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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판결 -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의 방조인지 여부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자신이 개설하여 운영하는 이른바 '다시보기 링크사이트'인 이 사건 사이트 게시판에, 성명불상의 정범들이 저작재산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해외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업로드한 영상저작물(드라마·영화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2015년 7월 25일부터 2015년 11월 24일까지 총 450회에 걸쳐 게시하였다. 이에 검사가 피고인을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정범들의 공중송신권 침해행위를 방조)로 기소한 사안이다. 원심은, 링크를 하는 행위만으로는 공중송신권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 것이 아니고 단지 공중송신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태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제1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대법원은,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침해 게시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이, 링크 행위자가 정범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그러한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인터넷 사이트에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하는 등으로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링크 행위를 한 경우에는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범죄를 용이하게 하므로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한다는 이유로, 이와 다른 취지의 종전 판례(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를 변경하고, 저작권법 위반 방조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2.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의 방조인지 가. 링크행위의 정범 여부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다77405 판결,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0637 판결 등은 인터넷 링크는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링크를 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이에 대하여는 별다른 이설은 보이지 않는다. 나.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가 될 수 있는지 여부 1) 종전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인데, 링크를 하는 행위 자체는 위와 같이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 등의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지 아니한 저작물을 게시하거나 인터넷 이용자에게 그러한 저작물을 송신하는 등의 방법으로 저작권자의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웹페이지 등에 직접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그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링크 행위만으로는 위와 같은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업로드행위(복제)에 대한 방조 여부 이미 끝나버린 업로드(복제)행위를 그보다 나중 시점에 링크를 거는 행위에 대하여는 방조가 성립할 수 없을 것이고, 이에 대하여도 이견이 보이지 않는다. 3) 공중송신권의 의미와 종전 판결에 대한 비판론 저작권법 제2조 제7호는 '공중송신'을 '저작물, 실연·음반·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공중송신행위는 '송신행위'와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 두 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이용 제공 행위'와 관련하여, ①업로드가 완료되더라도 업로드된 콘텐츠가 인터넷 상에 존속하는 동안은 여전히 '이용 제공'이 계속되고 있고, 이러한 계속적 행위를 조력하는 것은 방조라는 견해, ②업로드에 의한 '이용제공' 행위에 대하여도 링크행위가 그 이용제공 실행행위 자체를 용이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하였다(다만, 이 견해도 링크 이후 이용자가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송신과 복제행위에 대하여 방조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 이 전원합의체 판결의 태도 및 이에 대한 평가 '공중송신(전송)'이란 용어 자체로 '송신'행위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지만, 저작권법은 '송신'의 예비행위라고 볼 수 있는 '이용제공'까지 행위태양에 포함시켰다. 침해물에의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행위인지는 결국 위 ①이용 제공 행위, ②송신행위로 구별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먼저 '이용 제공 행위'를 방조한다고 보면 가벌의 필요가 있는 행위를 보다 쉽게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미 업로드 행위가 끝난 상태에서 링크행위자가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를 설명하기가 애매한 면이 있다. 링크행위로 인하여 더 많은 사람이 침해게시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되지만, 링크행위의 유무와 관계 없이 이용 제공 행위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링크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방조가 성립한다고 하면서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한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경우 이러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은 링크 행위의 유형은 공중의 구성원이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로 정범의 범죄 실현에 대한 구체적·인과적 기회증대를 인정할 수 있거나 방조범의 확정적인 고의를 추단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과적 '기회증대'를 인과관계라고 보는데 의문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기회증대'를 인과관계로 본다면 '계속적' 제공은 이에 해당할 수 있지만 '영리적' 제공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판결의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의 태도가 일반적인 방조범의 성립과 종속성, 죄수 등의 법리에 반하고, 법원으로 하여금 방조범의 성립이 문제될 때마다 그 성립요건을 일일이 정해야만 하는 부담을 지우며,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였다. 다음으로 '송신행위'를 방조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이 판결의 반대의견은 송신은 업로드를 기초로 파일 전송 프로그램을 통해 '기계적'으로 구현되는 결과에 지나지 않고, 링크행위가 이러한 송신행위 자체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송신행위가 아무리 기계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라고 해도 링크행위로 인하여 사용자가 클릭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이러한 기계적 송신행위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링크행위는 송신행위를 용이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송신행위를 방조한다고 구성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정범의 이러한 송신행위를 일일이 특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번거로움이 생기게 된다. 다운로드받는 사용자를 정범으로 하여 복제의 방조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이고 송신행위의 방조로는 볼 수 있다면 송신행위를 일일이 특정하는 것보다는 전단계의 이용제공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볼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용제공행위에 대한 방조범의 성립을 긍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으나, '영리적·계속적' 제공과 같은 요건을 둘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남는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위와 같은 요건을 두지 않더라도 '영리적·계속적'인 링크 사이트가 단속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큰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도10903 판결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이트를 운영하던 도중에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이 선고되었지만, 이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다. 법률 위반 행위 중간에 일시적으로 판례에 따라 그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었던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자신의 행위가 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링크사이트 운영 중 링크행위가 방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적이 있더라도, 형법 제16조(자기가 한 행위가 법령에 따라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의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구민승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영화
불법유통
저작권법
구민승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22-01-24
지식재산권
-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후736·743 판결 -
선택발명의 진보성 법리 관한 대법원 판결의 변경
I. 들어가며 선택발명은 그 발명의 구성요소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선행기술이 개시하는 넓은 범위 중 일부인 좁은 범위를 선택하여 특정한 것이다. 선택발명이 일반발명과 차별될 특별한 이유가 없고 다른 기술분야에서는 차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제약분야에서는 오랫동안 일반발명과 달리 취급되어왔다. 그러한 차별적 법리를 제시한 대법원 2008후736·743 판결('대상 판결')을 간단히 소개한다. II.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후736·743 판결 대상 판결은 아래의 두 점을 설시하였다. 1.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서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점 일반발명에서는 선행기술의 구조와 대상 발명의 구조를 비교하여 그 차이점을 특정한 후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기술의 구조로부터 대상 발명의 구조를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대상 판결에 따르면 선택발명에 있어서는 그러한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오직 이질적 효과 또는 동질의 현저한 효과만이 고려된다. 2. '출원후효과증거(post-filing effect evidence)'를 배제하는 점 대상 판결은 명세서가 그 '효과'를 명확히 기재하여야 한다는 점, 그 명확한 기재는 이질적 효과에 관한 구체적 기재나 동질의 현저한 효과에 관한 정량적 기재이어야 한다는 점을 설시하였다. 그러한 법리로 인하여 출원 후에 제출되는 해당 선택발명의 효과를 증명하는 정량적 증거(출원후효과증거)는 고려되지 않는다. III.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1. 산업정책적 관점에서의 판단 가. 대상 판결의 법리가 용인되어 온 그간의 사정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및 다른 법의 발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특허법 법리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왔다. 이제 우리 특허법의 법리가 주요국 특허법의 법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게 되어 소위 국제적 조화가 달성되었다. 그런데 유독 제약 특허법의 분야에서는 주요국의 법리와 다른 우리나라의 독특한 법리가 아직까지도 잔존하고 있다. 그러한 독특한 법리는 다수인 국내 제약회사의 목소리가 소수인 외국 제약회사의 목소리를 덮어왔다는 점, 우리 제약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였다는 점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용인되어 왔다. 그 독특한 법리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선택발명을 진보성이라는 칼로 죽이게 하는 대상 판결의 법리인 것이다. 대상 판결이 선고된 2009년 당시에는 그 법리가 나름 용인의 이유를 가진 것이었으나 2020년 현재에는 더 이상 그러하지 않다. 나. 사정의 변경: 국내 제약회사에 의한 신약의 개발 우리의 자동차·반도체·영화·음악 등이 전세계를 누비듯 우리의 의약품이 전세계를 누비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예전에는 우리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고 그럼으로 인하여 외국의 신약 특허권자로부터 우리 제약회사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다소 국수적인 관점에서 특허법리의 왜곡이 용인되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의약품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우리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현행 선택발명에 대한 진보성 법리는 우리 제약회사가 개발한 신약발명을 진보성이라는 칼로 죽이게 한다. 우리 제약회사에 의한 신약개발을 조장하기 위해서도 선택발명을 특허로 제대로 보호하는 법리로 변경하여야 한다. 2.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서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오류 예전에는 (좁은 범위를 선택한) 선택발명이 (넓은 범위를 개시한) 선행기술과 구조적으로 동일한 것이므로 신규성은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법리가 운영되었다. 넓은 구조와 좁은 구조를 동일하게 보는 관점으로 인하여 진보성 판단에서도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었고 효과만이 판단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그러한 잘못된 신규성 법리를 타파하고 선행기술이 선택발명을 구체적으로 개시하여야 한다는 소위 '구체적 개시'의 신규성 법리를 정립하였다. 즉 선행기술이 개시한 넓은 구조와 대상 선택발명이 선택한 좁은 구조의 비동일성을 인정한 것이다. 선행기술과 선택발명의 구조적 비동일성을 인정하지 않는 관점에서는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구조적 비동일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신규성 법리가 변경되었으므로 그에 상응하게 진보성 판단에서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최근 특허법원 판결에서는 그러한 법리를 적용한다{특허법원 2020. 10. 16. 선고 2020허1052 판결 12면("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고려하면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 1로부터 이 사건 제1항 출원발명의 구성을 도출하는 것 자체는 쉽다고 봄이 타당하다"); 특허법원 2020. 10. 29. 선고 2019허7863 판결; 특허법원 2020. 10. 29. 선고 2019허8323 판결}. 상식적으로도 선행기술이 개시한 두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어려움과 선행기술이 개시한 만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어려움의 차이가 외면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 외 다른 요소도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정차호·신혜은, '선택발명인 거울상 이성질체 발명의 신규성 판단', 서울대 법학 제49권 제3호, 2008, 394면). 3. 선택발명에서 '출원후효과증거(post-filing effect evidence)'를 배제하는 오류 대상 판결은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서 출원후효과증거의 제출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법리를 설시하고 있다. 그 법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변경되어야 한다. 가. 주요국 및 우리나라의 출원실무와 배치됨 선출원주의에 따라 해당 발명의 효과가 어느 정도 확인되면 출원이 이루어지고 그 후 효과의 추가확인이 진행되는 것이 주요국 및 우리나라의 출원실무이다. 그러한 실무는 선택발명에서도 동일하다. 어떤 발명이 일반발명인지 또는 선택발명인지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으므로 출원실무도 구분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주요국이 그런 출원실무를 인정하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선택발명에 대하여 다른 실무를 고수하며 주요국의 모든 출원인에게 우리만의 실무를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의 법리와 조화를 이루어야 함 미국·유럽 등이 출원후효과증거의 제출을 허용하고 있음에 대하여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제약산업의 발전수준이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정도의 법리를 운용하고 있음은 주목되어야 한다. 우리가 적용하여 온 선택발명의 법리는 애초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것이나 일본도 그 선택발명의 법리를 변경하였다.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 2010. 7. 15. 선고 平成21(行ケ)10238호 판결이 (명세서 또는 도면의 기재로부터 추론될 수 있는) 출원후효과증거의 제출이 허용됨을 설시하였고 일본 특허청 심사지침서(제3부 제2장 항목2, 3.2.1(2))가 동일한 법리를 설명하고 있다. 다. 중국마저 국제적 조화를 이루었음 중국도 과거에는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과 관련하여 출원후효과증거의 제출을 허용하지 않았고 그 법리로 인해 미국 및 유럽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특허청은 2017년 심사지침서를 다음과 같이 개정하였다. 중국 내에서는 그 개정이 국제실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며 그 개정으로 인해 예측가능성·합리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평가된 바 있다(Yuqing Feng, et al., China may lift curbes on software patents: SIPO proposed revisions to Examination Guidelines, Dec. 1, 2016). "출원일 후에 제출되는 실험데이터에 대하여 심사관은 심사하여야 한다. 그 제출된 실험데이터로 인하여 증명되는 기술적 효과는 그 기술분야의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출원이 개시한 내용으로부터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중국특허청 심사지침서 제2부분 제10장 3.5절, 291면. 라. 상충하는 법리를 제시한 대법원 판결의 존재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1후2740 판결은 "선택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위와 같은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기재하면 충분하고 그 효과의 현저함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교실험자료까지 기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만일 그 효과가 의심스러울 때에는 출원일 이후에 출원인이 구체적인 비교실험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에 의하여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면 된다"고 설시한 바 있다. IV. 나오며 선택발명에 대한 특허성 법리는 초기에는 진보성 법리는 물론이고 신규성 법리도 일반발명의 법리와 다른 독특한 것이 운용되었다. 그 독특한 법리는 넓은 범위를 개시하는 선행기술과 좁은 범위를 청구하는 선택발명이 구조적으로 동일하다고 보는 오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즉 선택발명을 '중복발명'이라고 본 것이었다. 대상 판결이 그 잘못된 신규성 법리를 바로잡는 소위 '구체적 개시'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선택발명에 관한 법리의 오류 중 일부가 시정된 것이다. 이제 그 시정의 연장선상에서 진보성 법리의 오류도 시정되어야 한다. 미국·유럽이 선택발명의 진보성과 관련하여 출원후효과증거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중국 및 우리나라의 법리를 비판하여 왔다. 그런데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마저 출원후효과증거를 인정하는 법리로 변경함에 따라 이제는 주요국 중에서는 우리나라만이 그 잘못된 법리를 아직도 운용하고 있다. 영화·음악·방역 등의 덕분으로 우리나라의 국격이 괄목상대 높아졌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모든 것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미흡한 점을 발굴·정비하여 일류 선진국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 특허법의 법리도 그러한 걸음에 동참해야 한다. 미국·유럽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 선택발명의 진보성 법리가 조만간 변경되기를 기원한다. 정차호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선택발명
진보성
출원
특허
정차호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2020-12-07
허창하 변호사(오로라 공동법률사무소)
헤이그 규칙상 금화조항의 해석
I. 쟁점사항 및 대상판결의 의의 물품운송계약에 관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조약인 1924년의 헤이그규칙(The Hague Rules contained in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relating to Bill of Lading, dated Brussels 25 Aug 1924)에는 그 동안 실무에서 수많은 논쟁거리가 되어 왔던 일명 '금화조항(Gold Clause)'이 있다. 즉,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은 해상운송인의 책임을 포장당 100파운드(내지 이와 동등한 가치의 다른 통화)로 제한하고 있는데(100 pounds sterling per package or unit) 그와 동시에 제9조 제1문에서는 '이 협약에서의 통화단위는 금화(gold value)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위 규칙을 따를 때 포장당 책임제한액 100파운드가 영국의 명목상 화폐단위인 영화(英貨)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금화 파운드(gold value pound)를 의미하는지가 불분명하였던 것이다. 만약 위 규칙에서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을 영국화 100파운드로 해석한다면 이는 포장당 운송인의 책임을 미화 170달러 정도만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화주는 지극히 적은 금액만 배상받게 되고, 금화 100파운드로 해석한다면 이는 영국 주화법(Coinage Act)에 의거하여 환산할 때 포장당 미화 21,000달러를 상회하는 금액이므로 화주가 배상받을 수 있는 한도액은 상당히 커지게 되어, 실제 국제해상운송계약관계에 있어 위 조항의 해석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헤이그규칙상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이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최초로 명확한 판시를 함으로써(법률신문 7월14일자 5면 참조), 금화조항의 해석에 대한 잘못된 하급심의 판결들을 일거에 정리하고 해상업계에 명확한 지침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I. 사실관계 원고는 인도네시아의 보험회사이고 피고는 해상운송인이다. 소외 A는 해당 화물을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수출하기로 하고, 피고와 사이에 해상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위 운송계약에 따라 선적항 대한민국 부산항, 양하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기재된 선하증권(이하 '본건 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발행하였고 해당 화물은 약정된 경로에 따라 운송되었는데, 그 운송과정에서 피고의 과실로 화물 4포장이 손상되었다. 이에 원고는 적하보험자로서 화주인 A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피고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한편, 본건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조(지상약관; paramount clause)에 따르면, 선적지국가나 도착지국가에서 헤이그규칙을 입법화하지 않은 경우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해당 운송계약에 관하여 헤이그규칙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는 모두 헤이그규칙을 입법화하지 않았다. III. 원심판결의 내용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0. 19. 선고 2012나20825 판결) 이 사건의 제1심 및 항소심 법원 모두 본건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조에 규정된 바에 따라 이 사건 운송계약에 있어서 운송인의 책임제한은 헤이그규칙에 따라 정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었고 원, 피고 역시 준거약관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다. 그러나 헤이그규칙상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이 영국화 100파운드인지 아니면 금화 100파운드인지에 관하여, 원심은 이전까지의 하급심 판결들(서울지방법원 2003. 1. 16. 선고 2001가합25714 판결, 서울고등법원 1998. 12. 18. 선고 98나1647 판결 등)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운송인인 피고의 책임을 포장당 영국화 100파운드로 제한하는 판시를 하였다. IV. 대법원 판단의 요지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채택한 논거들을 비판하고 헤이그규칙의 금화조항에 관한 외국 판례들의 태도를 수용하면서, "1.헤이그규칙이 제정되었을 당시의 사정 및 그 이후의 pound sterling 가치의 변천 취지를 고려할 때, 헤이그규칙상의 '100 pounds sterling'을 금화 100파운드에 들어있는 금의 가치라고 보는 이상 이를 현재 영국의 명목상 화폐단위인 100파운드의 가치와 동일시 할 수는 없고, 2.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이 금조항에서 벗어나 고정된 가치를 가진 계산단위로서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 이하 'SDR'이라 한다)을 창설하였던 취지 및 헤이그-비스비규칙과의 관계를 살펴볼 때,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에서 해상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으로 정하고 있는 '100파운드(100 pounds sterling)'는 금화 100파운드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하였다. V. 평석 대법원의 해당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국제적인 해상운송업계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된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1. 영국 법원은 1988년 'The Rosa S'사건에서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의 '100 pounds sterling'은 금화 100파운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였고, 이후 오스트레일리아 항소심 법원(1989년), 싱가포르 고등법원(1992년), 프랑스 고등법원(1992년), 미국 등 각국의 법원에서 이와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 또한, 최근 2004년 5월 20일경 영국 추밀원(Privy Council)이 'The Tasman Discoverer'사건에서 위와 동일한 내용을 재확인하는 판결을 함으로써, 헤이그규칙의 금화조항에 대한 해석은 공신력 있는 각국 사법기관의 판단에 의하여 국제적으로 이미 종결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6월 대법원의 해당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합리적 근거 없이 위 외국 판례들에 전면적으로 반하는 내용의 판시를 계속함으로써 국제적으로 고립된 태도를 취해왔는바, 외국과의 해상운송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무역행태를 고려할 때 해당 판결은 운송업계에 국제적인 통일성을 부여하는 매우 의미 깊은 판결로 보인다. 2. 위와 같이 헤이그규칙상 금화조항이 금화 100파운드를 의미한다는 해석론이 국제적으로 정립된 이상, 선하증권 이면약관 등에 의해 헤이그규칙이 해상운송계약에 편입된 경우 선하증권을 교부받은 화주로써는 금화 100파운드의 한도 내에서 자신이 입은 전체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익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운송계약 당사자들은 헤이그규칙을 선하증권에 편입시킴으로써 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을 금화 100파운드로 한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화주가 입은 손해를 최대한 배상받도록 하겠다는 의사합치를 이룬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 상법이 인정하는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액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상법은 해상운송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하여 배상액에 관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책임제한액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어서 그러한 제한액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가중시키는 합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상법 제799조 제1항은 상법이 정하고 있는 운송인의 책임제한액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감경하는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선하증권에 편입된 헤이그규칙에 의하여 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이 금화 100파운드라고 보는 것은 상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적자치 원칙 및 실질적 형평에도 부합한다. 3. 나아가, 만약 운송계약 당사자들이 헤이그규칙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을 금화가 아닌 영국화 100파운드로 정할 의사로써 위 규칙을 선하증권에 삽입한 경우에는, 본 사건에서와 같이 선하증권의 지상약관(paramount clause)으로써 위 규칙 전체를 계약에 편입할 것이 아니라 위 규칙의 제4조 제5항 내용만을 구체적으로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기재함으로써 당사자들의 위와 같은 의사를 충분히 실현시킬 수 있다. 즉, 영국 추밀원(Privy Council)이 2004년 판시한 'The Tasman Discoverer사건에서 해당 당사자들은 선하증권 약관에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만을 명시해 삽입하였는데, 추밀원은 이러한 경우 포장당 책임제한액은 영국화 100파운드라고 할 것이고 당사자들의 의사는 해당 운송계약에서 헤이그규칙 제9조의 금화조항을 변경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헤이그규칙의 금화조항을 금화 100파운드라고 해석한 해당 판결은 국제적 통일성에 부합하는 의미 있는 판결로서 앞으로의 분쟁에 명확한 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14-07-21
백현민 변호사(법무법인(유) 율촌)
확정된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청구는 당사자 소송으로
I.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신탁회사)는 건설업을 영위하는 소외 회사로부터 공동주택 신축분양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채권을 양도받았다. 원고는 소외 회사를 대리하여 위 사업장 관할 세무서장인 파주세무서장에게 채권양도통지를 하였다. 그러나 파주세무서장은 위 채권양도계약상 피양도채권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소외 회사의 확정신고 또는 경정결정에 의하여 이미 확정된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을 원고가 아닌 소외 회사에게 지급하였다. 2. 소송경과 원고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양수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였고 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부당이득의 반환으로서 이루어지는 과오납금 반환과는 달리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은 부가가치세법령에 의하여 발생하고 세액의 '확정'을 그 행사요건으로 하고 있어서 공법상의 원인에 기하여 환급되는 것이므로, 그 환급을 구하는 소송은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을 관계행정청인 파주세무서장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의정부지방법원으로 이송하였다. 3. 판결요지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납세의무자에 대한 국가의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의무는 그 납세의무자로부터 어느 과세기간에 과다하게 거래징수 된 세액 상당을 국가가 실제로 납부 받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가가치세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직접 발생하는 것으로서, 그 법적 성질은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서 수익자와 손실자 사이의 재산상태 조정을 위해 인정되는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아니라 부가가치세법령에 의하여 그 존부나 범위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조세 정책적 관점에서 특별히 인정되는 공법상 의무"이므로 "국가에 대한 납세의무자의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청구는 민사소송이 아니라 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에 규정된 당사자소송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반면에 소수의견(1인)은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청구만 당사자소송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국민의 권리구제수단 선택이나 소송실무상 혼란만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였다. II. 평석 1. 문제 제기 대상 판결은 다수의 학설과 같이 국세환급금 청구에 대한 종전의 소송경로에 대한 입장(민사소송)을 일부 변경하여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청구를 당사자소송으로 다투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다양한 조세환급관련소송각주1 중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에서 일어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납세자의 입장에서 잘못된 소송형태 선택은 행정사건 관할의 전속성, 제소기간의 제한으로 인하여 법적 구제의 좌절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세환급관련소송의 체계에서 이번 판례 변경의 좌표를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조세환급금의 확정과 소송형태 국세기본법 제51조 제1항에서는 '잘못 납부한 금액, 초과하여 납부한 금액 또는 환급세액을 국세환급금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지방세기본법 제76조와 관세법 제46조 제1항에서도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는바, 조세환급금은 오납금, 과납금, 환급세액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오납금은 납부 또는 징수의 기초가 된 신고 또는 부과처분이 부존재하거나 당연무효임에도 불구하고 납부 또는 징수된 세액을 말한다. 따라서 오납금은 납부 또는 징수시에 발생하여 확정되고, 곧바로 민사소송으로 환급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 판례의 입장이다. 과납금은 신고 또는 부과처분이 당연무효는 아니나 그 후 취소 또는 경정됨으로써 그 전부 또는 일부가 감소된 세액을 말하는데, 따라서 신고나 부과처분과 같은 조세채권 확정행위가 취소·경정되어야 발생한다. 그러므로 바로 민사소송으로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없고 먼저 부과처분이나, 경정처분, 경정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으로 위 확정행위를 배제시켜야 한다. 취소소송에서 승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관할 세무서장이 다른 이유를 들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이 현재 판례의 입장이다. 환급세액은 적법하게 납부 또는 징수되었으나 그 후 국가가 보유할 정당한 이유가 없게 되어 각 개별 세법에서 환부하기로 정한 세액을 말한다. 따라서 환급세액은 각 개별세법에서 규정한 환급요건에 따라 확정되는바, 다음 항목에서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의 확정과 소송형태에 대하여 살펴본다. 3.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확정과 소송형태 부가가치세법 제19조에서 사업자는 과세기간의 과세표준과 납부세액 또는 환급세액을 확정신고 하도록 하고 있고, 부가가치세법 제21조 제1항은 확정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내용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관할 세무서장이 과세표준과 세액 또는 환급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납부세액이 확정신고 또는 경정결정에 의하여 확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급세액도 그에 따라 확정된다.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을 부(-)의 납부세액결정으로 보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각주2 부가가치세 환급세액과 관련된 다툼에는 확정 여부를 다투는 경우와 이미 확정된 것임을 전제로 그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환급세액 확정행위 자체를 다투기 위해서는 결국 취소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반면에 이미 확정된 환급세액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확정행위 자체에 대해서 다툴 필요가 없으므로, 이론상 곧바로 이행소송(대상 판결에 따르면 당사자소송)을 제기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확정된 환급세액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고 지급 자체에 대해서만 다툼이 있는 경우란 실무상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세관청이 확정된 환급세액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 대부분은 과세관청이 확정된 환급세액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것이고, 과세관청은 언제든지 확정된 환급세액을 경정하여 기존의 확정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무상 일단 납세자가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을 신고하는 경우, 관할 세무서장은 그 당부를 판단하여 납세자의 신고가 맞다고 판단되면 30일 내에 환급세액을 지급한다.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관할 세무서장은 환급세액의 일부를 감액하는 '일부환급결정통지'나 납부세액을 경정하는 '과세예고통지'를 한다. 전자는 환급거부처분에 해당하므로 전심절차를 거쳐 취소소송으로 다투어야 할 것이고, 후자 역시 과세전적부심사가 허용되는 이외에는 같은 방식으로 다투어야 할 것이다. 매우 드물게 관할 세무서장이 환급거부처분이나 경정처분 없이 단순히 환급세액의 지급을 태만히 하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납세자는 당사자소송으로 환급세액의 지급을 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당사자소송 제기 후라도 과세관청은 경정처분을 할 수 있고 그 경정처분에 따라 환급세액의 확정은 배제되어 기왕 제기된 당사자소송은 그 청구원인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불완전한 구제수단이다. 결국 납세자가 지급을 구하는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의 존부나 범위에 대한 다툼의 대부분은 취소소송에 의하여 해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취소소송에 의하지 않고 환급세액의 지급을 바로 구할 수 있는 경우는 대상판결에서처럼 과세관청이 확정된 환급세액은 다투지 않고 채권양도만을 다투는 경우나, 과세관청이 신의칙을 이유로 확정된 환급세액의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처럼 특수한 경우로 한정된다. 4. 대상 판결의 판례 변경이 적용되는 영역 대상 판결에서 판례의 변경을 이룬 지점은 바로 여기이다. 즉,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에 관하여는 진정 다툼이 없어서 과세관청의 경정이나 거부처분도 없는 경우로 한정된다. 따라서 대상 판결을 납세자가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의 존부나 범위 자체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어 과세관청의 거부처분이나 경정처분이 있는 경우에도 당사자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확대해석하여서는 안 된다. 결국 대상 판결의 변경된 법리가 적용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매우 드물다. 대상 판결이 이유에서 변경의 대상으로 들고 있는 판례(대법원 1996. 4. 12. 선고 94다34005 판결,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두7520 판결 등)들도 거부처분이 존재하여 당사자소송(대상 판례의 견해)이 아닌 취소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 사안들이다. III. 결어 대상 판결은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의 양수금 청구에 있어 환급금의 지급청구가납세자와 과세주체 사이의 민사적인 법률관계가 아닌 공법상의 환급금의 존부와 범위에 대한 행정법률관계의 다툼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수십 년 된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행정법 이론상으로는 국세환급금 중 오납금 반환청구소송이나 취소확정 된 과납금 지급청구소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결론이 되어야 맞다. 그러나 판시 논거의 취지 상 이 점은 분명하지 않다. 또한 이 판결은 오로지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이 이미 확정되어 있음을 전제로 한 소송임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 이유를 보면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의 존부나 범위에 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와 분명하게 구별하지 않고 있어 납세자가 자칫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에 대한 청구는 모두 당사자소송으로 하여야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아쉬운 부분이다. 한편 행정소송법 전부개정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행정상 손실보상ㆍ손해배상ㆍ부당이득반환이나 그 밖의 공법상 원인으로 발생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을 당사자소송으로 규정하고, 행정소송과 민사소송 사이의 소변경의 허용 및 이송요건의 완화를 규정하고 있어 입법이 실현되는 경우 위 판례는 제한적 의미에 그칠 것이다. 각주1. 납세자가 조세환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환급요건을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각종 처분의 취소를 구하거나, 조세환급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과세관청과의 다툼에 대하여 확인을 구하고, 나아가 직접 조세환급금의 이행을 청구하는 일체의 소송을 말한다(소순무, 『조세소송』, 영화조세통람, 2012, 531면). 각주2. 위의 책, 604면
2013-05-06
김세진 공익법무관 (부산고등검찰청)
전자상거래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법적보호
1. 부산지방법원 2007카합1046 결정례(2007. 12. 신청인이 항고하여 심리 중임) 가. 기초사실관계 본 사건의 신청인(채권자)은 2003년경부터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이고,피신청인(채무자)도 2006년경부터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서 신청인과 동일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이다.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인터넷 홈페이지 상의 각종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하고 자신의 웹페이지의 메뉴와 구조, 배열 등을 복제했다고 주장하면서 피신청인의 웹사이트에 대해 ‘인터넷사이트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다. 나. 결정요지 1) 신청인의 웹사이트의 각종 서비스 등이 저작권법 상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신청인이 주장하는 필로그 서비스 등 대부분의 서비스는 그 사이트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기능들로서 그 내용이 체계적·조직적 방법으로 수집된 자료라고 보기도 어렵고 개별적으로 각 소재에 접근하거나 검색하기 위해 배열된 자료로 보이지 않는다. 2)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하 ‘온디콘법’이라 한다) 보호대상 및 웹페이지의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정한 메뉴, 기능, 서비스, 아이디어 등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온디콘법의 보호대상인 콘텐츠는 그 보호범위가 다소 불명확하기는 하나, 온디콘법의 정의 조항에서 전자적 형태로 제작된 자료 또는 정보임을 규정하고 있고, (중략) 온디콘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콘텐츠는 적어도 문자, 영상, 부호 등에 의하여 제작된 것으로서 대상 자체만으로 그가 표상하고자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해당 콘텐츠 스스로 정보 및 자료로서의 완결성이 상당한 정도로 갖추어져 있는 자료 및 정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개념상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메뉴, 기능, 서비스 또는 그 서비스를 고안해 낸 아이디어 자체와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경우에도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정한 메뉴, 기능, 서비스, 아이디어 등을 콘텐츠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2. 적용법조 사용자환경에 해당하는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각종 기능, 서비스, 특히 소재를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웹사이트 자체가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의 ‘데이터베이스’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온디콘법상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는지 문제되고 부가적인 쟁점으로 최근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에 대해 검토해보기로 한다. 3.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각종 서비스 및 기능 등 사용자환경(user interface)에 대한 법률적 분석 (대상 결정례에 대한 검토) 가. 웹사이트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개념 웹사이트의 사용자와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인터랙션(interaction)이라고 하는데, 사용자와 시스템의 인터랙션을 위해 그 형태가 어떻든 사용자가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과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합쳐서 웹사이트의 사용자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대상 결정례의 경우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및 배열 등은 모두 신청인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사용자와 전자상거래업자가 마련해 놓은 판매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 즉 상품을 검색하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구매의사결정을 하고, 결제하는 과정을 위해 사용자와 판매자의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가상적인 매개체의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인이 주장하는 웹페이지의 각종 서비스, 기능, 메뉴의 구조 및 배열 등은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데이터베이스인가 1) 개 념 현행 저작권법은 ‘데이터베이스’는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정의한다(동법 제2조 제19호). 2) 대상 결정례에 대한 검토 생각건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개념에서 알 수 있는바와 같이 다양한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해서 이용자가 쉽게 접근 또는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신청인과 같은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의 거래를 중개하는 웹사이트의 경우, 거래 대상인 디지털콘텐츠라는 소재, 예를 들면 영화, TV드라마, 사진, 유틸리티, 문서, 교육, 지식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체계적인 방법으로 분류하여, 구매자들이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있다면 그러한 웹사이트 자체는 ‘데이터베이스’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상 결정례에서는 검색기능을 가진 웹사이트 자체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를 따로 구분해서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신청인 주장하는 대부분의 각종 서비스’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 편집저작물인가 이에 대하여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보호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기 전의 사안인 서울중앙지법 2003. 8. 19. 선고 2003카합1713호에서 ‘인터넷홈페이지도 그 구성형식, 소재의 선택이나 배열에 있어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편집저작물에 해당하여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 대상 결정례에서는 신청인의 웹사이트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창조성있는 데이터베이스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인 ‘편집저작물’에 대한 규정은 따로 판단하지 않은 듯하다(지면 관계상 이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기로 한다). 라.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인가 1) 개념 온디콘법 제2조 제1호에서는 디지털콘텐츠란 ‘부호, 문자, 음성, 음향, 이미지,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전 및 이용에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전자적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된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나, 동 규정의 ‘자료 또는 정보’의 범위가 다소 불명확했으나 대상 결정례에서 동법의 보호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판시하고 있다. 2) 사안의 경우 신청인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와 그 메뉴구조 등의 사용자환경은 디지털콘텐츠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온디콘법 제2조 제1호에서 디지털콘텐츠의 개념요소로 ‘자료 또는 정보’임을 요하고 있고, 콘텐츠의 기본적 의미도 문자, 소리, 화상 등으로 이루어진 ‘정보의 내용물’이라는 개념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이 사건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 및 그 메뉴구조 등은 모두 이용자가 신청인의 사이트를 좀 더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 또는 방법이고 이를 ‘자료 또는 정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4. 미국의 사례{Lotus Development Corporation v. Borland International Inc. 1995 WL. 946699(1st Cir.) 1995} 미국의 유사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Lotus사가 Borland사를 상대로, 자사가 개발한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인 ‘Lotus 1-2-3’과 Borland사가 개발한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 ‘Quattro Pro’의 명령어 선택 및 메뉴의 구조가 거의 동일하여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소한 소송에서 1996. 1. 16. 미연방대법원은 ‘Lotus의 메뉴구조는 일종의 작동방식이나 수단 같은 것이며, 이러한 작동방식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Lotus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는 컴퓨터프로그램의 사용자환경은 작동방식 또는 기능에 불과하므로 저작물로 볼 수 없고 또 그 방법이 제한적이므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5. Trade Dress (이대희, 인터넷과 지적재산권법 2002 참조함) 트레이드 드레스는 주로 ‘상품의 전체적인 이미지로서, 크기, 모양, 색채, 색채의 결합, 구성(texture), 도해(graphics), 심지어 특정한 판매기법(sales techniques) 등과 같은 특징(feature)’ 또는 ‘상품 전체의 이미지와 종합적인 외관’이라고 정의된다.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는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자에게 영향을 주는 색채, 그래픽, 디자인, 레이아웃, 텍스트 및 이들을 결합한 것 등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라고 할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도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법과는 달리 한국의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상 트레이드드레스라고 할만 한 것은 입체상표 및 색채상표 그리고 상품의 모양이나 포장·용기에 한정되고 있어서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상표권의 일종으로 보호하는 것은 현행법상 한계가 있고, 전자상거래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준격차가 크고 아직도 발전단계에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인정하여 사실상 영구적인 배타적 권리를 인정한다면 소수의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여 전자상거래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6. 맺음말 대상 결정례는 신청인의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이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 온디콘법상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지 않음을 이유로 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법적보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활발한 논의가 없고 대법원판례도 없는 상황이어서 대상 결정례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생각건대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영구적인 배타적 권리를 인정할 경우 반경쟁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으나,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을 개발한 기성사업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도 역시 있다고 할 것이다. 대상 결정례를 계기로 이 점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함께 신규사업자와 기성사업자의 이익의 균형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길 바란다.
2008-02-04
정준모 변호사 (HIH법률사무소, 사단법인 게임분쟁연구소장)
게임저작물의 저작권침해판단방법과 판단기준
1. 사건의 개요(사실관계) 위 사건은, 원고인 일본굴지의 게임개발사인 코나미사가 1994년도에 플레이스테이션2 용 게임으로 실황파워풀프로야구(이하 ‘실황야구’라 함)를 개발을 하였고, 코나미사가 위 야구게임소프트웨어의 저작권자인데, 위 실황야구게임은 야구를 소재로 하여 사람의 모습을 귀엽고 친근감있게 단순화하여 개발을 한 게임이다. 한편 피고인 네오플은 2005년 5월경 신야구라는 게임을 개발하여 이를 게임개발 및 퍼블리싱회사인 한빛소프트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게임을 제공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회사의 위 신야구게임이 원고회사의 게임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원고게임의 저작권 및 원고게임의 게임캐릭터의 저작권 및 2차적 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게임의 이용중지 및 게임배포중지 및 관련 프로그램의 삭제를 주장하며 피고에게 저작권침해금지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위 사건의 제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가합76758 사건에서 원고는 패소를 하였고 원고가 항소를 하여 원심판결에 불복하고 다투었으나 위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6나72392판결)에서도 역시 원고 코나미사는 패소를 하였다. 위 판결은 다소 생소한 온라인게임이나 게임관련 저작권침해판단에 대한 일응의 선례 및 기준을 제시하여 주는 판결이므로 그 판결의 의미와 내용을 설명하고 분석해 보았다. 2. 연구대상판결의 요지 가. 캐릭터 및 게임캐릭터의 개념 캐릭터란 만화, 텔레비전, 영화, 신문, 잡지, 소설, 연극 등 대중이 접하는 매체를 통하여 등장하는 인물, 동물, 물건의 특징, 성격, 생김새, 명칭, 도안, 특이한 동작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작가나 배우가 부여한 특수한 성격을 묘사한 인물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상품이나 서비스, 영업에 수반하여 고객흡인력 또는 광고효과라는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을 말하고, 캐릭터가 상품 등에 이용되는 목적은 대중매체를 통하여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진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광고 선전력, 주의환기력, 고객흡인력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여부와 인정요건 이 사건 원고의 실황야구 캐릭터는 이 사건 실황야구라는 저작물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이와 별도로 실황야구 캐릭터의 상품화과정을 거쳐 독자적인 저작물성을 인정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독자적인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캐릭터로 볼 수 없다. 또한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규정을 하고 있는데, 이 창작물이란 표현 그 자체를 가리킨다는 것이 일반적인데, 캐릭터라는 것은 일정한 이름, 용모, 역할 등의 특징을 가진 등장인물이 반복적으로 묘사됨으로써, 각각의 표현을 떠나서 일반의 머릿속에 형성된 일종의 이미지로서 표현과는 대비된다. 즉 캐릭터란 그 개개장면의 구체적 표현으로부터 승화된 등장인물의 특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지 구체적인 표현은 아니며, 결국 그 자체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실황야구자체가 등장하는 실황야구 자체를 영상저작물로 보호하는 것으로 족하고, 별도로 실황야구 캐릭터자체를 독립적인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다. 2차적 저작물 인정원칙 제3자가 이 사건 실황야구 캐릭터를 표절을 하였다면 그것이 사회통념상 실질적인 개변을 가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개변을 한 것에 불과하면 복제권의 침해에 해당할 것이고, 사소한 개변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개변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유사성의 범위내에 있다면, 이는 허락없이 원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을 만들어 낸 것으로 원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규율을 할 수 있으나, 만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다면 2차적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라. 게임 및 게임캐릭터의 유사성판단의 원칙(게임저작물에서의 실질적유사성판단) 저작물의 무단 복제에 의한 저작권침해를 인정을 할 수 있으려면 침해자가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을 하였을 것과 실질적 유사성을 요하는 바,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의 여부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실질적인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저작권은 아이디어 등을 말, 문자, 음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보호대상으로 할 뿐, 표현의 내용이 된 아이디어나 그 기초 이론등은 그것이 아무리 독창적이라 하더라도 보호대상으로 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도 창작성이 인정이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 역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인 바,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그 저작자 나름대로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 특성이 부여되어 있으며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를 의미한다 할 것이다. 게임 및 캐릭터의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정은 창작성이나 캐릭터의 개발정도 및 다양한 표현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가 달라진다. 즉 캐릭터의 창작성이나 개발정도가 클수록, 다양한 표현가능성이 클수록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는 넓어지게 된다. 이러한 일반적인 판단기준하에 전체적인 대비를 통하여 전체적인 관념과 느낌이 유사한 지, 그렇다면 어떠한 요소로 인하여 유사성이 발생하였는지를 확정하고, 다음단계로 그 유사성 요소중 표현요소가 무엇인지를 확정하여 대비하는 작업이 필요한 바, 이는 사건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3. 연구대상판결의 의미와 검토 가. 캐릭터 및 게임캐릭터의 개념 이 사건 판결에서는 캐릭터를 일종의 관념적 이미지 및 추상적 개념이라고만 표현하고 규정을 하였지만 게임 및 만화의 캐릭터는 추상적이미지로의 기능도 있지만 구체적인 표현으로서의 기능 및 역할도 있는 부분을 간과한 것이 아닌지 사료된다. 또한 캐릭터의 개념에 대하여 “만화, 텔레비전, 영화, 신문, 잡지 등 대중이 접하는 매체를 통하여 등장하는 가공적인 또는 실재하는 인물, 동물 등의 형상과 명칭을 뜻하는 이른바 캐릭터(character)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고객흡인력(顧客吸引力) 때문에 이를 상품에 이용하는 상품화(이른바 캐릭터 머천다이징, character merchandising)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라는 이전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6. 9. 6. 선고 96도139 판결)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위 대법원 판례와 같은 맥락에서 캐릭터의 특징과 개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쉬운 것은 캐릭터라는 개념도 만화, 티비, 영화, 오락프로, 연극, 애니메이션, 게임등에서 사용되는 매체나 저작물에 따라서 그 특징 및 개념에 달라질 수 있고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이번 사건에서는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수성이나 게임캐릭터의 특징이나 특수성에 대하여는 심도깊게 다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나.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 여부와 인정요건 이 사건 판례는 캐릭터는 그 캐릭터가 상품화라는 과정을 거쳐서 독자적인 저작물성을 인정받지 아니한 이상 독자적인 저작물성을 인정을 하여 줄 수는 없다고 판시를 하였다. 위 판시 부분 역시 “캐릭터가 상품화되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에 규정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가 되기 위하여는 캐릭터 자체가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캐릭터에 대한 상품화 사업이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선전, 광고 및 품질관리 등으로 그 캐릭터가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의 상품표지이거나 위 상품화권자와 그로부터 상품화 계약에 따라 캐릭터사용허락을 받은 사용권자 및 재사용권자 등 그 캐릭터에 관한 상품화 사업을 영위하는 집단(group)의 상품표지로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을 것을 요한다” 다는 이전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6. 9. 6. 선고 96도139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드시 상품화가 되지는 않았더라도 게임캐릭터가 게임저작물과 독립하여 그 캐릭터만으로도 고객이나 일반인들 또는 해당 게임을 하지 아니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대중적으로 인식이 되었다면 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을 인정을 하여 줄 필요성도 있지 않을까. 다. 게임 및 게임캐릭터의 유사성판단의 원칙(게임저작물에서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 이번 판결에서는 게임저작물의 유사성판단 및 저작권침해시에도 실질적 유사성이라는 일반 저작물의 침해여부 판단기준을 그대로 사용을 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게임의 경우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기준에 대하여 “게임 및 캐릭터의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정은 창작성이나 캐릭터의 개발정도 및 다양한 표현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가 달라진다. 즉 캐릭터의 창작성이나 개발정도가 클수록, 다양한 표현가능성이 클수록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는 넓어지게 된다”고 판시를 하였는 바, 이는 게임저작물의 특성을 합리적으로 잘 판단하고 일응 합당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즉 이번 사건과 같이 야구나 축구, 골프, 농구 등 스포츠를 표현한 게임들은 그 표현가능성의 다양성이 적은 바, 아무래도 저작권침해를 인정받고 입증하기가 곤란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스포츠나 특정한 현실의 생활상을 그대로 표현한 게임이 아닌 경우에는 아무래도 표현의 창의성이나 기타 표현가능성이 다양하고 많으므로 게임의 유사성을 인정받기가 용이할 것이다. 마. 게임저작물의 침해판단시 고려요소 현재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게임간의 저작권침해를 판단한 판결이나 경우가 적다. 이전에 건바운드와 포트리스라는 게임의 유사성여부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처분사건에 있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게임저작물에 대한 사건이나 분쟁은 매우 적어서 게임저작물의 저작권침해에 대한 판단기준을 판시한 판례는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게임저작물은 크게 게임프로그램적인 부분과 게임화면으로 구성이 되는데 이는 각각 원칙적으로 분리하여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한편 게임화면(진행화면)부분도 게임영상, 게임캐릭터, 게임배경, 게임조작법, 게임의 전체구성, 진행방식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저작권침해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며 이에 더하여 게임의 종류 및 표현의 다양성여부, 게임플랫폼(아케이드, 온라인, 모바일, 콘솔, 휴대용게임)의 특성도 고려하여 종합적, 구체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4. 결 론 이번 판례는 게임저작물 및 게임캐릭터의 저작권침해여부와 관련하여 단초를 열어주고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게임저작물관련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이 되는 바 게임저작물의 특성을 인식하고 그 저작권 침해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좀 더 구체적, 합리적이고 게임저작물의 특성을 반영한 세부적인 판단기준을 제시, 연구하고 확립하여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2007-10-11
김중권 중앙대법대 교수
정부투자기관의 입찰참가제한행위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소고
Ⅰ. 對象判決의 要旨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1999. 10. 21. 재정경제부령 제107호) 제23조 제1항 제6호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과의 계약체결의무를 위반한 자, 즉 입찰의 방법을 통하여 계약상대방으로 선정되어 정부투자기관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를 뜻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로 말미암아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 저해되어 그 제재로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조치가 정당화되는 것이므로,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의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을 뿐 낙찰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자에 대하여는 위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의 규정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 … 피고(대한주택공사)가 2002. 8. 6. 원고에 대하여 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취소한다. Ⅱ. 問題의 提起 판례는「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國家契約法’이라 한다) 제27조에 따른 입찰참가제한조치, 즉, 행정청이 행한 것은 행정처분으로 보는 반면에(대법원 1999.3.9. 선고 98두18565결정 등), 정부투자기관이 행한 입찰참가제한은 사법적 효력만을 갖는 통지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부3결정 등) 그런데 1999.2.5.자 政府投資機關管理基本法(이하 ‘政投法’이라 한다)의 개정에서 입찰참가제한행위에 관한 규정(동법 제20조 제2항, 제3항)을 둔 이후엔 그것의 처분성이 주장되고 있으며, 나아가 개정법상황에선 판례가 당연히 처분으로 볼 것이라 전망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물론 최근 행정심판사건(2006. 4. 10. 의결 행정심판재결례 200601311. 여기서의 피청구인이 한국전력공사인데, 대법원 99부3결정의 피고 역시 한국전력공사이다)에서도 그것의 처분성이 인정되었다. 근거규정의 마련만으로 법적 성질의 180 ?변화가 초래되는지 의구심이 드는데, 관건은 처분성인정이 과연 현행 행정절차법 등에서의 처분개념정의에 터 잡은 행정법도그마틱에 합당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한편 앞의 행점심판사건에서 기각재결이 내려졌는데, 이에 청구인이 불복하여 입찰참가제한을 소송대상으로 삼아 취소소송을 제기할 때 쟁송법적 물음이 제기된다. 여기선 공론화를 도모하는 정도에서 간략히 검토하고자 한다. Ⅲ. 處分性 여부의 물음 1. 處分性認定의 論據 한정된 지면에서 주장의 논거를 나름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개정 政投法에 근거규정이 마련되었다’, ‘정부투자기관이 본래적 의미의 행정청의 지위에 있진 않지만, 고권적 규율을 예정한 개정 政投法 규정에 의해서 그 한도내에선 행정권한의 대리 또는 공무수탁사인의 법리에 의하여 일종의 행정청(준행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다른 국가기관 등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즉, 법개정과 관련없이 준처분(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할 수 있다’, ‘정부투자기관과 같은 공법인은 기능적 자치행정주체로서 행정조직법상 행정주체이어서, 이들의 공권력행사는 그 법적 근거의 유무와 무관하게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홍준형,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법적 성질, 법제, 1997.7., 13면 이하; 이광윤, 공기업의 입찰참가자격제한행위의 법적 성질, 법제, 2001.6., 3면 이하; 김남진, 공사 등의 입찰참가자격정지의 성질, 고시연구 2001.10., 133면 이하; 이원우,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의 개념요소로서 행정청, 저스티스 제68호, 2002.8., 160면 이하; 박정훈,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의 법적 제문제, 서울대 법학, 제46권 제1호, 2004.12., 282면 이하 참조). 2. 管見 1) 공공계약의 법적 성질에 따른 問題點 입찰에 따른 후속 법률관계의 성질은 관련 논의에서 결정적이다. 그것이 사법관계에 해당하면, 관련한 논의는 원칙적으로 사법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판례(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3604 판결)는「지방재정법에 의하여 준용되는 國家契約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에 관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이 판례에 대한 공법적 관점에서의 비판으로 박정훈, 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 2005, 163면 이하 참조). 따라서 입찰에 따른 후속 법률관계는 사법관계이고, 이런 기조는 정부투자기관이 당사자가 되는 계약의 경우에도 정부투자기관의 법적 성질을 떠나서 당연히 통용된다. 법률관계의 법적 성질과 무관하게, 그것의 성립여부결정의 법적 성질을 논하는 것이 문제된다. 특히 해당 법률관계가 사법관계일 때, 그것의 성립여부결정을 따로 공법행위(행정행위)로 구성하는 것이 주장된다(이른바 二段階理論). 二段階理論은 과거 독일에서 50년대 초에 ‘이브닝드레스의 에바’란 제명의 영화제작지원(채무보증)거부사건의 감정의견에서 H.P. Ipsen이 주장한 것이다. 이는 권리구제확대를 위해 사법관계에 어떤 식으로 든 공법적 통제를 개재시키기 위한 고심의 소산이었다. 한편으론 법치국가적 구속을, 다른 한편으론 형성된 사법관계의 유지를 견인한다 점에서 二段階理論은 이상적 해결방안인 양 여겨져 급속히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의제적인 이원적 구성에 따른, 법리상의 태생적 취약점(구분곤란함 등)이 지적되면서, 그것은 급속히 지지기반을 상실하여 지금엔 일원적 구성이 지배적으로 선호되고 있다. 공법계약에 관한 인식이 고조되었고, 더불어 行政私法理論의 등장으로 사법적 행위방식에 굳이 공법적 성립행위(행정행위)를 삽입시킬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공계약을 사법상 계약을 볼 때, 명문으로 취소소송의 대상이 됨을 규정하는 식으로 구태여 二段階理論의 성립을 규정하지 않는 한, 낙찰자결정(國家契約法 제10조)은 물론 입찰의 참가배제(제한) 역시 공공계약의 사법적 준비행위에 불과하다(이 점에서 國家契約法상의 행정청에 의한 참가제한행위를 처분으로 보는 판례의 태도는 再考되어야 하며((同旨: 이상규, 입찰참가자격제한행위의 법적 성질, 행정판례연구Ⅰ, 1992, 127면 이하)), 특별사법적 효과를 지닌 國家契約法을 行政私法的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우리의 공공계약 및 입찰참가제한에 해당하는 공공발주 및 발주제한을 비롯한 전체 과정을, 유럽공동체법에 따라 관련 법규정에 공법적 요소가 가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적으론 여전히 사법적 견지에서 바라본다). 여기서의 논증은 政投法상의 입찰참가제한의 경우에도 전적으로 통용된다. 2) 처분의 개념적 징표에 따른 問題點 처분의 개념적 징표 가운데, 행정청, 공법행위, 직접적 법효과의 발생과 관련하여 논증상의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여기선 행정청과 관련해서만 보고자 한다. 행정소송법 제2조 제2항과 행정절차법 제2조 제1호에서의 행정청 개념은 실질에 맞춰지기에, 권력분립하의 행정조직에 속한 것(조직법적 의미)만이 아니라 입법부나 사법부에 속한 것(기능적 의미)까지도 포함한다. 그것의 실질적, 기능적 의미는 간접적 국가조직인 공공단체나 공무수탁사인까지도 행정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명히 발휘된다. 그런데 법인체형공기업인 정부투자기관은 정부가 출자하며, 국가의 감독을 받으며, 근거법률에 의해 성립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공적인 성격을 지니지만, 행정청형공기업과는 달리 국가의 행정조직밖에 위치하며 그 존재형식은 사법인(사법주체)이다(이런 사법인을 독일에선 ‘사법적으로 조직된 행정주체(Verwaltumgstrager)'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이런 사법적 조직을 행정주체에 귀속하여야 하는지의 물음은 행정주체개념의 廣狹에 따른 개념형성의 문제라고 한다. Vgl. Maurer, Allg.VerwR, 15.Aufl. 2004, §21 Rn.15ff.). 공법의 작용형식을 사용할 권능이 결여되기에, 이런 기관은 사법적으로만 활동할 수 있다(Ehlers, in: Erichsen/Ehlers, Allg.VerwR, 12.Aufl., 2002, §2 Rn.47). 즉, 조직형식과 작용형식의 구분에 따른 작용형식선택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요컨대 정부투자기관의 경우는 일종의 형식적 또는 조직적 私的化(민간화, 민영화)에 해당하는 셈이어서, 임무 그 자체는 여전히 공적이지만-그러나 고권적이진 않다-, 임무의 조직이 사적화되었다. 이런 기관을 다시금 기능적, 실질적 의미의 행정청개념으로 포섭하면, 자칫 私的化를 무색케 하는 公的化(Publifizierung)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법률에 의해) 고권적 권능이 이들 사법주체인 기관에게 위탁된 경우에는 법상황이 다르다. 이런 경우엔 공무수탁사인의 지위를 갖는다. 3) 政投法의 성격에 따른 問題點 본래의 행정청이 아닌 기관(사인)이 행정청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데 있어서, 관건은 법령에 의한 행정권한의 귀속이나 위임(위탁)이 존재하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개정 政投法에서의 근거규정의 마련이 처분성인정론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과연 政投法 제20조 제2항을 통해서 행정권한이 정부투자기관에게 성립하였는가? 國家契約法상의 당해 행위의 처분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기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이런 기조와는 무관하게 政投法상의 당해 행위 역시 처분성을 갖지 못한다. 처분개념정의상의 공권력행사의 의미는 행정행위가 고권적 조치이어야 함을 나타낸다. 여기서의 “고권적”이란 것이 공법적인 것을 뜻하는지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 판례는 독일에서의 지배적 입장과 비슷하게 바로 공법행위를 대입시킨다(한편 현대민주국가에선 官憲國家의 殘痕인 ‘고권적’이란 표현은 ‘공권력행사’, ‘행정적’, ‘공법적’이란 표현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된다. Vgl. Emmerich-Fritsche, Kritische Thesen zur Legaldefinition des Verwaltungsakts, NVwZ 2006, 762ff.). 그런데 政投法 자체는 일종의 정부투자기관까지도 널리 포함시킨 간접적 국가조직을 규율하기 위한 內部法일 따름이다. 따라서 內部法에 불과한 政投法상의 입찰참가제한규정만으론 국민에 대한 직접적 개입 즉, 공법적 효과를 성립케 하는 근거로 삼을 순 없다. 설령 한국전력공사법 등과 같은 개별법률에 규정을 두었더라도, 입찰참가제한 그 자체가 공권력행사가 아니기에 변함이 없다. 결국 당해 행위로 비롯된 법효과는 결코 공법적 차원의 것이 되지 못한다. 판례는 國家契約法 및 그 시행령상의 입찰절차나 낙찰자 결정기준에 관한 규정의 성질을 ‘국가의 내부규정’으로 정당하게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4.28. 선고 2004다50129 판결 등). 이에 동법상의 입찰참가제한을 행정처분으로 보는 것은 당연히 再考되어야 한다. 한편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위임입법의 법리를 國家契約法 제27조 제1항과 政投法 제20조 제2항에 그대로 투영한, 헌법재판소 2005.6.30. 2005헌가1 전원재판부결정과 2005. 4. 28. 2003헌바40 전원재판부결정은 문제가 있다. Ⅳ. 行政審判裁決의 拘束의 물음 처분인 행정심판재결은 실질적으로 당초의 행정행위(원처분)와 더불어 통일체를 형성한다. 그런데 수소법원으로선 행정심판재결과는 달리 당해 입찰참가제한행위의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을 땐, 다루기 쉽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즉, 재결을 통해서 비처분적 행위에 대해 처분의 옷을 입힐 수 있는지 여부이다(vgl. Stelkens/Bonk/Sachs, VwVfG Kommentar, 6. Aufl., 2001, §35 Rn. 272).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의 대상은 처분이다. 따라서 재결청으로선 비처분적 대상을 실수에 의하더라도 실질적 행정행위로 변환시킬 순 없다. 즉, 당해 비처분적 행위에 대해 대상적격성을 인정하여 내린 재결은 권한하자로 위법하게 된다. 事項的 無權限에 해당하여 무효로 볼 법하다. 그런데 재결의 위법성과 그로 인해 빚어진 결과(비처분적 행위의 처분성)는 분리해서 고찰하여야 한다. 후자는 재결청에 의해 조성된 법적 외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행정심판재결이 준사법적 작용인 점에서 그것의 법효과는 고양된 존속력을 누린다. 피청구인이 재결 자체의 위법을 문제 삼아 그것을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땐, 행정소송의 차원에서 별 문제가 없다. 반면 처분성이 부인되진 않았지만 자신의 만족을 얻지 못한 청구인이 당초 행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을 땐, 사정이 다르다. 수소법원으로선 재결이 취소 등을 통해 消效되지 않는 한, (설령 위법할지 언정) 조성된 법상황을 부인할 수 없다(일종의 행정행위의 구성요건적 효력). 이는 원처분주의에 따른 예상치 못한 딜레마이다. 하지만, 이상에서 본 것처럼 여기서 재결을 무효로 보면 요령부득의 상황은 손쉽게 정리되고, 이런 식의 대처는 후일 유사사안에서도 주효할 것이다. 한편 재결이 취소 등을 통해 消效되면, 당초 행위의 처분적 외양은 제거되고 본래의 법적 성질(비처분성)이 부활한다.
2006-08-31
손경한 변호사 (법무법인 아람 대표)
국제 저작권 분쟁의 국제재판관할
I. 지적재산권에 있어서의 속지주의 원칙 속지주의는 특허권 등 산업재산권 뿐만 아니라 저작권 등 창작행위 만으로 권리가 발생하는 지적재산에도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저작권보호에 관한 베른협약 제5조 제1항이 내국민대우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속지주의원칙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특허권과는 달리 사권인 저작권에 있어서는 준거법이 문제될 수 있고 그 물권적 성격 때문에 소재지법을 적용한다는 의미에서 속지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속지주의 원칙이 바로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최근 저작권침해분쟁의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 속지주의를 배제하여 국내에서의 저작권침해행위 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행위에 대하여도 국내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한 획기적인 판결이 내려져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II. 사안의 개요 원고는 한국인 시나리오 작가인데 자신이 창작한 ‘기호를 읽어라’라는 시나리오를 스필버그 감독과 그 감독이 속해 있는 드림웍스(Dreamworks L.L.C.)에 송부하였다. 스필버그 감독은 일본 공포 영화 ‘더링’을 리메이크 하여 제작한 영화 ‘The Ring"을 전세계적으로 배포ㆍ상영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한국에서도 씨제이(CJ Entertainment)가 수입, 상영하였다. 원고는 이 영화가 자신이 스필버그 감독에게 보낸 시나리오와 그 구성 및 모티브 등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드림웍스 및 씨제이를 상대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각국에서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금지하고 각국에서의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III. 지적재산권침해의 재판관할에 관한 외국판례의 태도 1. 미국 미연방법원에 저작권침해소송의 재판관할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사물관할과 인적관할의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외국특허침해에 관하여는 국가행위불간섭의 원칙에 따라 미국에서의 재판관할권 행사를 자제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Timberlane Lumber Co. v. Bank of America, 549 F. 2d 597(9th Cir.1987); Mars v. Conlux 24 F. 3d 13(Fed. Cir 1994); Glaverbel Societe Anonyme v. Northlake Marketing & Supply Inc. 48 USPQ 2d 1344(N.D.Ill 1998) 등.)이나 저작권 침해에 관하여는 국가행위불간섭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례와 이에 반대하는 판례가 병존하고 있고 전자가 힘을 얻고 있다.(Frink Am, Inc. v. Champion Road Mach. Ltd. 961F. Supp. 398(NDNY 1997) 등.) 한편, 인적관할에 관하여는 법정지 주 내에서의 ‘계속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의도적 향유(purposeful availment)’와 ‘피소 예견가능성(foreseeability)’이 재판관할 인정근거로서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2. 유럽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지적재산권침해사건에는 전속관할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불법행위에 관한 특별관할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브랏셀 규정은 특허, 상표, 디자인 기타 등록이나 기탁을 요하는 지적재산권의 유효성 또는 등록에 관한 사건은 그 등록지의 전속관할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러한 권리의 침해사건과 저작권 등 등록이나 기탁을 요하지 아니하는 지적재산권의 유효성이나 침해에 관한 사건에 관하여는 규정을 두지 않고 판례에 맡겨두고 있다. 유럽이사회규칙 제44호 2001. 12. 22. 제22조 제4항 참조.) 이점에 관련하여 지적재산권침해사건은 아니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사건에 관한 1995년 Fiona Shevill판결(Case 68/93, Fiona Shevill v. Press Alliance SA. 1995. E.C.R. 415)에서 유럽사법법원(ECJ)은 지적재산침해에 있어서도 자국 내에서의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만 인정하고 외국에서의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침해자의 소재지국 법원을 제외하고는 그 관할을 부인하는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다. 3. 일본 일본 최고재판소는 미국특허권을 가진 일본인 원고가 일본인 피고의 일본에서의 미국특허침해제품 제조ㆍ수출행위에 대하여 미국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에 일본법원의 재판관할을 긍정하면서 다만 특허침해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하였다. (일본최고재판소 평성 14. 9. 26., 평성 12, 580 판결.) 국제소송에 있어서의 객관적 병합과 주관적 병합에 관하여는 대체로 이를 긍정하고 있다. IV. 국제사법상 국제재판관할원칙 1. 실질적 관련의 원칙 개정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대한민국 법원이 국제재판관할을 가지며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국제재판관할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국내법 관할규정 참작의 원칙 나아가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실질적 관련’이라는 제2조 제1항의 기준이 추상적이므로 그 구체적 판단기준을 일응 국내법의 관할규정에서 발견하되 그에 얽매이지 말고 국제적 관점에서 국제재판관할결정원칙을 정립해 나갈 것을 규정한다. 3. 지적재산분쟁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특칙의 부존재 개정 국제사법은 제27조에 소비자계약에 관한, 제28조에 근로자계약에 관한 각 국제재판관할의 특칙을 규정하고 한편 제24조에서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그 침해지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지적재산권의 준거법에 관한 특칙을 두었으나 지적재산분쟁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는 아무런 특칙을 두고 있지 않다. 4. 국제소송에 있어서 객관적 병합과 주관적 병합 현행 민사소송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객관적 병합에 관한 규정을, 제2항에서는 주관적 병합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민사소송법에서는 객관적 병합과 주관적 병합을 일정한 요건 하에 모두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헤이그협약 및 WIPO협약안에서도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법원은 계속 중인 관련소송을 병합하고 그 소송에 관련된 모든 지적재산청구를 단일한 법정지에서 주장하도록 당사자에게 촉구함으로써 당사자간의 분쟁을 전세계적으로 해결하는 이점에 관하여 검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제1항). 한편, 청구들이 동일한 거래나 일련의 거래 또는 발생으로부터 비롯될 때에는 권리나 요청하고 있는 구제의 속지적 기원에 관계없이 이들을 관련된 청구로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동조 제2항).) V. 외국인 피고에 대한 국제재판관할 인정여부 1. 본 사건의 쟁점 본 사건으로 돌아와 피고 드림웍스는 외국회사로서 외국인 피고에 대한 대한민국의 재판관할권이 있는지 문제된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위 쟁점에 관하여 (1)피고 씨제이, 소외 씨제이, 피고 드림웍스간의 지분관계 (2)피고 씨제이가 피고 드림웍스의 아시아시장 배급처인 점 (3)한국영화시장의 규모 (4)피고 드림웍스와 피고 씨제이의 수익배분관계 (5)피고 드림웍스가 전세계적 기업인 점등을 종합하여 피고 드림웍스가 한국법원에 제소될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 드림웍스와 대한민국 간에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실질적 관련성과 예견가능성간의 관계 그런데 법원은 피고 드림웍스에 관한 위와 같은 제반사실로부터 바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하고 그와 같은 제반사실로부터 피고 드림웍스의 피소 예견가능성을 끌어내고 나아가 그 예견가능성을 실질적 관련여부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특이한 논리전개를 보이고 있다. 이 사건에서 동법원이 예견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판시한 것은 위 두가지 요건을 합리적으로 연결지우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나 피고의 예견가능성 유무를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실질적 관련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 국제사법 제2조의 명문규정에 배치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중첩적 판단과정에서 국제사법이 제시한 ‘실질적 관련’의 요건이 왜곡될 위험까지 있으므로 재고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오히려 예견가능성의 부존재를 소극적 요건으로 보아 당사자와 법정지국간에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일응 보일지라도 만약 예견가능성이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 실질적 관련성은 부인하도록 이론 구성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4. 주관적 병합의 인정여부 본건에서 법원은 피고 드림웍스와 대한민국 간의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하면서도 주관적 병합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건의 경우 한국과 피고 드림웍스 사이에 설사 실질적 관련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 씨제이는 한국에 상거소를 두고 있는 법인이고 피고 씨제이와 피고 드림웍스에 대하여 원고의 저작권 내지 아이디어침해라는 동일한 원인에 기인하여 발생한 권리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를 구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피고 씨제이 뿐만 아니라 피고 드림웍스에 대하여도 국제소송에 있어서의 주관적 병합의 법리에 따라 한국법원에 그 재판관할이 인정된다 할 것이다. VI.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금지등 청구의 국제재판관할 인정여부 1. 본 사건의 쟁점 피고 드림웍스가 원고의 시나리오에 의거하여 제작한 영화를 대한민국 외 외국에서 배급ㆍ상영한 행위, 즉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에 관련한 침해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부분도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는지 문제되었다. 2. 법원의 판단 동법원은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은 피고 드림웍스의 피소 예견가능성, 한국영화시장의 규모, 피고가 대한민국에서 응소하더라도 베른협약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므로 불리한 것이 없는 점, 국내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과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은 기초가 된 사실관계 및 쟁점이 동일하여 대한민국에서 위 두 청구부분 모두에 대하여 재판을 함이 바람직하다는 점등을 종합하여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에 대하여도 대한민국에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3. 판결의 문제점 그러나 동 법원이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와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여부의 고려요소로서 들고 있는 사실(예를 들어 한국의 영화시장규모, 한국의 TRIPs협정 및 베른협약 가입사실)들은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부당하다. 또한 피고 드림웍스가 한국법원에의 피소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드림웍스 자신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지 여부의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지라도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와 한국법원과의 실질적 관련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는 될 수 없고 또 국내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 부분과 기초가 된 사실관계 및 쟁점이 동일하다는 점도 소의 객관적 병합의 요건은 충족시킬지언정 그 점이 바로 외국에서의 침해와 대한민국간의 실질적 관련을 인정하는 근거로는 될 수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4. 객관적 병합 인정여부 본건 판시에서 법원은‘두 청구부분이 모두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고 쟁점 또한 동일하므로 대한민국에서 재판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객관적 병합 청구를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으나 사실상 피고 드림웍스에 대한 원고의 청구들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이를 병합하여 한국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다는 논리로서 결과적으로 청구들 간의 객관적 병합을 인정하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VII. 저작권 침해의 준거법 1. 법원의 판단 법원은 본건 판시에서 저작권 침해의 요건인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는 준거법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다. 그러나 외국법 적용에 대한 검토가 없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외국에서의 침해행위 청구부분에 관하여도 한국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침해행위에 대하여는 한국법이 적용되고 외국에서의 침해행위에 대하여는 침해지의 외국법이 적용되나 한국법 또는 미국법에 의거ㆍ판단함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였어야 할 것이다. 2. 주장의 부담이론 준거법 결정에 있어서 속지주의 원칙과 보호국법주의를 관철하면 침해행위가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준거법으로서 침해행위가 일어난 전세계 각국의 법을 모두 적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하더라도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면 침해자의 상거소지법에 의거하여 판단하게 되겠으나 특정 국가의 법을 적용하였을 때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그 다른 결과가 어느 일방 당사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그 당사자가 그 특정국가의 법의 존재와 내용을 주장하여 그 적용을 요구할 수 있도록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지적재산권 침해의 성립여부와 그 정도를 주장하는 자가 당해 침해지법의 존재와 그 내용을 주장ㆍ제시하여야 하는 ‘주장의 부담’을 진다고 해석함으로써 침해가 문제된 각국의 법을 조사, 적용하여야 하는 법원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VIII. 결론 이 사건에서 법원이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뿐만 아니라 침해금지청구에 대하여도 한국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는 판단은 획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었던 외국인 피고 및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 청구부분과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인정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동법원이 국제재판관할결정에 관한 일반이론에 의거하여 판단하였을 뿐 저작권을 비롯한 지적재산권 침해에 있어서의 국제재판관할결정의 특수성 특히 지적재산권에 있어서의 속지주의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점은 문제로 지적되어야 한다. 지적재산침해에 있어서도 국제재판관할결정에 관한 일반론이 그대로 타당할 수 있다는 이 사건에서의 판시취지는 저작권침해사건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특허 등 산업재산권 침해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므로 이 점에 관한 향후 판례의 발전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2005-10-06
하종선 변호사
Trademark Dilution소송
미국 대형 Mall마다 반드시 있는 상점은 여자침실처럼 꾸며놓고 여자 내의, 잠옷 등을 판매하는 Victoria’s Secret이다. Victoria’s Secret은 저명상표로서 1998년 미 전역에 750개 점포에서 15억불의 연간 매출을 올리고 있다. 피고 Victor Moseley는 1998년 2월12일 발렌타인데이에 맞춰 성인용품점 ‘Victor’s Secret’를 오픈 한다는 광고전단지를 돌렸는데, 이를 본 육군대령이 저명상표를 저급한 물품의 판매에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광고전단지를 원고에게 송부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Victor’s Secret’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였고, 피고는 점포 명을 ‘Victor’s Little Secret’으로 일부 변경하여 계속 사용하다가 소송을 당하게 되었다. Trademark Dilution(상표가치희석)은 누군가가 저명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문제의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저명상표의 제품 또는 서비스 식별력을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Trademark Dilution은 문제상표가 저명상표와 경쟁하지 않더라도, 그리고 소비자들이 두 상표를 혼동될 가능성이 없더라도 인정된다. 미국의 25개주는 법률을 제정하여, 그 밖의주는 커먼로(불문법)에 기하여 Trademark Dilution이 있는 경우 문제상표의 저명상표권자가 사용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고 인정해 오다가, 1995년에 미연방법인 Federal Trademark Dilution Act(FTDA)가 제정됨으로써 뒤늦게나마 Trademark Dilution법이 통일되게 되었다. 그런데, FTDA는 저명상표권자가 문제상표에 대한 사용중단명령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Trademark Dilution이 초래되어야(‘cause’)한다라고 규정하였는데, 연방 제4항소법원은 유명한 서커스쇼 명칭인 ‘The Greatest Show On Earth’ 상표권자인 원고가 피고 유타주정부가 스키관광진흥 슬로건으로 ‘The Greatest Snow On Earth’를 자동차번호판에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문제상표로 인하여 저명상표의 판매력이 감소되었다는 입증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Ringling Bros-Barnum & Bailey Combined Shows, Inc. v. Utah Div, of Travel Development, 170 F. 3d 449). 이에 반하여 제2항소법원은 저명상표는 잘팔리는 제품이어서 판매감소를 입증하기 어려우므로 희석가능성만 있어도 족하다는 입장을 채택하여 원고 Nabisco는 피고가 상표등록을 해놓은 ‘Goldfish’ 크래커와 유사한 모양·색깔·크기·맛의 fish모양 크래커를 원고가 히트시킨 만화영화 ‘Cat Dog’을 상품화한 ‘Catdog’ 크래커에 넣어 판매하는 것이 Trademark Dilution에 해당한다면서 원고의 확인판결청구를 기각하였다(Nabisco. Inc. v. PF Brands, Inc., 191 F. 3d 208). 미연방대법원은 연방항소법원들간의 이견을 정리하고자 Victoria Secret 사건에 대한 심리신청을 받아 들였다. 미 연방대법원은 FTDA의 조문이 명시적으로 ‘causes dilution’이라고 하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문제상표를 보고 저명상표를 연상하게 된다는 사실만으로서는 상표가치희석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는 실제로 저명상표의 판매력감소가 발생했다는 것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소비자들이 저명상표를 보고 문제상표를 연상하게 된다는 것을 정황증거 또는 ‘Two-Cell Survey’와 같은 소비자인식조사 등으로 입증하여 실제 상표가치희석이 초래되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Moseley et. al. v V Secret Catalogue, Inc., No.01-1015). 이로써 저명상표권자들은 Trademark Dilution소송을 제기하려면 25만불 정도가 소요되는 ‘Two-Cell Survey’를 해야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jasonha@lawdw.com
2003-11-27
조 국 동국대 법대교수(법학박사)
‘공연음란죄(公然淫亂罪)’재검토
I. 들어가는 말 최근 대법원은 한 농부의 고속도로상에서의 알몸시위에 대하여 공연음란죄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로써 통상 알몸시위의 경우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해왔던 실무관행에 반하는 판결로 대법원이 어떠한 근거에서 이러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가를 살펴보고 그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검토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이 ‘음란성’을 내포하지 않는 ‘알몸노출행위’를 별도로 처벌하고 있으므로 이와 구별되는 공연음란죄의 규율대상은 무엇인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II. ‘공연음란죄’의 구성요건 재검토1. ‘사회유해성’에 기초한 ‘음란성’의 재정의(再定義) 필요성 현재 우리나라의 판례와 학설은 ‘음란성’을―일본 최고재판소의 영향[日最判, 昭和 27. 4. 1; 32. 3. 13] 아래―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 또는 흥분케하여 성적 수치심과 성도덕을 침해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대판 1982. 2. 9, 81도2281; 대판 1987. 12. 22, 87도2331; 대판 1995. 2. 10, 94도2266; 대판 1995. 6. 16, 94도2413; 대판 1997. 8. 22, 97도937). 그런데 이러한 정의에는 ‘보통인’, ‘수치심’, ‘성도덕’ 등 쉽게 확정짓기 어려운 개념을 포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인의 성적 수치감과 도덕감 보호라는 측면만이 부각되어 있고 ‘사회유해성’의 정도와 구체적 발현양태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음란성’(obscenity)에 관한 미국 판례의 입장은 참조할 가치가 있다. 이에 대한 지도적 판결인 1973년 ‘Miller v. California 판결’[413 U.S. 15 (1973)]에 따르면 ‘음란성’은 ‘성행위를 명백하게 노골적인 방식으로(in a patently offensive way) 묘사 또는 서술’하는 ‘하드 코어’(hard core)적인 요소가 있을 때 인정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a) “정상이건 변태이건, 그리고 실제이건 가장된(simulated) 것이건 간에 궁극적인 성행위를 명백하게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묘사하는 것, (b) 자위행위, 배설기능, 생식기의 음란한 노출 등을 명백하게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묘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41호는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함부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거나 또는 가려야 할 곳을 내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을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 그렇다면 공연음란죄와 경범죄처벌법상의 알몸노출죄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우리는 성욕의 자극 또는 충족이라는 ‘경향’이 존재하지 않는 단순한 알몸노출이나 알몸질주(‘streaking’) 등은 공연음란죄의 대상이 아니라 경범죄처벌법의 대상이며, 공연음란죄는 사람의 성욕을 자극·흥분시키는 것으로 보통인의 성적 수치심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 , 예컨대 동성·이성간의 성행위 또는 자위행위로 제한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성행위 또는 자위행위는 정상이건 변태이건, 실제적이건 가장된 것이건 상관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2.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입법형식 한편 공연음란죄의 구성요건이 단지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라고만 되어 있어, 그 구성요건표지의 내포와 외연이 어디까지인지 법문 그 자체로는 파악할 수 없고 전적으로 해석적용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음을 지적해야 한다. 이 점은 외국 입법례와 비교를 통하여 분명히 드러난다. 먼저 독일 형법은 타인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노출행위’를 처벌함(제183조)과 동시에, 공연히 성행위를 하여 의도적 또는 의식적으로 성적 수치심의 침해를 야기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제183a조를 두고 있다. 우리 형법상의 공연음란죄에 해당하는 제183a조는 공연한 성행위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한편 미국 ‘모범 형법전’(Model Penal Code)은 성적 욕망의 유발 또는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성기노출’(indecent exposure: 제213.5조)과 성적 욕망의 유발 또는 충족의 목적이 행위자에게 결여되어 있더라도 객관적으로 보아 음란한 행위를 하는 것, 즉‘공연음란행위’(open lewdness: 제251.1조)를 경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전자는 성적 욕망의 유발 또는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목적범’으로 규정되어 있고, 양자 모두는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가 타인에게 목도되어 그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또는 그를 경악시킬 수 있음을 알면서 행해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상의 점을 고려할 때 현행 공연음란죄의 문언은 포괄적이고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하위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공연음란죄의 구성요건에서 공연음란행위가 영리의 목적으로 행해지거나 공공의 또는 타인의 혐오감을 현저히 일으킬 것이라는 구성요건요소가 부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형사법개정특별심의위원회, 『형사법개정자료 (VI), 형법개정의 기본방향과 문제점』, 1985. 12. 30, 62-63면; 임웅, 『비범죄화의 이론』, 법문사 (1999), 93면]. III. 판례검토1. 1996년 ‘연극 미란다 사건’―대판 1996. 6. 11, 96도980 이는 ‘미란다’라는 명칭의 연극공연행위가 공연음란죄의 음란행위에 해당하느냐에 관련한 판결이다. 문제의 연극에서 완전나체의 여주인공과 팬티만 입은 남자주인공은 침대 위에서 격렬하게 뒹구는 장면을 연기하고, 이어 폭행 당한 여주인공이 음부까지 노출된 채 창틀에 묶인 상태에서 남자주인공이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을 7 내지 8분간 연기하였다. 대법원은 먼저 여주인공의 완전나체행위, 주인공간의 가학적·노골적 성행위 묘사 등을 볼 때 정상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거나 그 호색적 흥미를 돋구기에 충분하다고 보았고, 주인공이 보여주는 삶의 몰가치성과 삶에의 의지라는 사상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원작에도 없는 장면의 각색·과장이 위 주제를 표현하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파악하면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를 확정하였다. 상술하였듯이 판례가 근거하고 있는 ‘음란성’에 대한 정의에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판례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본다. 문제의 연극에서 가상의 것이기는 하나 분명한 성행위와 자위행위가 연기되었다는 점, 영화나 연극에서 통상 전개되는 배우들간의 정사 장면과 달리 문제의 연극의 경우 연기가 관객석과 4-5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행해졌기에 자극 정도가 매우 높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연극은 ‘명백하게 노골적인 방식으로’(Miller, 413 U.S. at 24) 성행위와 자위행위를 묘사하였기에 음란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2000년 ‘알몸시위 사건’―대판 2000. 12. 22, 2000도4372 그런데 최근 한 농부의 고속도로상의 알몸시위에 대하여 공연음란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어 주목을 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고속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도중 앞에 운전하던 사람이 진로를 비켜주지 않자 그 차를 추월하여 정지시킨 후 그 차의 운전자를 때려 상해를 가하였는데,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자 피고인은 시위조로 사람이 많이 있는 가운데 완전 알몸상태로 바닥에 드러눕거나 돌아다녔다. 원심은 공중 앞의 알몸노출은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공연음란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이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앞에서 보았듯이 대법원은 ‘음란성’ 여부를 보통성인의 성적 수치감과 도덕감 보호라는 관점에서만 판단하기에, 공연히 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 성기를 노출하면 당연히 공연음란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타당하지 못하다. 대법원의 논지에 따르면 형법상의 공연음란죄와 경범죄처벌법상의 알몸노출죄의 구별이 모호해진다. 피고인의 알몸시위와 성기노출이 보통인의 성적 수치감을 해쳤을지는 모르나, 사회유해성이 심각한 성적 욕망의 유발 또는 자극행위, 즉 ‘음란행위’라고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알몸시위는 공연음란죄의 행위태양에 포괄될 수 없으며, 단지 경범죄처벌법의 대상일 뿐이라고 본다. IV. 맺음말 사회의 기층에서는 성개방이 만연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적으로는 보수적 성관념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이중적 성문화 속에서 ‘성풍속에 관한 죄’를 어떻게 해석·적용할 것인가는 미묘한 문제이다. 형법의 도덕형성적 역할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역할은 특정 행위의 ‘사회유해성’과 실정법체계상의 구성요건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공연음란죄와 경범죄처벌법상의 ‘알몸노출죄’가 우리 법체계에서 병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자는 분명히 사회유해성의 양과 질에서 상이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성욕의 자극 또는 충족이라는 ‘경향’이 존재하지 않는 단순한 알몸노출이나 알몸질주 등은 경범죄처벌법의 대상이며, 공연음란죄는 사람의 성욕을 자극·흥분시키는 것으로 보통인의 성적 수치심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 예컨대 동성·이성간의 성행위 또는 자위행위로 제한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대법원 2000. 12. 22, 2000도4372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
200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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