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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호 변호사(서울)
합병철회, 주주총회 결의 취소
1. 사실관계 가. 합병 전 주식회사 국민은행(이하 ‘구 국민은행’이라 함)과 주식회사 한국주택은행(이하 ‘구 주택은행’이라 함)은 2000. 12.22.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두 은행의 합병선언을 한 후 합병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위 합병추진위원회에서 구 국민은행과 구 주택은행을 합병하여 신설은행 ‘국민은행(신 국민은행)’ 설립하되 합병비율은 구 주택은행 보통주식 1주당 구 국민은행 보통주식 1.688346 비율로 하고 신설 은행의 은행장은 관련 법령 절차에 따라 선임한다는 내용의 합병계약을 마련, 두 은행의 이사회 의결을 거쳐 2001. 4.23. 위와 같은 합병계약(이하 ‘이 사건 합병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구 국민은행은 2001. 9.29. 10:00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발행주식 총수의 83.19% 주를 소유한 주주들 참석하에 99.16%(발행주식총수의 82.49%) 찬성으로 위 합병계약 승인을 하였고 구 주택은행도 임시주주총회를 개최, 위 합병계약을 승인하여 두 은행은 금융감독위원회의 합병인가를 받고, 2001. 11.1. 구 국민은행과 구 주택은행을 해산하고 피고 주식회사 국민은행(신설 합병은행) 합병등기를 필하였다. 다. 피고은행(신설된 국민은행)의 이사회는 2001. 11.1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행장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으로 받아 소외 김정태를 신설 국민은행 은행장으로 선임하였다. 원심은 상고인(원고)가 청구한 합병무효와 김정태를 은행장으로 하는 피고의 2001. 11.1.자 이사회 결의무효확인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며, 그 이유는 2001. 11.1. 이후에 피고 신설 은행장을 사임하고 새로운 주주총회에서 후임 은행장이 다시 선임되어 그 등기를 필하였다면 과거의 권리, 법률관계 확인이므로 소의 이익이 없고, 합병무효 청구도 관련 주주총회 등에 무효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2009. 4.23. 선고 2005다22701, 22718 판결 구 국민은행, 구 한국주택은행 합병사건) 가. 판결요지 ① 구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5조는 합병 당사자 회사 일방 혹은 쌍방이 부실금융기관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적용된다. ② 주주의 의결권행사를 위한 대리인 선임의 한계는 주주의 자유로운 의결권행사 보장을 위하여 의결권행사를 대리인에게 보장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주주총회 개최가 부당하게 저해되거나 회사이익의 부당한 침해의 염려 등 특별한 사정이 유할시 회사가 이를 거절 할 수 있다. ③ 상법 제368조 제3항(의결권대리행사방법)의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이라 함은 보통 위임장을 말하는 것으로 회사가 위임장과 함께 인감증명서, 참석장 등을 요구하는 취지는 대리인의 자격을 보다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이므로 다른 방법으로 주주본인을 확인 할 수 있는 경우에는 회사는 주주본인의 의결권행사를 거부 할 수 없다. ④ 상법 제368조 제3항은 주주의 대리인 자격의 제한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 정관의 규정에 의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정도의 제한은 가능하다. “대리인 자격을 주주로 한정 한다”는 정관의 규정은 무효가 아니며 정관에 그와 같은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주주인 국가, 지방공공단체, 주식회사 소속 공무원, 직원 등은 주주권을 대리 행사를 할 수 있다. ⑤ 구 증권업무감독규정(2001. 10.4. 금감위공고 개정되기 전의 것) 제1항은 외국인은 보관기관 중에서 상임대리인을 선임 할 수 있고 상임대리인 이외의 자는 취득 유가증원의 권리행사를 대리 또는 대행할 수 없다고 되어 있으나 상임 대리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의결권행사의 취지에 따라 제3자에게 대리행사를 재위임 할 수 있다(복대리 가능). ⑥ 상법 제368조의2 제1항은 주주의 의결권 불통일행사에 주주는 3일전에 회사에 그 통지를 도달시켜야 하나 회사가 그 기한을 도과하여 도착한 통지도 회사가 총회운영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받아들여 의결권 불통일행사가 이루어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하다. ⑦ 증권예탁원에 대한 의결권대리행사 신청이 비록 구 증권거래법(2002. 1.26. 개정 전의 것) 제174조의6 제5항에 정한 주주총회 5일전이라는 시한을 넘겼다 하더라도 증권예탁원이 의결권대리행사를 승낙하고 그 신청취지에 따라 대리행사가 이루어졌다면 대리행사는 유효하다. ⑧ 구 증권거래법 제174조의8 제2항은 예탁원에 예탁된 주권의 주식에 관한 실질주주 명부에의 기재는 주주명부에의 기재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는 규정에 의하여 회사는 증권예탁원 이외에 실질주주에게 주주총회 소집통지 등을 하면 면책된다. 해외예탁기관이 국내법인의 발행신주, 당해주식발행인 소유 자기주식을 원주로 하여 이를 국내에 보관하고 해외에서 발행하는 주식예탁증서(D.R)의 경우 해외 예탁기관이 발행회사의 실질주주 명부에 실질주주로 기재되므로 발행회사로서는 실질명부에 기재된 해외예탁기관에 주주총회소집 통지 등을 하면 면책된다. 발행회사는 예탁증서의 실제 소유자에 일일이 통지할 필요가 없다. ⑨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합병할 각 회사 주주 등이 상법 제59조에 의한 합병무효의 소를 제기 할 수 있으며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한지 여부는 자산가치 이외에 시장가치, 수익가치, 상대가치 등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하고 그 제반요소가 고려된 합리적 범위에서 이루어졌다면 합병 비율은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합병회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주권상 상법인인 경우 증권거래법과 그 시행령 등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과 방법 및 절차 등에 의하여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이에 의거하여 합병비율을 정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 ⑩ 상법 제527조 제4항, 제528조 제1항 규정 해석상 신설, 합병의 창립총회 자체를 이사회의 공고로 갈음 할 수 있으며, 상법 제524조 제6호에 의하여 합병에 의하여 설립되는 회사의 이사, 감사 등을 정할 때 신설, 합병계약서에 그 인적사항이 기재되고 각 합병당사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승인됨으로 신설, 합병의 창립총회를 개최하여 합병으로 설립되는 회사의 이사와 감사 등 선임절차를 새로이 거칠 필요가 없으며 이사회의 공고로서 갈음 할 수 있다. ⑪ 상법은 신설, 합병의 창립총회에 갈음하는 이사회 공고 방식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이 경우 이사회 공고는 상법 제289조 제1항 제7호에 의하여 합병 당사 회사의 정관의 규정에 의한 일반적인 공고방식에 의하여 할 수 있다. 나. 대법원 판결이 기초로 한 배경 사실 이 사건은 합병당사 회사의 노동조합이 이 사건 원고의 실질적 주체이고 동 노동조합은 합병에 대한 주주총회의 소집 및 회의진행을 수천명의 소속 노동조합원을 동원하고, 주주로 가장하여 주도면밀하게 주주총회장에 진입시켜 주주총회장을 장악하고 소란을 피워 회의자체를 무산시키고 정당한 다수 주주들을 주주총회장 입구에서 협박하여 출석을 못하게 할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하였으나, 사전에 이를 안 은행측에서 주주총회방해금지가처분 결정을 법원으로부터 얻어내고, 이를 근거로 관할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여 출동한 경찰의 엄중한 경계하에 노동조합의 총회방해를 간신히 방어하고 비밀통로로 대주주들을 총회장에 입장시켜 출석 주주의 거의 전원 찬성으로 합병 결의를 통과시킨 사안이다. 위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원 명의로 신설은행에 대한 합병등기가 경료 된 후 이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석 가. 이 판결은 주주총회와 합병에 대한 무려 11개의 논점에 대하여 상세히 판시하였으나 결론은 은행간의 합병에 대한 유효성이라 본다. 이 판결은 다소 무리한 상법 등 관련 법조의 해석이 엿보이나 사실관계에 기초한 합병을 둘러싼 합병에 대한 주주총회결의의 하자의 소와 합병무효의 소의 구체적 요건에 대하여 일응 지침이 되는 판결이라 본다. 나. 결론 금융위기 후 우리나라 은행 등 금융기관의 구조개혁, 재정 건전성 확보와 세계화, 선진화 등 과정에서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 판결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으며, 앞으로 회사법 등과 금융에 대한 더 많은 선구적 판례의 누적과 발전을 대법원에 기대해 본다.
2009-11-05
문흥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서강대법대 겸임교수)
주식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시 문제점
Ⅰ. 사실관계 원고는 2000년 6월26일 피고 A증권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 B지점에 원고 명의의 주식매매위탁거래계좌를 개설한 다음, 2000년 6월27일부터 2000년 7월8일까지 10억원을 입금하면서 당시 위 지점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피고 C에게 주식의 종류, 종목, 수량, 또는 매입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전망이 좋은 주식을 매입할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피고 C는 위와 같은 원고의 요청에 따라 2000년 7월10일 24회에 걸쳐 합계 830,721,490원의 주식 9종목을 매수하고, 같은 날 4회에 걸쳐 합계 33,847,425원의 주식 2종목을 매도하는 등 이 사건 주식계좌로 주식매매를 시작해 하루에도 수십 회에 걸쳐 매수·매도를 반복하면서 단기 매매에 치중한 결과 이 사건 주식거래를 중단한 2001년 3월27일 당시 원고로 하여금 2,312,170,988원의 손실을 입도록 했다. 피고 C는 2000년 7월10일부터 원고가 거래를 중단한 2001년 3월27일까지 사이에 이 사건 주식계좌에서 총 4,212회에 이르는 주식매매를 했고, 위 기간 동안 월 평균 매매회전율은 438%에 달했다. 피고 회사의 거래수수료는 콜센터를 이용할 경우에는 거래 대금의 0.29%이고,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에는 0.029%로서 다른 증권회사들에 비해 수수료가 낮은 편임에도 총 거래금액이 약 945억원에 달해 총 거래수수료는 합계 2억5,847만2,280원(이 사건 주식거래로 인한 손실액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11.17%임)이었고, 여기에 증권거래세 등 기타 비용을 더할 경우에는 3억8,500만원 정도에 달했다. 또한 피고 C는 이 사건 주식거래 기간 동안 거래한 총 93개 주식 종목 중에서 73개 종목에 대해 단기매매(매수 후 2일 이내에 매도한 종목)를 해 왔는데, 특히 주식을 고가로 매수해서 저가에 매도하고 다시 같은 주식을 바로 매수하는 등으로 인해 결국 원고로 하여금 예탁금 중 대부분을 잃게 했다. Ⅱ. 대상판결(대법원 2005다16775 판결)의 요지 1. 과당매매의 성립 여부 및 손해액 산정에 관하여 우선 대상판결은 과당매매의 성립 여부에 대해 앞서 본 사실관계에서 나타난 사정들에다 ① 원고가 단기매매를 선호하는 투자성향을 갖고 있고 투자금액의 규모도 적지 않으나, 피고 C가 행한 것처럼 특정 종목에 치중해 단기간 내에 거액의 금원을 상실할 위험도 개의치 않으면서 고가매수와 저가매도를 반복하는 극히 투기적인 단기매매를 감수할 정도로 투기적 성향을 갖고 있거나 재정적으로 양호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원고는 초면의 피고 C에게 주식거래를 포괄적으로 일임한 이래 그의 추천이나 권유에 의존해 왔고, 독자적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숙련된 투자경험이나 투자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피고 C의 투기성 단기매매로 큰 손실을 본 원고가 더 이상 손실을 볼 수 없다며 주식가격이 일정 비율 이상 하락하면 매도할 것을 수차 요구한 것은 일반적인 주식거래의 기본원칙에 따를 것을 요구한 정도에 불과하고, 오히려 피고 C는 원고로부터 이러한 요구를 받은 이후에도 특정 종목을 중심으로 고가매수와 저가매도의 수익성없는 단기매매를 반복해 왔고, 거액의 손실을 입어 손실회복에 전전긍긍하는 원고에게 손실회복 가능성을 언급하며 수차 추가적인 주식거래자금의 투입을 권유해 왔던 점 등의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 C의 위와 같은 주식매매행위는 고객에 대한 충실의무에 위반한 것으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상판결은 과당매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범위와 책임의 제한과 관련해 “원심이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근거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예탁금 총액에서 계좌관리 종료시의 잔고를 공제한 금액인 23억1,217만988원 중 2억원만을 과당매매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액으로 인정한 것은 이 사건 주식거래기간 동안의 총 매매횟수 4,212회 중 원고가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이용하여 직접 주식을 매매한 횟수는 284회에 불과하고, 여기에 원고가 피고 C에게 매매지시를 한 원고 주장의 약 40회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주식거래의 대부분은 피고 C가 포괄적으로 일임받아 주식매매를 한 것이라는 점, 이 사건 주식거래기간 동안 코스닥 지수는 2000년 7월말경부터 2001년 1월경까지 70선부터 80선 사이에서 변동폭을 보여 왔으므로 주가지수의 하락이 이 사건 주식거래에서 손실을 낳게 한 가장 중대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이 사건 주식거래기간 동안의 월 평균 매매회전율 438%는 정상적인 월 평균적 매매회전율을 훨씬 상회한다고 보이고, 이 사건 주식거래기간동안 총 거래수수료는 2억5,847만2,280원으로서 정상적인 일임거래가 이루어졌을 경우 발생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거래수수료 역시 그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예탁금이 23억1,217만988원이나 감소한 데에는 이 사건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가 상당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기초해 손해액 산정이 이뤄졌어야 할 터인데, 원심이 인정한 손해액 2억 원은 총 거래수수료 2억5,847만2,280원 중 원고가 주도한 거래로 인해 발생한 거래수수료 부분을 대략 공제한 액수 정도에 불과해 도저히 이 사건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가 제대로 반영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2. 부당권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은 피고 C의 부당권유 행위가 성립되는지 여부에 대해 “증권회사 또는 증권회사 직원의 과당매매가 인정되는 경우 과당매매의 거래기간 동안 증권회사측에 의한 부당권유 행위는 과당매매의 성립을 인정하는 참작요소로 고려되고, 이는 과당매매에서 거래행위 전체에 대한 위법성이 심리·판단되므로 과당매매의 성립이나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단계에서 판단하면 족하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Ⅲ. 평 석 1. 과당매매와 부당권유 행위와의 관계 대상판결은 “과당매매의 거래기간 동안 증권회사측에 의한 부당권유행위는 과당매매의 성립을 인정하는데 참작요소로 고려될 수 있고, 나아가 과당매매의 불법행위는 과당매매의 거래기간 동안에 이루어진 거래행위 전체의 위법성이 심리·판단대상이 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과당매매의 거래기간 동안 일부 거래가 부당한 권유에 의하여 이루어진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과당매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권유에 의한 개개 거래 부분에 대해서는 과당매매의 성립이나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단계에서 증권회사측의 위법성 및 책임을 가중시키는 참작요소로 고려하면 충분하고, 그 부당권유로 인한 개개의 거래 부분에 대하여 과당매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과 별도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부당권유행위로 인한 불법행위는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에 대해 증권거래법 제52조, 증권거래법 시행령 제36조의 3 등에 의해 금지되는 이익보증 내지 손실보전 약정에 의한 투자권유 행위, 단정적인 판단을 제공해 매매를 권유하는 행위, 허위 표시나 오해를 생기게 하는 표시에 의한 권유 등과 같이 주식거래와 관련해 고객에게 그릇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건전한 판단을 저해하는 경우에 성립되는 것이어서,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의 계좌를 일임받았음을 기화로 고객의 계좌에서 과다한 매매를 해 고객에 대한 충실의무에 위반함으로써 성립되는 과당매매의 경우와는 서로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판례(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4다62641 판결, 2006. 2. 9. 선고 2005다63634 판결 등)도 “증권회사의 임·직원이 증권거래법에 위반한 방법으로 투자를 권유했으나 투자 결과 손실을 본 경우에 투자가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거래행위와 거래방법, 고객의 투자상황(재산상태, 연령, 사회적 경험정도 등), 거래의 위험도 및 이에 관한 설명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당해 권유행위가 경험이 부족한 일반 투자가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고객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에 해당해 결국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려 위법성을 띤 행위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해 부당권유 행위로 인해 불법행위가 성립되기 위한 요건을 과당매매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이나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산정시 책임 제한 사유와 구별해 왔던 것이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다38199 판결은 부당권유 행위와 과당매매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모두 인정한 바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 있어 피고 회사 직원의 과당매매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되므로 굳이 부당권유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없고, 이는 과당매매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산정함에 있어 책임 제한의 단계에서 부당권유 행위 여부를 반영하면 족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는 바, 이와 같은 판단은 각각 서로 구별되는 부당권유 행위와 과당매매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 요건과 그 책임 제한에 관한 법리를 혼동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고 보여진다. 2. 과당매매의 성립 요건 및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배상 산정방법 가. 과당매매의 성립 요건 대상판결은 과당매매의 일반적인 성립요건으로 종전과 유사한 요건 또는 기준들을 설시하면서도 “다만 원심은 위 주식매매행위가 원고의 이익을 무시한 채 피고 회사의 영업실적만을 증대시키기 위해 한 행위여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보았으나, 이는 고객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무리하게 빈번한 회전매매를 한 결과 고객인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취지를 표현한 취지라고 보이고 위 주식매매행위에 대해 과당매매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거기에 피고들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과당매매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바(위 대법원 2004다4980 판결도 같은 취지임), 이는 종전 과당매매의 성립 요건 중 중요한 요건의 하나로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의 이익을 무시한 채 증권회사의 영업실적만을 증대시키기 위한 경우에 과당매매가 성립한다고 좁게 보던 견해(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다38199 판결, 1997. 10. 24. 선고 97다24603 판결 등 참조)를 일부 수정한 것으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것이다. 나.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배상 산정방법 한편 대상판결은 “과당매매의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의 불이익, 즉 과당매매가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재산상태와 과당매매가 종료된 이후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30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한 다음, “과당매매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는 정상적인 일임거래가 이루어졌을 경우의 투자위험이 반영돼야 하므로 과당매매가 시작되는 시점의 예탁금 및 주식 등의 평가액으로부터 주가지수변동률 등을 사용해 정상적인 일임거래가 이루어졌을 경우 발생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과 거래비용을 적절히 평가해 이를 공제한 금액(정상거래 후 잔고)이라고 하겠고, 그 금액과 과당매매가 종료된 시점의 잔고(과당매매 후 잔고)의 차액을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로 보아 이를 산정함이 원칙이라고 할 것인데, 과당매매의 주식거래기간 동안 고객이 일부 거래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경우에는 그러한 거래는 증권회사 측의 계좌지배를 인정할 수 없어 과당매매에서 제외돼야 하므로, 과당매매의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도 이를 참작해야 할 것인바, 그와 같은 경우에는 고객이 적극적으로 주도한 거래로 인한 손실과 거래비용의 액수를 적절히 고려해 과당매매의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액을 추산하거나 고객이 적극적으로 주도한 거래의 횟수, 규모, 내용 및 손실과 거래비용의 규모와 정도 등을 적절히 고려해 그 거래로 인한 손실과 거래비용이 손해발생에 기여했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비율적으로 인정해 그 나머지 부분을 과당매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으로 산정하는 것도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는바(대법원 2004다4980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방법은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액 산정의 원칙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할 것이다. 이어 대상판결은 “다만, 실제로는 개별 주식거래의 다양성과 주식시장의 변동성 등으로 인해 주가지수변동률 등의 통계자료만으로 정상적인 일임거래가 이루어졌을 경우에 발생되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이나 거래비용을 정확히 추산하는 것이 쉽지 않고, 과당매매의 거래기간 동안 고객이 매수한 주식을 증권회사의 직원이 매도하거나 증권회사의 직원이 매수한 주식을 고객이 매도하는 등과 같은 사정으로 고객이 주도한 개별 주식거래 부분을 분리해 그로 인한 손실과 거래비용의 액수 내지 그 부분의 손해발생에 대한 기여도를 판단하는 것이 곤란할 뿐 아니라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해 손해를 산정함에 있어서도 당해 거래관계에 특수한 상황이 있을 때에는 이를 참작해 손해배상책임을 조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증권회사가 부담할 최종적인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법원으로서는 경험칙이나 논리칙 또는 공평의 원칙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한 ‘과당매매가 시작되는 시점의 계좌 상태’와 ‘과당매매 종료 시점의 계좌 잔고’와의 차액에 의해 손해를 산정한 다음, 정상적인 일임거래가 이루어졌을 경우에도 전반적인 주가하락추세 등의 요소로 인해 과당매매가 없었더라도 어느 정도의 손실을 피할 수 없었거나 그에 상응한 수수료 등 거래비용이 지출되었으리라는 사정과 고객이 주도한 주식거래 부분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손실이 발생했거나 그에 상응한 수수료 등 거래비용이 지출되었으리라는 사정 등을 적절히 참작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책임을 감경하는 방법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대법원 2004다4980 판결 참조)”라고 판시해 종전 대법원 및 하급심에 인정되어 오던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방법도 여전히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이 실무상 과당매매로 인해 고객이 입은 정확한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종전부터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허용되어 왔으나, 이는 손해배상의 범위와 책임 제한의 법리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 체계상 일부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2008-02-14
안성포 단국대법대 교수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과 상장폐지
I. 사실관계 원고는, 주권상장법인이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 증권거래소가 원고 회사의 주권을 상장폐지하도록 한 피고의 유가증권상장규정(2003. 1. 1. 시행. 이하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이라 한다)은, 부실기업의 회사정리절차신청을 사실상 봉쇄하여 ‘갱생가능성’에 대한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을 통해 보호할 수 있었던 당해 주권상장법인과 기존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으로서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원심은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공정성을 잃은 조항으로 무효이고, 이러한 무효인 상장규정에 기초한 피고의 상장폐지결정 역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II. 판시사항 1. 소의 이익 유가증권시장에 주권이 상장된 상장법인은 상법과는 달리 자기주식의 취득이 원칙적으로 허용되고(증권거래법 제189조의 2), 신주발행에 있어 원칙인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일반공모증자를 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동법 제189조의 3), 이익참가부사채, 교환사채 등의 신종사채를 발행할 수 있고(동법 제191조의 4), 우리사주조합에 대하여 주식을 배정할 수 있으며(동법 제191조의 7), 상법에 비하여 액면미달의 발행에 있어 특례를 인정받는(동법 제191조의 15) 등 법률상 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되는데, 이 사건 상장폐지결정은 이러한 법률상의 이익의 박탈 여부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므로 상장폐지결정을 통고받은 원고 회사로서는 피고를 상대로 그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 2. 비례의 원칙에 반함 영업활동정지, 최종부도발생 또는 은행거래정지, 자본잠식 등 일반적인 회사부실로 인한 상장폐지사유에 관한 규정을 활용할 수 있음에도 개시신청만으로 재무상태의 심사없이 곧바로 상장폐지결정을 하도록 한 것은, ‘부실기업의 조기퇴출과 이를 통한 주식시장의 거래안정 및 투자자 보호’라는 목적과 상장법인과 주주들이 상실하게 되는 직접적인 이익을 비교할 때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 3. 형평의 원칙에 반함 기업구조조정촉진법(2005. 12. 31. 유효기간만료된 한시법, 이하에서는 ‘구촉법’이라 한다)상의 금융기관들의 공동절차와 회사정리법상의 회사정리절차는 수단상의 차이에 불과하지 절차의 선후관계에 있다거나 부실의 심화정도에 따라 그 절차가 나뉘는 것이 아닌데,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은 회사정리절차를 선택한 기업만을 곧바로 상장폐지하여, 공동관리절차를 선택한 기업에 비하여 차별하고 있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 III. 사견 1. 증권거래법상 상장법인 특례규정의 성격 원심에서 상장법인이 누리는 법률상의 이익이라고 하면서 예시하는 자기주식의 취득, 일반공모증자, 신종사채발행, 우리사주조합원에 대한 우선 배정, 액면미달발행은 증권거래법상 제9장 상장법인 등의 관리에 관한 규정 제3절에 규정된 ‘상장법인 등에 대한 특례규정’(이하 ‘특례규정’이라 한다)의 일부이다. 이들 특례규정은 상장법인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규정들로서 상법에 대한 특별규정적 성격을 가진 조항들이지만, 동일한 사항에 관해 상법과 약간의 요건을 달리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는 것으로, 상법에 비해 요건이 완화된 경우도 있고, 요건이 강화된 것도 있다. 따라서 상법과 특례규정이 충돌할 때 일반론적으로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겠지만, 이들 특례규정은 상장회사의 주주보호라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므로 주주에 유리한 경우(상대적으로 상장법인에 불리한 경우)에는 상법과 특례규정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학설도 대체로 제도의 성격과 개별규정의 입법취지를 감안한 해석을 통해 증권거래법상의 특례규정이 갖는 의미별로 유형화하여 특별법우선원칙의 일방적인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판례 역시 증권거래법상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 관련 소수주주권행사에 관한 규정 제191조의13 제5항과 상법 제366조와 관련해 선택적 규정이라고 보았다(대법원 2004.12.10. 선고, 2003다41715판결). 즉 특례규정이 모든 상장법인에 상법에 우선하여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모든 특례규정이 상장법인에 이익이 되는 법률규정이라고 할 수도 없다. 또한 상장법인이라고 하여 모두가 특례규정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①상장법인은 이익배당가능한도 내에서만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증권거래법 제189조의2). 따라서 이익배당을 할 수 없는 상장법인은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②상장법인은 이사회의 결의로써 일반공모증자에 의하여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다만, 신주발행으로 인하여 주주의 주식가치를 희석화시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반공모증자에 의하여 발행하는 신주의 발행가격은 기존시가의 100분의 70 이상이 되도록 제한을 가하고 있다(증권거래법 제189조의3 제2항, 동법 시행령 제84조의5 제2항). 따라서 회사정리절차개시를 신청할 정도에 이른 상장법인의 경우에는 상장을 유지한다고 하여도, 증권거래법상의 자기주식취득과 일반공모에 의한 주식발행의 특혜를 누릴 수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상법은 1984년 이후 개정될 때마다 증권거래법에 규정되어 있는 특례규정들을 수정하며 도입해 왔다. 2006년 10월 법무부의 상법개정안에서는 제469조 제2항을 신설하여 증권거래법상의 이익참가부사채와 교환사채 그리고 파생결합증권을 포함하는 사채의 포괄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신종사채의 발행에 관한 특례규정이 상장법인을 위한 특례규정으로서의 의미가 상실됨을 뜻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특례규정들은 상법과 규범의 성격이 다른 것이 아니라 적용대상이 일반 주식회사냐 아니면 상장회사냐 하는 차이점 밖에 없다고 보아야 하며, 원심이 인정하는 것처럼, 상장법인만이 누릴 수 있는 법률상의 이익을 보장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2.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의 의미 (1)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의 요건 1)상대적 지급불능 구회사정리법은 ①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함이 없이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때(변제불능)와 ②회사에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때를 회사정리절차개시의 요건으로 하고 있고, 전자의 경우에 그 신청권자를 회사로 제한하고 있다. ①에서의 변제불능은 파산의 원인인 지급불능과는 달리 상대적 지급불능을 의미하는 것으로 채무의 변제가 가능하지만 그 변제로 인하여 또는 변제자금을 마련하느라고 사업의 계속에 지장이 초래된다면 그 요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사업의 계속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함이 없이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때’란 변제를 하게 되면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함을 의미한다. 또한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란, 사업을 양도하지 않으면 조만간 폐업에 이르게 될 수 밖에 없는 경우나 당해 사업의 자산적 가치가 현저하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재정적인 곤경에 처하면, 보유자산의 매각, 사업의 처분 등을 통하여 회생방안을 강구하게 된다. 특히 사업 그 자체가 수익 가능성이 있다면, 도산기업의 채권자에게는 그 사업의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채무자가 사업을 제3자에게 양도하여 사업을 계속 유지하면서, 그 영업권을 포함한 전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즉 신속한 사업양도를 통한 기업회생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회생채무자에게도 유익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2)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상장폐지 현행 유가증권상장규정 제80조는 기업이 급변하는 경영여건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과 생존을 위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 관리종목의 지정없이 바로 상장폐지시키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즉, ①주권상장법인이 법률의 규정에 의한 해산사유에 해당되었을 경우(동규정 제80조 11호), ②주권상장법인이 지주회사의 완전자회사로 되고 당해 지주회사의 주권이 신규상장되는 경우(동규정 제80조 14호)와 ③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는 경우(이 사건상장폐지규정 제80조 제9호)가 그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은 부실상태가 심각한 기업을 조기에 주식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규정된 것이 아니라, 사업양도를 통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이 기업의 구조조정(회생)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하여도 주주보호가 채권자보호보다 우선시 될 수 없고, 또한 주주보호보다는 사업양도를 신속히 실행토록 하여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3. 회사의 선택 구촉법상의 “부실징후기업”이라 함은 거래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통하여 주채권은행 또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외부로부터의 자금지원 또는 별도의 차입(정상적인 금융거래에서 발생하는 차입을 제외한다)이 없이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금의 상환이 어렵다고 인정한 기업을 말한다(구촉법 제2조 제5호). 따라서 구촉법상의 관리기업은 부실징후기업을 대상으로 채권은행 또는 주거래은행이 그 관리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는 점에서 회생절차선택에 있어서 수동적이다. 이는 기업의 상대적 지급불능시 회사가 스스로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는 능동적인 회사정리법상의 관리기업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한 회사정리법상의 변제불능이란 채무의 변제가 가능하지만 그 변제로 인하여 또는 변제자금을 마련하려면 사업을 양도하여야 하는 정도를 의미하지만, 부실징후기업은 외부자금지원 내지 별도의 차입으로 회생을 도모하게 되는 기업이므로 그 요건을 분명 달리하고 있다. 따라서 구촉법상의 금융기관들의 공동관리절차와 회사정리법상의 회사정리절차는 부실기업이 기업의 회생을 위하여 양자 중에서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Ⅳ. 결 론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은 부실상태의 기업을 조기에 주식시장에서 퇴출시킬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하여 회생하고자 하는 회사 스스로의 선택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당해 상장법인의 본질적인 권리를 해한다거나 상장법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이 헌법상 비례원칙에 반한다거나 형평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007-09-06
신은영 변호사(법무법인 서정)
주주제안을 거부한 이사회의 위법여부 및 그에 대한 가처분
I.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피신청인 회사는 증권거래법상 주권상장법인이며 신청인들은 피신청인 회사의 발행주식총수 중 1,000분의 10 이상인 2.56%에 해당하는 주식을 2007. 1. 30. 기준으로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보유하고 있는 피신청인 회사의 주주이다. 신청인들은 2007. 3. 16. 자 정기주주총회 6주 전인 2007. 1. 30.경 피신청인 회사의 이사들에 대하여 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10인과 감사 1인의 선임을 내용으로 하는 의안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하면서, 위 의안의 요령을 상법 제363조에서 정하는 통지와 공고에 기재할 것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신청인 회사의 이사회는 2007. 2. 22. 위 의안을 이 사건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상정하지 아니한 채 주주총회의 소집결의를 하고 그에 따른 소집통지와 공고를 하였다. 이에 신청인들은 피신청인 회사를 상대로 위 의안을 정기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상정하고, 그에 따른 소집통지와 공고를 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였다. II. 대상 결정의 요지 증권거래법 제191조의14, 증권거래법 시행령 제84조의21 제3항 각호에 규정된 주주제안거부사유들은 주주제안권의 명백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예외적 규정으로서 마련된 것이므로, 그 남용의 위험이 명백하지 않는 한, 소수주주의 주주제안권의 폭넓은 실현을 위하여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주주총회의 의안으로 상정될 실익이 없거나 부적합한 사항’이라 함은 이미 이익이 실현되었거나 회사 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항, 영업관련성이 없는 사항 또는 주식회사 본질에 적합하지 않은 사항 등으로서 형식적 판단에 의해 주주총회의 의결사항이 되기에 적당하지 아니한 것을 의미하는데, 이사 또는 감사의 선임을 내용으로 하는 의안이 그 자체로서 주주총회의 의결대상이 되기에 실익이 없다거나 부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III. 대상 결정의 검토 대상 결정은 이사회의 주주제안 부당거절시 법원을 통한 구제방법에 대해 중요한 선례가 될만한 결정이고, 실제 본 결정으로 인해 신청인들이 주주제안한 의안은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추가되었다. 이하 두 가지 논점에 한정하여 본 결정을 검토한다. 1. 주주제안 부당거절에 대한 가처분신청의 가부 및 그 피신청인 적격 회사가 부당하게 주주제안을 거절한 채 총회를 개최하려 하는 경우, 주주제안을 한 소수주주가 주주총회 결의 전에 사전적으로 가처분을 통하여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그동안 명시적으로 이를 다룬 판결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실무상 가처분의 피신청인적격 및 신청취지를 어떻게 구성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였다. 일단 피신청인적격자와 관련하여 의안상정의무의 실체적 이행의무자를 회사로 볼 것인지에 관해 견해가 대립하였다. 상법 제363조의2, 증권거래법 제191조의14 문언상 소수주주에 대해 의안상정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이사회 또는 의안으로 상정하는 것에 반대한 개별이사들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본 결정의 피신청인 회사 역시 이와 같은 이유로 신청인의 가처분 신청은 당사자적격을 결여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항변한 바 있다). 또한 상법 제366조에 의하면 소수주주가 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신청을 하여 법원의 허가를 얻는 경우 주주가 직접 총회소집을 할 수 있는 반면, 주주제안권에 관한 상법 및 증권거래법의 규정상 이와 달리 소수주주에게 직접 의안상정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주주제안권의 부당거절에 대해 의안상정 등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하는 경우에도, 그러한 의안상정 및 주주총회 소집통지 공고는 여전히 회사의 이사회를 통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인의 기관에 불과한 이사회는 소송상 당사자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 의안으로 상정하는 것에 반대한 개별이사들이 실체적 이행의무자라고 한다면 개별 이사가 주주제안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주주제안을 의안으로 상정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의사의 진술을 하였음에도 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이를 의안으로 상정하도록 강제하는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형태의 가처분이 가능한지 여부가 문제될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반대의 견해가 없지는 아니하나, 민사소송법 제695조 제1항 규정상 판결 확정 전에는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을 할 수 없고, 가처분으로 의사표시를 명하여도 그것을 강제할 방법이 없으며 의사표시가 된 것으로 의제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가처분은 실효가 없을 것이므로 이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하는 견해가 다수설로 보인다. 이에 의하면 개별 이사들을 상대로 의안상정을 명하는 형태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은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해석에 의하면 주주제안을 부당거절당한 소수주주의 가처분신청을 통한 구제가 불가능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이사회가 경영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독점함으로 인해 생기는 폐해를 해결하고 소수주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주주제안제도의 취지에 비추어보면, 주주제안 부당거절에 대하여 가처분을 통하여 소수주주를 구제하여야 할 정책적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상 결정은 가처분의 본안소송 피고적격자는 회사이므로 피신청인적격 역시 회사에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가처분의 피신청인적격을 회사에게 인정하였다. 주주총회의 효력을 다투는 본안소송의 피고적격이 회사에게 있다는 것은 확립된 판례라 할 것이므로 문제가 없으나 의안상정을 구하는 본안소송의 피고적격자를 회사에게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의안상정을 구하는 본안소송이 이행의 소라면 이행의 소의 피고적격은 이행의무자로 주장된 자에게 있으므로 위와 같이 의안상정을 구하는 소수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본안소송을 제기한 경우 회사에게 피고적격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이와 같은 논리라면 소수주주가 개별 이사들을 상대로 본안소송을 제기한 경우 개별 이사들에게 피고적격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또한 만약 회사가 실체적 의안상정의무이행자가 아니라면 결국 회사를 피고로 한 그 본안소송은 청구기각되어야 할 것이다). 생각건대, 이사회가 주주제안을 주주총회의 의안으로 상정하는 기관임은 분명하나, 이사회는 주주제안의 내용이 명백히 법령상 주주제안 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사회의 독자적인 경영판단에 의해 주주제안을 거부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주주제안에 있어서 이사회의 의안상정권은 위와 같은 범위 내로 제한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주주제안이 거부당하여 그에 관한 소송이 법원에 제기되고 이에 따라 법원이 주주제안된 의안을 주주총회의 의안으로 상정할 것을 명하는 경우 그 의안상정의무는 더 이상 이사회가 아니라 회사 자체가 부담하게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주주제안의 부당거절시에는 실체법적으로도 의안상정 의무자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나, 대상 결정이 의안상정을 구하는 본안 소송의 피고적격자는 개별 이사가 아닌 회사라고 설시한 것이 이러한 의미인지에 관해서는 더 자세한 설명이 없어 아쉽다. 후속 판례 및 학설의 논의로 이 점이 좀 더 풍부하게 논의되기를 바란다. 2. 주주제안거부 사유의 엄격한 해석 증권거래법 제191조의14 제3항 및 동법 시행령 제84조의21 제3항 각호의 규정은은 주주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사회는 위 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독자적인 경영판단에 의해 주주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상법 및 증권거래법이 정하고 있는 주주제안거부사유들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하여 주주제안권의 실효성을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특히 증권거래법 시행령 제84조의21 제3항 제6호에 기재된 사유 중 하나인 ‘주주총회의 의안으로 상정할 실익이 없거나 부적법한 사항’은 이를 광의로 해석한다면 주주총회에 상정해 보아야 결의될 가망성이 없는 사항까지 포함되어, 결국 주주제안의 허용 여부에 관해 이사회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줌으로써 주주제안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비판되어 왔다. 본 결정은 ‘주주총회의 의안으로 상정할 실익이 없거나 부적법한 사항’이라는 사유를 주주제안거부사유의 추상적인 일반규정으로 보고, 이에 대하여는 이사회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를 차단하지 위해 더욱 엄격한 해석이 요청된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특히, 본 사안에서 피신청인 회사의 이사회는 주주제안이 부실경영을 야기한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배제된 전 대표이사가 이사 후보로 되어 있어 회사의 발전과 주주 권익을 침해할 상당한 우려가 있어 주주제안을 거부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러한 사유는 주주제안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일단 주주총회에 상정하여 주주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표결을 통해 경영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 주식회사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소수주주의 주주제안권 보호를 위해 주주제안거부사유를 엄격히 해석하여야 함을 전제로 증권거래법 제191조의14, 증권거래법 시행령 제84조의21 제3항 각호에 규정된 제안거부사유에 명백히 해당하지 않는 한 회사는 이를 주주총회 목적사항으로 상정하여야 한다고 본 결정의 태도는 타당하다고 보인다. 그러나 입법론적으로는 주주제안권의 실효성을 저해할 수 있는 현행 상법 및 증권거래법상의 주주제안거부사유를, 주주제안권의 남용으로 인한 회사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으면서도 주주제안 제도의 긍정적 효과를 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로 개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인다.
2007-04-16
김중권 중앙대법대 부교수
근거규정의 성질과 처분성여부의 상관관계에 관한 소고
Ⅰ. 事案의 槪要 원고는 1999. 3. 12.부터 2002. 3. 30.까지 여신전문금융회사인 외환신용카드 주식회사(이하 ‘외환카드’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피고(금융감독원장)는 2002. 2. 27.부터 같은 해 3. 15.까지 외환카드를 비롯한 8개 전업신용카드사와 17개 겸영카드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뒤, 같은 해 3. 26. 아래와 같은 이유로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라 한다)에 외환카드에 대하여 업무일부정지 1.5월을 명하도록 건의함과 동시에(그 건의에 따라 금감위는 같은 해 3. 26. 외환카드에 대하여 업무일부정지 1.5월을 명하였다), 금감위 규정인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이하 ‘제재규정’이라 한다) 제18조 제1항 제3호, 제2항에 의거하여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문책경고처분을 하였다. Ⅱ.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지난 2.17.에 금융기관의 임원에 대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와 관련하여 매우 의미로운 판결을 내렸다. 여기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원심판결(서울고법 2003.11.7. 선고 2002누20192판결) 및 1심판결(서울행정법원 2002.11.29, 2002구합21872판결)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1.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이하 ‘제재규정’이라 한다) 제22조는 금융기관의 임원이 문책경고를 받은 경우에는 금융업 관련 법 및 당해 금융기관의 감독 관련 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 임원선임의 자격제한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은행법 제18조 제3항의 위임에 기한 구 은행업감독규정(2002. 9. 23. 금융감독위원회공고 제2002-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호 (다)목, 제18조 제1호는 제재규정에 따라 문책경고를 받은 자로서 문책경고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은행장, 상근감사위원, 상임이사, 외국은행지점 대표자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문책경고는 그 상대방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의 경우 적어도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금융감독기구의설치등에관한법률(이하 ‘감독기구설치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호, 제3호, 제37조 제1호, 제2호의 각 규정은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라 한다) 또는 금융감독원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직규범에 불과하여 이들이 당연히 법률유보원칙에서 말하는 법률의 근거가 될 수 없고, 감독기구설치법 제42조에서 피고에게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해임권고 및 업무집행정지건의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하여 당연히 문책경고의 권한까지 함께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여신전문금융업법 제53조, 제53조의2는 금감위 또는 피고가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하여 행하는 감독 또는 검사에 관한 규정으로서 위 각 규정도 문책경고의 법률상 근거가 될 수 없고, 증권거래법 제53조 제5항 제2호, 증권거래법시행령 제36조의5 제3호, 보험업법 제20조 제1항 제1호, 상호저축은행법 제24조 제1항 제1호, 신용협동조합법 제84조 제1항 제3호는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므로, 적어도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관계에서는 위 각 법률규정이 문책경고의 근거가 될 수 없고, 따라서 피고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인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문책경고는 아무런 법률상의 근거 없이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Ⅲ.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판결의 요지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일반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지만,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행정규칙에 의한 ‘불문경고조치’가 비록 법률상의 징계처분은 아니지만 위 처분을 받지 아니하였다면 차후 다른 징계처분이나 경고를 받게 될 경우 징계감경사유로 사용될 수 있었던 표창공적의 사용가능성을 소멸시키는 효과와 1년 동안 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됨으로써 그 동안은 장관표창이나 도지사표창 대상자에서 제외시키는 효과 등이 있다는 이유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Ⅳ. 2001두3532판결의 意義와 問題點 통상 행정소송법을 비롯한 관련법상의 처분개념에 표현된 ‘법집행으로서’와 관련하여, 여기서의 ‘법’이란 ‘법률의 법규창조력’에 바탕을 둔 ‘법규(범)’을 의미하고 따라서 행정행위의 법효과발생의 준거점이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개별토지가격결정의 처분성을 논증하기 위하여 법원은 그것의 근거규정인 국무총리훈령으로서의 ‘개별토지가격합동조사지침’을 ‘지가공시및토지등의평가에관한법률’ 제10조의 시행을 위한 집행명령으로서 법률보충적 구실을 하는 법규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보았다. (대법원 1994.2.8. 선고 93누111.) 2001두3532판결의 원심(부산고법 2001.3.30. 2000누3634판결) 역시 처분성을 부인함에 있어서, -분명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조치의 근거규정의 법적 성격을 염두에 두었으리라 짐작한다. 반면 2001두3532판결은 근거규정 및 관련규정-‘함양군지방공무원징계양정에관한규칙’, ‘경상남도지방공무원징계양정에관한규칙’, ‘지방공무원인사기록및인사사무처리규칙’, ‘지방공무원징계등기록말소제도시행지침’, ‘정부포상 및 장관ㆍ도지사표창지침’-이 행정규칙임에 불구하고(?), 법효과발생의 가능성 즉, 행정처분의 존재가능성을 열어 준 점에선 호평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바람직스런 착안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존재의 문제이다. 비록 대통령령인 경우엔 변화를 주었지만, 다수 문헌과는 배치되게 판례는 그 밖의 법규명령에 대해선 搖之不動이다. (가령 대법원 1995.10.17, 94누14148판결.) 그리하여 이제껏 행정규칙으로부터는 사실상의 불이익이 생겨날 뿐 쟁송가능한 법률상 이익은 생겨나지 않기에 원고적격이 없다고 보아온 기왕의 입장을 고려한 즉, 2001두3532판결은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을 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행정처분의 개념적 징표인 법효과의 발생이 해당 근거규정(행정규칙?)에서 직접 비롯된다고 보는 듯한 태도는, 기본적으로 그것의 원심판결과 기조를 같이 함을 보여줄 뿐 더러 오해의 소지가 있다. (상세는 졸고, “不問警告措置’의 法的 性質과 관련한 問題點에 관한 小考”, 『인권과 정의』 2004.8, 336호, 125면 이하 참조. ) Ⅴ. 2003두14765판결의 意義와 期待 일부에선 2001두3532판결에 대해 국민의 실효적인 권리구제의 지평을 넓힌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하며(가령 김의환, “행정규칙에 의한 징계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인지 여부”, 『대법원판례해설』 2002년 하반기(통권 제43호), 254면. ), 2003두14765판결의 1심판결 역시 이를 논거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 논거는 요령부득의 상황에서 나름의 노력의 소산이다. 사실 실질에 경도된 기왕의 판례의 입장을 다수 문헌의 지적처럼 형식중시적 입장으로 선회하면, 이 물음은 손쉽게 해소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방향선회와는 별개로 그 같이 논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과 처분성의 인정을 연계시킨 데서 빚어진 결과물이다. 그런데 어떤 행위의 법적 성질을 행정행위로 여기느냐의 물음에서, 행정행위를 발하기 위한 법적 근거(수권) 존재하는지 여부는 전혀 관계가 없다. (Kopp/Ramsauer, VwVfG Kommentar, 8.Aufl. 2003,, §35 Rn..9; BVerwG NVwZ1985, 264.) 행정행위를 비롯한 어떤 행정작용이 법률상의 근거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는 법률유보의 물음이다. 요구되는 법적 근거의 부재는 행정행위를 위법하게 만들 뿐이지, 그것의 법적 성질을 가늠하진 않는다. 요건데 법률상의 근거의 유무에 상관없이 어떤 행위가 직접적인 근거규정 뿐만 아니라, 관련 규정에 의거해서 행정행위의 개개의 개념적 징표를 충족하고 있는지가 요체이다. 따라서 2003두14765판결의 논증방식은 그동안 취해온 것과는 다소 그러나 근본적으로 다르다. 즉, 처분성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에서 출발하였던 태도에서 벗어나, 관련 (법)규정에 의거하여 처분성을 논증한 다음에, 그것의 근거규정의 법규성 요구인 법률유보의 물음으로 이행하였다. 그런데 기존의 논증상의 난맥을 일소한 2003두14765판결의 意義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재적 행정처분과 관련한 리딩판결인, 대법원 1995.10.17, 94누14148전원합의체판결의 도식(부령인 제재처분기준⇒행정규칙⇒사실상 불이익의 인정)으로부터 도그마틱적 왜곡(가령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 없이도 벗어날 단초가 마련되었다. 대상판결의 획기적인 논증방식은 불원간 기왕의 토대(가령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문제)에 균열을 가져올 前兆로 여겨진다.
2005-07-04
조용식변호사
약정금, 기탁금 반환청구사건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대해서는 효력을 부인할 뿐 아니라 국가가 그 이행에 조력하지 아니하고 있다. 우리 민법 103조에서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고 있고, 일본 민법 90조에서는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고 있어, 양국 공히 반사회적(이하 편의상 ‘공서위반’이라 함) 법률행위에 대해서는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공서위반 법률행위에 대한 평가는 한 국가의 사회질서가 급격히 바뀌지 않는 한 쉽사리 바뀌지 않는 것이어서 그 판단 기준시가 문제로 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기 때문에 별로 논의가 없었다. 법률행위는 그 성립과 동시에 성질과 효력이 정해지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행위시를 기준으로 하여 공서위반 유무를 판단한다는 것이 일본의 통설이었다. 한편, 이와 관련된 일본의 최근판례가 있어 이를 소개한다. 이 건은, 증권회사가 1985년에 고객과의 사이에서 손실·이익보증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고객이 위 계약의 이행으로서 금전지급을 청구하는 것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소송이다. 법률행위가 공서에 반하는지 여부는 법률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재판당시 공서에 반할지라도 행위시 정당하면 유효 X사는 증권회사에서 거액의 금전을 운용하는 기업이고, Y사는 증권회사이다. X사는 A신탁은행에 30억엔의 자금을 신탁하여 운용하는 특정금전신탁계약에 가입하고 위 금액을 위탁하였는데, 위탁자는 증권거래법(이하, ‘증거법’이라 함)상 증권회사의 고객이 되어야 했다. Y증권은 X사가 Euro시장에서 발행하는 사채의 주간사증권회사의 지위를 획득하려고 교섭하면서 X사에 대하여 이 건 특정금전신탁계약에 대하여 1985년에 연 8%의, 1990년에 연 8.5%의 확정이자를 보증하였다. X사는 Y증권에 대하여 주위적으로 위 약정에 의한 손실보전 및 이익보증의 청구를 하였고, 예비적으로 Y증권이 행한 손실보증약속에 의한 권유가 위법한 것이므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 건 상고에서 문제가 된 것은 주위적 청구이다. 1심 판결은 이 건 손실·이익보증계약을 체결한 1985년의 시점에서는 손실·이익보증계약은 공서에 반하지 않았고, 이 건 보증약속은 일단 유효하게 성립하였지만, 대장성이 손실보전을 엄하게 삼가도록 통보를 낸 1989년 12월 시점에 손실보증계약이 사회적 타당성을 결여하는 행위라고 하는 공서가 형성되었으므로 계약은 당초에 소급하여 무효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항소심판결은 1990년의 손실·이익보증계약은 공서에 반하지만, 1985년의 것은 공서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증거법의 손실보전금지규정에 상관없이 1985의 계약에 의한 청구는 허용된다는 이유로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한편, Y증권의 상고수리신청이유의 주된 이유는 1985년의 손실·이익보증계약은 현재의 공서에 비추어 보면 무효이고, 증거법 42조의 2 제1항 3호에서 손실보전금지규정이 있는데도 위 계약의 이행을 인정하는 것은 법령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X사는 증거법의 손실보전금지규정을 사법상 유효한 채권의 이행을 사후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헌법29조의 사유재산권보호조항(우리헌법 23조와 유사)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최고재판소는 “공서 판단의 기준시는 계약을 체결하였을 때이고, 1985년의 시점에서는 손실·이익보증계약은 공서에 위반되고 있지 않았다”고 하며 항소심 판결의 판단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X사와 Y증권 사이의 위 손실·이익보증계약이 사법상 유효한 계약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1991년의 증거법 개정으로 도입된 증거법 42조의 2 제1항 1호의 금지규정은 그 때 및 그 후의 개정법의 부칙의 문언 및 개정의 경위에 비추어 보면 법 개정 전의 사법상 유효한 계약에 의한 청구에 대해서도 소급적으로 적용되는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손실·이익보증계약의 이행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동 규정은 헌법29조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X사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고, 원심이 예비적 청구인 불법행위에 의거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심리를 진행시키기 위해 원심으로 파기환송하였다. 종래 일본판결에서도 손실보증약속에 의한 권유가 경우에 따라서는 불법행위가 되어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민법상 불법원인 급여 규정의 유추적용여부가 문제되는데, 원고가 배상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피고의 현저한 불법성을 인정해야하는지, 아니면 피고의 더 큰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족하는지 여부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논점으로 남아 있다. 한편, 위 판결을 극단적으로 적용하면 재판당시 공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일지라도 행위시의 기준에 비추어 유효한 경우에는 법원은 현재의 공서위반 법률행위의 실현에 조력하는 결과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나, 그와 같은 경우에는 권리남용 또는 신의칙에 의하여 일정한 범위내에서 권리 행사를 제한함으로써 부당한 결론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위 판결 역시 행위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공서위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일본통설의 견해를 받아들여 유효한 계약으로 인정하면서도 결국 X사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였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법무·특허법인 다래 대표변호사〉
2003-09-18
서혜숙 변호사(서울.kcl)
미국의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과 관련 판례들
I. 槪觀 정부는 지난 2001. 12. 증권관련집단소송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증권관련집단소송제도의 근본 취지는 증권시장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분식회계, 허위공시,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등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입게된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에게 효율적 구제 수단을 제공하고 이와 동시에 증권시장 및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하는데 있다. 그러나,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기업 비용의 증가, 경쟁력의 약화, 주가하락시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의 대외신인도 추락, 합의금 및 패소 비용으로 인한 기업의 집단도산 초래 우려 등의 이유로 이 제도의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여 왔다. 그런데, 증권집단소송제도를 이미 수십년 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미국의 경우, 증권집단소송이 전문적 원고(이른바’Professional Plaintiff’)들이 합의금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이들에 의한 남소가 만연됨으로 인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자 집단소송제도의 남용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입법과 사법 분야에서의 여러 시도들이 나타나게 되었는바,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1995년 제정된 증권민사소송개혁법(Private Securities Litigation Reform Act of 1995)이라고 할 수 있다. II.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과 관련 판례들 1.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의 제정前 미국 증권집단소송제도의 展開 우선 절차법적인 측면을 살펴보자면, 미국의 집단소송제도(‘class action’)는 미국연방민사소송규칙에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바, 동 민사소송규칙 제23조(a)는 집단소송이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제23조(b)는 당해 소송의 충분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집단소송의 성립을 위하여 동 규칙이 제시하고 있는 필요조건으로서는 다수성 요건(Numerosity), 공통성 요건(Commonality), 전형성의 요건(Typicality) 및 공정한 보호의 요건(Adequacy of representative)이 있고, 그외 판례법상 인정되고 있는 필요요건으로서는 구성원의 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는 요건과 대표당사자가 집단의 구성원이어야 한다는 요건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집단소송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들 요건 전부가 구비되어야 한다. 미국 증권집단소송의 실체법적인 근거는 1933년 제정된 증권법(Securities Act of 1933)과 1934년 제정된 증권거래법(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증권거래법은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고 있고, 그 내용은 증권거래위원회 규칙(‘SEC Rule’)에 자세히 규정되어 있다. 이들 법과 규칙 중 증권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것은 허위공시와 기망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증권거래법 제10(b)와 SEC Rule 제10(b)-5인데, 이들 규정은 단독으로 혹은 다른 규정들과 중첩적으로 주장 및 적용된다. SEC Rule 제10(b)-5은 명시적인 배상책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1946년 법원은 판례법상 사기를 이유로 한 제소를 허용하였고 이와 같이 법원이 ‘시장에서의 사기이론’을 수용한 뒤 증권집단소송의 활용이 증대되었다. 2.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의 制定 증권집단소송제도는 그 근본 취지와는 달리 주로 전문적인 원고들이 치부를 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으며, 변호사와 대표당사자들은 의뢰인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제소와 화해 여부를 결정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전문적 원고들의 남소는 수많은 기업들이 화해 비용으로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게하는 등 기업들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되게 되었고 그 비용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부작용을 제어하기 위해 연방의회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을 통과시키고 지체없이 시행되도록 하였다. 동법은 대표당사자로 하여금 서약서(Certification by Plaintiff)를 제출하도록 하였는데, 동 서약에서 대표당사자는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또는 소송전문가의 권고에 의해 당해 주식을 매입한 것이 아님을 포함하여 6가지 주요 항목에 관하여 서약하여야 한다. 또한 동법은 대표당사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였는데, 최근 3년간 5개 이상의 증권집단소송에서 대표당사자나 대리인이었던 자는 법원이 특별히 허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대표당사자가 될 수 없도록 하였다. 특히, 동법은 원고로 하여금 소장에 피고의 어떠한 행위가 원고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인지(‘misleading’)를 기재(‘Particulized Pleading’)하게 함으로써 피고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도록 하였다. 또한 피고가 그러한 허위공시 등의 행위를 함에 있어 악의가 있었음을 추론케 하는 사실을 소장에 기재하도록 하였는데(‘State of Mind Requirement’), 이는 원고들이 아무런 증거 없이 일단 소송을 제기하고 이후 증거개시 절차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보완하고 입증 자료를 얻는 이른바 투기적 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동법이 소각하 신청이 제기된 경우 증거개시 절차를 중단하도록 한 것(‘Stay of Discovery’)과 맥을 같이 한다. 또한 동법은 남소를 방지하기 위하여 패소한 당사자로 하여금 변호사 보수를 포함한 소송관련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였으며, 연대책임을 배제하여 각자의 책임에 비례하여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였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유도하기 위하여 전망공시에 대하여 책임을 면제하는 이른바 ‘Safe harbor’ 규정을 두었다. 3.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이 적용된 판례들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이 시행된 이후 판례의 변화에 관하여는 스탠포드 법대의 Joseph A. Grundfest 교수 등이 발표한 ‘Security Litigation Reform;The First Years’ Experience’라는 보고서에 잘 정리되어 있는바, 이하에서는 동 보고서에 나타난 판례들 중 특히 ‘사기의 강한 추정’(‘Strong Inference of Fraud’) 요건에 관한 의미 있는 몇 개의 판례들, 즉, 증권사기를 주장하는 원고에 대하여 피고가 악의였음을 강하게 추론할 수 있는 사실을 소장에 기재하도록 한 증권민사소송개혁법 제21D(b)(2) 규정과 관련한 판례를 살펴보도록 한다. (1) Marksman Partners, L.P. v. Chantal Pharmaceutical Corp. 927.F. Supp.1297(C.D. Cal., May 21, 1996) 이 사건은 증권민사소송개혁법에 의한 소송요건 강화가 최초로 언급된 사건으로, 중부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국회가 연방항소법원에서 제시한 기존의 기준에 비하여 보다 엄격한 기준을 채택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동법원은 이 사건에서 대표이사와 CEO들이 소송기간 이전 3년간은 주식을 매각한 바 없으면서도 소송기간 중에 2630만 달러에 회사 지분 20%를 매각한 사실을 들어 이는 사기의 강한 추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소송을 유지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2) Zeid v. Kimberley. 930 F. Supp. 431 (N.D. Cal., June 6, 1996) 원고들은 Firefox Communicati -ons, Inc.와 그 임직원들을 피고로 하여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피고들이 회사의 제품에 대한 수요와 매출실적 및 마케팅 프로그램에 대하여 허위공시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회사가 수익의 인식 및 준비금 적립 등과 관련하여 GAAP와 SEC Rules에 어긋나는 회계처리를 하였음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남부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원고들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소장에서 충분히 주장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즉, (i) 언제 어떻게 잘못된 보고서가 시장에 전달되었는지 (ii) 회사가 어떤 분석전문가의 보고서를 채택한 것인지, 그리고, (iii) 왜 당해 보고서가 잘못된 것인지가 소장에 충분히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동 법원의 판단이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들은 피고의 행동이 의도되었거나 중과실에 의한 것이라는 강한 추정을 불러일으킬 사실을 주장하는데 실패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였다. (3) In re Silicon Graphics, Inc. Securities Litigation. 1996 U. S. LEXIS 16989, Fed. Sec. L. Rep. (CCH) 99, 325(N.D. Cal., Sept 25, 1996) 이 사건에서 법원은 위 판례들과는 달리,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은 기존 연방항소법원에 의해 유지되어 온 악의의 추정 요건을 단순히 성문화한 것이 아니며 원고들로 하여금 ‘피고의 의식적 행동(‘Conscious Behavior’)을 입증할 정황적 증거를 구성하는 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주장하도록’ 요구하는 보다 높은 수준의 소송 장벽(‘a higher pleading barrier’)을 입법화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들이 잘못된 보고서에 대하여 이미 내부보고서를 통해 알고 있었다는 주장은 사기의 강한 추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이에 대해 재소답(‘Repleading’)하도록 결정하였다. (4) Steckman v. Hart Brewing, Inc. No. 96-1077-K (RBB) (S.D. Cal., Dec.24, 1996) 이 사건은 증권민사소송개혁법 시행 이후 원고에게 재소답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고 바로 소송을 각하한 첫 번째 사례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이 특정 증권집단소송을 각하하는 경향을 강화하였다고 언급하고, 법원으로서는 ‘원고가 근거 없는 주장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고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통해 화해를 시도하는 기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1933년 증권법상 청구권에 근거한 원고의 소송을 각하함에 있어서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의 합리성을 반영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4.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 시행 이후- 1998년 증권소송통일기준법의 제정 그러나, 스탠포드 법대의 Joseph A. Grundfest 교수가 증권민사소송개혁법 제정 이후 2년간 증권집단소송의 추이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은 그 기대만큼의 성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 같다. 증권집단소송의 제기율은 예상과 달리 크게 감소되지 아니하였고, 연방법원에의 제소비율은 떨어진 반면 주법원에의 제소율은 상대적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이와 같은 증권집단소송이 연방법원으로부터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을 따르지 않는 주법원으로 이동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1998년 11월에 주법에 의한 집단소송을 제한하기 위하여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을 일부 수정하는 ‘1998년 증권소송통일기준법’(‘Securities Litigation Uniform Standards Act of 1998’)이 제정되게 되었다. III. 맺음말 수십년전부터 집단소송제도를 운영해온 미국에서조차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과 1998년 증권소송통일기준법을 제정해가며 濫訴의 폐해를 최소화하고자 애쓰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아무리 증권집단소송제도가 일응 순기능을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발생할 남소의 폐해를 마음 편히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입증책임의 문제와 관련하여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컨대, 집단소송법안이 적용되는 증권거래법 제14조(유가증권신고서와 사업설명서 허위기재)등의 규정을 살펴보면 사업설명서등에 허위의 기재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누락되어 있다는 점이 인정되면 원고의 충분한 입증이 없더라도 원칙적으로 피고가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다만 피고가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그 책임이 면제되도록 되어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은 원고에 대하여 소장에 피고의 詐欺 내지 惡意를 강하게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기재하도록 하고 그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원고에게 재소답 명령을 내리거나 소송을 각하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나라 정부안은 미국의 증권집단소송제도에 비하여 피고에게 상대적으로 무거운 입증의 부담을 안겨줌으로써 보다 높은 濫訴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증권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련된 증권거래법 제14조 등에서의 입증책임에 관한 태도를 집단소송에서도 그대로 유지하여야 하는지 다시 한번 신중히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증권거래법 제14조등을 그대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며, 집단소송제도를 통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는 원고에게 보다 엄격한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등 별도의 조문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0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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