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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br>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202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7) 의료법
[민사판례] 1. 비의료인으로부터 고용된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 불가(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다299423 판결) 가. 사실관계 종합병원을 개설·운영하는 피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운영자금을 차용하면서 병원 운영 등에 대해 합의하였다. 이후 피고는 소외 회사가 지정한 의사인 원고와 병원 시설 일체 등을 양도하기로 예약하고, 원고가 예약완결 의사표시를 하면 피고는 병원 개설자를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해야 한다는 자산양수도예약을 체결하였고 병원 부지와 건물은 소외 회사의 자회사에 매도하면서 자회사에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쳐주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예약완결 의사표시를 하면서 소외 회사로부터 양수한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대여원리금채권으로 피고의 양도대금채권과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의료기관 명의변경 절차 이행을 청구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장차 의료법인이 병원을 운영하도록 할 계획 아래 일시적으로나마 원고가 개설자 지위를 가질 의사로 자산양수도예약 등을 체결한 것으로서 자산양수도예약 등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무효라는 피고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산양수도계약에 따라 피고는 병원 개설자를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하는 절차를 이행하라는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의료인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개설 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 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한편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 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일시적으로 병원 개설자 지위를 가질 의도로 자산양수도예약 등을 체결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병원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려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비의료인이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하기 위하여 내세우는 명의인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만을 내세워 자산양수도예약 등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으니, 그와 같은 판단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라. 평석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 제한 규정으로써,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 소위 사무장 병원에 의해 초래될 국민 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규정이며, 판례는 이를 강행법규로 보고 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약정을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의 의미가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임은 다수의 판례(대법원 2020. 6. 11. 선고 2016두52897,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0779 등)를 통해 분명히 정리되었다. 그러나 실제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살펴보면, 실질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의료인을 고용한 것으로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이나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가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적인 방법이 성행하고 있으며 여러 사람이 금전 관계 등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불법적인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 여부를 명확히 판단함으로써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방지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대상판결은 수사기관의 소외 회사 관계자들과 원고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없음 처분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비의료인의 개설행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증거를 충분히 살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산양수도예약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2. 의사의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 필요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4434) 가. 사실관계 다발성 간농양 진단을 받은 망인(갑)을 상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경피적 배액술만 시도하고 외과적 배액술을 시도하지 않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유족들인 원고들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에서는 피고들의 과실을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원심에서는 간농양 배농 방법 중 외과적 배액술을 고려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망인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만한 피고의 입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피고에게 외과적 배액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갑이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을 이유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다발성 간농양으로 진단 후 농양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시도하다가 갑이 사망한 사안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유지한 것이 갑의 증상이나 상황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거나, 갑의 상황, 당시의 의료수준, 의사의 지식·경험에 따라 선택 가능한 진료 방법 중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과실로 볼 만한 정도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특히 경피적 배액술로도 갑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을 당시를 기준으로 갑에 대한 외과적 배액술의 실시가 실제 가능한 상태였는지, 수술기술이나 방법, 수반되는 위험성은 무엇인지, 수술적 조치를 받았더라면 사망의 결과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지 등을 해당 분야 전문의의 감정 등을 거쳐 확인한 후, 당시 갑의 임상상태나 의학상식에 비추어 경피적 배액술 외에 외과적 배액술을 실시하는 것이 통상의 의사라면 당연히 선택할 만한 정도였는지를 면밀히 살펴 해당 조치를 취하지 않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했음에도, 갑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피고 병원의 입증이 부족하다면서 수술적 배농을 실시하지 않은 것에 곧바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환자를 진찰·치료하는 등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요법으로서 몇 가지의 조치가 의사로서 취할 조치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해당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과관계 추정의 한계를 밝힘으로써 기존 판례(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의 법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형사판례] 3. 한의사의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의료법 위반죄 성립되지 아니함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16도21314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 한의사인 피고인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한 한의학적 진단행위에 대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한의사가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법리에 따라 한의사인 피고인에 대해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판결의 요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 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의료전문가인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의 ‘종전 판단기준’과 달리, 한방의료행위의 의미가 수범자인 한의사의 입장에서 명확하고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됨을 의미한다(이하 ‘새로운 판단기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앞서 본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진단용 의료기기의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종전 판단기준’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은 모두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르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이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한의사가 서양 의료기기인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진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의료행위의 가변성,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과정의 변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가능성 및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관점 등을 고려하여,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의 허용 여부에 관하여 위와 같은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은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 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라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것이고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하여, 그 특성 및 사용에 관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함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한의사가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더라도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4. 죽음이 예상되는 환자들이 입원한 호스피스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간호사의 사망진단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의료법 위반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7도10007 판결) 가. 사실관계 호스피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인 피고인이 부재중에 입원환자가 사망한 경우 간호사인 피고인들에게 환자의 사망 여부를 확인한 다음 사망진단서를 작성하여 유족들에게 발급하도록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 및 이에 대한 교사로 기소되었다. 나. 사건 경과 1심에서는 간호사인 피고인들이 죽음이 예정되어 있던 환자가 야간에 사망한 경우, 사망을 확인(검안)하고, 그 사망 얼마 전 의사인 피고인이 미리 작성해 놓은 그 환자의 사망원인에 따라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는 행위는 의사 면허가 없는 자가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구성요건에는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사회상규에는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이를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유예(벌금 각 30만 원 또는 각 100만 원)를 선고하였다. 다. 대법원 판결 요지 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 진단 전에 이루어지는 사망징후관찰은 구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호에서 간호사의 임무로 정한 ‘상병자 등의 요양을 위한 간호 또는 진료 보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망의 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다. 사망의 진단은 사망 사실과 그 원인 등을 의학적·법률적으로 판정하는 의료행위로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사망의 진단 결과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는 사망진단서의 작성·교부 주체를 의사 등으로 한정하고 있고, 사망 여부와 사망 원인 등을 확인·판정하는 사망의 진단은 사람의 생명 자체와 연결된 중요한 의학적 행위이며, 그 수행에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어떠한 시술행위가 무면허로 행하여졌을 때에는 그 시술행위의 위험성 정도, 일반인들의 시각, 시술자의 시술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시술행위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간호사인 피고인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의사 등이 하여야 하는 사망의 진단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가 간호사로 하여금 의료행위에 관여하게 하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는 의사 등의 책임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고 간호사는 그 보조자로 보면서, 간호사가 의사 등의 진료를 보조하는 경우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 등이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 등이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 등이 그의 주도로 의료행위를 실시하면서 그 의료행위의 성질과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그중 일부를 간호사로 하여금 보조하도록 지시 내지 위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4다15248 판결 등)의 법리를 다시 확인하였다. 대상판결은 사망진단이라는 의료행위의 성질 및 간호사에 의한 사망진단이나 검안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의료법 취지를 고려하면 사망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음을 밝힘으로써, 의료행위의 성질, 위험성, 관련 법령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어떠한 의료행위의 경우 간호사로 하여금 이를 보조하게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의료행위를 판단함에 있어서 일정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 진단서 발급 의료기관을 소개하고 그 비용을 환자로부터 지급받은 경우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 성립되지 아니함(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6 판결) 가. 사실관계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 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았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는 성립하지 않으나,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규정·내용·입법 취지와 규율의 대상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항에서 정한 ‘영리 목적’은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에 대한 대가로 그에 따른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으로, 이때의 ‘대가’는 간접적·경제적 이익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소개·알선·유인행위에 따른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으로부터 취득한 이익을 분배받는 것을 전제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에서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경우, 이는 치료행위를 전후하여 이루어지는 진단서 발급 등 널리 의료행위 관련 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과 관련한 행위이자 해당 환자에게 비용 대납 등 편의를 제공한 행위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그와 관련한 금품수수 등은 환자의 소개·알선·유인에 대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이 지급하는 대가가 아니라 환자로부터 의뢰받은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 및 이를 이용한 보험처리라는 결과·조건의 성취에 대하여 환자 측이 약정한 대가를 지급한 것에 불과하여,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구성요건인 ‘영리 목적’이나 그 입법 취지와도 무관하므로, 위 조항이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평석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은 환자와 특정 의료기관·의료인 사이에 치료위임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에 관한 중개·유도 또는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 대가 지급 원인 및 주체를 불문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를 모두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행위가 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위반행위의 범위가 매우 넓어져서, 환자의 필요에 따라 치료 위임계약의 편의를 도모하고 환자로부터 그 비용을 지급받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제공 행위가 모두 위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위반행위의 범위를 명확히 확정할 필요가 있었다. 대상판결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영리목적’ 및 그 ‘대가’의 의미를 동 조항의 입법 취지와 규율 대상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행위의 태양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행정판례] 6.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대물적 성격을 가지므로 폐업한 요양기관에서 발생한 위반행위를 이유로 폐업한 요양기관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 처분은 위법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0두39365 판결) 가. 사실관계 의사인 원고는 병원을 개설·운영하다가 폐업하였고, 폐업 후 두 달 뒤에 새로운 병원을 개설·운영하였다. 원고는 폐업한 병원에서 병원이 아닌 곳에서 진료하고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것이 문제가 되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새로 개설한 병원에 대해 10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게 되자 해당 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요양기관의 영업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고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폐업한 요양기관에 대하여는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 없고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은 처분의 대상이 아닌 다른 요양기관에 대한 것이므로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하였다. 다. 대법원판결의 요지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 비용을 부담하게 한 때에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에 의해 받게 되는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의료인 개인의 자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요양기관의 업무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 비용을 부담하게 한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그 요양기관은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그 처분대상도 없어졌으므로 그 요양기관 및 폐업 후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는 없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그 행정행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되며,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아니 된다는 기존 법리에도 부합하는 타당한 판결이다. 한편, 대상판결에서는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 의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에는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고 이와 같이 요양기관 개설자인 의료인 개인에 대한 제재 수단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상, 위와 같은 사안에서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의 ‘요양기관’을 확장 해석할 필요도 없다는 사유를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제재의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는 별도의 입법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문제로 보이며 단지 제재의 필요성을 이유로 하여 해당 처분의 성격과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은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차효진 변호사(법무법인(유) 세종)
의료법제33조제2항
의료기관개설
사무장병원
차효진 변호사(법무법인(유) 세종)
2023-11-26
형사일반
-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판결 -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의 방조인지 여부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자신이 개설하여 운영하는 이른바 '다시보기 링크사이트'인 이 사건 사이트 게시판에, 성명불상의 정범들이 저작재산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해외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업로드한 영상저작물(드라마·영화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2015년 7월 25일부터 2015년 11월 24일까지 총 450회에 걸쳐 게시하였다. 이에 검사가 피고인을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정범들의 공중송신권 침해행위를 방조)로 기소한 사안이다. 원심은, 링크를 하는 행위만으로는 공중송신권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 것이 아니고 단지 공중송신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태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제1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대법원은,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침해 게시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이, 링크 행위자가 정범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그러한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인터넷 사이트에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하는 등으로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링크 행위를 한 경우에는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범죄를 용이하게 하므로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한다는 이유로, 이와 다른 취지의 종전 판례(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를 변경하고, 저작권법 위반 방조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2.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의 방조인지 가. 링크행위의 정범 여부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다77405 판결,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0637 판결 등은 인터넷 링크는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링크를 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이에 대하여는 별다른 이설은 보이지 않는다. 나.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가 될 수 있는지 여부 1) 종전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인데, 링크를 하는 행위 자체는 위와 같이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 등의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지 아니한 저작물을 게시하거나 인터넷 이용자에게 그러한 저작물을 송신하는 등의 방법으로 저작권자의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웹페이지 등에 직접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그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링크 행위만으로는 위와 같은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업로드행위(복제)에 대한 방조 여부 이미 끝나버린 업로드(복제)행위를 그보다 나중 시점에 링크를 거는 행위에 대하여는 방조가 성립할 수 없을 것이고, 이에 대하여도 이견이 보이지 않는다. 3) 공중송신권의 의미와 종전 판결에 대한 비판론 저작권법 제2조 제7호는 '공중송신'을 '저작물, 실연·음반·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공중송신행위는 '송신행위'와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 두 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이용 제공 행위'와 관련하여, ①업로드가 완료되더라도 업로드된 콘텐츠가 인터넷 상에 존속하는 동안은 여전히 '이용 제공'이 계속되고 있고, 이러한 계속적 행위를 조력하는 것은 방조라는 견해, ②업로드에 의한 '이용제공' 행위에 대하여도 링크행위가 그 이용제공 실행행위 자체를 용이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하였다(다만, 이 견해도 링크 이후 이용자가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송신과 복제행위에 대하여 방조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 이 전원합의체 판결의 태도 및 이에 대한 평가 '공중송신(전송)'이란 용어 자체로 '송신'행위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지만, 저작권법은 '송신'의 예비행위라고 볼 수 있는 '이용제공'까지 행위태양에 포함시켰다. 침해물에의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행위인지는 결국 위 ①이용 제공 행위, ②송신행위로 구별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먼저 '이용 제공 행위'를 방조한다고 보면 가벌의 필요가 있는 행위를 보다 쉽게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미 업로드 행위가 끝난 상태에서 링크행위자가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를 설명하기가 애매한 면이 있다. 링크행위로 인하여 더 많은 사람이 침해게시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되지만, 링크행위의 유무와 관계 없이 이용 제공 행위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링크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방조가 성립한다고 하면서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한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경우 이러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은 링크 행위의 유형은 공중의 구성원이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로 정범의 범죄 실현에 대한 구체적·인과적 기회증대를 인정할 수 있거나 방조범의 확정적인 고의를 추단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과적 '기회증대'를 인과관계라고 보는데 의문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기회증대'를 인과관계로 본다면 '계속적' 제공은 이에 해당할 수 있지만 '영리적' 제공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판결의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의 태도가 일반적인 방조범의 성립과 종속성, 죄수 등의 법리에 반하고, 법원으로 하여금 방조범의 성립이 문제될 때마다 그 성립요건을 일일이 정해야만 하는 부담을 지우며,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였다. 다음으로 '송신행위'를 방조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이 판결의 반대의견은 송신은 업로드를 기초로 파일 전송 프로그램을 통해 '기계적'으로 구현되는 결과에 지나지 않고, 링크행위가 이러한 송신행위 자체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송신행위가 아무리 기계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라고 해도 링크행위로 인하여 사용자가 클릭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이러한 기계적 송신행위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링크행위는 송신행위를 용이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송신행위를 방조한다고 구성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정범의 이러한 송신행위를 일일이 특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번거로움이 생기게 된다. 다운로드받는 사용자를 정범으로 하여 복제의 방조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이고 송신행위의 방조로는 볼 수 있다면 송신행위를 일일이 특정하는 것보다는 전단계의 이용제공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볼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용제공행위에 대한 방조범의 성립을 긍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으나, '영리적·계속적' 제공과 같은 요건을 둘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남는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위와 같은 요건을 두지 않더라도 '영리적·계속적'인 링크 사이트가 단속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큰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도10903 판결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이트를 운영하던 도중에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이 선고되었지만, 이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다. 법률 위반 행위 중간에 일시적으로 판례에 따라 그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었던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자신의 행위가 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링크사이트 운영 중 링크행위가 방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적이 있더라도, 형법 제16조(자기가 한 행위가 법령에 따라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의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구민승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영화
불법유통
저작권법
구민승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22-01-24
형사일반
-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판결 -
동산양도담보권설정자의 담보물관리의무와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
Ⅰ.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1. 사실관계 공소외1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2 은행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크라샤4230'을 구입하면서 위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크라샤를 피해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크라샤를 매각함으로써 매각대금 합계 1억55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위 대출금 1억5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2. 판결요지(다수의견)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자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즉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에 제공한 채무자는 양도담보 설정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자신의 권리에 기하여,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비용 부담 하에 담보목적물을 계속하여 점유·사용하는 것이지,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로부터 재산관리에 관한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Ⅱ. 판례평석 1. 변경전 판례와 학설 판례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소유권을 보유하게 되나,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부당히 이를 처분하거나 멸실·훼손 기타 담보가치를 감소케 하는 행위가 금지되므로, 채무자인 양도담보설정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게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채무자가 양도담보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학설로는 변경전 판례와 마찬가지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견해, 신탁적 소유권이전설을 따르게 되면 목적물의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이전하므로 채무자에게는 목적물 처분권이 없고 채무자의 목적물 처분은 횡령죄를 구성한다는 견해(대상판례의 별개의견),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주된 의무는 채무변제에 한정되므로 채무자에 대해서는 단순한 채무불이행 이외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2. 대상판례의 검토 (1) 신임관계의 내용 다수의견은 신임관계의 내용을 금전 채권채무계약 또는 금전 채권채무계약의 종된 계약으로서의 양도담보설정계약으로 파악하고 동산양도담보설정자의 담보물관리의무를 금전채권채무관계상 변제의무나 담보권설정계약상 담보설정의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사무로 본다. 그러나 담보물관리의무는 담보권설정계약을 통하여 만들어진 담보물권자와 담보물권설정자 간의 물권적 관계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채무변제나 양도담보권설정의무와는 내용적·단계적으로 구별된다. 동산 양도담보권이라는 비전형물권을 설정하는 계약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이를 금전소비대차계약 상의 신임관계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2) 타인의 사무의 의미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대하여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판례는 타인의 사무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할 의무와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두 가지 유형으로 이해해왔다. 이는 배신설의 입장에 충실한 것이었지만,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보고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 등에 대해서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견해도 많았다. 다수의견은 명시적으로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에서 제외하지는 않았으나 '맡아 처리하는 경우', '위탁받아 처리'라는 표현을 새롭게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사무의 내용을 제한하고 있다. 해석론의 변화는 타인의 사무처리자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일응 바람직하지만 몇 가지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하나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판례가 변경되지 않은 이상 여전히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타인의 사무로 인정되는 판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맡아 처리', '위탁받아 처리'의 의미를 위임·고용 등에 한정할 것인지의 문제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라고만 하고 있을 뿐 타인의 재산관리를 '대행'하는 사무라고 규정하지 않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할 의무로만 이해하는 것은 문언을 합리적 이유없이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것이다. (3) 담보물관리의무의 타인의 사무성에 대한 검토 및 결론 먼저 담보물관리의무가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에 해당할 여지가 없는지 본다. 대상판례 사안의 계약서에는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 '설정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점유·사용·보전·관리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수의견은 위 계약서 조항에 대하여 전형적인 양도담보설정계약의 내용이고 담보설정자의 선관주의의무는 거래상 일반적으로 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 정도를 의미할 뿐이며, 담보목적물 보존의무는 채권만족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해 당연히 수반되는 의무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담보물 관리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되기 위해서는 전형적 양도담보설정계약 외에 별도로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담보목적물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특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요구하는 별도의 신임관계가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문제되는 것은 선관주의의무의 '내용'이지 '정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명시적인 계약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위탁관계를 부정한 다수의견에 찬성하기 어렵다. 담보권자는 간접점유를 가지고 적어도 대외관계에서는 담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채무자의 계속적 경제활동 보장등을 이유로 점유를 허락함으로써 채무자에 대하여 특별한 신뢰관계를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적어도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지 검토하여야 한다. 대상판례는 동산이중양도, 대물변제예약부동산의 제3자처분, 부동산이중저당 사안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최근의 판례경향에 따라 선고되었다. 이는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대하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타인의 사무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담보물관리의무는 소유권이 대외적으로 담보권자에게 이전된 상태에서 담보권설정자가 담보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채권계약에서 당사자가 부담하는 대향적 급부의무와는 구별된다. 채무자가 담보물관리의무를 부담하는 시점부터 물권자와 물권설정자의 지위는 역전된다. 채권자는 대외적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직접점유를 계속하고 있는 채무자의 의무이행 여하에 따라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상실할 수 있는 지위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목적물의 소유권보존이 오로지 이를 타주점유하는 채무자의 의사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양도담보설정자는 양도담보권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보증인적 지위에 서게 된다. 담보물관리의무의 실질은 횡령죄에서의 보관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를 임의로 처분하는 행위의 불법 역시 횡령죄의 그것과 구별할 것은 아니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담보물관리의무를 이중양도나 이중저당 사안과 동일한 논리로 자기의 사무라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강수진 교수 (고려대 로스쿨)
채권자
양도담보
배임죄
강수진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5-10
교통사고
형사일반
-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8도3443 판결 -
특수폭행치상죄의 처벌례
Ⅰ. 사실관계 피고인 A는 2016년 12월 4일 오후 4시 56분 경 쏘나타 승용차를 운전하여 서울 광진구의 편도 1차로의 도로를 진행하던 중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피해자 B(15세)가 경적을 울려도 길을 비켜주지 않고 욕을 하였다는 이유로 시비하여 중앙선을 좌측으로 넘어 B의 자전거를 추월한 후 다시 중앙선을 우측으로 넘어 자전거 앞으로 승용차의 진로를 변경한 후 급하게 정차하여 충돌을 피하려는 B의 자전거를 땅바닥에 넘어지게 함으로써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족관절부 염좌 등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 Ⅱ. 소송의 경과와 쟁점 1. 제1심과 제2심 제1심(서울동부지법 2017. 10. 16. 선고 2017고단1891 판결)에서는 "형법 제258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하여 반드시 징역형을 선고하여야 하나 형법규정의 문언과 체계, 연혁(형법 제258조의2 규정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및 형법의 개정으로 인하여 2016. 1. 6. 신설된 점 등) 등에 비추어 보면 제258조의2 제1항이 아닌 제257조 제1항을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바 피해자와 합의한 정상 등을 참작하여 벌금형을 선택하여 처벌하기로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항소하면서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특수폭행치상죄에 대하여는 제262조에 의하여 제258조의2 제1항의 특수상해죄의 예에 따라 형을 정하여야 하고 제258조의2 제1항에서는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고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 사건 특수폭행치상의 점에 대하여 제258조의2 제1항의 특수상해죄의 예에 의하지 않고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의 예에 따라 벌금형을 선택하여 선고함으로써 특수폭행치상죄의 적용법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이유를 제시하였다. 항소심인 제2심(서울동부지법 2018. 1. 26. 선고 2017노1618 판결)은 "이 사건 특수폭행치상죄는 제258조의2가 신설된 이후 저지른 범행인 점, 제262조에서 특별히 제258조의2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 점, 특수폭행치상죄에 대하여 제258조의2의 예에 따라 처벌하더라도 형벌체계상의 부당함이나 불균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2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를 근거로 A에게 제258조의2 제1항을 적용하여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채택하면서 "제258조의2 특수상해죄의 신설로 특수폭행치상죄에 대하여 그 문언상 특수상해죄의 예에 의하여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제258조의2 제1항의 예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법정형의 차이로 인하여 종래에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경미한 사안에 대하여도 일률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해야 하므로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갖추기 위함이라는 위 법 개정의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는다. 또한 형의 경중과 행위자의 책임, 즉 형벌 사이에 비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형사법상의 책임원칙에 반할 우려도 있으며 법원이 해석으로 특수폭행치상에 대한 가중규정을 신설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 죄형법정주의원칙에도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로 제2심 판결을 파기하여 환송했다. 이는 제1심의 판결과 결론을 같이하는 판단이다. 3. 쟁점 본건에서는 A에게 인정되는 폭행치상죄(제262조), 그 중 특수폭행치상죄(제262조, 제261조)의 처벌을 제257조 제1항(상해)과 제258조의2 제1항(특수상해) 중 어느 예에 의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되고 있다. 제2심 판결에서 소송법상 문제인 공소장변경의 쟁점이 등장하였고 이 점에 관한 제2심의 무리한 판단이 대법원의 판결 결과에 미친 현실적·간접적 영향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본건의 본래 논점인 실체법적 문제에 관해서만 검토하도록 한다. Ⅲ. 평석 1. 목적론적 해석의 한계 대법원 판결이유의 맨 앞에서 인용되고 있듯이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본 사안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목적론적 해석에 토대한 것인 바 설사 그것이 A에게 유리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해석이 과연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이라는 목적론적 해석의 한계 내지 전제요건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여기서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는 명문의 규정에 관한 문리해석을 통해 밝혀지게 된다. 제262조의 "…의 예에 의한다"는 문구는 제258조의2의 신설(2016년 1월 6일) 전까지는 행위의 결과인 '상해', '중상해', '사망'을 기준으로 하여 적용규정을 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제258조의2가 신설됨으로써 이제는 행위의 결과뿐만 아니라 행위의 방법·수단도 처벌례 판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한다. 각칙상 다른 규정들에서 "…의 예에 의한다"는 문구가 행위의 결과 외에 주체·객체·방법도 처벌례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보면(제154조, 제253조, 제263조, 제299조, 제305조, 제335조 참조), 이는 당연한 문리해석의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상해죄와 특수상해죄의 법정형이 같은 것을 보면 입법자는 행위의 방법의 불법을 중하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위험한 물건의 휴대'가 '폭행'의 방법이 되었을 뿐인 경우와 '상해'의 방법이 된 경우는 동일한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폭행'에 그친 게 아니고 '상해'까지 야기된 특수폭행치상에 있어서 '위험한 물건의 휴대'는 '(고의)상해'의 방법인 '위험한 물건의 휴대'와 불법에 있어서 대등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즉 제262조의 '제257조 내지 제259조의 예'에는 제258조의2의 예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판결의 결론은 기본적인 문리해석을 도외시한 채 목적론에 지나치게 치우친 주관적 해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제258조의2 신설 전 규정에 따르면 폭행을 범하여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와 특수폭행을 범하여 상해에 이른 경우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었고 또 폭행을 범하여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와 특수폭행을 범하여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도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었다. 이제 제258조의2 신설로 폭행 방법의 불법을 고려하여 특수폭행으로 상해나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동조 제1항과 제2항에 의하여 새로운 법정형에 따라 처벌함으로써 죄형균형의 원칙을 구현하고 있다. 2. 행위시법주의의 원칙 대법원 판결의 결론은 행위시 전에 있었던 법률이 행위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현행법으로의 개정취지를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을 통하여 행위시 전의 법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대법원에서는 특수폭행치상에 대하여 개정전 형법에서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도 있었지만 개정후의 문언에 따르면 징역형만 선고할 수 있게 되어 가중규정을 신설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형법의 신설규정은 종전에 당해 죄의 처벌규정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있었을 때보다 법정형을 가볍게 하여 '형벌체계의 정당성과 균형'을 구현하고 있으며 설사 특수폭행치상에 관해서는 종전 형법규정의 해석에서보다 형을 가중하는 결과가 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더라도 입법자의 선택에는 무리가 없다. 본건에서 A의 행위는 제258조의2 규정 신설입법의 시행일(2016년 1월 6일)로부터 10개월 이상이 지난 후에 있었으므로 형벌불소급의 원칙과 무관하며 대법원판결은 오히려 형법 제1조 제1항과 헌법의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다.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서 특수폭행치상의 처벌례가 다시 문제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대법원 판결과 명문의 형법규정 사이의 괴리는 차츰 더 커질 것으로 본다. 형법제정 당시에 비하여 자동차나 각종 과학이기의 사용이 크게 보편화된 오늘날 사회현실의 변화를 고려하면 형의 가중개정은 가능하다. 본건의 선고형 여하는 2차적인 문제이다. 대법원에서는 입법자의 불찰이 있었던 것으로 추단하고 무리한 법적용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감이 있다. 특수폭행치상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은 '법원이 해석으로' 신설한 것이 아니고 입법자의 판단에 기하여 선택된 입법이다. 관련규정의 신설 내지 개정으로 인하여 기존의 특정 규정의 의미에 변화가 야기되었다면 설사 기존 규정의 문언에 아무런 변화가 없더라도 기존 규정도 함께 개정된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따라서 제258조의2가 신설되면서 제262조도 함께 개정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정영일 명예교수(경희대 로스쿨)
특수폭행치상죄
징역형
행위시법주의
정영일 명예교수(경희대 로스쿨)
2020-12-14
형사일반
- 대법원 2020.7.16.선고 2019도13328 판결 -
죄형법정주의와 법의 해석
1. 서론 대법원 2020.7.16.선고 2019도13328 판결은 원심의 유죄판결을 무죄취지로 파기한 판결이다. 사건의 내용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이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규정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지의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다. 재판부의 합의결과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7명이고 그 반대의견이 5명이다. 합의 과정은 비밀투표형식이 아니고 대법관 12명이 개별적으로 각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인데 이사건의 경우 대법관 10명까지의 의견은 5대5였다. 그렇게 찬반양론이 팽팽히 대립했던 사건이다. 그런데 대법관 7명이 찬동한 무죄취지인 판결에 관하여 그 다수설의 법리를 “토끼는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는 궤변”과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침대에 맞춰 다리 자르는 격”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이글을 쓴다. 위 두 사람은 법조인은 아니지만 ‘죄형법정주의’가 무엇인지 또는 ‘법의 해석’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알만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2. 죄형법정주의 어떤 행위가 범죄로 되고 그 범죄에 대하여 어떤 처벌을 할 것인가는 미리 成文의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먼저 법률의 규정을 보기로 한다. ▲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 공표 죄) [①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候補者가 되고자 하는 者를 포함한다. 이하 이 條에서 같다)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학력을 게재하는 경우 제6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방법으로 게재하지 아니한 경우를 포함한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법의 해석 입법기술상 추상적·일반적으로 불완전하게 규정되어 있는 법규범의 의미·내용을 명확히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사안에 추상적인 법규범을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법규의 의미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법의 목적에 따라 규범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이론적·기술적 조작이다. 물론 법규가 문자로 표현된 것이어서 법 해석에는 입법자의 의사, 법규의 문법적인 의미관계, 그리고 형식논적 조작을 통한 논리적 해석 등의 전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이는 법의 객관적 의미를 확정하기 위한 자료나 조건이 될 뿐이다. 그러므로 법규의 해석은 객관적·논리적이어야 하며, 입법자의 의사나 법규의 문리적 의미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법에 내재해 있는 법의 이념과 목적, 그리고 사회적인 가치합리성에 기초한 입법의 정신 등을 객관화해야 하며, 단순한 형식논적 방법을 넘어서 목적논적이라야 한다. 무릇 법률용어는 정제(精製)되고 적확(的確)해야 한다. 그런데 어떠한 두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문언은 같아도 그 의미는 서로 다른 경우가 있고 또는 같은 의미를 두 법률에서 서로 다른 용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 사안의 처리를 위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 4. 허위사실 공표와 진정사실 부인 허위인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와 진실한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는 둘 다 그 내용은 거짓말이지만, 전자는 공표 즉 세상에 널리 알리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위이고 후자는 진실한 사실을 부인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행위이다. 전자는 그 거짓말이 무고죄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라고 할 때의 거짓말이지만, 후자는 위증죄에서 말하는 “허위의 진술을 한 때”라고 할 때의 거짓말이다. 둘 다 그 내용은 거짓말이지만 개념이 다르므로 항상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다. 속칭 “이재명 대법 판결”에서 대법관 7명은 위의 허위사실 공표행위는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규정된 구성요건에 해당되지만,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는 그 말이 거짓말이더라도 위 법제250조에 규정된 구성요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즉 법제250조의 범죄구성요건인 거짓말은 ‘무고’개념인 거짓말이다. 이에 반하여 대법관 5명은 진실한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행위이고 ‘위증’개념인 거짓말이라도 허위인 사실을 말한 것이므로 위 법제250조에 규정된 구성요건에 해당된다는 견해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견해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반대의견에 찬동하면서 다수의견인 법리를 ‘토끼는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는 말과 같은 궤변’이라고 한다면, 그 반대로 다수의견에 찬동하는 사람은 반대의견인 법리를 궤변이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5.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여기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관한 이야기가 연상된다. [토끼가 100m 가는 동안에 거북이는 50m 기어간다고 가정한다. 그러한 토끼와 거북이가 400m인 트랙을 일주하는 경주를 한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 거북이의 출발지점을 토끼의 출발지점 보다 100m 앞에 지정하더라도 토끼는 거북이를 쉽게 추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상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위의 경우 토끼가 거북이의 출발지점까지 100m 가는 동안에 거북이는 그 앞으로 50m 기어갈 것이고, 그 다음 토끼가 50m 다가오는 동안에 거북이는 그 앞으로 25m 기어갈 것이고, 그 다음 또 토끼가 25m 다가오는 동안에 거북이는 그 앞으로 12.5m 기어갈 것이다. 그리고 보면 토끼는 앞서 기어가는 거북이에 점점 더 근접할 수는 있어도 끝내 거북이를 추월할 수는 없다는 말이 된다.] 이를 상식에 어긋나는 시간개념을 무시한 궤변이라고 한다. 강해룡 변호사 (서울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사실
이재명
강해룡 변호사 (서울회)
2020-08-05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4. 17. 선고 2018도17410 판결,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9도834 판결 -
강간에 따른 임신을 상해로 볼 수 있는가?
대상판례 A: 대법원 2019. 4. 17. 선고 2018도17410판결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 피고인은 사실혼 관계인 처가 부재 중인 틈에 딸(11세)의 저항을 힘으로 제압하고 수차례에 걸쳐 강간 및 유사성교행위를 하였고 피해자는 이로 인하여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검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강간치상)으로 기소하였다. 1심은 강간에 의한 임신을 양형기준상 특별가중요소로 반영하는데 이는 임신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하고 있다. 또 이미 피고인을 충분히 무겁게 처벌하고 있고 원하지 않는 임신이라도 여성의 생리적 기능이 정상적으로 발현된 것으로 건강상태의 불량한 변경이나 생리기능 상의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은 점, 태아는 피해여성과 별개의 독립된 생명체이며 원하지 않는 임신의 의미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이를 상해로 본다면 합의된 성관계에 따른 원하지 않은 임신도 상해 내지 과실치상죄로 처벌될 수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13세 미만 미성년자강간 및 유사성행위,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사실만을 인정해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항소심 역시 건강상태가 불량한 변경이나 생활기능 상 장애가 초래되었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 정신상의 구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더라도 이를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볼 수 있는지 판단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자칫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1심 판단을 지지하였다. 2. 상고심판결 요지(상고기각)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형법에서의 상해의 개념과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 등 관련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강간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한편 입법으로 강간의 범죄에 의하여 여성 피해자가 임신을 하게 된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대상판례 B: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9도834판결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 피고인은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취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방에 누워있던 피해자(여·27세)를 강간하였고 이로 인해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검사는 준강간치상으로 피고인을 기소하였다. 1심은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볼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피해여성이 이를 원하였는지는 고려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에 큰 변화와 불편이 생기지만 이는 임신이라는 생리적 기능의 정상적 발현으로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보기 어렵고 원하지 않는 임신의 의미가 모호할 뿐 아니라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 수반한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원하지 않는 다태아의 임신을 상해 또는 과실치상으로 처벌하여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에서 임신을 특별가중요소로 규정한 것도 임신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한 것으로 성범죄로 인한 원하지 않는 임신을 가중처벌하는 새로운 입법적 조치는 별론으로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시하여 준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을 부정하고 준강간죄만을 인정하였다. 항소심 역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상고심판결 요지(상고기각) 원심의 판단은 형법에서 정한 상해의 의미와 헌법에서 정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준강간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Ⅰ. 문제제기 성범죄 피해여성이 경험하는 가장 최악의 피해로 강간으로 인한 원하지 않는 임신(RRP, Rape Related Pregnancy)을 들 수 있고 그 어떤 경우보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대상판례에서 피해여성의 임신을 '상해'로 파악해 강간치상으로 기소한 검사의 시도에서 이러한 필요성이 판례실무를 통해 적절히 충족되지 못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Ⅱ. 강간으로 인한 임신과 상해 임신이 상해가 아니라는 기존 일관된 견해의 논거는 대상판례의 하급심이 상세하게 들고 있지만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적 변화를 상해개념에 대한 기존 판례의 정의에 대비시켜 보면 그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흔히 신체의 완전성설과 생리적 기능훼손설을 축으로 몇 가지 개념적 바리에이션이 있지만 폭행과의 구별을 고려할 때 대체로 생리적 기능훼손설이 지지를 받고 있다(간과하기 어려운 중대한 신체적 변형이 발생하면 거의 대부분 생리적 기능훼손을 수반하고 일정한 의료적 개입이 요구된다). 판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일률적이 아닌 각각의 사실관계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별도의 치료(의료적 개입)를 요할 정도로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한 경우'로 상해개념을 정의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15018 판결 등). 또한 상해를 신체적인 것에 국한하지 않고 정신적 것으로도 확장하고 있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732 판결 등). 상해 개념을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적 변화에 투영시키면 어떨까? 임신은 분명히 여성의 신체에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는 생리적 변화를 유발한다. 의료수준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변화와 위험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을 뿐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상판례 A와 같이 피해여성이 15세 이하 미성년 임부의 예에서 위험성은 더욱 극단적이 된다. 결국 임신은 의료적 개입이 요구되는 생리적 기능저하를 수반하는 점에서 '상해'로 볼 수 있다. 합의 하의 성관계에 따른 의도하지 않는 임신이나 다태아 출산 사례에 수반한 해석상 난맥을 들면서 임신을 상해범주에서 제외하는 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 경우 이미 예견가능성이 부정되어 과실치상죄로 포착하기 어렵다. 합의 하의 성관계라도 의도적 또는 무모하게 상대여성에게 원하지 않는 임신을 야기하였다면 얼마든지 상해로 포착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처벌의 필요성도 충분히 긍정될 수 있다. 또한 양형기준에 이미 임신을 가중요소로 하여 임신을 상해로 파악하여 강간치상죄를 적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양형기준이 실무사례에서 적절히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은 여전하며 본질적으로 불법과 양형요소로서의 평가를 동일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비교법적 사례로 미국판례 가운데 임신에 수반한 병리적 현상과 여성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적 개입의 필요성에 착안하여 임신을 상해(serious bodily injury)로 판단하거나[State v. Smith, 910 S.W.2d 457, 461 (Tenn. 1995); State v. Jones, 889 S.W.2d 225, 231 (Tenn. Crim. App. 1994)], 미성년 피해여성과 같이 구체적 사례에 따라 임신이 상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예[United States v. Shannon, 110 F.3d 382, 396-87 (7th Cir. 1997); People v. Cross, 190 P.3d 706, 712 (Cal. 2008); People v. Sargent, 86 Cal. App. 3d 148, 152 (1978)]가 있다. 한편 미국 위스콘신 주 법률과 같이 강간죄의 가중사유로 임신을 명시한 예도 있다[Wisconsin Statutes chap. 940 §. 225, Michigan Penal Code Act 750. §520a(n), Nebraska Statutes §. 28-318(4), Florida Statutes § 827.04 (3)]. Ⅲ. 맺음말 결론적으로 입법론적 대안에 앞서 현재의 해석론에서도 강간에 의한 피해여성의 임신을 강간치상으로 파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미 CDC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통산 1800만명 정도의 강간피해여성 중 약 300만명 정도가 강간으로 인한 임신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관련 통계의 부재로 정확한 파악이 어렵지만 우리사회에서 강간으로 인한 피해여성의 임신이 제한된 사례는 아닐 것이다. 피해여성이 감당하게 될 고통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인식은 형법의 해석론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권창국 교수(전주대 경찰학과)
강간치상
임신
강간
권창국 교수(전주대 경찰학과)
2020-07-06
형사일반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사전수뢰죄의 주체성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5. 선고 2018고합340 판결 -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07. 5. 10.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을 하며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6. 11. 소속 정당의 당내 경선에 출마하고, 경선을 거쳐 8. 20. 소속 정당의 대선 후보자로 선출되고, 11. 25. 후보등록을 마친 후 12. 19.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되어 2008. 2. 25.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공범)이 2007. 1. 24.경부터 취임 전까지 수차에 걸쳐서 취임 후 금융사 회장 임명과 관련한 돈을 수수하였다고 하여, 검찰이 피고인을 특가법위반(사전수뢰죄)으로 기소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형법 제129조 제2항의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주체를 최소한 ‘공무원 자격 취득을 위한 단계는 거친 자’로 한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 이전 시기에 대하여는 피고인을 사전수뢰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대상 판결은 "①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6. 10.경부터 계속하여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2007. 4.경부터 다소 지지율이 하락하여 2007. 8.경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으나, 결국 2007. 8. 20. 실시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대선까지는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2007. 12. 20.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② 피고인은 2007. 5. 10.경 경선 및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그 무렵부터 시작된 한나라당 경선 내내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지지율 1위를 달렸고, 2007. 8. 20.경 박근혜 후보에 승리하였다. 김백준은 이를 ‘경선만 통과하면 대통령이 되는 노마크 찬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라는 점을 들어, "비록 당시 거론되던 후보군 중에 피고인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하더라도 대통령선거일로부터 11개월가량 떨어진 2007. 1. 24.경에는 대통령 취임의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나, 적어도 2007. 7. 29.경에는 피고인이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 확정적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피고인의 대통령 당선을 상당한 정도로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부분 사전수뢰 범행이 이루어진 2007. 7. 29.부터 2008. 1. 23.까지의 기간에는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3. 평석 가. 판례의 법리 대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주체성과 관련하여 일반론으로, "형법 제129조 제2항에 정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대기하고 있는 자 또는 선거에 의하여 당선이 확정된 자 등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뿐만 아니라 공직 취임의 가능성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자를 포함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도472 판결 등)고 하여, 이른바 ‘개연성론’에 따라 검토해 왔다. 즉, 공모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의 공사 사장, 선거(선출) 이전의 도시개발조합 조합장 등도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이른바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있으면 ‘공무원의 될 자’로 판단해 온 것이다. 선거직 공무원과 관련된 대상 판례에서 법원은,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공직 취임의 개연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과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라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는지 여부, 당선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상태가 아니었던 피고인도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나. 학설의 태도 공직선거 입후보자의 경우 본죄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 학설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선거의 입후보자는 이른바 보험성 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고,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하는 견해(긍정설)와 입후보자 중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만으로 주체를 한정해야 한다는 견해(제한적 긍정설), 공직선거의 입후보자는 공무원이 될 자로 볼 수 없어 주체성이 없다는 견해(부정설)가 대립한다. 다. 검토 및 본 사안의 경우 (1) 사전수뢰죄의 ‘공무원이 될 자’라는 문언의 의미는, 보편적 언어감각으로는 공무원이 되기로 예정(확정)된 자 정도로 이해되며, 그렇게 파악하는 것이 보다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본죄는 비교법적으로 드문 입법례이며, 구성요건적으로도 예비죄적 성격이 있어 가벌성을 확장하는 해석은 보다 주의해야 한다. 특히 특가법이 뇌물죄의 행위태양을 따지지 않고 수뢰액에 따라 일률적으로 형을 가중하고 있는 현실 역시 고려해야 한다. 사실 판결 실무의 핵심은 사실 ‘개연성’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에 있다. 확실성, 개연성, 가능성 정도로 구획한다면 ‘고도의 개연성’은 ‘확실성’ 쪽에, ‘어느 정도의 개연성’은 ‘가능성’ 쪽에 방점이 찍히는 표현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될 자를 ‘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공모에 응하지도 않은 자, 공직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은 자까지 포함하는 것은 부당하다. 구성요건은 엄격히 해석해야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처벌의 흠결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보완하는 것이 옳다. 선거직 공무원, 특히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책에 ‘출마’한 자라면 ‘공무원이 될 자’로 보아야 한다. 당선가능성이 아무리 낮은 자라 하더라도, 선거일정 개시 후 유력 후보의 유고나 기타 정세의 격변 등으로 예상치 못하게 당선되는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입후보자’를 당선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본죄의 주체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당선 확정이 아닌 출마의 시점부터는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2) 피고인 당선 직전 선거에서 두 유력 후보가 있었다. 선거 5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약 13퍼센트였다(낙선자의 지지율이 높았다). 선거 2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그 격차는 거의 2배에 달했다. 당시에도 이처럼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는 짧았고, 결과적으로 낙선한 유력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파악한 사람들도 많았다. 심지어, 당선된 후보는 선거 출마를 앞두고 후보단일화 제안을 하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정치적 경험은, 선거운동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당선가능성을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일의 무의미함 내지 부적당함을 잘 드러내며, 제한적 긍정설과 판례의 태도는 여기서 한계를 보인다. (3) 대상 판례 사안과 같은 공직선거의 경우 이른바 잠룡, 예비후보자, 당내경선 참가자, 출마자 등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후보자에게도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한다면, ‘어느 시점부터 입후보자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유력 주자로 언급되는 시점은 시간적 거리가 너무 멀고, 당내 경선 절차는 보편적 절차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기에 제외해야 한다. 예비후보자 제도는 ‘정치 신인에게 공평한 정치참여의 기회를 주기 위해 고안된 제도’라는 점에서, 본죄의 주체성을 따지기 위한 적절한 시점은 아니다. 형식적 측면에서도 출마의사의 확실성이 드러나는 시점인, ‘해당 선거에 후보 등록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입후보자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 이렇게 볼 때, 수뢰 시점에서는 예비후보이자 당내 경선 참가자였을 뿐인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전수뢰죄 주체성이 인정되는 것은 2007년 11월 25일경 이후부터라고 보아야 한다. 4. 결론 공무원 자격을 얻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나, 공개채용 시험, 공개모집 그리고 선거 등으로 충분히 유형화가 가능하다. 학설은 이를 시도하고 있으나 대법원은 ‘어느 정도의 개연성’ 만으로 주체성을 판단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 법원은 명확성의 원칙과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고 하나, 진정신분범에서 보호법익의 문제는 ‘주체성’이 긍정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다. 대상 판결은 처벌의 필요성에 방점을 두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훼손했다.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다스
뇌물
이명박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2019-03-11
형사일반
이광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정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조합 임원에 대한 공무원 개념의 확장
대상판결 :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5798판결 1. 대상판결의 쟁점 대상판결은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의 이사가 이사 자격을 상실 또는 이사 임기 만료 후 후임이사가 선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 퇴임등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로서의 활동을 하며 금품을 수수한 사안인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84조에 의하면 조합의 이사는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보고 있는데, 이 사안에서 이사를 공무원으로 의제할 수 있는지 여부, 즉 해석에 의해 공무원 개념을 확장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2. 사실관계 피고인은 2007년 7월 2일 이 사건 주택재개발 조합의 이사로 선임되어 2009년 7월 2일 임기 만료되었다. 그 후 2011년 5월 21일 후임이사가 선임되었으며, 2012년 6월 11일 피고인에 대한 이사 퇴임등기가 이루어졌다. 한편 사업시행구역 안에 있던 피고인의 부동산은 2010년 8월 25일 강제경매로 매각되어 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0년 8월 25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하거나 2009년 7월 2일 임기가 만료되고 2011년 5월 21일 후임이사가 선임된 이후에도 이사 등기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대내외적으로 이사로서의 활동을 계속하였으며, 2011년 4월 20일 및 2011년 9월 29일경 두 차례에 걸쳐 금품을 수수하였다. 〈조합 정관의 관련규정〉 조합원은 사업시행구역 안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그 지상권자로 하고(제9조 제1항), 임원의 선임권 및 피선임권을 가지며(제10조 제1항 제3호) 조합원이 건축물의 소유권 등을 양도하였을 때에는 조합원의 자격을 즉시 상실하고(제11조 제1항), 조합의 임원은 총회에서 조합 설립에 동의한 조합원 중에서 선임하며, 임기가 만료된 임원은 그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제15조 제2, 5항). 3. 판결 요지 위 사안에 대하여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제84조의 문언과 취지, 형법상 뇌물죄의 보호법익 등을 고려하면, 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이 정비구역 안에 있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 또는 지상권을 상실함으로써 조합 임원의 지위를 상실한 경우나 임기가 만료된 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이 관련 규정에 따라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계속하여 직무를 수행하다가 후임자가 선임되어 직무수행권을 상실한 경우, 그 조합 임원이 그 후에도 조합의 법인 등기부에 임원으로 등기되어 있는 상태에서 계속하여 실질적으로 조합 임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여 왔다면 직무수행의 공정과 그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은 여전히 보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 조합 임원은 임원의 지위 상실이나 직무수행권의 상실에도 불구하고 도시정비법 제84조에 따라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서 공무원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함으로써 해석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봄으로써 공무원 개념을 확장하였다. 4. 평 석 가. 도시정비법 제84조의 규정 취지 도시정비법 제84조는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서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조합임원·청산인·전문조합관리인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대표자(법인인 경우에는 임원을 말한다)·직원 및 위탁관리자는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하여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을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개량하여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공적 성격을 띤 사업일 뿐만 아니라, 정비구역 내 주민들이나 토지 등 소유자들의 재산권 행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여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조합의 임원뿐만 아니라, 조합이나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정비사업에 관한 주요 업무를 대행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임·직원의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확보하여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2590). 그리고 이와 같이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 및 그 밖의 법률의 규정에 의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법률은 도시정비법 외에도 여러 법률이 있는데(졸저, 뇌물죄론, 진원사, 2015, 79쪽 참조), 이들 법률에서 두고 있는 의제 규정의 취지도 마찬가지로 공공적 성격을 띤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라 할 것이다. 나. 공무원 개념의 확장 (1) 공무원 개념 확장의 의의 및 필요성 위 사실관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사업구역 내의 자신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여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함으로써 더 이상 조합원이 아니게 되었고, 후임이사가 선출됨으로써 이사로서의 직무수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사로서의 등기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사 퇴임 등기 시까지 대내외적으로 실질적으로 이사직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이사로서의 자격이 없으나 실질적으로 이사로서의 활동을 하며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 과연 해석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해석에 의한 공무원 개념의 확장은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 간주규정에 의한 공무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해석에 의하여 뇌물죄의 주체인 공무원으로 보고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인정하는 이유는 반드시 개별법령에 기한 신분상 공무원의 지위에 있지 않더라도 법령에 근거하여 공무를 수행하는 이상 그러한 공무의 공정성이나 불가매수성 즉 뇌물죄의 보호법익(대법원 2014.3.27.선고 2013도11357판결 등에서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공정과 그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으로 보고 있다)은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 판 례 이와 관련하여 임용행위가 무효인 공무원, 즉 신분상 공무원의 자격이 없는 경우에 관해서 대법원은 “법령에 기한 임명권자에 의하여 임용되어 공무에 종사하여 온 사람이 나중에 그가 임용결격자이었음이 밝혀져 당초의 임용행위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그가 임용행위라는 외관을 갖추어 실제로 공무를 수행한 이상 공무 수행의 공정과 그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은 여전히 보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은 형법 제129조에서 규정한 공무원으로 봄이 타당하고, 그가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 때에는 수뢰죄로 처벌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고 있는 바(위 2013도11357), 대법원은 해석에 의하여 법률상 적법한 공무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공무원 임용이라는 외관과 실질적으로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수행을 한 경우에 이를 공무원으로 의제함으로써 공무원 개념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위 판례에 비추어 대상판결을 보면, 피고인은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였거나 이사로서의 직무수행권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는 아직 이사 등기가 되어 있어 이사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있고, 실질적으로 이사로서의 활동을 하였으므로 비록 적법한 이사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더라도 해석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본 것으로 판시하고 있는 바, 이는 위 2013도11357판결에서 적시하고 있는 취지와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가져보면, 만약 이 사안에서 이사 퇴임 등기가 된 경우 즉 이사 퇴임 등기가 된 상태에서 후임이사 선임으로 직무수행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이사로서 활동하며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도 공무원으로 의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생각건대, 퇴임 등기가 되고 후임이사까지 선임되어 있다면 이미 더 이상 이사로서의 외관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판례에서 적시하고 있는 ‘공무원으로서의 외관’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대상판결에서도, “…임원으로 등기되어 있는 상태에서 계속하여 실질적으로 조합 임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여 왔다면 그 직무수행의 공정과 그에 대한 사회의 신뢰 …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범죄구성요건의 해석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무원으로 의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이사의 지위를 사칭한 사기가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5. 결 어 대상판결은 위 사안에서 피고인을 공무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해석에 의하여 공무원 개념을 확장한 것으로 보이는 바, 이는 공무원으로 의제하기 위한 요건으로 공무원 임용이라는 외관과 실제로 공무수행을 하였을 경우에 공무원으로 의제한 종전 판시와 궤를 같이하는 판결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덧붙이면, 해석에 의한 공무원 확장은 신분상 공무원이 아닌 자에 대하여 뇌물죄의 보호법익에 비추어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이를 처벌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해당 직무의 성격, 처벌의 필요성, 보호법익 등을 고려하여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정비법
주택재개발
조합
공무원
도시
이광훈 법률사무소 정진 변호사
2017-04-17
형사일반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검사만 항소한 경우 피고인의 상고 제한 문제
I. 서론 현행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는 피고인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 상고할 수 있다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는 검사만이 항소한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법령위반 등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여기서 의문은, 형사소송법상 명확히 상고이유로 법령위반에 대해 어떠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함에도 대법원 판례로 위 규정에 반하여 피고인의 상고를 제한할 수 있는 가이다. II. 사실관계 청구인은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는 농지법위반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제1심 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2012년 5월 11일 항소심(대구지방법원 2012노214)은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2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청구인은 상고하였으나, 상고심(대법원 2012도6819)은 “제1심 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을 뿐 피고인이 항소하지 아니한 경우, 피고인은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또는 법령위반 등의 사유를 들어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청구인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1호를 검사만이 항소하였을 뿐이고 피고인들은 항소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피고인들로서는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또는 법령위반 등의 사유를 들어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12년 9월 27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Ⅲ. 헌재 결정요지 현행 형사소송법은 상고심을 원칙적으로 법률심이자 사후심으로 규정하여, 상고심의 심판대상을 항소심 심판대상에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사항 이외의 사유는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아니었으므로, 이를 다시 상고심의 심판대상으로 하는 것은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에 반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상고심의 법률심 및 사후심 구조에 따라 심판대상이 되었던 법령위반 사유를 다시 상고심에서 주장할 수 없도록 상고를 제한함으로써 재판의 신속 및 소송경제를 도모하고 있다. 모든 사건의 제1심 형사재판 절차에서는 법관에 의한 사실적·법률적 심리검토의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고, 피고인이 제1심 재판결과를 인정하여 항소심에서 다투지 아니하였다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상고가 제한된다 하더라도 형사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항이라도 항소심 판결에 위법이 있는 경우 대법원은 그 위법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라고 판단한 때에는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으므로, 항소심 판결 자체의 위법을 시정할 기회는 피고인들에게 보장되어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Ⅳ. 평석 1. 비판적 검토 (1) 심판대상의 오인 문제 당초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한정위헌을 구하는 것으로서, 법원이 형소법 제383조 제1호 상고 사유를 법적 근거 없이 축소, 제한 해석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1호를 “검사만이 항소하였을 뿐이고 피고인들은 항소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피고인으로서는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또는 법령위반 등의 사유를 들어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이었다. 즉, 형사소송법 제383조 그 자체 내지 이를 만든 국회 입법권 행사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헌재는 청구인의 심판청구 본질을 외면한 채 형소법 제383조 입법 그 자체에 대해 형사항소심 및 상고심의 구조와 성격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형사상고심에서 어떠한 경우를 상고이유로 정할 것인지 등은 기본적으로 입법자가 형사소송법의 체계, 형사사법절차의 이념, 재판의 적정·신속 및 소송경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는 입법재량에 속하는 문제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그러한 입법형성이 현저히 불합리하고 자의적인 것으로서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를 심사하면 족하다며 심판대상을 엉뚱하게 잘못 선정하여 결과적으로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다. (2) 법체계 내지 구조와 법해석으로서 기본권을 제한을 쉽게 정당화 할 수 있는지 여부 현행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명확하게 법령위반을 상고이유로 규정함에도 불구하고 법체계 내지 구조로서 상고를 제한하는 판례 태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법률에서는 권리 행사에 관해 어떠한 제한이 없음에도 법 해석으로 그 규정에도 없는 제한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새로운 입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법원의 법 해석권한을 남용한다면 이는 명백히 권력분립원칙에도 위배될 것이다. 법은 법에 있는 그대로 문언해석을 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헌재의 위 판시와 같이 법체계 내지 구조를 들어 임의로 해석이 가능하도록 제한 없이 허용한다면 사법부의 자의적 해석으로 어떠한 기본권 침해도 정당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 국회 입법권 잠탈 문제 이 사건과 같은 형벌조항이나 조세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엄격하게 법문을 해석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할 수는 없다. 헌재 역시 유효한 법률조항의 불명확한 의미를 논리적·체계적 해석을 통해 합리적으로 보충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해석을 통하여 전혀 새로운 법률상의 근거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에는 존재하였으나 실효되어 더 이상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법률조항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나 법률의 부존재로 말미암아 형벌의 부과나 과세의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을 법률해석을 통하여 창설해 내는 일종의 입법행위로서 헌법상의 권력분립원칙, 죄형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2009헌바123·126 등)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기존의 헌재 판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측면이 강하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과 같이, 법원이 형사소송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상고이유를 아무런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제한하여 국회 고유의 입법권을 명백히 침탈함은 물론 결과적으로 1심의 하자가 아닌 항소심 고유의 하자 역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선언한 점을 정당화하게 되면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항소심 고유의 하자를 다툴 기회마저 박탈됨으로서, 너무나 가혹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4) 국민의 기본권과 법원의 시혜(은혜)적 판단은 다르다. 이 사건에서 헌재는 기각 이유 중 하나로 상고심의 직권판단을 통해 예외적으로 피고인이 항소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피고인의 입장에서 항소심의 오류를 시정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권리와 시혜적 판단과는 엄연히 다르다. “법원이 판단하여야 한다”와 “법원이 판단하고 싶으면 한다”는 법적 결과론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따라서 “하고 싶으면 한다”로서 “하여야 한다”를 시정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고를 기각한 이유는 법학적 관점에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사실 모든 형사사건의 피고인들의 목적은 교도소에 수감되지 않는 것이다. 그들에게 판결 이유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1심에서 억울한 점이 있어도 이를 인정하고 빨리 선처를 받아 풀려나고 싶어 한다. 이 사건도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억울한 측면이 있었지만 항소를 하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게 되면 그때서야 억울한 점을 다투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1심에서 다투지 않고 검사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대법원에 법령위반 등의 상고이유로 다툴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 내지 재판편의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2. 정리 우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을 때를 상고이유로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항소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령위반 등의 사유가 상고이유가 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의 일관된 견해는 명백히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입법권에 대한 권력침탈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과 헌재가 내세우고 있는 법체계 내지 구조적 해석으로서 기본권 제한 내지 침해 가능성을 정당화 한다면 사법부의 법체계 내지 구조의 자의적 해석으로 인해 앞으로도 우리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법의 한 구절도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데 법체계 내지 구조까지 기본권 침해의 판단근거로서 삼는다면 결과적으로 판단권자마다 서로 다른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재판권 남용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곧바로 선량한 국민 전체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됨을 명심해야 한다.
항소
형사소송법제383조제1호
2017-01-19
백형구 변호사(대한변협 법제위원)
대물변제예약과 배임죄
<판결요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경우 채무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등기하는 사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이므로 대물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매각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다수의견). <평석요지> 부동산에 관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다는 다수의견은 타당하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대물변제예약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 채무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채권자는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판시가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1. 사실관계 채무자인 피고인은 채권자 A에 대한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함으로써 피고인은 그 부동산의 실제 재산상 가치인 1억 8500만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채권자 A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공소사실(죄명: 배임)로 공소제기 되었다. 제2심 법원은 제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배임죄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유죄판결(항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은 항소심판결에 대해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후 상고이유서에서 피고인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여 달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무죄의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 다만 대법관 4인은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반대의견(소수의견)을 내놓고 있다. 2. 대법원판례 (가) 다수의견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동산의 소유권을 장래에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물변제예약을 한 경우 채무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등기하는 사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이므로 대물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매각처분하였다 할지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즉, 다수의견은 판결이유로서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예약 당시에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가 차용금을 제때에 반환하지 못하여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한 후에야 비로소 문제가 되고 채무자는 예약완결권 행사 이후라도 얼마든지 금전채무를 변제하여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소멸시키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한편 채권자는 당해 부동산을 특정물 자체보다는 담보물로써 가치를 평가하고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등기를 이전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어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대물변제예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다는 점, 이러한 점에서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물반환채무의 이행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이어서 이를 가지고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 대법원판례(다수의견)에 의해서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한 종전의 대법원판례(대법원판결 2000. 12. 8. 선고 2000도4293)는 변경되었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1) 동산2중매매의 경우는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부동산 2중매매의 경우는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2)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다수의견은 부동산 2중매매, 부동산 2중저당의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3) 부동산 2중매매의 경우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매도인의 지위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시키는 것은 확대해석금지의 원칙, 즉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다) 반대의견(소수의견) 대법관 4인은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는 소유권이전등기의 측면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되므로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을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즉, "결론적으로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위반하여 당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그 부동산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대물변제예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써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근저당권설정, 이중전세권설정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이며 논리적으로 부합된다"는 것이 소수의견(반대의견)의 주장이다. 3. 판례평석 (1) 배임죄의 구성요건?기수시기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55조 제2항). 예컨대 부동산의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의 매도를 위임받은 자가 부동산의 매수인과 짜고 부동산의 시가보다 훨씬 싼 매매대금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준 경우 부동산의 매수인은 재산상 이익(시가와의 차액)을 취득하고 부동산의 소유자(본인)는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으므로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가 성립하며 회사의 물품구매업무담당사원이 납품업자와 짜고 시가보다 훨씬 비싸게 물품을 구입하고 납품업자에게 물품대금을 지불한 경우 납품업자는 재산상 이익(시가와의 차액)을 취득하고 회사(본인)는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으므로 업무상 배임죄(형법 제356조)가 성립한다. 배임죄의 기수시기는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보느냐, 위험범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대법원판례는 위험범설을 취하고 있으나 형법 제355조 제2항은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을 한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침해범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때가 배임죄의 기수시기이다. (2) 반대의견에 대한 비판 채무자와 채권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동산을 소유권이전등기하기 위한 사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이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사무이기 때문이다. 종전의 대법원판례는 부동산 2중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하여야 할 사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타인의 사무라는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으나 부동산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사무이므로 자기의 사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3) 보충의견에 대한 평석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대물변제예약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다수의견은 부동산2중매매의 경우에도 적용하여야 한다는 보충의견은 타당하다고 본다. 부동산2중매매의 경우 부동산매도인의 제1차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한 사무는 자기의 사무이지 타인의 사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4) 다수의견에 대한 평석 부동산에 관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판시부분은 타당하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대물변제예약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 채무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채권자가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판시가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대물변제하기로 예약한 부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에도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채권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채무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채권자가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채무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없고 채권자가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다수의견의 논거로 설시하여 한다. 이 점은 부동산2중매매의 경우에 더욱 명백하다. 부동산2중매매의 경우 부동산매도인이 제1차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후 그 부동산을 제2차 매수인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준 경우 부동산의 제1차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매매대금반환청구권이 있으며 부동산매도인은 부동산의 제2차 매수인으로부터 부동산매매대금을 수령하였을 뿐이므로 부동산2중매매로 인해서 부동산매도인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부동산의 제1차 매수인이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채무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채권자가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다수의견의 논거로 설시하여야 한다.
20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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