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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병원 침대 낙상사고와 의료기관의 손해배상책임
1. 사실관계 ① A는 2017년 12월 7일 급성담낭염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경피적 담도배액술 및 도관 삽입술을 시행 받았는데, 피고 병원은 낙상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A를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평가하여 낙상 방지를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였다. ② A는 2017년 12월 11일 오전 4시경 중환자실에서 침대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는 이 사건 낙상사고를 당하였다. ③ 피고 병원의 중환자실은 침대 매트리스 및 신체손상 여부 등의 확인을 위해 간호사를 2인 또는 3인 1조로 배치하고 있는데, 이 사건 낙상사고 발생 당시에도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명당 환자 3명을 보살피고 있었다. 2. 항소심법원의 판단 항소심은 "①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도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이 사건 낙상사고가 일어난 것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② A는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수면 중인 상태로 보이고 달리 A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자료가 없다. ③ A가 낙상 고위험군 환자였음에도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A의 침대 근처에는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등의 사실을 인정하고, A가 낙상의 위험이 큰 환자였음에도 낙상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피고 병원에 있다고 보아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 피고 병원이 A가 낙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취하였던 당시의 여러 조치들은 현재의 의료행위 수준에 비추어 그다지 부족함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을뿐더러, 피고 병원의 간호사가 중환자실에서 A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살핀 뒤 불과 약 15분 후에 이 사건 낙상사고가 발생한 것을 가지고 낙상 방지 조치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피고 병원 측이 충분히 살피지 아니하거나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원심은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A의 침대 근처에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아니한 것을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논거 중의 하나로 삼고 있으나, 원심으로서는 이와 같이 단정하기에 앞서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 나아가 피고 병원이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지 아니한 것이 의료행위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는지를 규범적으로 평가하였어야 한다. 나아가 원심도 인정한 바와 같이 낙상사고 당시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지게 된 것인지 자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병원 측에서는 당시 낙상 방지를 위한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을 뿐 아니라 침상 난간 안전벨트를 채운 상태에서도 환자가 스스로 침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 병원의 과실을 쉽게 인정하기에 앞서 이 사건 낙상사고의 발생에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인지 등을 보다 충실히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 및 그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4. 검토(본 대법원 판결의 의의) 1) 의료과오소송에서 피해자인 환자 측은 비전문가이고, 증거방법은 의사가 거의 독점하고 있음에도(증거의 구조적 편재), 감정인이나 감정증인인 의사나 의료기관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결과나 진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송현실을 감안하면 피해자에게 증명책임의 기본원리를 수정 없이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증명책임제도의 기본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형평의 이념(무기 평등의 원칙)상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가능하면 환자 측의 손해배상청구가 용이하도록 하는 일반 증명책임원칙에 대한 수정법리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수정법리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의 논의가 있으나, 의사가 침습적 의료행위에 착수하기 전에 환자나 그 가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할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사후적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환자 측의 증명책임을 경감하여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일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의사의 진료행위를 위축시킬 정도로 증명의 부담을 의사 쪽에 전이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조율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법리적 검토가 진행되어 왔다. 2) 대법원은 의사의 손해배상책임 판단의 전제가 되는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행위의 수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불법행위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성립여부 판단의 기준을 규범적인 수준에 맞추고자 하는 것은 상당인과관계론의 기계적 적용으로 인한 폐단의 시정에 그 목적이 있다(지원림, 민법강의, 제18판, 1110면 참조).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서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의 피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를 부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법 규범의 존재 목적과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서비스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적 공공재인 점에서 각종 공공영조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법리를 의료과오소송에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은 민법 제758조 제1항의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에 드는 비용이나 위험방지조치를 함으로써 희생되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여(대법원 2017다14895 판결) 법경제학적 관점을 반영할 수 있다고 하였다. 본 건에서 낙상사고 예방을 위하여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여부를 규범적으로 평가하도록 판시한 것은 이러한 입장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3) 본 대법원 판결은 일반 의료사고 소송과 침대낙상사고의 경우는 간접사실의 원용을 통한 입증방식을 취하더라도 그 입증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본 건 사실심 변론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할 때,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낙상사고가 일어난 것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A가 자력으로 안전벨트를 벗어나 낙상에 이르는 행위를 한 사실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도 없으며 그 가능성을 담보하는 간접사실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일반 의료사고라면 이 정도의 간접사실에 대한 입증이 이루어졌다면 의사(의료기관) 측의 과실을 추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항소심법원의 판단과 달리 사실상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본 건 사고가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02다48443 판결). 본 판결은 침대낙상사고를 일반 불법행위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 간접사실에 대한 입증을 위주로 하는 피해자의 입증책임 경감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즉 이 사건의 경우에 '담당 간호사가 부주의하게 침대안전벨트를 채우지 아니하였고, 그로 인하여 A가 낙상사고를 당하였다'는 사실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 있는 확신을 법관으로 하여금 가지도록 할 책임이 환자 측에 있다는 것이 본 판례의 입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입장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사고 장소가 일반인과 환자 가족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병원 중환자실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증거의 '구조적 편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증명책임의 기본원리를 수정 없이 적용한다는 것은 증명책임론의 기본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형평의 이념(무기 평등의 원칙)상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권혁재 상임조정위원(부산법원조정센터)
낙상사고
의료사고
입증책임
권혁재 상임조정위원(부산법원조정센터)
2021-06-07
민사일반
주식회사의 기부행위에 찬성한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
Ⅰ. 서론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기부행위를 결의한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60455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에서는 강원랜드가 그 1.25% 지분을 보유한 태백시가 출자·운영하는 리조트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150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의한 이사회에서 찬성 또는 기권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 유무가 다투어졌다. Ⅱ. 사실관계 및 법원의 판단 1. 사실관계 원고는 주식회사 강원랜드이다. 이 사건 피고 B는 이 사건 기부결의를 한 이사회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였고 피고 C는 상임이사였다. 당시 피고 D·G는 원고의 비상임이사로, 피고 E·F·H ·I·J 는 강원지역 기초자치단체가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지명한 원고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태백시는 오투리조트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운영자금을 대여 또는 기부해 주도록 요청하였다. 태백시가 지명한 사외이사인 피고 J는 2012월 3월 29일 개최된 원고의 제109차 이사회에 원고가 태백시에게 150억원을 기부하는 안(이하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으나 해당 이사회에서는 업무상 배임의 우려로 결의가 보류되었다. 피고 J는 2012년 6월 27일 개최된 원고의 제110차 이사회에 다시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으나 결의는 재차 보류되었다. 2012년 7월 12일 개최된 원고의 제111차 이사회에서 피고 J는 다시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고 다음과 같이 가결되었다. 당시 재적이사 15명 가운데 12명이 출석하였는데 출석이사 중 피고 D·E·F·G·H·I·J가 이 사건 기부안에 찬성하였고 피고 B·C는 기권하였으며 다른 세 명의 이사들은 반대하였다. 즉, 이 사건 기부안에 대하여 출석이사 12명 중 찬성 7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결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결의에 따라 태백시에 합계 150억원을 기부하였고 위 기부금은 오투리조트의 운용자금으로 투입되었다. 오투리조트는 2014년 8월 27일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다(2014회합100057). 원고는 이 사건 기부가 법령 또는 정관 위반 또는 이사의 임무해태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고에게 발생한 150억원의 손해에 대하여 피고들이 공동으로 배상 책임을 지도록 청구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1심과 원심 1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7. 16. 선고 2014가합37507 판결).첫째, 태백시가 원고의 주요주주기 때문에 이 사건 기부는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정을 간과하고 이 사건 기부를 실행한 피고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법령·정관 위반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둘째, 이 사건 기부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결의에 찬성하거나 기권한 피고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임무해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6. 9. 23. 선고 2015나2046254 판결). 첫째, 원고의 1.25% 주식을 보유하고 비상임이사 1인의 지명권을 보유하는 태백시는 상법 제398조상의 자기거래의 주체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는 상법 제398조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둘째, 이 사건 결의에 찬성한 피고들과 기권한 피고들은 모두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따라서 상법 제399조 제1항의 이사의 임무해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나. 대법원 판결 대법원에서는 (ⅰ) 이 사건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은 회사의 기부행위에 관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ⅱ) 기권한 이사들인 피고 B·C 또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대상판결은 첫번째 쟁점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기권한 피고 B·C의 책임에 관해서는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판결은 기권사실이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된 피고 B·C는 상법 제399조 제3항의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가 아니고 따라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 찬성 이사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Ⅲ. 회사의 기부행위와 이사의 임무해태 1. 기부행위와 선관주의의무 위반 대상판결은 "기부금의 성격, 기부행위가 그 회사의 설립 목적과 공익에 미치는 영향, 그 회사 재정상황에 비추어 본 기부금 액수의 상당성, 그 회사와 기부상대방의 관계 등에 관해 합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했는지 여부"에 따라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구체적 판단기준으로는 ① 기부행위가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② 기부행위가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상당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 ③ 기부행위를 통하여 회사의 이미지 제고 등 간접적·장기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④ 기부금이 회사의 재무상태에 비추어 상당한 범위 내의 금액인지 ⑤ 기부행위로 달성하려는 공익을 회사의 이익과 비교할 때 기부금액 상당의 비용지출이 합리적인 범위 내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⑥ 기부행위에 대한 의사결정 당시 충분한 고려와 검토를 거쳤는지를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이 사건 기부행위는 그 액수 자체로는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기부행위가 원고의 이익 및 공익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지 않고 기부의 대상 및 사용처에 비추어 방법의 상당성도 인정되지 않으며 이사들에 의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원고의 이사들은 이 사건 기부안을 상정한 원고의 이사회를 두 차례나 연기하고 법무법인들로부터 이 사건 결의가 이루어질 경우 원고의 이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법률의견서를 징구하였다. 즉 이사들이 단순히 시간을 들여 사안에 관한 검토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면책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검토 결과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경우에는 결의에 찬성하면 안 된다는 점을 대상판결이 확인시켜 주고 있다. 2. 기부행위와 충실의무 위반 이 사건 기부행위가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사실관계를 이사와 회사간의 이익충돌의 문제, 즉 충실의무 위반의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고 J가 이 사건 기부안을 여러 차례 제안한 것은 회사에 손해가 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자기를 지명한 제3자의 이익을 위하는 행위로서 충실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 이익충돌이 존재하는 경우 경영판단의 원칙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데 대해 별다른 이론이 없는 미국에서도 이익충돌이 문제되는 기부행위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는 않았다. 이사의 이익충돌이 문제된 기부행위에 대해서까지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한 Kahn v. Sullivan 판결(Kahn v. Sullivan, 594 A.2d (Del. 1991))이 선고된 데 대해서 학계의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Ⅳ. 기부를 결의한 이사회에서 기권한 이사들의 책임 대상판결에서는 기권한 이사 피고 B·C는 이사록에 이의를 한 기재가 없는 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상법 제399조 제3항은 문제가 되는 행위를 직접 수행한 이사뿐만 아니라 이를 결의한 이사회에서 찬성한 이사도 책임을 진다는 제399조 제2항을 전제로 하는 조문으로서 찬성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을 이사에게 전가시키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기권으로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된 이사는 찬성하지 않았다는 입증을 다 하였다는 취지이다. 기권한 이사에 대해서는 찬성을 추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기권한 이사는 "이사록에 이의를 한 기재가 없는 이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결의안에 반대표결을 해야만 제393조 제3항에 따른 이의를 한 것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합리적인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대상판결의 해석론에 동의할 수 있다. 단 대상판결처럼 해석할 경우 출석하여 기권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적극적인 감시의무의 이행에 나서려는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감시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별도의 주장과 입증을 통해서 극복되는 것이고 현행 상법 조문 하에서는 출석하여 기권한 이사를 찬성한 이사와 같이 취급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일본의 판례에서는 각 이사가 이사회에서 어떠한 의사를 표시하였는지라는 쟁점과 해당 이사가 감시의무를 이행하였는지라는 쟁점을 별개로 다룬다. 즉 이사회에서 기권한 이사라고 하더라도 이사로서 요구되는 감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사안에서 피고 B·C는 상시적으로 회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하면서 이 사건 기부안이 회사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안건이 상정되는 것을 제지할 정보와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기대되는 자들이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감시의무를 이행했는지에 관한 심사 없이 제399조 제3항을 근거로 면책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김정연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기부행위
상법
이사회
김정연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2021-03-08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있어서 이주지연 조합원의 손해배상 범위
1. 사실관계 A조합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고, B는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일부 토지와 건물(이하 '종전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A조합의 조합원이었다. A조합은 2012년 1월경 조합설립인가를, 2014년 3월경 사업시행인가를, 2015년 6월경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관할 행정청은 2015년 6월 18일 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을 고시하였다. 이후, B는 2015년 7월경 A조합을 상대로 위 관리처분계획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2016년 6월경 B의 위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이에 대해 B가 항소하였으나 2016년 12월경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조합원이었던 B의 이주기한은 2015년 10월경까지였으나, B는 2016월 7월경에야 A조합에게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였으며, A조합은 B의 종전 부동산 인도지연으로 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하여 사업비용이 증가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B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피고 B의 무변론으로 원고 A조합의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어 그 판결을 취소하고,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한 주된 이유는 주로 이 사건 사실관계의 특수성에 근거하였는데, 구체적으로 B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에 따라 종전 부동산 인도의무 부담 여부가 달라질 수 있었던 점, 통상인인 B가 위 행정소송의 결과를 쉽게 알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B의 인도지연에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또한 B의 종전 부동산은 사업지구 내 공원부지로 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고, B가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기 전에 철거공사가 진행되었으며, 이주기한이 도과하고 나서도 철거되지 않은 건물이 많았던 사실 등을 고려하여, A조합의 손해와 B의 인도지연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도 그 판결이유로 고려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환송판결에서는 B가 다툰 처분이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된 바가 없으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나 A조합 정관에 의거하여 B의 인도지연 행위 자체로 위법성이 인정되고, B의 인도지연과 A조합의 사업지연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보면서, B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며, 특히 '손해액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 이를 밝히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을 판단하였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에서는 환송판결의 취지대로, B의 인도지연으로 인하여 A조합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였는데, 특기할 만한 점은 B 외에 다른 부동산 소유자들이 인도를 거부하였던 사정이나 A조합이 예정된 사업기간 내에 정비사업을 마친 사정 등을 손해배상액에 대한 '책임제한 사유'로 고려하였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총계 5억 2000여만 원의 사업비용 증가분을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A조합의 손해액으로 보면서도, B의 책임을 10%로 제한하였으며, 이러한 파기환송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5. 10. 선고 2018나56334 판결, 이하 '대상판결')에 대하여 B는 재상고하였으나,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의 송달로 확정되었다. 3. 평석 가. 환송판결은 B의 인도지연에 의한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은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요지의 법리를 설시하였다. 하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A조합에게 법원이 손해액에 관하여 석명하도록 명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증명을 촉구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적어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의 최대한도인 액수가 드러날 정도의 증명은 이루어지도록 한 후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법원이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취지에 따라 대상판결은 제반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판단하였는데, 특별히 B의 인도지연 외에도 A조합 사업지연에의 공동 원인이 있었다고 보이는 여러 사정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의 제한 법리'로 B의 책임범위를 10%로 제한하였다. 그리고 이는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수긍할 만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의 결론은 구체적인 입증 없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판단을 법원의 재량 사항에 도맡겨 버리는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어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나. 특히, 사안에 따라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와 다른 요인에 의한 손해를 구분할 수 있는 경우도 가능할 것인데, 바로 이 사건의 경우가 위와 같이 손해의 구분이 능히 가능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에서는 B의 인도 이전에 이미 사업구역 내에서 공사가 진행된 사실이 확인되었고, 예정 사업시행기간 내에 준공, 사용허가, 조합원 입주까지 사업이 모두 완료되었으며, B의 인도지연 외에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4000여 명의 교통영향평가 재심의 요청이 있는 등 다양한 사정이 개입되기도 하여, A조합이 주장하는 사업비용 증가의 손해액이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는 사정들이 있었고, 여기에 더하여 시공사는 종전 부동산 철거지연 등에 따른 추가비용을 특정하여 A조합에 청구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으므로, 시공사가 언급한 위 추가비용에 대한 석명이 이루어졌다면 B의 인도지연에 따른 특정 손해액이 밝혀질 여지도 없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입증과정을 확인하는 것보다 손쉬운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결론을 내렸다. 다. 대상판결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여 결론을 내리고자 하였더라도, 위와 같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한 증명이 가능해 보이는 이 사건에서마저 구체적 손해액에 대한 석명 없이 판단한 결론이 확정되었는바, 이후 정비사업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언제나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있기만 하면 (인과관계에 대한 구체적 심리 없이) 조합이 주장하는 손해 및 그 손해액은 존재하는 것이 되고, 다만 법원의 재량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는 방식으로 후행 판결례들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결론이 반드시 불합리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하겠으나, 법원이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손해 발생 경위, 손해의 성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 때는,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하여 심리 노력을 다 하였음에도 손해액 입증이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하지 아니하고 그 때 그 때 법원의 재량으로 손해액을 적절히 제한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판단은 임의성을 떠나서 사회정의와 형평에 기초하는 자유심증주의에 위반될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고 재량에 기초하여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제한하고자 한다면, 손해배상을 구하는 조합의 입장에서는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액의 입증부담을 상당히 더는 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려는 피고에게 입증 부담이 전도되는 결과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을 수 있고, 조합측은 우선 손해를 과장하여 청구하고자 할 유인도 가지게 되므로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정비사업에서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대상판결이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사료되며, 법원이 손해배상책임 법리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에는 입증 노력을 다하여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임을 심리하고 이를 판결에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그러하지 아니한다면, 손해배상액 제한 법리의 재량성을 축소하기 위하여 손해배상 제한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겠으나, 정비사업에 개입되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방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정비사업이 시행될 때에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으로 인한 손해액을 판단함에 있어서, 사업 진행 과정의 제반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체 손해액을 산정하고,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인도지연한 소유자의 책임범위를 정하였다. 이러한 판결 내용은, 정비사업에서 사업의 지연을 가져오는 요소에는 수없이 다양한 것들이 있어 일부 소유자의 인도지연과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를 가려내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단을 도모하였다는 데에도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손해액에 대한 입증이 가능한 경우에까지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로 해결하고자 하는 결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이 경우 자유심증주의에 반하거나, 주장하는 자의 입증책임을 부당히 경감시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비사업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있어서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는 손해액 입증이 노력을 분명하게 다 하였음에도 이러한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고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KCL)
재건축정비사업
이주지연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KCL)
2019-10-24
공무수탁사인의 행정주체적 지위의 문제점에 관한 小考
Ⅰ. 事案과 經過 피고 토지공사는 2003. 3. 14.경부터 2004. 1. 29.경까지 원고 1, 2 주식회사에게 6차례에 걸쳐 관련 보상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토지상의 각 건물에 대한 철거와 지장물을 이전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계고를 하였다. 위 원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 공장건물 등을 계속 사용·수익하자, 피고 토지공사는 2004. 1. 30. 피고 3 주식회사와 행정대집행 철거도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2004. 2. 5.부터 2004. 2. 9.까지 사이에 피고 2를 행정대집행 책임자로 삼아 피고 토지공사의 직원들과 피고 3 주식회사에서 고용한 인부들을 지휘·감독하여 이 사건 토지상의 공장건물 내부에 있던 영업시설물 등을 반출함과 아울러 공장건물을 철거하는 한편 반출물건 중 일부와 철거잔존물을 파주시 교하읍 ○○리에 있는 적치장으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여기서의 행정대집행의 위법을 내세워 토지공사와 그의 직원 및 토지공사와 철거도급계약을 맺은 주식회사를 상대로 국가배상책임을 구하였다. Ⅱ. 判決要旨 한국토지공사는 구 한국토지공사법(2007. 4. 6. 법률 제83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조에 의하여 정부가 자본금의 전액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고, 같은 법 제9조 제4호에 규정된 한국토지공사의 사업에 관하여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제89조 제1항, 위 한국토지공사법 제22조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의3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래 시·도지사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업무에 속하는 대집행권한을 한국토지공사에게 위탁하도록 되어 있는 바, 한국토지공사는 이러한 법령의 위탁에 의하여 대집행을 수권받은 자로서 공무인 대집행을 실시함에 따르는 권리·의무 및 책임이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Ⅲ. 問題의 提起 여기서 문제는 공무수탁사인인 격인 토지공사에 대해 통상의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마냥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아니면 이런 제한 없이 즉, 경과실의 경우에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07. 10. 4. 선고 2006나37894(본소), 2006나37900(반소)판결)은 한국토지공사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의하면, 피고 토지공사가 토지개발사업을 행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공익사업법 제89조의 규정에 의한 대집행 권한을 피고 토지공사에 위탁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 따라 대집행 권한을 위탁받은 피고 토지공사는 그 위탁범위 내에서는 공무원으로 볼 수 있다고 하여, 토지공사는 물론 기타의 피고(토지공사의 대집행실무책임자, 위탁받은 민간업체 및 그 대표자) 역시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직접적 배상책임을 진다고 보았다. 반면 대상판결은 공무수탁사인격인 토지공사를 국가배상법상의 단순한 공무원이 아닌 행정주체로 봄으로써, 고의나 중과실과 같은 귀책사유의 제한을 고려할 필요 없이 곧바로 즉, 경과실만으로도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공무수탁사인의 법적 지위와 관련하여 간단치 않는 문제가 있다(공무수탁사인을 포함한 공무수행상의 민간전문가의 문제는 졸고, 행정법집행에서의 민간전문가의 참여, 공법연구 제40집 제1호(2011.10.) 참조). Ⅳ. 公務受託私人의 法的 地位 1. 行政主體說의 問題點 종래 독일의 'Verwaltungstrager'를 행정주체로 옮겼다. 독일의 문헌이 공무수탁사인 역시 'Verwaltungstrager'의 일종으로 들기에 자연 공무수탁사인에 대해서도 행정주체적 지위를 부여하여 왔다. 법에서 권리(법)주체는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를 의미한다. 그런데 행정주체설을 단순 대입하면 공무수탁사인의 경우 귀속주체인 이상 그의 위법한 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은 국가배상차원에선 그 스스로 가져야 한다는 논증이 성립한다.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과 관련한 이런 인식(행정주체=배상책임주체)은 별다른 의문 없이 보편적으로 문헌에서(최근의 예로 정하중,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의미, 법률신문 제3965호(2011.9.5.); 박균성, 공무수탁자의 법적 지위와 손해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제15집 제1호, 2010.6, 151면 이하; 정남철, 행정대집행과 국가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제15집 제1호, 2010.6, 189면 이하) 받아들여지고 있다(이에 대한 문제제기로 김중권, 2010년도 주요 행정법(행정)판결의 분석과 비판에 관한 소고, 안암법학 제35호, 2011.5.31., 96면 이하. 홍준형 교수 역시 행정주체설에 대해 강한 의문을 피력한다. 동인, 사인에 의한 행정임무의 수행 : 공무수탁사인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공법연구 제39집 제2호(2010), 639면). 그런데 기왕의 논의는 조직법상의 의미, 작용법상의 의미 그리고 책임법상의 의미를 구분하지 않았다. 공무수탁사인이 행정주체가 되어 -지방자치단체, 공공조합, 영조물법인, 공재단처럼- 간접적인 국가행정의 일환이 되나, 이는 조직법상의 의미이다(Klement, Hochstrichterliche Rechtsprechung zum Verwaltungsrecht: Ungereimtes in der Beleihungsdogmatik des BGH, VerwArch 2010, 112(119); Maurer, Allg. VerwR, 2009, §21 Rn.11). 작용법의 차원에선 그것은 고유한 직무담당자(Amtstrager)이다. 즉, 공무수탁사인은 헌법 제29조와 국가배상법 제2조상의 직무를 집행한다. 직무담당자로서 공무수탁사인을 설정하면, 그의 행위에 따른 법적 효과는 당연히 위탁자(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귀속하며, 이는 국가책임법의 차원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즉, 공무수탁사인에게 공임무를 위탁한 자가 공무수탁사인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대해 배상책임을 진다. 사실 행정절차법은 물론 행정소송법상으로 공무수탁사인이 행정청마냥 동일하게 피고가 되기에 행정주체설이 결정적으로 한계가 가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주체설에 사로잡힌 나머지 행정소송상의 이런 취급을 소송수행상의 편의상의 것으로 오해하였다. 2. 獨逸에서의 論議 독일의 경우 통설(Maurer, Allg. VerwR, §23 Rn.59, §26 Rn.43; Ossenbuhl, Staatshaftungsrecht, 5.Aufl., 1998, 16f.; Freitag, Das Beleihungsverhaltnis, 2004, S.25)과 판례(BGHZ 49, 108(115); BGHZ 122, 85(87))는, 그들 판례에서 전개된 위탁이론(Anvertrauenstheorie)과 그들 기본법상 배상책임주체로 국가와 공공단체만이 규정되어 있는 점에 의거하여, 공무수탁사인에게 위탁한 행정주체('Verwaltungstrager')가 배상책임을 진다고 본다. 그 결과 공무수탁사인은 국법적 의미에서의 공무원이나 행정보조인과 동일하게 설정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독일에선 일부문헌에서 반대주장이 제기되었다. Frenz는 기본법 제34조의 책임이 사법의 권리주체에게도 이전될 수 있음을 들어, 고권적 권능을 독립되게 행사하는 공무수탁사인이 스스로 책임을 진다고 주장하였다(Ders., Die Staatshaftung in den Beleihungstat bestanden, 1992, S.148ff.). 즉, 공무수탁사인에로의 책임의 원칙적인 이전이 독립된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의 법적 지위의 논리적 결과라고 본다(Frenz의 반론에 공감하여, Schmidt am Busch는 민간의 자원을 가능한 효과적으로 투입하기 위하여, 그리고 -바뀐 국가임무에 상응하여- 필연적인 행정단위의 독자성을 감안하여 책임을 공무수탁사인에게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Ders., Die Beleihung: Ein Rechtsinstitut im Wandel, DOV 2007, 533(542)). 반대론에 의하면 임무수행과 관련하여 제1차적 권리보호(행정소송)이든 제2차적 권리보호(국가책임)이든 동일인을 피고로 삼을 수 있다. Ⅴ. 公務受託私人이 賠償責任主體가 될 수 있는가? 배상책임주체와 관련해서, 우리의 경우 -독일과는 마찬가지로- 헌법이 국가와 공공단체만을 규정하고, 우리의 국가배상법제에 해당하는 독일 민법 제839조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지만 국가배상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만을 규정하고 있다. 설령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을 인정하더라도, 그는 처음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 다른 위상을 갖는다. 요컨대 배상책임은 신분법적 의미상의 공무위탁적 고권주체와 관련이 있다. 나아가 배상책임주체가 이처럼 명문화된 이상, 독일에서의 반대주장이 우리에게 통용되는 데는 극복될 수 없는 장애가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이 점은 동일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공무수탁사인을 배상책임주체차원에서 전개한 것은 깊이 재고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물론 원심은 토지공사(피고1)를 비롯한 피고(피고2-피고 토지공사의 업무 담당자, 피고3-피고 토지공사와 사이에 용역계약을 체결한 법인, 피고4-그 법인 대표자)를 국가배상법의 차원에서 -판례가 인정하는-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가능성에 의률하여 접근한다. 특히 대법원은 토지공사를 행정주체이자 원(1차)공무수탁사인으로 설정하기에, 그 토지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자 및 그의 대표자를 마치 복(2차)공무수탁사인이자 그 집행공무원으로 보는 셈이다. 그런데 전적으로 사인인 이들을 국가배상책임에 의률하여 접근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문제가 있을뿐더러,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과 비교하여 요구되는 과실정도가 높다. 사실 판례는 법인이 공무수탁사인인 경우 해당 법인과 그 업무담당자를 구분하여 고찰하고 있다. 그런데 법인이 공무수탁사인에 해당하면 직무행위의 기준이 되는 직무담당자는 그 수탁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자(그 법인의 직원)이지 결코 해당 법인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직무담당자는 반드시 자연인만 될 수 있기 때문이다(BGH, Urt. v.22.2.2006, NVwZ 2006, 966; BGHZ 170, 260(266 Rn.18)). Ⅵ. 맺으면서-誤解의 軸 직무담당자의 공무원적 지위인정은 공권력주체(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책임귀속 즉, 국가책임을 성립시키기 위함이다. 결코 그의 개인적 책임을 국가배상법차원에서 묻기 위함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사안을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의 능부차원에서 접근하였고, 그 결과 -대상판결이- 공무수탁사인을 국가배상법에 위배되게 배상책임주체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2009.10.21.의 국가배상법개정에서 공무수탁사인을 명시적으로 공무원과 병렬적으로 규정하였다. 개정전의 사안이지만, 그에 관한 행정주체적 접근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실 이 모든 요령부득의 논증은 국가배상법의 본지에서 벗어나 가해공무원의 직접적 배상책임을 인정하여 국가배상책임의 본질마저 오해하게 한 대법원 1996.2.15. 선고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에서 비롯되었다. 이 판결을 극복하지 않고선 우리 네 국가책임법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고 하겠다(이런 사정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159면 이하 참조).
2011-12-05
국가배상법 제2조1항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의미
Ⅰ. 事實關係 피고 한국토지공사(이하 '토지공사'라 한다)는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X지구 일대의 택지개발사업에 편입되는 토지의 취득 및 그 지장물의 이전을 위하여 원고들과 협의하였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였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2002. 4. 16.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하고, 그 지상 건물 등 지장물을 이전하게 하는 재결을 하였으며, 2002. 6. 11. 원고들의 영업의 손실 등에 대한 영업권보상으로 영업설비 등 물건을 이전하도록 재결하고 수용시기를 2002. 7. 30.로 정하였다. 피고 토지공사는 2003. 3. 14. 경부터 2004. 1. 29.경까지 원고들에게 6차례에 걸쳐 관련보상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토지상의 각 건물에 대한 철거와 지장물을 이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계고를 하였다. 원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공장건물 등을 계속 사용·수익하자, 피고 토지공사는 2004. 1. 30. 피고 S개발과 행정대집행철거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2004. 2. 5.부터 같은 해 2. 9. 까지 사이에 피고 乙(토지공사직원)을 행정대집행 책임자로 하여 토지공사의 직원들과 S개발에서 고용한 인부들을 지휘·감독하여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일심 법원에 위 대집행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다(의정부지방법원 2006. 2. 3, 2004가합2007). 이에 원고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토지공사가 국가배상법 2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만,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의 요건인 고의·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고법 2007. 10. 4, 2006나37894) Ⅱ. 對象判決의 要旨 토지공사는 구 한국토지공사법 제2조, 제4조에 의하여 정부가 자본금의 전액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고, 같은 법 제9조 제4호에 규정된 토지공사의 사업에 관하여는 공익사업법 제89조 제1항, 위 한국토지공사법 제22조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의3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래 시·도지사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업무에 속하는 대집행권한을 토지공사에게 위탁하도록 되어 있는바, 토지공사는 이러한 법령의 위탁에 의하여 대집행을 수권받은 자로서 공무인 대집행을 실시함에 따르는 권리·의무 및 책임이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Ⅲ. 評釋 위 판결은 국가배상법 2조의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개념과 범위와 관련하여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박균성, 공무수탁자의 지위와 손해배상책임; 정남철, 행정대집행과 국가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ⅩⅤ-1, 2010, 151면 및 189면 이하). 2009. 10. 21. 법개정을 통하여 동 개념이 추가되기 전에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의 개념은 이른바 기능적 의미의 공무원의 개념으로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등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뿐만 아니라 널리 공무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무에 종사하는 모든 자를 포함한다는 것이 학설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판례 역시 이와 같은 견해에 따라 통장(大判 1991. 7. 9. 91다5570), 소집중인 향토예비군(大判 1970. 5, 26. 70다471), 교통할아버지(大判 2001. 1. 5. 98다39060) 등을 공무원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개정법률은 이와 같은 학설과 판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여기서 "公務를 委託받은 私人"은 강학상 의미의 "公務受託私人"을 포함하여 널리 공행정을 수행하는 사인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실무상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위를 어떻게 한계설정할 것인가는 국가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하여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 1. 公務受託私人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범주에는 우선적으로 행정권한을 부여받아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강학상의 公務受託私人이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公務受託私人은 자연인 뿐만 아니라 법인을 포함한 사법상의 단체를 의미한다. 公務受託私人은 이론상으로 행정법관계의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서 행정주체의 지위를 갖으나, 실정법은 公務受託私人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항고소송의 피고로서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며(행소법 2조 2항), 행정절차법상의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고(행정절차법 2조 1호),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한다. 향후 公務受託私人에 해당하는 공증인, 민영교도소, 토지수용권을 행사하는 사인 등이 행하는 공행정작용에 의하여 발생되는 손해는 국가배상책임의 대상이 될 것이다. 2. 行政補助人 행정보조인은 행정임무를 자기책임하에 수행함이 없이 순수한 기술적인 집행만을 떠맡는 私人이라는 점에서 행정권한을 직접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과 구별된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은 행정주체와의 사법상 계약에 근거하여 행정청의 지시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행정보조인의 대표적인 예로서는 견인업무를 대행하는 자동차견인업자, 생활폐기물의 수집·운반 및 처리업자 등이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이 어떤 경우에(특히 이들이 私企業의 조직을 갖는 경우에) 공무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볼 수 있는지는 다툼이 되고 있다. 독일의 판례는 私企業이 행정주체의 지시나 영향력에 예속되어 임무수행상 행정주체의 도구로 나타나는지에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행정주체의 임무의 성격, 이러한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활동과의 연관성의 밀접도, 공법상 의무에 대한 사기업의 기속정도에 따라 상이하게 판단된다. 임무의 권력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날수록, 행정주체의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업무의 연관성이 밀접할수록 사기업주체를 행정주체의 도구로 간주하여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이른바 '도구이론'에 대하여 상세히는: 鄭夏重, 民間에 의한 公行政遂行, 公法硏究, 30집 제1호, 2001. 12. 463면).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연방민사법원은 견인업체에 의한 차량견인과정에서 발생된 손해(BGH NJW 1978, 2502)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3. 行政權限의 代行人 실정법상으로 행정청의 권한의 대행이라는 표현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관리법 44조는 "자동차검사대행자의 지정", 고속도로법 제6조는 한국도로공사의 "권한대행", 도로교통법 제36조는 "차의 견인 및 보관업무 등의 대행"을 규정하고 있다. 일설은 이러한 행정권한의 대행인을 독자적인 公行政을 수행하는 私人의 형태로 파악하여 대행인은 피대행기관 대신에 권한을 행사하고 법적으로는 그 행위의 효과는 피대행기관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대리와 동일하나, 통상 대리권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고, 대행을 함에 있어서 피대행기관과의 관계를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리와 구별된다고 한다(박균성, 앞의 글, 160면). 그러나 실정법상 이러한 대행인은 구체적인 법률관계의 내용에 따라 "공무수탁사인" 또는 "행정보조인"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단지 실정법은 양자를 구별함이 없이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이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검사대행인은 국토해양부장관의 자동차검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으로 보아야 하며, 차량견인 및 보관대행인은 "행정보조인"으로 보아야 하고, 한국도로공사의 국토해양부장관의 권한대행은 강학상의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된다고 볼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정법상의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인은 독자적인 고찰의 범주에서 벗어날 것이다. 4. 公法人 공법인도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지 특히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문제가 된다. 原審은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위탁받은 토지공사를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으로 보고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토지공사는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토지공사의 직원, S개발 및 그의 소속직원은 공무원의 지위를 갖는다고 보고 이들에게 고의·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 및 토지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이른바 "뱀장어판결"(大判 2003. 11. 14. 2002다55304)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 사건은 실뱀장어를 수출하려던 원고들이 수출추천업무를 거절한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관계법령에 의하면 수출제한품목인 뱀장어는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을 받아야 수출할 수 있었고, 수산청장은 일정한 범위내에서 수산업협동조합에 이식승인권한을 위탁하고 있었다. 여기서 대법원은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을 민간위탁을 받은 '수탁기관'으로서 공무원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양자가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토지공사는 광의의 영조물법인으로서, 그리고 수산업협동조합은 공공조합으로서 모두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법령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행정권을 행사한다. 토지공사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업무에 속한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 반면 수산업협동조합은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의 권한의 일부를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바, 이는 전형적인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양자는 동일한 사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전체 국가행정조직 내에서의 행정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私人에 대한 公務委託과 명확하게 구별된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에서 토지공사의 공무원의 성격을 부인하고 "행정주체"의 성격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토지공사의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토지공사의 소속직원 및 S개발 및 그 고용원을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으로 본다면,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만일 이들의 공무수행에 있어서 고의·과실이 인정된다면 토지공사는 배상주체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가? 판례는 이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판례의 논리대로라면 당연히 토지공사의 배상주체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가배상법 2조 및 5조는 배상주체로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단체소속 직원 등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개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는 공공단체는 국가배상법 8조에 따라 민법 750조 및 756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학설이다. 판례 역시 국가배상법 제5조와 관련하여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민법 758조에 의한 도로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大判 2008. 3. 13. 2007다29287 : 다만 2조와 관련하여 예외적으로 대한민국과 농업기반공사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헌법 29조에서 배상주체를 "국가" 또는 "공공단체"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배상법은 1967년 3. 3. 개정이래로 배상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급부행정이 공공단체에 의하여 수행되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공행정에 해당됨을 고려할 때, 공공단체의 활동에 국가배상법을 적용하지 않고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지우는 것은 체계정당성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민법 758조에 의한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일반국도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5조를 적용하는 판례에 태도에 대하여 오늘날 고속도로가 국가교통행정에서 갖고 있는 절대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어느 누구도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학설에서는 공공단체의 공행정작용에 대하여는 국가배상법 2조와 5조를 유추적용하여 국가배상을 인정하자는 견해(박균성, 앞의 글 178면) 또는 2조와 5조에 국가·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기타 공공단체도 포함되는 예시적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생각건대 비록 문언상으로 배상주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제한되고 있으나, 영조물법인이나 공공조합 등 공공단체도 넓은 의미의 국가행정조직의 일부에 해당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들 또한 2조와 5조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이러한 헌법합치적 해석만이 토지공사에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그의 소속직원, S개발 및 그의 고용원을 2조의 공무원으로 판단한 대상판례를 설득력 있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심과 같이 토지공사를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보아 그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바, 이는 公法人을 私人으로 보아야만 하는 법리상의 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2011-09-05
기업개선작업 절차에서 이루어진 출자전환행위의 의미
I. 사안의 개요 쌍용건설 주식회사(이하 甲)가 1990년대 초부터 자금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1998. 11. 12. 기업개선작업절차에 들어간 후 경영이 정상화되어 2004. 10. 18. 기업개선작업절차가 종료되었다. 이 사건 원고 우리은행(이하 乙)과 쌍용건설은 위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체결된 1999. 3. 29.자 기업개선작업약정에 따라, 원고의 쌍용건설에 대한 150억 원의 기업어음 매입채권 및 13,485,000,000원의 대출금 채권(이하 위 두 채권을 함께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원고가 쌍용건설로부터 1주당 발행가를 5,000원으로 하여 신주를 발행받고 그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상계하기로 합의하여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였다. II. 평석 1. 출자전환의 의의 출자전환(debt-equity swap)이란 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때, 신주발행회사의 채권자가 신주발행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채권을 출자하여 자본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말한다. 출자전환은 채무를 소멸시키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경우 대차대조표상 자산으로 계상할 수 있는 금전 이외의 재산을 출자의 목적으로 하는 현물출자 방식을 취할 수도 있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신주인수대금을 납입할 채무와 기존의 채권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현물출자 방식의 경우, 현물출자자와 신주발행회사간에 현물출자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에서는 현물출자계약서는 현물출자하는 자의 성명, 그 목적인 재산의 종류, 수량, 가액과 이에 대하여 부여할 주식의 종류와 수 등이 기재되어야 한다. 이를 신주발행회사의 관점에서 보면 채무가 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이 되며, 따라서 출자전환은 채무의 자본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기업개선작업(소위 '워크아웃(work-out)')에서 채권자과 채무자 회사간의 합의에 의해서 출자전환을 하면, 회사의 부채비율을 떨어지게 되므로 출자전환을 통해서, 신주발행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이후 이 회사가 흑자전환(turn-around)하는 경우 채권은행단은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이익(upside potential)을 주주로서 향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부수적인 효과이기는 하지만, 부실한 기업경영으로 채무자를 재무적 위기에 이르도록 한 기존 경영진의 지분율을 감소시킴으로써 채권금융기관이 기업개선작업의 의사결정을 채권회수에 유리한 방향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면도 기업개선작업에서 출자전환이 현금상환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의 채무조정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는 이유가 된다. 2. 출자전환의 대상 출자전환의 대상이 되는 채무는 대차대조표상 자산의 부에 기재될 수 있는 채권이다.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차대조표상에 자산으로 계상할 수 있어야 하며, 평가가 가능하여야 하고, 양도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출자전환의 대상으로 대여금 외상매입금, 선급금, 가수금, 보증채무금, 미지급금 등의 채무가 있다. 반드시 채무의 전부를 출자전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채무의 일부만을 출자전환할 수도 있다. 신주발행회사의 장·단기 차입금은 모두 출자전환의 대상이 된다. 신주발행회사의 외상매입금도 출자전환의 대상이 되는바, 모회사에 대한 외상매입금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가 신주를 발행하여 출자전환을 할 수 있다. 상품거래는 수시로 발생하고, 물품대금의 지급도 빈번하므로, 이를 외상매입금 원장 등을 통하여 확인하여 이를 출자전환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 대표이사나 대주주 등의 가수금으로 출자전환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여금의 출자전환과 함께 실무상 흔히 발생하는 경우이다. 그 외 전환청구기간내에 전환청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만기가 지나면 만기 다음날부터 전환사채는 전환권이 소멸한 일반사채가 되며 이 일반사채도 출자전환의 대상이 된다. 3. 출자전환의 효과 (1) 채무의 소멸 현물출자 방식으로 출자전환을 하면, 현물출자의 목적물이 된 채권은 일시적으로 신주발행회사의 대차대조표의 자산의 부에 채권으로 계상된 후, 곧 채무와 혼동이 일어나서 소멸됨이 원칙이다. 한편 출자전환으로 현물출자의 목적물이 된 채무의 보증채무도 소멸한다. 이러한 효과는 상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출자전환시 소멸하는 채권의 범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1설은 채권의 평가에 관하여 채무자이며, 신주발행회사의 재무내용을 반영한 출자목적물인 채권의 평가액인 시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시가평가설)이다. 2설은 채권의 평가에 관하여 현물출자의 목적물인 채권의 액면금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권면액설)이다. 일본에서 시가평가설이 유력하다가 검사인의 검사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실용적이지 못하며, 평가결과를 신빙하기 어렵다는 비판으로 인하여 2000년대 초 동경지방재판소에서 2설(=권면액설)을 취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신주발행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기존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기존채권의 가액에 관한 약정 내지 합의가 없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신주의 가액을 평가하여 그 평가액 상당의 기존채권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여, 1설(시가평가설)을 취하였다.(대법원 2008.7.24. 선고 2008다18376 판결) (2) 이 사건 출자전환의 법적 성격 1) 상계로 보는 견해(=절대적 효력설) 이 사건의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 사건 출자전환을 상계계약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 효과로서 각 채권은 당사자들이 그 계약에서 정한 금액만큼 소멸하며, 이러한 상계계약의 법리는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채무자인 기업과 채권자인 금융기관 사이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주식을 발행하여 주고 채권자의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채무자의 기존 채무를 같은 금액만큼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상계계약 방식에 의하여 이른바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이와 달리 주식의 시가를 평가하여 그 시가 평가액만큼만 기존의 채무가 변제되고 나머지 금액은 면제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취했다. 다수의견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상계 및 상계계약을 한 경우에도 채권은 변제, 대물변제, 또는 공탁이 행하여진 경우와 동일하게 그 상계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은 소멸한 채무 전액에 관하여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보면서,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가 상계 내지 상계계약이 이루어질 당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에 무관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기존의 상대적 효력설을 취하였던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카4994 판결 등에서 정립한 판례를 변경하였다. 상계라고 보면서도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은 이 사건 출자전환을 상계합의로 보면서도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같이 상대적 효력만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아 상계의 절대적 효력을 부인하는 견해를 취하였다. 절대적 효력설이 구상관계의 간략화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그것이 상대적 효력설이 갖는 채권자 및 피해자의 두터운 보호라는 가치보다 우선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소수의견 1) 2) 대물변제로 보는 견해 이 사건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한 신영철 대법관은 채권자 은행을 비롯한 채권 금융기관들과 채무자 乙 사이에 작성된 기업개선작업약정서에는 갑 은행의 을 주식회사에 대한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乙 주식회사가 甲 은행에게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여 '출자전환'한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위 '출자전환'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반드시 명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甲과 乙이 위 출자전환을 함에 있어 당사자들이 달성하고자 한 목적과 의사, 일반적으로 기업개선작업에서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게 되는 동기, 거래의 통념, 형평의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甲과 乙은 위 출자전환에 의하여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그 출자전환이 이루어질 당시 甲이 발행받는 신주의 시가 상당을 대물로 변제받고 그 나머지 금액은 면제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본다.(소수의견 2) 3) 검토 이 판결은 출자전환과 관련된 판결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판례법리였던 부진정연대채무에서의 절대적 효력을 인정한 중요한 판결이다. 이 쟁점에 대해서는 소수의견 1에 대해 다수의견에 대한 양창수, 민일영 대법관은 보충의견으로 수인의 채무자가 존재하는 경우의 채무관계에 관한 민법 규정,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의 목적 등으로부터 도출되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기본적인 성질인 '급부의 1회성' 및 채무자 사이의 공평한 배상책임의 분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소수의견 1은 잘못된 견해라고 반박하였고, 이 보충의견에 대한 재반박이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다투어졌다. 소수의견 2의 견해는 출자전환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해석이라는 점에서 채무면제부분은 상대적 효력만이 인정되어 분식결산에 기하여 대출금을 편취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임원인 피고에 대한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또는 상법상 임원의 임무 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수 있도록 하려는 해석을 시도한 것은 의미 있는 해석으로 향후 추가적인 검토의 실익이 있다고 본다. 한편 향후 실무상 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상계방식으로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 채권단은 이 판결의 취지를 감안하여 상계합의를 하여야 할 것이다.
2011-07-18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Ⅰ. 사건개요 1. 사실관계 원고 환자는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자 2004. 2.16.에 피고의사에게 방문하여 초진시 피고가 작성한 진료기록부에 ① 맘모그램 영상에서 석회 침착을 동반한 결절 음영이 나타났고, ② 초음파영상에서 원고의 좌측 유방의 좌측에서 잘 분화된 저 에코 음영의 다발성 종괴가 관찰되었다는 취지와 함께 '섬유선종 > 악성종양'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또한 원고의 좌측 겨드랑이에서 잘 분화된 저 에코 음영의 종괴가 관찰되었다는 취지와 함께 '지방종 > 섬유선종'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③ 향후 일부 종괴에 대해서는 절제술, 일부 종괴에 대해서는 맘모톰을 계획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에게 조직검사를 하여 악성종양인지 여부에 대한 확실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은 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는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지내다가 멍울이 점점 커지는 듯하자 피고 병원을 재방문하여, 피고는 같은 해 6.12.에 원고에게 2차 유방 초음파검사를 시행하였고, 그 결과는 종괴는 크기가 늘어난 상태였다(21.0mm→22.7mm, 15.5mm→25.1mm).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절제술과 함몰유두교정술을 계획하였고, 같은 해 6.18.에 절제술 등을 시행한 후 떼어낸 종괴에 대한 조직검사를 의뢰하였다. 피고는 같은 해 6.23.에 '침윤성 유관암, 일부 림프관 침윤 의심'이라는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원고를 상급 의료기관으로 전원 조치를 하였다. 원고는 같은 해 6.29.에 유방암 3기로 진단받고 2차례 항암화학요법치료를 받은 후 좌측 유방 및 겨드랑이 림프절에 대하여 넓은 국소 절제술을 받았다. 원고는 2006. 2. 13.에 컴퓨터 단층촬영상 다른 조직인 간으로 원격전이된 상태로서 병기가 4기 상태이다. 2.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2004. 2. 16. 초진시 원고의 종괴를 양성종양으로 속단하고 조직검사의 필요성을 알려주지 아니한 과실로 그로부터 약 4개월간 치료가 지연된 결과 유방암이 3기로 진행하였으며, 피고에게는 악성종양의 가능성, 합병증, 치료방법, 요양방법 등을 설명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는데, 이는 의료과실과 동일시할 정도의 과실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초진시 원고에게 조직검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조직검사계획을 고지하였음에도 원고가 피고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4개월 동안 검사를 방치한 것이라고 다툰다. Ⅱ. 법원의 판단 1. 원심법원의 판단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2008. 6.26. 선고 2007나45489 손해배상(의) 청구사건에서 원고의 항소에 대하여 피고에게 진단과정에서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의사의 진료상의 설명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안에서 해당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을 기준으로 하는데, 원고의 좌측 겨드랑이에 44.1mm 직경의 림프절로 예상되는 음영이 관찰됨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즉시 조직검사와 악성종양의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아니하였고, 확진을 위한 추가적인 검사방법으로 조직검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아니한 결과 유방암의 진단 및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한 진료상의 과실이 있고, 위와 같은 진료상의 과실이 없었더라면 원고는 유방암을 좀 더 조기에 발견하여 그 진행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비록 종국적으로 완치가 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다소나마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을 터인데, 피고의 진료상의 과실로 인하여 유방암의 조기발견 및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그러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과실로 인한 원고의 재산상 손해는 ① 조기발견에 실패함으로써 잔존여명이 감소함에 따라 그 감소기간의 생활비를 제외한 일실수입, ② 위자료 등이라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대법원 2009.1.15. 선고 2008다60162 판결에서 피고가 초진시 원고에게 일단 악성종양일 가능성을 인식하였다면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확진을 위한 추가적인 검사방법으로 조직검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함과 아울러 원고로 하여금 향후 유방암의 존부에 관하여 지속적인 관심과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방암의 발병 및 전이속도, 치료방법, 요양방법 등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 설명하지 아니한 채 더 이상의 검사로 나아가지 아니한 결과 유방암의 진단 및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한 과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초진시 피고의 진료기록부의 기재는 초음파검사 결과에 의하여 발견된 여러 종괴들은 양성종양일 가능성이 높고, 확진을 위해 절제술이나 맘모톰을 시행한 다음 조직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으므로, 피고가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아니한 진료상의 과실을 부정하였고, 초진시에도 림프절 전이가 이루어져 이미 3기 이상으로 병기가 진행하였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므로, 피고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하여 병기가 2기에서 3기로 진행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Ⅲ. 본 대법원판례의 검토 1.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과실 대법원이 의사가 환자를 진료 과정에서 일단 악성종양일 가능성을 인식하였다면 환자에게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조직검사 등 확진을 위한 추가적인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방암의 발병 및 전이속도, 치료방법, 요양방법 등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조기에 치료하지 아니한 진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보는 대법원판결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 조직검사를 하지 아니한 주의의무위반 본 대법원판결은 피고가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아니한 진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원심 법원의 판단과 같이 초진시 피고가 원고에게 악성종양의 의심이 있으므로 조직검사를 하여야 한다는 취지와 악성종양이 있다면 나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이 없었고, 4개월이 훨씬 지난후인 2004. 6. 29.에 2차 유방 초음파검사에서 종괴는 크기가 늘어난 상태(21.0mm→22.7mm, 15.5mm→25.1mm)에서 조직검사를 실시하여 유방암 3기로 진단받았다면, 원고가 초진시 적어도 유방암 3기 이전의 상태에 있었을 것이고, 유방암은 조기발견이 가장 중요하고 유방암 검사는 조직검사가 중요한 점에 비추어 볼 때에, 원고는 피고가 위와 같은 설명을 해주었더라면 조직검사를 즉시 실시하여 유방암을 좀 더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잔존여명이 감소라는 원고에게 중대한 피해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진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3. 입증책임 문제 본 대법원판결은 입증책임의 공평한 분배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에,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의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환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의료적 침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라고 하는 것은, 의료 전문가가 아닌 환자에게 입증책임을 전환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설명의무 법리에 비추어 타당한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환자가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이라는 과실을 입증한 이상, 의사는 설명의무를 다하였더라도 중대한 피해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분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Ⅳ. 결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법원판례가 의사의 진료상의 설명의무위반과 주의의무위반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과거의 판례에 비하여 장족의 발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진료상의 과실이 있고, 초진시부터 4개월이 훨씬 지난 후인 2004. 6. 29.에 2차 유방 초음파검사에서 종괴는 크기가 늘어난 상태(21.0mm→22.7mm, 15.5mm→25.1mm)에서 조직검사를 실시하여 유방암 3기로 진단받았다면, 원고가 초진시 적어도 유방암 3기 이전의 상태에 있었을 것이고, 유방암은 조기발견이 가장 중요하고 유방암 검사는 조직검사가 중요한 점에 비추어 볼 때에 원고는 피고가 위와 같은 설명을 해주었더라면 조직검사를 즉시 실시하여 유방암을 좀 더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잔존여명이 감소라는 원고에게 중대한 피해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진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의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일반적인 손해배상책임의 논리에 따라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은 의사의 일반적 주의의무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면, 의료 전문가가 아니고 의료기록을 보유하지도 아니한 원고에게 과도한 입증책임을 부담시키게 되므로 원고가 피고의 설명의무위반이라는 과실을 입증한 이상, 피고는 설명의무를 다하였더라도 중대한 피해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분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0-08-19
이사 해직보상금 약정의 주주총회 결의여부
I.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원고 A는 2002. 1. 23. 피고의 대표이사로, 원고 B는 부사장으로 각 선임되면서, 2002. 3. 23. 원고 A는 피고를 대표한 원고 B와, 원고 B는 피고를 대표한 원고 A와 각 고용계약서를 작성하였고, 2002. 3. 25. 개최된 이사회에서 위 각 고용계약의 승인이 의안으로 제출되어 나머지 이사 C가 위 각 고용계약을 승인하였다. 위 고용계약 제8조에는 보너스, 퇴직수당과 함께 “회사가 이 계약 기간 중 일방적으로 피고용인과의 고용관계를 종료하는 경우 또는 피고용인이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해임을 당하거나(회사의 지분변동 또는 회사의 지배관계를 변동시키는 지주회사의 지배관계 변동에 관계없이), 회사의 지주회사의 이사회로부터 사임요구를 받아 사임하는 경우를 포함하여 비자발적으로 이사직에서 해임되는 경우에는 피고용인은 해직보상금을 제공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편 피고의 정관에는 이사의 임기를 3년으로 한다는 규정이 존재하였다. 그 후 2002. 12. 20. 개최된 피고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원고들에 대한 이사 해임안이 가결되자, 피고는 임원퇴직위로금지급규정에 따른 퇴직위로금을 각 지급하였으나 고용계약서 제8조에 규정된 해직보상금 등은 지급하지 않았다. II. 대상 판결의 요지 주식회사와 이사 사이에 고용계약에서 보수에 관한 약정과 함께 이사가 그 의사에 반하여 이사직에서 해임될 경우 퇴직위로금과는 별도로 일정한 금액의 해직보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이러한 해직보상금에 관하여도 이사의 보수에 관한 상법 제388조가 준용 내지 유추적용되어, 정관에서 그 액를 정하지 않는 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어야만 회사에 대해 이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III. 대상 판결의 검토 1. 해직보상금의 법적 성질 먼저 대상 판결에서는, 주식회사와 이사 사이에 고용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수에 관한 약정과 함께 퇴직위로금과 별도로 이사가 그 의사에 반하여 이사직에서 해임되면 일정한 금액의 해직보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이러한 해직보상금을 상법상 이사의 보수로 보아 상법 제388조를 직접 적용할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이사의 보수는 그 명칭여하를 불문하고 이사가 수행하는 경영활동의 대가로서 회사로부터 받은 일체의 급부를 의미한다. 따라서 그 지급형태, 정기적인지 여부등을 불문하고 그것이 이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된 것이라면 모두 이사의 보수에 포함됨이 원칙이다. 판례는 이사의 퇴직시에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퇴직위로금도 상법 제388조에 규정된 이사의 보수에 포함된다고 보아 정관 또는 주주총회결의에 의해서만 지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97다38930판결 등). 그러나, 대상 판결은 이 사건 해직보상금은 이사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해임되는 경우에 한하여 지급되는 것이므로 퇴직위로금과 같이 직무집행의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일종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사의 보수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이사의 재직 중 직무집행과의 대가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나, 이 사건 해직보상금은 이사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해임되는 것을 요건으로 할 뿐만 아니라 계약기간 중 비자발적으로 이사직으로부터 해임당하는 경우 입게 되는 각종 유·무형적인 손해를 보상하여 주기 위해 미리 회사와 이사간에 약정한 보상금의 성격을 지닌다고 보이므로, 이와 같은 대상 판결의 판시는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해직보상금은 이사의 보수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회사와 이사 사이에 미리 이사의 비자발적 해임이 있는 경우에 회사가 지급하여야 할 보상금을 정한 일종의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유사한 성질의 금원으로 판단된다. 2. 해직보상금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의 요부 그런데, 대상 판결은 이 사건 해직보상금이 보수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면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해직보상금에 대해서도 이사의 보수에 관한 상법 제388조가 준용 내지 유추적용되어, 정관에서 그 액수를 정하지 않는 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어야만 회사에 대해 이를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1) 첫째로, 위와 같은 해직보상금은 형식상으로는 보수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여도 보수와 함께 같은 고용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어 그 고용계약과 관련하여 지급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상 판결이 이미 이 사건 해직보상금은 직무집행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보수의 일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에도, 그것이 단지 보수와 함께 같은 고용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를 보수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야 한다고 설시한 것은 충분한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된다. (2) 둘째로, 회사는 이사를 임기 중에 해임하는 경우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하는 때에 한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뿐인데(상법 제385조 제1항), 위 해직보상금은 의사에 반하여 해임된 이사에 대해 정당한 이유의 유무에 관계없이 지급하도록 되어 있어 이사에게 유리하도록 회사에 추가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인데도, 단지 보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주총회 결의를 요하지 않는다고 달리 보게 된다면, 이사들이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과다한 해직보상금을 약정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됨으로써, 이사들의 고용계약과 관련하여 그 사익 도모의 폐해를 방지하여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상법 제388조의 입법 취지가 잠탈되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상법 제385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란,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또는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그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 등과 같이, 당해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4다25611판결). 또한 상법 제385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은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책임과는 달리 고의, 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아니하는 상법상의 법정책임으로서, 그 손해는 이사로서 잔여임기 동안 재직하여 얻을 수 있는 상법 제388조 소정의 보수상당액인 정기적 급여와 상여금 및 퇴직금이 되는 한편 임기만료 전 해임된 이사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포함되지 않는다(서울고등법원 89나46297판결). 이와 같이 상법 제385조 제1항에 의한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은 그 발생요건으로 “해임에 대한 정당한 이유의 부존재”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어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이 인정된 경우에도 판례는 그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 사건 해직보상금 약정은 “정당한 이유의 부존재”라는 손해배상책임 발생요건을 완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도 상법 제388조 소정의 보수상당액인 정기적 급여와 상여금 및 퇴직금 이상으로 확장하는 특약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러한 해직보상금 지급약정을 엄격한 요건(예를 들어, 주주총회 결의)없이 체결할 수 있다고 보게 된다면, 상법 제388조의 입법 취지 뿐만 아니라 상법 제385조 제1항 후문의 취지 역시 잠탈될 우려가 있다고 보인다. 물론 이 사건 해직보상금을 이사들의 비자발적 해임에 따른 일종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한다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법원의 감액이라는 법적 통제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고, 또한 이사가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의무를 게을리하고 자기의 이익만을 도모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회사에 대해 별도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므로(상법 제399조), 굳이 해직보상금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하여야만 이사들이 사익을 위해 거액의 해직보상금을 정하는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사들의 고용계약과 관련하여 그 사익 도모시 폐해의 심각성 및 회사와 주주의 이익 보호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상법 제388조와의 균형상 이 사건 해직보상금에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인다. (3) 마지막으로, 회사로서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언제든지 이사를 해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해직보상금액이 특히 거액일 경우 회사의 자유로운 이사해임권 행사를 저해하는 기능을 하게 되어 이사선임기관인 주주총회의 권한을 사실상 제한함으로써 회사법이 규정하는 주주총회의 기능이 심히 왜곡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이다. 학설은 상법이 주주총회에 일방적인 이사해임권을 부여한 취지에 관하여, 이사는 주주의 출자로 형성된 회사재산을 관리하는 자로서 이사의 지위 유지 여부는 주주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의해 경영을 전담하는 이사가 부적정한 경영을 할 때 주주가 신속히 자신의 출자로 형성된 회사재산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대상 판결이 이 사건 해직보상금이 이러한 주주총회의 이사해임권 행사를 저해하는 기능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보아 이를 정관의 정함이나 주주총회 결의를 요구한 것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Ⅳ. 결 론 주주총회는 상법 또는 정관에 정하는 사항에 한하여 결의할 수 있으나(상법 제361조), 이 사건 해직보상금과 유사한 약정은 상법에 그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그 법적 성격이 이사의 보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모호하였기 때문에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었다. 대상 판결은, 상법 제385조 제1항 후문과 달리 해임에 정당한 이유의 유무에 관계없이 그 의사에 반하여 임기만료전 해임된 이사에 대해 해직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약정을 하는 경우, 회사에 대해 해직보상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그 액수를 정관에서 정하거나 주주총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것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사들의 고용계약과 관련하여 그 사익 도모의 폐해를 방지하여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상법 제388조의 입법 취지상 이 사건 해직보상금에 정관의 정함이나 주주총회 결의를 요구한 것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2007-01-25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4조 소정의 금지청구에 있어 동법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 표지
I. 판결 사안의 개요 소외 D 주식회사는 1984. 11. 경부터 ‘옥시크린’이라는 산소계 표백제를 제조ㆍ판매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제품이 크게 성공함에 따라 생활용품사업부를 독립시켜 1990. 12. 27. ‘옥시’를 상호로 포함하는 원고를 설립하였다. 원고가 설립된 이후에도 ‘옥시크린’제품의 매출액은 계속 증가하여 시장점유율이 매년 90%를 상회하였고, 다양한 매체에서 많은 광고를 하였으며 각종 수상을 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옥시크린’ 제품 외에도 전국에 걸쳐 생활용품 20여 종을 제조ㆍ판매하였는데 제품 모두에 상호를 표시하여 왔다. 이에 반해, 소외 P 주식회사는 1991. 3. 경부터 ‘옥시화이트’라는 산소계 표백제를 제조ㆍ판매하여 오다가 1995. 12. 30. 그 영업을 피고에게 양도하였고, 그 이후부터 피고는 ‘옥시화이트’ 제품을 제조ㆍ판매하여 왔다. II. 당사자의 주장 및 대상 판결의 요지 ‘옥시’라는 표장은 원고의 상호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되어 있으므로 이를 포함한 상표를 산소계 표백제 제품에 사용하는 피고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고 함)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는,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표장의 주지성 구비 여부는 변론종결시가 아닌 침해표지의 사용 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는데, ‘옥시화이트’제품은 1990. 12. 27. 설립된 원고의 상호가 주지성을 획득하기 이전인 1991. 3. 경부터 제조ㆍ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므로 피고는 이른바 선의의 선사용자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부정경쟁행위를 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본 사안을 심리한 원심(서울고등법원 2002. 1. 9. 선고 2001나4332 판결)의 판단을 모두 수긍하면서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1.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의한 금지청구에 있어서 같은 법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의 타인의 상호ㆍ상표 등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는지의 여부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임을 전제로 이 사건에 나타난 원고의 영업규모, 제품의 종류 및 내역, 판매액수, 광고 및 홍보활동의 방법 및 빈도, 원고가 그 상호를 사용한 기간 및 사용 태양 등에 비추어, 원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원고의 그 상호는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상품의 표지로서 국내의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 2.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있어서는 ‘부정경쟁행위자의 악의’또는 ‘부정경쟁행위자의 부정경쟁의 목적’ 등 부정경쟁행위자의 주관적 의사를 그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아니할 뿐더러 부정경쟁방지법상 선의의 선사용자의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에서 배제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가령 원고가 그 상호에 관한 주지성을 획득하기 이전부터 피고가 원고의 상호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또는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는 상태에서 ‘옥시화이트’ 상표를 사용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상호가 주지성을 획득한 상품의 표지가 되었고, 피고의 그 상표가 주지된 원고의 상호와 혼동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원심은 정당하다. III. 대상판결 관련 주요 쟁점 및 논의 1.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소정의 금지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표장의 주지성 구비 여부에 대한 판단 시점 가. 대상판결 선고 이전 견해의 대립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소정의 금지청구권과 제5조 소정의 손해배상책임, 제6조 소정의 신용회복청구권 등은 모두 부정경쟁행위의 존재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고, 부정경쟁행위는 보호받고자 하는 표지가 주지성을 가짐을 요건으로 하므로 결국 위와 같은 청구를 하는 경우 당해 표지의 주지성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를 들어 침해표지의 사용시점에는 주지성을 취득하지 못했던 표지가 추후 주지성을 취득하는 경우 주지성 구비 여부의 판단 시기를 어느 시점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금지청구권의 인용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어 논란이 되어 왔고, 일본도 사정이 동일하였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종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事實審辯論終結時說과 침해표지의 사용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相對方標識使用時說이 대립되어 왔다. 사실심 변론종결시설은, ①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보호를 받을만한 객관적 사실관계가 구비된 이상 보호를 하는 것이 법의 규범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이고, ② 주지표지에 대한 보다 넓은 범위의 보호를 하는 것이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취지에도 맞는 해석이며 ③ 악의의 주지성 취득의 경우에는 굳이 상대방 표지사용시설을 택하지 않더라도 권리남용 등의 법리로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논거로 한다. 상대방 표지사용시설은 ① 주지성 구비 시점 이전부터 당해 표지를 사용하여 온 선의의 사용자가 있는 경우 ② 1심에서 패소판결을 받아 항소한 원고가 항소심 재판 도중 대대적인 선전광고 등을 하여 변론종결시까지 주지성을 구비하는 경우 ③ 선사용자가 특정 표지를 먼저 사용하고 있음을 알고도 당해 표지를 독점하기 위한 ‘악의’로 당해 표지에 대한 주지성을 형성한 경우(이른바 ‘악의의 주지성 취득’의 경우) 등에는 사실심변론종결시설에 의하면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 등을 논거로 내세어 왔다. 일본의 법원은 한때 상대방표지사용시설을 택하기도 하고 사실심변론종결시설을 택하기도 하였는데, 소위 ‘어스팰트’ 사건에서 일본의 최고재판소는, 금지청구권 행사의 경우에 있어서는 사실심변론종결시에,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표지사용시부터 주지성이 구비되어야 한다는 판시를 하였다 (일본 최고재판소 1988. 7. 19. 판결). 대상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 우리나라의 학설 상으로는 사실심 변론종결시설에 따르는 견해가 보다 유력했던 것으로 보이고, 대법원은 이 문제에 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 없으나, 하급심의 경우에는 상대방 표지사용시점설을 취하는 판결례도 있었고(광주고등법원 1999. 12. 16. 선고 99나662 판결, 부산고등법원 1999. 12. 1. 선고 98나888판결, 서울고등법원 1999. 4. 28. 선고 98나31417 판결), 사실심변론종결시설을 취한 판결례도 다수 있었다 (서울고등법원 1999. 8. 25. 선고 99나23507 판결 등). 나. 대상판결의 판시 내용 전술한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의한 금지청구에 있어서 같은 법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의 타인의 상호ㆍ상표 등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는지의 여부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이 문제에 관한 종래의 논의에 종지부를 찍는 최초의 판례를 형성하였는데, 그 후다른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시 한번 이러한 원칙을 확인하였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다13782 판결). 2. 선의의 선사용권 항변 인정 여부 선의의 선사용권 항변이란,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보호를 받고자 하는 표지가 주지성을 취득하기 이전부터 선의로 당해 표지를 사용한 선의의 선사용자에 대해서는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권리의 행사가 인정되어서는 아니되는 항변을 말한다. 즉, 주지 표지에 대한 권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행사의 대상에 있어서 선의의 선사용자는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부정경쟁방지법은 이를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제12조). 그러나, 이러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의 해석으로도 이와 같은 항변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논의되어 왔다. 대상판결은 우리 부정경쟁방지법 하에서는 선의의 선사용권 항변을 별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하였다. IV. 결 어 대상판결은 법문상 명문의 규정이 없어 그간 논란이 있었던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의한 금지청구에 있어서의 같은 법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의 표지의 주지성 구비 여부의 판단시점과 선의의 선사용권 항변 인정 여부에 대해 최초로 판단한 판례로서 큰 의미를 가지며, 이후 판례에서도 이러한 입장은 지지되고 있다. 브랜드의 가치가 나날이 중요시되는 거래계의 첨예한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나 ① 산업재산권 법령 중 특허법 제103조, 실용신안법 제42조, 디자인보호법 제50조 등은 선의의 선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는데 반해, 상표법의 경우에는 상표가 가진 공익적 기능을 우선시하여 선등록 권리자를 절대적으로 보호하고 선의의 선사용자 보호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데, 우리의 부정경쟁방지법도 주지 표지가 가진 상품출처표시기능을 보호하고 소비자들의 상품 출처에 대한 오인ㆍ혼동을 예방한다는 공익적 관점에서 비록 선의의 선사용자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예외적 보호를 할 수 없다는 의식 하에 일본과 달리 선의의 선사용자에 관한 보호규정을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② 부정경쟁행위를 금지하는 목적은 타인의 노력으로 획득한 상품 표지의 주지성에 편승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가사 선의로 당해 상품표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상대방의 표지가 상대방의 노력에 기하여 주지성을 획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신이 사용해 오던 표지가 공중으로 하여금 상품 출처에 관한 오인이나 혼동을 야기하게 되면서 자의건 타의건 상대방 표지의 주지성에 편승하게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사용을 중지하여야 하는 것이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 목적은 물론 정의 관념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이며 ③ 대상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의한 금지청구’에 있어서 표장의 주지성은 사실심 변론종결시점에 구비되면 족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을 뿐, 동법 제5조 소정의 손해배상 청구에까지 동일한 기준을 채택하겠다고 밝힌 것이 아니므로,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주지성이 인정되는 표장이라는 이유로 주지성을 취득하기 이전의 시점에까지 손해배상청구권이 소급 인정되는 부당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데다가 (표장이 주지성을 획득하지 못한 시점에는 부정경쟁행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④ 악의의 주지성 취득의 경우에는 권리남용 등의 실정법상 법리로도 충분히 공평 타당한 해결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고 하겠다.
2005-08-29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Ⅰ. 사실관계 피고 A는 삼성전자로부터 75억원을 받아 이를 당시 대통령인 노태우에게 공여하였고, 또한 삼성전자는 중전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각각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이천전기의 인수, 그 발행신주의 인수, 지급보증 또 그 발행신주의 인수를 하였으나 마침내 이천전기가 퇴출되었으며, 그리고 삼성전자는 주당 액면가인 1만원에 취득한 삼성종합화학 주식 2,000만주를 주당 2,600원에 매각하였다. 이에 甲 외의 21명의 원고들은 A 외 10명의 피고들에 대하여 삼성전자에 손해를 배상할 것을 청구하였다. Ⅱ. 판결요지 및 평석 1. 서 설 이 건에서는 ①피고 A의 뇌물공여, ②이천전기의 인수 및 그 발행의 신주인수, ③삼성종합화학 주식의 저가매각의 세 가지가 문제된다. 위의 ①에서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상399조)의 요건과 그 해제(상450조) 특히 책임의 요건인 이사의 임무해태 즉 대표이사·업무담당이사·비상근이사의 임무해태가 문제되고, ②와 ③에 있어서도 이사의 임무해태를 비롯하여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이른바 경영판단의 법칙의 도입, 책임을 부담하는 이사의 범위, 감사의 책임 등이 문제된다. 그러나 이 건의 판결에 있어서 책임부담이사의 범위와 이사의 책임의 해제는 문제가 없다고 여겨지므로 논외로 하고, 여기에서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의 요건으로서의 이사의 임무해태, 경영판단의 법칙, 감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에 관하여서만 고찰하기로 한다. 2. 이사의 책임의 요건 (1) 법령 또는 정관의 위반행위 이사가 개별적·구체적인 법령 또는 정관의 규정에 위반하여야 한다. 이 건의 뇌물공여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A가 삼성전자로부터 75억원을 받아 이를 위 노태우에게 뇌물로 공여한 행위는 형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상법 제399조 소정의 법령에 위반한 행위이고 …」라고 판시하여, 형법규정의 위반도 본조의 법령위반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본조의 이사의 책임은 이사의 강대한 직무권한의 남용을 방지하고 직무집행의 공정을 확보함으로써 회사의 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므로, 본조의 법령은 주식회사법상 회사의 재산의 보전을 위하여 이사의 임무를 정한 규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A가 노태우에게 뇌물을 공여한 것은 본조 소정의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이는 회사의 정관 소정의 목적범위 외의 행위로서 회사의 정관규정의 위반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2) 임무해태 가) 서 설 본조에 있어서 이사의 임무해태는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상382조 2항, 민681조) 내지 충실의무(상382조의 3)에 위반하여 업무집행을 하는 것이다. 이사의 임무는 이사가 대표이사인가, 업무담당이사인가 또는 비상근이사인가에 따라 다르고, 따라서 그 임무해태도 대표이사인가, 업무담당이사인가 또는 비상근이사인가에 따라 다르다. 나) 대표이사의 임무해태 ①선관주의로 업무집행할 의무의 위반 대표이사는 회사의 대표로서(상389조 1항)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상389조 3항, 209조 1항), 또 그 반면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이러한 모든 업무를 집행하여야 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뇌물공여의 건에 있어서 피고 A가 위 노태우에게 금전을 뇌물로 공여하고 이를 교제비 등의 명목으로 회계처리한 것은 당시 대표이사인 피고 B가 선관주의의무에 위반하여 정관 소정의 목적범위 외의 행위를 하고 이를 부당회계처리한 것이므로, 이 건의 뇌물공여는 피고 B가 그 업무를 집행함에 있어 중대한 임무해태를 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건 판결이 뇌물공여에 관하여 피고 A에 대하여서만 책임을 추급하고 피고 B에 대하여 아무 책임을 추급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이천전기인수의 건에 있어서 삼성전자로서는 중전사업이 필요한 사업인데도 국내에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게다가 신규로 중전사업을 시행하려면 시장개척·기술도입·제품개발을 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당시로서는 중전사업의 기존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판단할 수 있고 또한 이천전기의 인수 직후 IMF가 들이 닥쳐 그 경영여건이 악화되어 손실을 입었으나 이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였던 불가항력적 상황으로서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은 당시의 상황하에서 이천전기를 인수한 것은 피고 B가 대표이사로서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결하여 업무집행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피고 B가 불과 8월 전에 주당 액면가인 1만원에 매입하였고 또 당시 주당 5,733원으로 평가되는 삼성종합화학의 주식 2,000만주를 주당 2,600원에 저가로 매각한 것은 비록 삼성전자의 첨단 설비의 투자자금을 조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대표이사로서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업무집행을 한 것이라 할 수 없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②선관주의로 감시할 의무의 위반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이 적정하게 행하여졌는지 감시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대표이사는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에 대하여 감시권을 가지며, 특히 대표이사는 직제상 하위의 업무집행자인 다른 업무집행자에 대하여 지휘감독권을 가진다. 뇌물공여의 건에 있어서 피고 A가 뇌물을 공여하는 것을 피고 B가 저지하지 못한 것은 대표이사로서 그 감시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인데도, 이 건의 판결에서 피고 B에 대하여 책임을 추급하지 않는 것도 부당하다. 다) 비상근이사의 임무해태 이 건의 이천전기 인수에 관한 판결에서는 “이천전기의 재무상황으로 보아 그 차임규모가 더 증대될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고 또 이천전기의 인수에 따른 위험이 통상 감수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었는데도 이러한 상황을 검토하지 않고 또 자료의 제시도 받지 않고 1시간의 토의로 이천전기의 인수를 결의한 것은 이사들이 합리적인 통찰력을 다하여 적절한 판단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삼성전자 이사회의 1997. 4. 2 과 같은 해 4. 3. 이천전 발행의 신주인수결의도 위의 제반사정에 대하여 검토하지 않았으므로, 이 결의에 참석한 이사도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이천전기의 인수결의와 그 발행신주의 결의는 이사가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천전기의 인수를 결의한 1997.3.14. 삼성전자의 이사회에는 중전사업의 인수의 필요성과 추진방법을 설명한 ‘중전사업참여방안’이라는 자료만 제출되어 있고 다른 자료가 없어, 비상근이사와 다른 업무담당이사는 이천전기의 불량한 재무상황, 장차의 투자예상금액, 퇴출대상기업으로 선정 등을 예상할 수 없었고, 특히 상법상 이사회 결석이사는 책임을 지지않는데도(상399조 3항) 출석이사는 제출된 자료만으로 심의·결의하였다고 하여 책임을 지우는 것은 심히 형평에 반한다. 그러므로 이 건의 판결에서 이천전기 인수의 결의에 참석한 비상근이사가 그 임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것은 부당하다. 그리고 이 건의 삼성종합화학 주식매각에 관한 판결에서 “삼성종합화학의 주식가치는 삼성종합화학의 순자산의 가치의 점에서 보아도 2,600원을 상회하고, 이사회의 결의의 자료가 된 안진회계법인의 삼성종합화학의 주식의 평가는 상속세법시행령에 의한 것이고, 그 주식가치가 1994.4에서 매각시점인 같은 해 12.까지의 기간에 4분의 1의 수준으로 하락할 만한 다른 사정이 없고, 1993.6.에 삼성종합화학의 주식이 삼성전관에 6,600원에 거래된 바 있고, 이사회가 불과 1시간의 토론 끝에 2,000만주를 주당 2,600원에 처분하는 결의를 한 것은 피고 이사들이 이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매각결의는 이사로서의 임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무엇보다 주당 액면가인 1만원에 매입한 주식의 가치가 그 8월 후에 무려 그 4분의 1에 가까운 2,600원으로 폭락하였다면 마땅히 그 폭락의 원인, 최근의 매각사례, 그 주식의 현재의 거래가액 등을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도, 위 이사회가 단지 안진회계법인이 상속세법시행령에 의하여 평가한 자료에 따라 주식매각을 결의한 것은 비상근이사와 업무담당이사로서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감시의무를 다한 것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이 건의 삼성종합화학 주식매각에 관한 판결에서 비상근이사와 업무담당이사의 책임을 물은 것은 정당하다. 4. 경영판단의 법칙 (1) 의의 ‘경영판단의 법칙’은 이사가 합리적인 정보에 기하여 성실하게 판단하여 한 행위는 비록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인정되더라도 사기, 위법 또는 이익충돌이 없는 한, 법원은 그 이사의 경영판단과 행위에 대하여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영판단의 법칙은 미국의 판례에서 발전된 법리이다. (2)적용상의 문제점 이 건의 이천전기의 인수에 관한 판결에서는 “삼성전자의 이사회가 이천전기의 인수를 결의한 것은 이사들의 충분한 정보에 기하여 합리적인 통찰력을 다하여 적절한 판단을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의 인수결의는 경영판단으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또 이건의 삼성종합화학 주식매각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이사들은 합리적인 자료를 토대로 충분히 검토한 후 매각결의에 찬성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경영판단으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우리 회사법에 경영판단의 법칙의 도입을 인정하면서 다만 피고 이사들의 충분한 정보의 흠결, 합리적인 통찰력의 흠결, 자료검토의 흠결 등의 적용요건의 흠결을 이유로 그 적용을 부정하였다. 물론 경영판단의 법칙을 도입하여 적용하면 이사는 크게 보호될 것이나, 그렇게 되면 이사의 임무해태에도 불구하고 이사가 그 책임을 면하는 경우가 있어 본조의 이사의 임무해태시의 책임의 과실책임성에 반한다. 또한 경영판단의 법칙의 도입론자는 그 논거로서 이사가 경영전문가로서 전문지식을 가지고 내린 판단에 대하여 반드시 그러한 전문지식을 가졌다고 할 수 없는 법관이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다른 모든 전문적 직업인의 행위에도 이와 같은 법칙의 적용을 확대 인정하여야 하여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경영판단의 법칙은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전문경영인체제가 확립되어 있는 미국에서 발전한 법리인데, 기업경영의 형태와 소유구조가 판이한 우리 나라에서 이 법칙을 그대로 도입하는데는 문제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에서는 물론 재벌계열의 대기업에서도 대부분 지배주주 중심의 가족경영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경영판단의 법칙을 도입하여 이들에게 경영실패의 책임을 면하게 하면, 경영에서 소외된 소수주주와 채권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경영판단의 법칙을 도입하려면, 그에 앞서 그 적용의 근거, 적용요건, 적용범위 등에 관하여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5. 감사의 책임 감사가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414조 1항). 감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대표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사하여야 하고(상412조 1항, 415조, 382조 2항), 이 의무에 위반한 때에는 그 임무해태로 된다. 이 건의 판결에서는 감사인 피고 K의 책임을 묻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 건의 뇌물공여와 주식저가매각은 명백히 대표이사의 부적정한 업무집행인데도 문맥상으로 보아 피고 K가 감사보고서나 감사록에 위의 뇌물공여와 주식저가매각이 부적정하다는 기재를 한 것 같지 않고 또 주주총회에 제출할 재무제표·영업보고서를 피고 K가 조사하여 위의 업무집행이 부적정하다는 의견진술을 한 것 같지 않은데 이는 피고 K가 감사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결산감사 내지 상시감사를 하여야 할 감사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고, 또한 피고 K가 이사회에 출석하여 위의 업무집행이 부적정하다는 의견을 진술하지 않고 또 위의 부적정한 업무집행으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데도 이사회에 보고 또는 이사위법행위유지청구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는데 이것도 감사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감사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 K는 회사에 대하여 책임이 있고 또는 이사인 피고들과 외부감사인도 책임이 있으므로, 이들 이사·외부감사인과 연대하여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6. 결 론 이 건의 뇌물공여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A에게, 또 이천전기 인수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B, C, D, E, F, G, H, I에게 그리고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매각에 관한 판결에서는 피고 J, C, G, H, I에게, 각각 연대하여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것을 판결하였다. 그러나 뇌물공여에 관한 판결에 있어서는 피고 A에 대하여서만 책임을 추급하고 대표이사인 피고 B에 대하여 아무 책임을 추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고, 이천전기의 인수에 관한 판결에 있어서는 대표이사인 피고 B와 결의에 출석한 여타의 피고 이사들이 임무해태를 해태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그 책임을 추급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나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매각에 관한 판결에 있어서는 대표이사와 결의에 출석한 여타의 피고 이사들에게 책임을 추급한 것은 정당하다.
200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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