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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8다207076 판결 -
전기요금 누진제의 불공정성 판단과 약관법
전기요금과 같은 급부와 반대급부는 약관법에 기한 내용통제를 할 수 없다. 계약의 부수적 내용만 그 대상이 된다. 본 사안의 경우 일방적으로 급부를 결정한 것이 형평에 부합하게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사업법에서 전기요금을 결정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하지 않았는지를 표지에 따라 판단했어야 한다.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전기판매사업자(피고)와 전기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주택용 전력을 사용한 원고들이, 약관에서 정한 주택용 전력에 관한 누진요금제가 원고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약관법 제6조), 기 납부한 전기요금 중 1단계를 초과하는 부분의 반환을 구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 내용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은 보통계약 약관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므로 주택용 전력에 관한 이 사건 약관의 효력 판단 시 규범통제 기준이 아닌 약관법 제6조를 적용하되, 그 약관의 특수성(= 전기판매사업의 공익적 성격, 법률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점, 전기사용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특히 주택용 전력 사용자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약관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하더라도 피고가 유일한 전기판매사업자라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이 사건 누진제가 포함된 약관을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누진요금제가 관련 규정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하는 데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관련 규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정도로 원고들의 이익을 제한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부당하게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같은 취지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Ⅱ. 평석 전기와 같은 생존배려 급부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전기사업자가 약관의 형태로 일방적으로 전기요금을 정한 경우에 전기수요자는 부당한 전기요금에 대항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전기사업법을 통하여 전기요금을 정하는 기준을 정하고 전기요금에 대하여 사전적 인가와 사후적 검증의 방식을 통하여 행정기관에 의한 통제가 정해지더라도 이러한 절차가 전기사업자와 전기수요자 사이의 관계에서 전기요금이 정당하게 확정되는 것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 평석에서는 그러나 약관법에 기한 불공정성 판단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전기사업법에 기하여 금지되고 있는 부당한 차별이 행하여졌는지에 관한 판단이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논지를 펼치고자 한다. 1. 약관법에 기한 불공정성 판단의 문제점 대상 판결에서 약관법상의 내용통제를 이유로 전기요금 누진제의 불공정성에 관한 소송이 진행되었고 대법원의 판단도 이를 기초로 하고 있다. 즉 전기판매사업자가 작성한 기본공급약관에 대하여 약관법에 기한 불공정성 통제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서는 (1) 약관의 작성 과정에서 거래상 지위의 남용이 있었는지와 (2)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 자체와 구간별 전기요금이 전기사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지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다. 거래상 지위 남용의 판단에 있어서 주된 논거는 약관의 인가절차 등 주무관청의 감독·통제를 받는 점과 전기요금을 포함하여 공급조건을 정하는 과정에 소비자 분야 전문위원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약관이 인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약관법에 기한 내용통제에서 배제되지 않고 내용통제의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약관이 행정관청의 인가를 받은 인가약관이라고 하여 약관의 성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가절차는 인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자와 감독관청과의 관계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고 인가를 받았다고 하여 전기사업자와 전기수요자 사이의 관계에서 전기요금 확정의 정당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계약당사자인 전기수요자에게 일방적으로 약관이 제시된다는 점에 일방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약관 작성 단계에 소비자 대표가 참여하였다고 이유로 이와 같은 일방성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불공정성 판단과 관련하여 차등요건, 누진요금을 정할 수 있는 고시의 내용만 제시하면서 누진제의 정당성을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사업법 제21조에서는 금지행위 중 하나로 “송전용 또는 배전용 전기설비의 이용을 제공할 때 부당하게 차별을 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제1항 제2호). 그리고 동 시행령 제9조 제2항 제2호에서 “전기설비의 이용요금 또는 이용조건을 이용자 간에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로 구체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규정을 기초로 해서 보았을 때 전기요금 누진제의 시행 자체는 가능한 것이지만, 부당한 차별은 금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누진제가 부당한 차별은 아닌지 검토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대상 판결에서는 차별금지 조문을 언급하고 있지 않고 애써 외면하고 있다. 2. 반대급부로서의 전기요금과 약관법의 한계 유럽연합의 불공정조항 지침(RL 93/13/EWG) 제4조 제2항에서는 “조항의 불공정성에 대한 판단은, 해당 조항이 명백하고 이해가능하게 만들어진 이상, 계약의 주된 급부목적과 서비스 내지 재화와 가격 내지 보수의 적절성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현재 우리 다수설은 급부와 반대급부에 관한 합의내용은 내용통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급부와 반대급부는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이 합의를 통하여 결정해야만 하는 계약의 중요한 내용일 뿐만 아니라, 급부와 반대급부에 대하여는 일반적으로 고객이 관심이 많으므로 통상 사업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그 내용이 결정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급부와 반대급부는 그 불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로서 임의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이를 내용통제를 거쳐 무효로 선언하더라도 보충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급부와 반대급부에 대한 내용통제는 약관법의 성질상 당연히 내용통제의 적용대상에 제외된다. 그러므로 대상 판결에서 약관법상의 내용통제를 이유로 전기요금 누진제의 불공정성에 관한 판단이 이루어졌으나, 전기요금과 같은 반대급부는 약관법의 심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판단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3. 일방적으로 정한 전기료의 내용통제 방법 전기사업자는 전기사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전기요금 결정표지 내에서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재량권 행사가 정당하게 형평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독일에서는 일방적 급부결정권 행사를 형평의 원리에 따라 정당하게 행사하였는지 여부를 법원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독일 민법 제315조를 유추적용하여 전기요금에 대한 통제를 하여 왔다. 우리법상으로 보았을 때 명시적으로는 독일 민법 제315조와 같은 형평에 기초한 일방적 급부결정권에 기한 통제수단은 존재하지 않지만, 이러한 통제수단에 기초한 전기요금의 확정 권한이 법원에 있다고 보는 것은 사법의 일반원리로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설혹 사법의 일반원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전기사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전기요금의 결정표지들이 구체적으로 정당성 통제를 함에 있어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전기사용자 사이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도록 전기요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누진제의 상위 단계를 사용하고 있는 전기수요자들은 다른 가정용 전기사용자와의 관계에서는 물론, 산업용 내지 일반용 전기사용자와의 관계에서도 부당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다른 요소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차별적 취급은 정당한 재량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형평에 반하는 재량권 행사라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규정을 전혀 언급함이 없이 불공정성을 판단하고 있다. 4. 결론 전기요금 누진제가 사회적으로 문제 된 것은 2016년 여름에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면서이다. 폭염을 피하기 위해서 에어컨을 많이 사용한 결과 많은 가정에서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의 폭탄을 맞았다. 그 후 가정에서는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함에 반하여,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은 상점들은 문을 열어놓은 채로 냉방을 하면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기반으로 소송이 이루어진 것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이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 많은 개선이 합리적인 범주 내로 이루어졌다. 즉 2004년 도입되었던 6단계 11.7배수의 누진구조를 2018년에 3단계 3배수로 조정한 것이다. 지난 정권의 에너지 정책의 실패와 결합하여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여 그사이 전기판매사업자의 부채는 천문학적 수치로 늘어났다. 몇 년 전의 전기요금 누진제가 형평에 어긋나는 재량권 행사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판매사업자에게 부담이 되는 판결을 하기는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무리 이러한 정책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 법리를 선언하는 대법원에서는 약관법의 근본적인 법리에 어긋나는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약관법의 근본적 통제대상에서 제외되는 반대급부에 해당하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약관법에 기한 내용통제를 하였고 전기요금 산정에 부당한 차별적 취급을 금지하는 전기사업법의 규정을 무시하면서 전기요금 산정의 정당성을 판단하였다는 측면에서는 대상판결은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병준 교수(고려대 로스쿨)
전기요금
누진제
한전
이병준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3-06-11
조세·부담금
헌법사건
- 헌법재판소 2020. 8. 23. 선고 2018헌바425 결정 -
물이용부담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헌재의 존립근거
1. 결정 요지 헌법재판소는 한강수계 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한강수계법') 제19조에 따라 부과하는 물이용부담금에 대하여 2020년 8월 28일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 중에서 주목을 끄는 부분은 심판대상 조항에 대한 과잉금지원칙심사 과정에서 수단의 적합성에 대하여 설시한 부분이다. "부담금 부과조항은 한강수계 중 하류 지역의 상수원으로부터 취수된 수돗물의 최종수요자(이하 '부담금 납부대상자')에게 물이용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물이용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으로서 헌법상 허용되는 것이어야 한다. 수자원은 하천을 매개로 관리되는데 물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는 자연적 특성상 용수의 사용과 수질이 상·하류 간 밀접하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하천마다 주변 자연환경, 지리적·사회적 환경이 다르므로 수자원을 관리할 때에는 하천별 특성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특별한 정책적 필요에 따라 한강수계법은 '한강'이라는 특정한 수계를 중심으로 수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공적 과제는 반드시 조세에 의하여 재원이 조달되어야만 하는 국가의 일반적 과제라기보다는 관련된 특정 집단으로부터 그 재원이 조달될 수 있는 특수한 공적 과제의 성격을 가지므로 이를 위해 부담금 납부대상자에게 물이용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국가의 일반적 과제를 수행하면서 부담금 형식을 남용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나아가 상수원의 수질개선은 해당 국민의 건강, 생활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중대한 공적 과제로 관련 사업이 지속적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재원의 조달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필요성이 있으므로 일반적인 재정수단이 아닌 부담금 형식의 별도의 기금을 마련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물이용부담금이 헌법상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한강수계의 상수원 수질 개선이라는 공적 과제에 대하여 부담금의 납부의무자 집단으로 선정된 부담금 납부대상자가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을 가져야 하므로 이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부담금 납부대상자는 공공재로서 한강수계의 특정한 공공수역으로부터 취수된 물을 공급받아 소비한다는 점, 한강수계의 수질개선을 위한 토지 이용규제 등 공적 부담을 지고 있지 않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동질적인 특정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부담금 납부대상자는 수질개선을 통해 양질의 수자원을 제공받는 특별한 이익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공적과제와 객관적으로 근접한 집단이고 그 수혜자로서 해당 비용에 대해 집단적 책임성도 인정된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물이용부담금은 한강수계관리기금의 재원이 되어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한 토지이용 규제에 따르는 기회비용을 보전하고 수자원 이용을 위한 수질관리비용에 충당되는바 한강수계관리기금의 집행을 통한 궁극적 이익은 한강수계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 최종수요자에게 돌아가게 되므로 결국 물이용부담금은 부담금 납부대상자에게 양질의 수돗물 공급이라는 직접적인 효용을 제공하게 된다. 그러므로 물이용부담금 제도를 통해 추구하는 공적 과제와 부담금 납부대상자 간에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한강수계법 제19조에 따라 징수한 물이용부담금은 조세와 달리 국가의 일반회계의 재원으로 귀속되지 않고 한강수계관리기금의 재원으로 귀속되어 한강수계의 상수원 수질개선 비용 등의 용도로만 사용된다. 기획재정부장관은 매년 부담금의 부과실적·사용명세 등이 포함된 부담금운용종합보고서를 작성하여 국회에 제출하고(부담금관리 기본법 제7조 등) 이를 통해 물이용부담금 징수의 타당성이나 적정성은 입법자의 지속적 심사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물이용부담금 부과가 재정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 통제체계로부터 일탈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성은 크지 않다. 이를 종합하면 부담금 부과조항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2. 평석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특히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의 헌법적 요건에 대한 엄격한 심사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우려의 여지가 크다. 정책실현목적 부담금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의 형성권과 정부의 집행권을 존중하고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세와 경쟁관계에 있는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의 경우 국민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헌법재판소가 느슨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결국 잘못된 입법을 바로잡을 기회를 스스로 상실한다면 과연 헌재의 존립목적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헌법재판소는 물이용부담금이 집단적 동질성, 집단적 책임성, 객관적 근접성, 집단적 효용성을 모두 충족하였으므로 이른바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으로서 합헌이라는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헌법재판소는 납부의무자들의 집단적 동질성과 관련하여 "부담금 납부대상자는 공공재로서 한강수계의 특정한 공공수역으로부터 취수된 물을 공급받아 소비한다는 점, 한강수계의 수질개선을 위한 토지 이용규제 등 공적 부담을 지고 있지 않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동질적인 특정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그런데 집단적 동질성이라는 요건은 납부의무자들이 역사적·문화적·사회적·직업적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숙성되어 다른 국민이나 인구집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긴밀하고 독특한 유대감으로 구별되는 특징을 말한다. 물이용부담금의 납부의무자들은 아파트 1호와 2호, 3호에 거주하는 장삼이사 평범한 사람들로서 이들은 역사적·문화적으로 각인된 공통의 유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단순하게 아파트 주민이며 공통점이 있다면 수돗물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당신들은 한강 상류로부터 깨끗한 물을 공급받기 때문에 특별한 연대감을 가진 동질적인 사람들이지요?"라고 묻는다면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할 사람이 있을까? 오히려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는 동질감이 더 크지 않을까? 그래도 그들은 상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대한 법적 규제로 인하여 깨끗한 취수원을 유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건강하고 위생적인 수돗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집단적 효용성 원칙이 실현되고 따라서 수도요금 이외에 물이용부담금도 마땅히 내야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논리이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수돗물을 마시는 주민들이 기꺼이 물이용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낙동강 유역 특히 하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쾌적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은 헌법상 당연한 기본권 아닌가요?"라고 헌법재판소에 묻고 싶다. 헌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설마 헌법재판관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수돗물의 사용에 대하여 수도요금이라는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 이외에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서 정수기나 먹는 샘물도 아닌데 별도로 물이용부담금을 또 내야만 기본권을 향수할 자격이 생기는 것인가? 사실 깨끗하고 쾌적한 물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 중의 하나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라서 국가에게 (수)자원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자치단체의 고유사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수돗물을 사용하는 주민들과 물이용부담금 제도를 통해 추구하는 깨끗하고 쾌적한 물의 공급이라는 공적 과제 간에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 원래 깨끗하고 위생적인 물을 관리하고 공급해야 하는 국가나 자치단체는 쏙 빠지고 왜 주민들이 그 책임을 지는 것인가? 그렇다면 수돗물을 사용하는 주민들이 물이용부담금 제도를 통해 추구하는 깨끗하고 쾌적한 물의 공급이라는 공적 과제에 다른 국민들이나 인구집단에 비교하여 특별히 밀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결국 물이용부담금은 재정조달목적을 가지는 특별부담금으로서의 허용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며 깨끗하고 건강한 물을 공급하는 국가의 공적 과제는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국가의 일반회계에서 지출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계관리기금 역시 헌법적 정당성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서 조세와 부담금의 차이와 구별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을 방기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재산권과 환경권 등을 수호하는 역할보다는 물이용부담금이라는 정부의 현실적인 재정수단을 정당화하는 단순한 논리를 제시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지난 30여년 간의 자랑스러운 전통에도 불구하고 그 존립 근거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결정이라고 혹평하지 않을 수 없다. 결정문에 언급은 하고 있지만 학교용지부담금결정 등 최소한 자신의 선례와 치열하게 비교하여 물이용부담금의 헌법적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 성의를 보였어야 한다. 사실 물이용부담금와 법체계가 유사한 것으로서 전기사업법 제51조 제1항에 따라서 일반 국민인 전기사용자를 납부의무자로 보고 전기요금에 부가하여 부과하는 전력산업기반 부담금 등 국민들이 잘 모르지만(그 이유는 수도요금과 전기요금 청구서 구석에 슬쩍 끼어 넣기 때문이지만) '정부의 숨겨진 지갑'과 수많은 부담금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과연 엄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지극히 회의적이다. 그래서 상식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 "헌법재판소는 왜 있는 것이지?"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수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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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용부담금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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