 자발적 치료 의지가 없는 치료대상자에 대한 약물치료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 성폭력범죄의 원인이 된 성도착증의 치료와 재범방지는 현행법상 치료감호제도 및 보호관찰, 전자발찌 부착 등 대책을 결합하여 대처할 수 있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에도 반하며, 심판대상조항들에 의한 재범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거나 한시적이고 그 달성 여부가 불확실하나, 피치료자가 받는 불이익은 심대하여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Ⅱ. 비교법적 검토 1. 미국 먼저, 캘리포니아주는 화학적 거세를 최초로 시행한 선두주자다. 주 형법 645조(California Penal Code Section 645)는, 13세 미만 어린이 대상 성범죄의 초범자들이 가석방되기 전에 메드록시프로게스트론 아세테이트(medroxyprogesterone acetate: MPA) 치료나 이에 상당하는 약물치료를 받도록 법원이 명령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고 있고, 재범자들의 경우 가석방 전 반드시 약물치료명령을 내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경우, 범죄자들은 화학적 치료 대신 물리적 거세를 선택할 수도 있다. 화학적 거세 약물치료는 주 교정부(the Department of Corrections, DOC)가 관장하는데, 가석방대상자들은 구금으로부터 풀려나기 일주일 전 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DOC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할 때까지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다음으로, 텍사스주는 화학적 거세를 인정하지 않고, 물리적/시술적 거세만을 인정하고 있다. 주형법(Texas Penal Code) 501.061에 따르면 텍사스 사법부(Texas Department Of Criminal Justice)에 의해 고용되거나 의뢰받은 외과의사는 14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가중 성폭행, 17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성폭행, 또는 17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외설죄로 유죄선고를 받은 재범자들 중 21세 이상으로 서면으로 고환절제술을 요청 및 동의하고, 정신과의사, 심리학자의 진단과 상담을 받고 정신건강 모니터요원과의 상담을 거친 수형자에게 고환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단, 그 결정을 시술 실시 전 언제든 철회할 수 있으며, 고환절제술이 가석방이나 보호관찰 석방의 조건이 될 수는 없고, 법 집행자는 범죄자가 가석방이나 보호관찰로 석방되어야할 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시술을 받겠다는 그 범죄자의 결정을 하나의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 2. 독일 독일은 '자의적 거세 및 기타 치료방법에 관한 법률(Gesetzuberdie freiwillige Kastration und die andere Behandlungsmethoden)'이 1969년(BGB1. I. S. 1143) 제정된 이후, 2008년 12월(BGB1. I. S.2586) 개정되었다. 주요 내용은 비정상적인 성충동을 가진 중범죄자를 대상으로 물리·화학적 거세를 시행한다는 내용으로, 성폭력 범죄자 뿐 아니라 살인, 상해 등 중범죄자 중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동의를 받아 의사의 진단과 법원의 승인을 거쳐 외과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다. 이 경우 본인의 동의와 의사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 또한, 25세 이상 성인에 대해서만 거세 시술을 허용한다. 그러나 거세법은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성폭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형사제재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독일의 범죄자에 대한 심리치료는 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에 대해 그 인지의 변화를 꾀함으로써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지행동 이론이 대세이다. Ⅲ. 평석 1. 화학적 거세의 법적 성질 형벌과 보안처분은 형사제재에 해당하지만, 형벌은 과거 불법에 대한 응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재이고,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 위험성을 전제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비형벌적 제재에 해당한다는 것이 학계 주류 입장인바, 성충동 약물치료는 본질적으로 '보안처분'에 해당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이다. 그러나 성충동 약물치료는 신체에 직접 가해지거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정도가 형벌에 준하므로 형벌적 성격이 강한 보안처분에 해당한다. 성충동 약물치료의 목적이 단순히 '재범의 위험성 있는 범죄자의 재범 방지'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 형벌 외에 성충동 약물치료라는 추가 제재를 부가함으로써 그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강한 책임을 묻는 한편, 일반 국민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함으로써 범죄를 억제하도록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2. 비동의 조항(약물치료 강제성)의 문제 동법에 의한 약물치료는 대상자 본인의 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인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신체의 처분과 관련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 치료행위가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당사자의 동의가 필수적인 것인데, 제8조에 의한 약물치료는 이를 위반하는 것이다. 둘째, 성행위 및 아이를 가질 자유와 관련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 자발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 일시적인 제한은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지 몰라도,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은 제한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3. 이중처벌 문제 과거 헌법재판소는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전자장치부착 병과 등 형벌에 보호감호나 보안관찰처분을 병과하거나 형벌 이외에 신상공개를 병과하는 경우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헌재 태도에서 볼 때, 이 사건 약물치료조치는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중처벌에서 말하는 처벌은 형벌뿐만 아니라 형벌과 유사한 당사자 비동의 하의 약물치료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4. 소급입법 문제 동법 부칙 제1조 제3항에서 "제22조 및 제25조에 따른 치료명령은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이 법 시행 당시 형의 집행 또는 치료감호ㆍ보호감호의 집행 중에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 대하여도 적용한다"고 하여 이른바 '형집행시법주의'를 취하여 소급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성충동 약물치료가 형벌적 성격을 갖는 이상, 약물치료를 명하기 위해서는 그 범행 당시에 이미 근거 법률이 제정·시행되고 있어야만 하는데, 이 사건 부칙조항은 동법이 제정·시행되기 전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소급하여 약물치료를 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 제13조 제1항에 위배된다. Ⅳ. 결론 피치료자의 기본권의 침해 소지를 줄이고 약물치료명령의 본래적 취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음에 외국의 입법례와 같이 치료대상자 본인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헌재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모두 지적하듯 판결 선고 후 일정 기간 이상 경과하여 약물치료명령을 집행할 때에는 집행 전에 다시 성도착 증상의 유무, 정도, 재범의 위험성 등에 대한 판단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성충동약물치료
성폭행범
화학적거세
2016-07-18
성폭행피해아동의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
Ⅰ. 사안 D는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치상[‘V1(만 4년 6개월 남짓 된 여아), V2(만 3년 7개월 남짓 된 여아)의 팬티를 내리고 손으로 음부를 만져 V1에게는 처녀막열상흔의 상해를, V2에게는 소아외음부염의 상해를 각 입혔다]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사는 D의 유죄 증거로 ‘아동전문 인터뷰어’(child interviewer, 이하 ‘CI’로 약칭함)가 V1, V2를 인터뷰한 비디오테이프(CI의 질문과 V1, V2의 답변내용이 수록되어 있다)의 사본을 제1심법원에 제출하였다. 제1심법원은 ‘검증을 위한 공판준비기일’을 지정하여 그 기일에 이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을 검증하였다. 검증기일에 비디오테이프를 촬영한 P(비디오테이프의 작성자)는 “피해자 한 사람당 1시간 정도씩 촬영한 분량 중 출연자들(CI, V1, V2)이 상담하는 놀이방을 드나드는 과정과 그 사이 일부를 편집한 것일 뿐 V1, V2와 CI 사이의 대화내용에는 상이점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V1, V2와 상담한 CI는 검증기일에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한 내용이 V1, V2와 상담한 내용과 동일하고 상이점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V1, V2도 비디오테이프를 모두 시청한 뒤 제1심 재판장으로부터 “화면에 나오는 어린이가 맞느냐”, “그 곳에서 ‘상담 선생님’(CI)과 이야기를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각자 “예”라고 답하였다. V1은 상담자인 CI가 “할아버지(V1, V2는 D를 ‘할아버지’로 부른다)가 서서 했어, 앉아서 했어?”라는 유도성 질문을 하였음에도 스스로 “누워서요”라고 하거나 ‘바닥에’라고 하는 등 질문에서 주어지지 않은 제3의 답변을 자발적으로 끄집어내고 있었으며, V2는 반복하여 “원장 할아버지가 (성기 부분을) 때렸다”고 진술하였다. D의 변호인도 제1, 2심의 공판정에서 비디오테이프의 제작과정에 대하여 “이의 없다”고 진술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은 이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인정하여 D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D가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Ⅱ. 재판요지(상고기각) 1.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私人, P)이 ‘D(피고인) 아닌 사람’과의 대화 내용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는 형사소송법 제311조, 제312조의 규정 이외에 D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다를 바 없으므로, D가 그 비디오테이프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이상 그 진술 부분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하여는, ① 첫째 비디오테이프가 원본이거나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일 것, ② 둘째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비디오테이프에 녹음된 각자의 진술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9. 3. 9. 선고 98도3169 판결 참조), ③ 비디오테이프는 촬영대상의 상황과 피촬영자의 동태 및 대화가 녹화된 것으로서, 녹음테이프와는 달리 피촬영자의 동태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에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지지 않은 것이 전제된다면, ‘비디오테이프에 촬영, 녹음된 내용을 재생기에 의해 시청을 마친 원진술자가 비디오테이프의 피촬영자의 모습과 음성을 확인하고 자신과 동일인이라고 진술한 것은 비디오테이프에 녹음된 진술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중략)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의 인위적인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이라는 점은 인정된다. (중략) 공판준비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비디오테이프에 녹음된 각자의 진술내용이 자신들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었으므로 비디오테이프는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Ⅲ. 평석 본 사안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아동성폭행의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이 ‘아동전문 인터뷰어와 성추행피해아동의 인터뷰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이하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로 약칭함)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경우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요건이 정면으로 문제되고 있어 주목을 요한다. 사안의 성질상 복수의 요건들이 구비되어야 한다. 이하에서 그 요건들을 차례로 분석하여 보자. 1. 적용법조 2004년 9월에 선고된 본 판례는 본 사안에서 ‘아동전문 인터뷰어(CI)와 성추행 피해아동(V1, V2)의 인터뷰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를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私人, P)’이 ‘D(피고인) 아닌 사람(CI, V1, V2)’의 대화 내용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로 자리매김하여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을 적용하고 있다. 2. 사본일 경우의 파운데이션의 입증 본 사안에서 검사가 제출한 비디오테이프는 원본이 아니라 사본이었다. 검찰 측은 원본을 보관하고 있어야 하므로 향후에도 원본 보다는 사본이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제출된 것이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일 것(이하 ‘파운데이션, authenticity=foundation’으로 약칭함)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하여 이론은 있을 수 없다.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를 촬영한 P(비디오테이프의 작성자)가 검증기일에 출석하여 ‘피해자 한 사람당 1시간 정도씩 촬영한 분량 중 출연자들(CI, V1, V2)이 상담하는 놀이방을 드나드는 과정과 그 사이 일부를 편집한 것일 뿐 V1, V2와 CI 사이의 대화내용에는 상이점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D의 변호인도 제1, 2심의 공판정에서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의 제작과정에 대하여 ‘이의가 없다’고 진술하였으므로 대법원은 이런 사실들을 토대로 삼아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의 ‘파운데이션(authenticity, foundation)’을 인정하였다. 3. 성립의 진정을 입증하는 방법 비디오테이프를 증거로 제출하는 검사의 의도는 비디오테이프에 담겨있는 ‘진술 내용’을 증거로 채택하여 달라는 취지이므로 ‘진술 내용의 취급’이 궁극적인 관심사이다. 본 판례는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비디오테이프에 녹음된 각자의 진술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비디오테이프를 통상의 ‘참고인진술서’의 일종으로 파악하였음을 보여준다. 비디오테이프를 ‘참고인진술서’의 일종으로 파악하면 원진술자가 공판정에서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비디오테이프의 성립의 진정은 어떻게 인정해야 하는가가 문제된다. V1, V2와 상담한 CI는 검증기일에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한 내용이 V1, V2와 상담한 내용과 동일하고 상이점이 없다’고 진술하고, V1, V2도 비디오테이프를 모두 시청한 뒤 제1심 재판장으로부터 “화면에 나오는 어린이가 맞느냐”, “그 곳에서 상담 선생님(CI)과 이야기를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각자 “예”라고 답하였다. 대법원은 원진술자인 CI, V1, V2의 위와 같은 발언을 토대로 삼아 ‘진술녹화 비디오테이프’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인정한 것이다. 종래 대법원은 전문서류의 ‘성립의 진정’을 공판정에서 원진술자가 ‘형식적 성립의 진정(간인과 서명날인)’과 ‘실질적 성립의 진정(진술내용과 기재내용의 일치)’을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는데 제출된 증거가 전문서류가 아니라 녹음테이프나 비디오테이프일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문제된다. 본 판례에서는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거론되지 않고 ‘원진술자들(CI, V1, V2)의일치진술’만으로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었다. 녹음테이프나 비디오테이프가 증거로 제출될 때는 굳이 형식적 성립의 진정(간인과 서명날인)을 확인할 필요가 없을 것이므로 이 점에 대하여도 이의는 없다. 4.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인정할 것인가? 본 사안에서 피고인 D는 제1심과 항소심이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본 판례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피고인이 상고로 주장하여 볼 만한 항변은 ‘피고인의 V1, V2에 대한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아니하였다’는 항변일 것이다. ‘아동전문 인터뷰어와 성추행피해아동의 인터뷰 녹화’시에는 피고인이나 그 변호인이 입회하지 못하였을 것이고 제1심의 검증기일에 피고인이나 그 변호인은 입회할 수는 있었겠지만 반대신문의 기회는 부여되지 아니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문제가 가장 해결이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아동보호론자들은 피고인에게 반대신문권을 부여하면 피해아동에게 치명적인 해악을 미치므로 반대신문권 보장을 극력 반대하고 있지만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의 보장’을 논거로 반대신문권 보장을 주장할 것이다. 5. 결어 본 판례는 충돌하는 두 가지 입장을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아동보호론자들의 염려를 수용하여 피고인에게 반대신문을 불허하는 대신 다른 한편으로는 피해아동과 CI를 검증기일에 출석시켜 사실인정자(수소법원) 앞에서 직접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아동보호론자들은 본 판례에 대하여 진술녹화 할 때 아동에게 진술하게 하는 것으로 충분한데 구태여 아동으로 하여금 법정에 한 번 더 출석하게 하여 2차피해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가할 것이다. 다른 한편 피고인들은 본 판례가 자신들의 반대신문권을 무시하여 적법절차를 위반하였다는 비난을 가할 것이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행’ 현상이 심각한데도 한국사회는 아직 적절한 처방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위험한 사람’에 대하여 신상공개, 전자팔찌 채우기, 거세, 등록과 고지, 민사구금, 치료감호 등 가혹한 조치가 논의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에 있다. 형사사법제도를 정비하여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유죄선고율을 높이는 것도 빠트릴 수 없는 과제이다. 아동성폭행 사건은 ‘아동·청소년의 건강’과 ‘피의자·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영역이다. 본 판례는 실로 ‘절묘한 절충’을 시도한 판결이다.
2006-04-03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신상공개의 위헌성
1. 문제의 제기 한국에서의 ‘상업적 아동 성착취’(CSEC, commercial sexual exploitation of children, 이하 ‘CSEC’으로 약칭함)에 반대하는 본격적인 투쟁은 2000년 7월에 비로소 시작되었다. CSEC 終熄을 중요한 목적으로 삼은 성보호법이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 7월 이전에도 兒童買春(child prostitution), 포주업(pimping)과 아동 인신매매(trafficking of children for sexual purposes), 아동 포르노그라피(child pornography) 등의 CSEC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행정적 규제의 대상이었고 형사처벌도 가능하였으나 2000년 7월 이전의 행정기관과 법집행기관에게는 CSEC 종식 개념이 미약하여 행정기관과 법집행기관의 CSEC에 반대하는 규제의지와 처벌의지는 극히 미약했었다. 성보호법을 시행하면서부터 한국정부와 NGO는 2000년 7월 이전 시기의 CSEC에 대한 미온적이고 취약한 대응태세로부터 벗어나 모든 형태의 CSEC 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성보호법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性的 自由를 지나치게 저해한다는 논거를 들어 성보호법의 폐지 혹은 축소를 주장하는 ‘자유주의자’(liberalists)들이 많이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CSEC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CSEC의 종식을 형벌적 수단으로 달성함은 불가능하며 또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의도와는 달리 더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懷疑論과 虛無主義에 빠져 있다. 여기서 ‘CSEC의 종식을 원하는 사람들’과 자유주의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debate)이 지속되고 있다. - 판 결 요 지 - 신상공개제도는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청소년 성 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청소년 성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의 성보호법은 CSEC 예방의 주요수단으로 아동매춘범과 아동매춘을 알선·중개하는 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성보호법 제20조)하였다. 성보호법 제20조에 근거하여 2001. 8. 30. 처음 신상공개가 실시된 이래 총 4회에 걸쳐 신상공개가 실시되었으며 현재 제5차 신상공개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2003. 4. 9. 실시된 제4회 신상공개에서는 1,221명의 심사대상자 중에서 강간 208명, 강제추행 200명, 성매수 155명, 성매수알선 70명, 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 10명 등 643명의 신상이 공개되었다. 전체 대상자 중 강간·강제추행은 약 89%, 성매수알선과 음란물제작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공개되었고 성매수는 22.7%가 공개되었다. 신상공개 구상은 한국의 성보호법 입법자들이 미국의 미건 법(Megan’ Law)의 발상에서 借用해 온 발상이지만 미국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치유가 어려운 위험한 성폭행범(serious violent predator)에 한하여 상세한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성보호법 입법자와 CSEC 종식운동가들은 미건 법의 위험한 성폭행범에 대한 신상공개제도를 아동에 대한 성폭력범 뿐만 아니라 아동매춘범과 아동매춘을 알선·중개하는 자들에게까지 확대시켰다. 이것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한국에서는 성보호법 제20조의 합헌성을 둘러싸고 종식운동가와 자유주의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었으며 향후에도 그 논쟁은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특히 성매수자의 신상공개는 자유주의자들이 성보호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빌미가 되고 있다. 2003. 6. 26. 헌법재판소의 4명의 재판관은 현행 성보호법 제20조의 신상공개제도에 대하여 아무 유보 없이 합헌의견을 표명하였다. 이하에서 헌재의 합헌의견을 요약하고 나서 합헌결정의 의미를 분석하여 보기로 한다. - 평 석 요 지 - 헌재결정은 결과적으로 합헌이었지만 수적으로는 4대 5로 위헌의견이 우세하므로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남아 있어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고 위험범과 저 위험범으로 나누어 공개범위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이중처벌금지 위배 여부 자유주의자들은 신상공개는 형의 종류를 정하고 있는 형법 제41조에 해당되지 않으나, 해당 범죄자에게 확정된 유죄판결 외에 추가적으로 수치감과 불명예 등의 불이익을 주게 되므로 이러한 불이익이 실질적으로 수치형이나 명예형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하여 합헌의견은 “이 제도는 유사한 범죄예방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도입된 것이며, 이로써 당사자에게는 일종의 수치심과 불명예를 줄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신상공개제도가 추구하는 입법목적에 부수적인 것이지, 주된 것은 아니며 신상공개제도에서 공개되는 신상과 범죄사실은 헌법 제109조 본문에 의해 이미 공개된 재판에서 확정된 유죄판결의 내용의 일부이며 달리 개인의 신상 내지 사생활에 관한 새로운 내용이 아니고, 비록 범죄자의 수치심과 불명예를 수반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19세 미만의 청소년의 성매수 범죄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반사회적인 범죄에 대처하기 위하여 선택할 수 있는 입법형성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이므로 신상공개제도는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13조의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응답하고 있다. 3.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여부 자유주의자들은 신상공개가 순수히 일반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계도에 그 목적이 있다면 “굳이 성매수자의 신상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 비록 사례의 소개가 계도의 효과를 증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할지라도, 당사자의 실명이 아니라 가명을 사용하는 등 익명성을 보장해 주더라도 성매매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계도의 목적은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상공개는 불필요하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과도하다”고 주장(반대의견)한다. 이에 대하여 합헌의견은 “법 제정 당시 성인들이 청소년의 성을 매수하는 범죄의 규모나 증가추세가 매우 심각한 양상이었고,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가 청소년의 성장에 미치는 중대한 해악에 대한 인식부족과 때마침 인터넷과 같은 매체의 급속한 발달과 맞물려 도덕성의 심각한 해이 현상을 일으켰고, 더 이상 성인이나 청소년들의 도덕성에만 그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법적 제재장치를 통하여 예방될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청소년들의 성을 매수하는 등의 행위는 비록 그들의 형식상 동의에 의한 것이라 해도 정신적 판단력이 약하고 금전적 유혹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진정한 동의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들의 정신과 육체 등의 건전한 성장에 중대한 해악”을 주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방치하였을 때는 우리 사회가 타락한 사회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할 만한 것”이어서 성보호법의 입법목적은 그 정당성이 인정되며 “신상공개제도가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으나, 상식적으로 볼 때 해당 범죄인의 신상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제도는 일반 성인들에게 미성년자 성매수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위하적 내지 예방적 효과를 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신상공개제도는 과잉금지 원칙에서 요구되는 수단의 적합성을 갖춘 것”이며 “형벌이나 보안처분만으로는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고, 가령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치료나 효율적 감시체계 확립, 청소년에 대한 선도 등의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전문적인 교정 인력의 부족 등 물적·인적 시설이 미비하고,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지나친 개방적 사고와 배금주의적 행태, 성을 상품화하는 잘못된 소비풍조, 어른들의 왜곡된 성의식 등 사회문화적 부문에서의 보다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개선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리므로, 현재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상공개제도와 같은 입법적 수단이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가능한 여러 가지 수단 가운데 무엇이 보다 덜 침해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떠한 수단을 선택할 것인가는 입법자의 형성의 권한 내라 할 것이므로, 신상공개제도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나지 아니”하며 “ ‘청소년의 성보호’라는 목적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공익의 하나인데 비하여 청소년 성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는 이미 공개된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형사판결이라는 공적 기록의 내용 중 일부를 국가가 공익 목적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공개된 형사재판에서 밝혀진 범죄인들의 신상과 전과를 일반인이 알게 된다고 하여 그들의 인격권 내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청소년 성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청소년 성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4. 합헌결정의 의미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는 한결같이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제4차 신상공개(2002. 4.9) 이후 언론사별 여론조사 결과 80% 이상의 국민이 신상공개제도 강화에 찬성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80%(1,438/1,797명), 중앙일보에 의하면 79.79%(10,289/12,895명)가 찬성하고 있다] 지식인층과 법률전문가층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 2년 동안의 홍보와 계몽의 결과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식인층과 법률전문가층의 여론동향도 서서히 찬성의견이 늘어나는 추세로 보인다. 2003. 6. 26. 헌재의 합헌의견이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하여 아무 유보 없이 합헌결정(2002헌가14)을 선고한 것은 위와 같은 지식인층과 법률전문가층의 동향을 반영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합헌이었지만 수적으로는 4대 5로 위헌의견이 우세하였으며 위헌의견의 논조는 대단히 신랄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 시점은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종래의 비판과 헌법재판소의 위헌의견을 겸허히 수용하여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다. 제도개선의 기본방향은 고위험범과 저위험범을 적절히 구별하여 고위험범에 대하여는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를 현행보다 넓히고 저위험범에 대하여는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를 현행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이다.
200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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