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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
의료과오소송에서 증명책임의 경감
1. 사실관계 원고는 2013년 7월경 피고로부터 추간판 절제술과 인공디스크 삽입술 등을 시행 받았다. 피고가 시행한 전방 경유 요천추 추간판 수술(이하 '전방 경유술'이라고 한다)의 대표적인 합병증은 비뇨기관과 성기관 등에 분포하는 상하복교감신경총의 손상이고 위 신경총에 손상이 가해지는 경우 남성에게는 역행성 사정이 발생하는바 원고는 위 수술 후 사정장애 및 역행성 사정 등의 증상(이하 '이 사건 장해'라고 한다)을 보이고 있다. 2. 소송의 경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인천지방법원은 2014가합3052 판결로 원고가 이 사건 수술 직후 그 장해 진단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 부위의 밀접한 연관성 등으로 미루어 이 사건 수술과 장해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되었을 가능성이 희박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장해는 피고가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의 과실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라고 추정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2016. 12. 8. 선고된 2016나2021634 판결(이하에서는 '원심판결'이라고 한다)에서 제1심 판시와 비슷한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은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이라고 한다)로 원심이 의료소송에서의 증명책임, 과실과 인과관계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피고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가.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이 완화된다. 나.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과실, 그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문제된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 의료행위로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는 때에도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 후유장해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 다. 피고가 전방 경유술을 택한 것이 의사에게 인정되는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거기에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고 수술 중에 위 신경총이 손상되어 이 사건 장해가 발생하였다고 보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의 과실을 추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장해는 전방 경유술에 따른 일반적 합병증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신경손상을 예방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 신경손상과 그로 인한 역행성 사정 등의 결과가 수술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나 피고의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4. 검토 의료행위의 전문성과 진료과정의 밀실성, 그에 따른 증거의 편재성 등으로 일반인이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 발생 사실을 명확히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송을 통한 손해의 공평 분담을 위해서는 환자 측의 증명책임을 경감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대법원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실상 추정론'에 근거하여 간접사실에 경험칙을 적용하여 과실과 인과관계를 동시에 추정하는 방식으로 과실 등에 대한 증명책임을 경감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일반인의 상식'에 기초하여 과실을 증명한 후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방식에 따른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이 선고되었고 영미법상의 일반상식론(Common knowledge theory) 또는 사실추정칙(Res Ipsa Loquitur Doctrine)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위 판결은 그 의미 등에 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료소송에서의 증명책임 경감에 관한 획기적인 판례로서 수많은 관련 사건에서 인용되고 있다. 한편 위 93다52402 판결 이후에도 간접사실에 의하여 과실과 인과관계를 동시에 추정하는 방식을 보충적 또는 병존적으로 사용하는 판결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간접사실들이 의사의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정도로 개연성이 담보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거나 발생된 악결과가 통상의 합병증인 경우에는 과실 추정이 불가하다고 하는 등으로 증명도를 더 높임으로써 증명책임 경감에 역행하는 듯한 재판례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 대상판결 역시 그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바 그 판결에는 아래와 같은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 대상판결은 판시내용 등으로 미루어 간접사실에 의한 동시추정 방식에 따른 것으로 보임에도 그와 관계없는 93다52402 판결을 원용함으로써 증명책임 경감의 방식에 혼란을 야기한다. 위 판결과 Common knowledge theory나 Res Ipsa Loquitur Doctrine의 연관성으로 미루어 그 법리는 극히 예외적인 의료과오사건에 적용될 수 있을 뿐임에도 그와 무관한 사안에까지 무분별하게 그 판지를 원용함으로써 과실 증명을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93다52402 판결이 의사의 과실이 명백한 일부 사안에서라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일반인의 상식에 반하는 과실'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의료행위 준칙을 제시하는 노력을 하든가 증명책임 감경에 관하여 종전의 동시추정의 방식으로 일원화하는 결단을 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동시추정의 방식에 과도한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은 동시추정의 방식을 채용하면서도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였고 그 입장은 그대로 대상판결에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나 동시추정의 방식에 한계가 있음을 밝힌 재판례 사안들 대부분은 '다른 원인 개입가능성의 배제 불가'라는 사정과 관련되어 있는바 인과관계만 인정되면 무제한 확장이 가능한 '다른 원인'의 인정 여부에 관하여 법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 진료 정보와 의학지식 측면에서 현저하게 열세인 환자 측에게 그 개입가능성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위험영역설이나 증거거리설에 비추어 너무 부당하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2002다45185 판결 입장은 부당하고 이와 궤를 같이하는 대상판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셋째, 환자 측에게 의사의 과실 등과 관련하여 너무 높은 증명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은 피고가 신경손상 위험이 없는 후방 경유술이 가능함에도 그 위험이 따르는 전방 경유술을 시행한 것은 의사의 재량으로 과실 인정과는 무관하고 후유장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한 그 발생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재량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부과되거나 그 수위가 더 높아져야 하는 점, 후유장해가 발생한 영역이 의사가 지배하는 범위 안에 있는 점, 정보나 증거 측면에서 후유장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 범위 내라는 의사의 증명이 환자가 그 반대사실을 증명하는 것보다 훨씬 용이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장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 범위 내라는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을 의사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옳다고 보여지므로 위 장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대상판결의 견해에는 역시 동의할 수 없다. 나아가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와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조물책임법 제3조와 제3조의2,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등에서 무과실책임이나 인과관계의 추정 등을 규정하고 있는 점, 의료소송의 경우 진료계약이 체결된 사람들 사이의 분쟁일뿐더러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이나 치과 보철치료 등과 같이 결과채무로 파악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적지 않는 등 의료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이 환경침해소송 등보다 더 높아야 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과실 등에 관한 증명책임 전환에 관한 법해석론 또는 입법론적 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김태봉 교수(전남대 로스쿨)
의료소송
입증책임
의료과실
김태봉 교수(전남대 로스쿨)
2020-10-15
기업법무
민사일반
-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7다6108 판결 -
진술보장 조항의 본질은 무엇인가?
1. 사실관계와 소송경과 ○○오일뱅크(매수인)는 1999년 4월 2일 △△에너지(대상기업)의 주주들(매도인들)로부터 대상기업의 주식들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계약 체결 당시 매도인들은 '대상기업이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으로 '진술보장'을 했다. 그런데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납유류 구매입찰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상기업이 매수인을 포함한 다른 정유사들과 함께 담합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법위반사실공표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로 인해 대상기업은 벌금과 과징금, 기타 민사상 손해배상금을 지출하게 되고, 이에 매수인은 매도인들의 위와 같은 진술보장에도 불구하고 대상기업이 담합행위에 가담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었다며, 매도인들의 진술보장 위반으로 인해 대상기업이 입게 된 손해의 배상을 청구했다. 1심에서는 진술보장 위반사실(담합 사실)에 대한 매수인의 악의와 상관없이 매도인의 책임이 성립한다고 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악의의 매수인이 진술보장 위반사실을 계약협상시 반영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계약 이후 뒤늦게 매도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며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의 적용은 사적 자치의 원칙 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진술보장 조항의 위험분배 기능에 비춰 볼 때 악의의 매수인도 진술보장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 위 환송판결 이후 손해배상의 구체적인 범위를 둘러싸고 다시 상고가 제기되었는데, 이에 대한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7다6108 판결(대상판결)에서는 '기업인수계약에서 진술보장 조항을 위반한 것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서 일종의 채무불이행책임에 해당하며, 진술보장 조항과 손해배상 조항이 함께 있다면 진술보장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야 하고, 진술보장 조항만이 존재하고 그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조항이 따로 없다면 민법 제390조를 비롯한 관련 규정들에 따라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 진술보장의 의의 및 쟁점 진술보장은 '계약의 일방당사자로 하여금 계약의 법적 유효성과 자신에 대한 일정한 사항 내지 정보를 진술하게 하고 그 내용의 진실성을 보장토록 하는 조항'을 말한다. 진술보장과 관련해서는 샌드배깅(sandbagging)이 문제되고 있는데, 이는 '매수인이 M&A 과정에서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적하지 아니한 채 거래를 종결하고는 그 이후에 매도인을 상대로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묻는 것'을 이른다. 19세기 미국 뉴욕의 갱들이 언뜻 보기에 해로울 것 같지 않은 샌드백을 살상무기로 사용한 데서 비롯된 용어다. 이러한 샌드배깅에 대해서는, 매수인의 악의·중과실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인정하는 Pro-sandbagging rule과, 매수인의 악의·중과실이 있는 경우 매도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Anti-sandbagging rule로 그 입장이 갈린다. 3. 진술보장에 관한 국내외 논의 미국에서는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불법행위법에 기한 책임으로 보기도 하고, 계약법에 기한 책임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전자는 진술보장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를 중시하는 것으로서 Anti-sandbagging rule과, 후자는 계약당사자 간의 위험분배를 중시하는 입장으로서 Pro-sandbagging rule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샌드배깅에 대해서는 주마다 입장이 다른데, 델라웨어주에서는 Pro-sandbagging rule을 원칙으로 삼고 있음에 반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Anti-sandbagging rule을 따르고 있다. 또, 뉴욕주에서는 원칙적으로 Pro-sandbagging rule을 지지하나, 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명시적으로 유보해 두지 아니한 경우에는 매수인이 그의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한다(CBS Inc. v. Ziff-Davis Publishing Co. 판결; Gali v. Metz 판결). 일본에서는 진술보장 위반책임의 법적 성격에 관해 하자담보책임설, 채무불이행책임설, 손해담보특약설이 대립하고 있는데, 일본의 하급심 판결들 중에는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정보제공의무 내지 설명의무위반에 기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례들도 존재한다(東京地裁 平成19. 7. 26; 東京地裁 平成23. 4. 19). 그리고 샌드배깅에 대한 대표적인 판결 사례로서 아루코 사건(東京地裁 平成18. 1. 17)과 나스야 사건(東京地裁 平成27. 9. 2)에서는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매수인의 선의·무중과실'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진술보장의 문제를 법상 하자담보책임과 이에 대한 손해담보의 문제로 보아 2002년 개정 독일민법(BGB) 제442조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악의의 매수인에 대해서는 매도인이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매수인의 중과실이 있는 경우 역시 매도인의 책임이 배제된다. 다만, 매수인의 중과실이 있더라도 매도인이 손해담보의 인수를 하였거나 하자를 고의적으로 감춘 경우에는 매도인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진술보장 위반책임의 본질에 관해, 약정하자담보책임설, 채무불이행책임설, 손해담보계약설 등이 주장되어 왔는데, 다만 샌드배깅의 문제는 법적 본질과의 논리적 연관성 관점에서보다는 신의칙 내지 공평의 이념 혹은 진술보장의 위험분배 기능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샌드배깅에 있어서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책임은, (i) 매수인의 악의·과실과 무관하게 성립한다는 견해, (ii) 매수인의 악의·중과실의 경우에 부정된다는 견해, (iii) 매매가격 반영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 등으로 갈리고 있다. 우리 대법원은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채무불이행책임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악의의 매수인도 진술보장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4. 평석 및 결론 (1) 진술보장 위반책임의 본질 M&A계약도 하자담보책임으로 규율하는 독일민법의 태도나 매매된 기업의 성상 중 진술보장이 정한 수준에 미흡한 부분은 당장 가액조정되어야 할 흠이라고 보는 실무계의 법감정을 고려한다면 진술보장 위반 사실을 하나의 하자로 관념하는 것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진술보장 조항은 M&A계약 뿐만 아니라 사채인수, 대출 등 금융계약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금융계약에서는 매매대상 자체가 존재한다 보기 어렵고 그 진술보장의 내용도 계약대상의 성상에 관한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변제자력, 신용 등 차주의 주관적 사정에 관한 것으로서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하자의 개념을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하자담보책임설은 M&A계약에 국한해서는 가장 설득력이 높은 주장이라고 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진술보장 조항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견해라고 판단된다. 그래서 넓은 관점에서 진술보장 조항은 하자담보가 아니라 계약상 의무의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바, M&A계약에서는 적정한 매수가격 산정을 위한 매도인의 정보제공의무를, 금융계약에서는 채무자의 변제자력 파악 및 안정적인 자금회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차주의 정보제공의무를 정한 것이라 볼 수 있고, 이러한 정보제공의무라는 부수적 의무를 위반할 때 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을 구성한다고 해석된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볼 때, 대법원이 진술보장 제도에 관한 국내법상의 독자적인 법리를 구축해 진술보장과 우리법 체계를 가장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채무불이행책임설을 채택하고 이에 관한 계약해석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향후 진술보장 조항의 해석 및 운용에 있어 그 의의가 매우 크다. (2) 샌드배깅의 문제 대법원은 Pro-sandbagging rule을 지지하는 근거로서 진술보장 조항의 위험분배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진술보장의 원래적 기능은 매도인의 실사를 보충하는 데 있는 것으로서 어디까지나 정보제공의 기능에 그 근본을 두고 있다. 게다가 진술보장의 위험분배 기능이라는 것도, 당사자 간에 당장 확정할 수 없는 잠재적 위험 내지 손실을 성실한 협상 하에 지혜롭게 대비해 나가는 메커니즘을 말하는 것이지, 매수인이 악의인 사실을 묵비하여 분쟁상황을 야기시키는 경우 이를 정당화하는 당위법칙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샌드배깅의 문제에 대하여 진술보장의 위험분배 기능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현재 대법원의 접근 방식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결국, 샌드배깅 문제는 진술보장 조항의 위험분배 기능보다는 정보제공 기능의 측면에서 파악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구체적인 해결은 어디까지나 정보제공 관계의 기초가 되는 상호신뢰의 관점에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매도인에 대한 비난가능성과 잘못된 정보임을 알고도 이를 악용 또는 방임한 매수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서로 비교해 비난가능성이 더 큰 당사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샌드배깅에 대해서는 Anti-sandbagging rule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매도인에게 책임을 지우지 아니하되, 매수인에 대한 비난가능성보다 매도인에 대한 그것이 더 클 경우, 즉 매도인이 고의적으로 진술보장 위반사실을 은폐한 경우이거나 매수인이 악의에까지는 이르지 않고 (중)과실에 그치는 경우에는 종래의 불법성 비교이론과 유사한 맥락에서 매도인의 책임을 긍정해야 할 것이다. 임철현 변호사 (두산그룹 법무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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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현 변호사 (두산그룹 법무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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