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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상
- 대법원 2000. 12. 8. 선고 98다12041 판결 -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
1. 사실관계 및 대상판결 가. 원고는 영국으로부터 초청을 받고 여권발급신청을 하였다가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로부터 신원조사 회보가 늦어져 출국할 수 없었음을 이유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해외여행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규정한 보안업무규정 제31조 제2항 제3호는 모법인 안기부법에 근거가 없거나 그 위임범위를 일탈하였으므로 위 규정을 근거로 신원조사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으나, 서울지방법원은 1997년 5월 9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96가합60720), 서울고등법원은 1998년 2월 5일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97나23480). 나. 대법원은 2000년 12월 8일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데(98다12041 판결, 이하 '대상판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구 안기부법(1999년 1월 21일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1호, 제2항, 구 보안업무규정(1999년 12월 7일 대통령령 제166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 제2항 제3호 등에 의하면, 해외여행자에 대한 신원조회(신원조사의 오기로 보인다) 업무는 구 안기부가 법률에 근거하여 담당하던 고유업무의 하나로서 구 보안업무규정 제31조 제1항이 모법의 근거가 없다거나 그 위임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관련 법리 가. 헌법 제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거주·이전의 자유에는 국내에서의 거주·이전의 자유 이외에 해외여행의 자유가 포함된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7두10846 판결). 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등을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헌법 제37조, 법률유보원칙),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헌법 제75조, 포괄위임금지원칙). 법률의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에 의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나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만을 규정할 수 있을 뿐, 법률에 의한 위임이 없는 한 법률에 규정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다.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내용을 규정한 시행령 조항은 그 자체로 무효이며, 이와 같이 무효인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행정처분은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대법원 전원합의체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대법원 전원합의체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등). 3. 구 안기부법 등의 내용 및 관련 비판 가. 대상판결에서 언급한 구 안기부법과 구 보안업무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위 가.의 규정에서 보듯이 구 보안업무규정은 신원조사에 관하여 규정하였으나, 구 안기부법은 신원조사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았고 대통령령에의 위임규정도 두지 않았다. 이것은 법률인 국정원직원법(제8조의2)에서 국정원직원에 대한 신원조사를 규정하고 절차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과 명확히 구별된다. 다. 대상판결과 달리, 다수의 견해는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이 모법의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①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법률체계를 살펴보면, (공무원 임용예정자에 대한) 신원조사제도를 명시한 '법률'은 존재하지 않으며, 신원조사제도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정하여야 하는데 행정규칙에서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상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이슈와 논점, 2015년 8월 7일). ②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상판결을 언급하고도, 국가정보원법은 신원조사 제도에 대한 명시적 위임 근거를 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보안업무규정'에 따른 신원조사 제도 개선 권고, 2018년 12월 27일). ③ 송준종 변호사는 대상판결을 언급하고도, 신원조사는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였다(국가인권위회, '신원조사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청문회' 자료집, 2005년 1월 18일 27면). 4.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 가.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신원조사를 받아야 하고 받지 않으면 해외여행을 할 수 없으므로, 신원조사는 해외여행의 자유를 제한한다. 나. 해외여행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구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에 관하여는 구 안기부법에 신원조사에 관한 근거 규정도 없고, 대통령령에의 위임규정도 없다. 다. 따라서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신원조사를 규정한 구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며, 무효인 보안업무규정에 기초한 신원조사는 그 법적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 5.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대상판결에는 위 1. 나.와 같이 판시한 근거 내지 이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마치, 음주를 하고(법률에 위임 규정을 두고) 운전을 해야(대통령령에 규정해야) 음주운전이 되는데(위법하지 않은데), 음주를 하지 않았음에도(법률에 위임 규정이 없음에도) 운전을 하였으므로(대통령령에 규정하였으므로)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과 유사하며, 납득하기 어렵다. 위 4.에서 본 바와 같이 구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이므로, 대상판결은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하였어야 할 것이다. 나. 대상판결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등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동안 학문적 비판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필자도 열람·복사 청구를 하여 대상판결을 입수하였다). 대상판결은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의 법률적 근거 유무에 관한 유일한 판결로 보이고 선례적 가치가 충분하므로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 다. 국정원은 대상판결을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가 법률적 근거가 있다는 점에 대한 근거로 계속 이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회의 위 청문회(2005년 1월 18일)에서, 국정원은 대상판결을 신원조사의 법적근거로 주장하였다(위 청문회 자료집, 3면). 2020년 12월 31일 보안업무규정이 개정되었다(대통령령 제31354호). 개정 과정에서 국정원의 입법예고에 대해,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위법이므로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미반영으로 회신하면서 국정원의 신원조사 업무는 대상판결 등을 통해 합법적인 업무로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라. 대한민국 모든 판사들은 임용되기 직전에 신원진술서를 작성·제출하여 국정원의 신원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 신원진술서를 토대로 존안자료가 작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1997년 3월 17일 기사의 '공무원은 임용 순간부터 존안자료 기록이 시작된다'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그리고 이와 같이 작성·업데이트된 존안자료가 이후 판사를 포함한 공무원들에게 국정원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위 한겨레 기사의 "안기부 전직 실장급 간부는 '존안자료야말로 안기부가 가진 힘의 실질적 원천이다'고 말한다"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결국 국정원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대상판결을 비공개로 함으로써 학문적 비판은 피하면서, 신원조사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을 때는 대상판결을 국정원에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 대상판결은 그보다 약 20년과 15년 이후에 선고된 위 2016두32992, 2012두23808 전원합의체판결 등에 의해서 실질적으로 변경(폐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016두32992 판결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음에도, 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한 노동조합법 시행령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시하였고, 2012두23808 판결도 유사하다. 6. 결어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하다. 대상판결은 더 이상 원용되지 않아야 하며, 공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무효인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규정을 즉시 삭제해야 한다. 엄기섭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여권
신원조사
출국
국가배상
엄기섭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1-10-14
형사일반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대법원 판결평석
I. 서론 보건의료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법률가라면 한 명의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다양한 법적 그리고 정책적 논쟁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한 명의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국민의 후생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가 정책적 논쟁이라면,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경영을 금지하는 법률 규정이 과연 헌법합치적일 수 있는지가 주요 법적 논쟁 가운데 하나라고 할 것이다. 이 헌법 차원의 법적 논쟁에 못지 않은 또 다른 중요한 법적 논쟁은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의료법 규정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이다.1)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내린 2018도3672 판결(이하 “대상 판결”)이 새로운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각주1] 물론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의료법 해당 규정의 헌법합치성 판단은 동 규정의 합리적인 해석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 두가지 법적 논쟁은 완전히 독립되고 분리된 논쟁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접촉면을 갖고 있는 논쟁이라고 하겠다. II. 복수개설금지 조항의 변천 및 법원의 해석 이 글에서 분석하려는 판결을 살펴보기에 앞서,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 개설 금지를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변천 과정을 가볍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2012년 개정 이전의 복수개설 금지 조항 및 법원의 해석 해당 규정인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2012년 2월 1일 현재의 내용으로 개정이 되었는데, 개정되기 직전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구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1994년 1월 7일 의료법 개정을 통하여 처음 등장한 위 조항은2)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함으로써, 의사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용하고, 의사 아닌 자에 의하여 의료기관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3) [각주2]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조항의 위치는 의료법 제30조 및 제33조 제2항을 거쳐 지금의 제33조 제8항에 이르고 있다.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규정의 변천에 관하여는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각주3]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위 조항에 담긴 “개설”의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은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그 소속의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여 급료를 지급하고 그 영업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는 등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점만으로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실질적으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나, 다른 의사의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는 비록 그 개설명의자인 다른 의사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일부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4) [각주4]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만 빌리고 자신의 자본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는 경제적 의미에서 의료기관의 중복개설이라고 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 타인의 명의를 빌린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의 의료행위에만 전념하고 있다면 이를 의료기관 이중개설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 것이라고 분석한 견해가 유력하다.5) [각주5] 장연화,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개설제한에 관한 고찰,” 법학연구, Vol. 12, No. 2 (2009), pp.279–300 2. 2012년 개정 법률 및 법원의 해석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은 1994년 제정 이후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 없이 조문번호나 문구의 변경과 같은 형식적인 개정만을 거쳐오다가, 제11대 국회에서 변화를 겪게 된다. 당시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의료법에 대한 다른 개정안과 통합 가결되어 2012년 2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4조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의 의무) ②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가. 2016년 대법원 판결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적용한 리딩 케이스로는 2016도11407 판결 (이하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있다.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병원을 운영하던 甲과 B병원을 운영하던 乙 2인의 의사가 각자의 병원을 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개설자 명의 변경을 통하여 甲은 B병원을, 乙은 A병원을 각자 자신의 명의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악화된 乙의 부채사정으로 인하여 A병원의 재산에 대하여 乙의 채권자들이 강제집행을 해오자 A병원의 개설자를 다시 乙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丙으로 변경하였다. 그런데 이후 丙은 A병원에 출근하여 진료업무를 전혀 수행한 바 없고, 乙은 甲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A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면서 甲으로부터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았으며, 甲은 자신의 B병원 직원을 A병원에 출근하도록 하여 자금관리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임금지급, 물품 구매 등 지출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였으며, 직원을 통하여 A병원의 수익을 취득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A) “이미 자신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를 고용하여 그 의사 명의로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그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B)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가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의료법 제33조 제5항 등에 따른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지 아니한 채 또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그 의사 명의로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보다시피 (A) 부분은 앞에서 본 이전 대법원 판례와 차이가 없다.6) 그러나 (B) 부분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신설된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조항을 적용한 첫 대법원의 판결이므로 선례로서의 의미가 큰데,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새로 추가된 행위 태양인 의료기관 중복 운영이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7)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사실관계 하에서 대법원은 甲이 A병원을 자신의 B병원과 함께 중복하여 운영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이와 같은 기준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 처음 제시된 기준이지만,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 규정8) 위반사건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운영” 기준과 같은 내용이다.9) [각주6] 실제로 이 판결에서도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각주7]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5는 동 판결의 의미를 “추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 등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주도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였다면,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위반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동 판결이 요구하는 “종전 개설자 배제”라든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의 요소를 생략하고 있으므로 동의하기 어렵다. [각주8] 의료법 제33조 제2항 [각주9]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0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나. 2018년 대법원 판결 그런데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비교하여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범위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사건의 상고심과 하급심 판결문에는 나타난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2년부터 A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던 甲은 2013년경 乙과 지분투자 및 공동 운영 합의를 맺고 乙이 자금을 투자하여 B치과를 개설하여 진료를 하되 甲은 회계와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甲은 또한 2014년경 丙과 동업계약 및 지분 협의 계약을 맺었는데, 그에 따라 丙이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갑은 C치과에 30% 정도의 지분만 보유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1심은 甲이 乙이나 丙의 명의를 대여하여 B치과 또는 C치과를 개설 및 운영하였다거나, B치과 또는 C치과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각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가)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주관 아래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라고 판시하였고, (나) “그와 구분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존폐·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시설·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배분 등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뜻한다고 보았다. 특히 (다)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운영자로서의 지위 유무, 즉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 과정,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목된 다른 의료인과의 관계, 자금 조달 방식,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 주체, 운영성과의 분배 형태, 다른 의료인이 운영하는 경영지원 업체가 있을 경우 그 경영지원 업체에 지출되는 비용 규모 및 거래 내용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기준 하에 대법원은 甲에 대하여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금지 원칙 위반을 인정한 항소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다. 2016년 판결과 대상 판결의 비교 의료기관 중복 “개설” 금지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의 (A) 부분과 대상 판결의 (가) 부분을 비교하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 반면 양 판결에 나타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은 외견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위 (B) 부분)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핵심을 이미 자신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에 둔 반면, 대상 판결은 (위 (나) 부분)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이라는 요소를 명시하지 아니한 채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한 경우”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상 판결은 또한 제반 사정을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위 (다) 부분). 이와 같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새로운 운영자로 인하여 종전 개설자가 배제되고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가 단절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반면, 대상 판결은 종전 개설자의 운영이 배제되는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제반사정을 기초로 여전히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대상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완화하고 있는 것인가? 이 글은 결론적으로 그렇게 보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 - 즉, 대상 판결은 여전히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에 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해석을 한다는 입장 - 을 취한다. 그 논거는 뒷부분에서 더 자세히 제시하기로 하고, 그렇게 보지 않을 경우, 즉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고 볼 경우에 생기는 문제점들을 먼저 지적하겠다. III. 대상 판결이 판례 변경이라고 볼 경우의 문제점 1. 판결의 시점 우선 대상 판결이 내려진 시점이 법률 실무가들에게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과 관련하여 국내 사법부 최고심급의 결정 또는 심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다른 의사를 병원장으로 고용해 여러 개의 병원을 운영한 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을 이유로 기소된 형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어 심리를 앞두고 있다.10) 또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금지한 것이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반하고 수규범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함을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지난 2016년 3월 10일 공개변론이 열린 바 있고 그 결정이 머지않아 내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태이다.11) [각주10] 법률신문 뉴스 2016.6.14.자 “'월급 병원장 고용' 여러 병원 개설한 의사 유·무죄…대법원 전합 회부” [각주11] 2015헌바34 의료법 제4조 제2항 등 위헌소원 상황이 이러하다면 피고인 구속 사건도 아닌 마당에 머지않아 내려질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시점에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적용 대상인 판결을 굳이 내릴 필요가 없었다. 잠재적인 재심의 대상을 늘려 오히려 소송경제를 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지어는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의 판결이라면 지금 시점에서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릴 필요가 과연 있었는가 의문이 생긴다. 2. 소부(小部)에서의 판례 변경 대상 판결이 합의체를 통하지 않고 소부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이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에 의하면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하되, 다만 같은 항 각 호의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법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사건을 먼저 심리하여 의견이 일치된 경우에 한하여 그 부에서 심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이 그 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 판시한 의견을 변경하는 것임에도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에 미달하는 대법관만으로 구성된 부에서 심판하였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이고,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호의 ‘법률에 의하여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아니한 때'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12) [각주12]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1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 즉,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이루어진 대상 판결이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취지라고 본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을 면하기 어렵다. 3. 피고인에게 불리해진 판례의 소급 적용 만약 대상 판결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이라고 볼 경우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결과적으로 확대된 처벌 기준의 소급효이다.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비하여 복수개설 금지조항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에는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에 따라 처벌 대상이 대상이 아닌 행위가 대상 판결 이후에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판례의 변경으로 인하여 범죄의 구성요건이 확대되는 경우, 판례 변경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가 변경된 판례 하에서 비로소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은 마치 형벌조항을 소급적으로 입법하는 것과 비교하여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므로 판례 변경의 소급효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판례변경은 헌법 제13조 제1항과 형법 제1조의 소급효 금지가 준용되지 않아 피고인에게 불리한 형사판례 변경도 허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므로,13) 대법원은 자신의 종전 2016년 판결을 수규범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대상 판결을 충분히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각주13] 대법원 1999.7.15. 선고 95도287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9.17. 선고 97도3349 판결. 그러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의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이를 비판하는 형법학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14)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여 행동에 옮긴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부당하고 헌법질서와도 배치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주14] 예컨대 조기영, “판례변경과 소급효금지의 원칙”, 「동북아법연구」, 제11권 1호 (2017. 5). 물론 종전판례를 근거로 자신의 행위가 불가벌이라고 믿었던 수규범자의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위조한 문서를 복사한 문서는 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의 객체가 아니라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경우에는15) 문서를 위조한 행위 자체의 비난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를 보호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를 폭행·협박행위 기준에서 절취행위 기준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도16) 마찬가지로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형사판례 변경의 소급효와 관련하여 독일에서의 논의를 촉발시킨 음주운전의 처벌기준 강화 판결17) 역시 수규범자들이 기존 판례의 혈중알콜농도 기준에 맞춰 음주를 한 후 운전하는 상황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피고인의 신뢰이익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즉, 수규범자가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18) [각주15] 대법원 1989. 9. 12. 선고 87도506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6] 대법원 2004.11.18. 선고 2004도5074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7] BGHSt 37, 89. 당시 독일 형법 제316조는 음주로 인하여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한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이때 혈중알콜농도가 어느 정도 이상일 때 운전불능상태인지에 대하여는 명문 규정 없이 의학적인 연구 등을 기초로 판례가 기준을 정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90년 독일연방법원은 1966년 이래로 0.13%로 유지해 온 혈중 알코올 농도의 기준치를 0.11%로 하향 조정하면서 판례 변경 이전에 혈중알콜농도 0.12%인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된 사람들의 처벌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서보학, “형사판례변경과 신뢰보호”, 「경희법학」, 제34권 (1999), pp.345–346 [각주18] 이동진, “판례변경의 소급효,” 民事判例硏究, No. 36 (2014), pp.1168. 그렇다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는 어떠한가? 실제로 수규범자인 의료인이 동 판결을 인식하고 이를 신뢰하였다는 전제하에, 그러한 신뢰는 별로 의문의 여지 없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위반시 형사처벌이 따르는 행정법규는 재판규범이자 행위규범이다. 그러나 수규범자들이 평소 모든 관련 법규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개개의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수규범자에게 동등한 정도의 규범력을 갖는 행위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어떤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법률가도 아닌 수규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고 준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어떤 행정법규는 규제기관에 의하여 적용되기 전까지 수규범자들이 그 존재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은 2012년 의료법 개정 시 처음 삽입되기는 했으나 그 모태가 되는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은 2000년대에 들어와 그 위반을 이유로 많은 의료인들이 기소가 되는 바람에 복수의 의료기관을 경영하고자 하는 다수의 의료인들이 이미 인식하고 신중히 분석하고 있었던 규정이고, 동 조항을 해석한 판례19) 역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려는 의료인들에게 합법적인 경영방식의 준거로 작용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2012년 의료법 개정 이후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는 마찬가지로 2016년 대법원 판결이 그러한 지위를 차지했을 것임이 당연하다. 즉 2016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일선에서의 다수의 의료인들은 합법적이라는 믿음 하에 진료는 의료기관 개설 명의자에게 맡기고 자본 투자나 컨설팅 등 다양한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법상의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의 기준을 제시한 2016년 대상판결을 신뢰한 의료인들의 신뢰이익은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 [각주19] 위 각주 4의 판례.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의료인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은 비단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근거하여 환수하는 조치를 기계적으로 취하고 있는데, 그 환수액은 의료기관이 거둔 수익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급여금액 전액이고 심지어는 환자 본인부담금마저 포함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인이 파산에 이를 정도로 커다란 금액이 되기도 한다.20) [각주20]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를 구한 2014구합11526사건에서는 환수급액이 74억원에 달하여 의료인인 원고가 파산에 이를 수 있으므로 환수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수규범자들인 의료인들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동 판결이 허용하는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을 운영해 왔다면, 그러한 수규범자들의 신뢰이익은 더더욱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데, 대상 판결은 그러한 신뢰이익을 보호할 아무런 장치 없이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판례를 신뢰한 의료인들을 형사처벌은 물론이거니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에 새로이 노출시키고 있으므로 부당하다. 4. 자기 모순적인 기준 제시 서로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인들이 맺을 수 있는 협력의 형태를 개념적으로 분류해보면, 아무런 자본 투자 없이 수수료를 목적으로 자문제공이나 경영지원을 제공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고, 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의료기관에 자본 투입을 통하여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지분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한 투자자의 관여에는 다양한 정도와 형태가 있을 것이다. 투자자와 피투자자가 예컨대 학연이나 혈연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피투자자의 병원 운영에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투하자본이 이윤과 함께 회수되기를 바라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을 모니터하고 너무 모험적인 운영을 방지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업에 대한 투자의 경우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이사 선임 등을 통하여 피투자 기업이 건실한 경영을 하는지 감독하고자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는 이상 - 지금까지 우리 대법원의 판결은 의료기관 이중 개설·운영 금지 조항이 투자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거니와, 대상 판결 자제도 의료법상 허용되는 동업의 형태로서 “단순히 헙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언급하고 있다 -, 자신이 자본을 투자한 의료기관에 대한 일정 수준의 감시 또는 감독권한을 보유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는 위법한 복수 의료기관 운영이라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명의자를 배제하지 않더라도 예컨대 개설 명의자와 공동으로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한 경우조차 의료법에 위배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할 여지를 만들었다. 대상 판결 스스로가 합법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경영지원 혹은 투자”에 통상 수반되는 행위를 위법이라고 보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IV. 대상 판결의 올바른 이해 지금까지 나열한 대상 판결의 문제점들은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라고 볼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이고, 간단하게 치유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기교적 조치로서가 아니라, 이 사건의 하급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을 나란히 놓고 보면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려는 취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1심과 이를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한 2심의 결론은 상반되지만, 1심과 2심의 판결문을 보면 각 법원이 적용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법리는 다르지 않다. 즉, 1심과 항소심은 동일하게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이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고 설시하면서 2016년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21) [각주21] 2016.12.2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단4214 및 2018.2.6.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노9. 다만 1심은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반면, 항소심은 증언 등을 바탕으로 피고인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위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숙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즉, 1심과 2심 결론이 상반되는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해석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증거에 기반한 사실인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사의 항소이유도 법리오해가 아니라 사실오인이었다. 이에 대하여 대상 판결은 1심과 2심 가운데 항소심을 지지하면서 “1의료인 1개설·운영 원칙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시하고 있는데, 상고이유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어떤 법리 오해를 상고이유로 제시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1심과 2심이 모두 동일하게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따르고 있고 사실 판단만을 달리한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 위하여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그렇다면 비록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관한 대상 판결의 위 (나) 및 (다) 판시가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어구를 그대로 옮겨오고 있지는 않지만, 대상 판결은 여전히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취지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대상 판결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필요한 개념 요소로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제거한 듯하나, 이는 판결문에 생략되어 있을 뿐, 여전히 2016년 판결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V. 향후의 바람직한 절차 진행 지금까지 의료인은 1개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소정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의 해석을 살펴보았는데, 동 조항에 대하여는 이미 이야기한대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공개 변론까지 열렸고, 이러한 공개 변론이나 다양한 논문을 통해 합헌성 논쟁 및 의료 정책론 차원의 논쟁이22)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법원에 계류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의 형사사건들은 일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송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각주22] 설령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가 위헌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책적으로 정당한 정책인가 하는 논쟁이다. 의료인이 1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너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라는 의료인의 책무와 상충할 수 있고, 이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위협이 의료기관 복수개설 규제가 좋은 정책이라고 보는 견해와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1명의 경영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업무의 효율, 비용 절감 등 규모의 경제를 도모할 수 있으므로 복수개설 규제는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김선욱 and 정혜승, “의료인의 의료기관 다중운영 금지 조항의 위헌성 -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을 중심으로 -,” 의료법학, Vol. 16, No. 2 (2015), pp.295–326) 충돌한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가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법원에 계류된 제33조 제8항 위반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공소기각의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합헌 또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다면,23) 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법리를 섬세하게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기준을 완화할 경우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합법적이라고 믿고 타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한 의료인이 부당하게 형사상 또는 행정처분을 통한 재산상 불이익을 받는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24) [각주23]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법률 해석에 기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므로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재두299판결),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의 영향은 법원이 향후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해석함에 있어 합헌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각주24] 형사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인정하더라도 기존의 판례를 신뢰한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태영, “被告人에게 不利한 判例變更과 遡及效禁止의 問題,” 동아법학, No. 38 (2006), pp.39–98 등. 이렇게 하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에 대하여 무죄가 인정되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도 면하게 될 것이다.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의료법제33조제8항
복수의료기관
병원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2018-12-21
김영규 부장검사(형사정책연구원)
의식없는 음주운전자로부터 채혈한 혈액 감정서의 증거능력
Ⅰ. 사실관계 (1) 피고인은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가다가 앞 차량의 뒷부분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내 의식을 잃은 채 119구급차량에 의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고, 사고 발생 후 약 1시간 뒤 응급실로 출동한 경찰관은 법원 영장 없이 피고인의 아들의 동의를 받고 간호사로 하여금 의식이 없는 피고인으로부터 채혈을 하도록 하고, 이를 임의 제출받았다(혈중알코올농도 0.211%). 검사는 위 채혈에 따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의뢰회보 등을 증거로 피고인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하였으나, 1심은 사전·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강제채혈은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으로 볼 것이고, 이러한 채혈에 기초하여 얻어진 감정의뢰회보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2)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취지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이에 검사는 상고하였다. Ⅱ. 판결요지(상고기각) (1) 피의자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사전 압수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 없이 채혈하고 사후영장도 발부받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혈액 중 알코올농도에 관한 감정의뢰회보는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하거나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증거로,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동의가 있더라도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2) 음주교통사고를 야기하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있는 피의자에 대한 긴급 강제채혈은 ① 호흡측정과 채혈 동의가 불가능하고 법원으로부터 사전 압수영장 등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긴급한 상황의 경우에, ② 주취 등 증적이 현저하고 범행 직후에 후송되어 응급실이 준범행장소로 인정되는 등 준현행범인의 요건이 충족되고, ③ 의료인에 의한 의학적 방법을 통한 최소한의 채혈이 있을 때 가능하며, ④ 이때에도 사후 영장은 반드시 '지체 없이' 발부받아야 한다. Ⅲ. 판례평석 1. 채혈행위의 성질 채혈의 성질에 관하여 종래 검증설, 검증·감정설, 압수수색 및 감정설, 압수수색설 등으로 나뉘었다. 판례는 채혈을 감정을 위한 하나의 처분으로 보아 감정처분허가장을 받아 행해도 되고, 압수의 집행을 위한 처분으로 보아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행해도 된다고 한다. 실무에서는 먼저, 감정인을 위촉해야 하는 감정절차보다는 압수수색절차가 더 편리하고 효율적이어서 압수수색영장을 받는 실무가 일반적이다. 2. 긴급 강제채혈의 요건 (1) 실무상 문제 의식 없는 음주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하고 희석되기 때문에 사전영장 없이 긴급행위로서 채혈을 할 필요성이 있는데 법에 규정된 긴급강제처분 중 어느 규정을 통해서 가능한지 문제되었다. 실무에서는 그간 ①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의 체포현장에서의 긴급 압수수색에 의한 방법 ② 제216조 제3항에 규정한 범죄 장소에서의 긴급 압수수색에 의한 방법 ③ 증거인멸의 염려를 이유로 긴급체포를 하고 제217조 제1항의 긴급압수수색에 의한 방법 등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중 현행범 또는 준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방법은 교통사고 발생 시와 채혈 시까지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현행범 등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되는 사례가 있었다. 제216조 제3항에 따른 사후 압수영장에 대하여도 병원 응급실은 문언상 범죄장소가 아니라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된 사례가 다수 있었다. 한편 긴급체포 후의 압수수색 방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음주전과가 2회 이상이거나 혈중알코올농도가 0.2퍼센트 이상인 경우만 법정형이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로 긴급체포 대상이고, 그 이외에는 법정형이 장기 3년 미만이어서 긴급체포 대상이 아니라는 문제점이 있다. (2) 대상판결의 의의 본 판례는 사전영장 없이 이루어지는 긴급채혈을 허용하고, 법적 근거가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에 의한 범죄장소에서의 긴급압수수색임을 밝히면서, 그 요건을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있다. (3) 검토 그런데 본 판례의 기준에 대해서도 사회통념상 범행 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가 어느 정도인지, 범죄장소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소가 예로 들어진 병원 응급실 이외에도 인정될 수 있는지 등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에 대한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제216조 제3항의 포섭범위를 너무 좁히는 해석은 긴급 채혈을 하지 못하는 실무상 공백을 초래하므로 그 적용범위를 합리적으로 확장하여 긴급한 증거수집의 목적을 달성할 필요성이 있다. 현행법은 긴급압수수색에 대해 압수물이 있는 경우 사후에 법관의 영장을 받도록 하여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므로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 준하는 상황의 범위를 비교적 넓게 인정하여도 될 것으로 본다. 3. 영장주의 위반의 문제 (1) 사전 영장주의 위반 의식 없는 음주운전자가 사고 현장으로부터 원거리 병원으로 장시간 후송되는 경우에는 긴급성 요건이나 준현행범 및 범죄장소에 준하는 상황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사전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채혈을 하여야 함에도, 수사기관이 영장을 받지 않고 긴급을 요하지 않는 강제채혈을 한 때에는 영장주의 규정을 위반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채혈에 기초한 감정의뢰회보는 독수의 과실로서 증거능력이 배제된다. (2) 사후 영장주의 위반 제216조 제3항의 '범행직후의 범죄장소'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술냄새 등 범죄의 증적이 현저하고 범행 직후에 후송된 응급실이 준범행장소로 인정되는 등 준현행범인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므로, 체포현장은 아니지만 현행범체포에 준하는 정도의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을 요구하고 하고 있다. 따라서 제216조 제3항의 헌법적 근거는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로서 압수수색에 있어서의 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하여, 긴급행위로 사전 영장없이 압수수색을 하되, 압수물이 있는 경우 계속 압수를 위해서는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긴급채혈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적법한 채혈임에도, 법원으로부터 사후적 허가장의 성질을 갖는 사후 영장이 기각되어 발부받지 못했다고 해서, 그 혈액채취가 소급하여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즉, 수사기관이 대상 판결에 따라 긴급채혈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채혈한 다음 사후 압수영장을 청구하였으나, 긴급성·현행범성 등 요건 충족에 대한 견해차이, 특히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에 대한 해석상 차이로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기각되어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못하였다고 하여 언제나 채혈 자체가 소급적으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긴급채혈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영장이 기각된 때에는 채혈 자체가 위법이나, 그 요건을 갖춘 적법한 긴급채혈에 대한 사후영장 기각이 부당한 경우에는 채혈 자체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4. 사후영장의 부당 기각에 대한 해결책 (1) 먼저, 본질적으로 적법한 긴급채혈에 대한 법원의 사후영장 기각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검사는 압수한 혈액을 영장기각 후에도 계속 보관하고 있는 형식적 불법상태를 신속히 해소하기 위하여 법원으로부터 사전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에게 혈액을 반환하면서 사전 영장에 의하여 그 혈액을 다시 압수하거나, 임의제출 형식(피의자의 의식 회복시)으로 재압수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적법하게 취득한 증거물이 산일(散逸)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 사후영장이 기각되어 채취한 혈액을 즉시 반환(법 제217조 제3항 참조)해야 할 때 이미 혈액 감정이 완료된 경우에는, 감정을 하고 남은 혈액을 계속 보관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즉시 반환하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혈액을 기초로 하여 취득한 감정의뢰회보의 증거능력이 문제되는데, 기소 후 공판단계에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의하여 압수·수색 방법의 적법성이 다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공판에서 긴급채혈 자체의 적법성 여부를 '채혈시'를 기준으로 실질적으로 심사하여 그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적법한 긴급채혈이어서 사후영장 기각이 부당하였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채혈 자체는 적법하므로 위법수집 증거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혈액 감정서는 적법한 채혈에 기초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독수독과(毒樹毒果)에 해당하지 아니므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2014-03-17
백형구 변호사(서울회)
음주운전자로부터 채취한 혈액 감정서의 증거능력
Ⅰ. 사실관계 (1) 피고인은 오토바이를 음주운전하고 가다가 앞차를 들이받으면서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고 119구급차에 의하여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며 그 약 1시간 후에 사고신고를 받고 병원 응급실에 출동한 경찰관이 피고인의 아들로부터 피고인의 혈액채취에 관한 동의를 받고 간호사로 하여금 의식을 잃고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는 피의자로부터 혈액채취를 하도록 하였다. 경찰관은 그 혈액채취에 관하여 법관으로부터 압수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하였으며 혈액채취 후에도 법관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하였다. (2) 경찰관은 간호사로부터 받은 혈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혈중알코올농도에 관한 감정을 의뢰하였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감정서를 경찰관에게 송부하였는데 그 감정서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있다는 감정결과가 기재되어 있다. (3) 피고인(피의자)은 경찰수사단계와 검찰수사단계에서 음주운전의 피의사실을 자백하였으며 검사는 피의자를 음주운전의 공소사실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1심법원은 음주운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작성한 감정서를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 채택하였다. (4) 피고인이 유죄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한 후 항소이유서에서 피고인으로부터의 혈액채취는 피고인의 동의 없이 그리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하여졌으므로 그 혈액채취는 위법하고 그 혈액에 관한 감정서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능력이 없으며 그 감정서를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1심판결은 위법이다고 주장하였다. (5) 원심법원(항소법원)이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받아들여 1심의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무죄판결을 선고하자 검사가 그 무죄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으며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Ⅱ. 판결요지 병원 응급실에서의 혈액채취가 법관이 발부한 압수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혈액채취가 행하여졌으므로 그 혈액채취는 위법하며 병원 응급실에서의 혈액채취는 범행직후 범죄장소에서의 압수(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에 해당하므로 사후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혈액채취는 위법하므로 그 혈액에 관한 감정서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규정하고 있는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법칙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Ⅲ. 판례평석 1. 영장없이 채혈(採血)이 허용되는 경우 (1) 피의자가 채혈(採血)에 동의하는 경우 피의자가 채혈에 동의하는 경우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압수영장) 없이 혈액을 채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으므로 피의자가 채혈에 동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의자의 채혈동의는 피의자 본인이 직접 수사기관에 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의자의 배우자나 자녀가 채혈에 동의하더라도 피의자의 채혈동의로서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의자의 아들이 혈액채취에 동의하였으나 그 동의는 피의자의 동의로서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2) 의사·피의자가 임의로 제출한 경우 의사가 병원 응급실에 있는 피의자로부터 오로지 진료의 목적으로 혈액을 채취한 후 그 혈액의 일부를 경찰관에게 임의로 제출한 경우 경찰관은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8조). 이 경우 혈액의 채취는 허용되며 혈액의 압수는 적법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는 의사가 경찰관에게 혈액을 임의로 제출한 경우가 아니다. 의사가 진료의 목적으로 채취한 혈액의 일부를 피의자가 경찰관에게 임의로 제출한 경우 경찰관은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8조).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는 피의자가 혈액을 경찰관에게 임의로 제출하는 경우가 아니다. (3)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서의 압수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서는 압수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은 「범행 중 또는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법원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의자가 오토바이를 음주운전을 하고 가다가 앞차를 들이받으면서 머리를 다쳐 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경우 그 병원 응급실이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 해당하는가 여부가 문제된다. 대법원판례는 이를 긍정하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즉 대법원판결은 「…… 피의자의 신체 내지 의복류에 주취로 인한 냄새가 강하게 나는 등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3호가 정하는 범죄의 증적이 현저한 준형행범인으로서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고 교통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라면 피의자의 생명, 신체를 구조하기 위하여 사고현장으로 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의 범죄장소에 준한다 할 것이므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의 알코올농도 등 증거의 수집을 위하여 의료법상 의료인의 자격이 있는 자로 하여금 의료용 기구로 의학적인 방법에 따라 필요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하게 한 후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음주운전의 범죄에 있어 범죄장소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음주운전 한 장소이므로 피의자가 입원 중인 병원 응급실은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다. 따라서 병원 응급실에서의 혈액채취가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서의 압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례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의 범죄장소에 관한 해석을 잘못하였다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이다. (4) 체포현장에서의 압수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 그 체포현장에서는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수색 또는 검증이 허용된다.(형소법 제216조 제1항 제2호).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병원 응급실은 체포현장이 아니다. 피의자를 체포한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 응급실에서의 혈액채취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가 적용되지 아니한다. (5) 긴급체포시의 압수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경우 그 피의자가 소유·소지·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는 체포한 때로부터 24시간 내에 한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형소법 제217조 제1항) 이 사건의 경우는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경우가 아니다. 2. 채혈을 위한 영장 (1) 법관의 압수영장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음주운전 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키면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의 상태에서 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피의자로부터 경찰관이 혈중알코올농도의 감정을 위한 혈액채취(채혈)를 하기 위해서는 법관으로부터 채혈에 관한 압수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2) 법관의 감정처분허가장 대법원판례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일으키면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상태에서 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피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발부한 압수영장에 의하는 외(外)에 법관이 발부한 감정처분허가장에 의해서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 제221조의4 제1항, 제173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감정에 필요한 처분이란 감정인의 감정에 필요한 처분으로서 감정인이 타인의 주거 등에 들어가는 것, 타인의 신체를 검사하는 것, 사체를 해부하는 것, 분묘를 발굴하는 것, 물건을 파괴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병원 응급실에 있는 피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하는 것은 감정인의 감정에 필요한 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점, 이 사건의 경우 감정인은 혈액을 채취한 의사나 간호사가 아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공무원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관이 발부한 감정처분허가장으로도 혈액채취가 가능하다는 대법원판례는 감정처분허가장에 관한 해석을 잘못하였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3. 결론 혈액채취가 위법한 이유에 관한 대법원판례 중 법관이 발부한 압수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혈액채취가 행하여졌으므로 그 혈액채취는 위법하다는 부분은 타당하나 피의자로부터의 혈액채취는 법관이 발부한 감정처분허가장에 의해서도 가능한데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혈액채취는 위법하다는 부분과 병원 응급실에서의 혈액채취는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서의 압수(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에 해당하는데 사후에 압수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혈액채취가 위법하다는 부분은 타당하지 않다. 4. 무죄판결에 대한 검사의 책임 이 사건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음주운전의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있는 사건이다. 따라서 그 자백에 대해서 보강증거만 있으면 법원은 유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사건이다. 그런데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공소사실을 직접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임을 요하지 않고 자백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이면 충분하다(통설·판례).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피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한 간호사나 피의자를 직접 진찰·진료한 의사가 경찰관이나 검사에게 피고인이 병원 응급실에 있을 당시 술에 많이 취한 상태이었다는 진술(진술조서에 기재된 진술)은 음주운전 공소사실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서 충분하므로 항소심에서 혈액의 혈중알코올농도에 관한 감정서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 없다는 주장(항소이유)이 제기되고 그 주장(항소이유)이 긍정적으로 판단되는 경우 항소심에서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사는 피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한 간호사나 피의자를 직접 진찰·진료한 의사를 조사하여 피고인이 병원 응급실에 있을 당시 술에 많이 취한 상태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재한 진술조서를 작성하여 항소법원에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 제출하였다면 이 사건 음주운전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이 선고되었을 것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음주운전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무죄판결이 선고된 책임은 항소심에서 공소유지의 임무를 담당한 검사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실질적·객관적으로 유죄임이 명백한 사건에 대해서 무죄판결이 선고·확정된 책임은 결코 가벼운 책임이 아니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형사재판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2013-11-28
오동운 판사(서울고법)
자동차종합보험상 플러스보험 관련 보험사기
I. 대상판결 서울서부지법 2009. 9.30. 선고 2009고합128 가.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2007. 10.2.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2008. 12.4. 같은 죄 등으로 금고 4월을 선고받은 자인데,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차량의 운전자에게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다음 노인들을 상대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후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해 보험금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1) 살인미수 피고인은 2008. 3.4. 충남 서천군 소재 도로에서 액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피해자 최모(여, 69세)씨를 들이받아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에게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가하고 미수에 그쳤다. (2) 사기, 사기미수 피고인은 2007. 5.14. 충남 보령시 소재 도로에서, 티코승용차를 운전하여 김모(여, 74세)씨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억2,800여만원(그 중 7,370만원이 피고인에게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됨)을, 2008. 3.4. 충남 서천군 소재 도로에서 위와 같이 액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최모씨를 들이받아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740여만원을, 2008. 9.5. 충남 서천군 소재 해안도로에서 싼타페 승용차를 운전하여 박모(여, 66세)씨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후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억700여만원(그 중 4,000만원이 피고인에게 형사합의지원금으로 지급)을 각 편취하였고, 2008. 9.12.경 다른 보험회사에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였으나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미수에 그쳤다. 나. 법원의 판단 피고인의 김모씨, 박모씨에 대한 각 살인의 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이미 처벌받아 다시 처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살인미수, 사기, 사기미수의 죄질이 불량한 점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징역 합계 15년을 선고하였다. II. 자동차종합보험상의 플러스보험의 문제점과 관련 보험사기 억제 1. 서설 이 글은 최근의 위 대상판결에 대한 판례 평석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위 판결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이목을 끄는 위 판결을 소개하는 정도를 넘지는 아니하였다. 필자는 서울남부지법에서 1년 동안 교통사고 관련 형사사건을 전담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느낀 소회와 위 대상판결을 접하면서 느낀 당혹감과 충격이 어우러져 위 대상판결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모방범죄를 규제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생각하여 이에 관한 입법적 대안까지 포함하여 대책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만약 피고인이 단 한 건의 교통사고를 저지르는 데 그쳤다면 가해자의 고의를 밝히는 것이 극히 어려운 교통사고의 특성상 완전범죄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에 이르면, 이 사건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모방범죄의 위협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급박한 양상을 띤다고 본다. 2. 일반적인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 범죄와 이 사건 보험사기 범죄의 구별 일반적인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는 보험회사의 재산적인 피해, 더 나아가서는 보험가입자 일반에의 피해 전가, 음주운전, 중앙선침범 등의 약점을 가진 피해자의 형사처벌 등의 사회적 해악이 발생하나 범죄자 자신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다치는 것을 예상하고 저지르는 범죄인 경우가 많아 교통사고 자체로 인한 피해자의 인명피해는 그다지 중하지 않은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 사건 보험사기는 피해자의 생명이 침해되어 형사합의금이 많이 책정되는 상황일수록 범죄자의 범죄로 인한 이득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르다. 3.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처벌받은 경우 다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일사부재리원칙과의 관계 위 대상판결이 적절하게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보험사기, 살인 또는 살인미수 피의자가 이미 같은 교통사고에 관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확정판결의 효력에 의하여 동일한 교통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의 과실이 아니라 보험사기를 노린 계획적 살인임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사기죄로 추가 의율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재차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정책적인 면에서 이러한 처벌의 흠결은 더더욱 이 사건 보험사기 유사범죄에 대한 대처가 더욱 절박한 문제가 되게 하며 이에 대한 대처가 즉각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강구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할 것이다. 4. 자동차보험상 플러스보험의 의의와 그 실태 가. 플러스보험의 의의 자동차보험상 플러스보험(이하에서는 ‘플러스보험’이라고만 한다)은 피보험자가 피해자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액을 초과하여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에게 지급하는 형사합의금을 지원하는 형사합의지원금, 자동차보험료 할증지원금, 방어비용(민사소송상의 방어비용 제외, 상법 제720조 제1항), 면허정지위로금 등을 추가로 지급하는 보험을 통칭하며 법률적 용어가 아니라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보험상품군을 통칭하는 것이며 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험료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인 손해보험계약의 일종이다. 손해보험으로서의 특성을 가지므로 실제 발생한 손해를 조사하여 그 손해만을 보상하며 보험가액이나 실제손해 이상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이득금지원칙이 적용된다. 나. 플러스보험의 실태 보험금 지급의 실태와 관련하여 주된 항목인 형사합의지원금의 경우를 보면 그 특성상 피해자 측과의 합의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어서 피보험자로서는 피해자 측과의 합의를 통하여 보험계약상 인정되는 최고금액까지 금액을 늘릴 수 있게 되어 보험자로서는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하여 실제 지급한 형사합의금을 따지지 아니하고 보험계약상 인정되는 최고한도의 금액을 지급하게 된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플러스보험의 실태를 보면 형사합의지원금, 자동차보험료 할증지원금, 방어비용, 면허정지위로금 명목으로 피보험자에게 추가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형사합의지원금으로 피해자 사망시 최대 2,000만원 내외, 방어비용으로 대개 500만원 정도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5. 형사합의금의 의의와 관련 실무 가. 형사합의금의 의의 형사합의금이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형사사건에서의 선처를 위하여 가해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하는 금원을 말한다. 형사실무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선처를 호소하면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얼마의 금원을 지급하며, 이 금원은 피해자 측이 민사상 지급받는 손해배상액 또는 보험회사에 대한 보험금지급청구권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형사위로금으로 지급되는 것이다’라는 등의 문구로 표시되며, 이러한 형사합의금은 법적으로 강제되는 돈이 아니라 오로지 가해자가 형사사건에서 선처를 받기 위하여 지급되는 것이다. 나. 형사합의금 관련 실무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을 위하여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경우 이를 보험회사에 구상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 측은 형사합의금이 손해배상금의 일부가 아니라 오로지 형사위로금임을 표시하여 피해자 측이 보험회사로부터 지급받을 보험금에서 가해자로부터 직접 지급받은 금원을 공제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가해자가 피해자 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법원에 금원을 공탁한 때에는 가해자가 보험회사에 공탁금액 상당의 금원을 구상할 채권을 피해자 측에 양도하고 위 금원이 오로지 형사위로금임으로 표시하며, 제3채무자인 보험회사에 이를 통지함으로써 공탁된 금원이 사실상 형사위로금으로 기능하게 하여 형사재판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법원 실무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액 중 보험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할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받은 형사합의금 액수를 고려하는 예가 보이는데, 이는 피보험자의 재산 출연을 통하여 부당하게 보험자가 면책되는 결과가 되고, 형사합의금의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 되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6. 이 사건 보험사기 유사범행의 억제방안 가. 피보험이익과 초과보험의 무효 규정 초과보험이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체결된 경우 그 보험계약은 전부 무효가 된다(상법 제669조 제4항). 그런데 플러스보험은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에 지급하는 형사합의금 등을 부보하는 것이므로 형사합의금은 당사자의 합의, 협상력에 의하여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 것이 되어 형사합의금 항목에 관하여는 초과보험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논할 실익이 별로 없다. 중복보험에 있어 보험금액의 합계가 보험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초과보험이 되고, 중복초과보험이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체결된 때에는 그 보험계약 전부가 무효로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상법 제672조 제3항, 제669조 제4항), 형사합의금 항목의 위와 같은 특성상 중복보험의 경우에도 초과보험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으므로, 피보험이익을 따져 중복보험을 규제하려는 노력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한편, 중복보험의 경우 보험계약자는 각 보험자에 대하여 각 보험계약의 내용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는데(상법 제672조 제2항), 이를 어긴 경우 어떠한 효과가 발생하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 효과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는 터에 그것만으로 보험계약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 나. 약관규제당국에 의한 규제 가능 여부 이 사건 플러스보험에 따른 보험가입자의 두터운 보호와 플러스보험의 중복가입으로 인한 폐해가 위 판결의 사안과 같이 일반인을 상대로 한 무자비한 보험사기 및 살인 범행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으므로 약관규제당국이 형사합의지원금 액수에 제한을 가하고, 중복보험의 경우 미통지시 플러스보험 부분에 한하여 무효화하는 규정 등을 두도록 행정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 법원실무상의 주의사항 앞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면책 여부나 양형상의 고려를 위하여 ‘종합보험가입사실원’을 제출받음에 있어, 특히 교통사고의 발생 원인이 비전형적이고 중과실로 판단되는 경우 가해자가 플러스보험에 추가로 가입되어 있는지와 플러스보험상의 형사합의지원금 상당액이 피해자에게 실제로 지급되었는지를 살피고, 플러스보험이 중복가입된 경우에는 과실 여부의 판정에 있어 특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라. 신속한 양형기준 설정 대상판결의 사안에서와 같은 신종 보험사기 범행이 가능하게 한 자양분 역할을 한 요인 중의 하나로 교통사고사범에 대한 온정적인 양형을 들 수 있겠다. 피해자가 노인인 경우에는 그 합의금이라는 것도 1,00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피해자 측과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의 중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범행에 대하여도 온정적인 양형을 한다면 극단적으로는 이 사건 보험사기 범행과 같은 행위가 가능하게 된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살인죄, 뇌물범죄, 성범죄, 강도범죄, 횡령겧窩達滑? 위증범죄, 무고범죄에 관하여 양형기준을 설정하였고, 순차적으로 다른 범죄에 대하여 양형기준을 준비하고 있는데, 교통사고범에 관한 양형기준도 시급하게 필요하다. 마. 입법론적 해결방안-피해자의 직접청구권 인정의 필요성 책임보험에 있어서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하여 제3자가 그 배상을 받기 전에는 보험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에게 지급하지 못하며(상법 제724조 제1항), 제3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액의 한도 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724조 제2항).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도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법 제9조). 한편,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제731조 제1항). 이 사건 플러스보험은 보험계약자가 지출하는 형사합의금 등을 부보하는 것이고, 형사합의금이라는 것이 민사 손해배상금과는 구별되어 지급이 강제되는 것도 아니어서 별도의 근거규정 없이 보험계약자가 보험자로부터 받게 되는 형사합의지원금 등에 대하여 피해자가 바로 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타인의 사망 등으로 인하여 교통사고 가해자가 받게 되는 형사합의지원금은 마치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이득을 취득하는 것이 되고, 그 금액도 상당한 액수에 이르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교통사고 가해자가 플러스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 측이 보험자에 대하여 직접 형사합의지원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형사실무에서는 피해자 측이 그러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측과 합의한 것으로 보아 양형을 하는 방안이 적절해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책임보험의 절이라 체계상 부적절한 면이 있으나 상법 제724조에 별도의 항을 두어, ‘자동차종합보험에 부가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형사합의금, 형사위로금, 형사보상금 등 민사상 손해배상금 외에 형사재판 등에서의 유리한 처분을 받기 위하여 지급되는 명목의 금원의 지급을 부보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은 약정 보험금 한도 내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입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7. 결어 위 판결이 위 신종 보험사기와 그 수단으로서의 살인범행에 대하여 엄정한 양형을 한 것과 일사부재리원칙에 근거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처벌받은 부분에 대하여 재차 살인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본 것은 타당하다. 실정법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법원의 주된 임무여서 범죄의 진압과 관련하여 입법론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아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나, 실정법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목적이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고 본다면, 이 또한 법원의 임무라고 본다. 불특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생명권 침해라는 중대한 법익침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이 사건 신종 보험사기 범죄를 접한 마음의 충격을 전하면서 부족한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2009-11-30
권창국 전주대 법정학부 교수
증인에 대한 증언거부권의 불고지와 위증죄의 성립
대상판례 1. 서울북부지법 제1형사부 2007. 7. 5.선고 2007노416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X는 전 남편인 A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사건 공판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 중(사전에 증언거부권에 대한 고지가 없었다), A의 음주운전사실에 관한 판사의 질문에 당시 운전자는 A가 아니고 자신이었고, 조수석에 있다가 A와 자리를 교체하여 운전석으로 이동한 사실도 없으며 자신이 줄곧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X는 위증죄로 기소됐다. 1심은 법률에 의한 유효한 증인선서가 없어, 위증죄 구성요건해당성을 부정, 무죄판결했다. 검사가 항소했다. (2) 판결요지 위증죄의 주체는 법률에 의해서 선서한 증인이고, 여기서 법률에 의한 선서란 선서가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행해질 것을 요한다는 의미인바, (필자 중략) 증언거부권의 고지는 증언거부권에 대한 절차적 보장을 의미하므로 이를 고지하지 않은채 선서를 하게 하고 증인신문을 한 경우에 위 선서는 적정절차에 위배되므로 법률에 의한 유효한 선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필자 중략) 대법원 1957년 3월8일 선고 4290형상23 판결은 증언거부권자에게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 증인이 선서하고 증언한 이상 그 증언의 효력에 관해서는 영향이 없고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으나, 이는 그 증언을 증거로 하는 당해 사건에서 그 증언에 증거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해 판단한 것일 뿐 이로써 위와 같이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선서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필자 중략) 따라서 피고인이 위 사건에서 한 선서는 무효라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은 위증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위 항소논지는 이유없다. 대상판례 2. 부산지법 제3형사부 2008. 1. 16. 선고 2007노3669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A와의 상호폭행사실로 기소, 분리심리를 받던 피고인 X는 피고인 A의 공판과정 중 증인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A에 대한 폭행여부에 관한 질문에(이때 X에게 증언거부권의 고지가 없었다), 자신은 A에게 폭행을 가한 일이 없다고 진술했다. X는 위증죄로 기소됐다. 1심은 X의 유죄를 인정했다. X가 항소했다. (2) 판결요지 법률상 증언거부권이 있는 자의 허위 증언에 대해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이유로 위증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필자 중략) 신문에 앞서 법률상 증언거부권이 보장되어 있음을 그 증인에게 고지해서 증인으로 하여금 관련 범죄 혹은 위증죄의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선서 후 증언을 하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증언거부권을 행사해서 그와 같은 형사처벌의 위험을 모면할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만 할 것이고, 이러한 증언거부권의 고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로서 그 신문의 경위, 내용, 신문에 대한 진실한 증언에 따라 증인이 입게 될 형사처벌의 우려의 정도 및 내용, 당해 재판의 경과 등에 비추어 이러한 절차위반의 신문으로 말미암아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한 증인에게 자기부죄의 우려 때문에 허위진술을 하지 아니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처벌의 근거가 되는 적법행위에의 기대가능성이 없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는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 대해 증언거부권의 고지없이 이루어진 증언의 효력이 법률상 유효하여 적법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해서달리 볼 것은 아니다. I. 서 론 대상판례 1·2는 각기 증언거부사유는 다르지만,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고 확보된 허위진술과 관련해 위증죄 성립이 문제된 사례이다. 모두 위증죄 성립을 부정함에 일치하지만, 전자는 증언거부권 불고지를 증인신문절차에 있어서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 파악, 법률에 의한 유효한 선서가 없음을 이유로 위증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을 부정하는 반면, 후자는 증언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음으로써, 증인에게 진실한 진술을 기대할 수 없는 점(기대 가능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기존에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게 동 권리를 고지하지 않고 확보한 진술에 대해 증거능력을 긍정한 판례(대법원 1957.3.8. 4290형상23)는 있지만, 허위진술을 한 증인에 대하여 위증죄의 성립여부에 대해 정면으로 언급한 판례는 위 대상판례들이 최초로 생각된다. 이하 위증죄 성립에 있어서 증언거부권 불고지가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되, 서로 다른 논증방식을 취한 대상판례 1·2를 비교해서 보다 타당한 문제해결을 시도해 본다. II. 증언거부권의 고지가 갖는 소송법적 의의 1. 증언거부권의 의의 형사소송법은 증인에게 진술 및 진실의무를 부여하면서, 형법을 통해 허위진술시 이를 위증죄로 처벌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진실의무 이행을 확보하고 있다. 동시에 증인에게는 이러한 의무로부터 적법하게 퇴출할 수 있도록, 증언거부권을 보장하여(동법 제148조, 제149조), 실체적 진실추구와 여타 형사소송 외적 이익(초소송법적 이익)간 균형을 유지하는데, 증언거부권은 ① 증인 자신의 형사책임 또는 ② 근친자의 형사책임이 노출될 우려에 기인한 경우와 ③ 업무상 비밀과 관련한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통상 ①은 헌법상 자기부죄거부특권 내지 진술거부권에서, ②는 가족 등 근친자와의 정서적 관계, ③은 업무에 관련한 중요한 사회적 신뢰관계의 보호에서 그 설정이유를 찾는다(민사소송법 역시 유사하게 증언거부권에 관한 규정을 설정하고 있다. 동법 제314조 및 315조 참조). 객관적 진실해명을 통한 형벌권의 적정한 실현과 증언거부를 허용하여 얻게되는 제 이익 간 비교형량을 통해 후자가 보다 우월한 때는 반드시 진술의무를 강제할 필요가 없다거나, 증언거부권의 인정범위와 증언의무 요구범위를 반드시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증언거부사유를 예시적으로 파악하는 견해도 있지만(白取祐司, 刑事訴訟法 第3版(東京 : 日本評論社, 2004), 307頁; 松尾浩也 外, 條解 刑事訴訟法(東京 : 弘文堂, 2001), 220頁), 통설은 증언거부사유를 열거적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증언거부권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증언거부사유가 있는 경우, 개별 증언거부사유를 구별하지 않고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음을 재판장이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60조). 민사소송법에는 증언거부권의 고지규정이 없으나 법원이 증언거부사유가 있음이 명확한 인식한 경우, 단순히 형사소송법과 같은 고지규정이 없음을 이유로 증인에게 증언을 강제할 수는 없다 하겠다. 2. 증언거부권의 불고지 기존 통설이 법원이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있음을 인지하였음에도, 동 권리를 고지하지 않고 진술한 경우, 동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점에서(이재상, 신형사소송법 제5판(서울 : 박영사, 2008), 467면; 배종대·이상돈, 형사소송법 제7판(서울 : 홍문사, 2006), 498면) 볼 때, 증언거부권 고지를 필요적 절차이자, 훈시규정이 아닌 효력규정으로 파악하는 듯하다. 한편, 증인 자신의 형사책임에 관한 증언거부사유가 문제된 때에만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 진술거부권 침해라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일본형사소송규칙(동 규칙 제121조)과 달리 형사소송법은 증언거부사유별로 구분않고,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고, 구체적 사례에 따라 여타 증언거부사유와 관련한 이익이 보다 중대하다고 평가될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 타당성은 의문이다. 반면, 판례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증언거부권에 대한 고지가 누락된 상태에서 확보된 진술의 증거능력을 긍정함으로써, 통설과 다른 시각을 갖는다. 일본최고재판소도 동일한데(最大判昭和27·11·5刑集6卷10號1159頁), 다만 일본판례는 증언거부권 고지규정을 훈시규정으로 이해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大判昭和7·5·25刑集11卷675頁). III. 증언거부권의 불고지와 위증죄의 성립여부 증언거부권이 불고지된 상태에서 확보된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통설에서는 증인이 허위진술을 한 경우, 위증죄 성립을 부정함이 자연스럽다. 위증죄의 보호법익을 국가의 사법적 기능으로 본다면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된 이상, 보호법익을 침해할 가능성을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다(하태훈, ‘위증죄의 주체’, 고시연구 제276호, 1997. 2., 65-66면). 그러나 위증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진술이 법원의 사실판단과정에 미치는 실제 영향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점에서 허위진술에 반드시 증거능력이 요할지 의문이다.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의 허위진술만을 위증죄로 포착하는 점에 착안, 단순히 선서절차만이 아니라, 전체 증인신문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된 상태에서의 허위진술 만이 위증죄 성립가능하다고 보아, 증언거부권이 고지되지 않고 이루어진 허위진술에 대해 위증죄 성립을 부정할 수도 있다(대상판례 1의 접근방식). 기존 판례가 판결이유에 설시된 위증죄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증언거부권 고지여부를 기재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예도 있지만(대법원 1990.2.23. 선고 89도1212 판결), 증언거부권의 실효성 확보, 동 권리에 대한 고지를 의무적으로 규정한 형사소송법의 규정형식 등을 고려, 고지 누락은 증인신문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절차적 위법으로, 위증죄 성립을 부정하는 논리구성도 충분히 가능하고, 동일 이유로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통설적 시각과도 모순되지 않는다. 물론 기대가능성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다(대상판례 2의 접근방식). 증언거부권 고지가 없더라도 진술의 증거능력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의 시각에서는 오히려 더 설득력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증언거부권의 행사가 불가능한 사례에서도 기대가능성을 긍정하여 위증죄 성립을 인정한 판례의 태도나(대법원 1987.7.7. 선고, 86도1724 전원합의체 판결), 기대가능성 판단기준의 모호성, 구체적 사례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증언거부사유를 고려한다면, 그 타당성은 다소 의문이다. 참고로, 독일 다수설은 이러한 사례에서 위증죄 성립을 긍정하되, 증언거부권이 있음에도 이를 고지받지 못한 때는 형을 감경, 면제할 수 있다 한다. 이는 선서가 없는 경우에도 위증죄가 성립하고, 증인 자신, 근친자의 형사책임과 관련한 허위진술 시,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독일형법의 특징을 근거한 것이다. 한편, 일본 하급심 판례에는 증언거부권이 있음에도 법원의 판단을 잘못해서 증인에게 증언하도록 명하고, 결국 증인이 허위진술을 한 사례에서 위증죄 성립을 부정한 판시한 예가 있다(札幌地判昭和46·5·10刑裁月報3卷5號654頁; 다만 판례전문을 확인할 수 없어 구체적 논지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일본최고재판소가 증인에게 선서하게 하고, 증언을 하도록 해도,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헌법상 자기부죄거부특권을 침해해서 진술을 강요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점에서 증언거부권 고지가 누락된 것을 이유로 위증죄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最決昭和27·11·5刑集6卷10號1176頁). IV. 결 론 위 대상판례들은 상고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할 것인지 무척 흥미롭다. 결론적으로 사견이지만, 대상판례 1의 접근방식이 보다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사례에 따라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거나, 증언거부권이 증인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경우라면, 대상판례 2와 같이 기대가능성에 의한 문제해결이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이해한다.
2008-04-17
최준선
무면허운전중의 사고와 상해보험
法律新聞 2515호 법률신문사 無免許運轉중의 事故와 傷害保險 일자:1996.4.26 번호:96다4909 崔埈璿 成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5면 ============ I. 事實槪要 피보험자인 김동호는 삼성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와 보험금을 1억원으로 정한 「새시대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보험약관에 의하면 이 보험은「교통상해」 및 「특정여가활동」중에 상해를 입은 경우에 그 상해로 생긴 손해를 보상하기로 하는 일종의 상해보험이다(동약관 제1조 참조). 또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고 그 직접결과로써 피해일로부터 1백80일안에 사망한 경우에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동약관 제5조). 그러나 동약관 제3조 제1항 본문은 「회사의 그 원인의 직접·간접을 묻지 아니하고 아래의 사유로 생긴 손해는 보상하여 드리지 아니합니다」(면책약관)라고 정하고, 그 제3호에 「범죄행위」를, 그 제4호에 「피보험자의 무면허운전 또는 음주운전」을 열거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피보험자는 1백7일간 면허 정지처분을 받고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상태에서 그 소유 승용차의 운전과실로 도로 아래로 추락, 사망하였다. 피보험자의 상속인인 원고 김갑수와 이정자가 보험자에 보험금 지급을 구하자, 보험자는 위 면책약관을 들어 보험금지급을 거절하므로 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II. 判決要旨 대법원은 원심을 인용하였는데, 판결요지는, 무면허운전이 고의적인 범죄행위이기는 하나, 그 고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면허운전 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망이나 상해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그 정도가 결코 그로 인한 손해보상을 가지고 보험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신의성, 윤리성에 반한다고 할 수 없을 것(대법원 1990년9월25일 선고, 89다카17591판결)이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 중 피보험자의 무면허운전이라는 사유로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이 사건 면책약관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라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이므로, (중 략)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위 무면허면책약관을 내세워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원고승소. III. 硏 究 이 사건에서 문제된 「새시대종합보험」은 일반 상해보험이 아니라, 교통상해 및 특정여가(레저)활동 특약부 상해보험이다. 따라서 명칭은 상해보험이나, 실제로는 자동차보험과 같은 성질을 가진 보험인데, 대법원 판결은 상해보험이라는 형식을 중시한 판결이다. 1. 商法의 關係規定 상법에 의하면 상해보험에 관하여는 일반적으로 생명보험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상법 제739조), 그런데 1991년 개정보험법 제732조의2에 의하면,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의하면 생명보험의 경우와, 그 규정의 준용에 의하여 상해보험의 경우, 피보험자가 사망한 때에는 피보험자측에 고의가 있는 경우에만 보험자는 면책되고, 과실 또는 중과실만 있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 지급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된다. 2. 보험사고의 유발과 보험자의 면책 본래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상법 제659조). 이것은 보험법의 대원칙이고, 따라서 보험편 통칙에 규정되어 있는 바이다. 보험사고를 유발한 자가 보험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고 공익에도 반하는 반사회적인 것이므로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보험에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과실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 이유는 피보험자가 사망하였을 때 그 유족등의 보험수익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인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최기원, 보험법 1993년, 4백59면). 또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의 보호에는 일반재화의 경우보다도 더욱 신중을 기하여야 하므로, 중대한 과실로 피보험자가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고의로 사망(예컨대 자살)한 것이 아닌 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자살의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입법례도 있다(예컨대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2년 정도 경과한 후에는 자살사고에 대하여도 보험금을 지급한다: 미국 Annual Life Policy, 일본의 간이생명보험법, 프랑스보험법 L137-7등 참조). 3. 상법 제732조의2의 정당성 여부 그러나 상법 제732조의2의 입법적 정당성에는 의문이 있다. 왜냐하면 보험계약상 도덕적 위험이 큰 것이 사망보험인데, 피보험자의 사망이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 고의를 입증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과실로 인한 사망도 역시 비도덕적이며 당사자간의 신의칙에 어긋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司法은 행위의 결과에 따른 손해배상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행위자의 처벌이 문제되지는 아니하므로 고의와 중과실을 구별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이기도 하다. 따라서 피보험자의 중과실로 인하여 그가 사망한 경우에는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하고, 고의로 사망한 경우에는 보험자가 면책된다는 결과가 되는 위 상법 제732조의2는 분명 문제가 있다. 교묘하게 중과실로 위장한 자살의 경우에는 보험금이 지급되고, 명백한 자살이면 지급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어떻든 우리의 입법자가 1991년 개정보험법에서 상법 제732조의2를 신설하였으니, 신설된 조문의 취지를 살려 충실하게 이를 적용할 수 밖에 없다. 4. 이 사건 피보험자의 고의 이 사건에서는 망 김동호의 고의는 어디까지나 무면허운전 자체에 대한 고의였지, 고의로 사망하고자 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따라서 김동호의 고의는 사망에 대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은 정당하다. 고의로 사망하지 아니한 이상, 중과실로 사망한 경우라도 위 상법 제732조의2의규정에 따라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5. 무면허운전의 범죄성과 면책약관의 효력 현재 판례는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을 범죄행위로 보고 있지만, 이것은 사회적 인식이 점차 그러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고,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이러한 행위는 중과실에 의한 위법행위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무엇이 범죄행위이고, 무엇이 단순한 위법행위인가는 장소와 시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을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할 수도 있다. 어떻든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 그 자체가 사망의 고의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 보험자가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약관의 규정(면책약관)은 적어도 상해보험에서는 상법 제732조의2의 규정보다 보험계약자·피보험자등에게 불리하게 규정한 것으로서 상법 제663조(보험계약자등의 불이익변경금지)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다만 상법 제732조의2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기 때문에, 「단순 상해」의 경우에는 위 면책약관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7. 자동차종합보험과의 관계 한편 새시대종합보험은 교통상해 및 특별여가활동담보 특약부 상해보험이므로 보통의 상해보험과는 달리 취급하여야 하지 않는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무면허운전의 경우 보험자는 면책된다는 판례는 그간 다수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책임보험이고 따라서 손해보험의 일종인 자동차종합보험의 경우였다. 자동차종합보험의 경우에는 운전자가 면허가 없다는 것은 보험계약이 체결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사유이므로, 무면허운전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정당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사건의 보험계약도 자동차보험이 주요대상이고, 단지 여기에다 고객을 위하여 레저보험을 덧붙인 다음, 명칭만은 상해보험으로 된 것이므로, 실질을 숭상하여 자동차보험의 일종으로 처리하여야 옳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실질보다 상해보험이라는 형식을 존중하였는데, 그것이 사망자의 유족보호라는 입법의도에 비추어 수긍이 되고, 크게 부당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IV. 결 언 최근에 무면허운전을 포함하여 교통법규 위반을 지나치게 죄악시하여 형평성을 잃는 것처럼 보인다. 교통법규위반이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의 교통위반단속 실태를 보면 사고와 전혀 무관할 수 있는 교통법규위반이 더 많다. 그럼에도 교통법규 위반에 대하여 벌점을 가하여 보험료를 인상하고, 나아가 어떤 회사에서는 교통법 규위반을 인사고과에까지 반영한다고 하니 아연할 따름이다. 교통법규위반은 법집행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의 사람들은 물론 누구든지 쉽게 범할 수 있는 죄목이고, 따라서 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과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도로교통법도 개정한 것이 아닌가? 사회적으로 준법정신을 높이고 교통법규를 준수하도록 촉구하는 것은 백번 옳지만, 이에 편승하는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 어떻든 이번 판결은 입법의도에 합치하며, 상해보험의 성질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책임보험이고 따라서 손해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 무면허운전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생명보험에 관한 상법의 규정이 준용되는 상해보험의 경우에는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사망이라 하더라도 특별히 피보험자에게 사망의 고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것은 정당하다. 문제가 된다면 상법 제732조의2 자체가 문제이다.
1996-07-01
김성태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상해에 대한 보험자의 책임
法律新聞 第2504號 法律新聞社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상해에 대한 보험자의 책임 金星泰 〈延世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4면 ============ 大法院判決1996年4月26日宣告,96다4909判決 【사실개요】 피보험자(망 김동호)는 삼성화재와 보험기간중 교통승용구에 탑승하고 있을때 급격,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상해를 입고 사고일로부터 1백80일 이내에 사망하면 보험금1억원을 보험수익자(법정상속인:본건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새시대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보험기간중 피보험자는 자신이 소유한 엑셀승용차를 운전하던 중공사로 인해 도로에 방치된 돌을 피하려다가 도로 아래18미터 높이의 언덕에 굴러떨어져 대동맥파열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중 다음 날인 1994년11월17일사망하였다. 그런데 피보험자는 1989년10월27일 1종보통자동차면허를 취득하였다가 1994년10월1백7일간면허정지처분을 받고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상태에서 본건보험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런데 위 보험약관은 제3조1항 및 제4호에서 「그 원인의 직접, 간접을 묻지않고 피보험자의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손해는 보험자가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약관(이하「면책약관」이라 함)을 두고 있다. 【판결요지】 무면허운전이 고의적인 범죄행위이기는 하나 그 고의는 특별한 사정이없는 한 무면허운전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망이나 상해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그 정도가 결코 그로 인한 손해보상을 가지고 보험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신의성, 윤리성에 반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당원1990년9월25일선고, 89다카17591판결)이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중 피보험자의 무면허운전이라는 사유로생긴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이 사건 면책약관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 뿐만 아니라 과실(중과실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라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이다〔원심(서울고법95년12월21일선고, 95나32978판결)의 결론을 지지〕. 가,무면허운전 면책제도의 근본취지 무면허운전을 면책대상으로 한 까닭은,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행위로서 그 위험의 정도가 현저히 높은 행위에 의한 손해를 보험에 의하여 구제하는 것은 공익에 반하고, 나아가 위법행위를 조장하는 결과가 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고려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위법여부의 판단기준이 되는 법령에는 자동차 운행의 단속에 관한 도로교통관계법령이 당연히 포함된다. 다만 이 조항을 너무 엄격히 해석하여 운전자가 모든 법령에 조금이라도 저촉되면 무조건 면책되는 것으로 한다면, 원래 다수의 자동차사고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자동차보험의 사회적 효용을 감소시키는 문제가 있으므로, 당해 법령의 목적 및 위반행위의 반사회성과 보험기능을 비교·교량하여 다소의 조화를 기할필요는 있다. 무면허운전면책약관의 효력을 수정해 석하는 우리대법원도 근본적으로 이러한 관점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요컨대 무면허운전 사실에 대하여 보험자가 책임을 부인하도록 한 제도의 근본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는 피보험자등의「사고발생자체」에 대한 고의·중과실유무와는 일응 별개로 그 타당성이 인정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즉 상법 제739조가 상해보험에서도 제732조의 2을 준용하는 취지는 어디까지나 상해로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에 그 자신에게 상당한 허물이 있어도, 그 유가족의 생계보호라는 인도적견지에서 일정한 범위에서 보험급여를 인정하는 소극적 의미이지, 그것이 적극적 법규위반행위까지를 보호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본건과같이피보험자가 도로교통법상면허정지라는 중대한 제재를 받고 있는 중에, 그 법규를 적극적으로 위반하여 이루어진사고로 인한 상해사망시까지 피보험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새기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나, 판례태도의 문제점 일반적으로 상해보험의 면책사유 가운데 중과실면책에 관하여 살펴보면, 상해 보험에서는 「사망」이 아닌 단순상해인 경우에는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중과실로 인한 보험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한다(제732조의 2,제739조참조), 이러한 논리에 근거하여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을 둔 상해 보험약관의 효력을 부인하고, 보험자의 커뮤니케이션을 인정한 예도 있다. 그러나 이 판결에 대하여는, 법원이 무면허운전사고로 부상한 피보험자를 동정하여 보험자의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서 고의적 범죄행위의 결과로 생긴 사고에 대하여 보험자가 상해 사고에 대한 고의를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당해 보험약관이 상법제739조와제732조의 2에 어긋난다고 판시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또한 이러한 판례태도는 우리사회의 준법정신을 흐리게 하고, 법위반행위를 더욱 부추기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경청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견에 의하면 무면허운전면책제도는 이른바 고의·중과실면책원칙과 동일평면에서 논할 수 없는 별개 차원의 논리임에도 이를 혼동한 허물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 그밖의 판단기준 1)미필적 고의 상법의 보험통칙상의 면책사유에 피보험자등의 고의·중과실면책원칙이 인정되는데 (상법제659조),이는 保險契約者등이 고의나 중과실로 保驗事故를 야기한 경우에는 保險事故로서의 우연성을 결할 뿐만 아니라, 신의칙·공서양속에도 반하므로 保險者를 면책시키고자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사회보험에 있어서도 이를 명정하는 예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고의에는 미필적 고의도 포함되며, 고의는 원인행위에 관하여 인정되면 족하고, 결과에 대하여까지 존재할 필요는 없다고 봄이 통설·판례이다(서울고법88년12월6일선고, 88나25721판결;「피보험자가 순간적으로 구타당한데대한 앙갚음을 할 생각으로 자동차를 급히 전진시켜 우측범퍼와 후사경으로 피해자의 다리부위를 충격하여 넘어지게 함으로써 피해자가 그 충격으로 인한 두개골 골절상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이를 미필적 고의로 생긴 사고로서 보험약관에 정하여진 고의에 포함된다고 할것이고, 원인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었던 이상 사망이라는 결과가 초래된 경우에도 고의로 일으킨 사고라고 해석하여 보험자는 그로 인한 보험금지급의무를 면한다…」). 그렇다면, 1백7일동안 운전면허정지처분을 받고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피보험자가, 면허정지상태임을 모를리 없고 ,이 기간동안에 다시 운전을 하는 경우에는 사고가능성이 현저히 높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 사고야 나겠느냐 」는 심리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이 분명하다.이러한 심리상태는 당해 상해 사고에 관하여 「인식있는 과실」의 수준을 넘어, 바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본건 보험약관 제3조 1항1호(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위반으로 면책을 주장할 여지도 없지 않다고 본다. 2)보호의 우선순위 또한 보호의 필요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법규에 정면으로 위반하여 스스로에게 상해의 결과를 야기한 자보다는, 오히려 책임보험의 피해자가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무면허운전으로 피보험자 자신이 상해를 입고 설사 사망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에까지 보험자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함은 보호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결 론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음주운전면책에 관한 대법원의 최근 태도 변화에 주목하고자 한다.종래상해보험면책사유의 하나인 음주운전은, 피보험자의 음주운전이 교통사고의 주된원인이 되어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만 면책되었고, 단순한 음주운전을 면책으로 한 상해보험약관은 상법위반으로 무효시되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그 태도를 바꾸었다.즉「상해보험약관에 규정된 음주운전면책조항은 사고발생의 원인이 음주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발생시에 음주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사항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상대상자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정한 것이므로, 이같은 경우에는 상법제732조의 2〔피보험자등의 중과실로 인한 보험사고에도 책임〕가적용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상법제663조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이러한 판례태도 변화는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은 판례로서 그 타당성이 인정되며, 무면허운전에 있어서도 그 논리는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이상의 사실을 종합해 볼 때, 무면허운전 면책조항(동 약관 제3조1항4호)을 무효로 볼 수 없으며, 본건 무면허운전으로 피보험자 자신이 사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자의 보상책임을 부인함이 마땅하다할 것이다. 따라서 위 部判決은 다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1996-05-20
양승규
상해보험의 무면허운전면책약관의 효력
法律新聞 1946호 법률신문사 傷害保險의 無免許運轉免責約款의 效力 梁承圭 서울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5면 ============ (1) 무면허운전이 형사처벌까지 받는 고의적인 범죄행위이긴 하나 무면허운전의 경우 그 고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무면허운전 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망이나 상해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자살이나 고의적인 자상행위 또는 보험수익자에 의한 피보험자 살인이나 상해행위의 비윤리성과는 달라서 그 정도가 결코 그로 인한 손해보상을 가지고 보험계약에 있어서 당사자의 선의성·윤리성에 반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 상법 제659조 제2항과 제663조의 규정에 비추어 무면허 운전사고 면책에 관한 상해보험약관의 규정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 뿐 아니라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취지라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한 무효이고, 이는 그 보험약관이 재무부장관의 인가를 받았다 하여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事實槪要 訴外 Y는 K保險(株)와의 사이에 보험기간 1986년 12월 29일∼1991년 12월 29일 보험금액 2백만원, 死亡時 2천만원으로 하는 장기상해복지보험 계약을 체결하였다. 被保險者 Y는 1988년 7월 5일 19시40분경 충남 홍성군 홍동면 구정리앞 비포장 2차선 도로상에서 運轉免許없이 픽업자동차를 운전하다가 60도 길 정도의 커브길에서 과속 및 운전미숙으로 제대로 핸들을 조작하지 못하고 그대로 직진하는 바람에 위 道路를 이탈하여 도로 왼쪽에 설치된 시멘트벽돌로 만들어진 하수구를 자동차 앞부분으로 충격함으로써 傷害를 입고 다음날 死亡하였다. 保險受益者 X는 K保險會社에게 Y의 傷害死亡으로 인한 保險金 2천만원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K는 그 보험사고가 보험약관상의 면책사유인 無免許運轉으로 생긴 것이므로 保險金支給責任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X가 訴를 제기하였는데, 第1審(서울민지법 1988년12월 22일 선고, 88가합34573 판결)은 피보험자 Y의 사망은 故意의 違法行爲인 무면허운전으로 인하여 생긴 것으로서 그 자신이 保險事故를 자초한 것이니 이는 商法 제659조 제1항에 정해진 「보험사고가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하여 생긴 때」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고 判示하여 原告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第2審(서울고법 1989년6월2일 선고, 89나7544판결)은 傷害保險에서 무면허운전 免責約款은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보험사고에 관한 한 商法 제659조 제2항에 저촉되어 無效로 보아야 한다고 判示하여 原告의 청구를 받아들임으로써 保險者 K가 上告한 것이다. 評 釋 I. 문제의 提起 傷害保險約款에서는 「被保險者의 무면허운전 또는 음주운전」중에 일어난 傷害에 대하여 보험자는 保險金支給責任이 없음을 규정하고 있다. 傷害保險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外來의 事故로 피보험자가 傷害를 입은 경우에 保險保護를 하고자 하는 人保險으로서 無免許運轉 또는 飮酒運轉은 道路交通法을 위반한 違法行爲이므로 그것이 원인이 되어 생긴 被保險者의 傷害事故에 대하여 보험자의 免責事由로 한 것이다. 商法 제659조 제2항은 傷害保險의 경우 「保險事故가 피보험자의 중대한 과실로 생긴 때에도 보험자는 保險金支給을 免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제663조 또는 保險契約書 등의 不利益變更禁止原則을 선언하고 있다. 여기에서 피보험자의 無免許運轉免責約款이 商法 제659조 제2항에 어긋나는 것이냐가 문제되고 있다. II. 保險者의 免責事由로서의 故意 商法 제659조는 「保險事故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故意로 생긴 때에는 保險者는 保險金額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고가 保險契約書등의 고의로 생긴 것은 보험사고의 不確定性에 어긋나는 것이고, 또한 主觀的인 危險을 배제하고, 保險詐欺를 방지하여 人爲的인 사고로 인한 道德的 危險을 막고자 이를 관계자의 免責事由로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보험자의 면책사유로서의 故意라 함은 保險契約書등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인식하면서 감히 그 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被保險者의 自殺, 自害行爲, 보험계약서나 보험수익자에 의한 피보험자의 殺害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保險契約者등의 故意는 보험사고의 발생에 대한 것이지 그 事故의 결과 保險金을 취득하는데 대한 故意를 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被保險者의 사고는 未必的 故意를 포함하는데, 중대한 過失을 보험자의 免責事由에서 제외하고 있는 死亡保險이나 傷害保險에 있어서는 피보험자의 死亡 또는 傷害가 선량한 社會秩序를 벗어난 行爲 또는 犯法行爲로 말미암은 때에는 적어도 未必的 故意를 인정하여 보험자의 免責을 인정하는 것이 道德的 危機(moral risk)을 배제하기 위하여서도 요구된다 할 것이다. 그리고 보험약관상의 免責條項에 규정된 故意로 인한 사고는 우연한 사고의 발생에 대한 危險의 분산이라는 保險制度의 본질에 비추어 볼때에 基本行爲가 고의로 이루어진 이른바 結果的 加重犯도 포함된다고 풀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서울민지법 1988년5월17일 선고, 87가합5538판결 참조). III. 無免許運轉과 보험사고의 故意性 市·道知事로부터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자동차를 운전한 자는 1년이하의 징역이나 50만원이하의 罰金刑에 처한다(道交法40조, 109조 1호). 이것은 자동차의 運行에는 많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에 따라 運轉免許를 받은 사람에 한하여 운전을 하도록 함으로써 道路交通의 안전을 꾀하고자 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정의 運轉免許없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刑事處罰을 받게되는 故意的인 犯罪行爲에 속하는 것이다. 독일의 傷害保險約款 제3조 2호는 「피보험자의 重罪 또는 輕罪의 故意的인 운전이나 未遂의 결과로 생긴 상해」를 보험자의 免責事由의 하나로 하고 있는데, 聯邦大法院은 운전면허없는 運轉은 이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判示하고 있다(BGH Versr 60, 1107). 그리고 미국의 傷害保險約款에서는 「피보험자의 犯罪行爲(Criminal acts)에서 생긴 損傷」에 대하여는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하고 있고, 이를 明示的인 조항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被保險者의 범죄행위의 결과로 생긴 상해에 대하여는 默示的인 免責事由(implied exception) 또는 一般擔保條項의 解釋을 근거로 보험금지급을 거절하고 있다(Keeton/Widiss, Insurance Law, pp.508-9). 여기에서 道路交通法違反은 바로 法律違反(violation of law)이고, 무면허운전이나 음주운전중으로 인한 交通事故로 인한 피보험자의 상해 또는 死亡은 범죄행위를 원인으로 생긴 것이므로 교통사고 자체에 대하여 故意性이 없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被保險者의 未必的 故意에 의한 보험사고로 보는 것은 保險制度의 基本理念으로 보아도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IV. 判決에 대한 批判 이 사건 大法院判決은 무면허운전이 刑事處罰까지 받는 고의적인 犯罪行爲이긴 하나 그 故意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無免許運轉 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死亡이나 傷害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무면허운전을 면책사유로 하고 있는 傷害保險約款의 조항은 과실로 평가되는 行爲로 인한 事故에 관한 한 無效라고 判示하고 있다. 이것은 法院이 무면허운전으로 사고를 일으켜 傷害 또는 死亡한 피보험자를 동정하여 保險者에게 그 責任을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으나, 고의적인 犯罪行爲의 결과로 생긴 사고에 대하여 보험자가 傷害事故에 대한 故意를 입증하지 못하였다고해서 보험약관의 면책약관이 商法 제659조 제2항에 어긋난다고 판시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 道路交通에서 자동차운전자의 운전면허를 요구하는 것은 運轉者 자신의 안전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人命이나 財貨의 안전을 위해서도 요구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法院 判決이 운전의 미숙으로 過速과 핸들을 제대로 조작하지 못하여 커브길에서 일으킨 사고로 피보험자가 死亡한 사건에서 被保險者의 故意 또는 고의에 준하는 行爲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傷害를 免責事由로 하고 있는 免責約款의 效力을 부인한 原審判決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法秩序나 法感情에도 어긋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또한 우리 社會의 違法精神을 흐리게 하는 것을 더욱 부추기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으리라고 본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交通事故의 王國으로 꼽히고 있는데, 그 가장 큰 原因이 도로교통질서를 지키지 않는데서 찾을 수 있다. 가령 高額의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에 든 피보험자가 무면허운전에 의한 交通事故를 고의로 일으킨 경우에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故意를 立證하지 못한다고 해서 보험금지급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保險契約의 倫理性·善意性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 大法院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그리고 또한 傷害保險의 피보험자가 절도하려고 남의 집에 침입하여 그 집의 개에 물려 傷害를 입었다고 가정할 때에 개에게 물린 것은 우연하고도 급격한 外來의 事故이므로 절도는 犯罪行爲이지만 상해보험금은 지급하여야 한다고 하여야 할 것인지도 같이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라고 여겨진다. 保險制度는 危險의 효율적인 분산에 의하여 뜻밖의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고, 保險契約에서 보험계약자의 보호는 善意의 保險契約者를 보호하는 것이지, 범죄행위로 인정되는 無免許運轉중의 사고까지 보험자가 담보하도록 하는 것은 선량한 社會秩序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그리고 무면허운전이나 음주운전사고에 대해서까지 保險者의 保險金支給責任을 인정하는 것은 善意의 보험계약자를 해칠 뿐 아니라 國際的인 保險慣行에도 어긋나 우리나라 보험자의 再保險料率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도 法院이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이점에서 이 사건 大法院判決은 심히 부당하여 마땅히 變更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199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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