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3일(화)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중소기업은행
검색한 결과
3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송인권 대구지방법원 판사
보험료 등의 징수순위에 관한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의 시적(時的)적용범위
1. 관계법령 국민건강보험법[1999. 02. 08. 법률 제5854호로 제정] 제73조 (보험료 등의 징수순위) 보험료 등은 국세 및 지방세를 제외한 기타의 채권에 우선하여 징수한다. 다만, 보험료 등의 납부기한 전에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의 설정을 등기 또는 등록한 사실이 증명되는 재산의 매각에 있어서 그 매각대금 중에서 보험료 등을 징수하는 경우의 그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부칙 제1조 (시행일) 이 법은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부칙 제4조 및 제5조의 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1999. 12. 31. 개정) 제9조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취득 등에 관한 경과조치) ③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의료보험법 및 국민의료보험법에 의하여 납부기한이 경과된 보험료 등의 징수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 제13조 (다른 법령과의 관계) ① 이 법 시행 당시 다른 법령에서 종전의 의료보험법 또는 국민의료보험법을 인용하고 있는 경우에 이 법 중 그에 해당하는 규정이 있는 때에는 종전의 규정에 갈음하여 이 법 또는 이 법의 해당 규정을 인용한 것으로 본다. 의료보험법[1999.02.08 법률 제585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58조 (보험료의 징수우선순위) 보험료의 징수순위는 국세 및 지방세를 제외한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 구 국민연금법[2000. 12. 23. 법률 제62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 (연금보험료의 징수의 우선순위) 연금보험료 기타 이 법에 의한 징수금의 징수의 순위는 의료보험법에 의한 보험료와 동순위로 한다.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중소기업은행, 이하 원고라고 한다)는 소외 주식회사 와이이통상(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소외 회사의 소유이던 부동산에 관하여 2001. 9. 7. 채권최고액을 2억 8,000만원으로 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고, 피고(국민연금관리공단, 이하 피고라고 한다)는 2002. 9. 30. 소외 회사가 1998. 10.분 이래로 계속하여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위 부동산에 관하여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른 압류등기를 마쳤다. 나. 원고는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위 부동산에 관하여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03타경5026호로 부동산임의경매신청을 하였고, 이에 따라 위 법원은 임의경매절차를 진행하여 2004. 4. 30. 배당기일에 매각대금 등에서 집행비용을 공제한 실제 배당할 금액 99,422,952원 중 1순위로 교부권자인 피고에게 위 저당권 설정일 이전에 납부기한이 도래한 것으로서 소외 회사가 체납한 1998. 10.분부터 2001. 7.분(납부기한은 매 익월 10일)까지의 국민연금보험료 및 연체금 합계 28,203,590원을, 홍성군에게 805,180원을 각 배당하고, 2순위로 원고에 대하여 70,414,182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다. 원고는 위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피고에 대한 위 배당액 중 1998. 10.분부터 2000. 5. 분까지의 체납 국민연금보험료 및 연체금 합계 15,676,735원에 관하여 이의를 진술하고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3.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대전지방법원 2005. 4. 14. 선고 2004나10051 판결)의 요지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된 2000. 7. 1.부터는 국민연금법상의 연금보험료 등의 징수의 순위는 국세 및 지방세에는 우선하지 못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단서에 의하여 이미 납부기한이 도래한 경우에는 그 이후에 설정된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에 대하여 우선하는 반면(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 참조), 위 시행일 이전에 설정된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에 대하여는 위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에서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의료보험법 및 국민의료보험법에 의하여 납부기한이 경과된 보험료 등의 징수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하고 있고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의료보험법 제58조에 의하면 국세 및 지방세를 제외한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고 되어 있을 뿐 달리 국세우선에 관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등을 준용할 수 있는 근거는 두고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조세채권,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보다는 후순위로, 일반채권보다는 우선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배당기일에 이의한 피고의 국민연금보험료 및 연체금 합계 15,676,735원의 납부기한이 국민건강보험법의 시행일 이후인 2001. 9. 7. 설정된 원고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일자보다 앞서는 이상, 피고의 위 보험료 및 연체금 채권이 원고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보다 우선하여 배당받아야 할 것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대상판결(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5다24394 판결)의 요지 - 파기환송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는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의료보험법 및 국민의료보험법에 의하여 납부기한이 경과된 보험료 등의 징수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의료보험법 제58조(이하 ‘구법'이라 한다)에 의하면 국세 및 지방세를 제외한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고 되어 있을 뿐 달리 국세우선에 관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등을 준용할 수 있는 근거는 두고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법률 시행 당시에는 납부기한이 경과된 연금보험료라 하더라도 일반채권에는 우선하나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에 우선하지는 않는다고 해석된다. 구법에 의한 연금보험료 등의 징수우선순위가 위 해석과 같고,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가 위 법 시행 당시 이미 납부기한이 경과된 보험료 등의 징수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 국민건강보험법의 시행일인 2000. 7. 1. 전에 납부기한이 도래한 연금보험료 등은 저당권 등에 의해 담보되는 채권에 우선할 수 없는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그 저당권 등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일 이후에 설정된 경우에도 동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결국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일 전에 납부기한이 도래한 연금보험료 등은 저당권 등의 등기, 등록일자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일 전인지, 후인지를 불문하고 저당권 등의 피담보채권보다 후순위에 선다. 4. 평석 가. 문제의 소재 (1)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동법 부칙 제1조, 제13조 제1항, 구 국민연금법 제81조를 종합하면, 납부기한이 2000. 7. 1. 이후인 국민연금법상의 연금보험료(이하 ‘국민연금법상의 연금보험료’를 편의상 ‘보험료’라고만 한다)가 납부기한 전에 설정된 저당권, 전세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이하 ‘저당권, 전세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을 편의상 ‘저당권 등’이라고만 한다)에 대하여는 우선하지 못하나, 그 납부기한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과 기타 일반채권에 우선하게 됨은 의문이 없다. 예를 들면 납부기한이 2000. 8. 10.인 보험료는 2000. 9. 1.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있으나, 설정일이 2000. 8. 1.인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후순위 권리자로 배당받아야 한다. (2)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하는지에 대해서는,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의료보험법 58조 등이 위 각 법에 의하여 징수하여야 할 보험료 및 징수금의 순위에 관하여 국세 및 지방세의 다음으로 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징수절차는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달리 국세우선에 관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등을 준용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실무상 저당권 등이 보험료에 우선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고(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 Ⅱ 496쪽, 497쪽), 판례의 입장도 동일하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428판결). 따라서 납부기한이 2000. 4. 10.인 보험료는 2000. 3. 1. 설정된 저당권 등은 물론, 설정일이 2000. 5. 1.인 저당권 등에 대하여도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없다. (3) 문제는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설정일이 2000. 7. 1. 이후인 저당권 등에 우선하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하여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은 “보험료 기타 국민연금법에 의한 징수금의 징수의 순위는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13조가 시행된 2000. 7. 1.부터는 그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에 대한 관계에서 그 납부기한이 저당권설정등기일자보다 앞서는 경우에는, 그 납부기한이 2000. 7. 1. 이전에 도래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이에 우선한다.”고 판시하였고(위 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납부기한이 2000. 3. 10. - 6. 10.인 보험료가 2000. 10. 14.에 설정된 근저당권에 우선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은 위 2002나4263 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위 2003다27481 판결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제3항과 조화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 편에는 이 부분에 관한 기재가 없어 실무례는 여전히 통일되지 아니한 상태에 있었다. 원심판결은 위 2003다27481 판결을 근거로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설정일이 2000. 7. 1. 이후인 근저당권에 우선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종전의 판결을 사실상 변경하였다. 나. 검토 (1) 원심판결과 원심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및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의 내용에 의하면, 원심판결이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2000. 7. 1. 이후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은 다음과 같은 사고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 국민건강보험범 시행 전에는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저당권 등에 우선하지 못하였으나(의료보험법 제58조,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등),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및 동법 부칙 제1조에 의하면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된 2000. 7. 1.부터 보험료는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지 후인지에 관계없이(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 중 밑줄 그은 부분 참조) 납부기한 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한다(이를 편의상 ‘제1논거’라고 한다). ?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제3항은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관한 규정으로(원심판결 중 밑줄 그은 부분 참조) 이에 의하면, 보험료는 설정일이 2000. 7. 1. 전인 저당권 등에 대해서는 우선할 수 없다(이를 편의상 제2논거‘라고 한다). ? 따라서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는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우선하지 못하나, 2000. 7. 1.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우선한다. (2) 원심판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어떠한 법이 시행될 경우 그 법이 시행일 이후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므로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및 동법 부칙 제1조를 근거로 납부기한이 2000. 7. 1. 이후인 보험료가 그 납부기한 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는 보험료의 징수순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시적 적용범위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고, 동법 부칙 제1조는 동법의 시행일이 2000. 7. 1.이라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및 동법 부칙 제1조가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의 효력에 대하여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규정으로부터 곧바로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2000. 7. 1.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우선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일종의 논리의 비약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떠한 법이 그 시행일 이전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그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 보통이고, 경과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목적론적, 역사적 해석의 도움을 받아 문언의 흠결을 보충하여야 할 것인데,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제3항은 바로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의 효력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과규정에 해당한다. 원심판결이 제시한 ‘제1논거’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기 이전의 법률관계를 경과규정인 동법 부칙 제9조 제3항을 고려하지 않고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원심판결의 ‘제2논거’는 무엇보다도 법 문언에 반하는 해석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원심판결은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3항이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한 규정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위 조항에는 저당권 등에 대한 기재가 전혀 없고 2000. 7. 1. 전에 납부기한이 도래한 보험료의 징수에 관하여만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제2논거’와 같이 해석할 여지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및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이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3항과 관계없이 원심판결과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 것에 비추어 보면 위 ‘제2논거’는 원심판결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불가결의 근거라기보다는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동법 부칙 제1조와 동법 부칙 제9조 제3항을 분리하여 해석한 것으로 인한 일종의 논리적 부산물이라 할 것이다. (3)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볼 때,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동법 부칙 제1조, 부칙 제9조 제3항은 상호 연관 하에 해석되어야 한다. 이에 따르면, ?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는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하지 못하고(의료보험법 제58조,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등), ? 납부기한이 2000. 7. 1. 이후인 보험료는 그 납부기한 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하며(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동법 부칙 제1조), ?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 이후에도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가 적용되지 아니하고, 의료보험법 제58조가 적용되므로(동법 부칙 제9조 제3항) 2000. 7. 1.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에 대하여도 우선하지 못한다. (4) 이와 관련하여 원심판결과 원심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및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이 어떠한 이유로 대상판결과 다른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원심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 및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제3항을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사건에서는 당사자들이 위 부칙 제9조 제3항을 주장내용에 포함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재판부도 그 존재를 간과하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원심 재판과정에서는 원고가 위 부칙 제9조 제3항을 언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고의 청구원인은 대상판결의 내용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이와 같이 원심 재판과정에서는 위 부칙 제9조 제3항에 관한 당사자의 실질적인 공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 판결이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과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은 대법원 판결이 하급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사실상의 영향력이 제3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위 2003다27481 판결과 같이 확립된 원칙이 존재하지 아니하던 영역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경우, 그 판결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니고, 법원공보에 수록되지도 않은 판결이라 하여도 하급심의 입장에서 그와 반대되는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추측에 불과하지만, 만약 위 2003다27481 판결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아니하였다고 가정한다면, 원심판결의 결론은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5. 마치며 민법은 저당권 등에 대하여 설정일 이후의 담보권이나 일반 채권에 우선하여 배당절차에서 배당받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 개별법에서는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액임차보증금채권과 최종 3개월분의 임금채권, 최종 3년간의 퇴직금채권은 저당권 등에 우선하고, 당해세는 소액임차보증금채권과 최종 3개월분의 임금채권, 최종 3년간의 퇴직금채권에 대해서는 후순위이나 역시 저당권 등에 대해서는 우선한다. 이러한 특별규정은 경제적 약자인 소액임차인, 임금채권자의 보호, 조세징수의 편의 등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기는 하나 담보권의 본질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경매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최선순위의 근저당권에 기하여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거나 담보권이 설정되지 않은 부동산에 대하여 강제경매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다액의 임금채권이나 조세채권의 존재로 인하여 신청채권자가 전혀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결과는 명백히 경매신청인에게 가혹하다 할 것이다. 의료보험법 제58조가 보험료의 징수순위는 조세를 제외한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문언에 의하면 보험료가 저당권 등에 우선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종래 보험료가 저당권 등에 우선하지 못한다고 해석되어 왔던 것은 이와 같은 담보권자 보호의 필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역시 담보권의 효력에 대한 예외를 규정한 것이므로 그 적용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가능한 한 담보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해석이 바람직하고, 그 규정내용이 불분명할 경우 보험료가 담보권에 우선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대상판결은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을 둘러싼 실무상 혼란을 정리하고 보험료의 징수순위 및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의 적용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2005. 12.경부터는 경매업무의 대부분이 사법보좌관에게 이전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그 전에 그에 관한 논란이 해소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2005-11-21
석광현 변호사(서울)
연지급신용장의 만기전 매입 또는 지급
I.事案의 槪要 프랑스의 잘텍스(“잘텍스”)는 주식회사 일경교역(“일경”)에게 직물을 주문하고, 대금 지급을 위해 피고은행(비엔피파리바은행) 본점에게 연지급신용장(“이 사건 신용장”)을 개설케 했다. 일경은 서류를 위조하여 신용장상 물품을 선적한 것처럼 원고(중소기업은행)에게 서류 매입을 요청했고, 원고는 1997. 7. 이를 매입하여 피고에게 제시하고 인수를 요청했는데, 피고는 1997. 8. 원고에게 “… 서류를 다음과 같이 인수했다: 인수금액: ... ”라고 통보했다. 파리상사재판소는 1997. 9. 피고에 대해 신용장대금의 지급금지를 명하는 가처분명령을 내렸고, 위 재판소는 그 후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신용장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원고는 매입은행임을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해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II.訴訟의 經過 1. 1심판결 서울지법 2000. 10. 27. 선고 97가합95143 판결은, 연지급신용장의 매입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이 사건 신용장을 일반매입신용장으로 보았다. 1심법원은 일경의 기망행위가 있었지만 원고가 매입 당시 이를 알았거나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매입대금을 상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2.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1. 9. 18. 선고 2000나58783 판결은, 환어음과 같은 매입수단이 없으므로 연지급신용장의 매입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나, 예외적으로 개설은행의 수권이 있는 경우에는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이 사건에서 매입의 수권의 유무를 심리했는데, 수권이 없으므로 원고는 매입은행이 아니라 수익자로부터 신용장상의 권리를 양수한 자의 지위에 있을 뿐이고, 매입은행으로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보고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기각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했다. (1) 신용장의 적법한 매입 후 신용장거래가 사기거래로 밝혀지더라도, 매입은행은 사기의 당사자로서 관련되거나 매입 당시 사기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또는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개설은행에게 대금의 상환을 구할 수 있으나, 적법한 매입이 아닌 경우에는 신용장통일규칙(공표 제500호. “UCP”)상의 ‘매입’이 될 수 없고, 개설은행은 신용장의 만기에 서류를 제시하는 은행에 대해 수익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모든 사유로 대항할 수 있고, 수익자의 사기행위가 밝혀진 경우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2) 신용장 개설은행의 지정은행(확인은행도 마찬가지이다)에 대한 수권 및 상환의무에 관한 UCP(제10조 a항, b항 ⅰ호, c항, d항, 제14조 a항)의 취지와, UCP상 지정은행에 의한 연지급신용장대금의 만기 전 지급과 매입을 금하는 규정이 없는 점, 국제거래에서 신용장이라는 독립적이고 추상적인 결제수단을 사용하는 기본취지가 수익자의 대금결제에 대한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독립추상성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개설의뢰인이 부담함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연지급신용장의 경우에도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은행이 지정된 때에는 특별한 반대 약정이 없는 한 개설은행의 수권 속에는 연지급신용장의 만기 전에 지정은행이 매입하더라도 만기에 대금을 상환하겠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고(다만 개설은행은 만기 전까지는 대금 상환을 거절할 수 있다), 연지급신용장의 개설에 환어음의 발행이 수반되지 않았더라도 매입이 가능하므로 연지급신용장도 지정은행이 있는 한 매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3) UCP 제10조 b항 ii호는 “매입이란 매입을 수권 받은 은행이 환어음 및/또는 서류(이하 “서류”라 한다)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규정하므로 개설은행에 의한 수권이 있는 은행이 서류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경우에 한하여 ‘매입’으로 인정되고, 수권이 없는 은행의 경우에는 대가를 지급했더라도 ‘매입’으로 인정될 수 없으며, 이는 연지급신용장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 판 결 요 지 - 연지급신용장의 경우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은행이 지정된 때에는 개설은행의 수권 속에는 연지급신용장의 만기 전에 지정은행이 매입하더라도 만기에 대금을 상환하겠다는 취지가 포함되고 연지급신용장 개설에 환어음의 발행이 수반되지 않았더라도 매입이 가능하므로 지정은행이 있는 한 매입대상이 될 수 있다. III.硏 究 1. 문제의 제기 이 사건의 쟁점은, 연지급신용장의 개설은행인 피고가 원고의 신용장대금청구에 대하여, 매입 후에 밝혀진 수익자의 사기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가이다. 만일 원고가 적법한 매입은행이었다면 피고는 지급을 거절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원고의 만기 전 서류 매입이 적법한 매입인가인데, 이는 연지급신용장의 경우 만기 전의 서류 매입이 허용되는가와 관련된다. 대상판결은 매입은행이 지정된 때에는 매입이 가능하나, 이 사건의 경우 매입은행이 지정된 바 없으므로 원고는 매입은행이 아니라고 보았다. 대상판결이 주목을 받은 것은, 대상판결은 UCP상 연지급신용장의 경우 만기 전 매입이 가능하다고 보고, 확인은행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본 데 반해, 영국 항소법원의 Banco Santander SA v. Banque Paribas 판결([2000] Lloyd’s Rep Bank 165)(“영국판결”)은, 확인은행이 연지급신용장의 만기 전에 지급할 수 있는가라는 쟁점이 다투어진 사안에서 상이한 견해를 취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상세한 판례평석(채동헌, “연지급신용장 대금의 만기전 지급과 매입의 법률관계”, 인권과 정의 2003. 9.(제325호), 166면 이하)이 있다. 필자의 상세한 평석은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 제17집(上)(2003)에 게재될 예정이다. 2. 연지급신용장의 개관 UCP(제2조)에 따르면, 신용장이란 대체로 “개설은행이 신용장의 제조건에 일치하는 소정의 서류와 상환으로 수익자에게 지급하거나 수익자가 발행한 환어음을 인수하고 지급하거나, 다른 은행에게 이를 수권하거나, 또는 다른 은행에게 매입하도록 수권하는 모든 약정”이다. 연지급신용장이란 서류 제시 후 일정기간이 경과한 때 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신용장이다. 연지급신용장의 경우 매도인은 대금지급을 유예하고 매수인은 물품을 수령하여 전매함으로써 받은 대금으로 만기에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 연지급신용장에 관한 규정은 1983년 제4차 개정시 UCP에 처음 도입되었다. 도입 당시 은행들은 우려를 표명하였는데, 이는 매수인이 대금의 지급기일 전에 물품을 수령하므로 신용장에 따른 지급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지급을 금하는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연지급신용장은 기한부신용장(usance credit)과 유사하나 환어음이 발행되지 않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연 구 요 지 -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서 매입의 수권이 없었다고 보았지만 연지급 신용장의 경우에도 매입의 수권을 받은 은행은 만기전에 서류를 매입할 수 있음을 인정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확인은행에도 동일한 법리를 적용할 것이라고 판시한 점은 의문이다. 3.연지급신용장의 매입의 가부 (1) 환어음의 부존재와 매입의 가부 : 과거에는 매입은 화환어음의 매입을 의미했으나, UCP (제10조 b항 ii호)는 환어음이 아니라 “환어음 및/또는 선적서류”의 매입으로 개념을 확대했다. 따라서 환어음이 없다는 이유로 매입을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2) 연지급신용장의 매입의 가부 판단의 準據規範: 연지급신용장의 매입의 가부는 UCP의 문제인가 準據法의 문제인가. 이 사건 신용장에는 準據法에 대한 약정이 없으므로 客觀的 連結에 의하여 準據法이 결정된다. 1심법원과 원심법원은 신용장 개설 당시의 涉外私法을 기초로 이 사건 신용장의 準據法을 프랑스법이라고 보았다. 연지급신용장의 매입의 가부, 보다 정확히는 연지급신용장에 따른 서류를 수익자로부터 매입한 은행이 매입은행의 지위를 가지는가는 UCP의 문제이다. 사견으로는 이 사건에서 ① 개설은행의 수익자에 대한 사기의 항변의 가부는 準據法의 문제이고, ② 연지급신용장에 따른 매입은행이라고 주장하는 은행이 매입은행의 지위를 가지는지와 ③ 準據法상 수익자의 청구가 사기적 청구라고 할 경우, 연지급신용장에 따른 매입은행이라고 주장하는 은행이 선의라면 수익자의 사기에도 불구하고 매입은행으로서 보호되는지는 UCP의 문제이며, ④ 만일 매입은행이라고 주장하는 은행이 매입은행으로서 보호되지 않을 경우 가지는 지위는 거래의 내용과 準據法에 따를 사항이다. 쟁점별로 準據規範을 따지는 것은, 프랑스의 판례가 연지급신용장에 있어 확인은행이 만기 전에 대금을 지급한 경우 만기 전에 수익자의 사기가 판명되면 확인은행이 선의이더라도 개설은행은 확인은행에게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쟁점은 UCP의 문제이므로 우리 법원은 프랑스법원의 해석에 구속되지 않고 UCP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할 수 있고, 이 결론은 신용장에 따른 법률관계에 UCP가 적용되는 한, 그것이 당사자의 합의에 기한 것인지, UCP의 법적 성질에 기한 것인지와 관계가 없다. (3) 연지급신용장의 매입의 가부: 연지급신용장의 경우에도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을 지정한 때에는 매입은행이 서류를 매입할 수 있다. 그러나 지정은행이 없는 경우에는 매입의 수권이 없다. 문제는, 확인은행이 지정된 경우 동 은행이 만기 전에 지급할 수 있는가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는 원고가 지정된 매입은행이었는가였지만, 대상판결은 방론으로 확인은행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반면에 영국판결은, 확인은행은 연지급신용장의 만기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수권 받았을 뿐이므로 만기 전에 지급한 경우 후에 수익자의 사기가 판명된 때에는 개설은행은 확인은행에게 상환의무가 없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매입은행에, 영국판결은 확인은행에 관한 것이므로 양자가 반드시 상치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판결은 당사자들의 합의를 중시한 데 반해, 대상판결은 매입이 널리 행해지는 우리 신용장거래의 실무를 고려하여, 선의의 은행을 보호함으로써 신용장거래를 원활히 하려는 정책적인 판단을 중시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신용장거래에 관여하는 당사자들, 특히 은행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참고로 미국의 통일상법전(제5-109(a))에 따르면 영국판결의 사안의 경우 확인은행인 Banco Santander는 수익자의 권리의 양수인으로서 또는 확인은행으로서 보호된다. 정책적으로는 대상판결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지만, UCP의 해석으로는 확인은행의 경우 영국판결의 입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연지급신용장은 지급시기가 연기된 것인데, 지급시기는 수익자뿐만 아니라 개설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 연지급신용장의 경우 개설은행이 연지급을 수권한 것이지 매입을 수권한 것은 아니므로 그에 반하는 지급은 적법하지 않다. 연지급의 수권에도 불구하고 확인은행이 만기 전에 지급할 수 있다면, 서류의 수리 후 지급기일 사이에 수익자의 사기가 확정될 경우, 개설은행이 사기의 항변을 제출할 가능성이 봉쇄된다. 그러나 매입은행을 지정한 경우 매입은행은 만기 전에 매입할 수 있다. 필자는 확인은행과 매입은행을 구별하자는 것이다. 4. 비지정매입은행에 의한 매입의 효과 적법하게 매입한 은행은 매입은행으로서 개설은행에 대해 서류를 제시하고 신용장에 따른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UCP 제14조 a항). 매입은행은 수익자가 가지는 권리의 단순한 양수인이 아니라 UCP에 기하여 매입은행으로서 독자의 권리를 취득한다. 그런데 실무상 지정된 매입은행이 아닌 은행(“비지정매입은행”)이 수익자로부터 서류를 매입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은행이 매입은행의 지위를 가지는가이다. 만일 비지정매입은행이 단순한 양수인이라면 채권양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개설은행은 수익자에 대한 모든 항변으로써 비지정매입은행에 대항할 수 있다. UCP상 특정신용장의 개설은행은 지정된 매입은행에 대해서만 지급을 확약한 것이므로 비지정매입은행은 매입은행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 대상판결은 이를 확인한 타당한 판결로서 큰 의미가 있다. 원심법원의 사실조회결과에 대하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국내외 은행이 연지급신용장의 매입에 응하고 있다고 회신했지만, 비지정매입은행은 매입은행으로서 보호받을 수 없다. 종래 우리나라 은행들은 수권을 받지 않은 경우에도 매입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 대금이 지급되지만 사기가 있으면 보호받지 못한다. 만일 비지정매입은행이더라도 선의로 매입한 이상 매입은행으로서 보호된다면 좋지만 UCP하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5. 맺음말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서 매입의 수권이 없었다고 보았지만, 추상적인 법률론으로는 연지급신용장의 경우에도 매입의 수권을 받은 은행은 만기 전에 서류를 매입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이는 확인은행에 관한 영국판결과는 다른, 은행에 우호적인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매입은행과 확인은행을 같이 취급할 것이라고 판시한 점은 의문이다. 사견으로는 연지급신용장의 경우 매입은행은 만기전 매입이 가능하지만, 확인은행은, UCP하에서는 원칙적으로 만기 전에 지급할 수 있는 수권은 없다고 본다. 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장래 UCP의 개정을 통해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은 비지정매입은행은 UCP에 따른 매입은행으로서 보호받을 수 없음을 명확히 한 대법원판결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2003-12-29
김태훈 (법무법인화백 변호사)
신용장에 있어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
1. 머리말 대법원은 최근 신용장의 이른바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의 유효성에 대해서 주목할 만한 판결들을 선고하였는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과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이 그것이다. 위 두 판결은 거의 같은 취지의 것이므로, 여기서는 선례가 되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2. 사안 가. 미국 회사인 웨어훼브 인코퍼레이티드(웨어훼브)는 국내 회사인 주식회사 코드(코드)와 사이에, 직물류를 미국으로 수입하되 그 대금결제를 위하여 미국 회사인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 아메리카에게 요청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은 1992. 4. 9.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에 신용장개설을 의뢰하였고, 피고 은행 뉴욕지점은 1992. 4. 11. 수익자를 코드로 한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는데, 그 특수조건(Special Conditions) ⑸항은,”최종매수인이 선하증권의 선적일로부터 75일 내에 신용장에 언급된 상품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인수된 어음과 서류들은 만기일에 지급되지 않는다 (In case final buyer fails to pay merchandise referred to under this letter of credit within 75 days from the on board date of the B/L, the draft and documents accepted shall not be paid on maturity date)로 규정되어 있고, 한편 위 신용장에는 특별히 명시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신용장은 국제상업회의소의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에 따른다고 기재되어 있다. 나. 원고 대구은행 남일동 지점은 위 수출입계약에 따라 직물류를 선적한 위 코드로부터 위 선적분에 대한 화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모두 매입하고 이를 모두 피고 은행 뉴욕지점에 송부하여 위 뉴욕지점은 원고 은행에 이들의 인수(acceptance)사실 및 그에 따른 만기일을 통보하고, 그 신용장대금 중 곧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의 신용장대금 8건에 대하여는 위 특수조건 ⑸항에 기하여 그 만기가 각 연장되어 총 44건 중 30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이 원고 은행에 지급되었으나, 나머지 14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에 대해서는 최종매수인인 위 웨어훼브가 물품대금을 피고 은행에 입금하지 아니하여 위 특수조건 ⑸항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대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3. 판결요지 위 특수조건 (5)항은 비록 신용장 첨부서류에 의하여 조건의 성취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하고 명료하다고 할 것이고, 수익자를 포함한 이 사건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합의가 성립되어 있으며, 나아가 비록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인 코드가 위 특수조건 (5)항 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책임이 있거나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코드는 신용장 개설시부터 그러한 사정을 알고 이를 용인하면서 이 사건 수출 거래나 신용장 거래에 임하여 온 사정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신용장 개설 및 비서류적 특수조건이 삽입된 경위, 비서류적 특수조건의 내용, 수익자가 그 비서류적 특수조건을 응락하였는지의 여부, 그 특수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수익자가 관여할 수 없는 사정을 용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용장에 부가된 이와 같은 비서류적 특수조건은 신용장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기는 하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이를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일단 그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고 볼 것이다. 4. 평석 가. 비서류적 조건의 의의 은행은 제시된 신용장의 요구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 지의 여부를 심사하여 일치하는 경우에는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러므로 신용장의 조건은 의당 은행이 심사하여야 할 서류를 명시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장에 있어서 서류의 지정 없이 조건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 또는 서류 없는 조건(Documentless Conditions)이라고 한다. 예컨대 신용장의 조건이 「수익자는 선적 후 선적통지를 하여야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을 뿐 구체적으로 그것을 표시하는 서류(shipping advice)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때에는 위 조건을 비서류적 조건이라 한다. 이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400)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으나, 이는 신용장의 독립·추상성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계속되던 중 1993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 제13조 c항은, “신용장에 제시되어져야 할 서류에 관하여는 명시하지 않은 조건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은행은 그러한 조건이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게 되었다 나. 비서류적 조건의 취급례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 여부 및 그 취급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으나(상세는 서울지방법원 발행 국제거래·상사소송의 실무 58-60쪽 참조), 여기서는 국제상업회의소와 그 동안의 우리 하급심 법원들의 실무례를 살펴본다. 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 (ICC Banking Commission)의 입장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신용장에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준수문구가 기재되고, “이 신용장 대금은 수출신용장에 따라 의류가 전량 수출되고 그 대금이 회수되는 경우에 지급된다(payment against subject L/C will be made as and when full quantity of garments under export L/C. … dated, is exported and proceeds repatriated)”라는 특수조건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이러한 신용장의 대금지급을 거절당한 인도 회사가 보낸 질의에 대한 유권해석에서, ‘그와 같은 신용장은 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신용장을 수락한 것은 선하증권상 수하인이 신용장개설은행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설은행의 개설의뢰인에 대한 물품인도를 허락한 것을 의미한다. 위 사건은 신용장의 문구 및 그 실제 의미가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사안으로서, 위 신용장은 수익자에게 아무런 담보(security)를 제공하지 못하고, 이 신용장을 사용함으로써 수익자는 물품과 대금의 손실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린 바 있고(ICC Publication NO. 494, Opinions of the ICC Banking Commission 1989-1991, Case R 179.),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이 시행된 이후에도 유사한 질의에 대하여 위 상환조건조항에 대한 종전의 해석을 다시 원용하고 있다(Case Studies on Documentary Credits under UCP 500-Charles del Busto p 104-105.). ⑵ 하급심의 실무례 그 동안 우리 하급심 판결들은 대체로 비서류적 조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여 무시하거나,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한 개설은행에게 불리하게 신용장을 해석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그러한 조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론이 되게 하는 입장을 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8. 19.선고 95나39313 판결을 비롯하여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5. 8. 24. 선고 93가합85407 판결과 위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6. 12. 선고 97나42160판결과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7. 7. 31. 선고 96가합4126 판결 등이 그것이다. 반면에 같은 특수조건이 붙은 유사한 사안에서{원고 중소기업은행, 피고 (주)한일은행,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아메리카인코포레이티드}, 서울지법 항소부 1999. 12. 10. 선고 95나54180판결은 결론을 달리 하여, 위 조건은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뜻이 완전하고 명료한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결론을 달리하였다. 결국 상급심의 최종판결이 주목되던 중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미 ⑴ 대법원 판결의 의의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범위를 명백히 한 점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의가 있다. ㈎ 즉 비서류적 조건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명료하고, 수익자를 포함한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한 합의가 있으면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비서류적 조건의 내용이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의사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있는 경우라 할 지라도 그 사유만 가지고 그 내용이 불명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수익자는 그 비서류적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관여할 수 없는 경우라 할 지라도 수익자가 그러한 사정을 용인하면 역시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의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앞서 본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의 입장과도 일치된다 할 것이다. ㈏ 그리고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어 일단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는 것이다. 즉 매입은행은 신용장 개설 당사자는 아니지만 비서류적 조건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제3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특수조건의 성립에 합의를 하였는지 여부 또는 그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 등을 묻지 않고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매입은행은 스스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용인하고 신용장 요구서류를 매입한 것인 만큼 나중에 비서류적 조건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⑵ 문제점 ㈎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이 서류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신용장제도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은행은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인 만큼 그 준거법은 미국법 내지 미국뉴욕주법이 되므로 최소한 위 준거법 하에서 비서류적 조건이 어떻게 취급되는지에 대한 언급도 있었어야 할 것이다. ㈏ 한편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3조 c항을 신설하여 비서류적 조건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통일규칙의 명문규정을 준수한다고 보아야 할 매입은행이 비서류적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신용장을 취득했다는 점만 가지고 바로 매입은행이 그러한 비서류적 조건을 용인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고, 더욱이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이 신설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는 신용장에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하는 전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한 목적(the specific purpose of eradicating the totally wrong practice of incorporating nondocumenttary condition(s) into documentary credits)을 가진 것이고,… 따라서 은행은 다른 신용장 조건에 일치하는 서류를 제시받았을 때에는 적법한 것으로 접수하여야 한다. …’ 는 지침을 내리고 있으므로(The 3rd ICC Position Paper of September 1, 1994.),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 내려진 이 사건 대법원의 판단이 과연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타당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질의회답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신설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전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이러한 은행위원회의 입장을 수용하는 취지라면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상의 위 신설규정의 의미는 반감된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0-09-14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판결기사
2024-04-07 10:1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