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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권 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인사교류 계획에 의한 전출명령의 문제점에 관한 소고
Ⅰ. 사안의 개요 원고는 1978. 11.1. 지방행정서기보 시보로 임용되어 종로구 세종로동사무소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래 종로구 도시정비국 주택과, 강서구 발산동사무소 등을 거쳐 서울특별시 건설행정과에서 근무해 오던 중 1995. 7.1. 지방자치제가 실시됨에 따라 개인사정과 출·퇴근 등의 사유로 인사교류를 신청하여 1996. 2.1. 강서구로 발령받아 2006. 10.1.까지 근무해 왔다. 그런데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피고)이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 2 제2항, 제3항, 지방공무원임용령 제27조의5, 서울특별시지방공무원인사교류규칙에 의거하여 서울시인사교류협의회에서 심의를 거쳐 확정된 '시·자치구 4급 이하 공무원 인사교류계획'에 의하여 피고 서울특별시장이 권고한 바에 따라 2006. 10.2. 원고를 구로구로 전출하는 내용의 명령(전출명령)을 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제2항 규정의 인사교류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소속 공무원을 전출하는 것은 임명권자를 달리하는 지방자치단체로의 이동인 점에 비추어 반드시 당해 공무원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대법원 2001. 12.11. 선고 99두1823판결, 헌법재판소 2002. 11.28. 선고 98헌바101, 99헌바8결정 등 참조), 따라서 위 법 규정의 위임에 따른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도 본인의 동의를 배제하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는 위 규정에 의한 인사교류의 일환으로 그 소속 공무원인 원고에 대하여 그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임명권자를 달리하는 구로구로 전출을 명하는 이 사건 전출명령을 한 점을 알 수 있고 사정이 그와 같다면, 이 사건 전출명령은 원고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위법한 처분으로서 취소되어야 할 것이다. Ⅲ.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전출명령은 당초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 2 제2항에서 정한 인사교류협의회의 심의절차도 거치지 아니하고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고 그 후 인사교류협의회가 개최되어 심의절차를 거침으로써 사후 그 절차가 보완되었다 하더라도 그 심의결과에 행정, 기술, 기능직 교류희망자는 반드시 본인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피고 강서구청장은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전출명령을 행하였으므로, 이 사건 전출명령은 위 인사교류협의회의 심의결과에 위배된 것으로서 위법하다. (2) 이 사건 전출명령의 근거법령인 지방공무원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은 제1호에서 5급 이상 공무원 또는 6급 기술직렬을 교류하는 경우, 제2호에서 인접 자치단체 상호간에 교류하는 경우, 제3호에서 5급 이하 공무원의 연고지 배치를 위하여 교류하는 경우를 각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전출명령은 위 지방공무원임용령 제27조의 5 제1항 각 호의 요건에 모두 해당되지 아니함에도 원고의 동의없이 강제로 이루어졌으므로 인사권남용에 해당되어 위법하다. (3) 이 사건 전출명령은 원고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아니한 강제전출로서 헌법상 공무원의 신분보장 원칙, 정치적 중립 원칙,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여 무효이고, 중앙정부가 행하는 부처간, 중앙·지방간 인사교류에는 본인의 신청이나 동의를 받아 인사·급여상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이 사건 전출명령은 아무런 인센티브의 제공없이 출·퇴근시 3시간이나 소요되는 곳으로 강제로 전출시키는 것으로서 헌법상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여 무효이다. Ⅳ. 관계법령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인사교류) ② 시·도지사는 당해 지방자치단체 및 관할구역안의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인사교류의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당해 시·도에 두는 인사교류협의회에서 정한 인사교류기준에 따라 인사교류안을 작성하여 관할구역안의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인사교류를 권고할 수 있다. 이 경우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 지방공무원임용령(대통령령) 제27조의5(지방자치단체간의 인사교류) ① 법 제30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인사교류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다음 각호와 같다. 다만, 제3호에 의하는 경우에는 본인의 신청 또는 동의가 있어야 한다. 1. 지방자치단체간 인력의 균형있는 배치와 지방행정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5급 이상 공무원 또는 6급 기술직렬공무원을 교류하는 경우 2. 행정기관 상호간의 협조체제증진 및 공무원의 종합적 능력발전을 위하여 인접 지방자치단체간 교류하는 경우 3. 5급이하 공무원의 연고지 배치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Ⅴ. 문제의 제기 원고의 주장에 대해 제1심(서울행정법원 2007. 8.14. 선고 2007구합4919 판결)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고,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8. 3.25. 선고 2007누22452 판결) 역시 그러하였다. 제1심은 지방공무원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을 중심으로 사안이 동항 제2호에 해당하는 즉, 대상자의 동의가 요구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나름의 근거에 의거하여 대상 공무원의 동의 요구는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인사교류제도의 목적 달성을 저해한다고 하면서, 사안에서 전입지가 그다지 멀지 않기에 원고의 동의 없이 행한 이 사건 전출명령이 헌법상 보장된 공무원의 신분보장, 정치적 중립,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등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전출명령(결정)에는 대상자의 동의가 전적으로 요구된다는 기조를 취한다(이에 대하 평석으로 박연욱, 대법원판례해설 제78호(2008 하반기)(2009.07), 94면이하).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찬동하지만, 논증방식에선 생각을 달리하기에 이하에선 현행 법제상의 전출입제도의 본질에 의거하여 관련 문제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Ⅵ.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제2항 규정의 인사교류와 공무원의 동의필요 대상판결은 대법원 2001. 12.11. 선고 99두1823 판결과 헌법재판소 2002. 11.28. 선고 98헌바101, 99헌바8 결정을 참조하여 동의필요를 논증하였다. 그런데 참조대상 판결과 결정에서 다툼의 대상은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제2항이 아니라 동법 제29조의3 조항이었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논증은 문제가 있다. 오히려 참조대상 판결로 인해 일찍이 수원지방법원 2003. 8.20. 선고 2002구합5079 판결과 그 항소심인 서울고법 2004. 9.15. 선고 2003누15968 판결은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조항에 의한 전입전출과 동법 제29조의3 조항에 의한 전입전출을 구별하는 태도를 취하였고. 기본적으로 전자의 경우에는 해당 공무원의 동의를 요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2003누15968 판결의 상고심인 대법원 2005. 6.24. 선고 2004두10968 판결 역시 드러나진 않지만 항소심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한 점에서 동일한 맥락에 서 있다고 봄직하다(2004두10968 판결의 문제점에 관해선 졸고, 人事交流計劃이 결여된 轉出決定(命令)의 效力에 관한 小考, 행정판례연구 제15집 제1호, 2010년 6월 30일 발간예정). 사실 지방공무원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이 당사자의 동의요구를 사실상 예외적 상황에 두고 있기에, 동의요구에서의 이원적 접근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먼저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조항과 동법 제29조의3 조항의 체계를 정립하지 않고선 이원적 접근에 반론을 제기하기란 쉽지 않다. 요컨대 지방공무원법 제29조의3 조항에 의한 전입전출 역시 인사교류의 한 방식이다. 따라서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조항에 의한 인사교류를 (일반적)포괄적·개괄적 인사교류로, 지방공무원법 제29조의3 조항에 의한 인사교류를 개별적 인사교류로 볼 수 있으며, 아울러 -인사교류의 방식인 전입전출을 대입하여-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조항은 인사교류계획에 의한 전입전출로, 지방공무원법 제29조의3 조항은 인사교류계획과 무관한 전입전출로 설정할 수 있다. 이처럼 일원적으로 접근하면서, 동시에 임용을 동의를 필요로 하는 행정행위로 보는 것을 바탕으로 전출결정을 -전입결정자의 '특별임용'이 예정된- 의원면직으로, 전입결정을 특별임용으로 보는 필자의 입장에 서면(졸저,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235면 이하 참조),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제2항에 의한 인사교류의 경우에도 당사자의 동의는 필수적 요청이다. Ⅶ. 지방공무원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의 문제점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이 동의필요사안과 동의불요사안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으며, 제1심과 제2심이 이런 기조에 바탕을 두고서 접근한 이상,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행정상의 전출'이란 '공행정주체가 그 소속 공무원에 대해 -그의 종전의 지위와 신분상의 변화는 주지 않으면서- 다른 공행정주체와의 새로운 신분상의 귀속관계를 설정하도록 이제까지의 신분상의 귀속관계를 해소하는 것'으로, '전입'이란 '공행정주체가 전출에 대응하여 전출대상자에 대해 -그의 종전의 지위와 신분상의 변화는 주지 않으면서- 새로운 신분상의 귀속관계를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찍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당사자 본인의 동의가 명시적으로 요구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방공무원법 제29조의3에 당연히 그의 동의에 관한 요구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볼 정도로, 전출과 전입은 해당 공무원에 대해 그의 신분관계에서 매우 중대한 영향을 준다. 즉, 신분관계에서 그 귀속관계의 해소는 비록 앞으로도 신분관계의 기본에는 변함이 없더라도, 앞으로의 경력관리나 승진 등에서 전출 그 자체만으로도 직업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요컨대 과거의 전통적인 특별권력관계이론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하면,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조항이 명시적으로 당사자의 동의불요가능성을 언명하지 않는 이상, 그것의 위임명령인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에서 同意要否를 규정한 것은 법치국가원리에 반한다. 따라서 적어도 -비록 설득력있는 논거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대상판결처럼 동항에 대해 본인의 동의를 배제하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라고 해석하지 않으면, 동항은 위헌성을 면할 수 없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이런 태도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의 관점을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에 바로 대입하면, 규범통제의 문제가 되어 동조항의 위헌·위법성이 바로 도출되고, 이에 동조항의 개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런 과정에서 모법률에서의 명시적인 동의요구까지도 자연스럽게 미칠 수 있다. Ⅷ. 맺으면서-de lege ferenda적 물음 일체의 전출전입에 대해 당사자의 동의를 요구하면, 행정조직의 유연화라는 시대흐름과는 배치될 수 있다. 사실 제1심은 이런 정책적 관점을 논거로 내세웠다. 따라서 현행법을 중심으로 한 de lege lata적 접근이 아닌, de lege ferenda적(입법정책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1997년의 공직법개혁법률의 제정을 기화로 그들의 舊 공무원법기본법 제18조는 전출에서 해당 공무원의 동의결여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리고 동법을 대체하여 2009. 4.1.부터 발효한 공무원신분법(Beamtenstatusgesetz) 제15조는 기본적으로 전출에 해당 공무원의 동의를 요구하면서, 아울러 동일한 기본급이 주어지는 경우엔 해당 공무원의 동의가 없더라도 전출이 가능하도록 규정하였다. 새삼 행정조직법의 현대화가 현하의 과제이다.
2010-06-28
김남진 동아대법대 초빙교수
울산광역시장에 대한 북구청장의 감독불복소송
Ⅰ. 사실관계 (1) 이른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라 한다)은 2004. 10.경 당시 국회에 계류중에 있던 ‘공무원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총파업을 예고하였다. (2) 이에 행정자치부는 2004. 10. 25.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 앞으로 전공노 총파업 예고 등의 사태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으며, 같은 달 30.에는 시·도 자치행정국장들을 상대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원천봉쇄하는 등 소속 공무원에 대한 복무관리를 철저히 하여 줄 것을 당부하였다. (3) 피고(울산광역시장)는 2004. 11. 15. 전공노의 총파업에 참여하여 복귀명령에 응하지 아니한 직원에 대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징계의결요구를 할 것을 관할 구·군에 지시하였는데, 원고(울산광역시 북구청장)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공노’의 2004. 11. 15.자 파업에 참가한 공무원 중 6명을 승진임용(이하 ‘이 사건 승진처분’이라 한다)하였다. (4)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승진처분’을 철회할 것을 지시하였으나 원고가 그에 응하지 않으므로,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에 의거하여 원고의 ‘이 사건 승진처분’을 취소하였다. (5)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승진처분’의 취소처분(이하 ‘이 사건 감독처분’이라 한다)이 위법, 무효임을 이유로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2항에 의거하여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였다. Ⅱ. 대법원의 판단(요지) [다수의견] (1)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당시 ‘전공노’는 관계법령에 의하여 그 설립이 허용될 수 없는 단체였고, 공무원들이 위와 같이 전공노의 파업에 참가한 행위는 법률상 금지된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확보한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행하여진 집단적 행위로서 당시는 물론 현행법 하에서도 금지되는 행위인 점, 전국적인 규모로 ‘전공노’의 불법파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가는 공직기강과 사회 안정 확립, 서민생활 보호 및 공무원단체의 불법집단행동 금지 등 국법질서 유지를 위하여 부득이 불법파업에 간섭할 수밖에 없고, 이와 같이 국가가 공무원들에게 불법파업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경우 그와 같은 ‘전공노’의 불법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지방공무원법에서 공무원에 대하여 부과한 각종 의무를 준수하는 것인 점, 그런데도 ‘전공노’는 전국적인 규모로 총파업을 강행하였고, 이 사건 공무원들이 전공노의 총파업에 참가하였던 점, 지방자치단체의 자치행정은 국가통치질서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므로 지방자치는 국가법질서의 한계 내에서 인정되어야 함은 물론, 지방자치행정의 국가법질서에 대한 위반은 통제되어야 하고, 따라서 위와 같은 통제의 일환으로 피고가 전국적으로 발생한 위와 같은 위법한 행위를 한 공무원들에 대하여 징계의결을 요구하라고 계속 촉구하였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관할구역 안의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준수해야 할 것인 점, 그런데 원고는 불법파업에 참가하여 무단결근이 확인된 공무원들에 대하여 더 이상의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징계의결요구를 계속 거부하여 온 점과 그밖에 공무원단체의 불법집단행동이 공직사회 및 일반국민에 미치는 영향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무원들의 행위는 임용권자의 징계의결요구 의무가 인정될 정도의 징계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공무원들에 대하여 지체없이 관할 인사위원회에 징계의결의 요구를 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피고의 여러 차례에 걸친 징계의결요구 지시도 무시하고 이 사건 공무원들에 대하여 징계의결요구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승진임용시키기에 이르렀는바, 원고가 행한 이 사건 승진처분은 법률이 임용권자에게 부여한 승진임용에 관한 재량권의 범위를 현저하게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한 처분이라 할 것이다. (2)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명하였음에도 원고가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자, 이 사건 승진처분을 취소한 것은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에 근거한 것으로서 적법하고,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 후문의 ‘법령위반’의 의미를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의미를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해석하지 아니하고 형식적 해석에 그쳤으며, 원고의 이 사건 승진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님에도 법령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고, 오히려 피고의 이 사건 취소권의 행사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임에도 이를 간과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가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 후문을 근거로 원고의 이 사건 승진처분에 대하여 취소권을 행사한 것이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바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반대의견은 먼저 지방자치에 있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 또는 상급 지방자치단체와 하급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지방자치단체장이 소속된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기본입장이나 가치관이 대립·상충되는 사안”을 상정하면서, “원칙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자치사무에 관한 한 지방자치의 본질상 당해 지역의 주민들로부터 민주적인 정당성을 부여받은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가 우선해야 할 것이다”라는 전제하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의 법령위반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반대의견은 수긍할 수 없다.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지방자치법 제157조의 규정은 위법·부당한 행정처분에 대한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그 대상적격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나 상급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대한 지도·지원이란 한도 내에서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통제 관여범위에 관한 규정이다. 따라서 그 통제의 범위에 관하여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이 보장하고 있는 자치권의 확보를 위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그 ‘법령위반’의 개념은 일반적인 ‘위법’의 개념과는 달리 좁은 의미에서의 형식적인 ‘법령의 위반’으로 풀이해야 할 것이다. Ⅲ. 검 토 1. 피고등의 감독권행사의 법적근거 지방자치법 제157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그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한다고 인정될 때에는 시·도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시·군 및 자치구에 대하여는 시·도지사가 기간을 정하여 서면으로 시정을 명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 자치사무에 관한 명령이나 처분에 있어서는 법령에 위반하는 것에 한한다](제1항)라고 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에서의 피고의 원고에 대한 감독권행사(원고에 의한 ‘이 사건 승진처분’의 취소)는 이에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의 원고에 대한 그밖의 감독권행사, 즉 행정자치부의 원고 등에 대한 ‘전공노 총파업 예고 등의 사태에 대한 엄정대처요구’ 및 피고의 원고에 대한 ‘총파업에 참여한 직원에 대한 징계의결요구’는 그의 법적 근거가 애매하다. 국가(중앙행정기관인 행정자치부장관) 및 시·도지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하여 조언, 권고, 지도와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할 수 있으나(지방자치법 제155조 참조), 엄정대처요구, 징계의결요구와 같은 ‘명령’을 발할 권한은 인정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 피고의 감독권행사의 적법성 여부 소속공무원에 대한 승진 등 ‘인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속한다고 판단된다(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1의 마목 참조).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인사에 대하여는 그 인사에 ‘법령위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감독청이 시정명령, 취소·정지 등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새겨진다. 지방공무원의 승진임용은 임용권자가 임의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지방공무원법(제2장), 지방공무원임용령(제4장)에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하도록 되어 있는바, 그들 규정에 입각할 때, 승진임용요건을 충족한 공무원이 ‘전공노’가 주최하는 총파업에 참가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승진에서 탈락시키기는 어렵지 않나 판단된다. 3. 결 론 적어도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는, 이 판결에서의 [반대의견]과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더 설득력을 지니는 것으로 판단된다.
2007-09-17
김남진 경원대 법정대 겸임교수
장관이 정하는 범위안에서와 위임입법의 한계
Ⅰ. 事件의 槪要 (1)정부는 2001년1월. 대통령령제17113호로 지방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5조 제4항(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한다)을 신설하였는데, [시간외근무수당의 지급기준, 지급방법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정한다]고 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2)행정자치부장관(이사건의피청구인)은 위‘이사건규정’에 의거하여 2002.1.25.자로 지방공무원수당등의업무처리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을 정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시달하였던바, [평일은 1일 2시간 이상 시간외근무한 경우에 2시간을 공제한 후 4시간 이내에서 매분단위까지 합산]하여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하라고 하는 것이 그의 핵심적 내용이다. (3)그러나 위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지침’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침해한 것임을 이유로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강남구(청구인)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 것이 이 사건의 개요이다. <결정요지> 장관이 정하는 부령으로 정하라는 것인지 훈령(행정규칙)으로 정하라는 것인지 분명치 않으며 부령과 훈령을 같은 가치의 것으로 보아 그 어느 것을 취할것인가에 관하여 장관에게 재량권이 있는듯이 판시하고 있음은 위임입법의 민주적·법치국가적 의미와 중요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Ⅱ. 當事者의 主張 1. 請求人의 主張 要旨 (1)청구인은 헌법 제117조, 제118조 및 지방자치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지방자치단체로서, 인적고권, 재정고권 등의 지방자치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청구인은 청구인 소속 지방공무원의 수당에 관한 지급기준, 절차, 방법 등을 구체화하는 수당업무처리규정의 제정에 관한 권한과 청구인소속 지방공무원의 수당에 관한 예산의 편성 및 집행권한이라는 자치권한을 가지고 있다. (2)청구인의 수당업무처리규정의 제정에 관한 권한과 수당에 관한 예산의 편성 및 집행권한은 자치사무에 해당되므로 국가의 감독은 적법성의 구비 여부에 한정되는 것이고, 법률 및 (법률이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사항을 규정한) 대통령령이나 부령에 의하여 규제받을 뿐이다. (3)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아무런 법적 권한 없이 청구인 소속의 지방공무원에 관한 수당업무에 관한 이 사건 지침부분을 정하여 청구인에게 시달한 행위는 헌법 제117조, 제118조 및 지방자치법에 의하여 보장된 청구인의 자치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4)이 사건 지침부분이 모든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일률적으로 평일에 시간외근무시간 중 2시간을 공제하여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율하는 것은 청구인의 예산의 범위 내에서 시간외근무수당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치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2. 被請求人의 主張 要旨 (1)지방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2002. 1. 19. 대통령령 제17490호로 개정된 것)은 지방공무원법 제44조 및 제45조에 근거한 것으로서 지방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의 종류, 지급금액, 지급기준, 지급방법 등을 정하고 있다. 위 규정 제15조 제4항은 전문기술성과 통일적 해석기준의 필요성 때문에 시간외근무수당의 지급기준, 지급방법을 행정자치부장관이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2)지방공무원수당에 관한 업무가 자치사무라고 하더라도 행정자치부장관은 지방공무원법 제45조에 근거한 지방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5조 제4항에 의거하여 지방공무원의 시간외근무수당의 지급기준과 지급방법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평석요지> 지방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5조 제4항에서 말하는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라는 것은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범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법규명령이 아닌 단순한 행정규칙에 의해 정해지는 것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되므로 이 조항자체는 헌법 제117조제1항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다. Ⅲ. 憲法裁判所의 決定 要旨 (1)헌법 제117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령’에는 법률 이외에도 헌법 제75조 및 제95조 등에 의거한 ‘대통령령’, ‘총리령’ 및 ‘부령’과 같은 법규명령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법령의 직접적인 위임에 따라 수임행정기관이 그 법령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구체적 사항을 정한 것이면, 그 제정형식은 비록 법규명령이 아닌 고시, 훈령, 예규 등과 같은 행정규칙이더라도, 그것이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으로서 기능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한 헌법재판소의 판시(헌재 1992. 6. 26. 91헌마25, 판례집 4, 444, 449)에 따라 헌법 제117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법령’에는 법규명령으로서 기능하는 행정규칙이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방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5조 제4항에서 말하는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라는 것은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범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법규명령이 아닌 단순한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되므로 이 조항 자체는 헌법 제117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다. (2)국가는 지방재정의 건전한 운영과 엄정한 관리를 도모할 목적으로 지방재정법 및 지방재정법시행령을 통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과 집행에 관한 사항을 총체적으로 규율하고 있고 이 사건 지침부분은 그러한 총체적 규율의 일부를 구성하므로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시간외근무수당에 대한 예산을 자유롭게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지침부분은 그 내용으로 볼 때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재정운영을 제한하는 정도일 뿐이지 예산편성과 재정지출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권한을 유명무실하게 할 정도의 지나친 규율이라고는 볼 수 없고 따라서 그 불합리를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지침부분은 청구인의 자치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Ⅳ. 評 釋 1. 問題의 發端 (1)서울특별시의 ‘강남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재정이 넉넉한 자치구(기초지방자치단체)로 알려져 있다. 그의 직접적인 원인은 종합토지세의 수입이 많은 데에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강남구에는 땅 부자가 많이 살고 있는 것이다. 2001년도 강남구의 종합토지세액은 823억원에 이르고 있다. 같은 연도의 도봉구의 종합토지세액이 72억원이고, 관악구의 그것이 95억원임에 비추어 볼 때, 강남구의 세액 수입이 다른 기초자치단체에 비해 얼마만큼 많은가 하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2)강남구는 그러한 풍부한 재정력을 바탕으로 비교적 넉넉한 시간외수당을 소속 공무원에게 지급하였고, 그것이 분란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를 해결 또는 조정할 의도에서 제정된 것이 문제의 대통령령(‘이 사건 규정)이며, 행정자치부장관의 행정규칙(‘이 사건 지침’)인 셈이다. 2. ‘長官이 정하는 범위안에서’의 모호성과 문제점 앞에 적어 놓은 바와 같이 대통령령인 ‘이 사건 규정’은 지방공무원의 시간외근무수당과 관련하여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규정’ 및 그에 의거한 ‘이 사건 지침’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장관이 정하는’이 部令으로 정하라는 것인지 訓令(행정규칙)으로 정하라는 것인지 분명치가 않다. 둘째, 부령과 훈령을 同價値의 것으로 보는 점에 문제가 있다. 헌법(제95조)에 근거를 두고 있는 위임입법으로서의 部令과 원칙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구속력을 가지며 법률의 授權없이도 정할 수 있는 訓令은 결코 同列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그 양자를 동열의 것으로 보아 그 어느 것을 취할 것인가에 관하여 장관에게 재량권이 있는 듯이 판시하고 있음은 ‘委任立法’의 민주적, 법치국가적 의미와 중요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2003-07-07
이덕연 공주대법학과 교수
기초의회의원선거 정당표방금지의 위헌성
I. 사건개요 및 결정요지 1998년 6월 4일에 실시된 제2차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의원선거의 경우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의 표방’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선거법으로 칭함) 제84조에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후보자가 기소된 사건에 대하여, 1심(대전지방법원)에서는 벌금 3백만원이, 항소심(대전고등법원)에서는 동조 단서에서 허용하고 있는 ‘당원경력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되었고, 대법원은 금지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전고등법원은 환송사건의 심리중 선거법 제47조 제1항 중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를 제외한다’의 부분과 동법 제84조 중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의 부분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여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헌재는 선거법 제47조 제1항에 대해서는 재판의 전제성을 부인하고, 제84조에 대해서만 본안판단을 하여, 헌재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의견을 변경(1999.11.25, 99헌바28 결정 참조),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 논거는, 첫째는 지방분권과 자율성의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선거후보자에 대하여 정당표방을 금지하여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도출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이다. 정당표방의 금지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 실효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바, 우선 그 적합성이 부인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의 정치형성적 기능이나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에 따른 순기능을 최근 정치환경의 급속한 발전추세에 비추어 볼 때,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고 일체의 표방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최소침해성과 균형성의 요청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두 번째는 선거법 제84조 본문에서는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반면에 단서에서는 정당표방과 분명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를 허용하고 있는 바, 이는 후보자의 입장에서 허용 또는 형벌과 연계되어 금지되는 의사표현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명확성원칙에도 위배된다는 판단이다. 셋째는 지방선거 중 기초의회의원선거 후보자만을 불리하게 달리 취급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자치기능보장의 관점에서 볼 때 광역 및 기초단체장선거나 광역의회의원선거는 기초의회의원선거와 아무런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견해이다. 특히 정당영향배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정치·행정적 기능과 역할, 공천헌금 등 선거과정에서 빚어지는 부작용을 감안할 때 그것이 우선 적용되어야 할 기초단체장선거에서는 오히려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있는 바,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에게만 정당표방을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다. II. 평석 1. 개요 전술한 바와 같이 이 결정은 헌재 사상 두 번째의 의견변경이다. 동일한 법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합헌결정이 내려진 후 약 3년 2개월 정도의 세월이 지난 시점의 일이다. 당시 합헌결정에 관여한 재판관 중 8명은 교체되었고, 다른 재판관 두 명과 함께 반대의견을 제시한 한대현 재판관만이 유일하게 이번 결정에 참여하였다. 소수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은 이례적으로 위 99헌바28 결정의 요지로서 반대의견의 說示를 대신하는 방법으로 판례를 뒤집을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없음을 강조하였다.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의 문제는 1988년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이 제정되어 약 30년 만에 지방선거가 부활된 이후 계속 논란되어 온 바, 첨예하게 찬반양론이 대립되어 온 사정은 세 번에 걸친 입법(1990.12.31, 1994.3.16, 1995.4.1)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 입법변천의 과정이 여당과 야당간의 정치적 대립과 절충의 산물임은 물론이다. 그 타당성 여부는 떠나서 정당참여를 전면 허용한 통합선거법(법률 제4379호) 규정은 실제로 한번도 시행되지는 못하였고, 지방선거 직전에 급조된 나머지 두 번의 입법은 제도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결여된 여·야당간의 정략적인 타협을 통한 ‘승리확률 나누어먹기’였다. 2. 정치와 헌법(재판) - 입법형성의 자유 위에서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의 문제에 대한 입법변천과 판례변경의 배경을 굳이 개술한 것은 그 자체가 정치와 헌법, 정치와 헌법재판의 관계에 대한 논의에 유용한 소재로서 본 평석의 입론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헌법을 일차적으로 해석하고 구체화하는 것은 우선 의회입법자의 일이다. 정당한 가치실현과 배분의 방법과 기준을 정하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정치규범으로서 헌법은 정치의 방법과 형식을 규율하고, 가치규범으로서 헌법은 정치형성의 한계와 지침을 제시한다. 이러한 헌법규범의 한계와 지침에서 일탈하지 않는 한 정치는 정치에 맡겨져 있다. 입법은 투쟁과 타협을 내용으로 하는 정치의 과정과 형식인 동시에 그 결과이다. 당부 및 우선순위 등에 대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어떤 정책목적을 설정하고, 여러 수단 중 어떤 수단을 가장 합목적적인 것으로 판단하여 선택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입법형성의 자유, 즉 입법재량에 맡겨져 있다. 본질성이론에 따른 법률유보 또는 의회유보의 원칙이 최종결정권한의 배분에 관한 기준이라고 한다면, 입법형성의 자유는 배분된 결정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책임정치의 자유이다. 전자가 의회와 행정부간의 권력분립을 대상으로 한다면, 후자는 의회와 헌법재판소상호간의 권한배분, 즉 헌법재판소에 의한 입법통제의 가능성과 한계의 문제와 연계되는 바, 이 둘은 대상은 달리하지만 권력분립의 문제에 대한 판단준거라는 점에서는 같다. 따라서 본질성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옳은 결정’ 또는 ‘기능적합적 기관구조(funktions- gerechte Organstruktur)’의 논리형식, 즉 결정의 주체, 즉 기관의 구성과 조직, 의사형성 및 결정의 절차와 형식 등의 관점에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의 크기를 기준으로 하여 최종결정권을 배분하는 관점은 입법형성의 자유의 범위와 그 한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여기에서 ‘옳은 결정’은 단순히 결정의 실질적인 내용만이 아니라 그 과정과 방법의 정당성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이렇게 본다면 입법형성의 자유는 헌법재판의 통제밀도의 문제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로 이해되고, 이는 결국 기능적 권력통제의 관점에서 정치와 헌법재판의 적정한 분계선 설정의 문제로 귀착된다. 입법형성의 자유는 그 영역과 대상에 따라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그 법리적 설득력은 전술한 바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 입법자를 전제조건으로 해서만 인정된다.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의 문제는 지방자치운영의 현실과 제반 정치환경의 현황과 발전추세 등에 대한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에 기초해서 결정되어야 하고 또한 선거와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기 때문에 여당과 야당간의 정치적 타협과 절충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비교적 폭넓은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전형적인 ‘정치문제’(political-question)의 하나이다. 그러나 또 한편 이 문제는 지방선거에 대한 중앙 입법자의 입법형성이라는 점에서 헌법상의 민주적 선거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아니됨은 물론이고, 그 자체가 지방자치의 제도보장에 내포되어 있는 기능적 권력통제의 관점에서 헌법적 한계가 분명한 문제이다. 이 한계 및 한계유월 여부의 확인은 전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속한다. 이러한 양면성에 비추어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입법통제에는 과단성과 함께 절제가 요구된다. 전술한 입법변천의 배경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입법형성의 자유를 허용할 만한 입법자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일방적이고 성급한 ‘사법자제’(judicial self-restraint)의 요청을 반박하는 설득력 있는 논거가 될 수는 있지만, 헌법재판소가 무제한 입법후견인의 입장에서 정치적 판단을 대신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한 시각은 논리학 용어 그대로 ‘발생학적 오류’일 뿐이다. 3. 헌법재판의 기능적 한계 헌법재판을 통한 입법통제의 적정한 범위와 양식은 ‘기능적 한계’(funktionelle Grenzen)의 관점에서 사안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 차별화된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은 그 적정성을 검토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와 이유가 있다. 헌재의 위헌결정의 논거는 과잉금지원칙, 명확성원칙 및 평등원칙 위배이다. 이 중 우선 명확성원칙 위배의 판단에는 이견이 없다. 정당표방과 당원경력의 표시가 선거현실에서 분명하게 구별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실제로 대법원과 하급심법원이 상반된 해석을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동 원칙이 특히 강조되는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입법으로서는 법령체계상 중대한 결함이 의심되고, 더구나 이 해석의 불분명함이 형벌권행사의 예측불가능성으로 귀착된다는 점에서 헌재의 엄격한 헌법해석과 적극적인 입법통제가 요구되는 전형적인 경우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과잉금지원칙 및 평등원칙 위배의 판단은 의문이 없지 아니하다. 여기에서 지방자치제도 운영의 실태나 지방선거의 현실, 기타 제반 정치환경의 발전추세 등에 대한 헌재의 판단과 이에 기초한 정당참여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비교평가의 내용상의 당부는 논점에서 배제된다. 또한 정당의 지방선거참여 허용의 당위성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도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접근·판단 자체와 결정형식의 적정성 여부이다. 헌재가 이 두 가지 원칙과 관련하여 제시한 위헌의 논거는 대부분이 정당운영 및 선거문화 등의 정치현실과 정치환경의 발전추세나 기타 지방자치제도의 운영 등에 대한 정책적·정치적 판단들이다. 적합성원칙의 위배의 이유로 지적된 정책수단으로서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판단이나, 이에 대한 논거로 제시된 정당표방의 허용과 지방분권 및 지방자율성의 저해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의문이 그러하다. 또한 균형성의 원칙과 관련, 지역주의의 상대적인 약화나 혁신정당의 제도권 진입, 1인 2표의 정당비례대표제의 시행 기타 상향식 공천제도의활용 등 정치환경의 변화에 따른 정당정치와 지방선거문화의 발전에 대한 전망과 이에 기초한 정당참여의 순기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취급의 이유로 제시되는 바, 즉 정당영향의 배제 또는 정당참여허용의 관점에서 볼 때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단체장과 의회의원 선거가 ‘서로 법적으로 동일한 사실관계’에 있다고 본 것이나, 정당영향배제의 당위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초의회의원보다는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우선 해당된다는 인식도 정치적 사실의 확인에 해당된다. 어쨌든 헌재의 이러한 사실확인과 전망에 터잡은 판단은 이전의 합헌결정과는 상반된 것인 바, 이는 결정적으로 지난 3년여 세월에 담긴 정치환경의 발전적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따른 결론이다. 최근 대선과정을 통해서 지방분권이 새삼 국정의 중심어젠더로 부각되고 있는 정치상황과 여론의 흐름도 적어도 간접적으로는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헌법재판의 기능적 한계의 관점에서 앞으로 정치·사회적 구조와 정치환경변화의 불확실성만을 감안하여도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정치적 형성과정을 통해 재론·정리되어야 할 사항이 아니었는가? III. 결론 원 사건이 발생된 충남 공주에서 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지방의 정치사회구조와 지방선거현실에 대한 인식, 특히 대도시와 큰 차이가 있는 소도시나 농촌지역의 公論場의 모습 또한 그 속에서의 정당의 역할을 비롯한 사회·문화적 특성과 지방자치단체의 대내외적인 권력구도와 권한행사의 구체적인 양상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헌재의 획일적인 인식과 미흡한 이해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평가의 정확성 여부나 결론의 원론적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 다만 과연 이러한 정치현실과 정책수단의 합목적성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헌재의 몫이 될 수 있는지, 헌재가 대체입법자 또는 입법후견인으로 나서서 정치적 형성기능을 전면적으로 대신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좀 더 깊은 이론적 성찰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헌재가 미흡한 입법자를 대신하여 지방자치와 정치발전의 선도자로 나서야 할 당위성과 현실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결정은 성급하고 지나치게 단호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법률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면 선결하는 내용의 위헌결정 보다는, 입법개선을 촉구하되 재량의 기회와 여지를 남겨두는 헌법불합치결정이 바람직하였을 것이다.
200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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