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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2022 판결 -
수표배서위조의 처벌에 관한 적용법조
Ⅰ. 사실관계 피고인 A는 경기 수원 등지에 사무실을 마련하여 어음수표할인 방식의 사채업을 영위하던 중, 영업부진으로 인하여 의뢰인들에게 할인금을 제대로 지급해 주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자신이 거래하던 상호저축은행에 할인 의뢰한 어음수표의 지급일이 일부 도래하거나 순차 도래할 무렵, B로부터 견질용으로 받은 당좌수표 1장의 배서인란에 2002년 8월 27일경 임의로 '수원시(주소), 2002년 5월 16일 B'라고 기재하여 수표를 위조한 후 이를 C에게 제시하여 행사하였다. Ⅱ. 소송의 경과 1. 제1심과 제2심 제1심(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19. 1. 3. 선고 2018고단870 판결)은 부정수표단속법(이하 '동법') 제5조와 제1조 그리고 유가증권의 발행에 관련한 위조와 발행된 유가증권에 대한 배서 등 유가증권의 권리·의무에 관한 기재의 위조를 구별하고 있는 형법 제214조 제1항과 제2항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동법 제5조에서 정한 수표의 '위조'는 타인명의를 모용한 수표발행만을 의미할 뿐, 수표배서위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검사는 이 판결에 대하여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항소하였다. 제2심(의정부지법 2019. 7. 25. 선고 2019노119 판결)은 수표배서도 수표의 지급가능성과 관련하여 중요한 증권행위로 진정성을 보호받아야 하는 행위이고, 동법 제2조에서도 부정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를 죄의 주체로 하고 있어 반드시 발행한 자만을 처벌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되며, 동법 5조에서 기본적·부수적 증권행위를 나누어 규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위조'의 문언상 권한 없는 자가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이면 위조라고 할 수 있으므로, 형법 제214조가 유가증권의 발행행위와 부수적 증권행위의 위조를 구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이유로 해서 타인의 자격을 모용한 수표배서위조를 동법 제5조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피고인은 이 판결에 대하여 동법 제5조의 수표위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동법 제1조, 제5조의 규정내용에 관하여 제1심과 같은 취지로 해석을 하면서, 덧붙여 제2심의 판시내용과 관련하여 "동법 제2조에서 처벌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부정수표를 작성한 자는 수표용지에 수표의 기본요건을 작성한 자라고 보아야 하므로(대법원 1988. 8. 9. 선고 87도2555 판결), 동법 제2조도 부정수표 발행을 규율하는 조항이라고 해석된다. 동법 제5조는 수표의 위조·변조행위에 관하여 범죄성립요건을 완화하여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인 '행사할 목적'을 요구하지 않는 한편, 형법 제214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하는 다른 유가증권위조·변조행위보다 그 형을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이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100 판결). 형법 제214조에서 발행에 관한 위조·변조는 대상을 '유가증권'으로, 배서 등에 관한 위조·변조는 대상을 '유가증권의 권리의무에 관한 기재'로 구분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동법 제5조는 위조·변조 대상을 '수표'라고만 표현하고 있다. 동법 제5조는 유가증권에 관한 형법 제214조 제1항 위반행위를 가중처벌하려는 규정이므로, 그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동법 제5조에서 처벌하는 행위는 수표의 발행에 관한 위조·변조를 말하고, 수표의 배서를 위조·변조한 경우에는 수표의 권리의무에 관한 기재를 위조·변조한 것으로서, 형법 제214조 제2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동법 제5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Ⅲ. 평석 1. 수표발행의 의미 동법의 규정체계가 형법상 '유가증권에 관한 죄'와 상이하여 수표배서위조의 처벌에 관한 적용법조를 정함에 있어서 각심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동법 제5조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에 토대하여 결론을 도출하면서, 동법 제1조, 제2조도 수표의 '발행'에 관한 규정이라는 점에 법리적 논거를 두고 있다. 대법원의 입장은 가명으로 수표에 배서한 경우에 관하여 동법 제5조가 아닌 형법상 유가증권위조죄의 성부를 문제 삼은 종전의 예(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527 판결)와 본고의 논점과 관련해서는 같은 취지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에서는 특히 동법 제2조의 성격을 제2심과 달리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동법 제1, 2, 5조를 모두 일관되게 '발행'에 관한 것으로 보아 제1조의 '목적'에 부합되게 파악하려는 취지인 듯하다. 제1조는 수표의 유통증권으로서의 기능을 해하는 가장 대표적인 범죄유형인 '부정수표발행' 일반을 염두에 둔 '목적'규정이고, 그 취지에 따라 제2조에서 그에 관한 처벌규정을 둔 것이며, 제5조는 그보다 형이 훨씬 무거운 '수표위조'를 처벌하는 특별규정이다. 즉 개별 형사특별법의 입법구조상 제1조 '목적'규정을 다른 조문과 대등한 차원에서 개별적·구체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파악함은 부적절한 해석이다. 동법상 '수표발행'은 수표용지에 수표의 기본요건을 작성하여 상대방에 교부하는 행위를 가리킬 뿐이지(대법원 2000. 9. 5. 선고 2000도2840 판결;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727 판결), 그것을 기본적 증권행위로서의 '발행'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 형법에서도 유가증권의 '발행', '배서'의 위조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동법 제5조가 수표의 '발행', '배서'의 위조를 동일한 죄명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보는 데 무리는 없다. 2. 수표위조죄의 해석에 있어서 체계정합성 동법 제2조 제1항과 제5조, 형법 제214조 제1항과 제2항은 각 행위유형의 '불법'의 경중에 근거하여 법정형을 차등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2조 제1항, 형법 제214조 제1항과 제2항, 동법 제5조의 순서로 차츰 더 중한 형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태도에 비추어 보면, 동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가공인물명의 발행'은 행위의 외형상으로는 '위조'와 유사하나 양자는 구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발행인이 가명 등 가공인물명의를 거래상 자기를 표시하는 명칭으로 사용하였더라도, 그 명칭이 발행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상대방에게 인식되어온 경우에는 거래 관련자가 수표발행인의 동일성을 오신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동법이나 형법의) '위조'는 성립하지 않지만(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527 판결), 동법상 '부정수표 발행'에는 해당된다. 즉 가공인물명의가 거래상 발행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경우의 발행은 '위조'에 해당하고, 그렇게 인식되는 경우에 있어서 가공인물명의 발행은 동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부정(수표)발행'으로 보아야 한다. 동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가공인물명의 발행'을 포함하여 동조항의 '부정수표발행'의 세 유형은 수표의 무형위조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법정형도 형법상 허위공문서작성죄(제227조)와 (허위사문서작성인) 허위진단서 등 작성죄(제233조)의 중간 수준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동법 제2조 제1항에서는 발행인이 수표의 기본요건을 기재-작성함으로써 부정수표를 만들어 상대방에게 교부한 '발행'과 상대방에게 교부되지 않은 단계의 '작성'을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동법 제5조에서는 '행사할 목적' 유무를 불문하고 수표의 위조를 처벌하고, 형법 제214조 제1항과 제2항은 '행사할 목적'으로 행한 유가증권 일반에 관한 발행-배서 등 위조를 처벌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따르면, '행사할 목적' 없는 수표의 '발행'위조는 동법 제5조의 적용을 받게 되지만, '행사할 목적' 없는 수표의 '배서'위조는 ('발행'이 아니므로) 동법 제5조의 적용대상이 되지 못할뿐더러 ('행사할 목적'이 없으므로) 형법 제214조 제2항의 적용대상도 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행사할 목적' 없는 수표의 '배서'위조는 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지 못한다. 동법 제5조는 위조행위 당시에는 '행사할 목적'이 없었던 수표위조라도 위조행위 후에 얼마든지 행위자가 그 수표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행사할 목적'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행사할 목적' 없는 수표의 '발행'위조와 '배서'위조가 처벌에 있어서 지나치게 형평을 잃게 된다. 대법원 판결은 중한 형을 규정하고 있는 동법 제5조의 처벌범위는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긍정적 의미를 갖고는 있으나, 그 입장에 치우친 나머지 형벌규정상 체계정합(整合)성을 간과하고 있다. 본 사안에서 A가 당좌수표 배서인란에 B명의를 사용하여 배서한 행위는 부정수표단속법상 수표위조죄(동법 제5조)에 해당되는 것으로 봄이 바람직하다. 형벌조항은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시 취지는 개정 입법을 통하여 구현되어야 한다. 정영일 명예교수 (경희대 로스쿨)
수표배서위조
부정수표단속법
수표
정영일 명예교수 (경희대 로스쿨)
2021-09-06
가사·상속
민사일반
친족관계 사실만으로 친생자존부확인소송 낼 수 없다<br> 특별한정승인 인정은 법정대리인 기준으로 판단해야
[202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7. 가족법
1.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성(姓)의 등기기록 정정 기준[대법원 2020. 1. 9.자 2018스40 결정] 가. 대상결정의 요지 가족관계등록제도는 국민의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여 공시·공증하는 제도이다(제1조, 제9조). 따라서 가족관계등록부는 그 기재가 적법하게 되었고 기재사항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추정을 받는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반하는 증거가 있거나 그 기재가 진실이 아니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신분에 관한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었더라도 기재된 사항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을 수정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부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나. 검토 신청인은 어린 시절부터 '금**'라는 이름으로 생활해 왔고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 외에 신분증명을 위하여 사용되는 다른 주민등록표, 여권 등에는 '금'이라는 한글 성이 기재되어 있으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신청인의 성명이 '김**(金**)'로 표기되어 있어 성명에 관하여 공적 장부들의 기재가 불일치하고 이로 인하여 상속등기 등 권리실현에 장애가 발생하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의 표기를 '금'으로 정정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원심은 이와 같은 사유가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거나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는 경우이거나 제105조 제1항의 창설적 신고가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신청인의 정정신청을 기각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성명을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여 이기하도록 한 구 호적법 시행규칙의 개정 경과,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작성경위, 신청인이 출생 시 또는 유년시절부터 한자 성 '金'을 한글 성 '금'으로 사용하여 오랜 기간 자신의 공·사적 생활영역을 형성하여 온 사정, 신청인이 등록부정정을 신청하게 된 이유,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하여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한글 성을 '금'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였다. 대상결정은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의 추정력과 함께 이를 번복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2. 재판상 이혼 시 자녀의 양육에 관하여 공동양육을 명할 수 있는 기준[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므15534 판결] 가. 대상판결의 요지 자녀의 양육은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미성년인 자녀의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에 미성년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할 때에는 미성년인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와 모가 제공하려는 양육방식의 내용과 합리성·적합성 및 상호 간의 조화 가능성, 부 또는 모와 미성년인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인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민법 제837조, 제909조 제4항 및 제5항,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3) 및 5) 등에 따르면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법원이 친권자를 정하거나 양육자를 정할 때 반드시 단독의 친권자나 양육자를 정하도록 한 것은 아니므로 이혼하는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상 이혼의 경우 부모 모두를 자녀의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은 부모가 공동양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양육에 대한 가치관에서 현저한 차이가 없는지, 부모가 서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양육환경이 비슷하여 자녀에게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적고 환경 적응에 문제가 없는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양육을 위한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검토 대상판결은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미성년자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하는 기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함과 동시에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에서 부모가 가까운 장래에 공동양육과 방법에 대하여 서로 원만하게 협력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향후 자녀를 공동양육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협의할 수 있게 되더라도 공동양육을 통하여 부모 각자의 거주지를 오갈 자녀의 경제적·시간적 손실과 정서적 불안정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오히려 일방에 대한 양육자 지정과 상대방에 대한 면접교섭을 통해서도 공동양육자 지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대부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부모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고 공동양육의 방법을 정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현재의 유책주의 이혼법제에서는 당사자가 부정행위, 유기, 부당한 대우 등 첨예한 갈등이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로 이혼하게 되는 사정을 주장 입증하여야 하고 부모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기 어려워 실제로 공동양육이 허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3.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대법원 2020. 6. 7.자 2020스575 결정] 가. 사실관계 대한민국 국민인 신청인은 2013년 8월경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던 중국 국적 여성 Y와 사이에서 딸인 사건본인이 출생하자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를 첨부하여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였다.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에는 Y의 성명,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Y는 이미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 갱신이 불허되어 Y의 혼인관계증명서나 Y가 자녀의 출생 당시 유부녀가 아님을 공증하는 서면, 2명 이상의 인우보증서 등 서류 등 혼인 외 자녀의 父가 출생신고할 때 첨부해야 할 서류를 제출할 수 없었다. 이에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에 규정된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이 사건 신청을 하였으나 제1심법원과 항고심법원은 모두 기각하였다. 나. 대상결정의 요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하여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헌법 제10조).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과 같은 사회적 신분을 갖추어야 하고 사회적 신분의 취득은 개인에 대한 출생신고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취지, 입법연혁, 관련 법령의 체계 및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의 중요성을 함께 살펴보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은 같은 법 제57조 제1항에서 생부가 단독으로 출생자신고를 할 수 있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4조 제2항에 규정된 신고서의 기재내용인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문언에 기재된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예시적인 것이므로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또는 모의 소재불명이나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등과 같이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다.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친부의 출생신고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의무는 모에게 있지만(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부(父)도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고 이때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비혼모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부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 있지만 부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모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가 있는 경우에 그 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어 있는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등록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부는 모에게 배우자가 없음을 증명하는 공증서면 또는 2명 이상의 인우인의 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하므로[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침(2015. 1. 8. 제정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12호) 제8조] 모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는 없다. 이는 민법상 친생추정 제도와 관련이 있는데 모가 부(夫)가 아닌 생부를 자녀의 부(父)로 기재하는 출생신고를 수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생부가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나 모의 인적사항을 모를 때에는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먼저 자녀의 미성년후견인 또는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된 후 관할 가정법원으로부터 자녀의 가족관계등록창설 및 성본 창설 심판을 받고 가족관계등록창설신고 및 인지신고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생부가 자녀의 부로 기재될 수 있었다. 이처럼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어도 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면 비록 유전자검사를 통하여 친자관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더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고 여러 절차를 거쳐야 부자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런 어려움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2015년에 가족관계등록법이 일부 개정되었다(법률 제13285호, 일명 '사랑이법'). 이 법은 친부가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모가 혼인 중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한 후 생부를 아버지로 출생신고 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을 악용하는 것을 막고자 일선 법원에서는 모의 인적 사항을 전부 알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생부의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해주었다. 그리하여 개정법률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출생신고에 있어 비혼부의 어려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라. 검토 대상결정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천명한 최초의 판례이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사랑이법의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민법상 친생추정제도와의 관계에서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와 위 법률 조항의 입법 취지 등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비혼부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자녀의 출생신고를 간소한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4.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쟁점 A(1909년 8월 10일 사망)는 2010년 8월 15일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A는 1남 2녀를 두었고 장녀 망 B의 자녀인 b가 행정소송을 통해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년 2월 17일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인정되자 A의 장남 망 C의 손자인 원고(A의 증손자)가 검사를 상대로 A와 B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가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A에게 다른 손자녀(차녀의 자녀들)가 있어 독립유공자예우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고 달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할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적격을 부정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독립유공자 A와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은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가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지 나아가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기권자(원고적격)의 구체적 기준이 문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구 인사소송법 등의 폐지와 가사소송법의 제정·시행, 호주제 폐지 등 가족제도의 변화, 신분관계 소송의 특수성, 가족관계 구성의 다양화와 그에 대한 당사자 의사의 존중,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이해관계인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이다. 민법 제777조의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이러한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민법 제865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다른 조항의 제소권자로 명기되어 있거나 별도의 이해관계가 인정되어야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 적격이 인정된다. 이에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한편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판례 변경에는 찬성하지만 원고가 제소권자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대법관 2인의 별개의견이 있다. 다. 검토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민법 제865조에 따라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부, 모, 자녀는 물론 자녀의 직계비속과 그 법정대리인은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제865조에 열거된 각 규정(제848조, 제850조, 제851조)이 정하는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제865조 및 제862조에 따른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존부가 판결로 확정됨에 따라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자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구체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이는 원고의 주장내용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별개의견은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위와 같은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정하는 1차적 기준은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진실한 혈연과 다른 친생자관계가 등록됨으로 인해 자신의 신분관계를 기초로 한 법적 지위에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가 되어야 하며 친생자관계존부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다수의견이 제시한 기준인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지 여부'는 신분관계에는 영향이 없으면서 재산적 이해관계만을 갖는 경우(가령 보험금 수익자나 상속인의 채권자 등)까지 확장될 우려가 있다면서 그로 인한 실무적 부작용 등을 우려하였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모두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과 관련하여 약 40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함과 동시에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였다. 친생자관계는 인간의 혈연적·정서적 뿌리와 연결된 기초적 신분관계이다. 따라서 친자관계의 법적 안정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친자가 문제삼지 않는 친생자관계에 대해 제3자가 확인의 소를 제기하도록 허용하려면 그럴만한 정당성이 충실하게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민법 제856조에 의해 준용되는 민법 제851조의 보충적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이해관계인의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은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5.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과 법정대리인[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쟁점 피고는 채무자인 A의 상속인들(배우자 B, 자녀 C와 원고)을 상대로 약속어음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1993년 12월 20일 승소판결을 받았고 이후 2003년 11월경 시효 연장을 위하여 소를 제기하여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었는데 B는 위 두 번의 소송에서 당시 미성년자인 원고를 대리하였다. 피고는 2013년 11월경 재차 시효 연장을 위하여 B, C, 원고(성년)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피고는 2017년 8월 31일 위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원고의 은행 예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2017년 9월 25일 상속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고 곧바로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한정승인 신고 및 그 수리가 유효한지 여부이다. 이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에 따른 특별한정승인에서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을 미성년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와 관련된다. 나아가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뒤에 본인이 직접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의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민법 제1019조 제1항, 제3항의 각 기간은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기에 안정시켜 법적 불안 상태를 막기 위한 제척기간인 점,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정대리인 제도와 민법 제1020조의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민법 제1019조 제3항이나 그 소급 적용에 관한 민법 부칙 제3항, 제4항에서 정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였는지'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다440 판결,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2다15268 판결 참조). 따라서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1998년 5월 27일 전에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모두 알았다면 위 민법 부칙 규정에 따라 그 상속인에게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상속인은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 또한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1998년 5월 27일 이후여서 상속인에게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더라도 법정대리인이 위와 같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에 관한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게 되면 그 상속인에 대해서는 기존의 단순승인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확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에 관하여 상속인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적용되고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되어야 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는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그의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고도 3월 동안 상속인을 대리하여 특별한정승인을 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러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 내에 스스로 특별한정승인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다. 검토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가부를 가려야 하는가 하는 쟁점에 관해서는 기존 판례에 따라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그런데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수의견은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미성년 상속인을 상속채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모두 일치하였다. 다만 다수의견은 입법으로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입법이 아닌 해석을 통해 미성년자를 구제하는 것을 도모하였다.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법률해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면서 미성년 상속인을 보호할 제도적 방안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6. 그 밖에 부모에게 양육비를 분담하고 공동명의계좌를 개설하도록 명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므15302 판결도 중요하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1-03-04
금융·보험
형사일반
이정훈 변호사(부산지법 국선전담)
대부업자가 채무자에게 반환하기로 약정한 보증금이 대부업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상판결 :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도8289 판결 - 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상 금전의 대부를 업으로 하는 자들이고, 2010년경부터 2012년경까지 124회에 걸쳐 채무자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대출금액의 17%에 해당하는 돈을 보증금 내지 투자금(이하 '이 사건 보증금')으로 받았다. 피고인들은 원금상환일로부터 100일이 경과한 후에 보증금 170만원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고, 채무자가 부도를 내거나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는 경우 보증금을 대출원리금에 충당하였다. 피고인들은 각기 독립된 3개의 대부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고, 일부 피고인은 채무자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한 자료를 제출하였으며, 보증금에 이자를 더하여 반환하기도 하였다. 피고인들이 약정한 이자 자체는 연 24%이어서 대출당시 법정이자율이었던 연 39~49%를 초과하지 않았으나, 검사는 보증금을 이자로 계산하여 피고인들이 연 233% 내지 1013% 이자를 받았다고 보아 대부업법 제19조 제2항 제3호, 제8조 1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1심과 2심은 이 사건 보증금은 대부업자가 받은 이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보증금이 피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을 여지가 높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부업자가 채무자로부터 징수한 돈을 나중에 채무자에게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그 약정이 대부업법의 제한 이자율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반환의사가 없거나 반환이 사실상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그 징수한 돈은 실질적으로 대부업자에게 귀속된 이자로 보아야 한다. II.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보증금을 일률적으로 간주이자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이자율을 산정할 때, 사례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연체이자, 체당금 등 그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와 관련하여 대부업자가 받는 것은 모두 이자로 간주하는데, 이를 '간주이자'라 한다(대부업법 제8조 제2항, 동법 시행령 제5조 제4항). 간주이자 규정은 1962년 이자제한법이 제정될 때부터 2002년 대부업법이 제정될 때, 2007년 신 이자제한법이 제정될 때까지 큰 변화 없이 이자제한에 관한 주요 조항으로 존속해 왔다. 우리 대부업법의 모델이 된 일본의 '貸金業法' 제12조의8에도 동일한 규정이 존재한다. 검사는 담보권설정비용, 신용조회비용 외에 대부업자가 수령한 것은 모두 간주이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부업자가 채무자에게 돌려주기로 약정한 돈, 실제로 반환한 보증금까지 이자로 간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대부업자가 대출금을 상환 받음과 동시에 채무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는 경우나 채무자가 대출금상환기일에 채무원리금에서 보증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만을 변제하는 경우에는 대부업자에게 보증금이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대부업법위반죄 성립시점과 관련, 검사주장처럼 담보권설정비용, 신용조회비용 외에는 모두 간주이자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대부업자가 보증금을 수령한 때 즉시 기수가 될 것이나, 보증금의 실질적 귀속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보증금 반환기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범죄성립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한명의 대부업자가 10건의 대부행위를 했을 경우, 10건의 대부행위를 하나하나 살펴 실제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행위만을 대부업법위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반면, 보증금을 받는 순간 제한이자율 위반으로 대부업법위반죄가 성립한다면, 보증금이 대부업자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해보기도 전에 대부업법위반죄가 성립되어 대법원 판결취지에 반하며, 대부업자들은 이미 대부업법위반죄가 성립된 마당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관행에 이르게 될 여지도 있다. 또한, 대부업자가 애당초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의도였다면 보증금을 받는 순간 별도의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보증금을 돌려주었는지 여부가 확정되기도 전에 대부업법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수사기관으로서는 범죄의 성립여부를 대부계약 시에 확정할 수 없고 보증금 반환기일 이후에 보증금을 반환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일일이 조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는 있다. 참고로, 대법원은 대부업자가 제한이자율 범위 내에서 선이자를 공제하여 대부한 후 채무자가 대부기간 중도에 대출금을 상환한 사건에서 대부업자가 제한이자율을 초과하는 선이자를 정산하였는지를 가려 대부업법위반죄 성립여부를 판단하였는바(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도11258 판결), 범죄의 성립시점이 사후에 가려진다고 하여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보증금을 이자로 산입할 경우, 대부업자는 취득한 이자에 비하여 초고율의 이자를 수령한 것으로 처벌된다. 대부업자가 1천만 원을 연 24%의 비율로 10일간 대출해주면서 보증금 170만원을 받은 경우, ① 대부업자가 이자로 취득한 금원은 6만5753원(=10,000,000× 24%×10/365)에 불과하나, ② 보증금을 이자로 산입할 경우 이자율은 644.5%(= 1,765,753/10,000,000×365/10×100)에 이른다. 대부업자가 사후에 보증금을 반환하더라도 이미 초고율의 이자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결국 보증금을 일괄적으로 간주이자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며, 대부업법위반죄는 보증금을 받는 순간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각 대부행위마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보증금이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이 이 사건 보증금이 실질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이자로 귀속되었을 여지가 많다고 판단한 이유는 ① 채무자들은 약정에 따라 거래의 최종종료일로부터 100일이 경과해야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므로 연장 또는 추가대출로 거래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이를 반환받을 수 없었고, ② 연장 또는 추가대출마다 투자금을 별도로 공제함으로써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대출원금보다 투자금이 많은 경우도 생겼으며, ③ 일부 채무자들은 투자금 반환일에 이르러 대부업자들이 상호나 전화번호를 변경하여 연락조차 취할 수 없었던 점 등 3가지 이유이다. 그러나 ① 추가대출의 경우, 대출계정이 2개가 되므로 보증금을 추가로 받는 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② 연장대출의 경우, 피고인들이 대출금 상환기일에 채무자의 은행어음금채무를 대납함으로써 새로운 대출이 발생하여 별도의 보증금을 수령한 사정이 있었으며, ③ 대출원금보다 보증금이 더 많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이는 채무자가 단기간에 대출·변제를 수차례 반복할 때에 한하여 발생하는 예외적인 상황이어서 신용위험이 높은 채무자로부터 추가로 보증금을 받아야 할 사정이 있었으며, ④ 피고인들 중 일부가 대부업 운영기간 중 상호나 전화번호를 변경한 정황은 있었으나, 나머지 피고인들이 상호나 전화번호를 변경한 것은 명확하지 않았다. 생각건대, 소액?급전대출의 경우 담보를 설정하는 것이 대부업자는 물론 채무자들에게도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으며, 실제 우리나라 대부업 실태는 담보대부 보다 신용대부 비중이 훨씬 높다(2015년 6월말 기준 신용대부잔액은 10조4981억원, 담보대부잔액은 1조8420억원). 소액 신용대출이라는 대부업의 특성상 대부업자는 일정비율의 보증금을 받아야할 필요성이 있고, 채무자는 부담이 크지 않은 보증금만 지급하고 급전을 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대부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반환하지 않는 경우에 형사적으로 대부업법위반죄로 엄벌하고, 민사적으로 채무자가 대출금 반환기일에 보증금을 공제한 잔액만을 반환할 수 있도록 하여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III. 결론 대부업자가 채무자에게서 징수한 금원 중 반환의사가 없거나 반환이 곤란한 금원이 간주이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자체는 타당하다. 원심과 대법원의 엇갈린 판결은 법리해석에 있어 다른 판단을 했다기보다는 이 사건 보증금이 실질적으로 대부업자에게 귀속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른 판단을 한 것에 기인한다. 대법원은 종래 대부업법상 간주이자 규정을 유연하게 해석함으로써 채무자가 부담하기로 한 공증료(2009도11576), 중도상환수수료(2010도11258), 선이자(2012다56245), 중개수수료(2014다24785) 등을 간주이자로 판단하였다. 이처럼 대부업자가 제한이자율을 회피하기 위해 탈법적 수단으로 이자를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대부업자가 약정에 따라 보증금을 반환하는 경우와 같이 보증금이 대부업자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간주이자 규정에 의하여 일괄하여 처벌하는 것은 대부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며, 보증금을 돌려주는 대부업자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대부업자를 구분하여 대부업법위반죄 성립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부업
간주이자
대출
보증금
2016-05-16
이기택 원장(서울서부지방법원)
선택적 병합과 예비적 병합의 구별
1.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1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바, 주위적 청구인 대여금 청구는 '원고가 피고에게 1억 원을 대여하였다'는 취지이고, 예비적 청구인 손해배상 청구는 '원고가 피고한테 기망당하여 1억 원을 지급하였다'는 취지이다. 제1심은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하였다. 항소심인 원심은 피고만이 항소한 이상 심판대상은 예비적 청구 부분에 한정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예비적 청구도 기각하였다. 나. 판결요지 (직권판단) 병합의 형태가 선택적 병합인지 예비적 병합인지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가 아닌 병합청구의 성질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항소심에서의 심판범위도 그러한 병합청구의 성질을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이 사건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실질적으로는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항소의 대상으로 삼은 이 사건 예비적 청구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두 청구 모두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아 판단하였어야 한다(파기환송). 2. 문제의 제기 - 이 사건 청구의 병합 형태에 관하여 실체법상 복수의 청구권이(때로는 조건적으로) 성립하는 경우에 소송경제와 모순저촉의 회피를 위하여 복수의 청구에 대하여 하나의 소송에서 함께 심판할 수 있게 하면서 그 청구 사이의 실체법상 관련의 모습을 반영하여 단순 병합, 선택적 병합 그리고 예비적 병합으로 구별하여 소송상 달리 취급하고 있다. 즉 병합 형태의 구별은 병합되는 복수의 청구 사이의 관련성의 모습을 실체법적으로 파악한 다음 그에 상응하는 소송법상 특정한 병합소송으로 취급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재판실무상 이 사안과 같은 청구의 객관적 병합의 경우에 그 병합 형태가 선택적 병합인지, 예비적 병합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애매한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이 두 병합에 있어서는 각각의 청구 모두에 대하여 원고가 승소판결을 받을 수는 없다고 하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병합 형태의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고, 나아가 그 구별이 틀린 경우에도, 청구를 모두 기각하거나 또는 하나만(예비적 병합에서는 주위적 청구만) 인용하는 판단을 하는 경우와 같이, 판결의 결론과 그 이유 구성에 있어 그 잘못이 드러나지 않는 사례도 있어 보인다. 이하에서는 병합 형태 사이의 특징적인 차이점과 이 사안에서의 병합 형태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3. 선택적 병합인지 여부 먼저 이 사안의 병합 형태가 선택적 병합인지에 대하여 살핀다. 선택적 병합이란 하나의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복수의 청구권이 성립하는 경우, 즉 청구권 경합의 경우에 성립하고, 당연한 귀결로 그 청구들은 양립가능하고 청구취지는 하나이다. 동일한 손해를 전보하기 위한 손해금 청구를 불법행위와 계약불이행의 두 가지 손해배상청구권에 기하여 구하는 경우 또는 불법행위와 부당이득으로 구하는 경우 등이 좋은 예이다. 선택적 청구는 모두 실체법상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복수로 성립하는 것이라는 점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선택적 병합에서는 하나의 청구권이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소멸하게 되면 나머지 청구권 역시 그와 동시에 목적달성을 이유로 함께 소멸한다. 양립하는 복수의 청구권 중 하나의 청구권이 변제됨으로써 다른 청구권도 소멸한다면 그 양 청구는 선택적 병합이고, 그렇지 않다면 선택적 병합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사안에서 소비대차 상의 대여금 반환청구권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사이에는 이러한 실체법상의 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선택적 병합이 아니다. 설령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달리 설정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계약에 기하여 성립하는 대여금청구권이 변제된다고 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거나 반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이 변제된다고 하여 대여금 청구권이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음금채권과 원인채권의 경우에도 예비적 병합으로 보는 실무경향과는 달리, 함께 존재하다가 하나의 권리에 대한 변제로 다른 권리도 함께 소멸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선택적 병합으로 보아야 한다(이시윤, 신민사소송법2014, 681면 참조). 4. 예비적 병합인지 여부 예비적 병합이란 양립할 수 없는 복수의 청구를 심판의 순서를 붙여 병합하여 청구하는 것을 말하며, 각 청구 사이에 논리적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청구의 양립 여부의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선택적 병합 또는 단순 병합과의 구별이 쉽지 않다. 주위적으로 소비대차 계약에 의하여 대주가 차주에게 교부한 금원의 반환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 그 금원의 교부로 손해를 입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같은 금액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안에서, 계약상 의무의 이행으로 이루어진, 법률상 정당한 급부의 원인이 존재하는 금원의 교부가, 동시에 그 금원의 급부자에게 위법하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자는 그 행위를 법이 요구하는 적법한 것이고, 후자는 그 행위를 법이 허용하지 않는 위법한 것으로서 서로 양립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법질서에 따른 적법한 금원의 교부가 불법행위의 손해를 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 사안에서의 병합 형태는 그 성질상 예비적 병합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유사한 사례로서, 소비대차 상의 대여금 청구와 소비대차가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부당이득 반환청구도 예비적 병합에 해당한다(같은 책, 같은 면 참조). 복수의 청구가 양립가능하면서 청구권 경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단순 병합이다. 5. 결론 복수의 권리관계가 실체법상 어떠한 구조로 되어 있는지가 파악된다면 소송상 청구 병합의 모습은 바로 결정된다. 청구권 경합 관계가 인정되면 선택적 병합이고, 그 밖의 경우에 청구가 서로 양립할 수 없다면 예비적 병합이며, 그 이외의 경우가 단순 병합에 해당한다. 청구 병합의 형태는 소송법이 아니라 실체법이 결정하는 것이다. 이 사안에서 병합 형태를 구별하는 것은 아마도 실무상 가장 미묘한 장면이 아닌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언제나 선택적 병합과 예비적 병합은 하나의 청구만이 원고승소가 가능한 공통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이 사안에서는 병합된 청구의 청구취지가 같은 경우이기 때문이다. 청구취지가 같은 것은 선택적 병합에서는 논리적으로 항상 그러하지만 예비적 병합에서는 획일적이지 않다. 검토한 바와 같이 대상판결의 사안은 선택적 병합이 아니라 원심의 판단과 같이 예비적 병합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판결문상으로 추단되는 사안의 내용 및 직권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정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구체적 타당성을 감안하여 원심파기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주위적 청구 기각, 예비적 청구인용의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만이 예비적 청구 부분에 대하여 항소한 경우에 항소심의 심판범위가 예비적 청구 부분에 한정된다는 통설과 판례에 관하여 보건대, (1) 청구 병합 중 모순저촉 회피라고 하는 병합 제도의 취지는 선택적 병합보다도 예비적 병합에 있어서 그 의미가 가장 크다는 점, (2) 당사자마저 다른 주관적 예비적 병합에 있어서도 같은 사안에서 예비적 피고만이 항소한 경우에도 원고가 항소하지 아니한 주위적 피고에 대한 청구 부분도 항소심의 심판범위에 포함되는 점(같은 책, 734면 참조) 등을 고려할 때, 선택적 병합뿐만 아니라 예비적 병합의 경우에도 함께 이심된 모든 청구가 항소심의 심판범위에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한편 병합의 형태는 당사자의 의사가 아닌 병합청구의 성질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항소심에서의 심판범위도 그러한 병합청구의 성질을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판시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양립 가능한 여러 개 청구의 객관적 예비적 병합의 가부"를 다룬 판례평석이 있다(전병서, 법률신문 2014. 8. 18.자 11면) 6. 여론 실체법리상 양립할 수 없는 복수의 청구에 관하여 원고가 부당한 주장을 하면서 양립가능한 형태로 청구를 구성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청구가 모두 원고승소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불가능함이 명백하지만 이는 본안심리 이후의 실체판단의 문제일 뿐이므로, 단순 병합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법리상 하나의 청구권이 변제됨으로써 나머지 청구권이 함께 소멸하지는 아니하므로, 선택적 병합이 성립될 여지는 없다.
2014-11-24
이헌묵 교수(경북대 로스쿨)
신용장개설은행의 지정은행에 대한 지시의 효력
I. 사실관계 석유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한국회사 갑은 해외 소재 을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기로 하였다. 자금차입의 방법은, 갑에게 자금이 필요한 사정이 발생하면 을에게 석유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을이 대금지급을 위하여 신용장을 개설하여 갑에게 보내면 이를 통하여 갑이 자금을 수령하며, 자금변제의 방법은, 갑이 프랑스에 본사를 둔 회사인 병으로부터 석유수입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지급을 위하여 피고은행으로 하여금 병에게 신용장을 개설하면 병은 자금을 받은 후 을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취하였다. 이 과정에 실제로 석유가 수출되거나 수입된 사실은 없기 때문에 신용장대금의 지급조건으로 선하증권이 제시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신용장에는 신용장대금지급조건으로 선하증권대신에 수익자가 작성한 보상장(Letter of Indemnity; 자금이 부족한 수출자가 선적 전에 신용장대금을 수령하고자 향후 발생되는 모든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겠다고 확약하는 서면)의 제시도 가능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런데 피고은행은 이미 병에게 개설하였던 신용장의 보상장지급조건을 변경하고자 이 신용장의 통지은행이자 기존에 발행된 신용장의 매입은행인 원고은행에게 '은행간 지시(bank to bank instruction)'란 제목으로 보상장지급조건을 삭제한다는 통지를 하였다. 이에 원고은행는 수익자인 병에게 이러한 통지를 전달하였으나 병은 조건의 변경을 거절하였고 원고은행은 이러한 사실을 피고은행에게 통지하였다. 그 후 원고은행는 기존의 신용장지급조건에 따라서 병으로부터 선하증권 대신에 보상장을 수령하고 환어음을 매입한 후 피고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은행은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서 신용장지급조건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원고은행에 대한 관계에서만 지시한 것이므로 보상장지급조건 삭제지시는 유효하고 따라서 신용장대금을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원고은행은 피고은행을 상대로 신용장대금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II. 대법원 2011.1.13. 선고 2008다88337 판결의 내용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의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9조 d항은 '제48조에 의하여 별도로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취소불능신용장은 개설은행, 확인은행(있는 경우) 및 수익자의 합의 없이는 변경되거나 취소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취소불능신용장에서 규정된 수익자의 권리 또는 권리의 행사요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신용장 조건 등의 변경은 수익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효력이 없다. 취소불능신용장의 이러한 조건변경 제한규정은 개설은행이 매입은행 등 지정은행에 대한 지시의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지시 내용이 실질적으로 수익자의 권리 또는 권리의 행사요건 등을 변경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수익자의 동의가 없는 한 그와 같은 지시는 효력이 없다. 왜냐하면 개설은행의 그와 같은 지시가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서만 무효이고 매입은행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한다면, 매입은행은 개설은행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수익자는 매입은행에게 변경 지시 전의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게 되는 반면, 개설은행은 수익자의 동의 없이 매입은행에 대한 지시를 통하여 취소불능신용장의 신용장 조건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개설은행은 수익자뿐만 아니라 매입은행에 대한 관계에서도 그 지시의 유효를 주장할 수 없다. III. 평석 1. 들어가기 이 사건의 쟁점은 신용장개설은행이 신용장을 매입할 수 있는 은행(신용장매입을 수권받은 은행을 '지정은행(nominated bank)'이라고 하므로 이하 '지정은행'이라 한다)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한 지시가 법률적으로 어떠한 효력을 갖는가에 있다. 신용장개설은행인 피고은행은 이러한 지시가 유효하므로 지정은행인 원고은행은 이러한 지시에 따를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에, 대법원 판결은 신용장통일규칙에서 신용장개설은행이 신용장대금지급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신용장개설은행이 지정은행에게 일방적으로 한 지시는 수익자의 동의가 없는 이상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보았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법원 판결의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결론에 이르게 된 근거에 대하여는 다른 의견이다. 2. 준거법에 대한 고려의 부재 이 사건에서 원고은행은 신용장의 매입은행으로서(실제로 매입하는 것은 신용장에 기하여 발행된 환어음 등 서류이다) 외국에 소재하여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이므로 대법원은 원고은행과 피고은행 간에 적용될 준거법을 우선적으로 결정한 후 그 준거법에 따라서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판단했어야 했다. 하지만 위 대법원판결은 준거법에 관하여 아무런 고려 없이 바로 신용장통일규칙만을 근거로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이 사건에 신용장통일규칙이 적용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의가 없지만 신용장통일규칙이 신용장에 관한 모든 법률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준거법의 결정은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사건 판결이 선고되고 불과 2주 후에 내려진 대법원판결(대법원 2011.1.27. 선고 2009다10294 판결)에서는 "신용장에 기한 환어음 등을 매입하는 매입은행은 신용장 개설은행의 수권에 의하여 매입하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기의 계산에 따라 독자적인 영업행위로서 매입하는 것이고 신용장 개설은행을 위한 위임사무의 이행으로서 신용장을 매입하는 것은 아니므로, 신용장 개설은행과 매입은행 사이의 신용장대금 상환의 법률관계에 관한 준거법의 결정에는 위임사무의 이행에 관한 준거법의 추정 규정인 국제사법 제26조 제2항 제3호를 적용할 수 없고, 환어음 등의 매입을 수권하고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약정하여 신용장대금 상환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신용장 개설은행의 소재지법이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으로서 준거법이 된다."고 판시하여 신용장개설은행과 매입은행 사이의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신용장개설은행의 소재지법이 준거법이 된다고 판시하였다는 점이다(신용장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관한 구체적 논의는 "졸고, 화환신용장의 중간은행의 법률관계와 독립적 은행보증의 제2의 은행의 법률관계에 대한 준거법, 국제사법연구 제17호" 참조). 이 대법원판결에 대하여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3. 신용장개설은행과 지정은행 사이의 법률관계 판단의 부재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원고은행과 피고은행 사이에 어떠한 법률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대법원이 준거법에 근거하여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법률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 우선적으로 분석하고, 이러한 법률관계에 의하면 피고은행의 원고은행에 대한 일방적 지시가 어떠한 효력을 갖는지 판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소송이 진행될 당시에 원고은행은 신용장을 매입하여 지정은행에서 매입은행이 되었으므로 이 사건의 준거법은 대법원 2011.1.27. 선고 2009다10294 판결에서와 같이 개설은행인 피고은행의 소재지법인 한국법이 된다. 이 사건 신용장에서는 제5차 신용장통일규칙(UCP 500)이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었고, 우리 법상 이러한 규정은 유효하므로 제5차 신용장통일규칙이 이 사건에 적용된다. 그런데 제5차 신용장통일규칙 제10조(b)에서는 신용장개설은행이 신용장을 매입할 수 있는 수권행위만으로는 원칙적으로 지정은행은 어떠한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수권행위만으로는 신용장개설은행과 지정은행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준거법인 한국법에 따를 경우에는 혹시 어떠한 법률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국법은 미국법과 달리 신용장에 관한 별도의 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서 위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4. 신용장개설은행과 지정은행 사이의 법률관계 앞서 언급한 대법원 2011.1.27. 선고 2009다10294 판결에서는 신용장의 지정은행은 자기의 계산에 따라 독자적인 영업행위로서 신용장을 매입하는 것이고 신용장개설은행을 위한 위임사무의 이행으로서 신용장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이 판결에 따르면 지정은행이 신용장을 매입하기 전에는 지정은행과 신용장개설은행 간에는 적어도 신용장대금지급과 관련하여 아무런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정은행이 신용장을 매입하여야 비로소 지정은행은 매입은행의 지위를 얻고 이때부터 양당사자는 법률관계를 맺게 된다(신용장개설은행과 매입은행 간의 법률관계는 신용장수익자와 신용장개설은행 사이의 법률관계와 동일하다. 구체적인 논의는 "졸고, 앞의 논문"을 참조 바란다). 이러한 결론에 따르면 신용장개설은행인 피고은행이 지정은행인 원고은행에게 한 보상장지급조건 삭제지시는 원고은행에 대하여 아무런 효력이 없다. 결국 원고은행이 신용장을 매입한 후 피고은행과 맺게 되는 법률관계는 신용장에 기재에 따르게 되므로 원고은행이 피고은행의 삭제지시에도 불구하고 신용장 기재에 따라서 보상장을 수령하고 신용장대금을 지급한 것은 적법한 지급이 된다. 따라서 피고은행은 원고은행에게 신용장대금을 상환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제5차 신용장통일규칙의 신용장대금지급조건 변경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의 분석을 통하여 결론에 이르렀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신용장통일규칙의 위 규정도 결론을 지지해 주는 근거가 될 수 있겠지만 주된 이유보다는 부수적 이유에 불과하다고 본다.
2012-06-18
이헌묵 변호사(법률사무소 여산)
원본채권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지연손해금 지급 여부
I. 사안의 개요 피고 주식회사 미쓰비시 도쿄 유에프제이 은행은 수익자를 주식회사 성보, 최대한도금액 미화 87만1500달러의 신용장을 발행하면서 분할 선적 및 분할 환어음의 발행을 허용하였다. 주식회사 성보는 위 신용장을 근거로 하여 미화 24만4639.18달러의 환어음을 발행하였고, 피고 주식회사 제주은행은 이 환어음을 매입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원고 주식회사 부산은행은 주식회사 성보가 추가로 발행한 각 미화 75만789.78달러 및 미화 10만8019.52달러의 환어음을 매입하였다. 원고 주식회사 부산은행이 피고 주식회사 미쓰비시 도쿄 유에프제이 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을 청구하자 피고 주식회사 미쓰비시 도쿄 유에프제이 은행은 피고 제주은행에 이미 미화 24만4639.18달러를 지급하였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는 신용장의 한도금액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지급을 전부 거절하였다. II.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다10294 판결내용 "지연손해금은 채무의 이행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서 본래의 채무에 부수하여 지급되는 것이므로 본래의 채권채무관계를 규율하는 준거법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한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하는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은 비록 소송촉진을 목적으로 소송절차에 의한 권리구제와 관련하여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실질은 금전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을 절차법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이 아닌 이 사건의 준거법인 일본법에 따라서 지연손해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III. 평석 1. 논의의 쟁점 위 대법원 판결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을 실체법으로 본 기존의 대법원 1997. 5. 9. 선고 95다34385 판결을 그대로 원용하였다. 국제사법에서는 당사자가 선택하거나 저촉규정에 따라서 지정된 외국법은 그것이 실체법인 경우에만 적용되며, 절차법은 법정지법이 적용된다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 그런데 각 국의 법정이율이 다르기 때문에 법정이율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그 결론에서는 큰 차이를 가져온다. 이러한 중요성에 비하여 위 대법원 판결은 실체법과 준거법의 구분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대법원 판결 중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을 절차법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라는 판시내용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어떤 법제도가 실체법적 성격과 절차법적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경우에 절차법적 성격은 무시되고 실체법적 성격만 인정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대법원의 기준이 합당한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해 보도록 한다. 2. 법정지법의 원칙이 인정되는 이유 소송절차는 법정지법(lex fori)에 따른다는 원칙이 인정되는 이유는 송달, 증거, 집행 등의 소송절차는 매우 기술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어느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의 소송절차를 인지하고 이를 적용할 것을 기대할 수 없으며, 소송절차는 권리실현의 방법이므로 굳이 외국의 절차를 도입할 실용적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송절차를 법정지법에 따르도록 한 것은 법원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전통적인 견해에 덧붙여 소송절차가 당사자의 이익 또는 공적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면 이러한 이익들도 위 원칙을 인정하는 이유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때의 당사자의 이익 또는 공적 이익은 준거법인 외국법의 적용을 배제할 정도로 중대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사자의 이익 또는 공적 이익이란 명목 하에 외국법인 준거법의 적용을 함부로 배제하고 법정지법을 적용하여 국제사법의 존재이유를 망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3.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의 기준 일반적으로 권리와 의무의 발생·변경·소멸을 정하는 법을 실체법이라고 하고, 의무위반이 있는 경우에 권리를 강제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한 법을 절차법이라고 한다. 개념적으로는 명확히 구분되는 이 두 개의 개념은 현실에서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예를 보면 영국의 사기방지법(Statute of Frauds)은 일정한 계약에서는 당사자가 서명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이러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경우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영국법원은 Monterosso Shipping Co Ltd v International Transport Workers' Federation 사건에서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은 해당 법률이 계약의 존재를 부정하는지 아닌지 여부에 두어야 한다고 하면서 사기방지법은 계약의 존재를 부정하는 법이므로 실체법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구분기준은 문제된 법이 실체법 또는 절차법으로 명확하게 분류될 수 있을 때에만 유용하며, 양자의 성격이 모두 혼합된 경우에 대하여는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캐나다 판례(Block Bros Realty Ltd v Mollard (1981) 122 DLR (3d) 323)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가 아니면 절차법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법과 주(州)법의 적용과 관련하여서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기준이 발전하였다. 현재까지도 적용되는 원칙은 Erie Doctrine으로서 이 원칙에 따르면 실체법은 주(州)법을 절차법은 연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실체법적 성질과 절차법적 성질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주(州)법에 대하여 미국 연방대법원은 Guaranty Trust Co. v. York 사건에서 결과결정기준(Outcome Determinative Test)에 대하여 그 적용과 비적용이 판결결과를 달리하게 할 경우 실체법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에 더 나아가 Byrd v. Blue Ridge Rural Electric Cooperative, Inc 사건에서 정부이익균형기준(Balancing of Governmental Interests Test)을 제시하여 결과결정기준의 관점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연방정책이 더 중요하다면 이를 절차법으로 보아서 연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와 같이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에 관하여는 각 국의 법률구조와 역사적 과정에 따라서 다양한 입장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 경우에 있어서는 사례와 판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기준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잠정적인 사견은 다음과 같다. 어떤 법률이 실체적 성격과 절차적 성격이 혼합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실체법으로 보아야 한다고 본다. 법정지법을 절차법으로 보아서 이를 적용한 결과와 원래 준거법을 적용한 결과가 다르다면, 법정지법을 적용하는 근거가 되는 법원의 편의는 당사자의 형평의 이익을 위하여 배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결론에 있어서 우리 대법원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에 덧붙여 절차법에서 보호하는 당사자의 이익이나 공적인 이익도 법정지법을 적용하게 되는 근거가 된다는 사견에 따르면, 이러한 이익들과 법정지법을 적용한 결과가 당사자의 형평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도를 비교형량하여 전자의 이익이 더 큰 경우에는 이를 절차법으로 보아서 법정지법을 적용해야 된다. 4.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법정이율의 법적 성격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1조에서는 "이 법은 소송의 지연(遲延)을 방지하고, 국민의 권리·의무의 신속한 실현과 분쟁처리의 촉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소송의 신속이라는 공적 이익과 이를 통한 당사자의 신속한 권리실현이라는 사적 이익이 모두 위법의 보호법익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모두 절차적 이익지만 법정이율이 기본적으로 지연손해금이고, 지연손해금은 손해배상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는 실체적 성격을 갖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기준을 적용한다면 지연이자에 대한 법정이율은 원칙적으로 실체법이 되겠지만,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은 소송이 진행된 후에야 비로소 적용되고, 법의 이름이나 목적도 소송촉진을 명시하고 있으며, 피고가 상당한 이유 없이 원고의 주장을 다투는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일종의 제재로서 민상법상의 지연이자에 더하여 부과되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요소들이 소송촉진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당히 높은 연 20%의 고율의 이자율이 인정되고 있는 사실은 소송촉진에 있어서 법정이율의 역할에 대하여 입법적으로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은 절차적 목적이 손해배상액 획정이라는 실체적 목적보다 우월하므로 이를 절차법으로 분류하여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위 법정이율을 실체법으로 보고 있는 대법원 판결과 차이가 있다. 참고로 미국의 Restatement (Second) of Conflict of Laws §207과 연방대법원은 지연이자를 실체법으로 보고 있다. IV. 결론 기존의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은 양자가 명확하게 분리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였지만 실제로는 명확하게 분리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아니하며, 오히려 이러한 구분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내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므로 향후 많은 사례와 연구가 집적될 것을 기대하면서 본 글을 마친다.
2011-09-08
최승재 변호사(경북대 로스쿨 교수)
기업개선작업 절차에서 이루어진 출자전환행위의 의미
I. 사안의 개요 쌍용건설 주식회사(이하 甲)가 1990년대 초부터 자금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1998. 11. 12. 기업개선작업절차에 들어간 후 경영이 정상화되어 2004. 10. 18. 기업개선작업절차가 종료되었다. 이 사건 원고 우리은행(이하 乙)과 쌍용건설은 위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체결된 1999. 3. 29.자 기업개선작업약정에 따라, 원고의 쌍용건설에 대한 150억 원의 기업어음 매입채권 및 13,485,000,000원의 대출금 채권(이하 위 두 채권을 함께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원고가 쌍용건설로부터 1주당 발행가를 5,000원으로 하여 신주를 발행받고 그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상계하기로 합의하여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였다. II. 평석 1. 출자전환의 의의 출자전환(debt-equity swap)이란 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때, 신주발행회사의 채권자가 신주발행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채권을 출자하여 자본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말한다. 출자전환은 채무를 소멸시키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경우 대차대조표상 자산으로 계상할 수 있는 금전 이외의 재산을 출자의 목적으로 하는 현물출자 방식을 취할 수도 있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신주인수대금을 납입할 채무와 기존의 채권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현물출자 방식의 경우, 현물출자자와 신주발행회사간에 현물출자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에서는 현물출자계약서는 현물출자하는 자의 성명, 그 목적인 재산의 종류, 수량, 가액과 이에 대하여 부여할 주식의 종류와 수 등이 기재되어야 한다. 이를 신주발행회사의 관점에서 보면 채무가 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이 되며, 따라서 출자전환은 채무의 자본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기업개선작업(소위 '워크아웃(work-out)')에서 채권자과 채무자 회사간의 합의에 의해서 출자전환을 하면, 회사의 부채비율을 떨어지게 되므로 출자전환을 통해서, 신주발행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이후 이 회사가 흑자전환(turn-around)하는 경우 채권은행단은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이익(upside potential)을 주주로서 향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부수적인 효과이기는 하지만, 부실한 기업경영으로 채무자를 재무적 위기에 이르도록 한 기존 경영진의 지분율을 감소시킴으로써 채권금융기관이 기업개선작업의 의사결정을 채권회수에 유리한 방향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면도 기업개선작업에서 출자전환이 현금상환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의 채무조정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는 이유가 된다. 2. 출자전환의 대상 출자전환의 대상이 되는 채무는 대차대조표상 자산의 부에 기재될 수 있는 채권이다.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차대조표상에 자산으로 계상할 수 있어야 하며, 평가가 가능하여야 하고, 양도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출자전환의 대상으로 대여금 외상매입금, 선급금, 가수금, 보증채무금, 미지급금 등의 채무가 있다. 반드시 채무의 전부를 출자전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채무의 일부만을 출자전환할 수도 있다. 신주발행회사의 장·단기 차입금은 모두 출자전환의 대상이 된다. 신주발행회사의 외상매입금도 출자전환의 대상이 되는바, 모회사에 대한 외상매입금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가 신주를 발행하여 출자전환을 할 수 있다. 상품거래는 수시로 발생하고, 물품대금의 지급도 빈번하므로, 이를 외상매입금 원장 등을 통하여 확인하여 이를 출자전환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 대표이사나 대주주 등의 가수금으로 출자전환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여금의 출자전환과 함께 실무상 흔히 발생하는 경우이다. 그 외 전환청구기간내에 전환청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만기가 지나면 만기 다음날부터 전환사채는 전환권이 소멸한 일반사채가 되며 이 일반사채도 출자전환의 대상이 된다. 3. 출자전환의 효과 (1) 채무의 소멸 현물출자 방식으로 출자전환을 하면, 현물출자의 목적물이 된 채권은 일시적으로 신주발행회사의 대차대조표의 자산의 부에 채권으로 계상된 후, 곧 채무와 혼동이 일어나서 소멸됨이 원칙이다. 한편 출자전환으로 현물출자의 목적물이 된 채무의 보증채무도 소멸한다. 이러한 효과는 상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출자전환시 소멸하는 채권의 범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1설은 채권의 평가에 관하여 채무자이며, 신주발행회사의 재무내용을 반영한 출자목적물인 채권의 평가액인 시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시가평가설)이다. 2설은 채권의 평가에 관하여 현물출자의 목적물인 채권의 액면금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권면액설)이다. 일본에서 시가평가설이 유력하다가 검사인의 검사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실용적이지 못하며, 평가결과를 신빙하기 어렵다는 비판으로 인하여 2000년대 초 동경지방재판소에서 2설(=권면액설)을 취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신주발행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기존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기존채권의 가액에 관한 약정 내지 합의가 없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신주의 가액을 평가하여 그 평가액 상당의 기존채권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여, 1설(시가평가설)을 취하였다.(대법원 2008.7.24. 선고 2008다18376 판결) (2) 이 사건 출자전환의 법적 성격 1) 상계로 보는 견해(=절대적 효력설) 이 사건의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 사건 출자전환을 상계계약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 효과로서 각 채권은 당사자들이 그 계약에서 정한 금액만큼 소멸하며, 이러한 상계계약의 법리는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채무자인 기업과 채권자인 금융기관 사이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주식을 발행하여 주고 채권자의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채무자의 기존 채무를 같은 금액만큼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상계계약 방식에 의하여 이른바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이와 달리 주식의 시가를 평가하여 그 시가 평가액만큼만 기존의 채무가 변제되고 나머지 금액은 면제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취했다. 다수의견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상계 및 상계계약을 한 경우에도 채권은 변제, 대물변제, 또는 공탁이 행하여진 경우와 동일하게 그 상계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은 소멸한 채무 전액에 관하여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보면서,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가 상계 내지 상계계약이 이루어질 당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에 무관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기존의 상대적 효력설을 취하였던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카4994 판결 등에서 정립한 판례를 변경하였다. 상계라고 보면서도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은 이 사건 출자전환을 상계합의로 보면서도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같이 상대적 효력만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아 상계의 절대적 효력을 부인하는 견해를 취하였다. 절대적 효력설이 구상관계의 간략화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그것이 상대적 효력설이 갖는 채권자 및 피해자의 두터운 보호라는 가치보다 우선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소수의견 1) 2) 대물변제로 보는 견해 이 사건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한 신영철 대법관은 채권자 은행을 비롯한 채권 금융기관들과 채무자 乙 사이에 작성된 기업개선작업약정서에는 갑 은행의 을 주식회사에 대한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乙 주식회사가 甲 은행에게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여 '출자전환'한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위 '출자전환'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반드시 명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甲과 乙이 위 출자전환을 함에 있어 당사자들이 달성하고자 한 목적과 의사, 일반적으로 기업개선작업에서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게 되는 동기, 거래의 통념, 형평의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甲과 乙은 위 출자전환에 의하여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그 출자전환이 이루어질 당시 甲이 발행받는 신주의 시가 상당을 대물로 변제받고 그 나머지 금액은 면제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본다.(소수의견 2) 3) 검토 이 판결은 출자전환과 관련된 판결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판례법리였던 부진정연대채무에서의 절대적 효력을 인정한 중요한 판결이다. 이 쟁점에 대해서는 소수의견 1에 대해 다수의견에 대한 양창수, 민일영 대법관은 보충의견으로 수인의 채무자가 존재하는 경우의 채무관계에 관한 민법 규정,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의 목적 등으로부터 도출되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기본적인 성질인 '급부의 1회성' 및 채무자 사이의 공평한 배상책임의 분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소수의견 1은 잘못된 견해라고 반박하였고, 이 보충의견에 대한 재반박이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다투어졌다. 소수의견 2의 견해는 출자전환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해석이라는 점에서 채무면제부분은 상대적 효력만이 인정되어 분식결산에 기하여 대출금을 편취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임원인 피고에 대한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또는 상법상 임원의 임무 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수 있도록 하려는 해석을 시도한 것은 의미 있는 해석으로 향후 추가적인 검토의 실익이 있다고 본다. 한편 향후 실무상 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상계방식으로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 채권단은 이 판결의 취지를 감안하여 상계합의를 하여야 할 것이다.
2011-07-18
전병서 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항소심서 후발적 예비적 공동소송 가능한가
Ⅰ.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X는 약속어음 배서와 대환대출 등으로 A에 대한 대여금 또는 구상금 등(이하 '이 사건 대여금'이라고 한다)으로서 3억 5,500만원의 채권을 갖고 있었다.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A는 X에게 A가 임대사업을 위하여 건축한 이 사건 아파트 중 아직 임대하지 않은 101동 802호를 비롯한 총 16세대의 아파트를 X가 임차인을 물색하여 임대한 후 그들로부터 임차보증금을 수령하여 이 사건 대여금의 변제에 충당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대물변제예약과 유사한 계약(이하 '이 사건 대물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그 후 A는 이 사건 대물아파트에 관하여 원고 및 원고가 지정한 X-2부터 X-16 총 15명을 임차인으로 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A는 1998. 10.경 부도를 내면서 자금난 등으로 더 이상 정상적인 회사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2004. 9. 10. 이 사건 아파트의 건축 등에 대한 연대보증사인 Y와 사이에 위 부동산에 대해 A가 가진 권리 및 의무를 지위 승계하고 양도·양수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양도계약'이라 한다). 2. 사건의 경과 (1) 제1심 X 및 X-2부터 X-16은 X를 선정당사자로 선정하여 Y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X(원고, 선정당사자)는, ① 피고는 위 임대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인으로서 원고 및 선정자들(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선정자들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각 임대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② 피고는 A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였으므로 원고 및 선정자들에게 인수채무금(임차보증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① 주장에 대하여, 원고 및 선정자들이 A에게 현실로 임차보증금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하여, ② 주장에 있어서 원고에 대하여는, A가 이 사건 대여금채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선정자들에 대하여는 A가 부담하는 채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선정당사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원심(제2심) 제2심에 이르러 원고는 A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 청구를 추가하면서 이를 주위적으로 구하고, 원고 및 선정자들의 위 각 임대보증금반환청구는 예비적으로 구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전부 인용하면서, 원고 및 선정자들의 각 임대보증금반환 청구에 관하여는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인용하는 이상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원고의 대여금 청구와 선정자들의 각 임대보증금반환 청구는 민사소송법 제70조 소정의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관계에 있는 바(원고의 임대보증금반환 청구는 원고의 대여금 청구와 객관적·예비적 병합의 관계에 있다), 이러한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은 동일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모든 공동소송인이 서로간의 다툼을 하나의 소송절차로 한꺼번에 모순 없이 해결하는 소송형태로서 모든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에 관하여 판결을 하여야 하고, 그 중 일부 공동소송인에 대하여만 판결을 하거나, 남겨진 자를 위한 추가판결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민사소송법 제70조 제2항).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모두 인용하더라도 다른 공동소송인인 선정자들의 각 임대보증금반환 청구에 관하여도 판결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와 달리 선정자들의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판결을 하지 않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Ⅱ. 평석 1. 관련 제도의 이해 (1)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에서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신설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에서 70조에서, 공동소송인 가운데 일부의 청구가 다른 공동소송인의 청구(원고 측)와 법률상 양립할 수 없거나 또는 공동소송인 가운데 일부에 대한 청구가 다른 공동소송인에 대한 청구(피고 측)와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별규정을 신설하였다. 원고 측(능동형)의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도 허용하고 있고, 후발적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도(68조의 준용) 허용하고 있다(민사소송법 70조 1항, 이하 민사소송법 조문). 그리고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이더라도 모든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에 대하여 판결을 하여야 한다(70조 2항). (2) 선정당사자제도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사람은 선정당사자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53조 1항). 선정당사자는 선정자 모두를 위하여 당사자로서 소송수행을 할 수 있는 자격(당사자적격)을 취득하고, 동시에 자기 고유의 소송수행권도 보유한다. 선정당사자는 선정자의 대리인이 아니라 당사자 본인이다. 소송상의 청구는 선정당사자가 하는 것이고, 선정자는 소송상의 청구를 하는 당사자가 아니다. 선정행위는 선정자 자신의 권리에 대하여 관리처분권을 부여하는 사법상의 행위가 아니고, 단순히 소송수행권을 부여하는 소송행위이므로 선정자는 계쟁권리에 관한 실체적인 관리처분권을 상실하지는 않는다. 한편, 선정자가 그 소송에 관한 소송수행권을 상실하는가에 대하여는, 선정에 영향없이 선정자는 여전히 소송수행권을 보유한다는 견해(유지설)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는 견해(상실설)의 대립이 있다. 선정자의 권리·의무의 내용을 주문에 표시하는 방식은 개별적 기재방식과 포괄적 기재방식이 있는데, 모두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포괄적 기재방식에 의할 때에는 판결의 이유(보통은 별지로 기재한다)에서 선정자별 권리 범위를 특정하여야 한다. 판결문의 당사자표시에 있어서는 선정당사자만을 표시하고, 선정자목록을 판결문 뒤에 별지로 첨부한다. 선정당사자가 받은 판결의 효력은 선정자에게도 미치게 된다(민소법 218조). 일부 선정자의 소변경과 일부 선정자의 청구에 대한 반소는 그 선정자가 선정한 선정당사자만이 또는 그 선정당사자에 대하여서만 하면 된다고 본다. 그렇게 새기지 않으면 선정에 의한 절차의 간이화는 의미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2. 대상판결에 대한 의문 (1) 사안을 예비적 공동소송 관계로 볼 것인가?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은 제1심에서는 각 임대차계약에 의한 각 임대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다가 제2심에 이르러 선정자들을 제외한 원고가 약속어음 배서와 대환대출 등으로 말미암은 A에 대한 대여금청구를 추가하면서 이를 주위적으로 구하고(이하 ①청구라고 한다), 원고 및 선정자들의 위 각 임대보증금반환청구(위 대여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대물계약을 체결하였고, 대물아파트에 관한 각 임대보증금반환청구)는 예비적으로 구하는 것(이하 ②청구라고 한다)으로 변경하였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예비적 청구를 원고(선정당사자)의 청구 부분과 선정자들의 청구 부분으로 둘로 쪼개, 원고의 대여금 청구와 선정자들의 각 임대보증금반환 청구는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았고, 원고의 임대보증금반환 청구는 원고의 대여금 청구와 객관적·예비적 병합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아래 그림 참조). 우선, 제기할 문제점은 선정자를 당사자로 볼 것인가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선정당사자만이 당사자이고, 선정자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 특별히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선정자들 ②청구 부분을 독립된 당사자의 청구로 보아 선정당사자의 ①청구와의 관계를 복수의 당사자(비록 예비적이지만, 공동소송) 관계로 포착할 수 없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사안에서 선정자들을 당사자로 포착하였기 때문에 선정자들의 ②청구에 대하여 선정당사자의 ①청구를 주위적으로 보면서 그 관계를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선정자를 위해 당사자로서 소송수행을 하는 선정당사자가 소송중에 자기 청구를 내세우는 형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최초의 사안인 것 같다. 보통 선정당사자가 소송 중인데 선정자가 스스로 별도의 소를 제기하면 이는 중복된 소제기로(259조) 허용되지 않는 것 등이 이론적으로 문제된 경우인데, 위 사안은 이러한 경우와 다르다. 굳이 선정당사자의 ①청구와 선정자들의 ②청구 부분을 복수의 당사자 내지는 공동소송의 관계로(즉,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 보려고 한다면, 선정자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위 경우는 실질적으로 소송의 목적이 되는 법률관계의 주체라는 점을 강조한 뒤, 선정자들의 ②청구 부분의 원고가 선정당사자가 아니고 선정자들이라고 하여야 이론적 정합성이 있게 된다. (2) 후발적 예비적 공동소송을 항소심에서도 인정할 것인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원·피고 사이에 소송계속 중 후발적으로도 예비적 공동소송으로 할 수 있다(70조 1항 본문, 68조 준용).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가 다른 사람이 주위적 원고가 되고, 종전의 원고가 예비적 원고가 되는 후발적 예비적 공동소송도 가능하다. 그런데 선정자들의 ②청구 부분의 원고가 선정당사자가 아니고, 선정자들이라고 보아 일단 공동소송의 형태를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사안에서 예비적 공동소송을 허용하는 것에 문제가 남는다. 왜냐하면, 민사소송법 68조를 보면, 예비적 공동소송으로 할 수 있는 시점을 제1심 변론종결시까지로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위 사안은 분명 항소심에서 원고(선정당사자)를 주위적 원고로 하는 주위적 청구를 추가하면서, 원고(선정당사자)와 선정자들을 예비적 원고로 하는(제1심에서 심판이 있었던 청구를 예비적 청구로 하는) 내용이다. 사안은 제1심 변론종결시까지만 예비적 공동소송으로 할 수 있다는 68조 명문의 규정에 어긋난다. 물론 항소심에서도 상대방이 동의하면, 예비적 공동소송이 가능하다는 입장(강현중, 민사소송법(2002), 207면)도 없지 않지만, 판례가 이러한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고, 만약 명문의 규정과 달리, 항소심에서도 예비적 공동소송을 허용하는 입장이라면, 적어도 그에 대한 상세한 설시가 있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않는 것에 비추어 원심 및 대법원은 제1심 변론종결시까지만 예비적 공동소송이 가능하다는 명문의 규정을 간과한 듯하다. 3. 마치며 원심이 사안의 소송관계의 전제를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으로 보면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은, 2002년 신설된 예비적 공동소송과 별도로, 종전의 강학상 주장된 주관적·예비적 병합을 인정한 것(즉, 주위적 청구가 인정되면,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더 나아가 심판할 필요가 없는 것)일 수 있지만, 그 보다는 신설된 예비적 공동소송에서 모든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에 대하여 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규정(70조 2항)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선정당사자 및 선정자의 지위에 관한 아무런 설시 없이 위 소송관계를 (예비적)공동소송 관계로 포착하였고, 또한 후발적 예비적 공동소송을 항소심 단계에서 허용한 원심의 판단을 바로잡지 못하였다.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동소송이 이루어진 것은 민사소송법 68조 명문의 규정에 어긋남에도, 나름의 이론 전개를 하여 시기적으로 항소심에서도 예비적 공동소송이 허용될 수 있음을 나타내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당연히 사안의 소송관계의 전제를 예비적 공동소송으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사견으로는 사안에서 선정당사자의 ①청구와 선정자들의 ②청구 부분의 관계를 단일한 당사자 사이의 객관적·예비적 병합으로 포착하고, 객관적·예비적 병합에서는 주위적 청구가 인용되면,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더 나아가 심판할 필요가 없게 되므로 예비적 청구를 판단하지 않은 부분에 한정해서 본다면, 원심에서 예비적 청구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문제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2010-08-12
임종엽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법인 서정)
회생채권의 출자전환과 채무의 소멸범위
Ⅰ. 사실의 개요 원고는 1997. 12.8. 소외 D주식회사(이하 'D보증인회사'라 한다)의 연대보증 하에 피고회사와 어음거래약정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회사가 발행한 약속어음 3장을 취득하였다. 피고회사는 2007. 1.9.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회합16호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2007. 10.16. 같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은 후 2008. 3.28.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한편 D보증인회사는 2000. 11.24.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2001. 6.12. 같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으며, 그 후 2008. 3.28.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원고는 D보증인회사에 대한 정리절차에서 회생계획에 따라 2006. 6.1. 채권 25,000주 당 액면 5,000원인 보통주 1주를 배정받는 출자전환 방식으로 D보증인회사의 주식 610,000주를 받았다. 원고는 2007. 2.21. 피고회사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채권신고를 하면서 D보증인회사의 정리절차에서 출자전환 받은 D보증인회사 주식 610,000주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15,250,000,000원(= 25,000원×610,000주)을 변제충당하는 등 채권액을 산출하여 합계 141,575,146,693원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회사의 관리인은 D보증인회사의 정리절차에서 출자전환 받은 D보증인회사 주식 610,000주를 1주당 그 신주효력발생일인 2006. 6.1. 시가 72,000원으로 평가한 43,920,000,000원(= 72,000원×610,000주)을 채권소멸액으로 보는 등 원고의 회생채권액을 94,478,131,615원으로 산정하여, 그 중 65,683,348원을 회생담보권으로 나머지 94,412,448,267원을 회생채권으로 각 시인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회사의 관리인을 상대로 이 법원 2007회확55호로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여, 'D보증인회사'의 회생계획에서 원고가 출자전환을 받음으로 인하여 출자전환 주식 1주당 25,000원의 채권이 그 효력발생일에 소멸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출자전환을 받음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회생채권액은 15,250,000,000원(= 25,000원×610,000주)에 불과하다며 관리인이 평가한 43,920,000,000원(= 72,000원×610,000주)과의 차액 상당액인 28,670,000,000원의 회생채권의 확정을 구하였으나, 담당 재판부는 2007. 8.10. "보증인에 대한 회생계획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한 신주의 시가 상당액만큼 그 채무가 실질적으로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그 주채무도 그만큼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피고회사에 대한 회생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정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회사정리법(2005. 3.31. 법률 7428호 채무자회생법의 제정으로 폐지된 것) 제240조 제2항은 정리계획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가 회사의 보증인 기타 회사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진 권리와 회사 이외의 자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리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정리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 주채무자가 정리회사인 때에는 그 보증한 보증인이, 보증인이 정리회사인 때에는 주채무자가 정리채권자에 대하여 위 변제된 금액의 공제를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신주발행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기존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기존채권의 가액에 관한 약정 내지 합의가 없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신주의 가액을 평가하여 그 평가액 상당의 기존채권이 변제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III. 대상판결의 분석 회생계획에서 주채무에 관하여 아무런 권리를 변경하지 아니한 경우는 물론이고, 주채무에 관한 권리를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권리변경의 효력은 채무자회사의 보증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그러나, 변경된 회생채권에 대하여 실제로 돈이 지급되는 변제와 같이 회생채권자가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경우에는 그만큼 보증채무가 소멸될 것이다. 그렇다면, 회생채권자가 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채무자회사 발행의 신주를 인수한 경우, i) 회생채권자가 실질적인 만족을 얻지 못한 주채무의 감면으로 보아야 하는지, ii) 아니면 회생채권자가 돈으로 변제를 받은 것과 같이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의 관점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 여부 및 소멸된다면 그 소멸되는 범위에 관한 논의의 결론이 달라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은 "회생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경우 주채무자인 정리회사의 채무를 보증한 보증인들로서는 회생채권자에 대하여 위 변제된 금액의 공제를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4다27143 판결, 2003. 8. 22. 선고 2001다64073 판결, 2003. 1.10. 선고 2002다12703·12710 판결 등)"라고 판시함으로써,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교부된 신주에 의하여 회생채권자가 변제와 같은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는가 여부 및 그 만족의 정도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범위가 판단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확립되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은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가 정리계획에서 1주당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금액에 미치지 못할 때에 관한 것으로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가 정리계획에서의 1주당 변제액을 초과하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한다.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안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의 법리를 정리하면 ① 보증채무자의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보증채무의 범위는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 즉 '신주의 발행가액'(= 1주당 발행가액×발행주식수)로 보아야 하고, ② 이로 인하여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i) 위 시가가 신주의 발행가액에 미달할 경우에는 위 시가 상당액을, ii) 위 시가가 신주의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신주의 발행가액 상당액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법리는 주채무자의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으로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와 그로 인하여 소멸되는 보증채무의 범위에 관한 논의에서도 그 결론을 같이 할 것으로 판단된다. IV. 대상판결의 평석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비추어보면, D보증인회사가 2001. 6.12.에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았음에도 출자전환이 2006. 6.1.에 이루어진 점으로 보아, 아마도 회생계획안에서 출자전환의 시기를 2006년으로 미루어둔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로 인하여 회생계획안 인가시의 발행가액과 출자전환시의 시가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위와 같은 주식가액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위험을 회생채권자와 보증채무자(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 중 누가 부담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것인데,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위험은 회생계획안의 의결에 직접 참여한 회생채권자가 부담함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회생채권자가 신주발행에 의한 출자전환을 정한 회생계획을 의결할 당시 이미 채무자회사의 회생과 신주발행에 의한 득실을 고려하였을 것이므로, 회생채권자가 그 의결에 따른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대물변제 약정을 하면서 이행기를 위 약정시기 이후의 특정 시점으로 정할 경우, 채권자로 하여금 그 대물의 가액이 상승 또는 하락함에 따라 발생되는 위험을 부담케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된다. 결국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가지는 것이 타당하고, 그렇다면 회생채권자(원고)의 주채무자(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액은 원래의 채권액에서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정리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정리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것에 찬성한다. (2) 그런데, 대상판결의 사안과 달리,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10,000원으로 하락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면(즉,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것으로 본다면), 회생채권자(원고)의 주채무자(피고)에 대한 채권액은 원래의 채권액에서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된다고 보아야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대법원 판결 뿐만이 아니라 대상판결의 설시에 따르면, 원고의 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의 소멸액은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10,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이 된다. (3) 그렇다면 결국 회생채권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와 회생계획에서 정한 발행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 주식가액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취하면서도, 주식가액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에서는 그 이유에 대하여 자세한 설시를 하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필자의 견해로는 대상판결의 입장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위와 같은 문제는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자와 보증채무자(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 중 누구를 더욱 보호해야 하는가의 논의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변제자력의 궁핍으로 인한 파산이나 회생 등의 절차야말로 보증의 본래 목적이 기능해야 할 전형적 상황이라 할 수 있고, 회생계획에 의한 권리의 감축 변경으로 인한 채권자의 희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기 때문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50조 제2항에서는 채무의 일부 감면 또는 책임의 감면이 행해지는 경우에도 보증인이나 물상보증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어 부종성 원칙을 수정·완화하고 있다. 생각건대 위 조항은 '채무자회사의 갱생을 위해서는 회생채권자의 희생이 동반될 수 밖에 없지만 가급적 그 희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 정당하므로, 회생계획에 따른 채무감면의 효력이 보증인에 대하여는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입법적으로 타당하다'는 정책적인 고려의 산물인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상판결 역시 이와 같은 고려에 따라 회생채권자를 보증인(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보다 더 보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판시를 한 것으로 추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실무상 관리인이 발행가액을 산정함에 있어 그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즉, 이론적으로 신주의 발행가액은 그 실질가치에 따라 산정되어야 할 것이지만, 신주의 발행가액이 그 실질가치에 따라 정하여지는지는 의문이고, 오히려 신주의 발행가액은 그 실질가치보다 훨씬 고가의 금액으로 정하여 발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보여진다. 결국 (발행가액 산정의 객관성이 담보되는 상황이라면 회생채권자가 출자전환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의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보여지지만) 현실적으로 발행가액 산정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의의 회생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시킬 경우, 이는 회생계획안을 결의할 당시의 회생채권자의 의사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회생채권자의 희생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V. 결 어 대상판결은 보증인의 회생계획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하였는데,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안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0-08-09
이종호 변호사, 공인회계사
대표자의 횡령과 자세
Ⅰ.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코스닥상장법인인 F 주식회사(이하 ‘대상회사’)의 대주주였던 A는 2001년 7월13일 소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5,450,320주(발행주식의 54.8%)를 B에게 금 270억원에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양수인 B는 약정기일까지 위 주식 양수대금 중 일부를 마련하지 못하게 되자 2001년 8월21일 우선 H 주식회사로부터 액면금 84억원의 당좌수표 1매를 빌려 양도인 A에게 교부하였고, 다음날 대상회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대표이사를 B의 하수인으로 교체한 후 그로 하여금 대상회사의 예금계좌에서 84억원을 인출하여 H 주식회사의 당좌예금계좌에 입금하게 함으로써 위 당좌수표가 결제되게 하는 방법으로 주식 양수대금을 지급하였다. B는 2002년 3월경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 혐의로 구속되자 같은 달 22일 보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2,794,930주를 C에게 양도하였고, C는 같은 날 대상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2003년 4월3일 해임되기까지 사이에 대상회사의 융통어음을 남발하는 방법으로 약 214억원을 횡령하였다. 이에 과세관청은 B와 C의 횡령액을 익금산입하고 상여처분하여 2005년 7월6일 대상회사에 대하여 2003 사업연도 2억3,500만원의 부과처분 및 2001년 귀속소득 84억원, 2002년 귀속소득 214억원의 각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년 12월24일 선고 98두7350 판결, 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그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1. 소득처분 및 원천징수의 개요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그 귀속자가 결정되는바, 이익의 일부는 배당금 등으로 사외로 유출되어 주주 등에게 귀속되며, 일부는 이익준비금이나 임의적립금 등으로 사내에 유보된다. 이와 같이 당기순이익에 대하여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는 것처럼 세무상 소득(각 사업연도소득)에 대하여도 그 귀속자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였으므로, 당기순이익과 세무상 소득의 차이인 세무조정사항에 대해서만 귀속자를 결정하면 소득 전체에 대한 귀속자의 결정이 완료된다. 이와 같이 세무조정사항의 귀속자를 결정하는 절차를 소득처분(所得處分)이라고 한다. 한편 법인세법에 따른 소득처분도 상법의 이익처분과 유사하게 사외유출(社外流出)과 유보(留保)로 크게 나누어지고, 사외유출은 다시 배당·상여·기타사외유출·기타소득으로 나누어지는데, 특히 세무상 소득이 사외유출된 경우 중에서 그 소득의 귀속자가 법인의 임원 또는 사용인인 경우에는 ‘상여’로 처분한다(실무상으로 이를 「인정상여」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상여로 소득처분하면, 소득처분한 법인은 그 귀속자인 임직원에게 인정상여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 해야 하고, 동 상여처분 금액은 소득세법상 갑종 근로소득에 해당하므로 그 임직원은 인정상여를 종합소득에 포함하여 신고해야 한다. 2. 사용인의 횡령의 경우 사용인(대표이사가 아닌 기타 임원 포함)의 횡령의 경우, 회사가 당해 사용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제기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횡령금액을 회수하려고 하였음에도 횡령인의 무자력 등으로 이를 회수하지 못한 때에는 동 횡령액은 대손처리 등의 방법을 통하여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고, 이때 동 횡령액을 동 사용인의 근로소득으로 보지 아니하므로 이를 상여로 처분하지 아니한다. 이는 법인세법 기본통칙 및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통해 과세관청의 일관된 실무 및 관행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의 경우 가.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이하 ‘기존 판례’)는 횡령의 주체가 법인의 대표이사 또는 실질적 경영자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라는 신분 때문에 일반 임직원이 횡령한 경우와는 달리 “횡령액의 회수를 위하여 법에 의한 제반 절차를 취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단지 “법인의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설시하면서 동 횡령금액을 대표이사 등에 대한 상여 내지 임시적 급여로 보아 해당 법인에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는 과세처분을 용인해 왔다(대법원 1999. 12.24. 선고 98두7350 판결 등). 한편,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법인을 지배경영하는 자의 횡령에 관하여도 대표자 횡령에 관한 상기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하였고(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반대로 형식상 대표이사의 직위에 있는 자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피용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사용인의 횡령에 관한 법리(횡령금액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사외유출 여부를 판단)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 등에 관하여 판단해 왔다(대법원 2004. 4.9. 선고 2002두9254 판결 등). 그러나 대표자 횡령에 관한 위와 같은 기존 판례의 일률적인 해석에 관하여는 ‘횡령의 피해자가 그 의사의 여하에 불구하고 횡령자에게 자발적으로 대가 없이 재산을 제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현행 조세법상 실정법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 및 그 논리구성이 과연 과세이론상 타당한지 여부에 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고,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해석으로 말미암아 횡령행위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인 법인에게 횡령 당한금액에 대한 원천징수의무까지 부과시키는 가혹한 결과를 초래함은 물론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과세로 인하여 횡령과 전혀 무관한 대다수의 선량한 소액주주들에게 횡령으로 인한 피해나 부담이 부당하게 전이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비판 등이 있어 왔다. 나.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일반적으로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둔 회사라면 대표이사의 횡령사실이 노출될 경우 대주주들이 주도하여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여 전 대표이사를 고발하고 그의 재산을 가압류 하는 등 일실재산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을 취하는 것이 전형적인 해결방법일 것이다. 대주주가 대표이사인 회사에서도 소액주주들의 대표소송 등을 통해 대표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거나, 회사가 파산절차 등에 들어간 이후 관리인이 대표이사의 횡령책임을 추급하는 예도 흔하다. 그런데 기존 판례의 이론에 따를 경우 대표이사의 횡령에 관한 한 이러한 법인의 자구적인 노력은 적어도 과세에 있어서는 무의미한 행위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특히 실무상 자주 접하게 되는 사례는 전문적으로 상장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대상회사의 자산을 오로지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세력(이른바 ‘기업사냥꾼’)에 의하여 발생한다. 즉, 일반적으로 기업사냥꾼들은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주권상장법인 또는 코스닥상장법인의 대주주로부터 주식 및 경영권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위와 같이 사채업자로부터 융통한 주식양수대금을 상환하기 위하여 회사의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을 임의로 인출하여 사용하거나, 법인 명의의 융통어음을 남발하여 이를 유용하기도 하고, 심지어 회사 중요자산(부동산, 투자유가증권, 무형자산 등)을 제3자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담보로 제공하거나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회사를 껍데기로 만든 다음 무책임하게 해외로 도주해 버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물론 기업사냥꾼 일당은 회사의 고소 등을 통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을 것이나, 이들은 이미 해외로 도피하거나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많고, 가사 이들에게 실제로 형벌이 가해진다 하더라도 이미 망해 버린 회사를 되살리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회사가 이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기업사냥꾼들은 이미 재산을 전부 소비하였거나 제3자의 명의로 은닉한 상태일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법인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온전히 회복하기는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기존 판례의 형식 논리에 따라 이미 껍데기만 남아 망하기 일보 직전인 회사에 대하여 횡령금액에 관한 원천징수세액의 과세가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라는 기존 판례의 견해를 유지하면서도 이에 부가하여 새롭게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대표자 횡령의 경우 무조건 당해 법인에 대하여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해 온 기존의 과세관행에 의미 있는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위 법리의 포섭과정을 분석해 보면, 주식이 고도로 분산되어 있어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법인의 경우 일반적으로비상장회사의 경우는 사실상 대표이사 등의 의사가 법인의 의사와 동일한 것으로 인정되기 쉬울 것이나 비상장회사라 하더라도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판시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사실을 인지한 직후 지체없이 횡령금액의 회수를 위하여 해당 대표이사 등을 형사고소 하면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적극적인 회수조치를 취한다면 동 횡령금액 상당의 자산이 사외유출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 즉 해당 법인은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이 경우에는 “사용인에 대한 횡령” 사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횡령금원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가 결정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고로 최근 서울고법에서도 대상판결의 판시사항을 전제로 대표자의 횡령과 관련된 조세쟁점에 대하여 의미 있는 판단을 한 바 있다(서울고법 2009. 1.14. 선고2006누16504 판결). Ⅳ. 결어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현행 세법 규정의 문언적 해석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기존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일률적인 해석 및 과세관행에 합리적인 제한을 가함으로써 형식 논리에 따라 파생된 부당한 결과를 적절히 시정할 수 있는 설득력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바, 바람직한 입장의 정립인 것으로 판단된다.
200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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