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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7다208232, 208249 판결 -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① 해상운송업을 주로 하는 대한민국 법인인 원고는 2008년 4월 13일 파나마 법인으로 선박보유회사인 피고와 캄보디아에 등록된 선박의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bareboat charter with hire purchase, BBCHP)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용선료는 1일당 일화 130,000엔이고, 용선기간(50개월) 종료 후 인도대금 38,000,000엔을 피고에게 지급한다. 용선기간 만료 후 피고는 원고에게 소유권을 이전한다. ② 원고는 42회차부터 용선료를 지연하여 분할 납부하였고, 46회차분 이후는 매월 3,000,000엔을 지급하였다. 원고가 2013년 6월 27일까지 지급한 용선료 총액은 217,100,000엔이다. ③ 원고가 용선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아니하고 용선기간 만료일(2012. 6. 12.) 이후 계속 사용하였음에도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을 회수하지 않았다. ④ 이 사건 선박은 2013년 7월 12일 항해 중 폭발 사고로 침몰하였다. ⑤ 원고에게 선박의 관리를 위탁받은 B 회사는 A 보험회사와 선체보험계약이 포함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⑥ 사고 발생 후 원고와 피고가 각각 자신이 정당한 보험금청구권자라며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자, A 보험회사는 채권자 불확지를 이유로 보험금을 변제공탁하였다. 2. 사건의 경과 ① (본소) 원고는 용선료 대부분을 피고에게 지급하여 이 사건 선박의 사실상 소유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보험계약의 피보험이익이 원고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탁금의 출급청구권자가 원고라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② (반소) 피고는 용선료 및 선박인도대금을 전액 납입하지 않은 이상 선박의 소유권자는 피고이므로 피보험이익은 피고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탁금의 출급권자가 피고라는 확인을 구하고, 미지급 용선료 15,000,000엔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3. 대상판결 대법원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한 원심의 판결이유를 그대로 원용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은 원고가 피고에게 약정 용선료 등(50개월간 1일당 130,000엔의 용선료 + 선박인도금 38,000,000엔)을 모두 지급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선박의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소유권유보부매매와 유사한 성격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격은 용선기간 종료 후 소유권취득 조건이 부가된 선박임대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연구 및 평석] Ⅰ. 선체용선계약의 의의와 법적 성질 1. 선체용선계약의 의의 선체용선계약은 통상 ① 선박 임대차계약, ② 운용형 선체용선계약, ③ 금융형 선체용선계약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상법상 선체용선계약이 민법상 임대차계약과 동일한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운용형 선체용선계약(Operating Bareboat Charters)의 경우, 용선자가 용선기간 중 선박의 점유와 지배·관리권을 행사하므로, 선박소유자는 선박 인도시 용선계약에 따른 감항능력을 구비한 선박을 인도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할 뿐이다. 금융형 선체용선계약(Financing Bareboat Charters)은 용선기간 동안 선박의 소유권은 금융제공자가 보유하지만, 이는 자신의 대여금채권의 담보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뿐 선박에 대한 지배·관리권은 용선자에게 이전된다는 의미에서 용선자는 ‘선박의 사실상 소유자(the de facto owner)’라고 볼 수 있다. 해운실무상 선체용선계약은 자금이 부족한 해상기업주체의 선박 획득에 필요한 물적 금융의 수단으로서 BBCHP계약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2.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의 핵심 요소 선체용선계약의 핵심 요소는 '선박소유자로부터 용선선박의 점유와 지배·관리권이 용선자에게 이전된다'는 점에 있다. 해운실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표준 선체용선계약서식인 BARECON 2017의 규정을 종합해 보면, 표준적 BBCHP계약의 핵심 요소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① 선체용선계약에 ‘소유권취득조건’이 부가되어 있어야 한다. BARECON 2017의 관련 규정에서 이는 용선자가 가지는 선박의 구매에 대한 선택권(Option)이다. 용선자는 약정된 시일에 선박의 구매를 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이러한 선택권의 행사에 따라 선박소유권의 이전이 발생한다. ② 용선자는 선박소유권을 이전받기 위해 약정된 선박의 대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추가적인 금전의 지급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추가적 금전지급을 완료하여야 선박소유권이 이전된다. 이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선박의 매매가격이라고 할 것이다. 선박소유자는 금융제공액의 원리금 상당을 용선자로부터 회수하여야 할 것이므로, 용선자가 지급하는 금전의 총액이 선박소유자의 금융제공액과 근사할 경우에는 해당 계약의 법적 성질을 BBCHP계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Ⅱ.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 1.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이전과 준거법 원심은 우리 법제상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개념을 원용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은 외국적 요소가 있어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여야 할 것이고, 국제사법 제19조에 따르면 물권의 변동은 매매계약의 준거법과 달리 물권변동의 준거법에 의하여 규율된다. 국제사법 제60조는 선박의 소유권에 관한 사항은 선적국법에 의하도록 특칙을 두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당사자 사이에 선박소유권이전의 원인이 되는 선체용선계약의 준거법과 소유권이전에 관한 물권적 합의의 준거법은 달리 결정할 문제이다. 이 사건 선박은 캄보디아에 선적을 두고 있으므로, 설령 원심과 대법원과 같이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을 대한민국 법상 소유권유보부매매로 인정하더라도, 선박의 소유권이전을 위해 물권적 합의가 필요한지, 나아가 물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소유권이전행위가 요구되는지 여부는 이 사건 선박의 선적국인 캄보디아국 법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2. 선박 소유권이전을 위한 별도의 소유권이전 행위의 요부와 이 사건 용선계약의 법적 성질 이 사건 선박의 물권변동의 준거법이 대한민국 법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다음 문제가 제기된다. ① 본소 원고는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을 BBCHP계약으로서, ‘소유권유보부매매’라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소유권유보부매매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을 뿐이다. 즉 원심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을 소유권유보부매매와 유사할 뿐 소유권유보부매매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을 뿐이므로,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이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도 아니라고 볼 근거는 없다. 오히려 BARECON 2017 BBCHP 제1조 및 제2조에 따르면,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 제5조의 ‘선박반선(Re-delivery)’ 및 선박소유권이전에 관한 규정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이 전형적인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② 원심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 제5조에 의하면 용선기간이 만료될 경우 자동적으로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소유권 이전행위가 요구되므로, 이 사건 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은 소유권유보부매매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선체용선계약서식인 BARECON 2017은 BBCHP계약상 용선자의 소유권취득을 위해서는 별도의 소유권이전행위를 요구하고 있다. 대법원과 원심의 판시에 따르면, BARECON 2017의 BBCHP의 준거법이 대한민국 법인 경우에는 그 법적 성질을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이 아닌 소유권취득조건이 부가된 선박임대차계약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이러한 해석은 당사자의 의사를 왜곡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③ 원심은 소유권유보부매매는 동산의 매도인이 매매대금을 다 수령할 때까지 그 대금채권에 대한 담보의 효과를 취득·유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매도인은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매수인에게 해주지 않음으로써 대금채권에 대한 담보 기능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개념을 원용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선박에 대한 공시제도로서 선박등기제도를 두고 있고, 선박에 대한 소유권이전은 등기를 하여야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으므로(상법 제743조), BBCHP계약을 체결한 선박소유자는 용선자의 원리금상환이 완료될 때까지는 자신의 채권의 보전수단으로서 용선선박의 소유권을 보유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등기가 피고 명의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이 BBCHP계약이라는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결론] 사적자치의 원칙상 BBCHP계약의 계약당사자는 선박가격을 균등분할방식으로 지급할 수도 있지만, 용선기간 중 일정한 시기에 선박가격 중 상당한 액수를 일시불로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등 다양한 상환설계를 하는 것도 가능하고, 선박금융 실무도 동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판례의 태도는 BBCHP계약 및 위 계약을 선박금융의 주된 수단으로 활용하는 선박금융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정원 교수(부산대 로스쿨)
선체용선계약
선박
소유권유보부매매
이정원 교수(부산대 로스쿨)
2022-07-11
전재우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소유권 이전을 위하여 등기나 등록을 요하는 물건에 대한 소유권유보부매매의 인정 여부
1. 서설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부동산 등 소유권 이전을 위하여 등기나 등록을 요하는 물건(이하에서는 편의상 "부동산"이라 하고, 그 외의 물건을 "동산"이라 한다)의 경우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의 하나인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되지 아니함을 명확히 하였다. 그러나 우리 법은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이에 비하여 독일 민법은 토지 소유권이전의 합의에 조건을 붙일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하여 쉽사리 부정적인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특히 판례나 통설은 해제조건부 법률행위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해 왔는데(그에 따라 부동산등기법에서도 해제조건부 물권변동을 허용하고 있다),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을 달리 볼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의 당부에 대한 논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대상판결의 타당성에 대하여 간략하게나마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부동산과 같이 등기에 의하여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에는 등기를 대금완납시까지 미룸으로써 담보의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개념을 원용할 필요성이 없고, 일단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준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소유권이 귀속된다. 자동차, 중기, 건설기계 등은 비록 동산이기는 하나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등록에 의하여 소유권이 이전되므로, 역시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개념을 원용할 필요성이 없다. 3. 검토 가. 조건과 물권변동에 대한 판례의 태도 개관 (1) 정지조건과 물권변동 먼저,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부동산의 경우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의 하나인 소유권유보부매매를 허용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비하여 판례는 동산의 경우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9. 9. 7. 선고 99다30534 판결,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93671 판결 등 참조. 참고로 2009다93671 판결의 판시사항을 부동산에 대한 것으로 적절히 바꾸면, 가령 동산을 부동산으로, 인도를 등기로, 선의취득을 허위표시의 선의의 제3자 보호 등으로 적절히 변경하면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유보부매매가 인정된다는 무척 그럴듯한 문장이 만들어지는데, 직접 해보시길 권한다). (2) 해제조건과 물권변동 해제조건부 법률행위의 경우 해제조건 성취 시 이미 발생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 문제되는데, 판례는 해제조건 성취 시 동산과 부동산의 소유권이 원래의 소유자에게 곧바로 복귀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대법원 1976. 12. 28. 선고 76므41, 76므42 판결, 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5584 판결 등 참조). 참고로 학설도 해제조건부 처분행위의 해제조건이 성취된 경우,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그 처분행위는 효력을 잃고, 물권은 곧바로 처분행위자에게 돌아간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만, 독일에서는 민법에서 토지 소유권이전의 합의인 Auflassung에 조건이나 기한을 붙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해제조건부매매도 인정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변동열, 실권약관부 매매계약-해제조건부 법률행위의 효력, 민사판례연구XX, 167면 및 173면 이하 참조). 나. 대상판결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 (1) 대상판결의 논리 전개에 대한 의문 대상판결의 근본적인 문제는 단지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는 데 있다고 생각된다. 대상판결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소유권유보부매매라는 측면에서 동산과 부동산을 달리 취급할, 양자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에 대한 설시가 있었어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상판결로 인하여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되지 않게 된 자동차는 종래에 소유권유보부매매의 설명에 단골로 등장하였는데, 이는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유보부매매의 필요성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실제적인 측면에서도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2) 부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의 허용 여부 부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가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쉽게 결론을 내기에 조심스러운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결론적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보다 일반적으로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가 허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가) 우리 민법상 법률행위에 의한 부동산 소유권이전의 효력이 (a) 법률행위(물권행위)와 (b) 그에 합치하는 등기에 의하여 발생하는 이상,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의 경우 정지조건이 성취될 때까지는 등기가 행해졌다고 하더라도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고 볼 수가 없고, 따라서 정지조건 성취 시에 해당 이전등기는 비로소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가 되어 이때에 소유권이 이전된다고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허위표시에 따른 등기가 있는 경우 소유권이전은 효력이 없더라도 그 후 허위표시의 당사자들이 새로이 소유권이전에 대한 합의를 하면 그때부터 유효하게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점을 부인할 이유가 없을 것인데,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하나로 합하여 정지조건부로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합의를 하는 것을 불허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고 생각된다(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서 더 세밀한 법률관계를 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수 있다). 오히려 '등기에도 불구하고 매매대금이 완납된 때에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으로 하는 합의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무조건의 소유권이전을 인정하는 것은,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기대한 것과 달리 소유권을 상실하는 결과를,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기대한 것과 달리 소유권을 취득하는 결과를 인정하는 것인데, 당사자 쌍방이 합치하여 의도한 바를 무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나) 더욱이 이러한 정지조건을 두는 것을 허용한다고 하여 누가 부당하게 불리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보인다. 즉, 정지조건이 성취되기 전에 해당 부동산을 매수하는 등 부동산의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에 따라 외관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 선의의 제3자는, 당사자의 의사에 의한 법률행위 무효의 경우에 외관을 보호하는 기본 제도인 허위표시에서의 제3자 보호 규정(민법 제108조 제2항)의 적용(또는 유추적용)을 받을 수 있을 것이어서,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 합의의 효력을 인정한다고 하여 제3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되는 문제도 발생하지 아니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 또한 가령 매매대금의 지급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매매대금을 납입하지 않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부동산을 매매하고 등기를 이전하는 방식'을 허용하면서, '매매대금 완납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그 성취 시 그 소유권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합의를 하고 미리 등기를 이전하여 주는 방식'을 허용하지 아니할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다. (라) 결국 법령에 명시적인 금지 규정이 없는 이상, 부동산의 경우에도 동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소유권유보부매매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 대상판결을 위한 논리 제공의 시도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의 합의가 허용되어서는 아니 될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보이지만, 부동산의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을 인정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우려(물론 이러한 우려가 정말로 있는지, 그 우려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를 고려하면, 대법원의 태도가 변경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대상판결의 태도를 변호할 수 있는 논리 구성을 생각해 보는 것도 무용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단 대상판결에서 전제된 것으로 보이는, '물권변동은 그 성립요건인 등기나 인도가 갖추어진 시점에 발생하여야 하므로, 물권변동의 성립요건인 등기나 인도가 갖추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이 성취된 때로부터 비로소 소유권이 이전된다고 약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규범'으로 설정하자(그 타당성은 논외로 한다). 이제 기존의 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를 "매매대금이 완납될 때까지, 담보를 위하여, 매도인이 매매대금의 완납 전에 매수인으로 하여금 해당 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현실인도(간접점유의 설정으로서, 소유권이전을 위한 인도가 아니다)하여 주되,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완납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간이인도' 방식으로 소유권이전을 위한 인도가 이루어지는 매매계약"으로 해석하여 보자(당사자의 의도를 고려하면, 이러한 구성은 법률행위 해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보면, 대금이 완납된 때에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물권적인 합의가 있고, 동산 소유권이전의 성립요건인 '인도' 또한 대금 완납 시에 이루어지며, 그 소유권이전은 인도 시에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대금 완납 시에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정지조건부 소유권이전의 목적도 그대로 달성할 수 있으면서도, 위 규범에 따라 물권변동 시점을 인도 시점과 동일하게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구성이 가능한 것은, 근본적으로 인도가 그 목적에 따라 달리 표현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의사표시에 의한 인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여 등기의 경우에는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음에도 매매대금의 완납 시에 비로소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는 것'으로 구성할 수가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대법원이 동산과 부동산을 구분하여 규율한 것은 어느 정도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201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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