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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변경의 원칙' 적용론
[사실관계] 원고들은 2015년 8월 26일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피고와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을 위한 이민알선업무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은 계약서 작성일부터 원고들의 이민비자 취득일까지 유효하고, 국외알선 수수료는 미화 3만 달러로 하되, 계약 시, 노동허가 취득 시, 이민허가 취득 시로 나누어 미화 1만 달러씩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당시 업무 관행상 통상 2년 정도면 비자발급 절차가 마무리되었는데, 이러한 점은 계약 당시부터 당사자들이 잘 이해하고 있었다. 원고들은 2016년 5월 미국 이민국의 이민허가를 받고, 국외알선 수수료를 모두 지급하였다. 그런데 기존에는 이민허가를 받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민비자가 발급되었으나, 주한 미국대사관이 갑자기 비숙련 취입이민 신청에 대해 추가 행정검토(AP) 및 이민국 이송(TP) 결정을 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원고들의 비자발급도 중단되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이유나 비자발급 절차 재개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원고들은 2017년 12월 1일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등을 주장하며 피고에 대하여 이미 지급한 수수료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의 해지를 인정하였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결정으로 당초 예상했던 기간보다 훨씬 장기간 비자발급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중단된 상태가 지속되어 원고들이 언제 비자를 발급받을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므로,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았던 원고들의 비자발급 여부에 관하여 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겼고,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들에게 최종적인 결정을 기다려서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평석] 1. 사정변경의 원칙의 의미 이른바 '사정변경의 원칙'은 계약의 성립 당시에 있었던 환경 또는 그 행위를 하게 된 기초가 되는 사정이 그 후 현저하게 변경되어 당초 정해진 계약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강제하는 것이 신의칙과 공평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의 효과를 신의, 공평에 맞도록 변경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계약준수의 원칙(pacta sunt servanda)에 대한 예외라고 일컬어진다. 대상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이 원칙을 정면으로 적용하여 계약의 해지를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제 사정변경의 원칙에 대한 고민은 그 이론적인 규명을 넘어, 구체적인 사안에서 그 적용을 고려할 수 있는지, 실제 계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의 실질적으로 논의로 이어져야 하는 시점이다. 근래에 전염병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회 상황이나 기술이 예측할 수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원칙은 향후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2. 인접 개념과의 경계 사정변경의 원칙은 신의칙의 파생 원칙이므로, 민법의 규정과 계약법의 원칙들에 비해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뿐이다. 우선 사정의 변경으로 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될 국면이 아니다. 사정변경의 원칙은 계약의 이행이 여전히 가능한 것을 전제로, 그 내용대로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부당한지를 따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행불능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는 것이 종국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의미하는데, 법적으로 이행이 가능한지 여부가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니다. 대상판결에서는 1년 반이 넘도록 비자 업무가 중단된 이유나 절차 재개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비자발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평가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비자가 최종적으로 발급되거나 거절되기 전까지는 일시적, 사실적 불능 상태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민국이 재심사를 통해 이민허가를 철회하기 전에 종국적으로 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계약 체결 이후의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계약위험의 분배에 대해 당사자들이 합의하였거나 위험의 인수가 계약에 내재되어 있다면, 사정변경의 원칙이 그에 우선할 수는 없다. 사정변경은 계약의 해석으로는 그 위험에 관한 분배를 정할 수 없는 경우에 비로소 고려되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에 AP/TP 결정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음은 물론이고, 기존에는 2년 정도면 문제없이 비자가 발급되어 왔다는 점을 당사자들이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AP/TP 결정을 받아 절차가 지연됨으로써 발생하는 위험배분에 대해 묵시적으로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는 통상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사정의 변경으로, 어느 일방이 위험을 인수하였다고 할 수 없다. 3. 적용 요건 대상판결이 언급하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요건은 대체로 ① 현저한 사정변경, ② 예견불가능, ③ 계약유지의 부당성으로 요약된다. 이들 세 가지 요건은 독립적이라기보다 상호 연관성이 있다. 현저한 사정변경의 대상은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은 사정으로, 일방 당사자의 주관적이거나 개인적인 사정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상판결에서 2년 정도면 비자발급 절차가 마무리되는 업무 관행은 당사자들이 계약을 체결하며 전제로 한 사정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이른바 동기의 착오로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이 사안은 계약 당시 존재하는 사정에 대한 착오가 아니라 계약성립 이후 객관적인 외부 사정의 변경이 발생하여 당사자들의 기대가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사정변경에 해당한다. 예견불가능성을 요하는 것은,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면 당사자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그에 대비하여 계약을 다른 내용으로 체결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에서는 주한 미국대사관의 업무처리가 변경된 이유나 비자발급이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를 알 수 없었으므로, 이는 당사자들이 계약 당시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다. 계약을 체결한 시점에 따라 비자업무의 중단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겠으나, 적어도 당사자들의 계약 체결 시점에서는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부당성에 대해 판례는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이는 사정변경의 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계약의 구속력을 고집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를 등가관계의 파괴나 계약목적의 달성 불가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우므로, 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의 부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계약 내용대로라면 원고의 권리구제 방안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비자발급을 기다렸다가 종국적으로 이민비자 취득이 불가능해지면 기납입 수수료의 80%를 환불받는 것이었다. 종국적으로 비자발급이 된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면, 계약의 목적달성이 어렵거나 그로 인한 이익이 상당히 반감될 것이다. 따라서 계약 내용을 강제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4. 인정 효과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으로 인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면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지금까지 사정변경의 효과에 관한 논의는 실제 사안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다소 원론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경향이 있는데, 이는 최근까지도 법원이 이 원칙을 인정하는 것에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는 것에 그칠 뿐, 구체적으로 계약관계가 어떻게 정리되는지를 검토한 예는 많지 않다. 대상판결은 계속적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인바, 원고의 수수료 지급에 비해 피고의 급부 이행이 완결되지 않았으므로 원고들이 지급을 완결한 수수료의 일부를 원상회복하여야 한다. 법원은 계약에서 이민허가가 나지 않으면 수수료의 80%를 환불하도록 규정한 것에 비추어 원고들이 기지급한 3만 달러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환하도록 하였다. 피고가 급부를 이행하기 위해 실제로 지출한 비용이 아니라 그 가치에 대한 당사자들의 평가를 반영한 것은 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쟁점이 된 것은 아니지만, 학설은 대체로 사정변경의 효과로서 계약의 해제·해지 외에 계약의 수정을 인정한다.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전부 해소하는 것 외에 유연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수정권의 행사 요건, 절차나 방식, 해제권과의 관계 등 세부적인 검토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이 글에서 이를 모두 다루기는 어려우나, 계약 내용의 수정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고 법원의 자의적인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자 한다. 향후 판례가 축적되고 이를 토대로 한 연구가 계속되어, 사정변경의 원칙이 일반 원칙으로서의 유연성은 유지하되, 그 요건과 효과는 더욱 구체화되어 실효성 있는 규범으로 자리하기를 기대한다.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취업이민
국외알선수수료
사정변경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22-02-14
안마사자격의 '비맹제외기준'
I. 사건의 개요 및 결정요지 시각장애인이 아닌 무자격자의 영리목적 안마시술과 관련된 약식명령청구 사건의 항소심(서울지방법원 2002노5047의료법위반)법원은 근거 법률인 구 의료법(2000.1.12. 법률 제 6157로 개정된 후 2002.3.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제 67조 중 “제6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안마사의 자격인정을 받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안마행위를 한 자”부분과 안마사에 대한 시·도지사의 자격인정을 규정한 제61조 제1항 및 ‘안마사의 자격인정 그 업무한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동조 제 4항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동 제청사건에 대하여 헌재는 동 법 67조 중 심판 제청된 부분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61조 1항 및 4항에 대하여는 재판관 5인은 위헌, 4인은 합헌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61조 1항과 4항에 대한 합헌의견의 핵심은 안마사자격인정제도는 일반적으로 금지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일정한 경우에 한해 회복시켜 주는 강학상의 허가인 바, 제도의 내용이 명백히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정책적인 판단이 존중되어야 하는 전문자격제도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 허가기준이 반드시 법률로 상세히 정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법률에서는 안마사업에 대한 자격인정제도의 근거만을 규정하고, 자격인정의 대상자를 특정할 권한, 즉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원천적으로 안마사자격을 받을 수 없도록 정하는 이른바 ‘非盲除外基準’(안마사에 관한 규칙 제3조)까지 포함하여 자격인정요건을 정하는 것을 포괄적으로 행정부에 위임하는 것도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합헌의견은 ‘적정의료를 통한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이라는 의료법의 목적(제1조)과 체계 및 안마사자격인정제도의 일반적인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맹제외기준’은 동 위임법률조항에서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본다. 합헌의견은 이에 대한 부수적인 논거로 ①시각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책의 일환으로 시행되어 온 구체적인 제도운용의 현실과 연혁 및 그에 따른 국민의 법의식 ② 정부정책에 대한 시각장애인들의 신뢰보호의 필요성 ③사회국가원리에 따른 국가의 장애인보호의무(헌법 제34조)에 비추어 볼 때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보호보다는 ‘안마사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가지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보장이 우선되어야 하나는 점등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합헌의견은 의료법상 간호조무사(58조 3항), 전염병예방법상 방역관(44조 2항), 유해화학물관리법상의 유독물관리자(25조 1항), 소음·진동규제법상의 환경관리인(21조 5항) 등 법률에 자격인정의 요건을 정하지 아니하고 행정입법에 위임하고 있는 예들을 제시하면서 현대 복지행정국가에서 위임입법의 존립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면 이들을 모두 위헌인 것으로 볼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반문을 덧붙인다. 결국 안마사의 자격인정요건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정신에 비추어 바람직한 것’이기는 하되, 다만 입법형식의 선택은 입법재량의 문제로 본다. - 판결요지 - 시각장애인 아닌 자에 대해 안마사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비 맹제외라는 기준이 비록 의료법 제61조 제4항의 문언에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가 비맹제외기준을 설정한 것은 위 법조항에 내포된 의미를 확인하는 것으로 위헌이라 할 수 없다 II. 평석 1. 문제의 제기 기술한 바와 같이 동 결정의 판단대상은 ‘안마사에 관한 규칙’ 제3조에 자격인정요건으로 규정되어 있는 ‘비맹제외기준’의 위헌여부가 아니라, 이 자격인정기준의 근거인 의료법상의 해당 위임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합헌의견이 굳이 재론·적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임에 근거한 행정입법의 규정 내용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여도 그 자체로 인해 ‘정당하고 적법한’ 상위 위임법률규정의 위헌여부가 문제되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설령 법률에 직접 규정되었을 경우에도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비맹제외기준’의 위헌성에 대한 의문은 본 평석의 입론에 적어도 간접적인 단서인 동시에 그 자체가 기본권이론상 흥미로운 논제이기는 하지만, 별론의 대상일 뿐이다. 요컨대 본 평석의 주된 관심도 ‘비맹제외기준’에 따라 안마사자격인정의 대상을 특정하는 사항, 말하자면 ‘객관적 사유를 기준으로 한 직업선택의 자유의 제한’과 관련된 본질적인 사항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이 의회유보원칙 내지는 포괄적 위임금지원칙에 어긋나는지 또한 합헌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의료법의 체계나 안마사자격인정제도의 취지 기타 사회관습이나 법의식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맹제외기준’이 이미 법률 차원에서 선결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모아진다. 2. 의회유보원칙-본질성이론의 본질 의회유보의 원칙은 국가의 본질적인 사항은 형식적 법률을 통해서 결정되어야만 한다는 원칙이다. 말하자면 중요한 사항에 대한 결정은 의회입법자 스스로 내려야 하며, 행정부에 위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요청이다. 민주주의원리와 법치국가원리에 터잡은 의회유보의 원칙은 우선 의회와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보면 결정권한배분 내지는 수권(授權)의 근거이지만, 또 한편 동 원칙은 의회에 대하여 결정권한의 전유(專有), 즉 결정권한의 행사를 의무화하는 동시에 결정의 절차와 형식, 특히 특정한 입법형식을 강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구체적인 유보사항 및 결정권위임금지의 범위, 말하자면 의회유보의 입체적 크기는 이른바 ‘본질성이론’의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입헌군주체제와 달리 오늘날의 국가체제에서는 행정부도 인적, 제도·기능적 측면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 바, 형식적인 민주적 정당성과 법치국가원리만으로는 의회유보의 범위를 설정하는 설득력 있는 준거를 찾기 어렵다. 결정권한의 합리적인 배분에 초점을 맞추는 오늘날의 권력분립론에서 이른바 ‘기능적 정당성’의 관점이 주목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본질성이론’은 이른바 ‘옳은 결정’ 또는 ‘기능적합적 기관구조와 결정절차’의 관점을 바탕으로 하는 철저한 기능중심의 논리형식인 바, 구체적인 의회유보의 범위와 정도, 즉 위임금지 또는 허용의 범위는 ‘옳은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가능성의 크기에 따라 정해진다. 그 핵심은 모든 국가의 결정은 조직과 구성 및 의사결정의 형식과 절차상 최선의 조건을 갖춘 기관에 의해서 내려져야 한다는 관점이다. 물론 여기에서 ‘옳은 결정’은 그 실질적인 내용뿐만이 아니라, 결정의 과정과 절차 및 형식까지도 포함된 개념이다. - 판결요지 - 시각장애인 아닌 자에 대해 안마사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비 맹제외라는 기준이 비록 의료법 제61조 제4항의 문언에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가 비맹제외기준을 설정한 것은 위 법조항에 내포된 의미를 확인하는 것으로 위헌이라 할 수 없다 여기에서 상론할 수는 없지만, 결정의 주체 및 마당으로서 의회의 기능적 장점은 집합적 대의기관으로서 선거방식 및 여야당간의 대립·견제의 구도에 터잡은 민주적인 구성과 조직, 엄격한 의사결정의 절차 및 형식상의 조건 등에서 찾아진다. 특히 헌법에 의해 담보되는 의사의 형성 및 결정절차의 신중성과 공개성 또한 법률형식의 확정성은 적어도 집단과 계층 간에 또는 특정집단과 공공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한 조정과 설득이나, 그밖에 헌법적 원칙과 가치들간의 조화점을 찾아내는 정치적·정책적 결단을 내용으로 하는 결정들의 경우에는 그 내용의 옳음과 함께 이해당사자의 의견과 여론의 수렴이나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조건들이다. 오늘날 많은 기본권제한입법은 양극적인 대립구도보다는 오히려 다극적이고 복합적인 이해관계의 대립구도 속에서 상충되는 기본권적 법익간에 타협점을 찾아내는 조정작업인 바, ‘옳은 결정’에 대한 믿음과 수긍이 그 관건이고, 이는 오로지 절차와 공감대를 통한 정당성확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특히 복합적인 의미와 기능을 가지는 직업의 자유의 제한, 특히 면허제도를 통한 직업선택의 자유의 제한은 그 전형적인 예에 해당된다. 합헌의견이 주장하는 바대로, 자격면허제도의 경우에 구체적인 제도내용의 구성은 입법형성의 자유에 맡겨져 있고, 따라서 강학상 허가에 해당하는 안마사자격인정제도의 경우에도 그 허가기준을 반드시 법률로 ‘상세히’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입법형성의 자유는 의회유보원칙에 따른 입법재량, 즉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하는 독자적인 정책적 판단의 이행을 전제로 한다. 이른바 ‘객관적인 사유’를 기준으로 원천적으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안마사자격인정상의 ‘비맹제외기준’의 경우는, 기술한 대로 그 자체의 위헌성 여부는 별론의 대상이되, 다만 동 기준의 설정여부는 입법자가 직접 재량하고, 정책적 판단의 이유와 기준을 제시하면서 그 결론을 명시적으로 법률에 담아야만 할 사항이다. 합헌의견이 제시하는 극히 포괄적인 의료법의 목적조항이나 일반적인 자격인정제도의 취지, 기타 입법, 제도운용의 연혁이나 사회적 관습 및 일반 국민의 법의식 등과 같은 불분명하고 가변적인 단서들은 입론의 출발점은 될 수 있겠지만 입법형성의무의 포기를 정당화하거나 입법재량을 통한 선결사항을 추단하는 근거가 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합헌의견이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우대조치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제시한 사회국가원리도 그 과제실현을 위한 사회복지정책의 기조와 윤곽은 일차적으로 의회의 입법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특히 장애인에 대한 이른바 ‘유보고용제도’ 등과 같이 그 구체적인 시책의 내용이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나 차별취급에 해당되는 경우에 그 핵심사항의 결정은 의회에 유보되어 있다. 3. 자격(면허)제도의 다양성 - 차별접근의 필수성 합헌의견은 판례와 입법례를 원용하면서 안마사자격인정제도와 같이 강학상 허가에 해당하는 면허제도에서 허가의 기준이 법령에 정하여지지 아니한 경우에 그 허가여부는 재량행위이고, 따라서 그것은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기 때문에 허가의 기준을 정하는 자격제도내용의 구성과 입법형식의 선택은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 즉 입법재량에 맡겨져 있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면허제도의 기본권제한수단으로서의 본질과 또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법률상 명확한 요건과 연계되는 기속행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는 원론적인 이해 등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약하되, 다만 예방과 억제의 폭넓은 간격 속에서 운용되는 오늘날 면허제도의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한 정책목적과 기능을 반영하는 ‘특허와 허가 구별의 상대화’의 경향에 비추어 볼 때 자격제도에 대한 합헌의견의 획일적인 이해는 문제가 없지 아니하다. 개별 면허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른 기본권제한의 목적과 양태, 기타 차별취급의 정도 등을 주목하여 차별화된 접근을 하였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예컨대 합헌의견이 원용한 판례 중 의료기사법상의 물리치료사와 임상병리사의 경우(헌재결 1996. 4. 25. 94헌마129, 95헌마121 병합)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호와 직결된 의료업무와 관련된 자격제도란 점에서 안마사자격제도에 비해서 비교적 그 입법목적이 분명하고, 따라서 자격인정요건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 또한 자격인정요건을 하위법규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입법례로 원용된 다양한 자격제도들, 즉 의료법상 ‘간호조무사’(58조 3항), 전염병예방법상 ‘방역관’(44조 2항),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관리자’(25조 1항), 소음·진동규제법상의 ‘환경관리인’(21조 5항) 등은 비교적 특정한 정책목적과 자격제도의 취지 및 그에 따른 업무범위의 특정성, 요구되는 능력과 지식의 고도의 전문성, 기타 행정기관이나 일정한 사업장에 임명·고용이 법적 의무로 강제된다는 점등에서 전통적인 ‘경찰허가’의 면허제도와는 구별되는 바, 안마사자격인정제도와 같이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다. 고용안정법상 유료직업소개사업(고용안정법 19조 1항)은 이미 1999년에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되었다. 물론 이들 입법례들도 자격인정요건의 백지위임이 불가피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되는지는 의문이 없지 아니하다. III. 결론 의회유보원칙에 비추어 볼 때 ‘비맹제외기준’과 같은 자격인정요건은 입법위임이 허용될 수 없는 사항이고 또한 합헌의견이 제시하는 단서들만으로는 동 기준의 설정이 ‘구체적으로’ 법률상의 수권(授權)범위 안에 포함되는 것, 말하자면 입법자의 재량판단을 통해 이미 선결된 지침을 단순히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우리 헌법 제75조의 포괄적 위임금지규정의 이론적 준거인 의회유보의 원칙과 본질성이론에는 의회의 결정권한의 포기와 책임회피 및 그에 따른 입법형식의 오용을 정당화시키는, 바로 이러한 합헌의견과 같은 방만한 법리구성을 배제하는 분명한 뜻이 담겨져 있다.
2003-09-08
감항능력주의의무와 그 위반의 효과
法律新聞 1209호 법률신문사 堪航能力注意義務와 그 違反의 效果 일자:1976.10.29 번호:76다1237 宋相現 서울法大 助敎授 法學博士 ============ 8면 ============ 判決의 要旨 大法院 76다1237, 1976.10.29 判決 損害賠償事件은 國籍船積取率의 증가에 따라 우리 最高法院이 내린 堪航能力注意義務에 관한 최초의 具體的 判例라고 할 수 있다. 그 要旨를 대체로 要約하면 다음과 같다. 「원심은 이사건 옥수수 침유사고는 피고회사 소속 선박인 해촌호의 선창밑에 설치된 유조탱크와 갑판사이의 제3번창의 기주에 직립으로 부착하여 시설한 유류검량관에 생긴 틈 또는 구멍으로 새어나온 기름에 오염되어 훼손된 것이라고 인정하고 그 거시의 증거에 의하여 해촌호가 태국에서 옥수수를 싣고 항해하던 중 강풍과 풍랑을 만나 선박이 전후좌우로 심하게 동요함으로 인하여 본건 옥수수가 적재된 제3번 창밑의 탱크에 저장된 중유가 역상류하면서 위 검량관의 낡은 부위에 생긴 틈과 구멍으로 새어나와 부근에 쌓인 옥수수를 오염시켜 훼손하였다고 인정한 다음 이 사고는 발항당시 피고가 상당한 주의로서 세밀히 검량관의 노후여부를 조사하였더라면 이를 사전에 발견하여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의 사고는 불가항력으로 인한 것이거나 아니면 항해상의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책임이 없다는 항변과 또 위와 같은 하자는 숨은 하자로서 피고가 세밀히 조사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발견할 수 없으니 이는 항해상의 과실이고 피고는 감항능력에 관한 주의의무를 해태한바없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이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 거친 증거취사와 사실인정과정과 내용을 기록에 의하여 보아도 적법하고 (中略) 본건 사고는 발항당시 피고가 상당한 주의로서 세밀히 위 검량관의 노후여부를 조사하였더라면 이는 사전 발견하여 예방할수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소론이 지적하는 잠재적 하자나 발견할 수 없는 하자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서 판단하고 있음을 알수 있으므로 잠재적 하자에 기인한 사고임을 전제로 하는 소론 선하증권면상의 특약은 간접적으로 배척된것이라 볼 수 있고 또 판결결과에도 영향이 없다 할 것이고 이점에 대한 논지 역시 이유없고 이밖에 원판결에는 선박소유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있다 할 수 없다.」 (一) 評釋者의 結論의 要旨 判決의 結論은 商法 제788조 1항에 해당하느냐 또는 同條2항에 해당하느냐를 검토하여 確定된 事實關係에 따라 그 어느쪽으로 구체적 結論을 내렸어야 옳았을 것인지 堪航능력주의의무의 개념을 平面的으로 理解하면서 商法 제787조 違反으로 處理했다는 점에서 不當하다고 생각된다. (二) 評釋結論에 대한 理由 가. 現行 商法上 海上物件運送人의 責任構造 海上物件運送人은 해상기업 補助者들의 責任發生原因에 의한 손해에 관하여 만일 그것이 화재로 인한 것이거나 또는 航海過失 卽 船舶의 航海또는 管理에 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된것인 경우에는 海上企業의 거대한 위험성과 技術的 特殊性에 비추어 그에 대한 責任을 完全免除받게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商法 제788조 2항) 同法 789조에서 列擧한 不可抗力 기타 10個 法定免責事由로 인한 運送物의 멸실 훼손 延着 등에 대하여서도 책임을 지지아니하고 오직 商業上 과실 卽 運送物의 受領·船積·積付·運送·保管·揚陸 및 引渡에 관한 注意義務 해태로 인한 責任만을 지도록 하는 責任構造를 지니고 있다(商法 788조 1항) 뿐만 아니라 海上物件運送人은 商業上 過失로인하여 責任을 負擔하여야 할 경우에도 이를 다시 商法 제746조 이하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一定한 限度로 責任制限을 주장할 수 있다. 이처럼 보면 運送人은 많은 경우에는 免責을 받아 두터운 보호를 받고 있음에 틀림없으나 法 제788조 2항이나 제789조에 의한 免責을 받기 위해서는 그 前提로서 法第787조가 정하는 감항능력 注意義務를 다하여야만 한다. 따라서 堪航能力注意義務는 運送人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最小限의 基本的 義務이며 英美法上으로도 이를 優先的義務라고 表現하고 있다. 나. 堪航能力注意義務의 本質 (A) 本義務의 槪念 海上運送人은 傭船者나 送荷人에 대하여 船積港을 發航할 당시를 판단시점으로 하여 그 特定航海를 安全하게 完成할 수 있는 선박을 提供함에 있어서 상당한 注意를 다하여야 하는바 이를 堪航능력에 관한 注意義務라고 한다. 舊法에서는 절대적 堪航능력擔保義務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運送人은 無過失責任을 지도록 하였으나 統一條約은 이것을 堪航능력있는 船舶을 提供함에 있어서 상당한 注意만을 행사하면 足하도록 相對的으로 輕減된 注意義務로 규정하되 이러한 注意義務를 다한데 대한 立證責任을 運送人에게 지우도록 하였다. 이것은 英·美등 先進해운국과 우리法 787조가 동일하다. 이 注意義務는 船積港 發航當時를 시점으로 그때까지 行使하여야 되는 만큼 發航後에는 이 注意義務를 다했는냐 못했는냐의 문제만 남고 그이상 계속 주의의무를 다할것이 要求되는 것은 아니다. 이 義務의 내용에 관해서는 商法 제787조가 統一條約 제3조 1항을 그대로 받아들여 규정하고 있다. 즉 ①船舶이 안전하게 航海를 할 수 있게 할 것, ②필요한 船員의 乘船, 船舶의 裝과 필요품의 補給 ③船창, 냉장실 기타 運送物을 積載할 선박의 部分을 運送物의 受領, 運送과 보존을 위하여 適合한 상태에 둘 것이 그 내용이다. ①號는 선박자체의 特定航海堪航능력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의 航海適合性이란 船舶이나 화물의 特性, 예정된 船路와 航海의 계절적 時期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相對的 槪念이다. 이것이 보통 감항능력주의의무의 내용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不適格 또는 無資格船員을 不注意하게 乘船시킨 경우 最新海圖 기타 同種의 선박에 共通的으로 常用하는 장비를 缺如한 경우 또 食糧, 연료, 底荷索具 기타 필수품의 不足 計算錯誤로 인한 不補給의 경우도 감항능력주의의무의 違反이 될 수 있다. ②호는 대체로 이러한 경우를 염두해 둔 것이다. 다만 船舶의 裝의 경우에는 最近의 눈부신 科學技術의 進步에 발맞추어 新型裝備의 無制限導入을 강제하는 취지는 아니다. ③호의 경우는 一般的인 貨物船積空間의 積載適合性을 의미하기도 하고 貨物의 種類와 性格에 따라 特定貨物의 積載適合性을 뜻하기도 한다. 요컨대 船舶은 效率的인 運送手段이어야 함과 동시에 安全한 貨物倉庫이어야 한다. (B) 本義務違反의 效果 商法은 제790조에서 감항능력주의 의무를 特約에 의하여 경감할 수 없음과 제787조에서 運送人이 本義務를 다했다는 점에 관하여 立證을 못하면 運送物의 滅失·毁損 또는 延着으로인한 損害賠償責任을 져야됨을 규정하고 있다. 무엇이 相當한 注意를 다한 경우인가는 客觀的으로 결정해야 할 事實問題이다. 國際船級協會에서 公認한 一流 檢査人을 選定하여 사전에 검사를 시켰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注意를 다하였다고 볼수도 없으며 또 어떤 特定形態의 被害나 하자에 대하여 과거에 경험이 있거나 새로운 裝備의 設置에 따라 運送人이 좀더 높은 注意義務를 지게될 경우도 있을 것이다. 本注意義務違反의 效果로는 위에 말한바와 같은 商法 제787조 所定의 損害賠償責任만을 지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이에 그치지 아니하고 運送人으로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再起不能의 가혹한 責任을 지는 만큼 신중한 審理가 요청된다. 判決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運送人이 發航時 相當한 注意를 하였는가를 살펴보아서 相當한 注意를 다하지 못했고 이러한 注意義務違反이 損害등과 因果關係가 있을때는 바로 787조의 責任을 추궁하기는 어렵지 아니하다. 그러나 運送人의 입장에서는 감항능력주의의무를 해怠하였다는 判決이 내려지면 그로 인한 제787조의 責任을 지는 외에 商法 제706조 1호에 의하여 船舶保險과 運賃保險에 관한 保險金을 支給받을 수 없게 되며 위에 언급한 788조 2항과 789조에서 정한 免責事由의 惠澤을 받지 못하게 된다. 學說에 따라서는 여기에서 進一步하여 運送人이 감항능력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제746조 이하의 有限責任도 박탈해야 된다고 한다. 이렇게되면 海上企業主體에게 너무 가혹한 結課가 되는만큼 감항능력주의의무의 違反여부를 결정함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며 특히 위에 든 바와 같은 發航準備當時의 諸與件과 狀況을 모두 綜合的으로 고려하여 本義務에 관한 판단을 할것이 꼭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本件判例를 보면 海上企業에 特有한 各種事實에 대한 調査가 다소 미흡하지 아니한가 하는 의문도 들고 특히 發航當時 檢量管의 老朽여부를 세밀히 살피지 아니하였다는 것과 같은 극히 部分的 事情만을 平面的으로 고려하여 바로 감항능력주의의무의 해怠에 해당한다고 速斷하였음은 납득하기 어렵다. 통일조약과 이를 대부분 계수한 우리 商法은 運送人을 絶對的 擔保責任으로부터 解放하자는 취지이므로 發航當時에 發見하기 어려운 숨은 瑕疵 예컨대 金屬表面弱化現象에 의한 감한능력의 不備는 運送人의 歸責事由로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따라서 本件은 오히려 商法 제788조 1항의 商業上 過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責任을 져야 할 것인지 제788조 2항의 航海上 過失에 해당하여 免責인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다만 英美判例에는 꼭 이곳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엄격한 의미로 Aeaworthy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상식적인 형용사로 쓰는 경우도 많음을 附言한다. 다. 商業上過失과 航海上 過失 海上運送人의 過失을 이처럼 二大別하여 쓰는 것은 프랑스 法에서 由來한 것으로서 이것이 統一條約에 반영되어 運送物의 取扱과 保管에 관한 過失과 航海 또는 船舶의 管理에 관한 過失로 나누어 규정되게 되었다. 航海에 관한 過失을 면책으로 한다고 함은 이것이 海技 기타 船舶의 操縱에 관한 純技術的인 사항으로서 船舶所有者가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관여하기가 어렵고, 船員의 사소한 不注意로 초래되는 損失을 모두 책임을 지는 점도 곤란하여 立證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그러한 경우까지 船舶所有者에게 責任을 지우는 것이 가혹하기 때문이다. 船舶의 管理라함은 船舶自體의 安全航海를 위하여 선박에 대하여 하는 行爲를 뜻한다. 이처럼 說明하더라도 商業上 과실과 航海上 과실을 區別함은 至難한 일이고 英美判例도 많은 量이 이 區別에 集中되어 있다. 或者는 船舶의 兩面的 性格中 安全한 運送物의 保管倉庫라는 점에서 Want of care of cargo를 商業上過失이라고 하고 運送手段이라는 側面에서 want of care of vessel indirectly affecting cargo 卽 船舶의 管理·指揮·運行에 관한 不注意가 運送物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경우는 免責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本件의 경우에 옥수수 浸油事故의 原因이 오직 檢量管의 老朽를 發見하지 못한채 航海中 이것이 荒天에 틈이 생긴데에서 由來하였다면 이는 경우에 따라서 航海上 過失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가능성도 있고 그런 경우에는 運送人은 免責되어야 했을 것이다. 航海過失이 免責이라고 하여 運送人이 注意義務를 해怠하지는 아니한다. 왜냐하면 船舶의 管理나 航海上의 注意를 다하지 아니하다가는 運送物은 물론 船員자신들의 生命도 위험하게 되는 만큼 각종 汽罐部位는 물론이고 뚜껑·나사類는 세밀히 검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만 檢量管에 이미 腐蝕으로 肉眼으로 판명되는 구멍이 나있거나 틈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發航前의 검사에서 이를 發見하지 못하였다면 몰라도 檢量파이프 表面의 金屬表面弱化現象까지 체크하여야할 注意義務를 부과함은 지나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끝으로 商業上 과실과 航海上 과실의 區別에 관한 英美判例를 소개하여 判斷資料에 제공하고자 한다. 가. 航海上 과실인 判決例 ①甲板上의 물을 청소하지 아니하거나 排水管을 청소하지 아니한 과실 ②탱크를 채우기전에 그 狀態를 探知하지 아니한 과실 ③펌프 狀態에 대하여 (콕크를 안잠근채 물을 채우거나 물이 넘은 경우) 주의를 게을리한 경우 ④ 底荷水를 빼내는 파이프의 발브를 닫지 아니하여 貨物에로 물이 들어간 경우 ⑤補助汽罐을 잘못 사용하여 화재를 낸 경우 ⑥船積後 甲板으로 통하는 出口를 꼭닫지 아니하여 貨物이 젖은 경우 ⑦수도꼭지를 꼭 잠그지 아니하여 貨物에로 스며든 경우 ⑧각 탱크에 물이나 기름을 채우면서 각각다른 量을 채웠기 때문에 船舶의 不均衡을 초래하고 이 때문에 다른 貨物에 손상을 가한 경우 ⑨더러운 물 고이는곳 (hilge)의 물을 퍼내지 아니하여 原皮에 過度한 濕度를 준 경우 ⑩惡天候 경고를 무시하고 出港한 경우 ⑪甲板上의 黃酸을 물로 씻어버린다는 것이 오히려 이를 擴散시켜 다른화물에 손상을 준 경우 ⑫不安全한 정박소를 選定하고도 危險신호를 아니한 경우 ⑬나팔파이프의 갭을 자주 검사하지 아니하여 물이 스민 경우 ⑭弱化된 金屬表面을 發見하지 못하여 이로 인하여 손실이 發生한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나. 商業上 過失에 해당하는 判決例 ①貨物을 위한 定期的 通風을 하지 아니하여 貨物이 傷한 경우, ②通風을 위하여 甲板쪽 昇降口를 열어 놓았다가 닫는 것을 잊어버려서 물이 貨物에 들어간 경우, ③선창을 底荷탱크로 잘못 알고 선창에 3시간이상 물을 채운 경우, ④揮發油를 실은 油槽船이 冷却장치가 없어서 運送物이 팽창하기 시작하자 甲板을 물호스로 冷却하는 대신, 揮發油를 바다에 버린 경우 ⑤運送物인 기름이 통에서 새어나와 다른 貨物을 더럽힌 경우 ⑥船尾積載貨物만 먼저 揚陸하는 바람에 船首쪽으로 기울어 貨物을 젖게 한 경우, ⑦염산인 貨物을 鐵板옆에 실어 腐蝕을 招來한 경우, ⑧冷藏室의 溫度計 검사를 게을리 한 경우, ⑨선창에 배설한 젖소의 배설물을 除去하고 消毒을 하지 않아서 그다음 航海에 실은 젖소들이 전염병에 걸린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197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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