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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명령의 위헌성 고찰
- 헌법재판소 2015. 12. 23.자 2013헌가9 결정에 대한 평석 - Ⅰ. 대상 사건(헌법재판소 2015. 12. 23.자 2013헌가9 결정) 1. 쟁점 성충동약물치료법 제4조 제1항은 치료명령에 치료대상자(성범죄자) 본인 동의 요건이 없고, 피해자 연령제한을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하고, 약물치료 기간을 최장 15년 이내에 법원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동 법 시행으로 아동 대상 상습적인 성폭행범은 장기 징역형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 신상정보 공개 명령은 물론 약물치료라는 삼중의 (보안)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초범이라 할지라도 성도착증이 있다고 판단되면 본인 동의가 없더라도 약물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대책보다 강한 제재에 해당한다. 이에 성충동약물치료의 법적 성격과 위헌성과 관련하여 최근 내려진 헌재 결정을 중심으로 간단히 살핀다. 2. 헌법재판소 판단 다수견해는 성충동 약물치료는 본질적으로 '보안처분'에 해당하고, 약물치료의 근거가 되는 심판대상조항들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의 동종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성충동 약물치료는 성도착증 환자의 성적 환상이 충동 또는 실행으로 옮겨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근간이 남성호르몬에 있다고 보고, 남성호로몬의 생성 및 작용을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정을 거쳐 성도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청구되며, 장래에 다시 성폭력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을 요구하여 치료대상자가 좁게 설정되고, 한정된 기간 동안,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부작용 검사 및 치료가 함께 이루어지며,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해제가 가능하고, 치료 중단시 남성호르몬의 생성과 작용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침해 최소성을 충족하는 한편, 성폭력범죄자의 재범 방지 및 사회방위의 공익은 매우 중요하여 법익균형성도 충족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소수견해는, 현재로서는 약물치료의 효과를 정확히 파악 할 수 없고, 또한 명령조항은 치료명령의 선고 시점과 집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존재하는 경우에 집행 시점에서 만약 치료 필요성이 제거된 경우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수 있는 별도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성폭력범죄의 동기나 행위태양의 다양성에 비추어 성기능 무력화가 성폭력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고 보기 어려워 수단의 적절성도 부정된다. 또한 자발적 치료 의지가 없는 치료대상자에 대한 약물치료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 성폭력범죄의 원인이 된 성도착증의 치료와 재범방지는 현행법상 치료감호제도 및 보호관찰, 전자발찌 부착 등 대책을 결합하여 대처할 수 있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에도 반하며, 심판대상조항들에 의한 재범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거나 한시적이고 그 달성 여부가 불확실하나, 피치료자가 받는 불이익은 심대하여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Ⅱ. 비교법적 검토 1. 미국 먼저, 캘리포니아주는 화학적 거세를 최초로 시행한 선두주자다. 주 형법 645조(California Penal Code Section 645)는, 13세 미만 어린이 대상 성범죄의 초범자들이 가석방되기 전에 메드록시프로게스트론 아세테이트(medroxyprogesterone acetate: MPA) 치료나 이에 상당하는 약물치료를 받도록 법원이 명령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고 있고, 재범자들의 경우 가석방 전 반드시 약물치료명령을 내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경우, 범죄자들은 화학적 치료 대신 물리적 거세를 선택할 수도 있다. 화학적 거세 약물치료는 주 교정부(the Department of Corrections, DOC)가 관장하는데, 가석방대상자들은 구금으로부터 풀려나기 일주일 전 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DOC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할 때까지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다음으로, 텍사스주는 화학적 거세를 인정하지 않고, 물리적/시술적 거세만을 인정하고 있다. 주형법(Texas Penal Code) 501.061에 따르면 텍사스 사법부(Texas Department Of Criminal Justice)에 의해 고용되거나 의뢰받은 외과의사는 14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가중 성폭행, 17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성폭행, 또는 17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외설죄로 유죄선고를 받은 재범자들 중 21세 이상으로 서면으로 고환절제술을 요청 및 동의하고, 정신과의사, 심리학자의 진단과 상담을 받고 정신건강 모니터요원과의 상담을 거친 수형자에게 고환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단, 그 결정을 시술 실시 전 언제든 철회할 수 있으며, 고환절제술이 가석방이나 보호관찰 석방의 조건이 될 수는 없고, 법 집행자는 범죄자가 가석방이나 보호관찰로 석방되어야할 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시술을 받겠다는 그 범죄자의 결정을 하나의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 2. 독일 독일은 '자의적 거세 및 기타 치료방법에 관한 법률(Gesetzuberdie freiwillige Kastration und die andere Behandlungsmethoden)'이 1969년(BGB1. I. S. 1143) 제정된 이후, 2008년 12월(BGB1. I. S.2586) 개정되었다. 주요 내용은 비정상적인 성충동을 가진 중범죄자를 대상으로 물리·화학적 거세를 시행한다는 내용으로, 성폭력 범죄자 뿐 아니라 살인, 상해 등 중범죄자 중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동의를 받아 의사의 진단과 법원의 승인을 거쳐 외과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다. 이 경우 본인의 동의와 의사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 또한, 25세 이상 성인에 대해서만 거세 시술을 허용한다. 그러나 거세법은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성폭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형사제재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독일의 범죄자에 대한 심리치료는 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에 대해 그 인지의 변화를 꾀함으로써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지행동 이론이 대세이다. Ⅲ. 평석 1. 화학적 거세의 법적 성질 형벌과 보안처분은 형사제재에 해당하지만, 형벌은 과거 불법에 대한 응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재이고,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 위험성을 전제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비형벌적 제재에 해당한다는 것이 학계 주류 입장인바, 성충동 약물치료는 본질적으로 '보안처분'에 해당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이다. 그러나 성충동 약물치료는 신체에 직접 가해지거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정도가 형벌에 준하므로 형벌적 성격이 강한 보안처분에 해당한다. 성충동 약물치료의 목적이 단순히 '재범의 위험성 있는 범죄자의 재범 방지'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 형벌 외에 성충동 약물치료라는 추가 제재를 부가함으로써 그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강한 책임을 묻는 한편, 일반 국민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함으로써 범죄를 억제하도록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2. 비동의 조항(약물치료 강제성)의 문제 동법에 의한 약물치료는 대상자 본인의 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인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신체의 처분과 관련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 치료행위가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당사자의 동의가 필수적인 것인데, 제8조에 의한 약물치료는 이를 위반하는 것이다. 둘째, 성행위 및 아이를 가질 자유와 관련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 자발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 일시적인 제한은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지 몰라도,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은 제한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3. 이중처벌 문제 과거 헌법재판소는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전자장치부착 병과 등 형벌에 보호감호나 보안관찰처분을 병과하거나 형벌 이외에 신상공개를 병과하는 경우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헌재 태도에서 볼 때, 이 사건 약물치료조치는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중처벌에서 말하는 처벌은 형벌뿐만 아니라 형벌과 유사한 당사자 비동의 하의 약물치료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4. 소급입법 문제 동법 부칙 제1조 제3항에서 "제22조 및 제25조에 따른 치료명령은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이 법 시행 당시 형의 집행 또는 치료감호ㆍ보호감호의 집행 중에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 대하여도 적용한다"고 하여 이른바 '형집행시법주의'를 취하여 소급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성충동 약물치료가 형벌적 성격을 갖는 이상, 약물치료를 명하기 위해서는 그 범행 당시에 이미 근거 법률이 제정·시행되고 있어야만 하는데, 이 사건 부칙조항은 동법이 제정·시행되기 전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소급하여 약물치료를 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 제13조 제1항에 위배된다. Ⅳ. 결론 피치료자의 기본권의 침해 소지를 줄이고 약물치료명령의 본래적 취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음에 외국의 입법례와 같이 치료대상자 본인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헌재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모두 지적하듯 판결 선고 후 일정 기간 이상 경과하여 약물치료명령을 집행할 때에는 집행 전에 다시 성도착 증상의 유무, 정도, 재범의 위험성 등에 대한 판단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성충동약물치료
성폭행범
화학적거세
2016-07-18
정영훈 변호사(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
미결수용자 변호인의 공휴일 접견불허 결정에 대한 검토
Ⅰ. 사건개요 청구인은 사기 등의 혐의로 2009. 3. 3.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선고 기일인 5월 1일에 불출석하여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집행에 의해 5월 2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국선변호인은 6월 1일 선정된 후 접견일시를 6월 6일(현충일이자 토요일)로 하여 서울구치소에 접견을 신청하였으나 접견일이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불허되어 부득이 6월 8일 접견을 하였다. 이에 변호인은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청구인과 변호인 간의 6월 6일자 접견을 불허한 처분이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가 91헌마111 결정에서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에 대해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할 수 없다고 한 것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접견', 즉 '대화내용에 대하여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고 어떠한 제한, 영향, 압력 또는 부당한 간섭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접견'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지, 변호인과의 접견 자체에 대해 아무런 제한도 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접견권 역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2.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4조 제2항에 의해 금지되는 접견시간 제한의 의미는 접견에 관한 일체의 시간적 제한이 금지된다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이 현실적으로 실시되는 경우, 그 접견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인 때에는 미결수용자의 방어권 행사로서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자유롭고 충분한 변호인의 조력을 보장하기 위해 접견 시간을 양적으로 제한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수용자처우법 제84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1조 제4항의 위임에 따라 수용자의 접견이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시간대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3.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목적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미결수용자 또는 변호인이 원하는 특정한 시점에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접견이 불허된 특정한 시점을 전후한 수사 또는 재판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보아, 그 시점에 접견이 불허됨으로써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어느 정도는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만 하며, 그 시점을 전후한 변호인 접견의 상황이나 수사 또는 재판의 진행 과정에 비추어 미결수용자가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는, 비록 미결수용자 또는 그 상대방인 변호인이 원하는 특정시점에는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Ⅲ. 평석 1. 헌법 제12조 제4항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받는다(헌법 제12조 제4항 전단). 변호인조력권은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행사에 대항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상 소송법상 권리를 효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행사하기 위하여 변호인의 도움을 얻을 피의자 및 피고인의 권리"(2000헌마138)로 "피의자와 피고인의 신체구속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폐해를 제거하고 구속이 그 목적의 한도를 초과하여 이용되거나 작용되지 않게끔 보장"(91헌마111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구속된 상황에서는 진술강요나 고문 등 가혹행위의 발생가능성이 있는 반면 피의자는 국가형벌권에 대응하여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이 무엇인지 자신의 진술이 추후 재판에서 어떤 증거로 사용될지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법률전문가의 신속하고도 충분한 도움은 필요 불가결하다. 2.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공휴일 접견'에 대한 법률상 제한여부 변호인조력권은 특히 구속된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중요한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에 두텁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체포·구속된 사람이 '언제'(시기), '어디서나'(장소), '원하는 만큼'(접견시간) 마음대로 변호인과 접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법률상의 제한은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은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상 필요 최소한이어야 한다. 따라서 "도망 또는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수사 또는 재판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미결수용자의 변호인과의 접견은 헌법 제12조 제4항에 규정된 '즉시'의 의미에 맞게 신속하게 접견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첫 번째 접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한다. 단지 공휴일이라거나 공무원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는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제한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공휴일 접견 불허의 근거로 삼은 수용자처우법 조항 해석의 문제점 대상 판결이 수용자처우법 제41조 제4항(접견의 횟수·시간·장소·방법 및 접견내용의 청취·기록·녹음·녹화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과 시행령 제58조 제1항(수용자의 접견은 매일(공휴일 및 법무부장관이 정한 날은 제외한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9조에 따른 근무시간 내에서 한다)에 따라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공휴일 접견을 불허하면서 같은 법 제84조 제2항(미결수용자와 변호인간의 접견은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의 의미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은 부당하다. 법 문언과 체계상 법 제41조 제4항, 시행령 제58조 제1항은 기결수인 수형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임이 분명하지만 무죄추정을 받는 미결수용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반면, 법 제9장에서 '미결수용자의 처우'라는 제하에 제79조부터 제87조까지 9개 조항(미결수용자 처우의 원칙, 참관금지, 분리수용, 사복착용, 이발, 변호인과의 접견 및 서신수수, 조사 등에서의 특칙, 작업과 교화, 유치장)을 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보면 제84조 제2항은 미결수용자에게만 적용됨이 분명하다. 그런데 수용자처우법은 기결수를 중심으로 미결수용자를 포함하여 같은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고 미결수용자에 대한 고유규정은 1장 9개 조항만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법 규정이 기결수에게만 적용되는지 혹은 미결수용자에게도 적용되는지 해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그 적용에 있어 미결수용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점을 인식한다면 기결수와 미결수용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반규정은 미결수용자에게 유리하게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해석되어져야 하고, 미결수용자에 대한 특별규정은 그 고유한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 제84조 제2항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과의 접견에 대해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면, 헌법 제12조 제4항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와 법 제84조의 고유의미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법 제41조 제4항과 시행령 제58조 제1항 중심으로 해석하고 법 제84조 제2항의 의미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변호인조력권의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의 문제점 변호인조력권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즉, 최대한 신속하게 또한 자유롭게 '충분히' 변호인과 접견, 상담, 조언 등을 받을 기본권이라고 해야 한다. 특히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첫 번째 접견은 '접견 그 자체로' 미결수용자의 방어권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대상 판결의 취지대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의 침해여부를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에 실제로 불이익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면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부당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이 불허된 경우마다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에 불이익이 초래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고, 이로 인해 당사자의 신속한 실효적인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을 받게 되며, 실제 접견불허로 침해된 피해를 회복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5. 결론 현행 교정행정은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을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허용하고 토·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은 일체 불허한다. 미결수용자가 변호인과 처음으로 실시하는 접견이더라도 그 접견 일시가 공휴일이거나 근무시간이 아닌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공무원근무시간에 맞춘 위와 같은 교정행정에 대해서는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잘못된 교정행정을 정당화한 대상 판결은 헌법 제12조 제4항 체포·구속된사람의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취지와 중요성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에 기울어진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1헌마111 결정(구속피의자와 변호인의 접견에 수사관이 참여하여 대화내용을 듣고 기록함으로써 헌법 제12조 제4항이 규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사안이다. 여기서 헌법재판소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과 달리 미결수용자의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원칙적 실현'보다는 그 '제한'에 무게중심을 두고 논지를 전개함으로써 '행정편의주의적인 법규와 교정행정'을 '헌법 제12조 제4항'보다 우위에 두고 해석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보충의견이 "접견의 시간대를 평일에 비해 단축하거나(예컨대, 오전 중에만 실시하거나, 오후에만 실시하는 방법), 또는 미결수용자가 처음 실시하는 변호인접견에 한하여 원칙적으로 허용해 주고 그 이후에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해 주는 방법 등을 통해서라도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요일과 공휴일이라도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2012-10-08
이덕연 공주대 법대교수
준법서약서 등 위헌확인사건
I. 판결의 요지 사건의 내용은 새삼 재론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그간 많이 논의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생략한다. 또한 결정의 내용 중 권리침해의 직접성이나 권리보호의 이익 등 요건심사와 관련한 판단에는 이의가 없는 바, 본안판단의 핵심만을 세 가지 논점으로 정리한다. 헌재의 결정은 우선 단순한 국법질서나 헌법체제를 준수하겠다는 취지의 서약을 요구하는 내용의 준법서약은 어떤 구체적이거나 적극적인 내용을 담지 않은 단순한 헌법적 의무의 확인 서약에 불과하고, 따라서 양심의 자유의 보호영역과 관련되지 아니한다는 입장을 전제하고, 이러한 전제 하에 가석방의 수혜를 포기하고 자신의 양심의 자유를 보전할 수 있는 선택의 가능성이 허용되고, 준법서약서의 제출이 처벌 기타 법적 불이익의 부과 등과 연계되어서 강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또한 남북한의 대결상황과 그에 따른 기왕의 법운용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국가보안법 위반 수형자들에 대한 차별취급, 즉 일반적인 가석방심사 방법 외에 ‘국법질서 준수의 확인절차’를 추가하는 것은 정책수단으로서 적합성이 인정되고 또한 차별취급의 목적에 비해 그 수단이 기본권침해를 내용으로 하지 아니하는 ‘국민의 일반적 의무사항의 확인 내지 서약’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차별취급의 비례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요컨대, 일반적인 ‘합리성심사’(rational base test)의 결과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판단이다. II. 평 석 1. 개 요 위헌론을 제시한 소수의견에 찬성하는 입장을 전제로 가능한 한 중복을 피하면서 반대의견을 보완 및 심화하는 관점에서 일종의 보충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술한 바와 같이 동 결정에서 핵심적인 논점은 준법서약서제도가 양심의 자유 등 관련 기본권의 보호영역과 관련되고 또한 그에 대한 제한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헌재는 이를 부인하였지만 준법서약서제도가 아무런 법률의 근거나 법률의 위임이 없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헌법 제37조 제2항(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과 헌법 제12조 제1항(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됨이 명백한 바, 적어도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과잉금지원칙이나 평등원칙 등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추가로 논할 실익이 없다. 다만 법률에 근거를 둔 제도라는 가정 하에, 실질적인 기본권심사단계에서의 입론(立論)의 출발점과 그에 따라 예견되는 결론의 방향만을 보론으로 간단히 제시한다. 2. 양심의 자유 등의 보호영역 관련성 우선 다수의견은 준법서약서제도가 ‘단순한 헌법적 의무의 확인 서약’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심의 영역’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고 전제한다. 소수의견이 적시하는 바와 같이 헌재는 이미 헌법 제19조의 ‘양심’에는 개인의 가치적 윤리적 판단과 함께 ‘세계관 인생관 주의 신조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또한 양심의 자유에는 국가의 개입이 금지되는 양심형성의 ‘내심적 자유’는 물론이고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을 자유’, 즉 ‘양심추지(推知)금지’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우선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서약이 과연 사회주의이념 등의 신념이나 사상과 관련된 ‘어떤 구체적이거나 적극적인 내용’도 담겨있지 아니한 제도인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준법서약제도는 ‘가석방심사등에관한규칙’에 규정되어 있던 이른바’전향서제도’의 문제가 장기수의 인권문제와 함께 공론화되면서 규칙개정(1998년 10월 10일 법령 제 467호)을 통해 동 제도를 대신하여 마련된 제도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수형자만을 대상으로 하였던 것을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수형자에게도 확대시킨 장식(粧飾)을 도외시한다면, 개정의 핵심은 사상의 전향에 관한 ‘성명서’ 또는 ‘감상록’이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준법서약서’로 대체된 것이다. 이러한 입법사적 콘텍스트와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명칭의 변경이나 요구되는 표현의 양식과 내용의 외견상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본질과 성격은 크게 달라진 바 없다고 여겨진다. 구체적으로 어떤 양식으로, 어떤 내용으로 서약하건 적어도 청구인들이 주장하였듯이 해당 수형자들에게는 준법서약서 자체가 사실상 사상의 전향을 강요하는 ‘사상전향각서’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준법서약서 제출 대상자가 받는 불이익’을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보는 결정문상 법무부장관의 의견이나 헌법재판소가 ‘준법서약서’를 어떤 취지와 성격의 텍스트로 보는지는 부수적인 것일 뿐이다. 3. 기본권의 ‘제한’ 여부 두 번째로 헌재는 준법서약서가 강제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서약서제출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법적 지위가 불안해지거나 법적 상태가 악화되지 아니하고, 단지 ‘은혜적 조치’인 가석방의 혜택이 주어지지 않을 뿐이기 때문에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말하자면 제한의 요건의 하나인 강제성 내지는 구속성이 없는, 일종의 행정지도적인 성격의 ‘권고’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선 가석방을 국가의 ‘은혜적 조치’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없지 아니하지만, 어쨌든 가석방의 결정이 재범의 위험성유무 등에 관한 행형기관의 교정정책 또는 형사정책적인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는 재량사항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가석방의 결정이 재량판단사항이라는 것과 그 재량의 결과로 주어지는 가석방을 ‘은혜적 조치’로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아무런 연계성이 없다. 그렇다면 헌재의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준법서약서가 재량과정에서 고려되는 여러 가지 판단자료중의 하나에 불과해야만 한다. 즉 가석방결정의 필수적인 절차적 요건으로 요구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동 규칙 제14조제2항은 「국가보안법및집회시위에 관한법률위반 등의 수형자에 대하여는 가석방결정 전에 출소 후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게 하여 준법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준법서약서의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곧 가석방을 포기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헌재의 견해대로 가석방을 ‘은혜적 조치’로 본다고 할지라도 그 수혜적격을 양심의 판단에 따른 내심의 주의나 신조의 포기와 연계시킨다면, 그것은 바로 헌재가 부인한 바, 즉 “어떠한 가정적 혹은 실제적 상황 하에서 특정의 사유(思惟)를 하거나 특별한 행동을 할 것을 새로이 요구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재범의 가능성 등을 판단기준으로 하는 재량결정에 특정한 법적 제약을 두었다는 점에서, 이른바 ‘사실상의 기본권제한’의 이론을 원용할 필요도 없는 양심의 자유의 제한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른바 사상범과 관련된 가석방의 결정에서 준법서약서에 따른 심사방법이 적용될 수 있는 두 가지 경우, 즉 사상도 전향하였고 “행형성적이 우수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행형법 제 51조 제 1항)고 판단되기 때문에 가석방적격이 인정되는 경우와, ‘수형자의 연령이나 행형성적…재범의 위험성’(행형법 제 51조 제 2항) 등의 관점에서는 가석방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특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붕괴시키려는 세력’으로서의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되지만 사상을 전향하지 아니한 경우로 나누어서 생각해보면 기본권침해성 여부와 그 구체적인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규명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동 규칙 제14조 제2항에 따르면 전자의 경우에도 가석방의 결정전에 준법서약서가 제출되어야만 한다. 생각건대 이 경우라면 양심상의 주의 내지는 신념과 법적 요구간의 심각한 갈등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석방결정에서 주된 심사기준이 재범의 위험성여부라고 한다면 이러한 상황에서조차도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형사 또는 안보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굳이 생각해 보면 이데올로기 선전 내지는 교육의 수단으로서의 의미와 기능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곧 인간을 객체로 취급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준법서약제도가 문제되는 대부분의 예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는 후자의 경우, 즉 사상을 전향하지는 아니하였지만, 그 외에는 여러 가지 심사사항에 관한 심사결과 재범의 가능성이 없는 등 일반 수형자들의 경우라면 가석방적격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가석방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소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준법서약서 한장이 재범의 위험성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자료가 될 수 없다는 문제점을 떠나서도, 어쨌든 이 경우에 당해 수형자의 입장에서는 위선적인 준법서약과 가석방의 포기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시험’에 들게 된다. 외견상 선택의 자유는 주어지지만 이 시험은 사실상 간접적으로 ‘양심’(兩心)을 강제하는 ‘시험’일 수밖에 없다. 헌재는 가석방의 혜택를 포기하면 양심을 유지 보전할 수 있지 않느냐고 강변한다. 그러나 준법서약서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그 형식과 내용상 양심과 자유 둘 중에 어떤 선택을 하건, 선택을 해야하는 수형자들에게 또한 선택을 한 수형자들에게 수인(受忍)기대의 한도를 넘는 번민과 갈등의 고통을 안겨주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배되는 제도라는 점이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자유의 당근과 기약 없이 계속되는 감옥생활의 회초리를 눈앞에 놓고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말(馬)이 되든지 아니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신(神)이 되라는 것을 요구하는 비인간적인 제도이다. 준법서약제도가 적어도 부분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전자의 선택을 하도록 유도 내지는 강요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동 규칙 제14조 제1항에서 수형자의 ‘개전의 정’을 심사할 때에 특히 주의하라고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아첨 기타 위선적 행동’을 오히려 조장 내지는 용인하는 것이고, 이는 바로 적어도 ‘양심의 자유’에 대한 사실상의 제한이고,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III. 결론 및 보론 결국 준법서약서제도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적어도 사실상 제한하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그 형식과 내용 자체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배되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아무런 법률의 근거나 법률의 위임이 없이 오로지 법무부령인 ‘가석방심사등에관한규칙’만을 근거로 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 및 헌법 제12조 제1항에 위배됨이 명백하다. 설령 준법서약서제도가 법률의 근거를 가지는 경우라고 가정하여도 과잉금지원칙이나 평등원칙 또는 수인기대가능성 등에 따른 실질적인 기본권심사에서 위헌의 판단을 면하기는 쉽지 아니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서 기본권심사를 상론할 수는 없고, 다만 기본적인 두 가지 출발점만을 제시한다. 그 하나는 ‘기본권의 초석’으로 불리어지는 양심의 자유와 최고의 국가이념인 동시에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정당성의 핵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헌법적 의의와 내용, 특히 ‘관용의 원칙’(Toleranzprinzip)과 ‘애고(愛顧)의 요청’(Wohlwollendesgebot), 기타 비례의 원칙과는 구별되는 하나의 독자적인 헌법해석의 관점(Topos)으로서 ‘수인기대가능성’(Zumutbarkeit)의 원칙 등을 곱씹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체제전복의 ‘세력’이 아니라 단순히 내심의 주의로 남아 있는 반체제 이데올로기의 존재 자체의 안보에 대한 현실적인 위험성의 크기를 현재 우리 사회의 저항력과 자정력의 수준과 연계시켜서 가감 없이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내심의 신념과 단순한 말로써 현출되는 한 상당한 정도까지의 반체제 이데올로기의 병원(病源)은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담론의 여과망과 그에 따른 상징과 항체의 자본이 축적되어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성급한 예단을 해 본다면, 적어도 재범의 위험성 등 일반적인 심사기준에 따르면 가석방적격이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 우선 사상전향을 한 수형자의 경우에는 과잉심사의 관점에서 수단의 적합성이, 전향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비례성이나 수인기대가능성이, 더 나아가서 두 경우 모두 인간의 존엄성의 침해 등이 문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별심사도 일반적인 ‘합리성심사기준’이 아니라, 이른바 ‘엄격한 심사기준’에 따라야 할 것이다.
2002-06-24
김일수 고대 법대 학장 · 법학박사
보안처분과 형벌불소급의 원칙
I. 事件槪要 피고인은 1995년6월27일 실시된 성남시장선거에서 후보자로 출마한 공소외 김병량의 선거를 위한 기초조사등을 하여 주는 과정에서 정식 용역대금 이외의 금품을 교부받고 또한 위 김병량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공소외 한숙자로부터 식자를 제공받아, 위 김병량이 후보자로 출마한 성남시장 선거에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위반했다. 또한 피고인은 평소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여,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이 담긴 서적 등 표현물이 이적성을 담고 있는 것임을 인식하고 위 서적등 표현물의 취득 및 소지행위가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선전·동조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하에 취득·소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제1항, 제5항을 위반했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995년6월부터 1995년11월15일까지 사이에 범한 이 사건 국가보안법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위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1997년2월18일 피고인에게 징역1년6월을 선고하면서, 1995년12월29일 법률 제5057호로 개정·신설되어 1997년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형법 제62조의2제1항, 제2항을 적용하여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국가보안법위반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및 형법불소급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II. 判決要旨 1997년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형법 제62조의2에서 말하는 보호관찰은 형벌이 아니라 보안처분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과거의 불법에 대한 책임에 기초하고 있는 제재가 아니라 장래의 위험성으로부터 행위자를 보호하고 사회를 방위하기 위한 합목적적인 조치이므로, 그에 관하여 반드시 행위 이전에 규정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재판시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해석이 형벌불소급의 원칙 내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다. III. 평 석1. 問題의 提起 1997년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형법 제62조의2 제1항은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명령 또는 수강명령을 부담부로 과할 수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보호관찰의 기간을 집행유예기간으로 함이 원칙이나 법원은 유예기간의 범위 내에서 별도로 보호관찰기간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을 그 시행이전에 발생한 범죄사실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원심과 대법원은 다같이 소급적용을 긍정한다. 그 이유는 신설된 집행유예의 부담부조건인 보호관찰이 형벌이 아니라 보안처분이므로 죄와 형벌의 소급적용을 금지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안처분도 죄형법정주의의 적용대상인가를 결론지으려면 죄형법정주의의 정신과 법치주의의 뿌리부터 살펴보아야 함은 물론 형벌과 보안처분의 차이가 과연 본질적인 것인지에 관한 검토도 필요하다. 2. 遡及效禁止原則의 趣旨·適用範圍 죄형법정주의의 네가지 원칙중 첫번째로 꼽는 것이 소급효금지의 원칙이다. 이 원칙은 구체적으로 立法者의 遡及立法禁止와 法官의 遡及適用禁止 두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소급효금지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을 행위자에 불리하도록 사후에 소급적으로 입법하거나 적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유법치국가의 이념은 국가의 형벌권행사 앞에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려는데 있다. 遡及適用禁止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보안처분의 가중에 대한 법률규정은 다만 그 법률시행 이후 장래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그 법률시행 이전에 저질러진 행위에 대해서까지 소급적용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우리헌법 제13조1항전단의 형벌불소급, 형법제1조1항의 행위시법원칙이 이에 관한 근거규정이다. 이 원칙은 소급효금지의 원칙 중 특히 형법적용자에게 지향된 것으로서, 범죄와 형벌및 보안처분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해 해석·적용되어야 하고 행위자에게 불리한 재판시의 법률을 사후적으로 소급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원칙도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처럼 자유법치국가의 인권보장적 의미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특히 法官의 恣意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다(大判 1992년10월13일, 92도1428. 소급적용금지의 원칙은 형사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인 한, 형법각칙의 모든 범죄구성요건, 형벌총칙의 모든 가벌성에 관한 법률규정, 각종 형벌 및 그 부수 효과, 집행유예및 선고유예 등 형벌유예제도의 조건, 보안처분에 관한 규정, 심지어 법창조적인 판례의 변경까지도 그 적용대상이 된다. 범죄로 인한 모든 가벌성 및 제재의 조건과 정도는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소급적용되어서는 안되고 행위자에게 유리할 때에만 소급적용될 수 있다. 3. 刑罰과 保安處分의 性格 형벌이 책임에 기초를 둔 형사제재인 반면 보안처분은 행위자의 장래 위험성에 기초를 둔 형사제재라는 지적은 당연하다. 그리하여 형벌과 보안처분을 형사제재의 두 축으로 삼는 형법체계를 刑法의 二元主義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책임개념의 윤리적 비난성이 약화되고 평화로운 공동사회의 질서유지라는 기능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책임개념과 붙어 다니던 책임응보사상도 형벌론에서 그 기세가 쇠하여가고 있다. 형벌론에서 책임응보사상에 기초를 둔 응보형론을 시대에 뒤진 것으로 벗어던지기로 한다면 형사제재에서 실제 형벌과 보안처분의 차이는 본질적인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우선 형벌과 보안처분은 목적에서 동일하다(목적일환주의). 다같이 일반예방및 특별예방의 목적을 가지고 일반인의 법익을 보호하고 행위자의 재사회화를 돕는다는 점에서 같다. 다만 본질에서 양자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난다. 형벌은 비난작용과 위해작용을 본질적 요소로 함에 반해 보안처분은 비난작용없이 단지 위해작용만을 갖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형벌의 기초인 책임에서 비롯된 비난작용은 보안처분과 비교할 때 형벌의 본질적 요소이지만 형벌제도 자체내에서는 위해작용에 비해 그 비중이 약하다. 결국 형사피고인이 국가의 형사제재앞에 불이익을 입게 되는 관점으로부터 보면 형벌과 보안처분이 개인의 자유에 위해를 가하는 위해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벌과 보안처분 이원주의를 취해야 할 이유는 형벌은 책임원칙에 의한 제한이 가능한 제도인 반면, 보안처분은 비례성의 원칙에 의한 제한이 고려되는 제도라는 제한상의 차이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형벌이나 보안처분이나 다같이 개인의 자유와 안전에 위해와 불이익을 가하는 형사제재라는 점이다. 형벌은 죄값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의 적용을 받지만 보안처분은 죄값 때문이 아니라 장래의 위험성때문에 이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아도 된다면 자유법치주의국가형법의 임무포기나 마찬가지이다. 주지하는 바대로 죄형법정주의는 합리적 계몽주의사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유주의적 정치사상의 발달과 더불어 구체화되어 왔다. 거기에는 홉즈류의 법을 통한 지배자의 자기구속, 로크·몽테스키외 이래의 권력분립론, 포이에르바하의 일반예방사상 그리고 법치국가의 책임원칙사상이 흐르고 있다. 자유주의의 요청은 형벌이든 보안처분이든 개인의 자유와 안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죄형법정주의를 통해 억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4. 執行猶豫와 負擔附條件의 性格 집행유예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종래부터 형벌과 보안처분이 함께 공존하는 고유한 종류의 法效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집행유예의 부담부조건으로 보호관찰·사회봉사명령·수강명령의 제도가 도입된 개정 형법상 집행유예는 종전보다 보안처분의 성격이 더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 부담부조건은 집행유예의 재사회와 목적을 위한 실효성있는 방법일 뿐 집행유예제도 자체의 본질적 요소는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성격규명에 아직 미진한 점이 없지 않다. 본래 집행유예제도는 일반예방적 관점에서 형집행의 필요가 없고 특별예방적 관점에서 형벌완화가 필요한 때에 형집행의 變容을 위해 투입되는 독자적인 제재수단이다. 따라서 형벌과 보안처분에 이은 형법의 第3元에 해당하는 독립된 형사제재제도로 파악하는 것이 옳겠다. 개정형법은 집행유예의 조건으로 보호관찰·사회봉사·수강을 부담으로 부가할 수 있게했다(제62조의2제1항). 이 부가처분은 집행유예의 재사회화목적의 실효를 거두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재사회화목적은 제일차적으로 수형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사회방위의 목적에도 기여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회 자체의 재사회화없이 유죄판결을 확정받은 소수의 수형자들에게만 일방적인 재사회화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보장과 법치국가적 제한범위안에서 최소한의 형법실현이라는 원칙에서 볼 때 지나친 국가작용이 될 위험도 있다. 재사회화목적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무조건 善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이 형사제재의 내용이나 조건에 관련된 것인 한 법치국가 헌법과 형법의 테두리안에 있어야 하고 그 원칙에 의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집행유예의 부담부조건인 보호관찰이 보안처분의 일종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보호감호·치료감호와 같은 자유박탈적 처분은 아니지만 자유제한적 처분이라는 점에서 그 부담적 성격은 분명하다. 집행유예의 성격을 형벌과 보안처분이 공존하는 독특한 법효과라고 하든 형집행의 변용을 위한 독자적인 제재수단으로 보든, 기존의 집행유예제도에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부가한 것은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법률변경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법관은 신설된 개정형법상의 이 조치를 이 법률시행이후의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적용해야지 그 이전의 행위에 대해 소급적용해서는 안된다. 보안처분에 대해서는 재판시의 법률에 따르도록 한 독일형법(StGB §2⑥)하에서도 「형벌과 그 부수효과는 행위시의 법률에 따른다」(StGB §1)는 규정의 해석에서 집행유예의 조건 및 그 밖의 법효과에 대해서는 行爲時法에 따른다는데 해석론이 일치하고 있다. 모름지기 行爲時法原則에 입각한 우리형법(제1조1항)의 해석에서도 「처벌」개념의 범위속에 집행유예의 조건이 포함되어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 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은 틀림없이 독일형법 제2조6항에 대한 정보를 고려했음직하다. 이 제도 자체가 이론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집행유예하는 마당에 한구석 허전함을 메꾸어줄 꺼리를 찾는 법관의 갈증앞에서는 고려의 가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호관찰이라는 조건부 부담이 가해진 개정형법 제62조의2는 국가보안법위반사건을 너무 가볍게 처리해서 올지도 모를 모종의 불안을 상쇄해 줄 충분한 꺼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부담부조건인 보호관찰이 보안처분이라고 해서 집행유예제도 자체를 통재로 보안처분으로 몰고가 재판시법을 적용한 법원의 처사는 형벌적 성격을 지닌 집행유예가 갖는 형사제재의 성격을 왜곡한 것임은 물론 行爲時法原則 및 遡及適用禁止의 原則을 위반한 것이다. IV. 結 論 보안처분에 대해 재판시법을 적용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우리형법에서는 行爲時法原則을 극대화 되도록 적용하는 것이 헌법합치적이다. 백보를 양보하여 보안처분에 재판시법이 적용될 수 있다손 치더라도 보호관찰을 부담부조건으로 하는 집행유예의 개정조항(제62조의2)은 처벌에 관한 형사제재규정으로서 행위시법원칙의 예외가 결코 될 수 없다.
199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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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현대제철 사내하청 근로자 일부 ‘파견 근로’ 인정
판결기사
2024-03-12 18: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등록사항정정의 대위신청과 관련된 법적 문제
서보형 한국국토정보공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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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이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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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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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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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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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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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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