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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 헌법재판소 2016헌마364 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 위헌확인 -
개성공단 투자기업, 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 심판청구
1. 들어가며 헌법재판소는 2022년 1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통령의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결정과 통일부장관의 개성공단 철수계획 마련, 관련 기업인들에 대한 통보, 개성공단 전면중단 성명 발표 및 집행 등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진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조치에 대한 개성공단 투자기업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결정(2016헌마364 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 위헌확인)을 하였다. 2. 사건개요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같은 해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대통령은 2016년 2월 8일 피청구인 통일부장관에게 개성공단 철수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2016년 2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개성공단의 운영을 즉시 전면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에서의 철수를 위한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2016년 2월 10일 14:00 개최된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 소속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결정과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그 세부조치로서 ① 2016년 2월 11일부터 개성공단 내 공장 가동, 영업소 운영 전면중단, ② 2016년 2월 11일부터 사흘간 개성공단 출입 최소화 및 현지 체류 남한 주민 전원 복귀를 각각 지시하였고, ③ 이후 개성공단 방문승인을 불허할 방침임을 통보하였다. 그리고 2016년 2월 10일 17:00 개성공단 전면중단 성명을 발표하였다. 북한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16월 2월 11일 17:00경 개성공단 내 남한 주민 전원 추방 및 자산 전면동결조치를 발표하였으며, 당시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우리 기업인, 근로자 등 인원 280여 명은 같은 날 23:00경까지 전원 남한으로 복귀하였고, 이후 개성공단에서의 공장가동 등 협력사업은 모두 중단되었다. 3. 결정의 요지 이 사건 중단조치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조치로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남북교류협력법 제18조(조정명령) 제1항 제2호, 제9조 제1항(남북한 방문),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관한 헌법 제10조, 대통령의 권한에 관한 헌법 제66조, 정부조직법 제11조, 개성공업지구지원법 제15조의3(신변안전정보의 통지)등이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적법절차원칙,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배척하였다. 4. 평석 (1) 이 사건 중단조치는 긴급재정경제처분으로 보아야 함 헌법 제76조 제1항은 긴급재정경제처분권을 두고 있는바, 긴급재정경제처분은 상위의 근거법률이 없어서 일반적인 행정처분으로 대처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국회의 의결을 거쳐 집행해야 할 재정적인 조치를 국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긴급하게 조치하여야 할 경우에 발하는 긴급행정처분이다. 긴급재정경제처분을 발하려면 실질적 요건으로 중대성, 필요성, 긴급성, 보충성이 있어야 한다. 절차적 요건으로는 국무회의 심의, 국무총리와 관계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 지체없이 국회 보고하여 승인을 얻을 것, 지체없는 공포 등이 있다. 이에 대하여는 사전(국무회의 심의)과 사후(국회, 헌법재판소, 법원) 통제가 가능하다. 이 사건 중단조치는 남북교류협력법이나 개성공업지구지원법이 예정하지 않은 전면중단조치이므로, 긴급재정경제처분의 형식으로 행해지는 것이 법리에 맞는 것으로 보인다. 긴급재정경제처분이 아니라고 본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한편 남북교류협력법 제18조는 "통일부장관은…협력사업을 하는 자에게 협력사업의 내용·조건 또는 승인의 유효기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조정을 명할 수 있다."고 하고, 시행령 제30조는 "조정을 명할 때에는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당시의 상황이 조정명령 발령사유인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이 사건 중단조치가 조정명령이라고 본 판단과 조정명령이라 할 경우에 그 명령을 발령할 때 취해야 할 절차를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동의할 수 없다. 통상의 행정처분은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처분일 경우에 청문절차를 거치게 되며, 행정처분이 행해진 경우에도 상대방이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하거나 집행정지신청을 할 기회가 부여된다. 그런데 이 사건 중단조치는 행정절차법상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처분 후 불복절차를 허용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 통상의 행정처분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문서로 된 처분서도 없었다. 또한 법률 문언을 보더라도 이 사건 중단조치를 조정명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조정명령은 승인을 받은 개별 협력사업에 대해, 그 내용, 조건, 유효기간 등 세부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조정'을 '명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조치는 공장가동을 즉시 전면중단하는 것으로서 동법이 예정한 '조정명령'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결국 이 사건 조치는 조정명령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다른 법률에도 근거가 없는 바, 이건 처분은 긴급재정경제처분이라 할 것이다. (2) 정상화 합의서는 신뢰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볼 수 있음 2013년 8월 14일 채택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에는 "남과 북은 통행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한다. 신뢰보호원칙은 행정처분이 적법한 경우에도 그 사건에서 예외를 인정하기 위한 주장이다. 이때 공적인 견해표명은 법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신뢰보호원칙은 청구인의 마지막 주장이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정상화합의서가 국회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근거로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의 공적인 견해표명은 반드시 국회동의를 거친 법적 구속력 있는 의견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며, 남북관계에서 남북한 당국의 합의가 가장 강력한 공적인 견해표명인데 이를 존중하지 않은 채 사적 위험부담의 영역이라고 내쳐버린다면 국가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인지, 개성공단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개성공업지구지원법까지 제정한 남한 정부의 의도는 또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위 정상화합의서에 이른 경위를 보면, 어떤 도발이 있더라도 그로 인하여 공단운영의 일시적 부분적 제한을 넘어 이 사건과 같이 전면적 중단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개성공단을 설립하여 운영하기 위하여 남북한이 각자 법률을 제정하였고, 남한은 기반시설 조성을 위하여 재정을 투입하였던 사정을 종합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런 제반사정을 살펴보면 현지기업의 개성공단진출은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신뢰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것이다. 또한 남북한 정부 당국이 합의한 합의서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면 도대체 남북경협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견해표명은 무엇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이 판단은 장래 남북경협 재개시 투자유치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향후 남북경협재개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당면하였다. 5. 나가며 헌법재판소는 북한과 관련된 정부 조치는 목적의 정당성이 있으면 절차적인 부분은 행정청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의견은 기왕에 헌법재판소가 선례로 구축한 적법절차 준수 원칙에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전원일치로 결론이 났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헌법재판관의 구성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장래에도 유사한 판단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향후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 재추진 과정에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조치로 사업중단 및 보상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기상황 발생에 대해 단계별로 통지하고 대응조치 수준을 달리하는 등의 세분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남북경협의 역사를 살펴볼 때 기본법인 남북교류협력법은 개별적인 협력사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특정지역이나 경제특구 단위를 전체적으로 중단하는 포괄적인 조치에 대한 제도나 법률 규정은 미비하다. 개성공단 중단, 금강산 관광 중단, 5·24조치 등 개별기업이나 특정 사건의 범위를 넘어서는 포괄적인 조치가 다수 행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조치를 할 요건과 효과를 명확히 법률로 규정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현행법에는 특정 공단이나 특정 지역에 대한 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의 법률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단조치시의 투자자 보호조치도 미흡하다. 나아가 중단된 사업의 재개조치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사건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법률로 중단조치의 요건과 절차, 보상규정, 재개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자.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개성공단
박근혜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2022-04-04
헌법사건
위치정보 추적자료 관련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수사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2012헌마 191등 - 위치정보 추적자료 관련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수사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Ⅰ. 헌법재판소 2012헌마 191등 내용 1.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의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한 판단 (1) 과잉금지원칙위반 중 침해 최소의 원칙 및 법익의 균형성 위반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하여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요청조항은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만을 요건으로 하면서 수사기관이 범인의 발견이나 범죄사실의 입증에 기여할 개연성만 있다면, 모든 범죄에 대하여, 수사의 필요성만 있고 보충성이 없는 경우에도, 피의자·피내사자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도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2) 입법목적 달성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면서도 정보주체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이에 헌법재판소는 ①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실시간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는 경우 또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는 경우에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을 때, 즉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발견·확보 또는 증거의 수집·보전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방법, ②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한 범죄 이외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제안하였다. 2.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통지’에 대한 판단 (1) 적법절차 위반 여부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과 관련하여, 사전에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에게 이를 통지하는 것은 수사의 밀행성 확보를 위하여 허용될 수 없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은 다음에는 수사에 지장이 되지 아니하는 한 그 제공사실 등을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와 같이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에게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을 통지함으로써, 피의자 등은 위치정보 추적자료의 제공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위치정보 추적자료가 제공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었는지 또는 제공된 위치정보 추적 자료가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규정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기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은 이를 통하여 수사기관의 불법 또는 부당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그 시정을 요구하는 등으로 실효성 있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본 법 제13조의2의 통지조항은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제공받은 사실에 대해, 그 제공과 관련된 사건에 대하여 수사가 계속 진행되거나 기소중지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에게 통지할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정보주체의 절차적 권리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기에 미흡하다고 판시하였다. (2)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면서도 적법절차에 부합하는 방안 ①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제공받은 사건에 관하여 기소중지결정이 있거나 수사·내사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에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제공 이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수사·내사의 대상인 정보주체에 대해 이를 통지하도록 하되,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에는 사법부 등 객관적·중립적 기관의 허가를 얻어 그 통지를 유예하는 방법, ② 일정한 예외를 전제로 정보주체가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 사유의 통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③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에 대한 통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개선입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의 남용을 방지하고 정보주체를 위한 적법절차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Ⅱ. 헌법재판소 판결 평석 1. 헌법불합치 판결 의의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2005. 5. 26. 법률 제7503호로 개정된 것) 제13조 제1항 중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부분과 제13조의3 제1항 중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함과 동시에 위 법률조항들은 2020. 3.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고 판시하여 현재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현행법률 규정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여야 한다. 다만 수사기관으로서는 헌법재판소의 “범죄예방과 사건의 조기해결을 위해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요건을 현재의 ‘수사의 필요성’보다 더 강화하고, 적법절차원칙 준수를 위한 사후통지 절차를 보완함으로써, 범죄수사라는 공익과 정보주체의 기본권 보호라는 사익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판결의 취지에 맞게 수사를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2.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요청 수사의 개선 방안 (1) 비교법적 검토 1) 미국의 경우 미국 전기통신비밀법 (Electronic Communications Privacy Act of 1986, ECPA:18 U.S.C. §2510이하 규정) 제3장(Title III: 18 U.S.C. §§3121∼3127)에서는 통신 이용 상황 기록 장치(pen register:18 U.S.C. §3127(3)) 또는 발신 신호 추적장치(trap and track device:18 U.S.C. §3127(4))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화통화의 개시를 위해 전화기에 입력하는 전화번호, 발신된 메시지가 수신지까지 가는 경로를 설정해주는 과정인 라우팅(routing), 단말통신에서 교신상대와 접속 또는 선택하는 어드레싱(addressing), 위치추적, 접속지 추적 등의 통신 이용 상황 기록 등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나라 통신보호비밀법 상의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해당한다. 미국의 경우 앞서 말한 통신 이용 상황 기록 장치 또는 발신 신호 추적장치를 이용하여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취득하는데 “취득될 정보가 현행 수사에 관련이 있을 것(the information likely to be obtained by such installation and use is relevant to an ongoing criminal investigation)”이라는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면 60일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당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허가명령서를 발부한다(18 U.S.C. § 3123). 2) 독일의 경우 독일의 경우 전기통신법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통신사실확인자료와 유사한 개념으로 통신데이터(Verkehrsdaten)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휴대폰의 위치정보(Standortsdaten) 또한 통신데이터의 하나로 수집을 허용하고 있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100g조 제1항은 제한적인 요건 하에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통신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은 제100g조 제1항 제3문에 의하여 구체적인 사례에 비추어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범죄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특히 제100a조 제2항에 규정된 범죄를 행하였거나 미수의 가벌성이 있는 행위의 착수 또는 별도의 범죄를 예비한 때에만 위치정보의 실시간 수집이 허용된다. 위치정보 수집의 명령과 이행에 관하여서는 통신검열에 관한 동법 제100a조 및 제100b조가 준용되는데 통신감청은 오로지 검사의 신청에 기하여 법원만이 행할 수 있으며,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검사가 처분을 명할 수 있으나, 3일 이내에 법원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효력이 상실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3) 일본의 경우 일본의 경우 개별 범죄에 있어서 영장에 의하여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개인의 위치정보를 요청하는 경우 있으나, 미국, 독일과 같이 단일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즉 전기통신사업법 제4조 제1항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취급 중인 통신의 비밀은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개별 통화에 관계된 위치정보의 경우는 통신구성요소이므로 통신비밀로 보호해야 되지만 통화이외 휴대폰 소지자가 지역을 이동할 때 기지국에 전송되는 위치등록정보는 정보는 통신비밀이 아니라 사생활의 일환으로서 보호되어야 하는 사항으로 구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건데, 어떤 사람이 어디에 소재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사생활 자유 중에서 보호의 필요성이 매우 높고, 통신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이므로, 통신비밀에 준하여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일본 총무성에서는 고시로 ‘전기통신사업에 있어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하고 동 가이드라인 제26조에 전지통신사업자가 위치정보에 대하여 준수해야 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동 조항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으로부터의 요청에 의하여 위치정보의 취득을 요구받은 경우에, 당해 위치정보가 취득되고 있음을 이용자가 알 수 있을 때로서, 재판관이 발부한 영장(검증영장)에 따르는 때에 한하여 당해 위치정보를 취득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사실 위 헌법재판소 2012헌마 191등에서 설시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통비법 제2조 제11호 바목의 ‘발신기지국 위치추적자료’(과거자료 및 실시간)와 사목의 ‘인터넷 접속지 추적자료’(과거자료 및 실시간)’를 모두 포함) 판결 선고날짜에 2012헌마538사건에 대하여도 동일한 이유로 헌법불합치판결이 선고되었고 동일한 내용의 방안을 제시하였다. 2012헌마538사건은 ‘기지국 수사’와 관련이 있는데 기지국 수사란 특정 시간대 특정 기지국에서 발신된 모든 전화번호 등을 통신사실 확인자료로 제공받는 수사방식으로서 주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연쇄범죄가 발생하거나 동일 사건 단서가 여러 지역에서 시차를 두고 발견된 경우 사건발생지역 기지국에서 발신된 전화번호를 추적하여 용의자를 좁혀나가는 수사기법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본 논고에서는 포괄적 기지국 수사와 위치정보 추적 자료 제공 요청 수사의 개선방안을 모두 모색하여 보기로 하겠다. 1) 수사의 개선의 일반적 방향 독일의 입법례와 포괄적 기지국의 수사는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의 정당성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포괄적 기지국 정보는 필요하다는 점, 살인, 유괴, 납치, 성폭력범죄 등 강력범죄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의 경우에는 수사의 신속성과 긴급성 및 중대성이라는 공익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헌법재판소의 개선 방안 중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한 범죄 이외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본다. 2) ‘수사를 위하여’ 포괄적 기지국 수사(통비법 제2호 제11호 가목 내지 라목 관련 수사) 개선 방안 통신제한조치 대상 범죄의 경우에는 필요성을 기준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통신제한조치 대상 이외의 범죄의 경우에는 보충성의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즉 탐문수사, CCTV 수사, 주위 차량 블랙박스 수사, 범죄현장 유류물에 대한 포렌식 수사 등을 통하여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포괄적 기지국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타당하다. 3)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요청 수사(통비법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 관련) 개선 방안 가. 과거 위치정보 추적 자료 과거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실시간 위치정보 추적자료에 비하여 기본권 침해정도가 낮다는 점에서 보충성의 요건 없이 정보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나. 피의자 검거를 위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요청 해당 사건의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검거하기 위하여 실시간 위치정보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해당 범죄가 통신제한조치 대상 범죄인 경우에는 필요성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그 외 범죄의 경우에는 보충성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다. 피의자의 증거 수집 및 사건 관련자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요청 피의자에 대한 신병확보 이외 피의자 혹은 피내사자의 증거 수집을 위한 소재 혹은 동선 확인을 위한 위치정보가 필요한 경우나, 피의자 이외의 가족 혹은 지인 등 제3자에 대한 위치정보는 보충성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3. ‘통지’ 관련 수사 개선 방안 수사의 개선 방안 (1) 비교법적 고찰 1) 독일의 경우 독일 형사소송법 제101조 제4항에 의하면 위치정보의 수집을 명한 때에는 해당 통신의 당사자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통지를 한 때에는 사후적인 권리보호의 가능성과 그 기한을 적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7항에서는 통지를 받은 자는 2주 이내에 처분 및 그 집행방식의 적법성에 관하여 관할법원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의 결정에 대하여서는 즉시항고가 허용된다. 2) 일본의 경우 일본 전기통신사업에 있어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26조에 제4항에 의하면 위치정보가 취득되고 있음을 이용자가 알 수 있을 때, 재판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위치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1) 통지조항의 개선의 일반적 방향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수사활동 보장에 목적이 있으므로 성질상 기밀성을 요한다. 그런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사실을 수사 진행 중에 정보주체에게 알려준다면, 피의자 및 그와 관계있는 자들이 이동전화·인터넷의 이용을 중단하거나 도주·증거 인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로 인하여 범죄수사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추가 범행에 대처하기 어려워지게 될 수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에서도 명문으로 위법수사배제법칙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청조항 및 허가조항을 위반하여 취득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대해서는 형사절차에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통해 증거능력을 부정된다. 또한해당 수사관 및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사후적인 권리구제수단도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제공받은 사건에 관하여 기소중지결정이 있거나 수사·내사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에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제공 이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수사·내사의 대상인 정보주체에 대해 이를 통지하도록 하되,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에는 사법부 등 객관적·중립적 기관의 허가를 얻어 그 통지를 유예하는 방법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 입법 전까지 통지관련 수사기관의 수사 개선 방안 가.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심의기구 설치 입법이 되기 전까지 현재 수사기관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존중하여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에 통지가 누락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통지를 유예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통지유예가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특히 외부 전문가 집단의 심의를 통하여 통지를 하는 경우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통신유예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 제2항 및 제9조의2에 규정되어 있는데 국가의 안전보장·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태롭게 할 현저한 우려가 있거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염려가 현저한 때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미리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승인을 얻는 경우 가능하며, 통지유예의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그 사유가 해소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통지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검사장의 승인사항과 관련하여 내부 위임전결규정에 따라 그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지 살펴, 실질적으로 검사장의 검토와 판단이 될 수 있도록 관계 규정을 개선함과 동시에 검사장 독단의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외부 합의체 기구를 설치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유가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지하지 않는 사례가 있는지도 살펴, 통지유예 해소시 30일 이내 통지가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조치하여야 할 것이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전기통신사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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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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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08-28
헌법사건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 보호명령제도의 문제점
- 헌재 2016. 4. 28.자 2013헌바196 결정 - I. 헌법재판소 2013헌바196 결정 1. 사건 개요와 심판대상 청구인은 2000년 3월 단기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하여 불법체류하다가 2003년 3월 17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에게 난민인정신청을 하였으나 불허되었다. 소장은 청구인을 외국인보호실에 수용하고, 2012년 11월 1일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을 하였다. 청구인은 2013년 1월 29일 위 처분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서울행정법원 2013구합3269), 보호명령 근거조항인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3년 6월 27일 모두 기각되자, 2013년 7월 11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은 2013년 7월 난민불인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별소를 제기하였는바(서울행정법원 2013구합56713), 2014년 4월 25일 난민불인정처분 취소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2014년 12월 24일 확정되자(대법원 2014두41336) 보호가 해제되었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무기한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2. 쟁점 이미 보호가 해제된 경우 당해 소송사건인 취소소송의 소의 이익이 흠결되어 헌법소원심판의 재판의 전제성이 없는 것은 아닌지 문제된다. 또 심판대상 조항 ‘보호’는 신체를 구금하는 것인바, 보호기간의 상한을 설정하지 않은 것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또한 ‘보호’는 체포ㆍ구속에 준하는 인신구속 작용임에도 그 개시와 연장을 행정청이 모두 결정하도록 한 것이 적법절차원칙에 반하는지가 문제된다. 3. 법정의견(각하) 청구인이 심판청구 후 2014년 4월 난민불인정처분취소소송에서 승소하고, 2014년 12월 그 판결이 확정되어, 보호가 완전히 해제되었는바, 이로써 위 보호명령으로 인해 청구인이 입은 침해는 해소되었으므로, 설령 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이 선고되어 이미 확정된 위 보호명령취소청구사건에 대한 재심이 개시되더라도 그 소는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어 부적법 각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인 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소송사건에서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관련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청구는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4. 재판관 김창종, 안창호의 보충의견 보충의견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합헌이라는 취지이다. 먼저, 신체의 자유 침해여부와 관련하여, 이 법률조항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자에 대한 집행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외국인의 출입국과 체류를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정하여 국가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며, 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출국 요건이 구비될 때까지 보호시설에 보호하여 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강제퇴거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집행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수단의 적정성도 인정된다. 또한, 강제퇴거대상자가 난민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로보호의 대상에서 전면적으로 배제하면, 불법체류사실이 발각될 경우 무조건 난민인정신청을할 수 있어 출입국행정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불법체류자들은 대부분 안정된 거주기반이나 직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의 유혹에 노출될 수 있고, 실제 이들에 의해 범죄가 발생할 경우 신원조회가 어려워 범인 검거에 곤란을 초래하는 등 국내 치안질서유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한편, 보호기간의 상한 역시 일단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진 자들에 대하여는 강제퇴거가 가능할 때까지 신병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기간의 상한을 정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 보호기간을 한정하는 경우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이 어려워지고,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하여야만 송환이 가능해진 시점에 신속하게 강제퇴거를 이행할 수 있어 이 법률조항은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아니한다. 마지막으로, 이 법률조항은 국가 안전보장 및 질서유지와 직결되는 출입국관리 및 체류관리를 위한 것으로 이러한 공익은 매우 중대한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보호되는 외국인들은 강제퇴거대상자로서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할 수 있을 때까지 일시적ㆍ잠정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익이 공익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출입국관리법상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보호의 개시(소장 등의 보호명령 발부)나 연장(법무부장관의 승인) 단계에서 사법부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곧바로 적법절차원칙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Ⅱ. 평석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재판의 전제성이 없는 경우에도 헌법적 해명이 긴요히 필요하거나 당해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반복될 우려가 있는 경우 헌법질서의 수호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본안판단을 하여 왔다. 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은 외국인의 출입국과 난민신청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헌법문제라고 볼 수 있으며, 아직 이 문제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해명이 이루어진 바도 없다. 무엇보다, 이 사건에서 판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또 다른 난민신청자가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을 기다려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적 해명을 할 수 있을 것이므로 해명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더욱이 보호명령이 재차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현재도 일부 난민신청자들이 이 법률조항에 의해 장기보호되고 있어 기본권침해 논란이 계속되므로, 예외적인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보았어야 마땅하다. 한편 보충의견이 본안을 판단하면서 위 위헌심사 기준을 완화된 기준으로 설정한 것 역시 부당하다. 신체의 자유는 자유권의 가장 본질적 요소다. 심판대상은 무제한 구금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 영역을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보충의견이 ㉠ 난민신청을 한 자 중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자와, ㉡ 일반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자는 본질적으로 다른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법적 난민신청만을 우려하여 무제한 보호조치도 가능하다고 정당성을 부여한 것 역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이 사건 법 조항은 보호명령 조항은 ‘강제퇴거대상자로서 송환가능한 자임이 확실한 자’를 상대로 ‘송환에 필요한 준비와 절차를 마칠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 동안만 잠정적ㆍ일시적으로 보호하는데 입법취지가 있는데, 출입국관리법 제62조 제4항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이 난민신청을 하였으나 난민인정 여부가 결정되지 아니한 경우 또는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심사가 끝나지 않은 경우 송환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청구인과 같은 난민신청자는 송환 가능한 자인지 불확실한 자들로서, 송환에 필요한 준비와 절차를 마칠 시간이 아니라 난민인정결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필요한 자들이므로,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다. 그럼에도 강제송환되지 아니할 권리를 핵심으로 하는 난민신청자를 강제퇴거명령의 집행확보를 위해 구금하는 모순적인 결과가 발생한다. III. 결론 - 출입국관리법 개선방안 출입국관리법상의 보호명령은 기본적으로 인신구속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12조에 의한 영장주의를 적용하여야 한다. 비교법적으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불법체류자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실효적 대응을 위해 적절한 예외를 인정하여, 강제퇴거명령자에 대한 최초 긴급보호는 현행범 체포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영장주의 예외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구금기간의 절대적 상한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독일과 영국 등 선진 법제 등을 고려하면 보호명령 자체는 6월을 상한으로 하되 연장을 거듭하더라도 총 기간이 최대 1년을 넘지 않도록 법률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현행 3월마다 이루어지는 법무부장관의 보호명령 사전승인제도는 형식적 측면이 강하므로, 독립된 법원에 의한 구금 계속의 필요성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다음과 같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① 일반 사법구금과 마찬가지로 보호 개시단계에서도 영장주의를 도입하고, 구금기간의 연장단계에서도 법관의 심사를 받게 하는 방법, ② 구금의 개시단계는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하게 하되, 1차 구금이 종료된 후 구금기간의 연장이 필요할 경우에만 일종의 영장주의를 도입하여 구금연장의 필요성을 법관에게 소명케 한 후 심사를 받게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구금계속의 필요성, 구금계속의 상당성 등을 일탈한 장기구금의 위법성을 법관에 의해 판단 받을 다른 수단으로서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안으로는 현행 인신보호법 제2조의 적용제외 사유에서 출입국관리법상의 보호제도 배제부분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인신보호법은 원칙적으로 청구일로부터 2주내에 법원이 심문기일을 지정해야 한다고 규정(동법 시행령 제10조)하고 있으므로, 출입국관리법상 보호명령을 받은 외국인이 일반 보호명령취소소송 등 항고소송을 통한 권리구제 보다 더 신속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성중탁 교수(경북대 로스쿨)
난민
출입국관리법제63조제1항
외국인
보호명령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2017-10-17
형사일반
박영관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 재심규정의 해석과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원칙
1.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 피고인은 상해 및 강제추행의 공소사실로 각 기소되었고, 제1심 법원은 2014. 1. 28. 병합심리결정과 함께 위 사건들 공소장 부본 등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였으며, 제1심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근거하여 피고인에게 2014. 5. 9.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는 제1심판결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4. 5. 9. 선고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2013초기105 판결). □ 그 후, 피고인은 항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공소장 부본 등이 자신에게 송달되지 않아 재판에 불출석하였음을 이유로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였고, 이에 대해 제1심은 2014. 10. 15.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 내에 항소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의 항소권을 회복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 한편 피고인은 별건의 사기, 횡령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고, 제1심 법원은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하여 2015. 4. 8. 위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5. 4. 8. 선고 2014고단2906, 2014고단3192(병합) 판결). 피고인은 이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제기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위 두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면서, 기존 증거조사의 결과와 추가로 조사한 증거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5. 10. 1. 선고 2014노2376, 2015노847(병합) 판결). □ 대법원은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진행된 창원지방법원 2014. 5. 9. 선고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판결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인정되는바, 원심으로서는 위 사건들에 대해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후에 다시 판결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음을 이유로 파기 환송하였다(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6551 판결). 2. 대법원 판결 취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재심청구를 하지 않고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여 인용된 경우라도, 그 사유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사정을 포함하고 있다면 피고인이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과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을 병합하여 항소심에서 판단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살피지 않고 새로이 공소장 부분 등을 송달하는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심리 및 판단을 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 13호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 및 피고인의 귀책사유 없이 불출석 한 상태에서의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3. 평석 (1) 적법절차원칙 및 헌법상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적법절차원칙은 실체진실주의와 함께 형사소송법 전반에 있어서 양대 산맥을 구성하고 있는 원칙이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서 적법절차원칙을 헌법상 일반원칙으로 규명하고 있고, 헌법 제12조 제1항 이외에도 제12조 제3항의 영장주의, 제27조 제3항의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통해 형사피고인과 피의자의 보장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적법절차원칙을 표명하고 있는 여러 헌법적 가치들 중 모든 국민이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7조 제1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판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모든 증거자료가 법관의 앞에서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재판, 즉 피고인이 공판절차에 당사자로 참여하여 구술변론에 의해 답변과 반증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피고인에게 공소장을 송달하여 공소사실을 알려주고 공판기일을 통지하여 공판기일에 출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수적(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판결 참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공시송달의 방식으로 공소장이 송달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가 진행되어 확정된 1심판결과 병합되어 항소심에서 심리, 판결된 항소심 판결을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 환송한 대법원 판결은 헌법상 권리인 피고인의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이하 '이 사건 재심 규정'이라 한다.)에서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이하 '이 사건 특례 규정'이라 한다.)에 의하여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에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입법취지를 뒷받침 하는 판결이며, 최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피고인 불출석으로 진행, 확정된 경우에도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를 유추 적용하여 재심의 기회를 부여함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판결 참조). (2) 소송 경제적 측면과 관련하여 헌법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함과 동시에 제27조 제3항에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규정하고 있다. 무익한 절차의 반복을 피하고, 같은 절차 내에서 효율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심리를 하는 재판부 뿐만 아니라 소송 당사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도 차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특례규정 역시 이러한 소송 경제적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파기환송의 대상이 되었던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은 소송 경제 도모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병합하여 징역 2년의 단일한 형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3호를 잘못 해석한 위법이 있고 따라서 위 사건에 관하여 다시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등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다음 그 1심판결을 파기하고, 위 사건에 관한 원심에서의 진술 및 증거조사 등 심리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피고인의 심급 이익과 적법절차원칙을 준수한다는 측면에서는 물론 의의가 있으나, 기존 원심에서 행해진 증거조사의 결과를 모두 무효화시키고 새로이 증거조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한 뒤 기존의 증거조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을 하는 것이 심리결과에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않는다는 면에서 무익한 절차의 반복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더욱이 피고인이 어떠한 사유로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지 못하였고 그 결과 재판에 불출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대법원 및 파기된 원심 판결들에 구체적으로 나타나있지 않은 이번 사안과 같은 경우에는 위와 같은 대법원의 결론에 더더욱 이러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결어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불출석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와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소송촉진특례법 제27조의 재심규정을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적법절차원칙에 방점을 두어 내려진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실체진실발견 및 이를 뒷받침 하는 소송경제의 측면에서는 같은 결론을 가져오는 무익한 절차를 반복한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실체발견과 적법절차원칙이라는 형사소송법상의 두 가지 커다란 축이 서로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제도적 차원에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공시송달
소송촉진특례법
재심
2016-02-23
박원경 변호사(L&K 법률사무소)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의 위헌성
Ⅰ. 사실관계 및 대상결정 요지 청구인들은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각 유죄판결을 받아 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되고, 2012. 12. 18. 법률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성폭력특례법'이라 한다) 제3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었는데, 신상정보 등록의 근거인 위 규정이 청구인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거나, 신상정보의 제출의무를 부과한 같은 법 제33조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에게 직접 적용되는 부분은 구 성폭력특례법 제32조 제1항 중 '제2조 제1항 제3호 가운데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로 보고 위헌여부에 대해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다수의견(7인)은 해당 규정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평등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고 합헌으로 판단하였으며, 소수의견(2인)은 해당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해당 규정의 적법절차원칙 위배여부에 관해 "성폭력특례법은 법원이 등록대상 성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 등록대상자라는 사실과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음을 등록대상자에게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고(제32조 제2항),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의 범위, 신상정보 제출의무의 내용 및 신상정보의 등록·보존·관리는 모두 법률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으므로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결정에 대한 평석 1.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안처분으로서의 위헌성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에 의하면, 신상정보등록제도가 보안처분이라고 보면서도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더라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기에 적법절차원칙에 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헌법재판소는 구 사회보호법상 제5조 보호감호처분에 대한 위헌심판사건에서 "구 사회보호법 제5조 제1항은 전과나 감호처분을 선고받을 사실 등 법정의 요건에 해당되면 재범의 위험성 유무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그에 정한 보호감호를 선고하여야 할 의무를 법관에게 부과하고 있으니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제37조 제2항 및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하여 위헌결정을 한 바가 있다(헌법재판소 1989. 7. 14. 88헌가5, 8, 89헌가44(병합)). 또한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행위자에 재범의 위험성은 보안처분의 핵심이며,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한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에서 구현된 죄형법정주의의 보안처분적 요청은 '재범의 위험성이 없으면 보안처분은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설시하였다. 즉,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보안처분은 그 부과에 있어서 재판의 형식에 의하든, 법률 자체에서 정하고 있든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적법절차원칙에 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일률적인 장기간의 보안처분 및 가종료 규정 부재로 인한 위헌성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부과될 수 있기에 재판단계에서 미리 재범의 위험성 및 그 소멸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성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부과되는 보안처분들은 아래 표와 같이 재범의 위험성을 주요요건으로 부과되며 재판상 부과시점에서 보안처분 기간을 정하도록 하거나 사후 집행과정에서 심사를 통한 종료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구 성폭력특례법상 신상정보등록은 법률 자체에서 10년으로 일률적으로 등록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사후 불복이나 집행과정에서의 심사를 통한 종료가능성 자체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는 적법절차원리에 반하여 위헌성이 있다. 3. 현행 성폭력특례법의 위헌성 가중 및 개선입법 제언 2012년 12월18일자로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현행 성폭력특례법(법률 제11556호)에서는 신상정보등록대상자를 기존 제외되었던 경미한 성폭력범죄(가령,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카메라등이용촬영, 통신매체이용음란, 공중화장실 등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까지 모두 포함하여 전면 확대하였으며, 기존 10년이던 등록기간도 20년으로 연장하여 위헌성이 더욱 가중되었다. 특히 부칙에서 과거 신상정보공개 ·고지명령 대상자가 아니었던 자들에 대해서도 소급적용을 인정하고 있는데, 사후 공개·고지명령이 부과된 경우 그 시점부터 20년간 신상정보등록대상자로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칙규정은 법원의 심사를 통한 향후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나 소급적용으로 새로이 20년간이나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되도록 한 측면에서 위헌소지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위와 같이 성폭력특례법을 개정하면서 각종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도 폐지를 하였기에 초범으로서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처벌 자체를 피하기 힘들며 형벌을 압도할 20년간의 신상정보등록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되었는지 검찰에서는 초범으로서 사안이 경미한 성범죄에 대해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확대 적용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사안에 따라 다르겠으나 선고유예를 선고하면서 신상정보등록에 대해서는 선고유예가 실효되는 경우에 한해 등록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결이유에서 판시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선고유예 실효조건부 신상정보등록의무부과 판결에 대해 최근 대법원(대법원 2014. 11. 14. 선고 2014도3564 판결)은 신상정보등록의무가 선고유예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며, 다만 선고유예 후 2년이 경과하여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 그 때부터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면한다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하지만 이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 자체의 과도한 위헌성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입법적 개선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도 '입법자에 대한 권고'라는 항을 통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대상자의 연령·직업·재범의 위험성 등 행위자의 특성, 당해 범행의 종류·동기·범행과정·결과 및 죄의 경중 등 범행의 특성, 신상정보 등록으로 인하여 대상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예방 효과 및 성폭력범죄로부터의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상정보를 반드시 등록할 필요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이정되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입법자로서는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보호하면서도 성폭력범죄의 예방이라는 입법목적에 맞는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으로서, 예컨대 법원이 산상정보 등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미 마쳐진 신상정보 등록에 관하여도 당사자가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의 입법보완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언급하긴 하였으나, 보안처분의 본질인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의 위헌성 자체를 비켜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입법론을 제언하자면, 부과단계에서 신상정보등록의 요건과 기간을 신상공개·고지명령과 동일하게 규정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긴 하나, 신상정보등록의 독자적인 재범방지 등 효과를 감안한다면 일률적으로 20년의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부과하더라도 성범죄자에 대한 다른 보안처분과 같이 보호관찰심사위원회와 같은 기관에서 등록의무 가종료심사 규정을 두는 것도 가능하지 않나 싶다.
2015-01-15
김치환 교수(영산대 법과대학)
경원관계에 있어서의 제척제도
Ⅰ. 사실관계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개혁추진위원회는 직업윤리관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하여 2005. 5.16.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하였다. 이 법안은 관계부처와의 협의 및 대학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2005.10.경 국회에 제출되고 2007. 7.3. 의결되어 2007. 9.28.부터 시행되었다. 피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함)에 입각하여 2007. 10.5. 로스쿨의 설치인가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한 법학교육위원회를 구성하였다(법 제10조 및 제11조). 여기에는 '법학교수 또는 부교수 4인'이라는 법의 규정에 따라 이른바 교수위원들도 위촉되었는데 로스쿨설치인가를 신청한 이화여대, 서울대, 경북대, 전남대의 법과대학 소속교수들이 각 1인(이하 '교수위원')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는 이들 교수위원들이 소속한 대학들과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하여 서로 경쟁관계에 있던 자로서 예비인가를 받지 못하자 피고의 예비인가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 원고는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의가 법학교육위원회의 법학교수 위원을 추천하겠다는 제안을 피고가 거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설립인가를 신청한 대학 소속 교수들을 법학교육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한 것이 법 제13조의 제척사유 규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원고의 주장내용은 다기에 이르나 이곳에서는 그 가운데 법학교육위원회의 구성상의 위법성 문제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함). Ⅱ. 판결요지 1심은 법 제13조의 제척규정에서 규정하는 '당해 심의'란 교수위원의 '자기 소속 대학에 대한 심의'만을 의미하며 '자기 소속대학과 경원관계에 있는 대학에 대한 심의'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따라서 법 제13조에 대한 위반은 없다고 보았다. 2심의 해석도 이와 같다. 그런데 2심에서는 위 교수위원이 법학교육위원회 제15차 회의에서 자신의 소속대학의 로스쿨 예비인가대학의 선정과 정원결정에 관여한 사실이 인정되어 해당 교수위원 소속대학에 대한 예비인가처분은 법 제13조에 저촉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그 위법의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하지 아니하므로 취소사유에 불과한데, 이를 취소하는 것은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정판결에 의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Ⅲ. 평석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을 포함하여 로스쿨 인가사건과 관련하여 제기된 소송들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된 쟁점 중의 하나가 제척제도에 관한 것이다. 로스쿨제도는 정원 2,000명이라는 한정된 파이를 나누어 차지하는 것이므로 이른바 한쪽이 인가되면 다른 쪽이 인가되지 아니할 수 있고, 또 한 쪽이 많은 정원을 가져가면 다른 쪽이 입학정원에 손해를 보는 관계, 이른바 경쟁관계 내지는 경원관계에 있다. 따라서 이들 경쟁관계 내지 경원관계에 해당하는 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자가 법학교육위원회의 위원으로 심의에 관여하게 되면 (i) 필연적으로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대학에게 불리하게 심의하거나 또는 (ii)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대학에게 유리하게 심의할 수 있으므로 공정한 심의를 저해하게 되고 절차상의 하자를 띠어 위법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다. 입법자가 이러한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법 제13조를 두어 본인 또는 그 배우자가 심의대상인 대학 또는 대학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에 재직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규정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안을 다루어야 할 법학교육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이해관계 있는 자를 배제하여 철저히 공정한 심사가 가능하게 하기를 기도하며 제정되었을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법이 소위 '경원관계'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생각되는 점이다. 이 점은 이 사건 원심판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사건 판결도 로스쿨 인가신청대학들이 상호간에 경원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지만 경원관계에 있기 때문에 타 신청대학에 대해서만 내려진 예비인가결정에 대해서만도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는 관점, 즉 원고적격의 존부판단에 있어서만 경원관계를 고려하고 있을 뿐 법 제13조의 제척규정의 해석에 있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단은 법 제13조에서 규정하는 제척규정의 문리적 해석상 내려진 것이지 제척제도의 본질 내지 본래의 취지와 관련하여 내려진 판단은 아니다. 원심판결은 "일반적으로 제척제도의 기본적 취지는, 위원회의 심의사항에 대해서만 이해관계 있는 위원이 관여하면 회의 분위기를 선도하거나 오도하여 심의 및 의결에 부당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데다 외부적으로도 그 의결 결과에 대해서만 불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예 이해관계 있는 위원의 관여를 봉쇄함으로써 심의의 공정성,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함에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제척사유를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의사결정 대상의 중대성과 공공성, 의사결정 관여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나 자질, 의사결정이 가지는 법률적 효과 등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법률에 적용 대상이나 요건을 조금씩 달리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척조항이 존재하는 것인 바, 개개의 제척조항을 구체적으로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당해 법률의 입법취지, 제척조항의 문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 제13조는 경원관계는 고려하지 아니한 완화된 형태의 제척제도를 규정하였을 뿐이고, 이를 그 입법취지와 문언대로 해석하는 이상 법원은 "(교수위원이) 자신이 소속되지 아니한 (자기 소속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로스쿨예비인가 신청대학의 심사에 관여하는 것"을 법 제13조에 위반한다고 판단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원관계인 점이 깊이 고려되지 않아 법 제13조의 '당해 심의'를 자기 소속대학뿐만 아니라 자기 소속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신청대학에 대한 심의까지 확대해석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면 법 제13조가 이른바 제척제도의 본질이나 자연적 정의, 적법절차원칙 등에 반하는 위법 내지 위헌적인 규정은 아닐까 하는 점이 검토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2. 제척제도의 본질 제척제도는 말할 것도 없이 판단의 공정을 기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는 영미법상의 자연적 정의의 사상이 배어있다. 제척제도가 가장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분야는 소송에서이다. 재판에서 소송당사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법관을 소송에서 배제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민사소송의 경우를 예로 보면, 법관은 제척원인의 하나에 해당하면 직무집행에서 제척된다(민사소송법 제40조). 제척원인이 있는 한 법률상 당연히 그 사건에 관한 직무수행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므로 법관이나 당사자가 제척원인을 알고 있지 못하더라도 제척된다. 따라서 제척의 효과는 제척재판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발생하고, 제척재판이 내려진다고 해도 그것은 확인적 의미만을 갖는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법관이 제척사유가 있든 기피사유가 있든 그 여부에 관계없이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할 것이 예정된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에 있어서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보장하는 것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법관도 사회인이자 자연인이므로 사건당사자가 될 수 있고 사건당사자와의 특수한 신분관계로 인하여 공정한 재판을 기하기가 곤란한 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은 분쟁을 공평무사한 재판으로 정직하게 해결하여 주리라는 추상적인 신뢰감과 아울러 개개의 소송사건에 있어서 당사자로 하여금 편파적인 취급을 받지 않도록 구체적인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여기에 법관이 조금이라도 공정을 의심받을 만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사건의 심리와 판결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구체적인 보장방법으로서 법관의 제척·기피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재판 등에서 제척의 원인이 확정되면 그 법관이 한 소송행위는 당연히 무효로 된다. 3. 경원관계에 있어서의 제척 행정관련법규에 행정위원회의 심의나 그 구성과 관련하여 마련되어 있는 제척제도와 위의 민사소송법 등 재판제도상의 제척제도는 상이한 제도인지가 의문이다. 왜냐하면 주로 정책결정 등과 관련된 행정위원회 등에서의 심의 등이 이해관계 있는 당사자들의 첨예한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법원에서의 재판 등과 견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는 행정작용 분야에서의 제척제도는 사법(司法)분야에서의 제척제도와는 다소 상이하며, 따라서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법관이나 당사자들이 제척원인을 알고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법률상 당연히 당해 사건에 관한 직무수행에서 배제되고, 제척원인 있는 자가 한 재판은 원칙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으로까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개개인의 이해관계의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공익 일반을 추구하는 행정작용 분야에서 제척제도를 그와 같이 엄격하게 구축하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원심판결이 "제척사유를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의사결정 대상의 중대성과 공공성, 의사결정 관여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나 자질, 의사결정이 가지는 법률적 효과 등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법률에 적용 대상이나 요건을 조금씩 달리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척조항이 존재하는 것인 바, 개개의 제척조항을 구체적으로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당해 법률의 입법취지, 제척조항의 문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취지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실정법에서 마련한 제척제도를 충족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로스쿨관련 소송들을 다룬 각급 법원들이 법 제13조와의 관계에서 제척원인 있는 교수위원이 관여할 수 없는 '당해 심의'를 로스쿨선정에 관한 모든 심의가 아닌 자신이 소속된 대학에 대한 심의로 한정하여 해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며, 해당 조항의 입법취지(입법자의 의도)나 법문에 비추어 보아도 틀림이 없다. 그러나 법원은 동 조항에 따른 심의대상이 상호 경쟁관계 내지 경원관계에 있는 첨예한 이해관계 당사자들 간의 심의라고 하는 점을 최소한 경시한 상태에서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행정작용 분야에서의 제척제도의 경우라도 그 심의 내지 판단대상이 첨예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당사자들 간의 경쟁에 관한 문제라고 한다면, 이를 행정작용분야 일반에 있어서의 제척제도의 경우에서처럼 관대하게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하는 점이다. 다소 논리의 비약이 될 수도 있으나 로스쿨인가 관련 법학교육위원회와 로스쿨 인가신청 대학들 간의 관계는 마치 민사소송 등에서의 법관과 소송당사자 간의 관계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법관이 소송에 있어서 일방 당사자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타방 당사자는 필연적으로 패하게 되는 것이 소송의 구조이다. 한쪽이 이기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지는 관계로 되어 있다. 이는 이 사건 로스쿨인가와 관련해서 법학교육위원회가 한쪽 대학을 인가(선정)하면 다른 쪽 대학이 인가(선정)를 받을 수 없는 경원관계에 있는 것과 그 구조가 다르지 않다. 법학교육위원회는 법관에 해당하고, 인가신청대학들은 소송에서의 당사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본다면 이 사건 로스쿨인가에 있어서는 제척제도가 행정작용분야 일반에 있어서의 제척제도와는 달리 재판에서의 제척제도에 상응하는 정도로 엄격하게 구축되고 운영될 것이 필요했다고 생각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단순히 경원관계 있는 대학 소속의 법학교수위원을 위촉은 하되 자신의 소속대학에 대한 심의(즉 '당해 심의')에만 관여하지 않으면 충분하다고 하는 법 제13조의 규정은 경원관계를 고려하지 아니한 매우 안일하게 제정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제척제도가 재판에서의 그것에서처럼 엄격하게 적용된다면(또는 되어야 한다면) 당사자가 그 제척원인의 존재여부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제척원인 있는 자가 관여한 인가결정은 그 효력까지도 무효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법 제13조의 규정 자체에, 즉 법이 입각한 제척제도 자체가 문제가 있는 입법결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만일 이와 같이 결함 있는 입법임에도 불구하고 제척제도의 본질과 경원관계에 있어서의 제척제도에 대한 보다 면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이 사건에서 법 제13조의 '당해 심의'를 단순히 '자신이 소속된 대학의 심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여기에 더하여 '자신이 소속된 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대학의 심의'로까지 확대해서 보아야 하는 것이 보다 올바른 해석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이 확대해석한다면 법학교수위원들은 실제에 있어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이 되므로, 해촉규정은 없어 해촉되지는 않는다고 하여도 심의에는 모두 관여할 수 없어 유명무실하게 되지만 이러한 난점에 대해서만는 달리 도리가 없다. 아울러 위와 같은 확대해석이 불가능하다면, 법 제13조는 예비인가신청대학들이 상호 경원관계에 있다고 하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지 못한 불완전한 제척규정이 아닐 수 없고, 이는 헌법 제37조의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그와 같은 불완전한 제척규정으로 인하여 예비인가심사과정에 있어서 경쟁대학과의 관계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원고 대학과 그 밖의 로스쿨인가신청대학들은 로스쿨교육에 참여할 기회를 부당하게 차별 당하게 되는 점에서 직업선택의 자유나 평등권의 침해마저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4. 결론 로스쿨 예비인가처분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지금까지 수 건이 제기되었고 그 중 일부는 아직도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이 사건에서 법은 공정한 심사를 목적으로 제척조항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였으나, 사안이 상호 경원관계에 있는 자간의 선정문제라는 점을 입법자는 깊이 고려함이 없었다. 여기에 주어진 입법을 있는 그대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법원으로서는 입법자가 고려하지 아니한 경원관계까지 감안하여 법조문을 해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결과 법 제13조가 규정하는 '당해 심의'는 교수위원이 자기가 소속된 대학의 심의에만 배제되면 충분한 것으로 보았다. 법원은 이러한 자신의 해석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척제도에 대한 추가적인 논리도 제시하였다. 원심이 말한 "제척사유를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의사결정 대상의 중대성과 공공성, 의사결정 관여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나 자질, 의사결정이 가지는 법률적 효과 등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법률에 적용 대상이나 요건을 조금씩 달리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척조항이 존재하는 것인 바, 개개의 제척조항을 구체적으로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당해 법률의 입법취지, 제척조항의 문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대목이 그러하다. 원심법원의 제척조항에 관한 탄력적인 이해는 나름대로 평가할 만하다.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경우에 강도 높은 제척규정이 요구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심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의 사안이 과연 완화된 형태의 제척제도만으로 충분한 중대하지 아니한 사안일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을 제공할 기회를 서로 다투는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이 있는 사안이고, 한쪽이 기회를 얻으면 필연적으로 다른 쪽이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관계에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한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아니한 제척조항은 그 규정 자체에 입법상의 결함을 지니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원관계에 있어서는 자신의 사항만을 심의하는 것이 정의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경원관계에 있는 타인의 사항에 대한 심의도 곧 '자신의 사항'에 대해서만 심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설령 덕망 있고 신뢰받는 학자가 교수위원에 위촉되었기 때문에 실제에 있어 그가 특정 신청인에게 의도적으로 불리한 또는 유리한 심의를 할 리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역시 제척되어야 한다. 제척제도는 제척사유 있는 자, 즉 공정한 심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자를 사전에 형식적으로 해당 심의에서 배제하는 것에 본질이 있으며 실제에 있어 그 자가 공정한 심의를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제척제도는 합리적인 한도에서 일정한 '우려'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지 '실제로 발생할 불공정'을 제거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이 사안에서 법 제13조에 대해서만 입법취지 등을 이유로 확장해석 내지 제척조항의 강화된 해석이 불가능하다면, 그 한도에서 법 제13조는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이나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201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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