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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판결 -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의 방조인지 여부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자신이 개설하여 운영하는 이른바 '다시보기 링크사이트'인 이 사건 사이트 게시판에, 성명불상의 정범들이 저작재산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해외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업로드한 영상저작물(드라마·영화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2015년 7월 25일부터 2015년 11월 24일까지 총 450회에 걸쳐 게시하였다. 이에 검사가 피고인을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정범들의 공중송신권 침해행위를 방조)로 기소한 사안이다. 원심은, 링크를 하는 행위만으로는 공중송신권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 것이 아니고 단지 공중송신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태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제1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대법원은,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침해 게시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이, 링크 행위자가 정범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그러한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인터넷 사이트에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하는 등으로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링크 행위를 한 경우에는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범죄를 용이하게 하므로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한다는 이유로, 이와 다른 취지의 종전 판례(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를 변경하고, 저작권법 위반 방조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2.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의 방조인지 가. 링크행위의 정범 여부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다77405 판결,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0637 판결 등은 인터넷 링크는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링크를 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이에 대하여는 별다른 이설은 보이지 않는다. 나.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가 될 수 있는지 여부 1) 종전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인데, 링크를 하는 행위 자체는 위와 같이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 등의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지 아니한 저작물을 게시하거나 인터넷 이용자에게 그러한 저작물을 송신하는 등의 방법으로 저작권자의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웹페이지 등에 직접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그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링크 행위만으로는 위와 같은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업로드행위(복제)에 대한 방조 여부 이미 끝나버린 업로드(복제)행위를 그보다 나중 시점에 링크를 거는 행위에 대하여는 방조가 성립할 수 없을 것이고, 이에 대하여도 이견이 보이지 않는다. 3) 공중송신권의 의미와 종전 판결에 대한 비판론 저작권법 제2조 제7호는 '공중송신'을 '저작물, 실연·음반·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공중송신행위는 '송신행위'와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 두 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이용 제공 행위'와 관련하여, ①업로드가 완료되더라도 업로드된 콘텐츠가 인터넷 상에 존속하는 동안은 여전히 '이용 제공'이 계속되고 있고, 이러한 계속적 행위를 조력하는 것은 방조라는 견해, ②업로드에 의한 '이용제공' 행위에 대하여도 링크행위가 그 이용제공 실행행위 자체를 용이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하였다(다만, 이 견해도 링크 이후 이용자가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송신과 복제행위에 대하여 방조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 이 전원합의체 판결의 태도 및 이에 대한 평가 '공중송신(전송)'이란 용어 자체로 '송신'행위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지만, 저작권법은 '송신'의 예비행위라고 볼 수 있는 '이용제공'까지 행위태양에 포함시켰다. 침해물에의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행위인지는 결국 위 ①이용 제공 행위, ②송신행위로 구별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먼저 '이용 제공 행위'를 방조한다고 보면 가벌의 필요가 있는 행위를 보다 쉽게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미 업로드 행위가 끝난 상태에서 링크행위자가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를 설명하기가 애매한 면이 있다. 링크행위로 인하여 더 많은 사람이 침해게시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되지만, 링크행위의 유무와 관계 없이 이용 제공 행위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링크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방조가 성립한다고 하면서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한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경우 이러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은 링크 행위의 유형은 공중의 구성원이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로 정범의 범죄 실현에 대한 구체적·인과적 기회증대를 인정할 수 있거나 방조범의 확정적인 고의를 추단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과적 '기회증대'를 인과관계라고 보는데 의문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기회증대'를 인과관계로 본다면 '계속적' 제공은 이에 해당할 수 있지만 '영리적' 제공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판결의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의 태도가 일반적인 방조범의 성립과 종속성, 죄수 등의 법리에 반하고, 법원으로 하여금 방조범의 성립이 문제될 때마다 그 성립요건을 일일이 정해야만 하는 부담을 지우며,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였다. 다음으로 '송신행위'를 방조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이 판결의 반대의견은 송신은 업로드를 기초로 파일 전송 프로그램을 통해 '기계적'으로 구현되는 결과에 지나지 않고, 링크행위가 이러한 송신행위 자체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송신행위가 아무리 기계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라고 해도 링크행위로 인하여 사용자가 클릭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이러한 기계적 송신행위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링크행위는 송신행위를 용이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송신행위를 방조한다고 구성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정범의 이러한 송신행위를 일일이 특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번거로움이 생기게 된다. 다운로드받는 사용자를 정범으로 하여 복제의 방조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이고 송신행위의 방조로는 볼 수 있다면 송신행위를 일일이 특정하는 것보다는 전단계의 이용제공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볼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용제공행위에 대한 방조범의 성립을 긍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으나, '영리적·계속적' 제공과 같은 요건을 둘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남는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위와 같은 요건을 두지 않더라도 '영리적·계속적'인 링크 사이트가 단속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큰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도10903 판결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이트를 운영하던 도중에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이 선고되었지만, 이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다. 법률 위반 행위 중간에 일시적으로 판례에 따라 그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었던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자신의 행위가 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링크사이트 운영 중 링크행위가 방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적이 있더라도, 형법 제16조(자기가 한 행위가 법령에 따라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의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구민승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영화
불법유통
저작권법
구민승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22-01-24
엔터테인먼트
형사일반
-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8도13696 판결 -
미술품거래에서 사기죄의 성립범위
Ⅰ. 공소사실의 요지 검사는 '유명가수인 피고인 甲은 화투를 응용한 그림을 직접 그리다가 2009년부터 2015년 4월경까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직업화가 A에게 그리고 2015년 4월부터 2016년 3월경까지는 대학원 회화과 석사과정생 B에게 자신의 이전 작품과 같이 그려오게 하거나 작품아이디어를 얘기하여 그에 따른 그림을 그려오게 한 뒤 일부 그림의 경우 자신이 배경 덧칠작업 등을 하였고 모든 그림에 자신의 서명을 하여 자신이 직접 그린 작품인 것처럼 전시한 후 2011년 9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지 않은 채 총 20명의 구매자(피해자)에게 작품을 판매하여 총합계 1억8000만원 상당을 편취하였다'고 하면서 甲을 일반사기죄로 기소하였다. Ⅱ. 소송경과 및 판결요지 1. 1심법원과 2심법원 1심법원은 "회화에 있어서는 창작적 표현작업을 주로 한 자를 작가로 보아야 하기에 A와 B를 단순히 '조수'에 불과하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그들을 '작가'로 보아야 하고 미술품거래에서 '친작인지 여부'는 구매 여부의 판단이나 가격의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설명가치 있는 정보에 해당되기에 이를 고지하지 않고 판매한 것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구매자들을 부작위에 의하여 기망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사기죄 유죄판결을 하고 경합범 가중을 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10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7. 10. 18. 선고 2016고단5112 판결). 이에 반해 2심법원은 "미술작품의 컨셉트와 소재를 피고인이 정했다는 것을 이유로 피고인을 작가(저작자)로 보아야 하고 A와 B는 보조자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거나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많은 구매자들의 진술이 증거로 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팬이라서 甲의 그림을 갖고 싶었고 미술계에서 보조 조수가 있다는 것을 몇 십년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는 구매자 X1의 진술 그리고 '작품경향이 독특하고 甲의 작품의 경우 수집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구매한 것이다. 당해 사안과 같은 경우 누구를 작가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미술계에서 확립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구매자 X2(미술관 큐레이터)의 진술을 근거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미술작품에 관한 피해자들의 착오를 제거해 주어야 할 보증인적 지위에 있다거나 보조자 사용 사실에 관하여 피해자들이 착오에 빠져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재물을 편취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모든 구매자들과의 관계에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8. 8. 17. 선고 2017노3965 판결). 2. 대법원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는 ①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권은 대작화가인 공소외 1 등에게 귀속되고 피고인 1은 저작자로 볼 수 없으므로 항소심판결에는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② 항소심이 피고인 1에게 자신이 직접 그린 친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에는 고지의무 위반 외에도 이른바 묵시적 기망행위에 관한 부분도 있는데 이에 대하여 판단을 유탈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을 이유로 상고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저작권법에 의하면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미술저작물의 저작자 아닌 자가 마치 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그 미술품을 판매하였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일반원칙을 설시하면서도 ① 검사는 이 사건을 사기죄로 기소하였을 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기에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정면으로 문제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제 와서 검사가 항소심에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의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②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미술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 ③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에서의 법률상 고지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8도13696 판결). Ⅲ. 평석 1. 사안의 쟁점 당해 사건에서 검사는 甲을 상습사기죄로 기소하지 않고 일반사기죄로 기소하였기에 일관된 판례태도에 의하면 당해 사안의 경우 각 구매자에 대한 범행 간에 시간적 근접성이 인정되고 범행방법의 동일성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구매자)가 다르기에 연속범(행) 또는 접속범(행)으로(학계에서는 연속범이라고 지칭하고 있고 판례는 접속범이라고 지칭하고 있음) 인한 사기죄의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없고 수개 사기죄의 실체적 경합이 문제된다. 따라서 당해 사안의 경우 검사는 원칙적으로 개개 구매자에 대한 거래행위별로 사기죄의 성립여부를 입증해야 하고 법원 또한 개개 거래행위별로 사기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당해 사안을 '설명가치를 가지는 묵시적 기망행위를 통한 작위에 의한 사기죄'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검토해야 할지 아니면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검토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차치하고 1심법원과 2심법원의 태도에 따라 당해 사안을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검토하면 핵심쟁점은 '미술품거래에서 누가 작가(저작자)인지가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인지', '중요한 사항이라면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은 甲을 미술품의 저작자로 볼 수 있는가'이다. 왜냐하면 甲이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았을지라도 미술품의 (단독)저작자로 인정된다면 甲이 직접 그리지 않았음을 구매자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 단독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한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판단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불고불리의 원칙과 사법자제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대법원 이 사건에서는 사기죄의 실체적 경합이 문제되기에 개개 거래행위별로 사기죄 성립여부가 입증·판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1심법원은 대부분의 구매자들이 '甲이 직접 그리지 않았다면 구매하지 않았거나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을 근거로 일괄적으로 검토하여 전부유죄판결을 하였고 반대로 2심법원은 다른 일부 구매자(X1과 X2)의 진술을 근거로 그 구매자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만 무죄판결을 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모든 구매자(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사기죄의 성립요건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전부무죄판결을 하였다. 대법원은 A와 B를 저작자(또는 공동저작자)로 보아야 한다는 뉘앙스로 설시하고 '누가 저작자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법적 평가의 문제'라고 하면서도 '검사는 이 사건을 사기죄로 기소하였을 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기에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정면으로 문제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제 와서 검사가 원심에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의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누가 저작자인지에 관한 논란은 미학적인 평가 또는 작가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관한 문제로 보아 예술 영역에서의 비평과 담론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이에 대한 사법판단은 그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여 저작권 문제가 정면으로 쟁점이 된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누가 저작자인지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항소심판결에서 나타나는 일괄적 검토의 오류에 대해서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하면서 상고기각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 '누구를 저작자로 보아야 하는가'는 사기죄 성립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쟁점이었다. 불고불리의 원칙은 심판대상에 관한 것이고 심판대상이 된 행위 및 범죄에서 그 범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어느 쟁점과 관련하여 법질서의 통일성을 위해 다른 법률상의 법리를 참조하여 판단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 아니다.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법적 평가의 문제라고 밝힌 '누가 저작자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당해 사안에서는 저작권법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당해 사안에서 대법원은 '누가 저작자인가'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적절하게 불고불리의 원칙과 사법자제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당해 사건에서 대법원이 최상급 법원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박경규 부연구위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사기
조영남
대작
박경규 부연구위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21-02-08
형사일반
-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8도13696 판결 -
그림 대작 사건 - 현대미술론의 수용인가?
1. 서론 가수 조영남이 화가를 써서 그린 그림을 자신이 그린 것처럼 판매했다고 해서 사기로 기소된 사건은 세간을 들끓게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미술계에서도 양분되었고 평론가들은 나름대로 예술관을 내세워 사건을 논하였는데, 특히 일부는 현대미술이라는 현상 자체가 개념-실행의 분리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어서 예술의 핵심은 개념에 있고 실행은 누가 하던 상관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평론가 진중권은 1심이 기망행위를 인정한 것은 법원이 '현대미술'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면서 대법원에서 피고인의 무죄가 확정된 것은 '한국의 법원과 미술계가 비로소 현대미술의 개념에 눈을 뜬 사건'이라고 환영하였다. 마찬가지로 피고인은 이번 판결을 통해 자신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실제 제작은 전업화가 등을 사용하는 창작방식이 인정받았다고 하면서 문제된 작품들에 대해 당당히 자신을 작가로 표방한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언론도 이러한 시각을 여과없이 전달하였으며 법률가들 중에도 비슷한 시각을 공유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이 사건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그러한 이해와는 정반대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 설시되어 있다. 이것은 판결에서 비상하게 공을 들여 말하고 있는 저작권 법리 부분이다. 여기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 작품들의 작가라는 원심의 판단에 대해 사실상 긍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은 이 사건 판결의 의미를 분명히 해서 이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가 양산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원심 판결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인을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한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채 판매한 것이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으로서 기망행위라는 것이다. 1심은 (1) 피고인은 자신이 창작하지 않은 작품을 (2)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판매한 것이 기망행위라고 판단하였다. 피고인을 무죄라고 본 원심의 판결이유는 크게 두 부분 (a) 이 그림들은 피고인이 창작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b) 이 사건 거래에서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각각 1심의 판단 (1)과 (2)에 대응하는 것이다. 즉, 원심은 1심의 (1)과 (2)를 모두 배척하였고, 원심 판결이유 (a)와 (b)는 병렬적으로 무죄 결론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a)와 (b) 중 어느 하나가 배척되더라도 두 가지 모두가 배척되지 않은 이상 원심의 무죄결론은 유지될 수 있는 구조였다. 원심은 판결이유 (a), 즉 이 작품들은 피고인이 창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 상당한 정성을 쏟았다. 여기서 원심은 일부 평론가의 논리와 흡사하게 현대미술에서 개념-실행이 분리되는 점을 언급하고 미술사상 저명 화가들의 이름을 들면서 이들의 창작에서 조수의 사용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점을 지적하였다. 미술이론적 설명을 넘어 원심은 공소외인이 한 작업은 '밑그림의 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피고인의 창작적 기여에 대해 세세하게 설시하였다. 그 다음 판결이유 (b), 즉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는가의 점에 대해서는 위 (a)의 논의와는 별개로, 피해자들의 구매동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친작인지 여부가 거래의 주된 요소라고 말하기 어렵고 '친작이 아니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진심이 아니었을 가능성, 그리고 고지의무의 구체적 범위와 이행방식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그 의무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원심이 확정됨에 따라 대부분은 원심판결의 (a)와 (b)가 모두 받아들여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이 사건을 두고 세간에서 떠들썩하게 전개된 입론들은 모두 (a)에 관련된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을 보면 대법원은 (a)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긍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이 원심을 인용한 것은 (b), 즉 신의칙상 고지의무의 존부에 관해 사법자제의 원칙을 선언하면서 원심의 결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원심판결은 (a)와 (b)가 모두 배척되지 않은 이상 인용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대법원이 (a)에 대한 원심판단을 긍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의 무죄 결론은 유지될 수 있었다. 3. 검찰 상고이유 제1점 상고심에 이르기 전까지 저작권은 전혀 논점이 아니었다. 관건은 어디까지나 친작이 아님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기망행위인가였고 저작권은 논외라는 점에 대해서 아무도 이론이 없었다. 원심은 분명하게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저작권을 보유하였는지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저작권에 대한 판단 자체를 거부하였다. 그런데 원심에서 패한 검찰의 상고이유 제1점은 '원심판결에 나타난 저작자, 저작물에 관한 법리오해'였다. 저작자와 저작물에 대한 주장은 검찰 스스로도 한 적이 없고 원심도 판단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해서 상고이유 제1점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저작권법에 존재하는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경우 그중에서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고,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법리 때문이다. 원심은 판결이유에서 피고인이 아이디어 내지 컨셉트를 기여하였음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원심의 판단은 '공소외인들은 보수를 받고 피고인의 창작물에 대한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작품제작에 도움을 준 기술적인 보조자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원심이 스스로 인정한 이 사실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하였더라도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위 공식에 대입하면 피고인은 저작자가 아니며 오히려 공소외인이 저작자가 된다. 그 때문에 검찰의 상고이유 제1점은 친작 여부의 고지의무가 아니라 저작자 결정에 관한 법리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4. 대법원의 판단 검찰 상고이유 제1점은 불고불리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었다. 검찰이 이를 모른 것은 물론 아니었다. 저작권 법리와 원심의 판결이유를 대조하면 적어도 문언상으로 선명하게 원심의 자가당착이 나타났고 검찰은 이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상고이유 제1점은 그대로 배척해 버려도 무방한 것이었지만 대법원은 그러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배척하기 전에 이 사건의 저작권적 함의에 대해 비중있게 설시를 하였다. 대법원은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하였더라도 저작자가 아니다'라는 바로 그 법리를 언급한 다음, '저작자 아닌 자가 마치 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그 미술품을 판매하였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저작자의 결정이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지만 "원심이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피고인이라고 본 것이나 그와 같은 창작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한다고 기술한 데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 원심은 작품의 저작자가 피고인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왜 대법원은 원심이 그런 판단을 했다고 본 것인가? 원심은 그 판결이유에서 이 작품들은 피고인의 창작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이유 중 고지의무의 불인정은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저작권 법리에 판결이유의 절반을 할애하면서도 이 그림들이 피고인의 창작이라는 원심의 판단은 끝내 긍정하지 않았다. 5. 이 사건의 저작권적 함의 일부에서는 '이 사건이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면'하는 가설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단정하기에는 어려운 사정이 존재한다. 출발은 물론 저작인격권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저작재산권과 달리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적이며 양도, 포기할 수 없다. 피고인이 대가를 주고 작품을 인도받았다 해도 여기에 수정·서명을 하여 자기 작품으로 공표한 행위는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넘기 어려운 장애가 있다. 첫째, 업무상 저작물의 경우는 저작인격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1심은 피고인과 공소외인 간의 법률관계는 고용이 아닌 대등관계로 보았다. 그러나 원심은 고용은 아니더라도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제작을 지시하고 공소외인은 이의없이 따르는 관계였다고 시사하고 있다. 둘째는 저작인격권이 아무리 일신전속적이라 해도 이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동의하는 것까지 막지는 못한다. 이 사건에서 묵시적 동의의 존재는 검찰이 저작권법 위반을 기소하지 않은 배경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의 저작권 설시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저작권법 위반은 별론, 저작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합의로도 변경 못하는 강행규정이기 때문이다. 저작권 제도가 개념예술을 중핵으로 하는 현대미술론에 호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미술이 개념이 예술이라고 주장한다면 저작권은 표현에 예술의 영혼이 있다고 본다. 개념이 아닌 표현형식을 보호한다는 것은 저작권 제도의 철학적 기초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사건에서 현대미술론이 수용되었다는 어떠한 근거도 찾아보기 어렵다. 안태용 변호사 (서울회)
사기
대작
조영남
안태용 변호사(서울회)
2020-10-19
인터넷
지식재산권
- 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6다1608 판결 -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방조책임 성립요건
[사실관계] 피고는 대형 포털사이트 운영자이다. 원고는, 피고의 회원이 원고의 저작물인 동영상을 피고 사이트 카페에 무단으로 업로드하여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조치해 달라는 요구서를 보내면서, 해당 카페 주소들을 기재하고, 키워드 검색결과 화면 및 해당 동영상 중 1개의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첨부하였다. 피고는 원고 제공 자료로 특정 가능한 동영상은 삭제하였으나, 카페 주소만으로는 침해 게시물 특정이 불가능하므로 URL 등 게시물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요청과 답변이 수차례 오간 후 원고는 부작위 방조로 인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주장하며 피고에게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법원의 판단] 1심은 피고의 책임을 부정하였으나, 항소심은 부작위에 의한 방조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방조책임을 부정하며 파기환송하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 게시되었고 그 검색 기능을 통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이 위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중략) 갑이 을 회사에 회원들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알리고 이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보냈으나 그 요청서에 동영상을 찾기 위한 검색어와 동영상이 업로드된 위 사이트 내 카페의 대표주소만을 기재하였을 뿐 동영상이 게시된 인터넷 주소(URL)나 게시물의 제목 등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은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갑이 을 회사에 동영상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에 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삭제와 차단 요구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을 회사가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으며, 을 회사는 갑이 제공한 검색어 등으로 검색되는 게시물이 갑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웠고, 그와 같은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하여 기술적·경제적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을 회사가 위 동영상에 관한 갑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을 회사의 사이트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후략)." [평석] 1. 문제의 제기 인터넷을 통한 권리 침해 사안에서 직접 침해자 외에 매개자인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 책임 근거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방조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으로 이론구성된다. 즉, 서비스의 내용, 구체적인 행위 태양 등에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직접 침해자로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작위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를 근거로 책임이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일반적 사전적 감시의무는 인정되지 않으며, 피해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 침해 사실 통보가 있고 기술적 경제적으로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 능력이 인정되는 경우, 다시 말해 '인식가능성'과 '통제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새로운 게시물이 등록되고 대량의 정보가 수시로 오고가기 때문에, 어느 범위에서 인식가능성과 통제가능성을 인정할지에 따라 실제 책임 범위나 의무 부담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책임 요건에 관하여 대법원에서 여러 차례 판단되었지만, 구체적 요건에 대해서는 불명확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책임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 종래부터 대법원은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책임이 인정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4343 판결 등).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떠한 경우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특히 '피해자가 URL로 적시한 당해 특정 게시물'에 한하여 책임이 인정되는지 아니면 'URL로 특정하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제공한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 사실상 발견할 수 있는 게시물'에까지 책임 범위가 확장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판례 중에서도, 예를 들어 명예훼손에 관한 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에서는 이를 긍정한 반면, 상표권에 관한 대법원 2012. 12. 4.자 2010마817 결정에서는 이를 부정하여 결과적으로 상반되는 판단을 내리기도 하였다. 2010년 중반 이후로 저작권법 등에 규정된 통지 및 차단조치(notice and takedown) 절차가 실무상 빈번히 이용되고 있다. 위 규정에 근거해 권리주장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URL 등으로 특정된 게시물의 복제·전송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당해 게시물에 대하여 즉시 차단조치를 취한다. 피해자가 URL 등으로 특정한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키워드 검색 등으로 도출되는 수많은 침해물을 직접 찾아내서 걸러내도록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가 해결 방안으로 사실상 정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상판결 사안에서 피해자인 원고는 URL 등으로 게시물을 특정하지 않고, 피고에게 직접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 침해물을 찾아내도록 요구하였다. 항소심 판시에 의하면 키워드 검색시 100건 이하 비교적 소량의 게시물이 검색되었던 것으로 파악되며, 항소심은 URL 제공 없이도 피고 스스로 침해 게시물을 발견·조치할 수 있다고 하며 그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가 URL 등으로 구체적 개별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게시물에 대해서는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서 도출되는 게시물 중 어느 게시물이 명백히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게시물인지 곧바로 알 수 없고, 일반적인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규모, 권리침해 신고 건수, 업로드되는 동영상의 수, 동영상의 재생시간 등에 비추어 볼 때 일일이 검색을 통해 게시물을 찾아내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은 경제적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이다. 즉, 대상판결은, 'URL 등으로 직접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피해자가 제공한 키워드 검색을 통해 사실상 발견할 수 있는 게시물'에 대하여 인식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을 모두 부정하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범위에서 제외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종래 판례에서 모호하게 언급하였던 기준을 명확히 정리하였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엄격히 제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3. 시사점 및 향후 전망 대상판결은 URL 등으로 침해물을 특정할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고, 피해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어떠한 가치판단이나 확인절차 없이 침해물을 확정·차단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여야만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만약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키워드 검색을 통해 불법 게시물을 확인·판단한다면, 이는 일종의 검열이 될 위험이 있다. 또한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이상 불법성을 정확히 판별하기 어려우므로, 가능한 판단의 여지를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많은 정보가 오가는 인터넷 특성상 키워드 검색 및 검색 결과에 대한 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가하는 것으로, 극단적으로는 서비스 존속 자체에까지 위협이 될 수 있다. 대량의 침해물 유통이 전제되는 웹하드나 P2P 등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닌, 포털 사이트 등 일반적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나 정보유통의 자율성을 넓게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피해자 입장에서도 URL 주소 등만을 특정한다면 언제든지 게시물 삭제 등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대상판결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인격모독 게시물이나 불법촬영 음란물 등으로 그 불법성이 심각·명백하고, 게시물 확산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적극적 조력 없이는 피해자 보호가 사실상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는 등 극단적인 경우에는, URL 등 특정 없이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책임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일반적인 경우를 상정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성립요건을 엄격히 보았으나, 위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에까지도 대상판결의 책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지 의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기준을 다소 완화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할 것이다. 한편 대상판결은 저작권에 관한 사안으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이 주로 문제되는 상표권이나 인격권 등 다른 법익 영역 분쟁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지혜 교수 (전북대 로스쿨)
저작권침해
인터넷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신지혜 교수 (전북대 로스쿨)
2019-11-18
지식재산권
최승재 변호사(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상품형태 모방행위에 대한 소프트리 판결의 의미
-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40454판결- 1. 사실관계 이 사건에서 상품형태 모방행위가 문제 된 것은 벌꿀 아이스크림의 형태이다(법률신문 2015. 10. 1. 자 기사 및 이미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둘의 형상은 유사하다. '소프트리(SOFTLEE)'는 강남구 신사동 등에서 2013년 6월부터 벌집 모양의 꿀이 들어간 아이스크림 등의 디저트를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엠코스타가 이듬해부터 '밀크카우(MILKCOW)' 상호로 유사한 방식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자 독창적인 상품을 판매할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2015년 4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 하급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우유의 풍미를 강조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벌집 그대로의 상태인 벌집채꿀과 함께 제공하는 것은 기존에 없던 상품이고, 이런 아이스크림 형상의 인테리어와 제품 진열 방식 등에서 보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경법’) (차)목의 성과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1. 27. 선고 2014가합524716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가 상당한 노력 및 투자에 의하여 구축된 성과물을 모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와 같은 상품형태의 모방행위에 대해서 부경법 (차)목을 적용하는 선례를 제시하였다.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소프트리와 밀크카우의 상품 유사성이 인정되지만,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부경법 (차)목 주장을 배척하였다. 부경법 (자)목 부분에 대해서도 서울고등법원은 매장 직원이 주문을 받아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특성상 아이스크림의 높이·모양, 벌집채꿀의 크기·모양·위치 등이 개별 제품별로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벌집채꿀 모양이 불규칙적인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상품 형태를 항상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부경법 (자)목의 성립도 인정하지 않았다(서울고등법원 2015. 9. 10. 선고 2015나2052436판결). 서울고등법원의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패소판결을 하자 원고는 상고하였다. 다만 상고이유에는 결국 부경법 (차)목은 포함되지 않고 (자)목의 성립여부만이 문제되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여 원심을 확정하였다. 대법원은 부경법 (자)목에 의한 상품형태의 모방행위의 대상으로서의 상품형태는 일반적으로 상품 자체의 형상·모양·색채·광택 또는 이들이 결합한 전체적 외관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부경법 (자)목에 의한 보호대상인 상품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하려면 수요자가 그 상품의 외관 자체로 특정 상품임을 인식할 수 있는 형태적 특이성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정형화된 것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즉 사회통념으로 볼 때 그 상품들 사이에 일관된 정형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관된 정형성이 없다면 비록 상품 형태를 구성하는 아이디어나 착상 또는 특징적 모양이나 기능 등의 동일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상품형태를 모방한 부정경쟁행위의 보호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사건 아이스크림은 직육면체라고 보기 어려운 불규칙적인 형태인 입체형상인데다 벌집제품이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놓이는 위치도 다양하여 일정한 형태로 정형화된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것도 아니며 원고가 벌집채꿀의 크기나 모양을 균일하게 하기 위하여 별도의 조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품형태 모방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1)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입법경과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판단의 대상이 된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은 2004년 입법되었다. 이는 일종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보호를 위한 규율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부경법 (자)목은 보호기간을 상품의 형태가 갖추어진 날부터 3년이라는 단기간으로 하고, 타인이 제작한 상품과 동종의 상품이 통상 가지는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행위는 예외로 함으로써, 부정경쟁행위의 의지는 꺾되 자유경쟁이라는 대원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하고 있다. 이로써 주지성 및 오인혼동 요건을 주장 입증하지 못하여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신설로 디자인 보호에 대한 전체 법체계의 원칙이 변경되었다는 평가도 있다(한국지식재산연구원, '형태모방(Dead Copy)으로부터 미등록디자인의 보호강화방안 연구' 특허청(2008. 7), 21면). (2)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 침해의 판단요건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은 선행자가 자금, 노력을 투하하고 상품화하여 시장에 제공한 성과를, 모방자가 아무런 자금, 노력을 들이지 않은 채 모방하여 불공정한 이익을 얻는 것을 금지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 상품의 형태는 특허법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고도성은 물론, 진보성, 신규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창작성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상품 형태의 모방 그 자체를 보호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보호법이나 저작권법 등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상품의 형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 실무상 부경법 (자)목 신설 이후 디자인권 침해 주장과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주위적·예비적 청구원인으로, 또는 선택적 청구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최승재, '상품형태모방행위에 대한 독일 고등법원의 판결-OLG Koln, Urteil vom 14. 11. 2014-' 지식재산정책 vol 28 2016. 9. 139면). 대법원은 형태에 변경이 있는 경우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상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변경의 내용·정도, 그 착상의 난이도, 변경에 의한 형태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8. 10. 17. 자 2006마342 결정). (3)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보호대상으로서의 형태의 일관된 정형성 서울고등법원은 부경법 (자)목 주장을 배척하면서 소프트리 제품 이전에도 젤라토형 아이스크림 위에 토핑으로 벌집채꿀을 올린 제품이 판매되는 등 이 역시 기존에 아이스크림 업계에서 사용해오던 방식에 불과해 별다른 특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소프트리의 주장대로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벌집채꿀을 조합하는 방식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토핑으로서의 벌집채꿀을 조합하는 결합방식이나 판매방식에 관한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여러 부분이 조합돼 이뤄진 상품의 경우, 이를 구성하는 개개의 상품과 조합된 상품자체가 흔한 형태인데도 그러한 조합방식을 기존에 볼 수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상품형태의 모방으로 본다면 이는 상품을 조합하는 방법이라는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돼 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점에 대한 설시는 실제로 구현되지 못하고 고정화되지 못한 아이디어를 보호할 수 없다고 보는 점에서는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그것이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부경법 (자)목은 실제로 정형적으로 구현된 형태의 모방이라면 그것을 기존에 존재하는 것의 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부경법 (자)목 침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부경법 (자)목이 보호하는 상품형태는 형태적 특이성이 있으면 족하지 특허요건으로서의 진보성, 신규성이나 저작물이 되기 위한 창작성이 요구되는 것이 아닌 상품 형태의 모방 그 자체를 보호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옳다. 대법원이 적절히 설시한 것과 같이 원고가 이를 다투는 것은 원심의 부가적 판단을 다투는 것으로 원고의 아이스크림의 형태가 일관된 정형성을 갖추지 못해서 결론적으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결국 법리적으로는 아이디어와 관련된 설시는 마치 상품형태의 창작성이나 신규성이 요구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으므로 굳이 하지 않았더라도 형태의 일관된 정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하여 부경법 (자)목 주장은 배척할 수 있었다고 본다. (4)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부경법 (자)목의 인정기준으로 형태의 일관된 정형성을 요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이스크림과 그 토핑이라는 사건의 특이성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유체물인 상품은 형태의 일관된 정형성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어 적용범위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다만 원고가 부경법 (차)목에 대해서도 상고를 하여, 부경법 (차)목에 의한 보호에 대해서 대법원이 판단하였다면 학술적으로는 더 의미 있는 판결이 되었을 것인데 이 점에 대한 상고가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성과모용
부정경쟁행위
소프트리
상품모방
2016-12-12
최승재 변호사 (법무법인 다래)
음악저작물 침해 판단 기준
-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3다14828판결- I. 사실관계 2015년 8월 대법원은 유명작곡가, 가수이자 JYP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박진영이 작곡한 드라마 <드림하이>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아이유라는 가수가 부른 'Someday'가 다른 작곡가의 음악저작권을 침해한 곡인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건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 김신일은 작곡가로 2003년경 가수 애쉬의 2집 음반에 제작자로 참여하였고, 이 음반에 수록된 14곡 중에서 12곡의 작사, 작곡 및 녹음 등을 담당하였다. 이 사건 음반에는 대법원 판결에서 침해여부가 문제가 되었던 '내 남자에게'라는 곡이 수록되어있었다. 원고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고 박진영이 자신이 작곡해서 2005년 가수 애쉬의 곡으로 발표한 '내 남자에게'의 후렴구를 저작자의 동의 없이 무단 사용하였다고 하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금 1억1000천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의 저작권침해를 인정하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2167만2752원 및 이에 대한 2012. 1.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2. 10. 선고 2011가합70768판결). 이 판결의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저작권침해의 점에 대해서는 1심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손해배상액을 상향하였다. 1심은 피고 대비 부분이 피고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산술적으로 전체 86마디 중 20마디라는 점에 착안하여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2011. 2.부터 2011. 12.까지 제세금과 신탁관리수수료 등을 제하고 실질적으로 분배받은 금원인 8029만2834원 중 이를 산술적인 비율로 나누어서 손해배상액을 계산하였다. 그러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기계적인 계산법을 취하지 않고 전체 음악에서의 기여율을 40%로 산정한 뒤에 추가로 인정된 피고의 이익금(피고 음악저작물의 해외저작권료)을 더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였다. 그 결과 피고의 손해배상액은 5693만710원이 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3. 1. 23. 선고 2012나24707판결). II.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 저작물이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저작권법이 정한 창작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 중에 창작성이 없는 표현부분에 대해서는 원 저작물에 관한 복제 등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음악저작물에 관한 저작권침해소송에서 원 저작물 전체가 아니라 그 중 일부가 상대방 저작물에 복제되었다고 다투어지는 경우 먼저 원 저작물 중 침해여부가 다투어지는 부분이 창작성이 있는 표현인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법리를 설시하였다. 이는 새로운 법리는 아니다. 이런 법리에 의하면 이 사건 원고의 음악저작물은 비교대상저작물 1인 커크 프랭클린(Kirk Franklin)의 '호산나'라는 곡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원고 대비 부분에 가해진 수정이나 증감, 변경은 새로운 창작성이 더한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써 원고 대비 부분은 창작성이 있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이 부분에 대해서까지 원고 복제권 등의 효력이 미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런 판단에 기초하여 원고의 곡은 창작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보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의 저작권침해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하여 파기환송 하였다. III. 평석 1.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저작권침해사건에서의 창작성 판단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 대한 다수의 판결이 있었지만 이 사건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과 달리 원고의 음악저작물이 창작성이 없다고 보았다. 거의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커크 프랭클린의 곡과 이 사건 원고의 음악저작물과의 비교를 통해서 1대1 비교를 통한 창작성 부인은 향후 저작권침해실무에서 창작성의 존부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가적으로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 하여 대법원은 판단하지 않았지만, 손해배상을 인정한다면, 원심과 같이 피고 대비부분이 피고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비율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피고 대비 부분은 곡의 전반부에 배치된 후렴구로서 이를 반복함으로써 청중들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고, 전체 곡의 성격상으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피고 대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비중과 인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여율을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본다. 이 사건 원심은 40%의 기여율을 인정하였는데, 기본적으로 기여율에 대한 판단은 사실심 전권사항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2. 이 판결이 남긴 과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여러 과제를 남겼다고 생각된다. 우선 이 사건과 같이 1대1 비교를 통한 창작성 부정이 복수의 비교대상음악저작물의 유사한 부분들을 결합하여 피침해음악저작물과의 비교를 허용할 것인지, 허용한다면 개별적으로 유사한 부분 즉, 창작성이 인정되는 부분의 결합과 비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그 결합의 한계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인지. 이런 결합에 있어서 음악전문가의 관점에서의 결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수요자의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창작성이라는 것은 음악저작물, 특히 상업적 음악저작물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의 한계를 고려하면 자칫 창작성이 쉽게 부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점들에 대한 추가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015-10-26
박성호 교수(한양대 로스쿨)
저작권법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의 신설에 따른 제28조 적용범위의 재조정
I. 사건개요 공소외 법인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식약청으로부터 '리프니놀―초록입홍합 추출 오일복합물'을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의학저널에 실린 피해자들의 논문 전체를 허락 없이 그대로 복제·첨부하였다. 이에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였고 원심에서 피고인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의 법리와 제28조의 소정의 권리제한 등을 주장하면서 다투었지만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이 상고하였지만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도5835 판결(이하, '대상판결'로 줄임)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1] 저작물의 공정이용은 저작권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라고 하는 대립되는 이해의 조정 위에서 성립하므로 공정이용의 법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 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을 것이 필요한데, 구 저작권법(2009. 3. 25. 법률 제95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이에 관하여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으면서('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관한 규정은 2011. 12. 2. 법률 제11110호로 개정된 저작권법 제35조의3으로 비로소 신설되었다) 제23조 이하에서 저작재산권의 제한사유를 개별적으로 나열하고 있을 뿐이므로, 구 저작권법하에서는 널리 공정이용의 법리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2] 구 저작권법(2009. 3. 25. 법률 제95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인용의 목적이 보도·비평·교육·연구에 한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지만, 인용의 '정당한 범위'는 인용저작물의 표현 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즉,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III. 평석 1.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저작권법 제28조의 인용의 '정당한 범위'와 관련하여 피인용저작물이 인용저작물과의 관계에서 '부종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른바 '주종관계설')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제28조의 요건인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인용의 목적이나 저작물의 성질 등 6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이른바 '종합고려설'의 관점을 재확인하였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비록 2011년 저작권법(12월 2일 개정법)에서 신설된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의 적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은 아니었지만, 제35조의3 신설조항과 제28조 기존규정 간에 그 적용범위를 둘러싸고 앞으로 전개될 해석 방향과 관련하여 일정한 적용 기준을 암시하고 있다. 2. 이른바 '주종관계설'의 기원과 그 의미 우리나라 판결들 중 인용의 '정당한 범위'와 관련하여 인용저작물과의 관계에서 피인용저작물이 '부종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는 '주종관계'를 최초로 밝힌 것은 '사진저작물의 인용'에 관한 대법원 1990. 10. 23. 선고 90다카8845 판결(이하, '① 판결'로 줄임)이다. 위 ① 판결에서의 '주종관계' 법리는 '패러디 몽타주 사진' 사건에 관한 일본 최고재판소 1980(昭和55)년 3월 28일 판결에서 유래한다. 위 사건은 일본의 구 저작권법 제30조 제1항 제2호의 "자기의 저작물 중에 정당한 범위 내에서 절록(節錄) 인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한 해석론을 전개한 판결이었다. 우리의 구 저작권법인 1957년 저작권법 제64조 제1항 제2호도 "자기의 저작물 중에 정당한 범위 내에 있어서 절록 인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 조항에 관해 대법원 1991. 8. 27. 선고 89도702 판결(이하, '② 판결'로 줄임)은 '노가바 패러디' 사건에서 "자기의 저작물 중에… 절록 인용하는 것"이란 타인의 저작물을 종된 자료로 인용하거나 설명하는 자료로 삽입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그런데 우리의 현행 저작권법 제28조나 일본의 현행 저작권법 제32조 그 어디에도 구법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은 "자기의 저작물 중에"라는 전제조건이 요구되고 있지 않아서 과연 현행법 하에서도 '주종관계'가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현행 저작권법에서도 '주종관계'라는 조건이 요구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이론(異論)없이 수긍되어 왔다. 문제는 자기의 저작물 중에 타인의 저작물을 종적 관계로 끌어들이는 '삽입(Insert)형' 인용이 아니라, 대상판결의 사안처럼 자기의 저작물이 존재하지 않거나 설령 존재하더라도 사소한 상태에서 오로지 타인의 저작물을 전부 인용하는 '전유(Appropriation)형' 인용의 경우에 발생한다. 3. 이른바 '종합고려설'의 등장과 그 전개 '전유형(專有型)' 인용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규정에 의해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최초로 판시한 것은 후술하는 '썸네일 이미지'에 관한 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7793 판결이다. 특히 위 판결에서 '종합고려설'이 크게 주목 받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종합고려설'이 맨 처음 제시된 것은 '대입 본고사 입시문제' 사건에 관한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이하, '③ 판결'로 줄임)이다. 위 ③ 판결에서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의 여부 등 6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주종관계'에 관해서는 '인용된 내용과 분량'을 판단하면서 "개개 문제의 질문을 만들기 위해 그 질문의 '일부분으로' 대학입시문제를 인용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간접적이지만 여전히 피인용저작물이 '부종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는 관점을 유지하였다. 그런데 '썸네일 이미지' 사건에서 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7793 판결(이하, '④ 판결'로 줄임)은 위 6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피인용저작물의 '부종적 성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요건의 해석에 관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단초가 마련되었다. 즉, 위 ④ 판결로 인해 자기의 저작물(인용저작물) 중에 타인의 저작물(피인용저작물)을 종적 관계로 끌어들이는 '삽입(Insert)형' 인용 뿐 아니라 자기의 저작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오로지 타인의 저작물을 전부 인용하는 '전유(Appropriation)형' 인용도 제28조의 적용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4. 저작권법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의 신설에 따른 제28조 적용범위의 재조정 문제는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이 신설됨으로써 제28조의 적용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하는 논의가 재론(再論)되었다는 점이다. '썸네일 이미지' 사건에 관한 위 ④ 판결처럼 '삽입형' 뿐 아니라 '전유형' 인용까지 모두 제28조에 의해 해결 가능하다는 취지라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관한 한 신설된 제35조의3 조항은 별다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종합고려설'의 관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대입 본고사 입시문제' 사건에 관한 위 ③ 판결처럼 피인용저작물의 '부종적 성질'을 간접적으로 설시한 것이 아니라 위 ① 판결에서처럼 명시적으로 강조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인용의 정당한 범위와 관련하여 인용저작물과의 관계에서 피인용저작물이 '부종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는 '주종관계'를 명시한 위 ① 판결의 판시취지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6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의해 판시해야 한다는 위 ③ 판결의 판시취지를, 모두 강조하면서 결합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로써 대상판결은 제28조의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는 인용저작물과 피인용저작물 간의 '주종관계'를 전제로 한 '삽입형' 인용만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고, 이와 달리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에는 제28조가 적용될 수 없는 이용(利用) 양태가 적용 가능하다는 것, 예컨대 '전유형' 인용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함으로써, 제35조의3 조항에 관한 향후 해석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썸네일 이미지' 사건에 관한 위 ④ 판결은 이제 그 역사적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5. 소결 지금까지 제28조의 인용 규정은 공표된 저작물을 전제로 할 뿐 아니라 인용(引用)이 아닌 저작물 이용(利用) 일반에 대해서까지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으나 제35조의3 신설조항은 그 공표 여부에 관계없이 저작물의 이용(利用) 일반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대상판결은 '삽입형' 인용에 대해서는 제28조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설시함으로써, '전유형' 인용(引用) 내지 이용(利用) 일반에 대해서는 제35조의3 조항이 적용 가능하다는 쪽으로 그 해석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013-12-09
이재경 변호사(건국대 교수)
음악저작물의 표절에 대한 판단 기준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그룹 "ynot?(와이낫)"의 멤버로 활동하는 가수들로서 2008. 4. 26. 노래 "파랑새"를 작곡하여 발표하였고, 피고들은 그룹 'CNBLUE(씨엔블루)'의 노래 "외톨이야"를 작곡한 자들이다. 원고들이 "파랑새" 중에서 피고들에 의해 부당하게 이용(표절)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후렴구에 해당하는 25마디부터 32마디까지 8마디, 54마디부터 61마디까지의 8마디, 70마디부터 85마디까지의 16마디로서 노래 전체 86마디 중 32마디이고(이하, "이 사건 노래부분"), 그에 대응하는 피고들 작곡의 "외톨이야" 악보부분은 후렴구인 25마디부터 30마디까지, 49마디부터 54마디까지, 78마디부터 83마디까지 각 6마디씩 전체 93마디 중 18마디(이하, "이 사건 대비부분")이다."파랑새" 중에서 이 사건 노래부분과 "외톨이야" 중에서 이 사건 대비부분은 모두 후렴구로서, 위 두 노래 모두 후렴구의 첫째 및 둘째 마디의 표현이 셋째 및 넷째 마디에 계속하여 동형진행(同形進行, Sequence)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작곡한 "외톨이야" 중에서 이 사건 대비부분은 원고들이 작곡한 "파랑새"의 해당부분을 표절하거나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였고, 위 부분은 전체 곡에서 질적 및 양적으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후렴구를 포함하여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며 전체 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파랑새"는 전체의 1/2에 해당하고, 외톨이야는 전체의 2/5에 해당하므로 "외톨이야"는 "파랑새"를 표절하여 원고들의 음악저작권 중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들이 입은 손해로서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본건 소를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은 후렴구 첫째 마디와 둘째 마디의 각 동형진행부분로 나누어 표절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는바, 우선, ① 후렴구 첫째 마디 및 이와 동형진행부분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 노래부분과 그 대비부분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② 후렴구 둘째 마디와 동형진행부분에 대하여도, i) 원고들이 작곡한 이 사건 노래부분 중 후렴구 둘째마디 및 이와 동형진행부분은 선행저작물들에 이미 표현되어 널리 알려진 관용적인 표현에 해당하며, 원고들의 위 노래부분과 같은 음악적 표현이 선행저작물들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점, ii) 원고들은 대중매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소위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인 점을 종합하여, 피고들이 원고들의 노래에 의거하여 이 사건 대비부분을 작곡하였다고 할 수도 어렵다고 판단함으로써, "외톨이야"가 "파랑새"의 표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선고하였다. 3. 대상판결의 법률적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음악저작물의 표절 판단에 대한 일반적 기준 음악저작물은 일반적으로 가락(melody), 리듬(rhythm), 화성(chord)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고,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일정한 질서에 따라 선택·배열됨으로써 음악적 구조를 이루게 된다. 그리하여, 음악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① 피고가 원고의 창작적 표현을 복제하였을 것(창작성 복제), ②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을 것(의거관계), ③ 원고의 저작물과 피고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실질적 유사성)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해당 음악저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음악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 양적 정도를 감안하여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창작물의 복제 음악저작물에 있어서 저작권의 침해, 즉 "표절"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침해자가 저작자의 창작적인 표현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실질적으로 같거나 유사한 복제물을 작성하는 것을 말하며(저작권법 제2조 제1, 2호).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창작물의 기준으로는, 저작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수준이 높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로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6259 판결). 결국, "파랑새"의 이 사건 노래분에 창작성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쟁점인바, 이 사건 노래부분과 이 사건 대비부분은 서로 가락이 동일하고 빠르기도 유사하나, 원고가 "파랑새"를 발표하기 이전의 선행 음악저작물로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컨츄리꼬꼬의"오!가니"(최준영 작곡 2000. 6. 발표)와 박상민의 "지중해"(유해준 작곡, 2002. 2. 발표)에도 유사한 가락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인정되었다. 그러므로, "파랑새"와 선행저작물인 "지중해"는 음계가 동일하고, 빠르기, 음조가 다르더라도 음악에 있어서 빠르기는 리듬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며 그 빠르기에 대하여 원고에게 창작적인 지위를 부여할 수도 없다는 대상판결의 창작성 부존재 판단은 일응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빠르기나 음조와 관련된 창작성을 일률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는 음악전문가의 감정 등을 통하여 추후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 의거관계 국내 유일하게 표절을 인정한 사례(수원지방법원 2006. 10. 26.선고2006가합8583판결)인 이른바, "MC몽 vs 강현민(러브홀릭)"사건(이하, "MC몽 판결")에 의하면, 원고(강현민)의 곡"It's You"(그룹 The The)는 1998년에 공표되었고 피고의 곡(MC몽 '너에게 쓰는 편지')은 2004년에 공표된 점, 원고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여 제작된 앨범이 10만장 이상 판매되어, TV, 라디오 등을 통하여 널리 방송되었으며 상업 광고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곡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한 것이라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본건의 경우, 홍대 인디음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고가 이 사건 표절 논란으로 언론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대중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밴드였다는 점이 입증된 이상, 피고들은 '외톨이야'를 작곡할 당시 원고들의 '파랑새'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대상 판결의 판단은 설득력이 있으며, 원고의 반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라. 실질적 유사성 각 곡을 대비하여 유사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음악저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음악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정도를 감안하여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바, 위 MC몽 판결에 의하면, i) 문제된 1, 2소절은 각 음의 구성이 완전히 동일하고, 3, 4, 5, 6, 7소절은 서로 유사한 음의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그 장단도 유사하여 전체적인 가락의 유사성이 인정되고, ii) 각 대비부분 8마디의 화성 진행을 대비하면 1소절, 2소절 앞부분, 3소절 뒷부분, 4소절 뒷부분, 5소절 뒷부분, 6소절 앞부분은 동일한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2소절 뒷부분, 5소절 앞부분, 6소절 뒷부분, 7소절 전체, 8소절 앞부분은 유사한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iii) 나아가 실제 가창되는 각 곡의 대비 부분의 박자, 템포, 분위기도 유사하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또한, 문제가 된 소절은 총 8소절로 각 곡 중의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각 곡의 후렴구로서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어 각 곡의 전체 연주시간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핵심적인 부분이 여러 차례 반복됨으로써 청중이 전체 곡을 감상할 때 그 곡으로부터 받는 전체적인 느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표절을 인정하였다. 반면, 본건의 경우, i) 이 사건 노래부분과 이 사건 대비부분은 그 가락이 전혀 일치하지 아니한 사실, ii) 두 곡 전체를 화성(코드)의 측면에서 비교해 보아도 1절 24마디 중 4마디의 코드가 동일 또는 유사할 뿐이고, "파랑새"는 한 마디에 두개의 화성이 진행되고 "외톨이야"는 대부분 한 마디가 하나의 화성으로 이루어져 구성이나 진행방식이 서로 다른 사실, iii) 원고들의 "파랑새" 후렴구가 "Dm-C-Bb-C-Bb-Am-Bb-C"의 구성을 가지는데 반하여 피고들의 "외톨이야" 후렴구는 "Dm-Dm-Bb-Bb-C-C-F-A'"의 구성을 가지고 있어 한마디 정도의 화성만 동일한 사실, iv) "파랑새"가 ♩=102, "외톨이야"는 ♩=105로서 비슷한 빠르기를 가지고 있으나, "파랑새"는 16비트의 기본 리듬을 가지는데 반하여 "외톨이야"는 24비트를 기본리듬으로 삼고 있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단에 있어, 음악에 대한 단순한 느낌에 상당 부분 의존하기 보다는 음악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하여 표절 여부를 판단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쉽게 뒤집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음악저작물의 표절 여부는 음악의 요소인 멜로디, 화음, 리듬을 분석하여 이루어지므로 전문적인 판단이 어렵다. 그런데, 표절을 부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해당 곡을 표절로 낙인을 찍어 버리므로 그에 따른 작곡가와 가수에게 미치는 피해가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대중음악의 경우, 대중의 기호가 한정돼 있고 시대마다 유행이 있기 때문에 이에 민감한 대중음악 작곡가들의 창작에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저작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표절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더 신중해야 하며, 법원의 판단 이전에, 음악전문가나 소비자로 구성된 중립적인 위원회, 또는 중재기관을 통하여 보편타당한 판단을 우선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표절 시비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11-07-04
이헌묵 변호사(법률사무소 여산)
인라인 링크(Inline Link)와 전시권 침해
I. 들어가기 인터넷에서 하이퍼링크(hyperlink) 또는 링크(link)란 연결시키고자 하는 문서의 웹 위치 정보 내지 경로를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링크가 설정된 문구를 하이퍼텍스트(hypertext)라고 하는데, 하이퍼텍스트를 클릭(click)함으로써 사용자는 자동적으로 링크된 문서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링크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인라인 링크' 방식은 현재의 웹사이트에서 링크를 열면 다른 웹사이트의 정보(주로 이미지)가 현재의 웹사이트의 부분인 것처럼 나타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라인 링크 방식에 의하여 유입되는 정보들이 현재의 웹사이트의 화면 내의 독립된 프레임에 나타나도록 하는 것을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한다. 인라인 링크를 포함하여 인터넷에서의 링크가 계속하여 문제된 이유는 저작권자가 아닌 제3자가 타인으로 하여금 저작물을 보고, 듣고, 읽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링크는 웹사이트의 서버에 저장된 저작물의 인터넷 주소(URL)를 복사하여 사용자가 이를 자신의 블로그 게시물 등에 붙여두고 여기를 클릭하면 위 웹사이트 서버에 저장된 저작물을 직접 보거나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써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저작물의 웹 위치 정보 내지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링크에서는 유형물에 고정되는 '복제'가 일어나지 않으며 전송의 의뢰가 있을 뿐이지 '전송'에 해당하는 행위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상의 저작물에 링크를 하더라도 저작권자의 복제권과 전송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대법원 2009. 11.26. 선고 2008다77405 판결). 그런데 인라인 링크와 관련하여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었다. 인라인 링크를 이용하면 현재의 웹사이트에 링크된 웹사이트가 구현되고,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링크로 구현된 웹사이트가 마치 현재의 웹사이트의 일부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에서 인라인 링크가 '전시'에 해당하지 않는가 논란이 있다. II. 인라인 링크에 관련한 국내외 판례들 1. 국내 판례(대법원 2010. 3.11. 선고 2009다4343) 가. 사건의 개요 피고는 온라인서비스제공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인터넷포털사이트를 운용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피고의 웹사이트가 아닌 다른 일반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미지를 검색로봇과 같은 이미지 수집프로그램을 통해 수집하여 이를 가로 약 3cm, 세로 약 2.5cm 크기의 이미지(썸네일)로 변환한 후 그 썸네일 이미지와 원본 이미지가 저장된 인터넷 주소를 서버에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피고 웹사이트의 화면 창(window)을 상·하단으로 나눈 다음, 상단에는 검색결과에 해당하는 썸네일 이미지목록과 원래의 이미지가 게시된 웹사이트에 대한 인터넷 주소 등의 정보를, 하단에는 사용자가 선택(click)한 썸네일 이미지의 원래 이미지가 저장된 인터넷 주소에 연결(link)하여 원래의 웹페이지의 모습을 각 보여주며 위 화면의 상단과 하단 사이에 "본 이미지 원본은 하단의 사이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하였다. 원고는 사진작가로서 자연풍경을 위주로 작품활동을 하여 오던 중 자신이 창작적으로 촬영한 사진작품을 게시하고 임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자신의 사진작품들을 게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고의 사진들이 피고의 위 검색서비스를 통해 검색될 수 있는 상태에 놓여져 검색결과의 하단에 원고의 원본사진이 나타났고 이에 원고는 자신의 복제권, 전송권, 전시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여러 가지 논점에 대하여 판시하였지만 본 주제와 관련한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른바 인터넷 링크에 의하여 이미지를 보여 주는 방법에는 웹브라우저에서 인터넷 사용자를 특정 웹페이지로 이동시켜 주는 방식 외에, 동일 서버 또는 다른 서버에 있는 이미지를 링크를 제공하는 웹페이지의 특정한 위치에 특정한 크기로 나타나도록 하는 방식으로도 구현할 수 있으며, 후자의 방식에 의할 경우에는 웹브라우저의 주소창에 표시된 웹사이트의 주소가 변하지 않은 채 링크된 다른 웹사이트의 이미지 등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바… (중략) 외부이미지 221점의 원래의 이미지 또는 이를 축소, 변환한 상세보기 이미지를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서버 등의 유형물에 저장하였음을 전제로 그 복제권, 전송권 및 전시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미국판례 가. Kelly v. Arriba Soft Corp., 336 F.3d 811 (9th Cir. 2003)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저작물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있었다. 피고의 크롤러(crawler; 인터넷상의 웹문서를 추적하는 수집기)는 위와 같이 게시된 원고의 사진을 수집하여 피고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후 저해상도의 썸네일(thumbnail) 이미지로 변환한 뒤에 전체크기의 사진을 삭제하였다. 이러한 썸네일에는 인라인 링크가 설정되어서 이를 클릭하면 원고의 웹사이트에 저장된 전체크기의 사진이 피고의 웹사이트의 프레임 안에서 구현되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자신의 저작물을 복제, 전송, 전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썸네일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원고의 저작물이 복제되기는 하였지만 이러한 복제는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의 정당한 사용(fair use)에 해당하므로 복제권이 침해된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참고로 대법원 2006. 2.9. 선고 2005도7793 판결에서도 검색사이트에서 썸네일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은 검색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미지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는 것이므로 정당한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 사건의 재판부는 전시(display)의 개념에는 전자적 방법으로 이미지를 전송하는 것도 포함되므로 피고의 인라인 링크는 원고의 전시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덧붙여 재판부는 통상 웹사이트의 게시판에서 발생하는 저작권침해에 대하여 웹사이트의 운영자가 적극적인 관여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지만 이 사건에서의 피고는 적극적으로 이미지를 전시하는 데 참여하였으므로 원고의 전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전체크기의 사진을 전시하게 되면 사용자는 굳이 원고의 웹사이트를 방문할 필요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익이 침해되고 결국 피고의 행위는 정당한 사용(fair use)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보았다. 나. Perfect 10, Inc. v. Amazon. com, Inc., 487 F.3d 701 (9th Cir. 2007) 구글의 이미지 검색서비스를 이용하여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결과가 이미지로 나타나는데, 화면의 상단에는 썸네일 이미지가 나타나고 화면의 하단에는 전체크기의 이미지가 나타났다. 화면의 하단에 전체크기의 이미지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구글의 서버에 전체크기의 이미지가 저장된 것은 아니며 인라인 링크를 통하여 작동된 것이다. Pefect 10은 웹사이트를 통하여 누드사진을 서비스하는 회사로서 사진의 일부가 불법으로 복제되어 다른 웹사이트에 게시되었고, 구글의 이미지 검색서비스가 위와 같이 불법복제된 사진을 인라인 링크하여 검색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에 Perfect 10은 구글 그리고 구글과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아마존을 상대로 하여 자신의 전송권과 배포권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면서 침해정지가처분신청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서버기준(server test)'의 접근방식을 취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는데, 이 사건의 원심은 전자적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하여 이를 직접 사용자에게 서비스(즉, 물리적으로 0과 1로 된 정보를 사용자의 브라우저에 전송하는 것)하는 것이 전시에 해당하므로 반대로 전자적 정보를 저장하여 사용자에게 서비스하지 않는다면 전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하여 이 사건의 원심은 구글이 사진의 이미지를 컴퓨터에 저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송할 '유형물에 고정된 사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따라서 전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는데 이러한 결론은 항소심에서 지지되었다. 덧붙여 인라인 링크는 사용자의 브라우저가 전체크기의 사진이 저장된 웹사이트로 이동하도록 하는 지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복제물을 보여주는 행위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 사건 재판부는 인라인 링크와 프레이밍이 사용자로 하여금 구글의 웹사이트를 보고 있다고 믿게 만들 수 있지만 상표법과 달리 저작권법은 소비자를 혼동시키는 행위를 금지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행위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Ⅲ. 우리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웹사이트에 링크를 설정하는 행위가 복제 또는 전송이 아니란 점에 대하여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인라인 링크 이외의 링크가 전시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왜 유독 인라인 링크에 대하여만 전시권이 문제가 되고 있을까? 그것은 링크된 웹페이지가 현재의 웹사이트의 프레임 안에 나타나기 때문에 현재의 웹사이트가 링크된 웹사이트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에서는 전시를 '저작물의 복제물을 직접 보여주거나 필름, 슬라이드, 텔레비전 이미지 기타 다른 기계 또는 절차에 의하여 저작물의 복제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조에서는 '저작물을 공중에게 실연 또는 전시한다'는 의미에 '저작물의 실연 또는 전시를 공중에게 송신(transmit)하는 행위'를 포함시키고, 송신을 '이미지 또는 음향이 발송되는 장소 이외의 장소에서 수신되도록 하는 장치 또는 절차에 의하여 저작물의 실연 또는 전시를 전달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디지털 송신'을 '디지털 기타 아날로그 이외의 형태로 전부 또는 일부의 송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하는 것도 전시에 해당하므로 인라인 링크가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하는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전시권침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Perfect 10, Inc. v. Amazon.com, Inc., 사건에서는 인라인 링크는 지시에 불과하지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전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우리 저작권법 제19조에서는 저작권자의 전시권을 보호하고 있지만 '전시'의 정의를 두고 있지 않다. 저작권법의 전체적인 해석상 전시는 '미술저작물, 건축저작물, 사진저작물의 원작품이나 복제물 등의 유형물을 일반인이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도록 진열하거나 게시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대법원 2010. 3.11. 선고 2009다4343). 그런데 저작권법 제2조 제10호에서는 '전송'을 '공중송신 중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여 미국 저작권법상 송신과 달리 전송의 개념에 전시를 포함시키고 있지 않다. 따라서 미국 저작권법과 달리 우리 저작권법에 따라서 인라인 링크가 전시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인라인 링크가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왜냐면 설령 인라인 링크가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저작권법상 전송권의 침해가 될 뿐이지 전시권의 침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대법원이 미국 판례가 인정한 '서버기준'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인라인 링크에 의해서는 서버 등에 유형물이 저장되지 아니하므로 전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는 바, 이러한 판단은 전송권과 전시권을 혼동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견으로는 우리 저작권법에서는 전시를 유형물의 '진열'과 '게시'로 보고 있는데 이는 적극적으로 유형물을 보여주는 행위와 이렇게 보여주는 행위가 어느 정도 시간적으로 지속되는 것을 요소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라인 링크를 위 두 가지 요소에 적용하여 보면, 인라인 링크도 다른 링크와 마찬가지로 특정 웹사이트의 위치 정보 내지 경로란 점에서는 원본이나 복제물을 '진열'하거나 '게시'하는 적극적인 행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시간적 지속성도 없으므로 전시라고 볼 수 없다. 만일 인라인 링크를 통하여 나타난 결과 화면을 공중이 볼 수 있도록 '진열' 또는 '게시'한다면 전시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러한 결론은 인라인 링크만이 아니라 다른 링크에서도 동일하다. 그렇다면 대법원으로서는 인라인 링크에 의하여 유형물이 서버 등에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전시권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판시할 것이 아니라 Perfect 10, Inc. v. Amazon.com, Inc., 사건에서 부차적으로 지적한 바와 같이 인라인 링크는 사용자의 브라우저가 전체크기의 사진이 저장된 웹사이트로 이동하도록 하는 지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복제물을 보여주는 행위, 즉 '진열' 또는 '게시'가 없으므로 전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야 한다고 본다. 참고로 전시권은 저작권 귀속의 오인 또는 혼동을 방지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므로 인라인 링크가 일으키는 저작권 귀속의 혼동에 관한 문제는 성명표시권 또는 기타 관련 법이 해결할 문제라고 본다.
2010-07-08
김상균 변호사(서울)
썸네일 이미지 검색서비스의 저작권법 위반 여부
I. 사건의 개요 및 경과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피고인 회사가 자신의 검색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검색서비스 중 이미지 검색은 로봇프로그램을 이용해 각종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미지를 무작위로 검색·수집해서 필요한 이미지들을 피고인 회사의 서버에 가져온 후 그 해상도를 낮추고 크기를 작게 축소한 썸네일(thumbnail) 이미지로 축소·변환시켜 원래의 원본 이미지는 삭제하고 그 썸네일 이미지만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이미지 검색서비스를 위한 썸네일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이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인데, 피고인 회사의 콘텐츠사업본부장 A는 2001년 7월경부터 2002년 9월경까지 이미지 수집프로그램인 로봇프로그램을 이용해 B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진작가 공소외 C(‘공소외인’)의 사진작품 ‘백두산천지’ 등 31점을 복사해 가로 약 3㎝, 세로 약 2.5㎝ 크기로 축소한 썸네일 이미지 프로그램을 만든 후, 이를 피고인 회사의 검색사이트에 저장·게시해 위 사이트 이용자로 하여금 검색·사용하도록 함으로써 타인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했고, 피고인 회사는 A가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해 위와 같이 위반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으로 공소가 제기됐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서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 ① 검색사이트에 썸네일 이미지의 형태로 게시된 사진작품들은 공소외인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이미 공표된 것이라는 점, ② 피고인 회사가 썸네일 이미지를 제공한 주요한 목적은 보다 나은 검색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검색어와 관련된 이미지를 축소된 형태로 목록화해서 검색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미지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는 것인 만큼 상업적인 성격은 간접적이고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점, ③ 썸네일 이미지의 크기는 원본에 비해 훨씬 작아 사진작품들을 그 본질적인 면에서 사용한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점, ④ 썸네일 이미지가 공소외인의 사진작품에 대한 수요를 대체한다거나 공소외인의 사진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침해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 ⑤ 이미지 검색을 이용하는 이용자들도 썸네일 이미지를 작품사진으로 감상하기보다는 이미지와 관련된 사이트를 찾아가는 통로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및 ⑥ 썸네일 이미지의 사용은 검색사이트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에게 보다 완결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공익적 측면이 강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회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타인의 사진저작물을 사용한 것이다. III. 이론적 고찰 1. 저작재산권 침해죄 저작재산권 그 밖에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공연·공중송신·전시·배포·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처벌하고(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법인의 경우 양벌규정으로 처벌한다(저작권법 제141조). 저작재산권 침해죄는 위와 같이 복제·공연·공중송신 등의 방법으로 저작재산권이 침해돼야 한다. 그런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이 제한된다. 따라서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공연·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등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저작재산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므로 위 벌칙규정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저작재산권 가. 사진저작물 사진은 빛이나 복사에너지의 작용을 통해 감광성의 물체 위에 피사체의 형태를 영구적으로 기록하는 방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저작권법 제4조 제1항에서 사진저작물 및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제작된 것을 저작물의 한 종류로 하고 있다. 나. 복제권 저작자는 저작재산권의 한 지분권으로서 복제권을 가진다(저작권법 제16조). 여기서 ‘복제’는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22호). 복제의 방법이나 수단에는 제한이 없고, 컴퓨터 파일형태로 된 저작물을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시디롬 등 전자적 기록매체에 저장하는 것도 복제에 해당된다. 또한 복제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존 저작물의 전부를 그대로 베낄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고, 그 저작물을 축소한 경우에도 원저작물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고 새로운 창작성이 가미된 바가 없다면 역시 복제에 해당한다. 다. 전송권 저작자는 저작재산권의 한 지분권으로서 공중송신권을 가지고(저작권법 제18조), 공중송신권에는 전송권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공중송신’은 저작물 등을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해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하고(저작권법 제2조 제7호), ‘전송’은 공중송신 중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 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10호). 따라서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디지털 저작물을 올려 둔 경우에는 그 접속횟수에 관계없이 일반 공중이 수신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으로서 전송에 해당한다. 3.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서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28조). 저작권법에서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은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경우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저작재산권 일반에 대한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 IV. 대상판결의 검토 대법원과 원심은, 피고인 회사가 로봇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사진작가의 사진작품을 피고인 회사의 서버에 가져온 후 썸네일 이미지로 축소·변환시켜 그 썸네일 이미지만을 저장하고, 이를 이미지 검색서비스에 제공하여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위 사진저작물을 이용하였음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러한 행위가 복제·공연·공중송신·전시·배포·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 중 어떠한 방법에 해당하는지는 명확하게 판시하지 않았다. ‘썸네일 이미지로 축소·변환해 회사의 서버에 저장한 행위는 복제에 해당하고, 검색서비스 이용자들이 언제든지 접근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썸네일 이미지를 검색서비스에 제공하는 행위는 전송에 해당한다’는 것은 명백하므로, 대법원과 원심이 이를 자세히 설시하지 않은 듯하다. 어쨌든 피고인 회사의 썸네일 이미지 검색서비스가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저작재산권 침해에 해당할 것이므로 대법원과 원심은 이 점에 집중해 판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법원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 앞서 본 대상판결의 요지(위 ① 내지 ⑥)에서와 같이 이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V. 대상판결의 의의 컴퓨터 기술 및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정보는 손쉽고 빠르게 유통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미술작품이나 사진작품과 같은 저작물의 경우 과거에는 서적 등을 통해서만 그 정보 유통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그 정보 유통이 인터넷을 통해 손쉽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유통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저작물의 복제·전송 등의 행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저작재산권이 침해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거의 대부분의 정보가 취득·교환되고 있는 지금의 환경에서 저작물의 복제·전송 등의 행위가 학문이나 예술, 문화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합리적으로 저작재산권을 제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담고 있고 그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색서비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이고, 인터넷 이용자들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거의 대부분 이러한 검색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검색서비스는 인터넷 정보화사회에서 공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검색서비스는 검색 과정에서 사진, 영상, 뉴스와 같은 타인의 저작물을 어떤 형태로든 사용하게 된다. 정보 검색은 그 정보가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인지를 손쉽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사진 또는 영상물의 검색에 있어서는 썸네일 이미지를 목록화하는 방식이 정보 검색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 과정에서 이 사건과 같이 타인의 저작물인 사진저작물이 사용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터넷 환경에서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검색서비스의 경우에는 향상된 정보이용환경의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저작재산권 침해 여부에 관한 판단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주목할 만한 판시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썸네일 이미지를 제공한 주요한 목적이 보다 나은 검색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것이라고 보아 검색서비스의 공익적 측면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 썸네일 이미지가 심미적이고 예술적인 저작권자의 사진작품과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요를 대체한다거나 저작권침해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저작재산권 보호의 측면을 함께 고려해서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피고인 회사가 사진저작물을 사용한 것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된다고 판시했다. 저자는 대상판결이 위와 같은 두 가지 이익을 조화롭게 형량해 그 결과 피고인 회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결론에 찬동한다. V. 결론 인터넷 기반의 정보화 사회에서 이 사건과 같이 검색서비스 운용 과정에서 저작재산권과 관련된 문제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미 뉴스 정보의 검색 및 유통과 관련해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7. 21. 선고 2004가합76058 판결 참조). 특히 정지된 사진의 유통을 넘어서 영상저작물, UCC 동영상의 유통이 사회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영상물의 검색 및 유통에서도 이 사건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보인다. 대상판결은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 보호를 소홀히 하지 않고도 공익에 합치할 수 있는 인터넷 검색서비스 방식의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200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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