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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부동산·건축
무단임대행위 후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행위 후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이와 같이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그러나 민법 제324조 제3항의 해석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행위 등을 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무단임대행위 등 당시 유치권자와 새로운 소유자 간에는 아무런 권리의무관계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이 타당한 것으로 사료된다. 1. 사안의 요지 A는 부산 부산진구 일대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분양 사업의 시행자이다. A는 2003. 3.경 B를 시공사로 선정하여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B는 피고를 포함한 18업체에 공정별로 하도급을 주었다. B는 2005. 10.경 기성고율 92.41% 상태에서 부도가 났다. 피고는 공사비를 직접 부담하며 2006. 7.경 공사를 모두 마쳤고 2006. 12.경부터 위 주상복합 아파트 제1305호(이하 “본건 부동산”)를 포함한 6세대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였다. A는 2006. 2. 23.경 본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였다. 이후 2010. 3. 12. C, 2013. 2. 23. D, 2013. 6. 28. F, 2018. 5. 21. 원고 순으로 본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각 이루어졌다. 한편, 피고는 2007. 10. 4.부터 2012. 2. 3.까지 A, C의 동의 없이 G에게 본건 부동산을 무단 임대하였다가 2012. 2. 4.부터 다시 본건 부동산을 직접 점유하였다. 2. 본건의 쟁점 본건의 쟁점은 2018. 5. 21. 본건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2007. 10. 4.부터 2012. 2. 23.까지 이루어진 피고의 무단 임대행위를 이유로, 민법 제324조 제3항에 의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소송의 경과 가.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피고가 G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임차한 것은 2007. 10. 4.부터 2012. 2. 3.까지이므로, 2018. 5. 21.에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원고에게는 위 사유로 인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9나46459 판결, 선고일자는 생략하였음, 이하 같음).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판결과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한 임대행위가 있고 난 뒤에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민법 제324조 유치권자의 선관의무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하고,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보존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사용하거나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할 수 없다(민법 제324조 제1, 2항). 유치권자가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하여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 대여, 담보제공 등을 한 경우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24조 제3항). 나. 채무자에 유치물 소유자도 포함되는지 민법 제324조는 “채무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어서, 유치물 소유자도 위 채무자에 포함되는지를 견해 대립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민법 제324조 제2, 3항은 통상 채무자와 소유자가 동일한 경우를 예상하여 규정된 것일 뿐이고, 채무자와 소유자가 다를 경우에는 오히려 사용, 수익, 처분 권한을 가지고 있는 소유자만이 사용 승낙을 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며 소유자도 민법 제324조의 채무자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0다94700 판결 참조). 다. 소유권 변동시 새로운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유치권자가 종전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유치물을 사용, 대여 등을 하였으나 그 이후에 소유권의 변동이 발생하면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다시 얻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유치권자가 소유권변동 사실을 알 수 없어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거나, 유치권자가 소유권변동을 알게 된 후 곧바로 유치물의 사용 등을 중단하거나, 새로운 소유자의 유치권 소멸청구가 신의칙에 위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치권자는 종전 소유자의 승낙을 기초로 새로운 소유자에 대항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며, 원칙적으로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나2006117 판결). 라. 유치권소멸청구권의 발생 시기 민법 제324조 제3항은 “유치권자가 전2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에는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리해석하면,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가 같은 조 제2항의 의무를 위반한 때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마.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채무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형성권(形成權)이다[민법 물권 제3권, 김용덕, 한국사법행정학회(2019. 5.) 제529쪽]. 다만 민법은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법률에 존속기간의 정함이 없는 민사상 형성권에 관하여 그 존속기간을 10년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88다카25342 판결, 대법원 90다카4409 판결 등 참조). 이에 민사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은 10년이라 할 것이다. 한편 상사유치권의 경우 민법상 유치권 규정이 준용될 것이므로(상법 제1조) 상사유치권에 대하여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은 상법상 형성권은 상법 제64조를 유추적용하여 제척기간을 5년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9다271661 판결). 상법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은 5년이라 할 것이다. 바. 대상판결에 대한 의견 1)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할 법률상 근거와 논리에 대한 의문점 대상판결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 먼저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와 논리가 무엇인가이다. 대상판결은 민법 제324조가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새로운 소유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민법 제324조의 입법취지가 될 수 있을지라도 이것만으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모르겠다. 위반행위 당시 유치권자는 새로운 소유자에게 의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률관계’란 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물건 사이의 관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률관계의 핵심은 권리와 의무인데 원칙적으로 권리와 의무는 상응한다. 일반적으로 법률은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는 일방이 이를 위반하였을 시 그 의무의 수혜자인 상대방에게 해제권, 취소권, 손해배상청구권 등의 권리를 인정한다. 본 사안에서 유치권자인 피고는 무단임대행위를 할 당시 원고에게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였고, 원고도 유치물에 대하여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었다. 앞서 인용한 ‘서울고등법원 2019나2006117 판결’은 소유자의 변경 시 유치권자로 하여금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얻도록 하였는데,이는 유치권자와 종전 소유자 사이에 성립되었던 권리의무관계가 새로운 소유자에게 승계되지 않고 소유권 취득시부터 유치권자가 새로운 소유자에 대해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위반행위 당시 피고가 원고와의 관계에서 의무위반을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어떠한 법리에 의해 원고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2) 새로운 소유자의 유치권소멸청구권 취득방법과 이에 관련된 의문점 대상판결은 새로운 소유자가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원시취득하는 것인지 아니면 종전 소유자로부터 승계취득이라는 것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판시하지 아니하였다. 대상판결의 정확한 입장을 알 수 없지만, 원시취득으로 본다면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있다.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민법 제324조 제3항의 해석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가 민법 제324조 제2항의 의무를 위반한 때” 발생한다. 그럼에도 새로운 소유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때 유치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원시취득)은 민법 제324조 제3항의 문언에도 반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은 형성권으로서 제척기간은 유치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민사) 또는 5년(상사)이다. 원시취득으로 본다면, 새로운 소유자는 소유권을 취득한 날에 유치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하므로 소유권 취득시부터 10년 또는 5년 동안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소유자가 변경될 때마다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이 계속 연장되므로 부당하다. 그런데 승계취득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포괄승계와 승계취득으로 나눠서 생각해보자. 포괄승계는 당사자 지위 승계를 위한 유치권자, 채무자(또는 종전 소유자), 새로운 소유자 3인의 합의가 없거나 상속, 합병,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 지위 승계 등과 같은 법률상 근거가 없으면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정승계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새로운 소유자에게 이전된다는 논리를 구성한다면, 먼저 형성권인 유치권소멸청구권이 특정승계 방식으로 양도가능한 지부터가 문제된다. 특정승계가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대상판결과 원심판결을 보면 무단임대행위 당시 소유자인 A, C가 양수인 D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양도의사표시를 하였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종전 소유자가 새로운 소유자에게 양도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승계된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3) 사견 대상판결은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였지만, 민법 제324조 입법취지만 근거로 들고 있을 뿐 이외 다른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하여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물론 대법원이 대상판결이 기재하지 아니한 다른 법률적 근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324조 제3항의 해석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행위 등을 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무단임대행위 등 당시 유치권자와 새로운 소유자 간에는 아무런 권리의무관계가 없다는 점, 위에서 서술한 여러 가지 의문점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이 타당한 것으로 사료된다. 배상현 변호사(OCI홀딩스 주식회사)
유치물
무단임대
유치권소멸청구
배상현 변호사(OCI홀딩스 주식회사)
2023-11-09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있어서 이주지연 조합원의 손해배상 범위
1. 사실관계 A조합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고, B는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일부 토지와 건물(이하 '종전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A조합의 조합원이었다. A조합은 2012년 1월경 조합설립인가를, 2014년 3월경 사업시행인가를, 2015년 6월경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관할 행정청은 2015년 6월 18일 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을 고시하였다. 이후, B는 2015년 7월경 A조합을 상대로 위 관리처분계획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2016년 6월경 B의 위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이에 대해 B가 항소하였으나 2016년 12월경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조합원이었던 B의 이주기한은 2015년 10월경까지였으나, B는 2016월 7월경에야 A조합에게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였으며, A조합은 B의 종전 부동산 인도지연으로 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하여 사업비용이 증가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B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피고 B의 무변론으로 원고 A조합의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어 그 판결을 취소하고,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한 주된 이유는 주로 이 사건 사실관계의 특수성에 근거하였는데, 구체적으로 B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에 따라 종전 부동산 인도의무 부담 여부가 달라질 수 있었던 점, 통상인인 B가 위 행정소송의 결과를 쉽게 알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B의 인도지연에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또한 B의 종전 부동산은 사업지구 내 공원부지로 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고, B가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기 전에 철거공사가 진행되었으며, 이주기한이 도과하고 나서도 철거되지 않은 건물이 많았던 사실 등을 고려하여, A조합의 손해와 B의 인도지연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도 그 판결이유로 고려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환송판결에서는 B가 다툰 처분이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된 바가 없으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나 A조합 정관에 의거하여 B의 인도지연 행위 자체로 위법성이 인정되고, B의 인도지연과 A조합의 사업지연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보면서, B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며, 특히 '손해액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 이를 밝히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을 판단하였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에서는 환송판결의 취지대로, B의 인도지연으로 인하여 A조합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였는데, 특기할 만한 점은 B 외에 다른 부동산 소유자들이 인도를 거부하였던 사정이나 A조합이 예정된 사업기간 내에 정비사업을 마친 사정 등을 손해배상액에 대한 '책임제한 사유'로 고려하였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총계 5억 2000여만 원의 사업비용 증가분을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A조합의 손해액으로 보면서도, B의 책임을 10%로 제한하였으며, 이러한 파기환송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5. 10. 선고 2018나56334 판결, 이하 '대상판결')에 대하여 B는 재상고하였으나,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의 송달로 확정되었다. 3. 평석 가. 환송판결은 B의 인도지연에 의한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은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요지의 법리를 설시하였다. 하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A조합에게 법원이 손해액에 관하여 석명하도록 명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증명을 촉구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적어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의 최대한도인 액수가 드러날 정도의 증명은 이루어지도록 한 후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법원이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취지에 따라 대상판결은 제반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판단하였는데, 특별히 B의 인도지연 외에도 A조합 사업지연에의 공동 원인이 있었다고 보이는 여러 사정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의 제한 법리'로 B의 책임범위를 10%로 제한하였다. 그리고 이는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수긍할 만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의 결론은 구체적인 입증 없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판단을 법원의 재량 사항에 도맡겨 버리는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어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나. 특히, 사안에 따라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와 다른 요인에 의한 손해를 구분할 수 있는 경우도 가능할 것인데, 바로 이 사건의 경우가 위와 같이 손해의 구분이 능히 가능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에서는 B의 인도 이전에 이미 사업구역 내에서 공사가 진행된 사실이 확인되었고, 예정 사업시행기간 내에 준공, 사용허가, 조합원 입주까지 사업이 모두 완료되었으며, B의 인도지연 외에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4000여 명의 교통영향평가 재심의 요청이 있는 등 다양한 사정이 개입되기도 하여, A조합이 주장하는 사업비용 증가의 손해액이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는 사정들이 있었고, 여기에 더하여 시공사는 종전 부동산 철거지연 등에 따른 추가비용을 특정하여 A조합에 청구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으므로, 시공사가 언급한 위 추가비용에 대한 석명이 이루어졌다면 B의 인도지연에 따른 특정 손해액이 밝혀질 여지도 없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입증과정을 확인하는 것보다 손쉬운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결론을 내렸다. 다. 대상판결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여 결론을 내리고자 하였더라도, 위와 같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한 증명이 가능해 보이는 이 사건에서마저 구체적 손해액에 대한 석명 없이 판단한 결론이 확정되었는바, 이후 정비사업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언제나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있기만 하면 (인과관계에 대한 구체적 심리 없이) 조합이 주장하는 손해 및 그 손해액은 존재하는 것이 되고, 다만 법원의 재량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는 방식으로 후행 판결례들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결론이 반드시 불합리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하겠으나, 법원이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손해 발생 경위, 손해의 성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 때는,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하여 심리 노력을 다 하였음에도 손해액 입증이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하지 아니하고 그 때 그 때 법원의 재량으로 손해액을 적절히 제한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판단은 임의성을 떠나서 사회정의와 형평에 기초하는 자유심증주의에 위반될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고 재량에 기초하여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제한하고자 한다면, 손해배상을 구하는 조합의 입장에서는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액의 입증부담을 상당히 더는 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려는 피고에게 입증 부담이 전도되는 결과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을 수 있고, 조합측은 우선 손해를 과장하여 청구하고자 할 유인도 가지게 되므로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정비사업에서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대상판결이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사료되며, 법원이 손해배상책임 법리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에는 입증 노력을 다하여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임을 심리하고 이를 판결에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그러하지 아니한다면, 손해배상액 제한 법리의 재량성을 축소하기 위하여 손해배상 제한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겠으나, 정비사업에 개입되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방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정비사업이 시행될 때에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으로 인한 손해액을 판단함에 있어서, 사업 진행 과정의 제반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체 손해액을 산정하고,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인도지연한 소유자의 책임범위를 정하였다. 이러한 판결 내용은, 정비사업에서 사업의 지연을 가져오는 요소에는 수없이 다양한 것들이 있어 일부 소유자의 인도지연과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를 가려내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단을 도모하였다는 데에도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손해액에 대한 입증이 가능한 경우에까지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로 해결하고자 하는 결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이 경우 자유심증주의에 반하거나, 주장하는 자의 입증책임을 부당히 경감시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비사업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있어서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는 손해액 입증이 노력을 분명하게 다 하였음에도 이러한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고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KCL)
재건축정비사업
이주지연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KCL)
2019-10-24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법인의 과점주주에게 부과되는 제2차 납세의무를 1차 과점주주에 대한 과점주주(2차 과점주주)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서울행정법원 2016구합56899, 서울고등법원 2017누64578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사건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2008년경 업무시설신축·분양사업을 시행하는 A사에 금원을 대여하면서 그 담보로 A사 발행주식 전부에 대해 근질권을 설정하였다. A사는 사업부지 내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토지소유자 B사의 주주들과 B사 발행주식 중 약82%를 매수하기로 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다. B사는 금융기관 대출과 관련하여 B사 소유 토지 및 건물(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신탁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원고는 2010년 5월경 A사가 위 대여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위 근질권을 실행하여 A사 발행주식 전부를 취득하고, A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새로 임원을 선임하였다. 한편, 2010년 6월경 대출만기일까지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시공사가 금융기관에 변제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에 피고는 2014년 12월 1일 B사에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시공사에 이전됨에 따라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2010사업연도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다. 그런데 B사가 납부기한인 2015년 1월 14일까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자, 피고는 위 법인세의 납세의무 성립일을 기준으로 A사가 B사의 지분 약 82%를 보유한 과점주주라고 보아 A사를 B사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2015년 2월 2일 위 체납세액 중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세금을 납부하도록 통지하였다. 피고는 A사 마저 납부기한까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자 A사의 지분100%를 보유하고 있던 원고를 A사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2015년 3월 10일 원고에게 법인세 납부통지를 하였다. 2. 이 사건 제1, 2심 판결의 내용 이 사건 제1, 2심 판결은 [①국세기본법(2011. 12. 31. 법률 제11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39조 제1항은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의 발생요건으로 “법인의 재산으로 그 법인에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가산금과 체납처분비에 충당하여도 부족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1차)과점주주가 부담하는 제2차 납세의무는 위 규정에 따른 의무에 해당할 뿐 위 ‘국세 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②이 사건의 경우 과점주주가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 법인의 재산을 은닉·분산·이동하는 등에 해당한다거나 제2차 납세의무의 입법취지상 자력이 있는 과점주주가 체납법인의 인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2차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를 인정하게 되면 과세관청이 어느 시점에 납부기한을 정하여 법인세 경정·고지를 하였는지에 따라 누가 2차 과점주주가 되는지가 달라지고, 주된 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가 성립한 날로부터 2차 과점주주 결정 시점까지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생겨 법률관계가 장기간 불안정하게 된다. ④ 단계적 2차 납세의무를 인정하게 되면 부과제척기간을 단계적으로 늘어나게 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와 조세법률 관계를 신속하게 확정 짖고자 마련된 부과제척기간규정을 몰각시키게 된다]는 점 등을 논거로 법인의 과점주주에게 부과되는 제2차 납세의무는 주된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점주주까지만 적용되고 1차 과점주주에 대한 과점주주에까지 확대하여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원래의 납세의무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제3자에 대하여 원래의 납세의무자로부터 징수할 수 없는 액을 한도로 하여 보충적으로 납세의무를 부담케 하는 것을 제2차 납세의무라고 한다. 법은 청산인 등의 제2차 납세의무(제38조),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제39조), 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제40조),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제41조)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제2차 납세의무자인 법인의 과점주주인가의 여부는 법인의 납세의무 성립일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1985. 12. 10. 선고 85누405 판결), 제2차 납세의무의 성립시기는 적어도 ‘주된 납세의무의 납부기한’이 경과한 이후라고 할 것이며, 부과제척기간은 주된 납세의무와 별도로 진행하게 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2차 납세의무가 성립한 날로부터 5년간이라고 한 바 있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0두13234 판결). 이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 주된 납세의무자인 B사의 2010사업연도 법인세 납세의무 성립일은 2010년 12월 31일이고, 부과제척기간은 신고기한의 다음날인 2011년 4월 1일부터 2016년 3월 31일까지 5년간이 된다. B사의 위 납세의무 성립일인 2010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과점주주는 A사가 된다. 피고는 2014년 12월 1일 B사에 납부기한을 2015년 1월 14일로 정하여 2010사업연도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으므로 과점주주 A사의 제2차 납세의무는 B사의 납부기한 다음날인 2015년 1월 15일 성립하게 되고 그 부과제척기간은 2015년 1월 15일부터 2020년 1월 14일까지 5년간이 된다. 그런데 이 사건 제1, 2심 판결과 같이 이 사건을 단계적 2차 납세의무 문제로 접근하게 되면, A사(1차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 성립일 2015년 1월 15일을 기준으로 원고(2차 과점주주)가 A사의 과점주주가 된다. 또한 원고의 제2차 납세의무는 A사의 2차 납세의무 납부기한이 경과한 날 성립하고 부과제척기간은 그로부터 다시 5년간이 된다. 이 사건 제1, 2심 법원이 위 ①논거에서 (1차)과점주주가 부담하는 제2차 납세의무는 위 규정에 따른 ‘의무’에 해당할 뿐 ‘국세 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법 제39조 제1항 소정의 제2차 납세의무 발생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이 이 사건을 단계적 2차 납세의무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법원은 “법인이 사업양수인으로서 법 제41조에 따라 사업양도인에게 부과된 당해 사업에 관한 국세·가산금에 대하여 제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된 때에는 ‘양도인’에게 부과된 국세·가산금도 법인의 과점주주가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그 법인에게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가산금’에 포함된다(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누10210 판결)”고 판시한 바 있어, 대법원이 이 사건의 경우를 이 사건 제1, 2심 판결과 같이 단계적 제2차 납세의무 문제로 풀어갈지는 의문스럽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제2심 법원은 위 판례는 양도인으로부터 사업을 양수한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에 대해 사업양수인의 과점주주가 과점주주로서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는지 문제된 사안으로 과점주주의 과점주주가 거듭하여 과점주주로서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지 여부가 문제된 이 사건에 그대로 원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위 판례가 ‘사업양수인’이 지게 된 ‘제2차 납세의무’를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규정의 ‘국세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의 문제(단계적 2차 납세의무 문제)로 풀어가지 않고 주된 납세의무자인 ‘양도인’에게 부과된 국세 등을 곧바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규정의 ‘국세 등’으로 보고 있는 점은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규정의 거듭 적용이 문제된 이 사건의 경우에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이와 같이 ‘주된 납세의무자에게 부과된 국세 등’을 법 제39조 제1항의 ‘국세 등’에 포함된다고 본다면 위 규정에서 ‘그 국세의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과점주주가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과점주주인지 여부는 이 사건 주된 납세의무자 B사의 납세의무성립시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또한 ‘주된 납세의무자에게 부과된 국세 등’을 법 제39조 제1항의 ‘국세 등’에 포함된다고 하면 원고의 제2차 납세의무 역시 A사(1차 과점주주)의 경우와 같이 B사의 납부기한 다음날인 2015년 1월 15일 성립하게 되고 부과제척기간은 2015년 1월 15일부터 2020년 1월 14일까지 5년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볼 경우 3, 4차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로 반복된다고 하더라도 기준은 언제나 주된 납세의무자가 되므로 과점주주의 법적불안정이나 부과제척기간 규정의 몰각 우려는 없게 된다. 대법원 판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2차 납세의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편, 제2차 납세의무 규정의 취지상 근질권을 실행하여 과점주주가 된 것에 불과한 원고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우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고는 2010년 5월경 근질권을 실행하여 A사 발행주식 전부를 취득하고 A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새로 임원을 선임하는 등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1 이상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점에서도 이 사건 제1, 2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대법원 2008. 1. 10. 선고 2006두19105 판결 등)할 여지는 높아 보인다.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국세기본법
납세
과점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2018-05-15
사전수뢰죄의 주체
1. 사실관계 피고인은 한국도로공사가 2011년 4월13일부터 2011년 4월25일경까지 실시한 한국도로공사 사장직 공모에 지원하여 2011년 6월16일 사장에 취임하였는데, 취임하기 전인 2011년 4월19일경 피고인이 사실상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사실을 알고 있는 갑 회사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후인 2011년 4월25일 사장 지원서를 제출한 사안이다. 2. 원심(제1심 포함)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은 ① 한국도로공사법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행된 2011년 한국도로공사의 사장 임명 절차에 비추어 보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임명에 의하여 비로소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되는 것이므로, 그 전의 일련의 절차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될 개연성'이라는 관점에서는 각 단계에 따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돈을 받을 당시 공모에 지원하였는지 여부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될 개연성'을 판단하는 데에 있어 결정인 관건이 될 수 없는 점, ② 피고인이 사장 공모 당시 자신이 사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한국도로공사 사장 임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사장 공모에 지원할 의사가 있고 피고인이 지원하기만 하면 사장이 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었던 점 등을 들며 사전수뢰죄의 주체인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도, 원심의 사실인정을 수긍하면서 설령 피고인이 당시 다른 직책을 희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국도로공사 사장 지원 마감일까지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돈을 교부받을 당시는 피고인이 사장에 지원서를 내기 며칠 전이었지만 증뢰자 측 관계자들을 포함하여 한국도로공사 사장 임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고 지원하면 임명될 수도 있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돈을 교부받을 당시 피고인은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될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사전수뢰죄의 주체 (1) 학설 형법 제129조 제2항에서는 사전수뢰죄의 주체로 장래에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학설은 대체적으로, 단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되기로 확정된 자이거나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거나 일반적으로 기대될 수 있는 자 또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최소한의 개연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 대기 중인 자 또는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는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있으나, 공무원이 되기 위하여 단지 채용원서를 제출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응시 중에 있는 자는 그 채용가능성이 현저한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편 대통령, 국회의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거직 공무원의 입후보자와 관련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는데, 당선 확정 전에는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견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는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 이러한 입후보자는 이익집단에 의한 보험성 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특히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본죄의 주체가 된다는 견해가 있다. (2) 판례 판례는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임원인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된 자가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되기 전에 시공사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안에서, 형법 제129조 제2항에 정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공무원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대기하고 있는 자 또는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 등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뿐만 아니라 공직취임의 가능성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자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라고 판시함으로써 공무원이 될 '개연성'을 요구하고 있다(대판 2010. 5. 13. 2009도7040). (3) 검토 사전수뢰죄의 입법취지가 취임 전의 비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취임 후의 직무와 관련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하는 경우에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인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전수뢰죄는 공무원이 되기 전에 수뢰하더라도 공무원이 된 때에 처벌할 수 있게 되는데, '공무원이 된 때'는 객관적 처벌조건이다. 따라서 판례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공무원이 되기 전에 뇌물을 받더라도 후에 실제로 공무원이 된 때에 처벌하게 되므로 처벌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나. 본 사안의 경우 한국도로공사 사장 임명절차는 사장 공모,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및 면접심사 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추천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는데, 피고인이 돈을 수수할 당시에는 사장 공모절차에 지원서를 제출하기도 전이었고, 돈을 받은 후에 지원서를 제출하여 사장에 임명된 사안이다. 따라서 적어도 돈을 받을 당시에는 형식상으로는 피고인이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무원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피고인은 재판과정에서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투었는데, 추측건대 그 이유가 돈을 받을 당시 지원서를 제출하기도 전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사건은 돈을 받는 시점에서 공모절차에 지원하지도 않은 경우에도 '공무원이 될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임명 절차에서 대통령이 임명하기 전의 일련의 절차는 '개연성'이라는 관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보고 공모에 지원하기 전후 여부, 후보자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되었는지 여부 등의 각 단계만을 놓고 '개연성'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은 원심의 판시를 수긍하며 피고인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고, 돈을 준 증뢰자 측에서도 피고인이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고 지원하면 임명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었던 점을 적시하고 있다. 즉 원심 및 대법원의 판시에 의하면, '공무원이 될 개연성' 여부의 판단은, 임용절차에서 객관적으로 공모에 지원하는 등으로 절차에 편입되었는지 여부에 따른 형식적인 면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지원이나 응모 등을 하였는지 여부는 상관없이 실제로 공무원이 될 개연성이 있었느냐 하는 점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의 판시에 의하면, 돈을 수수할 당시에는 지원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피고인이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던 점과 증뢰자 측도 피고인이 지원할 의사가 있고 지원하면 임명될 수 있었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이 사건에서 돈을 받은 시점이 지원서를 제출한 후라고 한다면, 이 경우 사전수뢰죄의 주체성을 더 쉽게 인정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공무원이 될 개연성'의 판단방법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할 것이다. 다. 채용시험을 거치거나 선거직의 경우 본 사안은 공모 절차를 거쳐 임명되는 경우인데, 만약 채용시험을 거쳐 임용되는 경우라고 가정하면, 피고인이 설사 채용원서를 제출한 후에 수뢰하였다 하더라도 학설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채용가능성이 현저한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채용원서를 제출하기 전에 수뢰한 경우는 더더욱 주체로 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선거직의 경우를 보면(위 대판 2010. 5. 13. 2009도7040), 이 사안은 피고인들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임원인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되기 전인 2004년 4월29일경 시공사측으로부터 수뢰한 후 2004년 5월2일 개최되는 창립총회에서 임원으로 선출된 사안이다. 즉 위 사건은 선거의 방법으로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로 된 경우인데, 위 사건에서 임원으로 선출된 자가 수뢰 당시 후보자 등록을 한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원심 판결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판례는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될 상당한 개연성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판시하고서 사전수뢰죄를 인정하였던 것이다. 라. 결 어 요컨대, 사전수뢰죄의 주체인 '공무원이 될 자'는 임용절차상 지원 또는 응모로 임용절차에 편입되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사실상 공무원이 될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취지로 보이고, 이와 같은 입장은 사전수뢰죄의 보호법익과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2015-02-26
공동주택 내력구조부 비중대하자의 하자보수기간에 대하여
Ⅰ 사실관계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B 보증을 상대로 아파트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에 하자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1심은 A시공사의 하자보수의무를 보증한 B 보증에 대하여 1, 2, 3, 5, 10년차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의 지급을 명하였고, B 보증이 항소한 2심은 공평의 원칙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하자보수비의 80%로 책임을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B 보증이 대법원에 내력구조부에 하자로 인하여 공동주택이 무너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다(이하 이를 중대하자라 한다)는 입증이 없는 하자(중대하자가 아닌 하자를 비중대하자라 한다)에 대한 보수기간이 5 또는 10년이 아니라 철근콘크리트의 하자에 해당하여 3년이라는 이유로 상고를 하였으나 아래 대상판결과 같이 비중대하자라도 하자보수기간은 5 또는 10년이라는 사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Ⅱ 관계법령의 변천 1.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38조 제14항(1981. 4. 7. 신설)에서 사업주체에게 하자보수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공동주택관리령(1981. 10. 15.시행) 제16조 제1항에서 그 하자보수기간은 그 준공일로부터 주요시설인 경우에는 2년 이상으로 하고 그 외의 시설인 경우에는 1년 이상으로 하되, 하자보수대상인 주요시설 및 그 외의 시설의 구분 및 범위에 따른 기간은 건설부령으로 정한다고 하였고, 공동주택관리규칙(1982. 2. 22.시행) 제11조 제1항에서 하자의 범위와 그 하자보수책임기간은 별표 3과 같다고 하였으며, 별표 3(공사의 종류와 그 세부 공사의 종류에 따라 하자보수책임기간을 구분되었음)을 규정하였다. 1994. 11. 2. 공동주택관리규칙이 개정되면서 별표 3에 "위 표에도 불구하고 기둥 내력벽의 하자보수기간은 10년, 보·바닥·지붕의 하자보수기간은 5년으로 한다"는 비고란(이하 내력구조부 비고란이라 한다)이 삽입되었고, 그 후 1998. 12. 31. 공동주택관리규칙 별표 3이 폐지되면서 공동주택관리령 제16조 제1항에 내력구조부 비고란이 그대로 존치된 채 별표 7에 도입되었다. 2. 1994. 1. 7. 신설된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38조 제16항에서 공동주택의 내력구조부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때에는 10년의 범위 내에서 이를 보수하고,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공동주택관리령(1994. 8. 3.시행) 제16조의2에서 중대하자의 범위와 내력구조부별 하자보수기간을 기둥·내력벽은 10년, 보·바닥·지붕으로 5년으로 규정하였다. 3. 주택건설촉진법이 폐지되고 주택법(2003. 7. 25.시행)이 제정되면서 제46조 제1항이 사업주체에게 공동주택의 하자를 보수할 책임이 있다고 선언하였고, 시행령 제59조 제1항에서 그 하자의 범위, 시설구분에 따른 하자보수책임기간 등은 별표 6과 같다고 하였는데 별표 6의 내용을 공동주택관리령 별표 7중 내력구조부 비고란만을 삭제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원용하였다. 한편 주택법 제46조 제3항에서 사업주체에게 내력구조부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때에는 사용검사일부터 10년 이내의 범위에서 이를 보수하고,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시행령 제62조 제1항에서 중대하자의 범위와 하자보수책임기간은 별표 7과 같다고 하였고 별표 7의 내용은 공동주택관리령 제16조의2와 동일하게 하였다. 4. 주택법이 개정되어 2005. 5. 26.시행되면서 제46조 제1항과 3항이 개정되었고, 다시 2005. 9. 16. 시행된 시행령 제59 제1항에서 하자의 범위, 내력구조부별 및 시설공사별 하자담보책임기간 등은 별표 6 및 별표 7과 같다고 하여 이를 통합하였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① 주택법 제46조 제1항 및 제3항, 주택법 시행령 제59조 제1항 및 별표 7은 내력구조부에 발생한 중대하자에 대하여는 그 위험성과 주요성에 비추어 특히 가중책임을 지게 하려는 것이지, 내력구조부에 중대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보수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제한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이는 점, ② 내력구조부에의 비중대하자의 경우 구 주택법 제46조 제1항, 주택법 시행령 제59조 제1항 및 별표 6에 따라 사업주체가 보수책임을 부담하는 하자에 해당하나, 그 하자보수기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는 점, ③ 한편 주택법 시행령 별표 6에서 정하고 있는 하자담보책임기간 1년, 2년, 3년에 해당하는 하자는 공사의 종류별로 분류하고 있는데 반해 내력구조부의 하자는 하자의 발생부위를 기초로 분류하고 있어서 그 분류기준이 달라 비중대하자에 대해 별표 6에서 정하고 있는 시설공사별 하자담보책임기간을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점, ④ 건설산업 전반에 관한 기본법인 건설산업기본법령은 공동주택을 포함한 대형공공성 건축물의 기둥 및 내력벽의 책임기간을 10년으로, 기둥 및 내력벽 이외의 구조상 주요부분의 책임기간을 5년으로 규정하면서 기둥 및 내력벽 등이 무너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판정되어야 한다는 요건을 별도로 요구하고 있지 아니한데, 이 사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일반 집합건물보다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임에도 내력구조부에 발생한 중대한 하자에 대해서만 하자보수기간을 5년 또는 10년으로 본다면 오히려 일반 집합건물보다 보호를 하지 않는 결과가 되어 국민의 주거생활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점, ⑤ 쾌적한 주거생활에 필요한 주택의 건설?공급?관리와 이를 위한 자금의 조달?운용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법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동주택의 내력구조부에 발생한 중대한 하자가 아닌 하자의 하자보수기간 역시 10년(기둥, 내력벽) 또는 5년(보, 바닥, 지붕)으로 봄이 상당하다. Ⅳ 논의대립 1. 한정설 내력구조부의 중대하자로 판정되어야만 하자보수기간이 5, 10년이며, 비중대하자의 경우에는 별표 6에 따라 철근콘크리트의 하자로 보아 하자보수기간이 3년이라는 주장이다 김홍준, 도서출판 유로, 259면 이하 . ①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당시에는 내력구조부 비고란에 따라 내력구조부의 하자의 하자보수기간을 5, 10년으로 정하였지만, 주택법 시행령 별표 6에 내력구조부 비고란이 삭제되었으므로 별표 6. 7.과의 균형적인 해석상 별표 7의 경우에만 하자보수기간이 5, 10년이고, 비중대하자의 하자보수기간은 별표 6에 따라 시설공사의 종류를 기준으로 1, 2, 3, 4년 중 하나이다. ② 위와 같이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내력구조부의 하자보수가 소홀해져 국민의 주거생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③ 하자보수보증약관(별표 7에 정해진 하자)에 의하여 5 내지 10년차 하자 중 무너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하자보수보증책임을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는데 명시적인 약정 없이 하자보수보증책임을 확대해석할 수 없다. 2. 비한정설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2다46507 판결, 한정설을 채택한 원심을 파기환송 한 2014. 11. 13. 선고 2013다15531 판결 등 다수의 판결이 있다. 내력구조부에 하자가 있는 경우 무너지거나 무너질 염려가 있다고 판정될 요건과 관계없이 그 하자보수기간은 5, 10년이라는 주장이다. 그 주요 논거는 이 사건 대상판결이유와 같다. Ⅴ 대상판결의 의의 2003. 7. 25. 제정된 주택법과 시행령 제59조 제1항에 의한 별표 6에 내력구조부 비고란이 삭제되자 내력구조부에 비중대하자가 있는 경우 그 하자담보책임기간에 관하여 위 Ⅳ에서 본 한정설과 비한정설이 제기되었고, 각자의 주장에 따라 하급심이 판단하였는데 대상판결은 비한정설을 채택하여 내력구조부에 비중대하자인 경우에도 하자보수기간을 10년(기둥, 내력벽) 또는 5년(보, 바닥, 지붕)으로 통일하였다. Ⅵ 사견 비한정설은 내력구조부 비고란이 삭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존치하고 있는 것과 같이 해석하고 있어, 별표 7과의 관계상 합리적인 해석이 아니고 오히려 특별한 근거도 없이 해석에 의하여 내력구조부의 비중대하자에 대한 하자보수기간을 연장하였다고 하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주택법의 취지나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고려하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견해로 보인다. 실무상 허용균열폭의 범위 내에 있는 균열도 하자라고 평가하고 그 책임을 제한하여 손해배상액의 범위를 정하고 있어 감정인들이 감정을 할 때에도 내력구조부에 균열을 모두 하자로 인정하여 내력구조부의 부위별로 5, 10년차의 하자로 그 보수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내력구조부에 발생하는 하자는 대부분 철근콘크리트의 균열로 보이고, 그 균열 중 허용균열폭의 범위 내에 있는 균열과 그 범위를 초과하는 균열이라 할지라도 진행하지 않은 균열은 비중대하자로 평가되고, 허용균열폭을 넘으면서 진행하는 균열은 중대하자로 평가된다고 할 것이다. 철근콘크리트의 균열 중 상당부분이 허용균열폭내에 있는 균열이라 할 것인데 하자분쟁조정기준(국토교통부고시 제2013-930호) 제4조 제1항에 따라 허용균열폭 내에 있는 균열을 하자로 인정하지 아니하면서 비한정설에 의하여 하자보수보증금을 산정하게 된다면 하자보수보증주체도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4-12-08
신축건물에 대한 추가신탁의 사해신탁 해당 여부
Ⅰ. 서설 아파트나 상가를 신축하는 부동산개발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자는 사업부지 매입비용 및 건물건축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금융기관들로부터 프로젝트파이넨싱을 통한 자금을 대출받게 되고, 이러한 대출원리금채무에 대한 담보제공과 부동산 신축·분양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목적으로 해당 사업부지 및 추후 건축될 건물을 신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사업약정을 체결하게 된다. 부동산개발사업의 초기 단계에서는 담보가 될 만한 시행사의 재산에는 사업부지 외에 마땅한 것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해당 사업부지에 대한 신탁만이 먼저 이루어지게 되고,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건물이 완공되면 건물 부분에 대한 추가신탁이 진행되는바, 이와 같이 신축된 건물에 대한 추가신탁은 당초 체결된 사업약정에서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진행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업부지에 대한 신탁과는 별개로 독립적인 사해신탁취소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대상판결의 경우 원고(지방자치단체)의 조세채권이 사업약정 및 사업부지에 대한 제1차 신탁계약(2003.3.경)과 신축건물에 대한 제2차 신탁계약(2004.9.10.자)의 중간시점(2004.8.13.)에 성립한 것인바, 제2차 신탁계약이 종전의 약정들과 일련의 과정에 연속하여 체결된 계약으로서 위 조세채권의 성립 이전에 이루어진 법률행위의 이행에 불과하여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인지, 아니면 위 조세채권의 성립 이후에 행하여진 별개의 법률행위로서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볼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이다. Ⅱ.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소외 회사(주식회사 A)는 2003.3. 경부터 이 사건 상가의 신축·분양사업을 시행하면서, B금융기관(이하 '대주')으로부터 90억 원을 한도로 대출을 받기로 하였고, 같은 무렵 대주 및 시공사인 주식회사 C건설(이하 '시공사')과 사이에 사업약정을 체결하였는데 동 사업약정서 제17조 제2항에서, '소외 회사는 건물 보존등기시 대출원리금 및 공사대금 미지급금이 잔존하는 경우 보존등기함과 동시에 담보신탁(또는 처분신탁)을 경료키로 한다'고 약정하였다. 소외 회사는 2003.3.27. 피고(D부동산신탁 주식회사)와의 사이에 이 사건 상가부지가 될 토지에 대하여 부동산관리신탁계약(이하 '제1차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2003.3.31.위 토지에 관해 '2003.3.27. 신탁'을 원인으로 피고 앞으로 신탁등기를 마쳤다. 소외 회사는 2004.5.17. 피고와의 사이에 제1차 신탁계약을 변경하여, '이 사건 상가 신축건물의 보존등기시까지 소외 회사의 협동조합에 대한 채무가 완제되지 않았을 경우, 보존등기와 동시에 미분양물건에 대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기로 한다'는 약정을 하였다. 소외 회사는 이 사건 상가에 대하여 2004.8.13. 사용승인을 받은 다음(대법원은 이 날을 지방세법 제29조 제1항 제1호와 동법 시행령 제73조 제4항을 근거로 하여 조세채권의 성립일로 보았음) 2004.9.10. 피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상가 신축건물 61개 점포 전부에 대하여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하 '제2차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피고 앞으로 신탁등기를 마쳤다. (2) 판결 요지 이 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일련의 약정과 그 이행으로 최종적인 법률행위를 한 경우, 일련의 약정과 최종적인 법률행위를 동일한 법률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면, 일련의 약정과는 별도로 최종적인 법률행위에 대하여 사해행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이때 동일한 법률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당사자가 같은지 여부, 일련의 약정에서 최종적인 법률행위의 내용이 특정되어 있거나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는지 여부, 조건 없이 최종적인 법률행위가 예정되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①2003.3. 경 체결한 사업약정서는 소외 회사와 대주, 시공사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서 피고는 그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 ②제1차 신탁계약은 이 사건 상가부지가 될 토지에 대한 부동산관리신탁에 지나지 않다는 점, ③2004.5.17.자 변경약정과 위 사업약정서 제17조 제2항은 '이 사건 상가 신축건물의 보존등기시까지 소외회사의 대주에 대한 채무가 완제되지 않았을 경우'라는 조건부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과하는 약정에 불과하여 향후 체결할 담보신탁계약의 신탁재산, 신탁기간, 수익자 등 그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전혀 정함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제2차 신탁계약과 종전의 일련의 약정들(사업약정, 제1차 신탁계약 및 제1차 신탁계약에 관한 추가 약정)은 동일한 법률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대법원은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비롯하여 사해의사 등 사해행위에 대한 판단은 종전의 일련의 약정과는 별도로 이 사건 상가 신축건물 61개 점포에 대한 신탁등기의 원인이 된 법률행위인 제2차 신탁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 바, 원심이 제2차 신탁계약은 종전의 약정과 일련의 과정에 연속하여 체결된 계약으로서 위 취득세 등의 납세의무가 성립하기 이전에 체결된 법률행위의 이행이라고 보아 사해행위로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데에는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며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Ⅲ. 평석 위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동산개발사업의 진행구조 및 절차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아니한 채 적절치 못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사해행위를 인정함으로써, 시행사가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부동산개발사업의 경우 사업의 안정성을 해하고 시공사·금융기관·신탁회사 등 관계자들의 참여를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검토될 필요가 있는 판결이라 사료된다. (1) 우선 대상판례는 "①2003. 3. 경 체결한 사업약정서는 소외 회사와 대주 및 시공사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서 피고는 그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외 회사와 피고 사이에 체결하는 제2차 신탁계약은 담보신탁계약으로서 담보권자인 대주 및 시공사와 담보설정자인 소외 회사 사이에 체결된 위 2003.3. 경 사업약정서에 따라 담보제공을 위해 종속적으로 작성 및 체결된 부속약정이라는 점, 제2차 신탁계약의 주된 내용(담보권자 즉 우선수익자, 피담보채권 즉 우선수익권의 내용, 담보권의 실행조건 즉 신탁부동산의 처분조건 등)은 사업약정서에서 예정하고 있는 바대로 작성된 것이고, 그 이외의 세부적인 내용은 신탁회사가 가지고 있는 신탁계약 양식에 따라 기재된 것에 불과하다는 점, 신탁회사는 담보권자도 아니고 담보권설정자도 아닌 일종의 관리자의 역할만 할 뿐이어서 사업약정의 당사자가 될 필요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내용은 대상판결의 근거로서 적절치 못한 것이라 생각된다. (2) 또한 대상판례는 "②제1차 신탁계약은 이 사건 상가부지가 될 토지에 대한 부동산관리신탁에 지나지 않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이나 상가건물을 신축하여 분양하는 부동산개발사업의 경우 사업초기 시행사의 재산으로는 사업부지만이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바, 1차 신탁계약은 이와 같은 사정으로 인하여 시행사에 의해 소유권이 확보된 사업부지에 대해서만 우선하여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 사업진행 경과 상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인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의 경우 담보로서 저당권을 취득하고 신탁은 담보신탁이 아닌 관리신탁만을 설정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내용 역시 대상판결의 근거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수분양자 보호를 위해 2004.10.22. 제정되어 2005.4.23.부터 시행되고 있는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법률」(이하 '건분법')에 의하면, 사업부지를 신탁업자에게 신탁하고 대리사무계약을 체결한 경우 착공신고 후 분양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건물이 완공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분양계약을 체결한 수분양자들이 건물이 완공될 때까지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등의 사정으로 시행사 명의의 보존등기와 동시에 수분양자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기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 분양목적물의 수분양자로의 소유권이전에 책임이 있는 신탁회사로서는 시행사 명의의 보존등기와 동시에 신탁등기를 경료해 둠으로써 시행사의 일반 채권자들로부터 수분양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만일 대상판결의 취지와 같이 추후 완공된 건물에 대한 신탁이 별개의 독립된 행위로서 사해신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면 신탁계약 및 대리사무계약을 통하여 수분양자들을 보호하려는 건분법의 취지에 배치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설시내용은 대상판결의 근거로서 타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3) 한편, 대상판례는 "③2004. 5.17.자 변경약정과 위 사업약정서 제17조 제2항은 '이 사건 상가 신축건물의 보존등기시까지 소외회사의 대주에 대한 채무가 완제되지 않았을 경우'라는 조건부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과하는 약정에 불과하여 향후 체결할 담보신탁계약의 신탁재산, 신탁기간, 수익자 등 그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전혀 정함이 없다는 점"을 판결의 주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상가 신축건물의 보존등기시까지 소외회사의 대주에 대한 채무가 완제되지 않았을 경우'라는 문구는 이 사건 신탁이 사업약정서상 소외회사의 대주에 대한 PF대출금채무을 담보하기 위한 담보신탁으로서, 대주에 대한 대출금채무가 모두 완제되어 존재하지 않는다면 피담보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당연히 담보설정이 필요 없음을 재확인한 내용에 불과한 것이지 조건부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 분양된 건물부분은 신탁을 할 수가 없어(분양된 부분은 건물 완공 후 시행사 명의로 보존등기와 동시에 수분양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므로 신탁의 필요성이 없음. 다만, 수분양자가 잔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시행사 명의의 보존등기만이 먼저 경료된 부분은 신탁설정 가능. 한편 주택의 경우에는 주택법 제40조에 의해 시행자가 입주예정자에게 통보한 입주가능일 이후 60일의 기간 동안에는 신탁의 설정 자체가 불가능함) 신축건물의 보존등기시점까지 몇 동 몇 호를 신탁의 목적물로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가 없다는 점, 신탁기간이나 수익자 등 그 구체적인 내용은 사업약정서에서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이고 위탁자인 소외회사나 수탁자인 피고가 임의로 그 내용을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설시 이유 역시 대상판결을 정당화 시킬 수 있는 논거가 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4) 위와 같은 반론에 더하여 (i) 시행사가 제2차 신탁계약 체결 여부를 임의로 정할 수 없고, 사업약정서에서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반드시 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제2차 신탁계약을 독립적인 별개의 계약으로 볼 수 없으며, 시행사의 사해의사를 독립적으로 인정할 수도 없다는 점, (ii) 시행사의 채권자들은 해당 부동산개발사업을 중단시키고 건물에 대한 경매를 통하여 자금을 회수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반면, 사업약정의 당사자인 대주나 시공사는 해당 건물 신축 및 분양사업의 정상적인 진행을 전제로 하여 그 분양대금을 통하여 자신들의 채권을 회수해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건물에 대한 추가신탁을 한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보더라도, 2004.9.10. 체결된 제2차 신탁계약은, 그로부터 약 1년 6개월 이전인 2003.3. 경 소외회사와 대주 사이에 체결된 사업약정, 2003.3.27. 위 사업약정에 따라 소외 회사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제1차 신탁계약, 2004.5.17. 위 사업약정에 따라 소외 회사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제1차 신탁계약에 관한 추가 약정을 거치는 일련의 과정에 연속하여 체결된 계약으로서, 소외 회사의 취득세 등 납세의무가 성립하기 이전에 체결된 법률행위의 이행에 불과한 것이라고 본 원심의 태도가 타당한 것이라 판단된다. 그렇다면, 제2차 신탁계약은 이를 별도로 사해행위라 하여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상고는 기각되는 것이 옳았을 것으로 판단된다(대법원 2002.4.12. 선고2000다43352 판결 참조) Ⅳ. 결어 (1) 대상판례의 취지에 따라 제2차 신탁계약이 별개의 법률행위로서 사해행위의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더라도 사해행위의 다른 요건들을 모두 갖추어 취소될 수 있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 할 것이다. 파기환송심(서울고등법원 2010.1.14. 선고 2009나107398 판결)에서는 대법원의 판시 취지에 따라 제2차 신탁계약에 대하여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였고 사해행위의 다른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와 같은 파기환송심의 논지 역시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나 지면 관계상 이에 대한 검토는 생략하기로 한다. (2) 이 사건은 파기환송과 상고를 거듭하며(위 파기환송심에 대해서 피고가 다시 상고하였고, 대법원에서는 원심을 또 다시 파기환송 하였음)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심리가 계속 중에 있는 바, 향후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대상판례는 사업약정이나 신탁계약의 구체적 내용을 검토한 결과 해당 사안에 있어서만큼은 건물에 대한 추가신탁계약이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것이므로, 부동산개발사업에 있어서 완공된 건물에 대하여 추가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는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확대 해석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개발사업의 시행사, 시공사, 대주 등 사업관계자들의 입장에서는 대상판결의 내용을 주지하여 사업약정서, 신탁계약서 등의 문안 작성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2010-10-21
조망이익의 보호 요건 및 시공사의 책임
1.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그 이웃 토지상의 거주자가 직사광선이 차단되는 불이익을 받은 경우에 그 신축행위가 정당한 권리행사로서의 범위를 벗어나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그 일조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하고, 건축법 등 관계법령에 일조방해에 관한 직접적인 단속법규가 있다면 그 법규에 적합한지 여부가 사법상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것이지만, 이러한 공법적 규제에 의하여 확보하고자 하는 일조는 원래 사법상 보호되는 일조권을 공법적인 면에서도 가능한 한 보장하려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조권보호를 위한 최소한도의 기준으로 봄이 상당하다. 나. 어느 토지나 건물의 소유자가 종전부터 향유하고 있던 경관이나 조망이 그에게 하나의 생활이익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된다면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바, 이러한 조망이익은 원칙적으로 특정의 장소가 그 장소로부터 외부를 조망함에 있어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와 같은 조망이익의 향유를 하나의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그 장소에 건물이 건축된 경우와 같이 당해 건물의 소유자나 점유자가 그 건물로부터 향유하는 조망이익이 사회통념상 독자의 이익으로 승인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다. 재건축아파트를 신축함에 있어 수급인인 시공사가 단순한 수급인으로서 이를 시공한 것이 아니라 신축자금의 비용부담과 그 투입자금의 회수방법 등에 비추어 재건축조합과 사실상 공동 사업주체로서 그 이해관계를 같이 하면서 재건축아파트를 신축하였다면, 건축주가 아닌 시공사도 재건축아파트의 신축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사실관계 가. ‘갑’재건축조합(이하 소외조합이라 한다)은 기존의 아파트를 철거하고 그 지상에 아파트(이하 이사건 아파트라 한다)를 건축하기 위하여 1995년경 피고에게 아파트 신축공사를 도급주어, 피고가 1998년 말경 이 사건 아파트를 완공하였다. 나. 원고들은 이 사건 아파트보다 13 - 15m 정도 낮은 북쪽 저지대에 위치한 토지 및 지상의 주택 소유자들이다. 다. 이 사건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원고들 소유 각 주택의 일조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는데, 이 사건 아파트가 완공된 후 원고들 소유의 주택들은 동지일 기준으로 하여 원고 ‘병’ 외 9명의 원고들(이하 원고 병 등이라 한다)의 경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지 아니하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 4시간 이상 확보되지 아니할 정도로 일사량이 감소되었고, 원고 병 등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하 나머지 원고들이라 한다)은 위 2가지 경우에 해당할 만큼 일사량이 감소되지는 아니하였으나, 일사량과 조망의 정도(거실 중간 부분에 서서 창문을 통하여 외부를 바라 볼 때 보이는 하늘의 면적이 창문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천공률의 정도)가 감소되었다. 3. 사건의 경과 가. 제1심 판결 제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사건번호: 99가합59608호)은, 아파트 공사를 도급받은 시공사는 도급인인 시행자와 타인의 일조나 조망침해를 통모하였거나 재건축의 시공이 관계법령을 위반하여 ‘명백히’ 타인의 일조권을 침해하는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위법한 일조나 조망침해에 의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데, 이 사건에서는 시공사인 피고에게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나. 제2심 판결 제2심인 서울고등법원(사건번호: 2002나22016호)은, 원고 병 등의 청구에 대하여는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침해가 있다고 인정함은 물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도 일조에 대하여는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침해가 없지만 천공률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을 들어 감소한 일조와 조망을 종합 감안하여 위법한 일조 및 조망침해가 있다고 인정하고, 시공사인 피고는 위 재건축사업의 사실상 공동주체로서 일조 및 조망의 침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여 제1심판결의 원고들 패소부분 중 일부를 파기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각 일부 인용하였다. 다.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제2심 판결 중 원고 병 등의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부분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4. 평석 가. 일조침해 (1) 법률적 성격 건물 등의 축조로 인하여 그 주변의 건물이나 토지에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일조침해의 법률적인 성격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따라서 기판력의 범위가 특정되는바, 이에 관하여는 토지나 건물 또는 사람이 일조를 향유하는 것을 법률상 권리(물권설, 인격권설, 환경권설 등으로 나누어 짐), 생활에 따른 이익(단순한 반사적 이익이라는 견해와 법률상 보호되는 생활이익이라는 견해가 있음)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견해가 나누어 진다. 필자는, 직사광선을 향유하는 것에 대한 법률적인 성격을 독립된 권리로 보기에는 현행법상 이르고, 생활이익 가운데 법률상 보호되는 생활이익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은 사법적 판단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사항에 해당하고,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있어 현행법상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행법 아래에서 일조는 건물이나 토지의 소유권의 한 내용(권능)으로 보호되고, 자연인이 향유하는 인격권의 한 내용으로 보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일조침해는 일정한 정도를 넘으면 그로 인하여 타인의 소유권을 침해되거나 인격권을 침해하여 불법행위가 성립되고, 그 침해를 야기한 자는 불법행위자로서 그로 인한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법률구성이 된다 할 것이다. (2) 일조침해의 불법행위 성립요건 건물 또는 구조물의 축조로 인한 일조침해가 타인의 토지나 건물의 소유권 또는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축조행위로 인한 일조침해가 일반적인 불법행위 요건인 위법한 고의나 과실행위에 해당하여야 하고, 그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여야 한다. 일조침해를 야기하는 건물이나 구조물의 축조행위는 그 일조침해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수인한도를 넘으면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수인한도론이 통설, 판례이다(구성을 약간 달리하는 신수인한도론도 있다). 나아가 일조침해의 수인한도를 정하는 요소로서는 피해의 정도,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 공법적인 규제 등이 있고, 그 중 피해의 정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며, 공법적인 규제는 일응의 기준이 된다 할 것이며, 현재 서울과 경기지역에 있는 일반 주거지역의 경우 일응의 기준은 보호대상이 소유권이거나 인격권이거나 구별하지 아니하고 09:00부터 15:00까지 사이의 일조가 연속 2시간 확보가 되거나 08:00부터 16:00까지 사이의 일조가 합계 4시간 확보되면 수인한도의 범위에 있다고 하는 것이 하급심 및 대법원의 수인한도기준으로 보인다. 나. 조망침해 (1) 법률적 성격 건물 또는 구조물의 축조로 인하여 그 주변의 건물이나 토지의 소유자나 거주자가 종전부터 향유하던 경관이나 조망이 차단되는 조망침해의 법률적인 성격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관하여도 일조침해와 동일하게 그 견해가 나누어 진다.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일조침해에서와 같이 판결의 기판력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논쟁이나, 아래에서는 필자의 사견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즉 현행법 아래에서는 조망도 일조와 같이 건물이나 토지의 소유권의 한 내용(권능)으로 보호되고, 자연인이 향유하는 인격권의 한 내용으로 보호될 수 있다고 생각되므로, 조망침해도 일조침해와 같이 일정한 정도를 넘으면 그로 인하여 타인의 소유권을 침해되거나 인격권을 침해하여 불법행위가 성립되고, 그 침해를 야기한 자는 불법행위자로서 그로 인한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일정한 토지나 건물이 종전부터 법률상 보호되는 조망가치나 이익(권리설의 입장에서는 소유권의 한 내용가치이고 생활이익설의 입장에서는 이익이 됨)을 가질 것을 요한다. (2) 불법행위 성립요건 건물 또는 구조물의 축조로 인한 조망침해가 타인이 종전부터 가지던 토지나 건물의 소유권의 조망가치나 거주자의 인격권의 일부인 법률상 보호되는 생활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성립하기 위하여는 먼저 그 토지나 건물에 종전부터 법률상 보호되는 조망가치나 이익이 존재하여야 하고, 다음으로 축조행위로 인한 조망침해가 일반적인 불법행위 요건인 위법한 고의나 과실행위에 해당하여야 하며, 그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여야 한다. 따라서 먼저, 일정한 토지나 건물에 종전부터 법률상 보호되는 조망가치나 이익이 있기 위하여는, 원칙적으로 특정의 장소가 그 장소로부터 외부를 조망함에 있어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와 같은 조망이익의 향유를 하나의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그 장소에 건물이 건축된 경우와 같이 당해 건물의 소유자나 점유자가 그 건물로부터 향유하는 조망가치나 이익이 사회통념상 독자의 가치나 이익으로 승인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일정한 건물이나 토지에 존재하는 위와 같은 조망가치나 이익을침해하는 건물이나 구조물의 축조행위라도 그 축조행위가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기 위하여는 그 조망침해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한다는 수인한도론이 통설, 판례이고, 그 수인한도를 정함에있어서는 일조침해와 같이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지만,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조망침해가 수인한도인지는 대법원판례나 학설도 그 기준을 제시한 일이 없다(일부 하급심판결에서 천공률 정도만을 기준으로 판결한 것이 있지만, 사견으로는 별로 참고할 것이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 일조 및 조망침해에 관한 시공사의 책임 일조 및 조망침해에 있어서 가해건물의 소유자인 건축주가 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별다른 의문이 없으나, 가해건물의 시공자도 건축주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또는 독자적인 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이 있는가에 관하여는 시공자만이 불법행위책임이 있다는 견해, 건축주만이 불법행위책임이 있다는 견해, 시공자와 건축주가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있다는 견해, 원칙적으로 건축주만이 불법행위책임이 있고 시공자는 가해건물의 신축에 관하여 주도적 또는 건축주와 공동으로 관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 한하여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있다는 견해(일본 하급심에 이 견해가 보인다)가 있다. 공사장의 소음, 분진과 달리 일조 및 조망침해는 공사에 따른 적극적인 환경침해가 아니라 완성된 건축물에 의한 소극적인 환경침해라는 관점에서, 공법상 적법하게 허가된 공사를 단순히 도급받아 시공하는 시공자에게 불법행위법상의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그 침해를 방지할 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할 것이므로, 위 마지막 견해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이 온당하다 할 것이다. 라. 이 사건 대법원판결의 의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종래 대법원에서 인정해 오던 서울 경기지역의 주거지역에 대한 일조침해에 관하여 그 수인한도기준과 그 기준을 정하는 요소들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고, 법률상 보호되는 조망요건에 관하여 종래 하급심이 불분명하게 적시한 요건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그 요건을 분명히 하였으며, 일조 및 조망침해에 대한 가해건물의 시공자가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처음으로 구체적 사정을 판시하여 대법원판결로서 선도적인 매우 의미 깊은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로서 더 욕심을 부리자면, 판결의 전체적인 취지로서는 일조 및 조망침해의 법률적인 성격을 소유권침해의 견해에서 판시한 것으로 보이나, 판시내용에 일조권, 조망권이라는 용어를 씀으로서 혹시 일조나 조망을 독립된 권리(환경권 등)로 인정한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되고, 일조나 조망침해의 법률적 성격을 사람의 생활이익을 침해하여 심적 고통을 야기하는 소위 인격권 침해도 인정하는지(원고가 거주자나 조망을 위한 방문자도 인정될 수 있는지), 그 경우에 소유권 침해와 동일한 수인한도가 요구되는지 등에 관하여는 본 판결의 판시 만으로는 명백하지 않다고 생각되므로, 다음 대법원판결에서는 이에 대한 판단도 기대해 본다.
200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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