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5일(목)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의료행위
검색한 결과
13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민사일반
전문직직무
[202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7) 의료법
[민사판례] 1. 비의료인으로부터 고용된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 불가(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다299423 판결) 가. 사실관계 종합병원을 개설·운영하는 피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운영자금을 차용하면서 병원 운영 등에 대해 합의하였다. 이후 피고는 소외 회사가 지정한 의사인 원고와 병원 시설 일체 등을 양도하기로 예약하고, 원고가 예약완결 의사표시를 하면 피고는 병원 개설자를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해야 한다는 자산양수도예약을 체결하였고 병원 부지와 건물은 소외 회사의 자회사에 매도하면서 자회사에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쳐주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예약완결 의사표시를 하면서 소외 회사로부터 양수한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대여원리금채권으로 피고의 양도대금채권과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의료기관 명의변경 절차 이행을 청구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장차 의료법인이 병원을 운영하도록 할 계획 아래 일시적으로나마 원고가 개설자 지위를 가질 의사로 자산양수도예약 등을 체결한 것으로서 자산양수도예약 등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무효라는 피고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산양수도계약에 따라 피고는 병원 개설자를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하는 절차를 이행하라는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의료인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개설 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 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한편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 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일시적으로 병원 개설자 지위를 가질 의도로 자산양수도예약 등을 체결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병원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려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비의료인이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하기 위하여 내세우는 명의인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만을 내세워 자산양수도예약 등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으니, 그와 같은 판단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라. 평석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 제한 규정으로써,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 소위 사무장 병원에 의해 초래될 국민 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규정이며, 판례는 이를 강행법규로 보고 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약정을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의 의미가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임은 다수의 판례(대법원 2020. 6. 11. 선고 2016두52897,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0779 등)를 통해 분명히 정리되었다. 그러나 실제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살펴보면, 실질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의료인을 고용한 것으로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이나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가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적인 방법이 성행하고 있으며 여러 사람이 금전 관계 등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불법적인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 여부를 명확히 판단함으로써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방지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대상판결은 수사기관의 소외 회사 관계자들과 원고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없음 처분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비의료인의 개설행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증거를 충분히 살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산양수도예약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2. 의사의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 필요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4434) 가. 사실관계 다발성 간농양 진단을 받은 망인(갑)을 상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경피적 배액술만 시도하고 외과적 배액술을 시도하지 않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유족들인 원고들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에서는 피고들의 과실을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원심에서는 간농양 배농 방법 중 외과적 배액술을 고려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망인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만한 피고의 입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피고에게 외과적 배액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갑이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을 이유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다발성 간농양으로 진단 후 농양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시도하다가 갑이 사망한 사안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유지한 것이 갑의 증상이나 상황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거나, 갑의 상황, 당시의 의료수준, 의사의 지식·경험에 따라 선택 가능한 진료 방법 중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과실로 볼 만한 정도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특히 경피적 배액술로도 갑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을 당시를 기준으로 갑에 대한 외과적 배액술의 실시가 실제 가능한 상태였는지, 수술기술이나 방법, 수반되는 위험성은 무엇인지, 수술적 조치를 받았더라면 사망의 결과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지 등을 해당 분야 전문의의 감정 등을 거쳐 확인한 후, 당시 갑의 임상상태나 의학상식에 비추어 경피적 배액술 외에 외과적 배액술을 실시하는 것이 통상의 의사라면 당연히 선택할 만한 정도였는지를 면밀히 살펴 해당 조치를 취하지 않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했음에도, 갑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피고 병원의 입증이 부족하다면서 수술적 배농을 실시하지 않은 것에 곧바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환자를 진찰·치료하는 등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요법으로서 몇 가지의 조치가 의사로서 취할 조치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해당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과관계 추정의 한계를 밝힘으로써 기존 판례(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의 법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형사판례] 3. 한의사의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의료법 위반죄 성립되지 아니함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16도21314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 한의사인 피고인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한 한의학적 진단행위에 대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한의사가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법리에 따라 한의사인 피고인에 대해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판결의 요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 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의료전문가인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의 ‘종전 판단기준’과 달리, 한방의료행위의 의미가 수범자인 한의사의 입장에서 명확하고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됨을 의미한다(이하 ‘새로운 판단기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앞서 본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진단용 의료기기의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종전 판단기준’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은 모두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르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이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한의사가 서양 의료기기인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진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의료행위의 가변성,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과정의 변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가능성 및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관점 등을 고려하여,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의 허용 여부에 관하여 위와 같은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은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 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라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것이고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하여, 그 특성 및 사용에 관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함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한의사가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더라도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4. 죽음이 예상되는 환자들이 입원한 호스피스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간호사의 사망진단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의료법 위반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7도10007 판결) 가. 사실관계 호스피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인 피고인이 부재중에 입원환자가 사망한 경우 간호사인 피고인들에게 환자의 사망 여부를 확인한 다음 사망진단서를 작성하여 유족들에게 발급하도록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 및 이에 대한 교사로 기소되었다. 나. 사건 경과 1심에서는 간호사인 피고인들이 죽음이 예정되어 있던 환자가 야간에 사망한 경우, 사망을 확인(검안)하고, 그 사망 얼마 전 의사인 피고인이 미리 작성해 놓은 그 환자의 사망원인에 따라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는 행위는 의사 면허가 없는 자가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구성요건에는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사회상규에는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이를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유예(벌금 각 30만 원 또는 각 100만 원)를 선고하였다. 다. 대법원 판결 요지 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 진단 전에 이루어지는 사망징후관찰은 구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호에서 간호사의 임무로 정한 ‘상병자 등의 요양을 위한 간호 또는 진료 보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망의 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다. 사망의 진단은 사망 사실과 그 원인 등을 의학적·법률적으로 판정하는 의료행위로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사망의 진단 결과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는 사망진단서의 작성·교부 주체를 의사 등으로 한정하고 있고, 사망 여부와 사망 원인 등을 확인·판정하는 사망의 진단은 사람의 생명 자체와 연결된 중요한 의학적 행위이며, 그 수행에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어떠한 시술행위가 무면허로 행하여졌을 때에는 그 시술행위의 위험성 정도, 일반인들의 시각, 시술자의 시술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시술행위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간호사인 피고인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의사 등이 하여야 하는 사망의 진단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가 간호사로 하여금 의료행위에 관여하게 하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는 의사 등의 책임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고 간호사는 그 보조자로 보면서, 간호사가 의사 등의 진료를 보조하는 경우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 등이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 등이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 등이 그의 주도로 의료행위를 실시하면서 그 의료행위의 성질과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그중 일부를 간호사로 하여금 보조하도록 지시 내지 위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4다15248 판결 등)의 법리를 다시 확인하였다. 대상판결은 사망진단이라는 의료행위의 성질 및 간호사에 의한 사망진단이나 검안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의료법 취지를 고려하면 사망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음을 밝힘으로써, 의료행위의 성질, 위험성, 관련 법령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어떠한 의료행위의 경우 간호사로 하여금 이를 보조하게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의료행위를 판단함에 있어서 일정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 진단서 발급 의료기관을 소개하고 그 비용을 환자로부터 지급받은 경우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 성립되지 아니함(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6 판결) 가. 사실관계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 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았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는 성립하지 않으나,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규정·내용·입법 취지와 규율의 대상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항에서 정한 ‘영리 목적’은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에 대한 대가로 그에 따른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으로, 이때의 ‘대가’는 간접적·경제적 이익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소개·알선·유인행위에 따른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으로부터 취득한 이익을 분배받는 것을 전제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에서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경우, 이는 치료행위를 전후하여 이루어지는 진단서 발급 등 널리 의료행위 관련 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과 관련한 행위이자 해당 환자에게 비용 대납 등 편의를 제공한 행위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그와 관련한 금품수수 등은 환자의 소개·알선·유인에 대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이 지급하는 대가가 아니라 환자로부터 의뢰받은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 및 이를 이용한 보험처리라는 결과·조건의 성취에 대하여 환자 측이 약정한 대가를 지급한 것에 불과하여,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구성요건인 ‘영리 목적’이나 그 입법 취지와도 무관하므로, 위 조항이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평석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은 환자와 특정 의료기관·의료인 사이에 치료위임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에 관한 중개·유도 또는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 대가 지급 원인 및 주체를 불문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를 모두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행위가 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위반행위의 범위가 매우 넓어져서, 환자의 필요에 따라 치료 위임계약의 편의를 도모하고 환자로부터 그 비용을 지급받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제공 행위가 모두 위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위반행위의 범위를 명확히 확정할 필요가 있었다. 대상판결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영리목적’ 및 그 ‘대가’의 의미를 동 조항의 입법 취지와 규율 대상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행위의 태양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행정판례] 6.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대물적 성격을 가지므로 폐업한 요양기관에서 발생한 위반행위를 이유로 폐업한 요양기관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 처분은 위법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0두39365 판결) 가. 사실관계 의사인 원고는 병원을 개설·운영하다가 폐업하였고, 폐업 후 두 달 뒤에 새로운 병원을 개설·운영하였다. 원고는 폐업한 병원에서 병원이 아닌 곳에서 진료하고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것이 문제가 되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새로 개설한 병원에 대해 10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게 되자 해당 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요양기관의 영업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고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폐업한 요양기관에 대하여는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 없고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은 처분의 대상이 아닌 다른 요양기관에 대한 것이므로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하였다. 다. 대법원판결의 요지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 비용을 부담하게 한 때에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에 의해 받게 되는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의료인 개인의 자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요양기관의 업무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 비용을 부담하게 한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그 요양기관은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그 처분대상도 없어졌으므로 그 요양기관 및 폐업 후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는 없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그 행정행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되며,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아니 된다는 기존 법리에도 부합하는 타당한 판결이다. 한편, 대상판결에서는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 의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에는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고 이와 같이 요양기관 개설자인 의료인 개인에 대한 제재 수단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상, 위와 같은 사안에서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의 ‘요양기관’을 확장 해석할 필요도 없다는 사유를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제재의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는 별도의 입법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문제로 보이며 단지 제재의 필요성을 이유로 하여 해당 처분의 성격과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은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차효진 변호사(법무법인(유) 세종)
사무장병원
의료기관개설
의료법제33조제2항
차효진 변호사(법무법인(유) 세종)
2023-11-26
의료사고
병원 침대 낙상사고와 의료기관의 손해배상책임
1. 사실관계 ① A는 2017년 12월 7일 급성담낭염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경피적 담도배액술 및 도관 삽입술을 시행 받았는데, 피고 병원은 낙상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A를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평가하여 낙상 방지를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였다. ② A는 2017년 12월 11일 오전 4시경 중환자실에서 침대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는 이 사건 낙상사고를 당하였다. ③ 피고 병원의 중환자실은 침대 매트리스 및 신체손상 여부 등의 확인을 위해 간호사를 2인 또는 3인 1조로 배치하고 있는데, 이 사건 낙상사고 발생 당시에도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명당 환자 3명을 보살피고 있었다. 2. 항소심법원의 판단 항소심은 "①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도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이 사건 낙상사고가 일어난 것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② A는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수면 중인 상태로 보이고 달리 A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자료가 없다. ③ A가 낙상 고위험군 환자였음에도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A의 침대 근처에는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등의 사실을 인정하고, A가 낙상의 위험이 큰 환자였음에도 낙상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피고 병원에 있다고 보아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 피고 병원이 A가 낙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취하였던 당시의 여러 조치들은 현재의 의료행위 수준에 비추어 그다지 부족함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을뿐더러, 피고 병원의 간호사가 중환자실에서 A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살핀 뒤 불과 약 15분 후에 이 사건 낙상사고가 발생한 것을 가지고 낙상 방지 조치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피고 병원 측이 충분히 살피지 아니하거나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원심은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A의 침대 근처에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아니한 것을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논거 중의 하나로 삼고 있으나, 원심으로서는 이와 같이 단정하기에 앞서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 나아가 피고 병원이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지 아니한 것이 의료행위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는지를 규범적으로 평가하였어야 한다. 나아가 원심도 인정한 바와 같이 낙상사고 당시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지게 된 것인지 자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병원 측에서는 당시 낙상 방지를 위한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을 뿐 아니라 침상 난간 안전벨트를 채운 상태에서도 환자가 스스로 침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 병원의 과실을 쉽게 인정하기에 앞서 이 사건 낙상사고의 발생에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인지 등을 보다 충실히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 및 그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4. 검토(본 대법원 판결의 의의) 1) 의료과오소송에서 피해자인 환자 측은 비전문가이고, 증거방법은 의사가 거의 독점하고 있음에도(증거의 구조적 편재), 감정인이나 감정증인인 의사나 의료기관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결과나 진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송현실을 감안하면 피해자에게 증명책임의 기본원리를 수정 없이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증명책임제도의 기본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형평의 이념(무기 평등의 원칙)상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가능하면 환자 측의 손해배상청구가 용이하도록 하는 일반 증명책임원칙에 대한 수정법리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수정법리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의 논의가 있으나, 의사가 침습적 의료행위에 착수하기 전에 환자나 그 가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할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사후적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환자 측의 증명책임을 경감하여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일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의사의 진료행위를 위축시킬 정도로 증명의 부담을 의사 쪽에 전이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조율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법리적 검토가 진행되어 왔다. 2) 대법원은 의사의 손해배상책임 판단의 전제가 되는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행위의 수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불법행위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성립여부 판단의 기준을 규범적인 수준에 맞추고자 하는 것은 상당인과관계론의 기계적 적용으로 인한 폐단의 시정에 그 목적이 있다(지원림, 민법강의, 제18판, 1110면 참조).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서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의 피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를 부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법 규범의 존재 목적과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서비스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적 공공재인 점에서 각종 공공영조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법리를 의료과오소송에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은 민법 제758조 제1항의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에 드는 비용이나 위험방지조치를 함으로써 희생되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여(대법원 2017다14895 판결) 법경제학적 관점을 반영할 수 있다고 하였다. 본 건에서 낙상사고 예방을 위하여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여부를 규범적으로 평가하도록 판시한 것은 이러한 입장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3) 본 대법원 판결은 일반 의료사고 소송과 침대낙상사고의 경우는 간접사실의 원용을 통한 입증방식을 취하더라도 그 입증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본 건 사실심 변론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할 때,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낙상사고가 일어난 것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A가 자력으로 안전벨트를 벗어나 낙상에 이르는 행위를 한 사실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도 없으며 그 가능성을 담보하는 간접사실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일반 의료사고라면 이 정도의 간접사실에 대한 입증이 이루어졌다면 의사(의료기관) 측의 과실을 추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항소심법원의 판단과 달리 사실상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본 건 사고가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02다48443 판결). 본 판결은 침대낙상사고를 일반 불법행위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 간접사실에 대한 입증을 위주로 하는 피해자의 입증책임 경감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즉 이 사건의 경우에 '담당 간호사가 부주의하게 침대안전벨트를 채우지 아니하였고, 그로 인하여 A가 낙상사고를 당하였다'는 사실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 있는 확신을 법관으로 하여금 가지도록 할 책임이 환자 측에 있다는 것이 본 판례의 입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입장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사고 장소가 일반인과 환자 가족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병원 중환자실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증거의 '구조적 편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증명책임의 기본원리를 수정 없이 적용한다는 것은 증명책임론의 기본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형평의 이념(무기 평등의 원칙)상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권혁재 상임조정위원(부산법원조정센터)
낙상사고
의료사고
입증책임
권혁재 상임조정위원(부산법원조정센터)
2021-06-07
민사일반
의료사고
의료과오소송에서 증명책임의 경감
1. 사실관계 원고는 2013년 7월경 피고로부터 추간판 절제술과 인공디스크 삽입술 등을 시행 받았다. 피고가 시행한 전방 경유 요천추 추간판 수술(이하 '전방 경유술'이라고 한다)의 대표적인 합병증은 비뇨기관과 성기관 등에 분포하는 상하복교감신경총의 손상이고 위 신경총에 손상이 가해지는 경우 남성에게는 역행성 사정이 발생하는바 원고는 위 수술 후 사정장애 및 역행성 사정 등의 증상(이하 '이 사건 장해'라고 한다)을 보이고 있다. 2. 소송의 경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인천지방법원은 2014가합3052 판결로 원고가 이 사건 수술 직후 그 장해 진단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 부위의 밀접한 연관성 등으로 미루어 이 사건 수술과 장해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되었을 가능성이 희박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장해는 피고가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의 과실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라고 추정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2016. 12. 8. 선고된 2016나2021634 판결(이하에서는 '원심판결'이라고 한다)에서 제1심 판시와 비슷한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은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이라고 한다)로 원심이 의료소송에서의 증명책임, 과실과 인과관계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피고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가.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이 완화된다. 나.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과실, 그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문제된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 의료행위로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는 때에도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 후유장해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 다. 피고가 전방 경유술을 택한 것이 의사에게 인정되는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거기에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고 수술 중에 위 신경총이 손상되어 이 사건 장해가 발생하였다고 보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의 과실을 추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장해는 전방 경유술에 따른 일반적 합병증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신경손상을 예방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 신경손상과 그로 인한 역행성 사정 등의 결과가 수술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나 피고의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4. 검토 의료행위의 전문성과 진료과정의 밀실성, 그에 따른 증거의 편재성 등으로 일반인이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 발생 사실을 명확히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송을 통한 손해의 공평 분담을 위해서는 환자 측의 증명책임을 경감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대법원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실상 추정론'에 근거하여 간접사실에 경험칙을 적용하여 과실과 인과관계를 동시에 추정하는 방식으로 과실 등에 대한 증명책임을 경감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일반인의 상식'에 기초하여 과실을 증명한 후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방식에 따른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이 선고되었고 영미법상의 일반상식론(Common knowledge theory) 또는 사실추정칙(Res Ipsa Loquitur Doctrine)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위 판결은 그 의미 등에 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료소송에서의 증명책임 경감에 관한 획기적인 판례로서 수많은 관련 사건에서 인용되고 있다. 한편 위 93다52402 판결 이후에도 간접사실에 의하여 과실과 인과관계를 동시에 추정하는 방식을 보충적 또는 병존적으로 사용하는 판결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간접사실들이 의사의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정도로 개연성이 담보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거나 발생된 악결과가 통상의 합병증인 경우에는 과실 추정이 불가하다고 하는 등으로 증명도를 더 높임으로써 증명책임 경감에 역행하는 듯한 재판례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 대상판결 역시 그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바 그 판결에는 아래와 같은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 대상판결은 판시내용 등으로 미루어 간접사실에 의한 동시추정 방식에 따른 것으로 보임에도 그와 관계없는 93다52402 판결을 원용함으로써 증명책임 경감의 방식에 혼란을 야기한다. 위 판결과 Common knowledge theory나 Res Ipsa Loquitur Doctrine의 연관성으로 미루어 그 법리는 극히 예외적인 의료과오사건에 적용될 수 있을 뿐임에도 그와 무관한 사안에까지 무분별하게 그 판지를 원용함으로써 과실 증명을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93다52402 판결이 의사의 과실이 명백한 일부 사안에서라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일반인의 상식에 반하는 과실'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의료행위 준칙을 제시하는 노력을 하든가 증명책임 감경에 관하여 종전의 동시추정의 방식으로 일원화하는 결단을 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동시추정의 방식에 과도한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은 동시추정의 방식을 채용하면서도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였고 그 입장은 그대로 대상판결에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나 동시추정의 방식에 한계가 있음을 밝힌 재판례 사안들 대부분은 '다른 원인 개입가능성의 배제 불가'라는 사정과 관련되어 있는바 인과관계만 인정되면 무제한 확장이 가능한 '다른 원인'의 인정 여부에 관하여 법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 진료 정보와 의학지식 측면에서 현저하게 열세인 환자 측에게 그 개입가능성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위험영역설이나 증거거리설에 비추어 너무 부당하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2002다45185 판결 입장은 부당하고 이와 궤를 같이하는 대상판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셋째, 환자 측에게 의사의 과실 등과 관련하여 너무 높은 증명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은 피고가 신경손상 위험이 없는 후방 경유술이 가능함에도 그 위험이 따르는 전방 경유술을 시행한 것은 의사의 재량으로 과실 인정과는 무관하고 후유장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한 그 발생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재량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부과되거나 그 수위가 더 높아져야 하는 점, 후유장해가 발생한 영역이 의사가 지배하는 범위 안에 있는 점, 정보나 증거 측면에서 후유장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 범위 내라는 의사의 증명이 환자가 그 반대사실을 증명하는 것보다 훨씬 용이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장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 범위 내라는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을 의사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옳다고 보여지므로 위 장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대상판결의 견해에는 역시 동의할 수 없다. 나아가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와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조물책임법 제3조와 제3조의2,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등에서 무과실책임이나 인과관계의 추정 등을 규정하고 있는 점, 의료소송의 경우 진료계약이 체결된 사람들 사이의 분쟁일뿐더러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이나 치과 보철치료 등과 같이 결과채무로 파악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적지 않는 등 의료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이 환경침해소송 등보다 더 높아야 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과실 등에 관한 증명책임 전환에 관한 법해석론 또는 입법론적 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김태봉 교수(전남대 로스쿨)
의료소송
입증책임
의료과실
김태봉 교수(전남대 로스쿨)
2020-10-15
형사일반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대법원 판결평석
I. 서론 보건의료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법률가라면 한 명의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다양한 법적 그리고 정책적 논쟁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한 명의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국민의 후생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가 정책적 논쟁이라면,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경영을 금지하는 법률 규정이 과연 헌법합치적일 수 있는지가 주요 법적 논쟁 가운데 하나라고 할 것이다. 이 헌법 차원의 법적 논쟁에 못지 않은 또 다른 중요한 법적 논쟁은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의료법 규정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이다.1)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내린 2018도3672 판결(이하 “대상 판결”)이 새로운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각주1] 물론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의료법 해당 규정의 헌법합치성 판단은 동 규정의 합리적인 해석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 두가지 법적 논쟁은 완전히 독립되고 분리된 논쟁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접촉면을 갖고 있는 논쟁이라고 하겠다. II. 복수개설금지 조항의 변천 및 법원의 해석 이 글에서 분석하려는 판결을 살펴보기에 앞서,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 개설 금지를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변천 과정을 가볍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2012년 개정 이전의 복수개설 금지 조항 및 법원의 해석 해당 규정인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2012년 2월 1일 현재의 내용으로 개정이 되었는데, 개정되기 직전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구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1994년 1월 7일 의료법 개정을 통하여 처음 등장한 위 조항은2)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함으로써, 의사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용하고, 의사 아닌 자에 의하여 의료기관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3) [각주2]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조항의 위치는 의료법 제30조 및 제33조 제2항을 거쳐 지금의 제33조 제8항에 이르고 있다.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규정의 변천에 관하여는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각주3]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위 조항에 담긴 “개설”의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은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그 소속의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여 급료를 지급하고 그 영업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는 등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점만으로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실질적으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나, 다른 의사의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는 비록 그 개설명의자인 다른 의사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일부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4) [각주4]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만 빌리고 자신의 자본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는 경제적 의미에서 의료기관의 중복개설이라고 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 타인의 명의를 빌린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의 의료행위에만 전념하고 있다면 이를 의료기관 이중개설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 것이라고 분석한 견해가 유력하다.5) [각주5] 장연화,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개설제한에 관한 고찰,” 법학연구, Vol. 12, No. 2 (2009), pp.279–300 2. 2012년 개정 법률 및 법원의 해석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은 1994년 제정 이후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 없이 조문번호나 문구의 변경과 같은 형식적인 개정만을 거쳐오다가, 제11대 국회에서 변화를 겪게 된다. 당시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의료법에 대한 다른 개정안과 통합 가결되어 2012년 2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4조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의 의무) ②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가. 2016년 대법원 판결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적용한 리딩 케이스로는 2016도11407 판결 (이하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있다.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병원을 운영하던 甲과 B병원을 운영하던 乙 2인의 의사가 각자의 병원을 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개설자 명의 변경을 통하여 甲은 B병원을, 乙은 A병원을 각자 자신의 명의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악화된 乙의 부채사정으로 인하여 A병원의 재산에 대하여 乙의 채권자들이 강제집행을 해오자 A병원의 개설자를 다시 乙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丙으로 변경하였다. 그런데 이후 丙은 A병원에 출근하여 진료업무를 전혀 수행한 바 없고, 乙은 甲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A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면서 甲으로부터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았으며, 甲은 자신의 B병원 직원을 A병원에 출근하도록 하여 자금관리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임금지급, 물품 구매 등 지출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였으며, 직원을 통하여 A병원의 수익을 취득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A) “이미 자신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를 고용하여 그 의사 명의로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그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B)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가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의료법 제33조 제5항 등에 따른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지 아니한 채 또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그 의사 명의로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보다시피 (A) 부분은 앞에서 본 이전 대법원 판례와 차이가 없다.6) 그러나 (B) 부분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신설된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조항을 적용한 첫 대법원의 판결이므로 선례로서의 의미가 큰데,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새로 추가된 행위 태양인 의료기관 중복 운영이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7)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사실관계 하에서 대법원은 甲이 A병원을 자신의 B병원과 함께 중복하여 운영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이와 같은 기준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 처음 제시된 기준이지만,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 규정8) 위반사건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운영” 기준과 같은 내용이다.9) [각주6] 실제로 이 판결에서도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각주7]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5는 동 판결의 의미를 “추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 등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주도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였다면,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위반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동 판결이 요구하는 “종전 개설자 배제”라든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의 요소를 생략하고 있으므로 동의하기 어렵다. [각주8] 의료법 제33조 제2항 [각주9]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0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나. 2018년 대법원 판결 그런데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비교하여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범위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사건의 상고심과 하급심 판결문에는 나타난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2년부터 A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던 甲은 2013년경 乙과 지분투자 및 공동 운영 합의를 맺고 乙이 자금을 투자하여 B치과를 개설하여 진료를 하되 甲은 회계와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甲은 또한 2014년경 丙과 동업계약 및 지분 협의 계약을 맺었는데, 그에 따라 丙이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갑은 C치과에 30% 정도의 지분만 보유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1심은 甲이 乙이나 丙의 명의를 대여하여 B치과 또는 C치과를 개설 및 운영하였다거나, B치과 또는 C치과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각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가)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주관 아래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라고 판시하였고, (나) “그와 구분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존폐·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시설·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배분 등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뜻한다고 보았다. 특히 (다)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운영자로서의 지위 유무, 즉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 과정,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목된 다른 의료인과의 관계, 자금 조달 방식,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 주체, 운영성과의 분배 형태, 다른 의료인이 운영하는 경영지원 업체가 있을 경우 그 경영지원 업체에 지출되는 비용 규모 및 거래 내용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기준 하에 대법원은 甲에 대하여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금지 원칙 위반을 인정한 항소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다. 2016년 판결과 대상 판결의 비교 의료기관 중복 “개설” 금지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의 (A) 부분과 대상 판결의 (가) 부분을 비교하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 반면 양 판결에 나타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은 외견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위 (B) 부분)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핵심을 이미 자신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에 둔 반면, 대상 판결은 (위 (나) 부분)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이라는 요소를 명시하지 아니한 채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한 경우”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상 판결은 또한 제반 사정을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위 (다) 부분). 이와 같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새로운 운영자로 인하여 종전 개설자가 배제되고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가 단절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반면, 대상 판결은 종전 개설자의 운영이 배제되는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제반사정을 기초로 여전히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대상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완화하고 있는 것인가? 이 글은 결론적으로 그렇게 보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 - 즉, 대상 판결은 여전히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에 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해석을 한다는 입장 - 을 취한다. 그 논거는 뒷부분에서 더 자세히 제시하기로 하고, 그렇게 보지 않을 경우, 즉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고 볼 경우에 생기는 문제점들을 먼저 지적하겠다. III. 대상 판결이 판례 변경이라고 볼 경우의 문제점 1. 판결의 시점 우선 대상 판결이 내려진 시점이 법률 실무가들에게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과 관련하여 국내 사법부 최고심급의 결정 또는 심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다른 의사를 병원장으로 고용해 여러 개의 병원을 운영한 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을 이유로 기소된 형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어 심리를 앞두고 있다.10) 또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금지한 것이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반하고 수규범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함을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지난 2016년 3월 10일 공개변론이 열린 바 있고 그 결정이 머지않아 내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태이다.11) [각주10] 법률신문 뉴스 2016.6.14.자 “'월급 병원장 고용' 여러 병원 개설한 의사 유·무죄…대법원 전합 회부” [각주11] 2015헌바34 의료법 제4조 제2항 등 위헌소원 상황이 이러하다면 피고인 구속 사건도 아닌 마당에 머지않아 내려질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시점에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적용 대상인 판결을 굳이 내릴 필요가 없었다. 잠재적인 재심의 대상을 늘려 오히려 소송경제를 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지어는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의 판결이라면 지금 시점에서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릴 필요가 과연 있었는가 의문이 생긴다. 2. 소부(小部)에서의 판례 변경 대상 판결이 합의체를 통하지 않고 소부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이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에 의하면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하되, 다만 같은 항 각 호의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법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사건을 먼저 심리하여 의견이 일치된 경우에 한하여 그 부에서 심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이 그 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 판시한 의견을 변경하는 것임에도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에 미달하는 대법관만으로 구성된 부에서 심판하였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이고,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호의 ‘법률에 의하여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아니한 때'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12) [각주12]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1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 즉,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이루어진 대상 판결이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취지라고 본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을 면하기 어렵다. 3. 피고인에게 불리해진 판례의 소급 적용 만약 대상 판결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이라고 볼 경우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결과적으로 확대된 처벌 기준의 소급효이다.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비하여 복수개설 금지조항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에는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에 따라 처벌 대상이 대상이 아닌 행위가 대상 판결 이후에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판례의 변경으로 인하여 범죄의 구성요건이 확대되는 경우, 판례 변경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가 변경된 판례 하에서 비로소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은 마치 형벌조항을 소급적으로 입법하는 것과 비교하여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므로 판례 변경의 소급효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판례변경은 헌법 제13조 제1항과 형법 제1조의 소급효 금지가 준용되지 않아 피고인에게 불리한 형사판례 변경도 허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므로,13) 대법원은 자신의 종전 2016년 판결을 수규범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대상 판결을 충분히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각주13] 대법원 1999.7.15. 선고 95도287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9.17. 선고 97도3349 판결. 그러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의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이를 비판하는 형법학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14)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여 행동에 옮긴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부당하고 헌법질서와도 배치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주14] 예컨대 조기영, “판례변경과 소급효금지의 원칙”, 「동북아법연구」, 제11권 1호 (2017. 5). 물론 종전판례를 근거로 자신의 행위가 불가벌이라고 믿었던 수규범자의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위조한 문서를 복사한 문서는 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의 객체가 아니라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경우에는15) 문서를 위조한 행위 자체의 비난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를 보호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를 폭행·협박행위 기준에서 절취행위 기준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도16) 마찬가지로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형사판례 변경의 소급효와 관련하여 독일에서의 논의를 촉발시킨 음주운전의 처벌기준 강화 판결17) 역시 수규범자들이 기존 판례의 혈중알콜농도 기준에 맞춰 음주를 한 후 운전하는 상황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피고인의 신뢰이익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즉, 수규범자가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18) [각주15] 대법원 1989. 9. 12. 선고 87도506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6] 대법원 2004.11.18. 선고 2004도5074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7] BGHSt 37, 89. 당시 독일 형법 제316조는 음주로 인하여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한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이때 혈중알콜농도가 어느 정도 이상일 때 운전불능상태인지에 대하여는 명문 규정 없이 의학적인 연구 등을 기초로 판례가 기준을 정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90년 독일연방법원은 1966년 이래로 0.13%로 유지해 온 혈중 알코올 농도의 기준치를 0.11%로 하향 조정하면서 판례 변경 이전에 혈중알콜농도 0.12%인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된 사람들의 처벌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서보학, “형사판례변경과 신뢰보호”, 「경희법학」, 제34권 (1999), pp.345–346 [각주18] 이동진, “판례변경의 소급효,” 民事判例硏究, No. 36 (2014), pp.1168. 그렇다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는 어떠한가? 실제로 수규범자인 의료인이 동 판결을 인식하고 이를 신뢰하였다는 전제하에, 그러한 신뢰는 별로 의문의 여지 없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위반시 형사처벌이 따르는 행정법규는 재판규범이자 행위규범이다. 그러나 수규범자들이 평소 모든 관련 법규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개개의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수규범자에게 동등한 정도의 규범력을 갖는 행위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어떤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법률가도 아닌 수규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고 준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어떤 행정법규는 규제기관에 의하여 적용되기 전까지 수규범자들이 그 존재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은 2012년 의료법 개정 시 처음 삽입되기는 했으나 그 모태가 되는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은 2000년대에 들어와 그 위반을 이유로 많은 의료인들이 기소가 되는 바람에 복수의 의료기관을 경영하고자 하는 다수의 의료인들이 이미 인식하고 신중히 분석하고 있었던 규정이고, 동 조항을 해석한 판례19) 역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려는 의료인들에게 합법적인 경영방식의 준거로 작용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2012년 의료법 개정 이후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는 마찬가지로 2016년 대법원 판결이 그러한 지위를 차지했을 것임이 당연하다. 즉 2016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일선에서의 다수의 의료인들은 합법적이라는 믿음 하에 진료는 의료기관 개설 명의자에게 맡기고 자본 투자나 컨설팅 등 다양한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법상의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의 기준을 제시한 2016년 대상판결을 신뢰한 의료인들의 신뢰이익은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 [각주19] 위 각주 4의 판례.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의료인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은 비단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근거하여 환수하는 조치를 기계적으로 취하고 있는데, 그 환수액은 의료기관이 거둔 수익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급여금액 전액이고 심지어는 환자 본인부담금마저 포함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인이 파산에 이를 정도로 커다란 금액이 되기도 한다.20) [각주20]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를 구한 2014구합11526사건에서는 환수급액이 74억원에 달하여 의료인인 원고가 파산에 이를 수 있으므로 환수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수규범자들인 의료인들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동 판결이 허용하는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을 운영해 왔다면, 그러한 수규범자들의 신뢰이익은 더더욱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데, 대상 판결은 그러한 신뢰이익을 보호할 아무런 장치 없이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판례를 신뢰한 의료인들을 형사처벌은 물론이거니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에 새로이 노출시키고 있으므로 부당하다. 4. 자기 모순적인 기준 제시 서로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인들이 맺을 수 있는 협력의 형태를 개념적으로 분류해보면, 아무런 자본 투자 없이 수수료를 목적으로 자문제공이나 경영지원을 제공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고, 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의료기관에 자본 투입을 통하여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지분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한 투자자의 관여에는 다양한 정도와 형태가 있을 것이다. 투자자와 피투자자가 예컨대 학연이나 혈연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피투자자의 병원 운영에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투하자본이 이윤과 함께 회수되기를 바라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을 모니터하고 너무 모험적인 운영을 방지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업에 대한 투자의 경우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이사 선임 등을 통하여 피투자 기업이 건실한 경영을 하는지 감독하고자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는 이상 - 지금까지 우리 대법원의 판결은 의료기관 이중 개설·운영 금지 조항이 투자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거니와, 대상 판결 자제도 의료법상 허용되는 동업의 형태로서 “단순히 헙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언급하고 있다 -, 자신이 자본을 투자한 의료기관에 대한 일정 수준의 감시 또는 감독권한을 보유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는 위법한 복수 의료기관 운영이라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명의자를 배제하지 않더라도 예컨대 개설 명의자와 공동으로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한 경우조차 의료법에 위배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할 여지를 만들었다. 대상 판결 스스로가 합법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경영지원 혹은 투자”에 통상 수반되는 행위를 위법이라고 보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IV. 대상 판결의 올바른 이해 지금까지 나열한 대상 판결의 문제점들은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라고 볼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이고, 간단하게 치유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기교적 조치로서가 아니라, 이 사건의 하급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을 나란히 놓고 보면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려는 취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1심과 이를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한 2심의 결론은 상반되지만, 1심과 2심의 판결문을 보면 각 법원이 적용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법리는 다르지 않다. 즉, 1심과 항소심은 동일하게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이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고 설시하면서 2016년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21) [각주21] 2016.12.2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단4214 및 2018.2.6.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노9. 다만 1심은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반면, 항소심은 증언 등을 바탕으로 피고인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위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숙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즉, 1심과 2심 결론이 상반되는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해석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증거에 기반한 사실인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사의 항소이유도 법리오해가 아니라 사실오인이었다. 이에 대하여 대상 판결은 1심과 2심 가운데 항소심을 지지하면서 “1의료인 1개설·운영 원칙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시하고 있는데, 상고이유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어떤 법리 오해를 상고이유로 제시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1심과 2심이 모두 동일하게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따르고 있고 사실 판단만을 달리한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 위하여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그렇다면 비록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관한 대상 판결의 위 (나) 및 (다) 판시가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어구를 그대로 옮겨오고 있지는 않지만, 대상 판결은 여전히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취지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대상 판결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필요한 개념 요소로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제거한 듯하나, 이는 판결문에 생략되어 있을 뿐, 여전히 2016년 판결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V. 향후의 바람직한 절차 진행 지금까지 의료인은 1개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소정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의 해석을 살펴보았는데, 동 조항에 대하여는 이미 이야기한대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공개 변론까지 열렸고, 이러한 공개 변론이나 다양한 논문을 통해 합헌성 논쟁 및 의료 정책론 차원의 논쟁이22)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법원에 계류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의 형사사건들은 일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송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각주22] 설령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가 위헌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책적으로 정당한 정책인가 하는 논쟁이다. 의료인이 1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너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라는 의료인의 책무와 상충할 수 있고, 이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위협이 의료기관 복수개설 규제가 좋은 정책이라고 보는 견해와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1명의 경영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업무의 효율, 비용 절감 등 규모의 경제를 도모할 수 있으므로 복수개설 규제는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김선욱 and 정혜승, “의료인의 의료기관 다중운영 금지 조항의 위헌성 -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을 중심으로 -,” 의료법학, Vol. 16, No. 2 (2015), pp.295–326) 충돌한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가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법원에 계류된 제33조 제8항 위반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공소기각의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합헌 또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다면,23) 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법리를 섬세하게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기준을 완화할 경우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합법적이라고 믿고 타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한 의료인이 부당하게 형사상 또는 행정처분을 통한 재산상 불이익을 받는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24) [각주23]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법률 해석에 기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므로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재두299판결),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의 영향은 법원이 향후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해석함에 있어 합헌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각주24] 형사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인정하더라도 기존의 판례를 신뢰한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태영, “被告人에게 不利한 判例變更과 遡及效禁止의 問題,” 동아법학, No. 38 (2006), pp.39–98 등. 이렇게 하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에 대하여 무죄가 인정되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도 면하게 될 것이다.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의료법제33조제8항
복수의료기관
병원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2018-12-21
지식재산권
투여용법, 투여용량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 판단
-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4후2702 판결 - 1.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2015. 5. 21. 선고 2014후76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의약이라는 물건의 발명에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의료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의약이라는 물건이 효능을 온전하게 발휘하도록 하는 속성을 표현함으로써 의약이라는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발명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후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4후2702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은 “특정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관한 용도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공지기술 등에 비추어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 한다)이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하거나 이질적인 효과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2. 청구항 분석을 통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성격 이 사건 특허발명의 청구항 1은 ‘유리염기 또는 산부가염의 형태의 하기 일반식 (I)의 (S)-N-에틸-3[(1-디메틸아미노)에틸]-N-메틸-페닐-카르바메이트 및 전신 경피투여에 적합한 약학적 담체 또는 희석제를 포함하는 전신 경피투여용 약학조성물’ 이다.(그림) 발명의 특허성 판단에 적용될 기준을 찾기 위하여, 이 사건 특허발명의 성격을 위 청구항의 기재에 의하여 파악하면, 이 사건 특허발명은 그 청구범위가 전체적으로 물건의 발명 형태로 기재되어 있고, 의약물질의 쓰임새로서 그 권리범위를 특정하는 요소로서 경피투여라는 용도가 그 부가요소로 포함되어 있는 의약용도발명이다. 3.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 판단 기준 가. 구성의 곤란성 의약의 용도발명에서 통상의 발명과 같은 의미에서 구성의 곤란성이 필요한지는 주장·증명책임의 소재와 관련하여 소송실무상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의약용도발명을 통상의 발명과 구별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제1설), 원칙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이 없고 예외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제2설), 의약의 용도별로 개별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판별해야 한다는 견해(제3설) 등이 가능하다. 대상판결은 선택발명에 관한 판시(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1후2740 판결 등)와 같이 구성의 곤란성에 관한 아무런 언급 없이 효과의 현저성이 필요하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살피건대, 의약의 용도발명은 선택발명에서의‘후행물질’을 ‘용도’로 바꾼 것일 뿐 발명의 본질상 선택발명과 마찬가지로 ‘발명’즉‘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이 아닌 ‘발견’에 대하여 정책적인 이유로 특허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선택발명과 동일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점, 의약개발 과정에서 적절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통상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다는 경험칙이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제2설 또는 제3설을 따를 경우, 의약의 용도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이 없다는 점은 민사소송법상 사실상의 추정의 하나로서 일응의 추정에 해당하므로, 당해 용법용량의 한정을 방해하는 취지의 기재나 기술적 편견 등 구성의 곤란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특허권자가 주장, 증명하여야 할 것이다{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투여용량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이 최초로 문제된 사안에서, 특허법원 2017. 2. 3. 선고 2015허7889 판결(대법원 2017. 6. 29.자 2017후547 판결로 상고기각)은 투여용량 등을 최적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통상의 기술자의 통상의 창작능력 범위 내에 속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나. 효과의 현저성 대상판결은 특정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관한 용도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공지기술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하거나 이질적인 효과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효과의 현저성은 미국 특허법 제101조에 규정된 유용성과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우리나라 특허법상 산업상 이용가능성에 대응되는 미국법상의 유용성이 있다고 하여 진보성 판단 시 곧바로 효과의 현저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효과의 현저성 없이 구성의 곤란성만으로 진보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의약 발명의 경우 인체에 사용될 것이 예정되어 있으며 인체에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발명의 목적이자 본질적인 특성이기 때문에, 구성의 곤란성만으로 쉽게 진보성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효과의 현저성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견해가 가능하다. 의약용도발명은 명세서에 선행발명과 비교될 수 있는 발명 효과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교실험자료 또는 대비결과까지 기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효과에 대해서 추후 입증이 가능한 선택발명과 달리, 효과에 대한 추후 입증이 불가능하다. 이는 선택발명에서 효과는 구성이 아닌 반면, 의약용도발명에서의 용도는 그 자체가 구성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차이다. 4. 대상판결의 검토 가. 대상판결은 비교대상발명 1, 4 및 경피흡수제의 공지, 공연실시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리바스티그민의 경피흡수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다만, 경피흡수성의 예측가능성은 화합물 사이의 침투율 등 경피흡수성의 실증적 대비 등 당해 기술분야에서 사실문제로서의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이 부분 대법원 판시는 별도의 사실이나 증거는 적시하지 않고, 논리학상 RA7의 높은 지질용해도 등의 성질은 경피흡수성에 대한 관계에서 참인 명제의 충분조건으로 볼 수 없다는 근거를 내세워 원심의 판단과 결론을 달리하였는바, 그 논증과정이 향후 투여용량, 방법에 관한 사안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될 정도로 설득력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대상판결은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들로부터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도출할 수 없고,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이 부분 판시는 의약의 용도발명에서 원칙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견해(제2, 3설)에 따를 때, 구성의 곤란성의 존재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와 관련하여 다소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즉, 통상의 기술자가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특허를 무효하는 사람이 아니라 특허권자가 이를 주장, 증명하는 것으로 심리, 판단이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다. 대상판결은‘경피투여 용도는 출원일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공지기술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예측할 수 없는 이질적인 효과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용도는 발명을 한정하는 구성이고 용도 자체를 바로 효과로 보기는 어려운바,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세서에 기재된 작용효과인 경피투여하였을 경우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의 활성에 대한 장기간의 일정한 억제 활성이 유지되며, 활성의 시작은 느린데 이것은 화합물의 안정성(tolerability)를 생각할 때 특히 유리하다는 점을 실험결과를 통한 정량적인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는 부분을 대비 대상으로 삼아 비교대상발명들과 효과상 차이를 비교,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5. 결론 대상판결은 의약이라는 물건발명에서 구성으로 한정된 투여용법, 투여용량에 관한 진보성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하였는바, 이는 용량발명 등 의약용도발명 전반에 걸쳐 적용될 수 있는 진보성 판단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의약용도발명이 발명의 본질상 선택발명과 동일한 판단 기준을 가져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및 의약개발 과정에 존재하는 경험칙에 비추어 정당한 판시로 이해된다. 다만 각국의 산업발달 단계, 특허의 본질과 제도적 기능에 대한 이해, 특허를 둘러싼 정책적인 요소 등을 고려하여 진보성의 수준과 폭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결론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판단 이유에서는 구성의 곤란성 유무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가 분명치 않고 효과의 현저성 판단에서도 대비 대상을 삼은 효과가 적절한지 또한 효과의 이질적인 효과가 존재한다고 볼 만한 객관적 근거와 논증이 다소 명확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한동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진보성
특허발명
의약용도발명
한동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18-04-10
지식재산권
헌법사건
한의사의 초음파골밀도 측정기 사용 허용 가능성에 대한 소고
- 헌법재판소 2013. 2. 28. 자 2011헌바398 결정 - Ⅰ. 사안의 개요 한의사가 초음파골밀도측정기(‘osteoimager plus’)를 이용하여 환자들에게 성장판 검사 등을 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한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사례가 의료법위반으로 고발이 되는 경우 검찰은 대체로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으로 의율하여 기소유예처분을 내리고 있다. 대상결정은 이처럼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한의사는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에 불복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면서, 한의사의 골밀도측정기 사용은 한의사면허범위 내의 행위이고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헌법상 요구되는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하였으나 기각된 사례이다. Ⅱ.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료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의사는 ‘의료행위’, 한의사는 ‘한방의료행위’만을 할 수 있는데,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및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와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하고, ‘한방의료행위’는 우리의 옛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위 규정이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2] (중략) 영상의학과는 의료법상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전문 진료과목으로서 초음파검사의 경우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검사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하여야 하고, 이론적 기초와 의료기술이 다른 한의사에게 이를 허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Ⅲ. 대상결정의 평석 가. 중국의 경우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전통의학을 바탕으로 한 한의사와 유사한 중의사 제도를 두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제한도 없고, 초음파골밀도측정기 뿐만 아니라 CT(컴퓨터단층촬영기기), MRI(자기공명영사기기), 엑스레이 등 모든 종류의 의료기기를 이용해 환자를 진찰하고 있으며, 중의사들은 골밀도측정기 등 현대적 의료기기를 활용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논문으로도 활발하게 발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의 한의학인 중의학을 국가적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육성함으로써 노벨수상자를 배출하거나 신약을 개발하여 미국 FDA의 승인을 받는 등 학문적 측면에서는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는 모두 중의사들이 의료기기를 활용하여 질병의 변화와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진단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일이다. 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의 초음파골밀도측정기 사용현황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국 각 지사 건강측정실에 의사의 상주 없이 이 사건과 동일한 초음파 골밀도측정기를 설치하고 민원인들이 비전문가인 상담원들의 상담만 받고서 자가 검사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일반인들의 자가 검사를 목적으로 골밀도측정기를 비치한 것이므로, 의료인이 환자를 대상으로 면허받은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는 것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초음파골밀도측정기가 의료인의 도움 없이 자가 검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의료기기임이 인정된 것인데, 역설적으로 의료인인 한의사가 이러한 기기를 활용하여 진료할 수 없고 환자도 의료인인 한의사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매우 모순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의료기의 사용이 결국은 국민의 보건과 질병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한 의료기를 한의사는 사용할 수 없고 일반인은 사용가능하다는 입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다. 참고되는 위헌의견 대상결정과 동일한 사례인 헌법재판소 2012. 2. 23.자 2010헌마109결정 및 2012. 2. 23.자 2009헌마623결정에는 위헌의견이 소수의견으로 개진된 바 있다. “청구인을 처벌하는 근거규정인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와 같은 법률규정만으로는 한의사 면허로 할 수 있는 한방의료행위에 어떤 의료용 진단기기의 사용은 허용되고 어떤 기기의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중략)…‘한방의료행위’에 관한 불명확한 해석을 전제로 청구인의 이 사건 초음파 기기의 사용이 막연히 면허의 범위를 넘는 의료행위라고 함으로써 청구인을 처벌할 것이 아니라, 의료법에서 직접 한의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는 무엇이라고 명확히 규정한 다음, 그 법률조항을 근거로 청구인을 처벌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이 ‘한방의료행위’에 대한 해석만으로 한의사를 처벌한다면 결과적으로 법률규정이 아닌 법률의 해석으로써 구성요건을 창설하여 한의사를 처벌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중략)…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라.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태도 변화 헌법재판소는 한의사의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이 의료법위반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이 사건 기기들은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들로서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측정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어렵고, 한의사인 청구인이 이 사건 기기들을 사용하여 한 진료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한층 진일보한 결정을 내린바 있다(헌법재판소 2013. 12. 26. 자 2012헌마551 결정). 위 의료기기들도 이 사건 의료기기와 안전성이나 사용의 전문성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헌재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마. 초음파골밀도측정기의 특성 대상결정은 “영상의학과는 의료법상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전문 진료과목으로서 초음파검사의 경우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검사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하여야 하고, 이론적 기초와 의료기술이 다른 한의사에게 이를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초음파골밀도측정기는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수치화되어 도출되는 기기로서 별도의 영상판독작업이 수반되지 않으며, 그 사용에 있어서 영상의학과의 전문분야와 관련성이 없을 정도로 자동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상결정이 반드시 이 사건 의료기기를 영상의학과나 초음파경험이 많은 전문의가 시행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이를 일반적인 초음파의료기기와 약간의 혼선을 빚은 것이거나, 한의사가 첨단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어색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고, 혈액분석기, 소변검사기, 혈압측정기, 안압측정기,자동안굴절검사기,세극등현미경,자동시야측정장비,청력검사기 등의 수많은 의료기기들은 측정결과를 자동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순차적으로 한의사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변화와 사회통념을 고려한 헌법재판소의 전향적 입장이 기대된다고 할 것이다. Ⅳ. 결 어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후단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가 무엇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의료법의 목적(제1조)이 중심이 되어야 하므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어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 스스로 건강보험공단 각 지사에 비치된 골밀도측정기를 통해 자가 검사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안전성이 입증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여, 의료인인 한의사에게도 이러한 현대적 의료기기를 진료의 보조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국민 건강의 보호 · 증진’과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 보장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 볼 때가 되었다. 의료법에서 의사와 한의사의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하게 된 입법연혁의 기본취지가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나란히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서양의학 뿐만 아니라 한의학으로부터도 그 발전에 따른 의료혜택을 누리도록 하기 위함임을 고려하면, 한의사들의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에 대하여 이제는 보다 전향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할 것이고 대상결정의 논지는 더 이상 찬성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이제 의료환경이 많이 달라졌으므로 그에 맞는 입법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의사
초음파골밀도측정기
의료기기
2017-06-02
보험계약 체결을 위한 간호사의 방문검진 행위가 의료행위인가
1. 사건의 내용 - ○○의원에 재직하는 간호사 A는, ○○의원과 방문검진위탁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로부터 방문검진 의뢰가 오면 ○○의원에서 고용한 전국 각지의 방문간호사들에게 연락하여 방문검진을 하도록 하였다. - 위와 같은 연락을 받은 방문간호사들은 보험가입자들의 주거에 방문하여 그들을 상대로 문진, 각종 신체계측, 채뇨, 채혈 등을 실시한 후 채취한 소변과 혈액 등을 ○○의원에 송부하였고, 이를 받은 ○○의원 임상병리사는 검사를 시행하였다. - 간호사 A는 위 검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보험가입자들의 신체부위의 이상 유무와 건강상태를 알 수 있도록 의사 명의의 건강검진결과서를 작성하여 이를 보험회사에 통보하였다. - ○○의원에 소속된 의사 B는 의원에 매일 출근하지는 아니하였고, 위와 같은 건강검진의 실시 여부에 관하여 개별적인 지시를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 건강검진의 실시 과정이나 검진결과서의 작성·통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의사로서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아니하였다. - 검찰은 간호사A와 의사B 등을 무면허의료행위로 인한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원심의 판단(서울남부지방법원 2010. 4. 22. 선고 2009노2381 판결) 방문간호사들로 하여금 보험가입자들의 주거에 방문하여 혈압 및 맥박의 측정, 소변검사, 혈당측정 등의 행위를 함과 함께 문진행위를 하게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간호사 A가 건강진단서를 작성한 행위는 보험회사가 보험가입희망자들과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 등의 판단을 위한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는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 ○○의원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은 피검진자들을 상대로 문진, 각종 신체계측, 채뇨, 채혈 등을 행한 후 채취한 소변과 혈액 등을 가지고 과학적 방법으로 검사·분석한 다음, 검사수치와 정상수치를 대비시켜 신체부위의 이상 유무 내지 건상상태를 알 수 있도록 검진결과서를 작성하거나 그 검사 결과나 문진 결과 등에 기초한 의학적소견도 함께 기재하여 이를 통보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위 의학적 소견은 피검진자가 건강검진결과를 통지받을 것을 예정하여 작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가 ○○의원이 실시한 건강검진결과를 근거로 피검진자의 보험가입을 승낙할 경우 이를 통하여 피검진자는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 내지 건강상태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인식할 것이고,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을 거절할 경우에는 피검진자는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 내지 건강상태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것이므로, 위 건강검진결과는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피검진자에게도 알려져 그의 건강생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의원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은 피검진자의 신체부위의 이상 유무 내지 건강상태를 의학적으로 확인·판단하기 위하여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이를 통하여 질병의 예방 및 조기발견이 가능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을 가진 의사가 행하지 아니하여 그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신뢰한 피검진자의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이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비록 위 건강검진이 실시된 이유가 보험회사가 피검진자와 사이에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건강검진이 가지는 위와 같은 의료행위로서의 성질과 기능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사정은 위 건강검진을 의료행위로 보는 데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 3. 평석 가. 방문검진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무면허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동법 제12조 제1항에서는 '의료인이 하는 의료, 조산, 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을 '의료행위'라고 하고 있을 뿐, 의료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정의 규정은 없다. 그에 따라 대법원은 '의료행위'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는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므로 구체적으로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해서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3. 8. 27. 선고 93도153 판결 등). 보통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보험회사로부터 위탁을 받은 간호사가 피보험자를 방문하여 건강검진을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보험계약 체결 여부가 결정된다. 그 과정에서 의사는 검진행위에 거의 관여하지 않고, 주로 간호사의 주도에 의해 검진행위가 이루어졌다. 보험회사는 보험계약 체결의 편의와 비용 절감을 위해서 간호사에 의한 검진행위가 필요하였고, 감독관청 역시 이를 묵인해 왔다. 한편, 간호사의 이러한 방문검진행위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 등의 판단을 위한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한 것일 뿐,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와는 상관없기 때문에 의료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 원심판결 역시 같은 이유로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러한 검진결과가 피검진자의 건강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검진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다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건강검진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의료행위의 정의에 관한 지금까지 대법원 판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나. 간호사의 주도에 의한 검진행위가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 방문검진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된다면, 1) 간호사도 의사의 지시나 감독하에 검진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지, 2) 본 건의 경우 의사의 지도·감독이 있었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첫째, 간호사가 검진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1호 및 같은 항 제5호에 비추어 보면, 의사가 간호사에게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는 있으나,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요하여 반드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도2306 판결 등 참조). 본 건 검진행위는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의사가 직접 할 필요는 없고, 간호사가 의사의 위임이나 지시를 받고 할 수도 있다. 두 번째, 본 건의 경우 의사의 지도·감독이 있었다고 볼 것인지 여부이다. 간호사가 진료 보조를 함에 있어서 모든 행위 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 할 필요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보조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보조행위인지 여부는 행위 유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으로 그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의 환자 상태,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도3667 판결 등). 본 건 검진행위는 그 자체로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또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고, 대상자도 '환자'가 아니며,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가 목적이 아닌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진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가 간호사의 검진행위에 일일이 입회하여 지도·감독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의원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은 건강검진의 실시 여부의 결정단계에서부터 건강검진결과서의 작성·발급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의사의 지시·관여 없이 간호사A 등의 주도 아래 이루어졌다. 이러한 경우, 간호사는 진료보조자의 위치에서 의사의 의료행위를 보조하였다고 할 수 없다. 대상판결도 '의사가 간호사에게 의료행위의 실시를 개별적으로 지시하거나 위임한 적이 없음에도 간호사가 그의 주도 아래 전반적인 의료행위의 실시 여부를 결정하고 간호사에 의한 의료행위의 실시과정에도 의사가 지시·관여하지 아니한 경우라면,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 판시하였다. 4. 이번 판결의 의미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앞으로 보험계약 체결을 위한 방문검진 실무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간호사가 방문검진을 하고 그 결과서를 작성·발급하는 과정에 의사의 지시나 감독이 필요할 것이다. 방문검진을 하는 데까지 일일이 의사가 입회할 필요까지는 없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검진과정이 의사의 주도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검진결과서 작성은 의사가 직접 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앞으로 방문검진행위가 줄어들고, 대신 병원에서의 건강검진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검진비용 상승과 그에 따른 계약 체결 비용의 부담과 관련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의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에 의한 정확한 검진과 그에 따른 보험계약 체결은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모두에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고, 무면허의료행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012-10-25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과연 존재하는가?
Ⅰ. 事案의 槪要와 經過 전통 민간요법인 침·뜸행위를 온라인을 통해 교육할 목적으로 인터넷 침·뜸 학습센터를 설립한 갑이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2항 등에 따라 평생교육시설로 신고하였으나 관할 행정청이 교육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이를 반려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 원심(서울고법 2005. 8. 25. 선고 2004누13426 판결)은, 이 사건 평생교육을 통하여 교육하고 학습하게 될 침·뜸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교육의 결과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 원고와 같이 의료법 시행 전에 종전 규정에 의하여 의료유사업자의 자격을 받은 자 외에는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될 것이 명백한 점, 이 사건 교육과정 중에 행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실습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침·뜸행위는 실제 그 실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큰 점, 이 사건 평생교육으로 침·뜸 관련과목을 교육받은 수강생들은 자신들이 교육받은 침·뜸행위를 실제 실행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원고가 각 단계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수료증까지 발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게 될 수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신고서에 첨부된 운영규칙에 기재된 교육과정의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되는지 여부, 신고에 따른 교육이 실제 이루어짐으로써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하여 이 사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신고반려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判決要旨 [1]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2조 제1항, 제2항, 제3항, 구 평생교육법 시행령(2004. 1. 29. 대통령령 제182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제2항, 제3항에 의하면,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학습비를 받지 아니하고 원격평생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누구든지 아무런 신고 없이 자유롭게 이를 할 수 있고, 다만 위와 같은 교육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학습비를 받고 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를 신고하여야 하나, 법 제22조가 신고를 요하는 제2항과 신고를 요하지 않는 제1항에서 '학습비' 수수 외에 교육 대상이나 방법 등 다른 요건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제2항에서도 학습비 금액이나 수령 등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으로서는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하고, 이러한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신고대상이 된 교육이나 학습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 [2] 관할 행정청은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이상 신고를 수리하여야 하고 형식적 요건이 아닌 신고 내용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또한 행정청이 단지 교육과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된 행위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일 뿐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형식적 심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 사항을 수리거부사유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처분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처분은 위법하다. Ⅲ. 問題의 提起-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인가? 여기서의 신고는 신고유형 가운데 어떤 신고에 해당하는가? 일반적으로 사인의 공법행위의 경우 의사표시의 방향성을 기준으로 일방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자기완결적 공법행위)과 쌍방당사자의 의사의 합치에 의해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행정요건적 공법행위)으로 나뉜다. 이에 연계하여 판례와 대부분의 문헌은 행정법상의 신고유형(자기완결적 신고=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행정요건적 신고=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정립하였다. 그리고 그 구별의 결과로 전자의 경우 수리의 비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비처분성을 논증하고, 후자의 경우 수리의 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논증한다. 그리고 신고에 대한 심사와 관련해선, 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에 국한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만이 아니라 실체적 심사까지도 할 수 있다고 본다(다른 입장이 있음). 기실 대상판결이 사안에서 형식적 심사만이 가능하다고 보기에, 여기서의 신고를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로 봄직한데, 과연 그 본연에 합당한가? Ⅳ. 關聯法規定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원격교육을 실시하거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평생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학습비를 받고 이를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③ 제1항의 경우 전문대학 또는 대학졸업자와 동등한 학력·학위가 인정되는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Ⅴ. 대상적격상의 問題點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관련해서, 판례의 대응은 통일적이지 않다. 일부는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한다. 적법한 요건을 갖춘 신고의 경우에는 행정청의 수리처분 등 별단의 조처를 기다릴 필요 없이 그 접수시에 신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수리가 거부되었다고 하여 무신고 영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12.24. 선고 98다57419판결; 1998.4.24. 선고 97도3121판결; 1995.3.14. 선고 94누9962판결; 1993.7.6.자 93마635결정; 1990.2.13. 선고 89누3625판결; 1985.4.23. 선고 84도2953판결 등 참조). 반면 일부는 수리거부의 위법성을 추가하여 적극적으로 논증하거나(대법원 1999.4.27. 선고 97누6780판결), -대상판결처럼-수리거부의 위법성만을 적극적으로 논증하기도 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누6646 판결 등). 그런데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서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하기 위해선, 법원으로선 애써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하고, 신고 그 자체로서 대상평생교육의 적법한 실시라는 형성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하여야 했으며, 또한 대상적격의 부인에 따라 각하했어야 하는데, 마치 그것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전제로 그것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대상판결의 이런 접근은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구별도식(수리의 비처분성⇒수리의 거부의 비처분성, 수리의 처분성⇒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무색케 한다(수리거부를 금지하명으로 보면 기왕의 틀에 포획되지 않는다). Ⅵ. 行政廳의 審査의 問題點 사적 영역에 대한 행정개입의 차원에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 이른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 등록제, 허가제의 구분이 문제되는데, 특히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허가제의 구분의 문제에서, 종래 많은 문헌들이 허가제와의 구별의 상실을 우려하여 후자의 경우엔 요건에 관한 형식적 심사뿐만 아니라 실질적 심사까지 행해지는 반면에, 전자의 경우엔 형식적 심사에 그친다고 보았다(그리하여 일부 문헌은 등록제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동일한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를 명시적으로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본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을 계기로 전자의 경우에도 실질적 심사가 행해지는 것으로 본다(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김중권,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가 과연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가?, 특별법연구 제9권(이홍훈 대법관 정년퇴임기념논문집), 2011.5.13., 273면 이하 참조). 결국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이제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경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고 하겠다. 대상판결은 처음부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는 전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였으며, 이에 그것을 신고수리거부의 위법성에 연결시켰다. 나아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대해서도 원심과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지면관계상 여기선 허용되는 심사의 범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와 관련해서, 종래의 논의에선 신고제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원천배제한 것이 문제라면,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의 경우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 허가제와의 구별되지 않게 실질적 심사의무를 요구한 것이 문제이다. 그런데 신고제의 경우 형식적 심사는 당연히 의무사항이나 실질적 심사는 허가제와는 달리 의무사항은 아니고 일종의 선택사항(option)이자 재량사항이다(이렇게 보면,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두22631판결에 대해 -비판의 대상인- 기속재량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사안에서 실질적 심사의 허용성을 부정하는 전제는 타당하지 않다. 현행 법령의 체제하에서 침·뜸의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행정청으로선 형식적 심사를 넘어 의료관련 다른 법률 등에 의거하여 그것의 처리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 심사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을 긍정하면, 관건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관한 판단여하이다. 처분사유의 당부와 관련해선(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하고자 한다), 침·뜸의 시술이 현행 법령하에선 의료행위로 평가가 내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제도화가 되지 않은 채, 그것이 -단순한 알림을 넘어서- 제도화를 가져다 줄 교육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법원은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 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로 보지만,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중요성이 더할 나위 없이 고조된 오늘날에는 안전법상의 일반법원칙인 국가의 사전대비(사전배려)원칙을 더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의심스러우면 안전에 유리하게"(In dubio pro securitate))(법원칙으로서의 안전성의 원칙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503면 이하 참조). Ⅶ. 맺으면서-잘못된 만남의 결과 법원의 논증이 기왕의 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틀에서 일탈하였다는 점에서 기왕의 틀 자체가 대대적인 修理를 필요로 한다. 기왕의 틀은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典據가 의심스런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서의- 수리에 관한 논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물이다. 하루바삐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제도인 점에 착안하여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의 유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사안에서 다툼의 논거는 신고제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이나, 그 본질은 현행법상의 의료행위와 민간에서 널리 전수되고 시행되어 온 침·뜸 의 시술행위의 충돌·간극이다. 대학·주류의 의학·약학에서 벗어난 특별한 치료과정, 예컨대 동종요법, 자연요법 또는 대체의학적 치료법을 법외적 상태에 두는 것은 국가가 여러 상이한 치료견해의 다툼에서 사실상 어떤 한 편을 든 셈이어서 재고가 요구된다. 참고로 우세한 대학(주류)의학·약학과 방법적·지식적으로 경쟁하는 특별한 치료법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 의약품법의 입법자는 유효성확인에 관한 법적·행정적 기준이 학문적 다툼과 치료방법상의 다툼에서 어느 일방의 편을 든다는 점을 나름 막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런 비주류적인 것에 대해선 유효성의 요청보다는 안전성의 요청이 더 강조된다(그리하여 그들은 특별한 치료법의 경우 그 나름의 전문가위원회(평가·승인위원회)에 맡기고, 동종요법적 의약품의 경우엔 선택적으로 단순한 등록절차를 허용하는 식으로 규정함으로써(동법 제38조), 다원성요청과 안전성요청간에 절충적 해결책을 도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비교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의학은 전통적인 대체요법을 융통성있게 수용·발전시켜 왔다. Vgl. Udo Di Fabio, Risikoentscheidungen im Rechtsstaat, 1994, S.172ff.).
2011-11-17
의사의 형사상 과실인정을 위한 요건 및 판단기준
Ⅰ.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경북대학교 병원 소아외과 전문의인 바, 2005. 12.12. 08:55경부터 10:20경까지 위 병원 소아과로부터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피해자 공소외 1(여, 5세)을 상대로 계속적인 항암치료를 위하여 전신마취를 하고 ‘카테터(catheter)’ 및 이에 연결된 ‘케모포트(chemoport)’를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중심정맥 및 우측 흉부에 삽입하는 수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을 함에 있어서, 피해자는 백혈병 환자로서 혈소판 수치가 지극히 낮아 수술시 지혈이 어려운 상태에서 주사바늘로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중심정맥을 찾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부위를 10여 차례에 걸쳐 지나치게 찔러 혈흉을 발생시켜, 같은 날 10:45경 위 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공소외 2가 피해자를 상대로 흉강 삽관술 등 지혈조치를 시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14:20경 위 병원 중앙수술실에서 심폐소생술을 받던 중 우측 쇄골하 혈관 및 흉막 관통상에 기인한 외상성 혈흉으로 인한 순환혈액량 감소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하급심법원은 피고인에게 형사상의 과실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① 의사는 진료방법을 합리적인 범위내에서 선택할 재량을 가지며, ② 피고인이 중심정맥을 찾기 위하여 10회 정도 쇄골하 부위를 주사바늘로 찔러 혈관 및 흉막에 손상을 가하여 혈흉을 발생시켰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상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Ⅲ. 문제의 제기 본고는 의료과오사건에서 의사에게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의사는 전문적 직업인이며 의료는 기본적으로 ‘허용된 위험’의 법리가 적용되는 영역인 사회적 기능과 요청에 비추어 볼 때에 의료과실은 결과론으로부터 논하여서는 안될 것은 물론이고, 그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이를 덮어 놓고 형사문제로 대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할 것이라는 문제점을 판단 검토하고자 한다. Ⅳ. 의사의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그 판단 기준 1. 의료과오의 특성 의료행위에 관한 형사책임의 특성은 ① 환자의 질병의 태양 및 생체의 반응은 매우 복잡 다양할 뿐더러 미해명된 영역이 다수 존재하여 생기는 진료의 곤란성, ② 현대의학 수준의 발달에 따라 진료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어 생기는 진료행위의 재량성. ③ 의사가 치료 도중에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사태에 따라 적절한 판단에 의하여 임기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경우가 많은 긴급성·단행성(진행성), ④ 의사의 치료행위 자체가 바로 인체에 위험을 주는 침해가 될 수도 있는 실험성, ⑤ 의료행위 자체가 환자측의 협력행위까지 포함되는 공동성, ⑥ 현대의 의료구조가 분업적 형태를 갖추는 경우에 자신이 분담한 의료영역에 대해서만 형사책임을 지는 개별책임성, ⑦ 의료행위는 의사와 환자만이 있는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밀행성, ⑧ 의료사고의 형사법적 처리에 있어서는 그것이 사회현실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하는 사회현실성이 있다. 2. 의사의 객관적 주의의무위반 의료과실에 관한 분석을 위해서는 형법상 과실범의 객관적 구성요소인 의사의 객관적 주의의무위반이 있어야 하고, 의사의 객관적 주의의무는 사회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 과실범의 행위 반가치를 말하며, 의료 당시의 의술의 일반적 수준에서 그 의료인이 통상적으로 기울여야 하는 결과발생 예견의무와 결과발생 회피의무를 내용으로 한다. 의료과오사건에서 의사의 과실 판단 기준은 사전 단계의 제 사정에 근거한 선택의 당부에서 구해야 하며, 결과론적인 사후판단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된다. 3. 인과관계 의료과오로 형법상 과실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적 결과가 적어도 행위자의 객관적 주의의무위반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야기된 것이어야 하고, 인과관계의 존부가 불분명한 때에는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 따라 무죄의 추정이 이루어진다. 4. 재량성 의료현상은 인체의 질병의 태양이나 생체의 반응 등이 매우 복잡 다양하고 미해명된 영역이 다수 존재하는 동시에 의료행위 자체가 고도의 전문지식과 의술을 요하여 의학상의 준칙에도 복수의 치료방법이 있으므로, 의사에게 자신의 판단에 따라 소신껏 의료행위를 하도록 의사의 판단에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재량성을 인정하여야 하고, 법적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진료기피 및 위축의료의 현상을 막아 의료의 본래 목적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의료행위에 있어 재량의 합리성은 의사에게는 발전하는 의학의 수준을 따라 가도록 늘 노력해야할 의무가 부여되고, 치료수단의 선택에 있어서도 의사는 일반적으로 인정된 여러 가지의 치료방법들 중에서 환자의 질병상태를 고려하여 가장 위험성이 적은 방법을 취해야 하고, 분업적 의료행위에 있어서는 관여된 개개의 의료인들에게 특수한 의무가 더 부과되고 동료의료인의 선택이나 감독, 그들과의 협력, 정보교환 등의 의무가 더 부과된다는 점에서 의사의 재량권이 제한된다. Ⅴ. 대법원판결의 평석 1. 의사의 재량성 본 대법원판결은 의료과오사건에 있어서 ① 의료과오사건에서 의사의 형사상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그 판단 기준과 의사가 가지는 재량의 범위 및 그에 관한 과실 유무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 판단한 점과 ② 의료행위는 ‘허용된 위험’의 법리가 적용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의사의 재량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 엄격한 증명 본 대법원판결은 의사는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항암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고, 쇄골하 정맥에 중심정맥도관을 삽입하기 위하여 쇄골하 부위에 주사바늘을 찌른 진료방법의 선택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피고인은 수술을 마친 직후 혈흉으로 의심되는 음영을 확인하고 흉부외과에 연락을 취하였고, 흉부외과 전공의가 흉관삽관술을 시행하였다는 점을 들어 의사의 과실 책임을 부정하여,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점에 비추어 볼 때에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3. 의사과실에 대한 형사처벌의 신중성 본 대법원판결은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고, ‘허용된 위험’의 법리가 적용되는 영역인 의사의 사회적 기능과 요청에 비추어 볼 때에 의료과실은 결과론으로부터 논하여서는 안되고, 그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민사배상으로 하고 형사처벌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판단 내용에 포함시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법은 헌법상의 신체의 자유권을 제한하는 가장 가혹한 제재를 그 수단으로 하고 있고, 최후수단성,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형법이 의료영역에 무모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의료형법은 극히 좁은 범위의 의료과오만을 규율해야 한다. 국가의 형벌권의 행사는 의사, 환자, 또는 국가사회의 각기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가벌적인 의료과실의 본질과 그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여 적절히 이를 조화시켜야 할 것이다. ‘허용된 위험’의 영역인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었다고 하여 형사제재를 가함으로써 의료인들의 진료기피현상이나 방어적 진료현상이 나타난다면 오히려 의료의 본질적 성격에 어긋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에도 역행하게 된다. 따라서 의사과실에 대한 형사처벌에 있어서는 그것이 사회현실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하는 점이 고려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부득이 의사과실에 대한 형사처벌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자유형보다는 벌금형만으로 그 형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의료분쟁체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① 피해자들의 피해에 대하여는 별도로 특별법으로 ‘의료보장보험법’을 제정하여 제도를 확충하고, ② ‘의료분쟁조정법’의 제정하여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조정하고, ③ 미국의 ‘감찰의’ 제도나 영국의 ‘검시관’ 제도와 같은 중립적인 엄정한 감정기관의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009-09-17
미용성형수술에 있어서의 시술의사의 주의의무
1. 사안의 개요 이 사건 피해자는 2004년 11월 15일경 피고인1 의사로부터 안면 주름 및 오른쪽 볼부위 볼거리 흉터 제거수술 등을 시행받은 뒤, 익일에 전날 성형수술시 묶어놓은 안면부 혈관이 풀려 혈종이 발생하여 얼굴이 부은 상태가 발생하게 되어 재내원했고, 이에 피고인1은 전날 성형수술 당시 절개한 부위를 다시 절개하고 혈종을 제거한 뒤 봉합했으나, 이후에도 피해자가 이상증상을 계속 호소하여 같은 달 19일과 21일 계속하여 절개부위를 다시 절개해서 혈종을 제거하거나 상태를 들여다 본 다음 다시 봉합하는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같은 달 19일의 1차 봉합수술이후 피고인1은 상피고인이 피해자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 줄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전원 요구에 응하지 않고 간호사도 배치되어 있지 않은 입원실에 피해자를 입원시키는 조치를 하는 등 피해자와 대치하다가 결국 같은 달 22경 피해자측의 강력한 요구에 못이겨 ○○병원으로 이송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피해자는 안면 오른쪽 귀 근처 수술부위의 창상이 벌어진 채 부종 및 감염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태의 상해를 입었던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업무상과실치상 외에 의료법위반,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 위증교사·위증 등 여러가지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문제되었고, 대법원에서는 피고인1에 대한 초진기록 미송부에 의한 의료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파기했으나, 업무상과실치상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는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이 건에서 업무상 과실치상의 점과 관련하여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고 하여 일반적인 의료행위에 있어서 의사의 주의의무를 설시하는 한편, “특히 미용성형을 시술하는 의사로서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에 입각하여 시술 여부, 시술의 시기, 방법, 범위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그 미용성형 시술의 의뢰자에게 생리적, 기능적 장해가 남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뿐 아니라, 회복이 어려운 후유증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경우 그 미용성형 시술을 거부 내지는 중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해 별도로 미용성형수술 의사의 주의의무에 대하여 논한 뒤, “이 사건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피고인1이 시행한 안면 주름 및 오른쪽 볼 부분 볼거리 흉터 제거수술의 목적과 방법, 위 피고인의 위 수술에 대한 지식의 정도와 시술경험, 위 수술 이후 피해자의 상태 변화, 피해자의 증상이 악화된 이후 피해자를 ○○병원에 이송할 때까지 위 피고인이 취한 조치의 내용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위 수술로 인한 부작용을 확대시키는 데 있어서 피해자의 과실이 있음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미용성형 시술을 하는 의사로서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위와 같은 성형수술 이후 그 회복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인해야 하는 범위를 초과하여 생리적·기능적 장해를 입게 되었다고 보이므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 대한 판시 업무상과실치상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옳다”고 판시했다. 3. 문제의 제기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미용성형의 경우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가 의사의 일반적인 주의의무와 비교해 볼 때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에 관한 형사적 관점에서 판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판시 내역에 주목하면서 일반적 의료행위에 관한 의사의 주의의무를 살펴본 뒤 미용성형수술 의사의 주의의무가 어떠한 점에서 차별화되는지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4. 일반적 의료행위에 관한 의사의 주의의무 대법원은 일반적 의료행위에 관한 의사의 주의의무에 관해 ‘의료과오사건에 있어서의 의사의 과실은 일반의 의사가 그 당시 의학상 일반적으로 인정된 지식과 기술에 의해서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여 의사가 행하는 의료행위의 경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관리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불법행위에서 보다는 한층 더 높은 주의의무 또는 최선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84. 6. 12. 선고 82도3199 판결). 한편, 이러한 일반적인 의료행위에 있어 ‘의사가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기준으로는 추상적이고 애매한 경우가 많으므로 의료행위가 행해지는 주변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대법원도 수차례 “의사의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겱택펯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또한 진단은 문진·사진 ·촉진·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터 잡아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과정에 있어서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그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 잡아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한다”고 하여 의료과실의 구체적 판단규준에 관해 제시해 왔다(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496 판결,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20755 판결,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다33875 판결 등 참조). 5. 미용성형수술 시행 의사의 주의의무 미용성형수술의 경우 피시술자가 정상적인 외관과 기능을 지니고 있는 상태에서 피시술자의 개인적인 심미적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되는 것이므로 의학적 적응성과 치료의 긴급성이 질병과 상해에 대한 치료가 주목적인 일반적인 의료영역과는 차별화되고 있다. 또한 미용성형수술의 경우 영리적 목적이 강하고, 적극적으로 행해지는 의료광고를 통해 피시술자가 수술시행 의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술 전에 의사와 피시술자 사이에 구체적 결과에 대한 상호협의 후에 이루어지는 등 도급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일반적 의료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것과는 다른 고도의 주의의무가 부과될 필요성이 있다. 대법원 역시 위 판시내역과 같이 미용성형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에 대해 보다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듯 하다. 즉, 미용성형수술의 경우 첫째, 의학적 필요성이 적고 긴급성이 없기 때문에 시술자인 의사로서는 피시술자의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감과 피시술자가 원하는 구체적 결과에 관해 충분히 경청한 뒤 현대 임상의학의 발달수준에 맞추어 피시술자가 원하고자 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숙고해야하고, 둘째, 피시술자의 특이체질 등에 관하여 면밀한 검사를 거친 뒤 시술 여부 및 시술방법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셋째, 만약 피시술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거나 미용성형수술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사료되는 경우 시술을 중단해야 할 의무까지 부과하고 있고, 넷째, 미용성형수술을 시행하는 의사가 시술을 시행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때 향후 미용성형수술로 남을 수도 있는 피시술자의 생리적·기능적 장해에 관한 예견가능성도 확대되며, 다섯째, 수술 후 피시술자에게 위 장해가 남지 않도록 피시술자가 알아야 할 대처에 관한 요양방법의 지도의무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러한 미용성형수술 의사의 주의의무가 일반 의료행위 시술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와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반론도 있으나, 일반 의료행위의 경우 의학적 적응성과 치료의 긴급성이 있을 경우에는 그 의료행위로 인해 생명에 위험이 야기되는 경우에도 구명(救命)의 가능성이 있다면 시술을 중단해서는 안 되고 시행해야 하며, 또 그 의료행위로 인해 사전에 예상되는 후유증이나 수술자국 등 장해가 남는다고 하더라도 그 의료행위가 추구하는 구명의 목적이 달성되었다면 이를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지칭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보여진다. 6. 이 사건 판례의 검토 및 결론 미용성형을 시술하는 의사가 지녀야할 주의의무에 대해서는 일찍이 민사판결인 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다59304판결에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적시한 법리가 판시된 바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그러한 민사상 적시되어 온 미용성형수술 의사의 주의의무를 형사상의 미용성형수술 의사의 주의의무를 판단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됨을 명시화한 것으로 보인다.
2008-06-16
1
2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판결기사
2024-04-07 10:1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