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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남녀문제
혼인생활 중 부정행위와 재산분할비율의 산정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재산분할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 청산적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다만,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는 없고, 배우자가 제3자와 부정행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였거나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하는 등 부부공동재산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청산적 요소로 고려하여 재산분할비율에 반영시킬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대상판결1, 2의 개요 (1) 대상판결 1 가. 사실관계 A는 혼인 이후 가사와 2명의 자녀 양육을 담당했고, B는 자영업을 하다가 공무원으로 근무한 후 정년퇴직했다. A는 2019.경 B의 휴대전화에서 B와 C가 부적절한 관계로 보이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과 B가 C에게 500만 원, 100만 원을 각각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B의 외도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A는 B에게 자신이 외도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나. 1심(서울가정법원 2022. 8. 25. 선고 2021드합34193, 2022드합32866 판결)의 요지 1심은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A와 B의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분할대상 재산의 취득 경위, 형성 및 유지에 대한 A와 B의 기여도, 혼인 생활의 과정 및 기간, A와 B의 나이, 직업, 소득, 경제력 등 여러 사정, 특히 A와 B의 혼인 기간이 약 40년 이상으로 장기간이고, 혼인 기간에 B가 주된 경제활동을 하였으나, A가 혼인 동안 주로 가사와 자녀 2명의 양육을 담당하며 가정경제에 기여한 점, A와 B가 분할대상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함께 거주한 점 등을 참작하여 50:50으로 정하였다. 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2르23237, 23244 판결, 대법원 심리불속행기각)의 요지 항소심은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1심에서 설시한 판단 근거 이외에 특히 B가 C와 2년 이상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B가 C에게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증여하고, 상당한 금전을 함께 소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부공동재산을 유출시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두루 참작해 A와 B의 재산분할의 비율을 55:45로 정하였다. (2) 대상판결 2 가. 사실관계 A는 주로 전업주부로서 가사와 4명의 자녀 양육을 담당하였고, B는 원고와 혼인한 후 꾸준히 부동산임대업 등을 영위하였다. A는 B와 C의 부정행위를 CCTV를 통해 확인하였고, B는 A와의 다툼 중 A에게 상해를 가하여 접근금지를 명하는 임시조치결정을 받았다. A는 B를 상대로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구하는 동시에 C에 대해서 위자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1심(서울가정법원 2022. 2. 16. 선고 2020드합37898 판결)의 요지 1심은 A의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재산분할비율에 관하여 분할대상 적극재산의 취득 경위, 분할대상 적극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대한 A와 B의 각 기여 정도, 소득재산의 발생 경위, A와 B의 각 나이, 직업, 혼인 생활의 과정과 기간, 부양적 요소, 특히 현재 부부공동재산의 대부분은 B가 혼인 동안 꾸준히 부동산임대업 등 경제활동을 하면서 형성한 재산인 점, 다만 A와 B의 혼인 기간이 30년을 넘고, A도 장기간의 혼인 기간 동안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하면서 부부공동재산의 유지 및 증식에 일부 기여를 하였다고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A와 B의 재산분할비율을 20:80으로 정하였다. 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3. 2. 9. 선고 2022르21002 판결,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의 요지 항소심은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1심에서 설시한 판단 근거에 추가하여 B는 늦어도 2014년부터 현재까지 C와 부정한 관계를 유지하여 온 점, A가 2014년경 B에게 부정행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B는 자녀 앞에서 A에게 부적절한 교제를 인정하고 혹 적발시 자신의 전 재산을 A의 뜻대로 해도 이의가 없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한 점, B는 그 이후에도 A 모르게 2회에 걸쳐 C와 해외여행을 하고, 국내 각지를 여행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금원을 소비한 점, B는 2016.부터 2018.까지 C로 하여금 B가 임차한 사택에서 거주하도록 하였고, C가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그 중도금 및 잔금 등으로 약 2억 원을 대신 지급한 다음, 그 중 일부만 회수하고 나머지 채권을 포기하였으며, 2020.경 C에게 차량을 사실상 증여하는 등 C에게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점 등을 비롯한 여러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B는 장기간에 걸쳐서 A의 의사에 반하여 상당한 규모의 부부공동재산 감소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A에게 귀속되는 유체동산을 별도로 분할대상으로 삼지 않은 점, 이 사건 소제기 이후 A와 B가 각자 부부공동재산의 유지·관리를 위하여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보이는 점, B는 이 사건 소제기 이후 A에게 생활비 등 부양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파탄 이후 형성된 생활 관계 및 민법이 정하는 부부의 부양의무와 생활비용 부담에 관한 내용, A와 B의 사회적·경제적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A와 B의 재산분할비율을 35:65로 정하였다. 2. 평석 가. 재산분할제도의 연혁 재산분할은 협의상 이혼, 재판상 이혼 또는 혼인 취소에 의하여 혼인 관계가 해소되는 경우에 인정된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부부별산제는 민법 제정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민법 제830조 제2항은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민법 제정시에는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夫)의 소유로 추정한다고 규정하던 것을 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위와 같이 개정한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부부별산제 하에서 부부의 재산은 각자의 특유재산과 공유로 추정되는 재산이 있을 뿐이고, 특유재산은 각자의 것이기 때문에 이혼 시에 각자 가져가면 되는 것이고, 공유로 추정되는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만 고민하면 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석하게 되면 누구의 명의로 등기나 등록을 하는지에 따라 이혼시 그 재산이 귀속되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법은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면서 재산분할청구권을 도입하였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판결에서 재산분할제도는 민법이 혼인 중 부부 어느 일방이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특유재산으로 하는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완하여 이혼을 할 때 그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라고 설시하였다. 나. 재산분할제도의 본질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이 왜 인정되는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청산적 요소이다. 즉 재산분할청구권은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재산을 각자의 기여에 따라 분할함으로써 청산한다는 것이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도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재산분할제도가 청산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음은 명백하고 다툼이 없다. 둘째, 부양적 요소이다. 부부간에는 부양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부양의무는 이혼에 의하여 혼인이 해소된 경우에도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혼에 의하여 부부관계가 해소되었는데 왜 부양의무만이 존속하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는 일반적으로 이를 혼인의 사후효, 즉 이혼 후의 부양은 혼인 중 부양의무의 사후효과로 인정된다는 것으로 설명한다. 외국에서는 이혼 후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인정하는 입법례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관한 법규정은 없지만 재산분할제도에서 이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례는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판결에서 “재산분할 청구 사건에 있어서는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뿐 아니라 이혼 이후 당사자들의 생활보장에 대한 배려 등 부양적 요소 등도 함께 고려할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셋째, 위자료적 요소이다. 우리 민법은 혼인관계의 파탄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별도의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그 근거 및 성질을 달리하는 별개의 것이고, 재산분할에 있어서 위자료적 요소는 고려될 수 없다는 것이 다수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할 때에는 혼인 중 형성한 재산의 청산적 요소와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외에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까지 포함하여 분할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0. 10. 10. 선고 2000다27084 판결 등 참조). 다. 재산분할의 비율 산정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가정법원이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라고 하고 있을 뿐이어서 전적으로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판례는 재산분할비율은 개별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로서의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일컫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구별하여 분담비율을 달리 정한다거나, 분할 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비율을 달리 정함으로써 분할할 적극재산의 가액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므718 판결 등 참조). 하급심 실무에서는 보통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도, 경제적 약자에 해당하는 배우자에 대한 배려, 미성년 자녀를 누가 양육하는지, 양육비가 제대로 지급될 수 있을지 여부,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할 수 없는 유·무형의 재산 등이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라. 대상판결 1, 2에 대한 평가 기존의 하급심 실무에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재산분할의 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판단근거로 고려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위자료 청구에서 위자료 인정 여부 및 위자료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대상이었다. 하지만 대상판결 1, 2의 경우처럼 혼인기간 중 외도를 했고,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한 경우 그러한 사정을 재산분할을 함에 있어 참작하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부부공동재산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재산분할비율의 산정은 부정행위로 인한 일방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와는 그 성질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재산분할비율의 고려가 청산적 요소인지, 부양적 요소인지, 위자료적 요소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청산적 요소를 살펴본다. 기존에도 배우자의 일방적인 투자로 가정경제에 큰 손실을 입히는 등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에 대한 기여도가 낮거나 부부공동재산을 감소시키는 경우에는 이러한 요소를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고려함이 일반적이었다.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의 동의 없이 부정행위를 하였고, 거기서 더 나아가 부정행위 상대방인 제3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제공되거나 배우자 일방과 부정행위 상대방이 부부공동재산을 함께 소비하는 등으로 부부 공동재산에 손실을 입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요소를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고려함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부부공동재산에 대한 기여나 감소 문제로 보아 청산적 요소에서 고려될 수 있다. 다음으로 부양적 요소를 살피기로 한다.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은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재산분할의 비율·액수를 정할 때에도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 뿐만 아니라 부양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여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 후에도 혼인 중에 못지 않은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혼청구 배우자의 귀책사유와 상대방 배우자를 위한 보호 및 배려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을 허용하는 경우에 관한 판례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고려할 수 있는지의 문제와는 다르다고 할 것이다. 지금의 논의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에 따르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양적 요소는 단순히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고려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자료적 요소를 살피기로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할 때에는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까지 포함하여 분할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으므로, 판례에 따를 때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였는지 또는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하였는지 등과 무관하게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위자료적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민법은 혼인관계의 파탄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별도의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위자료 청구와 재산분할청구는 그 근거 및 성질을 달리하는 별개의 것으로 보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지 않으면 혼인관계 파탄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위자료와 재산분할에서 이중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재산분할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 청산적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는 없고, 배우자가 제3자와 부정행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였거나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하는 등 부부공동재산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청산적 요소로 고려하여 재산분할비율에 반영시킬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윤지상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존재)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윤지상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존재)
2023-08-23
기업법무
헌법사건
헌재 2023. 2. 23. 2019헌바483 결정
스톡그랜트에 대한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 적용에 관한 검토
스타트업의 인재유인과 동기부여를 위하여 종업원에게 스톡옵션(선택권)이 아닌 스톡그랜트(현물 증여 혹은 취득)를 부여하는 경우에도, IPO 성공 및상장후 3개월 시점의 미실현 시장가를 기준으로 최대주주 특수관계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소득과세 우선 원칙(상증세법 제2조 제2항)에 비추어 보아 납득하기 어렵다. 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법인’이라 한다)는 2008. 7. 23. 설립된 소프트웨어 및 통신기술용역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청구인은 2008. 7. 29.부터 2016. 1. 31.까지 이 사건 법인에서 사원으로 근무하였고, 조○○은 이 사건 법인의 최대주주로 이 사건 법인의 설립일부터 2017. 9. 26.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청구인은 2010. 6. 25. 이 사건 법인의 유상증자 시 상법 제418조 제2항에 따른 제3자 배정방식에 의하여 신주 110,000주를 취득하고, 2011. 5. 30. 조○○으로부터 110,000주(이하 ‘제1주식’이라 한다)를 주당 720원에 매수하여 취득하였다. 청구인은 2012. 6. 9. 이 사건 법인의 유상증자 시 상법 제418조 제1항에 따라 보유 주식 220,000주에 따른 주주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신주 22,000주(이하 22,000주 중 제1주식에 따른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취득한 11,000주 부분을 ‘제2주식’이라 한다)를 주당 1,520원에 취득하고, 다른 주주가 실권한 17,476주를 주당 1,520원에 취득하였다. 한편 이 사건 법인은 2015. 2. 11. 코스닥에 상장되었다. ○○세무서장은 2017. 5. 2. 청구인에게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 함) 제41조의3 제1항에 따라 제1주식 및 제2주식이 그 취득일부터 5년 이내에 코스닥에 상장됨에 따른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하여 제1주식의 상장이익에 대한 2011년 5월 귀속 증여세(가산세 포함) 198,990,180원의 부과처분 및 제2주식의 상장이익에 대한 2012년 6월 귀속 증여세(가산세 포함) 30,117,170원의 부과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2018. 1. 5. ○○세무서장을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인천지방법원 2018구합50080), 제1심 법원은 2019. 1. 17. 이를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항소하여(서울고등법원 2019누37495) 그 소송 계속 중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3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9. 10. 30. 그 신청이 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19아1478), 2019. 12.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의 판시 내용 특수관계인의 구체적 범위와 요건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위임조항은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내부직원 중 정보를 취득하여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소명된 자의 경우 증여세 부과를 하지 않는 내용의 예외규정을 두지 않은 증여재산가액조항 또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거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II. 평석 1.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의 도입경위 및 종래의 판례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상증세법 제41조의 3)는 1999. 12. 28. 상증세법에 최초로 도입되고 2000. 1. 1. 시행되었는바, 주식등의 상장에 따른 거액의 이익을 얻게 하는 행위에 과세하여 특수관계인에 대한 변칙적인 증여를 차단하기 위해 증여의제규정으로 입법되었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코스닥 시장 육성 및 벤처붐이 불던 시기로서 상장 후 주식의 시장가가 급등하는 일이 많았고 이는 20년 후 최근의 코로나 사태 후 시장에 유동성 과다 공급으로 인한 자산가격 급등이나 코인투자 열풍을 상기시킨다.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는 당시에 주식시장을 이용한 부의 편법 승계, 즉 재벌이 설립한 회사의 주식을 2세에 부여하고 경제력을 이용하여 그 회사의 주식을 증권시장에 상장시킬 경우 용이해질 수 있는 부의 편법 승계를 차단하기 위하여 입법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 사안은 이와 같은 입법취지와 괴리감이 있다. 즉 청구인은 회사의 직원에 해당하므로 최대주주와 상증세법상 특수관계는 있으나 그와 친족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청구인 직원은 회사의 설립 직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시에 주식 일부를 취득하였고, 그 후 주주배정 유상증자 시에 자신의 지분비율에 따라 배정받은 주식 외 실권주를 추가 취득하였으며, 회사가 상장에 성공하여 청구인은 이와 같이 배정받은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회사주식의 시장가 상당의 경제적 성취를 누리게 되었다. 애초에 회사가 청구인 직원에게 유상증자 시 신주 취득기회를 준 것은 회사의 성장을 함께하자는 스톡그랜트로서 스톡옵션과 취지를 같이하는 것이다. 청구인 직원의 증자대금에 대해서는 근로소득 등으로 처리되었을 것이고, 그 후 상장에 성공하여 시장가가 형성된 부분은 자본이득으로서 대주주가 아닌 자의 상장주식 양도소득은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정책적 목적으로 비과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대상판결 사안에서 상증세법 제41조의3에 따라 (미실현) 자본이득 부분에 관하여 증여세 과세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고 (최대주주 특수관계자로서 주식평가시 할증평가까지 적용) 증여세 부과처분을 한 것으로서, 이러한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는 실제 적용 과정에서 경제인이 받아들이는 상식과 괴리가 있으므로 법원 소송 및 헌재 위헌 시비가 다수 있어 왔다.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두39726 판결은 최대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도 상증세법 제41조의 3의 적용이 타당하다고 보았고,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5두41821 판결은 구 상속증여세법 제41조의3 제1항은 법인 설립 단계에서 발기인의 신주 취득 등 그 밖의 주식 취득에 대해서는 이후 일정 기간 내에 상장으로 인한 이익이 있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한계를 설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헌법재판소 2015. 9. 24. 선고 2012헌가5, 2012헌바114·183(병합) 결정은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가 상장일부터 3월이 되는 날을 기준시점으로 정한 것이나, 2002. 12. 18. 법률 제6780호로 개정되면서 최대주주등으로부터 직접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한 주식등의 상장이익만을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었기에 주식등 취득자금의 증여 및 신주 취득의 경우를 과세대상으로 추가한 부분에 대하여 평등원칙 위반이 문제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합헌이라고 보았다. 2.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적용?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증여’의 개념에 관한 고유의 정의규정을 두지 않고 민법상 증여의 개념을 차용하여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재산수여에 대한 의사가 합치된 경우’를 원칙적인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하되, 당사자 간의 계약에 의하지 아니한 부의 무상이전에 대하여는 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제32조 내지 제42조)을 별도로 마련하여 과세하였다. 그 결과 증여의제규정에 열거되지 아니한 새로운 금융기법이나 자본거래 등의 방법으로 부를 무상이전하는 경우에는 적시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어 적정한 세 부담 없는 부의 이전을 차단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과세권자가 증여세의 과세대상을 일일이 세법에 규정하는 대신 본래 의도한 과세대상뿐만 아니라 이와 경제적 실질이 동일 또는 유사한 거래·행위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평과세를 구현하기 위하여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민법상 증여뿐만 아니라 ‘재산의 직접·간접적인 무상이전’과 ‘타인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의 증가’를 증여의 개념에 포함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종전의 열거방식의 증여의제규정을 증여시기와 증여재산가액의 계산에 관한 규정(이하 ‘가액산정규정’이라 한다)으로 전환함으로써, 이른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도입하였다. 현대 세제가 소득과세(법인세 및 소득세)와 소비과세(부가가치세) 중심으로 짜여진 것은 시장경제에 의한 효율적 자원 배분을 유지하기 위한 중립적 세제를 우선적인 지향점으로 삼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도입한 것을 소득과세원칙을 내팽겨치고 부의 편재라는 결과만을 보고 과세하겠다는 입법자의 의도로 보아야 할 것인가.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두13266 판결은 ‘결손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 중 결손금을 초과하는 부분’이나 ‘휴업·폐업 법인을 제외한 결손금이 없는 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에 대하여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3항 등을 근거로 주주 등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특정한 유형의 거래·행위를 규율하면서 그 중 일정한 거래·행위만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한정하고 과세범위도 제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경우,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규율하는 거래·행위 중 증여세 과세대상이나 과세범위에서 제외된 거래·행위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3항의 증여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는 관련 증여의제조항의 입법의도를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산수증이익 등에 대하여 법인세를 부담하는 법인과의 거래로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해당 판결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조세법률관계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과세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이나,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놓고 개별증여의제 조항을 일종의 안전항(safe harbour)으로 본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3. 조세법 영역의 실질적 법치주의와 소득과세 우선원칙 상장전 회사의 종업원에 대해 동기부여용으로 자기 주식을 부여하고, 상장 이후 그 회사의 주식이 자본시장에서 가격이 등락하던 중 특정시점(상장일로부터 3개월 이후 시점)에 시가가 올라 해당 종업원이 부를 누리게 되었다고 사실관계를 본다면, 여기에는 어느 하나 대가관계 혹은 자본시장이라는 경제관념이 전제되지 아니하는 것이 없으며 부의 무상이전이라는 증여 관념이 개재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회사의 상장 및 가치상승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최대주주의 친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동일한 사실관계를 적용할 경우 증여로 보는 것이 가능하고 과세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다만 최대주주의 자제 등 특수관계인이라 그 능력에 비추어 다른 종업원 수준의 주식을 배정받고 열심히 노력하여 회사의 상장 및 가치상승에 기여하였다면 역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할 것이다. 상속세와 이를 보완하는 증여세는 결과의 평등 혹은 출발선에서의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제도로서 자유시장경제체제가 추구하는 국가전체의 경제적 부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유 보장과 그 결과 일정부분 부의 편재를 감내해야 하는 현상과 배치된다. 비록 상속세 혹은 증여세의 세수효과가 미비하고, 상속세로 인하여 기업의 소유주 사망시 기업의 영속성이 위협받게 되는 것이 현실적 문제로 불거져 있다 하더라도, 미국의 예에 비추어 보면 상속세 및 증여세를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기업들은 상증세법이 마련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거래형식을 구하여 왔고, 이에 대해 법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두기에까지 이른 것이나, 그렇더라도 과거 증여의제조항을 안전항으로 해석하는 것과 같이 그 해석 적용에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조세법 영역의 실질적 법치주의는 이와 같은 경제적 현실과 가치대립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세법의 해석 적용에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추상적, 일반적 소득 개념을 내세우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소득세제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번영을 위하여 조세제도로써 이를 뒷받침하고자 하는 이론적 배경이 있다. 비록 현실적으로는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중첩되어 사회병리적인 현상이 속출할지라도, 원칙을 세운 후에 실패의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세법 영역도 마찬가지로서, 이와 관련하여 상증세법 스스로가 일단의 해답을 제시하는 규정이 있으니 바로 법 제4조의2 제3항의 소득과세 우선원칙이다. 그러나 소득과세 우선원칙 스스로도 첨예한 가치대립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누3441 판결은 회사가 유상증자를 하면서 임원인 원고의 증자대금을 회사의 자금으로 납입한 사안에서 이에 대하여 원고는 회사가 익금에 산입하여야 할 소득을 익금에 산입하지 않고 자금을 유출시켜서 원고에게 귀속된 것이라면 원고에게 상여의 소득처분 및 그에 따른 소득과세가 이루어져야 하고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하여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적용한 바 있다. 그러나 특수관계자 외의 자에게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양도하여 상증세법 제35조에 따라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액을 기초로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원심은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내세워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두3200 판결은 이를 파기하여 2007. 12. 31. 소득세법 제96조 제3항 제2호가 개정되기 전에 양도가액과 시가의 차이를 증여세로 시가와 취득가액의 차이를 양도소득세로 과세한 과체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 나아가 서울고등법원 2010. 11. 10. 선고 2010누19234 판결은 주식을 저가 양수하였다고 보아 양수가와 시가의 차액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양도소득세 계산시 취득가액을 조정해주지 아니한 것은 후발적 경정청구로 다투어야 하고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적용하지 아니하여 이를 도외시하는 태도를 보였는바, 소득과세 우선원칙의 규범력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4. 결어 최근 선고된 대상판결에서 청구인은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에 법에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명확히 제한하지 아니한 것이 포괄위임으로서 형식적 법치주의 위반, 내부정보를 활용할 정도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에게까지 해당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며 위헌소원을 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다시금 위 제도의 합헌성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설시하듯이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는 주식등의 상장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최대주주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변칙적인 증여를 차단하고, 수증자 또는 취득자가 이를 양도하지 아니하고 계속 보유하면서 사실상 세금부담 없이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대상판결 사안과 같은 경우에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한 것으로 여겨진다. 조세법 영역에서 실질적 법치주의와 소득과세 우선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와 그 해석·적용에 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권기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충장)
증여세
특수관계인
주식상장이익
권기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충장)
2023-07-05
정보통신
행정사건
- 서울고등법원 2019. 11. 1. 선고 2018누56291 판결 -
해킹과 인과관계 없는 취약점도 과징금 부과 대상인가
2016년 2,500만 건의 고객정보를 유출 당한 인터파크에게 방통위는 44억 8,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액으로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참고로 민사에서 최대 배상금액을 기록한 소송은 단연 신용카드 3사 개인정보유출 사건이다). 인터파크는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서울행정법원 및 항소심 서울고등법원에서 패소했다. 소송에서는 인터파크의 법위반행위와 해킹 간 인과관계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다. 법원은 방통위 처분을 지지하면서 “유출사고가 난 이상 이것과 법위반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본고에서는 이 쟁점에 대해 살펴본다. 인터파크가 당한 해킹의 유형은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 공격이다. 이는 해커가 특정 목표 대상을 정한 후 그 허점을 집요하게 노려 침입하는 기법이다. 해커는 인터파크 직원 A의 가족사진을 가지고 화면보호기(SCR 파일)를 만들고 여기에 악성코드를 심어 A에게 이메일로 전송하면서, 마치 A의 친동생이 보내는 것처럼 발신 이메일 주소를 위장하고 동생의 어투까지 흉내냈다. A는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 화면보호기의 확장자가 EXE가 아니라 SCR이라서 A는 별 의심을 하지 않고 첨부파일을 열었을 것이나, SCR 파일도 악성코드 유포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특정 공격을 위해 특별 제작된 악성코드는 백신에도 탐지되지 않는다. 해커는 악성코드를 감염시킨 A의 PC를 거점으로 삼아 DB 관리자 직원 B의 PC에 원격 데스크탑 접속했다. 당시 B가 퇴근한 시간이었는데, 그때까지 DB 서버와의 접속이 유지된 터미널이 B의 PC에 그대로 떠 있었다고 한다. 자동 로그아웃(이하 ‘idle timeout’) 설정이 제대로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해커는 DB 서버에 손쉽게 침입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서 인터파크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바로 이번 사고이다. 정보통신망법의 위임을 받아 개인정보의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의 내용을 정한 방통위 고시는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idle timeout 설정을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법상 의무를 위반하면 그 자체로 과태료, 개인정보 유출까지 되면 과징금 부과 대상이다. 부수적으로, A의 PC를 손에 넣은 해커가 인터파크 사내 네트워크를 스캔했더니 업무용 파일서버가 발견되었다. 거기에는 패스워드 장부 엑셀파일이 있었다. 직원들이 수많은 인터파크 서버들의 접속계정을 외우기 어려워 이를 메모해둔 것이었다. 다만, 개인정보가 유출된 DB 서버의 접속 패스워드는 여기에 없었다고 한다. 즉, 패스워드 장부 노출이라는 법위반행위와 개인정보 유출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방통위는 idle timeout 미설정은 물론 및 패스워드 장부 노출까지 모두 처분원인사실로 삼아 과징금을 부과했다. 인터파크는 행정소송에서 idle timeout 미설정은 APT 해킹의 핵심 원인이 아니다, 나아가 패스워드 장부 노출과 개인정보 유출은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인터파크를 패소시킨 1심 및 항소심 법원은 인과관계 자체가 과징금 부과 요건이 아니라고 근거법률을 해석했다. 개정 전 법조문은 “법상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구조로서 '미조치'가 '유출'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명확했다. 이와 달리 2014년 개정된 법조문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유출' 한 경우로서 법상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유출'이라는 결과와 '미조치' 행위가 인정되기만 하면 둘 사이의 인과관계는 요구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해킹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즉 ‘인과관계’ 없는 사업자의 위반행위까지 과징금 처분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 법해석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사료된다. 민사와 형사의 영역에서는 자신의 행위와 인과관계 없는 결과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형법 제17조(인과관계) 및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모두 ‘인과관계’를 법적 책임의 성립요건으로 요구한다. 이것이 법의 대원칙이다. 행정상의 제재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마찬가지이다. 행정상 금전제재는 크게 과징금과 과태료로 나뉜다. 일반론적으로, 단지 절차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질서벌의 일종인 과태료(가벼운 제재)가 부과되는데 그치는 반면, 행정목적을 침해하는 결과까지 야기한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벌의 일종인 과징금(무거운 제재)이 부과된다. 정보통신망법 또한 이 체계에 따라 과태료와 과징금의 각 구성요건이 차등되어 있다. 사업자가 단지 idle timeout과 같은 법상 조치를 불이행한데 그쳤다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지만(제76조 제1항 제3호), 더 나아가 개인정보 유출(해킹)이라는 결과까지 야기했다면 관련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과 받는다(제64조의3 제1항 제6호). 해킹을 당했다는 결과에 대해 사업자에게 과징금이라는 법적 책임을 지우려면, 마땅히 사업자의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법의 대원칙에 부합하는 해석으로 사료된다(만약 해킹과의 인과관계를 불문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꾼다면 굳이 행정질서벌을 운영할 필요가 없으니 과태료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균형에 맞을 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부합하도록 개정 전 정보통신망법 제64조의3 제1항 제6호는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누출’이라는 형식으로 규정함으로써 미조치가 해킹의 원인을 제공했어야 한다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3. 11. 21. 방통위가 입법예고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에서 “현재 대규모 개인정보 누출 등 침해사고 발생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위반과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움” 이라는 이유를 들어 과징금 부과요건 중 ‘인과관계’ 요건을 삭제할 것이 제안되었다. 참고로 이때까지는 개인정보 유출(해킹) 사고에 대해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전력이 없었다(2014. 6. 26. 비로소 첫 과징금 사건인 KT 마이올레 사건의 방통위 처분이 내려졌다). 위 방통위가 제안한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제64조의3 제1항 제6호 개정안은 독자적인 법안으로 국회에 발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대신 2014. 5. 2.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안법안의 일부로서 반영되었다. 그런데 정작 그 대안법안의 의안원문 및 이에 관한 국회 검토보고서, 소관위 회의록 등 가운데 ‘인과관계’ 입증 없이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재는 어디에도 없다. 즉, ‘인과관계’ 요건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라도 되었는지 의문이다. 참고로 그 당시는 신용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 사실이 2014. 1. 8.자 검찰 발표에 의해 알려진 이래 국회에서 앞 다투어 개인정보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발의된 시점이어서, 위 대안법안에는 무려 18건의 발의안이 통합되어 있었다(예컨대 300만 원 이하 법정손해배상 규정도 이 때 신설된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의 의도에 ‘인과관계’ 요건 삭제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는 불명확한 측면이 있으며, 만약 진정한 입법의도가 그러했다면 위헌 소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징금 부과요건에서 ‘인과관계’를 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요건과 균형이 맞지 않게 된다. 정작 본인의 정보를 유출 당한 이용자는 사업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사업자의 과실과 해킹 간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 행정청은 피해자인 일반 국민들보다 현저히 강력한 조사권한을 가졌음에도 ‘인과관계’ 요건 입증을 생략하고 과징금이라는 공법적 제재를 손쉽게 부과할 수 있어야 하는지, 응보와 억지가 피해배상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가치인지는 심히 의문스럽다. 향후 만약 행정청이 ‘인과관계’ 요건 입증을 생략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이번 판결이 해석한 입법의도와는 오히려 반대로,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별도로 인과관계 요건을 입증하는데 곤란을 겪어 이용자 구제에 흠결을 낳을 수도 있다. 한편, 만약 본고의 주장에 따라 ‘인과관계’를 여전히 현행법상 과징금 부과요건으로 해석할 경우, 인터파크 사건에서 두 처분사유와 해킹 사이의 인과관계는 존재하는가. 제1처분사유와 해킹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곧 “Idle timeout 조치를 취했을 때 인터파크가 당한 유형의 APT 해킹을 통상 막을 수 있는가”의 문제로 점철된다. 이는 세부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 여지가 있는 문제이다. 인터파크 사건의 경우, 해커가 DB 관리자 B의 PC(관리용 단말기)에 원격 데스크탑으로 접속해보니 마침 B가 퇴근하여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망분리 프로그램 및 DB 서버 접속 터미널이 로그아웃 되지 않고 그대로 떠 있었다. 이와 달리, 위 망분리 프로그램 및 DB 서버 접속 터미널에 최대접속시간이 설정되어 있었고 해커가 B의 PC에 접속했을 때 위 터미널이 로그아웃 된 상태였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해커가 DB 서버에 침입할 수 있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예컨대 해커가 B의 PC에 키로거 등을 용이하게 설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커로서는 수고스럽더라도 위 PC에 키로거를 심어 내부망 ID·PW 및 DB 서버 ID·PW를 도청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 경우 idle timeout 조치를 했었더라도 해킹은 막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싸이월드 판결은 DB 서버 계정 ID·PW가 해커에게 이미 도청당한 상태에서 idle timeout 설정은 무용지물이라는 이유로 그 미설정과 해킹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바 있었다. 달리 가정하여, 만약 해커가 B의 PC 제어권한을 완전히 탈취하지 못했거나, 또는 해커의 관점에서 우연히 접속해 본 B의 PC가 DB 관리자의 것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DB 서버 접속 터미널이 idle timeout 되지 않고 그대로 떠 있었던 것이 해킹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셈이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적어도 두 번째 처분사유와 해킹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DB 서버의 관리자 비밀번호는 문제된 패스워드 장부 엑셀파일에 쓰여 있지 않았고, 해커는 다른 경로로 DB 서버에 침입했으므로, 위 패스워드 장부 엑셀파일이 노출된 것은 DB 서버 해킹의 원인과 무관하다. 해킹과 인과관계 없는 위반행위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인터파크의 입장에서는 다른 경로로 해킹을 당했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해킹의 원인이 아닌 행위에 대해서까지 경한 과태료 대신 중한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된 셈이다. 요컨대, 정부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이것을 과징금 부과요건에서 뺀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정부의 역할은 침해사고 원인조사의 실효성을 높임으로써 해킹과 ‘인과관계’ 있는 취약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현장에서 밝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고시는, idle timeout과 같은 지엽적인 의무를 나열할 것이 아니라, 로그(Log) 보존 등 사고조사에 꼭 필요한 조치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향후 개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승재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개인정보유출
과징금
인터파크
전승재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2019-12-23
헌법사건
- 헌법재판소 2017. 3. 10. 2016헌나1 결정 -
대통령은 어떤 사유로 탄핵되는가
I.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대통령 탄핵사유 1. 국회는 2016년 12월 9일 국회의원 234인의 찬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박 대통령'이라 함) 탄핵소추를 의결하면서 헌법위반 5개항, 법률위반 8개항을 소추사유로 삼았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의 공익실현의무 위반과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최순실(결정문에서는 개명 후 이름 '최서원'을 사용함)에게 국정에 관한 문건들이 유출되도록 지시·방치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탄핵사유로 인정했다. 여기서 공익실현의무 위반은 대통령이 최순실 추천 인사를 다수 공직에 임명했고 이렇게 임명된 공직자들이 최순실의 이권추구를 돕는 역할을 했으며, 기업의 자금 출연으로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를 설립하도록 지시하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출연을 요구했다는 점 등이다. 그리고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는 대통령이 직접 또는 경제수석비서관을 통해 기업에 출연 요구를 한 것은 단순한 의견제시나 권고가 아닌 구속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기업의 사적자치 영역에 간섭하여 기업경영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2.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 대통령'이라 함) 탄핵사건 결정 이래로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이나 법률 위배'외에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을 요한다고 판시해 오면서, 이 사건 결정 말미 '피청구인을 파면할 것인지 여부의 판단'에서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重大)한 법 위배행위'라고 결론지었다. 헌법재판소가 이런 결론을 내린 논증과정에서의 대전제는 앞부분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 논증의 다음과 같은 판시이다. 즉,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하는 것으로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등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해악이 중대하여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는 것이다(노 대통령 탄핵사건의 선례 인용 판시임). 헌법재판소는 '중대성'을 이렇게 이해하고 그 판단 기준으로 탄핵심판이 헌법을 수호하는 제도라는 관점과 파면결정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한다는 관점을 들었다. 앞의 관점에서는 파면결정을 통해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파면이 정당화되고, 뒤의 관점에서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박탈해야 할 정도로 대통령이 법 위배행위를 통해 국민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탄핵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II. 대통령 탄핵사유로서의 권한남용과 중대성 1. 1948년 제헌국회 헌법기초위원회에서는 당초 의원내각제 채택이 유력하다가 대통령제로 변경됐는데 탄핵제도도 함께 도입됐다. 대통령, 부통령, 국무총리 등 고위공직자가 직무수행에 관하여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배한 때가 탄핵사유였다. 현행 헌법과 비슷한 내용이다. 대통령의 권한행사정지조항은 1960년 헌법 개정으로 들어갔다. 탄핵소추결의를 받으면 탄핵판결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는 내용의 희귀한 입법은 현행 헌법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럼 이러한 헌법조항에 따라 대통령이 직무수행과 관련해 여하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를 저지르기만 하면 탄핵·파면이 가능한가? 결론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중대성' 법리에 따르면 말이다. 2. 중대성 논증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어야 한다는 중대성 법리의 근거로 그렇지 않다면 사소한 법 위배에 대해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결론이 되어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을 요구하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됨을 들었다. 살피건대, 위와 같은 논증 외에 헌법재판소의 위 판시대로 대통령 탄핵이 선거를 통해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의 임기 내 박탈로써 이로 인해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등 국가적인 큰 손실이 초래되는 관계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근거로 삼을 수 있겠다. 대통령 탄핵의 절차나 요건 면에서의 '엄격성'은 탄핵사유의 면에서의 '중대성'과 연결되는 것으로 중대성은 탄핵소추에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엄격성의 실체적 측면으로 보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엄격성과 중대성의 논거로 위 이유와 더불어 우리 헌법의 권력분립의 체계 하에서 대통령이 헌법질서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 역할의 중대성을 근거로 드는 것 역시 설득력이 있다. 3.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 기준 문제는 중대성 판단의 기준인데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탄핵심판이 헌법수호 제도라는 관점과 대통령 파면은 국민 신임의 박탈이라는 관점에서의 중대성이다. 앞의 관점에서 핵심은 헌법질서다. 헌법재판소 판시가 '헌법'과 '헌법질서'를 혼용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헌법질서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두 기둥으로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새겼다. 헌법질서를 수호할 책무를 가진 대통령은 헌법질서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 역할이 중대하기 때문에 헌법질서를 파괴하거나 파괴하려고 하는 경우 그 해악은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헌법질서에 손상을 끼치는 대통령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탄핵사유로서의 '헌법이나 법률 위배'에서의 '위배'는 정당해산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것처럼 법 조항의 단순한 '저촉'이 아니라 헌법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로 새길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의 '위배'는 당연히 중대하겠다. 또 한 가지는 대통령 탄핵을 '헌법이나 법률 위배'라는 규범적인 시각에서만 볼 경우 대통령이 국민 직선제로 선출되어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부여받은 대의민주기관임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인바, 이 때문에 선거를 통해 부여된 ‘국민 신임 박탈 관점의 중대성’이라는 또 다른 관점의 중대성이 대두된다. 대통령 탄핵에 있어서의 중대성을 이렇게 다층적·입체적으로 이해하면, 노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앞서 본 두 가지 관점 중 하나에만 해당하면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은 옳지 않다. 중첩적인 것으로 봄이 옳다(중첩적 중대성). 4. 대통령의 권한남용 탄핵제도, 특히 대통령제 국가에서의 대통령 탄핵제도는 탄핵이 국가권력에 대한 통제,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질서를 유지하는 제도라는 헌법이론의 틀과 대통령제 헌법질서에서 최고 권력자(대통령)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차원을 벗어나 언제나 이를 확장적으로 행사하려는 경향성을 보였다는 헌법현실의 경험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권력자가 권력분립의 경계를 넘어 다른 부의 권한을 침범하거나 권한 범위 내의 권력 행사일지라도 지지자나 지지층의 부분 이익의 추구 또는 반대자나 반대파 탄압 등의 부당한 동기로 권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기 때문이다. 탄핵은 비록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초래 등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자를 헌법질서에서 제거함으로써 헌법(질서)을 수호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권력분립원칙 위반과 권력의 일탈·남용 문제는 대통령 탄핵의 단골 사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권력분립의 도그마틱은 입법부 국회가 3분의 2 다수로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사유의 인정이라는 실체 판단은 물론이고 절차 진행의 측면에서도 입법부, 행정부의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는 적법절차(due process)를 요구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의결이 되면 대통령 권한행사가 정지돼 버리는, 찾아보기 드문 헌법조항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재판이니 더더욱 말이다. III. 미국 대통령 탄핵사유 미국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탄핵의 사유로 대통령 권력남용이 문제되고 있는바 미국 연방헌법상 탄핵사유는 반역, 수뢰, 기타 중대한 범죄와 비행(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이다. 1787년 미국 연방헌법 제정과정에서 헌법제정의 아버지들은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 이론을 바탕으로 권력 간의 엄격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대통령제 공화국 시스템을 만들어 내면서 탄핵제도도 함께 규정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연방국가 미국의 최고 행정관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하여 제왕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다만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정지시킬 것인지 여부도 헌법제정과정에서 논의되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이었다(우리는 1980년 헌법 개정으로 명시됐음). 1998년 12월 하원의 탄핵소추의결을 받은 클린턴 대통령이 1999년 2월 상원에서 탄핵기각결정을 받을 때까지 백악관에서 정상적으로 집무한 이유다. 향후 미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고 상원이 탄핵심판하게 된다면 우리 헌법재판소 결정을 마땅히 참고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 탄핵 인용과 기각의 양 경우가 상세한 이유와 함께 설시된 최근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날이 오면 말이다. 김진욱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연구원 교수부)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탄핵소추
재판관
대통령탄핵
김진욱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연구원 교수부)
2019-10-28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도16946 판결 -
대출의 기회를 대가로 볼 수 있는가?
Ⅰ. 사실관계 피고인은 수입이 없어 생활비가 필요하여 인터넷으로 여러 군데 대출상담을 받았지만 대부분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대출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전화를 받았다. 팀장은 "대출을 받으려면 심사를 받아야 하고, 대출심사를 통해 대출을 받으려면 가공으로라도 입출금내역 거래실적을 만들어서 신용한도를 높여야 하며, 대출이자를 자동이체할 수 있는 계좌도 필요하므로 주민등록 등본, 통장 사본, 신분증 사본,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를 통해 보내라"고 요구하였고, 피고인은 바로 그날 피고인 명의의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등을 송부하였다. 피고인은 다음날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자신 명의 은행 계좌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입출금 거래내역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금원으로, 범죄조직이 입금 즉시 출금한 것이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팀장에게서 거래실적을 늘리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자 별다른 이의 없이 대출이 되기를 기다렸다. 이후 팀장에게서 더 이상 연락을 받지 못한 채 피해자의 신고로 해당 계좌가 거래 정지되었고, 피고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① 피고인이 대출과정에서 체크카드가 필요하다는 팀장이라는 사람의 거짓말에 속아 체크카드를 교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이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피고인의 계좌 거래실적을 늘리기 위해 가공의 입출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대출받을 기회를 얻을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피고인의 계좌에 대한 자유로운 사용권한을 넘겨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제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판결이유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제1조)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제6조 제3항 제2호), 이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대여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제49조 제4항 제2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란 대가를 수수·요구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말하고(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6도8957 판결 참조), ‘대가’란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피고인은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로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었고,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은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Ⅲ. 평석 1.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 보이스피싱범죄는 철저히 고도화된 분업으로 완성되는 범죄다. 국내총책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할 대포통장의 계좌와 체크카드를 모집하여, 계좌가 준비되면 중국 등에 본거지를 둔 해외총책이 피해자들을 전화로 기망, 협박하여 대포통장 계좌로 금원을 이체하도록 한다. 이들은 계좌의 돈을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 인출 수단을 이용해 ATM기에서 인출하여 현금으로 만든 후 허공으로 사라진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줄도 모른 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여 처벌받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범죄 조직들은 보이스피싱으로 편취, 탈취한 금원을 수중에 넣기 위한 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구직자나 대출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마치 정상적인 대출회수 업무나 대출과정의 일부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망하면서 계좌와 인출수단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고 흔적을 남기지 않아 총책의 검거에 실패하면, 체크카드와 계좌를 넘긴 사람들만 검거되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중하게 처벌된다. 대상판결 역시 범죄조직에 기망 당해 대출을 받기 위해 체크카드를 교부한 피고인에 대해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이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반박 전자거래금융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는 대가를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전자거래금융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구성요건의 일부를 이루는 ‘대가관계의 존재’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대상판결은 ‘대가’를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출의 기회’를 재산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을 어떻게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는다. 여기서 대상판결의 사안에 난점이 있다. 어떤 행위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든지, 아니면 그 반대급부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판례 상으로는 부녀가 금품 등을 받을 것을 전제로 성행위를 하였는데 상대방이 그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사건에서 사기죄를 인정하면서, 일반적으로 부녀와의 성행위 자체는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없으나 그 행위의 대가가 사기죄의 객체인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도2991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의 사안의 경우, 반대급부로 주장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사안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출의 기회’의 가치 자체를 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대출의 기회에 대한 가치 평가와 관련하여, 현행 법률은 직접적인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법인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에게 법인이 무상 또는 낮은 이율 등으로 금전을 대여하여 손해를 부담한 경우 시가와 대가와의 차이를 법인세법상 인정되는 익금에 산입하는데, 적정 시가를 법인부담차입금의 가중평균차입이자율로 하고 있다.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기업의 시장이자율의 대체적 평가방법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자율로 대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경제학적 해결방법을 법률에서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대출의 가치는 얼마인가? 경제학은 대출의 가치를 0으로 정의한다. 경제학에서는 금전소비대차 역시 재화,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본다. 대출은 미래 현금 유출을 대가로 현재의 소비를 하려는 자(자금 수요)와, 미래 현금 유입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는 자(자금 공급) 간의 거래이다. 수없이 많은 자금의 수요자, 공급자들의 수요와 공급이 모여 시장이자율이 결정된다. 이들이 공정한 거래를 한다면, 자금 공급자는 미래 유입될 현금을 공정하게 결정된 시장이자율로 할인한 값만큼만 대출하여 주므로 미래 유입될 현금의 가치와 현재 유출되는 현금의 가치가 동일하다. 즉, 대출을 받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므로, 대출의 가치는 0이며, 이러한 대출의 기회를 얻기 위해 자금의 수요자가 지불할 가치도 0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감사함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체크카드를 교부하고 대출의 기회를 얻었다면, 이를 재산적 가치 있는 어떠한 대가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대상 판결 역시 이러한 견지 하에 위와 같은 결론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아담 스미스의 통찰로 반박을 갈음하고자 한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업자, 빵 굽는 사람들의 호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설사 자금의 수요자가 급전이 필요하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이는 더 높은 이자율에 합의하는 대출 조건에 고려될 것이므로 여전히 대출의 가치와, 그러한 대출을 얻기 위한 기회의 가치는 0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대출자는 공정한 계약에 수반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를 절차로서 인식하게 된다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할 때에도 신분증과 관련 서류를 교부하지만, 대출자는 이를 대가가 아닌 절차로서 인식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출의 기회를 얻은 것을 ‘대가’로 보는 판례의 결론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점에 대한 합리적 의심 없는 정도의 엄격한 증명은 검사들의 난제로 남을 것이다. 전두영 변호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대포통장
전자금융거래법
접근매체
대여
대가
수수료
전두영 변호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2019-08-19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이익소각 대가가 의제배당이고 소득금액 계산시 소각주식의 취득가액을 공제하는지 여부
- 서울고법 2016. 10. 5. 선고 2015누67474 판결, 대법원 2017. 2. 23.자 2016두56998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 설립 당시 甲외국법인은 1531억5947만5978원을 출자하여 보통주 100만1주(지분율 50%, 1주당 취득가액 15만3159원)를 취득하였고, 원고는 2008년 12월 23일, 2009년 4월 13일, 10월 7일 보통주 176만4000주를 균등 이익소각하면서 甲외국법인에게 그 중 50% 지분인 88만2000주(이하 ‘쟁점주식’)의 소각대가(1주당 소각가액 15만원, 15만2400원, 15만2200원)로 합계 1336억1500만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쟁점주식의 소각대가로 甲외국법인에게 지급한 금액이 그 취득가액에 미치지 못하므로 구 소득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소득세법’) 제17조 제1항 제3호의 의제배당소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다. 피고는 원고가 쟁점주식의 소각과정에서 자본감소 없이 주식 수만 감소시켰고, 이익잉여금을 원천으로 소각대가를 지급함으로써 사실상 배당소득이 발생하였다고 보아 구 법인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3조 제2호 및 구 소득세법 제17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원고에게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제1심 서울행정법원 2015. 10. 29. 선고 2015구합61580 판결 제1심은 자본감소를 수반하지 않는 구 상법(2011. 4. 14. 법률 제10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법’) 제343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이익소각의 경우 주식소각 전후의 자본과 주주의 주식소유비율 등 잔존주식의 실질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甲외국법인은 잔존주식을 통해 투자원본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므로, 의제배당 소득금액에서 공제되어야 할 구 소득세법 제17조 제2항 제1호(이하 ‘쟁점조항’)의 당해주식 취득을 위해 소요된 금액 또한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쟁점주식의 소각대가는 그 전부를 의제배당소득으로 볼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나.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16. 10. 5. 선고 2015누67474 판결 및 상고심 대법원 2017. 2. 23.자 2016두56998 판결 항소심은 이익소각의 방법으로 쟁점주식을 소각하고 그 대가로 지급한 금원은 의제배당에 관한 쟁점조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보아야 하고, 쟁점주식의 소각대가 중 주주가 당해주식을 취득하기 위하여 소요된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만을 의제배당소득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하였다. 3. 평석 가. 이익소각 대가가 의제배당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익소각의 방법으로 쟁점주식을 소각하고 그 대가로 지급한 금원은 의제배당에 관한 쟁점조항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익소각이 자본감소(정확하게는 자본금 감소)를 동반하지 않더라도 구 상법이 이를 주식소각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고, 쟁점조항이 ‘주식의 소각이나 자본의 감소’라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주식의 소각에 이익소각이 포함됨은 규정의 문언상 명백하다. 만일 입법자가 이익소각을 의제배당이 아닌 현금배당과 동일하게 취급하고자 하였다면 쟁점조항 중 주식의 소각이란 문언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주식소각과 자본감소는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구 상법상 자본감소 없는 주식소각이 가능하고 주식소각 없는 자본감소도 가능한데, 위와 같이 주식의 소각이나 자본의 감소라고 규정한 것은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익소각과 자본감소는 그 재원이 잉여금과 자본금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회사의 순자산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고, 특히 소득자인 주주 입장에서 소유하던 주식이 소각되는 대신 그 대가를 받는 것으로서 경제적 효과가 동일하다. 나. 소각되는 당해주식의 취득가액을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 쟁점주식의 소각대가 중 주주가 당해주식을 취득하기 위하여 소요된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만을 의제배당소득으로 봄이 타당하다. 쟁점조항은 주식소각의 대가 전액을 의제배당으로 보지 않고 여기에서 소각되는 주식의 취득가액을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본감소가 동반되지 않는 이익소각의 경우에도 쟁점조항이 적용된다고 보는 이상 소각되는 주식의 취득가액을 공제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익소각의 경우 다른 취급을 할 특별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익소각의 경우 자본금은 감소하지 않지만 회사의 현금자산(이익잉여금)이 외부로 유출됨으로써 전체 주식의 순자산가치는 감소하고, 주주도 소각되는 보유주식만큼의 순자산가치를 상실하게 되므로, 주주의 입장에서 이익소각 전후로 보유하는 주식의 실질에 변동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불균등소각이 아닌 균등소각이기 때문에 그 주식소유비율이 유지된다는 이유만으로 달리 볼 수도 없다. 피고는 이익소각의 경제적인 실질이 현금배당과 동일하다고 주장하나, 이익소각의 경우 그로 인하여 주주의 보유주식이 절대적으로 소멸한다는 점에서 그러한 소멸이 없는 현금배당의 경우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 현금배당의 경우 주식의 취득가액이 공제되지 않지만 현금배당 이후 주주가 보유주식을 양도하면 그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전체 보유주식의 취득가액이 공제되게 된다. 한편, 이익소각의 경우 이익소각 당시 소각되는 주식의 취득가액을 공제하더라도 이익소각 이후 주주가 나머지 보유주식을 양도하는 경우 소멸한 주식에 관한 취득가액은 공제될 여지가 없다. 구 소득세법 제17조 제2항 제2호가 ‘법인의 잉여금을 자본에 전입함으로써 취득하는 주식의 가액’을 의제배당으로 보면서 이때에는 취득가액을 공제하지 않고 있으나,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의 경우 주주가 새로이 무상으로 신주를 교부받게 되므로(구 상법 제461조) 이를 의제배당으로 본다는 것이어서 여기에 취득가액의 공제를 고려할 여지는 없다. 판례 역시 자산재평가적립금 등의 전입으로 무상으로 교부받은 주식을 소각하는 경우에 쟁점조항의 의제배당 소득금액 계산에 관하여 ‘소각 등에 의하여 감소된 주식을 취득하기 위하여 실제로 지출된 금액’을 소각대가 등에서 차감하여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1992. 2. 28. 선고 90누2154 판결,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7두10211 판결 등 참조). 다. 검토 이 사건은 원고가 다른 자산을 보유한 예를 들면 오히려 답은 간단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원고가 전 세계에 2장밖에 없는 우표를 각 1억원씩 2억원에 취득하여 보유하다가 그 중 1장을 9000만원에 매각함과 동시에 소멸된 경우를 예를 들면, 피고는 이때 잔존우표의 가격이 2억원으로 상승하여 투입원본이 그대로 유지되었으므로 9000만원 전부가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매각·소멸된 우표만으로 볼 때 1억원에 구입하여 9000만 원에 매각하였으니 1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이고,향후 잔존우표를 2억원에 매각하게 된다면 그때 1억원의 이익에 대하여 과세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의제배당과 관련하여 보면 우표의 매각·소멸시를 기준으로 경제적 실질에 따라 잔존우표의 가치상승을 고려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여기서 우선 잔존우표의 가치상승이 2억원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하락할 수도 있는 점, 투입원본이란 근거가 없는데다가 매입과 매각이 반복되는 경우 투입원본의 특정이 어렵고, 세법상 자산인 각 우표 개별적으로 그 손익판단을 하여야 하는 점, 만약 잔존우표를 1억원에 매각한다면 원고로서는 결국 우표를 2억원에 취득하여 1억9000만원에 처분함으로써 1000만원의 손해를 입었음에도 수익을 얻은 것처럼 과세되는 점, 반면 잔존우표를 2억원에 매각하더라도 세법상으로는 최초 매각·소멸된 우표의 취득가액을 반영해줄 방법이 없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대상판결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주주총회의 이익소각 결의에 따른 이익소각은 구 소득세법상 주식소각으로서 이익소각의 대가는 의제배당에 해당할 뿐 현금배당 결의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나아가 그 이익소각에 따른 의제배당 계산 시 소각된 당해주식의 취득가액은 공제되어야 한다고 최초로 판시함으로써, 특히 단체법 관계에 있어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을 제한하고 엄격해석원칙을 적용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주주총회
이익소각
의제배당
소득세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7-08-08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私人의 방제보조작업에 대한 사무관리적 접근의 문제점
Ⅰ. 사안의 개요 2007.12.7.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갑 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하여 1만2000㎘로 추정되는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였다. 유출 원유는 충청도 해안 전역, 심지어 전남과 제주도까지 흘러들어가 생태계와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해양오염사고이어서, 국가는 피해예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고처리를 위해 조직적으로 사고처리에 나섰는데, 유조선 선박 주식회사의 조치만으로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할 정도로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여겨 해상방제업체인 을 회사에 대해 방제작업을 보조하도록 요청하였다. 이에 을 회사는 해양경찰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아 방제작업을 보조하였다. Ⅱ. 판결요지 [1] 사무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무가 타인의 사무이고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 즉 관리의 사실상 이익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며, 나아가 사무의 처리가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하지 아니할 것을 요한다. 다만 타인의 사무가 국가의 사무인 경우, 원칙적으로 사인이 법령상 근거 없이 국가의 사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인이 처리한 국가의 사무가 사인이 국가를 대신하여 처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서, 사무 처리의 긴급성 등 국가의 사무에 대한 사인의 개입이 정당화되는 경우에 한하여 사무관리가 성립하고, 사인은 그 범위 내에서 국가에 대하여 국가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지출된 필요비 내지 유익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2] 갑 주식회사 소유의 유조선에서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해상 방제업 등을 영위하는 을 주식회사가 피해 방지를 위해 해양경찰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아 방제작업을 보조한 사안에서, 갑 회사의 조치만으로는 원유 유출사고에 따른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할 정도로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위 방제작업은 을 회사가 국가를 위해 처리할 수 있는 국가의 의무 영역과 이익 영역에 속하는 사무이며, 을 회사가 방제작업을 하면서 해양경찰의 지시·통제를 받았던 점 등에 비추어 을 회사는 국가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의사로 방제작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을 회사는 사무관리에 근거하여 국가에 방제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Ⅲ.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을 회사)의 주장: 피고가 이 사건 유출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원고에게 방제보조작업을 지시하거나 요청하고 원고가 이에 응해 방제보조작업을 함으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 도급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도급계약에 따른 작업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설사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유출사고의 긴급방제조치 의무자로서 원고의 방제보조작업으로 인해 법률상 원인 없이 그 비용 상당의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원고에게 손해를 가했으므로 비용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거나, 원고가 의무 없이 피고를 위해 피고의 긴급방제조치 사무를 관리한 것이므로 그 비용을 상환해야 한다. 피고(국가)의 주장: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원고의 방제보조작업 비용 상당의 부당이득을 한 자는 긴급방제조치 비용 부담자인 허베이호 선주이며, 이 사건 해양오염의 방제사무는 오염야기자인 선주 측의 사무이지 보충적 지위에 있는 피고의 사무라 할 수 없고, 원고 또한 선주 측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의사로 방제작업을 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도급계약, 부당이득, 사무관리를 근거로 원고에게 방제보조작업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Ⅳ. 문제의 제기 구 해양오염방지법(2007.1.19. 법률 제8260호 해양환경관리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48조 제2항, 제50조 제1항 등에 의하면, 해양에 기름 등 폐기물이 배출되는 경우 배출된 기름 등 폐기물이 적재되어 있거나 적재되어 있던 선박의 소유자는 배출되는 기름 등 폐기물을 신속히 수거·처리하는 등 필요한 방제조치를 즉시 취하여야 하고, 선박의 소유자가 위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아니하거나 그 조치만으로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또는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해양경찰청장은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상판결은 이 사건 유출사고 처리를 위한 방제작업이 긴급방제 등 필요한 조치로서 국가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사무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전통적으로 상호부조설(Theorie der Menschenhilfe)에 바탕을 둔 사무관리에 관한 판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은 나름의 의의를 갖지만, 전적으로 민사상의 사무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한 데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Ⅴ. 대상판결의 문제점 1. 민사상의 사무관리로 접근한 것의 문제점 민사상의 사무관리의 징표를 갖는 공법상의 법관계가 공법상의 사무관리이다. 협조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임의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데에 따른 법제도인 민법상의 사무관리는 사적 자치와 행동의 자유에서 비롯되었다. 반면 공법상의 사무관리의 경우, 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공임무를 수행한 것을 법치국가원리의 차원에서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지의 문제가 관건이다. 대상판결이 정당히 판시한 대로 긴급사태나 비상사태와 같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서만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따라서 민사상의 사무관리와 공법상의 그것은 구별되어야 하고, 구별의 결과로 후자의 경우에는 민법의 사무관리 규정이 '준용'되어야 하고, 쟁송방식 역시 행정소송인 당사자소송이 강구되어야 한다. 사안에 대한 사무관리적 접근을 근거지우기 위해, 판례는 국가가 최종적으로 방제조치를 취할 법률상의 의무와 국민의 생명, 건강, 재산을 보호하고 영토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에 의거하여 사안에서의 방제작업이 국가의 임무에 속한다고 논증하였다. 사안에서의 방제작업이 국가의 긴급방제조치의 일환이어서 분명히 공법적 성격을 지닌다. 공법상의 사무관리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당사자소송의 대상을 확대해 온 최근의 경향에 어울리지 않게 사안을 전적으로 '민사상'의 사무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2. 사무관리의 성립요건상의 문제점 사무관리의 핵심은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사무처리 하는 사람이 원래 사무처리 해야 할 사람과의 관계에서 아무런 활동권한을 가지지 않아야만 한다. 타인이 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타인의 사무를 처리했다는 점이 관건이다. 구 해양오염방지법 제48조 제2항, 제50조 제1항 등에 의한 긴급방제조치는 발생한 경찰상의 장애를 제거하는 일종의 경찰권발동이다. 따라서 해양경찰이 긴급방제조치의 차원에서 을 회사에 대해 방제보조작업을 지시하거나 요청한 것은, 일종의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을 회사는 긴급방제조치에 따른 일종의 행정보조인적 지위를 갖는다. 을 회사가 방제작업의 보조에 나선 것이 해양경찰청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고, 방제작업을 하면서 해양경찰의 지시·통제를 받았다면, 과연 을 회사가 의무 없이 즉, 위임 없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Ⅵ. 맺으면서-민관협력의 수단으로서의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 사무관리 제도에는 상호부조의 고귀한 동기가 배어 있다. 하지만 행정이 당사자가 되는 공법상의 그것의 경우 완전히 다르다. 공법상의 사무관리는 법률유보의 원칙 및 관할법정주의 등 공법질서의 차원에서 그 허용성이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독일의 경우 많은 행정법문헌이 공법상의 사무관리에 관한 판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대표적으로 Schoch, DV 38(2005), 91ff.]. 아쉽게도 대상판결에서 대상사무의 공임무에 따른 공법상의 사무관리 및 행정보조로서의 그것의 수행이 충분히 논구되지 않았다.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자연스럽게 손실보상규정의 결여가 문제되어, 비용 상환에 관한 민법 제739조의 준용여부와는 별도로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손실보상의 문제가 정면으로 부각되었을 것이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차후 세월호와 관련한 비슷한 상황에서 민사상의 사무관리가 별 의문 없이 그대로 수용될 우려가 있다. 세월호사태가 보여주듯이, 사고와 재난은 발생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가 문제이다.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은 재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민관협력의 수단이기도 하다.
2015-05-04
김성수 교수(연세대 로스쿨)
'적법절차원리' 행정법의 일반원칙인가
I. 사실관계 원고는 전 기록관리비서관 내지 대통령기록관장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하여 노 전 대통령의 퇴임 무렵 대통령기록물 관리시스템인 'e지원시스템'에 있는 대통령기록물을 별도의 시스템에 복사한 다음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 위 퇴임 후 기록물 활용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함으로써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 제2항 제1호를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2008. 7. 24. 고발되자, 피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 다음날인 2008. 7. 25. 원고에 대하여 직위해제 및 행정안전부로의 인사발령 조치를 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요지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 행정절차법령 규정들의 내용을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절차법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보면,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관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그 전부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이나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처분의 경우에만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해당하는 별정직 공무원에 대한 직권면직 처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III. 평석 행정절차법과 동법 시행령이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 동법시행령 제2조 제3호), 침해되는 당사자의 법적 이익이나 행정처분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행정절차법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거치지 않는 직권면직처분이 위법하다는 대상판결의 의미를 새삼 주목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대법원은 행정절차법령의 형식적인 적용배제에도 불구하고 처분의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불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공무원 인사관계상의 처분 전체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원칙적으로 배제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이익한 법적 효과를 야기하는 처분의 경우 국가 공행정 작용의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을 실현하기 위하여 상대방에 대한 사전통지와 의견청취는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 적법절차원리가 행정법 관계에서 가지는 함의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적법절차원리를 강조한 대상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대법원은 2007년 진급낙천처분취소청구사건(대법원 2007.9.21. 선고 2006두20631 판결)에서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대해 행정절차법령이 그 적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있으나, 군인사법령에 의하여 진급예정자명단에 포함된 자에 대하여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진급선발을 취소하는 처분을 한 것이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일정한 처분에 대하여 행정절차법령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불이익 처분의 경우 적법절차원리가 일종의 강행규범으로서 이에 위반한 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심사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법리는 대법원이 2012년 가산세부실 납세고지에 대해 내린 판결(대법원 2012.10.18 선고 2010두1234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그 정점을 이루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소송절차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행정작용에서도 준수되어야 하므로, 그 기본 정신은 과세처분에 대해서도 그대로 관철되어야 하며, 그 기본 원리가 과세처분의 장면이라고 하여 본질적으로 달라져서는 안 되는 것이고 이를 완화하여 적용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가산세는 비록 본세의 세목으로 부과되기는 하지만, 그 본질은 과세권의 행사와 조세채권의 실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세법에 규정된 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한 납세의무자 등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행정상 제재라는 점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은 더 강하게 관철되어야 하므로 가산세 부과처분이라고 하여 그 종류와 세액의 산출근거 등을 전혀 밝히지 않고 가산세의 합계액만을 기재한 경우에는 그 부과처분은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적법절차원리를 헌법상의 원리로 격상시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도 적법절차원리를 헌법상의 원칙으로 보고 이를 형사절차 뿐만 아니라 입법절차와 행정절차에도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흔히 결정에서는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항에 규정된 영장주의를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헌법상 적법절차원리'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 근거가 될 수 있는 헌법의 구체적인 조항을 적시하지 않았으며 적법절차원칙을 법치국가 헌법에 내재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법원판결이 전원합의체판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반대의견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 대법원은 변리사 제1차시험을 절대평가방식에서 상대평가방식으로 환원하는 내용의 변리사법시행령 개정조항을 경과규정 없이 즉시 시행하도록 규정한 시행령 부칙부분이 무효인지의 여부와 관련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을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하고, 이에 위반한 변리사법시행령을 위헌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06.11.16 선고 2003두12899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당시에는 다수의견이 헌법적 근거가 모호한 신뢰보호원칙을 위헌심사기준으로 적용한 것에 대해서 반대의견이 제시되었다. 반대의견은 헌법재판소가 법률문제를 헌법문제로 치환하여 헌법재판권을 무한히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대법원 역시 법률문제와 헌법문제를 혼동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항에 규정된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사안도 아닌 가산세부과처분의 경우에 굳이 헌법상의 적법절차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미국헌법과 같이 명문의 적법절차조항이 없는 우리 헌법의 해석상 적법절차원리를 위헌심사의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방법론적으로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다. 다시 대상판결로 돌아가 보자. 대상판결을 행정절차법령상의 문제로 국한하여 원칙적으로 그 적용이 배제된 사안이지만 해당 행정작용의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론에 방점을 찍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일련의 관련 판결을 보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행정절차법이 명시적으로 적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한 사안이라도 처분의 성질이나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여 적법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단은 이제 적법절차원리가 법령상의 차원을 넘어서 오늘날 법치국가가 지향하는 보편적인 가치로서 헌법적으로 내재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렇게 볼 때 적법절차원리는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발원하는 헌법과 행정법의 일반원칙으로서의 위상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행정처분이나 국가 공권력 행사의 위헌, 위법심사의 기준으로 흔히 적용하는 행정법의 일반원칙 중 비례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 또한 적법절차원리와 같은 가치와 지향성을 갖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행정법의 일반원칙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국민의 입장에서 행정활동이나 국가의 공권력 행사가 항상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여야 하며, 일정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불필요하게 공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말아야 하고, 동시에 합리적인 최소한의 비용만을 지출함으로서 납세자인 국민에게 필요 이상의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다. 비례의 원칙과 신뢰보호의 원칙이 포함하는 키워드는 바로 합리성, 투명성, 예측가능성, 불필요하고 과도한 공권력 행사의 지양, 최소한의 비용, 재산권 존중과 같은 것들이다. 적법절차원리 또한 이러한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가 국민에게 불편과 부담을 주는 공권력 행사를 하기 이전에 이를 알려주고 그 이유를 소상하게 설명하며, 국민이 자신의 입장을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적법절차의 핵심적인 내용이라면 여기에도 역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투명성, 합리성 등이 그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실질적 법치국가에서 적법절차원리를 포함하는 행정법의 일반원칙은 국가권력이 스스로의 목표에만 매몰되어 국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네이키드파워(naked power)로서 군림하는 것을 방지하고 권력 행사의 여과장치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순화된 공권력을 생산하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적법절차원칙은 이제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과 같은 헌법적 위상과 효력을 갖는 행정법의 일반원칙으로서 법령과 행정처분의 위법성 심사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4-05-26
황성기 교수(한양대 로스쿨)
인터넷 실명제 위헌결정의 의의 및 전망
1. 들어가는 말 헌법재판소는 2012. 8. 23. 재판관 8명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함) 제44조의5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및 제3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본인확인제란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동안 소위 '인터넷 실명제'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어 왔는데,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이 글에서는 이번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주요 요지 및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결정이유의 요지 본인확인제의 입법목적과 관련하여, 인터넷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불법정보를 게시하는 것을 억제하고 불법정보 게시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본인확인제는 아래와 같이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불법정보 게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 특정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을 통하여, 피해자 구제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당해 정보의 삭제·임시조치(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 제2항),(1)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 2012. 5. 31. 2010헌마88,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2항 위헌확인)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등으로 불법정보의 유통 및 확산을 차단하거나 사후적으로 손해배상 또는 형사처벌 등을 통하여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의 대상인 '게시판 이용자'는 '정보의 게시자'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할 가능성이 없는 '정보의 열람자'도 포함하고,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선정에 있어서 그 정확성과 기준이 불분명한 이용자수 산정 결과에 따라 적용대상의 범위가 정해지는 등 본인확인제는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그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함으로써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본인확인정보를 보관하여야 하는 기간은 정보의 게시가 종료된 후 6개월이 경과하는 날까지이므로, 정보를 삭제하여 그 게시를 종료하지 않는 한 본인확인정보는 무기한으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보관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서 본인확인제는 다음과 같이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하는데,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시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의 등장으로 본인확인제는 그 공익을 인터넷 공간의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실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로 인하여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은 인터넷게시판의 이용이 봉쇄되며, 새롭게 등장한 정보통신망상의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하여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는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당하고, 본인확인정보 보관으로 인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본인확인제를 규율하고 있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3. 해설 이번에 위헌결정이 내려진 본인확인제는 주로 인터넷 실명제라는 명칭으로 많이 불려 왔고,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의 인터넷 규제의 불합리성,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의 상징으로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사회적 레토릭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실 본인확인제는 그 입법목적과 수단간의 논리적 상관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인터넷이라고 하는 매체의 특성과 사물의 본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첫째, 본인확인제가 도입된 배경으로서 인터넷의 특성 중의 하나인 소위 '익명성'과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 간에 논리적 상관성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는 원칙을 감안한다면, ('미국과학발전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가 1997년 11월 회의에서 향후 인터넷에 대한 규제시스템이나 규제정책들을 설계함에 있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기 위해 제시한 4가지 원칙들 중의 하나이다.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라는 원칙은 익명성을 이용하여 야기될 수 있는 양면성, 즉 순기능적 측면과 역기능적 측면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고, 역기능적 측면이 순기능적 측면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은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익명성에 대한 도덕적 가치판단을 전제로 해서 모든 인터넷상의 일탈행위 내지 역기능의 원인이 익명성에 있고, 그 익명성을 제거하면 이러한 역기능이 해소될 것이라는 본인확인제의 기본철학은 굉장히 단순한 발상이자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 것이다. 둘째,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과연 익명성을 제거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본인확인과 익명성 제거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본인인지 여부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익명성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헌법재판소가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셋째, 본인확인제는 애초부터 그 설계시스템상 개인정보 보호정책 및 개인정보 보호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었다. 개인정보를 가장 잘 보호하는 방법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가능한 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용자의 본인 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그 근본구조상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국 본인확인제의 채택으로 인해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촉진되는 상황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그 근거로 내세운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논리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적용되어 왔던 인터넷 실명제로는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 이외에,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제도 존재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등,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확인,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소원) 사실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와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 기본취지라든지 운영메커니즘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의 위헌논리가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면 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렸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필자가 추측컨대 선거의 공정성 내지 평온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과도한 집착이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로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에 대한 위헌결정을 계기로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의 폐지를 국회에 건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한편 심판대상과 관련하여, 이번에 위헌이 결정된 법령조항들 중 법률의 경우에는 심판대상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 제1항 제2호에 한정되고 있어서, 동법 제44조의5 제1항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 등의 본인확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이유의 대부분이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고 있는 본인확인제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운영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와 그 운영메커니즘이 동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본인확인제에 대해서도 이번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2012-09-03
조성훈 (국세청 자영소득관리과 과장)
제2차납세의무를 지는 과점주주의 범위
1. 대상판결의 요지 현행 국세기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가목은 과반수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과점주주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혼자 권리를 행사하는 주식의 비율이 과반수 미만이더라도 특수관계인과 더불어 권리를 행사하는 주식의 비율이 과반수라면 이들 특수관계인 모두가 국세기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가목이 규정하는 제2차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5두8498, 대법원 2008.1.10. 선고 2006두19105,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6두18386).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대법원의 해석이 합헌이라 판단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0. 10. 28. 선고 2008헌바42·49). 2. 법률의 개정경과와 헌법재판소의 이전 결정들 1993. 12. 31, 법률 제4672호로 개정되기 전의 법률은 과점주주 모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제2차납세의무의 취지상 주식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이를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 즉 법인의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거나 과점주주로서의 요건 즉 당해 법인의 발행주식총액의 100분의 51 이상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하여 위헌이라 판단하였다(1997.6.26. 93헌바49, 94헌바38·41, 95헌바64 결정). 1993. 12. 31, 법률 제4672호로 개정된 법률은 과점주주 중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하는 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규정하였는데, 헌법재판소는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한 자'라도 '당해 법인의 발행주식총액의 100분의 51 이상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가 아닌 과점주주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위헌이라 하여 전의 결정을 재확인하였다(1998.5.28. 97헌가13 결정). 이러한 헌재의 결정에 따라 현행법은 과점주주 중 과반수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3. 현행법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과 문제점 헌재결정취지와 개정법률의 문리해석에 의하면 과반수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과점주주 1인만이 제2차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대법원은 여전히 과점주주 전체가 제2차납세의무자에 해당된다고 해석한다. 대법원은 혼자서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주식의 비율이 과반수에 미달되어도 특수관계인과 더불어 과반수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면 제2차납세의무자에 해당되며(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5두8498) 과점주주에 해당하는 주주 1인이 과반수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 한다(대법원 2008.1.10. 선고 2006두19105,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6두18386). 대법원은 난데없이 법문에 전혀 나타나 있지도 않은 '더불어'를 가져와 제2차납세의무자의 범위를 과점주주 전체로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법문에 반하는 해석이다. 2호 가목 어디에도 남과 더불어 과반수의 권리를 행사하는 자라 적혀 있지 않다. 주식회사제도는 남과 더불어 회사를 소유하는 방법이다. 회사를 남과 더불어 소유하는 수단이 주주권이다. 그러나 주주권 자체는 자기 혼자 행사하는 것이지 남과 더불어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 행사하는 주주권을 대상으로 더불어 주주권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판별하라는 대법원의 기준은 애초부터 성립할 수 없다. 주주권으로 소유비율 즉 지배비율을 나누었는데, 다시 너 주주권 행사할 때 내 주주권 조금 반영해주고 내 주주권 행사할 때 너 주주권 조금 반영해줄게 하는 식의 주주권을 더불어 행사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 어떤 과점주주의 의견에 다른 과점주주가 동의하더라도 그것은 그와 더불어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일 뿐이다. 또한 대법원은 주식에 관한 권리의 실질적 행사는 반드시 현실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실적이 있어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원래의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관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족하다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의 '더불어' 기준은 주주권의 구체적 행사 모습이라기보다는 주주간의 관계를 의미하는데 불과하게 된다. 그런데 과점주주들은 개념상 특수관계이다. 따라서 대법원은 기존의 판결에서 특별한 검토 없이 과점주주들이 주주권을 더불어 행사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즉 대법원의 '더불어' 기준에 의하면 모든 과점주주들이 제2차납세의무자에 해당될 것이고 이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 판단한 구법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4. 대법원의 해석을 합헌이라 판단한 헌법재판소 2010. 10. 28. 선고 2008헌바42·49의 문제점 헌재는 이 결정에서 과거의 결정과 달리 과점주주 모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보는 대법원의 해석이 위헌이 아니라 판단하고 있다. 헌재의 논거는 단순하다. 현행법을 문언 그대로 과반수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과점주주 1인만을 제2차납세의무자로 보는 경우, 소규모의 폐쇄적인 비상장법인에서 과반수의 주식을 실질적으로 소유하며 그 주주권을 행사하는 1인이 없으면 그 누구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서는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법률이 제2차납세의무자를 규정하면 그 법률에 의해서는 어떤 경우에나 제2차납세의무 해당자가 나와야 한다는 논리이다. 일반적인 해석으로 제2차납세의무 해당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 법률조항에 없는 문구까지 집어넣어서 해당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소규모 폐쇄적인 비상장법인에서도 이 법률조항에 의해 제2차납세의무자가 반드시 발생하도록 하고 싶다면 법률조항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지 헌재가 이게 문제야 하면서 없는 문구를 끌어넣어 해석할 수는 없다. 또한 헌재가 걱정하지 않아도 나목 다목에 의해서 소규모의 폐쇄적인 비상장법인에서도 제2차납세의무자가 발생하게 된다. 대법원은 주식의 소유 자체를 곧 주주권의 실질적 행사라 보고 특수관계인 과점주주들이 더불어 과반수의 주주권을 소유 즉 행사하므로 과점주주 전체가 제2차납세의무자로 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고 이 해석은 헌재가 위헌결정한 구법의 내용과 동일하다. 그런데 헌재는 구법을 위헌결정한 헌재의 선결정과 이번 결정 사이의 모순을 변명하기 위해 조세평등주의 위배 검토부분에서 주주권의 실질적 행사는 소유 이외에 의결권 행사의 모습, 과점주주 사이의 협력 또는 대립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규정은 헌재가 과세요건의 명확성 검토 시에 주식에 관한 권리의 실질적 행사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을 인용한 후 이와 같은 대법원의 해석이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내용이 명확하다고 결론짓는 부분과 모순된다. 헌재는 하나의 결정문 내에서 동시에 두 개의 다른 법해석을 사용하고 있다. 만약 소유와 주주권의 실질적 행사가 다르다는 것이 헌재의 진정한 의도라면 그와 달리 해석한 대법원의 해석에 대해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을 했어야 한다. 실제 조대현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대법원이 '실질적 행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으로 해석하였다고 하여 한정위헌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주주권의 실질적 행사에 대한 개념규정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대법원이 과반수 여부를 판단하면서 '더불어'라는 완화요건을 추가하여 다른 사람의 주주권까지 고려한 것이 위헌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쟁점이다. 헌재는 핵심쟁점에 대해선 법이 있으면 해당자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는 황당한 논리로 대충 지나가고, 이번 결정과 구결정이 모순되지 않는다고 변명하다가 주주권의 실질적 행사에 대해 모순되는 이중의 개념규정을 하고 있다. 5. 결 국민에 의무를 부과하는 세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법률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그것을 근거로 과세요건을 완화하여 해석할 수는 없다. 과반수의 주주권을 판단함에 있어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더불어'라는 완화요건을 부가할 수는 없다. 특히 법률의 개정경과를 보면 도저히 어떤 근거로도 '더불어'라는 완화요건을 추가할 수는 없다. 특수관계인과 더불어 과반수의 주주권을 소유하는 주주가 과점주주인데 과점주주 모두에게 제2차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구법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있었고, 그에 따라 국세기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가목은 과점주주 중에서 과반수의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과점주주만을 제2차납세의무자로 규정하였는데, 이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다시 과점주주 모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해석하는 것은 황당무계하다. 제2차납세의무는 주주의 유한책임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회사자산의 유출가능성이 매우 커서 채권자취소권 등을 통해서는 국세징수의 효율이 저해될 수 있는 경우에 효과적인 징수방법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므로, 모든 자산 유출가능성에 제2차납세의무가 출동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의 지배나 경영과는 사실상 무관한 특수관계인들을 획일적으로 제2차납세의무자로 지정하는 것은 가혹하며, 징세의 효율성은 도모할 수 있을지라도 이들에 대한 국가의 재산권보호의무를 위배하는 것이 된다. 헌재가 과점주주 모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규정한 구법을 위헌이라 결정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사법기능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분할되어 있는 경우 장점은 한 기관의 실수를 다른 기관이 보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헌재가 대법원의 실수를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대법원의 실수를 눈감아주고 있다. 한정위헌이라는 껄끄러운 결정을 회피하기 위해 국민의 권리를 짓밟고 의회가 만든 법률을 왜곡하고 있다. 이는 양 기관에 의한 사법날강도행위라 볼 수 있다. 기관의 자존심 또는 기관간 원활한 관계라는 사사롭고 하찮은 것에 눈이 멀어 자신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있다. 다음 사건에서는 대법원과 헌재가 과감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길 기대한다. 국세청은 대법원과 헌재의 황당한 논리에 기대어 위법한 과세를 하는 것을 중단하여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01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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