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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유) 바른)
재외국민인 임차인의 동거가족을 통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취득
-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4다218030, 218047 판결 - 1. 사실관계 피고는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한 '재외국민(대한국민 국민으로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자)'이고, 피고의 아내와 딸은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외국국적동포(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이다. 피고는 2007. 6. 12. 계쟁 아파트 소유자로부터 아파트를 임대차보증금 3억3000만원에 2007. 7. 9.부터 2년간 임차하였다. 피고는 2007. 7. 4. 그 임대차계약에 대하여 확정일자를 받음과 아울러, 위 아파트를 인도받아 이를 거소로 거소이전신고를 마치고 거주 중이다. 피고의 아내와 딸은 그 직후 입국하여 2007. 7. 19. 위 아파트를 거소로 국내거소신고를 마치고, 피고와 함께 거주하여 오고 있다. A저축은행이 2008. 7. 4. 위 아파트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8억3200만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피고는 2011. 8. 16. 위 아파트에 관하여 실시된 임의경매절차에서 임차인으로서 권리신고를 하였다. 원고는 2012. 5. 17. 위 임의경매절차에서 매각대금을 납부하여 소유자가 되었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은 외국국적동포의 국내거소신고 및 거소이전신고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대항요건으로서의 주민등록과 동일한 효력이 있음을 전제로, 피고는 동거가족인 처와 딸의 국내거소신고로써 주임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대항력을 취득하였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원심은 재외국민인 임차인의 국내거소신고는 주민등록에 갈음할 수 없으므로, 이 경우에는 주임법상의 대항요건인 주민등록에 배우자나 가족의 주민등록이 포함된다는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대항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출입국관리법 제88조의2 제2항과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10조가 외국국적동포가 국내거소신고와 거소이전신고를 하면 주민등록법에 의한 주민등록 및 전입신고를 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외국국적동포는 주민등록법에 의한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대신 국내거소신고와 거소이전신고를 하면 주민등록을 한 것과 동등한 법적 보호를 해 주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점, 외국인등록 등이 공시기능에 있어 주민등록에 비해 그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주민등록의 경우에도 열람이나 등ㆍ초본의 교부가 본인이나 세대원 또는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 등에게만 허용되어 그 공시 기능은 부동산등기와 같은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외국인등록 등과 비교한 공시효과의 차이는 상대적인 데 그치는 점, 헌법 제2조 제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헌법정신은 재외국민의 가족이 외국인 또는 외국국적동포인 경우에도 관철되어야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외국인 또는 외국국적동포가 출입국관리법이나 재외동포법에 따라서 한 외국인등록이나 체류지변경신고 또는 국내거소신고나 거소이전신고에 대하여는, 주임법 제3조 제1항에서 주택임대차의 대항력 취득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민등록과 동일한 법적 효과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외국인등록이나 국내거소신고 등이 주민등록과 비교하여 그 공시기능이 미약하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그리고 주임법 제3조 제1항에 의한 대항력 취득의 요건인 주민등록은 임차인 본인뿐 아니라 그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의 주민등록도 포함되고, 이러한 법리는 재외동포법에 의한 재외국민이 임차인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4. 평석 원심이 1심과 달리 판단한 것은 재외동포법 제9조가 "법령에 규정된 각종 절차와 거래관계 등에서 주민등록증, 주민등록표 등본·초본, 외국인등록증 또는 외국인등록 사실증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국내거소신고증이나 국내거소신고 사실증명으로 그에 갈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은 그 문언상 국내거소신고증이나 국내거소신고 사실증명으로 주민등록증 등에 의한 사실증명에 갈음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 국내거소신고에 대하여 주민등록과 동일한 법률효과를 인정한다는 취지로까지는 해석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재외동포법 제9조가 재외국민의 거소이전신고를 주임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대항요건인 주민등록에 갈음하도록 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한 대법원 2013. 9. 16.자 2012마825 결정 때문이었다. 원심은 위 판결을 주된 근거로, 주임법상 주민등록이라는 대항요건은 임차인 본인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 등 동거가족의 주민등록을 포함하고(대법원 1987. 10. 26. 선고 87다카14 판결 등), 재외동포법 제6조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외국국적동포는 재외동포법 제10조 제4항에 따라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등록 및 체류지변경신고를 한 것으로 보며, 출입국관리법 제88조의2에 따라 외국인등록 및 체류지변경신고가 주민등록과 전입신고를 갈음한다고 하더라도, 재외국민인 피고 스스로 국내거소신고를 하더라도 주임법상 대항요건인 주민등록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그 점유보조자인 동거가족이 국내거소신고를 갖춘다고 하여도, 피고가 그로써 주임법상 주민등록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에 대상판결은 거소신고에 주민등록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재외국민의 동거가족인 외국인 등이 스스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외국인등록 등을 한 경우에는 출입국관리법 제88조의2 제2항에 따라 주임법상 대항력 요건인 주민등록과 동일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와 거소신고에 주민등록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재외국민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 동거가족인 외국인 등이 외국인등록 등을 한 경우의 법률효과에 형평의 원칙상 차이를 둘 이유가 없고, 외국인 등의 임대차와 관련해서는 출입국관리법 제88조의2 제2항이 주임법 제3조 제1항에 대응하는 규정인데, 위 조항은 외국인등록 등에 공시기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등이 주택의 인도와 외국인등록 등을 마치면 주임법상 대항력을 취득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는바, 공시기능이 없는 상황에서도 외국인 등 본인이 임차인으로서 외국인등록 등을 한 경우 대항력을 인정하였다면, 이를 유추적용하여 임차인인 재외국민의 동거가족에 해당하는 외국인이 한 외국인등록으로써 재외국민이 주임법상 대항력을 취득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동거가족인 외국국적동포가 한 국내거소신고로써 임차인인 재외국민의 대항력 취득을 인정하였다. 입법의 미비를 법해석을 통하여 메워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된다. 출입국관리법 제88조의2 제2항, 재외동포법 제10조 제4항에 따라 외국인이나 외국국적동포가 주임법에 의한 보호를 받는다고 하는 대상판결의 판단은 정당하다. 그러나 국내와 연결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 강한 재외국민이 입법의 미비로 보호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은 문제지만, 원심판결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임차인인 재외국민 스스로 국내거소신고를 하더라도 주임법상 대항요건인 주민등록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는데, 점유보조자인 동거가족이 국내거소신고 요건을 갖춘다고 하여 그로써 재외국민이 주임법상 대항요건을 갖추었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대법원은 같은 날 임차인이 '재외국민'이고, '외국인'인 동거가족이 외국인등록을 마친 사안에서도 같은 논거를 들어 임차인인 재외국민의 주임법상 대항력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5다14136 판결). 이로써 그 동안 논란이 있어 왔던 '외국인', '외국국적동포'와 '재외국민'의 주임법상 대항력 인정여부 문제가 대부분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재외국민은 동거가족을 통하여 일부 우회적 보호). 주민등록법 개정으로 2015년 1월 22일부터 '재외국민'도 주민등록 대상이 되어(제6조), 재외국민의 주임법상 대항력 문제도 입법적으로 해결되었기 때문에 실무상 이 같은 논란이 생길 여지는 이제 거의 없다.
재외국민
거소신고
임대차보증금
임차인대항력
2016-11-24
성승환 변호사(정부법무공단)
경찰의 CIMS를 통한 피의자 정보관리는 법률유보원칙에 합치
Ⅰ. 사실관계 1. 원고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피의사실로 수사를 받았으나, 모두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 경찰은 원고들에 관한 사건번호, 수사단서, 접수(송치)죄명, 종결일자 등과 피의자신문조서 등 정보를 '경찰 범죄정보관리시스템'(Crime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이하 'CIMS'라 한다)에 입력하여 보유하고 있었고, 2010년 5월 1일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CIMS에 입력되어 있던 각종 정보들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orea Information System of Criminal-justice Service, 이하 'KICS'라 한다)으로 이관되었다. 3. 원고들은 2010년 6월경 경찰청장에 대해 CIMS 또는 KICS에 들어 있는 사건관련 정보의 삭제를 청구하였고, 경찰청장은 원고들이 청구한 대로 정보를 삭제하였다고 원고들에게 통보하였다. 4. 원고들은 2010년 8월경 피고(대한민국) 소속 경찰관이 개인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해 수집·보관·이용한 행위,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정보를 삭제한 행위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위자료 각 1,100만원을 청구하는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8. 12. 선고 2010가단315870 판결)은 경찰관이 형사 입건된 원고들의 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해 수집·보관·이용한 행위와 그 정보를 삭제한 행위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정당한 직무범위에 포함되며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누설하였거나 목적 외에 사용하였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삭제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위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패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들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2. 30. 선고 2011나40198 판결)은 제1심을 인용하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상고하였다. Ⅲ. 대상 판결의 주문 및 이유 1.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2. 이유 (1)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원심은 경찰관이 형사 입건된 원고들의 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하여 수집·보관·이용한 행위와 그 정보를 삭제한 행위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제5조, 범죄정보관리시스템 운영지침 제9조 등의 법률에 근거한 규율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규정 및 헌법재판소 결정 등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원심은 경찰의 개인정보 수집·보관·이용 행위와 그 삭제행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에 관한 개인정보를 보관하는 것은 재수사를 대비하여 기초자료를 보존하여 형사사법의 실체적 진실을 구현하는 한편, 형사사건 처리결과를 쉽게 그리고 명확히 확인하여 수사의 반복을 피함으로써 수사력의 낭비를 막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경찰관이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수집·보관·이용한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규정 및 헌법재판소 결정 등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과잉금지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Ⅳ. 평석 1. 대상 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 판결은 CIMS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등 법률에 근거한 규율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하지 아니하였다고 설시함으로써 명시적으로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인정한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2. 구체적 검토 (1) CIMS의 개요 CIMS는 일선 경찰서의 담당자가 사건접수 단계부터 검찰송치 단계까지 시스템에 입력하여 사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단계별 처리과정에서 입력된 자료를 기초로 범죄수사와 다양한 통계 산출에 활용하기 위한 전자적 관리체계로서 CIMS에 입력되는 정보는 사건정보(발생일시, 장소 등)와 대상자정보(사건관련자 인적사항)이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라는 단행법을 근거로 운영되고 있는 KICS와 달리 CIMS는 경찰내부지침인 '범죄정보관리시스템 운영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는바, 2010. 5. 1.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 시행되어 KICS가 운영됨에 따라 CIMS에 있던 정보는 KICS로 이관되었다. (2)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의 존부에 관한 학설 대립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가 경찰작용의 개별적 수권조항이 없는 경우 일반적(개괄적) 수권조항이 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긍정설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6호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인정하는 견해, 같은 법 제5조 제1항 '기타 위험한 사태'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보는 견해, 같은 법 제2조 제6호, 제5조 제1항 제3호를 유추해석하여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위험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 같은 법 제2조 제6호를 개괄수권조항으로 인정하되 제5조를 제2개괄수권조항, 제6조를 제3개괄수권조항으로 보는 견해 등이 있다. 부정설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관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직법상 일반규범이므로 경찰권 발동의 근거가 아니라고 보고, 입법필요설은 개괄조항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권한규정이 아니므로 입법을 통해 일반적 수권조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이다. (3)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6조)의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청원경찰법 제3조에서 규정하는 청원경찰의 직무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경찰관의 직무에 비추어 허가 없이 창고를 주택으로 개축하는 행위를 청원경찰이 단속하는 직무집행이 적법하고 이를 폭력으로 방해하는 소위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86. 1. 28. 선고 85도2448 판결). (4) 헌법재판소 결정례 경찰이 지문정보를 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지가 문제된 헌재 2005. 5. 26. 99헌마513 결정에서 다수의견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0조 제2항 제6호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밖에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 제17조의10 제1항, 경찰법 제3조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도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반면,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전효숙은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 제17조의10 제1항,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청장이 지문원지를 송부받아 보관할 수 있는 근거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서울광장을 경찰차벽으로 막아 통행을 제지한 행위가 문제된 헌재 2011. 6. 30. 2009헌마406 결정에서 경찰권 발동의 일반적 수권조항이 문제되었다. 이 부분 견해를 표명한 헌법재판관의 의견은 2대2로 팽팽하다. 2009헌마406 결정의 보충의견(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송두환)은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의 임무, 경찰관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항들로서 이들 조항을 일반적 수권조항이라 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박탈하는 행위의 근거조항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2009헌마406 결정의 반대의견(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박한철)은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일반시민의 공물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행위를 제한한 것으로서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서 그 법적인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이유로 복잡다기하고 변화 많은 현대사회에서 빠짐없이 개별적 수권조항으로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며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인 경찰권 행사가 가능하기 위해서 일반적 수권조항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점, 일반적 수권조항은 보충적으로 적용되고 경찰권 발동에 관한 조리상 원칙이 발달되어 있어 남용될 우려가 없는 점 등을 들었다. (5) 결론 긍정설이 타당하다. 대상 판결은 경찰법 제3조도 법적 근거로 보았으나, 경찰법이 국가경찰의 기본조직 및 직무 범위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인 점, 경찰의 직무와 권한을 구분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인 점(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49009 판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조직법인 경찰법이 제정된 1991년 이전인 1981년 신설된 조항인 점 등에 비추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독일의 경우 임무규범으로부터 권한규범을 도출하는 전통이 있었고 크로이쯔베르크 사건에서 그 입장이 확인되었다.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이 도입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나, 현행법 해석상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운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일반적 수권조항에 근거한 경찰권 발동은 보충적·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일반적 수권조항의 불확정 개념은 학설·판례로써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찰권 발동과 시민적 법치주의의 절충점을 모색해나갈 것이다.
2012-11-08
이권호 변호사(법무법인 APEX)
MMORPG 게임머니 환전행위는 합법
Ⅰ. 들어가며 최근 언론에서 리니지 게임의 게임머니 환전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게임업계 관계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향후 게임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본 판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보도 중에는 본 판결의 내용 및 취지를 잘못 전달하는 부분도 있어 필자는 항소심부터 이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로서 동 판결의 의미와 내용을 명확히 밝히고자 본 판례평석을 기고하게 되었다. Ⅱ. 사실관계 개요 및 사건의 경과 피고인 김모씨와 이모씨는 공모하여 2007년경 약 2,000회에 걸쳐 리니지 게임의 게임머니인 '아덴'을 매입하고 환전하는 행위를 했다. 검찰은 김씨와 이씨를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진법') 제44조 제1항 제2호, 제32조 제1항 제7호 위반으로 기소하였고, 원심법원(부산지방법원 2008. 12.24. 선고 2008고정1584)은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참고로 이 사건에서는 게진법 위반 여부 이외에 주민등록법 위반, 사기죄 성립 여부가 다투어졌으나 본 판례평석에서는 이러한 논점은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항소심 법원(부산지방법원 2009. 7.10. 선고 2009노99판결)은 원심법원의 게진법 혐의에 대한 원심의 유죄판단을 파기하고 이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게임머니는 게진법에서 정한 환전금지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무죄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이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Ⅲ. 판결의 요지 본 대법원 판결은 항소심 판결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실질적인 판시 내용이 있는 항소심 판결을 위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 항소심은 게진법 제32조 제1항 제7호 요건 및 게진법 시행령 제18조의3 각호의 요건들을 상세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항소심은 주로 위 조항들에 대한 해석론을 전개하여 결론을 도출하였는 바,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관련 조항의 내용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게진법 제32조 제1항 제7호 제32조 (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① 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 다만, 제4호의 경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에 따라 사행행위영업을 하는 자를 제외한다. 1.~6.호 생략 7.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 -게진법 시행령 제18조의 3 제18조의3 (게임머니 등) 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1. 게임물을 이용할 때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 2. 제1호에서 정하는 게임머니의 대체 교환 대상이 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게임의 진행을 위하여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도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 등의 데이터 3. 게임제작업자의 컴퓨터프로그램을 복제, 개작, 해킹 등을 하거나 게임물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하여 생산·획득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 등의 데이터 항소심은 이 사건 게임머니인 아덴이 게진법 시행령 제18조의 3 제1호 내지 제3호에서 정하는 '게임머니 및 이와 유사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먼저 동 시행령 제2호의 적용 여부와 관련해서 이 사건 게임머니는 리니지 게임 자체에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대체교환 수단이 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고, 동 시행령 제3호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게임 프로그램 자체를 복제, 개작, 해킹하거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하여 이 사건 게임머니를 획득한 것이 아니므로 제3호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동 시행령 제1호의 전문 부분과 관련해서는 리니지 게임의 정상적인 작동방식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는 일정한 금액을 먼저 '베팅'한 후 카드, 주사위, 룰렛 등 게임 방법으로 당첨자를 결정하여 당첨자들 사이에서만 게임에 유입된 전체 베팅 금액을 분배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동 시행령 제1호 후문 부분과 관련해서는 원심은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라 함은 게임 내에 명확하게 베팅 또는 배당에 해당하는 요소를 찾아볼 수 없더라도 (마치 그러한 요소가 있는 경우와 같이) 개인의 노력이나 실력 등에 좌우되지 않는 우연적 요소로 게임의 승패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게임에 참가한 일부의 사람만이 자신이 게임참가 당시 본래 가지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이득, 즉 게임머니를 획득하게 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Ⅳ. 쟁점의 분석 1. 게진법 조항의 배경 및 취지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게진법 제32조 제1항 제7호는 2007. 1.19. 게진법 개정을 통하여 새로이 추가된 조항으로서, 2006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건이 있은 이후 도박성, 사행성 있는 게임머니의 환전을 금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위 게진법 조항은 원칙적으로 고스톱, 포커 등의 이른바 '보드게임'이나 빠징코 등의 릴게임에 적용되는 것이고, MMORPG를 비롯한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의 게임머니 등은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위 게진법 조항의 배경 및 취지를 고려할 때 도박성, 사행성 게임과는 무관한 MMORPG 게임머니에 대해서는 동 시행령 제3호의 소정의 게임 프로그램 자체를 복제, 개작, 해킹하거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하여 획득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 게진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러한 입장을 확인한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2. 동 시행령 각호 사유의 의미 동 시행령에 나열된 각호 사유에 대한 문언적 의미와 관련하여 먼저 제1호 사유의 적용대상은 결국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제1호 전문)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한(제1호 후문) 게임머니를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개념징표가 게진법 제2조 제1호의 2 소정의 '사행성게임물'의 요건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게진법 제2조 제1호 2 가목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호 나목은 '우연적인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시행령 규정은 게진법 자체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행성 게임물의 개념 요건을 차용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이라는 문언은 결국 '사행성' 혹은 '사행성 있는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행성이란 '실력, 노력에 의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운이나 우연에 의하여 요행을 바라고 금전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행성의 개념과 관련하여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사행행위'란 '다수인으로부터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모아 우연적 방법에 의하여 득실을 결정하여 재산상의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고, 독일 민법은 사행성(aleatorisher Charaketer) 있는 노름과 내기에 대하여 제762조 내지 764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행성의 정의 및 실정법 규정들을 종합한다면 사행성의 요건은 ① 당사자들 모두 재산상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고 ② 의무발생이 우연 또는 주관적으로 불확실성과 연결되어 있으며 ③ 이러한 사실이 당사자 합의의 주된 내용이 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추후 게임관련 혹은 사행성 관련 법률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사행성 요건 혹은 개념징표를 하나의 해석기준으로 이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MMORPG 게임머니로 돌아와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게임머니의 거래 혹은 환전에는 재산상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는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MMORPG 게임머니는 게임 이용자가 게임 플레이의 일환인 전투, 사냥, 생산 등을 통하여 취득하는 것이고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 게임머니를 지급, 교환 및 이 사건에서 문제된 환전행위에도 상대방은 상호 합의한 대가를 지급 또는 교환하는 것이므로 '우연에 따라 손실 위험을 부담하는 당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취지에서 항소심은 이 사건 게임머니가 우연적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고, 추가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매우 구체적으로 판시했다. ① 리니지 게임은 이른바 MMORPG로서 스토리 텔링(story-telling)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고 ② 게임이용자는 5종족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표상하는 캐릭터를 생성한 후 사냥, 대전 등을 통해 아덴, 아이템 등을 획득하고 이를 통하여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게임에 참여하며 ③ 게임 내에서 아덴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속칭 '노가다 게임'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여야 하고 ④ 획득하는 아덴에 대해서는 사냥에 성공하기 전에 미리 알 수 없으며 ⑤ 특히 캐릭터와의 싸움을 통한 아덴 획득에 있어서는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무기 등의 아이템에 의지하는 바가 크고 ⑥ 획득된 아덴은 게임내 상인, 이용자들과 교환, 아이템 구입 등의 방식으로 사적 거래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의하면, 우연적인 요소보다는 게임 이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즉 게임에 들인 시간이나 그 과정에서 증가되는 경험이라는 요소에 의하여 좌우되는 정도가 더 강하므로 아덴을 우연적인 방법에 의하여 획득된 게임머니라 할 수 없다고 설시 하였다. 기타 동 시행령 제2호, 제3호의 의미와 관련해서는 항소심에서 게진법 조항의 문언에 충실한 법 해석을 하였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검토하지 않도록 하겠다. Ⅴ. 마치며 게진법 제정 이전부터 실무계에서는 MMORPG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 현금 거래 및 환전행위가 적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학계에서도 일부 이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져왔다. 특히 위 게진법 조항이 도입된 이후 동 조항이 다양한 형태의 게임 디지털콘텐츠의 거래행위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불분명한 상황이었으나, 이번 판결을 통하여 MMORPG 게임머니 환전행위에 대한 명쾌한 법리적 판단기준이 제시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국내 게임 디지털콘텐츠 거래시장은 1조원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로 성장하였고, 전세계적으로는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MMORPG를 비롯한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게임업계 현황을 고려할 때 MMORPG 게임머니의 환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부인하여 위 게진법 규정의 가벌성 범위를 제한한 이 사건 판결은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적 공백상태와 다름 없었던 게임 디지털콘텐츠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법리적 연구가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 등의 게임 디지털콘텐츠 및 그 거래행위의 법적 성격, 게임 디지털콘텐츠의 소유권 혹은 권리귀속 관계, 인접 지적재산권과의 관계, 게임회사의 게임 디지털콘텐츠 현금거래 금지 등이 앞으로의 주요 연구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0-01-21
정영일 경희대 법대 교수
판례변경과 형법 제1조 제1항
Ⅰ. 대상판결요지 “운전면허증은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하여 자동차의 운전이 허락된 사람임을 증명하는 공문서로서, 운전면허증에 표시된 사람이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라는 ‘자격증명’과 이를 지니고 있으면서 내보이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라는 ‘동일인증명’의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므로,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행위에 있어 동일인증명의 측면은 도외시하고, 그 사용목적이 자격증명으로만 한정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 인감증명법,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등 여러 법령에 의한 신분확인절차에서도 운전면허증은 신분증명서의 하나로 인정되고 있으며, 주민등록법 자체도 주민등록증이 원칙적인 신분증명서이지만, 다른 문서의 신분증명서로서의 기능을 예상하고 있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을 수 있는 연령의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고, 특히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 비율이 훨씬 더 이를 앞지르고 있으며, 금융기관과의 거래에 있어서도 운전면허증에 의한 실명확인이 인정되고 있는 등 현실적으로 운전면허증은 주민등록증과 대등한 신분증명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제3자로부터 신분확인을 위하여 신분증명서의 제시를 요구받고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행위는 그 사용목적에 따른 행사로서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와 다르게 판시하였던 종전의 판결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1237 판결 등)은 이 판결의 의견과 어긋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한다” Ⅱ. 문제점 이 판결에서는 제3자로부터 신분확인을 위하여 신분증명서의 제시를 요구받고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행위는 그 사용목적에 따른 행사로서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다른 취지의 종전판례를 변경하고 있다. 형법 제1조 제1항에서는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行爲時의 法律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위시법주의 즉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이 규정의 적용범위가 문언상의 ‘법률’에 국한되는 것인지, 아니면 ‘판례’도 유추해석에 의해 그 적용범위 안에 들어가는지의 문제에 대해 최근 논의가 있다. 형식적 관점에서 보면 헌법 제13조 제1항과 형법 제1조 제1항이 ‘법률’만을 금지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판례변경은 이 원칙과 무관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면 판례변경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새로운 입법이 소급적용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위 대상판결에서는 종전판례를 변경하면서 그 소급효를 인정하여 바로 당해 사건에 대하여 변경된 입장에 따른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 문제가 갖는 의미를 검토해보도록 한다. 이 판결에서 운전면허증제시행위를 공문서부정행사죄의 행위인 ‘행사’에 포함시켜 해석한 점은 평석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Ⅲ. 각 견해의 검토 본 논점에 관하여 근래 학계에서 개진되고 있는 각 견해를 간략히 정리·검토하기로 한다. (1) 소급효긍정설 이 설은 변경된 판례의 소급효를 긍정하는 입장으로서, 판례는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에 지나지 않으며 일반적 구속력을 갖는 법률과 구별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 입장에서는 헌법 제13조 제1항이 금지하고 있는 것은 ‘법률의 입법’에 소급효를 부여하는 것이며, ‘법률의 적용’에 불과한 판례에는 소급효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 대법원판례의 입장이다. 위 대상판결도 같은 입장이지만, 직접 이 문제에 관하여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대립되었던 대법원 1999. 7. 15. 선고, 95도2870 판결의 다수의견에서는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는 것은 법률이지 판례가 아니고, 판례의 변경은 그 법률조항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로써 위 법률조항 자체가 변경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행위 당시의 판례에 의하면 처벌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던 행위를 판례의 변경에 따라 확인된 내용의 위 법률조항에 근거하여 처벌한다고 하여 그것이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2) 금지착오원용설 금지착오원용설은 판례변경으로 인하여 새롭게 형사처벌을 받거나 또는 가중된 처벌을 받게 될 피고인을 구제하기 위하여 금지착오의 법리를 援用하자는 주장이다. 이 설에서는 피고인이 변경 전의 판례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리라고 신뢰한 것은 형법 제16조가 요구하고 있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본다. 하지만 금지착오이론은, 법원이 당해 사건에 관하여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는지의 여부와는 관계 없이, 행위자의 종전판례에 대한 신뢰에 대하여 제16조의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이므로, 이 판례변경의 문제와는 기본적으로 무관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판례변경의 문제는 행위자가 종전판례의 내용에 관하여 알고 있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 없는 것이며, 이 설은 판례변경의 소급효인정 여부의 문제에 관한 입장을 직접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견해를 취하는 입장은 결국은 소급효인정설에 토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소급효부정설 이 설에서는 판례의 종래 일관된 태도에 의하여 범죄성립이 지속적으로 부정되어 오던 행위나 또는 경한 처벌에 그치던 행위에 대해서는 변경된 판례에 소급효를 부여해서는 아니된다고 주장한다. 일관된 판례는 그 자체로서 法律的 屬性을 갖는 것으로서, 이미 국민들 사이에 사실상 구속력 있는 법규범으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국민들의 이러한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설의 가장 큰 난점은 실정법적 근거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설을 취하는 견해 중에는 판례를 변경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될 때에는 그 판례의 효력은 당해 사건에 대해서는 미치지 않고, 그 후의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되도록 하고 당해 사건의 피고인에게는 종전판례에 따라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 하에서는 불가능한 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판결은 이미 그 자체로서 이유에 모순이 있는 위법한 판결이 되는 것이며, 장래의 사건에 대해서만 변경된 취지를 적용한다는 점도 事件性을 전제로 하는 司法의 본질에 반하는 생각이라고 본다. 그런 방향으로의 법개정도 바람직하지 못하며, 그런 類의 입법은 오히려 판례를 통한 법발전에 장애가 될 소지가 크다고 하겠다. 판례변경의 동기를 분류하여, 법원의 법적 견해의 변경으로 인하여 판례가 변경된 경우에는 소급효를 부정하고, 객관적 법상황의 변경에 기하여 판례가 변경된 경우에는 소급효를 긍정하자는 절충적 견해도 있으나, 두가지 동기의 구분기준이 애매하고 또 소급효부정설에 대한 비판이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대법원 1999. 7. 15. 선고, 95도2870 판결의 소수의견에서는 형사법에서 국민에게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 실제의 법률생활에 있어서는 특히 최고법원판례의 경우 사실상 구속력을 가지고 국민에 대하여 그 행동의 지침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당해 사건을 최종적인 판단에 의하여 해결하는 기능 뿐 만 아니라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제도적 기능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는 점, 법원의 일관된 법해석은 국민의 법의식상 사실상 구속력이 있는 법률해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소급효를 부정하고 있다. Ⅳ. 평석 판례변경의 소급효를 부정하는 견해의 주된 근거는 국민의 법생활에 있어서의 신뢰와 예측가능성을 보호하자는 데 있다. 하지만 ‘판례‘에 있어선 ‘법률’의 경우에 비해서 신뢰와 예측가능성의 보호의 필요성이 훨씬 적다고 생각한다. 우리 法院組織法 제7조 제1항 제3호에서는 대법원에서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部가 아니라 全員合議體에서 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단순히 대법원의 부와 전원합의체의 관할을 분배하는 의미를 갖는데 그치는 것은 아니고, 본 판례변경의 주제와 관련하여 본다면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의 심판이라는 신중한 절차를 거치면 종전의 판례의 입장을 변경하여 바로 당해 사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즉 새 판례의 소급효를 인정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 실정법에 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있는 이상, 형법 제1조 제1항에 의하여 신법의 소급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법률변경’의 경우에 비한다면 판례변경에 있어선 국민의 신뢰보호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례변경은 상소나 비상상고의 사유가 되지도 못하는 것이다. 중요한 문제는 법원이 형벌불소급의 원칙의 적용을 피하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함으로써 법률개정의 효과를 도모하는 경우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이 논제와 관련하여 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점은 해당 판례에서 죄형법정주의 등 헌법상의 원리나 책임주의에 부합하게끔 법을 정당하게 해석하였는지 아니면 그러한 원리에 어긋나게 부당한 해석을 하였는지의 문제가 될 것이다. 만일 후자의 경우라면 하급심의 판례변경에 있어선 상소에 의해서, 대법원의 판례변경에 있어선 비상상고의 절차에 의해서 구제를 받을 수 있을 뿐이며, 소급효금지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형벌불소급의 원칙은 1차적으로는 입법자의 정치적·자의적 입법활동을 규제하자는 취지를 갖는 것이므로, 그 원칙을 법관의 합리적·양심적 재판활동에 대해서까지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한 논리이다. 특히 종전판례가 명백히 잘못된 내용인 경우에는 그것을 올바르게 변경하여 당해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법원의 임무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제3호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형법 제1조 제1항의 규정도 그러하지만, 법관에 의한 정당한 법형성과 법발전을 뒷받침해주는 의미를 갖는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인정하여 변경된 판례를 당해 사건에 대하여 바로 적용하고 있는 위 대상판결의 判旨는 타당하다고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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