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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수 교수 (한양대 로스쿨)
자살면책제한조항에 의한 ‘보험사고’의 확장?
-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5005 판결의 射程範圍 - 1.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5005 판결(이하 '대상판결')은 그 판시사항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보험사고'로 규정하면서 그 단서에서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및 '계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친 경우' 등을 제외한 약관조항이,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를 전제로 보험자의 면책사유를 규정한 취지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 고의에 의한 자살 등을 예외적으로 위 단서 요건에 해당하면 특별히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라고 해석한 사례이다. 2. 대상판결과 같이 원칙적으로는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에 대하여도 특히 '계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한 경우(이하 '자살면책제한조항'이라 하고,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는 논외로 한다. 공제계약도 같이 취급한다)에는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태도가 수긍할 만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적지 않다. 대상판결에서는 주계약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특수재해사망보험인데, 그 주계약에 부가하여 일반의 재해로 인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일반재해사망특약이 행하여졌다. 그리고 자살면책제한조항은 주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일반재해사망특약에서 준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안에서 계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의 자살에 대하여 위 특약상의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하는가가 다투어졌다. 그러나 보험금지급사유에 관한 조항, 재해분류표 등 재해사망특약 약관 전체의 목적과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당사자들의 합리적 의사는 애초 '재해'로 인한 사망만을 보험사고로 하는 것이었지 그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까지 그것이 일정한 기간 후에 행하여지면 보험사고가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는 보험자와 보험계약자가 자살을 고려하여 보험료를 산출·납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또 그렇게 보는 것이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 나아가 자살과 관련한 일반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단지 자살면책제한조항의 '그러하지 아니합니다'는 문언에 보험법리상 허용될 수 없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하여 계약 전체의 합리적 해석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한편 위와 같은 해석은 '고객에 유리한 해석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는지 모르나, 그것은 합리적인 해석이 두 개 이상 있는 경우에 비로소 적용되는 보충적 해석원칙이므로 위와 같이 하나의 합리적 해석만이 도출되는 경우에는 적용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타당 여부의 점에 대하여는 더 이상 논의하지 아니한다. 단지 그 후에 나온 일련의 대법원 판결들이 대상판결로써는 쉽사리 설명될 수 없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서 대상판결의 견해는 '사실상 폐기'되었다고 보거나, 아니라고 하여도 최소한 그 적용범위가 현저히 제한된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 3. 대상판결 이후 유사한 문제를 다룬 판결로는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81633 판결(이하 '2009년 판결')이 있다. 이 판결은 주계약이 일반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인데, 이에 부가되어 재해로 인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일반재해사망특약이 행하여진 사안이다. 대상판결과 마찬가지로 주계약에서는 자살이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정하면서 단서로 자살면책제한조항을 두었다. 그리고 일반재해사망특약 약관에서 "이 특약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주계약 약관을 준용한다"고 정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쟁점이 된 것은 계약일로부터 4년이 경과한 후에 피보험자가 자살하였는데 이때 위 특약에 기한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었다(주계약의 자살면책제한조항에 기하여 일반사망보험금은 지급되었다). 대상판결의 태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위 사안도 대상판결과 별로 다를 바 없는 것으로서 대상판결의 해석을 그대로 살려 원심판결과 같이 그 청구를 인용하였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한 원심판결을 대법원은 놀랍게도 파기하여 원심에 환송하였고, 물론 이는 앞의 2.에서 본 대로 타당하다. 그 이유의 핵심은 '평균적인 고객으로서는… 이 사건 각 특약의 약관에서 정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은 이 사건 각 특약에 의하여 보험사고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위 각 특약 체결 시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던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도 '평균적인 고객'이라면 그 특약의 약관에서 정하는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이 보험사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고 할 것이 아닐까? 그런데 2009년 판결은 원심이 인용하였던 대상판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사실관계상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고 설시하여 이른바 '구별(distinguish)'을 행한다. 즉 "원심이 인용한 대상판결은 이 사건과는 달리 주된 보험계약이 '재해'에 속할 수 있는 '교통재해' 등을 보험사고로 정하고 있고, 특약은 그 교통재해가 포함될 수 있는 '재해'를 보험사고로 정하고 있는 관계로, 전자 '교통재해'에 관하여 보험사고의 범위를 확장한 규정이 후자 '재해'에 관하여도 준용될 수 있다고 봄이 합리적인 보험약관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여 보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계약이 재해의 한 종류에 불과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고 특약이 교통사고를 포함한 재해 일반을 보험사고로 하는 것이므로, 부분에 대하여 보험사고의 범위를 확장한 것을 그대로 전부에 대하여도 통하도록 한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4. 그로부터 1년 반 후에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45777 판결(이하 '2010년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앞서 본 판결들과는 달리 판례공보에도 실렸다. 이 사건에서는 주계약/특약이 아니라 하나의 공제계약에서 각기 '재해로 인한 사망 및 1급 장해'와 '재해 외의 원인으로 인한 사망 및 1급 장해'가 공제사고로 정하여져 전자의 경우 장해연금(1000만원씩 10회)과 유족위로금을, 후자의 경우 유족위로금(500만원)만을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 다른 한편 공제약관은 자살이나 자해로 인한 1급 장해를 원칙적으로 공제사고에서 제외하면서도 자살 등이 계약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에 발생한 때는 그 면책을 제한하였다. 이 사건의 피공제자는 공제계약일로부터 약 5년 후에 자살을 시도함으로써 1급 장해가 되었는데, 원고는 이 사건에서 자살면책제한조항을 들어 장해연금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그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보험약관의 일반적 해석원칙으로 "개개의 계약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앞세운 다음, 장해연금 및 유족위로금의 액수 등 여러 사정을 내세워 위의 자살면책제한조항은 '재해 외의 원인으로 인한 공제사고'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것일 뿐이고, '재해로 인한 공제사고'의 범위까지 확장하려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 대법원판결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생각된다(그 후 대상판결과 동일하게 재해로 인한 사고만을 보험사고로 하면서 자살면책제한조항을 둔 약관에 대한 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4다201735 판결도 2010년 판결과 같은 태도를 취한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였다). 그런데 우리의 문제관심에서 보면, 앞의 3.에서 든 대법원의 2009년 판결이 대상판결의 사안이 2009년 판결의 사안과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구별'된다는 것을 내세우는 데에 대하여 다시금 의문을 품게 된다. 2010년 판결은 자살면책제한조항이 공제사고를 '재해 외의 원인'으로 인한 것에 확장하는 것을 재해로 인한 것에는 인정되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2009년 판결에서와 같이 대상판결을 부분(교통재해)에 보험사고 범위를 확장한 것을 전부(일반재해)에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사안에 대한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여기 2010년 판결의 사안에서는 역(逆)으로 범위가 훨씬 넓은 '재해 외의 원인'에 관한 보험사고 확장을 '재해로 인한 것'에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더욱 자연스럽고 논리적이다. 그럼에도 2010년 판결은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의 결론을 취하였던 것이다. 5. 이상의 대법원판결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한다면, 대상판결의 태도는 ―아마도 그 부당성으로 인하여― 그 후의 판결들에 의하여 '사실상 폐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아니라고 하여도 그것은 그 사안의 계약 양상 및 사고 내용과 엄격하게 일치하는 것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이해할 것이다.
2015-10-19
강해룡 변호사(서울회)
안전띠 미착용이 보험사고 원인인가
1. 사실관계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그 소유의 옵티마 승용차에 관하여 피고와 개인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죽거나 다친 때에는 보증증권에 기재된 사망보험가입금액, 각 상해등급별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실제 치료비(부상보험금)와 장해등급별 보험금액(후유장해보험금)을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자기신체사고특약을 체결하였으며, 그 보험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사고 당시 탑승 중 안전띠를 착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자기신체사고보상액에서 운전석 또는 그 옆 좌석은 20%, 뒷좌석은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제한다."고 규정한 안전띠 미착용 감액조항(이하 '이 사건 감액약관'이라 한다)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원고는 술에 취한 상태로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다가 도로 오른쪽 옹벽과 중앙선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도로에 정차해있던 중 뒤따라오던 승용차에 의하여 추돌당하여 상해를 입었다." 2. 대법원의 이 사건 감액약관의 효력에 관한 판단 "상법 제732조의2, 제739조, 제663조의 규정에 의하면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人保險)에 관하여는 보험사고가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비록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생긴 것이라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위 조항들의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피보험자의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는 보험사고 발생의 원인에 피보험자에게 과실이 존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보험사고 발생 시의 상황에 있어 피보험자에게 안전띠 미착용 등 법령위반의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약관에 정한 경우에도 그러한 법령위반행위가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위 상법 규정들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3. 자동차보험이 손해보험인가 인보험인가 대법원은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人保險)에 관하여는 ---" 이라고 함으로써, 이 사건에 있어서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는 사실이 보험사고이고 따라서 이 사건 보험은 '인보험'이라고 보았으나, 이 사건에 있어서의 보험사고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의 발생"이라고 할 것이다.따라서 이 사건 보험은 '인보험'(상법 제3장 제727조)이 아니고 자동차보험인 '손해보험'(상법 제2장 제665조 제726조의2)이다. 즉 이사건 보험은 자기소유 자동차의 차체(車體)위 손상만을 보험사고로 하는 물건보험(物件保險)이 아니고 자동차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는 자동차사고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손해보험)이라고 할 것이다. 단순히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인보험)은 아니라고 본다. 자동차사고와 관련 없이 도봉산 등산하다 실족해 부상당하는 경우와 같은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인보험)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이사건 보험은 자동차사고로 손해를 보게 되면 그 손해를 보상한다는 보험이지, 단순히 상해를 입으면 일정한 금액을 지불키로 하는 보험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에서 '죽거나 다친 때에는' 보험금을 어떻게 지급한다는 '자기신체사고특약'은 손해보험에 있어서 보상할 손해의 범위(대물보상, 대인보상)또는 보험금액 산정요인과 그 한도를 규정한 특약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대인보상도 한다는 그 특약이 손해보험과는 독립한 별개의 인보험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는 것은 이 사건 손해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의 보험사고가 아니고 이 사건 보험에서의 보험사고는 자동차사고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사고나면 차체손상뿐 아니라 신체 부상에 대하여도 보상한다는 것과 자해(自害)가 아닌 이상 상해 입으면 일정액의 보험금을 준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안전띠의 착용여부는 보험사고의 발생원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는 술에 취한 상태로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다가 도로 오른쪽 옹벽과 중앙선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로에 정차해있던 중 뒤따라오던 승용차에 의하여 충돌 당하는 자동차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것이 이른바 보험사고이므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은 교통사고 발생원인, 즉 보험사고 발생원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4. 보험사고의 발생과 안전띠 착용여부 대법원은 안전띠 미착용을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 " 이라고 함으로써 안전띠 미착용을 자동차사고인 보험사고의 발생원인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손해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의 보험사고는 교통사고 또는 자동차사고인데 안전띠 미착용이 그러한 보험사고의의 발생원인일수는 없다. 보험은 사람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우연한 사고를 전제로 성립하는 것이므로 보험사고는 보험계약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보험사고의 내용은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손해보험에서의 보험사고의 내용은 피보험자가 우연한 사고로 손해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고, '인보험' 에서의 보험사고의 내용은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이다. 5. 과실상계와 배상액의 예정 이 사건에 있어서 "피보험자가 사고 당시 탑승 중 안전띠를 착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자기신체사고보상액에서 운전석 또는 그 옆 좌석은 20%, 뒷좌석은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제한다."고 규정한 안전띠 미착용 감액조항 즉 '이 사건 감액약관'은 과실상계에 관하여 이를 '배상액의 예정'이라는 형식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교통사고 즉 보험사고 발생당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면 과실상계에 있어서 그 과실상계비율에 관해서는 이를 미리 정해 놓음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없이하자는 취지이다. 과실상계 문제는 이 사건 보험인 손해보험에서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와 이 사건 사고 때 "뒤따라오던 승용차"인 가해차량 측에서 피해차량 측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경우는 그 맥락이 같은 것이므로 안전띠 미착용을 사유로 하는 과실상계 역시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이라고 본다. 6. 맺는 말 이 사건 보험은 '인보험'이 아니고 '손해보험'인 자동차보험이다. 보험사고 즉 교통사고는 안전띠 착용여부와는 관계없이 우연히 발생하는 것인데, 안전띠를 착용한 경우는 경상일 것이라도 안전띠 미착용인 경우는 중상을 입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상식이다. 상해가 중상이면 경상인 경우보다 보험자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더 많을 것인데 이는 안전띠를 착용하지 아니한 피보험자의 잘못(과실) 때문이라 할 것이므로 그것이 참작(과실상계)되어야 한다는 것은 형평의 원칙상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안전띠 미착용에 관해서는 이론이 없으나 그 과실상계비율에 관해서는 분쟁의 소지가 있으므로 이를 없애기 위하여 '배상액의 예정'이라는 법리에 따라 그 비율을 미리 정해놓은 것이 이른바 보험금의 '감액약관'이므로 이는 무효가 아니고 그 타당성이 수긍된다고 할 것이다.
2014-10-16
이상윤 연세대 법대교수
조퇴 후 직원탈의실에서 사망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I. 서 1. 사실관계 가스충전소에서 가정용 가스통에 가스를 충전하는 업무를 하던 A(사망 당시 41세)는 사건 전날 술을 마시고 몸이 좋지 않아, 사망 당일 출근시간(08:30)보다 늦게 출근하고(10:30) 출근하자마자 충전소장에게 몸이 좋지 않아 일을 못하겠다고 하여 충전소장으로부터 집에 가서 쉬고 내일 출근하라는 허락을 받았다. 이후 A는 사무실을 나와 집으로 가지 않고 직원탈의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고, 그날 오후 6시20분쯤 역기대에 잠을 자는 것처럼 누운 자세로 30kg짜리 역기에 목 부분이 눌려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기관은 타살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A씨 부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지급 청구를 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절하였다. 원심에서는 사망한 근로자 A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에서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원심법원의 판단 원심은 본 사안의 (i) 사고가 휴게시간 중에 발생한 사고이며, (ii) 역기가 사업장 내 시설로서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고, (iii) 근로자 A가 조퇴허락을 받기는 했지만 직원탈의실에서 쉬다가 업무에 복귀하려는 의사가 추정되며, (iv) 탈의실에서 역기를 사용했던 행위는 준비행위이거나 체력보강을 위한 것이므로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라는 논거를 제시하였다. 또한 A는 사망 직전 가스충전업무 및 새로운 근무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밤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등 육체적인 피로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쌓인 가운데 실수 또는 기력미진으로 역기를 놓쳐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와 같은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할 것이나, 그것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할 것이지만, 재해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에 간접적인 사실관계 등에 의거하여 경험법칙상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추론에 의하여 업무수행성 및 업무기인성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 업무상 재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휴게시간이란 사용자가 근로시간 도중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부여한 시간이라 할 것인데, 망인이 충전소장으로부터 집에 가서 쉬고 내일 출근하라고 허락을 받은 이상 그날 업무에 복귀할 필요가 없으므로, 직원탈의실 역기대에 누워 역기를 들어 올렸다가 실수 또는 기력미진으로 놓쳐 목에 떨어져 내린 역기의 강한 충격으로 순간적으로 사망에 이른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여도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에 복귀할 것을 전제로 근로시간 도중에 부여되는 휴게시간 중에 발생한 사고라고 볼 수 없다. 원심은 망인이 사망 직전 자신의 업무 및 업무환경에 적응하느라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 있었고 휴게시간 중에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는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를 하던 중에 사망하였으므로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체증법칙을 위배하고 휴게시간 중의 재해 또는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II. 판례평석 1. 업무상 재해의 성립요건(인정기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재해보상제도는 사용자를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근로자의 고의·과실과는 상관없이 보험기관이 근로자에게 재해보상을 하는 제도이다. 산업재해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업무상’이라는 개념에는 i)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재해가 발생하였다는 의미에서의 ‘업무수행성’및 ii) 근로자가 수행한 업무로 인하여 재해가 발생하였다는 의미의 ‘업무기인성’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존재한다. 업무와 재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기 위하여 업무기인성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학설이 대부분 일치하고 있으나 업무수행성도 충족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의견의 대립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업무기인성만 충족되면 인과관계가 존재하며, 업무수행성은 이러한 업무기인성을 입증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준 중의 하나라는 견해가 유력해지고 있으며, 판례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2. 11.26. 선고 2002두6811 판결). 일반적으로 업무수행성이 인정된다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업무기인성이 인정되지만, 업무상 질병의 경우처럼 반드시 업무수행성이 재해의 판단요소로 작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대상판결문에서 ‘업무수행성 및 업무기인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데,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항상 두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만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2. 조퇴 후 사업장 내에서의 업무상 재해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에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이, 동법 시행령에 구체적인 인정 기준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본 사안이 적용된 행위시법에 의하면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규칙에 의하여 업무상 재해의 기본원칙과 구체적인 인정기준이 규정되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규칙에서는 업무상 재해를 작업시간중, 작업시간외, 휴게시간중, 행사중, 출장중 사고 등으로 나누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본 사안은 근로자가 조퇴 허락을 받기는 했지만 근로자 A가 입은 사고가 출·퇴근 중 사고(출·퇴근 중의 사고에 대해서는 현행법에 규정)에 해당되거나, 역기를 사용하다 사망했다고 해서 운동경기 등 행사 중의 사고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본 사안에서 원심이 판단한 것과 같이 휴게시간 중의 사고에 해당할 것인가를 살펴본다면 원심의 논거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규칙 제35조의2에서는 ‘휴게시간중에 사업장내에서 사회통념상 휴게시간 중에 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는 취업규칙 위반, 고의·자해 및 범죄행위가 아니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였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에서는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가 업무상 재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적용해 생각한다면, 휴게시간 중의 사고에 대한 업무상 재해규정이 다른 상황에서 당한 사고의 경우보다 업무상 재해의 인정범위가 상대적으로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원고는 이를 주장한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휴게시간 중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근로자 A에게 는 ‘업무복귀의사’가 있었다고 추정하는 다소 무리한 논거를 제시한 듯 하다. 구 근로기준법 제53조(현행 근로기준법 제54조)의 휴게시간은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져야 한다. 따라서 업무의 개시 전 또는 업무의 종료 후에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조퇴 후에 있은 근로자 A의 행위는 사업장 내의 행위라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근로기준법상의 휴게시간 중의 행위라 할 수 없다. 또한 조퇴허락을 받은 근로자가 특별한 반증의 사유가 없는 한, 업무복귀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행위가 ‘휴게시간’중의 행위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법률상의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면 근로자 A가 재해인정을 받았을 가능성은 더 높았을 것이다. 예로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규칙 제35조제3항제3호에서는 ‘작업시간외 사고’ 중 돌발적인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많은 장소의 근로자가 사업장내에서 자유롭게 출·퇴근하고 있거나, 출·퇴근 중에 잠시 머무르고 있을 때에 발생한 사고는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본다고 규정(현행 법에서는 ‘사회통념상 근로자가 사업장 내에서 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하던 중’으로 포괄적으로 개정되었다)하고 있다. 즉 가스를 취급하는 위험성이 있는 사업장에서, 가스배달 및 충전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다면 탈의실에 역기가 있는 것은 근로자의 단순한 여가활용을 위한 시설이라기보다는 업무상 필요한 체력유지·보강활동을 위한 시설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 A가 역기에 눌려 사망한 사고는 휴게시간 중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시간 전·후에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미치는 사업장 내에서 할 수 있는 사회통념상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하다 입은 사고라 판단할 수 있다. 즉 무리하게 ‘휴게시간’중의 행위임을 전제로 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자 A의 업무상 재해는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3. 상당인과관계에서의 ‘상당성’ 법원에서도 일관되게 업무와 재해 사이에는 상당인관계가 존재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입증책임의 정도를 완화하여 여러 가지 간접사실(제반 사정)에 의한 요건사실(인과관계)의 입증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 과로사 등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 자체를 봐도 크게 바뀐 것은 없지만 동일한 법리를 가지고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범위가 넓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상당인과관계의 판단에 있어 ‘상당성’이라는 추상적 개념 요소에 판단자에게 부여된 어느 정도의 자유재량적 판단을 통하여 개별적인 경우 구체적 정의와 형평성을 찾을 수 있다는 맥락에서 엄격한 배상책임이 아닌 보상책임이라는 요소가 작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도 “재해발생 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간접적인 사실관계 등에 의거하여 경험법칙상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추론에 의하여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있다”며 인과관계의 ‘상당성’ 인정범위를 상대적으로 넓게 해석하고 있다. 최근 판례 중 자택이 회사 근처에 있는 근로자들은 사업주의 승낙 하에 자택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는 상황에서, 근로자가 사업주의 허락 하에 점심시간에 자신의 집에 가서 식사를 하고 복귀하던 중 사업장 밖에서 사망한 사안에서 이러한 행위는 근로자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로 사업주의 지배를 벗어나지 아니한 행위로 판단하였다(2004. 12.24. 선고 2004두6549판결). 이것은 사업장 밖에서의 근로자의 사적 행위로 인한 사고로 볼 수도 있지만, 사업주가 허락을 하였기 때문에 사업주의 통제가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여, 전술한 바와 같이 재해의 인정범위를 과거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상판례에서도 (i) 가스를 취급하는 위험이 있는 사업장에서, (ii) 가정용 가스통이라고 하더라도 운반을 함에 있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하고(물론 대법원의 견해처럼 근로자 A가 한 업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업무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쉽게 납득이 되는 부분은 아니다), (iii) 탈의실에 역기가 있는 것은 근로자의 단순한 여가활용을 위한 시설이기 보다는 업무상 필요한 체력단련을 위한 시설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근로자 A의 사고는 사회통념상 업무에 수반되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를 하던 중에 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조퇴 허락을 받은 후였지만 사용자의 지배·관리가 미치는 사업장 안에서 근로자의 업무와 전혀 무관한 여가가 아닌, 업무상 필요한 체력단련을 위한 시설물에서 근로자의 고의·중과실이 없는 행위를 수행하다 발생한 사고는 인과관계의 상당성이 부정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III. 결론 산업재해보상제도는 개별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근거로 하며, 이러한 개별사용자 책임을 사회보험화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과중한 부담없이 산재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생활보장과 위험책임의 사회적 분산을 통하여 기업경영의 안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무과실책임원칙, 장해·유족급여의 연금화 등을 통해 사회보장적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대법원도 업무상 재해의 인정범위를 과거보다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경영계 일각에서는 법원의 일부판결이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산재인정기준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무리한 판결이며, 이러한 경향은 결국에 산업재해인정이 폭 넓게 이루어지면서 기업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사회·경제적 상황과 보험 재정의 한계라는 부분들도 산업재해보상제도의 영향을 주는 요소임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고, 합리적인 해석을 넘어선 법의 적용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재해보상제도의 취지와 전술한 관점으로 미루어 보면 본 사안에서 대법원이 판단한 바와 같이 근로자 A의 사고는 ‘휴게시간’중의 사고도 아니며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휴게시간이 아니더라도 작업개시 전 및 작업종료 후 등 취업시간 외에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의 상태에서 사업주의 시설물의 이용중에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를 판단함에 있어, 근로자의 사적행위나 사업주의 지시사항을 위반한 행위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넓은 인정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에서는 업무의 내용이 상대적으로 ‘그다지 큰 힘이 필요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하였지만, 가스를 취급하는 위험성이 있는 사업장에서 가정용 가스를 충전·배달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통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다면 탈의실에 역기가 있는 것은 단순한 여가활용을 위했다기 보다는, 체력단련의 필요성 때문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 A가 역기에 눌려 사망한 사고는 휴게시간 중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미치는 사업장 내에서 업무와 전혀 무관한 사적활동으로 인한 사고는 아닐 것이다. 따라서 10년 동안 한 사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 A가 입은 사고는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로 사업주의 지배를 벗어나지 아니한 행위중의 사고라고 판단된다.
2008-12-18
임천영 육군고등검찰부장
자살한 군인의 국가유공자(순직군경)해당 여부
[판결요지] 망인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유서의 내용과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정신상태 및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자살은 나약한 성격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나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어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연구요지] 어떤 이유로든 자살한 군인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괴리가 있어 국가유공자 인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면은 수긍이 가나, 상급자들의 가혹행위 및 폭행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 국가배상책임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의 아들인 A는 2000.3.13. ○○부대에 전입하여 근무하던 중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상명하복의 엄격한 통제사회인 군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선임병인 최△△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죽여 버린다.”고 협박하며 잠을 재우지 않고, 고참병 서열 등을 암기하도록 강요하고, 흡연 금지구역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뺨을 1회 폭행했다. 또한 A는 위와 같이 육체적·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받아오던 중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선임병들의 강요행위 등으로 인해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말을 하였고, A의 외삼촌은 포대장에게 전화하여 ‘선임병들로부터 암기강요 등을 당하면서 잠을 못 자고 있으니 조치해 달라.’고 하였으나, 특별한 조치는 취해지지 아니하였으며, 전화한 사실이 알려져 선임병들로부터 따돌림까지 당하게 되었다. 2000. 3. 30. 부대 간부와 면담을 하면서 ‘조종수를 못하겠으니 운전병으로 보직 조정을 해 달라.’는 부탁을 하자 ‘군대에서 하기 싫으면 나가라, 임마, 이 새끼야, 개새끼야’ 등의 욕설·폭언을 당하자, ‘선임병의 횡포가 싫다.’는 내용의 유서 5장을 남기고 목을 매어 자살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보훈청에 국가유공자유족등록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보훈청장)는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여 순직군경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을 하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1심,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1) 1심 및 항소심 판결요지 ‘일반사회와는 달리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 사회에서는 그 통제성과 폐쇄성으로 인하여 상급자로부터의 강요 등 가혹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가 일반 사회에서의 그것보다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에 비추어 달리 망인이 자살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망인의 사망은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강요 등 가혹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할 것이고,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위와 같은 경우의 망인의 자살은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함)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망인은 법 제4조 제1항 제5호 가.목 소정의 군인으로서 직무수행중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1심:서울행정법원 2002.5.22. 2002구합110,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3.1.23. 2002누9034) 2) 대법원 판결요지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한다고 할 것인데, 군인이 상급자 등으로부터 당한 가혹행위가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의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자살과 관련된 질병의 유무,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가혹행위는 망인으로 하여금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적접적인 동기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가혹행위와 망인의 자살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망인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망인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의 근접성, 망인이 자살하기 전에 남긴 유서의 내용과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망인의 정신상태 및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자살은 나약한 성격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나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라 할 것이어서 망인의 사망은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Ⅱ. 자살 군인에 대한 보상 제도 1. 관련법규 군인사법 제54조에서는 군인이 전사·전상 또는 공무로 인하여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 또는 사망하였을 때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본인 또는 그 유족은 그에 대한 상당한 보상을 받는다라고 규정하여 군복무중에 발생하는 각종 재해에 대하여 상당한 보상을 받게 함으로써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상규정을 두고 있다(임천영,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791면). 군의 전·공사상자의 구분과 확인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전공사상자처리규정(국방부훈령 제392호 1989. 9. 7) 제3조에서는 사망을 전사, 순직, 사망으로 구분하고 사망을 일반사망, 변사, 자살로 구분하고 있으며, 자살이란 스스로 자기의 생명을 끊거나 그로 인한 결과로 사망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자살자에 대하여는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 제외사유가 되며, 또한 1인당 500만원을 ‘사병 사망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육방침 01-4호 2001. 1. 26. 사병 사망위로금 지급방침). 2. 자살자 보상 처리 군인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군인연금법, 국가배상법,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에 의하여 보상 및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즉 군인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직무집행과 관련한 순직에 해당하고, 그 유족은 법 소정의 연금과 군인연금법 소정의 재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사망이 법 제4조 제5항 제4호의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에 해당하거나, 군인연금법시행령 제75조 제2호 소정의 고의에 의한 것일 경우에는 법 소정의 연금이나 군인연금법 소정의 재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특히 법과 법시행령은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그 공헌과 희생의 정도에 대응하여 실질적인 보상으로서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에게 연금을 비롯한 각종의 보상제도(報償制度)를 두고, 이러한 목적과 기본이념 및 보상제도에 따라 국가유공자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열거하면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 등에 대하여는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 제4조 제5항 제4호{이 조항은 2002. 1. 26. 법률 제6648호로 신설되었는바 구 법시행령(2002.3.30. 대통령령 제175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의2 제4호 규정을 가져옴}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이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 입법취지는 공무상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할 수 없는 경우를 확인적·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에 그치고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주장·입증책임을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3두13595판결). Ⅲ. 최근 판례의 경향 1) 자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로는 대법원 2004.5.14. 선고 2003두13595판결(의무경찰 복무중 내성적인 성격으로 낯선 지역적·문화적 환경 속에서 엄격한 통제와 단체행동이 요구되는 부대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상급자들의 모욕적이고 위압적인 질책과 언어폭력, 구타 등으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발병하였고, 그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여 우울증의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되어 자살한 경우임)과 대법원 1999. 6. 8. 선고 99두3331판결(전투기 조종사의 공무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이 있다. 2) 자해행위에 해당된다는 판례로는 대법원 2003.6.13.선고2003두1325판결(장병학술시험에 대리응시한 행위가 적발되자 그에 대한 상급자들의 질책과 소속대원들에 대한 엄격한 군기훈련을 받게 될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감당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끼고 자살한 사안), 대법원 2003.9.5.선고 2002두11판결(군기교육은 군 조직을 유지, 통솔하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것으로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어느 부대에나 있는 것이며, 군기교육이 엄하다고 하더라도 군인으로서는 마땅히 이를 극복함으로써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면서 자해행위로 인정), 대법원 2003.11.14.선고 2002두4136판결(적응장애 사병이 육체적·심리적 긴장과 중압감 내지는 공포심을 수반할 수 있는 사격훈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긴장을 받은 것이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가 됨), 대법원 2004.3.26.선고 2003두14789판결(상급자인 정비하사관의 가혹행위가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가 됨), 대법원 2004.3.12.선고 2003두10404판결(해병대 근무중 상급자로부터의 폭행 및 가혹행위가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가 됨), 서울고등법원 2004. 6. 25. 선고 2003누12846판결(과중한 업무와 선임병들의 질책 등으로 자살을 결심한 사안) 등에 있어서는 상급자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가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나약한 성격탓에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이라고 하였다. Ⅳ.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군인이 상급자등으로부터 당한 가혹행위가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자살과 관련된 질병의 유무,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면서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를 벗어난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자살한 군인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여 국립묘지에 안장하거나 국가유공자로 지정하여 보상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괴리가 있어 국가유공자 인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면은 수긍이 가나, 상급자들의 가혹행위 및 폭행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국가배상책임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즉 영내에서의 가혹행위는 내무생활이라는 특수성에 비추어 피해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는 점, 상급자에 의한 폭행인 경우 일방적으로 당할뿐이며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어 일반 폭행과는 다른 점, 상급자의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통계 등에 비추어, 군대에서의 구타나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이라는 조건관계가 인정되면 경험칙상 자살이라는 결과의 발생을 통상 예견할 수 있다고 인정하여 국가배상 책임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0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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