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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지법결정 2013.08.14., 2023비단4, 5의 평석 -
제3자의 채무변제
I. 사건의 소개 대상결정은 공탁관의 불수리처분에 대하여 재단법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신청한 이의를 기각한 결정이다. 신청인의 청구취지는 ‘민법(법률이름을 생략한다) 469 I 단서의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관하여 민법의 다른 규정과의 통일적 해석, 제2항과의 체계적 해석과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로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사실 등을 비추어, 채권자와 채무자가 합의로 금지한 경우에만 제3자변제가 제한된다’로 요약된다. 1. 대상결정의 판단: 대상결정은 ‘① 법정채권의 경우 반대의사의 표시에 의한 제3자변제의 금지에 관하여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 ② 469 I 단서의 ‘의사표시’라는 법문을 이유로 이 조항이 법률행위만을 전제한다고 해석할 법적 근거가 없다. ③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같은 법정채권의 경우 채권자가 반대의사를 표시하면 제3자변제가 금지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469의 취지와 부합한다. ④ 이 사건 판결금은 제3자변제가 가능한 금전채권이나 채권자의 반대의사가 명백하면 이를 금지하는 것이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와 위자료의 제재적, 만족적 기능을 충족한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제3자변제에 관한 이후의 결정례들도 대상결정을 거의 그대로 모사·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2. 대상결정의 쟁점: 469 I 단서의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핵심쟁점이다. 대상결정은 ① 채권자의 우선보호가 민법 채권편의 원칙이고, ② 제3자변제는 채권의 상대효의 예외로서 그것이 대체로 채권자에게 이익이 되고 채권자의 의사에 합치하는 것을 전제로 채무자와 제3자 사이의 이해관계와 경제적 필요 등을 고려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법률이 승인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이로써 순진하고 소박하게(?) 법문을 있는 그대로 읽어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가 제469조 제1항 단서에 포함된다는 결론을 연역한다. 하지만 ①은 생경하다: 민법은 채무자를 약자로 설정하고 그의 보호를 우선한다(특히 607와 608, 652). 그리고 ②는 469의 해석·적용이 아니라 있는 법을 왜곡하고 ‘없는 법’을 만든 것이다. 법관은 법을 제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법률을 준수하여야 하는 전문직업인이다(독일기본법 97 I 참조). II. 채권의 존재와 469의 해석 1. 채권의 존재=변제요건: 대상결정은 이 사건 채권이 채무자를 제재하면서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현저한 불법행위채권임을 들어 피해자(채권자)에게 결정권(처분권)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채권자에게 지배권을 수여하는 대상결정은 법적 판단이 아니라 국민정서법(?)과 부화뇌동하는 것이다. 469가 위치하는 민법 제3편 제1장 제6절 <채권의 소멸>은 ‘유효한 채권의 존재’만을 전제하고, 약정·법정채권관계와 채무자의 고의·과실을 묻지 않는다. 채권은 가치중립적(wertneutral) 재산권이고 변제는 급부실현이므로 변제자는 중요하지 않다. 469 I 본문도 제3자변제를 당연시한다: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 다만 채무가 성질상 또는 제3자변제를 금지하는 의사표시로 당사자의 인격과 결합된 때에는 그렇지 않다(I 단서). 제3자변제가 채권의 상대효의 예외이고 법률적인 평가에서 ‘제3자변제’를 채무자변제와 ‘등가물’로 볼 수 없다는 대상결정은 469 I 본문에 실린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한 것이다. 2. 469의 해석 (1) 469 I 단서의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의미·내용: 당사자의 의사는 채권발생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제3자의 변제를 금지하는 의사이다. 교과서와 주석서는 곽윤직, 채권총론, 1999 [97] (330)을 본받아 “계약으로 발생하는 채권은 계약에 의하여, 그리고 단독행위로 발생하는 채권은 단독행위로 각각 제3자의 변제를 금지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기술한다. 계약과 단독행위가 흔히 채권·채무의 발생원인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유언외에 단독행위로 고유한 의미의 채권관계가 성립하는 경우가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스스로 채무를 지는 단독행위는 가능하지 않다: 어느 누구에게도 그의 의사에 반하여 이익이 강제될 수 없다. 더욱이 표의자가 그의 의사만으로 권리를 취득하고 타인에게 의무를 지우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법학과 실무가 단독행위를 형식상 논함에 그치는 이유이다. 채권·채무는 취소, 해제 또는 해지 등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한 형성권의 행사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것의 창설이 아니라 이전의 법률관계의 청산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형성권자는 단독으로 제3자의 변제금지효를 만들지 못한다. 형성권은 원칙적으로 조건과 친하지 않고 제3자변제금지는 조건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무권대리행위의 추인은 사후에 대리권을 수여하여 유권대리행위로 전환하는 단독행위이다. 그러나 제3자변제금지를 덧씌운 추인은 변경을 가한 승낙(534)으로 해석된다. (2) 469 II=469 I의 연장 : 「이해관계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는 469 II는 I 본문의 이념을 그대로 계승한 조항이다. 이는 심지어 채무자조차 의사표시만으로는 제3자변제를 막을 수 없음을 천명한다. II는 제3자가 변제를 빌미로 약한 지위의 채무자를 압박하는 불행한 사태의 방지를 규범목적으로 한다. 대상결정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은혜를 거부하는 봉건적 관념이 II의 배경이라고 하지만, 이해관계있는 제3자의 변제도 역시 채무자에게 이익을 준다. 제3자는 제한없이 보증채무를 부담할 수 있고 채권양도와 채무인수로 사실상 변제효를 얻을 수 있는 등 민법상 II의 규정취지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다(이진기, 민법에서 채무자 아닌 제3자의 행위에 의한 채무변제제도의 연구, 민사법학 66 [2014] 575-618). 교과서와 주석서도 II의 입법태도에 대한 비판일색이다. III. 대상판결의 분석과 평가 1. 사적자치의 왜곡: 의사표시는 표의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법의 대원칙이다(111 I). 이를 애써 외면하고 함부로 채권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제3자변제금지효를 긍정한 대상결정은 그가 힘차게 외친 사적자치의 실현과 정반대결과를 부른다. 이는 법원이 주도하여 힘과 복수가 판치는 반문명사회로 돌리고 무법천지를 조장하는 반법률적 조치이다. 2. 제3자변제금지의 이익: 금전채권을 비롯한 대체물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에서 제3자변제금지의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 제3자변제금지를 약정하더라도 채무자는 얼마든지 이를 우회할 수 있다. 채무자가 그의 금전으로 직접 변제하는 것과 제3자가 증여한 금전 또는 제3자가 대여한 금전으로 변제하고 제3자가 사후에 금전채무를 면제하여도 외관의 차이가 없고 채권자의 이익상황도 같다. 채권자의 이익은 채권의 실현에 집중되며, 불법행위채권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채권자[피해자]의 감정을 엮어 제3자변제를 금지하는 것은 보복이다. 실무도 ‘할아버지’의 지팡이 또는 ‘할머니’의 은비녀 등 감정적 애착이익(Affektionsinteresse) 배상을 배제한다. 3. 제재와 보복: 민사불법행위는 예방, 손해전보와 제재[처벌]를 목적으로 하며, 법원이 그 담당자이다(MunchKomm/Wagner, Vor §823 Rn.38-44). 제재는 가해자에게 위법한 손해의 결과를 귀속하는 것, 즉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이며, 손해전보는 피해자가 손해배상채권의 만족을 얻어 채권이 소멸하는 때에 완결된다. 제재와 감정이 실린 보복은 다른 것이다. 피해자가 직접 행사하는 제재는 법이 금지하는 복수이다. 법은 적법한 권리행사만을 보호한다. 제재기능은 정신적 손해의 배상책임에서 뚜렷하다. 하지만 차액설이 민법의 기본이므로 재산적 손해배상만을 명하여도 제재효가 없다고 할 것이 아니다. 한편 대상결정은 고의의 불법행위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금지를 담은 496을 인용하지만, 이는 오히려 채권자의 보복행위를 막고 피해자가 현실의 손해배상을 얻도록 배려하는 규정이다. 4. 힘든 일반화: 대상결정은 애당초 일반화와 거리가 멀다. 악의로 이행하지 않는 나쁜 채무자도 곳곳에 차고 넘친다. 게다가 대상결정을 동기화하면, 모든 채권자가 일방적 의사표시로 제3자변제를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는 보험금수령을 거부하고 가해자를, 그리고 손해배상책임을 개별화한 대판 2023.06.15., 2017다46274 등[노란봉투판결]이 선고된 지금, 사용자는 불법파업에 주된 책임이 있는 근로자를 끝까지 괴롭힐 수 있게 된다. 이는 채권자의 전횡을 방조하는 무책임한 처사이다. 법원은 대상결정이 구체적 사건에서 예외를 인정한 것이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런데 예외를 만들려면 이를 합리화·정당화하는 사정이 있어야 하나 그러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예외를 위하여 법률과 법리를 비틀어서도 곤란하다. 법원은 법을 어기는 주체가 아니라 법을 지키는 기관이다. IV. 대상결정의 평가: 창의적 재판 또는 함부로 재판? 469 I 단서의 「당사자의 의사표시」를 ‘채권자와 채무자의 합의’로 읽어야 한다(이진기, 읽기 쉬운 민법, 2022, 16 이하). 법률은 채권관계의 구속(vinculum iuris)에서 당사자의 조속한 해방과 자유의 회복을 추구한다. 그리고 채권자의 만족은 채무이행으로 실현된다. 그럼에도 대상결정은 469 I 단서의 적용범위를 넓히기 위하여 짜맞춘 궁색한 변명으로 가득하다. 법관은 법을 말하고 법으로 설득하는 사람이다. 법률을 떠난 법관은 법관이 아니다. 이것이 재판을 정치라고 한 판사가 지탄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좋은 판결은 개인의 사상과 신념이 아니라 법률과 굳건한 법이론을 바탕으로 합리적 상상력을 전개하여야 하는 법관의 숙제이다. 끝으로 대상결정과 같은 식이라면 등기관, 가족관계등록관, 공탁관 등 형식적 심사권을 가진 공무원은 이제 법관이다. 그 선택은 법원의 몫이다. 이진기 교수(성균관대 로스쿨·법학박사)
채무
제3자변제
이진기 교수(성균관대 로스쿨·법학박사)
2023-09-10
기업법무
헌법사건
헌재 2023. 2. 23. 2019헌바483 결정
스톡그랜트에 대한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 적용에 관한 검토
스타트업의 인재유인과 동기부여를 위하여 종업원에게 스톡옵션(선택권)이 아닌 스톡그랜트(현물 증여 혹은 취득)를 부여하는 경우에도, IPO 성공 및상장후 3개월 시점의 미실현 시장가를 기준으로 최대주주 특수관계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소득과세 우선 원칙(상증세법 제2조 제2항)에 비추어 보아 납득하기 어렵다. 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법인’이라 한다)는 2008. 7. 23. 설립된 소프트웨어 및 통신기술용역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청구인은 2008. 7. 29.부터 2016. 1. 31.까지 이 사건 법인에서 사원으로 근무하였고, 조○○은 이 사건 법인의 최대주주로 이 사건 법인의 설립일부터 2017. 9. 26.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청구인은 2010. 6. 25. 이 사건 법인의 유상증자 시 상법 제418조 제2항에 따른 제3자 배정방식에 의하여 신주 110,000주를 취득하고, 2011. 5. 30. 조○○으로부터 110,000주(이하 ‘제1주식’이라 한다)를 주당 720원에 매수하여 취득하였다. 청구인은 2012. 6. 9. 이 사건 법인의 유상증자 시 상법 제418조 제1항에 따라 보유 주식 220,000주에 따른 주주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신주 22,000주(이하 22,000주 중 제1주식에 따른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취득한 11,000주 부분을 ‘제2주식’이라 한다)를 주당 1,520원에 취득하고, 다른 주주가 실권한 17,476주를 주당 1,520원에 취득하였다. 한편 이 사건 법인은 2015. 2. 11. 코스닥에 상장되었다. ○○세무서장은 2017. 5. 2. 청구인에게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 함) 제41조의3 제1항에 따라 제1주식 및 제2주식이 그 취득일부터 5년 이내에 코스닥에 상장됨에 따른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하여 제1주식의 상장이익에 대한 2011년 5월 귀속 증여세(가산세 포함) 198,990,180원의 부과처분 및 제2주식의 상장이익에 대한 2012년 6월 귀속 증여세(가산세 포함) 30,117,170원의 부과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2018. 1. 5. ○○세무서장을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인천지방법원 2018구합50080), 제1심 법원은 2019. 1. 17. 이를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항소하여(서울고등법원 2019누37495) 그 소송 계속 중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3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9. 10. 30. 그 신청이 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19아1478), 2019. 12.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의 판시 내용 특수관계인의 구체적 범위와 요건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위임조항은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내부직원 중 정보를 취득하여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소명된 자의 경우 증여세 부과를 하지 않는 내용의 예외규정을 두지 않은 증여재산가액조항 또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거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II. 평석 1.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의 도입경위 및 종래의 판례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상증세법 제41조의 3)는 1999. 12. 28. 상증세법에 최초로 도입되고 2000. 1. 1. 시행되었는바, 주식등의 상장에 따른 거액의 이익을 얻게 하는 행위에 과세하여 특수관계인에 대한 변칙적인 증여를 차단하기 위해 증여의제규정으로 입법되었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코스닥 시장 육성 및 벤처붐이 불던 시기로서 상장 후 주식의 시장가가 급등하는 일이 많았고 이는 20년 후 최근의 코로나 사태 후 시장에 유동성 과다 공급으로 인한 자산가격 급등이나 코인투자 열풍을 상기시킨다.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는 당시에 주식시장을 이용한 부의 편법 승계, 즉 재벌이 설립한 회사의 주식을 2세에 부여하고 경제력을 이용하여 그 회사의 주식을 증권시장에 상장시킬 경우 용이해질 수 있는 부의 편법 승계를 차단하기 위하여 입법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 사안은 이와 같은 입법취지와 괴리감이 있다. 즉 청구인은 회사의 직원에 해당하므로 최대주주와 상증세법상 특수관계는 있으나 그와 친족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청구인 직원은 회사의 설립 직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시에 주식 일부를 취득하였고, 그 후 주주배정 유상증자 시에 자신의 지분비율에 따라 배정받은 주식 외 실권주를 추가 취득하였으며, 회사가 상장에 성공하여 청구인은 이와 같이 배정받은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회사주식의 시장가 상당의 경제적 성취를 누리게 되었다. 애초에 회사가 청구인 직원에게 유상증자 시 신주 취득기회를 준 것은 회사의 성장을 함께하자는 스톡그랜트로서 스톡옵션과 취지를 같이하는 것이다. 청구인 직원의 증자대금에 대해서는 근로소득 등으로 처리되었을 것이고, 그 후 상장에 성공하여 시장가가 형성된 부분은 자본이득으로서 대주주가 아닌 자의 상장주식 양도소득은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정책적 목적으로 비과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대상판결 사안에서 상증세법 제41조의3에 따라 (미실현) 자본이득 부분에 관하여 증여세 과세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고 (최대주주 특수관계자로서 주식평가시 할증평가까지 적용) 증여세 부과처분을 한 것으로서, 이러한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는 실제 적용 과정에서 경제인이 받아들이는 상식과 괴리가 있으므로 법원 소송 및 헌재 위헌 시비가 다수 있어 왔다.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두39726 판결은 최대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도 상증세법 제41조의 3의 적용이 타당하다고 보았고,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5두41821 판결은 구 상속증여세법 제41조의3 제1항은 법인 설립 단계에서 발기인의 신주 취득 등 그 밖의 주식 취득에 대해서는 이후 일정 기간 내에 상장으로 인한 이익이 있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한계를 설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헌법재판소 2015. 9. 24. 선고 2012헌가5, 2012헌바114·183(병합) 결정은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가 상장일부터 3월이 되는 날을 기준시점으로 정한 것이나, 2002. 12. 18. 법률 제6780호로 개정되면서 최대주주등으로부터 직접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한 주식등의 상장이익만을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었기에 주식등 취득자금의 증여 및 신주 취득의 경우를 과세대상으로 추가한 부분에 대하여 평등원칙 위반이 문제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합헌이라고 보았다. 2.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적용?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증여’의 개념에 관한 고유의 정의규정을 두지 않고 민법상 증여의 개념을 차용하여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재산수여에 대한 의사가 합치된 경우’를 원칙적인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하되, 당사자 간의 계약에 의하지 아니한 부의 무상이전에 대하여는 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제32조 내지 제42조)을 별도로 마련하여 과세하였다. 그 결과 증여의제규정에 열거되지 아니한 새로운 금융기법이나 자본거래 등의 방법으로 부를 무상이전하는 경우에는 적시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어 적정한 세 부담 없는 부의 이전을 차단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과세권자가 증여세의 과세대상을 일일이 세법에 규정하는 대신 본래 의도한 과세대상뿐만 아니라 이와 경제적 실질이 동일 또는 유사한 거래·행위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평과세를 구현하기 위하여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민법상 증여뿐만 아니라 ‘재산의 직접·간접적인 무상이전’과 ‘타인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의 증가’를 증여의 개념에 포함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종전의 열거방식의 증여의제규정을 증여시기와 증여재산가액의 계산에 관한 규정(이하 ‘가액산정규정’이라 한다)으로 전환함으로써, 이른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도입하였다. 현대 세제가 소득과세(법인세 및 소득세)와 소비과세(부가가치세) 중심으로 짜여진 것은 시장경제에 의한 효율적 자원 배분을 유지하기 위한 중립적 세제를 우선적인 지향점으로 삼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도입한 것을 소득과세원칙을 내팽겨치고 부의 편재라는 결과만을 보고 과세하겠다는 입법자의 의도로 보아야 할 것인가.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두13266 판결은 ‘결손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 중 결손금을 초과하는 부분’이나 ‘휴업·폐업 법인을 제외한 결손금이 없는 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에 대하여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3항 등을 근거로 주주 등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특정한 유형의 거래·행위를 규율하면서 그 중 일정한 거래·행위만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한정하고 과세범위도 제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경우,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규율하는 거래·행위 중 증여세 과세대상이나 과세범위에서 제외된 거래·행위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3항의 증여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는 관련 증여의제조항의 입법의도를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산수증이익 등에 대하여 법인세를 부담하는 법인과의 거래로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해당 판결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조세법률관계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과세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이나,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놓고 개별증여의제 조항을 일종의 안전항(safe harbour)으로 본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3. 조세법 영역의 실질적 법치주의와 소득과세 우선원칙 상장전 회사의 종업원에 대해 동기부여용으로 자기 주식을 부여하고, 상장 이후 그 회사의 주식이 자본시장에서 가격이 등락하던 중 특정시점(상장일로부터 3개월 이후 시점)에 시가가 올라 해당 종업원이 부를 누리게 되었다고 사실관계를 본다면, 여기에는 어느 하나 대가관계 혹은 자본시장이라는 경제관념이 전제되지 아니하는 것이 없으며 부의 무상이전이라는 증여 관념이 개재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회사의 상장 및 가치상승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최대주주의 친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동일한 사실관계를 적용할 경우 증여로 보는 것이 가능하고 과세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다만 최대주주의 자제 등 특수관계인이라 그 능력에 비추어 다른 종업원 수준의 주식을 배정받고 열심히 노력하여 회사의 상장 및 가치상승에 기여하였다면 역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할 것이다. 상속세와 이를 보완하는 증여세는 결과의 평등 혹은 출발선에서의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제도로서 자유시장경제체제가 추구하는 국가전체의 경제적 부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유 보장과 그 결과 일정부분 부의 편재를 감내해야 하는 현상과 배치된다. 비록 상속세 혹은 증여세의 세수효과가 미비하고, 상속세로 인하여 기업의 소유주 사망시 기업의 영속성이 위협받게 되는 것이 현실적 문제로 불거져 있다 하더라도, 미국의 예에 비추어 보면 상속세 및 증여세를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기업들은 상증세법이 마련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거래형식을 구하여 왔고, 이에 대해 법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두기에까지 이른 것이나, 그렇더라도 과거 증여의제조항을 안전항으로 해석하는 것과 같이 그 해석 적용에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조세법 영역의 실질적 법치주의는 이와 같은 경제적 현실과 가치대립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세법의 해석 적용에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추상적, 일반적 소득 개념을 내세우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소득세제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번영을 위하여 조세제도로써 이를 뒷받침하고자 하는 이론적 배경이 있다. 비록 현실적으로는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중첩되어 사회병리적인 현상이 속출할지라도, 원칙을 세운 후에 실패의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세법 영역도 마찬가지로서, 이와 관련하여 상증세법 스스로가 일단의 해답을 제시하는 규정이 있으니 바로 법 제4조의2 제3항의 소득과세 우선원칙이다. 그러나 소득과세 우선원칙 스스로도 첨예한 가치대립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누3441 판결은 회사가 유상증자를 하면서 임원인 원고의 증자대금을 회사의 자금으로 납입한 사안에서 이에 대하여 원고는 회사가 익금에 산입하여야 할 소득을 익금에 산입하지 않고 자금을 유출시켜서 원고에게 귀속된 것이라면 원고에게 상여의 소득처분 및 그에 따른 소득과세가 이루어져야 하고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하여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적용한 바 있다. 그러나 특수관계자 외의 자에게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양도하여 상증세법 제35조에 따라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액을 기초로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원심은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내세워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두3200 판결은 이를 파기하여 2007. 12. 31. 소득세법 제96조 제3항 제2호가 개정되기 전에 양도가액과 시가의 차이를 증여세로 시가와 취득가액의 차이를 양도소득세로 과세한 과체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 나아가 서울고등법원 2010. 11. 10. 선고 2010누19234 판결은 주식을 저가 양수하였다고 보아 양수가와 시가의 차액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양도소득세 계산시 취득가액을 조정해주지 아니한 것은 후발적 경정청구로 다투어야 하고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적용하지 아니하여 이를 도외시하는 태도를 보였는바, 소득과세 우선원칙의 규범력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4. 결어 최근 선고된 대상판결에서 청구인은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에 법에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명확히 제한하지 아니한 것이 포괄위임으로서 형식적 법치주의 위반, 내부정보를 활용할 정도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에게까지 해당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며 위헌소원을 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다시금 위 제도의 합헌성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설시하듯이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는 주식등의 상장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최대주주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변칙적인 증여를 차단하고, 수증자 또는 취득자가 이를 양도하지 아니하고 계속 보유하면서 사실상 세금부담 없이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대상판결 사안과 같은 경우에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한 것으로 여겨진다. 조세법 영역에서 실질적 법치주의와 소득과세 우선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와 그 해석·적용에 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권기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충장)
증여세
특수관계인
주식상장이익
권기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충장)
2023-07-05
민사일반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0다253423 판결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와 위법성조각 법리를 구체화
대상판결은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해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기존 판례에서는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이 이익형량 중 침해행위의 영역으로 고려되었으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고려 없이 위법성 조각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는 구분되는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 들어가며 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이루어진다. 그만큼 초상권에 관한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초상권 침해 문제도 늘고 있다. 동의 없이 얼굴이 촬영되거나 공개되지 않을 권리의 반대편에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놓인다. 특히 언론보도에서는 정확한 내용 전달과 근거 제시, 제3자 피해 방지 등 여러 이유로 보도 대상자의 얼굴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필요한 때가 있다. 하지만 아직 언론소송에서는 초상권 침해보다는 명예훼손이 문제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보도 대상자와 언론사 간의 법익 균형을 찾는 위법성 조각사유 관련 판례도 명예훼손에 관해서는 많이 축적되어 있으나 초상권 침해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 이 사건 1, 2심 법원은 기존 판례의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인용하며, 방송사 기자인 피고들이 원고의 얼굴을 공개한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며 위법성도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본 법무법인은 상고심에서 원고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이 사건 보도가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므로, 언론의 자유 보호가 원고의 초상권 보호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보도의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서의 위법성조각 법리를 기존 판례에 비해 보다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언론의 초상 보도 적법성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언론이 초상을 적법하게 보도할 수 있는 경계를 보다 뚜렷이 한 만큼 그 경계 범위 안에서의 언론의 자유도 그만큼 더 확보되었다. 2. 사실관계 원고는 어린이 다문화합창단인 레인보우합창단(이하 ‘이 사건 합창단’)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의 대표로 있었다. 이 사건 합창단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행사의 애국가 제창을 위해 초대받았다. 원고는 합창 단원의 학부모들에게 참가비 30만 원 납부를 통보했다. 학부모들은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급하기로 한 점을 들어 항의했다. 그 과정에서 한 학부모가 휴대폰을 이용해 위 상황을 약 4분 48초간 동영상(이하 '이 사건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MBC 기자인 피고들은 관련 기사를 작성해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하도록 하였다. 위 방송 중 약 32초간 이 사건 동영상 일부가 사용되었고,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이하 원고의 얼굴이 공개된 위 약 32초간의 방송을 '이 사건 방송').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방송을 한 것이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3. 소송경과 1심은 피고들의 행위가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보았다. 원고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지 않고, 공적 인물에 해당하더라도 얼굴까지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은 아니며,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고, 원고의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다. 2심은 1심과 달리 원고를 공인으로 볼 여지가 높다고 하였다. 그러나, 공인인 경우에도 이 사건 동영상이 원고의 의사에 반해 촬영되었고, 학부모에게 고압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 사람들이 원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이 사건 동영상을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조치 없이 그대로 방송할 필요성, 보충성, 긴급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원고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가 공익보다 크거나 우선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4.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가. 초상권 침해와 위법성조각 법리 대상판결은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 법리에 관해,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러나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더라도,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 · 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초상권 침해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 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로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등이 있다.”라고 설시했다. 대상판결은 특히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이익형량의 중요한 고려요소로, “그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그 보도된 내용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관여한 바 있는지 등”을 제시했다. 나. 이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이 사건 방송으로 원고의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피고들의 행위가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였다. ① 원고가 다문화전문가, 정치인 지지모임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언론매체에 이름과 얼굴을 알려온 것을 보면 공적 인물로 볼 수 있고, 이 경우 원고의 공적 활동에 대한 의문·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② 합창단의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부담함에도, 이 사건 센터가 학부모들에게 참가비를 부담하게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 사건 방송 전날에는 관련 보도도 방송되었다. 그 보도에서 원고는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 내용은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 ③ 이 사건 방송은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합창단의 회계 등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그 보도 내용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공론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④ 이 사건 방송에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기는 했지만, 원고가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한데다가, 이 사건 방송이 포함된 뉴스의 다른 부분에 원고의 사진과 영상이 사용되었고 자막에도 이름이 표시되었으므로, 설사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였더라도 시청자들은 그 등장인물이 원고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에 원고의 얼굴이 공개됨으로써 원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추가로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는 크지 않다. 피고들이 이 사건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거나 왜곡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그 표현 내용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 ⑤ 이 사건 방송을 통한 피고들의 표현의 자유가 초상권 침해로 원고가 입을 피해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기존의 판례는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 판단 기준으로, 침해행위와 피해이익 간의 이익형량에 다소 추상적인 고려요소만을 제시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이른바 “보험회사” 사건)}. 이익형량을 통해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추상적인 고려요소만으로는 과연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로 초상을 촬영·공표하는 것이 적법한지 예측하는 데에는 큰 도움을 주기 어려웠다. 대상판결은 초상권 침해의 경우 이익형량에 나아가기 전에 그에 앞선 위법성판단기준으로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즉,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자 공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방법이 부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하여, 상위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기존에 이러한 기준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를 초상권 침해의 독자적 위법성 조각사유로 제시하지는 않았고, 초상권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결부하면서 위 기준을 사생활 침해의 위법성 조각사유로 판시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등). 이와 달리, 대상판결은 사생활의 보호와 초상권을 분리하고 초상권에 관한 독자적인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위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특히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 사건에서 이익형량에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를 제시했다. 즉, 대법원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 공적 인물인지, 공직자나 정치인 등인지,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지 등이 이익형량에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하여,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 관한 위법성조각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법리는 기존에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사유 중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다33489 판결). 대상판결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에도 위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상판결이 기존 판례에서 이익형량 중 침해행위의 영역에서 고려요소로 언급되었던 침해의 보충성, 긴급성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보도는 관련자들의 초상을 같이 내보냄으로써 시사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함을 보여주어 신빙성을 확보할 수 있음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언론보도가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인 경우에는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을 이익형량의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문건영,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 판단 기준의 구체화에 관한 연구”, 법조(제69권 제5호), 법조협회(2020. 10.) 229, 230면}. 1심은 이 사건에서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면, 대상판결은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을 고려요소로 제시하지 않았다. 즉, 이익형량에서 ‘반드시 원고의 초상을 공개했어야 했는지’, ‘이 사건 방송 외에 다른 방법으로 보도내용을 전달할 수는 없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대법원이 대상판결을 통해 보충성과 긴급성을 이익형량의 고려요소에서 배제하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대상판결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는 구분되는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 언론보도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구체적인 위법성 조각사유 판단기준,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고려 없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김광중·황예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공익
언론의자유
초상권
뉴스
김광중·황예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2023-06-04
지식재산권
행정사건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후10087 판결
출원 전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이중양도에 관한 법리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2012. 12. 5. 소외 회사 A는 발명 X를 하여 피고에게 제공하고, 피고는 이를 다시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공급하기로 약정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지적재산권(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 포함) 역시 피고를 거처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승계시키기로 하였다. 그 뒤 회사 A의 종업원은 발명 X를 완성하여 사용자인 A에게 특허 받을 권리를 양도하였는데, A는 위 약정을 어기고 위 발명에 대해 2015. 5. 28. 자신의 명의로 특허를 출원하여 2016. 12. 16. 특허등록을 받은 뒤, 2017. 8. 30. 원고에게 그 특허권을 이전해 주었다. 피고는 원고 명의의 위 특허에 대해 무권리자 출원을 이유로 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은 이를 인용하였으며, 원심(특허법원 2019. 12. 20. 선고 2019허2141 판결)도 같은 입장을 취하였다. 상고심에서는 ① 소외 A 회사의 특허출원에 관해 특허법 제38조 제1항이 적용되어 출원인인 A 회사가 대항력을 취득하는지 아니면 위 회사는 단지 모인출원자에 불과한지, ② A 회사로부터 특허권을 이전받은 원고가 특허법 제38조 제1항 소정의 ‘제3자’에 해당하여 피고와의 사이에 ‘대항력’을 다툴 수 있는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2. 판단의 요지 대상판결은, 쟁점 ①과 관련하여, ‘특허출원 전에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계약에 따라 이전한 양도인은 더는 그 권리의 귀속주체가 아니므로 그러한 양도인이 한 특허출원에 대하여 설정등록이 이루어진 특허권은 특허무효사유에 해당하는 특허이다’라고 하였다. A 회사는 피고에게 특허를 받을 권리를 양도한 이상 ‘특허를 받을 권리의 보유자가 아니어서 그 명의로 한 출원은 모인출원에 불과하고’ 해당 출원을 근거로 특허법 제38조 제1항에 기한 대항력을 누릴 여지는 없다는 취지이다. 쟁점 ②와 관련해서는, ‘특허법 제38조 제1항의 제3자는, 특허를 받을 권리의 승계에 관하여 승계인의 지위와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 지위를 취득한 사람을 말하므로, 무권리자로부터 (모인출원의) 무효사유가 있는 특허권 자체를 이전받은 사람은 동항의 제3자가 될 수 없다’고 한다. 그 결과 원고는 특허를 받을 권리의 최초 승계인인 피고와의 사이에서 양립할 수 없는 지위를 가진 특허법 제38조 제1항의 제3자임을 내세워 대항력을 다툴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종래 특허법 제38조 제1항은, ‘특허받을 권리가 출원 전 이중양도 된 경우에는 먼저 출원한 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는 결론만이 주목받아 왔을 뿐, 그 법리적 구조나 적용 범위를 규명하는 논의나 판결례는 없었다. 대상 판결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예로서의미가 있다. 대상판결이 사안의 해결에 이른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법리 구성에는 아쉬움이 있다. 이 글은 대상 판결 이유의 법리상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재판실무가 참조할 수 있도록 특허를 받을 권리 이중양도의 법적 구조를 정리, 규명하고 있다. 3. 검토 특허출원 전 특허를 받을 권리의 승계는 그 승계인이 특허출원을 하여야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특허법 제38조 제1항). 대상판결은 이 규정의 법적 구조와 적용 범위가 정면으로 문제 된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원고 명의의 해당 특허에 모인출원의 무효사유가 있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쟁점들에 대한 법리 구성에는 아쉬운 점들이 있다. 가. 특허법 제38조 제1항 (1) 법적 구조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재산권의 일종이므로,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 양도계약만으로 승계가 이루어진다. 이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자체를 양수인에게 이전하고, 더이상 이행의 문제를 남기지 않는 처분행위로서 장차 특허를 받을 권리를 이전해 주기로 하는 채권계약과 구별되며, 출원 후의 특별승계가 출원인 명의변경 시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는 것(제4항)과도 대조된다. 그럼에도 승계인은 특허출원을 해야 비로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특허출원 전에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이전되더라도 대외적으로 아무런 공시방법이 없어 이중양도 등 제3자의 지위를 불안케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특허법은 이에 대비해 승계인의 특허출원을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지명채권 양도의 경우, 확정일자 있는 통지나 채무자 승낙이 있어야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한 민법 제450조와 유사한 법리구조를 가진다. 특허 출원일이 확정일 역할을 하게 됨은 물론이다. 특허를 받을 권리(A)의 보유자 甲이 해당 권리를 乙에게 양도한 뒤, 다시 丙에게 이중 양도한 경우를 상정해 보자. 권리(A)가 乙에게 이미 양도되었다면, 동일한 권리(A)가 丙에게 다시 양도될 수는 없고, 그런 의미에서 丙은 엄밀하게는 특허를 받을 권리를 가질 수 없어 그 명의로 적법한 출원을 할 여지도 없다고 해야 한다. 특허를 받을 권리를 양도하겠다는 채권계약이야 이중으로도 유효하게 성립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단일한 권리를 타인에게 양도하는 처분행위는 법리상 두 번 이상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특허법 제38조 제1항은 이런 경우에도 丙이 그 명의로 먼저 출원을 한다면 그 출원을 특허를 받을 권리를 가진 자의 출원으로 취급해 준다는 ‘제도적 결단’인 셈이다. (2) 적용 범위 ‘제3자’란 특허를 받을 권리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 지위를 취득한 자를 말한다. 권리의 이중 양수인이 전형적 예이지만, 압류채권자나 담보권자, 파산채권자 등도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해당 권리에 대해 거래상 혹은 그에 준하는 사유로 법률상 지위를 취득한 주체가 아닌 모인출원자나 불법행위자는 제3자로 취급해서 대항력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없다. 특허를 받을 권리의 양도인은 제38조 제1항의 ‘승계인’이 아니다. 그 포괄승계인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만일 甲이 특허를 받을 권리를 乙에게 양도한 뒤, 승계인인 乙이 출원하기 전에 甲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출원을 하였다면, 甲은 제38조 제1항의 적용을 받을 여지가 없는 모인출원자에 불과하다. ‘대항’이란 해당 권리를 두고 법률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자와의 사이에서 우월한 지위를 인정받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특허를 받을 권리를 두고 양립할 수 없는 법적 지위를 취득한 제3자가 있다면 그 지위 취득의 선후를 불문하고 특허를 먼저 출원한 자만이 특허를 받을 권리의 보유자로 취급된다. 나. 쟁점 ①에 관하여 대상판결이, 특허를 받을 권리를 양도한 이상 ‘특허를 받을 권리의 보유자가 아니어서 그 명의로 한 출원은 모인출원에 불과하다’고 설시한 것은 제38조 제1항의 일반론과 충돌하고 오해를 야기할 수 있어 부적절하다. 가.(1)에서 본 대로, 양도인이 이미 특허받을 권리를 양도한 뒤 제3자에게 다시 이중양도를 한 경우, 2차 양수인인 제3자 역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보유자가 아님에도’ 자신 명의로 특허출원을 하면 최종적으로 권리자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회사 A가 특허출원을 하였음에도 제38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모인출원자에 불과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그가 ‘승계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이 이 점을 분명히 지적하는 대신, 제38조 제1항의 적용이 문제 된 국면에서 ‘특허를 받을 권리의 보유자가 아니어서 그 명의로 한 출원은 모인출원에 불과하다’는 표현을 택한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다. 쟁점 ②에 대하여 대상판결이 쟁점 ②에 대한 판단 과정에서, 모인출원으로 무효사유를 가진 특허권의 양수인(원고)이 특허받을 권리의 이중 양수인(피고)과 법률상 ‘양립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제3자가 아니고, 제38조 제1항에 따른 대항력을 따질 여지가 없다고 법리를 구성한 것은 설득력에 의문이 있다. 만약, 이 사건에서 회사 A가 그 명의로 특허를 등록받아 원고에게 양도하는 대신 원고에게 직접 특허를 받을 권리를 양도하고 원고가 그 명의로 출원하였다면 피고와의 관계에서 전형적인 제3자로서 제38조 제1항을 적용받게 되었으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생각건대, 이 사건에서 원고가 제38조 제1항을 원용할 수 없는 이유는 회사 A가 그 명의로 특허등록을 하면서 특허를 받을 권리를 이미 소멸시켰다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특허를 받을 권리는 특허등록, 거절결정 확정이나 권리의 포기 등으로 소멸하기 때문에(조영선, 특허법 3.0, 205면), 등록특허권을 양수한 원고로서는 특허받을 권리의 경합을 전제로 하는 제38조 제1항을 원용할 지위가 이미 없는 것이다. 대상판결로서는 차라리 이 점을 지적하는 편이 적절한 법리 구성이었을 것이다. 4. 정리 종래 특허법 제38조 제1항은, ‘특허받을 권리가 출원 전 이중양도 된 경우에는 먼저 출원한 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는 결과론만이 주된 관심의 대상이었을 뿐, 그 법리적 구조나 적용 범위 등을 언급하는 논의나 판결례는 발견되지 않아 왔다. 대상 판결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예로서 의미가 있다. 대상판결이 사안의 해결에 이른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법리 구성에는 아쉬움이 있다. 향후 실무의 유사 사안에서 3.가.에서 정리한 법리가 참고되기를 희망한다.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특허권
지적재산권
특허법제38조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3-02-04
소비자·제조물
-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7다213289 판결에 대한 평석 -
제조물책임법의 적용범위와 소비자로서의 양계업자
이병준 교수(한국외대 로스쿨) · 김세준 교수(경기대 법학과)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 양계업자는 피고 동물의약품 제조사로부터 의약품을 공급받아 사육하고 있는 닭들에게 투여하였는데, 해당 의약품에 계란에 있어서는 안 되는 성분이 들어 있었고 이로 인하여 결국 원고는 계란을 공급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어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2. 대법원 판시 내용 대법원에서는 일단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때에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존의 법리를 전제로 하였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다52287 판결 등 참조). 그러면서 해당 사안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피고가 제조·판매한 엔로트릴은 가축의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동물약품으로, 주된 소비자는 원고와 같은 양계업자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가축 사육업자들이지만 최종적인 소비자는 일반 시민들이므로, 이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축산식품의 잔류 동물약품에 의한 오염 여부는 그에 따른 상당한 책임 문제가 수반되는 사육업자에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동물약품의 전문 제조·판매업자인 피고로서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것으로, 휴약기간 미준수의 경우 식육 등 축산식품에 약물이 잔류될 수 있어 '시간까지 정확히 계산하여 준수'하도록 한 엔로트릴의 권고사항에 비추어도 그러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10대 수칙'에서 휴약기간 동안 사료 통, 축사, 사료저장고 등을 완전히 청소한 후 약제가 들어있지 않은 사료와 물만 먹이라는 주의사항을 둔 것도 잔류 동물약품으로 인한 축산식품 오염의 위험성이 축산식품의 생산·판매 및 그 전제 되는 동물약품의 구입·이용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됨을 나타낸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뒷받침한다. 위와 같은 사유들은 그 직접 소비자인 사육업자들로서도 엔로플록사신에 표시된 휴약기간의 철저한 준수 외에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계분을 통한 간접 섭취 등 구체적 사육환경 하에서 휴약기간 준수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관리상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정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러한 내용의 소비자 측 귀책사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앞서 본 엔로플록사신의 특성, 예상 가능한 사용형태, 그 안전성 혹은 위험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와 인식의 정도,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및 그 위험회피를 위한 표시 등 조치의 난이도 및 신뢰 혹은 기대 가능성 등에 비추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나마 그 간접 섭취(투약)에 따른 휴약기간의 변동(조정)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아니함에 따른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 및 피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배제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Ⅱ. 평석 대표적인 소비자 불법행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이 있다. 그런데 제조물책임법을 살펴보면 어디에도 소비자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대상 판결에서는 양계업자를 달걀을 낳는 닭에 사용된 의약품의 소비자로 표현하면서 피고 제약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다른 요건이 충족되었다는 전제하에 양계업자가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와 양계업자를 소비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려고 한다. 1.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청구권자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1항은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는 제외한다)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의규정도 제조업자에 관해서만 규정할 뿐(제2조 제3호), 동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자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통상 매수인은 민법의 매매계약에 규정된 하자담보책임에 기해 충분한 보호를 받고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자와 계약관계에 놓이지 않은 제3자, 즉 소비자를 보호대상으로 생각한다. 제3조 제1항에서 제조물에 대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를 제외하고 있는 것은 바로 매매계약관계에 있는 자들 사이에서는 하자담보책임이 적용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대부분의 국내문헌은 특별한 고찰 없이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청구권자를 소비자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제조물책임법이 소비자 안전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라는 사고를 기초로 하는 결과이지만 특별한 근거는 없는 해석이다. 제조물책임법에서 주된 보호대상이 소비자라고 하여, 소비자가 아닌 자가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즉 제조물책임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대상이 주로 소비자일 뿐 그 범위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의하여야 한다. 이에 더하여 법문언상으로도 아무런 제한이 없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정이유에서도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상의 손해에 대하여 제조업자 등이 무과실책임의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조물책임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도모하고 국민생활의 안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며 제품의 안전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여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려는 것"라는 점을 밝히고 있으며, 소비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취지에 따르는 경우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이기만 하면 제3조 제1항의 책임을 제조업자에게 물을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법원 판시내용에서 손해배상책임의 청구자 지위를 소비자로 표현하는 부분은 의문이 든다. 즉 대법원에서는 동물약품의 주된 소비자는 양계업자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가축 사육업자들이지만 최종적인 소비자는 일반 시민들이라고 보고 있다. 2. 유럽연합과 독일법의 시각 유럽연합과 독일 제조물책임법에 의하면 하자 있는 제조물에 기하여 다른 물건에 대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 물건이 통상적으로 사적인 이용 내지 소비를 위한 것이고 손해를 입은 자가 이를 위하여 실제로 사용한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즉 생명과 신체에 대하여 발생한 손해와 달리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소비물이고 실제로 소비하였을 것을 요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양 요건이 중첩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므로 영업상 사용하는 제품인 경우에는 비록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 내지 소비를 하였더라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적인 목적의 제품이더라도 영업상 사용한 경우에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 규정의 입법목적을 쉽게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입법이유에서는 영업 또는 직업상 제조물을 사용하는 자는 그 법률관계를 계약법적으로 제대로 규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자의 계약상대방뿐만 아니라 계약관계에 놓이지 않은 제3자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위 입법이유가 모든 경우에 타당한 것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 법과 달리 이 규정을 통하여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는 사적인 이용 내지 소비로 제한된다. 그리고 사적 이용 내지 소비가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조물이 영업 또는 직업목적이 아닌 영역에서 이용 내지 소비되어야 한다. 이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가 인정되기 위하여 피해자가 소비자이어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연합 내지 독일법상으로는 양계업자는 영업목적으로 이용한 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에 기한 책임을 묻지 못한다. 3. 결론 제조물책임법에서는 손해배상청구의 주체를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기만 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게 된다. 따라서 대법원에서 해당 사안에서 표시상의 결함을 인정하는 한편 사업을 목적으로 의약품을 구입한 양계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다. 다만 판시내용에서 양계업자를 소비자로 표현한 것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의약품을 구매하여 사용 내지 소비하였더라도 그 목적이 영리적인 것에 있는 한 사업자이지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사용 내지 소비하는 행위가 이루어지더라도 사업 내지 직업 목적으로 한 경우에는 사업자이고 사적인 목적으로 한 경우에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무리 방론적인 설명에서 사용된 것이라도- 양계업자를 법률적 개념인 소비자로 표현한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제조물책임법을 대표적인 소비자 불법행위법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마치 소비자인 경우에만 청구주체가 되는 것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다. 한편 비교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유럽연합과 독일의 입법자는 재산상 손해의 경우 영리목적으로 사용한 경우에는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소비재를 소비목적으로 실제로 사용 내지 소비한 경우에 대하여만 제조물책임을 긍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은 입법차원의 문제이므로 대상 판결에서 고민해야 할 사항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병준 교수(한국외대 로스쿨)·김세준 교수(경기대 법학과)
제조물책임
표시상결함
소비자
이병준 교수(한국외대 로스쿨)·김세준 교수(경기대 법학과)
2022-09-19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8다284233 전원합의체 판결 -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청구
<사실관계 및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는 이른바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받은 명의수탁자인 피고가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명의신탁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었다. 원심은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이 판결에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즉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 또는 강제수용이나 공공용지 협의취득 등을 원인으로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고 그 결과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어 명의신탁자로서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게 되는 한편, 명의수탁자는 부동산의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을 취득하게 된다. 판례는 명의수탁자가 그러한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의 이익을 명의신탁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판례는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도 부동산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반면 반대의견은 이러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명의수탁자가 처분행위 등으로 얻은 이익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매도인에게 귀속된다고 주장하였다. <평석> 1. 종래의 판례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제3자인 매도인으로부터 수탁자 명의로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므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고, 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무효인 그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도 있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 등). 이 경우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그 등기 명의를 보유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어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할 수 없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다55290,55306 판결 등). 그런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다른 곳에 처분하는 등의 사유로 매도인에게 부동산을 반환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취득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그로 인하여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으로 되고 그 결과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권리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는 반면, 명의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이나 보상금을 취득하는 이익을 얻게 되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2. 대상판결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부당이득을 긍정한 종래의 판례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다수의견은 이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유를 들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점은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하여 매도인에게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매도인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지 않고,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더라도, 매도인으로부터 권리를 박탈하거나 의무를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명의신탁자에게 부당한 이익이나 권리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반대의견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는 부당이득반환 관계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만한 법률상 원인 없는 급부나 비용지출, 배타적인 권리침해 등의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매도인에게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모두 명의수탁자에게 침해부당이득으로 인한 반환의무가 있다고 보지만, 다수의견은 그 청구권자가 명의신탁자라고 한 반면, 반대의견은 그 청구권자가 매도인이라고 본 것이다. 3. 검토 이 문제는 어려운 쟁점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을 지지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매도인 입장에서는 명의신탁자와의 계약에 따라 소유권을 이전하여 준 것일 뿐이고, 일단 매매대금을 지급받았다면 나중에 명의수탁자가 목적물을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특별한 유인이 없다. 그러므로 매도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명의신탁자에게 이를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매도인에게 불리할 것은 없다. 그런데 이를 법률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단서는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판례(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다24081 판결 등)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타에 매도한 것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이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였으나, 이에 의하여 명의수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불법행위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바뀐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양자간 명의신탁에 관한 대법원 2021. 6. 3. 선고 2016다34007 판결 참조. 이는 이론적으로는 이른바 제3자의 채권침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었던 이상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에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뿐만 아니라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는가? 이는 침해부당이득이 성립하는 근거에 관한 이른바 할당이론(Zuweisungstheorie)에 의하여 설명할 수 있다. 할당이론이란, 수익자에게 흘러간 이익이 원래 법질서가 채권자에게 할당한 것이었고, 따라서 결과적으로 채권자의 손실이 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집합건물 공용부분의 무단점유로 인한 부당이득을 인정한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7다220744 전원합의체 판결도 이러한 할당이론을 채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윤진수, 집합건물 공용부분의 무단점유로 인한 부당이득, 양창수 고희기념 자율과 정의의 민법학, 2021 참조). 그런데 할당이론에서 부당이득이 어느 경우에 성립하는가에 관하여는 물권적 청구권과 같은 금지청구권(Unterlassungsanspruch)을 기준으로 하는 설, 사용기능과 대가성을 기준으로 하는 설 및 불법행위법을 기준으로 하는 설 등이 주장되고 있다. 그런데 불법행위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카나리스(Canaris)는, 할당의 내용은 불법행위법에 의한 보호에 의하여 결정되고, 불법행위법은 어떤 법익이 특정인에게 할당되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독립된 법적 규율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절대권의 침해에 관한 독일 민법 제823조 제1항뿐만 아니라 보호법규 위반에 관한 제823조 제2항 및 양속위반으로 인한 제826조에도 모두 해당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미 다른 자에게 매도된 물건을 다시 사서 양도받는 것이 양속위반으로 제826조에 어긋나는 경우와 같이 계약 위반의 유인(Verleitung zum Vertragsbruch)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에, 이 자는 사용의 대가와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하는데, 이는 정당할 뿐만 아니라 체계적으로도 올바르다고 한다. 왜냐하면 제826조에 의한 불법행위의 요건이 존재하면, 첫 번째 매수인의 채권은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만 상대적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고, 제3자에 대하여도 보호되므로, 이미 할당내용을 가진 법률적 지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Larenz/Canaris, Lehrbuch des SchuldRechts, Band II: Besonderer Teil, 2. Halbband, 13. Aufl., 1994, S. 170 ff.)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그 처분으로 인한 이득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청구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경우에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직접 불법행위법에서 찾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양자를 같이 취급하려는 태도는 보여주고 있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부동산
명의수탁
부당이득
근저당권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2-02-21
기업법무
민사일반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08294 판결
사해행위취소와 기초적 법률관계론의 적용에 대한 비판적 고찰
Ⅰ.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甲은 2001년 5월경 소외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원고에게 주식회사 B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였고, 이에 따라 2002년 10월 18일경 원고와 甲은 각자 보유한 주식을 서로 또는 서로가 지정한 자에게 양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 합의의 이행 결과, 甲은 주식회사 B 발행주식 308,000주를, 乙은 147,000주를, 주식회사 A는 35,000주를 각자 명의로 보유하게 되었다. 이후 甲, 乙, 주식회사 A(이하 '甲 등'이라 한다)는 2006년 9월 5일경 소외 주식회사 C에게 자신들 명의의 주식회사 B 발행주식 합계 490,000주를 444억 6,799만 원에 매도하고, 주식회사 C에게 위 의무이행의 담보를 위하여 각 보유주식에 관한 근질권을 설정하여 주면서 해당 주권을 인도하였는데, 주식회사 C는 2013년 3월 29일경 이 사건 근질권을 실행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한 뒤 2013년 4월 5일경 위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이에 원고는 甲 등이 주식회사 C에 매도한 주식회사 B 발행주식 합계 490,000주 중 350,000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가 원고로부터 甲 등에게 명의신탁되어 있던 것임을 전제로, 원고가 甲 등에 대하여 갖는 불법행위 내지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甲 등이 2011년 5월경부터 2011년 8월경까지 자신들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1, 2, 3, 4와 체결한 증여계약, 매매계약 등을 모두 취소하고, 그에 기한 각 등기를 말소하라는 취지의 이 사건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주식처분 및 근질권 설정행위가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주식회사 C가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함에 따라 甲의 원고에 대한 주권인도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보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해당 손해배상채권은 사해행위보다 늦게 성립한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피보전채권이 될 수 없고, 기초적 법률관계론을 적용하더라도 손해배상채권 성립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가까운 장래에 손해배상채권 발생의 개연성이 현실화된 경우라고 평가하기도 어려워 피보전채권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원심 법원 또한 제1심 판결과 동일한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 파기환송 대법원은 이 사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피보전채권 성립시기의 예외 요건을 갖추었다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이 사해행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2006년 9월 5일경의 근질권설정계약에 따른 기초적 법률관계가 존재하였고, 근질권 실행을 통해 가까운 장래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으며, 실제로 근질권이 실행되어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이 주식회사 C에게 이전됨으로써 그 개연성이 현실화된 바, 원고의 甲 등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한 담보권 설정과 불법행위책임 대상판결은 피보전채권으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양자 간 부동산 명의신탁에서 수탁자의 처분행위가 갖는 의미를 고려할 때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종래의 명의신탁이론에 의하면 대내적 관계에서는 소유권이 신탁자에게 있으나, 대외적 관계에서는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수탁자가 임의로 신탁부동산을 처분하면 그 취득자는 선·악의를 불문하고 적법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 따라서 유효한 명의신탁의 경우, 수탁자의 임의처분 행위는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고, 횡령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법질서 위반행위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부동산실명법상 무효인 양자 간 명의신탁관계에서도 수탁자의 임의처분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수탁자로부터 신탁부동산을 넘겨받은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는 바, 신탁부동산의 임의처분은 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로 평가되기 때문이다(대법원 2021. 6. 3. 선고 2016다34007 판결).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볼 때, 대상판결에서도 주식양도계약의 체결, 근질권의 설정, 유질계약의 실행을 거쳐 원고가 명의신탁 해놓은 주식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 이상 甲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해석할 여지가 크다. 2.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한 명의이전의무의 이행불능 시기 대상판결은 근질권의 실행 시점에 이행불능과 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이행불능이란 사회의 일반적인 관념으로 보아 채무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단순히 절대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다200729 판결 등), 이행불능 시기를 근질권 설정 시점으로 앞당겨 볼 여지도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등기이전과 관련하여 판례는 제3자 앞으로 된 담보를 말소하거나 가압류, 가처분 집행을 해제할 자력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이행불능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대법원 1991. 7. 26. 선고 91다8014 판결,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39211 판결 등). 이 사건 근질권은 주식양도의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유질계약을 포함하고 있었던 바,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통상의 근질권처럼 피담보채무를 변제함으로써 말소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식에 대한 명의이전청구권이 소멸하여야지만 말소될 수 있는 매우 특수한 성질의 것이다. 그렇다면 담보 설정의 경위와 내용 그리고 양도의 대상이 된 주식의 수 등에 비추어볼 때 이 사건 근질권 설정 당시부터 명의신탁 해지에 따른 주식이전의무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평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3.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시기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1. 19. 선고 2018다240462 판결 등). 물론 채권적 효력만 있는 이 사건 주식양도계약 내지는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것만으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하여 주식의 소유권이 주식회사 C에게 이전되어야만 비로소 재산권에 대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사건 근질권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그 설정과 동시에 교환가치가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매우 높은 소유권 상실의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현대 리스크 매니지먼트에서는 이러한 위험성도 얼마든지 금전적으로 환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으로 볼 여지가 크다. 이후 근질권이 실행되어 재산권을 완전히 상실한 것은 더 이상 확대될 손해가 없는 상태로 손해가 확정된 것일 뿐이다. 이와 달리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시기를 주식회사 C가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으로 본 대상판결의 판단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기초적 법률관계 가사 주식회사 C가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에 손해배상청구권이 성립하였다고 보더라도,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된 법률관계를 근질권 설정으로 본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은 주식에 대한 명의이전의무가 이행불능됨에 따라 발생한 2차적 권리이고, 명의이전청구권을 발생시킨 법률관계는 원고와 甲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피보전채권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존재하는 채권임을 고려할 때, 채무자 甲이 제3자인 주식회사 C에게 근질권을 설정해준 행위는 손해배상채권 성립의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지표이지, 그 자체로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하게 된 기초적 법률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즉, 기초되는 법률관계는 원고와 채무자 甲 사이의 명의신탁관계로, 채무자 甲의 주식회사 C에 대한 근질권 설정행위는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자료로, 유질계약의 실행으로 인한 소유권 이전은 손해가 현실화된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5.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말소될 개연성이 거의 없는 이 사건 근질권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근질권의 설정 시점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규범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초적 법률관계론이라는 예외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 이 경우 보호의 필요성이 큰 채권자가 피보전채권의 예외 요건까지도 증명하여야 하는 부담을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구분의 실익이 있다. 견해를 달리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시기를 근질권 실행 시점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이 주식에 대한 명의이전청구권의 변형물임을 감안할 때, 그 기초되는 법률관계는 주식에 대한 명의신탁관계로 봄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즉,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동의하는 바이나, 그러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 대하여는 다소 이견이 있다. ※ 위 내용은 필자의 "사해행위취소와 기초적 법률관계론: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한 근질권의 사례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08294 판결-", 저스티스 통권 제186호, 2021. 10. 판례평석을 요약한 것이다. 백명헌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사해행위취소
명의신탁
주식
백명헌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2022-01-17
민사일반
파산·회생
- 대법원 2021. 5. 6. 선고 2017다273441 전원합의체 판결 -
채무자회생법의 공법상 계약에의 적용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1. 사실관계 피고(지방자치단체)는 A사와 사이에 '지하주차장 건설 및 운영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상의 수익형 민자사업(BTO, Build-Transfer-Operate)방식의 실시협약이다. A사는 위 실시협약에 따라 지하주차장을 건축하였고, 피고로부터 지하주차장에 대한 관리운영권을 설정받았다. 피고는 A사로부터 관리운영권을 양수한 B사와 사이에 동일한 내용의 변경협약을 체결하였고, B사는 C보험회사로부터 145억원을 대출받고 B사가 가지는 관리운영권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이후 B사는 파산선고를 받았고, B사의 파산관재인은 피고에게 실시협약의 해지통지를 하였다. C보험회사도 파산선고를 받았는데, C보험회사의 파산관재인(원고)은 B사의 파산관재인이 갖는 해지시 지급금 채권(106억원)에 대하여 근저당권에 기한 물상대위에 의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다. 원고는 위 전부명령을 받은 금액의 일부인 50억원에 대해서 피고를 상대로 전부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1심과 2심에서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제335조 제1항의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면서 파산관재인의 해지권을 부인하였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도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판결(대상판결)에서는 다수의견, 별개의견, 반대의견이 나누어 졌는데,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파산관재인의 해지권을 부인한다는 결론에서는 동일하지만, 다수의견은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논거로 하는 반면에 별개의견은 채무자회생법의 적용자체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논거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반대의견은 위 실시협약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하고 파산관재인의 해지권이 인정된다고 보면서, 실시협약이 공법상 계약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점은 이러한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수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① 파산 당시 B사와 피고(지자체) 사이의 법률관계는 상호 대등한 대가관계에 있는 법률관계라고 할 수 없고, ② B사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 사이에 성립·이행·존속상 법률적·경제적으로 견련성이 없으며, ③ 오히려 피고가 B사의 파산 이전에 이미 관리운영권을 설정해 줌으로써 위 실시협약에서 '상호 대등한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로서 서로 성립·이행·존속상 법률적·경제적으로 견련성을 갖고 있어서 서로 담보로서 기능하는 채무'의 이행을 완료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파산 당시 B사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는 채무자회생법 제335조 제1항에서 정한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B사의 파산관재인의 해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대상판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채무자회생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공법상 계약'의 법리에 관해서 다수의견, 별개의견, 반대의견 간에 치열한 의견대립이 있었다는 점이다. 최근에 제정된 행정기본법에 공법상 계약에 관한 규정이 신설되는 등 공법상 계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나온 위 대상판결은 공법과 사법간의 관계에 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대상판결에 대한 상세한 평석으로 김대인, '채무자회생법의 공법상 계약에의 적용에 대한 고찰', 법학논집 제26권 제1호, 2021 참고). 1. 공법상 계약에 대한 사법규정의 적용 대상판결의 다수의견, 별개의견, 반대의견은 모두 민간투자법상 실시협약이 공법상 계약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법상 계약에 채무자회생법과 같은 사법규정이 어느 정도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 별개의견은 사법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보고 있는 반면에, 반대의견은 사법규정이 '직접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반대의견에서는 독일 연방행정절차법에서 공법상 계약에 민법이 준용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조문이 없으므로 민법 등의 사법규정이 공법상 계약에 '직접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공법상 계약(행정계약)에 관한 일반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쟁점사안별로 민법의 적용여부를 별도로 판단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반대의견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공법상 계약에 민법 등 사법규정이 유추적용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사안별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별개의견이 타당하다. 2. 채무자회생법의 적용여부 채무자회생법 제335조 제1항이 공법상 계약에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별개의견에서는 실시협약의 공법상 계약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면서 이를 부인하고 있는데, 이를 인정할 경우 사업시행자가 자신에게만 귀책사유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고에게 사업시행자 지정처분 취소처분을 강제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어서 불합리하고, 행정주체로 하여금 기투입 민간투자금의 상각잔액인 해지시 지급금을 일시에 지급하라고 하는 것은 민간투자사업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공익에 중대한 침해를 초래하는 때에 해당되어 채무자회생법의 유추적용을 부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별개의견이 공법상 계약의 특성을 강조하면서 채무자회생법의 적용여부를 치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으나, 결론적으로 이 사안의 경우에는 채무자회생법의 유추적용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첫째, 민간투자법을 제3자(사업시행자의 대주가 대표적이다)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주무부처의 해지권한만을 독점적으로 인정하는 취지라고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실시협약의 체결이 사업시행자지정이라는 행정처분과 함께 이루어지는 특수성이 있지만 실시협약의 '계약'으로서의 성격을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 민간투자법제에 의하면 사업자귀책이 있더라도 해지시 지급금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자체에게 해지시 지급금의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채무자회생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논거로 삼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3. 채무자회생법의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해지요건의 충족여부 다수의견은 채무자회생법의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투자법에서는 사업시행자에게 설정되는 관리운영권이 '물권'임을 명시하고 있고 있는 것이 실시협약의 공법상 특성을 보여주는 것인데, 시설물의 관리·운영 단계에서 정한 쌍방이 부담하는 의무가 존재하더라도 이는 민간투자법에 의하여 법률상 부과되는 것이거나 관리운영권이라는 물권이 부여됨에 따라 이를 방해하지 않아야 할 상대방의 소극적인 의무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거나 가정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채무에 해당하여 그 의무들 사이에 '대등한 대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투자법에서 관리운영권을 '물권'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시설물 건설에 따른 대가지급이 보다 명확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부지를 무상 사용 및 수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의무, 매년 사용료 인상에 대한 협조의무 등 다양한 의무가 주무부처에게 부여되는 것도 이러한 관리운영권이 제대로 보장되기 위한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사업시행자가 관리운영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주무부처의 의무는 실시협약의 '주된 채무'라고 보아야 한다.(황창용, '파산절차상 미이행쌍무계약으로서의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 성균관법학, 제29권 제3호, 2017)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는 반대의견이 타당하다. 다만 반대의견이 관리운영권의 공법적 특성이 채무자회생법 해석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치밀하게 고려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있다. 4. 나가며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채무자회생법의 적용과정에서 공법상 계약의 특성을 고려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은 매우 의미있는 접근이었다고 할 수 있다(이상훈,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의 미이행 쌍무계약 해당 여부에 관한 대법원 2021. 5. 6. 선고 2017다273441 판결의 쟁점과 함의', 사법 통권 제57호, 2021). 그러나 공법상 계약이라고 해서 행정주체의 우월적인 지위가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며, 공익보호와 국민의 권익보호간의 균형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파산관재인의 해지권을 부인하고 사업시행자와 대주에게 모든 리스크를 전가하는 방식보다는 지자체가 사업시행자에게 갖는 손해배상채권의 공제를 허용하는 등 해지시 지급금의 규모를 적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궁극적으로 공법과 사법의 상호보완을 통해 종합적인 질서(Auffangordnung)로 나아가는 방향에서 공법상 계약을 볼 필요가 있다. 김대인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파산
채무자회생법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김대인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2021-10-25
기업법무
민사일반
상사일반
-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판결 -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과 제3자 보호
[판결요지] 주식회사의 정관이나 이사회결의 등으로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정함으로서 대표이사의 대표권 행사를 제한한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다면 대내적으로는 무효이지만, 그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선의이고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상법 제209조 제2항에 의하여 보호된다. [판례평석] 1. 사건의 개요 원고 주식회사 우진기전이 2012년 4월 소외회사에 금 30억원을 대여하였다. 대여 조건은 6개월 내에 원금 30억원에 배당금 30억원을 더한 60억원을 4회에 걸쳐 변제받기로 하는 것이다. 만일 변제기에 소외회사가 변제하지 못하면 소외회사의 사업권을 원고회사에 양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피고 대우산업개발주식회사 대표이사가 원고회사에게 위 소비대차계약에 계약 당일 소외회사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 대신 변제한다는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피고회사 이사회규정에는 피고회사가 '다액의 자금도입 및 보증행위'를 함에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당시 피고회사 대표이사는 위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는데 대하여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소외회사가 변제기에 대여금을 변제하지 아니하였다. 그러자 원고회사가 위 확인서에 기하여 피고회사를 상대로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다. 원심 판결(서울고법 2015. 7. 10. 선고 2014나10801 판결)이 원고는 피고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이유(선의 무중과실의 제3자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피고가 상고하였다. 상고이유로 피고가 이 밖에도 여러 가지를 내세웠으나 이 평석에서 다룰 쟁점은 이 한 가지이다. 제3자인 원고회사에 선의에 더하여 무과실임을 요하는지 여부이다. 원고회사가 피고회사 대표자로부터 위 확인서를 받을 때에 이 보증행위는 이사회의 결의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피고회사 대표이사가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음을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으므로 원고회사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는 것이 피고회사의 상고이유이다. 2.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 가) 법정 주주총회 결의사항 상법상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 영업 전부의 임대, 회사의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약의 체결 등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상법 제374조 제1항).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등이 집행하였으면 그 집행은 회사 내에서는 물론 회사 외에서도 당연 무효이다. 제3자가 선의라도 보호받지 못한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1다106143 판결, 김건식·노혁준·천경훈 회사법 제5판 박영사, 2021. 3. 398면). 나) 법정 이사회 결의사항 상법상 회사의 중요자산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자산의 차입 등은 이사회의 결의를 요한다(상법 제393조 제1항,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55808 판결, 동 2019. 8. 14. 선고 2019다204463 판결).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으면 회사 내에서는 위 가)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 하지만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회사가 대항하지 못한다(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2항). 회사의 내부적 제한을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8059 판결). 다) 정관이나 이사회결의에 의한 제한 회사는 위 1, 2에 정한 사항에 더하여 중요사항에 관하여 정관에 정하거나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대표이사의 대표권 행사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주식회사법대계 Ⅱ 제3판,한국상사법학회 편, 법문사, 2019. 507면, 김건식 등 전게 회사법 제5판 398면).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권은 이사회에 귀속되어 있고, 이사회가 대표이사의 선임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대표이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으면 회사 내에서는 위 나)와 마찬가지로 무효이지만, 그 무효임을 여전히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회사가 대항하지 못한다. 3. 선의의 제3자 보호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은 회사의 내부적 절차이다.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표이사가 내부적 절차를 거쳐 거래하는 것으로 신뢰하기 마련이다. 회사 내부에서 발생할 위험을 상대방인 제3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점에는 위 2. 대표권 제한 중 나)와 다)의 경우를 나누어 달리 정할 것도 아니다. 이 평석의 대상판결인 전원합의체판결 이전까지 대법원은 거래의 상대방에 대하여 선의와 아울러 무과실임을 요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389 판결,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다206563 판결 등). 그러다가 이 전원합의체판결로 선의와 아울러 무과실임을 요하던 이제까지의 견해를 선의와 아울러 무중과실임을 요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경과실의 제3자는 보호받게 되는 것으로 거래의 안전 보호에 힘을 실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안의 원고는 선의이고 무중과실의 제3자라고 인정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하였다.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회사와 거래(이를 '자기거래'라 칭함)할 수 있다(상법 제398조).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거래를 한 경우 내부적으로는 당연히 무효이다. 하지만 회사는 그 무효를 선의이며 무중과실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대법원2004. 3. 25. 선고 2003다64688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73530 판결, 전게 주식회사법대계 Ⅱ 제3판 736면). 대법원이 이사의 자기거래에 대하여 일찍부터 이런 견해를 취하였다.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의 경우에도 이번 전원합의체판결로 궤를 같이하게 되었다. 두 경우에 달리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규정인 상법 제209조 제2항은 합명회사의 대표사원에 관한 규정이다. 이 규정이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하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준용되고 있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이 내부적 제한을 위반한 거래를 한 경우에 대하여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함에 있어서. 선의 무과실을 요하는지 아니면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를 다룬 문헌도 별로 눈에 뜨이지 않는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과 거래하는 상대방의 대표사원에 대한 신뢰에 비하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거래하는 상대방의 대표이사에 대한 신뢰가 훨씬 높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과 거래한 상대방에 대하여 선의 무과실 또는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 여부에 무관하게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선의 무중과실이면 보호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의 판결요지에 찬성의 뜻을 표한다. 4. 반대의견과 보충의견 이 전원합의체판결은 대법관 13인 중 9인 찬성으로 이루어졌다. 대법관 4인이 반대의견을 표하였다. 그리고 찬성의견을 낸 대법관 1인이 보충의견을 내었다. 반대의견은 우선 다수의견에 대하여 거래의 안전 보호만을 위하여 회사법의 다른 보호가치를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어 강학적인 의미에서 '무과실'을 '무중과실'이라는 용어로 대체하는 것 외에 재판실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한다. 이 사건에 대하여는 원고회사가 피고회사의 대표이사로부터 확인서를 받을 당시 피고회사 내부의 필요절차를 거친 여부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다시 판단하도록 원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수의견은 거래의 안전과 다른 보호가치 사이에 조화를 도모한 것이다. 다수의견이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 것으로 변경하여 제3자 보호의 길이 한층 넓어졌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다시 판단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보충의견은 반대의견에 대한 비판이다. 이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회사와 제3자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진 경우에 거래행위가 무효로 될 위험을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회피할 수 있는 자는 회사이다. 그러한 위험은 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사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위험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김교창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무과실
중대한과실
회사
상법제393조
선의
이사회
대표이사
김교창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2021-06-14
민사일반
- 대법원 2020. 10. 20.자 2020마6195 결정 -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과 회생절차
1. 사안의 개요 피신청인 주식회사의 주주인 신청인(선정당사자)은 피신청인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의사록 등과 그 밖의 회계장부·서류에 대해 열람·등사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1심 법원은 주주총회 의사록 등에 대한 열람·등사를 인용하고(상법 제396조, 제448조) 나머지 회계장부 등 서류에 대해서는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한 소수주주의 열람·등사를 구하는 이유에 대한 소명부족 등의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 항고심 계속 중 피신청인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졌고 항고심은 피신청인 회사의 회생절차에서 선임된 조사위원인 회계법인이 회사의 자세한 재산상태,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된 경위 등을 포함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신청인이 이 조사보고서를 열람함으로써 신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를 추가하면서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신청인이 재항고하였다. 2. 결정요지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한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은 회사에 대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배제되지 않는다. 3. 검토 가.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식회사 주주의 회사에 대한 자료 확보 수단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식회사에 대해 재무상태표 등 회계장부 및 서류를 확보하고자 하는 주주는 어떠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1) 먼저 주주는 회생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 법원에 회생회사에 대한 사건기록의 열람·복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주주는 상법상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식 보유비율 요건이 따로 없다. 다만 열람 대상이 법원에 제출된 문서 등에 한정되고 법원이 채무자의 사업유지 또는 회생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거나 채무자의 재산에 현저한 손해를 줄 우려가 있는 때에는 열람·복사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제한을 받는다. 2) 다음으로 회생절차에서 구성되는 채권자협의회로부터 주주가 자료를 제공받는 것은 가능할까? 이 방안이 가능한지에 관해서는 법 규정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채권자협의회는 법원·관리인으로부터 주요 서류 등을 제공받고 채권자협의회에 속하지 않는 채권자도 자신의 비용으로 채권자협의회에 사본의 제공을 청구함으로써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 제41조). 하지만 주주의 경우 채권자협의회가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법률, 규칙 규정으로는 주주의 채권자협의회에 대한 자료 제공 요청권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연방파산법[11 U.S.C. §1102(a)(2)]은 채권자위원회뿐만 아니라 법원의 명령에 의해 별도의 주주위원회 등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입법론적으로 참고할 만하다. 3) 마지막으로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대상결정에서 쟁점이 된 것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소수주주가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해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은 법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배제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원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결정은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상법상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이 회생절차개시로 배제되거나 회생절차에 의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가처분에 있어서 피보전권리에 관한 판단인데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은 이른바 공익권인 소수주주권 중의 하나로서 회생절차에 의해서 그 행사가 제한되는 회생채권이 아니므로 타당한 결론이다. 대법원은 더 나아가 소수주주권 행사로 열람할 수 있는 서류가 법에 따라 이해관계인이 열람할 수 있는 서류보다 그 범위가 넓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채무자회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자료에 소수주주가 열람할 수 있는 회계장부·서류 등이 다 포함되어 있지 않을 수 있고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에도 회계장부 등이 반드시 첨부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상결정에 따르면 소수주주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해서 자료 확보 면에서 더 불리해지지 않고 오히려 회생채권자가 확보할 수 있는 자료보다 더 많은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될 여지도 있다. 다만 회생절차의 특성상 채권자가 제공받는 정보가 주주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정보제공의 편차가 크지 않도록 실무에서 운용의 묘가 필요해 보인다. 둘째,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기 전에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권리변경 등의 효력 없이 채무자의 업무수행권이 회복되므로 소수주주권에 따른 열람·등사청구권 행사의 필요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가처분에서의 보전의 필요성과 관련된 판단인데 대상결정은 인가 전 폐지의 경우를 이유로 들고 있으나 회생절차 실무상 기존 주식이 100% 감자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분을 약간이라도 남기는 형태로 회생계획이 인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 경우 회생절차가 인가 전에 폐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주주의 권리를 인정할 필요가 남는다. 다만 소수주주가 회계장부의 열람·등사를 재판상 청구하는 경우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주식 보유요건을 구비해야 하므로(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다252037 판결 참조) 감자로 인해 발행주식 총수 100분 3 이상 보유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 주주의 신청은 각하될 것이다(대법원 2020. 9. 25.자 2020마5509 결정 참조). 셋째, 주주가 회사의 회생을 방해할 목적으로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정당한 목적이 없어 부당한 것이라고 보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있지 않는 경우에 적용되는 일반 법리가 회생회사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회생절차에서도 소수주주권 행사에 제한이 있음을 적절히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나. 회생절차개시와 소송절차의 중단 및 수계의 관점에 바라 본 대상결정의 의미 한편 대상결정에서 쟁점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회생절차개시와 소송절차의 중단이라는 관점에서 음미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사건 피신청인 회사는 항고심에서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그렇다면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피신청인은 채무자 그대로인가 아니면 채무자의 관리인으로 수계시켜야 하는가? 이 사건 항고심에서는 피신청인 회사 관리인으로 수계가 이뤄졌고 그 후 적법한 수계를 전제로 판단이 이뤄졌다. 필자는 관리인으로의 수계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소송절차는 중단되고(법 제49조 제1항) 중단한 소송절차 중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과 관계없는 것은 관리인 또는 상대방이 이를 수계할 수 있다(동조 제2항). 그런데 중단되는 소송의 범위와 관련하여서는 채무자의 인격적 활동에 관한 권한은 회생절차개시 후에도 여전히 채무자에 귀속되므로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의 무효 또는 취소의 소 등의 경우 소송절차가 중단되지 않고 주주가 제기한 주주지위의 확인의 소 등 역시 채무자 내부의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에 관한 것으로 중단되는 재산관계의 소송으로 보지 않는 것이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견해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는 어떠한가? 일견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재산관계의 소송으로 보지 않는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법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 및 재산 관리처분권이 관리인에게 전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제56조 제1항) 회계장부 등의 관리는 전형적인 채무자의 업무수행이라고 볼 수 있는 점,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은 궁극적으로 채무자의 재산관계와 관련성이 작지 않은 점, 현실적으로도 회생절차개시 후에는 관리인이 채무자의 회계장부 등을 관리하고 있는 점, 관리인은 공적수탁자로서 열람·등사의 허용 여부를 적절히 판단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주주의 권리행사이기는 해도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이라는 범주에 넣어 채무자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하기 보다는 관리인이 수계하여 소송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더 타당해 보인다. 기존경영자 관리인(DIP)이 아닌 제3자 관리인이 선임되는 경우 이 쟁점은 실무상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4. 결론 회생절차에서 주주는 의결권이 없는 등으로 영향력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상결정은 이렇게 미약한 지위의 회생회사 소수주주에게도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의 행사를 허용하였는바 주주위원회와 같은 회생절차 내 기관이 없는 우리 회생절차를 감안하면 의미가 있는 결정이다. 다만 부당한 열람·등사청구권 행사로 인해 채무자의 회생이 저해되지 않도록 실무에서는 열람·등사청구 허용 여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은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 행사 가처분에서 관리인으로의 수계를 전제로 진행된 사안으로 향후 회생절차로 중단되는 소송의 범위와 관련한 논의를 발전시키는 데 하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주주
회생정차
회계장부
상법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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